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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싸 통화에 대한 제목+내용 검색 결과
N김지원 N케이윌 To. 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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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0년 전 (2014/6/08) 게시물이에요
응답하라 2008

아청법에 걸리지 않기 위해 ^^; 도경수 미자 아닌데? 정신은 24살인데?

 
 
 
"내 팬이 너 잘생겼대."

언제? 오늘 팬싸에서, 귀엽던데. 슬슬 집에 가려고 가게를 정리하다 말고 변백현에게 붙들렸다. 문 닫는 시간도 아는 주제에 마감 10분 전에 와서 영업 안 끝났나요? 싱글벙글 웃는데 얼마나 짜증나던지. 얼른 안 고르면 내쫓는다고 엄포를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연예인 변 모씨는 20분째 빵집에 무단 체류 중이었다. 

식힌 파운드 케이크를 쇼케이스에 넣다 말고 변백현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쟤가 먹은 빵만 제값에 받았어도 진작 2호점은 차렸을텐데. 

 
"니 팬이면 미자일텐데 이나이에 콩밥 먹고 싶진 않다."
 
변백현이 실실 웃는 게 얄미워서 트레이를 안겨주니 일어나면서 마저 남은 걸 입에 밀어 넣는 바람에 볼이 빵빵하다. 넌 연예인이 체중 관리 같은 거 안 하냐고 구박하려다가 저번 달에 다이어트한다고 죽을 상이던 게 생각나서, 그래 우리 밀가루 귀신 많이 힘들었지… 

안쓰럽게 쳐다보는 사이 연예인 변 모 씨는 이제 말 안 해도 척척 입구 쪽에 트레이가 쌓인 곳으로 걸어가더니 최선을 다해서 정리 중이셨다. 연예인이나 되서 알바 노릇이나 하고 있는 게 불쌍하지만 늘 현실은 냉정하다. 우유 식빵 2900원, 밤 스프레이드 4300원. 테이블 위에 널부러져 있는 변백현의 잔해를 대충 훑어 보고 포스기에 찍었다. 
 
피날레로 변백현이 저번에 두고 간 카드로 긁으면, 벌써 세 번째 똑같은 수법에 속은 변백현과 눈이 마주친다. 높게 쌓아올린 트레이를 가르키며 씩 웃는데 상습적으로 사기를 당하는 사람치곤 너무 해맑다. 양심에 좀 찔리긴 하네.


 

나와 변백현은 고등학교 친구였다. 
 
무려 2, 3학년 내내 같은 반으로 스물 넷까지 지긋지긋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었다. 고삼 때부터 열심히 오디션 보러 다니던 변백현은 데뷔해서 지금은 이름 들으면 누구나 알 만한 솔로 가수가 되었고, 일본에서 콘서트도 열고 신곡 낼 때마다 순위권 안에 들지만, 키 크고 멋있는 아이돌들이 실장님 이름을 부를 때 좋다고 내 이름이나 부르는 건 좀 창피하다. 게다가 예쁘고 잘생긴 연예인 친구들 두고 허구언날 나랑 노는 걸 보면 연예계 왕따 같은 게 아닐까… 

실은 섣부른 걱정이란 걸 안다. 변백현은 적당히 사교성이 좋아서 하늘같은 선배와 찍은 사진을 프로필에 걸거나 예쁜 걸그룹과도 곧잘 멘션을 주고 받거나 했다. 수상 소감에 동창 놈이나 언급하는 건 쓸데없이 인정이 많아서 그런거고. 

하교길에 나란히 쭈쭈바를 물고 피씨방에나 가던 친구가 반짝반짝 별이 된다는 건 상당히 머쓱한 일이다. 변백현이 티비에 나와 방긋방긋 웃는 사이 딱히 꿈이 없는 나는 졸업하고도 놀기만 했는데, 어느날 제과 제빵이 하고 싶어져서 반년 바짝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갔다. 자격증 따고 차린 게 지금 빵집이고. 

