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짖어봐. 멍멍. 아, 늑대는 못 짖나? 그럼 그르렁 거려봐"
시끌벅적하던 2학년 교실의 분위기가 뚝 끊겼다. 학교 내 최고의 중종들이 만난 광경은 직접적인 페로몬이 아니어도 충분한 위협감을 안겨다주었다. 유유히 흘러가던 공기마저 멈춘 상황. 일촉즉발이었다. 태형의 시비에도 흘러내리는 안경을 고쳐쓰고 문제를 풀어나가던 정국이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잔뜩 겁을 먹은 채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같은 반 학생들의 꼴에 헛웃음이 나왔다. 이보다 더 한심한 상황이 있을 줄이야. 정국은 그 모든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중종만이 유일하게 가질 수 있는 무기었다.
"누가 라디오 틀어놨냐? 좀 꺼라. 병'신 같아서 들어 줄 수가 있어야지."
"뭐라 그랬냐 너 지금?"
"멍청하게. 돌려 말하니 알아 듣질 못하겠어? 너 병'신 같다고."
철저한 약육강식의 세계였다. 한 눈을 팔면 잡아 먹힌다. 동물적 본능이 더 강한 그들의 세계에선 암묵적인 룰이었다. 한 눈을 팔지 말 것. 이성보다 본능을 우선시 할 것. 페로몬은 상대의 허점을 공략하는 유일한 무기였다. 페로몬이 강력하면 강력할수록 약육강식 피라미드의 꼭지점을 확보한다. 위험하면 위험할수록, 사람들의 이목을 이끌었다. 그리고 태형과 정국은 꼭지점의 정점을 획득했다. 대한민국, 유일한 흑표범 가문인 태형은 상대방을 현혹시키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페로몬을 가지고 미소를 한 번 흘려주면 넘어오지 않는 것들이 없었다. 자신을 보고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숯사슴의 눈망울이 아직도 뇌리에 선하다. 부와 명예. 심지어 권력까지도.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태형은 얻지 못한 것이 없었다. 그의 콧대는 나날히 높아져만 갔다.
그 시절 태형에게 주어진 것은 정국이었다. 정국은 회색 털을 가지고 있는 회색늑대 가문의 유일한 손자였다. 그의 페로몬은 철저히 감추어졌다. 시끄러운 것은 딱 질색이었다. 부질 없는 사랑 따위는 제 인생에서 필요한 항목이 아니었다. 정국은 흘러내리는 안경을 한 번 고쳐쓰고 손을 움직여 주어진 문제 밑에 긴 풀이과정을 만들어내었다. 목 끝까지 차있는 교복 와이셔츠는 그의 매력을 더해주었다. 내면의 섹시함. 그 꼴이었다.
태형의 아빠와 정국의 아빠는 친구였다. 미래를 그리면 친구라는 항목 안에 서로를 당연시 끼워넣을만큼 유일한 친구였다. 레벨이 맞았고, 말이 통했다. 같은 년도에 임신을 한 부인들 마저 공통점이 그려졌다. 누가 딸을 낳고, 누가 아들을 낳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약혼을 시키자며 껄껄 웃는 아버지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이레 그렇듯 태어난 것은 남자 둘. 태형과 정국이었다.
태형과 정국이 열 여섯이 되던 해, 태형은 정신없이 자신의 머리를 만져대는 사람들 사이에서 깊게 하품했다. "엄마. 이런 옷차림 나랑 안 어울리는 것 같다. ." 그렇게 말하는 태형은 자주색의 수트를 입고 있었다. 자켓 안의 흰 와이셔츠와 나비넥타이는 태형의 말과 다르게 태형과 무척이나 조화로웠다.
"안 어울리긴 무슨. 우리 아들이 세상에서 제일 잘 생겼다."
"부끄럽게 자꾸."
"정말이여서 그렇지. 아들 오늘 만나는 친구랑 친하게 지내. 분명히 너에게 도움이 되는 친구가 될 거야."
