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4일 지났고 붓기도 많이 빠져서 한번 올립니다
일단은 부분 마취와 완전 절개, 그리고 눈매교정을 했고 동시에 같이 했어
일산에서 했고 언니 친구들이 다 거기서 했는데 잘 됐다고 그래서 별로 알아보지도 않고 간 거라 웬만큼의 정보는 없다는 사실
처음 상담을 언니랑 갔는데 거기 원장님한테 상담을 받았어
오랜 경력자라 그런건지 한번 보고 딱딱딱 말씀을 해주시는 모습에 병원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었따
-대화내용-
"안검하수네, 왼쪽눈이. 원래 오른쪽 눈이 정상 눈인데 왼쪽 눈은 반쯤 감겨있고 안구도 조금 함몰되어 있고 길이도 짧잖아. 눈매교정을 해야 해."
"에? 쌍커풀만 하면 안되는 거예요?"
"메인은 눈매교정이야. 쌍수가 메인이 아니라"
원래 쌍수만 생각하고 갔는데 뜻밖에 눈매교정 소리에 너무 놀라서 속으로
'이게 무슨 *소리야'
싶었지만 차분하게 설명을 해주시고 나가서 실장 언니와 다시 상담을 했어
날짜 잡고, 가격 잡고 해서 총 137만원에 수술을 했지
자, 수술날로 돌아가서
이제 얼마나 아플까가 고민이 되더라고
사람마다 아픔을 느끼는 차이가 다르기 때문에 쌍수 후기를 백만개를 봐도 대체 뭐가 어떻게 아픈건지 몰랐어
근데 하나는 공통적으로 후기가 같았어
눈교는 무슨 짓을 해도 아프니 잘 생각해봐라
이제 수술 동의서를 쓰고 나는 도살장 끌려가는 소처럼 나 수술해줄 원장쌤에게 끌려갔다
원장쌤은 내 눈을 이리저리 보더니
"아, 눈이 심하네" 라는 말로 1차 겁을 주었고
라인을 어떻게 잡을지를 고르라고 하시더라고
보기를 1번, 2번 이렇게 주시면서 무슨 얇은 은색 철로 예비 라인을 잡아주셨지
근데 봐도 무슨 차이가 있는 건지 모르겠는거야
그래서 솔직하게
"대체 뭔 차이가 있는 거예요?" 를 시전했고 원장님은 얘 뭐지? 하는 눈빛으로 몇초간을 쳐다보더니
"이게 1번이 얇고 2번이 좀 두껍잖아" 라고 말씀하시더라고
그래서 개인 취향으로 1번은 너무 티가 안 날 것 같아서 2번이라고 말하고 간호사님이 날 다시 끌고 갔어
겉으로 병원을 봤을 때는 속으로 '** 작아보이네?' 싶었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병원이 그렇게 커보일 수가 없어
회복실도 몇개씩 있고, 가구나 그런 것도 엄청 비싸보이고
안으로 들어가니까 더 미로처럼 깊숙히 방이 많길래 엄청 긴장이 되더라고
간호사님은 제일 먼저 화장실로 데리고 가서 용변 보고 오세요 라고 말씀을 하시길래
난 아, 오줌을 지릴만큼의 아픔이로구나 라고 얌전하게 소변을 봤지
화장실 밖으로 나갔는데 간호사님이 벽에 데코 처럼 붙어있는 나비가지고 노시고 계시더라고
마치 고양이가 장난감 가지고 노는 것처럼
좀 오래 있을 껄 그랬다, 생각할 즈음 간호사님이 나를 다시 데리고 회복실로 갔어
회복실에서 입고 있던 겉옷이랑 쓰고 있던 안경이랑 신발 슬리퍼로 바꿔 신고
드디어 수술실 입장을 했어
지옥문이 열린거지
수술실이 자동문이였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수술복 입고 있는 의사님들이 나를 죄다 쳐다보시더라고
그때 솔찍히 진심 무서웠다
긴장이 너무 되는거야
의학 영화나 드라마같은 거 보면 수술방 자주 나오잖아
나는 평생 수술방 바닥은 밟아보지도 못하겠다 싶었는데 이게 웬걸 밟아볼줄은 몰랐지
그 수술대 위에 누울줄도 몰랐지
너무 무섭고 눈물날 것 같고 아, 그냥 생긴대로 살껄 진짜 오만가지 생각을 할 즈음 누우라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나는 꼼짝없이 누웠고 시간이 어떻게 흐른지도 모르겠어
계속 기다리니까 의사님이 얼굴 전체를 솜으로 소독하시더라고
절때 절때 얼굴 건드리시면 안돼요! 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시길래 입도 못 벌리고 고개만 끄덕였어
그리고 구멍 뚫려있는 초록색 천으로 얼굴을 덮으니까 날 수술해주실 원장님이 등장했따
수술이 시작됐고, 마취를 시작했다
후기를 많이 본 적이 있는데 부분마취할 때 누가 그런 표현을 쓰더라고
"남이 내 눈꺼풀을 손톱으로 엄청 세게 꼬집는 것 같아요!"
