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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0년 전 (2016/1/23) 게시물이에요

게시된 카테고리 방탄소년단


 

A~F구역

ㄱ 국뷔톡 | 인스티즈

 

 

A~F구역 이야기
시대는 변한다. 굳이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아니라도 말이다. 그에 따라 사람들도 변한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 아무리 과거가 어쨌건 간에 현실과 미래를 중요시하며 상황에 발맞춰 걸어간다. 지금도 그렇다.

“아주 신들이 나셨네.”

요즘들어 시끌벅적해진 뉴스가 맘에 들지않는다. 한심하다는 어투로 다소 거친 욕을 내뱉고는 리모컨을 들어 TV를 꺼버렸다. 태형이 사는 곳은 B구역. B구역은 전부터 평화롭기로 소문난 구역이었다. 휘황찬란하고 권력다툼이 심한 A구역이나, 밑바닥 인생들을 사는 F구역의 그 어느 곳에도 포함되지않은 딱 중간의 청정구역. A구역보다는 겨우 한 단계 아래였지만 피튀기는 윗구역과 달리 이곳은 중립을 유지하며 평화를 이끌던 무리들이었다. 태형은 그래서 이곳이 참 마음에 들었었다. 지금은 마음에 안 드는 것  투성이지만.
언제, 왜, 누구 때문인지도 모른채로 B구역은 A구역에 동화되어갔다. 서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피 튀기는 싸움판에 몸을 내던졌다. 아수라장이 된 정부의 밑 쪽에서는 국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갑자기 변해버린 정부에게 반기를 들지도 못했으며, 만만해진 B구역에 숨어들어온 아래 구역 사람들로 인해 다치거나 죽는 사람이 늘어갔기 때문이다. 칼을 맞는 게 매일같이 일어나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나가기전 현관에서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했다. 오늘 칼을 안 맞을까? 문 밖에 누가 소리죽여 서있지는 않을까? 태형도 예외는 아니었다. 매일 문 손잡이를 잡고 고민했다. 평화롭기만하던 곳에서 싸움이란 걸 배워봤어야지 말이다. 여긴 그 흔한 태권도 도장도 하나없는 곳이었는데. 그렇게 자식 걱정을 하는 태형의 부모님같은 사람들이 찾은 안전한 방법은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었다. 밑바닥 인생을 사느라 자라면서 싸움을 접하고 힘의 세계에 사는 F구역 사람들을 경호원으로 옆에 붙여두는 것이다.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었으니 사람을 사는 일은 쉬웠다.

“시간이 몇신데 이 사람은 왜 안 와.”

부모님께 그렇게 싫다 소리치며 거부했지만 결국은 그를 받아들이고 기다리게 된 자신의 상황이 거슬렸다. 짜증나. 뒷머리를 잔뜩 헤집으며 괜히 터벅터벅 걸어 냉장고 문을 열어젖혔다. 마트라도 갈 심산이었다. 그를 기다리느라 하루종일 집에 있던 게 아니라, 제 할 일하며 네가 오든 말든 신경쓰지않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상은 전자가 맞았지만. 사야할 물건의 목록을 적은 쪽지를 주머니에 넣으며 오늘도 문고리를 잡고 잠시 고민했다. 아무 일 없겠지, 뭐. 태연한듯 생각하며 문을 열었지만 무언가에 치이는 느낌이 들어 빼꼼 고개만 밖으로 빼냈을 땐, 눈에 보이는 광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 실제로 겪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 놈이 어떻게 들어왔을까, 란 생각보단 그저 머리가 하얘졌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남루한 옷차림의 끙끙대는 남성을 팔을 꺾은 채로 깔아뭉개고 있던 검은 수트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다른 남자가 고개를 까딱이며 사과했다. 남자는 입고 있던 수트가 처음이었던 듯 계속해서 목 부근을 매만지며, 옷에 작게 구김이 가자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밑에 깔린 남성이 격하게 몸을 흔들며 반항하자,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우드득하는 살벌한 소리를 내며 그의 팔을 부러뜨렸다. 아아악! 남성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마당 정원을 크게 울렸다. 옷을 털며 일어나던 남자는, 손가락으로 귀를 틀어막으며 인상을 찌푸리는 태형의 표정을 발견하곤 미간을 좁히며 팔을 붙잡고 바닥을 구르는 남성의 입을 구둣발로 꾹 짓눌렀다. 빠르게 뒷주머니에서 총을 꺼낸 남자는 울다시피하는 남성에게 총구를 겨누곤 태형에게 시선을 돌렸다. 똑바로 바라보는 눈동자에 흠칫 몸을 떤 태형은 뒤이어 들리는 남자의 말에 급히 고개를 내저어야했다.

“주인님을 해하려하고 기분도 상하게 한 사람입니다. 죽여도 됩니까?”

바뀐 B구역은 역시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다.

* * * * *

F구역 사람들은 본디 태생부터 천한 사람들의 구역이었다. 다들 돈이 없어 제대로 씻거나 먹고, 옷을 사입거나 문화생활을 즐기는 일이라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들. 힘이 센 집단을 동경하고 좇으며 작은 돈이라도 쟁취하려 주먹을 먼저 날리고 보는 사람들.

“빨리 좀 와요.”
“아, 죄송합니다.”

그래서 태형은 이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가 마트에서 산 물건이 든 봉지를 두 손 가득 들고 신기하다는 듯 이리저리 둘러보느라 뒤쳐진 이 멍청한 남자가. 하긴 천박한 F구역에서 B구역에 올라오니 신기할 수밖에. 비릿한 조소를 지으며 태형은 고개를 내저었다. 자신의 신경질적인 말 한 마디에 버릇처럼 사과의 말을 내뱉으며 제 옆에서 보폭을 맞춰 걷는 남자가 어찌보면 가엾게도 느껴졌다. 마트를 가서도 저 상태였다. 팔이 부러진 남성을 아무렇게나 어두운 골목길에 내다버릴 때와는 다르게 대형마트에서는 세세한 모든 것을 눈에 담기라도 할 듯 그 검은 눈동자를 쉴새없이 굴려댔다. 머리가 빈 여자들이 그를 보며 귀엽다는 듯 얼굴을 붉히며 웃어댔지만 태형이 보기엔 그냥 한심하고 덜 떨어져보였다.

「경호원은 도착했니?」
「사람 괜찮지? 밉보이지 말고 지내.」

핸드폰이 문자를 받아내며 짧게 불을 밝혔다. 어머니의 걱정어린 문자였다. 밉보이지 말긴 개뿔. 태형은 입술을 삐죽이며 남자를 위아래로 훑었다. 괜히 짜증나게 해서 되려 경호원한테 살해당하는 일 없게하란 뜻이겠지. 이 남자가 저보다 키도 크고 힘도 세며 싸움도 잘 하고, 어머니의 걱정도 아주 쓸데없는 걱정이 아니란 건 알았지만 기분이 나빴다. 돈주고 고용한 내가 갑인데 왜 을 눈치를 살펴야해. 「괜찮아.」 짧은 답장을 보내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일부러 필요없는 것까지 산 터라 봉지가 터질 듯 빵빵하고 보기에도 무거워보였지만 남자는 하나도 힘들어보이지 않았다. 손등 위로 돋아난 핏줄이 어린 티가 조금 배어나는 얼굴과 다르게 제법 남자다워보였다.

“저기요.”
“네, 주인님.”

그 놈의 주인님 소리는. 눈썹을 찡그린 태형이 말을 이으려다말고 검지손가락을 치켜든 채 입술만 달싹였다. 침묵이 꽤나 오랫동안 이어졌지만 남자는 손에 든 봉지를 고쳐쥘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으며 왜 집에 안 들어가고 문 앞에서 이러냐는 짜증스런 눈빛도 보내지않았다.

“아, 기억 안 나. 이름이 뭐랬죠?”
“전정국입니다.”
“그래요, 전정국씨. F구역에선 무슨 일을 했죠?”

남자, 아니 정국은 잠시 뜸을 들였다. 일이라고 할 건 없었습니다. 그저 남을 죽일 듯이 때리고 돈이나 음식을 빼앗으며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단지 이제부터 같이 살게 될 사람이기에 전에 무엇을 했나 궁금했을 뿐인데 아주 기분이 상해버렸다. 그냥 묻지말 걸 그랬나. 입을 꾹 다물고 눈을 가늘게 떠내던 태형은 다시 질문했다. 사람을 죽인 적도 있나요?

“네.”

망설임없이, 아무렇지않은 표정으로 대답하는 정국이 불결하고 매우 위험하게 느껴졌다. 벌레보듯하는 제 눈을 또렷이 마주하며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듯한 뻔뻔한 정국의 태도가 싫을 정도였다. 얼마나요? 뒤이어 들리는 태형의 물음에 정국은 눈동자를 굴리며 머릿수를 세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세어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도 많아서.”

허- 정국의 대답에 기가 차다는 듯한 소리를 내뱉은 태형은 낚아채듯 그의 손에서 물건이 담긴 봉지를 빼앗았다. 무거우신데 제가 들겠습니다, 하는 말은 무시해버렸다.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차가운 말 뒤에는 쿵- 하고 철문이 묵직하게 닫히는 소리가 났다. 하아…. 한숨이 절로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 손가락은 봉지의 손잡이 모양대로 잔뜩 구겨진 채 피가 몰려 검붉게 변해있었다. 대충 손을 털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오늘은 여기서 자야겠네. 굶거나 추운 곳에서 자는 건 익숙했다. 자는 동안에도 누군가의 인기척이 들리면 바로 깰 수 있을 만큼 몸은 타인의 위협에 적응되어 있었다. 자신은 괜찮은데 어떤 미이 주인님의 집에 잠입해있는 건 아닐지 걱정이 들었다. 슬쩍 뒤를 돌아보며 무리를 해서라도 집 안에 들어가는게 나을까 잠시 고민했다.

“저 사람 뭐야! 당장 잘라! 어디서 인간쓰레기를 구해왔어?”

안 가도 되겠네. 부모님과 통화라도 하는 건지, 악을 지르는 태형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다. 이럴 땐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작은 소리도 쉽게 잡아내는 귀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인간쓰레기. 그 단어에 피식 웃음을 지은 정국은 손바닥으로 피로한 두 눈을 꾹꾹 눌렀다. 그래, 그게 아주 틀린 말은 아닐 거다. 제가 살던 F구역은 아기가 걷거나 말을 하기도 전에 보는 모습이 서로 싸우고 죽이는 모습이니까. 어느 정도 행동을 할 수 있게 되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게 싸움이었다. 눈만 돌리면 시체가 드글거렸고, 그 안타까운 모습에 시선을 사로잡히면 금방 짱돌로 뒤통수가 찍혀 피를 토하며 아까 그 시체들과 같은 운명이 되는 것이 쉬운 공간.
그러나 이곳은 달랐다. 구역질나는 냄새도 나지않았고,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주황빛으로 저녁놀이 지는 모습을 어떤 위협도 없이 가만히 바라볼 수 있던 건 오늘이 생애 첫 순간이었다. 예쁘게 물든 하늘을 빠짐없이 눈에 담으며 정국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고요한 바람 소리가 듣기 좋았다.

여기까지가 대충 설명이고 이제 태형이가 정국이를 좋아하게 되어 행쇼하게 되면 상황 끝낼 예정이야! 정국이는 뭐 금방 좋아하게 되겠지^ㅁ^(무책임)

소설체 아니고 그냥 설명을 저렇게 썼을 뿐…소설체 아님당. 소설체를 잘 못해오.

덧붙이자면 F구역 사람들이 보디가드로 들어와서 사람들 죽이고 그 자리 뺏는 경우도 허다한데 정국이는 순수하게 전혀 그런 생각없이 태형이를 보호하러 온 거야.

 

사극물

ㄱ 국뷔톡 | 인스티즈

ㄱ 국뷔톡 | 인스티즈

사극썰인데 어려운 사람들은 궁처럼 현대판으로 바꿔서 해도 좋아:-D 나도 단어 몰라…하하.

정국이는 넓은 땅을 가진 호 나라의 첫째 왕자였고 태형이는 작지만 아름다운 경 나라의 셋째 왕자였어. 그러다 두 나라가 전쟁을 하게 됐지. 경 나라로 갔던 호 나라의 통신사 사람들이 아파 쓰러졌다는 게 이유였어. 도대체 거기서 뭘 먹였길래 이러냐며 호 나라는 다짜고짜 경 나라를 공격했어. 사실 아팠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영토확장과 경 나라의 아름다운 경치를 호 나라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전쟁의 시작일 뿐이었지. 그 결과로 호 나라는 경 나라를 집어삼키게 돼. 영토는 넓어졌고 경 나라 사람들은 노예로 들어왔지. 경 나라의 일반 백성들은 호 나라 왕의 넓은 관용으로 그냥 본디 살던 자리에서 조금 땅을 나눠주면 노예로는 전락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왕족은 아니었지. 어미와 아비는 전쟁에서 진작에 목이 떨어졌고 장군들을 이끌던 첫째 왕자도 시체 더미 속에 섞여있을 터였어. 두 손이 꽁꽁 묶여 호 나라의 신하들과 왕족들이 나와서 보는 가운데 무릎이 꿇린 두 왕자와 공주는 입술을 꾹 깨물었어. 수치스럽기 없었지. 차라리 죽이라는 둘째 왕자 태성의 말에 왕은 코웃음을 쳤어. 그렇게 쉽게 죽일리가. 그러다 왕, 전윤복은 제 옆에 듬직하게 선 정국을 돌아봐. 정국이 옆엔 아직 어린, 겨우 열 살 즈음을 먹은 동생 정석이 있었지.

“갖고 싶은 아이라도 있느냐.”

정국이는 그 말에 주저없이 손가락을 치켜들었어. 바락바락 죽이라고 소리를 지르는 태성과 흐느끼고 있는 공주 윤형의 가운데에 눈에 빛을 잃고 앉아있는 태형이었지. 왕은 신하를 시켜 태형이를 정국이의 방으로 보냈어. 그렇게 태형이는 정국이의 남첩으로 들어오게 된 거야. 절망적이었지. 제 부모님과 나라를 멸망시킨 왕족의 첩으로 들어오다니. 신하여도 충분히 죽고 싶은데. 진짜 혀 깨물고 죽고 싶었지만 알량한 마음은 무섭다는 말을 뱉어냈고 그러기엔 정국이 입에 물려둔 손수건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지. 그치만 정국이는 태형이를 탐하지 않았어. 그저 밥을 같이 먹고 산책을 하고 등을 맞댄 채 잠만 같이 잤지. 동생바보라 불릴 정도로 정석이 열 살이 되어도 품에 안고 돌던 정국이지만 이젠 조금 화살이 바뀌어가는 듯 싶었어. 대놓고 예쁘다 예쁘다하진 않았지만 태형을 예뻐하고 아끼는게 눈에 보였지. 태형이는 어째 그게 더 기분 나빴어. 네가 뭔데 날. 아무래도 마냥 좋아하긴 좀 그렇지, 상대가. 엄청난 증오심에 태형이는 정국이가 그러든 말든이야. 한 나라를 망쳐놓고 인심 많고 인자하고 마음씨 좋은 궁궐 사람들이 많디는 것도 한 몫했지. 남의 나라를 짓밟아놓고 어쩜 저렇게 착한 척이라니. 착한 척이 아니긴 했지만 아무튼 태형이는 사고가 비뚤어져있었어. 뭐, 점점 경 나라에서처럼 본디 착하고 밝고 귀여운 성격으로 돌아와가긴 했지만.

뒷 이야기는 이제 너랑 내가 이어나가는 거야. 태형이가 결국 정국이를 좋아한다고 인정하고 둘이 행쇼할 때까지. 나는 어쨌든 널 예뻐할 거고 네가 버릇없이 굴어도 눈 감아주기도 할 거야. 왕은 결국 병으로 죽고 정국이가 왕위에 오를 거고.

위기가 있으면 좋지. 뭐 가끔 궁에 발을 들이는 외삼촌이나 신하나 장군들이 태형이를 탐하려하다 죽임을 당해도 좋고. 자결 직전에 간 태형이를 정국이가 살려두고 엉엉 울어버려도 좋고. 후손을 잇기 위해 중전을 들이라고 해도 좋고.

후에는 그냥 정국이가 계속 왕이어도 되고 아님 동생한테 왕위 맡기고 내려와서 둘이 알콩달콩 살아도 되고. 참고로 공주는 중전에게, 형인 태성은 정석의 신하로 들어갔어.

 

호구공

윗 상황들이 조금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그래도 이건 좀 편할 거야!

 

ㄱ 국뷔톡 | 인스티즈

 

기리보이의 호구라는 노래를 듣고 생각난 호구공.
그냥 가사 그대로야. 정국이는 태형이를 너무 좋아해. 근데 사귀는 사이는 아니고 그저 썸 같지도 않은 썸을 타는 사이지. 태형이가 심심할 때만 불러서 같이 놀아주고 갖고 싶은게 있다고 하면 알바를 하루에 두 탕을 뛰면서까지 해서 무조건 그것을 사주고 해달라는 건 다 해. 그런 태형이는 정국이를 부려먹으면서 애인이 있는 거야. 그 애인이라는 남자는 정국이보다 키도 더 크고 나이도 듬직한 연상이었고 돈도 아주 많았지. 그리고 태형이를 많이 예뻐했어. 그래서 태형이는 정국이가 제 애인보다 몸도 좋고 잘생기고 저를 더더욱 많이 좋아해주지만 딱히 애인과 헤어질 생각은 없었지. 제가 그렇게 안 해도 정국이는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릴 것 같진 않았으니까. 정국이도 제 앞에서 당당히 애인 얘기도 하고 제가 사준 선물은 고맙다고 제대로 말해본 적도 없으면서 애인이 선물한 것만 제게 자랑하는 태형이가 미운 날도 있긴 했었어. 근데 그래도 태형일 너무 좋아하니까 그냥 앞에서 바보처럼 웃기만 하는 거야. 잘 어울린다고 하면서.
그런 정국이에게 한 여자가 나타나지. 태형이랑 다르게 조그맣고 귀엽고 하얀 여자는 정국이가 태형이에게 하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정국이를 졸졸 따라다녔어. 정국이는 처음엔 질색을 했지만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 거야. 적어도 친구는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 그렇게 친구를 목적으로 다가갔지만 역시나 다가간 것 자체가 문제였던지 정국이는 조금씩 여자애가 호감이 되어가. 매몰찬 태형이보단 아무래도 제게 사근사근한 쪽이 더 좋았겠지. 그게 여자고 귀여운 타입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자신한테 살갑게 굴어주는 게 좋았던 거야. 그리고 뒤는 뻔한 클리셰지. 태형이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더 집중하는 정국이를 보고 질투를 하고 회의감을 느끼고 감정의 혼란을 겪다가 행쇼하겠지! 뭐, 되려 화를 내버리든 아님 울어버리든 그것도 아님 무덤덤하게든 어쨌든 제 마음을 고백하게 되고 정국이도 제가 온 마음을 다 바쳐 좋아하던 사람이 저한테 고백해버리니까 혼란스러울 거고. 어쨌든 행쇼를 위해 달려보자. 이게 바로 행쇼를 해버리면 상황이 금방 끝나서 톡이 짧아지기 때문에…정국이가 태형이한테 호구스럽게 온 몸 다 불사를 듯 좋아할 때부터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상황 4. 자유

내가 정국 공


선착ㄴㄴ
탄 지문 길이=내 지문 길이
너무 짧거나 안 맞으면 안 이어 그래도 최대한 다 이으려고 함!
텀 늦는다고 사과 안 해도 돼 일단 나부터 늦음 허허
상황 골라서 선톡해줘

상황 다 끝날 때까지 같이 가줄 탄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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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
사극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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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7
(눈이 내린 궁궐의 경치가 아름다우니 함께 산책을 하러 나가자 말하던 정국의 목소리가 어쩐지 오늘따라 들떠 있어, 그 탓에 매일같이 나가던 산책이지만 청개구리처럼 유독 오늘따라 나가고 싶지가 않아 어떻게 거절을 하면 좋을까 아침을 먹는 내내 고민하다 마땅한 변명거리가 생각나지 않자 결국 신경질적으로 수저를 내려놓고 방으로 돌아가 이불 속에 파묻히는) 아, 아, 몸이 좋지 않습니다. (진부하지만 꾀병이라도 부려볼까, 아픈 척 혼자 조그맣게 중얼거려 보지만 영 아픈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리지 않아 한숨을 길게 내쉬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버려. 혹시 네 눈에 제가 띄지 않으면 함께 산책을 하기로 한 것을 잊지 않을까, 그럴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말의 기대를 걸고 답답한 이불 속에 몸을 말고 웅크려 누워 있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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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밥을 먹는 내내 아름다운 눈을 바라보며 너와 궁궐을 거닐 생각에 은근히 기분이 들떠있었어. 신이 난 턱을 주체하지 못하고 꼭꼭 밥을 씹어삼키곤 상을 물리는데 네게 말을 걸려고 하자마자 이불로 뛰어드는 너에 당황스러운 눈을 깜빡여, 그러다 이불 새로 아픈 듯한 네 신음소리에 놀라 네게 다가가 이불을 확 걷어버려. 네가 몸을 웅크린채 조금 겁을 집어먹은 모양새로 날 올려다보자 조심스럽게 네 이마에 손을 뻗어 열을 재보다가 네가 꾀병을 부렸다곤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열은 나지 않아 다행이라고 여기며 다시 이불을 끌어올려 네 몸 위에 덮어줘) 어디가 어떻게 아픈 것이냐. (네가 당황해서 말을 더듬자 괜찮으니 말해보라며 가만히 네가 입을 열길 기다려줘) 어디가 아픈지 알아야 의원을 부를 것이 아니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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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1
(부러 네게 들리지 않도록 조그맣게 연습해 본 것이었는데, 귀신같이 제 소리를 듣고 다가와 이불을 걷고 걱정하는 너를 보며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해. 네 시선을 피해 눈을 내리깔고, 긴장한 탓에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부지런히 굴리다 슬금슬금 이불을 끌어올려 얼굴의 반절을 가려버리며) 속이 좋지 않습니다. 아주 조금... 그러니 의원은 부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의원을 부르면 꼼짝없이 꾀병을 부렸다는 사실이 들통 나겠지. 아무리 제가 네게 삐딱하게 굴고는 한다지만 왕자에게 거짓말이라니. 급하게 이불을 끌어내리고 상체를 다시 일으켜 앉아,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저를 바라보고 있던 너를 마주 보고 더듬더듬 핑계를 대는) 눈을 보러 가자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저도 보고 싶습니다, 첫눈.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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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속이 좋지 않다는 말에 당장 의원을 부르려다 네가 부르지 말라며 손을 내젓자 작게 고개를 끄덕여. 네가 급히 일어나는 것을 눈으로 좇다가 눈을 보고 싶다고 더듬거리며 네가 입을 열자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어) 눈은 무슨 눈이냐. 속이 안 좋다는 이를 데리고 내 멋대로 돌아다니고 싶진 않구나. (괜찮다는 듯 네 어깨를 두어번 토닥이곤 네 어깨를 밀어 널 침대에 눕힌 후 이불을 끌어올려줬어. 그리곤 궁녀를 불러 속풀이에 좋은 음식들을 대령하라 일렀지) 나는 잠시 산보를 다녀올테니 누워서 쉬고 있거라. (잠시 널 바라보다 등을 돌려. 궁녀들이 들어와 제게 따뜻한 옷과 모자를 챙겨주자 가만히 서서 그 손길들을 받아내다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가. 너와 같이 나오지 못해 아쉬웠지만 뽀득뽀득 쌓인 첫 눈도 예뻤고 너 대신 제 옆에 제 손을 잡고 있는 정석이 있었기에 겨우 옅게 웃어보여)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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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5
글쓴이에게
(그러고 보니 이 나라에 온 뒤로 처음 맞는 첫눈인데. 괜한 꾀병을 부려 구경을 나가지도 못하게 된 것이 아쉬워 한숨을 쉬다가도 죽는 것이 두려워 죽지 못하던 제가 이렇게까지 마음이 늘어졌다는 것에 제가 더 놀라. 이게 다 네 탓이라며 괜한 화살을 너에게 돌리고 침대 위에 가만히 누워 천장을 올려다봐. 소박하던 제 나라에서 보던 제 방의 천장과는 달리 조금 더 화려하고, 아름답고. 문득문득 떠오르는 고향 생각에 순식간에 울적해져 눈을 감고 있던 저를 부르는 소리에 몸을 일으키니 네가 시킨 대로 속풀이에 좋은 음식들을 들인 궁녀들이 보여 상으로 가까이 다가가 앉는) ...먹을 테니 가 보셔도 괜찮습니다. (혼자 두면 아무리 떡 벌어지게 상을 차려 두어도 먹지 않고 웅크려 있던 몇 개월 전의 제 행동 때문에 음식을 내오면 먹는 것까지 확인하라 네가 명령을 내려 둔 것을 아직까지도 거두지 않았는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자리를 지키던 궁녀들에게 말하자 그제야 방이 비어. 몇 가지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골라 먹고는 눈을 구경하고 싶어 살금살금 바깥으로 나가. 잠시 바람만 쐬고 오겠다 둘러대고 머무르던 궐의 뒤뜰에 쭈그려 앉아 눈을 만지작거리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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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5에게
(날이 생각보다 많이 찬 것 같아 아쉽지만 동생을 일찍이 들여보냈어. 나도 이제 들어가볼까. 아파서 누워있을 네가 걱정되기도 했고. 서둘러 바삐 걸음을 옮기는데 궁 밖으로 살금살금 나오는 널 발견하고 조용히 널 따라가. 아픈 건 다 나은 건가. 궐의 뒷쪽으로 걸어가선 쪼그려앉아 맨 손으로 눈을 매만지는 네 모습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다 뽀득거리는 눈이 신발에 밟히는 소리에 네가 제 쪽을 돌아보자 당황스러워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크흠- 괜히 헛기침을 하고 뒷짐을 진 채 네 옆으로 다가가.) 속은 풀렸을지 모르겠지만 그러고 있다간 금세 고뿔에 걸리겠구나. (얇디 얇은 옷차림새 그대로 나온 네가 못마땅해 눈썹을 꿈틀거리다가 제 몸 위에 얹혀진, 털이 보송보송 따뜻한 모피옷을 벗어 네 어깨에 걸쳐줘) 춥지도 않은 것이냐. (그렇게 네게 물으면서도 너에게 따뜻한 옷 한 벌 주지 않은 궁녀들의 행동에 열이 받아 입술을 꾹 깨물었지)

