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된 카테고리 세븐틴

권순영은 워낙에 말을 잘 듣지 않는 놈이었다.
"야, 그쪽으로 가지 말라고. 대체 너는 인이어를 끼는 이유가 뭐야. 야. 듣고 있긴 해? 야. 야. 걸음 떼지 마. 권순영!"
- 시끄러워 지훈아. 오빠 귀 터져.
"그리로 가면 몇 명이나 있는 줄 알아? 그냥 비상구에서 환풍기 타면 쉽잖아. 너가 그렇게 강해? 너 짱 쎄? 너 무적이야? 아니면 불사신이냐?"
- 무적도 아니고 불사신은 아닌데 짱 쎄고 강하긴 하지.
지'랄하네, 진짜... 지껄여지는 헛'소리에 관자놀이를 짚었다. 길게 나있는 복도에 권순영 한명, 꺾인 코너 따라서 상대편 세 명. 권순영은 아주 성큼성큼 멋지게 세 명을 향해서 걸어가는 중이고, 권순영의 손에는 소음기도 안 달린 총이 쥐어져 있다. 그리고 권순영이 있는 그 건물은 회사로 위장한 상대편의 본처. 세상에. 대체 권순영의 뇌는 왜 달린 걸까. 아마 자기가 뱀파이어나 늑대인간이라도 돼서 총알때문에 몸에 구멍이 나도 금방 메꿔지는 치유력이라도 가진 줄 아는 것인가. 급하게 머리를 굴렸다. 권순영이 저기서 총 빠방 빠방 쏜다면? 온 조직원들이 모이겠지. 권순영은 온 몸에 빵꾸난 채로 죽을 것이다. 오. 안 돼. 그럼 저기서 권순영이... 아니, 이런. 경우의 수가 하나밖에 없잖아. 권순영이 저기서 총을 빠방빠방 쏘겠지 그냥 지나가겠는가.
"너 온 몸에 빵꾸나서 죽고 싶냐."
- 응. 근데 아마 그럴 일은 없어.
"뭔 자신감이야."
- 오빠가 연기력이 좀 되잖아.
아 개'소리야 또. 이제 권순영과 그 세 명이 만나기 10초 전이다. 이번 작전은 그냥 간단한 암살이었다. 다른 조직 소굴에 들어가서 실행하는 암살이었다는 게 간단하지 못하게 했지만. 하지만 권순영은 해냈다. 잘도 건물 안에 기어들어가, 독이 든 주사를 멋지게 간부 목 뒤에 박아 넣고 튀었다. 아니지, 튀고 있다. 내가 작전 시작 전에 일러준 그 튀는 방식은 원래 비상통로에서 환풍기에 올라 타는 것이었는데. 그리고 그렇게 하면 완벽했을텐데. 아마 권순영은 지금 입고있는 저 검은 가죽자켓이 먼지에 더러워지는 것이 싫었는지, 비상통로를 완벽히 무시하며 지나친 것이다. 근데 이상하게 또 걱정은 안 되는 게, 나는 또 어디서 솟은 믿음인지 권순영이 살 것이라고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 권순영이 코너를 꺾었다. 세 명이 동시에 권순영을 쳐다본다. 그리고 파워워킹.
"뭐 하냐..."
-......
"그냥 지나치게? 되려나, 그게."
대답 못하는 권순영을 향해 계속 중얼댔다. 그럼에도 권순영의 걸음은 거침없었다. 조직원 세 명이 뭐냐는 듯 권순영을 쳐다본다. 아랑곳 않고 걷는다. 권순영이 거의 그 녀석들과 밀착했다. 그리고 멈춘 걸음. 세 명의 의아한 눈빛. 내뱉어지는 권순영의 목소리.
- 뭐하냐, 니네? 인사 안 하고.
미친'놈.
- 안녕하십니까! 형님!
세상에.
큰 목소리에 스피커를 통해 세 명의 목소리까지 들린다. 당당하게 우리 조직과 라이벌인 상대조직 세 명의 따까리에게 형님소리를 들은 권순영이 더 자신감 넘치는 걸음으로 복도를 빠져나와 엘레베이터에 올랐다. 권순영이 엘레베이터에 오른 뒤에야 세 명은 누구냐고 서로 얘기하는 듯했다. 쟤네가 멍청한 거야, 뭐야.
- 지훈아, 왜 말이 없어. 오빠가 너무 멋있어서?
아니. 어이가 없어서. 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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