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시공으로 이자나가 범천 시공에서도 살아있는 전제하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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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나를 낳고 요절. 외조모 외조부는 나몰라라.
지금껏 방년 18세가 될 때까지도 고아원에서 혼자 무럭무럭 자란 나는 세간에서 말하는 "지독하고 잔악해서 세상 어디에도 범죄 외에는 쓸데가 없다"는 범죄 조직 아지트 앞에 와있다.
내 생물학적 아버지가 이곳에 있다는 소문을 듣고 왔기 때문이었다.
미친 게 아니라면 고작 고등학생 정도밖에 안 된 꼬맹이가 여길 서성일 간땡이가 있겠냐고 누군가 윽박지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 생각에 철저히, 결단코 동의하는 바니까.
은발에 자안을 가진, 나이에 안 맞게도 상큼한 베이비펌을 한 30대 남자가 범천 수령과 함께 빌딩에서 나오는 것을 봤다는 특보를 읽은 이후부터 내 안의 모든 이성은 풍비박산난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라면 나름 설명이 될까?
내 인생을 비포장도로에 비유하고 싶지는 않지만, 부모 둘의 부재와 나를 맡아줄 사람이 오롯하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설이라는 척박하고 외진 환경에서 평생을 끈덕지게 살아왔어야 하는 신세라면 적어도 동정은 받아 마땅하지 않을까?
적어도 나는 지금 절박하고 삶을 포기해도 좋을 만큼 내 아버지란 작자가 절실하게 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에 총 맞고 싶은 것도 아닌 일반인이 범천 지부의 아지트까지 제 발로 찾아올 리가.
"...이거 막지 않아도 되는 건가? 일반인 같아 보이는데."
부내 나는 빌딩은 지키는 사람부터가 다르다더니 딱 그꼴이었다. 입고 있는 옷도 브랜드 이름만 대면 몇 백은 할 고급진 정장에, 얼굴 마담이라도 시킬 일 있는지 야쿠자 특유의 흉터나 땜빵은 찾아볼 수도 없는 곱상한 미남들이었다. 잘못 보면 야쿠자가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사성급 호텔 로비 앞인 줄 알 정도로.
"아니지. 저 외모... 틀림없지 않아? 은발에 자안 가진 일본인이 열도에 흔해? 괜히 쏴죽였다가 누구 머리통에 구멍을 만드려고..."
"그럼 어떡하란 말인가. 쯧, 귀찮은 일은 내가 다 덤터기 쓰지 매번. 일단 내가 보고하고 오지! 늦지는 않을 걸세."
진짜 여기가 맞나 보네. 대박.
죽을 각오하고 왔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유해서 놀랐다.
그보다도 더 놀란 것은 뭔가 더 높은 직책에 있어 보이는 정장을 입은 두 남자가 프론트 데스크에 팔을 걸친 채 황당하다는 듯이 내 쪽을 보고있다는 사실이다. 잘못 걸린 건가...?
"...형, 내가 지금 맞게 보고 있는 거 맞아? 내 따귀 아직 멀쩡해?"
"린도♡ 형 아직 삼단봉 가지고 있는데 확인해볼래?"
"...나를 스크랩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자제 좀 해봐."
"너무도 하네~. 내 아끼는 동생을 내가 왜 건들겠어."
포마드 스타일 헤어를 한 남자와, 해파리처럼 머리를 반으로 묶은 채 아래로 내린 헤어스타일의 남자. 정말 내가 번지수를 잘 찾아온 건지 의심마저 돌연 들기 시작했다.
"설마, 아니겠지...? 아니 근데 아무리 봐도 이자나의 DNA가 진하다 못해 얼굴 밖으로 뚫고 튀어나왔잖아!"
"글쎄... 이자나에게 여자가 있었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나잇대 보니까 어려보이고... 한 천축? 그 즈음 태어났으려나?"
"왜 하필 이제와서 나타난 건데.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던 와중이었잖아. 멘탈 흔들리게 할 놈들은 필요없다고..."
뭐라고 떠드는 거야... 하나도 안 들리잖아.
미성년자 살해는 손 쉽게도 하실 법한 양반들이 나를 유하게 쳐다만 보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무섭게 옥죄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머리를 스치는 은빛 머리카락을 베베 꼬며 한숨을 늘어지게 쉬어주었다. 이 밤공기가 아마 내가 살아서 마실 수 있는 마지막 공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팔자 박복한 건 부모 유전이려나. 그렇다면 모계? 부계일 수도 있을까.
"...너무 눈에 튀는 거 아니냐고."
아무리 생각해도, 생전 얼굴 맞대본 적 없는 아버지는 아마 북유럽이든 서유럽이든 서양쪽 혼혈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동양인이, 그것도 일본인이 은발에 보랏빛 눈동자를 지닐 수 있겠는가.
어려서부터 이것 때문에 어그로 깨나 끌렸던 사람으로써 한마디 첨언하자면 나는 아버지란 작자를 마주하자마자 따귀를 호되게 때려줄 것이다.
범죄는 살인, 인신매매, 장기매매, 납치 감금 뭐 그런 걸로도 성이 안 찼느냐고.
내 어머니를 나몰라라 하고 떠난 건과 훌륭한 가정파괴범이 되어 범천 수령과 동거동락하는 지극한 사이까지 된 것을 축하하는 의미로 고간을 발로 차줄 것이다.
다시는 나와 같은 사생아를 만들지 못하게 제대로 차주어야지. 다짐했다.
***
그 다짐이 제대로 성사되기도 전에 어딘가 삐까뻔쩍하고 휘황찬란한 어딘가. 고층 빌딩으로 다닥다닥 붙은 도쿄 시내 한복판, 대략 20층 높이에 위치한 사무실에 끌려온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부친"을 만나보게 되었다.
"...그러니까. 저 아이가 네 딸이라고, 이자나."
첫 음절은 내 부친이라고 주장하는 어떤 한 남성분 옆에 앉은 백발의 남자였다. 은발은 아니었다. 전형적인 탈색모라 결 상할 것이 뚜렷하게 걱정되는 그런 남자였다.
"왜 말이 없어?"
한참이 지나도 말이 없는 부친을 향해 남자가 묻는다. 나는 조용히 숨을 꿀꺽 되삼키고 들려오는 목소리는 온통,
"하하, 재밌네. 그 계'집애가 이런 짓을 꾸며놨단 말이지..."
단순한 희열으로만 가득 차있어 마음이 거북해졌다.
"여기까지 양육비 때려고 온 건 아닐 테고. 네 어미 대신 내 면전에 욕이라도 싸지르기 위해서 왔나? 원하는 목적이나 말해 봐."
내 생물학적 아버지와의 첫 만남은 여느 막장드라마와 같았다.
한마디로 주옥같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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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로카와 이자나와 쿠로카와 닝으로 쌍방(?) 혐관 부녀
* 대충 출아법으로 이자나만 애를 낳았나 싶을 정도로 닮음
* 굳이 키워드를 넣어보자면: 쌍방 혐관 / 가족 후회물 / 연애 루트 존재! 근데 남주 누구할지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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