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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1369l 14
이 글은 1년 전 (2022/12/06) 게시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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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업 (천천히 옮겨낼 예정입니다)

햇살같은 보쿠토 코타로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BGM : Near light




해사하게 웃는 녀석의 모습 뒤에 숨겨진 그늘을 사람들은 알까?


그 그늘 속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남은 건 추락 뿐이라는 것을.



비닉 祕匿





문 틈새로 불어오는 시린 바람을 맞으며 완연한 겨울을 느낀다. 눈을 뜨지 않아도 지금 그가 이 자리에 없다는 것 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손을 뻗어 아직 온기가 남은 그의 빈자리를 쓸어 보지만, 그럴수록 채워지지 않는 갈망만이 더욱 크기를 키워나갈 뿐이다.


늘 완벽한 그. 하지만 그런 그도 오늘 내 곁에 남은 그의 흔적마저 지우고 떠난 건 아닌 듯 했다.


'널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 한 순간이었지만.'


그 말을 하던 그의 표정이 어땠는지, 이제 더는 기억나지 않는다.



-



보쿠토 코타로. 그에 대해 설명하려면 대체 어디서 부터 말을 꺼내야할지 모르겠다.


그와 나의 첫 만남은 약 10년 전 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시미츠 중학교 출신인 그는 내가 아는 한 후쿠로다니 학원에서 가장 유명한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후쿠로다니의 보쿠토 코타로가 배구로 유명하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3학년이 되기 전까지 보쿠토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 별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아는 보쿠토라고는 배구부 에이스에, 공부를 썩 잘하지 않는 전형적인 분위기 메이커 정도. 그마저도 급식을 먹을 때나 수업 들을 때를 빼면 연습 경기나 전국 대회같은 이런 저런 이유로 얼굴을 보기가 무척이나 힘든 존재였다. 하지만 운동부 녀석 주제에 등교할 때 구두를 신고 등교한다는 점이 특이해서, 그 부분만큼은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예습을 위해 남들보다 늘 한두시간 정도 일찍 등교하는 편이었다. 새벽 6시라 함은, 보통 번화한 길목을 지날 때조차 나다니는 사람 수가 확연히 적은 시간대였다. 하지만 평소와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선 어느 날, 등교길에 교문 앞 분위기와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검은 세단 한대가 서있는 것을 보았다.


"?"


운전석에는 차체 만큼이나 검은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한 눈에 봐도 학부형으로 보일 만한 나이대는 아니라는 것 쯤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나는 문득 그 차에서 내리는 이가 누구일지 몹시도 궁금해졌다. 그래서 학교로 향하던 걸음을 늦추고, 교문 앞에 멈춰선 차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짙은 코팅으로 뒤덮힌 전면 유리는 뒷좌석에 앉은 이의 실루엣만을 겨우 내비치는 정도였다. 나는 한동안 꼼짝도 않고 제자리에 서서, 뒷좌석에 앉은 이가 어서 차에서 내리기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다.


"…!"


얼마 안가, 검은 세단의 차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누군가 구둣발로 걸음을 내딛는 광경이 보였다. 심지어 차문을 열고 닫는 행위조차 일절 그의 손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자신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남자에게 가벼운 목례를 건넨 뒤, 제자리에 서서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지간히 잘 사는 집안의 자제구나.'


예상했던 대로 운전석에 앉은 남자는 학부형이 아닌 이십대로 보이는 젊은 남자였다. 하지만 차문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모습이 드러나자, 나는 순간적으로 내 두 눈을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처음 그 광경을 목격했을 때는 몹시 경악하고 말았다. 뒷좌석에서 내린 이가, 다름 아닌 보쿠토 코타로였기 때문이다. 단장을 마친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길쭉한 다리로 휘적휘적 교문을 향해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가 정말로 내가 아는 보쿠토가 맞는지 의심 마저 들 지경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교문 앞에서 마주친 그의 얼굴은 평소의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지독한 무표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탄탄대로가 보장되는 사립 명문고 출신에, 전국에서 손 꼽히는 운동부 에이스라는 그의 배경은 그 상황을 충분히 납득이 가게 만들었다.


어쨌거나 그 날 이후로도 나는 거의 매일같이 교문 앞에 선 검은 세단을 마주쳤다. 한달 쯤 지났을 때 부터는, 그가 타고 내리던 차번호를 정확히 기억해 낼 정도가 되었다.




