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그동안 예상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망설이는 네 입이 무슨 말을 뱉을 지 왜 그리도 불안한지. 금방이라도 산산조각 나 바스러질 것만 같아 울컥하는 마음에 애꿎은 입술만 여러 번 물어 뜯었다. 혹여나 자신이 뱉을 말이 내게 상처를 줄까봐 걱정하고 고민하는 네 모습이 빤히 보여 괜찮은 척 애써 웃었다. 우리 사이의 끝을 말하려하는 순간에도 너는, 끝까지 이기적이지 못하고 바보같이 착해서, 그래서 더 가슴아픈.
"…주현 언니."
"…응."
"우리… 이제 그만…할까요."
우리의 끝을 이미 알고 있었고, 예상해왔지만 네 입에서 우리 사이의 끝을 바라는 문장이 새어나오자 가슴이 찢기는 것처럼 아팠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네 입으로 나를 죽이고 있었다. 내 눈치를 살피며 머뭇거리는 네 행동이 평소답지 않아 더 슬펐다. 울컥하고 치밀어오르는 복합적인 감정을 너와 나의 마지막을 위해 억지로 삼켰다. 네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손이 조금 떨리고, 너를 보면 흐르지 못하고 고여서 썩어버린 감정을 네 앞에서 추하게 드러내버릴까 두려워 내 눈은 갈 길을 잃고.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자, 수영아. 그동안 사랑해줘서 고마워. 덜덜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려 계속해서 목을 가다듬었다. 그럼, 난 먼저 가볼게. 잘 지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아서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너에게서 등을 돌려 뛰어가다싶이 걸었다. 난 너에게 어떤 존재였는 지 모르지만, 그래도 마지막 만큼은 좋은 사람이고 싶어서. 결국 네가 날 볼 수 없을만큼 멀리 도망쳐 목놓아 울었다. 내 길 잃은 사랑은, 어디로 가야 하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