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나는 몇가지 약을 n년차 복용하고 있는 약간 복합적인 정신과 환자야
전남친한테 크게 데이고 정신과를 다니게 됐는데 그때 직장선배 한 분이 인생선배 역할을 해주셨어
전남친 만나기 훨씬 전부터 그 선배를 알고 있긴 했는데 별 접점이 없었어
그러다 남친을 만나던 중에 마침 그 분이 팀장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어
좀 빡센 프로젝트였는데 미리 변명부터 하자면
나도 원래는 일잘알이었거든? 이건 진,,짜야ㅋㅋㅋㅋ 않이 진쟈루 흐흑
근데 암튼 프로젝트 도중에 전남친이랑 헤어지지면서,,, 웅 지팔지꼰 맞지만 내가 민폐팀원이 돼버렸지 모야
안 하던 지각을 갑자기 밥 먹듯이 하고 결근도 하고 난리다 보니까 팀장면담에 들어가게 됐지
이 분이 평소에 업무적으로는 참 멋있고 선배로서도 친절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뭐라 그래야 되지 개인적인 관계를 잘 맺지 않는?
아무튼 별로 개인적인 얘기 안 좋아하는 분으로 알고 있어서 좀 쫄았단 말이야
내 상태를 설명하려면 내 개인사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아가지구
아무튼 근황부터 시작해서 얘기를 시작하는데 이 분이 너어무 잘 들어주시고
그뿐 아니라 이런저런 질문을 침착히 해주시는데 어느새 내가 친구들한테도 못하던 얘기를 구구절절 눈물까지 흘리면서 하고 있더라고
근데 있지,,, 더 놀라운 건 이 선배가,,
내가 지금 전남친 땜에 힘든 것도 힘든 거지만 내가 생각해도 팀에 너무 개민폐라 송구함 때문에 힘든 것도 진짜 컸는데
그래도 괜찮다고 나를 위로하시는 거야
그동안 나 너무 열심히 해왔지 않냐고
자기가 다 수습할 테니 혹시나 민폐라는 생각하지 말고 그만두려는 생각도 하지 말고 나는 일단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된대
지금 생각해도 좀 울컥한다
직장에서 그것도 팀장한테 이런 얘기를 들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씽 ㅠㅠㅠㅠ 눈물나,,
여기까지 말만으로도 되게 위로가 되고 그랬는데 사실, 현실은 냉혹하고 그런 말로 내 상황이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
난 여전히 아침에 몸을 일으키는 게 힘들고 늦은 오후 즈음이 되면 심장이 대기 시작하고 뭘 먹기만 하면 체하는데
근데 참, 세상에 이런 사람이 진짜 있더라?
정말로 있잖아,,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호받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를 느낄 만큼 나를 도와주시는데
내가 해야 될 업무를 다 대신 해주시면서 내가 숟가락을 얹게 해주시더라
분명히 이거 내가 해야 되는 일인 것 같은데 그 분이 다 하고 계시면서 이 부분 이 부분은 내가 했으니까 내가 한 게 맞다고 대단한 거라고 그러시더라
아 나 또 울컥한다 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
여차저차 프로젝트는 무사히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그 후속사업도 연계돼서 진행 중인 걸로 알고 있어
결국 나는 건강이 너무 회복이 안 돼서 1년쯤 버티다 퇴사하고 쉬고 있지만
내 인생에 그런 분을 선배로 만나 도움을 받고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
진짜 내 인생의 많은 축복 중 손에 꼽을 축복이라 생각해

인스티즈앱
현재 천만 서울시민마다 갈리는 지하철 습관..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