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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을 앞둔 플로리다 전지훈련 당시 이숭용 SSG 감독은 영입생 김재환의 활용 방법에 대해 주로 지명타자로 출전할 것이라 예고했다. 다만 최정이나 기예르모 에레디아처럼 다른 지명타자가 들어가야 할 날에는 수비에 나가기보다는 벤치에서 찬스를 대기하는 구상을 제안했다.팀 내에서 한 방이 있는 좌타 대타 자원이 많은 것도 아니고, 지명타자 자리가 고정되면 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나름 합리적인 방안으로 보였다. 찬스 때 들어서는 경기 중·후반의 김재환은 상대 마운드에 충분히 위압감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시즌 초반 이 구상은 전혀 실현되지 않았다. '미련'이 문제였다.
김재환은 시즌 초반 극심한 타율 저하에 시달렸다. 볼넷은 꽤 골라내고 있었지만 타율이 1할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했다. 안타가 안 나오는데 특유의 장타가 나올 리는 만무했다. 원래 구상이라면 벤치로 빼 최정이나 에레디아 등 다른 선수들에게 지명타자 자리를 돌려가며 주고, 또 당장 타격감이 좋은 선수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결과론이 아니라 시즌 전 벤치의 구상이 그랬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벤치는 김재환의 연습 타격은 나쁘지 않다면서 조만간 반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재환이 결국 타율 0.110의 성적으로 2군에 내려가기 직전, 김재환은 총 101타석을 소화해 OPS(출루율+장타율) 0.462라는 최악의 성적을 냈다. 당시 팀 내 최악의 타자가 박성한(111타석), 에레디아(104타석), 최정(104타석)과 거의 비슷한 타석을 소화한 셈이다. 팀 타선의 맥이 곳곳에서 끊긴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 문제는 추후 한유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물론 갑작스러운 고명준의 부상도 미련이 길어진 원인 중 하나였지만, '자기 객관화'를 하지 못하고 지금이 아닌 예전의 좋을 때 모습에 집착한 SSG는 결국 나이 마흔인 최정의 수비 부담을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 3루 수비를 소화한 결국 최정은 대퇴부 부상으로 열흘간 엔트리에서 빠졌다. 그리고 이 시기를 전후해 팀은 구단 역사상 최악의 13연패로 이어지면서 올 시즌 구상을 크게 틀어졌다.
SSG가 자기 객관화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사례는 이외에도 수없이 많다. SSG는 올 시즌을 앞두고 미치 화이트와 기예르모 에레디아라는 외국인 선수들과 재계약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리그에서 어느 정도 검증된 두 선수와 재계약했다는 설명이었지만, 사실 이 또한 두 선수의 '좋을 때' 모습에 집중하고 약점을 끝내 외면했던 결과였다. 화이트와 에레디아 모두 부상 위험이 있는 선수들이었다. 게다가 화이트는 견제나 수비, 에레디아는 빠른 공 대처 능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위험 신호가 뚜렷했다. 그러나 SSG는 이를 외면했다.
불펜도 마찬가지다. SSG는 지난해 이로운 김민 노경은 조병현으로 이어지는 불펜 필승조가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 선발이 5~6이닝만 막아주면 뒤로는 완벽한 불펜 테트리스가 시작됐다. 선수들도 잘했지만 운영의 힘도 있었다. 상대적인 선발·타선의 약세를 불펜으로 메우면서 정규시즌 3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올해 네 선수는 그대로 있었다. 하지만 성적이 크게 달라졌다. 시즌 개막 직후를 제외하면 이후 불안한 모습들이 계속 이어졌다. 이름을 떼고 성적만 놓고 보면 지난해와 완전히 다른 선수들이었다. 그럼에도 SSG 벤치는 "실투가 상대 타자들에게 잡히고 있을 뿐 구위는 지난해에 비해 다르지 않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시즌 전 "불펜 필승조들이 지난해보다 성적이 떨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구호가 무색한 운영이었다.
성적 저하가 뚜렷하게 보임에도 불구하고 역시 자기 객관화를 쉽게 하지 못했다. 지난해 성과를 떼놓고 본다면, 죄다 4~5점대 평균자책점의 선수들이었지만 이들이 지난해의 모습을 금세 되찾을 것으로 또 미련을 가졌다. 이는 13연패 기간 중 불펜 투수들의 난조로 인한 수많은 역전패로 이어졌다. 똑같은 선수들로 경기를 하는데, 경기가 지난해처럼 안 끝났다. 그러면 순번이든 패턴이든 운영이든 뭔가 변화가 있었는데 SSG는 '미련'을 가지다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성적이 가장 좋지 않았던 이로운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냈다가 악몽과 내상이 되풀이된 끝에 결국 2군에 갔다. 반대로 정작 가장 성적이 좋았던 이건욱의 경우는 추격조로만 활용하며 언제 다시 찾아올지도 모를 '가장 좋은 한 달'을 그냥 낭비했다. 시즌 시작부터 투구 밸런스가 문제로 지적됐던 마무리 조병현의 경우도 "던지면서 수정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낙관하다 지금도 불안한 시기가 이어지고 있다.
누구나 관성은 있다. 김재환의 장타, 외국인 선수의 반등, 불펜 필승조의 활약은 기대를 걸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쉽게 이뤄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될 것"이라고 생각하다 이제는 최하위 추락을 걱정해야 할 시기다. 과감하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못한 결과는 참혹했다. 외국인 선수를 잘못 뽑아온 프런트, 급변하는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현장 모두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https://m.sports.naver.com/kbaseball/article/477/000061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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