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주현.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그 이름이 머릿속에서만 맴돌았다. 머리 끝을 분홍색으로 물들이고 무대에 선 주현이의 모습은 빛났다. 그게 주현이가 무엇보다 가장 원하는 거였으니까. 반면에, 나는. 수영아. 우리 이번 오디션 꼭 같이 붙자. 응, 그러자. 오디션은 배주현 씨만 합격입니다. 너는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나는 그런 너를 텔레비전 화면으로 지켜보고 있다. [수영아 나 무대 봤어?] 보았다. 너는 즐거웠겠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아, 어리석게도 나는, 너를 질투하고 있다.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았다. 그리고 문자를 쳤다. [봤어. 예쁘더라. 주현아. 가수 생활 열심히 하고. 사랑하는 거 알지?] 샤워기 물을 잠궜다. 욕조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미리 꺼내두었던 커터칼을 집어들었다. 우우우웅. 진동이 계속해서 울린다. 아마도 문자가 아니라 전화일 터였다. "여보세요." -수영아. "주현아." -...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잘 있어." -바, 박수여, 탁. 휴대폰을 떨구고 그대로 칼을 손목에 가져갔다. 칼을 깊숙히 찌름과 동시에 손을 욕조 안에 집어넣었다. 이정도면 동맥까지 찔러지겠지. 주현아. 미안. 사랑해. 수화기에서는 여전히 주현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같이 오디션을 본 조이린. 하지만 붙은 건 배주현 뿐. 주현이의 데뷔무대를 본 수영이는 결국 자살. 주현이를 사랑함과 동시에 질투하고 증오스러워하는 자신이 싫어서 수영이는 자살을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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