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초겨울의 날씨가 된 오늘 저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오늘은 캐롤을 듣고 매니큐어를 칠하고 어머니를 도와 쓰레기를 버렸습니다 예쁜 진달래빛 자켓도 샀습니다 마음이 허 하니 텅 빈 것 같으면 물질이 아닌 무언가로 채울 생각을 해야 하는데 별 다를 새로운 것도 느끼지 못하니 자꾸만 옷장을 새로운 것으로 채우려 하고 꾸역꾸역 무언가를 집어 먹고는 합니다 평소엔 입에 대지도 않는 커피를 컵에 잔뜩 따라 벌컥벌컥 들이켰습니다. 그래서 자정이 훌쩍 넘은 이 새벽 카페인에 잔뜩 절여진 채로 당신을 생각하나 봅니다 사랑이라던지 슬픔이란 감정을 느껴본 지도 꽤 오래 되었습니다 웃음을 참지 못해 크게 소리 내어 웃어본 적도 슬픈 영화를 보며 엉엉 울어 본 적도 아주 까마득하여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을 생각하는 것은 무미건조한 내 삶에도 기꺼이 내일을 살아가고 싶을만큼 설레는 기쁨이 있었다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털어서 먼지 하나 나올 것 같지 않다는 나에게도 한 때 가슴 절절한 사랑을 한 적이 있었다며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내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쓸쓸하고 공허한 날만 당신을 떠올려 미안합니다 온통 잊은 것 같다가도 나는 이따금씩 눈을 감고 당신을 떠올립니다 이젠 전부 흐려져 덧칠된 기억에 깜빡깜빡 잊다가도 습관처럼 당신의 흔적을 찾아 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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