-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정한 갯수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게 된다. 그것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누구에게나 한결같은 사람이 되기란 하늘의 별따기 보다도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익숙해지기만 한다면, 덮어쓴 가면의 갯수를 늘려가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 녀석과 나는 3년 동안 같은 반이었다. 우연도 우연이지만, 3학년이 되기 전까지 진학반과 예체능반이 따로 나뉘어져 있지 않은 탓도 컸다. 하지만 그와 나는 같은 반이라는 점 외에 아무런 접점도 없는 사이였다. 늘 공부만 하던 내가 운동부 출신의 활달한 녀석들과 어울릴 만한 기회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물론 각자의 주력 분야가 다르기도 했지만, 애초에 내가 폭 넓은 교우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내 성격은 결코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없었다. 나는 대게 남들이 이유없이 베푸는 친절이나 호의 속에는 항상 숨겨진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었다. 그리고 지금껏 겪어온 바에 의하면, 내 판단이 빗나간 경험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반면에 겉으로 보이는 그는, 나와는 성정 자체가 다른 사람이었다. 의도치 않아도 그의 주변에는 늘 그와 가까워지길 원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좀처럼 어울리지 못하던 나와는 대조적으로, 그에게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분명한 힘이 있었다.


하지만 동성상응이라는 말이 있듯이, 나는 늘 한결같이 밝고 명랑한 보쿠토에게도 어딘가 뒤틀린 구석이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그런 내 의심이 확신으로 돌아선 건, 후쿠로다니에서의 마지막 해(歲)가 저물어 가고 우리의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을 무렵의 일이었다.


추천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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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닝겐
문제의 날 밤, 실험을 위해 학교에 남아 있던 나는 비교적 밤늦은 시간에 하교를 하게 됐다. 3학년에 들어 실험동아리 장을 맡게 된 이후로 종종 겪어온 일이었다. 우리 집은 도쿄 외곽의 단독 주택으로, 내가 다니던 학교와는 꽤 거리가 먼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도 족히 30분은 걸리는 거리에, 가는 길은 또 어찌나 험난한지 빛도 잘 들지 않는 골목을 굽이굽이 돌아가야만 했다. 한참을 걸었을까, 이어폰을 찾기 위해 한창 가방을 뒤적거리며 컴컴한 골목 어귀를 돌고 있을 때 쯤이었다.

"윽…!"

어디선가 고통을 참는 듯한 신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 소리에 반사적으로 걸음을 늦추고 담벼락 뒤로 몸을 숨겼다. 소리의 근원지는 약 두블럭 쯤 떨어진 길목인 것으로 추정됐다. 집으로 돌아가려면 당장에 그곳을 지나야 했기에, 나는 상황을 지켜보려 담벼락 너머로 슬쩍 고개를 내밀었다. 거의 동시에, 건너편 담장에 가려 보이지 않던 곳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발길질에 의해 튕겨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1년 전
글쓴닝겐
"…!"
"…아저씨."

어둠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향해 누군가 말을 건네왔다. 자세히 보니 고장난 가로등 아래 사복을 입은 남자 하나가 더 서있는 것이 보였다. 바닥을 구르고 있는 남자의 얼굴은 온통 피투성이가 된 상태였다. 반면 가로등 아래에 선 남자의 손에는 아무런 무기도 들려있지 않았다. 피를 발견한 나는 즉시 숨을 죽였다. 곧 무장해제가 된 자세를 추스른 피투성이의 남자가, 자신을 걷어찬 남자를 향해 간절한 목소리로 엎드려 빌기 시작했다.

"도, 도련님 제발 살려…!"
"아저씨는 뭘 위해 살아요?"

1년 전
글쓴닝겐
느릿한 말투로 그의 말을 끊어낸 남자가 여전히 자신을 향해 엎드려 빌고 있는 남자에게 서서히 다가서기 시작했다. 멀리서 바라본 피투성이 남자의 얼굴은 이미 섬뜩한 두려움에 휩싸인 채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어쩐지 그 말을 내뱉는 남자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아버지?"

또각- 주위를 둘러싼 공기마저 짓누르는 듯한 높은 구둣발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의 서늘한 목소리에는 말로 형용하기 힘든 엄청난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

1년 전
글쓴닝겐
"아버지 감시견 노릇 제대로 하시려면 저 하나쯤 물어뜯을 힘은 있으셔야죠."
"죄, 죄송합니다! 도련님 저는 정말…! 윽!"

