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 해봤어요?" "응." "정말?" "응, 엄마랑." "그런 대답을 원하는 게 아니잖아요." 윤아는 울상을 짓곤 상에 엎드린다. 태연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미 초점이 풀린 눈은 윤아가 술에 취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발갛게 달아오른 볼과 어눌한 발음. 계속 지켜보고 있다보니 윤아는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는 특이한 술버릇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태연은 내심 저 손에 제 손이 잡혀 있기를 바랐다. "아빠랑도 해봤어. 어린이집 다닐 때." "씨이... 그런 대답을 원하는 게 아니라니까요! 상철 선배랑 해봤냐구요, 상철 선배랑." "안 해봤어." "거짓말! 내가 이틀 전에 둘이 분수대 앞 벤치에 앉아서 손 잡고 있는 걸 다 봤는데!" 윤아는 씩씩 대며 엎드린 몸을 다시 일으키더니, 소주잔으로 상을 쾅, 내리쳤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 사람 우리 오빤데? 태연이 윤아의 손에서 소주잔을 뺏어든 다음 말하자 윤아가 인상을 구겼다. "구라치네. 세상에 오빠랑 손 잡는 여동생이 어딨어요? 예로부터 오빠랑 여동생은 원수지간이라구요! 와, 진짜, 선배 저한테 지금 거짓말 한 거예요? 선배 양심은 오래 전에 적출 됐나 보죠?" "그러는 후배님은 술 취하면 막말하는 스타일이신가 보죠?" 아닌데요? 전 원래 다른 사람이랑 술 마시면요, 엄청 젠틀하게 술만 마시고 재밌게 얘기만 하다 집에 가요. 근데 선배한텐 그렇게 안 해요. 왜냐하면 선배는 구라쟁이니깐! 윤아는 속사포로 말을 내뱉고는 다시 씩씩댄다. 태연은 그런 윤아의 모습을 보곤 어이없다는 듯 웃다가 이내 윤아의 손을 그러쥐었다. 윤아는 멍한 표정으로 태연을 바라본다. "자, 이제 됐지?" "...뭐하는 건데요?" "내가 상철 선배랑 손 잡아서 화났잖아. 네 손도 잡았으니까 쌤쌤." "으... 진짜... 선배 짱 싫어...." 윤아는 전보다 더 붉어진 얼굴을 한 채로 다시 상 위에 엎드렸다. 싫다고 하면서도 태연의 손을 뿌리치진 않는다. "선배, 그럼 키스는 해봤어요?" "아니." "왜요? 선배는 엄청 많이 해봤을 것 같은데. 이 남자 저 남자 꼬시고 다니고 어장관리 쩔게 하면서 존'나 입술을 물고 빨고 핥아대고 난리쳤을 것 같아요. 시'발. 상상하니까 빡치네요." "이젠 욕까지 해?" "욕 안 했는데요?" 윤아는 엎드리고 있던 몸을 다시 벌떡 일으키곤 씩씩 댄다. 태연은 윤아와 다시는 술을 같이 먹지 말자고 다짐했다. 윤아는 태연이 쥐고 있는 제 손을 빼내더니 이내 반대로 저가 태연의 손을 잡는다. "그럼, 섹스는 해봤어요?" 얘가 대체 나랑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걸까. 태연은 점점 윤아를 집 밖으로 쫓아내고 싶은 욕구가 커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술 마시면 개가 되는 후배라도 결국엔 자신이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으므로 그냥 받아주기로 했다. "몰라." "뭐요? 상철이 그 새'끼랑 섹스했어요, 안 했어요?" "윤아 너 말 참 곱게 하는구나." "시이'발... 박상철 개새'끼.... 나도... 나도 아직 못해봤는데...." 윤아는 갑자기 눈물을 찔끔 흘리며 입술을 비죽이기 시작했다. 태연은 어이가 없었다. 자기랑 사귀는 것도 아니면서 저가 누구랑 뽀뽀를 하든 키스를 하든 섹스를 하든 대체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근데 사실 조금 알 것도 같다. 아니, 좀 많이. 솔직히 아예 모르면 좀 문제가 있는 거겠지. "걔랑 왜 잤어요? 선배 걔 안 좋아하잖아요. 내가 선배가 걔 안 좋아하는데 그냥 사귀는 거 다 아는데...." "몰라." "그 새'끼가 자자고 했어요?" "몰라." "왜 다 몰라요? 선배 바보예요?" "응." "아 시'발.... 선배 존'나 짜증나요...." 짜증나... 짜증나... 김태연 존'나 짜증나... 태연은 짜증난다는 말을 반복하며 상에 머리를 쾅쾅 찧어대는 윤아를 쳐다보며 턱을 괴었다. "모르겠다는 말의 뜻은," 누군가가 알려줄 수도 있다는 뜻이야. 태연의 말에 윤아는 상에 머리를 박는 행동을 그만두었다. "나 해본적 없어." 한 번 하기 직전까지 간 적은 있는데, 아파서 그만 뒀어. 태연의 말에 윤아는 미동도 않는다. "근데, 한 번 해보고 싶긴 해. 섹스라는 거, 진짜 그렇게 좋은 걸까? 윤아야, 너는 어떻게 생각해?" "...저는, 나머지는 상상 속에서(찡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