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씹..."
준회는 눈을 뜨자마자 밀려오는 두통에 눈을 가늘게 떴다. 제 하얀 와이셔츠에 거무죽죽하게 흘러 있는 피를 보고 나서야 아까의 상황이 조금이나마 그려지는 듯 했다. 평소처럼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머리를 무언가로 세게 얻어 맞았다. 아마 머리에서 난 피가 흐른 것일 거라고 생각되었다. 준회는 마른 세수를 했다. 아니, 하려 했으나 뭣 때문인지 손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발도 마찬가지였다. 움직일 수 있는 건 목과 입술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거친 욕설을 읊조렸다.
끼이익, 문득 철문이 열렸다.
"일어났네."
"아, 씨'발ㄴㅕㄴ."
여주는 준회에게 매혹적인 웃음을 흘렸다. 딱 붙는 검정 미니스커트와 대조되는 빨간 입술이 색정적이었다. 준회는 여주의 이름 대신 욕으로 그녀를 불렀다.
"씨'발, 미'친 ㄴㅕㄴ이. 이거 안 풀어?"
유일하게 방 안을 밝히던 백열전구가 깜빡거렸다. 작은 회색의 방은 그 백열전구가 깜빡거림에 따라 맥없이 캄캄해졌다, 다시 밝아졌다를 반복했다.
"왜?"
"ㅈㅈ 같은 ㄴㅕㄴ."
여주는 대답 대신 그저 입꼬리를 당겨 웃기만 했다. 귀엽다는 듯이. 준회는 몸을 앞뒤로 움직여가며 자신의 등 뒤에 결박된 손을 빼어내려 애썼다. 의자가 거슬리게 덜컹거렸다.
"넌 묶여 있는 모습이 제일 섹시해, 알아? 이렇게 정장도 갖춰 입으면 더…."
"……."
여주는 또각, 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준회에게 조금 다가갔다. 곧 손가락을 펴 준회의 턱선을 따라 훑었다. 그에 준회가 인상을 찌푸리며 올곧게 여주를 바라보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나 봐야지, 준회야."
여주가 길게 뻗은 손가락으로 준회의 턱을 살며시 잡아 자신을 보게 돌렸다. 쪽, 하며 준회의 입술 위에 입을 맞추었다 떨어진 여주가 준회와 눈이 마주치자 눈을 접어 예쁘게 웃었다. 허, 하고 내뱉어진 준회의 숨이 흩어졌다.
"발이라도 풀어, 씨'발ㄴㅕㄴ아. 불편해 죽겠으니까."
"입에 재갈을 물려야 하나."
"씨'발…."
준회가 하, 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은 여주가 준회의 허벅지 위에 앉았다. 이번엔 또 뭔 수작이냐는 듯 준회가 바람 빠지는 웃음을 지었다.
"한참 활발할 때라더니…. 이거, 습관성이야?"
한 팔을 준회의 어깨에 걸치고 비스듬히 몸을 돌려 앉은 여주가 다른 손으로 반쯤 기립한 준회의 물건을 매만졌다. 헉, 하고 준회의 숨이 짧게 멈추었다.
"어째 욕을 해도 귀엽게 해, 준회. 누나도 아닌데 누나 소리 듣고 싶게…."
어느새 허리띠 버클을 풀어내며 여주가 준회에게 다시 입을 맞추었다. 어깨 뒤로 넘겼던 손으로 뒷통수를 받치자 곧잘 입을 벌려 혀를 내어 오는 준회였다. 와중에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양손을 풀어 주자 바로 여주의 뒷목을 감싸고 제 쪽으로 바짝 당겨 왔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드러난 드로즈 위를 더듬거리던 여주가 불현듯 키스를 이어나가던 준회를 밀쳐냈다. 서로의 입술이 타액으로 번들거렸다.
"하…. 왜."
"자기야."
"……."
"대답."
"왜."
"발도 풀어 주면."
"……."
"ㅅㅔㄱ스 해 줄거야?"
"……."
"응?"
"당장 풀어. 뒤'질 것 같으니까."
써놓고 보니까 주네 왜 저리 욕을 많이 하는지 나원 참... ㅎㅎ... 욕은 글자 그대로 봐야 더 섹시한데...
아무튼 사실 여주랑 주네는 연인 사인데 여주가 장난이 진짜 완전 심하다는게 컨셉...! ㅇㅏ 근데 써놓고 보니까 죄책감 쩐다 주네 아직 미잔데... 97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