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그만 받기를 설정한 글입니다
안녕
안녕
제목에도 썼다시피 adhd가 의심되는 성인 여자야.
오랜 정신적인 방황 중이라 한탄+토로 겸 이 새벽에 여기에 글을 써
나랑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놓이기도 하고 ㅎㅎ
글이 상상 이상으로 엄청 장황하고 길어질 것 같은데 아무도 안본다고 생각하고 그냥 써보려 해.
최근 들어 바쁜 일상이 휘몰아치고 스트레스가 극도로 치밀면서 번아웃이 왔다고 느꼈어. 근데 이게 단순히 번아웃이라고 하기엔 충분히 쉬어도 멘탈과 신체가 회복이 안되고, 오히려 내가 전에 겪었던 우울증 증상과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더 깊이 들어가보니, 내가 얼마간 아주 잘 지내는 것 같다가도 일상 속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해결하지 못하고 주기적으로 자주 우울+무기력+불안 모드에 빠지면서 멘탈이 무너져내리는게 (그것도 매번 찾아올 때마다 강도가 점점 강해짐) 단순한 우울증이라기엔 늘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거야. 그러다 내 머리를 탁하고 때린게 바로 adhd라는 키워드야. 내가 왜 adhd라고 생각하는지 인생 일대기를 한번 살펴볼게.
어렸을 때부터 난 또래보다 생각이 엄청 많은 아이였고, 그 때문에 보통 내 또래라면 안할만한 생각까지 도달하는 경우가 많으니 조숙하다는 평도 많이 들었어. 초중고 학업 성적은 늘 좋았고, 특히 초등학교 때는 얌전하고 조용하고 수업에도 집중을 잘해서 모범생으로 꼽혔어. 공부뿐만이 아니라 글쓰기나 그림그리기도 잘해서 상도 많이 받았고, 반장도 여러번 했던 기억이 나.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학업 성적이나 학급에서의 모범적인 행실과는 별개로 내 기억 속의 나는 음식을 잘 흘려서 꼭 옷에 밥풀을 묻히고 돌아오고, 잘 넘어지고, 집 안에서도 여기저기 잘 부딪혀서 항상 팔다리에 언제 생겼는지도 모를 멍을 달고 살고, 아침에 밥을 먹고 등교 준비를 할 때마다 행동이 너무 느려서 엄마의 잔소리를 듣던 아이였어.
초등학교 4학년 쯤부터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고 집에는 할머니랑 같이 살았는데, 학교를 갔다가 돌아왔을 때 딱히 다른 일정이 없거나 친구랑 놀 일도 없으면 그냥 늘 냅다 자버렸던 기억이 있어. 뭘 해야할지 모르겠으니까 빈둥대다가 혼자 이런저런 생각의 늪에 빠져있다보면 어느샌가 내리 잠들어버리는거야. 할머니는 그냥 내가 원체 잠이 많은 애다 생각하고 문제 삼지 않으셨을 거고. 뭐 이런 습관들이 있어도 내가 모든 과목에서 성적이 좋고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입을 모아 모범생이라고 날 칭찬하니까, 스스로도 부모님도 선생님도 나를 똑똑하지만 덜렁거리고 맹한 구석도 있는 아이로 생각했을거야. 친구들도 늘 있었고, 딱히 문제될만한 일이 없었어. 유일하게 못하는 과목이 있다면 체육. 어렸을때부터 운동을 싫어하기도 했고, 신체 성장은 빠른데 비해 몸 쓰는 게 익숙지 않아서 체육을 되게 못했어. 내가 내 몸에 적응을 못하는 느낌? 민첩한 움직임이 요구되는 체육 활동들, 특히 피구와 같은 구기 종목은 그때부터 내 기피대상이었어.
