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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호수공원으로 가주세요.”
불과 10분 전부터 약하게 떨어지는 빗방울을 그저 덤덤히 맞고만 있던 경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지는 비를 피해 도로변에 줄 서 있는 택시 중 눈에 띄는 택시에 몸을 실었다. ‘어디로 모실까요?’ 라는 기사님의 물음에 대충 생각나는 곳으로 답하고서 시트에 몸을 묻었다. 제법 쌀쌀한 밖과는 달리 적당히 따뜻한 택시 안의 온도에 경수는 누르고 참아왔던 피로가 한 번에 몰려오는지 고개를 젖히고서 눈을 감았다. 라디오에서 디제이가 간혹가다 던지는 재치있는 멘트에 호탕하게 웃으시는 기사님의 웃음소리, 그 뒤에 이어지는 디제이의 나긋한 목소리. 이 두 가지가 꽤 어우러져 피로가 몸에 휩싸인 경수에게는 그저 자장가로 들렸다. 택시에 몸을 싣기 전까지만 해도 머릿속을 꽉 채우던 온갖 생각들을 내려놓고 라디오를 자장가 삼아 잠에 빠져들어 소리가 아득해지고 정신이 희미해질 때쯤, 그때였다.
“거 뭐요?”
신호를 받고 출발하려던 택시 앞을 가로막은 한 대의 차량. 급정거하는 바람에 몸에 힘을 풀고 잠을 청하려던 경수는 힘없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놀란 마음에 차 창문 너머로 밖의 상황을 파악하고 저도 내려야 하나 고민하던 경수는 이미 기사님께서 소매를 걷으시고 가로막은 차량의 창문을 두드리고 계시기에 그냥 시트에 몸을 묻었다. 빨리 잘 마무리되어 출발했으면 좋겠다. 피곤해. 이런저런 바람이 경수의 머릿속을 꽉 채움과 동시에 떠오른 생각.
가로막은 차량이 뭐였더라?
“…안돼, 안돼.”
기억이 맞다면 스치듯 본 차량은 포르쉐 911. 그 어느 날 백현이 경수에게 뿌듯하게 보여주며 태워줬던 고가의 차량. 1, 2억을 넘나든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서 충격을 받아 차량의 모습 정도는 쉽게 기억할 수 있었다. 경수는 재빠르게 차 창문 너머로 차량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제발 아니길, 제발… . 불안한 마음이 증폭되어 손톱을 딱딱 맞부딪히던 경수는 확인하고서 안 그래도 큰 눈이 더 커지더니 다급하게 택시의 문 잠금장치에 손을 가져다 댔지만 문은 열린 후였다.
“내려.”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있는 경수를 눈만 내리깔아 바라보고 있는 사람, 경수가 그토록 도망치고 싶어했던 사람, 변백현. 백현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택시를 잡아탄 경수의 행동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안 내려?”
묵묵히 앉아있던 경수의 손목을 낚아채 끌어당긴 탓에 경수는 힘없이 끌어내려 졌다. 백현은 휘청이는 경수를 가볍게 붙들고 바로 세우더니 자신이 들고 있던 검은색 우산을 씌워주고서 기사님에게 다가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지갑에서 다른 사람이라면 엄두도 못 낼 수표 한 장을 꺼내더니 건네고서 간단한 묵례를 한 뒤 경수에게 돌아와 다시 우산을 저가 들고서 고개를 돌려 경수의 귀에 속삭였다.
“도망?. 씨,발 도망이라.”
“…”
“넌 내 손바닥 안이라고 몇 번을 말해.”
“…”
“다시 한 번 더 말해줄게. 잘 듣고 기억해.”
“…”
“도경수는.”
“…”
“변백현 손바닥 안이야.”
도경수는 변백현 손바닥 안.
도경수는 제아무리 숨고, 뛰고, 날고, 기고 해봤자 행동의 끝은 변백현 이다.
“타.”
백현이 저의 머리를 차 안으로 억세게 누르는 순간 옆에 천천히 정차하는 한 대의 차량. 곧이어 완전히 멈추더니 운전석의 차 창문이 내려간다. 그리고 보이는 익숙한 얼굴.
“수고했어, 가 봐.”
변백현의 비서 김종인.
종인은 간단히 묵례를 건네고서 경수를 한 번 힐끔 보고선 다시 출발한다.
경수는 소리, 흔적 없이 도망쳤는데 어떻게 변백현이 위치를 알고 자신이 탄 택시의 위치도 알았는지. 풀리지 않을 뻔한 의문의 답을 그제야 알아챘다. 경수가 택시를 잡아타기 한참 전부터 경수의 뒤를 밟던 차. 택시에 몸을 싣는 그 순간부터 바로 뒤에 따라붙은 차. 모든 것을 알아차리니 새어나오는 헛웃음. 그래.
…도경수의 모든 행동의 끝은 변백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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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당하길 바라는 한낱 백개가 적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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