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는데 내가 알맞게 줄여 쓰는 법을 몰라서 미안해... 일단 엄마가 많이 힘들게 살아오시긴 했어 내 친아버지는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안 좋게 끝났는지 기억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고 나 초등학생 때 재혼을 하셨는데 정말 너무너무너무 좋은 분이셨어 그런데 몇년 전에 뇌질환으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어 하늘도 정말 무심하지 내가 종종 일이 늦게 끝나거나 늦게까지 놀면 친구 집에서 외박을 하고는 했었는데 부쩍 엄마가 자주 서운해하시더라 전에는 내가 집에 안 들어오면 밤새 일했겠거니 하셨는데 얼마 전부터 다른 집은 어디 가면 어디 간다 언제 들어온다 이거를 매일매일 보고를 하는데 우리집만 이런식이다 우리 가족이 비정상이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눈물을 보이시는 거야 나는 엄마가 갱년기도 다가오고 요즘 많이 외로워서 그러시는 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서운해서 하는 말이겠거니 했지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엄마 혼자 식사하실 때 나는 먹지 않아도 앞에 앉아서 어색하지만 대화도 해보려고 했고 엄마랑 나랑 퇴근 시간이 맞으면 만나서 외식하고 같이 들어오기도 하고 나름대로 나도 노력했어 엄마도 좋아하시더라 회사에서 있었던 얘기도 하시고 같이 외식하고 오니까 기분 좋다고도 하시고 점점 나한테 엄마의 사소한 일상 얘기들도 많이 하셨어 아빠 보고싶다면서 내 앞에서 울기도 하시고... 그런데 며칠 전에 엄마랑 맥주 한잔씩 마시면서 엄마가 동창 친구분들이랑 놀러가서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셨는데 어떤 아저씨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아저씨가 엄마를 정말 많이 챙겨준다고 엄마랑도 엄청 자주 놀러다니고 나를 만나고싶어 하신다고 그러는거야 그 아저씨가 우리 엄마가 혼자 되신 걸 알고 엄마를 도와주고 싶다고 그랬대 그래서 나는 당연히 그분도 혼자이신 줄 알고 엄마가 연애하시는구나 싶어서 너무 호들갑 떨지도 않고 태연하게 엄마 얘기를 듣고 있었어 근데 동창 모임 밴드에 그 아저씨가 본인 자식들이랑 아내 이야기를 적은 글이 있는거야 그래서 슬쩍 엄마한테 떠봤더니 멀쩡한 가정이 있는게 맞더라 내가 거기에서 좀 이상한 것 같다고 말했어 그랬더니 엄마는 뭐 그런 사이가 아니라 너무 친하고 너무 잘 챙겨주는 친구라고 그 아저씨를 보고있으면 아빠가 생각난다고 하시면서 그러니까 나더러 그 아저씨랑 식사를 같이 한번 해달래 엄마 말로는 자꾸 둘이 만나고 그러면 이상하니까 자기 딸도 인사시켜주고 뭐 그런식으로 합리화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 솔직히 말해서 내가 그 아저씨랑 안면을 틀 이유가 없지만 엄마가 부쩍 우울해하시기도 하고 그래서 딱잘라 말하기가 너무 어렵더라고 그래서 식사 자리를 가졌어 근데 우리 아빠랑 정말 많이 닮으셨더라 외모 성격 이런것들이... 엄마랑 서로 너무 잘 챙겨주고 나한테도 다정하고 친근하게 대해주시는데 그 아저씨도 본인 가족 얘기를 서슴없이 하고 그랬었어 그래서 조금 혼란스럽더라고 내가 이해할수 없는 어른들의 친구 사이 같은게 있는건가... 우리 엄마를 너무 잘 챙겨주시고 얘기도 잘 들어주시고 같이 시간 보내주시고 지금 엄마에게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나랑 동생이 해줄수 없는 것들을 그 아저씨가 해주고 있었던 거야 나도 모르게 친구 사이라는데 괜찮은 거 아닐까라고 생각했는데 문득 그 아저씨가 우리 엄마랑 나랑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웃고 떠드는 동안 그 아저씨의 아내분과 자식들은 뭘 하고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면서...... 도저히 안 되겠더라 그래서 엄마한테 얘기했어 엄마는 그냥 친구 사이라고는 하지만 표면적으로 문제가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정말 그저 친구라 하더라도 아저씨의 아내분이 아시면 얼마나 화나시겠냐 하니까 왜 자꾸 그 아저씨 아내 쪽 생각만 하냐고 섭섭해하시더니 알겠다고 안 만나겠다고 하셨어 나도 모진 말 해서 마음 안 좋지만 그렇다고 편하게 만나시라 할 수도 없고... 그냥 대답 없이 넘어갔는데 오늘 하루종일 엄마 혼자 마트 다녀오시고 집안일하고 혼자 누워서 티비 보고 이런 모습들이 너무 마음쓰이고 미어진다....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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