10년 전
대표 사진
탄소18
글쓴이에게
(뒤뜰에는 사람의 걸음이 잘 닿지 않아서 그런가, 소복이 쌓인 눈들이 밟힌 자국 하나 없이 새하얀 것에 기분이 좋아져. 커다란 눈사람이 보고 싶지만 그런 것을 만들만한 시간이 없으니 아쉬운 대로 제 주먹만 한 눈덩이로 작은 눈사람이라도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에 손에 쥐고 있던 눈을 뭉치려 주먹을 쥐는데 뒤쪽에서 인기척 소리가 들려.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보니 다른 사람도 아닌 네가 그곳에 서 있었어. 손끝이 시려 발개지는 것도 모르고 어린아이도 아니면서 눈사람을 만들려 했다는 것이 창피하기도 하고, 네게 들키기 싫어 주먹을 조금 더 꼭 쥐고 네가 걸쳐준 모피 옷 속에 그 주먹을 숨겼어.) 괜찮습니다. 속도 괜찮고, 춥지도 않습니다. (주먹을 쥐고 있으니, 네 모피 옷을 벗어 네게 돌려줄 수도 없고. 네가 준 것을 계속 걸치고 있는 건 싫은데. 난감한 상황에 이도 저도 하지 못하다 등 뒤로 손을 돌려 눈덩이를 툭 떨어트리니 눈 속에 눈덩이가 파묻히는 조금 둔탁한 소리가 나. 저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 척 태연하게 어깨에 걸쳐져 있던 모피 옷을 다시 벗어 네게 건네는) 이것도, 괜찮으니 주실 필요 없습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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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8에게
(딱 봐도 엄청 춥구나- 하고 느낄 정도로 얇게 입고 있으면서 왜 괜찮다고 하는 건지. 네가 날 불편해하고 증오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네가 다시금 거리감이 느껴지게 행동하자 조금 속상해서 네게서 옷을 받아들고 입술을 꾹 깨물어, 그러다 모피 옷을 제 팔에 건 채로 저도 너보다는 아니지만 한결 얇아진 옷차림새로 너를 돌아봤지.) 아프더라도 같이 아파야겠구나. (네가 고집을 부린다면 나도 고집을 부릴 것이었지. 네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내보이자 보일 듯 말 듯하게 입꼬리에 웃음을 걸곤 하얀 눈을 발로 툭 찼어. 눈이 하얗게 부서지며 낮게 하늘을 날았지.) 아름답구나. (조용히 중얼거리곤 그새 추위에 약한 제 피부가 귀와 코를 붉게 물들이자 감각이 미미해진 것에 손으로 콧잔등을 매만지며 널 돌아봤어) 계속 밖에 있을 것이냐. 고뿔에 들까 염려되는구나. 궁에 들어갔으면 하는데. (명령을 섞은 말을 내뱉곤 눈을 쥐었던 건지 손 마디마디가 붉어진 네 손이 눈에 들어와. 저걸 잡을까. 그럼 네가 날 더 싫어하겠지. 손을 내려다보며 입술을 우물거리고 한참 고민하다 결국 먼저 등을 돌렸어) 따라오거라. 바람이 차구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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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3
글쓴이에게
(조금 더 밖에 있고 싶었지만 명령이니 들어야지, 눈이 녹아 물기가 맺혀 있던 손을 겉옷에 슥 문질러 닦고 네 뒤를 쫓아 궐 안으로 들어가. 복도에 나란히 서서 네게 허리를 숙이는 궁녀들 사이를 지나, 다시 침실로 돌아오니 조금 전 궁녀들이 내왔던 상이 어느새 다시 깨끗하게 치워져 있어. 아무래도 괜찮다고는 얘기했지만 바깥 날씨가 춥기는 추웠던 탓에 얼어붙은 몸을 녹이기 위해 곧바로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누워. 몸이 풀려 노곤해지는 느낌에 느릿하게 속눈썹을 껌뻑이며 차가운 손을 서로 맞잡고 따뜻한 숨을 연신 불어넣는 제게 춥지 않느냐며 물어오는 네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와 머리끝까지 올려 두었던 이불을 걷어내지도 않고 대답하는)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오늘만 해도 벌써 몇 번째 괜찮다는 대답만 하는 건지. 슬슬 네가 짜증이 날 것도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자 저도 모르게 조금 긴장이 돼 몸을 움츠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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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3에게
(얼음장 같은 바람이 부는 차가운 밖에 있다 따뜻한 내부로 들어오자 달달 떨던 네가 냉큼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푸스스 웃음을 흘려. 많이 추웠던 건가 싶어서 궁녀들에게 옷을 벗어 건네주곤 저도 잘게 몸을 떨곤 의자에 앉았지. 곧 궁녀가 따뜻한 차를 내올 것이었어. 그때까지 잠시 기다리기로 하곤 괜찮다는 네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 네가 괜찮다면 다행이구나. (네가 제가 짜증을 낼 줄 알고 움츠려있다는 것도 알지 못한채 가만히 너를 덮은 이불 위만 바라보다가 곧 궁녀가 따뜻한 차를 두 잔 내오자 널 불렀어) 태형아, 이리 와서 차 좀 마시거라. 몸이 풀릴 게다. (이불이 들썩거리는 것을 보곤 시선을 돌려 차를 한 모금 마셨어.) 녹차가 맛있구나. (작게 웃고는 네가 내 앞에 와 앉아 찻잔을 들자 나긋하게 말해) 뜨거우니 조심하거라. (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또 덤벙대다가 입을 데일까 싶어 걱정을 담은 눈으로 널 불안하게 바라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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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7
23에게
(어린아이 같은 입맛이라 차 종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 차라리 달착지근한 꿀물을 좋아하면 좋아했지. 그 때문에 차 종류 중에서도 단맛이 어느 정도 나는 것만을 좋아라 하는 제가 유일하게 단맛이 없어도 마시는 것을 즐기는 것이 녹차라 슬그머니 몸을 일으켜 네 앞으로 가서 앉아.) 아, 뜨거... (뜨겁다며 미리 이야기해준 네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찻잔을 들어 후후 불고, 입술을 아주 살짝 닿게 해 온도를 가늠해본 뒤 한 모금 홀짝여. 그리고 아까 입술을 살짝 대 보았을 때와는 달리 뜨거운 녹차가 울컥하고 한꺼번에 밀려들어 와 입술과 입천장에 닿자 곧바로 찻잔을 내려놓으며 손으로 제 입술을 감싸. 분명히 저는 매번 식었는지 확인까지 해보는데, 매번 뜨거운 것을 먹을 때마다 입을 데는 것이 한편으로는 억울하기까지 해. 다 식은 표면에만 아주 살짝 닿아서 그렇다는 것은 까맣게 모르고, 미리 일러줘도 입을 데는 바보 같은 모습을 네게 들킨 것에 마냥 창피해 하며 손부채 질로 제 입가를 식히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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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7에게
(설마했더니 역시 입을 데인 건지 흠칫 몸을 떨던 네가 인상을 찌푸리며 입가에 손부채질을 하자 저도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가 고개를 내저으며 미소지어버려. 하여튼 덤벙대기가 귀엽기 짝이 없구나. 네가 왜 웃냐며 심통난 표정을 짓자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궁녀를 불렀어. 뜨거운 차를 마실 적마다 이러는 너를 위해 아예 의원을 시켜 하나 구비해두었던 연고를 가져오게 했지. 곧 궁녀가 제 손에 연고가 담긴 작은 통을 올려주고 총총 사라지자 가볍게 손짓해 널 불러) 이리 오너라, 아가. (네가 주춤거리며 다가오는 속도가 느려 재촉을 할 법도 하건만 가만히 네가 올 때까지 기다려주다 내 무릎을 톡톡 쳤지) 앉아보거라. 약을 발라주마. (네가 그 말에 놀라 눈을 크게 뜨는 것을 무시하곤 연고통의 뚜껑을 열었어. 희뿌연 빛의 연고를 손가락에 콕 찍곤 다시 눈짓했지) 어서 앉으래두. 빨리 낫고 싶지 않은 것이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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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6
글쓴이에게
저 혼자 바를 수... (말을 끝내기도 전 연고를 손가락에 묻히는 너를 보며 다음부터는 절대로 입을 데지 않겠다 홀로 다짐을 해. 무릎 위에 앉으라니. 아가, 아가 하고 부르다 정말로 제가 아가라는 착각이라도 하게 된 건가. 차마 무릎 위에 앉지 못하고 네 옆에 서서 너를 내려다보기만 해. 아가 취급은 그렇다 쳐도, 네 무릎 위에 올라가 앉는 것이 싫었어. 따가운 입술을 손으로 감싸고 머뭇거리며) 무릎 위에 앉을 나이는, 벌써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그 무릎의 주인이 너라서 그렇다는 말은 덧붙이지 않았지만 너라면 알아들었겠지. 오도카니 네 옆에 서서 저를 빤히 바라보는 네 시선을 한동안 마주하다 먼저 눈을 피해버려. 분명히 내 잘못이 아닌데. 내가 너를 싫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텐데 괜한 죄책감을 들게 하는 네가 미워. 습관적으로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또 작게 앓는 소리를 흘리며 입술을 감싸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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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6에게
아, 미안하구나. (무릎 위에 앉을 나이는 벌써 지났다라. 네 시선에서는 나이 때문이 아니라 상대가 나인 것에 거부감을 드러낸다는 것도 느껴졌지. 왕이 되기 위해 신하들의 눈칫밥을 좀 얻어먹었더니 네 눈빛도 다 알겠구나. 그런 말을 해놓고 되려 미안했던 것인지 눈을 피한 네가 또 입술을 깨물었는지 앓는 소리를 내자 입술을 감싼 네 손목을 잡아내렸어. 아픔에 그 큰 눈동자에 눈물이 어렸지. 저런 눈을 하고 바라보면 모두가 홀리겠구나. 시원하게 쭉 뻗은 네 눈매를 바라보다 정신을 차리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네 입술에 약을 발랐어) 맘 같아선 입 안도 발라주고 싶지만 그건 무리일 듯 싶구나. 입술은 틈이 날 때마다 발라주면 좀 나을 것이다. (뚜껑을 닫은 연고통을 네 손에 쥐여주고 대충 손을 비벼 손가락에 묻은 연고를 닦아냈지. 아직도 제 앞에 서있는 너를 올려다보며 손가락을 살짝 잡았어.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면서.) 조금 있다 사냥을 나갈 것이다. 같이 가겠느냐? 네게 노루를 잡아주마.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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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7
글쓴이에게
(전에는 종종 큰 형님과 둘째 형님을 따라 사냥에 나가고는 했지만 이 나라에 온 뒤로는 그럴 수도 없었어. 오래간만에 답답한 궁궐을 빠져나가 사냥 구경을 가 볼까, 하는 생각과 함께 불쑥, 네가 사냥에 정신이 팔린 틈이라면 저도 도망을 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허튼 생각이 들어. 하지만 도망치면 무얼 하나. 제가 돌아가고자 하던 곳은 사라진 지 오래인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에 잠겨 잠시 말없이 너를 바라보니 다시 한 번 네가 제 이름을 부르고, 그 목소리에 뒤늦게 정신이 들어 아, 하고 고개를 끄덕여 대답해.) 네, 가겠습니다.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함께 사냥을 나가자는 제안에 매번 묵묵히 고개를 젓는 것으로 일관했던 제가 고개를 끄덕이자 조금은 놀란 눈으로 네가 저를 바라봐. 부담스러운 기분에 제 손가락을 잡고 있던 네 손을 가만히 붙잡아 밀어내고 다시 네 맞은편으로 돌아가 앉아, 그사이에 적당히 식은 녹차를 후후 불어 조심스럽게 한 모금을 넘겨.)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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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7에게
네가 긍정적으로 말을 하다니. 신기하구나. (네가 내 손을 밀어낸 것이 못내 속상했지만 그래도 같이 사냥을 나가기로 한 것이 기분 좋아 옅게 미소를 머금고 너를 따라 차를 마셔. 아직도 제 손바닥에 마른 네 손가락이 붙어있는 느낌이라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지. 맘 같아선 멧돼지를 잡아다주고 싶은데 멧돼지는 잘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매우 포악해서 종종 제 신하들이 다치는 경우가 많았기에 아쉬운 듯 쩝- 입맛 다시곤 역시 노루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어. 토끼같은 잔챙이들보단 노루가 더 좋겠지. 그리고 사냥의 승리 기념으로 네게 맛있는 고기를 먹여줄 것이었어. 술술 풀리는 상상이 그대로 이루어지길 바라며 다 마신 찻잔을 궁녀에게 내어줬어. 한 식경(30분)이 지난 다음에야 사냥을 나갈 시간이었기에 피곤한 눈을 풀어주고 사냥을 성공적으로 이룰 겸 의자에 꼿꼿이 앉아 눈을 감아. 그래도 침대에 눕기는 좀 애매한 시간이었기 때문이지. 금방이라도 목이 툭 떨어질 것 같았지만 네게 그런 한심스런 모습을 보일 순 없었기에 목에 힘을 주고 버텨)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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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8
37에게
(밤에는 너보다 먼저 누워 잠을 자고, 아침에는 너보다 늦게 일어나고. 자는 저를 굳이 깨우지 않는 너를 알아 너를 피하고 싶을 때마다 잠을 청하다 보니 매일 잠이 충분하다 못해 넘치도록 자고 있어. 그 탓인지 차를 다 마시고 너와 마주 보고 앉아 있는 이 불편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잠이라도 자고 싶은데도 감기기는커녕 말똥말똥한 두 눈에 한숨을 속으로 삼켜. 어차피 네가 곧 사냥을 나간다 하였으니 억지로 오지도 않는 잠에 들 필요는 없으려나.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지 않고 눈만 굴려 너를 올려다보니 어느새 네 두 눈이 지그시 감겨 있어. 눈을 감은 와중에도 곧게 펴진 자세에 속으로 혀를 차며 슬그머니 의자를 뒤로 빼자 드르륵, 하고 작은 소리가 조용하던 방 안을 울려. 그래도 여전히 네가 눈을 뜰 기색이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 자리에서 살금살금 일어나 따사로운 햇볕이 들어오는 창가로 가 바깥 구경을 하며 시간을 때우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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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8에게
(드르륵 의자가 밀리는 소리와 창가로 향하는 사뿐한 발소리에 창가에 턱을 괴고 바깥을 구경하는 네가 눈 앞에 보이는 듯 싶어서 옅게 웃음을 띄웠어. 그 자세로 불편하지도 않은지 금방 눈의 피로를 풀어주곤 사냥 나가실 시간이라는 문 너머에서 들리는 궁녀의 목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났지. 네가 날 바라보자 궁녀들을 안으로 들여 너와 내가 따뜻하게 옷을 입게 했어. 그녀들의 손길이 네 몸에서 떨어져나가자 가볍게 널 품에 안고 등을 토닥였지) 다치지 말고 왔으면 좋겠구나. 너도, 나도. (곧 너를 품에서 떨어뜨리고 먼저 궁을 나서 걸었어. 같이 사냥을 나가기로 한 장군들이 미리 말을 준비해두고 있었고 자리에는 처음으로 사냥을 따라가는 동생, 정석도 있었지.) 다치지 않겠다고 약속하거라. (제가 애지중지하는 동생이었던터라 너에게 했던 것보다 더 단단히 일러두곤 걱정스러운 듯 짧게 동생의 볼에 입을 맞추고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에야 말에 올랐어) 말을 타봤을 것이니 딱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경 나라에서' 라든지 '왕자였으니' 라는 말은 하지 않았어. 말을 타봤다는 것 자체가 그런 의미를 담고 있긴 했지만 직설적으로 네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지. 서글퍼진 네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아서 휙 말에 올라타 모두를 이끌고 산으로 올랐어. 날이 차니 빨리 사냥을 마치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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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2
글쓴이에게
(너를 뒤따라 말에 올라타. 얼마 만에 타 보는 말인지. 나라가 달라서 그런지, 왕실에서 쓰는 말도 제 나라의 것과는 차이가 있었어. 덩치가 작고, 하얗던 제 나라의 말과는 달리 훨씬 더 크고 색이 짙어, 그 위에 올라타는 것이 조금 힘에 부쳤지만 티를 내지 않고 너를 뒤따라 말에 올라타. 올라타는 것은 어려웠어도 그 뒤는 제 나라의 말을 타는 것과 비슷해 마음을 놓고 편히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몰아. 얼굴을 때리는 찬바람에 시작부터 코와 볼이 발갛게 트는 것은 신경도 쓰이지 않을 정도로 오래간만의 외출에 마음이 들떴어. 오늘따라 유독 심하게 저를 괴롭히는 향수에 가라앉았던 기분이 상쾌한 바람에 씻겨나가, 환하게 웃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려. 어차피 참여하지도 못하는 사냥에 사냥감을 찾는 일보다도 주변 경치를 구경하는 것에 더 마음이 뺏겨. 원망스러운 나라였지만 눈이 내린 경치만큼은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기만 해. 설경에 연신 작게 감탄하다, 일행에서 뒤처져 저를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은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조금 더 말을 재촉해 앞으로 나아가고, 또 뒤처지다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다시 한 번 속도를 높이기를 반복해. 그만큼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상태였었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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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2에게
(뒤에서 자꾸 너를 부르는 신하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애써 신경쓰지 않으려 노력했어. 괜히 신경을 쓰면 네가 또 주눅이 들어 앞만 바라보며 우울하게 따라올 것 같았거든. 간만의 외출에 기분이 좋아보이는 널 축 처지게 하고 싶지 않았어. 형님, 주변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하는 정석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지. 내가 보기에도 아름다운 장관이었어. 네가 도망치려는 길을 모색하는게 아니라 주변에 눈이 팔린 거겠지, 하고 생각하며 그래도 네게 걸음을 맞추긴 해야할 것 같아서 아까보단 천천히 말을 몰았어. 지나는 길엔 토끼 몇 마리가 눈에 띄었어. 처음엔 심심한 차에 잘 됐다며 활을 쏘았지만 이젠 그마저도 귀찮아 노루만을 찾으며 토끼를 무시하고 길을 가고 있었지.) 노루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중얼거리기가 무섭게 저 앞에서 노란 빛의 노루가 눈에 띄었어. 저하! 하는 작은 소리침에 냉큼 활을 건네받고 활시위를 당겼지.) 태형아. (저만 들릴 정도로 작게 중얼거리곤 활을 쐈어. 아깝게도 노루의 다리를 스치고 활은 나무에 박혔지. 깜짝 놀란 노루가 저 멀리로 사라지자 욕지기를 내뱉으며 급히 말을 몰았어. 놓칠 순 없었지. 점점 사람들의 말소리가 멀어졌지만 이미 노루에 정신이 팔려서 들을 수도 없었어.) 꼭 잡아서 돌아갈 것이다. (네게 다른 사람도 아닌 제가 잡은 노루를 선물하고 멋지다는 시선을 받고 싶었어. 이제껏 너는 나에게 그런 적이 당연하게 없었으니까. 칭찬을 바라는 개처럼 그런 생각을 하며 열심히 말을 채찍질했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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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3
글쓴이에게
(처음에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앞으로 돌렸지만 네가 화살 한 발을 쏠 때마다 웅성, 또 한 발 쏘면 또 수군수군. 별것 아닌 일에도 들썩인다는 것을 안 뒤에는 결국 웬만한 기척에도 신경을 쓰지 않고 주변 경치를 감상하는 일에 집중하게 됐어. 그런데 어쩐지 이번에는 전과 달리 훨씬 더 소리가 컸어. 저하가 활을 쏘셨네, 토끼를 한 마리 잡으셨네, 따위의 자잘한 것들을 떠들며 뒤쪽으로 뒤쪽으로 전달하는 목소리가 아닌 조금 더 다급한. 고개를 드니 너는 벌써 저 멀리 말을 몰고 달려나가고 있었고, 행여나 네가 혼자 사냥감을 쫓아 깊숙이 들어갔다 다치기라도 할까, 걱정하는 아랫사람들이 얼굴이 파래져서 너를 따라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지. 저하, 저하. 하고 너를 부르는 목소리에 덩달아 놀라 속도를 높였어. 깊숙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빽빽해지는 나무들 사이로 애써 말을 몰아보지만 타고 있는 말이 작은 덩치가 아니다 보니 장애물이 있는 곳에서 말을 움직이는 일이 불편하기만 해. 처음에는 제가 뒤처질까, 뒤처져서 길이라도 잃을까 걱정하던 사람들은 너를 쫓느라 저를 신경 쓸 겨를이 없어. 결국 제 앞이 아닌 앞서가는 사람들의 뒤를 시선으로 쫓다 미처 보지 못한 나뭇가지에 뺨을 긁혀, 큰 상처가 아니었음에도 놀라 고삐를 잡아당기니 말이 히이잉- 하고 앞다리를 높이 치켜들며 멈춰 서. 언 손은 미처 제때에 대비해 고삐를 힘주어 잡지 못하고 그대로 낙마하는) 아... (쌓인 눈에 떨어져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허리를 살짝 삐었는지 일어나는 것이 힘에 부쳐. 무릎에 힘을 주고 그대로 일어서려다 그것을 눈치채고는 얼굴이 파랗게 질렸어. 안 그래도 올라타기가 힘든 말인데, 이 상태로는 혼자 타지 못할 것이 뻔하고. 눈이 묻은 몸은 점점 더 체온이 떨어지는데 너를 뒤따라간 일행의 뒤꽁무니도 보이지가 않고. 우선 손으로 땅을 짚고 몸을 옮겨, 말에게 최대한 붙은 채로 몸을 웅크리고 따뜻한 털옷으로 몸을 감싸. 너는, 언제쯤 돌아올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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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3에게
(노루는 결국 내 손에 잡혔어. 화살을 두 개를 맞고서야 쓰러질 정도로 큰 놈이었지. 노란 털이 핏빛으로 물드는 것을 보며 어느새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땀을 손으로 훔쳐냈어. 저하! 그렇게 가시면 어쩌십니까. 멧돼지라도 만나면 어쩌시려고! 곧 제 주위로 몰려든 신하들이 멧돼지에 의해 다치기라도 하는 줄 알았다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곤 잔소리를 퍼부었지.) 미안하네. (싱글벙글한 낯빛으로 대충 사과를 건네고 신하들이 걱정하는 말들이 겁으로 다가왔던 건지 울먹이며 형님이 다치시는 줄 알았다고 종알대는 동생의 머리도 쓰다듬어줬어. 그치만 보여야할 사람은 보이지 않았지. 처음엔 사람들이 제 주위에 둥그렇게 모여서 안 보이는 줄 알았지만 사람들이 안도하고 노루의 곁으로 다가가느라 주위가 한산해졌는데도 네가 없는 거야.) 태형이는 어디있느냐. (제 말에 신하들이 뒤를 돌아 너를 찾았지만 역시나 보이지 않는 것에 맨 뒤에서 따라오던 신하의 낯빛이 파래졌지. 이런 망할.) 여기 있거라. (그렇게 내뱉곤 다시 말을 달렸어. 어디, 어디 있는 것이냐.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도대체 어디부터 돌아다녀야 널 찾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어서 앞이 깜깜했어. 고작 이런 곳에서 널 잃어버릴 수는 없다. 나무를 다 베어내서라도 널 찾으리라는 생각에 입술을 악물고 있다가 크게 소리쳤어) 김태형! 태형아, 어디 있느냐! (큰 소리를 냈다가는 동물들이 놀라 도망가거나 성난 멧돼지가 찾아올 위험도 컸지만 널 찾기 위해선 그 모든 건 알 바가 아니었어. 제발 안전한 상태로 있길. 화살 하나조차도 갖고 있지 않은 네가 걱정되어 점점 표정이 굳어갔지만 제 목소리가 들린 것인지 어디선가 말이 우는 소리에 급하게 그 곳으로 고삐를 돌렸어.) 태형아...! (털옷을 꼭 여미곤 쪼그려앉은 말에 기대 체온을 뺏기려하지 않던 네가 눈에 보이자 허겁지겁 날듯이 말에서 내려와 네 뺨을 붙잡고 여기저기를 살폈어. 볼에 그어진 상처가 가슴아팠지) 괜, 괜찮은 것이냐? 어디가 다치진 않았느냐? (살짝 피가 배어나온 상처가 마치 칼에 찔린 상처같아서 눈 앞이 아득했지. 허리가 아프다는 네 말에 결국 조금 울상을 짓고 너를 품으로 당겨 안았어.) 무서웠지. 미안하구나. 내가 노루에 정신이 팔려서 정작 너를 잊어버리다니... (열심히 사냥을 한 덕에 체온이 오른 몸으로 차가운 널 녹여주며 네 무릎 밑에 손을 넣어 널 안아들었어) 말은 혼자 타지 말거라. 허리가 아프다 하였으니 내게 기대고 있거라. 뒤에서 널 받쳐주겠다. (그렇게 말하곤 네 어깨에 얼굴을 묻었지.) 칭찬을 듣긴 어렵게 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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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티라 그런가 상황이 또 그렇기도 하고 점점 길어지네...허허 부담이라면 미안해8ㅅ8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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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8
글쓴이에게
(체온이 낮아져 턱이 떨리며 맞부딪혀 딱딱 소리를 내는 이를 악물고 입술을 다물어. 보지 않아도 입술이 파랗게 질려 있을 것이 뻔했어. 이것보다는 뜨거운 차에 데는 것이 차라리 더 나을 것 같다는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눈을 꾹 감아. 정말로 얼어 죽게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자 추위가 아닌 공포에 입술이 파르르 떨려오기 시작해. 아무리 많은 죽음을 가까이서 겪고, 이 두 눈으로 보고 또 들었어도 여전히 죽음은 제게 익숙하지가 않아. 당연한 일이지만, 특히 저 자신의 죽음은. 거의 반쯤 체념한 상태에서, 또 한편으로는 설마 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게 되겠어, 누군가가 나를 발견해주겠지. 하는 일말의 희망을 놓지 못하고 조금 더 말에게 가까이 붙으며 최대한 몸을 웅크리던 제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 태형아, 태형아. 하는. 아가, 하고 저를 부르던 나긋한 목소리가 아닌 초조하고 불안한 외침이었지만 너라는 걸 단박에 알 수 있었어. 곁에 있던 말이 그에 답하기라도 하듯 목청껏 소리 내어 울고, 저를 발견한 네가 순식간에 곁으로 다가와. 살았다. 마음이 놓이는 순간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아가며 연신 던져지는 질문에 조그만 목소리로 대답하고, 저를 안아 올리는 네 목덜미를 감싸 안아. 네 도움을 받아 손쉽게 말 위에 안착했어.) 사내가 되어 말 하나 제대로 타지 못해 낙마한 제 탓이 아닙니까. (뒤에 올라탄 네 팔이 저를 감싸는 것이 느껴져. 든든하게 품 사이에 저를 앉힌 네가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자신을 스스로 탓하는 것이 안쓰러웠어. 아니, 퍼뜩 안쓰럽다는 생각을 하는 저를 질책해. 안쓰럽긴, 제가 너를 위로하는 듯한 말을 한 것은 네가 안쓰러워서가 아니라 내가 다친 것은 순전히 내 탓이고, 절대 나는 네가 책임지고 보호해야 할 네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합리화했어. 단지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상황이라, 순간적으로 마음이 약해졌던 것뿐이라고. 복잡한 심경에 한동안 가만히 네 품에 기대 앉아, 어깨에 기댄 네 묵직한 체온과 무게를 느꼈어.) 저하, 날이 춥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지기만 해 결국 입술을 떼자 그제서야 네가 고개를 들고 사과하며 힘차게 말을 몰기 시작해. 말이 달려 몸이 위아래로 흔들릴 때마다 다친 허리가 아파져 와 죄 없는 입술만 질끈 물고, 보잘것 없는 자존심 탓에 아프다는 말도 하지 않아. 그냥, 더는 네게 기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웅성거리던 무리와 합류하니 질린 안색의 사람들이 주변으로 모여들어 괜찮냐며 연신 안부를 물어왔지만 그게 네게 향하는 것인지, 제게 향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어 입을 다물어.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어느 정도 진정이 된 사람들에게 내가 타지 않아 고삐만 묶어 끌고 왔던 말을 넘긴 네가 곧바로 궐로 방향을 바꿔 힘차게 말을 몰기 시작해. 말을 채찍질하면서도 간간이 나를 살피는 네 시선이 느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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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8ㅅ8 길게 달아줘서 놀랐는데 좋... 좋았어... 내가 너무 늦었지 느릿느릿 ㅠㅠ 나야말로 미안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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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8에게
아, 그렇지. 미안하구나. (네가 날이 춥다고 한 후에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어. 빨리 가야해. 빨리 가서 널 따뜻하게 해주고 아픈 허리와 볼에 난 생채기를 치료해야해. 그 생각에 사로잡혀 신하와 동생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힘차게 말을 몰았지. 곧 모습을 보인 너와 내 모습에 다시금 신하들이 마음을 놓고 무슨 일이냐 묻자 대충 상황을 설명하고 네가 더 추워할까싶어 신하가 혹시 몰라 준비해왔던 털옷 하나를 받아와 네 몸 위에 얹어주곤 널 더 품으로 끌어당겼지. 고삐를 다른 신하에게 맡긴 채 네가 허리가 아플 테니 천천히 말을 모는 게 좋을까, 아니면 빨리 가서 어의에게 널 보이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빠르게 말을 몰아.) 미안하구나, 잠시만 참거라. (말이 들썩이는 것 때문에 네가 표정이 좋지않아보여서 급하게 덧붙였어. 도저히 아픈 널 두고 태평하게 행동할 수가 없구나. 미안하다. 네게 그렇게 사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금방 궁에 도착했어. 말에서 내리자마자 네게 팔을 뻗어 안기라는 듯 손짓했어. 네가 조금 망설이자 네 손을 잡아당겨 억지로 제 품에 안곤 네가 내 목을 꼭 끌어안자 정신없이 방으로 날 듯이 뛰었지. 평소같으면 네가 내 품에 안겨있다는 사실에 좋으면서도 당황스럽고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맞았지만 지금은 네가 아파서 그런 걸 신경쓸 겨를도 없는 것 같았어. 궁녀가 동생의 일도 아닌데 답지않게 재촉하는 제 모습에 놀라 얼른 어의를 부르고 다행히 내가 널 침대에 누인 후에 어의가 빠르게 도착했어.) 볼이 나무에 긁히고 낙마하여 허리가 많이 아프다하네. 다른 상처들도 없는지 보고 싶소만. (조금 물러나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네가 진찰을 받는 걸 바라보다 네가 조금 인상을 쓰자 차마 보지 못할 것 같아 손을 들어 눈을 가리고 등을 돌렸어. 멍청한 전정국. 한심한 놈. 연신 속으로 제 욕을 하다가 진찰이 끝났다는 말에 급히 네게 다가갔지.) 괜찮은 것인가? (걱정스레 물어오는 제게 어의는 괜찮다는 듯 웃어보였어. "그렇게 심하게 다친 건 아니고 한동안 누워서 안정을 취해주고 천천히 걷는 정도는 괜찮을 것입니다. 오래 앉아있거나 뛰게 하지 마십시오. 지금은 다친지 초기라 조금 통증이 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것이고 정 아파보이면 나무막대를 대어 붕대를 감아 고정시켜줄테니 다시 불러주십시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어의를 물렀어. 볼에 연고가 묻어 반짝거렸지. 조심히 네 손을 쥐고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어) 미안하구나. 내가 노루를 쫓아가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터인데. 다치지 말자고 해놓고 내가 널 다치게 만들었구나. (한숨을 푹 내쉬고는 또 네가 싫어할새라 손을 놓아준 뒤 침대 맡에 의자를 끌고 와 앉아선 한없이 너를 내려다보았어) 시킬 것이 있으면 말하려무나. 나 때문에 다친 것이니 내가 보살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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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늦었어! 늦은 걸로 미안해 말래두ㅠㅠ나도 늦는단 말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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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60
글쓴이에게