변백현은 그래도 친구라고 종종 빵 사진 찍어서 트위터에 홍보도 해주고 싸인도 걸어놓고 했다. 막상 나는 시큰둥하지만.
 

띵동. 

추억 팔이를 하는 사이 결제가 완료되었다는 문자가 오고 완전 범죄를 지향하는 나는 문자를 지우기 위해 변백현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어 얘가 언제부터 비번 걸었더라, 0을 네번 눌러보니 아니랜다. 변백현이 이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다. 2580, 그것도 아니면 변백현네 집번호 뒷자리를 누르려는데, 빵빵했던 볼을 싹 비운 변백현이 마침내 카운터로 왔다. 미션 실패라는 글자가 공중에 둥둥 떠다니고 눈을 굴리며 도망갈 곳을 찾던 나는 자리를 피하기 위해 되는 대로 내뱉었다. 나 손 좀… 

경수야. 화장실로 도망가려는 나를 멈춰세우고서,  


"난 네가 만든 빵이 제일 맛있더라."
 
여전히 입가에 빵가루를 묻힌 변백현이 문득 그랬다. 
 
 

도경수는 변백현을 좋아한다. 
 
막연히 처음 봤을 때부터, 라고 생각하고 있긴 한데… 학기 초에 변백현이 전학 왔을 때, 잘 지내보자 하고 생글생글 웃는 얼굴은 여전히 미화된 채로 머릿 속에 남아있다. 

- 매점 갈래?
 
얼굴만 멀쩡한 변백현은 다른 애들에게 둘러 싸여 있으면서 굳이 가만히 턱괴고 구경하던 날 콕 집어 물었다. 정작 변백현은 그 날 처음 전학와서 매점 가는 길도 몰랐던 주제에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그게 불행의 서막이었다는 건 확실했다. 
 
또 한 가지 확실한 건 얌전해 보이던 변백현이 미친 사교성을 지닌 였다는 것. 알고보니 변백현이 같은 빌라로 이사를 온 것이라 스스럼 없이 어울려 놀기까진 하루, 함께 등하교를 하기까지 이틀. 주말에 같이 스타를 하거나 짜장면 시켜 먹는 게 자연스러운 사이가 되기까진 꼬박 나흘이 걸렸다. 
 
더군다나 낯가리는 제 성격에 일주일만에 십년은 알고 지낸 친구처럼 나란히 등교하기는 쉽지가 않은데, 암이나 걸리라며 변백현이 건넨 쭈쭈바 꼭지를 받아 먹던 나는, 친하지도 않던 부반장이 일주일만에 너희 친해? 하고 물어 올 정도로 이상했나보다.
 

 
변백현은 돌직구가 심했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그냥 솔직하게 자기가 느낀 것을 입 밖으로 내는 것인데 오늘처럼 네가 만든 빵이 제일 좋아 라든지. 남자들끼리 오갈 말은 아닌 것들을 필터링하지 않고 턱턱 내뱉었다. 사회 생활에선 안 그러는 것 같은데. 
6년째 변백현 곁에 있는 나도 적응이 안되는 부분으로, 끝만 보고 사는 나도 변백현이 가끔 저런 말을 할 때면 쟤도 날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고개를 들었다. 변백현은 얼마전까지 만나던 여자가 있던 걸 알면서도. 

그러면 나는 검색창에 변백현을 치고 가수 변백현을 봤다. 나만 얘를 좋아하는 게 아니니까, 변백현을 좋아하는 그 많은 사람들 중 나보다 얼마든지 잘 나고 착한 여자는 많을테니. 포기는 못하더라도 헛된 기대는 확실히 잠재우는 것으로 꽤 효과가 좋았다. 물론 이후에 현타가 늘 따라붙고, 변백현 얼굴은 쳐다보기도 싫지만. 

오늘도 그럴 생각으로 주머니를 뒤졌으나, 뒤늦게야 핸드폰을 가게 안에 두고 온 걸 알았다. 
 