양복을 입은 남자가 입을 열자, 그는 더 듣기 싫다는 듯 남자의 몸을 지탱한 팔을 세게 걷어차 버렸다. 나는 너무 놀라 황급히 입을 틀어막고 말았다. 남자가 쓰러지던 순간, 그를 걷어찬 이가 누구인지 똑똑히 확인하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1년 전
글쓴닝겐
"왜, 저는 못 죽이시겠어요?"

…보쿠토 코타로.

그의 모습에, 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던 두 다리에 완전히 힘이 풀리고 말았다. 멀리서 바라본 그의 두 눈에는 남자를 향한 분명한 살의가 담겨 있었다. 그의 눈빛을 읽은 나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공포감에 몸서리를 쳐야 했다.

1년 전
글쓴닝겐
직감적으로 알았다. 당장 그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내가 목격한 모든 일들은, 결코 내 입 밖으로 꺼내어져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것을. 입을 여는 순간, 위험해지는 건 도리어 내가 되고 말 거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는 자꾸만 힘이 풀리려는 두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댔다. 그에 대한 분노나 실망감보다, 당장에 그곳을 벗어나야만 한다는 다급한 마음만이 나를 끊임없이 재촉해왔다. 나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그곳을 벗어나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가 서있던 곳에서 어느정도 멀어졌다는 생각이 든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장 가까운 도로를 향해 미친듯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1년 전
글쓴닝겐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정한 갯수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게 된다. 그것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동성상응이라는 말이 있듯이, 나는 늘 한결같이 밝고 명랑한 보쿠토에게도 어딘가 뒤틀린 구석이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내가 목격한 그의 모습은, 이제껏 내가 상상하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잔인하고도 위험해 보였다.
1년 전
글쓴닝겐
-

다음 날 아침, 나는 담임 선생님을 통해 보쿠토가 결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입학 이래로 단 한번도 학교를 빠진 적이 없던 그가, 그 날 처음으로 결석을 하게 된 것이다. 나는 어쩐지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전날의 사건에 대한 명백한 방관자가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나는 비겁한 자신에 대한 책망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게 되었다.

1년 전
글쓴닝겐
-

보쿠토는 다음 날 아침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등교했다. 그는 자신의 안부를 물어오는 이들에게 잠시 몸살에 걸렸다는 핑계만을 둘러댈 뿐이었다. 그가 평소와 다름 없는 기색으로 다른 사람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차마 그가 앉은 쪽으로 고개를 돌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닝! 책 안 챙겨?"

5교시 수업을 마치고 한창 교과서 필기를 노트에 옮기던 와중이었다. 이동 수업을 위해 나를 부르는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와, 나는 그제야 번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시계를 보니 쉬는 시간이 채 5분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나는 곧바로 몸을 돌려 교실 뒷편에 붙은 시간표를 확인했다.

1년 전
글쓴닝겐
'생물이구나.'

생물 실험을 위해 자리를 옮겨야 했지만, 생물 선생님께서는 어차피 매 수업마다 5분 이상 씩 늦으시는 분이었으니 나는 친구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교실에 남는 쪽을 택했다.

"우리 먼저 가 있는다?"

홀로 교실에 남은 나는 수업 종이 치기 직전이 되어서야 겨우 노트를 덮었다. 바쁘게 실험 가운을 챙기고 교실 문을 나서려는데, 문 밖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1년 전
글쓴닝겐
"닝, 이제 가?"

흠칫- 내딛던 발걸음이 멈추었다. 비스듬히 벽에 기대어 선 보쿠토가 느릿느릿 내 이름을 부르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 모습에 놀라 덜컥 겁을 먹은 나는, 저도 모르게 그에게서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1년 전
닝겐1
🤭
1년 전
닝겐2
이런 보쿠토도 보고싶었습니다 ㅜㅜ
1년 전
글쓴닝겐
자급자족하고 싶어 쓴 글이지만 맘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1년 전
글쓴닝겐
"문 잠궈야 하는데."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밝게 웃으며 손에 쥔 열쇠를 내 눈 앞으로 슥 내밀었다. 나는 그가 주번이라는 것을 눈치채곤 곧바로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곤 평소와 다름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에게 대꾸했다.

1년 전
글쓴닝겐
"응. 늦어서 미안."
"난 걸음이 빨라서 괜찮은데. 닝은 잘못하면 늦는 거 아냐? 종 치기 전에 도착하려면 뛰어가야 될걸."

