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반년 정도 몸이 정말 아팠던 시기가 있었어.
위장 쪽이 안 좋아서 맛있는 음식도 잘 못 먹어서 전애인 혼자 밥 먹을 때도 많았거든. 계속 아픈 거 보면 애인도 지칠 거라 생각해서 다른 커플들 보며 내 자신이 괜히 되게 자존감도 낮아지고 매력 없어보이더라..
그래서 걱정되는 마음도 말하고, 걔도 지칠 것 같으니 차라리 그냥 내가 나아질 때까지는 데이트든 좀 자제하고 빨리 회복하고 더 잘 놀고 싶다고도 얘기했었어. 그리고 아픈데 나도 혼자 편히 쉬고 싶은데, 걔 눈치 보게 하는 게 더 눈치 보이는 거 뭔지 알지…?
그래서 전체적으로 저거 다 말하면서 시험기간이기도 하고 나는 내 기숙사에 있고 싶다고 했는데, 엄청 울면서 내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는 것 같대. 자기가 너무 뒷순위인 것 같다고 자기가 간호하게 해달라고 자기한테 아픈 거 의지해달라고 해서, 결국 걔 자취방에 자주 가있었어.
근데 자취방에서도 아픈 거 알면서 말로는 배려하는 척 하면서 19 하려고 분위기 잡는 경우가 대다수였고 자꾸 안 하려고 하는 것 같으면 ‘나는 스킨십이 사랑의 징표인데 너는 하기 싫은 것 같아’ 이 말을 가끔해서 부담이 되기 시작했어. 분명 걔는 절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내가 눈치를 본 게 잘못인건지…. 이후로는 친구들말고 쟤 위주로 만났고 (걔만 아픈 걸 이해해주고 식단도 나한테 맞출 수 있어서) 건강염려증이 심해져서 걔한테 정말 매일 매일 아프다는 말을 달고 산 것 같아. 여행 갔을 때도 이석증이 와서 여행지에 못 돌아다닌 적이 있었고 갈 때마다 이상하리만큼 아팠거든
그래도 아프다는 말만 자주하지, 소홀하게 한 적 한 번도 없었고 데이트 여행도 꼬박꼬박 가고 걔가 하고싶은 것도 다 하게 하고 걔 바쁜 날엔 먼 곳까지 가서 밥도 사주고 오고 그랬어. 나도 아프지 않으려고 식단, 생활습관 엄청 관리했었구..! 걔가 코로나 접촉한 거 나한테 말 안 하고 걸려와서 당시 건강에 예민한 내가 걔 아픈데도 뭐라한 건 미안했지만 ㅜㅜ
여기부터가 중요해 !
혀튼 어찌저찌 그런 상황이었고 쟤가 의지하라고 했었는데 어느날, 다른 걸로 애가 화가 나고 지치고 좀 쌓였는지 6시간동안 같이 있는데 말을 안 하더라..? 그러다가 결국 말을 했는데
> 너가 자꾸 아프다고 하니까 솔직히 지치고 이제는 듣기 싫어 너가 아파도 또 저러네 또 핑계대나 싶어서 믿기지도 않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게 돼
이렇게 얘기해서 내가 미안하다 하고 앞으로는 말을 좀 줄여보겠다고 지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지
그러더니 이어서
> 너가 자꾸 아파서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성격도 그래서 부정적이어보이고 옛날 너 되게 밝았던 모습이 좋았는데 그 때 모습이 없어져서 나도 모르게 과거를 자꾸 비교해
이러는데 그동안 나도 아파서 자존감이 낮아졌었다고 했잖아 걱정도 했던 부분이라 내가 알아서 혼자 있겠다고 한 걸, 다 의지하라고 해놓고 결국은 우려했던 상황이 나오고 그걸로 질려보이는 걸 얘기하니까 부정 당한 기분이 들고 그래…
그래서 아픈 것도 힘든 일두 얘기를 잘 안 하게 되니까 불편해지고, 상대가 저거 외에도 여러개 쌓여서 이제 더는 나한테 지고 싶지 않고 자기 주장을 하고 살겠대. 그러면서 이기적인 모습도 너무 많이 나오고, 툴툴 거리면서 자주 싸우고 회피하고 계속 내 성격 문제인 걸로 치부하더라
저 발언 이후로 불안해져서 솔직하게 얘기했더니 ”너 눈치보라고 그런 거 아니야~ 뭔 말을 못하겠다 그렇게 생각하지마 하던대로 편하게 얘기해 너 성격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해“ 이렇게 얘기해도 맘이 안 편해져
그러다가 다른 이성이 좀 잘해주니까 그 이성한테 흔들린다는 느낌보단 애인에 대한 확신이 없어지고 나도 확 식는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
너네라도 식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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