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광
내 친구가 죽었다. 피 비린내와 쿰쿰한 곰팡이 냄새가 가득 찬 반지하 안에서.
솔직히, 나는 네가 죽지 않기를 바랐다. 그 모든 역경을 꾸역꾸역 잘 버텨내주기를 바랐다.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찬 술병과 역겨운 구더기들이 들끓는 너의 세상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신발을 채 벗기도 전에 벽면에 붙어있는 유서를 발견했다. 만지면 꼭 벽이 비명을 지를 것만 같았다. 하필 알록달록 예쁜 편지지를 골라서, 또박 또박 예쁜 글씨로 적어서 새삼 네가 이 공간에서 살아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너는 늘 집에 해가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둠이 몸에 덕지 덕지 붙어서 평생을 빛날 수 없을 것 같다고 애써 웃어 보이던 얼굴이 생각나 가슴이 아려왔다.
너는 야광이라고 빛 한 번 받아보지 못해 자기가 빛날 수 있는지 조차 몰랐던 야광이라고, 조금만 일찍 말해줄 걸 그랬다. 네가 이 편지지를 사기 전에, 약국에 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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