(여기가 아프십니까, 아니면 여기가 아프십니까. 하며 제 허리 이곳저곳을 눌러 보는 어의에게 아직까지는 괜찮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 어느 한 지점이 눌리자 밀려오는 갑작스러운 고통에 허리를 구부리며 억눌린 신음을 작게 흘렸어. 그리고 이제 되었다며 어깨를 한 번 두드려주고 고개를 돌려, 네게 제 상태를 설명하는 것을 저도 함께 들었지. 제 생각보다 큰 부상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어의를 무르고, 오늘만 벌써 몇 번째 미안하다 사죄를 한 너는 이제 아예 내 머리맡에 자리를 잡고 시킬 것이 있으면 시키라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해. 가끔 너는 네가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이고, 또 나는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 잊어버리는 것 같아. 그게 아니라면 감히 패전국 출신의 남첩에 불과한 내가 어떻게 너에게 그런 것을.)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전하. 사냥에 나가, 사냥감을 쫓지 않는다면 무엇을 쫓아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발끝에 두고 있던 시선을 올려, 나를 내려다보고 있던 너와 눈을 맞췄어. 그리고는 입술을 달싹여 말을 덧붙여. 저는 한낱 남첩이 아닙니까. 제가 다친 것을 굳이 마음에 두실 필요 없습니다. 그 말을 하자 굳은 네 표정이 보였지만 눈을 감으며 외면했어. 사실이었으니까. 조금만 더 솔직해지자면 그 말들에 가시가 없었던 건 아니야. 이러나저러나 너는 나를 아꼈고, 나는 그걸 알았고, 또 그게 싫었어. 무거운 침묵에 시치미를 떼고 눈을 감고 누워 있자니 얼마 지나지 않아 목이 말라 입술이 바싹바싹 말라 왔지만 궁녀들도 모두 물러간 뒤고, 뾰족한 말을 던진 지 몇 초나 지났다고 너에게 물을 달라는 말을 하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고 창피해 말을 할 수도 없어, 결국 아랫사람이 잠시 네게 알현을 청한 틈을 타 무거운 몸을 일으켰어. 어차피 방 어딘가에 물병도 있을 테고, 어의도 천천히 걷는 정도는 괜찮다 하였으니, 괜찮겠지. 천천히, 바닥을 딛고 일어나니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통증이 저릿하게 몸에 퍼졌지만 걷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어. 몇 걸음 가지 않아 상 위에 놓인 물병을 발견해, 급한 마음에 조금 더 걸음을 재촉하다 순간 욱씬하고 어이가 허리를 눌렀을 때처럼 갑작스러운 고통이 엄습해 깜짝 놀라 작게 앓으며 바닥을 짚고 무너지니, 신하가 물러갔는지 다시 안으로 되돌아오던 네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창피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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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손이 엄청 느려서 그랬어ㅠㅠㅠ 사랑해... (수줍)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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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60에게
(한낱 남첩이니 다친 것을 마음에 두지 말라니. 너는 내가 널 얼마나 아끼는지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하는 것 같았어. 그렇지 않고서야.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후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고 저를 뵙고싶다 청한 사람을 만났어. 별 다른 이유는 아니었어서 대충 대답을 마무리짓고 다시 궁으로 발을 옮겼지. 시키는 거 한다고 할 때가 좋을텐데.) 태형아. (방에 누워있을 널 괜히 한 번 불러보며 궁녀가 열어주는 문에 한 발자국 안으로 들어가려 발을 뻗었다가 깜짝 놀랐지. 바닥에 엎어져 끙끙대고 있는 네 모습에 헉- 하며 들달려가 바로 너를 품에 안았어. 널 허벅지 위에 앉히고 등을 팔로 받쳤지. 네가 옷깃을 꽉 잡아오자 그 손을 꼭 잡아줬어) 뭘하러 내려왔단 말이냐. 궁녀를 부르면 될 것을, 왜 나서서 더 다치려고 들어. (걱정됨에 괜히 네게 잔소리를 하곤 물을 마시고 싶어 그랬다는 네 말에 바로 궁녀를 시켜 따뜻한 물을 가져오게 해, 컵을 받아들고 네 입가에 대주며 네가 꼴깍거리며 물을 다 마시자 컵을 물리고 너를 들어 조심히 침대에 눕혀줬지.) 오늘 하루동안은 꼼짝없이 거기 누워있거라. 앉는 것도 힘들다하니 어쩔 수 없지. (이불을 목 끝까지 올려주며 어두워진 낯빛으로 푹 한숨을 내쉬는데 문득 밖에서 형님! 하는 동생의 목소리에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표정이 피어선 궁녀가 문을 열어주기도 전에 문을 박차고 나가, 제 품에 답싹 안겨드는 몸을 거뜬히 들어올려 품에 안고 입을 맞췄지.) 아가, 형님이 보고 싶어 온 것이야? (오동통한 볼에 입을 맞추며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듯 어쩔 줄 몰라하다가 방으로 들어와 네게 말해.) 내 아우, 전정석이네. 아마 김태성이 이 녀석의 신하로 들어갔을진데...보고 싶다면 불러주겠다. 얼굴 한 번 보겠느냐? (허리를 다쳤으니 이런 모습으로 보기 싫을까봐 정석이 데려오지 않았다고 덧붙였어. 어린 녀석의 배려를 잘 했다고 칭찬하듯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 너를 바라봤지.) 다음엔 더 큰 노루를 잡아주마. 그 땐 내 옆에 꼭 붙어있거라. 아, 아니다. 또 다칠지 모르니 그땐 이렇게 여기 누워있거라. 따라오지 말고. (흘러내린 머리를 정리해주곤 작게 웃으며 말했어. 네가 더 다치면 안 되니까 널 놔두고 가는게 나을 것 같았지. 밖을 보며 즐거워하던 널 잊을 수 없지만 그래도 아픈 게 더 우선이니까.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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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랑해:-D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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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64
글쓴이에게
(동생의 목소리에 한달음에 뛰어나가는 네 뒷모습에서 동생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왔어. 붙잡은 손에서, 내게 아우를 소개하는 목소리에서, 아우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어느 것 하나 애정이 묻어나지 않는 것이 없었지. 저도 제 형제들과 사이가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각별한 사이의 형제는 처음 보는 듯해 잠시 너와 네 아우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다, 형님 이야기가 나온 뒤에야 시선을 거둬. 형님, 처음 이곳에 끌려왔을 때부터 차라리 죽여달라며 외치던 형님은 저보다 어린 적국 왕자의 밑에 들어가게 되는 것을 치욕스러워 했었지. 아마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을 텐데, 어떻게 지내고 있으려나. 네 동생의 말대로 이런 모습으로는 형님을 보고 싶지 않아 형님을 보겠느냐며 물어오는 네 말에는 고개를 저어주고 가만히 천장을 올려다보았어. 사냥을 나가지 못하게 되면, 말을 타고 바깥 풍경을 구경하는 일도 힘들어지겠지. 새어 나오는 한숨을 너와 네 아우 앞에서 흘릴 수는 없어 꾹꾹 목구멍 너머로 밀어 넣고 눈을 감아. 그러자 더욱 선명하게 너와 아우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어. 애써 외면하려 애쓰다 보니 정말 나도 모르게 깜빡 잠에 들어버렸어. 다시 눈을 뜨자, 얼마나 정신없이 잠을 잤는지 밝았던 창밖이 깜깜해져 있고 흔들리는 촛불만이 방을 밝히고 있었어. 아, 찬 곳에 너무 오래 있었던 탓인가. 머리가 조금 무거운 것 같기도 하고. 피로한 눈을 손바닥으로 대충 한 번 문지르고 눈을 굴려 방안을 살폈어. 너는 보이지 않았고, 아마 방 안에는 나 혼자인 것 같았어. 순간 덜컥 겁이 밀려와. 어린아이도 아니면서, 혼자 누워 있는 것이 뭐가 무섭다고. 눈을 질끈 감으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렸어. 차라리 다시 잠이라도 들고 싶은데 쓸데없이 멀쩡한 정신을 원망하며.)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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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64에게
(네가 괜찮다고 고개를 저은 후 바로 눈을 감기에 여기서 더 떠들었다가는 너의 잠을 방해할 것 같기도 했고, 안 그래도 형이 보고 싶을 텐데 너무 염장을 지르는 것 같아 미안했어. 그래서 네가 잠든 틈을 타 정석의 방으로 넘어갔지. 네가 깨면 꼭 말해달라고 궁녀에게 부탁해둔 뒤 정석과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시간이 되어 학문을 갈고 닦을 시간이었으므로 공부방으로 향했지. 공부를 하면서도 네가 깼다는 말은 들려오질 않아서 곤히 자는 네가 흐뭇해 더욱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어. 밤이 될 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다가 네가 잠에서 깼다며 말해주는 궁녀의 목소리에 겨우 책을 놓을 수 있었어. 고맙다고 인사하곤 방으로 건너갔지. 방은 네가 잠을 잘 잘수 있도록 어둡게 불이 다 꺼져있었지만 어째 너는 마음이 편해보이지 않았어.) 태형아? (이불 속에서 덜덜 떨리던 움직임이 내 목소리에 멎었다고 생각되자 빠르게 이불을 걷어냈어. 깜짝 놀라던 네가 내 모습을 발견하고 안심하는 낯빛이 되어서 묘한 감정에 가슴이 쿵쾅거렸지.) 어디 아픈 게야? 불편한 곳이 있으면 궁녀를 부르지 않고 왜 이러고 있는 것이냐. 응? (나무라듯 말하면서도 침대에 앉아 네 허리를 끌어와선 단번에 일으켜져 품에 들어오는 너를 안고 등을 다독였어. 뭐가 무섭냐고 묻고 싶었지만 네 입에서 전쟁의 장면이 떠오른다는 말이 나올까봐 묻지도 못했지) 괜찮다, 괜찮아. 내가 널 지켜주겠다. 염려 말거라. (머리칼에 몰래 소리없이 입을 맞추고 네가 어느정도 괜찮아진 것 같자 너를 품에서 떼어냈어.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밖으로 몸을 내밀어 궁녀에게 말했어) 태형이도 깼으니 촛불에 불을 밝혀주거라. (그 말에 곧 궁녀가 불을 밝히고 방이 환해지자 주위를 둘러보곤 네게 웃어줬지) 이제 무섭지 않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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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80
글쓴이에게
아닙니다, 아픈 것이 아니라... (무서워서 그랬습니다. 그 말을 하는 것이 어찌나 힘들던지.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입술만 달싹이던 중, 부드럽게 허리를 감싸안아 일으키는 손길에 손 쓸 틈도 없이 네 품에 쏙 들어가 안겨. 네게 안기는 것은 어린아이가 되어 버린 기분이라 늘 부끄럽고, 창피하고, 적응이 잘 되지 않았어. 무작정 지켜주겠다 이야기하는 네 목소리를 들으며, 오늘따라 한층 더한 그 부끄러움이 얼굴이 빨개지도록 나를 괴롭혔어. 그래도 다른 곳으로 신경이 쏠린 탓인지 원인 모를 공포에 떨려 오던 몸이 점차 안정이 되어 가기 시작해, 네 명에 들어온 궁녀가 밝혀준 촛불 덕에 방 안이 은은한 빛에 둘러싸이게 되니, 이제는 바닥에 고여있던 마지막 두려움 한 방울 까지도 증발해버려.) ...예, 무섭지 않습니다. (나도 모르게 옅은 웃음이 입가에 배어 나왔어. 네가 나에게 보내고 있던 놀란 시선은 눈치채지 못하고, 가만히 손을 뻗어 머리맡의 탁자에 놓여 있는 촛불에 손바닥을 가까이 해, 어른거리는 주홍색 불빛이 손을 덥혔어. 불을 가까이했다 손을 델까, 사소한 걱정을 조심스럽게 꺼내는 네 목소리에 잠시 청개구리 같은 마음이 불쑥 고개를 들었으나 굳이 또 부상을 입어 좋을 것은 없으니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물러. 그 대신 고개만 돌려 일렁이는 촛불을 눈에 담았어. 그러자 그 너머로 보이는 네 모습에 괜히 속이 복잡해. 네가 온 탓에 나는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된 걸까, 아니면 단지 그것이 누구든 나는 함께 있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뿐일까. 시선을 너에게로 향하니 언제부터 나를 보고 있었는지 모를 너와 눈길이 얽혔어. 잠시 그 눈을 바라보다, 이번에도 먼저 눈을 피해버린 것은 나였어. 너와 시선을 맞대고 있는 것이 창피했거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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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80에게
다행이구나. (무섭지 않다는 네 말에 부드럽게 웃어보였어. 촛불에 손을 가까이하는 널 걱정하다가 촛불을 사이에 두고 너와 시선이 얽혔어. 먼저 눈을 피해버린 너에게 상관없다는 듯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고 식탁의 의자를 빼어 앉았지) 허리는 괜찮은 것이냐. (뒤로 팔을 뻗어 바닥을 받치고 앉아있는 네 모습에 통증이 없는 것 같아서 다행스럽다는 표정으로 널 훑어보곤 탁자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다시 입을 열었지) 얼른 자거라. 네가 잠드는 걸 보고 자야겠구나. (여태껏 같이 등을 맞대고 자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던 널 알기에 한 말이었어. 서로 등을 돌리고 끝 쪽으로 바짝 붙었지만 애초에 1인용인 좁은 침대에서 성인 남성 둘이 맞닿지 않는다는 건 어려웠으니까. 바짝 긴장해 굳어있는 등이 안타까워 내린 결론이었지. 적어도 네가 잠이 들고 나면 잠에 빠져 정신 없을테니까 그땐 나와 몸이 닿아도 긴장하지 않을 거 아냐. 공부를 밤 늦게까지 하느라 피곤했지만 허리도 아픈 네가 내가 먼저 잠들길 기다리며 눈치를 보게 하기 싫었어.) 얼른 자거라. (다시 다정하게 말해주고는 책상에 엎드렸지. 어렸을 땐 이렇게 많이 잤었는데. 한창 공부하기 싫어서. 지금도 하기 싫지만. 피식 웃으며 팔에 얼굴을 부벼 더욱 편하게 자리를 잡고 눈을 감았지. 어차피 방도 따뜻하겠다, 네가 침대에서 넓게 혼자 잘 수 있다면 여기서 자도 괜찮을 것 같았지. 그렇게 생각하니 벌써 몸이 노곤하게 늘어지는 것 같았어. 그래도 완전히 잠에 들긴 싫어서 허리에 힘을 줘 몸에 긴장을 풀지 않으며 일부러 열심히 눈을 깜빡였어. 아이가 자는 것처럼 새근새근 자는 네 얼굴을 보고 싶었거든. 그림 실력이 좋다면 그런 너를 종이에 담아보는 건데 그러지 못하는게 아쉬웠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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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85
글쓴이에게
하지만... (아무리 제 몸이 성치 않다지만 세자 저하가 책상에 엎드려 있는데, 저 혼자 침대에 누워 편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려니 불편해 눈도 감지 못하고 자꾸만 네 쪽을 흘끔거렸어.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종일 쌓인 피로에 져 버리긴 했지만. 결국 먼저 눈을 감은지 얼마 되지 않아 나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었어. 꿈에서는 뜬금없지만, 네 아우의 밑에 들어가 있을 제 형님이 나왔지. 태형아. 이름을 부르며 침대에 누워 있던 저에게 다가온 형님이 부드럽게 머리칼을 쓸어넘겼어. 그리고 눈을 한 번 감았다 떠보니, 순식간에 형님은 죽은 제 큰형님으로 바뀌어 있었지. 편하게 지내고 있느냐, 그곳에서. 나를 죽이고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죽인 그 나라에서.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어. 저를 바라보던 두 눈에서 떨어지던 눈물이 피로 변해, 그것이 제 뺨 위에 툭 하고 떨어져 진득하게 흘러내렸어.) 제가 잘못했습니다, 형님. (끝끝내 입을 열어 사과를 전해 보아도 저를 내려다보던 눈빛은 변하지 않아, 서서히 멀어져가던 형님의 뒷모습을 꼼짝도 못 하고 제자리에 누워 지켜보며 울고 있던 제 눈이 갑자기 번뜩 뜨였어.) 아... 꿈. (꿈이었구나. 바짝 마른 입술을 축이며 어렵게 몸을 일으켜 침대 위에 앉았어. 식은땀이 축축하게 배어난 뒷목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리고, 창밖에서 새어 들어오는 햇살로 눈을 돌렸지. 나라를 떠난 뒤로 종종 꾸던 악몽이라, 평소보다 아주 조금 더 가라앉은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특별할 건 없었어. 그래도 요즘은 좀 뜸해지나 했더니, 그새를 참지 못하고 또 간밤의 제게 찾아온 악몽에 작게 한숨을 내쉬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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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85에게
(네 얼굴은 보지 못했어. 그 상태로 잠이 들어버렸기 때문이지. 책상에 엎어진 채로 불편하지도 않은지 아침까지 곤히 잠을 잤어. 아침이 되어선 허리와 목과 팔까지 안 쑤신 곳이 없었지만. 그치만 눈을 떴을 땐 네가 자는 모습을 보지 못했으며 너와 같이 자지 못했다는 사실이 더욱 짜증이 났어. 그래도 부모님께 기침을 하기 위해 내가 일찍 일어나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적어도 잠은 못 잤지만 곤히 잠든 너를 볼 수는 있었으니까. 여기저기 고통을 토해내는 몸을 끌고 네가 누운 침대로 다가가는데 오늘은 어째 악몽이라도 꾸는 건지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어. 혼자 누웠으니 잘 잤다면 더욱 좋으련만 왜 하필 악몽을 꾸는 건지. 한숨을 폭 내쉬고는 조심히 너를 위에서 덮듯 끌어안았지. 이러고 있으면 네 악몽이 네게서 물러갈까 싶었거든. 그마저도 궁녀가 일어나셨냐며 조용히 물어오는 바람에 그만두었지만.) 그래. 곧 나가겠다. (딱히 아침이 땡기지도 않아 대충 과일로만 배를 채우고 일어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동생의 얼굴을 보고 바로 검술을 하러 갈까 했지만 네가 깬 것을 보고 싶어서 방으로 발을 옮겨. 일어났으려나- 하고 간 방에는 네가 창가에 서서 햇살을 받고 있는 모습인지라 절로 웃음이 났지) 일어났나보구나. (문이 열리는 소리도 듣지 못한 건지 네가 뒤늦게 고개를 돌리자 궁녀를 시켜 바로 조식을 식탁에 놓게하곤 다시 뒤로 물러났어) 깬 얼굴만 보러 온 것이다. 검을 잡고 올 터이니 쉬고 있거라. 몸도 안 좋은데 무리하지 말고. (너를 걱정하는 말을 늘어놓고는 싱긋 웃고 방을 나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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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12
글쓴이에게
(환하게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면 제 기분도 조금 산뜻해질 것 같아 창가에 다가가 서서 내리쬐는 햇볕 아래에 서 있었어. 정말로 조금이나마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멍하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창가에 머물러 있던 중 나를 부르는 네 목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웃고 있는 네가 보였어. 아, 뒤늦게 허리를 가볍게 숙여 인사를 하고, 다시 숙였던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보자 그런 저와 눈을 맞추며 할 말을 마치고 다시 방을 나서는 네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다 식탁으로 다가가 앉았어. 혼자 먹는 조식은 꽤나 오랜만인 것 같은데. 비어있는 네 자리에 잠시 시선을 두다 거둬. 혼자 먹으면 눈치 볼 필요도 없고, 나야 좋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느릿느릿 간만에 여유롭게 아침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어. 너는 검을 잡으러 갔다 오겠다고 했던가.) ...아.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자리에 멈춰 서, 왜 자꾸 네 생각을 하고 있지. 일상에 깊숙이 발을 들인 너를 몰아내려 고개를 털어내듯이 젓고 침대로 돌아가 앉아. 확실히 의원 말대로 뛰어다니는 것까지는 힘들 것 같지만, 천천히 걷는 것에는 거의 지장이 없었어. 그럼 아직 눈이 녹지 않았을 테니, 한 바퀴 정도는 밖을 돌고 와도 괜찮겠지. 문득 드는 생각에 조용히 몸을 일으켜 문을 열고 밖으로 발을 디뎌. 제 생각대로 아직 녹지 않은 눈이 하얗게 깔려 있는 것을 보고는 기분이 좋아져 환하게 웃으며 신을 신고 밖으로 나와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산책로를 걷기 시작하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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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12에게
(검을 잡고 온다는 말도 조심스러웠어. 그 말에 네가 전쟁에서의 일을 다시 생각하고 나를 더 멀리하게 될까봐 그랬지. 네가 그 말을 들음으로써 아프다는 것도 걱정이었지만 나와 멀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제일 싫었어. 어떻게 해야 너와 거리를 좁힐 수 있을까. 너는 무엇을 좋아할까. 무슨 말을 걸고 어딜 가야할까. 너에 대한 생각들이 머리에 가득 차다보니까 검술에 집중이 안 되는 건 당연했어. 결국 상대의 칼에 베이고 말았지. 심하게 베인 건 아니고 그냥 팔이 길게 그였어. 깊은 상처는 아니었지만 세자의 몸에 상처를 냈다는 생각에 상대는 벌벌 떨며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지.) 괜찮다. 내가 정신을 빼놓아서 다친 것인데 어찌 네가 그런단 말이냐. 내 잘못이구나. (인자하게 미소지으며 절대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을 것이라 약조하고는 상대를 돌려보냈어. 그 자리에서 어의를 부르려는 궁녀를 막아내고 방으로 향했지. 네가 이걸 보면 뭐라고 할까. 또 네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내젓고는 방 문을 열었어. 그러나 너는 없었지. 이거...걱정을 끼치지 않게 되어 다행이라고 해야되나. 그렇게 여기면서도 계속 눈으로 너를 찾다가 궁녀가 어의가 올 때까지 지혈을 할 것인지 천으로 상처 위 쪽을 묶으며 찾으시는 게 있냐고 묻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어) 태형이는 어디있느냐. 궁 안으로 산책을 나갔다는 다른 궁녀의 말에 그저 그러려니 하기로 했지. 신경은 엄청 쓰이지만 그래도 네 작은 자유까지 방해하고 싶진 않다는 마음이 강했기 때문이야. 곧 어의가 들어오고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어. 역시 깊은 상처가 아니라 꿰맬 필요는 없어서 다른 약들로 치료를 하고 붕대를 감았지. 그래도 팔을 다친 거라 옷을 내리면 보이지 않을 것이었어. 옷을 내리고 아무렇지 않게 어의를 돌려보낸 후 가만히 앉아 창 밖을 바라봤지. 팔을 다쳤다는 것에 대한 생각보단 답답해하는 너를 데리고 근처에 인적이 드문 곳이라도 데려가서 바람을 쐬어줘야겠다고 생각했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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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26
글쓴이에게
(오늘은 조금 멀리 산책을 하러 나가 보았어. 침전 근처의 인적이 드문 뒷길만 돌고 또 도는 것은 이제 지쳤거든. 피로를 풀러 나왔다가, 오히려 더 얻어 가고 싶지는 않았어. 그래서 천천히 걸음을 옮겨, 평소 가보지 않았던 길로 들어섰지. 그래 봤자 결국에는 또 인적이 드문 뒷길이었지만. 그래도 새로운 풍경을 눈에 담으니 한결 마음이 나아졌어. 몇 발자국을 더 옮기는데, 수풀 너머에서 갑자기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와. 아무렇지도 않게 걸음을 옮기려던 나는 움찔, 하고 뒤로 물러났지. 괜히 남의 대화를 엿듣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서둘러 뒤로 한 발자국을 내딛는데 순간 목소리가 꺼낸 말은 분명히 세자 저하였어. 그래도 아는 사람 이야기라고, 나도 모르게 다시 걸음을 멈춰 세웠지.) ...칼? (내가, 대련 도중 저하를 베었다고. 저하가 마음이 넓은 분이 아니었다면 분명히 저는 목이 날아갔거나 옥에 갇혀 옥살이를 했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것이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누군가를 붙잡고 주저리주저리 떠들던 목소리가 점점 더 멀어졌어. 아마 이야기가 다 끝났으니, 더는 이곳에 머무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던 모양이야. 전에는 저도 왕자라고 검술을 익혔었어. 막내이기도 하고, 형님들에 비해 솜씨가 썩 뛰어나지는 않았던 탓에 취미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크게 검에 반감이 있지는 않았어. 그것도 다 전쟁을 겪기 전의 이야기이고, 지금은 검을 이 두 손으로 붙잡지도 못해. 눈앞에서 죽어 나가던 같은 유모, 아마도 똑같은 모습으로 쓰러졌을 것이 뻔한 아버지와 어머니. 차례차례 쓰러지던 제 곁을 지키던 신하들. 그리고 그들을 죽인 이곳의 병사들은 제 팔을 억센 손으로 붙들고, 그대로 그곳에서 끌고 나갔지. 지긋지긋하게 저를 괴롭히던 그때의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자 고개를 내저어. 그보다, 너를 칼로 베었다니. 어디를? 심각한 걸까. 다급하게 걸음을 돌려, 아픈 허리를 붙잡고 조금 급하게 침전으로 되돌아갔어. 너라서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누구든 제 곁에 있던 사람이 더 다쳐나가는 꼴을 보기 싫었을 뿐이라고 그 순간조차도 나는 합리화를 하고 있었어. 다행히 침전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멀쩡한 모습으로 책상 앞에 앉아있는 너였어. 옷으로 꽁꽁 싸매고 있는 탓에 상처가 있다 해도 보일 리는 없었지만, 적어도 드러날 정도로 크게 다친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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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26에게
(가만히 책상 앞에 앉아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조금 급한 모습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너에 느릿하게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쳤어.) 허리도 아픈 녀석이 그렇게 빨리 돌아다녀도 되는 것이냐. (아무렇지 않게 네게 말을 하고는 다시 책에 머리를 박았어. 다친 걸 안 들키려고 하다보니 본의아니게 말이 조금 날카롭게 나간 것 같아서 너와 눈을 마주치기도 어려웠어. 이래서 사람이 죄를 짓고는 못 산다고 했던가. 내가 다친게 죄는 아니지만 네게 숨겨야겠다는 생각을 한 이후로 자연스럽게 움직이기는 쉽지 않았어. 한숨을 푹 내쉬는 와중에도 칼에 베여 뻘건 속살을 드러냈던 팔이 욱씬거리며 아파왔지. 그래도 네게 절대 티를 낼 수는 없었으므로 일정하게 호흡을 번갈아 내쉬며 진정을 하려 애쓰곤 책장을 넘겼어.) 밖이 많이 춥더구나.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거라. 아플까 염려되는구나. (또 밖을 나갔다 온 사람같지 않게 얇게 입은 네가 신경쓰여 애정섞인 잔소리를 하고는 간식을 가져왔다며 들어오는 궁녀를 슬쩍 바라봐. 제가 다친 걸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해놨었기에 잊지 않았냐는 듯 시선을 보냈고, 궁녀는 다 안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지. 그 모습에 안심이 되어 다치지 않은 왼손을 들어 널 불렀어. 싱싱한 과일과 달달한 한과와 함께 따뜻한 홍차가 놓이자 책을 덮고 옆으로 밀어놨지. 네가 내 옆에 앉자 네 쪽으로 접시를 밀어주고 딸기를 하나 입에 넣고 귤을 예쁘게 까서 네게 내밀었지.) 먹거라. 먹다가 시면 안 먹어도 된단다. (동그란 네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옷 소매를 잡아내렸어. 움직이다가 네게 붕대라도 보여선 안 됐으니까. 최대한 옷이 움직이지 않게 한다고 하여 애 좀 먹었지.) ...쉬고 싶구나. (저만 들릴 정도로 작게 중얼거리곤 다시 딸기를 입에 넣었어. 다쳤으니 그냥 방에서 너와 이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근처에 산책이라도 다녀오면 좋으련만. 물론 크게 다친 건 아니지만 당연스레 다음 일정도 소화해야한다는 것이 괴로웠어. 차라리 심하게 다칠까, 했다가 그랬다가는 너에게도 걱정을 끼치는데다 너와 산책이고 뭐고 침대에만 누워있어야하는 상태라는 것에 고개를 내저었지. 그래도 귤을 볼에 넣고 오물거리는 네가 쥐새끼 마냥 귀여워서 푸스스 웃음지을 수 있었어. 동그랗게 눈을 뜨고 왜 그러냐며 올려다보는 시선에, 저도 모르게 그 통통한 볼에 입을 맞출 뻔 했지만 그저 혀를 내어 입술을 축이는 것으로 꾹 참아냈지. 아, 가기 싫다고 땡깡이나 부려볼까. 네가 가지 말라고 붙잡아줬으면, 하는 상상까지 했지만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아 다시 한숨이 나왔어.) 귤, 맛있느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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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40
글쓴이에게
(네가 하는 행동을 찬찬히 살피니, 아무래도 다쳤다는 사실을 내게 숨기려고 하는 것 같았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면 네 행동에 큰 의미를 두지도 않았을 테고, 애초에 너에게 집중하지 않았을 테니 눈치를 채지 못했겠지만 나는 이미 네가 다쳤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유독 오른손의 움직임이 적고, 자꾸만 소매를 내리는 모습에서 오른팔을 다쳤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었어. 불편한 움직임은 제게 상처를 숨기기 위함일까, 아니면 상처가 움직이기도 불편할 정도로 큰 탓일까. 그래도 너를 다치게 한 사람이 그 길로 끌려가지 않은 것을 보아 아주 큰 상처는 아닐 테지. 네가 입은 부상이 어느 이상이었다면 아무리 네가 괜찮다고 한다 해도 다른 이들이 괜찮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였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좀 걱정이 덜어졌어. 애초에 지금 왜 제가 이렇게까지 네 걱정을 하는 건지 솔직히 조금 의아해. 네가 까서 건네주었던 귤을 한쪽 볼에 밀어 넣고 우물거리며 곰곰이 생각하는데 갑자기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와. 어쩐지 묘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며 웃고 있는 네가 보여. 순간 손을 들어 제 볼을 슬쩍 만져보니 불룩 튀어나온 꼴이, 설마 이걸 보고 웃은 건가. 창피한 기분에 불만스레 입을 꾹 다물고 물고 있던 귤을 얼른 씹어 넘겼어.) 예, 맛있습니다. (조금 그 퉁명스러움이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네게 대답을 하고 빨갛게 잘 익은 딸기 하나를 집어 들었어. 모양새가 참 예쁜 게 생긴 것부터가 먹음직스러운 딸기를 얼른 입에 넣고 꼭지를 끊어내는데. 으, 영 맛은 아니었어. 생긴 값을 하는 건 사람에 한하는 것이 아니었나. 입안 전체에 순식간에 퍼지는 신맛에 콧잔등이 절로 찌푸려져 서둘러 입가를 손으로 가리고 딸기 꼭지를 접시 위에 도로 올려 두니 나를 쳐다보는 네 시선이 느껴져. 의아한 눈길이 곧 알만하다는 표정으로 바뀌어 웃으며 신 것을 먹었구나, 하고 이야기하는 너를 흘끔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여. 뱉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 거의 씹지도 않은 딸기를 간신히 목구멍 너머로 넘겨버리고 또 다른 딸기 하나를 집어 들었어. 이것도 시면 딸기는 포기할 생각으로 잠시 머뭇거리다 이번에는 끄트머리를 살짝 베어 무는데 다행히 이번 것은 달곰해. 저도 모르게 흐뭇하게 웃으며 꼭지를 남기고 딸기를 먹고 나머지 과일들도 하나씩 하나씩 집어 먹는데, 뒤에서 너를 부르는 아랫사람의 소리가 들려. 얼굴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아하니 가고 싶지 않은 곳을 억지로 가야 하는 모양이야. 하긴, 왕자란 자리가 그런 것이기는 하지. 하지만 너는 다친 상태가 아니던가. 아픈 날 정도는 편히 쉬어도 될 텐데. 표정이 어두운 너를 빤히 바라보며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어, 조심스럽게 물었어.) 저하, 몸이 안 좋으신 것 아닙니까? (말을 뱉어 놓고도 내가 왜 이런 말을 했나, 싶어 곧바로 입을 꾹 다물기는 했지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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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40에게
(귤이 맛있다며 제가 웃은 것이 기분 나빴는지 퉁명스레 답하더니 딸기는 별로구나 싶었어. 난 맛있던데. 얼굴을 잔뜩 찌푸리더니 입가를 가리며 어쩔 줄 몰라하는 네게 여기 뱉으라고 턱 밑에 제 손이라도 대주고 싶었지. 기특하게도 꼴깍 딸기를 뱉지않고 삼킨 네가 이번엔 달달한 딸기를 집을 수 있게 네가 집으려던 걸 내가 집어버리고 대신 새끼손가락으로 빨갛게 물든 딸기를 건들였어. 자동적으로 그 딸기를 집게 된 네가 그것을 입에 넣고 흐뭇하게 웃자 제 얼굴에도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지. 이것저것 과일을 처음 먹는 것 마냥 밥보다 더 많이 먹는 너를 바라보며 눈요기를 하고 있는데 문 건너에서 신하가 이제 가셔야한다며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와.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구나. 한숨을 푹 쉬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몸이 안 좋은 것 아니냐는 네 물음에 깜짝 놀라 다시 자리에 앉았어.) 아, 아프긴. 내가 어디가 아프단 말이냐. (하하- 하고 누가 봐도 어색하게 웃음지으며 계속 쭉쭉 오른팔의 소매를 잡아당겼지.) 하나도 안 아프구나. 그런 걱정일랑 말거라. (어디서 누구한테 들은 거지. 당황스러웠지만 생각해보니 내가 왜 이러는가 싶기도 해. 네가 날 걱정할리가 없잖아. 내가 널 걱정하는 거면 몰라도 넌 내가 다치면 그래도 조국의 복수 같기도 하고 좀 고소하다는 생각을 하겠지. 뭐하러 내가 다치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하겠어. 머릿속의 말이 그렇게 정리되자 금세 더욱 암울해진 표정으로 애써 네게 웃어보이며 상처를 건드리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어) 공부방엘 다녀오겠다. 오늘은 금방 올 것 같긴 한데...저녁 때까지 안 오면 밥 먼저 먹고. 피곤하면 먼저 자고 있어도 된단다. (바보같군. 네게 상처를 숨기려 발악하던 제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어. 한숨을 폭 내쉬고 천천히 발을 옮겼지. 내가 아팠을 때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기는 한가? 아버지는 백성들의 일로도 충분히 바쁘시고 어머니는...그래. 어머니와 정석이는 걱정해줄 거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보호해주고 명령을 하면 기꺼이 들어주는데도 갑자기 외롭다고 생각한 자신이 이상하다고 느껴졌지만 이미 느낀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갔어. 정말 제 곁에서 무한한 사랑을 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지. 걱정해주고 사근사근 대화도 하고 마음의 아픔도 숨기지 않고 나눌 수 있는 사람. 너는 나와 그런 걸 하기 싫겠지. 당연하게도 네 얼굴이 떠올랐지만 고개를 내젓고는 다른 사람이라도 사와야하나 라는 생각을 해. 사람을 산다면 결과가 너처럼 같아질 수도 있지만 제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궁에서 사람을 만나 마음을 나눌 수가 전혀 없었으니까. 좀이따 궁으로 돌아가서 다시 생각해봐야겠다고 하며 머리를 정리하곤 책을 펼쳐들었어. 오늘따라 한자가 더 꼬부랑대는 것 같구나. 대충 하는 척만 하며 시간을 보내곤 몸이 아프다 핑계를 대어 방으로 돌아갈 작정이었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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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51
