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건 아빤데 내가 죄책감이 들어
인스티즈는 처음이라 어색해도 양해 바랄 게 그리고 엄청 장문 될 것 같은데 그것도 미안
아빠가 바람났거든?
근데 이게 처음이 아니야.. 너무 민감한 주제다 보니까 다 얘기는 못 하는데 외도 횟수가 내가 아는 것만 이번 포함 세 번이고 더 있을 수도 있어.
일단 내가 장녀고 밑으로 초등학생 남동생 여동생 이렇게 2명 있어.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지금 우리집 막내 나이 때쯤에 아빠 외도 걸리고 그날 저녁인지 새벽인지 양가 부모님 모두 오셔서 이혼한다 만다 난리란 난리가 났었단 말이야. 새벽마다 엄마랑 아빠랑 소리지르면서 싸우고 (아빠가 술을 자주 마시긴 하는데 취해서 손 올리는 사람은 절대 아니야) 뭐 그런 집안에서 컸어. 근데 이번에 또 그래. 또 이혼한다 만다 난리가 났어.
나는 지금 유학 중이라 집에 없는데도 스트레스 받아 답답해 죽을 것 같은데 전화기 너머로 막내가 미친 듯이 울면서 엄마아빠 이혼하지 말라 그러더라... 부모님 이혼하면 동생들은 아직 해외 나가기는 너무 어려서 제주도 국제학교로 보낼 생각이었나 봐. 근데 엄마가 나한테 막내가 너무 스트레스 받아 한다고 이번에도 내가 참아야겠지. 하더라. 나는 제발 이혼했으면 좋겠거든. 알아 나 지금 유학하고 있는 거 이혼하고 나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거고 우리 집 빛이 없는 것도 아니고 들은 것만 몇억이고 현실적으로 많이 힘든 거. 특히 동생들은 더 어려서 게네들은 더 힘들 거라는 거
큰딸은 유학 보내고 동생들도 한국에서 국제학교 보내는데도 솔직히 우리 집 그렇게 갑부 아니야. 월세집에 엄마는 일요일 빼고 계속 일하시고 어떨 때는 일요일도 일하셔. 점심에 커피랑 빵 말고는 저녁에 제대로 된 한끼 겨우 드셔. 근데 아빠는 게임 술 한달에 두세 번 골프 (필드 한번 나가면 기본 백은 깨지는 걸로 앎) 모임 술 게임 이것밖에 안한단 말이야.. 사업도 엄마말 절대절대절대 죽었다 깨어나도 안 듣다 다 말아먹고 사기 당하고...
솔직히 부모님이 다 얘기해주시진 않아서 아빠가 돈 벌어오는 루트(?)도 제대로 모르고 빛, 재산 그런 거 다 얼마인지 모르고 아빠 바람났던 것도 1년 전쯤인가 머리 좀 크니까 그때 엄마가 다 말해줘서 알게됐던 거
근데 이번에 또 걸렸다. 얼마 지나지도 않았어. 저번에 엄마 카드로 당당히 모텔 긁는 바람에 내역 떠서 집안 뒤집은 주제에 이번에는 또 카톡 내역 걸렸어. 엄마가 뭐라 그러니까 또 봤어? 그러면서 오히려 엄마한테 뭐라고 그러더라. 그러고서는 아빠가 엄마한테 “내가 의지박약인가 봐 자기한테 많이 미안해” 이랬대.
의지박약이라 하는 것도 웃기고 한평생 절대 안 변하는 사람인 것도 웃기고.
이쯤 되니까 도대체 이 집안은 뭐 하는 집안인지 해탈하고 어이없고 웃겨.
대충 지금 상황은 저렇고
지금 내가 제일 스트레스 받는 거는 아빠가 아니라 엄마.
엄마가 나보고 너는 왜 방관하냐 그러더라. 아빠한테 네가 좀 말해보라면 계속 나보고 물어보래.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외할머니한테까지 전화가 와서 막내 봐서라도 이혼 안 하게 아빠한테 잘 말해보래
어떻게 잘 말해보라는 걸까? 자식들 끔찍이 사랑하는 인간이라 자식들 말 철석같이 들을 인간이면 애초에 바람도 안 피웠을 거고 이게 첫 외도도 아니고 계속 이랬는데. 어른들 일에 끼어들면 끼어든다고 그래서 입 닫고 있으면 방관한다고 혼나...