보쿠토는 그렇게 말하며 익살스럽게 달리는 시늉을 했다. 장난기 가득한 그의 모습은, 내가 이틀 전에 본 그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괜찮아. 과학 선생님도 매번 늦으시는데 뭐."
"그래? 그럼 같이 걸어가자! 근데 뭐 하다가 늦은거야?"

…그 말을 듣고나니 갑자기 혼자 교실에 남아있던 것이 후회가 됐다. 역시 그와의 동행은 썩 달갑지가 않아서.

1년 전
글쓴닝겐
"수업 필기 좀 노트에 옮기느라."

"우와, 그럼 공부하느라 쉬는 시간 내내 반에 앉아 있었던 거야?"

"…응. 필기 옮기는 건 미리 안 해두면 귀찮아서 시간이 배로 걸리거든."

"역시 공부 잘 하는 애들은 다르구나! 난 조금만 앉아있어도 다리에 쥐가 나던데."

"대신에 너는 배구를 잘 하잖아.“

1년 전
글쓴닝겐
나는 그의 숨겨진 모습을 본 유일한 사람이긴 했지만, 어쩐지 그의 지나치게 명랑한 말투를 듣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그에게 동화되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결국 내 입에서 그를 향한 칭찬과도 같은 문장이 튀어나가자, 페이스에 말린다는 것이 이런 건가 하는 어처구니없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하, 맞아! 이래 봬도 나 우리 학교 에이스거든. 그래도 똑똑한 사람은 항상 부럽더라. 그러고 보니 닝 너는 우리 반 일등 맞지?"
"맞긴 한데…, 갑자기 그건 왜?"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그러고 보니 우리 3년 내내 같은 반이었는데, 말도 제대로 못 섞어봤네."

1년 전
글쓴닝겐
그의 뜬금없는 감상을 듣고나니, 그가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지 몹시도 궁금해졌다.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다보니 어느덧 이동 수업 교실 근처까지 도착한 상태였다. 나는 참아왔던 한숨을 내쉬고 품에 든 교과서를 꼭 껴안았다. 그의 마지막 말에는 딱히 무어라 대꾸해야 할지 몰라, 그저 무안한 미소를 띠며 교실 문으로 손을 뻗으려던 찰나였다.

"…있잖아."

꿈쩍도 않는 교실 문에서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져지고 있었다. 보쿠토가 한 손으로 문을 막은 채 나를 막아선 것이다. 나는 영문을 몰라 그를 올려다보며 그가 다음 말을 내뱉길 기다렸다.

1년 전
글쓴닝겐
"나도 배구 연습하느라 늦게까지 남아있을 때가 많긴 한데,"

아까와 비슷한 톤으로 입을 연 그가, 조금 전 대화와는 전혀 맥락에 맞지 않는 문장을 꺼내오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의문스러운 얼굴로 그런 그를 말없이 지켜보았다.

"닝 너, 하교가 너무 늦더라."

…그 말을 듣고 나니, 순식간에 등줄기로 소름이 끼쳐왔다.

1년 전
닝겐3
와 센세 호출!
1년 전
글쓴닝겐
앗 타이밍이 😜
1년 전
글쓴닝겐
내 품 안에 든 교과서가 바닥으로 툭- 떨어져 내리자, 그는 느긋하게 그것을 줍더니 내 품 안으로 그것을 도로 돌려 놓았다. 나는 가로등 아래에 선 보쿠토의 서늘한 얼굴을 보았을 때처럼, 두려움에 덜덜 몸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수업 열심히 들어."