글쓴이에게
(네가 거짓말을 평소에 못 하는 성격이던가. 뻔히 티가 나는 얼굴로 웃는 너를 마주 보며, 그냥 모르는 척 고개를 끄덕여줬어. 여기서 더 채근하면 이상해 보일 것 같기도 하고, 굳이 숨기려 하는데 내가 들춰낼 필요는 없겠지. 얼마나 다친 건지, 정확히 어디를 다친 건지 궁금했지만 입을 다물어. 어느새 그늘이 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오늘따라 그 화려한 무늬가 새겨진 옷이 버거운 듯 느리게 걸음을 옮기는 네 뒷모습을 바라보았어. 천천히 침전을 빠져나가는 너에게서 시선을 떼고 비어버린 네 자리를 눈에 담았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달디 달아 입에 자꾸만 넣고 싶던 과일들이 더는 구미가 당기지 않아 나 또한 자리에서 일어났어. 네가 없는 동안 할 일이 없으니, 조금 전 나가 보았던 그 뒷길에나 다시 한 번 가볼까. 고민하느라 침대 위에 걸터앉아 꼼짝도 않는 제가 과일을 먹을 만큼 먹었다고 생각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구석에 서 있던 궁녀가 접시를 치우기 시작해. 나는 그 분주한 손길을 바라보다 충동적으로 그 궁녀를 불렀어. 최대한 이 궁궐 안에 사는 사람들과는 대화도 뭣도 하고 싶지 않았기에 먼저 말을 거는 일이 적던 제가 먼저 말을 붙이자 조금 놀란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궁녀와 마주 보았어. 물을까, 말까, 입술을 달싹이는 순간까지도 고민하던 나는 결국 나오는 대로 말을 뱉어냈어.) 저하께서 부상을 입으셨다 들었습니다. (동그래진 두 눈에 깃든 당혹스러움을 보아하니 너는 내게 끝까지 네 부상을 비밀로 하려던 모양이었어. 하는 행동이 어찌나 뻔한지. 물론 절대 걱정은 아니지만, 절대 그런 이유로 묻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혹시나 궁녀가 착각을 할까, 굳이 무뚝뚝하게 목소리를 내어 물어.) 이미 대련 중 다치셨다는 것을 다 알고 묻는 것입니다. (접시를 집어 들던 손이 굳어 저를 마냥 바라보기만 하던 궁녀를 저도 똑바로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말을 덧붙여. 큰 부상입니까. 단지 궁금해서 묻는 것입니다. 그런 제 말에 궁녀는 대답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듯 보였어. 그러다 끝내 입을 다물지. 그래, 내 질문보다야 저하의 명이 훨씬 더 중요할 테니까. 더는 굳이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고개를 끄덕이고 서둘러 방을 빠져나가려던 그녀를 다시 한 번 붙잡았어.) 저하께는 제가 무엇을 물어보았는지, 알리지 않아 주셨으면 합니다. (궁녀는 이번에도 대답이 없었어. 망설이다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인 것인지 아닌 건지 헷갈릴 정도로 작게 고개를 끄덕인 궁녀가 나가고 길게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손으로 덮어.) 그걸 대체 왜 물어서... (아니지. 나는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것뿐이야. 혼자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어. 역시 이럴 때는 찬바람에 머리라도 식히는 것이 제일일 것 같아서. 너는 고뿔이라도 들릴까 걱정이라지만, 이래 봬도 저도 다 큰 사내인데 고작 그런 것 때문에 고뿔에 들리겠어. 고개를 숙이고 복도에 길게 줄을 서 있던 아랫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며 방을 나서 조금 전 거닐던 뒤뜰로 나갔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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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51에게
(공부방에서는 역시나 집중을 하질 못했어. 괜히 이것저것 책만 뒤적거리고 표지만 빤히 바라보거나 책을 한 장도 넘기지 못하고 다른 생각에 잠겨있거나 아는 글자면서도 빤히 보고만 있다니 뭔가 이상해서 이런 글씨가 있었나 싶어 괜히 획을 따라 손가락으로 책상에 글씨도 써보고. 제가 어릴 적 정석의 나이만 했을 때 공부하기 싫어서 했던 것처럼 말이지. 그래도 체통을 지킨다고 책상에 엎어져있는 행동은 하지 않았어.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입이 심심하실테니 간식을 준비하겠다는 궁녀의 목소리에 됐다고 대답했지. 드시지 않겠습니까? 하는 말에 몸이 아파서 방으로 돌아가겠다고 해. 제 말에 꽤나 놀란 듯 문 너머는 잠시 술렁였지. 이런 적이 없었으니까 더 그랬을 거야. 아프다는게 그렇게 거짓말은 아니었어. 머리도 띵하고 팔도 욱씬거리고 입맛도 없었지. 궁녀가 문을 열어주자 비척비척 걸어선 방으로 돌아와.) ...태형이가 없구나. (네가 없이 휑한 방에 괜히 시무룩해져. 어딜 간 걸까. 밖에 있던 궁녀에게 물어보니 뒷뜰에 갔다는 것 같아. 따뜻한 옷을 챙겨입지 않았다는 건 불보듯 뻔해서 궁녀 한 명을 시켜 따뜻한 옷을 갖다주게 해. 데려오지 않아도 되니 그 옷만 가져다주라면서. 다치지 말라는 말까지 덧붙이고는 침대에 풀썩 누웠지. 저녁을 드시라는 말에 아까 간식을 거절할 때처럼 싫다고 아이처럼 응석을 부렸어.) 입맛이 없구나. 무르거라. 먹지 않을 것이다. (저하, 하면서 최 상궁이 저를 달래듯 한 입이라도 먹으라고 했지만 정말 싫었어. 네가 없어서 더욱 먹기 싫었지.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는 벽을 보는 자세로 침대에 누웠어. 팔을 다쳐서 그런가 평소엔 괜찮았던 옷 소매가 붕대를 가리는 것이 너무도 답답했지. 그래도 네가 볼까 싶어 꿋꿋이 옷 소매를 내리고 눈을 감아. 머리가 아파서 자지 못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빠르게 잠에 빠져들고, 답답하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지 잠결이 인상을 찌푸리며 옷을 걷어내고 붕대 주위를 막 긁어. 아픈 줄도 모르고 긁고만 있자니 마찰에 의해 붕대가 사륵, 하고 조금 풀리자 숨통이 트이듯 편한 얼굴을 하고 아기처럼 몸을 둥글게 웅크린 채 다시 잠을 청했지. 꿈에선 네가 나왔어. 저하! 하면서 저를 부르곤 멀리 뛰어가는 너를 품에 안았지. 얌전히 안겨있는 너에 행복하다고 느낄 새도 없이 뒤에서 누군가가 잡아당겨. 우리나라에 의해 죽임을 당한 너의 부모와 큰 형이었지. 핏물을 뚝뚝 흘리며 네가 감히 뭘 넘보냐고 욕을 하곤 칼을 제 사지에 찔러넣는 것에 비명도 못지르고 입술을 꾹 깨물며 그저 엉엉 울어버렸어.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무릎을 꿇고 온 몸이 피범벅이 돼서는 너를 바라봤지. 너는 그래도 날 보며 울어주지않을까 싶어서. 네 뒤로 해가 쨍하게 비치고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네 얼굴을 확인하려는 순간 잠에서 깨버렸어. 헉하며 일어나선 관자놀이를 타고 땀이 흘렀고 내 앞에 앉아 놀란 눈을 뜬 너에 한껏 거칠어진 숨을 고르려 애쓰며 덜덜 떨리는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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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60
글쓴이에게
(이번에도 침전의 뒤뜰을 잠시 맴돌다 낮에 나가 보았던 뒷길로 멀리 나가, 해가 점점 더 짧아져 벌써부터 빨갛게 지는 노을을 바라보는데 뒤에서 기척 소리가 들려. 깜짝 놀라 뒤로 돌아보니 처음 보는 얼굴의 사내가 서 있었어. 옷차림을 보니 귀한 사람 같아, 일단 고개부터 숙이고 봐. 바로 앞까지 다가와서 선 사내가 너는 누구냐며 물어. 손목을 잡는 손길이 불쾌해 입술을 지그시 물고, 먼저 놓아 달라 이야기하려 하는데 뒤에서 누군가의 걸음 소리와 함께 저를 나직하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 저도, 사내도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해보니 품에 두툼한 모피 옷 한 벌을 끌어안고 종종걸음으로 걸어오던 궁녀가 있어. 별일 아니라 생각했는지 다시 저를 보며, 억세게 손목을 붙잡고 대답하지 못하겠느냐 다그치는 사내에 기어고 눈살을 찌푸리는데 저를 발견한 궁녀가 제가 대답을 하기도 전 제게로 다가와. 그리고 옆에 있던 사내를 발견하고는 사색이 되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해. 그러자 저를 보며 얼마나 높은 사람인 줄 알겠느냐는 듯, 으스대는 표정을 짓는 것이 불편했어. 그것도 잠시, 궁녀가 조심스럽게 제게 모피 옷을 걸쳐주며 세자 저하께서... 하고 이야기하자 놀라 저를 쳐다봐. 아, 설마 그 남첩. 불쾌한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써 웃으며 고개를 돌려 궁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사내를 바라봐.)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저하께 가 보아야 할 것 같아서. (괜히 네 핑계를 대며 잡을 틈도 없이 휙 그 자리를 떠, 그러면서도 가는 방향은 침전 쪽이 아니야. 조금만 더 걷다 들어갈 생각으로, 더는 그 사내와 궁녀가 보이지 않게 된 뒤에야 속도를 늦추고 느릿하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해. 그런데 생각해보니 오늘따라 네가 침전에 돌아온 시간이 일러. 가 보아야 하나. 내 생각보다 상처가 심각했던 건가. 걱정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침전 쪽으로 방향을 틀어. 조금 급하다 싶은 걸음으로 침전 안으로 들어서니,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는 네가 보여. 너와 나 외에는 아무도 없는 텅 빈 침전에 제 걸음 소리가 작게 울렸어. 네가 전해 주었던 모피 옷을 벗어, 의자 위에 걸쳐 두고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걸터앉아. 아이처럼 웅크린 몸이 평소답지 않게 연약해 보였어. 저렇게 자면 불편할 텐데. 네 어깨를 붙잡고 살며시 제대로 누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저도 그 옆에 누워 잠을 청하려는데 눈에 들어온 네 표정이 좋지 않아.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힌 이마에 하얗게 질린 입술. 상처가 덧나기라도 했나. 서둘러 네 오른팔을 보는데 잠결에 풀어버리기라도 한 건지, 느슨하게 그 속을 보이는 붕대에 작게 한숨을 내쉬며 손목을 붙잡아 팔을 들어 올렸어. 아예 헐거운 붕대를 풀어버리고 보니 선명하게 보이는 상처에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져.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고른 뒤에 대강이나마 상처를 살펴보니,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딱히 상처가 덧난 것 같지는 않아. 나중에 한 번 더 어의를 불러 보면 되겠지. 다시 네 붕대를 감아주려 팔을 제 무릎 위로 가지고 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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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61
160에게
네가 잠에서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붕대로 팔을 감아 주는데 갑자기 짧게 숨을 들이켜며 네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깜짝 놀라, 붙잡고 있던 네 팔을 놓쳐.) 저하. (나는, 너라서 지금 이렇게까지 구는 것이 아니라 내 앞에 누가 있던 이렇게 행동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가늘게 떨리는 팔을 붙잡아. 다시 한 번 저하, 하고 작게 너를 부르며 아직까지 안색이 질려 있는 네 얼굴을 바라보다, 저도 모르게 소맷자락을 들어 이마에 맺힌 식은땀들 살짝 닦아 주며 붕대도 감지 못한 상처를 자꾸만 흘끔거렸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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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61에게
(덜덜 손을 떨며 호흡을 가라앉히려 애쓰다가 제 관자놀이께에 흐른 땀을 톡톡 소맷자락으로 닦아주는 너에 네가 제게 전혀 해를 끼칠 사람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몸이 잔뜩 예민해져서 네 손을 쳐내버려. 놀란 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바라보자 그제야 뒤늦게 정신이 드는 듯 해 조금 혈색이 돌아온 입술을 감쳐물고 시선을 떨궜지.) 미안하구나. 악몽을 꿨어. 잠시 예민해져 그런 것이니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한숨을 푹 내쉬고 대충 손으로 이마를 적신 땀을 닦아낸 후 붕대가 풀린 팔을 바라봤어. 이건 언제 뜯었지. 제가 긁듯이 하여 붕대를 풀어낸터라 매듭지어놨던 부분은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지. 쓰라리지도 않은 지 그것을 조심히 매만지다가 너에게로 시선을 돌려. 아까 꿈이 생각나고 햇빛에 가려 보지 못했던 네 얼굴을 다시 보고 싶었지. 칼을 맞아 쓰러지는 날 보며 넌 웃고 있었을까. 쌤통이라고, 고소하다고 비웃고 있었을까. 마지막으로 내 심장에 찔러넣을 칼을 뒤에 숨기고 미소를 지었을까. 멍한 표정으로 널 바라보다 그런 생각을 해봤자 널 의심하기만 할 것 같아서 생각하기를 관둬. 네 손에 들려있는 붕대를 가져와 제가 대충 엉성하게 붕대를 묶었지. 그렇게 숨기겠다고 난리를 쳐놓고 결국 들켜버렸구나. 아침에 거짓말까지 했던 제 모습이 떠올라 헛웃음이 피어나. 아니라고 그렇게 손을 내저었는데 이런 꼴을 보였으니 거짓말쟁이라고 하여도 할 말이 없었지. 제가 해드리겠다며 팔을 뻗는 네게 고개를 저어보이고 물을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던 말을 겨우 입 밖으로 꺼내)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제 질문이 어이없긴 했지. 갑자기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깜빡이는 네 모습에 괜한 걸 물었구나 싶어서 푸스스 웃으며 네 머리를 쓰다듬어줘.) 미안하구나. 갑자기 헛'소리를 해서. (머리를 쓰다듬은 뒤에도 네 볼과 말랑한 귓불을 매만지며 한참을 너를 바라봐. 그 꿈 하나를 꿨더니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지. 너는 이런 날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그러면서도 입은 제 뇌를 거치지 않는 듯 말을 쉴새없이 뱉어냈어. 계속 괴롭히던 네 귓불을 놓아주고 꽉 닫힌 창문을 바라보며 가만히 인형처럼 눈만 깜빡였지) 믿을 사람이 하나 없구나. 마음을 나눌 사람도 없고. 사랑해주고 사랑해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어. (헐겁게 묶인 붕대의 매듭을 만지작거리며 드디어 시선을 네게로 돌렸어) 내가 널 묶어둔 것 같은데, 그걸 아는데 놓아주기가 힘들구나. (앞뒤가 맞지 않는 문맥의 말을 하곤 어깨를 으쓱여보였어) 너와 잘 지내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네 마음을 사서 널 내 옆에 오랫동안 두고 싶었는데 힘들겠지. 이해한다. 너와 내가 만난 이유가 남들처럼 평범한 일이 아니니까. 네게 큰 상처를 줬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와 잘 지내기를 원하는 것은 내 욕심이겠지. 그렇지만 난 이미 널 많이 좋아한단다. 처음 널 보고 바로 내 방으로 들여왔을 때부터 그랬겠지. 이유는 잘 모르지만 그 때부터 너만 보였던 것은 맞으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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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61에게
네게 잘 해주려고 하는데도 그게 잘 안 되는 구나. (한참을 속풀이를 하듯 네게 말을 털어놓다가 희미하게 웃으며 상처를 덮은 붕대 위를 어루만지며 너를 바라봐) 넌 아직도 내가 죽이고 싶은 부모의 원수이더냐. 그게 잘못 됐다는 것이 아니라 네 생각이 궁금해서 그런 것이다. 이렇게 병약해진 날 보며 죽이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해도, 그걸 내가 안다고 해도 뭐라 할 처지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잘 안단다. 그저 나는 그 계획에서 날 죽이는 것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너였으면 좋겠구나. 적어도... (적어도 그 생각을 하는 동안은 내가 네 머릿속에 들어있을테니까. 그 말을 속으로 씹어삼키며 눈을 감았어. 꿈에서 보지 못한 네 표정이 웃음일 거라는 것이 말을 하면 할 수록 더욱 진하게 각인되어 눈 앞을 돌아다니는 것 같았어. 어딜 다녀왔는지, 누굴 봤는지를 물었어야 됐는데 왜 이렇게 된 건지. 바보같은 저를 탓하며 잠시 숨을 멈췄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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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84
글쓴이에게
(횡설수설, 앞뒤가 맞지 않는 말들을 길게 늘어놓는 네 모습이 평소와 너무 달라서 낯설었어. 네가 꾼 그 악몽이 무엇인지 너는 단 한 마디도 해주지 않았지만.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네 행동을 보면 대충 나와 관련된 좋지 못한 무언가일 것이라는 건 예상하는 것이 가능했지. 그렇다고 해서 제게 이렇게 직접 네 목숨을 노리고 있느냐는 질문을 하다니. 물론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 어찌 됐건 너는 제 가족과 나라의 원수인 이 나라의 왕자였으니까. 사실 생각해보면 이렇게 무방비하게 같은 방, 같은 침대에서 나와 함께 잠을 잔다는 것이 더 신기한 것이었지.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 일에 대한 네 의심은 생각보다 쓰리지 않았어. 워낙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탓인가. 생각을 정리하느라 잠시 입을 다물고 너를 빤히 바라만 보았어. 내가 생각을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네 낯빛이 점점 더 어두워져만 가. 결국 복잡하게 꼬인 말을 정리도 하기 전에 뱉어.) 저는, 저하를 좋아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저하를 죽인다고 해서 제 가족이, 제 나라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냥, 이제 내 앞에서 사람 죽어 나가는 꼴은 지긋지긋합니다. 피도 싫습니다. 검도 싫습니다. 그날 이후로 피는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올라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든 간에 그것은 전하의 마음이지만, 복수는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그곳에서 내 대신 죽은 사람들 비명 소리는 지금도 선명합니다, 그래서... (잠시 말을 멈춰, 눈을 지그시 감아. 굳이 해야 할 필요가 없는 말을 괜히 꺼낸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한 번 터져 나온 말은 멈추지 못해.) 그래서, 당장 내일이라도 내가 눈을 감으면, 그것을 마지막으로 더는 일어나지 않고 그렇게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은 매일 하고 있습니다. 제가 본디 왕자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겁이 많은 자입니다. 그러니 내 스스로 내 목숨도 끊지 못하고 이렇게 한심하게, 마냥 생각만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가만히 앉아 말을 늘어놓던 제가 몸을 움직이자, 작은 움직임에도 네가 멈칫하고 반응을 보여. 뻗던 팔을 잠시 멈추고 너를 흘끔 본 뒤 다시 몸을 앞으로 숙여, 늘 네 머리맡에 놓여있던 검을 집어 들고 칼집을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쓸어내리는 저를 바라보는 네 눈길이 느껴졌어.) 세상에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저하도 제가 저하의 목숨을 노릴까, 그것이 두려우신 것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놓아줄 수가 없어 힘이 드는 것이라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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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85
184에게
(제 손에 쥐어져 있던 손잡이를 네 손으로 옮겨 주었어. 네 손등을 겹쳐 잡고, 힘이 들어가지 않은 손에 너 대신 힘을 줘 손잡이를 잡게 해. 칼집에 꽂힌 검의 날을 그대로 제 쪽으로 향하게 했어. 제 손으로 저를 찌르는, 실행하지 못할 상황만 수십 번이고 떠올리고 또 떠올리고. 결국에는 실천하지 못했던 제 유약함에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남들 몰래 눈물도 많이 쏟았었지. 지금은 죽고 싶다는 생각이 덜했지만 그것은 또 그것 나름대로 제게는 큰 죄책감이었어. 죽는 것이 두려워 그들을 방패 삼아 내 목숨을 건진 제게는 그 기억이 업과 같은 것이라,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더 옅어지기 전에 정말로 그냥 죽어버리는 게 최선이 아닐까.) 차라리 저를 찔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저하에게도, 저에게도 좋은 일입니다. 저하, 믿을 사람도, 마음을 나눌 사람도 없다 하셨습니까. 저는 있었습니다. 다만, 지금 제 곁에 없을 뿐. 명줄이 질긴 건지, 죽지 않아 살고는 있지만. 나는 애초에 그곳에서 모두와 함께 죽었어야 할 몸이에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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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85에게
(네가 한참을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열자 저도 귀를 쫑긋 열고 네 말을 들어. 잠시 말을 멈췄던 네가 당장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은 매일 하고 있다는 말에 눈물 젖은 눈으로 널 바라봐. 한심하게 생각만 한다는 네게 아니라고 고개를 내저어보이려는데 네가 슬쩍 움직이자 입을 열던 것도 멈추고 가만히 너를 바라봐. 네가 위험한 짓을 할까봐. 생각만 하다가 이젠 정말 실천할까봐. 조금 불안한 눈빛으로 널 바라보고 있자니 정말 제 생각이 맞아떨어진 건지 몰라도 늘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머리맡에 두었던 제 단검을 꺼내드는 행동에 호흡이 점차 가빠지는 것 같았어. 손잡이를 억지로 제 손에 쥐여주며 손을 겹쳐잡은 후 칼날을 제 쪽으로 향하는 너에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지. 이건 아니야. 난 너를 해치고 싶단 뜻이 아니야. 입을 열면 울음이 터질 것 같았지만 네게 제 마음을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선 말을 해야한다 생각했어. 눈물을 참느라 실핏줄이 터져 잔뜩 붉어진 눈으로 입술을 움직였어) 내가 믿을 사람도, 마음을 나눌 사람도 없었다고 한 것은 너에게 하는 투정이었다. 네가 날 원망하고 미워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너와 마음을 나누고 싶어서. 이것저것 쓸데없는 말을 할 정도로 가까워지길 바라서 한 말이었다. 난 너와 잘 지내고 싶은데 너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난 이렇다고 아이처럼 투정을 부린 것이었어. 그리고 난 불안해하지 않았다. 머리맡에 칼을 두고 잔 것은 네가 날 죽일까봐 그런 것이 아니야. 너를 놓아주고 싶지 않은데 네가 날 죽일까봐 두려워한 것이 아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난 누군가의 손에 죽임을 당할 운명이라면 그 상대가 너였으면 좋을 것 같았다. 다른 이가 너에게 바친 내 목숨을 탐하게 하지 않기 위해 칼을 둔 것이었어. 지금 네가 이렇게 칼을 잡고, (칼을 쥔 오른팔이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힘을 줘 칼날을 내 쪽으로 향하게 해. 네가 조금 당황한 기색을 보이자 칼날을 아주 살짝 제 가슴팍에 쿡 찌르며) 나를 찌르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너는 도망을 치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아주 멀리 도망을 가서 누군가 널 잡아온다면 절대 아니라고 뻔뻔하게 받아치면서. (그런 너의 증거가 되어줄, 제가 전에 썼던 유서를 품에서 꺼내 보여줘. 제가 죽고 싶어서 죽었다는 내용이 가득한, 누가봐도 제 글씨체가 잔뜩 적힌 종이였지. 가만히 종이를 내려다보는 너를 눈에 담다가 칼날을 치워내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꺾어 네 입술에 쪽 입을 맞춰. 더욱 눈이 커지는 널 보며 어색하게 미소지었지) 내가 널 많이 좋아해서, 널 죽일 수가 없구나. 네가 나와 신뢰를 쌓는 사이가 아니라하더라도 옆에만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놓고, 점점 욕심이 생기는 까닭은 그것 때문이다. 내가 널...너무 좋아해서. (무슨 소리냐는 듯 바라보는 네 모습에 헤실 웃어버리곤 칼을 멀찍이 던져놓고 너를 꼿꼿하게 바라보며 말해) 죽여도 뭐라하지 않겠다. 다치게 해도 괜찮고 말을 사납게 해도 괜찮아. 다 좋으니까 그저 옆에만 있어주거라. 네가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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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85에게
죽기 전까지 너를 보고 싶구나. (어차피 욕심부리기 시작한 거, 끝까지 욕심을 부려야겠다고 생각했어.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네가 떠날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고.) 네 나라를 망하게 한 왕국의 세자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네가 산 것은 그정도의 수명이 네게 정해져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같은 왕족임에도 불구하고 너의 부모와 큰 형은 죽었으나 김태성부터 시작하여 네 여동생까지는 모두 살았지. 그것도 다 네 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계속 살아줬으면 한다. 나쁜 짓은 내가 했으니 다치는 것도 내가 다치겠다. 제발 다치지 말고 아프지 말고 곁에 있어주거라. (전에 허리를 다쳤던 네가 떠올라 다시금 마음아픈 표정을 짓고 네 허리를 살짝 쓰다듬다가 금세 손을 떼고 네 어깨에 얼굴을 기대) 제발, 태형아. 그렇게 해주거라. 내가 네 숨쉬는 모습을 계속 볼 수 있게 해주거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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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08
글쓴이에게
(너는 분명히 나에게 바친 너의 목숨이라고 이야기했어. 아무리 열심히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제가 너에게 그만한 애정을 받을만한 행동을 한 적이 있던가.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아닐 거야. 늘 너를 밀어내느라 바빴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제가 네 동생처럼 그 자체만으로도 너에게 있어 중요한 사람인 것도 아닌 것을. 관계부터가 꼬여 있었고, 첫 만남 또한 근사한 모습이 아니었는데. 그런데 너는 어째서 이렇게까지. 네가 품에 그런 것을 품고 다닐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탓에 그 어지러운 글자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제 입술에 네 입술이 맞닿았다 떨어져 나갔을 때는 놀라 말도 하지 못했어.)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까지. 좋아한다며 이야기하는 네 말의 저의를 파악하느라, 차마 뒷말을 잇지 못하던 제 허리에 네 손이 닿자 움찔하며 어깨를 가볍게 떨어. 이제는 사라진 고통에도 너는 과거를 되새기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어. 더이상은 아프지 않은데도. 사실 따지고 보면 네가 너는 전쟁을 일으킨 것도 아니었고, 전쟁을 일으킨 자의 아들이라는 것을 제하고는 너 또한 잘못이 없었음에도 너는 네가 나쁜 짓을 했다고까지 이야기했지. 너도 충분히 네가 한 잘못이 어디 있느냐고 내게 따질 수도 있던 것인데. 어깨에 기대는 너를 가만히 내려다보았어. 까만 머리카락이 차분하게 내려앉아 있는 뒷머리를 한 번만 쓰다듬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차마 손을 대지는 못하고 그 언저리를 겉돌기만 해.) 모르겠습니다. (이제 나도 정말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했어. 물론 형님도, 여동생도 살아 있지만 그곳에서의 일을 서서히 잊어가는 저를 보면 형님과 누이는 뭐라고 이야기할까. 가족에게 미움을 받는 것만큼 무서운 일도 없겠지. 아무렇지도 않게 이곳의 생활에 적응해가는 저를 보고 굳어져 가는 그 표정을 멋대로 상상하다 보면 저도 덩달아 온몸이 굳었어. 가족에게까지 미움을 받을까 두려워하는 꼴이라니. 나는, 내가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울컥 올라오는 눈물을 막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어. 한 손으로는 헐렁하게 내려와 제 손끝에 자꾸만 닿던 네 옷자락을 움켜쥐고,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제가 살아있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대체 당신은 내 무엇을 보고 내게 이렇게까지 해주는 것입니까, 저하. 그것도 모르겠고, 나는 정말 하나도...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던 눈물이 툭 하고 떨어지는 것을 보고 급하게 눈가를 문질러 닦았어. 더 이상은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이미 내 평소 두려워하던 것을 내 입으로 네게 이야기해, 밑바닥을 모두 드러낸 뒤이긴 하지만 나름 지키고 싶은 자존심이라. 손에 얼굴을 묻고, 간신히 눈물을 참아내느라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어.) 하지만, 아까 이야기해드렸듯이 저는 겁이 나서, 제 손으로는 저를 포함한 그 누구도 죽일 수 없습니다. 그러니 아마, 아마도. 저하의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면... 살아 있을 것입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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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08에게
(제 옷자락을 꽉 움켜쥐더니 결국 눈물이 터진 건지 급하게 팔을 들어 얼굴을 문지르는 행동에 네게 기댔던 몸을 일으켜 너를 바라보았어. 두 손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잔뜩 머금은 목소리로 살아있을 거라는 네 말에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머리에 툭 얹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지) 살아있으면 안 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이냐. 너희 나라에 살던 다른 백성들은 잘 지내고 있다. 그 구역 관할을 내가 맡기로 하여 최대한 전에 있던 생활과 같게 해주려고 노력했고, 호 나라에서 노예처럼 부리는 일이 없도록 해주었다. 그러니, 너는 내 그런 노력을 봐서라도 살아줘야한단다.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네 어디를 보고 이러는 건지. 그치만 정말이다. 처음 봤을때부터 네가 자꾸 눈에 들어왔다. 같이 지내게 된 이후로는 더욱 그러더구나. 네가 신경쓰이고 가끔은 생각나기도 하고 네가 조금 살갑게 굴 때는 기분이 날아갈 것 같고. 갑작스러운 감정이라 나도 혼란스럽지만, 네가 죽음을 입에 올리니 참을 수가 없구나. 내가 널 확실히 연모하노라고 말을 하진 못하지만 어느정도는 인정하고 있단다.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네게 더 짐을 얹어주는 것 같긴 하지만...그래도 내 마음이 그렇다는 것, 너를 많이 아낀다는 것을 알아주거라. (천천히 손을 움직여 네 머리를 쓰다듬다가 너를 그대로 당겨 품에 안아. 네가 자존심을 지키느라 우는 모습조차도 들키기 싫어한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이대로 널 혼자 둘 순 없었거든. 혼란스러워하는 널 안고 등을 토닥여주며 괜찮다는 말을 연신 내뱉었어. 결국 짧게 우는 소리를 뱉는 너에 쪽 머리통에 입 맞춰줬지) 고맙구나. 살아있을 거라고 말해줘서 고마워. 난 그거면 된다. 네가 안전히 살아있기만 하면 그걸로 돼. (제 품에 얌전히 안겨있는 널 보고 있자니 조금 꼬인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말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너와 가까워진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제 마음을 표현했으며 네가 죽을 생각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됐으니까. 한참 너를 안고 달래주다가 우느라 물이 부족할 것 같아서 궁녀를 시켜 물을 가져오게 시키곤 여전히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 보여주기 싫어하는 너를 배려해서 손등을 톡톡 건드렸어) 물 좀 마시거라. 이러다 쓰러지겠구나. 안 그래도 몸도 약한 놈이 그렇게 엉엉 울어대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구나. (우느라 조금 떨리는 네 손이 컵을 받아가 꼴깍거리며 물을 삼키자 그래도 마음이 좀 나아져서 널 더 고쳐안고 더욱 부드럽게 등을 쓸어내렸어) 내가 연모한다고 해서 불편하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너무 거리를 두진 않았으면 좋겠구나. 나도 네가 불편하다고 하면 티를 내지 않을 것이니. 그리고 연모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너를 걱정하고 아낀다는 건 사실이니까.

