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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궁’이 오컬트 사극으로서 기대를 모았던 이유는 귀의 세계를 넘나 든다는 설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극 안에서 아무런 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기존 국내 오컬트물처럼 현세에서 귀신을 쫓는 데 그치지 않고, 퇴마를 위해 아예 귀의 세계로 진입한다는 설정 자체는 야심 차다. 하지만 ‘동궁’은 왜 구천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반드시 그곳으로 가야만 하는지 설득시키지 못한다. 오히려 작품의 또 다른 축인 궁중 암투 스토리가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올 정도다.

소재에 대한 납득이 되지 않으니 다른 의도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혹시 한국판 ‘기묘한 이야기’를 꿈꿨던 건 아닐까. 물론 ‘기묘한 이야기’의 설정을 차용하는 시도 자체가 문제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동궁’의 문제는 ‘기묘한 이야기’의 상징과도 같은 ‘뒤집힌 세계(upside down)’ 설정과 특유의 톤을 어떠한 치열한 고민 없이 노골적으로 끌어왔다는 데 있다. 원작을 제대로 보지 않고 대략적인 분위기만 아는 시청자조차 단번에 기시감을 알아챌 만큼, 그 모방의 방식이 지나치게 1차원적이고 얄팍하다.

무엇보다 뼈아픈 지점은 작품의 방점이 이 모방에 찍혀 있다는 것이다. 귀의 세계를 구현한 디자인 자체가 ‘기묘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게다가 CG의 완성도마저 현저히 떨어져 몰입을 방해한다.


‘기묘한 이야기’를 모방하는데 힘을 쏟다 보니 초반부의 매력 포인트였던 궁중 암투 서사마저 후반부로 갈수록 붕괴된다. 왕의 과거와 맞닿아 있는 변사 사건이 되풀이되는 중요한 스토리 라인에는 얄팍한 맥거핀과 잦은 번복만이 난무한다. 진실을 향한 빌드업 대신 반전을 위한 반전을 억지로 남발하다 보니 피로감도 상당하고 서사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개연성 잃은 전개의 여파는 메인 캐릭터인 왕이 직격으로 맞았다. 갈피를 못 잡는 서사에 캐릭터의 결마저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양새다. 작품을 이끌어야 할 캐릭터가 흔들리니 스토리 라인은 물론이고 작품 전체의 완성도마저 떨어진다. 배우들의 연기마저 아쉽다. 구천과 생강을 연기한 남주혁과 노윤서는 작품과 캐릭터가 지닌 무게감을 감당하기엔 존재감과 연기력 모두 가볍다. 우선 남주혁은 꾸준히 지적받아 온 표정 연기의 한계를 이번에도 넘지 못했다. 비극적인 과거와 무거운 숙명을 감내하는 인물임에도, 단조로운 표정은 캐릭터의 깊이를 담아내기엔 역부족이다. 전체 분량의 절반 이상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그때마다 감흥을 떨어뜨리는 연기력으로 작품에 대한 흥미도 휘발시킨다. 생강 역의 노윤서 역시 첫 사극 도전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장르에 맞지 않는 톤 설정은 물론, 감정이 폭발해야 할 순간마다 똑같은 표정으로 흐름을 툭툭 끊어낸다.

‘동궁’이 남긴 유일한 의미는 대비를 연기한 장영남이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목소리 톤과 눈빛의 변화로 완벽하게 구현, 그 흡인력과 몰입도가 대단하다. 장영남이 등장하는 장면만 따로 편집해서 보고 싶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사실상 ‘동궁’에서 명장면은 장영남이 등장하는 모든 신이다. 분량이 적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결국 ‘동궁’은 ‘기묘한 이야기’ 아류작,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여기에 주연 배우들의 미스 캐스팅, 그리고 빈약한 서사, 아쉬운 CG 퀄리티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아쉽다. 올해 하반기 넷플릭스 한국 텐트폴 기대작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무색하게도, 기대감을 전혀 충족시키지 못한 ‘동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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