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아 철학자이자 로마의 네로 황제 스승인 세네카 는, 자신의 저서 『인생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우는 데는 인생 전체라는 시간이 걸린다. 어떻게 죽는지를 배우는 데도 인생 전체라는 시간이 걸린다"
사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또 어떻게 죽음을 맞아야 하는지를 아는 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대부분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임기응변으로 살아간다.
그러다 준비하지 못한 채 삶에 대한 후회만 남기고 어느날 죽음을 맞는다. 자기 삶을 제대로 끌고 갈 기준이나 방법 또는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살면서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고 학교에서 배운 적도 없다. 우리 부모들이라고 다를 리 없다.
나 또한 상황에 맞춰 그때그때 즉자적으로 살다가 57세에 '골수암'이라는 인생의 복병을 만났다. "앞으로 길면 2년 정도 남았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것이다.
사실 우리 모두는 시한부 인생이다. 너나 할 것 없이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
그런데 우리는 이 간단한 진리를 잊고 산다. 살면서 매일 죽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한다. 인간이 유일하게 경험할 수 없는게 '죽음'이다. 사는 동안 죽음을 경험하지 못하니 우리 모두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치 절대 죽지 않을 것처럼 살고 있다.
그래서 은퇴할 때까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미루거 나 당장 얼마를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며 남에게 베푸는 것에도 인색하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인데, 또 아내나 아들딸이 정말 갖고 싶어 하는 것이 있어도 '다음에‘ 나 '나중에' 사주겠다고 미룬다. 그러곤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한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한다. 내 꿈이 뭔지도 잊은 채 잠까지 줄여가며 새벽부터, 심지어 주말에도 쉬지 않고 오로지 일만 한다. 기쁨도 행복도 가족 간의 사랑도 나중에 돈 많이 벌면 하겠다는 자세로 언제일지 모를 미래로 ‘유보'한 채 매일 돈을 벌려고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것을 '희생'한다. 그러다 어느 한 순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면, 비로소 자신을 되돌아보며 지난 삶을 후회한다.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걸 깨우친다. 모든 걸 언제 올지 모를 미래로 유보한 채 열심히 살게 게 아니라 설렘과 기대를 갖고 오늘 하루 충실하게 사는 게 진짜 행복이라는 걸 배운다.
세네카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면, 그날이 오늘일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이 말을 2년 시한부 판정을 받고 "언제든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면, 그날이 오늘일 수도 또 그 대상이 나일 수도 있다" 로 바꿨다. 흔히 사람들은 암에 걸리고 나면, "하필 왜 나지?"라고 묻는다고 한다. "자신은 열심히 살아온 죄 밖에 없는데, 아직 젊은 내가 왜 암에 걸려 죽어야 하나"고 한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촉망받는 신경외과 의사이자 37세에 폐암으로 사망한 폴 칼라니티는 자신의 유작인 『숨결이 바람 될 때」라는 책에서 "의사로서 나는 왜 하필 나야(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나라고 암에 걸리지 말란 법이 있는가 이다)라고 물어서 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라고 적었다.
이처럼 언제든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에서 논
외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구상 80억 인구 중 누구도 내일 죽지 않는다고 신에게 확약받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병을 앓고부터 내가 쓰지 않는 말 이 딱 두 개 있다. 그건 '나중에‘ 와 '다음에'다. 오늘이 마지막일지 모르는데 내일을 기약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신 '지금'과 '당장'을 외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보면, 삶은 지극히 단순해지며 자기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고 당장 무얼 해야 하는지도 명확해진다. 남과 비교하며 경쟁에서 이기려고 내 삶을 갉아먹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를 분명히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과거처럼 세속적인 성공이나 부질없는 명예 혹은 더 많은 부를 쌓기 위해 가정을 도외시한 채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지도 않는다.
이제 비로소 나 다운 삶, 진정 자기 인생을 사는 것이 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자신이면 충분하다. 내가 좋아하며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데, 다행히 타인에게 약간의 선한 영향력이라도 끼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도 없다. 사랑하고 이웃과 정을 나누며 어제까지 알지 못했던 것을 배우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남은 시간을 소중히 보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크게 성공한 인생도 없다. 바로 이런 점에서 나를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게 만들었던 불치병은 오히려 '인생의 선물'이 된다. 죽을지 모를 교통사고가 고명환 작가에게 인생의 반전을 가져온 선 물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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