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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 맥스무비 [리뷰] '호프' 나홍진, 외계인은 끝내 설득되지 못했다 | 인스티즈

10년의 담금질 끝에 돌아온 나홍진 감독의 ‘호프’는 그 시간을 증명이라도 하듯 한국 상업영화의 문법을 다시 한번 비틀어놓았다. 호랑이를 쫓는 스릴러처럼 출발했다가 생존 액션으로 질주하고, 마침내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를 끌어들이며 SF 호러로 마무리했다.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과감함은 여전하다.


‘호프‘(제작 포지드필름스,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이 마을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서 시작한다. 초반 40여 분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을 추적하는 과정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숲과 마을이 각각 안개와 적막으로 채워진 화면은 긴장감을 끌어올리지만, 사건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곡성’이 불안을 차곡차곡 축적했다면 ‘호프’는 긴장보다 정체에 가까운 감각을 남긴다. 호랑이라는 미끼를 오래 물고 늘어진 탓에 초반 리듬은 다소 느슨해진다.


하지만 영화는 50여 분 이후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예상치 못한 외계 생명체의 등장부터다. 그 순간부터 ‘호프’는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 기괴한 형상과 예측 불가능한 행동은 영화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나홍진은 익숙한 크리처 영화의 문법을 차용하면서도,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존재 앞에서 무력해지는 감각을 밀어붙였다. 무엇보다 외계인이 지구에 온 이유 자체가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은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다.

아쉬운 점은 그 설명을 덜어낸 선택이 어떤 의미로도 확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계인은 왜 지구에 왔는가. 왜 인간을 공격하는가. 왜 떠나지 못하는가. 영화는 어떤 답도 내놓지 않은 채 관객의 상상력에 맡긴다. 물론 모든 미스터리가 해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질문만 남긴다고 해서 곧 여운이 되지는 않는다. ‘곡성’이 모호함 속에서도 믿음이라는 단단한 주제를 품고 있었다면, ‘호프’의 외계인은 끝내 무엇을 상징하는지조차 불분명하다. 영화가 관객의 상상력을 믿었다기보다 서사를 완성하지 않은 채 해석을 떠넘긴 인상도 지울 수 없다.


기술적인 완성도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화면 하나하나에는 나홍진의 집요함이 배어 있다. 들판을 가르는 빛, 짙은 안개가 뒤덮은 숲, 황량한 비무장지대의 풍경은 압도적인 미장센을 만들어냈다. 특히 음악은 장면마다 긴장과 공포를 세밀하게 조율하며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린다. 지금껏 한국영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스케일과 질감이라는 점에서 ‘호프’는 분명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배우들의 존재감 역시 영화를 지탱하는 힘이다. 황정민은 특유의 생활감 있는 연기로 비현실적인 상황에 현실성을 부여했다. 가장 놀라운 얼굴은 조인성이다. 말을 타고 질주하며 총기를 다루는 액션은 볼거리를 넘어 오랜 훈련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거친 마을청년들의 리더로서 보여주는 스타일과 태도도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쿨함을 완성했다. 이 청년들만 따로 떼어내 또 다른 장르영화를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조인성에게는 단연 새로운 대표작이 될 만한 연기다.


정호연도 인상적이다. 직접 소화한 고난도 카 체이싱은 성애 캐릭터의 생존 본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임현식은 오랜 연기 내공으로 극의 중심을 단단히 붙잡고, 음문석은 기존의 익살스러운 이미지를 벗고 의외의 얼굴을 보여주며 영화의 결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임현식과 음문석은 감초 역할에만 머물지 않고 진지함의 높낮이를 조절해 적재적소에 웃음을 안겼다.


정작 아쉬운 것은 이 영화의 핵심인 외계 생명체다. 디자인과 시각효과는 분명 공을 들였지만, 이미 여러 크리처 영화에서 익숙하게 봐온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압도적인 존재여야 할 외계인이 때로는 어설퍼 보이고, 클라이맥스로 갈수록 존재감보다 이질감이 남는다. 영화가 처음부터 쌓아 올린 현실감과 외계인의 시각효과가 완전히 결합하지 못한 탓이다.


그럼에도 ‘호프’는 쉽게 평가를 끝낼 수 없는 영화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나홍진 감독이 끝까지 자신의 방식으로 밀어붙이는 보기 드문 한국 상업영화이기 때문이다. 장르를 해체하고 미스터리를 극단까지 밀어붙인 나홍진의 야심은 여전히 독보적이다.


러닝타임 156분. 7월 15일 극장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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