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 사랑방에 게시된 글이에요
보통 사람들 같으면 평범하게 말할 거를 애인은
보통 사람들 같으면 평범하게 말할 거를 애인은
봐봐~ 자! 어쩌구저쩌구 맞지? 이해했어? or 알겠어?
이런 식으로 말해 그것도 설명톤으로 학생들 가르치는 톤으로
연애 초기에는 내가 센스 있게 '네 선생님~!' '헐 그래요?! 이해 너무 잘 돼요 쌤! ㅋㅋ' 이런 식으로 넘겼어
애인도 그럴 때마다 에고 미안!!ㅠㅠ 이랬고
한 번 애인이 엄청 화를 내고 소리친 이후로는 이렇게도 안 하고 그냥 내가 평범하게 대답해
(이 때가 연애 5개월차? 정도였을 거야)
화를 낸 이유는 애인이 나한테 잘못된 정보를 학생들 가르치는 말투로 알려줬는데 내가
'선생님~ 그거 아니지 않아요? 어쩌구저쩌구 이게 맞아요~ㅎㅎ' 이렇게 말을 했는데
순간 애인 얼굴이 확 굳고 뭔가 어이없는 걸 들었을 때의 표정이었어
이내 얼굴 빨개지면서 말투가 그게 뭐냐고 그냥 말하면 되는 거지 비꼬긴 왜 비꼬고 ㅈX이냐고 소리를 침
내가 많이 놀랜 이유가 평소에 우리가 조용조용한 커플이기도 하고 둘 다 욕도 진짜 아예 안 해서 겹지인들은 우리 보고 쟤네는 순둥이들끼리 만났네ㅎㅎ 이러기도 하거든
그래서 애인이 욕하고 소리쳤을 때 많이 놀랬고 바로 미안하다고 기분 나쁘게할 의도가 없었다고 계속 말해서 풀긴 했어
애인은 소리쳐서 미안하다고 내 말투 때문에 학교에서 짜증났던 일들 생각나서 그랬다고 사과했고
그 이후로는 애인이 가르치는 말투로 말해도 난 평범하게 대답하고 있어
빈도가 절반 정도로 줄긴 했긴 한데
근데 그 줄어든 것도 애인이 말하기 전에 머리속으로 필터를 돌려서 줄어든 것 같아
경황이 없거나 서두를 때는 말투가 무조건 가르치는 말투거든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점점 빈도 줄어들겠지... 하고 있었는데 지금 연애 1주년 넘었는데 그대로야
그 동안 나한테 학생들 대하는 것처럼 안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을 여러번 했는데도...
말투도 말투지만 애인이 자기가 말한 게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인지 못 하는 것 같아
애인이 틀린 걸 말해서 내가 아니라고 하면
'아니지~ 봐봐~ 어쩌구저쩌구(아까 했던 말이랑 똑같은 말 되풀이) 알겠지?' 이런 식으로 나와
학생들한테 알고 있는 내용과 정답을 가르치는 게 직업이라 그게 굳어져서 무슨 말을 해도 자기는 정답을 말하고 있다는 그런 확신이 있는 것 같아
자격지심이 있어서 이렇게 싫나? 생각도 했는데
내가 딱히 교사에 자격지심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아
자격지심 가질 이유도 없지
학벌도 서울 교대 보다 위고
직장도 메이저 공기업이고
그냥 다른 이유가 아니고 순수하게 내가 저 말투를 애인한테 듣는 게 너무 싫은 것 같아
만난지 1년 넘었고 우리 나이도 있고 (내년이면 난 30 애인은 32) 둘 다 비혼 아니라서 결혼도 해야하잖아
결혼 둘 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의 나는 저 말투 못 고칠 거면 솔직히 결혼해도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심지어 차라리 결혼 안 할 거면 빨리 헤어지는 게 서로를 위해서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까지 들고
말투 때문에 결혼이 망설여지는 거 많이 이상해보여?
저 말투 1년 동안 들어도 익숙해지기는 커녕 그냥 너무 싫어서ㅜㅜ
말투 때문에 데이트해도 연인들 대화 같지도 않고...
데이트하다가도 저 말투만 나오면 (나만) 무드 다 깨지고
주변에서는 하나같이 내가 평생 힘들어도 참고 살 거 아니면 빨리 헤어지고 서로 갈 길 가라고 하는 반응이야
난 애인이 말투 빼면 너무 좋고 결혼도 하고 싶은데...
애인 말투 못 고치는 걸까???
오죽하면 그래 나 보다 누나니까 저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그건 그거대로 이상하잖아ㅠㅠ
사귀는 사이인데 연상이라고 말투 저러는 게 어딨어
나도 연하 만나봤는데...
이제는 내가 말투로 말 꺼내는 것 자체가 눈치 보여
직업병이라 못 고치는 건데 자꾸 스트레스 주고 있는 걸까 싶기도 해서
에효...ㅠ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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