게시된 카테고리 만화/애니
# 사쿠사 키요오미
학교가 파하고 석양이 지는 저녁.
뒷골목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며 핸드폰을 확인하는 닝의 앞으로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숙였던 고개를 들어 정면을 보니 너른 가슴팍에 달린 명찰이 보인다. '사쿠사 키요오미'.
아. 귀찮아지겠는데. 속으로 생각한 닝이 급히 담배를 땅바닥에 비벼끄며 입을 열었다.
" 아니, 그. 끊으려고 했는데. "
" ... "
주저하며 내뱉는 닝의 변명에 사쿠사는 한 손으로 마스크를 한껏 끌어올리며 인상을 썼다.
닝을 내려다보는 눈초리가 꽤나 매섭다.
이내 가타부타 말도 없이 닝의 손목을 휙 끌어당기더니 골목을 빠져나간다.
" ..가면서 얘기해. "
" 아, 아파.. "
" 시끄러워. "
날선 말투와는 다르게 닝의 손목을 쥔 힘이 느슨히 풀렸다.
# 미야 아츠무
12시가 넘은 늦은 밤, 닝은 동네 후미진 노래방 앞에서 불량스러운 친구들과 시시껄렁한 농담을 던지며 시간을 떼우고 있었다.
지잉, 지이잉- 끊이지 않는 진동소리에 친구들이 닝에게 '너 전화오는거 아니야?'하며 물어보지만,
" ..아아, 아니. 모르는 번호라서 안 받으려고. "
" 모르는 번호? "
모르는 번호라는 닝의 말에 빈정대는 목소리가 멀찍이서 들려오자 모두의 시선이 노래방 어귀 골목 끝에 꽂혔다.
막 운동을 끝내고 온건지 트레이닝복 차림을 한 아츠무가 픽 웃으며 아직도 통화연결음만 들려오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쟤 배구부 걔 아니야? 쌍둥이. 아니아니, 걔 말고 성격 더 괴팍한 걔. 작은 속닥거림이 닝의 귀로 들려오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자리에 우뚝 서서 닝의 무리를 바라보며 빙긋 미소지은 입매. 닝은 안다. 지금 미야 아츠무가 정말 화난 상태라는걸.
길지 않은 침묵이 깨지고 미야 아츠무가 입을 열었다.
" 내가 갈까, 니가 올래. "
여기서 더이상 화나게 하면 정말 그의 쌍둥이 형제가 오지 않는 한 그 누구도 말릴 수 없겠지.
닝이 주섬주섬 소지품을 크로스백에 쑤셔넣으며 대충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떴다.
뛰듯이 걸어 미야 아츠무의 앞에 스자, 단단히 화가 났는지 평소처럼 어깨를 감싸주지도 않고 저 먼저 휙 돌아서 휘적휘적 걸어간다.
입술을 꾹 깨문 닝이 그 뒤를 잰걸음으로 쫓아가고, 노래방 골목어귀 모퉁이를 도는 순간,
눈깜짝할 새에 닝을 담벼락으로 쾅 밀어붙힌 그가 숨소리가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로 으르렁대듯 내뱉는다.
" 닌 진짜 내가 우습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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