중학교 때도 비슷했어. 이땐 엄마가 하나하나 챙겨주는 게 아니라 어느정도 자기 일상을 스스로 꾸려가야 할 때지. 아침에는 여전히 늘 아침잠 깨는 걸 힘들어해서 열 번 스무 번을 깨워야 겨우 일어나고, 밥 먹는 것도 느리고 세수하는 것도 느리고 하여튼 다 느려서 늘 같이 등교하는 친구를 기다리게 하고, 지각을 아슬아슬하게 면하는 식이었어. 엄마 눈엔 내가 게으름을 피우는 걸로 보였겠지만, 아무리 내가 빨리 뭘 하고 싶어도 의지대로 잘 안되더라고. 사물함과 책상은 정리가 안된 물건으로 가득차서 쓰레기장이 되었고 가방 속도 비슷했어. 그런데 학교에서의 다른 생활만큼은 초등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모든 과목에서 성적이 우수하고, 행실도 모범적이었어서 문제가 안됐지. 여전히 다재다능한 우등생 이미지로 살았어. 그런데 본격적으로 사회성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사춘기 중2-중3 때쯤, 처음 자아혼란과 대인관계 문제를 겪으면서 큰 우울증에 빠졌어. 왕따를 당하거나 한 건 아니지만 질풍노도의 시기인만큼 주변 환경에서 오는 자극에 하나하나 예민하게 반응할 때지. 그때 처음 정신과에서 약도 타먹고, 청소년상담센터에서 상담도 받았던 게 기억 나.
아마 그때쯤부터 불안/우울 증세와 끊임없는 자기검열이 시작된 듯한데, 돌이켜보면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보는지와는 별개로 난 그냥 내가 스스로 되게 이상하고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 남들은 안하는 이런저런 수많은 생각들(스스로조차 감당이 안되는)을 나는 당연한듯 하고 사는 것 같으니, 그걸 이해받지 못할거라 판단하고 스스로를 강박적으로 채찍질했던 듯해. 오히려 남들은 날 딱히 이상하게 생각 안했던 것 같은데, 왜인지 모르게 자꾸만 남들 눈을 과하게 의식하면서 비정상의 기준조차 불분명한 채로 그저 끊임없이 정상이 되길 바라며 막연한 갈망을 했었어. 과도하게 눈치를 보기를 넘어서서, 종국에는 사람들이 날 싫어한다는 피해망상까지 생겨서 스스로 사람들을 밀어내기도 했던 것 같아. 어느 누구와도 정서적으로 가깝다고 느끼지를 못했어. 세상으로부터 단절된 느낌이었고, 겉으론 안그런척했지만 사실은 누구와 함께 있어도 늘 괴롭고 외롭고 불안했어.
그리고 고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는 이전에 가지고 있던 성향과는 다소 다른 성향이 드러나면서 고삐가 풀린 것처럼 되기 시작했어. 고삐라기보다도 날 옥죄고 있던 밧줄이 풀린 느낌?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서 하도 잘한다 잘한다, 성숙하다 하니까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나도 모르게 짊어지고 있던 부담감과 책임감을 좀 내려놓았던 것 같아. 더 밝고 에너지 넘치게 되었고, 원래 친구가 없었던 적은 없지만 고등학교 때 성격이 더 적극적으로 변하면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웃기길 좋아하는 이미지로 자리잡았어. MBTI도 이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ENFP로 나오고 있어.
그런데 순탄하기만 할줄 알았던 고등학교 생활도 또다시 무너지기 시작했어. 우리 학교는 지역에서 공부를 잘하기로 유명한 고등학교였는데, 학업 분위기가 잘 형성된만큼 수업 난이도도 높고 애들이 진짜 빡세게 공부를 했거든. 자습 시간도 많았고. 이때부터는 대인관계 문제보다 내 내면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싹트기 시작했어. 워낙 복합적인 심리였어서 정확히 뭐 때문이다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같은 공간에서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그것도 잠자는 시간 빼고는 하루종일 집중을 유지해야 하는)이 매우 갑갑하게 느껴지고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 것 같아.