절대 그 표현을 쓰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음... 수정하자면 한 엄청 세게 X 1000?
내 리얼한 마취 후기를 알려주자면
바늘 있잖아, 주사 바늘 말고 뭐 꿰맬때 쓰는, 집에 있는 두꺼운 바늘? 그 바늘을 눈 앞머리에 쪽 접히는 부분에
사선으로 제일 먼저 넣어, 뭐 그런 기분이야
엄청 두꺼운 바늘있잖아 저 바늘을 내 눈에 억지로 쑤셔 넣는 기분
너무 아파 진짜 윽 소리가 나고 억 소리가 나고 악 소리가 나고 나중에는 욕이 나와
그걸 한 세방인가를 놓는단 말이지
아, 끝났다... 싶어서 속으로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 생각이 제일 먼저 들어
아! 내 눈은 두개였지!
부분마취를 하고 문제의 왼쪽 눈을 수술하는데
처음에는 부분마취의 아픔 때문에 뭐가 잘 안 느껴져
점점 아픔이 사라질 수록 다른 아픔이 찾아와
부분마취라고 해서 하나도 안 아픈게 아니야
이제 쌍수 하면 느낌이 난다고 하잖아
느낌이 아는게 아니라 지금 어떻게 뭘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어
결론은 마취를 해도 아프다는 얘기야
진짜 아파 마취 해도 아파 이건 너무 한 거 아니야? 싶을 정도로 아파
생각할 수 없는 아픔이야
뭐랄까, 우리가 실생활에서 웬만한 아픔은 다 느껴봤잖아
근데 이 아픔은 실생활에서 전혀 느낄 수 없는 아픔이거나와 앞으로 살면서도 느끼면 안되는 아픔이야
너무 아파
마취가 풀려서 아픈건가?
음음 아니 마취가 제대로 됐음에도 아파
난 총 1시간 수술을 했는데
이제 좀 들 아플 때가 있어
그때 여러 생각들이 떠올라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뛰쳐 나가고 싶다, 한쪽만 하면 안되나?
이런 생각들이 드는데
눈을 감고 수술을 하잖아. 눈을 감으면 이제 수술실 불빛 때문에 눈을 감았음에도 엄청 밝아
눈 앞에 바로 태양이 있는 기분이야
되게 밝아서 눈을 감았음에도 무수히 많은 색깔을 볼 수 있어
난 민트색을 봤어
여튼 밝은데 이제 수술방에 노래를 잔잔히 틀어 놓았더라고
다른 후기에서는 뭐 최신 가요가 나왔다, 클래식이 나왔다 이런 말들이 있었는데
내가 수술했던 수술 방에는 찬송가가 나왔어
그리고 생각했지
아, 여기가 천국인가
수술 중간중간에 눈을 떠보라고 원장님이 시켜
그래서 눈을 떠보면 눈이 진짜 안 떠져
한 열흘 밤샌 것처럼 눈이 그렇게 떠져
힘겹게 눈을 뜨고 원장님을 바라보고 하는데 귀에선 찬송가가 들리잖아
정말 신생아가 된 기분이야
힘겹게 눈을 뜨고 바라보는 시야에는 원장님의 눈이 있어
눈이 그렇게 안 떠져
여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수술이 끝나고
의사님이 내 뒷머리를 손으로 받친다음에 훅 일으켜 세우시더라고
그리고 다른 의사님이 거울을 얼굴로 들이 밀더라고
난 아직 내 눈을 볼 준비가 안 되어 있었거든
무방비한 상태로 수술 끝난 내 낯선 눈을 본거야
세상 너무 충격적이더라고
음... 한 30일 대성통곡한 사람이 눈이 붓는다면 이렇게 붓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 상태로 나가려는 원장님을 보는데 왠지 모르게 굉장히 허망하더라
그렇게 가버리는 거예요? 하는 기분이었어
근데 원장님이 다시 뒤를 돌아서 나를 보더라고
그리고 내 눈을 보고 만족해하시면서
"아직 붓기 안빠져서 그래, 잘 됐네."
하시고 쿨하게 퇴장하셨어
어렵게 캐스팅된 연습생이 된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수술방을 나와서 이것저것 주의사항 듣고 택시를 잡았지
집으로 돌아와서 아픔을 빨리 잊지 위해 + 마취약 때문에 어지러워서 딥슬립 했어
그러니까 좀 안 아프더라고
지금까지 안 아파
내일 실밥을 풀러 가거든
또 실밥 푸는 건 얼마나 아플지, 걱정이 되지만 쌍수가 꽤 만족스럽게 나온 것 같아서 만족스러워
뭐 쌍수 할 사람들, 하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후기를 보고 대충 어떤 느낌이구나, 하고 알아갔으면 해
최대한 내가 느꼈던 아픔, 상황을 설명한 건데 잘 느껴졌으면 좋겠다
그럼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