1년 전
글쓴닝겐
보쿠토는 그런 나를 한번 슥 바라보더니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는 교실 안으로 유유히 걸어들어가 버렸다. 나는 순식간에 머리가 새하얘지는 것을 느꼈다. 수업 종이 울리고 복도 저편에서 선생님의 모습이 보일 때까지, 나는 교실로 발을 들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내가 교실 안으로 발을 들였을 때, 나는 내게 빤히 닿아오는 그의 시선을 억지로 무시하려 애를 써야 했다.
1년 전
글쓴닝겐
그날 이후로 그는 나를 철저히 모르는 사람처럼 취급해왔다. 복도에서 우연히 그를 마주쳤을 때도, 심지어 이동수업 시간에 바로 옆자리에 앉게 되었을 때조차 그는 내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겉보기엔 전혀 달라진 것이 없던 그였지만 나만은 그의 미묘한 변화를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의 시선이 느껴질 때면, 그 시선을 피하는 쪽은 언제나 내가 되었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완벽히 지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것을 실행하려 무던히 노력해왔던 것이다.
1년 전
닝겐4
와 대작이다
1년 전
글쓴닝겐
부족한 글이지만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1년 전
닝겐5
정말최고야
1년 전
글쓴닝겐
쎄한 캐릭 처돌이라 캐별로 써볼까봐요..😂
1년 전
닝겐6
쎄쿠토도 사랑이죠....😶❤️
1년 전
글쓴닝겐
쎄쿠토가 왜리 좋은지 모를 일🥲
1년 전
닝겐7
하앙.... 센세 재업이라뇨...! 사랑해요😭😭😭
1년 전
글쓴닝겐
익만에선 금방 삭제됐지만 호옥시나 알아보시는 분 계실까봐 달아놨어용ㅎㅎㅎ
1년 전
닝겐8
명작 등장
1년 전
글쓴닝겐
ㅜㅜ 많이 부족하지만 감사합니다
1년 전
글쓴닝겐
여직 겨울의 찬 기운이 가시지 않은 3월의 교정은 봄의 초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나는 단상 뒤에 홀로 자리를 잡고 서서, 스피커에서 내 이름이 들려오는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위원장 상, 성명 닝. 위 학생은 평소 품행이 단정하고, 학업 성적이 우수하여…"

지루한 아침 조례를 듣듯이 따분한 문장들이 이어지고, 단상 아래에 선 이들의 의례적인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두 손으로 상장을 건네받으며 나이가 지긋한 남자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몸을 돌려 단상 아래를 향해 같은 인사를 반복하자, 몇몇 이들의 짧은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나는 단상을 내려오며 제일 뒷자리에 선 그를 어렵잖이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친 것을 느꼈는지, 내가 고개를 돌릴 때까지 나를 향한 시선을 쭉 떼지 않고 있었다.

1년 전
글쓴닝겐
맞벌이를 하시던 부모님이 학교에 오시지 못한 나는, 그 흔한 꽃다발 하나 없이 졸업식을 마쳐야 했다. 하지만 교실에 둔 짐을 챙기고 다시 교정을 나서는 동안에도 딱히 아쉬운 마음은 들지 않았다. 무난하다면 무난하게 흘러온 학창 시절이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단 하루의 기억 만큼은 제외하고서. 혼자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막 교문을 나서려던 찰나에, 누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1년 전
글쓴닝겐
"닝!"

뒤를 돌아보니 해사하게 웃고 있는 보쿠토의 모습이 보였다. 지난 몇 달 동안 한마디도 섞지 않은 그가, 뜬금없이 나를 불러세운 것이다. 그것도 아주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나는 당최 그의 의도를 파악할 길이 없어 대체 무어라 대답을 해야할지 망설여졌다.

바로 그때, 그의 등 뒤에서 배구부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사진기와 꽃다발을 들고 나타났다. 내가 잠시 당황한 사이 그는 자연스럽게 나를 향해 다가와 멍하니 선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나는 얼떨결에 교문 앞에서 그에게 붙잡힌 채로 그의 동아리 사람들이 들려주는 꽃다발을 손에 들었다.

1년 전
글쓴닝겐
"평소처럼 웃어 줘."

그렇게 말한 그가 내 어깨를 감싼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 바람에 나는 그의 너른 품 안으로 바싹 붙어선 꼴이 되고 말았다. 곧 카메라를 들고 있는 부원들 중 하나가 양쪽 무릎을 굽혀 사진의 구도를 잡는 것이 보였다.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던 그가, 내게만 들릴 만큼 낮고 고요한 목소리로 나를 향해 속삭였다.

1년 전
글쓴닝겐
"웃어 줘. 친구들이랑 있을 때처럼."

곧 사진기의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났다. 그의 친구들은 사진을 찍은 뒤에도 한참동안이나 자기들끼리 서서 사진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들이 한참 만에 우리를 향해 다가올 때 까지도, 그는 내 어깨를 붙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1년 전
글쓴닝겐
"웃으니까, 예쁘네."

…여전히 이상한 기억으로 남은 그와의 마지막 순간.

내겐 늘 두렵기만 하던 그의 마지막 말이, 왜 그리도 슬프게만 남아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1년 전
닝겐2
아 ㅜㅜ 보쿠토와 사진이라니
1년 전
글쓴닝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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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지독한 고열(苦熱)에 시달리던 기억 때문일까.