지금 생각해보면 내 ADHD 성향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듯 한데,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는 솔직히 벼락치기로 커버가 가능한 수준의 학업 난이도잖아. 그래서 내가 루틴이랄 거 없이 늘 시험공부나 각종 수행해야 할 과제같은 걸 벼락치기로 해버려도 전혀 문제가 안됐단 말이지. 그래서 나는 늘 할 일을 미루다가 벼락치기로 해내는 거 자체를 나의 능력이라 여기고 내내 그렇게 살아왔는데, 고등학교에서는 그게 슬슬 버거워진거지. 지금까지 딱히 자기주도적으로 내 시간과 계획을 관리하면서 살아온적이 없는데, 고등학교에서는 그런 능력이 필요하니까. 그래서 혼란을 겪은게 아닐까? 싶어.
여튼 그거 말고도 이런저런 이유로 우울증과 자살 충동이 또 찾아와서 병원을 다시 다니기 시작했고, 아예 방 밖으로 나가지를 못해서 학교를 빠진 시기도 있었지만 그래도 있는 정신 없는 정신 다 부여잡으며 다시 이겨냈어. 그때 예체능 입시하느라 학원도 다니면서 그 외 시간에는 틈틈이 공부를 해가며 어떻게든 모의고사 성적을 유지했고, 고3이 되면서부터는 증상이 호전되면서 이제 좀 할만한가 싶더니 수험생 생활이 본격적으로 되면서부터는 또다시 위태위태해지더라.
그때 나는 나의 모든 증상들이 그냥 우울증이나 불안증 때문일거라고만 생각했어. 하루종일 책상에 붙어앉아있어도 반 이상은 오만가지 잡생각을 머릿속에 둥둥 띄운 채로 멍때리는 시간이 많은 것도, 똑같은 문장을 세 번씩 읽어도 머리에 들어오질 않아서 스스로의 지능을 의심하게 되는 것도, 끊어낼 수 없는 생각의 과로로 미친듯이 몰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하는 것도... 늘 머릿속이 혼란하고 미칠 것 같은 것도 다 그냥 내가 고질병처럼 앓고 있는 우울증의 증상일거라고만 생각했어. 그래서 아무리 미칠 것 같고 혼란스러워도, 아무것도 손에 안잡히고 사는 일에 회의감 마저 들어 죽고싶어져도, 다 지나간다고 생각하고 이악물고 수험생활을 버텨서 어떻게든 대학교에 들어갔어.
대학생활은 고등학교를 처음 들어갔을 때와 마찬가지로 즐겁고 활기찼지만 문제는 내가 주기적으로 자꾸 무너져내린다는 거야. 나는 소설이나 영화같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휘하는 일에 예전부터 관심이 많아서, 지금 그쪽에서 공부와 각종 활동들을 하고 있어. 생각이 많은만큼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도 많이 떠오르고 창의력이 좋아서 적성에도 맞아. 하지만 성인이 되고 차츰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나는 나의 일상과 생활 방식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걸 점점 더 와닿게 느끼는 중이야.
우선 언젠가부터 나는 아예 내 방을 청소하거나 정리하는 일에 무관심해져서, 중3때부터 지금까지 내 방은 거의 쓰레기장에 가까워. 가끔 정말 심하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나름 정리를 해봐도(정리하는 거 자체도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림, 중간에 물건 하나하나, 사진 하나하나 보며 추억에 잠기거나 딴데로 새는 경우가 많음) 며칠 후면 금세 다시 원상복구되는 식. 이거때문에 가족들한테도 엄청 잔소리듣고 갈등을 겪었고. 스스로도 이게 문제임을 인지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청소를 다짐하고 또 그걸 실행에 옮겨봐도, 생각대로 잘 안돼. 정리하는 법을 아예 잊어버린 느낌이야.
