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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도
유명한 코미디언이자 영화감독인 기타노 다케시는 ‘가족’을 이렇게 정의했다.
‘누가 보고 있지 않으면 슬쩍(몰래)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 라고.
‘가족’이 주는 따뜻함, 안정감, 소속감은 있겠으나, (그보단) 그렇지 않아도 고달프고 팍팍한 인생의 난이도를 열 배, 백배 확 높여버리는, 나의 가장 친밀하고 가까우며 오래 알고 지내 더 위험한 적(敵)이요, 나를 세상에 있게 한 ‘창조’인 동시에, 나를 망가뜨리고 사라지고 싶게 만드는 ‘파괴’적 존재들... 그게 가족, 아닐까.
때때로, 내 일, 내 가족 아니었음 좋겠고,
확 내다 버리고도 싶지만, 그럼에도 가족이다.
매일 아침 싸우고 나가도 그날 저녁 아무렇지 않게 마주하고, 안 들어오면, 겉으론 왜 기어들어오냐 막말을 일삼더라도, 실제론, 내가 괴롭히는 건 괜찮아도 애먼데서 괴롭힘 당해 울고 들어오면 그날 진짜 전쟁 나는 거다.
어딜 감히! 내 새끼를!! 내 가족을 건드려!!!
IMF시대 보다도, 코로나 팬데믹 때보다도 고단하고 강퍅한 요즘이라지만, 조금은 더 따뜻하고, 조금은 더 여유로운, 주말 저녁 같은 드라마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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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림
안희연
(여, 33세. 반찬가게 직원)
어릴 때 별명이 ‘한 반장’이었다.
당시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이란
긴 제목의 영화가 개봉했는데 그게 꼭 한규림 같아서.
그 ‘무슨 일’이 안 좋은 일 슬픈 일이면 열 일 제쳐놓고 달려가서 덜 안 좋게,
조금이라도 덜 슬프게 도와야 했고, 그게 좋은 일이면 자기 일처럼 좋아하고
축하해줬다.
오지라퍼에 팔랑귀, 감정을 못 속이는 리트머스 종이.
가구공장 사장이던 아버지 덕에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아버지의 이혼, 재혼 그리고 새어머니의 배신으로, 집안은 확 가난해졌고
대학 진학도 포기한 채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며 24시간을 숙제처럼 살아간다.
언젠가부터 사랑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연애 같은 거 할 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여유도 없고.
그런데 그런 규림을 설레고 흔들리게 하는 사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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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진
하석진
(남, 35세, 이탈리안 레스토랑 오너셰프)
날 때부터 다이아몬드 수저 물고 태어나 (아무리) 평범한 걸 좋아한다 해봤자,
씨알도 안 먹힐 얘기라는 건, 본인도 잘 알지만, 진짜 ‘평범’한 게 좋았다.
어린 시절부터 장래 희망에 ‘요리사’라 썼는데 엄마 홍옥선은 정색을 하고
무진을 야단쳤다.
중학교 1학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작은아버지들과의 혈투 끝에 경영권을
지켜낸 엄마 홍옥선이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많은 이들이 이제 아들인 니가 엄마를 지켜내고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딱 3시간을 고민하다가, 무진은 결국 자신의 꿈을 접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 후, 스탠퍼드 MBA에 가기 전,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 들어가 서빙부터 시작했다. 소위, 본격적인 후계자 수업의 시작이었다.
오너의 아들인 걸 들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시장 옷을 사 입고,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다녔는데, 버스에서 같이 레스토랑 알바를 하고 있는 규림과 자주 마주쳤다.
규림은 피곤에 쩔어 졸고 있다가도 노약자나 아이, 임신부가 보이면
재까닥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고, 아픈 할머니에게 병원 위치를 설명해주다가 할머니가 도저히 알아듣지 못하면 할머니와 함께 버스에서 내려 병원까지 따라가 주고, 돈이 모자라 버스에 타지 못하는 학생을 위해 교통카드를 찍어주고, 밥 사 먹으라며 돈까지 쥐여줬다.
쟤, 진짜 뭐지?
한규림이라는 여자가 궁금해졌다.
그러다 규림이 건넨, 규림식의 위로와 격려는 무진을 한순간에 함락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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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옥선
진경
(여, 60세. 동윤그룹 오너. 무진의 엄마)
홍옥선
엄청난 동안에, 자기관리 끝판왕이다. (엄청난 동안 역시 그 관리의 산물인)
언뜻 보면 30대 후반인 딸 윤진과 아들 무진의 언니/누나로 보일 정도고,
20대 초중반 가끔 애들을 데리고 외출하면 할머니들이 세상 짠하게 보며 ‘아이쿠야, 애기가 애기를 낳았네’ 불쌍해할 정도...
30대 후반 남편 잃고 청상과부가 됐지만, 그 정도로 세상에 호락호락 질 순 없었다.
남편 형제들과 남보다 못한 친척들의 농간으로 회사는 여러 번 쪼개지고 병합되고, 여러 번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옥선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피 말리는 전쟁 도중, 결국 쓰러졌을 때도, 편히 쉴 수가 없었다. 조바심에 당장이라도 링거 바늘을 뽑고 나가려 했는데, 모든 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 했던가.
‘요리사’라는, 다분히 소박하고 평범한 꿈을 고집스럽게 가졌던 아들 무진이 병실을 찾아와 엄마를 잇는 사업가가 되겠다 한 것이다. 티내진 않았으나 안도했고, 기뻤다. 딸 윤진이 경영 면에서 무진보다 훨씬 월등한 걸 알지만, 자신이 여자라 겪은 수모와 고생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자신을 이을 CEO는 아들 무진이어야 한다 생각했다.
그 뒤로 크게 속 썩이는 일 없던 무진이었으나, 하...
늘 발등을 찍는 건 믿는 도끼라 했던가.
그렇게 귀에 피가 나도록, 어떤 여자를 만나도 좋지만, 나중에 결혼할 때 상대방 집안에 책 잡힐 일 없도록, 가볍게, 짧게 만나라 일렀는데, 웬 여자애랑 1년 넘게 만나더니 결혼까지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래, 어차피 웬만한 거야 우리 쪽이 차고 넘치게 갖췄으니 조금 모자라고, 살짝 기우는 정도면 귀엽게 봐주려고도 했지만, 정말 어지간해야 말이지!! 요즘 세상에 보기드문 고졸에, 부모는 이혼에, 동생은 줄줄이 사탕이라니 어후...
끊어내려한 건 그 여자애였는데, 실제 끊어진 건 아들 무진이었다.
그래, 맘껏 상처받고, 맘껏 방황해라.
언젠가 니가 돌아오면 따뜻하게 안아줄 이 엄마가 있으니.
하지만, 그 방황이 10년이 다 되어가다보니 내색은 않지만, 슬슬 초조하고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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