나는 자꾸 머릿속을 맴도는 게 엄마가 이 사건 전에 모텔 카드 사건에서 -이번에는 진짜 이혼 서류 가지고 와서 보여줘야지 니네 아빠가 이 짓 그만하지- 라고 말한 적이 있거든? 그래서 아 이혼할 생각은 없구나 싶었어 그때는. 당연하지 애가 셋인데 아빠한테 넘기기에는 자격이 없고 엄마 혼자 짊어지기에는 너무 무겁고.
나한테 이번에는 무조건 이혼 한다 그랬다? 근데 뭔가 싸한 게 이번에도 진짜 이혼까지는 안 갈 것 같은 거야. 그래서 내가 애들은 건들지마라 기도했거든. 이 집에서 먼저 커서 이 똑같은 상황을 먼저 겪은 나는 너무 힘들어. 그때는 나도 어려서 말 지질이도 안 들을 때라 엄마가 나 아빠한테 버리고 갈까 봐 무서웠어. 이혼보다 그게 더 무서웠어 아빠가 책임감이 정말정말정말 없거든.
그랬는데 애들 앞에서 나 너희 아빠랑 이혼할 거고 너희는 제주도에 기숙사 있는 학교로 갈 거고 등등을 다 말하고 나한테 전화하더라. 전화 너머로 막내가 거의 하듯이 우는데 진짜 너무 슬프면서 너무 화가 났어 그와 동시에 이쯤 되면 이번에는 진짜 이혼인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계속 엄마한테 엄마가 어떤 결정을 내리던 나는 엄마 편이고 나는 이혼 백번이고 이백 번이고 찬성한다고.
근데 또 참고 넘긴대.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래 엄마 선택이니까.
그럼 애들은 왜 건드렸어. 나는 그것만 안 했으면 둘이 지지고 볶든 지지고 싸우든 덜 힘들었을 텐데. 피해자인 엄마한테도 내가 감히 화가 났고 이 모든 원흉인 아빠한테는 너무너무 화가 나서 그냥 방에서 혼자 가슴 치면서 울었어.
내가 보기에는 이거 그냥 엄마가 자식을 협박용으로 쓰는 거로 밖에 안 보여.
애들이 이런데 네가 이혼을 할 수 있겠어? 그래도 네 자식인데? 이런 정도.
동생들한테 너무 미안해 누나 언니로서 뭐 해주는 것도 없고 카톡으로 괜찮냐 한마디 밖에 못물어 봤는데 둘 다 괜찮대. 그 답장보고 진짜 너무 힘들었어. 절대 괜찮지 않을텐데 겨우 초등학생들인데. 덕분에 지금 기말인데 이 난리 치고 있다...
오늘 엄마랑 또 전화하는데 엄마 자기 안 도와주는 게 상식선에서 내가 도저히 납득이 안간데.
근데 내 상식 선에서는 어른들이 도저히 납득이 안가.
내가 아빠한테 따지고 화내고 울고 난리 핀다 쳐 근데 아빠를 계속 봐야하잖아. 아빠 볼때마다 너무 힘들 것 같아.
지쳐. 이번이 몇 번 째인지도 모르겠고 뉘우치기는커녕 계속 놀러 나간대. 골프 연습장 가고 지인 가계 오픈했다고 놀러 가고. 이게 외도 걸린 사람이 할 짓이야?
