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된 카테고리 방탄소년단
Children's shrine
윤기는 자신을 흔들어깨우는 손에 스르르 눈을 떴어. 눈을 감아야만 보이던 남준이, 눈을 떠도 선명했어. 맞다, 나랑 같이 살았지. 윤기가 멍하게 남준을 올려다봤어. 윤기 형. 그, 있잖아요. 어제 밤에 저희 집에 오신 분. 길에서 만났는데, 갑자기 쓰러지셔가지고 데려왔긴 한데, 어떡해요. 병원이라도 가야하나. 아니, 잘 데려왔어. 얼굴을 굳힌 윤기의 걸음이 빨라졌어. 윤기는 얼른 냉장고 문을 열었어. 피가 담겨있는 팩을 이로 물어뜯고는 태형에게 다가서는데, 익숙하지 못한 뒷모습이 보였어. 정국이 뒤를 돌았어.

“민윤기."
형, 맞죠? 질긴 인연. 윤기는 입술을 잘근 씹었어. 제가 태형을 지키려 억지로 잘라냈건만. 덜도 말고, 더도 말고 7년만이었어. 윤기는 답을 하지 않았어. 곧장 태형에게 다가가 입에 팩을 물렸어. 입가로 채 삼키지 못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어. 태형은 곧 눈을 떴어. 괜찮냐. 윤기가 무심하게 물었어. 태형은 고개를 끄덕였어. 태형이 윤기의 품에 안겨 눈동자를 옆으로 굴렸어. 조금만 더 고개를 틀면 정국에게 닿았을 시선이었어. 윤기가 태형의 머리를 그대로 끌어당겨 더 꽈악 안았어. 그러니까 누가 밖에 나오랬냐. 윤기는 태형이 아프지 않기를 바랐어. 또다시 흔들리지 않기를 바랐어. 흔들리는 것은 자신 하나로도 충분했으니. 지민이 불러줄게.
“윤기 형.”
“…왜.”
“정국이가 나오는 꿈을 꿨어.”
“악몽이네.”
“응, 악몽이야.”
그것도 지긋지긋한. 태형의 몸이 추욱 늘어졌어. 순간 지민이 들어왔어. 지민이 윤기의 품에 안겨있는 태형을 보고 얼굴을 굳혔어. 형. 설명해요. 지민의 목소리가 날카로웠어.
하여튼 박지민. 죽고 못 살지. 윤기가 천천히 태형을 소파에 뉘여두고 일어섰어. 그냥 햇빛 때문에 그래. 윤기가 무심하게 대꾸했어. 지민의 얼굴이 금방 풀어졌어.
그런데 지민의 시선은 윤기 옆에 우두커니 서 있던 남준과 정국에게 향해 닿았어. 전정국. 지민은 놀란 얼굴을 했어. 그래서 쟤가. 지민이 무어라 말하려 입을 벙긋거렸어. 지민아. 윤기가 지민을 막아섰어.

"숨겨. 최대한 숨겨."
"형."
"그래야지, 김태형이 안 흔들려."
윤기의 얼굴은 단호했어. 저녁 노을이 뉘엿뉘엿 넘어갔어. 지민은 소파에 앉아 태형을 바라봤고, 윤기는 팩에 반쯤 남은 혈액을 다 마시고는 쓰레기통에 버렸어.
입가를 손등으로 문지른 후 다시 거실로 걸어가는 윤기에게 정국이 시선을 고정했어. 윤기가 정국의 앞에 똑바로 서서 정국을 올려다봤어.
중학생이었던 소년은 어느새 훌쩍 자라 제 키가 넘어있었어. 다부진 체격도 눈에 들어왔어. 진짜, 똑같이 생겼네. 윤기가 실소를 내뱉었어. 정국의 눈가가 찌푸려졌어.

"왜, 말 없이 갔어요?"
정국이 윤기를 흔들리는 시선으로 바라봤어. 정국아. 윤기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나긋했어. 내가 얼마나 찾았는데. 정국이 윤기를 그대로 끌어안았어. 윤기의 체향이 여전했어.
여전히 달았어. 윤기가. 남준이 뒤에서 눈을 가늘게 떴어. 다시 만나서, 다행이에요. 비로소, 새로운 인연의 시작이었어. 윤기가 직감적으로 입술을 깨물었어.
그렇게 저녁이 흘러갔어. 윤기는 남준이 정국을 바래다주러 가고, 지민도 태형을 데리고 집으로 간 이후 혼자 남은 집 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어.
김태형과, 민윤기. 그리고 박지민. 세 사람은 정국과 남준의 전생을 알았어. 남준이, 전생의 남준과 소름끼치게 비슷하다는 것도. 그런데, 정국은 전혀 비슷하지가 않았어.
오히려 다른 사람 같았어. 얼굴만 같은. 물론 지민은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어. 성격까지 같았다면 태형은 무너지고 말았을테니까.

철컥.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어. 남준이었어. 남준이 소파에 앉아있는 윤기의 옆에 앉았어. 티비 소리가 거실을 가득 메웠어. 윤기가 남준을 향해 고개를 돌렸어. 시선이 곧 맞물렸어.
"너는, 전생의 인연이 있다고 믿어?"
"글쎄요, 저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윤기의 뜬금없는 물음에도 대답해 준 남준이 웃었어.
"전생의 인연, 하니까 생각난건데요. 전생에 인연이면 현생에도 인연이래요."
"전생에서는 원수였을 수도 있지. 지금은 인연이고."
"아무튼. 원수도 인연은 인연이잖아요. 형, 우리는 무슨 인연이었을까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 아닌가?"
"글쎄. 전생을 어떻게 알아."
남준이 부드럽게 웃었어. 윤기가 좋아하는 웃음이었어. 윤기가 잠시 넋을 놓았어. 남준이 손을 들어 윤기의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어. 조심성이 없는 것 같아요, 형은.
이리 조심성이 없어서 어찌합니까. 또, 같은 말. 윤기는 고개를 정면으로 돌렸어. 좀 기다려봐요. 다시 남준이 유려한 손가락을 들어 윤기의 턱을 잡아돌렸어. 고개가 다시 돌아갔어.
"어쩌면, 사랑했었던 사이였을 수도 있잖아요."

연모합니다.
김남준은, 늘상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헤집어 놓는 재주가 있었어. 예전에도, 지금도. 끝끝내 찍지 못한 시대의 마침표의 위에서, 윤기가 애처롭게 흔들리고 있었어.

인스티즈앱
아니 4월인데 그렇게까지 추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