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은 부모님이 알아서 할거라며 공부만 해라 해서 무언가 도전해볼 일이나 생활력 같은 것도 고등학생때쯤에 겨우 길러졌어. 솔직히 내 장점이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많이 한다는 것이었는데 (적성 검사같은 것들하면 예술가적 기질이 꼭꼭 나왔고 학창시절에도 평소에 발상이 남다르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었어) 꿈을 찾아볼까 내가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생각이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좌절 당했거든.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고 잘하고 아이들 가르치는걸 좋아해 선생님이 되고 싶다 》요즘 선생님 되기가 어디 쉬운줄 아냐 그럼 이쪽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직종도 도전해봐도 좋지 않냐 》그쪽에 너 오라고 자리가 있는줄 아냐. 계속 그렇게 의미없이 공부만 하고 억눌러온 덕에 창의력은 다 죽어버린 기분이었고 더 내가 정말 하고 싶은게 뭔지 생각해볼 여유가 없었던거야. 그러다 취업 잘 된다는 간호학과 권유 받았을 때 사실 처음에는 정말 싫었어. 그러다가 어느 봉사활동을 계기로 이쪽도 내 성격에 맞겠구나하는 뿌듯함으로 시작했다? 알바 그런건 하지도 말아라. 공부 열심히 해서 장학금 타면 된다. 그 강한 말 한마디에. 학생때는 일해본 적도 없었고. 해도 교수님 보조?? 근데 나름대로 분야가 맞아서 공부하는것도 재미있었고 4년동안 거의 장학금으로 학교 다닐 정도였어. 교수님들도 다 나를 알아보거나 가끔 반장이나 과대 시키듯이 일도 시켰었고. 학교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학과 활동이며 공부며 열심히 달렸거든. 국가고시 모의고사도 보면 늘 1등이었고, 그렇게 재미도 있으면서 열심히 살다보니 어느새 취업할 때가 되니 대학병원에서 나를 붙여주더라. 그렇게 갔던 대학병원이었는데... 병동 발령 두달만에 그만 뒀어. 간호학생과 간호사의 영역이 너무도 달라서. 사회초년생+ 신규간호사 스트레스가 겹쳤어. 퇴사 사유도 우울증과 불안장애였고. 2n년 인생 그렇게 달려만 오던 인생에 브레이크가 한 차례 걸렸던 거지. 내가 너무도 힘이 든 데도 아픈데도 그와중에 나는 당장 부모님께 걱정끼치는 걸 가장 마음에 걸려 하고 있더라. 어느 순간 그게 스스로 너무 현타가 와서, 병을 털어놨더니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듯이 '아 내가 자식 인생을 너무 내가 원하는대로 밀어붙이기만 한건가' 하는 생각을 하셨었대. 근데 이것도 잠시였지ㅠㅠ 그 후로 웨이팅 때 잠시 벌었던 돈+ 병동 월급으로 3달 정도를 자취집에서 히키코모리마냥 보내며 정신과만 왔다갔다 할 정도였는데 친구가 마침 직장 소개를 해줬고 마침 나 스스로도 문을 열고 나가야 할 것 같아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었지. 대찬성이었어. 다시 자취방 밖을 못 나올것 같았던 내가 그 문을 열고 나온다는데 얼마나 기뻤겠어. 그렇게 두번째 직장에 도전은 했는데, 거기서도 삐걱였지. 실수였어. 정말 나는 너무 괜찮은 상태였는데, 업무 적응만 잘 하면 될 것 같았는데. 만에 하나 응급상황이 생길 것을 대비해 관리자는 알아야 할것같아서 라는 생각에 병을 밝혔고. 그 병동의 수간호사에게 약점을 잡히고 가스라이팅 당하다 퇴사했거든. 더 있다가는 3개월 히키는 무슨 진짜 죽을 생각까지 할 것 같아서 내발로 시원하게 박차고 나왔어. 두번을 그렇게 데여오니까, 내가 병원이 안 맞는건가? 태움없는 병원 없을텐데 다 비슷할텐데. 병원이 아니면 이제 어딜 가야하나 싶은 생각에 좀 쉬면서 공무원 공부나 해볼까 싶어서 시작했어. 그리고 지금은 이 공부가 계속 내 발목을 잡는 것같아. 