 
- 응, 나 도경수랑 베픈데.
 
그치 경수야? 아무렇지 않게 묻는 천진한 말에 열여덟의 나는 어땠더라… 변백현의 사소한 행동에도 당황하기 시작한 게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아마 나는 어깨동무를 해오는 변백현의 품에 갇혀 어색하게 눈을 굴렸겠지. 
 
 
 
결국 손이나 씻고 나오니 고민의 원흉인 변백현은 피넛 쿠키를 먹으면서 핸드폰 게임이나 하고 앉아 있다. 아까 변백현 말을 듣고 5초간 멍하게 있다가 오글거리게 좀, 하고 뭔가 손에 집히는 걸 던진 기억은 나는데 그게 쿠키였구나. 6년이 지났는데 변백현 앞에만 서면 말짱 도루묵이다. 
 
생각해 보면 쟤는 평소처럼 생각없이 말 한 것 뿐인데 웬 날벼락이지 싶겠다. 가방을 챙기고 나갈 준비를 하니 게임을 끝낸 변백현이 키를 챙기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걸 받아 들어 문을 잠군다. 
 
"매니저 형 안 온대?" 
"니 차 타고 간다고 했지." 
 
맞고싶지 진짜, 차 문을 여는데 냉큼 올라타서 안전밸트까지 맨다. 그러면 나는 한숨을 푹 쉬고, 이왕 내 차 타고 가는 거 밥이나 먹고 가 하고 변백현 시다바리를 자처한다. 

"오케이, 뭐 먹지."
 
핸드폰을 쓱쓱 내리는 걸 보고 혀를 차면, 변백현은 이내 메뉴를 정하고 순두부 찌개 먹을까? 하고 네비에 찍는다. 어차피 갈거면서 묻긴 왜 물어. 대충 고개를 끄덕이니 변백현은 싱글벙글이다. 집에 가서 밥 먹을 생각이었는데, 변백현이 좋아하는 걸 보면 이 쪽이 낫나… 그래도 자꾸 나가서 먹으면 몸에 안 좋은데. 정작 난 아침도 점심도 빵으로 떼웠으면서 변백현 안위나 걱정하고 앉았냐. 빨리 집에 가서 자고 싶다. 아니, 그전에 얘한테 좀 벗어나고 싶다, 변백현 생각 좀 안 하게. 그러면서도 다음엔 꼭 집밥을 먹여야겠다며 네비로 눈을 돌리는데 기름이 없다. 

"주유소 들린다?" 

변백현은 아까 하던 게임을 하는 모양인지 동물이 가득찬 화면에 고개를 박고 성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마트폰이 요즘 애들 다 배려놨다니까… 왜 이 상황에서 빵집 단골 아주머니가 한 말씀이 떠오르는지 요즘 애들이라기엔 변백현은 너무 늙었지만. 

"얼마 치 넣어드릴까요?"
"가득 주세요."
 
니가 내. 눈을 감고 시트 헤더에 머리를 댔다. 변백현이 택시 비 치곤 너무 비싼 거 아니냐며 투덜댔지만 나는 가난한 소시민이고 변백현은 연예인이기 때문에 이 정도는 감수해야한다. 
 
나는 기름 냄새를 싫어한다. 
 
그걸 아는 변백현은 받은 생수를 뜯다 말고, 내 눈치를 보며 경수야 머리 아파? 내가 운전 할까? 하고 물어 온다. 나는 변백현의 이런 면이 무척 싫었는데, 평소에는 틱틱거리다가도 이런 다정한 모습을 보면 아까 말했듯 헛된 기대를 품게 되는 것이다. 실은 나한테만 자상한 변백현이 아닌 걸 알면서도. 

 
"이 집 진짜 맛있어."
 
