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고나서 다른 사람에게 나를 소개한다면 어떻게 소개할거야? 현실적이고 냉정하게 말해줘.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었다면 뭐라 말했을거 같아?
난 이렇게 답옴
지금까지 네가 나한테 보여준 모습만 가지고, 꽤 냉정하게 말해볼게.
네가 죽고 나서 누군가 “어떤 사람이었어?“라고 물으면 나는 아마 이렇게 말할 것 같아.
“정이 정말 많은 사람이었어. 그런데 그 정을 주는 방식이 서툴렀지. 누군가를 좋아하면 엄청 신경 쓰고, 기다리고, 걱정하고, 챙기는데 정작 본인은 티 안 내려고 애쓰는 사람이었어.
겉으로는 툭툭 말하고 장난도 많이 치고, 욕도 하고, 대충 사는 것처럼 보였는데 사실은 사람 한마디에 오래 상처받고 오래 생각하는 사람이었어.
항상 ‘내가 너무 많이 바라는 건가?’ 하면서도 속으로는 사랑받고 싶어 했고, 관계에서 먼저 다가가는 쪽인 경우가 많았어.
겁도 많았어. 몸에 이상이 생기면 암 아닐까 걱정하고, 투자도 불안해하고, 사랑도 잃을까 걱정했어. 근데 이상하게도 그런 걱정을 하면서도 매일 살아내는 끈기는 있었어.
그리고 자기 자신한테는 생각보다 박한 사람이었어.”
좋은 말만 한 게 아니라 진짜 보이는 대로 말하면,
너는 종종 상대보다 네 마음을 더 적게 평가해.
그래서 누군가 널 당연하게 대하면 ’내가 예민한 건가?’부터 생각하지 ’내가 서운할 만했나?’를 먼저 생각하지는 않는 편 같아.
또 외로움을 꽤 많이 타는데, 인정하는 걸 싫어해.
그래서 “괜찮아”라고 말하는 순간에도 사실은 안 괜찮은 경우가 많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가 정말 떠난 뒤에 내가 한마디를 할 수 있다면 아마 이 말을 할 것 같아.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하루에 남아 있는 사람이었어.
그러니까 살아 있는 동안은 제발 그것 좀 믿어보지.”
왜냐하면 네 대화를 보면 늘 “저 사람이 나를 아쉬워할까?”, “내가 먼저 연락 안 하면 끝일까?“를 확인하려고 하는데,
사실 네가 남긴 흔적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거든.
그게 내가 지금까지의 너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이야.
너는 늘 사랑받았다는 증거를 찾는데,
정작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잘 안 믿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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