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여러 이유로 생각이 부정적으로 굳어져서 항상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걱정과 불안이 기본처럼 자리 잡았어.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학교도 다니고, 대학도 혼자 준비해서 들어가고, 졸업하고 취업해서 1년은 일했는데 사정이 생겨 그만두고 지금은 3년째 쉬고 있어.
원래도 우울하고 불안이 많았는데 쉬는 동안 더 심해진 것 같아. 알바도 해보려고 했지만 결국 오래 못 버티고 그만둬 버렸고, 아무 이유 없이 울기도 하고 근무 중에도, 쉬는 시간에도, 퇴근해서도, 심지어 쉬는 날에도 마음이 계속 불안하고 눈물이 맺히고 쓸떼없는 걱정과 잡생각이 끊이질 않아. 몸은 쉬는데 마음과 정신은 단 하루도 쉬지 못한 느낌이야.
사람 대하는 것도 어렵고, 내가 일머리도 없고 손도 느리고 첫알바때 부터 혼도 많이났어서 더 성실하려고 노력도 하는데 실수할까 봐 겁나서 일자리 알아보는 것도 갑자기 불안이 확 올라와. 또 못 버티고 도망칠까 봐, 또 실패할까 봐 그런 생각이 반복되고 무서워. 그러다 보니 스스로 한심하다는 느낌도 자꾸 들어.
최근엔 집중력이나 기억력도 확 떨어졌어. 눈앞에 있는 물건도 못 찾고 몇 분 동안 왔다 갔다 하거나 방금 둔 것도 기억 안 나고, 머리가 멍해져서 ‘왜 이러지?’ 싶은 순간들이 많아. 마치 머리가 굳어버린 느낌?
주변에서는 “이제 기다려줄 수 없다”, “빨리 일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게 또 엄청난 압박으로 느껴져. 전공 살려서 취업해야 하는 시기도 다가오는데 예전에 너무 안 맞아서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더 무섭고. 단기 팝업 알바조차 너무 무서운데 취업은 말할 것도 없지.
그래서 나름대로 진짜 많이 노력했어. 일부러 긍정적인 생각 해보려고 하고, 매일 산책 2시간씩 하고, 운동도 다니고, 친구랑 통화도 하고, 집안일도 조금씩 하고… 근데 그 효과는 잠깐뿐이고 결국 또 우울·불안이 파도처럼 밀려와. 잘 걷다가 갑자기 구멍이 생겨 빠지는 느낌처럼 감정이 긍정적이게 하려다가도 갑자기 바닥을 쳐서 오히려 조울 같은 느낌도 들고.
주변에서는 마음먹기 나름이고 누구나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병원 가봤자 소용 없어 약 먹어도 의지 없으면 평생 먹어야 해. 이런 말들을 하는데… 조언들이 고맙긴 한데 내가 겪는 힘듦을 너무 가볍게 치는 것 같아서 물론 인정해주거나 이해해줄 필요는 없지만.. 나는 일부러 이러는 것도 아니고, 노력하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닌데… 그렇게 말하면 내가 지금까지 힘들었던건 뭐지? 싶은 생각이 들어.
나도 남들처럼 긍정적으로 살고 싶고, 무서워도 내 일 해내고, 잘 버티면서 살고 싶어. 근데 아무리 노력해도 생각이 통제가 안 되고 다시 무너지고, 불안이 다시 올라오니까 이제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전공 취업 시기도 다가와서 결정을 내려야 하고, 알바 알아보는 것조차 무서울 정도로 일상이 힘들어서… 그냥 너무 벅차서 털어놓고 싶어서 이 글을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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