10년 전
대표 사진
탄소213
글쓴이에게
(저를 달래며 해주었던 말 중 어느 것 하나에도 제대로 대답을 해주지 못하고, 울다가 지쳐 잠이 들기라도 했는지 네 품에 기대어 울던 직후 잠에 든 기억은 없었어. 그냥 눈을 떠 보니 아침인 것에 놀라 멍하니 햇살이 비치는 창가를 바라보다, 텅 빈 제 옆자리를 한 번 바라보았지. 겨울인데도 해가 이렇게 높이 떠 있는 것을 보니 벌써 아침을 먹을 시간은 한참 지난 것 같고, 너는 아마 네 할 일을 하러 간 듯했어. 홀로 침대 위에 앉아 이미 온기가 사라져버린 옆자리를 더듬다, 문득 어제 네게 안겨서 울던 것이 생각이 나 얼굴이 화끈해져. 그리고 뒤늦게 정신없이 끄덕이기만 하며 들었던 네 말도 하나씩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어. 아, 그래도 백성들이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은 참 다행이었지만. 그 뒤 에였나, 네가 저를 연모한다고 했던가. 연모한다고 했지, 확실하게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인정하고 있다고. 티를 내지 않는다 해도 그런 말을 들은 뒤에 너를 아무렇지도 않게 대할 자신이 없었어. 결국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켜 오늘도 복잡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산책하러 나가려 걸음을 옮겼어. 어제 갔던 그곳으로 가볼까, 잠시 생각했지만. 그곳에서 만났던 기분 나쁜 사내 생각이 나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침전 근처만 다시 돌기 시작해. 그래도 며칠 안 왔다고 여기도 나름 새롭게 느껴지네. 그동안 쌓였던 눈이 녹아서 눈사람을 만들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덕분에 풍경은 또 나름 새롭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앞이 아닌 길가를 구경하며 걷던 제 손목을 잡는 손이 있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어. 아, 또. 어제와 같은 사내의 모습에 진저리가 쳐졌어. 이 근처는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닐 텐데. 얇은 천 한 겹에 감춰져 있던 손목을 꼭 붙잡고 옷이 얇구나, 저하가 잘해주시지 않는 것이냐? 어찌 이리 추운 날 이런 옷차림으로, 이러쿵저러쿵. 기분이 나빠 상대하고 싶지 않지만 워낙 손목을 억세게 잡은 탓에 억지로 뿌리칠 수도 없었어. 물론 세게 힘을 준다면야 뿌리칠 수 있을지도 몰랐지만, 누구인지도 모르는 자를 함부로 대한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냥 한숨만 푹 내쉬어. 한참을 혼자 늘어놓던 이야기의 끝은 내게 오면 잘해주마, 였지. 기가 막혀 미간을 좁힌 채로 사내를 보았어.) 저하가 돌아오실 시간입니다. (결국은 오늘도 네 핑계를 대 보아도 이번엔 물러가지 않을 생각인지, 제 입으로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 내가 바로 그 저하의 외삼촌 되는 몸이시다. 하고 떵떵 목소리를 높이는 남자가 손에 힘을 뺀 틈을 타, 그 손을 억지로 붙잡아 떼어내고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하니 눈이 동그래진 사내가 감히, 하며 언성을 높여. 곤란하기도 하고, 상대하고 싶지도 않아 급하게 도망치듯 걸음을 옮기는 저를 붙잡으려 손을 뻗던 남자는 지나가던 궁녀를 발견하고는 곧바로 손을 거두고 헛기침을 했어. 체면이라도 차리나 보지. 어찌 됐건 쫓아오지 않는 틈을 타 급하게 침전으로 돌아가, 다시 침대 위에 털썩 앉았어. 기분을 풀려고 나간 산책이었는데 괜히 더 기분만 나빠졌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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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14
213에게
속으로 한탄하며 침대에 누워 아픈 손목을 어루만지다 소매를 내리고 다시 이불을 끌어올려 덮었어. 기분이 나쁠 땐 역시 잠이 최고지. 곧 점심을 먹을 시간이긴 했지만 때가 되면 알아서 깨워줄 것이라 생각하며 눈을 감았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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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14에게
(한참을 울던 네가 제 품 안에서 추욱 늘어지는 것에 깜짝 놀라서 급히 널 살짝 품에서 떼어내고 얼굴을 살폈어. 기절이라도 한 건가 싶었지만 새근새근 숨을 내쉬며 잠든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 깜짝 놀랐구나. (작게 혼잣말을 하곤 널 고쳐안아. 그새 잠투정을 하는 건지 움직임에 인상을 찌푸리며 으응- 하고 앓는 소리를 내는 네가 더 깊게 잠든 후에 눕혀주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다친 팔이 저려오는 줄도 모르고 널 안은 채 미동도 없이 한참을 있었지. 그 후 궁녀들과 함께 널 바르게 눕혀주고 아침이 될 때까지 곤히 네 옆에 웅크리고 누워선 잠을 잤어. 마음의 짐이 좀 덜어졌다는 느낌에 잠을 훨씬 편하게 잘 수 있었지. 아침이 되곤 네 얼굴을 들여다본 후에야 아침 문안 인사를 드리러 가. 게다가 오전부터 신하들과 회의를 하시는 아버지 옆에서 배울 것이 많았기에 아침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급하게 몸을 움직여. 회의가 난장판인 건 아니었지만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상소문이라든지 신하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일이라든지 서로 대립하여 역정을 내는 신하들을 말리고 호통치는 모습을 보는 건 꽤나 정신적인 고통을 가져다주었지. 절레절레 머리를 내저으며 빨리 네가 있는 방에서 쉬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 어느덧 시간은 점심을 먹을 시간이었지. 입맛도 돌지 않아서 식사를 준비하겠다는 궁녀에게 네 몫의 밥만 챙기라하곤 방으로 들어가.) 아직도 자는 것이냐. (자는 거니 대답은 없겠지만 그저 혼잣말을 내뱉었지. 안 깬 건지 깼다가 다시 자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무일 없어보이는 평온한 얼굴로 잠든 너에 제 마음도 편해지는 것 같아서 궁녀가 식사 준비가 됐다며 부를 때까지 한참동안이나 널 내려다보고만 있었어.) 일어나거라, 아가. 밥은 먹어야지 않겠느냐. (부드럽게 머리를 쓸어주고 팔을 잡아흔드니 곧 네가 스르륵 눈을 떠왔어. 길고 고운 속눈썹이 올라가며 맑은 두 눈을 비춰내자 괜히 그 눈을 빤히 바라볼 수가 없어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네가 나올 수 있게 길을 터줘. 식탁에 한 사람 분의 식사만 주어져있자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너에 이리저리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침대에 걸터앉아.) 나는, 생각이 없...아니, 먹고 들어왔구나. (생각이 없다고 하려다 급히 말을 바꿨어. 물론 아니겠지만, 그래도 네가 걱정할 수도 있다는 약간의 기대어린 생각 때문이었지. 어색하게 웃으며 새로 치료가 되어 꽉 묶인 붕대를 매만지다 제가 있으면 네가 불편해할까 싶어 밖으로 나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찬 바람이 필요하기도 했고 요즘은 그래도 날이 어느정도 풀린 것 같아 겉옷을 마다하고 밖으로 나섰지) 먹고 있거라. 잠시 바람 좀 쐬고 오겠다. (네 머리칼을 가볍게 쓸어주고 아직 눈이 쌓인 거리를 걸어. 아예 가라고 하면 말을 안 들을 걸 알기에 방해받는 느낌이라도 없애자 싶어서 신하들을 멀찍이 떨어지게 하곤 풍경을 감상했지. 고뿔에 드신다며 걱정을 계속 내뱉는 말을 무시하며 눈꽃이 예쁘게 앉은 커다란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살풋 미소짓고 있는데 잘 지내냐는 듣기 싫은 제 외삼촌의 목소리가 들려. 단번에 인상을 찌푸리고 바라보니 서운하다고 헛'소리를 던 그는 저 멀리 제 명령에 의해 물러난 신하들을 바라보다 제 턱을 움켜잡아. 남들이 보기엔 제 덩치에 가려져 그저 가까이 다가간 것으로만 보였겠지. 게다가 외삼촌은 궁에서 사는 사람도 아니었으니 그의 뒤에 늘어서있어 이 상황을 볼 신하들도 없었고 다들 그의 쓰은 면모를 모르니 친척끼리 오랜만에 만나 가까이 있구나 싶었을 거야. 그렇다고 외삼촌의 태도가 위협적인 것도 아니었으니)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별로 달갑지 않은 분이니 죄송하지만 거리를 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중하지만 재수없게 그의 속을 긁어놓는데 순간 그 자의 입에서 나오는 남첩이란 얘기에 절로 너임을 알아차려. 표정이 무섭게 굳어지는 날 보며 웃음을 꾹 참은 그는 그 패잔국의 아이인데다 생명을 품지도 못하고 살갑게 굴지도 못하는 쓸모없는 남첩을 제게 달라고 하지.) 제가 무엇 때문에 그리해야합니까? 그 아이는 이미 제 것입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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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14에게
남의 것을 탐내다니 별로 좋지 않은 일이군요. (픽 웃으며 단번에 거절의 의사를 내비쳤지만 외삼촌은 대신 제가 그럼 예쁘고 착하고 아이도 잘 낳는 여자를 데려오겠다는 소리를 해. 들을 가치도 없는 말에 퍽 그의 가슴팍을 밀쳐내고 뒤돌아 방으로 향했지. 겨울 바람의 스산한 한기가 온 몸을 돌아다니는데도 답답한 마음에 콜록 기침을 하며 발을 바삐 놀렸어. 널 언제 본 걸까. 너도 그 자에게 가는 걸 원하는 건 아니겠지. 머리가 다시 어지러워져서 입술을 꾹 깨물었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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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22
글쓴이에게
(생각이 없다고 말하려고 했구나. 급하게 말을 돌리는 네 모습에 같이 먹자고 음식을 권해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너는 잠시 바람을 쐬고 오겠다며 나가버렸어. 고민할 필요가 없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식사를 자꾸 건너뛰는 네 몸을 걱정해야 할지. 아무래도 어제 이야기를 들은 게 있어서 네가 마음에 걸리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궐을 빠져나가는 네 뒷모습을 끝까지 눈으로 좇다 더는 네가 보이지 않게 된 뒤에야 수저를 들었지. 수저를 들자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옷자락에 감춰져 있던 푸르스름한 자국이 드러났어. 보나 마나 너의 외삼촌이라던 그 사람이 어제 저를 붙잡은 탓이겠지. 어찌나 억세게 잡았는지. 푸르스름하게 색이 변한 멍 자국이 손목에 찍혀 있는 것이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도 신기해 이리저리 돌려 보았어. 물론 기분이 안 나빴다는 것이 아니라, 기분이 나쁘긴 나빴지만 누가 제 몸에 자국이 남을 정도로 세게 붙잡거나 했던 것은 또 처음이라. 괜히 전과 달라진 제 위치가 또 새삼 실감이 나기도 하고, 그래서. 남첩, 남첩하고 입에 달고 다녔지만 너는 나를 그렇게 대하지 않았으니까 아무래도 이런 취급은 또 처음이었던 거지. 잠시 기분이 가라앉는 듯도 했지만 제가 세자도 아니고 세자의 외삼촌인 것을 자랑인 것처럼 떠벌리고 다니는, 별 볼 일 없는 자의 소행에 마음을 쓰는 것도 시간 낭비라고 생각을 했기에 내려갔던 옷자락을 다시 끌어올리고 식사를 시작했어. 그래 봤자 다시 혼자 흘러내리기는 했지만, 더는 신경을 쓰지 않았지. 입맛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또 배가 고팠던 것도 아니라 대충 반이 조금 넘게 밥그릇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어. 창밖을 보니 하늘이 새파랗고 맑은 게, 이런 날은 갑갑하게 궐 안에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다시 외출을 생각했어. 그러다 어제는 조금 거리가 있는 궐의 뒷길에서, 오늘은 뒤뜰에서 네 외삼촌을 만났던 것이 기억이 나. 어디서 나타날 줄을 모르니 피할 수가 있어야지. 그런 자 때문에 제 유일한 낙을 포기하고 싶진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 오늘 딱 하루만 산책을 미루기로 해. 하루에 두 번씩이나 그런 사람과 마주치고 싶지는 않았어. 그자는 눈빛부터가 기분이 나쁘단 말이지. 그래도 해를 보고 싶으니, 아주 잠깐만. 침전 바로 앞의 뒤뜰에 나가 몇 걸음 걷지 않고 다시 안으로 들어와, 어느새 궁녀가 치워 간 것인지 깨끗해져 있는 상 앞에 앉아 엎드려. 잠시 산책을 하고 온다더니 늦어지네. 적막한 침전 안에서 홀로 엎드려, 식사를 한 직후라 그런지 다시 한 번 몰려오는 졸음에 눈을 느리게 껌뻑이는데 침전의 문이 다시 한 번 열리는 소리가 들렸어. 나도 모르게 시선을 던지고 보니 그곳에 서 있는 네가 보여. 아무 생각 없이 네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안으로 들어오는 너의 표정이 좋지 않아 나도 모르게 긴장을 했어.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지. 마주친 눈을 피하지도 못하고 얼결에 어두운 얼굴로 저를 바라보는 너를 마주 보며 한참을 앉아 있었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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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22에게
식사는 다 했느냐. (눈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너에게 묻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괜히 다른 말을 꺼내. 그 자가 너에게 무슨 짓을 했더냐. 네게도 저에게 오라는 말을 했더냐. 너는 무어라고 답을 했느냐. 입술을 꼭 감쳐물고 왜 그러냐는 듯한 말간 네 표정에 시선을 피하려다 문득 손목 언저리에 파랗게 물든 색을 발견해. 내가 널 험하게 다룰 리도 없고 신하들은 더더욱 아니었어. 게다가 아까 한 말을 생각해보면 누가 이랬는지 단번에 인물이 떠올랐지. 다시금 화가 치밀어올랐지만 멍이 들었으면 살짝만 눌러도 아플텐데 제가 거세게 잡아채서 더 아프게 하고 싶진 않아서 조심스럽게 다친 부분을 피해 팔을 잡아올려. 다행히 네가 팔을 뿌리치지 않아서 소매를 걷어내고 상처를 더 잘 볼 수 있었지. 푸르스름한 멍에 가슴이 아파서 미간을 좁혔어) ...외삼촌의 짓이냐. (알아챌 줄은 몰랐는지 당황한 표정으로 네가 날 올려다보자 한숨을 내쉬었어) 아까 만났다. 널 데려가고 싶다고 하더구나. 널 주면 좋은 여자를 소개시켜주겠다면서. (따뜻한 방 안에 들어오자 아깐 몰랐던 한기가 드는 것 같아서 작게 몸을 떨고 네 손목을 놓아줬어. 널 외삼촌에게 보낸다면 어떻게 될 지는 불 보듯 뻔했지. 넌 배려없이 몸이 탐해지게 될 거고 하루에 몇 번이고 흉폭하게 그에게 당할 것이었어. 도망쳐도 다시 잡혀와 구타까지 당하겠지. 그 자가 다른 사람에게 흥미가 생기기 전까지는 그 일이 반복될 것이었어. 전에 외삼촌의 처가 그렇게 당하는 걸 어렸을 적에 봤기에 알 수 있었지. 아직도 어머니가 외삼촌 얘기만 하면 인상을 찌푸리고 쉬쉬하는 걸 보니 그 버릇을 어직도 못 고친 것 같았어. 절대 너를 그런 사람에게 보낼 순 없었지. 네가 맞는 것도, 네가 다른 사람과 입을 맞추고 몸을 섞는 것도, 살고 싶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집을 뛰쳐나오는 것도. 다 보고 싶지 않았어. 얌전히 저를 올려다보는 널 품에 안고 지켜주겠다 약조하고 싶었지만 지그시 눈을 내리깔고 입을 열어 다른 말을 뱉어냈지.) 그 자는 좋은 자가 아니다. 너도 봐서 알겠지만...난 네가 가고 싶다고 해도 절대 보내줄 마음이 없구나. 그러니 만약에. 아주 만약에 그런 생각을 했다면 접어두거라. 난 너 못 보내니까. (단호하게 말하곤 입술을 아득 씹었어. 그 버릇없는 자를 꼭 손봐주겠다고 다짐하면서. 네게 절대 손 끝 하나 못 대게 하리라. 아득 깨물린 입술 끝에서 피가 배어나와 혀로 가볍게 핥곤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어. 피곤하구나.정석을 품에 안고 싶었어. 맘 같아선 널 안았겠지만 그랬다간 네가 부담스러워할까봐. 네 허리도 나아보이니 널 데려가도 좋겠다 싶어서 네게 겉옷을 걸쳐줬어.) 정석이에게 가자꾸나. (거기엔 네 형도 있을테니. 네가 고개를 끄덕이고 같이 궁을 나섰어. 네 형과 어느정도 친해진 건지 손장난을 하던 정석이 제 품에 안겨오자 바로 그 여린 몸을 끌어안고 주저앉아 품에 얼굴을 묻었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저를 꼭 안는 내 행동의 의미를 알아챈 정석이 가만히 내 얼굴과 머리를 쓰다듬어줬지. 안타깝게도 난 그 행동에서 너를 보고 있었지만 티내지 않고 네게 말해.) 잠시 여기 있다 갈 것이니 형과 할 얘기가 있다면 나가서 얘기해도 좋다. (너도 형을 오랜만에 봐서 기분이 좋을테니까. 제겐 보여주지 않던 웃음을 보는 것이 괴로워서 눈을 꾹 감고 널 바라보지 않아)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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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25
글쓴이에게
(벌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죽여달라 외치던 형님은 없었어. 하지만 짓궂을 정도로 장난기가 넘치던 저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로 없었지. 어딘가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의 형님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형도 저를 빤히 바라보았어. 나가서 이야기해도 좋다는 네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형님과 함께 잠시 방을 빠져나와 복도에 마주 보고 서 있었어.) ...괜찮아 보이셔서, 다행입니다. (쓰게 웃은 형님이 저를 품에 안았어. 짓궂은 장난에 한 번씩 저를 울리고 난 뒤면, 형님은 늘 당황해하면서도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고 저를 안아 달래주고는 했었지. 따뜻한 손길에 울컥 눈물이 나오려 하는 것을 참았어. 하필 내 원수의 자식 밑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에 솔직히 자존심은 상했다. 허나 아무리 원수의 자식이라지만 아이는 귀엽더구나. 꼬박꼬박 존대하며 달래려 하는 것이, 아우 생각도 나게 하고.) 허면, 이제는 괜찮은 겁니까, 형님은. (모르겠다, 대답한 형님이 끌어안고 있던 팔을 살짝 풀어 저와 얼굴을 마주했어. 간만에 아우를 본 형님의 눈에서는 짙은 그리움과 함께 걱정과 근심이 배어 나왔지. 무엇이 그리도 걱정이십니까, 조심스레 물으면 형님이 망설이다 입술을 떼. 나는 네가 가장 걱정이었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 않았더냐. 막내는 약해 보여도 끈질기고 강한 아이라는 것을 내 안다. 네가 약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유독 겁이 많고 ...부모님과 큰형님을 잘 따르지 않았더냐. 그래서 나는. 말을 멈춘 형님이 후, 하고 숨을 가다듬는 것을 가만히 기다려 주었어. 머리를 가볍게 헝클어트린 형님이 아까보다 한결 나은 얼굴로 다시 웃어 보였어. 혹여나 네가 네 손으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들려올까 매일 걱정했단다. 너를 데리고 간 세자라는 사람도 나는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 그것 또한 걱정이었고... 헌데, 얼굴이 괜찮아 보이는구나. 내 괜한 걱정이었나.) 괜한 걱정이라니요, 형님. (끝내 장난으로 말을 끝맺으며 예의 짓궂은 웃음을 보이는 형님을 보며 웃었어. 마주 보고 웃고 있으니 꼭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렇게 네가 문을 열고 나올 때까지 형님과 그간의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도란도란 나누다, 네가 나와서 가만히 저를 기다리며 서 있는 것을 본 뒤에야 잡고 있던 손을 놓아주며 형님에게 조그만 목소리로 인사를 해.) 건강히 계십시오, 형님.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또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살펴 가거라. 마지막으로 잡고 있던 제 손등을 토닥여주고 열린 문으로 너를 뒤따라 나온 네 동생의 손을, 이제는 익숙한 듯이 잡고 안으로 들어가는 형님을 흘끔 쳐다보고는 말없이 네 곁으로 가 침전으로 걸어가는데 보고 싶지 않았던 네 외삼촌이 지나가는 것이 보여.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눈에 띄지 않도록 두어 걸음 네 뒤로 뒤처져 걷기 시작했어. 네가 이야기했지. 저 자가 저를 데리고 가고 싶다고 하였다고. 저는 절대로 저런 자를 따라가고 싶지 않았어. 네게로 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조차도 소름이 돋았지. 괜히 어깨를 한 번 부르르 떨고 네 뒤를 따라 걸음을 재촉했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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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25에게
(그래도 그 어린 아이가 저를 달래준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어. 게다가 네가 없을 적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찾았던 정석이니까 더욱 그랬지. 어느정도 진정이 된 것을 아이가 눈치채고 쪽 입술에 입을 맞추며 웃어왔어. 형님이 힘들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제가 형님께 위로가 된다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조곤조곤 말하는 아이를 품에 안고 쪽쪽 얼굴 곳곳에 입을 맞춰주곤 몸을 일으켰어. 두런두런거리던 복도의 말소리도 어느정도 줄어들었던 참이지.) 이제 가야겠구나. 나중에 또 오겠다. (고개를 끄덕인 아이와 함께 복도로 나와. 잠시 얘기를 나누던 너와 너의 형이 곧 얘기를 끝내고 각자 몸을 돌리자 슬쩍 눈을 돌려 제 동생과 너의 형을 눈에 담았어. 손을 꼭 잡은 모습에 잘 지내고 있구나 싶어서 마음이 놓여. 세자인 제 옆에서 동등하게 걸을 순 없었기에 네가 한 발자국 뒤에 있는 것이 못내 서운했어. 옆에 두고 걷고 싶은데 신하들 눈이 보여 그러지도 못하겠고. 괜히 뒷짐을 진 손을 조물거리고 있는데 아직도 가지 않은 건지 외삼촌이 어슬렁거리며 다시 모습을 보였어. 저 자가 아직도. 아까 깨물어 상처가 난 입술을 다시 꽉 물곤 그를 노려봐. 나보다는 네가 더 눈에 뜨이는지 뱀같은 시선으로 널 훑어보는 것이 눈에 확 띄어서 네 손목을 턱 잡고 앞으로 끌어당겨서 제 옆으로 데려와. 네 어깨에 팔을 두르고 널 옆구리에 감싸안고는 짐승이 으르렁대듯 외삼촌을 매섭게 노려보았지. 언젠간 다시 낚아챌 것이라는 듯이 음흉하게 웃은 외삼촌이 하이에나처럼 총총거리며 사라지자 네 어깨를 꽉 쥐고 있던 손에 힘을 풀어.) 저 재수없는 자가 아직도 가지 않았구나. (쯧- 혀를 차곤 너를 품에서 놓아준 채 먼저 발을 옮겨. 그러면서 네게 덧붙여 말했지) 저 자가 너를 다신 건드리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러니 되도록이면 산책은 나와 하자꾸나. 내가 부득이하게 같이 못한다고 하면 신하들을 잔뜩 붙여줄 터이니 물리지 말고 꼭 대동하고 가거라. 알겠느냐. (슬쩍 어깨 너머로 고개를 돌려 널 바라보며 묻곤 살풋 입가에 미소를 지었어. 그나저나 삼촌을 보니 아까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지. 좋은 여자를 소개시켜주겠다는 말. 곧 있으면 제가 왕위에 오를 것이고 그럼 당연히 중전이 필요할 것이며 중전은 제 씨를 받아 아들을 낳아야하겠지. 이미 너를 어느정도 마음에 품고 있던 터라 중전을 들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건 알았어.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입을 맞추고 품에 안아선 관계를 해야한다는 것도 불쾌했지만 그런 저를 보며 네가 자신은 우선순위에서 밑에 있다고 생각한다든지 내 마음을 한 순간의 치기로 여겨버릴까봐 걱정이 됐지. 절대 그런 게 아닌데. 나도 너 이외엔 다른 사람을 품고 싶지 않은데. 하지만 제 억지로 사람을 들이지 않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어. 왕이란 자리는 역시 너무 무겁구나. 한숨을 푹 쉬곤 멍하게 하늘을 올려다봤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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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34
글쓴이에게
알겠습니다. (고분고분 네 말에 고개를 끄덕였어. 네게 나를 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도 태연하게 그 자를 마주할 자신도 없었고, 더는 마주치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물론 유일하게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마음을 놓을 수 있던 시간이 사라지는 것은 매우 못마땅했지만 어쩌겠어. 아, 침전만이라도 저 자가 올 수 없는 구역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절로 비집고 나오는 한숨을 애써 삼키고 네 얼굴을 흘깃 쳐다보니 알겠다는 대답에도 어쩐지 여전히 표정이 무거워 보여.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시종일관 어두운 얼굴로 걸음을 옮기는 너를 보며 뒤를 따라 침전으로 이동했어. 왜 저렇게 얼굴이 안 좋은 걸까. 내가 정말로 따라가기라도 할까 봐 걱정하는 거라면, 그런 건 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해줘야 하나. 아리송한 얼굴로 빤히 너를 바라보고 있자, 책상 앞에 앉은 네가 할 말이라도 있느냐며 물어와 고개를 저어. 너는 아니라는 말에 잠시 동안 내 얼굴을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돌렸지. 그나저나, 원래라면 지금쯤 사람이 없는 뒤뜰에서 하늘이나 올려다보고 멍이나 때리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텐데. 더 할 일도 없는 이곳에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하나. 멍하니 침대 위에 앉아, 꼼짝도 않고 손을 바삐 움직이며 무언가를 들여다보고 있는 너를 보다 문득 어제 먹었던 과일이 다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궁녀를 부를까, 너를 부를까. 네가 너무 할 일이 많은 것 같아 너를 부르긴 미안하고 그렇다고 앞에 있는 너를 두고 궁녀를 부르자니 뭔가 걸리고. 한참을 가만히 네 등만 뚫어져라 바라보다 조용히 저하, 하고 입을 열었어.) 저하, 과일을 먹어도 되겠습니까? (과일을 먹고 싶습니다, 과일을 먹을 생각은 없으십니까? 과일을... 어떻게 말을 해야 좋을까 생각하며 나름 고르고 고른 말인데, 별로 마음에 들진 않아. 어찌 됐건 네게 말을 거는 것을 성공해, 제 목소리를 듣고 돌아보는 너를 조금 긴장한 채로 마주하다 네가 식사를 걸렀던 것이 생각이 났어. 네가 대답을 해주기도 전, 잠시 머뭇거리다 먼저 말을 덧붙여.) 저하는, 드실 생각이 없으십니까? (네 표정이 조금은 의아하게 바뀌었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얼굴이 달아오르는 기분이었지. 너를 걱정해주는 것은 정말 어렵고, 힘들고, 익숙하지 않아 부끄러운 일이었어. 잘못이 아닌데도 더듬더듬, 변명하듯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푹 숙여 네 시선을 피해) 점심을 거르신 것 같길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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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34에게
(한참 책상 앞에 앉아 책을 거들떠보고 붓을 들어 글도 몇 번 쓰다가 저하, 하고 과일을 먹어도 되냐는 네 질문에 너를 돌아봐. 그런 거 안 물어봐도 되는데. 살풋 웃으며 네게 대답할 새도 없이 저는 먹지 않겠냐는 말에 표정이 조금 의아해져. 네가 날 걱정하는 걸까. 날 챙겨주는 걸까. 눈을 깜빡거리며 널 바라보고만 있자니 이내 네가 고개를 푹 숙이며 웅얼거리는 것에 용케 그 말을 알아듣고 자리에서 일어났어. 도저히 이렇게 사랑스러운 널 그냥 둘 수가 없었지. 성큼성큼 다가가 너를 확 끌어 품에 안아버렸어. 놀란 네가 헉, 하고 숨을 들이키는 것이 들렸지만 놓아줄 마음은 없었지. 네 허리를 꼭 안고 어깨에 얼굴을 묻었어) 과일이 됐든 무엇이 됐든 먹어도 되냐고 물으며 허락받을 필요 없다. 그저 먹고 싶으면 먹고 싶으니 내오라고 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도 고맙구나. 내 걱정을 했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날 챙겨줬다는 것이. 너무 좋구나. 네게 너무 고맙고 기분이 들떠서 못 살겠구나. 점심은 먹지 않아도 된다. 네 말을 들으니 별로 배고프지도 않구나. 거 밖에 누구 있느냐. (예- 하고 대답하는 궁녀의 목소리에 널 품에서 놓아주고 식탁 앞으로 끌어. 네가 얼떨떨하게 의자에 앉자 과일을 종류별로 다 가져오라 일렀어. 곧 궁녀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쟁반에 갖가지 가져올 수 있는 과일들은 죄다 가져왔지. 그것을 몽땅 네 앞에 몰아주곤 저는 그저 네가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듯 턱을 괴고 흐뭇하게 웃으며 널 바라볼 뿐이었어) 얼른 먹거라. 과일이 질리고 다른 것이 먹고 싶다고 하면 그것도 내어주겠다. (흘러내린 네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고 내가 바라보고만 있자면 잘 먹지 못할 것 같아서 다시 책으로 시선을 박아. 팔랑팔랑 종이를 넘기며 여전히 입가에 미소가 떨어지지 않은 채로 글자를 읽어내려갔지. 너무 들떠했나. 책을 바라보다가도 다시 네 생각이 떠올라서 슬쩍 눈을 올려 네 눈치를 봐. 다행히 과일을 야금대며 잘 먹는 모습에 다시 웃음이 터지긴 했지만. 그러다 문득 오늘 아무데도 나가지 않는 네가 답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책장만 꼬깃거리며 살짝 쥐어내다가 조심히 입을 열었어) 답답하다면, 오늘 같이 산책이라도 가자꾸나. 뒷산의 경치가 좋다는 말을 들었다. 닽이 가면...좋을 것 같구나. 어떻게 생각하느냐. 별로라면 가지 않겠다. 네 선택에 따른 것이니...부담가지진 않았으면 좋겠구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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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41
글쓴이에게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이 차마 덥석 과일을 집지 못하고 얌전히 손을 모으고 있다, 네 시선이 떨어진 뒤에야 앞에 놓여 있던 귤을 집어 들었어. 달다. 한 손에 집히는 조그만 귤을 금세 다 먹고, 빨간 딸기도 하나 먹어보고, 옆에 있던 사과도 한 조각 먹어보고. 아까 아침도 먹지 않았는데, 너무 밥을 적게 먹었나. 뒤늦게 고파오는 배를 과일로 채울 생각으로 이것저것 부지런히 집어 먹다 네 말에 고개를 번쩍 들어. 조심스러운 네 말투와 어쩐지 눈치를 보는 것처럼 보일 정도인 표정으로 나를 보는 네 모습에 입안에 있던 과일도 미처 넘기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어. 답답한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예, 가고 싶습니다. 궐 안에만 있는 것은 답답한 일이니... (환해진 네 얼굴을 보는 것이 민망해 다시 고개를 숙이고 과일을 연거푸 집어 먹었어. 그러다 문득 밖을 보니, 점심을 먹고 한동안 형님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늦게야 돌아온 탓인가, 벌써 겨울 해가 넘어가고 있었어. 전에는 달구경을 가는 것도 좋아하고는 했었는데. 곧잘 담장 위에 올라가서 경치를 구경하고는 했지. 얼마 지나지 않으면 해가 질 것 같아, 뒷산을 간다 했으니 달구경을 가는 것도 좋을 듯해 손에서 굴리던 귤의 껍질을 까내며 조그만 목소리로 덧붙여.) 저하. (너를 부르니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어. 그래, 하는. 그래서 한 곳에 박혀 있던 시선을 조심히 들어 올려, 책장을 넘기고 저를 돌아보던 너를 보며) 달구경을 가고 싶습니다. 해가 진 후에 산책을 나가는 것은 안 되겠습니까. (네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번에는 네가 아닌 제 얼굴이 환해졌어. 저도 너를 따라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이고, 딸기 물이 들어 끝이 조금 빨갛게 변한 손가락으로 이번에는 또 다른 과일을 집어 입에 쏙 넣고 우물거렸지. 해가 기울며 노란 노을이 침전 안 깊숙이까지 들어와 눈이 부셨어. 그래서 창을 등지고 네 쪽을 보며 앉아 쟁반 위에 잔뜩 얹힌 과일을 하나씩 하나씩 비워나갔지. 곧 나갈 산책 생각에 들뜬 기분이 잘 감춰지지 않았어. 언제 나갈 것이냐고 네게 묻고 싶었지만 부끄러워 그러긴 힘들었고, 그저 천천히 배를 채우며 해가 완전히 지기를 기다릴 뿐이었지. 마침내 마지막으로 빨갛게 하늘을 물들이던 해가 완전히 지고, 촛불 몇 개로 빛을 유지하던 방 안을 한 번 쓱 둘러봐. 슬슬 나가도 될 시간인가. 흘끔 네 눈치를 보기만 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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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41에게
(답답하기도 하니 같이 나가면 좋을 것 같다는 네 말에 얼굴이 금세 밝아져. 다시 고개를 수그리고 과일을 집어먹는 널 보며 언제쯤 나가자고 할까 고민하는데 네가 맑은 목소리로 저하, 하는 말에 고개를 들었지.) 왜 그러느냐. (아이를 대하듯 다정하게 물으니 달구경을 가고 싶다는 네 말에 흔쾌히 수락해. 아까 제 모습처럼 얼굴이 밝아진채로 다시 과일을 집어먹는 네 손 끝이 붉었지. 과일 물이 들은 게로구나. 그 모습마저도 귀여워서 살풋 미소를 머금었어. 그럼 조금 있다가 나가야겠구나. 마저 책을 보기로 하고 다시 학문에 집중했지.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뻐근한 눈을 부비며 하늘을 보니 벌써 짙게 어둠이 내려앉았어.) 너무 늦었구나. 얼른 나가자꾸나. (아차 싶어서 벌떡 일어나 궁녀들을 불러 너와 내게 추위에 떨지 않을 만한 겉옷을 입히게 했지. 어색한 모습으로 궁녀들의 손길을 받는 너에게 다가가 직접 옷을 꼼꼼히 여며준 후에야 겨우 밖으로 나설 수 있었어. 최대한 소수의 신하와 장군만 이끌고 뒷산을 올랐지. 산이라 그런지 궁하고 달리 눈이 많이 녹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어.) 조심하거라. 넘어지지 말고. (말을 마치기 무섭게 휘청대는 너에 빠르게 팔을 뻗어 붙잡아주곤 네가 죄송하다 사과하자 고개를 내젓곤 네 손을 꼭 잡았지) 불편하다면 미안하구나. 올라갈 때까지만 이러고 있겠다. (네가 다시 넘어질까봐 하는 마음도 있었고 이것을 빌미로 너와 손을 잡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잽싸게 둘러대고 손을 꼭 잡아. 차가운 네 손이 내 온기에 의해 점점 덥혀지는 것도 나름 뿌듯한 일이라고 생각됐지.) 달이 밝구나. (드디어 도착한 곳에서 빛나는 달은 너무도 아름다웠어. 하얗고 노랗게 빛나는 동그란 달을 보니 모든 소원도 다 이루어줄 것 같았지. 태형이와 더 친해지게 해주십시오. 눈을 꼭 감고 간절히 소원을 빌었어. 슬쩍 고개를 돌려 바라본 너는, 하얗게 달빛을 받아 안 그래도 수려한 외모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었으므로 날 부끄럽게 만들기 충분했지. 너와 달리 예쁘지 않은 제 외모에 수줍에 괜히 멋쪽은 듯 얼굴을 매만지다 네 손을 슬그머니 놓았어. 나에게로 시선을 돌리는 너에 다른 말을 꺼내버렸지) 여기, 여기 나무가 벚나무이다. 나중에 봄이 되면 꽃이 흐드러지게 핀 모습이 아주 아름다운데. 오늘 너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구나. 나중에 한 번 보러 와보거라. 너의 형과 함께 와도 되고... (나랑 같이 오는 것보단 형제 둘이 오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제 옆에 우직하게 서있는 굵은 나무를 어루만지며 살짝 웃어. 빨리 봄이 와서 네게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주고 싶었지. 그때쯤이면 너랑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져있을까. 빨갛게 언 입술 사이로 하얀 입김을 내뱉으며 가지에 쌓인 눈을 털어냈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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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45
글쓴이에게
(붙잡은 네 손을 놓지 않고 살짝 힘을 주어 맞잡았어. 길이 미끄러웠던 탓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 때문인지. 그냥 네 손을 붙잡으니 안정되는 기분이어서. 그렇게 말없이 손을 맞잡고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 함께 정상에 도착하니, 마침 보름달이 뜨는 날이었는지 동그란 달이 탁 트인 시야에 들어와. 아, 예쁘다. 어릴 적에는 매달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보모와 함께 달이 가장 잘 보이는 궐의 뜰로 나가 소원을 빌고는 했었는데. 넋을 놓고 달을 올려다보다, 문득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던 너를 보니 너는 벌써 눈을 감고 소원을 빌고 있었어. 저도 모르게 슬쩍 웃으며 따라 눈을 감고, 고개를 숙여 소원을 빌어. 그날 희생된 모든 자가 지금은 안식을 되찾았으면. 형님도, 여동생도, 그리고 이렇게 바라는 것이 괜찮을지 확신이 서지는 않지만, 괜찮다면 저까지도 앞으로는 불행한 일이 없었으면. 행복했으면. 그렇게 빌던 중 불쑥 네 생각이 떠올라. 잠시 멈칫하고 눈을 떴다 다시 눈을 감고 소원을 마저 빌어. 그래, 너도. 너도 아픈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연모한다는 말을 들은 후라 자꾸 마음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나 봐. 소원을 마저 빌고 달을 올려다보는데, 갑자기 닿아 있던 온기가 사라져 다시 네 쪽을 보니 너도 소원을 모두 빈 후인지 눈을 뜨고 저를 바라보고 있었어. 겨울이라 앙상한 나뭇가지에는 잎 대신 눈이 잔뜩 쌓여 있는 커다란 나무를 가리키며 벚나무라 일러주는 네 목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떠. 제가 살던 곳 근처에는 큰 벚나무가 없었거든. 부모님의 걱정 탓에 꽃구경을 위해 멀리 나가는 것도 할 수 없었지. 그래서, 비록 지금 꽃이 피어 있지는 않지만 이렇게 큰 벚나무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어. 저도 너를 따라 나무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 줄기 위에 손을 조심스럽게 얹고 상기된 얼굴로 나무를 훑어.) 이렇게 큰 벚나무는 처음 보는 것입니다. 빨리 꽃이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형과 함께 보러 오라는 이야기는 해도 같이 오자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제가 생각해도 이게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고개를 갸웃하며 네게 물어.) 저하는 꽃구경을 좋아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너 또한 의아한 얼굴로 나를 마주 보는 것에 어쩐지 숨이 턱 막혀. 마른침을 넘기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꽃구경은, 다 같이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여...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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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45에게
(너와 더 가까워져있을까, 하며 기대한 주제에 너와 같이 오는 것을 바라는 것은 너무 무리라고 판단되어 말을 꺼내지 않기로 했어. 그러다 고개를 갸웃하며 꽃구경을 좋아하지 않냐며 묻는 네 말에 덜컥 가슴께가 막히는 기분이 들었지. 최대한 얼굴 표정을 가다듬으며 되려 못 알아듣겠다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어. 무슨 뜻으로 묻는 걸까. 내가 멋대로 생각하고 대답을 뱉어도 되는 걸까. 텁텁한 입 안에 고인 침을 꼴깍 삼키는데 꽃구경은 다 같이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네 말에 눈가를 문지르며 고개를 끄덕였어.) ...그렇긴 하네만. (들떠버렸어. 마음이, 들떠버렸어. 아무리 네가 별 생각 없이 말한 것이라고 하고 싶어도 이건 확연히 뜻이 드러나보였어. 물론 네가 날 좋아해서 같이 꽃을 보고 싶다는 뜻이 아닌 것은 알았지만, 어쨌든 형과 누이동생과 함께 하는 꽃구경에 굳이 나를 끼워넣는 것은 그래도 네가 조금쯤은 마음을 열었다는 것이었지. 손이 차가운 눈에 닿아 점점 빨개지는 것도 모른채 두텁게 가지 위에 쌓인 눈을 계속 좌우로 털어댔어. 부끄러움에 귀가 빨개졌지만 추위에 이미 빨개져있던 터라 너는 눈치를 못 채는 듯 싶었지. 네가 나를 '저 놈이 왜 저럴까' 라는 표정으로 볼 때까지 계속 손으로 눈을 헤집다가 푹 눈 속에 손을 집어넣었어. 몸 전체에 열이 올라서 이렇게라도 해야 어느정도 제 온도를 찾을 것 같았거든.) 꽃구경, 좋아한다. 네가 불편하지 않다면...어, 내가 같이, 가도 좋을 것 같구나. (겨우 더듬거리며 말을 꺼내놓고 입술을 꾹꾹 씹었어. 말했다. 이제 너랑 봄이 되면 꽃구경을 보러 가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자 벌써부터 머릿속엔 화사한 봄 길을 걷는 너와 내 모습이 보였지. 너는 내가 이런 불순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까. 괜스레 네게 미안함이 들어서 너를 보며 헤실 웃어버렸어. 덩달아 멋쩍게 웃음을 짓는 너를 바라보다 아직도 휘영청 떠있는 둥글고 큰 달로 시선을 돌렸지. 달이 하도 하얗게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어서 길을 밝히기 위해 들고 온 등불도 필요가 없을 지경이었어. 가만히 달을 눈에 담을 듯 눈꺼풀을 깜빡이며 바라보다가 너에게 말을 걸었어.) 이제 달구경을 다 했으면 궁으로 들어가는게 좋겠구나.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구나. (추위에 꽁꽁 언 네 코를 톡 손가락으로 건드리곤 살풋 웃으며 먼저 발걸음을 했어. 아까 올라올 때처럼 손을 잡진 않았지만 그래도 네가 잘 내려오는가 싶어서 계속 뒷짐을 진 채 뒤로 고개를 돌리며 너를 살폈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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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69
글쓴이에게
저하. (자꾸만 뒤를 돌아보다, 이번에는 제가 아닌 네가 발을 헛디뎌 쭉 미끄러지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너를 불렀어. 다행히 바로 옆의 나무 기둥을 붙잡아 아무 사고도 일어나지 않기는 했지만. 한숨을 길게 내쉬며 종종걸음으로 네 곁으로 다가가, 네가 뒤를 돌아볼 필요가 없도록 바로 옆에서 걸음을 맞추어 옮겼어. 민망함에 네 쪽을 쳐다보지는 않은 채였고. 아까부터 조금은 들뜬 표정인 너와 함께 침전으로 향했지. 가는 길 내내 대화는 없었지만 전처럼 아슬아슬하지는 않은, 오히려 나름 유하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사이에 흐르는 것 같았다고 생각했어. 침전으로 들자 밖과는 달리 따뜻한 분위기가 훅하고 끼쳐와, 밖에서는 저를 찬바람으로부터 보호해주던 겉옷이 이제는 조금 덥게 느껴져 벗으려 애썼어. 그러나 제 나라에는 이런 추위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탓에 두꺼운 옷이 낯설어, 벗는 것도 서툴러 잘 벗지 못해 결국 옆에 있던 궁녀의 도움을 받아 옷을 벗고 침대에 앉아. 저와는 달리 옆에서 도와주려 하는 궁녀들도 마다하고 익숙한 손길로 혼자 옷을 벗어 걸쳐두는 너를 빤히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기가 무섭게 시선을 돌려. 할 말이 있느냐 물어오는 네게 고개를 젓는) 아니요, 아닙니다. (굳이 더 묻지 않고 제 옆으로 와 앉아, 이불을 올려 덮는 너를 보다 저도 따라 이불을 덮고 침대에 누워. 너도 나도 서로가 있는 쪽을 보지 않고 천장을 올려다보며 누웠어. 올라가 있을 때는 시간 가는 줄을 몰랐는데, 내려와 보니 워낙 밤이 깊어 있던 탓이었는지 너는 금세 잠이 들어 규칙적으로 숨을 내쉬고 있었고. 저는 제 심장 뛰는 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도 거세게 들려 네가 깨지는 않을까 걱정해야 할 정도였지. 그렇게 오랫동안 잠에 들지 못해 어둠에 익숙해진 눈만 껌뻑이며 네 잠든 얼굴을 살피고 있었어. 그러다 이상하게도 아무런 계기도 없이, 하염없이 네 잠든 모습을 지켜보다 제가 너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혼자 깨닫고 말았어. 부정할 여지가 없을 정도였어. 쿵, 하고 무언가 뒤통수를 내리친 듯한 기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 차라리 깨닫지 못했더라면 좋았을걸. 너는 나를 마음에 두고 있다고 하였지만, 확실하지 않다고도 했고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을 덧붙였지. 그때는 그 말조차 그렇게 부담이었는데 깨닫고 나니 어찌나 서러운지. 네가 저를 좋아한다고 해도 저는 남첩이었고 너는 이 나라의 왕자였어. 결국에는 왕이 되고 자손을 이어야 할. 그러니 네가 온 마음을 제게 빼앗긴 뒤라고 해도 서로 나누기 힘든 사랑이었는데, 이렇게 어정쩡한 상황에서 네가 좋다는 것을 깨달아 버리다니. 모르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결국 새벽이 다 되어서야 잠에 들어. 잠에 드는 순간에조차도 내일부터는 너를 어떻게 대해야 하나, 하는 고민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었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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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69에게
(너를 살피다가 하마터면 제가 넘어져 코가 깨질 뻔 했어. 반사신경이 있어 금방 옆의 나무를 짚고 몸을 바르게 설 수 있긴 했지만 가슴이 철렁했지. 다친다는 것도 그랬지만 아무래도 네가 다치지 않게 확인하다 제가 다쳐버린다면 너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으니까. 호들갑을 떨며 괜찮냐고 하는 신하들에게 괜찮다고 손을 내저어주곤 다시 조심히 걸음을 옮기는데 내 옆에 와서 서는 너에 제가 넘어진 이유를 네가 알고 있는 것 같아서 더욱 부끄러워져버렸어. 화끈히 달아오른 귀를 하고 곧 궁으로 도착했지. 옷을 벗고 침대에 누워서는 왠지 오늘따라 네가 더 의식되는 느낌이었어.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데도 자꾸 네 얼굴이 떠올랐지. 네가 옆에 있는데도 말이야. 오늘도 일찍 잠에 들기 어렵겠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졸음은 빨리 몰려왔어. 몽롱한 눈을 몇 번 감았다 뜨는 걸 마지막으로 곤히 잠에 들었지.) 아으...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이마를 짚었어. 상체만 일으켜 앉아선 아직도 반쯤 감긴 눈을 하고 있다가 슬쩍 너를 돌아보았지. 새근거리며 잠든 모습에 헤실, 아침부터 웃음이 나왔어. 잠깐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서 네 얼굴을 어루만져. 부드러운 머릿결과 피부. 흘러내린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고 자리에서 일어났어. 깔끔하게 씻고 나와선 단정히 옷을 입고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어. 너도 이제 혼기가 다 찼구나. 인사를 마치자마자 들리는 말에 깜짝 놀랐지만 애써 내색않고 웃어보였어. 저의 아버지는 많이 병약해져 있었지.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처럼 보였어.)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버지는 제가 죽기 전에 둘째 아들은 고사하고라도 첫째 아들의 손주를 보고 싶으신 모양이었지.) 아직 배울 것이 많습니다. 여자 생각이 없사옵니다. (황송하다는 듯이 말하며 고개를 숙였어. 머릿속에 네가 잔뜩 들어찼지. 아버지껜 죄송하지만 지금 이 순간조차도 네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었어. 그러냐며 고개를 끄덕이는 아버지께 마저 인사를 드리고 궁을 빠져나왔지. 그렇지. 나는 이제 왕이 될 몸. 너를 좋아해도, 너를 억지로 중전 자리에 앉힌다고 해도 어쨌든 여자를 품에 안고 나의 아이를 낳게 해야하는 거겠지. 아무리 네가 그러든 말든- 이라고 생각한다해도 저부터가 불쾌했어.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에게 어찌 입을 맞추고 품에 안는단 말인가. 세자 자리를 버리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 한숨을 푹 내쉬고 제 방이 있을 궁으로 발을 옮겼어. 네가 일어났다면 같이 아침을 먹고 싶었지.)

