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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졌다. 헤어졌다는 거창한 말을 쓰기에도 초라한 이별이었다. 나 혼자 정리하고 나 혼자 잠적한 것이었다.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묵묵히 짐을 쌌다. 혼자 캐리어를 챙기는 와중에도 정국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쩌면 애초부터 혼자 살고 있었고, 정국은 가끔 놀러오는 존재- 라고 하는 것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전화 받아. 그렇게 떠난지 닷새가 되는 날이었다. 정국은 그제서야 나의 부재를 알아채고 연락을 취해왔다. 한 통의 부재중 전화는 둘, 셋, 넷으로 늘어나더니 이내 의도적으로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챈 듯한 떠난지 약 일주일 되는 날부터 미친듯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좋은 말 할 때 받아. 차가운 바닷 바람을 쐬고 있자니, 정국을 향한 모든 추잡스러운 외사랑의 잔해물들은 쓸려나가는 듯 했다. 아무 생각없이 전철을 탔다. 회귀본능이라도 일어난 듯 떠내려온 부산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 중 절반은 애석하게도 홀로 남아있을 정국이었다. 혼자 시작한 사랑을 표현한지 1년이 지났을 때 쯤 지쳐 쓰러질 것 같은 내게 조금의 관심을 비춘 정국이었다. 아무리 장난스러워도 속은 썩어 문드러지기 직전이었고, 정국의 시선과 반응은 내겐 소독약이자 반창고였다. '정국아 좋아해.' 내가 좋아서 시작한 연애였지만 정국은 지나치게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채 함부로 대해왔다. 한마디로 딱 죽어버리고 싶었다. 내가 죽는다면 그의 일년 중 하루는 나로 온전하겠지. 고통스러운 생각으로 나날을 이어가던 나는 지금 여기 있다. -형 제발 그리고 곧 다시 돌아가겠지. 그곳은 내게 상처주는 안식처기에. 약 한달만이다. 전원이 나간지 오래인 핸드폰은 무용지물인지라 연락도 못했다. 손에서 땀이 났다. 돌아와버렸다. 무슨 생각으로 다시 왔는지 모르겠다. 도저히 다시 들어가 정국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아니다. 어쩌면 그는 여전히 안에 없을지도 모른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기 싫어졌다. 드르륵 캐리어를 끄는 소리만 복도에 울렸다. 정말 정국이 없다면, 잘됐다 하고 사라져버렸다면… 그리고 머뭇거리는 사이 문이 기적처럼 벌컥 열렸다. 그 문을 연 것은 정국이었다. "지민… 박지민… 형 맞죠? 형, 지민이 형, 지민아, 지민아, 지민아. " 눈가가 뜨거워지는게 느껴졌다. 내 시야에 가득찬 정국은 크게 야윈 몸을 하고 있었다.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 자꾸만 인상을 찌푸린 채 나를 확인하려는 듯 세게 팔을 붙잡고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꼼짝도 않고 그 시선을 받으며 울음을 참아냈다. 정국은 벅찬 숨을 내쉬더니 이내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양 손으로 얼굴을 붙들고는 이목구비를 샅샅이 눈에 담고, 더듬기를 반복했다. 넘어갈 듯 가쁜 숨을 내쉬는 정국에게서는 지독한 술냄새가 났다. 어깨너머의 집 안은 난장판이었다. 거실 한복판에는 내 옷가지로 보이는 것들이 쌓여 있고 그 주변으로 술병과 담배꽁초가 자리했다. 가만히 있는 나를 보며 울음을 쏟아내던 정국이 어깨를 끌어당겨 안았다. "나 버리지 말아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형, 제가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저 버리지 말아주세요, 제발, 제발…" "춥죠? 미안해요." 그렇게 한참을 안던 정국은 나를 집 안으로 끌고와 한 구석에 세워두고는 급하게 거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는 내 옷가지를 줍고 술병을 치우면서 발로 담배꽁초같은 것 들을 밀어내면서도 시선은 계속 나를 감시했다. 행여나 내가 또 다시 사라져버릴까 두려워하는 눈빛에 나는 일말의 죄책감이 느껴졌다. 나를 바닥에 앉힌 정국이 애닳는 표정을 했다. "형 맞는거죠? 내가 지금 취해서… 정신이 나가서 헛것 보는 건 아니겠죠?" 만약 이번에도 그렇다면 죽어버릴거에요… 정국이 중얼거리며 내 팔이나 얼굴 같은 데를 더듬다가 놓치지 않겠다는 듯 또 다시 꽉 끌어안았다. 차갑던 목덜미가 축축해졌다. 정국이 눈물을 흘린 탓이었다. 그렇게 나는 한참을 어린 양의 등을 토닥였다. 며칠은 집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다 집에 돌아왔는데 내가 없는 것을 알고는 어디 잠깐 나갔나 싶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부재가 길어지고 연락을 받지 않자 심장이 철렁했다고 한다. 주변 지인에게 모두 물어봤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고, 내가 있을만한 곳은 다 찾아다녔다고 한다. 비슷한 뒷모습이 있으면 뒤쫓아가고 전화하기를 며칠, 내 핸드폰이 꺼진 것을 알자 힘이 쫙 빠져버린 채 드는 생각은 형이 나를 버렸구나. 였다고 한다. 그렇게 며칠동안 집에서 술과 담배만 달고 살다가, 술김에 내 체취를 찾아 옷장을 뒤지고 몇 없는 옷가지를 끌어안고 울다가 잠들었다가 깨면 내가 없는 것을 알고 또 다시 울다가 지쳐 잠들었다가 전화해보다가 전화기가 꺼져있자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고 울다가- "미쳐버릴 것 같았어요." 정국은 나를 더욱 세게 끌어안으며 한숨쉬듯 말했다. "또 다시 떠났다간 정말 죽어버릴거에요. 진심이에요." 사랑해요 형… 내 머리칼에 입을 맞춘 정국은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지는 듯 했다. 이내 평온해진 얼굴은 어린아이의 것과 같아 되려 내가 울고 싶어지는 밤이었다. 원래보고싶은거는 지민이가 돌아옴. 술에취해서꼴아잇던정국이 누구세요? 하면서 문열엇는데 눈 빨개진 지민이. 심장이 멎는 기분에 잠시 머뭇하다가 정신차리고 지민이 이름부르고 말 더듬으면서 손목끌어당겨서 집안에 들인 다음 양팔을 잡고 위 아래로 쳐다보면서 눈물그렁그렁 앉히고 얘기하고 싶은데 술병에 담배꽁초에 어질러져있어서 앉힐데가없는거 그래서 형 잠시만... 잠시만요. 가지말고, 여기 있어요. 네?하면 지민이가 고개끄덕끄덕하고 서둘러 담배꽁초같은거 손으로 쓸은 다음 어디에 버리고 술병 발로 밀고 하면서 자리 마련하고 앉힌다음 빤히쳐다보는데 빠르게 차오르던 눈물이 주륵주륵 하더니 얼굴 일그러지고 눈 빠르게 깜빡이면서 초점잡아려고 애쓰면서 형 맞죠...? 맞죠? 형 맞는 거죠? 자꾸 얼굴이나 팔 같은데 쓸면서 애닳은 표정으로 지민이 맞는지 확인하는 거였는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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