아니 정확히는 이 공부에 집착하는 엄마가. 내가 직장을 다니며 아프기도 했고, 너무도 크게 데여오니 병원의 ㅂ자도 꺼내기만해도 진절머리 난다는 식이셔. (막상 나는 병원이 싫지만 또 도전해보면 다를수도 있지 뭐.. 이런 마인드) 그래서 공무원 공부를 해보겠다니까 진작에 하라고 권유했지 않냐며 잘 됐다고 열심히 하라면서 퇴사하고 모은 월급이 닳자마자 자취방 방세+생활비 까지 계속 지원해주시더라. 근데, 나는 어디까지나 스스로 일하고 번 돈으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었고 그렇게까지 애착가는 공부도 아니었고. 아프면서 사고력 저하, 기억력 저하까지 생기면서 지금은 공부를 해도 머리에 안 들어오고, 말을 하고 생각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도 잘 안 돼. 무언가를 생각할 때면 어느샌가 머리가 부얘져서. 가뜩이나 많지 않은 월급으로 지원해주시는데 손 벌리고 싶지 않았거든. 그래서 다시 일을 잡았어. 부모님 지원을 멈추고 싶어서. 알음알음 소개받아 본가에서 출퇴근하며 1년짜리 계약직 일을 하나 했었어. 일하면서 공부하는게 정말 잘 안 되지. 그래서 올해 공시도 떨어졌고. 올해 6월 30일자로 퇴사도 했고. 일을 잡으면서 했던 공부도 실패하니 부모님이랑 내 생각이 너무 달라. 난 이제는 그냥 뭘 하던 해보고싶어. 그렇게 열심히 1등까지 해오며 쌓았던 전공지식은 아프고 힘든 거 회복하면서 금세 다 날아가버렸고, 나는 내가 하고싶은 게 뭔지 아직도 못 찾아서 방황하고 있는데. 그게 전공을 틀어버리더라도 상관없이. 아직 젊은데 살 날이 많은데 부딪혀봐야 뭐라도 할 거고, 위험하지 않은 일이라면 이것저것 많이 해봐야 사회경험도 쌓이고 그렇게 다져가야 나도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마음은 그래. 부모님 생각은 달라. 가뜩이나 이번이 세번째니 하고있던 공부도 있고. 올해만이라도 빡세게 공부에 올인해봐라. 한살이라도 젊을 때 시작했으니 붙을 생각만 하면 된다. 일하면서 공부 안 됐지 않냐. 괜히 일한다고 뛰어들었다가 이도저도 안될수 있으니 엄마아빠가 벌어서 해줄 수 있을 때 공부해라. 하면서 이젠 아예 직장 구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셔. 나는 스물일곱이고 지금 아빠는 정년퇴직이 임박하셨고 외벌이로 나까지 지원해줄 수 없는 현실도 뻔히 아는데. 그래서 난 올해 6월까지 해보고 안되면 멈춰보려 하는데. 일단 내가 공무원 공부를 열심히 할거라는 기대가 너무 크시고 성인 자식인데도 간섭이 너무 심하셔. 자식 걱정되시니까 간섭하는 거 다 알고, 나도 지극히 순응하는 자식인 거 알아. 어쩌면 독립적이고 싶어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한걸수 있어. 그렇지만.... 부모님이 나보다도 과히 내 인생의 길을 결정하시려는 것 같아서 조금 숨이 막힐것같아. 결정하고 밀어붙인 일들은 자꾸 이렇게 꺾이기만 하고 학습된 좌절감이 자꾸 내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그러기 싫어서 몰래라도 길을 틀어보려 해도 어떻게든 알고 잡으려 하시니.... 그럴 것까지 다 예상하고 재게 되고. 어느샌가 좌절감이 축적되고 나니 무언가 도전해볼 용기 내기도 쉽지가 않게 된 거 있지. 주변에선 스물일곱 아직 젊다고는 하는데, 뭐부터 시작해야할지. 내가 어떤것부터 찾아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부모님 통제는 어떻게 끊어내야할지. 아무것도 모르겠어. 보이지 않는 미래여도 달리기라도 해야하는데 너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멈추라고 붙잡힌 기분이야. 사실 너무 숨 막히고 힘든데 답이없고 어려워. 너무 어려워서 푸념 길게 늘어놔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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