10년 전
대표 사진
탄소283
글쓴이에게
(막막한 기분이었어. 잠든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감긴 눈에서 코로, 코에서 입술로 시선이 옮겨 가고 눈을 뗄 수가 없게 되었을 때 한참 동안이나 너를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던가. 입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 순간 내가 왜 그런 생각이 들었나, 나조차 놀라 이유를 찾다 보니 나온 결론이 그거였어. 내가 너를 좋아하는구나. 지금껏 나는 불행 속에서 살아야만 생각하고 있었어. 이렇게 불행하게, 너를 미워하면서도 도망치지 못하고, 너도 죽이지 못하고 나도 죽이지 못하는 채로 살며 평생 속죄해야 할 것 같았어. 한데 네 품에서 눈물과 함께 그런 생각들을 쏟아내고, 나를 미워할 것이라 지레짐작했던 형님의 따뜻한 목소리를 들은 탓인가. 너를 좋아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무의식적으로 부정하던 것을 깨달았을 때의 허탈감이란. 밤새 뒤척이느라 새벽이 다 되어 잠에 든 탓에 또 너와 같은 시간에는 일어나지 못하고 아침을 먹을 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눈을 떴어. 차라리 다행이었지. 안도하면서도 아쉬워하는 제 자심이 한심해 한숨만 푹푹 내쉬던 제 뒤로 갑자기 불쑥 나타나 무슨 일이라도 있느냐며 물어오는 네 목소리가 들리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들어 너를 보았어. 동그래진 제 눈에 네가 더 놀란 듯 자리에 멈춰 서자 그제야 제 바보 같은 행동을 속으로 질책하며 고개를 내젓고 침대에서 일어나, 제가 눈을 뜬 것을 보자마자 궁녀가 준비해준 아침을 먹으러 상 쪽으로 다가가.) 아무 일도 없습니다. 간밤에 조금 심란한 꿈을 꾸었더니... (또 습관적으로 올라오는 한숨을 참아내고 옆에 앉으며 무슨 꿈이냐 아주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너를 흘끔 보았어. 마주친 눈에 후다닥 고개를 숙이고, 어물쩍 넘기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시선은 너를 차마 향하지 못해 음식에 꽂아 둔 채였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냥... (곤란한 기색이 보였는지 더는 물어오지 않는 너에 안도하고 결심했어. 끝이 좋지 못할 것이 너무 뻔해 보이는 일이라고. 어차피 나 하나 입 다물고 있으면 아무도 알지 못할 마음 꼭꼭 숨기고, 다른 이들이 눈치조차 채지 못하는 사이에 곱게 접어 치워버리자고.) ...저하도 아직 아침을 들지 않으신 것입니까? (당연히 먼저 식사를 마친 뒤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젓가락을 집어 든 뒤에야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을 위한 상이 차려져 있다는 것을 깨닫고 너를 보니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여. 내내 잠을 자던 저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른 시간 눈을 뜬 너는 배가 고팠을 텐데. 마냥 웃고 있는 너를 보며 어쩐지 마음을 접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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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83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이냐. (제가 온 것도 모르고 한숨을 푹 내쉬는 네가 걱정되어 물었더니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번쩍 드는 너에 되려 놀라서 눈을 동그마니 뜨고 널 바라보았어. 심란한 꿈을 꿔서 그렇다는 네 말에 같이 상 앞에 앉아서 가지런히 놓인 음식들을 바라보았어. 무슨 꿈을 꿨길래 그럴까. 물어보면 불편해하려나. 속으로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어떤 꿈이냐 물었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고개를 숙이고 더듬거리는 네 모습에 아, 말하기 싫어하는 구나- 라고 단박에 알아채고 입을 다물었어.) 그랬구나. (그저 그렇게 대답을 하곤 젓가락을 쥐었지. 먹음직스러운 밥을 앞에 두고도 아버지가 아프시다는 걸 알아서인지, 널 좋아하는 마음이 하루가 지날수록 점점 커져서 마음고생을 하느라 그런 것인지 요즘은 영 입맛이 없었지. 식사를 하지 않으셨냐는 네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온화하게 웃어보이곤 젓가락으로 밥을 집어 입에 넣었어. 정말 왜 이러지. 밥이라면 복스럽게 먹기로 궁녀들에게 소문이 난 저인데. 밥을 씹으며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가 네 시선이 닿아오는 것에 놀라 단번에 표정을 풀어내고 다시 웃어보였어.) 반찬이 맛있구나. 많이 먹거라. (저와 다르게 다람쥐처럼 볼을 부풀리며 밥을 오물대는 네가 못내 사랑스러웠어. 어느새 제 식사는 뒷전이었고 네가 밥을 수저로 퍼낼 때마다 그 위에 반찬을 얹어주는 것에만 집중했지. 얼떨떨해하다가도 몇 번 밥을 얌전히 받아먹던 네가, 마음이 불편했던 건지 밉지 않게 미간을 살짝 좁히며 저를 바라보는 것에 다른 반찬을 집어주려던 젓가락을 내려놨어. 그리곤 멍청하게 웃어보였지. 그나저나 어제 달을 보러 갔을 적만 해도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왜 오늘은 또 이렇게 어색한 거지. 네가 날 어색하게 대한다는 것이 피부로 생생하게 느껴져서 가슴이 더 아팠어. 나만의 착각이었구나. 조금 시무룩한 생각도 들었지. 오늘도 달구경을 하자고 해야하나, 하고 제 딴엔 심각하게 고민을 하다가 제 밥그릇을 내려다보는 네 시선에 저도 고개를 내려 밥그릇을 바라보며 입을 열어) 불편했다면 미안하구나. 잘 먹는 것이 보기 좋아서. (어물거리며 네게 변명을 하다가 밥그릇을 앞으로 밀어냈어.) 더 먹거라. 별로 생각이 없구나. 다음 일을 하기 전에 산책이라도 다녀와야겠구나. 요즘 날씨가 많이 풀렸단다. (산책이라도 다녀오라는 듯한 말투로 네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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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89
글쓴이에게
(그냥, 네가 제게 반찬을 챙겨주느라 네 밥을 먹지 않는 것 같아서 걱정한 건데. 웃는 모습이 어설픈 게 네가 주는 반찬을 제가 싫어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 하지만 밀어내기로 마음을 먹은 이상 굳이 너에게 그것을 설명할 필요는 없었어.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게 잘 된 일이라면 잘된 일이었지. 분명 그럴 터인데 어딘가 우울해진 네 모습에 제 속이 상해. 차마 자리에서 일어나는 너를 잡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어. 네가 가자마자 뚝 떨어진 입맛에 젓가락을 내려놓았지. 평소라면 같이 가자고 얘기하지 않았을까, 내가 밀어내니 혼자 산책을 다녀오라고 얘기한 거겠지. 네 딴에는 배려였겠지만 속상한 건 어쩔 수 없었어. 제가 자초한 일인데 제가 이러고 있는 게 우스워 고개를 내저으며 네 말대로 산책이나 하려 몸을 일으키는데, 침전을 나서는 제 뒤로 사람들이 붙는 것이 보였어. 아, 맞아. 뒤늦게 신하들을 대동하고 산책을 가도록 했던 네 이야기가 기억이 났지. 하지만 신하들과 함께 산책을 간다면 산책을 가는 의미가 없었어. 결국 다시 돌아와, 침대에 누워 또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다 잠이 들었지. 잠이 들어 있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었으니 좋은 것이라 그렇게 생각했는데 너는 저를 꿈속에서조차 놔둘 생각이 없었나. 길지 않은 꿈에는 네가 나와, 손을 잡고, 입을 맞추고, 저를 품에 안았어. 번뜩, 눈을 뜨자 이른 시간부터 기울기 시작한 해가 길게 노을을 침전 안으로 비추고 있었고, 궐 안은 조용했지. 아마 제가 산책을 나가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제 할 일들을 하러 간 것 같았어. 붉어진 얼굴을 애써 한 손으로 가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하니, 물론 여전히 침전 앞을 지키고 있는 신하와 궁녀들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그 수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것에 안심하고 조용히 걸음을 옮겨 침전을 빠져나와. 어차피 멀리 갈 생각은 없었어. 네 외삼촌을 만나면 도망을 갈 수 있는 거리. 딱 그만큼만. 뒷길을 발견하기 전에는 늘 돌아다니던 침전의 뒤뜰을 찾아가 구석에 쭈그리고 앉았어. 찬바람을 좀 쐬니 화끈하게 달아올랐던 몸이 좀 식는 것 같아. 아직 차갑게 얼어 딱딱한 땅을 손끝으로 꾹꾹 누르며 마음을 진정 시키다 손이 시려 얼른 소매 속으로 집어넣었지. 언제쯤 봄이 와 이곳에 꽃이 피려나. 벚나무에 꽃이 한가득 피면 그걸 너와 함께 보러 갈 수 있을까. 그러려면 우선 이 마음부터 정리를 잘해야 할 텐데. 한숨을 내쉬며 저하, 하고 작게 중얼거렸어. 역시 혼자 나오는 것이 편해. 신하들과 함께 나왔더라면 마음 편히 너를 불러 보지도 못했겠지. 죄 없는 나뭇가지를 자꾸 검지로 툭툭 건드리며 저하, 하고 네 이름을 속닥거려. 부르고 싶었던 만큼 소리 내어 중얼거리면서도 주변을 둘러보기를 늦추지 않았어. 신세 한 번 참. 바닥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면서도 방 안에 꼼짝도 않고 누워있을 때보다는 속이 조금 편해지는 듯했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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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89에게
(산책을 나갔다가 바로 일을 하러 갔기 때문에 방에 들려 널 또 보고 가는 일은 없었어. 그저 밥 잘 먹고 있겠지- 하고 생각할 뿐이었지. 다친 팔도 거의 다 나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일을 마친 후에는 오랜만에 검을 잡았어. 오랜만이라 걱정했지만 다행히 검은 제 손에 딱 맞아떨어졌지. 흐뭇하게 웃으며 검을 들고 수련을 했어. 날이 풀려서 그런지 더욱 땀이 잘 나는 것 같았지. 헉헉대며 호흡을 가다듬은 뒤 검을 집어넣었어. 제게 땀을 닦을 천과 물을 주는 궁녀에게 다정히 웃어보였어.) 고맙구나. (얼굴이 붉어진 채 물을 마시는 제 얼굴을 정성스레 닦아주는 그녀를 위해 살짝 허리를 굽히고 있다가 저 뒤에 있는 너를 발견했어. 산책을 하다가 여기까지 온 모양이지. 동궁전과 무술관은 그리 멀지 않으니까. 궁녀에게 이제 되었다고 어깨를 토닥여주곤 주인을 본 강아지 마냥 반갑게 너에게 다가갔어.) 산책을 하는 중이었나보구나.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너에게 마냥 웃어주다가 내 뒤에 서있던, 제가 어깨를 두드리기도 하고 꽤나 가까이 붙어 제 땀을 닦아주던 궁녀를 돌아보는 모습에 괜히 제 발이 저려 손사래를 쳤어.) 그냥, 그냥 땀을 닦아주러 온 것 뿐이다. 그저 궁녀일 뿐이구나. (네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고 너는 신경도 쓰지 않을텐데 그냥 너에게 저 여자와 엮여 오해를 사긴 싫어서 부정의 말들을 뱉어냈지. 아까와 같이 작게 고개만 끄덕이는 널 살짝 울상을 짓고 바라보고 있었어. 날이 풀렸다곤 하지만 아직 눈이 녹지도 않은 날씨에 땀을 뻘뻘내고 겉옷도 입지 않은 저에게 안절부절하며 궁녀들이 달려와 제게 겉옷을 입혀주었어.) 더운데... (옷을 입히고 물러간 궁녀들이 아닌, 내 앞에만 있는 너만 들릴 정도로 투덜거렸어. 아이같이 투정을 부리는 제 모습에 네가 의외라고 생각한 건지 눈을 동그마니 떠내자 모른 척 시선을 돌리며 네 손을 잡았다 놓았지.) 내가 너무 눈치없이 굴었구나. 더 산책하다 가거라. 먼저 동궁전에 가있겠다. (부드럽게 웃곤 그대로 몸을 돌리려다 아직도 제 앞에 서있는 널 보며 용기를 냈어. 손을 뻗어 보드라운 네 볼을 쓸어내렸다가 신하들도 다 보는 곳에서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급히 손을 내렸지. 어느새 귀가 빨갛게 달아올라있었어.) 아...어, 미안하구나. (저하, 미안하다는 말을 함부로 하시면...! 또 저를 나무라는 신하의 목소리를, 그리고 나를 바라보던 네 시선을 피해 빠르게 성큼성큼 발을 옮겼어.) 달구경 가자고 하려 했는데... (네가 보이지 않고 나서야 걸음을 늦추며 혼자 중얼거렸지. 괜찮아. 네가 궁으로 왔을 때 다시 말하면 되니까. 사람을 좋아하는 건 힘든 일이구나. 작게 한숨을 내뱉었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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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92
글쓴이에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너를 마주친 것도 당황스러운데, 네 옆에 서 있는 궁녀와 다정한 모습을 보게 되자 심장이 쿵 내려앉아 당황스러운 티를 내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어. 다행히 곧장 네가 더 당황한 얼굴로 손까지 내저으며 해명을 해주어 마음을 놓긴 했지만 우스운 일이지. 저 혼자 포기하겠다고 해놓고 이렇게까지 마음을 쓰고, 질투까지 하는 모습이라니. 복잡한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 가만히 서서 네가 하는 말을 듣기만 하고 있던 제 앞을 할 말이 끝났는지 그만 지나쳐 가려던 네가 굳이 걸음을 멈춰 서서 제 볼을 쓸어내리자 열기가 훅하고 올라왔어. 그것을 네게 들키지 않으려 부러 더 태연한 척 시선을 네 눈이 아닌 다른 곳에 맞췄어. 가무잡잡한 피부가 고마울 따름이었지. 네게 제 붉어졌을 게 뻔한 얼굴을 보이지 않을 수 있었으니. 다행히 저보다 더 부끄러워하던 네가 급하게 사라진 후에야 참던 숨을 길게 뱉으며 옆의 나무줄기를 붙잡고 주저앉았어. 그런 꿈을 꾼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네 얼굴을 마주하려니, 자꾸만 장면들이 겹쳐 어찌나 심란하던지. 슬슬 돌아가려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들어가기도 난감한 상황이야. 결국 힘이 풀린 다리로 제 몸을 지탱하고 서 있는 것도 힘들어 땅에 엉덩이를 붙이고 주저앉아 멍하니 해가 다 저물어가는 하늘을 바라보았어. 곧 깜깜해지겠다. 저 해가 다 사라질 때까지만 밖에서 버티고 있을 생각으로 하염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다 해가 그 모습을 감추자마자 빠르게 어두워져 가는 하늘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동궁전으로 향해. 부러 걸음을 느리게 했는데도 빨리 도착해버린 동궁전 앞에 서서 머뭇거리다 안으로 들어가니 책상에 앉아 있던 네가 보여. 제가 온 줄 몰랐는지, 아니면 바빠서 그런 건지. 고개도 들지 않고 무언가를 읽는 데에 몰두해 있던 너를 불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조그맣게 소리 내어 너를 부르는) 저하. (휙 고개를 돌리는 너에 되려 놀라 주춤하다 뒤늦게 돌아왔다 말씀을 드리려... 하고 말끝을 흐리며 말을 덧붙이고는 침대로 가 앉으려다 바닥에 주저앉아버려 제 옷이 더러워졌을 것이라는 걸 뒤늦게 기억해내. 갈아입을 옷이 필요한데 네게 옷을 더럽혀 새 옷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기가 부끄러워 문가에 서 있던 궁녀에게 시선을 돌리는) 갈아입을 옷이 필요한데, 가져다주실 수 있으십니까. (짧게 알았다는 대답을 남기고 새 옷을 가지러 물러나는 궁녀를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니 너와 눈이 마주쳐 다시 한 번 흠칫하고 앉지 못하는 탓에 우두커니 방 한구석에 서서 괜히 창밖만 흘끔거리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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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92에게
(네가 돌아가려 했다는 것도 모르고 너를 배려했다는 생각에 혼자 뿌듯해하고 있었어. 동궁전으로 돌아와 옷을 환복하고 책을 펼쳐 책상 앞에 앉았지. 얼마동안 책을 읽었을까. 점점 노을이 져가더니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창 밖의 풍경에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다 자연스럽게 네 걱정으로 이어갔어. 이리 날이 어두워지는데 어디서 무얼한단 말인가. 얼른 돌아오지 않구서. 책을 보고 있음에도 네 걱정에 글이 보이지 않았지. 그러다 문득 저하, 하는 낮고 고운 네 목소리에 정신이 들어.) 태형아. (작게 이름을 부르니 돌아왔다는 걸 말하려 했다는 네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마를 짚고 픽 웃었어. 걱정에 사로잡혀 책도 안 보고 네가 실제로 온 것도 모르다니. 너에게 정말 위험이 끼치면 어떻게 행동할지가 눈에 훤히 보이는 일이었지. 그 끔찍한 상황에 눈을 꾹 감다가 너를 돌아봤어. 고작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 흠칫 놀라는 너에 한숨이 절로 나왔지. 얼마나 눈 마주치는 것도 어색하고 싫으면 저런 반응이란 말인가.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네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책만 주구장창 들여다보았어. 곧 궁녀가 들어와 네게 새 옷을 건네주고 갈아입는 것을 돕자 네가 분명히 내의를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워져서 책을 파고들듯 더욱 고개를 숙였지. 어쩌면 귀가 더 달아오른 것 같기도 했어. 끄응- 앓는 소리를 내다가 네가 옷을 다 갈아입었는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멎자 뭐라도 대화를 하고 싶어서 고민을 하다 겨우 말을 뱉어. 여전히 시선은 책에 가있는 상태였지.) 오늘 날이 많이 풀렸더구나. 조만간 눈이 다 녹고 차갑지 않은 바람이 불 것이다. 새순이 피어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구나. (고개를 들어 맑게 웃어보이곤 바로 시선을 돌렸어. 네가 자꾸 피하니까 나도 어색한 것 같기도 하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저는 아니지만 혹시 네가 배고플까 싶어 다시 입을 열어.) 배는 고프지 않느냐. (조금 고프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너에 바로 저녁상을 들라 일러. 곧 궁녀들이 상을 들고 왔고 기미상궁이 맛을 보았지. 머리를 조아리고 돌아가는 그녀를 바라보다 널 자리에 앉혔어.) 얼른 먹거라. (아직까지 입맛은 없었지만 그래도 검을 들어서인지 아침보다는 몇 숟가락 더 먹을 수 있었어. 두통과 근심으로 인해 밥맛이 없는 것 같으니 무슨 일이든지 이것들을 묻고 웃을 수 있게 해줄 일이 필요했지. 그 중 제일은 너와 즐거운 나날을 보내는 것이었지만 그게 제일 실현 불가능하니까 접어두고. 사냥이나 나갔다올까. 아니면 오랜만에 벗들을 불러 약주나 하고 올까. 반찬도 없이 밥만 우물거리며 생각에 잠겼어. 둘 다 좋네. 사냥을 나갔다가 술을 마시고 올까. 그렇게 되면 궁에 혼자 있을 네가 걱정이었지만 오히려 너는 그것을 도 편해하지 않을까 싶어 네게 물어.) 궁에...궁에 혼자 있으면 어떠하느냐. 편하고...그렇느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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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98
글쓴이에게
(밥그릇을 거의 다 비울 때까지 아무 말도 없이 멍한 눈으로 어딘가를 응시하더니, 제 쪽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어물어물 이야기하는 모습이 애처로운 구석이 있었어. 순간 진심이 튀어나오려 하던 것을 간신히 참아냈지만 그렇다고 해서 냉정하게 예, 하고 대답하는 건 어려웠던 탓에 어떻게 하면 적당히 넘길 수 있을까 고민하다 조그만 목소리로 대답하는) 때에 따라 다릅니다. (나름 만족스러웠던 제 대답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막 다 비운 그릇 옆에 제 수저를 내려놔. 네 앞의 온갖 반찬들은 아직 조금도 닳지 않았는데 식욕이 없는 건지 너도 저를 따라 수저를 내리려 하는 것에 놀랐어. 오늘 온종일 제대로 된 밥 한 끼 먹지 않아 놓고 저녁까지 이렇게 허술하게 끝내도 되는 건가, 안 그래도 업무를 보느라 바쁠 텐데. 피로가 만연한 기색의 너를 보며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다, 네가 고개를 들어 제 쪽을 바라보자 얼른 아무렇지도 않은 척 표정을 지워. 언제까지 내가 이래야 하는 건지. 차라리 마음이 없다면 친우로 편하게 대할 수도 있었을 것을. 제 대답 이후로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던 네 모습에 괜히 겁이 나. 갑자기 그런 것은 왜 물어본 걸까. 대답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조금 전에는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이 불쑥 고개를 들어 올려. 뒤늦은 의문에 바삐 머리를 굴려 보지만 마땅한 이유가 생각이 나지 않아. 왜, 편하다고 했다면 너는 제 거처라도 옮겨줄 생각이었던 건가. 설마. 연유를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 머뭇거리기만 하다 결국 체념했어. 이미 대답해 버린 것을 어쩌겠나. 완전히 편하다고 대답을 한 건 아니니, 어떻게든 되겠지. 날씨가 좋은 덕인가 환한 달빛이 새어 들어오는 창가를 멀거니 바라보다 어느새 조용히 곁으로 다가와 네게 식사를 마치셨느냐 묻고 상을 물려가는 궁녀를 바라보았어. 낮에 네 땀을 닦아 주었던 궁녀구나. 너는 모르겠지, 얼마나 많은 궁녀들이 네 모습에 가슴 설레 하는지. 네가 환하게 웃기라도 하면 들썩이며 웅성거리는 궐 안의 여인들. 그건 제가 너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 전에도 벌써 알고 있었던 것이었어. 동궁전 안에서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다 보면 제 귀에도 자주 들어오는 것들이었지. 저하가, 저하가, 하며 이곳의 궁녀 대부분의 대화 주제는 너였어. 그렇기에 너와 붙어 있는 모습에 더욱더 질투도 나고, 속도 상하고. 궁녀 중에는 미모가 출중한 어린 여인들이 많으니 언제 네 마음이 그곳으로 옮겨갈 줄도 모르는 노릇이었고... 네가 저를 조용히 부를 때까지도 울상이 되어 버린 제 표정을 눈치채지 못하고 궁녀가 머무르다 돌아간 네 옆자리를 물끄러미 응시하다 퍼뜩 고개를 들었어. 저를 향하는 걱정 어린 눈과 마주치자 괜히 네 옆에 가까이 서서 땀을 닦아 주던 궁녀의 모습이 그 자리에 겹쳐 홧김에 말을 꺼냈지.) 달구경을 가고 싶습니다.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저를 보던 네 눈이 커지는 것에 고개를 숙였어.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 네가 좋아서가 아니라, 혼자가 싫었을 뿐이라고 생각해줬으면. 그렇게 생각하며 울상이 되어 있던 표정을 감추려 고개를 조금 더 깊게 숙이고 네 시선을 외면하며 작게 덧붙였어.) 한데, 혼자 가는 것은 무섭습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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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98에게
때에 따라 다르다... (네가 한 말을 따라 읊으며 고개를 끄덕였어. 그럼 하루 쯤은 혼자 있어도 되려나. 수저를 내려놓는 너를 따라 수저를 내려놓고 식사를 마치셨냐는 궁녀의 물음에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 한참은 남은 밥을 바라보며 말은 못하지만 못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궁녀에게 더 입맛이 없다는 걸 표현하려 엉덩이를 뒤로 길게 빼어 앉아 상과 거리를 두었어.) 공부를 하며 간식을 주워먹었더니 입맛이 영 없구나. 배가 차서 그런 모양이야. (사실도 아닌 거짓으로 궁녀를 달래고 그녀가 상을 가져가자 멍하게 바닥만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너를 바라봤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너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조심스럽게 너를 불렀어.) 태형아. (아까처럼 놀랄 정도로 고개를 쳐드는 너에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자니 갑작스레 달구경을 가고 싶다는 말에 눈을 깜빡거렸어. 내가 하고 싶던 말을 네 입에서 듣게 되다니. 서로 통하기라도 한 것 같아 바보처럼 실실 웃을 뻔 했지. 죄를 지은 것 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혼자 가는 것은 무섭다는 네 말에 방긋 웃어버렸어.) 그럼 나랑 같이 가자꾸나. (곧바로 궁녀들을 불러 따뜻한 옷을 입게 한 뒤 여전히 제 눈을 마주치지 못하며 제 뒤를 따르는 네가 이상해 걸음을 우뚝 멈춰버렸지. 갑작스런 움직임에 네가 콩 내 등에 머리를 박아왔어. 부딪힌 머리를 잡으며 고개를 드는 너에게 얼굴을 바짝 붙여 물었지.) 내게 잘못한 것이라도 있느냐? 아니...네가 날 어색해해서 피한다기보단, 뭔가 분위기가 달라서 말이다. (어차피 나와 같이 있기 싫어하는 거니까 똑같으려나. 잠시 그렇게 생각하다가 어깨를 으쓱이며 웃어버렸어.) 아니라면 미안하구나. 그치만 네가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널 나무랄 생각은 없으니 그렇게 풀 죽어있지 말거라. (네 볼을 쓸어주고 다시 등을 돌려 먼저 걸어갔어. 이미 눈은 군데군데 많이 녹아 땅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지. 봄이 오는 구나. 바람도 저번보단 사납게 느껴지지 않았지. 천천히 뒷산에 오르다가 그래도 네게 말은 해둬야지 싶어서 앞을 바라본 채로 입을 열어 네게 말해.) 내일은 사냥이나 나갔다올까 싶구나. 오랜만에 벗들도 좀 만나고...하루종일 궁을 비워두겠구나. 혼자 있는 네가, (걱정이라고 덧붙이려다 잠시 말을 멈춰. 벌써 밝게 빛나는 달빛을 바라보며 다시 말했지.) 혼자 있는 시간동안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편안하게 있었으면 좋겠구나. 너도, 나도 머리를 비울 필요가 있어. (마음도 비우고. 아무리 네게 고백을 한 이후로 그닥 관계의 발전을 생각하고 있진 않았다지만 하다못해 거절조차도 하지 않는 너에 쓴 웃음이 나왔었지. 알아서 꺼지란 소린가. 네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었고 아버지의 말씀대로 저는 대를 이을 자손을 낳아야하는 세자였지. 그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 이상은 내게 주어진 숙명일 거야. 그렇다고 네가 임신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숨을 푹 내쉬고 네가 잘 올라오는가 싶어서 슬쩍 널 돌아봤어.) 조심해서 올라오거라. 그래도 길이 녹아 저번보단 평탄하구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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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02
글쓴이에게
(분위기가 다르다니. 잘못한 일이 있느냐니. 생각보다 훨씬 네 눈치가 빠른 건지, 아니면 제가 티를 많이 낸 건지. 급히 아니라며 고개를 젓고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뒤를 따라. 이번에는 설렌 탓이 아니라 긴장한 탓에 정신없이 뛰는 심장에 얼굴색이 하얗게 질렸지만, 다행히 달빛에 덮여 크게 티가 나지는 않을 듯했어. 간신히 두근대던 심장을 진정시키는 데 성공했나 싶더니 뒤를 이어 들려오는 네 말에 다시 한 번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숙였던 고개를 번쩍 들었어. 종일 궁을 비운다는 건 종일 너를 볼 수 없다는 건가. 순식간에 풀이 죽었지만 이미 한 번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는 네 말을 들은 뒤라 그런가, 제대로 티도 내지 못하고 꼭꼭 감추며 속에서만 앓아. 아, 마음 편히 종일 곁에 붙어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라면 얼마나 좋을까. 부질없는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 산을 올라가. 뒷산이 워낙 완만하고 낮은 데다 오늘은 길도 녹아 미끄럽지 않으니 올라가는 길이 꽤 수월한데도 중간중간 뒤를 돌아봐 저를 확인해주는 너를 볼 때마다 설레는 건 어쩔 수가 없어. 더 들키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도 쉴 새 없이 너를 훔쳐보며 산을 올라, 얼마 지나지 않아 꼭대기에 도착해 달을 올려다보는 너보다 한 발자국 뒤에 서서 원 없이 네 얼굴을 바라보았어. 달이 참 밝구나, 하고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쿵 심장이 내려앉아,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이고 네가 제 쪽을 쳐다보기 전에 저도 달 쪽으로 고개를 돌려. 소원을 이루어준다던 동그란 보름달이 뜨는 날은 벌써 하루 지나 버렸지만 오늘 뜬 달도 보름달이라 하면 믿을 정도로 둥글어. 두 손을 꼭 모으고, 조금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어제와는 또 다른 소원 하나를 빌어. 이뤄질지, 이루어지지 않을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빌고 봅니다. 연모하는 상대와 지금보다 못한 관계만 되지 않을 수 있게 해주세요. 이 이상도 물론 좋지만 분에 넘치는 욕심은 화를 부른다 하지 않았습니까. 굳이 바라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이 관계가 깨지지 않기를. 딱 그것만 속으로 열심히 빌고는 지그시 감고 있던 눈을 떠 달을 올려다보며 다시 한 번 빌고 환한 달빛을 받아 보이는 뒷산 밑의 동네 풍경을 구경해. 날이 좀 따뜻해졌다고, 몸이 식는 줄도 모르고 한참 그 자리에 서서 구경을 하다 꽤 시간이 지난 뒤에야 먼저 내려가는 게 어떻겠느냐는 말을 꺼내오는 너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는) 그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 내려가면 잠이 들고, 내일이 오면 너는 벗들과 사냥을 떠날 거고, 그럼 나는 그날 종일 네 얼굴을 보지 못하겠지. 암담해진 얼굴로 뒤를 졸졸 따라 산에서 내려가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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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02에게
달이 참 밝구나. (하얗게 빛나는 달은 어제보다 조금 깎여있었지만 그래도 빛이 더 죽은 건 아니었어. 환한 달빛을 보다가 슬쩍 너를 돌아보았지. 하얗게 빛을 받아 부서지는 얼굴이 아름다웠어. 두 손을 꼭 모으고 뭔가를 간절히 비는 네 모습에 그 소원이 무엇이냐 묻고 싶었지만 제가 듣고 싶지 않은 말이 나올까 무서워서 겁을 먹고 입을 다물어. 달님, 태형이가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살게 해주십시오. 어떤 방식으로도 좋습니다. 아이가 제게 떠나고 싶다고 하면 그렇게 해주겠습니다. 그것이 저 아이를 위한 길이라면 기꺼이. 하지만 달님, 혹시나. 혹시나 태형이가 저와 있고 싶다고 하면. 그러면... 눈을 꾹 감고 고개를 숙이고 소원을 빌다가 차마 뒷 말을 잇지 못하고 눈을 뜨며 고개를 들었어. 네가 그렇다면 나는 온 마음을 다해 널 사랑할 것이었어. 내 곁에 남고 싶다고 하는 너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제 내려가는 게 좋겠구나. 바람이 차다. (볼을 따갑게 때려오는 바람에 먼저 말을 건넸더니 그러자며 제 뒤를 졸졸 따라오는 네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산을 내려가. 아까는 그렇게 어색해하고 같이 있기 싫어하는 것 같았는데 또 달을 보고 나니 고분고분, 얌전히 대답해오는 너를 종잡을 수 없었지. 달에 무슨 힘이라도 있단 말인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다시 휘영청 뜬 달을 바라보다가 네가 의아한 표정으로 저하, 하고 저를 불러오자 너에게 시선을 돌렸어. 달빛을 등으로 진 네가 후광을 받아 번쩍번쩍 빛났지. 그 모습이 마치 선녀같이 고와서 넋을 잃을 뻔 했다가 그저 부드럽게 네게 웃어주었어) 달에게 고맙구나. (너와 이렇게 산책도 같이 하고 대화도 하고 소원도 빌고. 그 주체가 모두 달인 것에 고맙다고 말을 했건만 너는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어. 깊게 생각하지 말고 이제 가자는 듯 네 손을 살짝 잡아 끌곤 네가 발을 움직이자 손을 놓아주었지. 한 편으론 어이가 없었어. 이렇게 너와 가까워져서 달에게 고맙다고 말까지 하면서, 내일부터 마음을 접을 생각을 하다니. 모순적이었고, 한심해보였지. 널 마음에서 어떻게 비워낼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졌어. 널 내가 어떻게.) 내일 혼자 있을 궁에선 무슨 일을 할 것이냐. 나랑도 별 것을 하지는 않았지만...그래도 혼자 남은 네가 심심해할까 걱정이구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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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05
글쓴이에게
(그러게. 내일은 무엇을 하는 게 좋을까. 어차피 세자로서의 본분을 다해야 하던 너와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는 건 평소에도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식사 정도는 같이 할 수 있었는데. 내일은 그것조차 못 하겠지. 종종 낮에 굳이 시간을 내서 들를 필요가 없는 동궁전에 들러, 대답도 하지 않는 나에게 간간이 말을 걸어주기도 했었는데. 너와 함께 보내지 못할 하루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우울해지는 속과는 달리 담담한 목소리로 느릿하게 대답하는) ...원래 낮잠을 자주 잡니다. 그러니 졸리면 낮잠을 자고, 그리고, 산책도 하고... (그리고, 더 한 일도 없고 할 일도 없는데. 뚝 말이 끊기자 제 쪽을 돌아보는 너를 외면해. 할 일이 이렇게나 없다는 것이 창피했어.) 그냥, 그렇게 보낼 생각입니다. (더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티 내듯이 입을 꾹 다물고 앞을 바라보니 너도 잠시 동안 제게 머무르던 시선을 떼어내고 앞을 보며 걸어 동궁전으로 향했지. 그 뒤로 별다른 말 없이 걸음을 옮겨 동궁전에 도착하자마자 받아져 있던 따뜻한 물로 간단하게 얼굴과 손, 발 등을 씻고 침대로 가 누웠어. 곧 제 뒤를 따라 옆에 눕는 너에, 저절로 고인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애써 눈을 감아.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을 보기라도 할까 눈을 더 꼭 감고 경직된 채로 있었어. 괜히 낮잠을 자서 그런 낯부끄러운 꿈을 꾸는 바람에 옆에 누워 있는 네가 평소보다 더, 자꾸만 의식되었지. 다행히 작은 촛불 하나만이 방 안에서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에 제 붉어진 뺨이라던가 미묘하게 굳은 얼굴을 눈치채기는 힘들 것 같았어. 너와 내가 누운 것을 확인한 궁녀 하나가 들어와 후, 하고 그 불마저 끈 뒤에는 더더욱 알아보기 어려워졌지.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작게 내쉬고 눈을 어둠에 익게 하기 위해 여러 번 깜빡였어. 그래야 네가 잠든 뒤에라도 네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을 테니까. 그나저나,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네 숨소리를 듣자니 자꾸만 솜털이 바짝바짝 서는 게 어째 긴긴밤이 될 것 같다는 불안한 예감이 자꾸만 드네. 그리고 예상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들이 맞았어. 내일 너를 볼 수 없으니 지금이라도 보라는 뜻인가 보다. 그리 생각하고 혹시나 네가 깰까 걱정이 돼 고개조차 돌리지 못해 눈동자만 간신히 굴려 네 옆모습을 밤새 바라보다 까무룩 어느 순간 잠이 들어버렸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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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05에게