도대체 왜 아빠한테 아무 말 안 하냐면서 나를 계속 타이르는데 엄마 한 명이면 감당 가능한데 할머니한테까지 전화가 와서 똑같은 말을 나한테 똑같이 하니까 진짜 멘탈적으로 너무 힘들어. 내가 말 못하는 게 너무 어이없어서 뭐라 할 말이 안 나오는 것도 있고 내가 워낙 감성적이라 한번 표출하면 진짜 밑도 끝도 없이 선 넘어버릴까 봐 무서워. 그리고 19년동안 아빠를 봐온 딸로서 그 한마디로 바뀔 사람이 아니란 것도 너무 잘 알고. 엄마가 -아빠는 도대체 왜 그래요? 그 한마디가 어렵냐는데 나도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어렵다. 나는 차라리 제발 이혼했으면 좋겠어. 이기적인 생각인 거 아는데 이왕 애들 다 알게 된 거 아빠가 멈출 사람도 아니고 또 이런 일이 또 또 또 일어날 건데 그때마다 상처받는 건 엄마가 제일 크겠지만 애들한테도 정신적으로 너무 위태로워. 내가 그랬고. 제발 이왕 일 커진 거 한번에 처리해서 큰 상처 천천히 아물게 했으면 좋겠어. 자꾸 상처가 나으려고 그러면 이놈의 집구석이 또 후벼 파 내가 몇 번을 겪었는데도 익숙해지지 않더라 너무 아파. 같은 자리 후벼파고 또 후벼파고 결국은 안 아물어
근데 부모님 이혼 찬성하는 나는 내 욕심 때문에 동생들한테 못 할 짓 하는 것 같아 어른들 말씀 들어보면. 애들이 너무 어리대 그리고 학교 입학할 때 이혼 가정인 거 다 적히니까 그런 것도 걱정된대. 내가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거 같아. 초등학교 애들한테는 이런 위태로운 가정보다 이혼이 더 상처일까? 왜 나는 같은 부모 밑에서 똑같이 자라왔는데 반대로 생각하지? 또 다른 한켠으로는 둘째는 담담히 받아드렸대. 얘도 좀 많이 울긴 했는데 자기 제주도 갈때까지 기다려 달라 하더라. 하 진짜... 근데 막내가 그렇게 이혼하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얘가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는 아니고 이혼을 원하는 내가 얘의 의견을 묵살하는건가? 싶어. 이제는 그냥 뭐가 뭔지 모르겠다ㅠ
엄마가 나한테 자기 좀 살려달래
제발 누가 나도 좀 살려줬으면 좋겠다.
이제는 아.. 내가 그 쉬운 거 하나 못 말해서 내가 장녀 주제에 중간다리 제대로 못 하고 제대로 못 말려서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인가? 어른들 말대로 내가 손만 놓고 지켜보고 있는 거로 보이나? 나는 엄마 편인데 엄마는 내가 중립 기어 박고 있대. 아닌데. 초등학교 4학년 때 이혼한다고 난리 났던 그 새벽에도 난 엄마 편이었는데.
내가 동생 낳아달라고, 남동생 나오니 여동생 낳아달라고 조르지만 않았다면 아님. 내가 일찍이 독립해서 혼자 잘 살 수 있었으면 엄마 발목 안 잡을 수 있는 거 아니었을까? 생각 들어. 처음에는 왜 나한테 난리? 였다가 어이없다가 슬펐다가 화가났다가 해탈했다가 별의 별 감정 다 겪고 나니까 남는 건 자책밖에 없더라.
엄마도 지금 너무 힘들 텐데 엄마한테 실망한 내가 너무 호러자식 같고 동생들한테 아무것도 못 해주는 바보누나언니고 아빠한테 한마디도 못 하는 이가 된 것 같아. 웃겨 죽겠는데 다 나 때문인 것 같아
오늘 하루만 울다 웃다 화내다가 축 늘어져서 아무것도 안하다가... 엄마가 맨날 감정기복 심한 나한테 조울증이냐고 뭐라 그랬는데 진짜 그런 걸 수도
나는 도저히 도저히 어른들을 이해 못 하겠어.
그냥 이 상황 자체가 이해가 안 가.
계속 바람 피는 아빠도 이해가 안 가고
이걸 나한테 뭐라 그러는 엄마도 이해가 안 가고
그런 엄마를 이해 못 해주겠는 나한테도 이해가 안 가고
이러니까 내가 너무 이상한 것 같아 내가 미친 것 같아.
제발 누가 어른들의 생각을 나에게 납득 좀 시켜줘. 내 사고회로가 아직 너무 뒤떨어지게 애 같아
솔직히 어른들의 일이라 내가 함부로 끼어들어서 이러쿵 저러쿵 말 늘여놓는 거 어려운 것도 사실이야.
내가 아직 너무 깊게 생각을 못 하는 걸까? 정말로 지금 나의 생각이 너무 이기적이야?
내 생각이 그렇게 잘못된 건지 지금 내가 완전 잘못하고 있는건지 궁금해. 차라리 답이라도 있으면 공부해서 답만 맞추지 이거는 뭐 교과서도 없고 뭐도 없고...
혹시라도 이렇게 생각해 본 적 있어? 싶으면 그런것도 써주라.. 뭐라도 알아야 할 것 같아... 내가 생각이 얕은 건지 너무 답답해...
너무 두서없고 장문이라 지루했을 텐데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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