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츠키시마 케이
"츳키?"
꿈인가? 저 멀리서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온 츠키시마가 나를 껴안았다.
"츳키, 이러면 너무 좋긴 한데 나 숨막히는데."
"시끄러워, 바보."
"갑자기 냅다 욕을 하네..."
"넌 진짜 멍'청해. 평소엔 그렇게 겁이 많으면서 정작 쓸데없는 데선 용감해지네. 진짜 싫어."
"아무리 나라도 그렇게 말하면 상처 받는 데..."
얘가 오늘따라 왜 이럴까, 정말. 자기가 와서 안긴 주제에 키는 커서 내가 안긴 꼴이 됐다.
일단 달래는 줘야하니 사심을 채울 겸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으며 토닥였다.
"안 좋은 꿈이라도 꿨어?"
"... ..."
"뭔 꿈을 꿨는 지 모르는 데 나 여기 멀쩡하게 있거든. 그러니까 좀 떨어져봐. 얼굴 좀 보자."
"...너는 진짜."
"켁, 더 세게 안지 말고...!"
진짜 왜 이래...!
츠키시마 짝사랑해서 대쉬하던 닝이랑 철벽 츠키시마. 였으나
닝이 츠키시마 차에 치일 뻔한 거 구해주다 죽고 사실 쌍방이었던 사랑.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츠키시마.
2. 스나 린타로
"닝아. 우리 그냥 같이 죽을까?"
"갑자기 뭔 개소... 너 안색이 왜 이래."
"나 이제 진짜 못 버티겠어."
눈가가 새빨개진 채로 웃던 스나가 이내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어깨가 조금씩 축축하게 젖어들어갔다.
"야, 너 울어?"
"내가 뭘 더 어떻게 해야하는 건데."
"린타로?"
"경로도 바꿔봤고, 네 옆에도 있어봤고, 위험 요소는 다 치워도 봤는데 어떤 방법으로든 날 두고 죽어버리는 너한테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건데."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닝아. 넌 똑똑하잖아. 그러니까 좀 알려줘. 내가 어떻게 해야 널 살릴 수 있는 건데. 응?"
"... ..."
"이젠 우리의 처음이 어땠는 지 잘 기억도 안 나."
"... ..."
셀 수 없을 만큼 시간을 돌렸으나 번번히 죽는 닝으로 인해 피폐해진 스나.
결국 마음이 무너져버려 울면서 닝한테 같이 죽자고 하는 스나 린타로.
3. 코즈메 켄마
"닝."
"엉? 아, 또 죽었다."
어라, 방금 켄마가 움찔한 것 같은 데. 기분 탓인가? GAME OVER라고 적혀있는 화면에 RESET 버튼을 눌렀다.
"이거 어떻게 깨야하는 지 모르겠어. 방법은 커녕 희망도 안 보이는 데 그냥 포기할까."
"아니."
"응?"
"포기 안 해."
"? 그래. 켄마라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겠지? 나 켄마가 새로 출시된 그 난이도 장난 아닌 거 며칠 밤 새서 전부 클리어한 거 보고 안드로이든줄 알았잖아."
"닝. 하고 싶은 말이 있어."
"? 해."
뿅뿅, 게임기의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근데 지금은 안 할거야."
"켄마, 궁금하게 해놓고 이러기 있어?"
"지금은 안 돼. 나중에 이야기 해줄게."
그 말을 그런 얼굴로 하면 나 좀 설레는 데. 아, 잠시 한 눈 판 사이에 또 다시 화면 속 내가 죽었다. GAME OVER. RESET 버튼이 아래에서 깜빡였다.
좋아한다는 고백은, 나중에 할게. 그렇게 생각하는 켄마.
닝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는 켄마. 모든 경우의 수를 전부 따져서라도 너를 구할게.
수 백번, 수 천번 시간을 돌려서라도 닝을 살릴 켄마.
4. 마츠카와 잇세이
"좋아해."
"...에?"
"사실 이렇게 말고 멋있는 곳에서 최고로 좋은 기억으로 남게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야야, 그러면 나 이거 못 들은 걸로 할게. 나중에 다시 해 줘. 그 때 받아줄게."
"괜찮아. 어차피 기억 못 할거니까."
"응?"
"사랑해."
넌 무슨 고백을 그렇게 울 것 같은 얼굴로 하냐?
시간을 돌릴 때마다 고백하는 마츠카와와 그 중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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