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이가 실험체임. 실험 내용은 피터팬 프로젝트로, 늙지 않는 영생의 몸을 연구하는 거야. 실험체들은 고아원에서 데려와서 기본적인 언어 교육 말고는 아무것도 모름. 본인 이름도 모른 채 살아가. 약물을 투여받고 별의 별 실험을 받으며 살아가는데 다들 예상했다시피 민호는 연구원ㅇㅇ 계속 연구를 시키는데 보니까 항상 유리 너머로 보이는 종현이가 참 처연해 보이는거야. 그러다가 말도 걸고 이름도 붙여주고 그러는데 종현이는 무슨 환상이 있었음. 그게 유토피아였는데, 종현이가 항상 신나는 표정으로 눈을 반짝이면서 언젠가는 그 지상천국으로 갈 수 있을거라고 하니까 민호는 너무 안쓰러운거야. 어차피 실험이 성공한다고 해도, 실패한다고 해도 종현이는 평생 실험실 안에 있을거니까. 근데도 종현이가 행복해하게 너가 피터팬이 되면 그 유토피아로 갈 수 있을거라고 해주고 피터팬 동화 이야기를 해줘. 그 다음부터 종현이는 민호를 웬디라고 부름ㅋㅋㅋ 둘은 정말 친해져. 그런데 어느 날 종현이가 실패작이라며 폐기하라는 명령을 민호는 받음. ...그리고 여기까지만 구상이 되어있네? ㅎㅎ... 지금 쓰는 거나 열심히 쓸 것이지 왜 난 썰밖에 없는가...풀었던 썰!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종현은 창 밖으로 내리는 비를 물끄럼히 내다보았다. 물방울이라고 부르기도 뭐할 정도로 긴, 투명한 물들은 순식간에 내려와서 바닥에 닿아 순식간에 사라진다. 종현은 제 처지가 그 빗방울들과 비슷하다고 여겼다. 제 자신도 순식간에 인생에 떨어져, 순식간에 저렇게 사라지는 존재는 아닐까. 사실 이런 생각들은 부질없는 것이었다. 그는 연구실에 창문을 달아줬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존재가 아닌가.
"종현아."
종현의 뒤에서 민호가 그를 부드럽게 불렀다. 목소리도 목소리였지만, '종현'이라는 호칭으로 불러주는 이가 민호밖에 없었으므로 그것은 확실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실험체 따위가 인간을 모방하려 드냐며 비웃을텐데, 민호는 그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해 주었다. 기본적인 말 외에도 미사여구를 가르쳐 준 민호.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이 유리방 안에 답답하게 갇혀 있는 이유를 알려준 민호였다. 민호가 아니었으면 종현은 자신이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이 곳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좌절하고 있을 터였지만, 민호는 그에게 희망을 주었다. 종현이 여기서 나갈 수 없는 이유, 날마다 이상한 액체를 주입당하고 기묘한 실험들의 일원이 되는 이유, 바로 그가 피터팬이 되기 위한 관문들.
"웬디!"
민호가 종현에게 해준 고마운 일들 중 하나는 피터팬의 이야기를 알려준 것이었다. 피터팬은 네버랜드, 그러니까 종현이 네가 말하는 유토피아에서 영원한 젊음을 누릴 이야. 그의 곁에는 웬디가 있었지.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런 내용인 이야기를 듣고, 종현은 제가 피터팬이며 민호가 웬디라고 판단했다. 민호는 그 말을 듣고 말없이 웃었지만 말이다. 민호에게 가까이 다가간 종현이 유리벽에 손을 댔다. 민호에게 닿을 수야 없지만, 이렇게 제가 유리벽의 한쪽에 손을 대고 민호가 다른 쪽에 손을 맞대어 올 때면 괜히 연결된 느낌이 들어 전류가 흘렀다.
"민호야, 나 언제 피터팬이 될 수 있을까?"
종현이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빨리 유토피아 가고 싶은데에. 너도 같이 가자.
민호는 식도로 돌덩이가 넘어가는 듯한, 목을 꽉 조여오는 기분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면엔 미소를 띄운 채였다. 곧 갈 수 있을거야, 종현아. 곧...
차마 종현에게, 그가 곧 폐기될 실험체임을 알려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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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글 그대로 연재될 확률은 현저히 낮아
그냥... 하이라이트 씬의 퍼스트 드래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