이제 더는, 시린 겨울도 두렵지 않았다.

1년 전
글쓴닝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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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말고사를 코 앞에 둔 대학가의 풍경은 평소와는 달리 제법 한산하다. 국가고시 준비로 인해 매일같이 드나드는 도서관이었지만, 평소대로라면 술집으로 퍼져있어야 할 인파가 가득 몰린 도서관으로 억지로 발을 들이게 되는 것은 딱 질색이었다. 오랜만에 환기도 시킬 겸 가까운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 어떨까.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이 첫번째 화근이 되었다.

1년 전
글쓴닝겐
학과에서의 생활은 이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할 줄 아는 것이 공부밖에 없었던 나는 매 순간 최선의 선택에 대해 늘 궁리하고 있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나의 회귀본능은 늘 곱씹기만 하던 최선에서 벗어난 완전한 비주류를 택했다.그 뒤로는 그저 관성에 휩쓸리듯 살아가는 것만이 능사였다. 늘 무언가에 쫓기 듯 살아가는 사람. 좀처럼 여유를 부릴 줄 모르는 사람. 그것 말고도 나를 수식하는 단어들은 제법 많았다. 씁쓸하긴 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어찌됐든 누군가에게 곁을 내어주는 건, 내겐 좀처럼 익숙치 않은 일이었으니까.
1년 전
글쓴닝겐
"닝!"

막 출력을 마친 프린트 더미를 안고 과방을 나서려던 찰나였다. 테이블에 둘러앉아 수다를 떨고 있던 동기들 중, 그나마 가깝게 지내던 동기 하나가 살가운 투로 나를 불러 세웠다.

"오늘 블랙자칼 원정 경기 온다는데, 안 가볼래?"

블랙자칼이라….

내 기억이 맞다면 블랙자칼은 보쿠토 코타로가 속해있는 팀이었다. 프로선수가 된 그의 인기는 실로 대단한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원래도 유명한 녀석이긴 했지만, 어느샌가 그는 전국구로 노는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덕분에 졸업식 이후에도 심심치 않게 그의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긴 했지만….

1년 전
글쓴닝겐
비록 코트에 선 선수들에게 관객들의 얼굴이 점처럼 보인다고 해도, 그를 다시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았다.

물론 가끔씩은 그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해하던 순간들도 분명 있었다. 그래도 그와 나는 피차 달가운 사이가 아니었으니 호기심만으로 굳이 그를 다시 찾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내가 말없이 고개를 젓자, 잠깐의 정적 끝에 과방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금세 소란해졌다. 예의상 묻는 말이었는지, 그들 중 누구도 다시 나를 붙잡는 말을 꺼내오지 않았다.

* * *

1년 전
글쓴닝겐
사실 돌이켜보면 그것이 언제였든 간에 내게는 지금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취급들이 따라붙었던 것 같다. 교우 관계가 좁다는 건 바로 이같은 처지를 의미할 것이다. 같은 반이었던 녀석들 중에도 나를 찾는 이는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 그럴 수 밖에. 난 어딜가든 그리 환영받는 존재는 되지 못했으니까. 고등학생 시절 늘 함께 다녔던 몇몇을 제외한다면 나는 원래도 친구가 없는 편이긴 했다. 아마 전교 1등이라는 타이틀이 없었다면 그마저도 허상과 다름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동기들 사이에서 겉도는 존재라 해도 딱히 아쉬운 마음은 들지 않았다. 아마 얼만큼의 시간이 흐른대도, 내가 저들과 어울릴만한 일은 결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1년 전
글쓴닝겐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학과에서도 몇 년 간 유령과 다름없는 취급을 받아오던 내가 과방도 아닌 길거리에서 누군가에 의해 발걸음을 멈춰 세울 일은 없을 거라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

"닝?"

하지만 내 예상은 보란듯이 빗나가고 말았다. 아무 생각도 없이 거닐던 길 한복판에서 나를 불러세운 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1년 전
글쓴닝겐
처음에는 들려온 이름의 주인이 내가 아닐 거라 확신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학과의 유령 신세로 전락한 이후 지난 몇년 간은 실제로 겪어본 적도 없는 일이었으니. 나는 어쩐지 익숙하게만 느껴지는 그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고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별안간, 내 팔을 아프지 않게 잡아 돌려세우는 손길에 뜻 밖의 인물을 마주하게 될 줄도 모르고.

"안녕?"

