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에 게시된 글이에요

"나 무릎 베개 해 줘." "또? 요즘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무릎 베개 귀신이 오셨나." "해 줘." "알았어. 이리 와." 그거 기억나? 너 연애할 때도 틈만 나면 나보고 무릎 베개 해 달라고 했었잖아. 그 때 내가 너 때문에 한동안 허벅지 상태가 말이 아니었는데. 그런데 왜 그렇게 무릎 베개를 좋아하는 거야? 응?.... 자는 거야? 잘 자, 여보. 잠 자고 일어나서 이현이랑 같이 외식하러 나가자. 사근거리는 아름다운 여자의 목소리는 귀를 즐겁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나는 눈을 꽉 감고서 가녀린 아내의 다리에 누워 잠시 정신을 아득할 정도로 놓는다. 이현 아빠. 정국아. 이현 아빠. 정국아. 여자의 목소리와 남자의 목소리가 번갈아가며 나를 찾는다. 나는 가만히 멈춰섰다. 정국아. 정국아. 눈물이 차 올랐다. 여자의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남자의 목소리만이 허공을 울렸다. 아득했던 기억 속의 목소리가 저를 불렀다. 나는 아랫 입술을 깨물었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형. 내 목소리 들려요? 잠깐 얼굴이라도 보여줘요. 형 얼굴 안 본지 너무 오래되서 이제는 가물가물하단 말이야. 정국아. 그래요. 형 정국이 여기 있어요. 얼른 나와봐요.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었단 말이예요. 지금 형 꽉 안고 싶어요. 제발 나와서 예쁜 얼굴 좀 보여줘요. 정국아. 네. 저 여기 있어요. 얼른 와요. 혼자 있는 거 무서워하는 사람이 저 없이 어디에 있는 거예요. 얼른 와요. 어두운 공간 안에서 서서히 밝은 인형이 걸어오기 시작했다. 환하게 빛나는 주변과는 다르게 피로 얼룩진 옷에다가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어 있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지민이 형. 나는 손을 뻗었다. 팔도 덜렁거리는 체로 걸어오는 모습이 사람보다는 귀신에 가까웠지만 알 수 있었다. 아무리 겉모습이 망가져도 숨길 수 없는 마음이 보였다. 내 지민이었다. 나한테 오지 마. 내 모습 너한테 보여주기 싫어. 왜요. 왜 그래. 예쁜데. 내가 사랑하던 박지민 모습이랑 하나도 변한 게 없는데 왜 그래요. 이리 와 봐요. 예쁜 얼굴 한 번 만져나 보자. 싫어. 보고 싶었어요. 하루도 형 생각 안 났던 날이 없었을 정도로 보고 싶었어요. 나한테 와 봐요. 내 지민이 형 좀 안아보게. 나 그래야 안심될 것 같아. 지민이 형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거북이가 기는 속도만큼이나 느렸지만 나는 기다렸다. 나에게 다가오는 모습이 마치 꿈만 같아서. 이런 꿈이라면 영원히 깨지 않고 싶을 정도로 황홀해서. 나는 거의 다 다가온 지민이 형을 끌어다가 내 품에 안았다. 꿈에서나 그리던 그 날이었다. 나는 울음이 터져 쉴 새없이 눈물을 흘려대는 눈가를 지민이 형의 어깨에 뭍었다. 숨을 들이마셨다. 피 범벅인 옷과는 다르게 몸에서는 그 옛날 내가 가장 좋아하던 형의 향이 났다. 나는 다시 형이 도망갈까봐 꽉 끌어안은 몸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기다렸어요. 계속, 형 만날 날만 기다렸어요. 형 있는 곳으로 바로 가고 싶은 거 꾹 참고 열심히 기다렸어요. 나 안아주세요. 잘했다고 머리 쓰다듬어주고 다시 그 때처럼 나 무릎 베개 해 줘요. 등으로 한 쪽 손이 올라와 천천히 토닥거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보고싶었는데. 나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서 계속 울며 말했다. 형 대신 내가 차에 치여 죽을걸 하는 생각을 수 백 번, 수 천 번이나 했었는데. 이젠 어디로든 가지 마요. 나랑 함께 있어요. 이대로 그냥, 계속. 정국아. 네. 형 정국이 여기 있다니까요. 이제 가야지. 싫어요. 안 돼요. 나 안 가. 못 가. 내가 왜 가요? 응? 형 여기 있는데 내가 어딜 가요. 여기서 형 안아줘야지. 여기서 형이랑 계속 있어야지. 내가 어딜 가요. 여기 아니면 내가 갈 곳이 어디있어. 나중에. 아주 나중에 만나자. 형이 정국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게. 착하다. 이제 가야지. 제발, 안 돼요. 나 여기 혼자 남겨두지 마요. 어떻게 내가 형을 놔 두고 가요. 응? 나는 손을 올려 형의 얼굴을 매만졌다. 형태를 알아볼 수도 없을만큼 망가졌지만 여전히 내가 사랑하던 얼굴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얼굴이었다. 이렇게 여린 사람 놔 두고 어떻게 가. 나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데. 내가 어떻게 가요. 세상에 사랑하는 사람 놔 두고 어디가는 남자가 어딨어요. 어디에. 잘 가. 정국아. 형은 천천히 등을 돌려서 빠르게 나를 떠나갔다. 올 때는 애가 탈 정도로 늦게 오더니 갈 때는 너무나도 빨랐다. 항구의 배가 떠나갔다. 다시 만날 날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득하게만 떠나갔다. 나는 주저앉았다. 오열했다. 두 번씩이나 나를 두고 떠나는 야속한 사람이 너무나도 미웠다. 가지 마요. 제발. 나 두고 가지 마요. 정국아. 정국아. "정국아!" "....." "악몽이라도 꾼 거야? 왜 울어, 응?" 나는 천천히 눈을 뜨고서 보이는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다 이내 손을 들어 눈가를 훔쳤다. 눈물이 손에 묻어있었다.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았다. 10년 만에 꾸는 형의 꿈이었다. 나는 넋을 놓고서 가만히 앉아있다 다시 오열했다. 형을 만나고 품에 안았던 것 역시 꿈이었나. 아직도 형을 못 놓는 나 보고서 제발 놓으라고 나타난건가. 내 등을 토닥이던 손길 역시 그저 꿈이었던가. 그렇다면 나를 영원히 잠들게 해주지. 영원히 그 안에서 죽게 내버려두지. 형과 함께 죽을 수 있게, 그렇게 해주지. "정국아. 악몽 꿨어? 응?" "....." "이제 괜찮아. 내가 있잖아." 아니야. 안 괜찮아. 앞으로도 난 안 괜찮을 거야. "아빠! 오늘 밥 진짜 맛있었어요." "그래? 앞으로 거기 많이 데려가야겠네." 이제 자야지. 코하고 잘 시간이예요. 네. 잘 자요, 아빠. 불을 끈지 얼마나 됐다고 곯아떨어진 이현을 보며 나는 몸을 일으키다 이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이는 방금 전에 환하게 웃던 활기찬 모습을 감추고 깊은 잠에 빠져들어있었다. 나는 손을 들어 조심스럽게 아이의 마리카락을 살살 쓸어올렸다. "이현아. 너도 나중에 아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때, 그 때 아빠를 이해할 수 있을거야." 아직도 형을 사랑하는 아빠를 부디 용서해주렴. 깊은 밤이었다. 영원히 깨고 싶지 않을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들고 싶은, 그런 밤이었다. ----------------------------------------- 1일 1국민 영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모두 국민 파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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