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된 카테고리 방탄소년단
뭐 이렇게 신났어?
스무 살이잖아.
정국은 꽤 들뜬 표정이었다. 그 애는 가끔 무언가를 기대하거나 흥미로워 할 때마다 코를 찡긋거리곤 했는데 본인은 모르는 듯 했다. 코에 살갑게 접히는 주름을 보면서, '그게 뭐 별거라고.' 나는 실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스무 살, 그거. 별거 아니야.
누가 그래?
우리 누나가.
….
금방이라도 툴툴거릴 것처럼 입은 댓발 튀어나와 있는데 정작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정국은 항상 우리 누나 얘기만 나오면 이렇게 꼼짝 못 하곤 했다. 꼴에 제 첫 사랑이라고. 그런 생각을 하면 언제나 기분이 영 씁쓸해진다.
스무 살 되면 뭐 할 거냐.
면허 따야지.
그리고?
그리고…. 길게 말끝을 늘인 정국은 엎어져 있던 몸을 빙글 돌리고 개구지게 웃었다. 그러더니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 앉아있는 나를 올려다 보면서 입천장에 딱 붙인 혀를 힘을 실어 떼어냈다. 똑, 경쾌한 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그게 무엇을 말하는지 정도는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술?
그럼에도 당당한 게 우스워서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되묻자 얼른 고개를 끄덕인다. 사근하게 접히는 두 눈가. 헤드 쪽 벽에 걸린 주홍색 조명등 덕분에 정국의 하얀 두 뺨 위로 속눈썹 그늘이 드리워졌다.
전정국.
인기척이 없길래 코끝에 걸친 목도리를 내리고 소리 내어 정국의 이름을 불렀다. 곧 잠시만요, 높은 그 애의 목소리가 들리고 새하얀 반팔 티셔츠를 걸친 몸이 급하게 쏟아져 나왔다.
왜?
정국은 정말 의외라는 눈빛이었다. 저보다 키가 조금 큰 나를 끔벅끔벅 올려다보며 열린 문으로 훅 들어오는 찬바람에 몸을 움츠렸다. 나는 그냥 정국의 얼굴을 본 게 좋아서 샐쭉 웃었다.
아, 그냥.
….
마지막 날이잖아.
나 들어가봐야 되는데.
잠시만.
나는 주섬주섬 주머니에 넣은 핸드폰을 꺼냈다. 1월 1일 자정이 되려면 5분이 남았다. 정국은 고개를 흘긋 돌려 제 집안을 한 번 확인했다. 나는 바깥쪽 문고리를 잡고 문을 조금 더 열어 젖혔다. 그 애가, 혹은 그 애의 부모님이 정국을 데리고 집안으로 사라져 버릴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문 닫고 나와 봐.
왜, 무슨 얘기 하려고.
빨리.
추운데.
이거 줄게.
입기만 했지, 여미지는 않은 패딩을 펄럭이자 못마땅한 얼굴로 투덜투덜 슬리퍼를 꿰어 신는다. 엄마, 잠시만 나갔다 올게. 준회 왔어. 웅얼웅얼 소리치며 슬리퍼를 죽죽 끌고 나온 그 애는 문을 닫자마자 거진 팔짱을 꼈다. 으, 추위에 덜덜 떨리는 정국의 얇은 입술 사이에서 하얀 입김이 샜다. 나는 정말로 대담하게 패딩을 벗어 정국의 어깨 위로 덮어 주었다. 그 애가 간지러운 웃음 소리를 냈다.
뭐 하냐, 진짜 벗어주게?
응.
베푸는 친절이든 베풀어 달라는 부탁이든 잘 거절하는 법이 없는 애였다. 하얀 손이 속에서 패딩 깃을 꼭 쥐고 제 몸을 꽁꽁 숨겼다. 갑자기 포근히 싸여진 그 애에 비해 덜렁 차려 입은 맨투맨 하나가 전부인 내게 무서운 칼바람이 달려 든다. 더럽게 추웠지만….
그래서. 왜 왔는데.
그 애는 따뜻해 보였다. 그거면 됐지. 나는 손에 쥔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31일이 넘어가려면 이제 딱 2분만이 남았다.
마지막 날이라서 왔다니까.
같이 1월 1일 맞으려고?
응.
심드렁한 얼굴로 바닥을 툭툭 차던 그 애가 문득 인심 쓰듯 내 쪽을 돌아봐준다.
지금 몇 시인데.
나는 주인의 명령이 떨어진 강아지마냥 쪼르르 그 애의 옆에 서서 핸드폰을 켰다. 상단에 뜬 시각은 11시 58분. 2분 남았네. 그 애의 읊조림을 끝으로 우리는 말없이 화면만을 응시했다. 나는 간간이 추위에 달달 떨리려는 입술을 힘을 주고 다물며 춥지 않은 척 애를 썼지만, 정국은…. 글쎄. 만화영화를 시청하는 아이처럼 천진한 눈망울로 내내 정적이었다. 마침내 난잡한 조합의 11:59 라는 숫자가 단정하게 옷을 갈아 입는 순간이었다. 그 애가 조그마한 목소리로 땡, 귀엽게 소리쳤다. 목소리로 축배를 드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그 애의 올해 첫 얼굴을 감상했다. 곧 내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트는 정국에게 아랫입술을 깨물고 크게 미소 지었다.
스무 살 축하한다.
축하해.
12:00.
스물.
그 애의 얼굴에 말갛게 피어오른 스물.
가슴이 벅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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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팔이 하러 와봤어 다들 잘 지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