…보쿠토 코타로.

나는 그의 앞에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우는 것도 잊고, 한동안 그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서있었다. 학창시절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을 떠올려보라고 한다면, 단연 그와의 마지막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1년 전
글쓴닝겐
'왜, 저는 못 죽이시겠어요?'

이미 피투성이가 된 남자를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던 그와,

'웃으니까, 예쁘네.'

어색하게 굳어버린 나를 품에 안고 해사하게 미소짓던 그.

"보쿠토…."

믿기지 않았다. 내 마지막 기억보다 더욱 멀끔해진 모습으로 내 눈 앞에 나타난 보쿠토 코타로가 지금 이 거리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1년 전
글쓴닝겐
"…찾았다."

그리고 눈부셨다.

그 모습에 넋이 나간 내가, 잠시나마 그를 두려워하는 것도 잊을 정도로.

.

.

.

1년 전
글쓴닝겐
* * *

"잘 지냈어?"

얼음이 녹아 연해진 아이스 커피를 저으면서, 그가 내게 물었다. 가로로 긴 테이블에 한 팔을 괴고 앉은 그는 처음 자리에 앉았을 때부터 쭉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었다.

어느덧 전면 유리 너머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해질녘의 풍경과 내 맞은 편에 앉은 그의 모습은 지나치게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감이 있었다. 그를 안 이래로, 그와 이렇게 마주보고 앉아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길 거라곤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1년 전
글쓴닝겐
나른한 표정으로 의자에 등을 기대어 앉은 그는 큰 경기 하나를 통째로 뛰고 온 선수치고 그다지 지쳐보이는 기색은 아니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눈치만을 살피고 있는 내 처지가 퍽이나 우습긴 했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은 도무지 감출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와 내가 동등한 관계로써 마주하려면 아마 십수년이 흘러도 모자랄 것이다. 그때에도 그와 이렇게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아직 남아있다면 말이다.

"너무 겁먹지 않아도 되는데."

한참의 정적 끝에 다시 입을 연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짧은 실소를 흘렸다.

1년 전
글쓴닝겐
그리 길진 않은 분량이지만 혹시 몰라 호출 누르고 떠납니다!
1년 전
닝겐6
너무 좋아요 너무 좋아요 끄악❤️ 호출 받고 바로 달려와서 읽어씁니다 와오!!!! 쎄쿠토 재회라니ㅠㅠㅠㅠㅠㅠ 센세 또 기다리고 있으께요...❤️
1년 전
글쓴닝겐
써둔 부분 올리고 나면 천천히 이어나갈 생각이에요 ㅎㅎ 자칫 지루하실까 걱정이 되네요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1년 전
닝겐6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쎄한 느낌 받을 수 있어서 긴장 붙잡고 팝콘 먹는 중🍿🍿❤️
1년 전
닝겐2
호출 기다리고 있었어요 센세ㅜㅜ 보쿠토로 이런 긴장감이라니 쫄깃해요 ㅠ
1년 전
글쓴닝겐
뭔가 보쿠토한테서 느껴지는 위압감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쫄깃함을 느끼셨다니 기쁘네요❤️
1년 전
닝겐2
위압감은 당연하죠 보쿠토가 하는 말 한마디가 다 의미심장해요 무섭고 좋아요 ㅋㅋㅋ
1년 전
글쓴닝겐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니 너무 감사하네요❤️
1년 전
글쓴닝겐
"뭐?"
"긴장한 게 너무 눈에 보여서. 나까지 긴장되려고 그러네."
"…긴장 안해."
"거짓말. 넌 표정을 너무 숨길 줄 몰라."

…웃기는 소리. 뻔한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아도 생각하는 대로 술술 불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사람을 면전에 두고 마주한 채로 '나는 지금 내 앞에 앉은 네가 두렵고 싫다'는 말을 어찌 솔직하게 내뱉을 수 있으랴. 게다가 나는 평범한 대화를 주고받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만약 내가 평범한 화술을 익힌 보통의 사람과 같았다면, 아마 지금처럼 늘 혼자일 리는 없을 테니까.

1년 전
글쓴닝겐
"이렇게 얼굴 보니까 좋다."
"…."

하지만 뒤이은 그의 말에 나는 도로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안 믿는 눈치네. 나는 네가 뭐하고 사는지 늘 궁금했었는데."
"…내가 왜 궁금했는데?"
"하하- 너도 공부만 잘했지 영 바보구나."

