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비유하자면 머리 속에 맴도는 허밍같이 되어서 끝이 날 듯 이어지는 다정한 멜로디로 반복된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이 돌림 노래를 아무도 끝맺지 못한다. 못된 버릇 같이 자꾸만 손이 가고, 한낮의 더위 같이 온 몸에 스며들어 갈증이 나고 고열에 시달려 결국 감기에 걸리고 마는 그런, 온 마음을 쏟아부었지만 결국엔 텅 비어 버린 것만 같은 그런 사랑. 여름은 이미 끝나가는데 끝무렵에 걸린 여름감기는 지독하게 나를 쫓아다녔다. 괜찮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있으면 눈물이 새어나왔다. 어렸을 적 새벽 3시엔 귀신이 나와 부모님을 괴롭히니 이 글을 옮겨적으면 된다는 댓글을 무시해서 그런지 마법에 걸린 것 마냥 무언가에 괴롭힘을 당했고 불안에 떨었다. 새벽에 잠이 깬 채로 누워있으면 곳곳에서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잠이 든 부모님이 켜 둔 티비 소리, 코 고는 소리 한 집에서도 무수히 많은 다양한 소리들이 들려왔다. 집을 빙 둘러싼 채 위잉 돌아가는 가전제품들이 내는 소리를 들으며 이 조그맣고 큰 것들이 다 인간인 우리를 구성하기 위해 모인 것이라는 잡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로 할퀴고 간 여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그 생각에 잠식되어 가는 줄도 모르고. 아니면 이미 잠식 된 줄도 모르고. 잠들 무렵에는 꼭 여름의 지난 날을 되새기게 된다. 혼자 과대 해석하고 이렇게까지 무식하게 어거지로 끼워맞출 것 까지야 하지만 결국 손을 대는 꽃잎놀이, 그런데 사실 아닌 걸 알아. 혼자 마음 속으로 되물어보고 돌아오는 대답 없는 사람 잡고 베게만 쥐어뜯었다. 익숙해지고 싶은 이 감정은 도무지 익숙해질 줄 모르고, 무의식의 무중력 상태는 몸부림쳐도 둔한 움직임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또 대책없는 다짐만 수십차례. 싫어하려고 나쁜 것만 생각하고 백 번 욕해도 막상 보면 얼굴 시뻘게 진 채 어설프게 응응 거리게 되고. 무슨 진동모드처럼. 그런 나날들이었다. 나는 언제까지고 이 혼자만의 롤러코스터를 혼자 타고 있었고 그리고 대부분의 짝사랑이 그러하듯 그런 날들은 계속 되지 않았다. 사실 언제든지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 더딘 나는 사랑에도 타이밍이 있다는 걸 늦게서야 알았고 뒤늦게 맞추려해도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매번 타이밍이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사실 이미 오래 전에 공평하지 않은 게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동안 쌓아온 눈맞춤과 공유한 감정은 혼자만의 착각일까 하는 불안함에 망설였다가 되돌아 온 답이 이것이라면. 그것도 답이 되는 것 아닐까. 짝사랑. 불공평한 게임이었다. 우리는 왜 지금껏 그대로 였을까. 가끔 울려 웅웅대는 냉장고소리도 어느 틈엔가 문득 깨달으면 깨달아지게 되는데. 설렘이 익숙해지면 그래. 여름 감기가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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