"응 알았어요 엄마."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파티장은 외부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호화스러웠고 훨씬 더 사치스러웠다. 천장에 수놓아져있는 상들리에가 어떤 계급의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인지 보여주었다. 자신을 가운데에다 끼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족족 인사를 건네는 부모님은 무척이나 바쁜 상황이었다. 태형은 입을 일자로 다문 뒤 주위를 둘러보며 사람들을 눈에 익히기 시작했다. 나중에 너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실 분들이 모이는 자리니 장면과 사람들을 눈에 많이 익혀두라는 아버지의 말씀 때문이었다.
"어 전정현?"
"왔냐?"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웃으며 안부를 전하던 태형의 아버지는 우연히 마주친 자신의 벗을 반갑게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하며 옆에 있던 부인들마저 인사를 마치니 자연스럽게 시선이 꽂힌 건 정국과 태형이었다. 태형아 인사해야지. 친구잖아. 엄마의 재촉하는 말에 태형은 앞에 있던 정국의 눈동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부족함 없이 자란 게 눈에서부터 티가 났다. 그렇게 서로 바라만보고 있다가 먼저 손을 내민 건 정국이었다. 빈가워, 난 전정국이야. 태형도 자신의 앞에 내밀어진 정국의 손을 잡으며 대답했다. 마찬가지로. 난 김태형.
재수가 없었다.
태형의 부모님과 정국의 부모님은 자신의 자식들이 서로 만나는 첫 광경을 보고 흐뭇하게 웃었다. 그러다 이내 '아아- 파티에 참석한 분들은 모두 모여주시길 바랍니다.' 하고 파티장을 가득 울리는 남자의 안내멘트에 따라 홀로 들어가 지정석에 자리잡았다. 같은 테이블에 배치되어있는 자리에 앉은 태형은 정국을 흘끔대며 정국을 흝었다. 반듯반듯. 살면서 선을 넘어 본 적이 없는 모습이 틀림없었다. 학교에서 문제아로 치부되는 자신과는 영판 다른 모습이었다.
"큼, 안녕하세요. 25회 파티를 준비하게 된 박지석이라고 합니다. 모두들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정말 반갑습니다. 좋은 파티 보내고 계신가요?"
앞에서 울리는 남성의 목소리에 태형은 정국에게 시선을 떼 앞으로 돌렸다. 쏟아지는 박수갈채 속에 자신을 박지석이라고 소개한 남자가 이어 이야기를 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이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제 자랑스러운 아들을 세상에 처음 내보일까 합니다."
파티장이 웅성거렸다. 흰여우 가문에는 자식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저마다의 의문이 소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사람들의 반응을 흝은 지석은 슬며시 웃으며 뒷편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들을 불렀다. "아들 나와서 인사 드려야지." 아버지의 말에 잠시 주춤거렸다가 뚜벅뚜벅 당당하다는 듯 걸어나오는 사람은

지민이었다.
밝은 조명을 온전히 담아내는 지민의 자태는 고고한 학 같았다.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사람 치고는 평정심을 잃지 않은 모습이었다. 흰여우의 털 만큼 뽀얀 지민의 피부는 파티장 내에서 단연 돋보였다. "안녕하세요 박지민입니다." 지민은 스탠딩마이크가 서있는 곳까지 걸어가 말을 꺼냈다. 파티장의 기류가 모두 지민의 주위에서 맴돌았다. 잠시 정적을 띄다가 한 명의 박수소리에 이어서 어느새 파티장은 다시 박수의 소리로 가득찼다. 수많은 사람들의 박수소리를 온 몸으로 받아내는 지민의 모습은 가히 아름다웠다.
정국과 태형의 눈에서 이채를 띄게 된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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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무슨 분위기인지 알아줬음 좋겠다.. 너무 졸리다..이야기를 더이상 이을 수 없다..아마 평생 잇지 못할 것 같다.. 잇지 하니까 잇진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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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외랑이들은 한국콘 어떻게 오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