(그냥 그렇게 보낼 생각이라며 더이상 말하기 싫어하는 너에 가만히 고개만 끄덕이고 더이상 말을 붙이지 않았어. 그 길로 동궁전에 돌아와 손발과 얼굴을 씻고 환복을 한 뒤 침대에 누웠지. 처음엔 할 것이 없어보이니 널 데리고 눈구경이나 다녀올까 싶었지만 애초에 너에 대한 마음을 접어가자는 취지로 사냥도 가고 벗들도 만나는 것이었기 때문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고개를 내저어 생각을 털어버렸지. 침대에 천장을 보고 누워선 옆에서 들리는 네 호흡소리에 맞춰 눈을 깜빡이다보니 어느새 잠이 들어버렸어. 잘 자거라, 내 태형아. 처음이자 마지막일, 속으로 하는 인사를 마치고 금방 잠이 들었지. 그리고 아침이 밝았어. 부스스 눈을 떠보니 아직 새벽인지라 조금 어두운 하늘과 짹짹거리는 새소리가 들려왔지. 여전히 곤히 잠을 자고 있는 네 말간 얼굴을 내려다보다 자리에서 일어났어. 옷을 갈아입고 부모님께 문안인사를 드린 뒤 아직도 너처럼 꿈나라인 정석의 얼굴도 살폈지. 너의 형에게도 짧게 인사를 나누고 동궁전으로 돌아왔어. 사냥을 갈 채비를 마쳐도 일어날 기미가 없는 너를 계속 눈으로 훑던 내가 신경쓰였던 건지 궁녀 한 명이 깨워드릴까요? 하고 물어오기에 냉큼 고개를 내저었어.) 깨우지 말거라. 더 자게 하는 것이 좋겠구나. (어제 늦게 잔 걸까. 잠이 왜 안 왔을까 하고 너를 걱정하다가 이불을 목까지 올려 잘 덮어주고 궁을 나섰어. 말을 타고 활도 쏘고 토끼도 잡고 벗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 가끔 네가 밥을 먹고 있을지 걱정이 됐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네가 많이 생각나진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됐어. 하지만 일은 저녁에 벌어졌지. 저는 간단히 친구의 집에서 다같이 술을 마시려고 생각했는데 아니 글쎄 벗들이 더 재밌는 곳이 있다며 저를 기생촌으로 데려간 거야. 물론 선비처럼 입은 덕에 벼슬자리를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제 얼굴을 아는 사람은 없을테였지만 그래도 가슴이 쿵쾅거렸지. 단 한 번도 여자들이랑 술을 마셔본 적도 없고 기생촌이라면 더더욱 와보지 않았으니까. 술에 잔뜩 취해 기생들의 치마폭 안에 들어가 야릇한 소리를 내기도 하고 이미 둘이 같이 방을 나서거나 급하게 기생을 탐하는 자들도 있었어. 반대로 저는 제게 붙어오는 기생들을 밀어내며 애써 정신을 붙잡고 술만 들이키고 있었지. 머리가 알딸딸했지만 이 꼴을 더 보고 싶지는 않았어. 그들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지. 이 놈들은 정리하고 다른 벗들을 만나야겠구나. 얼마 없는 제 인간관계를 머리로 헤아려보며 제 바짓단을 잡고 늘어지는 기생을 쳐내고 말을 타고 궁으로 돌아왔어.) 태형아... (너를 잊으려고 갔건만 결국 널 잊지 못했어. 기생들이 제 몸을 더듬어오는 손길에 자연히 너를 떠올렸기 때문이야. 그리고 분내와 독한 향이 가득한 그녀들의 내음을 네가 없애주길 바랐지. 이런 향이 아니라 네 체향이 내 몸에 머물렀으면 했어. 너에 대한 마음을 접겠다던 생각은 이미 하늘에 곱게 날려버린 뒤였고 머릿속에는 널 보자마자 끌어안을 거라는 생각이 가득 들어차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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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신경쓰지 마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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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09
글쓴이에게
(너무 늦은 시간에 잠이 들은 탓인가 눈을 떠 보니 벌써 해가 중천에 떠 있었어. 네가 없는 하루를 조금 더 짧게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 다행인 일이었지만, 반대로 종일 궐을 비울 네 모습을 아침에 보지 못해 섭섭한 하루였지. 어쩌겠어. 다 제가 늦잠을 잔 탓인데. 그나마 자기 전에 실컷 네 얼굴을 봐둔 것을 위안으로 삼으며 하루를 평소처럼 대충 흘려보냈어. 가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러다 침대 위에 누워서 뒹굴대는 것도 허리가 아파서 못 해먹겠다 싶어서 노을이 질 때쯤 산책을 나가기로 했는데. 동궁전을 벗어나 뒷길에 들어서자마자 후회했지. 아, 나는 뭘 해도 안 되는구나. 그냥 죽은 듯이 방 안에 누워 있을걸. 누굴 기다리기라도 하는 건지 뒷길에서 서성이던 외삼촌을 보자마자 급하게 뒤로 돌았지만 손목을 붙잡히는 게 먼저였어. 질색을 하며 밀어내려 애쓰는 저를 무시한 채 턱을 붙잡아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보는 손길은 모욕적이기까지 했어. 끝까지 밀어내려 하는 제 손목을 절대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 억세게 붙잡고 드러난 목 언저리에 얼굴을 깊게 파묻어 숨을 들이쉬자 소름이 척추를 타고 올라와. 누구도 저를 그렇게 함부로 대하지 않았고, 누구도 제 몸을 함부로 만지는 일이 없었는데. 그것도 저렇게 노골적인 의도로는 더더욱. 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도 잇지 못하고 굳어 있던 제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이 슬금슬금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떨리는 손을 들어 사내를 밀어냈어. 너의 외삼촌이라면서 너와는 어떻게 저렇게 뼛속부터 다를 수가 있는 건지. 밀려나지 않고 단단하게 버티며 서 있던 사내가 볼을 쓸어내리며 뭔가를 이야기하는데 식은땀까지 맺힐 정도로 긴장한 제 귀에는 잘 들어오지 않아. 멍한 표정을 발견한 건지 크게 터지는 웃음소리에 귀를 막는데 기어이 귀를 막은 손까지 끌어내리며 하던 말을 이어. 뭐라고 했더라, 꼭 저를 데려가고야 말겠다고 했던가. 어차피 너는 대를 이을 자손을 낳아야 하는 몸이었고, 곧 다른 여자를 찾게 될 거라고. 오늘은 감칠맛 나지만 이만 하고 곧 다시 보자며 뭐라 했던 것 같은데 자세히는 듣지 못하고 사내가 떠난 뒤에도 그 자리에 후들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지탱하고 서서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급히 동궁전으로 걸음을 옮겼어. 몇 번이고 무릎에 힘이 풀려 휘청이는 몸을 겨우 이끌고 동궁전으로 들어가자마자 네 체취가 남아 있는 침대로 들어가 이불 속에 몸을 파묻었지. 살이 벌게질 때까지 사내가 건드렸던 곳들을 닦아내듯 쓸며 안 그래도 식은땀에 젖어 있던 몸이 더 젖어 들어가던, 말던 이불 속에 푹 파묻혀서 벌벌 떨며 시간을 보냈어. 네가 오면 얘기할 수 있을까. 삼촌이 저를 건드렸다고? 겁이 나서 얘기할 수 없었어. 제 잘못이 없는데도 제대로 밀어내지 못한 저를 탓할까 봐. 설령 그러지 않는다 해도 제가 창피했고 제 자존심이 상했고, 세상 누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런 얘기를 할 수가 있겠어. 이불 속에서 무릎을 한껏 끌어안고 그사이에 얼굴을 파묻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고, 저녁도 먹지 않은 채 그 상태로 쭉 앉아 있다 밤이 깊어서야 동궁전의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누군가의 발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어. 이불을 슬그머니 걷자마자 어둠에 익은 눈앞에 보인 건 하루를 보지 못했는데도 며칠 만에 본 것처럼 반가운 네 모습이었어. 어딘가 비틀대는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기 무섭게 저를 본 네가 다가와 와락 저를 끌어안고, 저는 그 안에 갇혀. 동시에 훅하고 풍겨오는 분 내음과 술 냄새, 옅어진 네 체취에 멈칫하던 것도 잠시 따뜻한 네 품에 안겨 있자니 낮에 당했던 모욕이 생각나 결국 울컥하고 울음을 터뜨려. 술에 취한 듯한 네게 들키지 않도록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로 멈출 줄 모르고 흘러나오는 눈물을 흘려보내며 네 몸에 밴 이 냄새는 뭘까 생각해. 여인의 향과 술 냄새. 예상이 가는 곳이 있기는 했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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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10
309에게
벗과 함께 있다 온다더니, 그런 곳에도 갔었던 건가. 가슴 한구석이 저려 오는 듯해. 오늘은 네 품에서도 위로를 받는 것이 힘들었어. 무너지듯 네게 기대 힘에 부칠 정도로 펑펑 눈물만 쏟아내며 간신히 입술을 깨물어 소리를 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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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헛 저 길이 신경 쓰는 거... 티낫서여...? (쿨럭) 이번엔 신경 쓴 거 아닌데 쓰다 보니까 어마무시하게 길어졌네요ㅠㅠㅠㅠㅠ 쓰이냐말로 길이 신경 쓰지 마요 너무 길게 써서 미안해요 8ㅁ8 엉어ㅇㅇ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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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10에게
(분내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어. 술을 마신데다 분내에 머리가 어지럽고 말을 타서 몸이 움직이다보니 속이 울렁거렸지. 하지만 그것은 곧 널 끌어안자마자 천천히 사라져갔어. 네가 우는 줄도 모르고 어지러운 머리를 네 어깨에 기댄 채 네가 으스러져라 꽉 끌어안았지. 품에 감겨오는 몸이 마음에 들었어. 달달하고 은은한 네 향을 진정제 마냥 맡고 있으려니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왔어. 그리고 그제야 네가 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 제 어깨부근이 축축하게 젖어드는 것에 깜짝 놀라 네 허리를 잡고 널 품에서 떼어내. 우는 얼굴을 보이기 싫은 건지 고개를 푹 숙이고 소리도 없이 눈물만 툭툭 떨구는 네 모습에 가슴이 저릿했어. 촛불에 비친 눈물이 떨어지며 밝게 빛났어.) 태형아, 태형아. 왜 우는 것이냐? 응? 무슨 일이 있던 것이냐. (네 양 뺨을 부드럽게 손으로 감싸쥐고 얼굴을 들어올렸어. 눈물에 젖은 얼굴을 실제로 확인하고 나니 더욱 가슴이 저렸지.) 누가 널 울린 것이야. 감히 누가 널... (누군가 널 울렸다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어 널 꼼꼼히 살펴. 손목과 목, 턱이 어디에 거세게 부벼진 듯 빨갛게 올라와있었지. 누가 괴롭히기라도 한 건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아 혼란스러운 표정만 짓고 있다가 문득 떠오르는 한 사람에 표정을 굳혀. 제 외삼촌. 널 처음 봤을 때부터 널 탐내고 널 데려가겠다고 하던 그. 혼자 있는 너에게 접근해 원치 않는 스킨십을 했다는 걸 어렵지 않게 유추해낼 수 있었어. 그 자가 결국. 아마 빨갛게 쓸린 자국은 그 사람의 손길이 닿았던 곳을 네가 아플 정도로 벅벅 문지른 탓이겠지. 그래도 눈에 띄게 험한 꼴을 당한 것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었어.) 내가 또 너에게 아픔을 줬구나. (내 피붙이가 너에게 아픔을 줬으니 그건 내가 준 거나 마찬가지였어. 나를 만나지 않았으면 그 사람을 만날 일도 없었을 테니까. 아니, 애초에 너의 나라를 파멸시킨 우리 아버지가 문제였으려나. 파도처럼 덮쳐오는, 너의 나라를 무너뜨린 것과 널 지켜주지 못했다는 종류의 죄책감. 그리고 아픈 너를 바로 돌봐주지 못한 것에 대한 것도. 양 뺨은 쥔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눈가를 닦아주며 널 다시 품으로 끌어당겼어.) 미안하구나. 혼자 둬서 미안해. 이런 꼴을 당하게 해서 미안하다. 날 만나기 전에 너는 행복했을 터인데, 날 만난 후로 험한 꼴만 당하는 너에 할 말이 없구나. 내가 널 곁에 두려고 했던 것이 욕심이었는지도 모르겠구나. (널 다른 곳으로 보내줘야할까. 적어도 아버지나 어머니 곁이라면 더욱 안전하겠지. 조금 더 제가 부탁을 드려서 최측근 신하로 들일 수 있게 하면 움직이지 않을 땐 궁에 있고 움직일 적엔 아버지와 있을 터이니 제 외삼촌이 까불거리며 덤벼들 일이 없을 터였어. 널 놓아줘야 되는 거구나. 아무리 병약하다고 해도 아버지는 왕이니까. 널 잠시 품에서 떼어내고 젖은 얼굴을 바라보다 옅게 웃어. 그게 네가 행복한 길이라면 기꺼이.) 많이 아프겠구나. (빨갛게 쓸린 네 손목을 살살 손으로 쓸어주곤 턱과 목도 매만져줬어. 어의를 불러 약을 바르게 해야겠다 생각하며 네 손을 꼭 잡았지.) 미안하다. 혼자 얼마나 무서웠느냐. 그런 너를 혼자 둬서 미안하구나. 단번에 이런 일을 당햇가도 말하지 못할 만큼 미덥지 못해서, 네게 믿음을 못 줘서 그것도 미안하구나. 그런 무서운 상황에서 내가 억지로 끌어안았는데도 말없이 안겨주어서 고맙구나. (횡설수설 거리며 말을 늘어놓다가 네 손을 들어올려선 빨갛게 자국이 남은 손목에 쪽 입을 맞추었어. 커다란 눈에 눈물을 머금고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네게 빙긋 웃어주었지.) 내일부터 너는 더 안전한 곳으로 갈 것이다. 여기는 너에게 너무 위험한 것 같구나. 한심하게도 내가 너 하나를 제대로 못 지켜준 탓이겠지. 나를 탓하거라. (아무래도 아버지는 너의 나라를 멸망시킨 장본인이었기에 그에게 보낸다면 네가 더 비참함을 느낄 것 같아서 어머니 쪽으로 옮겨줄 생각이었어. 애초에 너희 형제들을 미워한 적이 없으셨던 인자한 제 어머니께 예쁨을 받으며 지낼 수 있을 터였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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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10에게
종종 찾아갈테니 그땐 얼굴 좀 보여주거라. (이젠 달구경이고 꽃구경이고 어렵게 되려나. 한숨을 폭 내쉬곤 그래도 거칠게 쓸려 빨갛게 일어난 네 피부를 진정시키는 게 먼저일 것 같아 어의를 불러오게하곤 널 침대에 앉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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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아니 티난 건 아닌데 내가 신경써서 그랬어요...☞☜ 나도 막 주저리주저리 쓰다보니 길어졌네. 더 쓸라다가 그럼 나도 또 길이 의식하느라 힘들어질 것 같아서 줄여요...ㅎ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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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14
글쓴이에게
(내일부터 너는 더 안전한 곳으로 갈 것이다. 내일부터, 당장 내일부터 더 안전한 곳으로 보내겠다는 건 무슨 뜻이지. 다른 곳으로 보낸다는 건가. 나를? 우느라 열이 오른 머리는 제대로 생각을 하지 못하고 네가 했던 말만 몇 번씩 다시 되새겨보기를 반복했어. 울음을 제대로 멈추지 못해 자꾸만 올라오는 딸꾹질을 멈추려 애쓰며 고개를 살살 젓지만 그런 저를 보지 못한 건지 너는 어의를 부르고, 뭐라 말할 틈도 없이 침대에 앉혀져. 눈물만 뚝뚝 떨구는 사이 들어온 어의가 저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짓자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였어. 네가 피부가 쓸려 아플 것 같으니 진정시킬 수 있는 약을 발라 달라 이야기하자 가지고 온 약통을 뒤져 뭔가를 꺼낸 어의가 제게 다가와, 실례하겠다며 약을 묻힌 손을 뻗어 빨갛게 올라온 곳에 약을 발라줘. 약을 바른 곳이 싸하고 차가운 게 뭔가 진정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다시 물러난 어의가 너에게 인사를 하고 동궁전을 빠져나가, 밖에 서 있던 궁녀들이 문을 닫아주자 온전히 너와 나 단둘이 안에 남게 되었지. 물끄러미 저를 내려다보다 머리를 쓸어넘겨 주는 네 손을 덥석 붙잡았어. 정신이 좀 돌아오고 나니 방금 전 네가 제게 했던 말이 다시 한 번 또렷하게 떠올라. 다른 곳으로 보낸다고 했지. 그럼 저는 더 이상 네 곁에 머물지 못하고, 그나마 정이 좀 든 이곳을 떠나서 또 다른 곳에 머물게 되겠지. 정든 공간도 정든 공간이지만 네 곁에서 떠나야 한다니. 정리하겠다 해놓고 우스운 이야기였지만 그것만은 싫었어. 간신히 멈췄던 눈물이 다시 올라오는 듯해 눈에 힘을 주며 몇 번 깜빡이다 제 마음을 감추는 거고, 뭐고 신경 쓰지 못하고 입을 열어.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정리되지 않은 말들을 내뱉어.) 저를 보내시는 겁니까, 저하. 다른 곳으로, 더는 저를 안 보시는 겁니까? (종종 찾아간다던 네 말은 잊었다기 보다, 앞에 네가 한 말 탓에 아예 제대로 듣지도 못한 상태였던 탓에 말까지 더듬으며 붙잡은 네 손을 끌어당기고 똑바로 얼굴을 마주했어. 그사이에 참았던 눈물은 다시 터져 나와 이불 위를 적셨지) 저하, 저는 이곳이 좋습니다. 다른 곳으로 보내지 마십시오. 제게, 제게 마음이 있는 것 같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더는 아닌 거라면, 그래서, 아니, 그래도... 보내지 마십시오, 저하. 저하 곁에 머무르고 싶습니다... (숨길 틈도 없이 불쑥 튀어나온 진심도 눈치채지 못하고 흠뻑 젖은 눈으로 너를 바라보며 애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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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 전 쓰니가 써주기만 하면 뭐든 좋아요... 길이는 상관이 없습니다. 아 그리고 쓰니 우리 혹시 끝나면 또 톡 왔을 때 답글... 답글 달아줄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있었으면 참 좋겠다... 쓰니 너무 좋아서ㅠㅠㅠ 완전 팬이에요 상황 하나같이 주옥ㅠㅠㅠㅠㅠㅠㅠ 쓰니가 어려울 것 같으면 제가 키알이라도 해놓을게요 꼭꼭. 아니다 지금 키알해야겠다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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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14에게
(네게 약을 다 발라준 어이가 방을 나서자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느라 흘러내린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려 손을 뻗었어. 하지만 바로 네게 손이 잡혀버렸지. 머릿속으로 네게 해를 입힌 외삼촌을 어떻게 고통스럽게 해줄까 고민하고 있던 찰나라서 덥석 손을 잡아온 너에 크게 놀랐지. 머릿속이라도 들킨 줄 알았거든. 하지만 저를 더는 안 보는 거냐며 울먹이는 네 모습에 복수고 뭐고 생각이 싹 다 날아가버렸어. ) 태형아. (갑자기 왜 저런 소리를 하는 걸까. 혼란스러움에 네 이름만 불러놓고 별 다른 말을 하지 못하다가 네가 끌어당기는 힘에 의해 네 옆, 침대에 걸터앉게 되었어. 그리고 뒤이어지는 너의 눈물과 제 머리와 마음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놓는 속마음. 마음이 더이상 없어도 보내지 말라며 곁에 머무르고 싶다고 눈물 젖은 눈으로 말하는 너에 말없이 그 얼굴을 바라만 보았어. 내 행동에 불안함을 느낀 건지 네가 다시 작게 우는 소리를 내며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자 그 손을 잡아내리고 눈물을 닦아주었지.) 마음을 접으려 해도 쉽지 않구나. (짧게 말을 내뱉고 네 손을 잡은 채로 쪽 네 입술에 입을 맞췄어.) 이렇게 좋아서 어떻게 마음을 접겠느냐. 이렇게 어여쁜 짓만 하는 너를. 내 착각이 아니라면 너도 나를...그러니까...조금쯤은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맞느냐. 아, 아니다. 말하지 말거라. (맞냐고 물어놓고 네가 입을 열려고 하자 지레 겁을 먹고 검지손가락으로 네 입을 막아. 더이상 말을 못하게 해놓고 혼자 주절거렸지.) 나는 아직 널 마음에 품고 있단다. 사실 오늘 너에 대한 마음을 접으려 벗들도 만나고 사냥도 다고 술도 한 것인데. 녀석들이 억지로 데려간 기생집에서 붙어오는 여자들의 젖가슴과 치마속 풍경보단 네가 보고 싶더구나. 네 얼굴과 체향이 그리워서 참을 수가 없었어. 머리가 아프고 토악질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널 품에 안으니 그것이 싹 사라지더구나. 신기하지? (푸스스 웃고는 눈물에 젖은 속눈썹을 한 번 더 닦아주고 덧붙였어.) 외삼촌이라는 그 남자는 내가 제대로 혼쭐을 내주마. 감히 내 사람에게 손을 대다니.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야. (비릿하게 웃음을 짓다가 자리에서 일어났어. 저를 올려다보는 네 뺨을 쓸어주고 또 빙그레 웃었지.) 씻고 와야겠구나. 술냄새가 어찌나 심한지. 네게 미안할 정도이니. 술냄새 밴 입술로 입을 맞춰 미안하구나. (네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사과하곤 갔다오마, 하고 말을 남기고 등을 돌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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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앙...과분한 사랑이옵니다...(넙죽) ㅋㅋㅋ근데 나만 국뷔톡 오는 거 아니라서ㅠㅠ게다가 요즘 상황이 넘나 딸리는 것...아마 와도 전에 했던 거 오지 않을까 싶어요...ㅎ 그래도 우선 내가 오면 댓글 달아주도록 해볼게요! 잊지 않고 있어야겠어 내가 스크랩해놨다가 글 쓰면 댓글 달아줄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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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21
글쓴이에게
(이 나이 먹도록 뭘 한 거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워낙 나라 자체가 보수적이었던 탓에 입맞춤 자체가 처음이었는데, 그 상대가 다른 누구도 아닌 너라니. 네가 입을 맞춘 순간부터 얼어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하고 훌쩍이며 네가 하는 말들을 얌전히 듣기만 해. 말을 마치고 제게서 등을 돌려 걸어가는 네 뒷모습을 바라보다 뒤늦게 어쩔 줄 몰라하며 침대 위에서 벌떡 일어나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침대 주위를 종종거리며 걸어 다녀. 저하 곁에 머무르고 싶다니. 이 정도면 직접 연모한다는 말을 전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그냥 다 망했어. 한참을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서 있다 씻는 것을 마쳤는지 문 쪽에서 네 기척 소리가 나자 서둘러 침대 안으로 들어가 이불 속에 웅크리고 누웠어. 어차피 같은 침대에서 자기는 하지만, 지금은 창피해서 네 얼굴을 보기는커녕 닿기만 해도 피부가 홧홧해질 지경이었지. 침대로 다가오던 걸음 소리가 제 바로 옆에서 멈추고 네가 이불 속에 웅크려 누워 있는 저를 가만히 내려다보는 시선이, 굳이 이불을 걷어 확인해 볼 필요도 없을 정도로 확연히 느껴졌어. 계속 자는 척을 해야 할까. 들키기라도 하면 정말 얼굴을 들지 못할 것 같은데. 설레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쿵쿵 뛰는 심장을 감추려 눈을 꼭 감고 긴장한 탓에 몸에 힘을 잔뜩 주고 있던 제 옆자리에 네가 눕는 것이 느껴져. 이제는 아예 숨까지 멈추고 네 눈치를 보았어. 들켰나, 들킨 거면 어쩌지. 씻고는 왔지만 여전히 희미하게 풍겨오는 술 냄새와 아슬하게 붙은 몸에서 전해진 체온에 심장이 조금 더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해. 숨소리까지 억지로 죽이고 눈을 굴리고 있던 저를 조용히 부르는 네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키며) 예, 예. 저하? (낮은 웃음소리에 창피해하며 다시 몸을 뉘여서도 네 쪽은 보지 못하고 네 반대쪽으로 얼굴을 돌려 벽만 빤히 바라보니 뒤통수가 자꾸 간질간질해. 얼굴이 붉어지다 못해 거의 울 지경이 되어서야 아직까지도 제 뒷모습을 보고 있던 너를 조심스럽게 부르는) 저하... 혹시 할 말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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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분한 사랑이라뇨 이정도는 부족합니다... ㅋㅋ큐ㅠㅠㅠㅠㅠ 전에 왔던 상황들 관음 되게 많이 했어요! 다 좋던데요ㅠㅠㅠㅠ 뭐든 좋아요 예 저는 재탕도 좋고 새로운 소재도 좋고 쓰니가 좋을 뿐이고ㅠㅠㅠㅠㅠ 스크랩까지 해놔주신대 아 어엉ㅇㅠㅠㅠㅠㅠㅠㅠ 고마워요! 사랑해여!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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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21에게
(씻고 나왔더니 너는 어느새 침대에 누운 모습이었어. 나는 아까 너와의 입맞춤이 자꾸자꾸 생각나서 씻는 동안에도 몇 번이고 얼굴을 붉혔는데. 너는 잠이 잘 오는 걸까. 가만히 너를 내려다봤어. 시선이 느껴질 정도로 이글이글 바라봤지만 너는 아무렇지도 않아보였지. 어느정도 마음이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내 옆에 머무르고 싶다는 말이 그런 의미가 아니었나. 아니, 그래도. 내가 입 맞췄는데. 그렇게 울면서 나한테 보내지 말라고 했으면서. 네 옆에 누워서도 밀려드는 생각들에 가만히 누워서 눈을 깜빡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네 이름을 불러.) 태형아. (그저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화들짝 놀라서 일어나는 너에 살풋 웃음지었어. 자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네. 네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에 그제야 조금 안도감이 들어서, 다시 몸을 뉘여서도 벽 쪽으로 고개를 돌린 네 뒤통수가 뚫려라 빤히 바라봐. 할 말이 있냐고. 고개를 돌려 천장만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어.) 내 곁에 머무르고 싶다는 말,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싶구나. (하지만 그렇게 말하고 나서도 네가 나를 볼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결국은 팔을 들어 손가락으로 네 어깨를 콕콕 찔렀어.) 내가 너와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혼자 들떠있다가 너를 또 곤란하게 하면 안 되니까. 아까도 말했다시피, 난 오늘 너에 대한 마음을 접으려 했었다. 물론 밖에서 데이고 와서 널 무작정 안아버린 건 맞지만...아무튼 네가 아까 한 말로 인해 마음이 조금 혼란스럽구나. 아니, 많이 혼란스러워. 가슴이 쿵쾅거려서 잠을 잘 수가 없구나. 너는 멀쩡해보이는 것 같아서 괜히 서운하기도 하고.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좋겠구나. 정말, 난 뭐든 다 괜찮으니까. (말을 꿋꿋이 내뱉고 한숨을 폭 내쉬며 상체를 일으켜 앉아. 살랑거리는 촛불을 바라보며 네가 뭐라도 입을 열어주길 바랐지. 끝끝내 네가 대답을 하지 않는다면 오늘 밤은 잠을 못 이룰 것만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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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고마워요...나도 사랑해 헷 다음 톡에서도 또 봤으면 좋겠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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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24
글쓴이에게
(그냥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솔직히 얘기해서 저는 입맞춤을 했다는 건 네가 제 마음을 알았다는 뜻인 줄 알았어. 그런데 아직까지 헷갈리고 있고, 제 입을 통해서 말을 듣고 싶어 하다니. 물론 잘못은 아니지만 문제는 제가 떨지 않고 네게 말을 전할 자신이 없다는 거였어. 아무리 제가 담도 약하고 허술하고, 그래서 이 모양이긴 하지만 사내는 사내라, 제 마음을 전하는 데 떨고 싶지는 않았는데. 무슨 의미인지 알고 싶다던 말을 끝으로 잠시 말이 없던 네가 잘하면 지나가 줄 수도 있을 것 같아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으려 했는데 아무래도 너는 그럴 생각이 없었는지 결국엔 저를 툭툭 찌르며 건드려. 결국 새우잠 자듯이 웅크리고 있던 몸을 펴며 다시 일어나, 너를 등진 채로 상체만 일으키고 앉아 있다 조심스럽게 뒤로 돌아 너를 보며 고개를 푹 숙이는) 저는, 저하는... 저하를. (아, 이런 건 얼굴을 보고 해야 하는 건데. 숨기는 거고 뭐고 이미 다 글렀으니 그냥 얘기해버려야 하는 차례인데 왜 그게 제 마음대로 되지를 않는 건지. 답답함에 한참을 입술을 뗐다, 붙였다. 어물거리기만 한참 반복하다 결국 귓불까지 붉어진 얼굴을 들고 너를 마주 봐. 시선이 교차하고, 금방이라도 다시 눈을 내리깔아 버리고 싶은 것을 애써 참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잇는) 연모하는 것... 같습니다. (연모합니다도 아니고 하는 것 같습니다 라니. 속으로 저를 마구 질책하다가도 화끈하게 올라오는 열기에 한 손을 들어 제 얼굴을 가려버리며 변명하듯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기 시작하지만 그마저도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라 얼굴을 가까이해야만 들을 수 있었어.) 그렇지만 저하는, 저하시고 저는 그냥. 저는. 보시다시피... 그렇고 저하는 저를 연모하는 것이 아니라, 연모하시는 것이 확실하지 않으시다 그리 말씀하셨고... (말을 더 잇다가는 다시 한 번 울음이라도 터뜨릴 듯한 얼굴로 너를 보다 최근 너무 많은 눈물을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꼴사나운 모습을 연모하는 이에게 보일 수는 없지. 퉁퉁 불어 보기 못난 얼굴이 될 것 아닌가. 또 눈물을 보이는 것 자체를 워낙 부끄러워하기도 했고. 입매에 힘을 꽉 줘 눈물을 참으며 너를 물끄러미 마주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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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ㅠㅠ 꼭꼭 또 봐요...!! 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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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24에게
(상체를 일으켜앉는 소리에 너를 돌아봤어. 저하를, 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너를 끈덕지게 바라보고 있자니 곧 시선이 얽혀들었지. 그리고 뒤이어 들리는 연모하는 것 같다는 말. 연모하는 것 같다라. 좋아한다는 뜻일까. 제가 원했던 대답은 아니지만 그래도 연모라는 단어가 네 입에서 들린 것이 내심 만족스러워서 입술을 꾹 깨물어. 그렇게 해봤자 이미 입꼬리 끝은 위로 올라가 호선을 그리고 있었지만. 고백을 해놓고 부끄러웠던 건지 크고 고운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 중얼거리는 너에 무슨 말을 하는지 다 듣고 싶어서 얼굴을 바짝 붙여서 조잘거리는 말을 들어. 겨우 손을 떼어낸 네가 가까이 있는 제 얼굴을 보면 또 흡, 하고 놀랄까봐 고개를 뒤로 빼 너를 바라봤지. 울음을 참는 건지 억지로 다물려 부들부들 떨리는 네 입과 눈에 조심히 손을 뻗었어. 입꼬리를 쓸어주고 눈가를 쓸어주었지.) 보다시피, 말이냐. 그리고 왜 이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냐. (내린 손을 꼬물거리며 움직이곤 네 손가락 사이사이를 빈틈없이 꽉 맞물려 잡았어. 잠시 맞물린 손을 바라보던 네가 내렸던 시선을 다시 올려 저를 바라보는 순간에 맞춰 쪽 입술에 입을 맞췄지.) 내가 말을 확실하게 해주지 않았구나. 하지만 어느정도 너도 눈치를 챘을 거라 믿는다. 아까 내가 그랬지. 마음을 접으려고 그랬다고. 접을 마음이 애초에 없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숨도 쉬지 않고 말을 늘어놓다가 잠시 입을 다물어. 달처럼 빛나는 눈으로 날 응시하는 널 눈에 담다가 옅게 미소지었지.) 내가 널 연모한다는 것이다. 마음을 접지 못했으니, 지금도. 계속. (그리곤 마지막으로 다시 입술에 쪽. 간지럽게 입술이 맞물려 난 소리가 공중으로 퍼지자 저도 조금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 살짝 고개를 숙였어.) 행복하구나. 달이 소원을 들어준 게야. 내가, 내가 첫날에 너와 달구경을 하러 갔을 때. 너와 가까워지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는데. 다시 달구경을 가야겠구나. 소원을 이뤄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겠어. 같이, 가주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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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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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35
글쓴이에게
