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예뻤다.
수영아 와 줘서 고마워. 조금 있다 보자. 너는 잘도 웃는구나. 네가 말하는 조금 있다 가 언제일까. 네가 남의 아내가 되어있을 때? "..예쁘네, 요. 언니." 입 속에서 맴돌던 말을 쥐어 짜듯 꺼냈다. 애써 담담하게 하려던 말이 찌질하게 갈라져서 나왔다. 배주현이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여자는 결혼 할 때 제일 예쁜 거라고,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배주현은 상상보다 훨씬 예뻤다. 드레스만큼 하얀 얼굴에 예쁘게 자리한 배주현의 새카만 눈이 허공을 떠돌다 나와 마주쳤다. 길게 늘어진 면사포가 찢어내고 싶을 정도로 예뻤다. 저 눈은 이제 곧 네 남편이 될 사람만 보겠지. 저 입은 곧 네 남편에게만 키스 할 거고, 저 손은 네 남편이 잡겠지. "어? 어.. 수영아 고마워." 배주현이 어색한 손길로 제 머리칼을 매만졌다. 어느새 새카맣게 염색 한 배주현의 머리카락은, 아랫 부분이 녹색으로 물들여진 다 상해버린 내 머리카락을 조금 더 애처롭게 만들었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원래 안 오려고 했는데." "그래도," "얼마나 행복하게 살려고 하는지 그게 궁금해서." "그래서 왔어." 마냥 우스웠다. 그냥, 응 그래 그냥. 얼마나 행복하려고 그렇게 가, 너는. 먼저 연락을 하지도 않았고 제 손으로 직접 청첩장을 내밀지도 않았다. 한동안 연락이 뜸하더니 갑작스레 바뀐 메신저 프로필 사진이, 청첩장이었다. 결혼 해? 내 메시지를 배주현은 오래도 확인 하지 않았다. 아마 확인 해 놓고 누르진 않았겠지. 그 세 글자 옆 1이 사라지던 날, 배주현을 만났다. 축하한다는 말을 그대로 믿는 것 마냥 고맙다며 너는 웃었다. 눈치도 더럽게 빠른 배주현이 내 말을 그대로 믿지 않을 걸 뻔히 알았지만 그냥 나는 어색하게 웃어줬다. 그렇게 헤어졌다. 당연한 일처럼 우리는 연락을 하지 않았고, 만나지 않았다. 비 오던 날 배주현은 부탁이 있다고, 결혼식에 꼭 와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그날 비를 맞으며 탈진 할 정도로 울었다. "나, 잘 살게 수영아." "..." "그러니까 잘 살게 빌어줘, 응?" "..." "부케는 네가 받아 줄 거지?" "...싫은데." 배주현은 말을 마치고 그대로 다시 돌아 신부 대기실로 들어 가 버렸다. 배주현이 시야에서 사라지고서야 나는 그 짧은 말을 할 수가 있었다. 네가 아니면 난 결혼 할 사람이 없는 거 제일 잘 알잖아.
행복해, 배주현. 요즘 1일 1연성 하는듯... 이런 비슷한 결혼식 썰 많겠지만 여자x여자 커플에서 제일 애잔하고 슬픈 건 누가뭐래도 결혼식이잖아여... 부케 받으면 더 슬프잖아요.. 수영이 우는 것도 쓰고싶었는데 읔. 것보다 엊그제 수영이 아픔 + 고백 조각 쓸 때 저렇게 아픈 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열 나고 목소리 안 나고배박 가능하네...ㅎ.. ((지금 내 상태))((((나렛)))) 결론은 오늘도 조이린 해피니스 ㅠㅠ 좀 나으면 홈 준비라도 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