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된 카테고리 만화/애니
글쟁이인데 간만에 써보고 싶어서...
남주 서사로 뭐가 더 좋은지 시장조사 하러 왔습네다!
(창피하니까 펑 예정)
1. 쿠로오 테츠로
하나, 둘, 셋 하면 눈을 떠.
눈을 뜨고, 나를 봐.
소극적이었던 어린 시절. 쿠로오에게 (-)는 큰 별이었다.
그늘 아래 혼자 서 있는 쿠로오에게 그 애는 항상 천진하게 손을 뻗었다. 달리기를 잘 해서. 키가 커서. 정글짐을 잘 타서. 이유는 늘 달랐지만 뻗어지는 손 만큼은 한결 같았다. 붙잡으면 결코 놓지 않을 것처럼 단단하게 잡아오는 손이 쿠로오의 불안감을 모조리 날려버리곤 했다. 찰나 같던 여름 방학이 지나고 이제는 그 애의 손 없이도 그늘을 벗어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애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이라면 효고로 돌아갔단다.’ 그 애의 할머니에게 들은 말은 충격적이었지만 그래도 돌아올 거라 믿었다. 인연에 끝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아직은 모르는 나이였다. 그늘로 다시 돌아가 기다려도 그애는 돌아오지 않았다. 뻗어지는 손은 다른 아이의 것이었다. 처음 겪는 누군가의 부재에 의한 아픔은 꽤 오랫동안 쿠로오를 괴롭혔다. 여름이 올 때, 여름이 지나갈 때 열병처럼 그 애를 앓았다. 그 애가 생각나서 아픈지, 아프니까 그 애가 생각나는지 알 수 없었다.
훗날 쿠로오의 여름 감기는 첫사랑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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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부모님의 이혼으로 여주는 다시 할머니 집에서 살게 되는데, 쿠로오는 여주를 바로 알아보지만 여주는 모릅니다. 쿠로오는 그게 내심 자존심이 상해서. 자신만 특별했다는 걸 확인 받고 싶지 않아서 굳이 아는 채 하지 않죠. 사실 여주는 쿠로오를 보고 며칠 있다가 기억하게 되는데, 쿠로오는 까맣게 잊은 것 같아서 그냥 없던 셈 칩니다. 쿠로오는 여주를 보고 다시 사랑에 빠지지만, 첫사랑의 환상이 깊어서 그런가 왠지 여주랑 사귄다는 건 상상이 안 갑니다. 설상가상 여주는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불편하답니다. 쿠로오는 여주를 좋아하는 마음을 티 내지 않을 자신이 없어서 그냥 가벼운 사람인 척 하기로 합니다. 다정하게 굴고 자꾸만 닿지도 못할 손을 뻗고 갖고 싶어 죽을 것 같은 눈을 하지만 본인은 사랑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냥 반응이 재밌잖아.’ 하며 자기는 원래 스킨십을 좋아한다며 나쁜 남자인 척 하죠.
2. 미야 아츠무
어차피 결혼은 내랑 할낀데.
익숙하면 편해진다더니, 아츠무는 도리어 길을 잃었다.
언제부터 친했냐고 묻는다면 그냥 어릴 때. 어쩌다 친해졌냐고 물으면 잠시 미간을 좁히다 ‘놀이터에서…?’ 하고 자신없게 답할 것이다. 두 사람은 거의 소울 메이트처럼 죽이 잘 맞았다. 관건인 아츠무의 싸가지도 (-)에겐 상관없었다. 간혹 열 받으면 머리채 잡고 싸우면 그만이었다. 다음 날이 되면 없던 일처럼 잊어버리니까. 당연하게만 느껴지던 (-)가 소중하게 느껴진 건 중학교 때의 일이었다. 구름을 보고 솜사탕을 떠올리듯, 아츠무는 (-)를 보다가 문득, ‘쟤랑 살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결혼하자고 했더니 단칼에 차였다. 이혼하기 싫다는 게 이유였다.
‘ 뭐? 이혼을 왜 해?’
‘ …바람이 나거나, 양육 문제나 시댁 문제 뭐 그런 것들.’
‘ 내가 그럴 거 같나!’
‘ 푸핫, 모르지. 17년을 같이 살아도 부부 사이는 알 수 없어.’
기분만 상한 아츠무의 첫 프러포즈는 그렇게 끝났다. 그래도 아츠무는 (-)가 자신과 결혼할 거라고 확신했다. 다른 남자와 사는 (-)는 그다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이 세상에 자신보다 그 애를 잘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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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잘못된 우정으로 시작한 프러포즈가 진심이 되어 버렸습니다. 처음엔 정말 여주가 다른 사람이랑 결혼해서 자기랑 안 놀아줄 바엔 나랑 결혼하는 게 낫지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거였는데, 이제 진심으로 소유욕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여주한테 접근한 남자는 어떻게 해서든 보복합니다. 정확히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로 그런 감정을 갖게 되었어요. 사귀자는 말보단 결혼 하자는 말을 더 자주 합니다. 그리고 ‘사랑’이란 단어는 한 번도 입에 올린 적이 없어요. 오글거려서 그런 것도 있고, 친구 사이(?)에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러니한 인물입니다. 결혼하고 싶고 좋아하지만 사랑이란 말은 어쩐지 어렵습니다. 아직은 친구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어요. 친구로 너무 오래 지내온데다, 사랑은 여주가 처음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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