1년 전
글쓴닝겐
글쎄. 너한테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은데. 하마터면 입 밖으로 툭 내뱉어질 뻔한 말에, 뒷수습에 골머리를 썩힐 뻔한 위기를 겨우 모면했다.

"졸업하고, 가끔 내 기사 찾아봤어?"
"아니."

대답이 빠르네. 그렇게 말한 보쿠토가 이번에는 큰 소리를 내며 웃기 시작했다. 왜 그런 질문을 하는건데? 너무 자의식 과잉 아냐? 차마 입 밖으로 뱉어내지 못한 대답은 그러나 긴장한 머릿 속을 유영하다 곧 형체도 없이 사라질 뿐이었다.

1년 전
글쓴닝겐
"너라면 찾아볼 줄 알았는데."
"왜 그렇게 생각했어?"
"그래도 우리 삼년 내내 같은 반이었잖아. 그리… 살가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잘 아네. 그런 녀석이 뻔뻔하게 저런 질문을 던지다니 낯짝도 두껍다.

"너랑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해?"
"뭐?"

그의 뜬금없는 질문에, 나는 그와 만난 이래로 가장 큰 목소리를 내며 그에게 반문했다. 그러나 그는 내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짓 하나 섞이지 않은 눈초리로 나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1년 전
글쓴닝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얼토당토 않은 그 말에 얄팍한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넘겨버릴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러게. 정말로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 보쿠토 코타로'와 내가 어떻게 친구로 지낼 수 있다는 말인가. 심지어 나는 그가 사람을 죽일뻔 한 장면을 목격한 유일한 인물이기도 했는데.

"말 그대로야. 너랑 친해지고 싶어."

하지만 그의 사고회로는 내가 아는 정상인의 범주에서 한참은 벗어난 듯 보였다.

1년 전
글쓴닝겐
"그럼 이거 어때? 나만 아는 내 비밀을 너한테만 공유해주는 거야. 네가 그걸 만천하에 공개한다해도, 너한테 주어질 패널티는 없을 거고. 약속할게."
"그게 무슨…."
"어려울 거 없어. 너는 이미 내 비밀 하나를 알고 있잖아."

네가 가진 초능력이 있다면, 아마 마음 먹은대로 내 입을 완전히 다물게 하는 능력인 것만 같다. 말그대로 내가 그의 비밀을 목격한 다음 날 그가 내게 건넨 한마디는 그 날 하루종일 내가 입도 뻥끗 할 수 없게 만들었으니까. 그때는 되려 내 입을 다물게 만들었으면서, 지금은 왜 자신의 비밀을 내게만 공유하겠다는 얼토당토 않은 제안을 내거는지 당최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애초에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범인(凡人) 중에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지만.

1년 전
글쓴닝겐
"너한테만 말해줄게. 내 비밀."
"그럴 필요 없…."

대체 그가 내게 이러는 의도를 파악할 길이 없어, 나는 더 이상 그를 이해하는 것을 포기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비밀을 또 하나 알게 될 생각은 없었으므로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리는데도, 그는 끝끝내 입을 열어 자신의 가장 은밀한 비밀 하나를 내게 전해주려 했다. 마치 암암리에 떠도는 흔하디 흔한 가십거리를 전하듯.

"나, ㅇㅇㅇ를 ㅇㅇㅇ."

1년 전
글쓴닝겐
그러나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그의 비밀은 단 한번도 내게 가벼웠던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또 한번 깨닫게 될 뿐이었다.

"…."
"내 비밀, 지켜줄래?"

만일 그가 만인의 사랑을 받는 보쿠토 코타로로서의 여상한 웃음을 짓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의 비밀을 듣는 순간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을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원치 않던 그의 비밀을 하나 알게 된 것으로 인해 아주 오랫동안 곤욕을 치뤄왔던 기억 탓일까. 나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대신 서릿발이 앉을 무렵의 서늘한 달빛같기도, 작열하는 태양같기도 한 그의 황금빛 눈동자에 사로잡힌 채 홀린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1년 전
글쓴닝겐
'웃으니까, 예쁘네.'

내가 드디어 외로움에 미치기라도 한 걸까. 어째서인지, 다시 마주한 그의 미소가 더는 두렵지 않게 느껴졌다.

1년 전
글쓴닝겐
짧은 내용지만 호출 눌러놓고 가겠습니다🤗
1년 전
닝겐9
와 미쳤어여 센세,, 또 오실 거져..?🥹
8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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