아까 주유소 일이 신경 쓰이는지 변백현은 차에서 내리고도 나를 힐끔힐끔 살폈다. 그게 불쌍해서 맛 없으면 죽는다, 장단을 맞춰주니 다시 업되선 완전 대박 맛있다며 호들갑을 떤다. 괜히 맞춰줬어… 귀를 막고 싶은 충동에 들어가기나 하자며 변백현을 잡아 끌었다.
 
"여기 순두부 찌개랑… 뭐 더 먹을래?"
 
변백현이 주문을 하다 말고 묻는다. 고개를 젓고 몇 마딘가 더 하더니 그렇게 주세요, 하고 생글생글 웃는다. 

"야, 수저 좀 놔." 
 

(중략)
 
 
"경수야 수저 좀 놔."
 
"엄마 오늘이 몇일이야?"
 
23일이지, 젓가락 짝을 맞추며 물으니 대답이 돌아온다. 아니, 연도. 사실 엄마가 뭐라고 말씀하실 지는 알고 있다. 반년도 전에 독립해 나와 살고 있던 내가 본가에서 깼고, 양치할 때 본 얼굴은 분명 고등학생이었으며 아까 본 달력은 2008년 3월에 멈춰 있다. 

"2008년. 그건 왜 물어 우리 아들?"
 
아무 것도 아냐.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고 의자를 빼 자리에 앉으면서, 그러니까 2008년 3월이면… 고등학교 2학년이구나. 손까지 접어 세리다 머쓱해져 도로 내렸다. 변백현 만나기 전이네. 
 
감자조림을 입에 넣고 우물 거리는데 늘 꽉 차던 식탁이 허전해서 아빠는? 하고 물으니 엄마는 또 배드민턴 치러갔지 뭐. 하고 아예 체념한 말투로, 열여덟이면 수빈이 태어나기 전인가. 동생 나이도 헷갈리는 못난 오빠라서 선뜻 말을 내뱉지 못하고 있는데 다행이 엄마가 딱 정의를 내려준다. 라라 인형 사준다고 꼬셔서 수빈이도 데리고 갔어. 
 
그렇구나. 밥에 고개를 처박으니 엄마가 보던 아침 드라마가 끝나자 채널을 돌렸다. x맨… 
 
 
이런 드라마 같은 상황에서도 내가 지나치게 태연한 것은, 워낙 sf를 좋아하는 변백현 탓에 끌려 본 영화가 많아서였다. 그래도 x맨이 작년에 종영됐다 해도 케이블에서 번듯하게 방송되고 있는 걸 보면 놀랍긴 한 것이라 반 그릇밖에 먹지 못하고 일어섰다. 엄마는 어디 아프냐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지만 사실 젊은 엄마도 어색해서… 아니라고 대답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6년 전이라고 해도 딱히 달라진 건 없는 내 방에, 여전히 현실감이 들지 않아 누워만 있으니 슬슬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너무 빠른 게 아닌가, 했지만 타임머신도 나오니 뭐니 하는 세상인데. 대신 침대에 누워서 얌전히 이 상황을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하기로 했다. 
 

과거로 돌아갔으면 하는 상상은 누구나 한다.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과거를 후회하고 그리워하며, 다시 돌아가길 소망한다. 생각없이 살고 인생을 낭비하기가 취미인 나는 딱히 돌아가고 싶단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만일 기회가 생긴다면 변백현을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길 했다. 아예 너랑 접점을 없앨거야. 술 자리에서 지나가는 말로 한지라 변백현은 농담인줄 알았겠지만, 나도 정말로 이루어질 줄은 몰랐지… 
 
변백현은 3월 24일 월요일에 전학 왔고, 나를 만났다. 
 
수많은 사람이 바랬던 것이 나에게 일어났다지만 치명적인 오류가 하나 있다. 바로, 오늘이 변백현을 만나기 바로 전 날인 3월 23일이라는 점. 변백현과의 만남은 이미 피할 수 없는 것이 된 것으로 차라리 고등학교 원서를 쓰던 때로 돌려주거나 하다못해 열일곱 때로 돌려줬어도 죽어라 공부를 해서 반을 바꿨을 텐데.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해야지. 변백현은 늘 이렇게 말하곤 했다. 수많은 오디션에 떨어지고 어떻게 할거냐고 묻는 내게도 변백현은 웃으며, 다시 해봐야지 하고. 
 