그리고 얌전하고 온순했던 과거(예민함을 스스로 잘 억눌렀던 예전) 와 달리 순간순간 짜증이 확 치솟아서 소리를 질러버리거나, 갑자기 슬퍼서 막 울어버리거나 하는 충동적인 감정 반응이 눈에 띄게 늘었어.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이건 어렸을때부터도 그랬던 건데,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충동적인 욕구(ex. 식욕)를 잘 못참아서 단 음식이나 짠 음식이 당기면 당장 그걸 사서 먹어치워버리는 습관이 있어. 그러다가 또 입맛이 없어지면 끼니를 거르거나 하루종일 굶는 경우도 있어. 다행히 비만과 저체중을 오갈 정도의 식이장애가 된 적은 없지만, 우울증세가 올때마다 몸무게의 변화는 늘 있었던 것 같아(언제는 확 찌기도 하고 언제는 확 빠지기도 함)
스마트폰이나 sns 중독도 정말 심해서 하루종일 폰을 손에서 놓지 못해. 이악물고 스마트폰 안보려고 해봐도 분리불안마냥 너무 불안해져서 습관처럼 폰 들고 뒤적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더라.
여기까지는 내 개인적인 스트레스라고 치더라도 사회 생활 속에서 문제라고 여겨졌던 건, 알바를 시작하면서부터야. 작은 가게의 홀서빙으로 알바를 시작했을 때는 그럭저럭 문제없이 잘 해냈지만, 올해 들어 카페 알바를 시작했는데 내가 일을 못해도 너무 못하는거야. 물론 처음이라 익숙지 않아서 그렇겠거니 하고 정신 똑바로 차리려고 노력했지만 별로 달라진 거 없이 반년차까지 왔어.
지금까지 난 어디서 "너 왜 그러니?" "정신 똑바로 차려." "왜이렇게 실수를 해?" 같은 말을 들어본 적도 없고, 들을 일도 딱히 없었는데, 카페 알바를 하면서 평생동안 들을 잔소리를 다 들은 것 같아. 물론 처음보다는 조금 나아졌겠지. 기본적인 음료 레시피를 외우고 매뉴얼을 외우고 있으니까. 그런데도 아직까지 어이없는 실수를 자주 해. 손에서 뭘 자주 놓쳐서 컵이나 접시를 많이 깨뜨리거나(조심한다고 의식해도 그럼), 말귀를 심하게 못 알아듣고, 방금 들은 말을 잊어버리고, 주문이 조금이라도 많이 들어오면 일의 우선순위를 빠르게 못정하고 마음이 급해져서 허둥지둥하고 더 실수를 해.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까 나도 내가 일머리가 떨어진다는 걸 스스로 느껴서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동료나 사장님 눈치를 심하게 보면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일하는 내내 받더라. 그리고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이 일을 시작한거고, 사장님은 돈을 주고 나에게 일을 맡긴건데, 내가 가게에 민폐만 계속 끼친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 괴로운거야. 나름 꼼꼼하게 체크하고 안놓치려고 노력한다고 하는데 자꾸만 여기저기서 폭탄이 터지는 느낌이야. 진지하게 내 지능을 의심하게 되더라. 결국 카페 알바는 관두기로 했어.
이것 말고도 일상 속에서 버스카드, 지갑, 에어팟, 우산...을 수시로 잃어버려서 이젠 강박이다 싶을 정도로 밖에만 나가면 10분에 한번씩 가방 뒤적거리면서 물건 잘 있나 확인을 한다던지 (그랬는데도 결국 또 잃어버림), 약속 시간이나 마감 기한을 정말 하루도 빠짐 없이 아슬아슬 간당간당하게 지키거나 혹은 결국 지각한다던지(매번 '이번엔 일찍 해야지!'하고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그걸 실행해도 결과는 매번 똑같음), 아니면 중요한 일정을 아예 까먹거나 잊어버린다던지 (이래서 스스로도 너무 당황하고, 주변사람도 당황시킨 적이 몇번 있음) ...
