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고되다. 박수영, 차 좀 사자니까? 힘들어 죽겠어." "요 앞 마트 갔다 오는데. 차는 무슨, 니가 늙어서 그래" 뭐? 주현이 소리를 빽-지른다. 나를 흘겨보는 얼굴이 매서워 장난이야-하며 눈가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주현이 저렇게 흘겨보면 좀 무서우니까.얼굴은 잔뜩 새빨개져 놓고 괜히 언니한테 싸'가지없이 반말을 찍찍 뱉는다느니 뭐니 가시 돋은 말들을 툭툭 내뱉는다. 장미 같은 년. 가득 찬 봉지를 식탁에 올려놓고는 거실 소파에 몸을 묻었다. 고작 장을 보는 일이 이렇게 힘들었던가. 주현이 매일 늙은이 같은 말만 하니까 나도 같이 늙는 기분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무거운 건 다 내가 들었는데 자기가 뭘 했다고 힘들다 그러는 건지. 불만스러움에 고개를 들어 주현을 쳐다봤다. "씻고 옷 갈아입어. 카레 해줄게." "싫어. 안 씻어. 옷 안 갈아입어." 사춘기 아이처럼 든 반항심에 주현의 말을 거부하고 다시 고개를 묻었다. 분명 벙찐 표정이겠지? 왠지 모를 승리감이 들어 웃음이 실실 나왔다. 타박타박 주현의 발소리가 났다. 나한테 오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억-" 주현이 내 허리를 깔고 앉았다.이게 하나뿐인 애인 허리 나가게 하려고 작정했나.얘는 나를 좀 철인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 "아, 미친 나도 여자거든?" "넌 좀 정상인의 범주에 끼려고 하지 좀 마." "좀 저리 가!무거워 죽겠어." 내가 무거워? 를 연신 물으며 주현이 몸을 흔든다. 아니. 안무거워. 곧 죽을 사람처럼 말하자 주현이 그렇지.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원하는 대답을 해줬는데도 안 일어나는 건 무슨 심보야. "아, 빨리." "또 뭐를." "씻고 옷 갈아입으라니까?" "안한다니까!" "얘가 오늘 왜 이래. 애처럼. 내가 해주리? 씻겨주고 옷도 갈아 입혀줄까?" 슬슬 허리춤으로 들어오는 손에 소스라치게 놀라 하지 마! 소리를 질렀다. 주현이 숨이 넘어가게 웃어재꼈다.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기분이다. 같이 산지 1년이 훌쩍 넘었어도, 밤마다 거사를 치러도 이렇게 기습적으로는 좀 부끄럽다. 우리 뚜엉이 아직 애새'끼라니까. 하며 엉덩이를 툭툭 치고는 부엌으로 향한다. 애새끼가 뭐야.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쟨 입이 너무 험해. 옷도 안 갈아입고 씻지도 않으니 할 일이 아무것도 없어져 그냥 주현이 요리하는 모습을 감상하기로했다. 포장지 뒤에 있는 레시피를 꼼꼼히 읽는 눈도, 야채를 써는 손도, 맛을 보는 입술도 누구 애인인지 존'나 예쁘네. 내 미적 기준이 매우 객관적임에도 주현은 예쁘다. 이렇게 보고 있으니 마음이 바뀌었다. 배주현- "응?" "아까 뭐라그랬지?" "누가?내가?" "응응.나 안 씻고 옷도 안 갈아입으면 아까 어떻게 해준다고 그랬잖아.응?" "그..을쎄?내가 뭐라고했을까." 벌떡 소파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주현에게 다가갔다. 한품에 쏙 안기는 게 귀여워 목이며 볼이며 연신 입을 맞춰댔다. 저리 꺼져봐.하는 주현을 무시하고는 귓속말을 했다.해줘. 옷 갈아입혀줘. 씻겨줘. 정수리까지 새빨개진 주현이 귀여워 크게 웃었다. 나이도 5살이나 많은 주제에 귀엽긴. 가만히 안겨있던 주현이 갑자기 휙 돌아 안겨 나를 올려다 봤다. 똘망똘망한 눈이 예뻐 이마에 쪽쪽. 양 눈에 쪽쪽 거렸더니, 야, 입에도 해봐. 캬 귀여운데 박력까지 있는 완벽한 내 애인. 찐하게 한번 해줘야지. 하며 작은 입술에 입술을 댔다. 그러더니 오물오물 수영아. 하고 부른다. "왜?" "기분이다. 둘 다 해주지 뭐." 응? "어?어?야!주..주현아!야!"
린조같지만 조이린! 글은 처음 써보는데 괜찮을지 모르게땅 조이린 겨론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