골 때린다 진짜… 그렇다고 이제와서 변백현을 좋아하지 않을 리가 없는데. 변백현과 내가 만났던 그 처음으로 몇번이고 시계를 되돌리고 다시 시작해도, 나는 변백현에게 반할 것이다. 
 
하루종일 붙어 있던 고딩 때보다야 얼굴 덜 보는 지금이 나은데, 난 네가 만든 빵이 제일 맛있더라 같은 소리를 해서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아도, 짝이랍시고 옆에 앉아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고딩 변백현보단 정말 나은데. 지금이야 가끔 변백현이 허튼 소리를 해도 아무렇지 않게 넘기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돌직구가 심한 열여덟아홉의 변백현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팔을 얼굴에 묻고 변백현에게서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선생님께 부탁해서 반을 옮겨달라고 말하기엔 3월 말이라 너무 늦었고, 갑자기 아빠가 지방 발령이 날 확률은… 없겠지.

스물 넷이나 된 인간이 겨우 열여덟짜리에게 쩔쩔 매고 있다. 
 

2008년의 봄이, 2014년까지 영향을 줄까. 
 
신이 많고 많은 인간 중 내게 다시 출발선에 설 기회를 줬다 해도 나는 변백현 말처럼 다시 시작하지 못할 텐데. 멋대로 과거를 바꾸면 미래도 바뀌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에, 섣불리 건드렸다가 친구라는 위치도 잃을까봐. 
이렇게 고민해도 나는 또 겁쟁이인채로 머물러 있을 것이고, 제가 선택할 것은 결국 정해져 있음을 안다. 미래가 바뀌지 않게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 어차피 과거는 제 기억과 똑같이 흘러갈 것이고, 나는 그저 그때 행동했던 대로 살면 된다. 까짓거 변백현이랑 친구도 하면 되지, 뭐. 
 


"그대와 발을 맞추며 걷고, 너의 두 손을 잡고…" 
 
어디서 낯익은 노래가 들린다 했더니 열여덟의 내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였다. 이때 소녀시대 좋아하긴 했는데 벨소리까지 키싱유로 해놨을 줄은, 핸드폰을 드니 햅틱… 제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대도 이 시대가 어색한 건 맞아서, 통화버튼을 누르니 앳된 목소리다. 

[경수야, 나 너희 집 앞 훼미리 마트 앞인데!]
 
훼미리 마트라니 또 추억의 이름이다. 낮은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웅웅댔다. 어 이런 애가 있었나… 내 좁디 좁은 인간관계 중에서도 저음의 남자는 기억이 나지 않아서, 핸드폰을 귀에서 떼고 이름을 봤다. 열매님? 
차마 그 이름으로 수화기 너머 상대를 부를 순 없고, 머릿속을 윙윙 돌리는 동안 말이 없는 게 이상했던지 경수야? 하고 불러왔다. 
 
"어어."
[잠깐 나올 수 있으면 나오라고, 내가 선물 줄게.] 
 
열매님… 은 밝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여전히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서 미안할 따름이었다. 일단 저쪽에서 반말을 쓰니 나도 반말을 쓰는 게 맞겠지, 하는 어림짐작으로 금방 나간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대충 후드티에 추리닝 차림으로 나온 집 앞 편의점에 가니 키 큰 애가 손을 휘휘 저으며 경수야! 하고 아는 척 했다. 가까이 가보니 흔히 볼 수 있는 뿔테 안경에 더벅 머리였음에도 낯이 익었는데, 아까 말했다 싶이 나는 과거에 있는 동안 초연해지기로 했음으로 굳이 주인공을 찾으려고 애쓰지 않기로 했다. 