내가 자주 뭘 까먹는다는 걸 아니까 강박적으로 "방금 내가 뭘 했지?" "쟤가 어떤 말을 했지?"처럼 좀전에 or 혹은 어제,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다 기억해보려고 애쓴다던지(그다지 필요하거나 중요한 일이 아님에도), 바닥의 패턴 문양이나 지나칠만한 자잘한 요소들의 디테일까지 기억하려고 애쓰다가 정작 눈앞의 것들에는 집중하지 못하는 ...거의 자폐적 행동을 하고 있어...
난 정도의 차이는 조금씩 있을지 몰라도 당연히 사람들이 나처럼 아주아주 많은 생각들을 하면서 사는 줄 알았어. 다들 머릿속에 시도때도없이 음악이나 말소리가 들리고, 이런저런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고 딱히 일어날리도 없을만한 상상들이 둥둥 떠오르는 줄 알았어. 근데 아닌 것 같더라고. 늘 급류를 타듯이 등떠밀려 일상을 살아내는 것 같은 감각도 내가 adhd라서 느끼는걸까?
아주 장황하게 썼지만 결론은 내가 지금까지 겪어온, 그리고 지금도 겪고 있는 강박,불안,우울 그 모든 게 adhd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것 같다는 거야. 중학생 때 처음 우울증 겪고 병원갔을 때 종합심리검사를 했는데 그때 의사쌤도 내가 지능이 평균보다 높다는 말씀을 하셨었거든. 내 생각엔 오히려 내가 그나마 지능이 높아서 지금까지 내 adhd 성향을 누르며 어떻게든 일상을 버텨왔기에 adhd라고 의심받을 만한 정황이 눈에 띄게 포착이 안됐고, 결국 스스로도 원인을 모르는 채로 스트레스는 있는대로 받고 그걸 해소도 못하면서 자꾸만 정신적으로 지치는 과정이 누적되면서 증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 같아.
대인관계도 특유의 조심성 (타고나길 조심성이 없는 것과는 별개로 스스로 의식해서 엄청 조심스럽게 타인을 대하고, 눈치를 많이 봐서 감정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함)이나 사람을 대할 때 나타나는 센스로 원활하게 유지하고 있는 듯하지만, 번아웃이나 우울이 조금이라도 찾아올 때면 다른 모든 것과 함께 그마저도 와르르 다 무너져내려. 일단 자존감이 너무 낮아져서 내가 날 가만히 냅두지 못하고, 그렇다고 제대로 마주하지도 못하는 개큰 혼란 속에 있다보니까, 다른 사람을 마주하는 것도 힘들어짐. 그리고 이런 이유로 스스로를 포함해서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해 온 가족, 친구 등에게도 정서적 유대감이나 사랑을 느끼기가 어려운 상태가 돼. -이게 정말 무섭고 힘듦, 우울이 극치를 찍었을 때 자주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때부터는 일상으로 돌아오는 게 아주아주 힘들어지더라. 방에 홀로 콕 쳐박히는 말그대로 폐인 일상이 시작되는거지.
어떻게든 남아있는 정신력과 의지력으로 스스로를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을 때에는 아주아주 에너지가 넘치고 활기차고 긍정적인 사람이지만, 스트레스가 조금이라도 많이 누적되거나 일상이 바빠지면 늘 심각한 허무주의와 자살 충동에 빠져서 거의 저승 문앞까지 갔다가 돌아오길 반복하는 내 삶이 과연 얼마나 갈까 싶어.
다음주에 병원에 가서 제대로 검사받아볼 예정인데, 부디 약을 먹고 나서 내 일상이 다시 안정을 찾길 바랄 뿐이야.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 아마 없을 것 같지만, 혹시라도 있다면 이렇게 두서 없이 긴 글을 읽어줘서 정말 고마워. 그리고 나처럼 adhd나 우울, 불안 증상으로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고생 많았다는 말, 같이 힘내보자는 말 하고 싶네.
몇시간 뒤 나가야 하는데 또 이 새벽까지 이 글 쓰고 있는 것 좀 봐 ㅋㅋㅋ 이것만 봐도 뭐...
어쨌든,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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