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된 카테고리 방탄소년단
안녕, 윤기야. http://instiz.net/name_enter/26545693
"안녕, 정국아."
".."
"우산 없어? 왜 안 가고 서있어."
"누나 가면 가려고요."
"나? 나 지금 갈건데 같이 갈까?"
"아 맞다, 누나는 돌려 말하면 못 알아 듣죠."
".."
"누나때문에 안 가고 있다고요. 너랑 같이 가는거 싫어서."
사실은 무슨 뜻인지 굳이 저리 직설적으로 말해주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말의 끝이 내게 가져다줄 상처를 알면서도 그저 네 목소리 한 번 더 듣고싶어 나는 오늘도 미련하게 아무것도 모른다는듯한 얼굴로 네게 되물었고, 너는 이런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부드럽게 웃는 얼굴로 잔뜩 가시돋힌 말을 꺼내곤 하였다.
꼬박 석달이다.
석달을 지독히 네 곁에 맴돌았고 너는 이런 나를 철저히 외면하였다. 아니, 외면이라기보단 너는 나를 꽤나 싫어했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해보자면 혐오했을거다.
나도 잘 알고있다. 나의 이런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그러나 일년간 혼자 꾹 억눌렀던 마음을 나 혼자만 끌어안고 가기에는 지난 나의 속앓이가 너무 불쌍하고 미련해서 마지막으로 욕심을 내보았다. 석달만 네가 버텨주길 바라면서.
그러나 예상외로 너는 내가 많이 벅찼던 것인지 생각보다 더 매몰차게 나를 내쳐내곤 했다. 처음엔 네가 원망스러웠다. 어리석게도 잘못한건 나인데 말이다.
나는 일년동안 고생했는데 너는 고작 이 석달을 못참아주냐며 매일같이 등돌리는 네게 소리없는 비명을 내질러보았지만 결국 돌아오는건 응어리진 마음들 뿐이었다.
"아, 너무해. 정국아 누나 상처받았어."
"그래요? 그럼 이짓 그만 둘래요?"
"음, 상처받았다는 말 취소. 나 상처 하나도 안 받았어."
"..병'신."
"그런가 나 진짜 병'신인가."
부러 오버스럽게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네게 말해보았자 돌아오는건 또 다른 외면들 뿐이었고, 매일같이 겪은 이 상황이 오늘따라 더 비참하다. 한 번만. 한 번만 받아주지. 아니, 한 번만 돌아봐주지.
내가 너에게 할애한 시간만큼 네가 나를 봐주길 원하는건 절대 아니다. 그만큼 살 여력도 없을 뿐더러 홀로 품은 마음에 무언가를 바라는건 너무 이기적이었으니까.
그러나 한 번쯤은 먼저 뒤돌아봐주길 바랬다. 나의 잘못인걸 알고 있음에도 석달을 아니, 꼬박 일년을 어쩌면 그보다 더 긴 시간동안 저를 봐준 못난 사람에대한 마지막 예의정도로. 그러나 너는 언제나 그랬듯 오늘도 나를 거칠게 밀어내길 바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네 말 하나하나에 나는 낭떨어지로 내쳐지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쓰러질지 모르는 최악의 몸을 질질 끌고서 네 앞에 다가선 나는 안전띠 하나 없이 그대로 밑으로 추락하기 바빴고 다시 몸을 회복할새도 없이 다시 네 앞에 나서곤 했다.
몸이 으스러져도 하루라도 너를 더 보고싶었으니까. 나도 모르겠다. 내가 왜 이리도 너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이런 나약한 이기심으로 마지막까지 너를 붙들으려 하는건지.
그렇지만, 그치만. 내 마음으로 내가 망가져도, 내 이기심으로 네가 망가져가도 너를 차마 놓을 수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서있었을까.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둘은 계속 나란히 서있었고, 나는 그게 좋으면서도 씁쓸했다. 나는 네가 발걸음을 떼어야 움직일 수 있는데 그걸 아는듯한 너는 계속해서 그렇게 그 자리에 서있었으니까.
정국아, 너는 내가 그렇게 싫어? 하고 속으로 수없이 네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차마 이 궁금증을 입밖으로 꺼낼 수 없는 것은 굳이 묻지 않아도 보이는 네 표정과 대답들에 그저 상상만으로 그려낸 네 모습에도 수없이 주저앉는 나여서 물어볼 수 없었다.
빗줄기가 그칠 생각을 하지 않고 더 굵어져갔다. 웃기지 정국아. 하늘은 맑은데 비가 계속 온다. 언제쯤 그칠까. 언제쯤, 도대체 언제쯤.
떨어지는 비를 멍하니 보며 입꼬리를 올려보지만 차오르는 감정은 그러지 못하였다. 그냥 이런생각도 들었다. 어쩌피 죽을거 네가 옆에있는 지금 죽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
생각하고도 우스웠다. 끝까지 나만 생각하는 내가 너무 못나보여서. 그렇지만 또 그만한 행복도 없겠다 싶어서.
그렇게 한참을 더 내가 속으로 되도않는 상상에 빠져있을동안에도 너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켰다. 아마 내가 먼저 자리를 뜨지않는 한 너도 그 자리를 지키겠지.
쓰게 웃으며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무표정한 얼굴로 앞만 바라보는 너를 올려다보았다. 평소보다는 조금 오래, 그리고 더 깊이 네 옆모습을 훑었다.
정국아, 조금만 더 욕심낼게. 지금 네 모습 마지막에도 기억하고 싶다.
그렇게 조금 더 오래 너를 찬찬히 훑어보다 이내 가방에서 네게 우산을 내밀었다. 마음같아선 내가 떠날때까지 움직이지 않는 너에 나도 옆에서 꾹 참고 기다리고 싶었지만 이 관계속에서 약자는 언제나 나였으니까.
"아, 내가 졌어. 정국아 자 우산 받아. 너 우산 없잖아."
".."
"빨리, 아니면 나 여기서 계속 너 움직일때까지 기다릴거야. 이거 받고 빨리 집에 가. 나는 이따 비 그치면 갈게."
".."
그렇게 너는 내밀어진 내 우산에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없이 그저 시큰둥한 얼굴로 우산을 받아들고 미련없이 또다시 내게 등졌다.
걸음이 빠른 너는 금세 아득해져갔고 나는 그제서야 언제고 진심을 억눌러야했던 미련스런 입을 열었다.
좋아해 정국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국아, 안녕.
내 이기심으로 잡아야했던 너에게.
안녕과 안녕
150902
여기는 비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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