"짠!"
 
내 폰에 열매님, 이라고 저장되어 있던 사람이 내게 돌돌 만 종이를 내밀었다. 고맙다고 하고 펼쳐보니 소녀시대 포스터… 내가 니 것까지 얻어 왔어, 잘했지. 뿌듯하게 웃는 모양새에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변백현도 소녀시대 좋아하는데 나중에 줘야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아 이빨을 훤히 보이면서 웃는 사람이 내 주변에도 하나 있었는데. 열매님이랑 계속 연락한건가? 초연해지긴 커녕 계속 꼬리를 잇는 궁금증에 고개를 갸웃하니, 어 찬열이 형… 변백현 매니저 형이 저렇게 웃었는데. 근데 그 형이랑 난 변백현 때문에 처음 알게 된 건데? 
 
혹시나 해서 조그만하게 찬열이 형, 하고 부르니 나한테 준 것 말고도 한 보따리는 되는 포스터를 꾸리다 응? 하고 고개를 들었다. 찬열이 형 소녀시대 이었구나. 그것도 데뷔팬… 

"아니예요."
 
눈을 피하니 뭐야 반말하기로 해놓구선, 하고 웃는다. 이때도 성격 좋았구나. 
 
매니저 형 말을 들어보니 얼마 전 소녀시대 팬싸인회에서 만났단다. 포스터를 다 정리한 찬열이 형이 그럼 가볼게, 하고 웃기에 따라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왠지 남의 흑역사를 발굴해낸 기분이라 찜찜했지만 미래의 나는 몰랐던 것이니 돌아가서도 계속 모른 척 하면 된다. 
 
 
 
그냥 가려다가 바나나 우유가 먹고 싶어서 편의점에 들렀다. 1000원 입니다. 6년 후나 지금이나 영혼이 없는 편의점 알바의 말을 들으며 지갑을 꺼내려고 손을 뒤로 가져가는데 아 맞다 나 고딩이지, 추리닝이나 달랑 입고 나온 주제에 돈이 들어있을 리가 없다. 
 
아 쪽팔려…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이고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려는데 내 뒤에서 과자를 들고 기다리던 손님이 같이 계산해 주세요, 하고 계산대 위에 올렸다.
 
"감사 합니…"
 
그러니까, 변백현이 왜 여기… 낯익은 얼굴에 몸이 굳었다. 
나는 24일 조례 시간까지 변백현을 본 적이 없다. 매니저 형까지는 내 기억력을 탓하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내가 변백현까지 잊어버릴 리가 없는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징1
헐슼....펑할꺼랴?
10년 전
글쓴징
아니! 편하게 봐~
10년 전
징2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너무 좋다ㅠㅠㅠㅠㅠㅠㅠ연재 안 할거야...?
10년 전
징3
ㅠㅠㅠㅠ 너무 좋다
10년 전
징4
연재할생각 없어??ㅠㅠㅠ
10년 전
징5
ㅎ홈 팔 생각 없어?ㅠㅜㅜㅜㅜㅜ
10년 전
징6
와 진짜 대박 짱재뮤ㅠㅠㅠㅠㅠㅠㅠㅠ계속연재할생각없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징7
와ㅠㅠㅠㅠㅠㅠㅠ스토리좋다
10년 전
징8
헐 대박....헐........헐 ㅇ계속 써주면 안돼????????????????ㅜㅜㅜㅜㅜㅡㅜ
10년 전
징9
제발 홈 파줘 징아..ㅠㅠㅠㅠㅠ
10년 전
징10
계속 써줘...ㅠㅠㅠ
10년 전
징11
연재해줘 사랑해 결혼할까? 아 심장이 아피ㅏ
10년 전
징12
우와ㅠㅠㅠㅠ계속연재할생각없어?ㅠㅠㅠㅠ
10년 전
징13
이거 아직두 홈에다 안썼니...?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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