(히끅, 히끅하고 작게 딸꾹질이 나오자 손으로 제 입을 막고 어떻게든 딸꾹질을 멈추려 해. 달구경을 가자는 이야기에 고개를 숙인 네 결 좋은 머리카락으로 덮인 정수리만 빤히 바라보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고개를 숙이고 있던 네가 저를 볼 수 있었을 리가 없지. 결국 머뭇거리다 조용한 목소리로 네, 하고 대답하는) 가겠습니다. 허나 아마, 달 덕분은 아니지 않을까, 합니다.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저를 바라보는 네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제 뒤에서 새어 들어오는 달빛에 비친 얼굴에 홀린 듯이 고개를 숙여. 아, 이래도 되는 건가. 입술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다 문득 너는 제게 저를 연모하는 것이 확실하다 말해주었지만 저는 아직 연모하는 것 같다는 말뿐이 하지 않았다는 것이 기억이 나. 결국 충동적으로 살포시 입술을 겹쳤다 떨어져 나와. 제가 저질러 놓고도 훅 열이 오른 얼굴을 떨구고 이불을 들어 얼굴을 가려버리며 중얼거리는) 제가, 아마. 그전부터 저하를... 연모하였는데. 저는 숨기려 했는데, 숨기고 잘 접으려 하였는데. 그러고 보면 숨기지 못하게 된 것은 달 탓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횡설수설하다 더는 네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꾸물꾸물 은근슬쩍 다시 침대에 누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 덮은 채로 중얼거리다 눈만 빼꼼히 빼 너를 흘끔 쳐다보며 어물쩍 말을 맺는) 밤이 늦었습니다, 저하. (슬쩍 잠을 잘 시간이라는 말을 돌려 전하고는 다시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 네 쪽을 쳐다보고 누울 배짱도 없어 너를 등진 채로 새우처럼 등을 웅크려. 이럴 거면 입은 대체 왜 맞춘 건지. 그냥 사실은 저도 너를 연모하는 것 같은 것이 아니라 연모하는 게 확실하노라고 이야기할걸. 바보 같은 저를 탓하며 긴긴밤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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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35에게
(귀엽게 딸꾹질을 하는 것도 모자라서 먼저 입을 맞추곤 부끄러워 이불로 얼굴을 가리는 모양새라니. 사랑스러운 너를 어찌하면 좋을까. 뭐라 주절거리다가 결론조차 제대로 맺지 못하고 밤이 늦었다며 얼른 자자는 어투로 말을 하며 누워버리는 네 모습에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내저어. 저도 이런 감정에 서툰 것은 맞지만 너는 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지. 하지만 먼저 누워버린 건 그렇다쳐도 등까지 돌리고 누워야하는 건가. 조금 심통이 나 새우처럼 몸을 만 너를 가만히 내려다보다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 누웠어. 그렇게 가만히 누워있다가는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네 쪽으로 몸을 돌려누웠지. 서로 마음을 확인한 후에도 이렇게 자야한다니. 적어도 손이라도 잡아야하는 것 아닌가. 마른 네 등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어깨를 잡아채 밑으로 내렸지. 놀란 표정을 한 네가 제 시야에 들어오자 그제야 만족스런 웃음을 띄우곤 네 손 하나를 찾아 꼭 잡았어.) 어찌 등을 돌리고 있단 말이냐. 바로 마음이 식어버린 게야? (장난스럽지만 울상을 짓고 물어보며 당황한 너를 차근차근 눈에 담았어. 정말 네가 날 연모하는 것일까. 정말로. 네가, 나를. 갑자기 벅차오르는 새삼스러운 기분이 흡 숨을 들이키고 멈춰 숨을 쉬지 않다가 놀란 네가 저하, 하고 저를 부르자 그제야 숨을 내뱉었지.) 설마 후회하는 건...아니겠지, 태형아? (내게 고백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을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자 금방이라도 사내답지 않게 눈물이 터져나올 것 같아 질문을 던져두고 입술을 꾹 물었어. 그럼 안 되는데.)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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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42
글쓴이에게
(금세 일그러져버리는 네 얼굴을 보며 당황한 것을 감추지 못하고 쩔쩔매. 사실 감추려고 했던 것은 맞으니까.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좋았어. 굳이 애써가며 너를 외면하지 않아도 되고, 마음의 짐도 덜었으니까. 네게서 저를 연모한다는 확신까지 얻어냈는데 뭐가 싫고 후회될 게 있겠어.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은 네 외삼촌의 말이었어. 맞는 말은 맞는 말이었으니까. 네 주변에는 미인들이 넘쳐나는 것도 맞고, 너는 저처럼 왕자 중에서도 막내가 아닌, 장차 이 나라의 주인이 될 세자라 대를 이을 책임이 있다는 것도 맞고. 그러니 남자인 저와 온전히 마음을 나누는 것은 힘들었지. 그냥 제 생각을 있는 그대로 얘기해버리면 네가 싫어하는 건 아닐까, 지금만 해도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데. 입을 꾹 다물고 고민하다 결국 조심스럽게 입을 떼며) 후회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걱정이 조금 될 뿐이지... (무엇이 걱정이란 말이냐, 하고 곧바로 물어오는 너를 흘끔 쳐다봐. 그러다 맞잡고 있던 손을 만지작거리며 다시 손으로 시선을 내려, 조금은 체념한 듯 해 보이는 눈을 감추며 중얼거리는) 그자가 그리 말했습니다. 저하는 어차피 여인을 품어야 하시는 분이니, 언제까지고 제 곁에 머무르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맞는 말이 아닙니까. (쓰게 올라갔던 입꼬리를 다시 내리고 한 번 더 힘을 주어 잡았던 손을 다시 놓아줘. 눈을 감고 고개를 조금 더 깊숙이 숙여 네 시선을 피하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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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42에게
(무슨 걱정이냐 물었더니 '여인을 품어야 하는 분' 이라는 말에 가만히 정갈한 네 정수리만 바라봤어. 맞는 말이었지. 나는 그저 왕자가 아닌, 이 나라를 이어받을 세자였고 세자라면 당연히 여자와 혼인을 하여 대를 이을 아들을 낳아야했으니까. 네가 임신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은 여자를 들여야했지. 물론 널 제일 사랑하지만 너는 당연스럽게 첩의 자리로 밀려날 거고 그 여자는 아들을 낳았다는 이유로 중전의 자리에 오르겠지. 하지만 그 여자가 아들을 낳지 못하면 수많은 후궁들을 다시 들여 그녀들과 잠자리를 갖고 아들을 낳는 여자를 더 높은 자리로 올려주는 것의 반복일 것이었어. 아직 열 살 즈음 밖에 되지 못한 제 어린 동생에게 왕의 자리를 물려주고 너와 단둘이 도망쳐 살 수도 없고. 잠시 고민하다가 네 턱을 부드럽게 들어올리고 눈을 마주쳤어.) 내가 네게 걱정거리를 안겨주었구나. 너와 만나게 해준 세자라는 이 자리가 고마웠으면서 지금은 사무치도록 내려놓고 싶고 밉고...그렇구나. 나도 싫구나. 네가 아닌 다른 여자들을 품에 안아야한다는 건. 그녀들이 너보다 더, 나와 가까운 자리에 앉게 된다는 것도. 하지만 나는 최대한 미룰 것이다. 되는 대까지. 아직 왕이 된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염려하진 말거라. 하지만 무조건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고 미안하구나. 내가 미안하다, 태형아. (축 처진 네 눈썹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다가 쪽 입술에 입을 맞춰. 무엇 하나 제대로 약조해줄 수 없는 것이 미안해서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하며 네 손을 꾹 잡았지.) 하지만, 하지만 난 너를 제일 사랑할 것이다. 언제까지고. 그러니까 너무 마음 상해하지 말거라. 응? 그자들은 내가 사랑해서 그러는게 아니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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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48
글쓴이에게
(안 좋은 생각이 한 번 떠오르면 한없이 파고드는 탓에 점점 암울해지던 표정을 애써 감추는데, 문득 강아지마냥 어쩔 줄 몰라하는 네가 눈에 들어와. 푸스스 맥없이 웃어버리며 고개를 끄덕이고 가만히 네 어깨에 얼굴을 묻었어. 저하, 하고 작은 목소리로 너를 부르고는 조금 더 푼 안으로 깊이 들어가며) 괜찮습니다. (사실 전혀 괜찮지 않았지만. 정말, 절대 괜찮을 수 있을 리가 없었지만 저보다도 불안해 보이는 네 모습에 괜찮다고 이야기해줄 수밖에 없었어. 이렇게까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자니 좀 괜찮아지는 것 같기도 했고... 따뜻한 품안에 기대어 있자니 솔솔 몰려오는 졸음에 눈을 느릿하게 껌뻑이며 작게 하품하니 제가 하품을 하는 소리를 들은 건지 졸리느냐, 하며 물어오는 네 목소리가 들려.)
조금... (중얼거리다 졸리면 참지 말고 자라는 이야기에 완전히 마음을 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까무룩 잠이 들어. 낮의 안 좋은 일에도 불구하고 깊게 잠이 들어 꿈 하나 꾸지 않고 단잠을 잤어. 잠결에 어깨에 기댄 머리를 부비적거리고, 간간히 뒤척인 것만을 빼면 거의 움직이지도 않았지. 다음 날 아침. 드물게 너보다도 이른 시간에 일어나 어제 펑펑 운 탓에 잔뜩 부은 눈두덩이를 손끝으로 쓸어보며 멍하니 만지작거리다 제 바로 앞에 보이는 네 얼굴을 올려다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맞다, 어제 그런 일이 있었지. 한 박자 늦게 치고 들어오는 기억에 작게 웃는데 네 눈가가 자꾸 찡긋거리는 게 금방이라도 눈을 뜰 것 같아, 저도 모르게 눈을 감고 품에 안긴 상태 그대로 다시 자는 척 눈을 감아버리고 제 예상대로 눈을 떴는지 작게 앓는 소리를 내는 네 잠긴 목소리에 마음이 간질거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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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48에게
(제 품에 기대 잠이 들어버린 너를 안고 네가 완전히 잠이 들 때까지 가만히 앉아 기다렸어. 그러다 새근거리며 네가 잠든 즈음에는 조심스럽게 널 자리에 눕히고 나도 옆에 바짝 붙어 누웠지. 아이처럼 곤히 자는 네 얼굴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손을 잡아 조물대기도 하다가 이랬다가는 하루종일 잠을 못 자고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겠구나 싶어서 눈을 억지로 꾹 감아.) 잘 자거라, 태형아. (듣지 못할 네게 인사를 건네고 저도 금방 잠에 빠져들었지. 그러다 아침이 밝아왔을 적엔 제 품에서 뭔가 바르작대는 것에 인기척을 느끼고 꿈틀거리며 잠을 깨.) 아으... (아침이라 낮게 갈라진 목소리를 내며 눈을 뜨면서도 제일 먼저 너를 확인했지. 아직까지 자는 모습에 흐뭇하게 웃어보이곤 쪽 이마에 입을 맞췄어. 그리곤 조심스럽게 네가 깨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 네 목 밑에 있는 제 팔을 빼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목까지 덮어줬지. 일어난 제 인기척에 궁녀가 조반을 들일까요? 하고 물어왔으나 너와 잘 풀리고도 딱히 입맛은 없었으므로 입을 쩝- 다시다가 고개를 저으며 네가 깨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대꾸해.) 되었구나. 그냥 물 한 잔만 준비해주거라. (부모님께 문안인사를 올리기 위해 옷을 갖춰입고 조용히 방에서 벗어났어. 문 밖에서 궁녀가 주는 물을 받아먹으며 덧붙였지.) 태형이가 자고 있으니 소란스럽게 굴지 말거라. 누가 오든, 내가 아니면 절대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예, 하며 고개를 조아리는 궁녀들을 바라보다 컵을 건네주고 바로 발을 옮겨.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아무도 들이지 말라 했지만 조금 불안했어. 망할 제 외삼촌의 얼굴이 생각났지. 고작 문안인사를 드리러 갈 때도 이렇게 불안한데 제가 업무를 보고 있을 적에는 어떨지. 벌써부터 앞이 깜깜했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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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60
글쓴이에게
(조심스러운 몸짓에 자꾸만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는 것이 고역이었어. 아, 이게 사랑받는 기분이구나. 네 배려야 전에도 심심찮게 받기는 했지만, 서로 마음을 밝힌 뒤라 그런가, 네 행동 하나하나가 새삼스러워. 꽤 낯간지러운 생각까지 하며 저절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잡아 누르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 뒤에야 몸을 일으키고 앉는) 그나저나, 매번 식사를 거르시니... (기분 탓인가, 전보다 볼이 홀쭉해진 것 같기도 하고. 조반을 거절하던 네 목소리가 떠올라 작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누워 이불을 끌어올려 가슴팍까지 덮어. 어제의 일 때문에 혼자 산책을 가는 것은 무리일 것 같고, 문안 인사를 마친 네가 돌아올 때까지 할 일도 없으니 다시 잠깐 눈을 붙일 생각이었어. 잠시 잠이 오려나 걱정한 것이 무색하게도 그렇게 자놓고 또 눈을 감자마자 잠이 솔솔 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잠이 들어. 다시 눈을 떠보니 네가 올 시간이 다 된 것 같은데도 방 안에는 네가 보이지 않았어. 곧 올 테니 요 앞까지만 나가서 기다리자, 생각하며 몸을 일으켜 문을 열고 빼꼼 고개를 내미니 앞을 지키고 있는 궁녀와 내시들이 보여. 살금살금 눈치를 보며 그 앞을 지나 동궁전 앞 돌계단에 걸터앉아. 여기라면 무슨 일이 있을 때 소리쳐 도움을 구할 수도 있으니 괜찮겠지. 봄이 다 되어가는지 살랑살랑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에 느릿하게 눈을 껌뻑이며 기둥에 머리를 기대고 네가 올 때까지 잠에 들지 않으려 애써. 그러다 결국 까무룩 잠이 들어버린 제 주변을 지나갈 때마다 깨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난감한 얼굴로 한 번씩 쓱 쳐다보고 지나가는 신하들이나 물끄러미 저를 구경하다 가는 궁녀들도 까맣게 모르고 꾸벅꾸벅 네가 올 때까지 졸기만 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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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60에게
(아버지가 많이 쇠약해지셔서 왕위를 물려받는 얘기를 하다가 말이 길어져버렸어. 아무래도 말이 길어지는 동안 네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을까봐 전전긍긍하며 제대로 말을 듣지 않은 제 탓도 있었겠지. 겨우 말을 끝내고 밖으로 나왔어. 한숨을 푹 내쉬며 동궁전으로 향하려는데 궁녀가 빨리 가보시는게 좋겠다는 말에 단번에 얼굴이 험악해졌지.) 태형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이냐. (그건 아니지만 어쨌든 빨리 가보심이 좋겠다는 궁녀의 재촉에 무슨 일인가 싶으면서도 성큼성큼 보폭을 넓혀 걸어가. 그랬더니 동궁전 앞의 돌계단에 앉아, 기둥에 머리를 대고 졸고 있는 네 모습. 이것 때문이었나. 궁녀를 돌아보며 오묘하게 웃는 표정을 짓자 궁녀도 옅게 미소를 지어보여.) 어찌하여 저기서 자고 있는 것이냐. (제가 오는 걸 기다리다가 나오셨다는 궁녀의 덧붙임에 네가 더욱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네 앞으로 조용히 다가가 쪼그려앉았지. 무슨 일이 없어서 다행이구나.) 아가. (네 볼을 어루만지며 널 불렀지만 으응- 하고 잠투정을 부리는 것에 푸흐 웃어버렸어. 살살 흔들어봤자 네가 깰 것 같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장군들을 시켜 널 안아 방에 데려다놓자니 네가 다른 외간 남자의 품에 안기는 것이 싫어 결국 네 등과 무릎 밑 사이로 손을 넣었어. 저하! 하고 놀란 듯 저를 부르는 궁녀의 목소리에도 아랑곳않고 널 번쩍 안아들었지. 응? 하고 눈을 부비며 상황을 파악하려는 듯 네가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자 더 자도 된다는 듯 우쭈쭈 널 달래주고 발을 옮겼지.) 귀여운 짓만 골라하는 구나. 예쁜짓을 했으니 선물을 줘야할텐데. 받고 싶은 것이라도 있느냐.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네가 내려달라고 하였으나 괜히 떨어뜨릴 뻔하는 어설픈 연기를 해. 하지만 깜빡 속은 네가 덩달아 놀라선 제 옷깃을 꽉 잡자 신하들이 보지 못하게 짧은 입맞춤을 하고 다시 안정적으로 널 안아들었지.) 지금 내려주는게 더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고 방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 조금만 참거라. 불편하느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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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70
글쓴이에게
(방금 막 깬 탓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 갑자기 몸이 붕 뜨는 느낌에 눈을 떠 보니 바로 앞에는 네 얼굴이 보이길래 저는 무슨 꿈이라도 꾸는 줄 알고 아, 꿈 치고는 생생하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희안하게도 꿈 치고는 참 모든 게 생생해. 뒤늦게 꿈이 아닌 현실임을 눈치챘지만 네 말대로 지금 내리는 게 훨씬 더 부끄러운 일인 것 같아 결국 내려가기를 포기했어. 조금만 눈을 돌려도 깜짝 놀란 얼굴로 저와 너를 바라보는 신하들이 자꾸 시야에 들어와 불편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불편하다고 이야기할 수가 있나. 네 어깨에 얼굴을 푹 파묻어버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제가 무겁지는 않을까, 걱정이 돼 바짝 굳은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머뭇거리다 목에 팔을 감았어. 이렇게 하면 조금 덜 힘들려나. 아닌가, 다시 풀어야 하나. 그렇다고 자꾸 움직이자니 네가 힘들 것 같고. 우물쭈물하는 제가 많이 불편해보였는지 다시 한 번 불편하면 이야기해달라는 목소리에 화끈거리는 귓불을 감추려 애쓰며 조금더 깊숙이 안겨,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작게 대답해.) 제가, 저, 무거워서... 저하께서 힘이 드실까 봐. (제게 귀를 기울이던 네가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려. 창피함에 안절부절못하던 사이에 방에 도착한 네가 저를 침대 위에 내려주자 후다닥 이불 속으로 들어가 이불을 어깨 높이까지 끌어올렸어. 지치지도 않는지 또 웃음을 터뜨리는 너를 밉지 않게 흘기다 손을 뻗어 앉지도 않고 제 앞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하던 네 손을 살짝 붙잡아 끌어당기며) 받고 싶은 것이 있으니 여기, 앉으십시오, 저하. (와중에도 잠결에 들은 것이긴 하지만 받고 싶은 것은 없냐며 묻던 네 목소리를 기억해 이야기하자 네가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앉아. 물끄러미 얼굴을 마주 보기만 하던 제게 네가 받고 싶은 것을 이야기해보라며 재촉하자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작게 심호흡까지 한 번 한 뒤에야 겨우 입을 여는) 식사를, 웬만하면 거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단호하게 내뱉었던 첫마디와는 달리 갈 수록 자신감을 잃어 작아지는 목소리로 중얼거려.) 그러니까, 어... 같이 먹는 것은 어떨까... 하여. 예, 같이 먹고 싶습니다. 기왕이면 조반까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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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70에게
무겁지 않구나. (제가 무거울까 걱정했다며 목을 꼭 안아오는 너에 웃음이 1차적으로 터지고,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눕혀주자마자 이불을 덮어쓰고 꼬물대는 네가 귀여워 2차적으로 또 읏음이 터졌어. 너와 함께 있으면 3차, 4차 계속 횟수를 더해가며 웃음이 멈추지 않을 것 같았으나 너는 그게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어. 입술을 비죽이며 저를 흘겨보는 네가 밉지 않아서 그저 어깨를 으쓱여보이는데 받고 싶은 것이 있다는 네 말에 얌전히 침대에 걸터앉아선 네가 먼저 잡은 손을 꽉 쥐었지.) 받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 (아무래도 금은보화나 하다못해 비단이나 값비싼 것들을 생각하고 있었지. 그게 아니라면 형제에 관련된 것일까. 우물거리며 머뭇거리는 너를 재촉하자 심호흡까지 한 뒤 겨우 입을 여는 너에게 집중했어. 그리고 들리는 말에 놀란 표정으로 눈만 깜빡거렸지. 패기있게 뱉어진 첫 목소리와 달리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는 목소리에 온화하게 미소짓곤 네 볼을 쓰다듬었어.) 우리 태형이가 그런 걱정을 하고 있는 줄은 몰랐구나. 요새 일이 밀려서 그런지 입맛이 없었던 것 뿐이다. 아픈 곳은 없으니 염려말고...나야 너와 함께 식사를 한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조반은 힘들지 않겠느냐. (아침에 제가 먼저 나갈 적마다 새근거리며 자고 있는 너를 알았기에 괜찮으니 무리하지 말라며 말을 덧붙이곤 네 쪽으로 더욱 붙어앉아.) 하지만 네 입맞춤은 입맛이 없지 않은데 어떠느냐. 그건 조금 고픈데 말이다. (뻔뻔하게 나가지 않으면 안 해줄 것 같기도 했고 정말 네 입맞춤이 고팠기 때문에 다소 짓궂게 말해. 제 당돌한 태도에 당황한 네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몸을 뒤로 빼자 놓치지않고 맞잡고 있던 네 손을 잡아 제 쪽으로 당겼지. 밥을 거르는 저보다도 마른 네가 금방 딸려오자 눈웃음을 짓고 아무렴 괜찮다는 듯 다시 부드럽게 미소지었지.) 놀라지 말거라. 네가 싫다고 하면 안 할 것이니. 억지로 하지 않을 것이다. 네 의견이 제일 중요하니까. 그랬다가는 내가 외삼촌과 같아지지 않느냐. 널 억지로 탐하고 싶지 않구나. 그러니 무서워말거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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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77
글쓴이에게
(조반은 힘들 것 같다는 말에 그래도... 하며 우물쭈물거려. 물론 아침잠이 많은 저를 배려한 것이라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깨워도 괜찮은데. 옆으로 붙어오는 너를 축 늘어진 눈으로 보던 것도 잠시 불쑥 튀어나온 입맞춤 이야기에 화들짝 놀라. 그러나 뒤를 이어 나온 외삼촌의 이야기에는 놀랐던 것도 잊고 콧잔등을 찡그려. 아니, 물론 놀라긴 놀랐지만 그건 부끄러워서지 싫어서가 아닌데. 외삼촌과 같아지는 것이라는 얘기에 만일 억지로 했다면 이라는 전제를 깔고 이야기한 것임에도 기분이 좋지 않아져 미간을 약하게 좁히며) 아닙니다. 저하가 어찌 그런 자와 비교가 된다는 말입니까. (살갗에 닿던 기분 나쁜 느낌이 괜히 다시 생각나 몸을 가볍게 부르르 떨고는 조심스럽게 네 어깨에 머리를 툭 기대. 입맞춤이 고프다던 네 목소리가 자꾸만 귓가를 빙빙 맴돌아 마른침만 연신 넘기다 고개를 들었어. 싫은 것은 절대 아니었는데, 또 무서운 것도 아니었는데. 네가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어째 너는 제가 그것을 싫고 무서워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어. 그런 건 절대 아닌데. 머뭇거리다 너와 맞잡고 있지 않던 쪽의 손을 들어 네 어깨에 살짝 얹고 저보다 키가 큰 네게 입을 맞추려 고개를 들어. 그대로 입술에 짧게 입을 한 번 맞췄다 떨어져 나왔다, 어디서 용기가 나왔는지 다시 한 번 부드럽게 입술을 겹쳐. 방금 보다 조금 더 길게 입을 맞춘 채로 머물러 있다 떨어져 나와, 고개를 푹 숙이고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어.) 저, 저는. (긴장한 탓에 절로 떨리는 목소리가 바보 같아 작게 헛기침을 해 목을 가다듬고, 차마 너와 눈은 맞추지 못한 채로 조용히 말을 이어.) 싫거나 무서운, 그런 것이 아니라... 다만 긴장이 되어서, 그래서 그러는 것입니다. (간신히 더듬더듬 말을 끝맺고 눈을 꼭 감아. 입을 맞출 때는 눈을 감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주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까지 전부 신경이 쓰이고 얼굴을 붉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창피한데 자꾸 귓불까지 발갛게 달아올라 버리니 제가 먼저 할 수가 있어야지. 속으로 작게 한탄하며 네 옷자락을 붙잡고 있던 손에 힘을 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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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77에게
(제가 '그런 자' 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네 말에 살풋 웃음이 나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네 머리칼을 부드럽게 매만지다가 네가 고개를 들고 어깨를 짚자 대충 의도를 알 것 같아서 살짝 고개를 숙여줘. 너보다 키가 큰 탓에 위에서 내려다보는 네 얼굴은 아름다웠지. 짧은 입맞춤 뒤 다시 이어지는, 조금 더 긴 입맞춤. 두 번이나 입을 맞춰놓고 부끄러운 건지 제 가슴팍에 얼굴을 묻는 널 꽉 안아줬어. 품 안에 답싹 안겨오는 몸이 기분이 좋았지. 헛기침을 한 채 더듬거리는 말투로 이어가는 네 말을 가만히 들어주다가 옷깃을 꽉 잡는 네 행동이 시'발점이라도 된 듯 네 턱을 부드럽게 잡아올렸지. 빨개진 얼굴을 한 네가 빠르게 눈을 깜빡거리자 씨익 웃었어.) 입맞춤이 길어질 때는, 눈을 감는 것이다. (예? 하고 물어오는 너에게 대답을 해주지 않고 바로 입술을 감쳐물었어. 단지 입술에 닿기만 했던 너의 뽀뽀와는 달리, 입술을 이용한 입맞춤. 혀를 섞지 않았음에도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휘청거리는 네 허리를 두 팔로 단단히 안아들고 입술로 애무하듯 부드럽게 입을 맞췄어. 어설프게 저를 따라오는 너에 흡족하게 웃곤 입을 떼었지.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예뻤어. 내 가슴팍의 옷깃을 꽉 잡은 네 손을 내려다보다 그 손을 겹쳐잡고 내 어깨에 올려뒀어.) 더 길게 입을 맞춰도 되겠느냐. (허락을 구하듯 네게 묻고는 쪽 네 볼에 뽀뽀했지. 하지만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았어. 기가 막힌 순간을 노린듯 궁녀가 밖에서 저하, 박 대감이 찾아오셨습니다. 하고 아뢰는 목소리에 흘긋 문 쪽을 바라봤지. 쯧- 혀를 차곤 네 허리를 더 꽉 끌어안았다가 품에서 놓아줬어.) 오늘은 안 되겠구나. 잠시 만날 사람이 있으니 방에서 기다리거라. 돌아온 다음에는 같이 산책이라도 가자꾸나. (일정도 아직 느슨했고 계속 널 방에 두면 네가 답답해할 것을 아니까 같이 산책을 갈 작정이었어. 혼자 보내기에는 외삼촌이 신경이 쓰였으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널 흐뭇하게 바라보곤 방을 나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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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78
글쓴이에게
(괜찮다 입을 떼기도 전 너를 찾는 목소리에 아쉬워 흘끔 너를 보고는 방에서 기다리고 있으라는 네 이야기에 고개를 작게 끄덕여. 제 대답에 안심한 낯으로 웃으며 방을 나서는 네 뒷모습이 더는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았어. 그나저나 아쉽다니, 뒤늦게 제가 한 생각이 창피해 후끈 달아오른 얼굴을 손부채 질로 대충 식히다 침대 위에 드러누워. 봄이긴 봄인가 보구나. 두툼한 이불은 덮기에는 너무 덮고, 어차피 햇살이 저렇게 환하게 들어오는 낮인데 굳이 이불을 꽁꽁 둘러매고 잘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잘 펴진 이불 위에 아무것도 덮지 않고 누운 채로 눈을 감았어. 네가 들어오면 산책을 하러 갈 테고, 그때까지는 할 일도 없으니 너와 있을 때 졸지 않기 위해서라도 잠이나 자 둘 생각이었지. 따뜻한 공기에 점점 몸이 나른해져 와, 눈을 감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잠이 들었어. 누군가 방에 들어와 제 잠을 방해하기 전까지는.) ...저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 방금 막 잠에서 깬 탓에 비몽사몽, 아직 정신이 잘 돌아오지 않아 상황 파악이 잘 되지 않았어. 얼결에 기척이 들리는 아래쪽을 쳐다보자 보인 사내는 네가 아닌 네 외삼촌이야. 분명히 너는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궁을 지키는 자들이야 얼마든지 돌아가며 보초를 설 수 있는 것이었고, 네가 남긴 명을 듣지 못했다면 다른 이도 아닌 네 외삼촌을 방에 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겠지. 생각해보면 있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잠에서 깬 직후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 리가. 당황한 티를 숨기지 못하고 몸을 일으키려는 어깨를 지그시 눌러오는 손에 숨이 턱 막혀. 곧 보자고 하지 않았느냐. 묻는 목소리에 달달 떨리는 입술을 꾹 다물고 주먹을 꼭 쥐어. 조금 더 아래를 내려다보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옷고름을 푸는 소리였는지 흐트러져있는 옷매무새가 보였어. 모멸감보다도 겁이 먼저 밀려왔어, 가빠오는 숨을 내쉬며 굳어 움직이지 않는 몸을 간신히 조금씩 바르작거려. 공포에 막힌 목소리를 간신히 내어 저하, 하고 불렀으나 앞에 있던 사내는 그저 웃을 뿐이었지. 네가 기다리는 저하는 박 대감을 만나러 가셨더구나. 만남이 길어질 것이야, 아주 많이. 결국 터진 눈물에 눈을 꼭 감고 울었어. 가위라도 눌린 듯 제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이 답답하기만 해. 옷 틈새로 들어온 투박한 손이 허리에 닿자 결국 발작하듯 몸을 비틀며 주먹으로 사내를 마구 쳤어. 아무렇게나 휘두른 주먹이 얼굴 어딘가에 맞기라도 했는지 작게 욕설을 내지르며 제게서 사내가 떨어져 나가자 허겁지겁 몸을 일으켜, 힘이 풀려 휘청이는 무릎으로 겨우 몸을 지탱하며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뒷덜미를 잡혀 그대로 다시 침대로 끌려가 내팽개쳐져. 곧장 두어 번 뺨을 때리는 손길에 눈앞이 번쩍였어. 생전 처음 겪어보는 폭력에 반항도 하지 못할 정도로 겁에 질린 채 누워 덜덜 떨기만 해. 큰 소리를 들은 누군가가 너를 부르러 가지는 않았을까, 반쯤 넋이 나간 채 한 줄기 희망이라도 잡으려 애쓰며 사내에게 붙잡히지 않은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리고 애타게 너만 찾았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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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78에게
(박 대감과는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어. 그의 아들과도 친했으니 할 말 다 했지. 이번에 과거에 급제했다며 제 아들을 데려온 박 대감에게 맑게 웃어주며 그의 아들을 칭찬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 하지만 일이 있어 이제 일어나봐야겠다는 박 대감의 말에 아쉬운 낯을 띄우고 그를 배웅했지.) 나중에 또 놀러오시오.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리 일찍 가다니 아쉽구려. (제게 머리를 조아리며 알겠다고 인사한 그들이 사라지자 저도 동궁전으로 발을 옮기려는데 누군가가 앞을 막아서. 눈썹을 치켜뜨고 바라보니 외삼촌이 대동하고 다니는 하인이었지.) 여긴 어쩐 일이냐. (제 말에 뭐라 대답을 내놓지도 못하고 저하, 그것이...하며 어물쩡거리는 그에 답답함이 느껴졌어.) 제대로 말하거라. (제 호통에 살짝 겁을 먹은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역시 나아진 건 없었지. 왜 제 앞을 막고 이러는 것일까. 답답한 그의 모습에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눈을 살벌하게 떠. 이 자가 있다는 건 외삼촌도 궁에 있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시간을 끌려는 듯 어물거리는 하인의 모습. 제가 과하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었지만 곧바로 제게 허겁지겁 달려오는 궁녀의 모습에 맞구나, 하고 다리가 플릴 뻔 했어. 제가 울듯한 표정으로 빨리 동궁전에 가야한다고 발을 동동 구르는 궁녀의 말에 제 앞을 막고 서있던 하인을 거칠게 밀쳐내고 궁으로 빠르게 가. 동궁전에 들어가보니 보이는 모습이라곤 호위무사들에게 붙잡혀 씩씩대는 외삼촌과 반쯤 풀어헤쳐진 옷을 하고 엉엉 주저앉아 울고 있는 너의 모습. 뒤늦게 큰 소리를 듣고 호위무사들이 그를 제압한 모양이었어. 저를 보며 비웃고 소리를 지르더니 이내 얼굴에 침까지 뱉는 그의 모습에 열이 머리끝까지 올랐지. 그 파렴치한 행동에 다들 헉소리를 내곤 당황할 때에 벽에 걸려있던 검을 집어들어 그의 얼굴 옆에 콱 꽂았어. 검의 날이 스치며 외삼촌의 얼굴에서 피가 흘렀지.) 너 따위를 이 자리에서 당장 죽이지 못하는 것이 한이구나.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멋대로 들어와서 내 사람을 탐하는 것이냐. 죽고 싶어서 작정을 한 게로구나. 내가 네 놈을 잘 대해줬더니 정말 내 윗사람이라도 되는 줄 알고 겁도 없이 까부는 구나. 한 번 더 깐족대보거라. 이 모가지가 어떻게 날아가는지 알게 될 것이니. 그리고 너희들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어찌 세자의 호위무사란 자들이 명령을 제대로 통보받지 못해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하냔 말이다. 너희의 전 시간대에 호위를 맡았던 자들의 목도 베어낼 것이다. 가슴을 졸이느라 잠을 편히 잘 수도 없겠구나. (제 파격적인 말에 깜짝 놀란 호위무사들이 다리를 덜덜 떨어댔어. 매일 부드럽게 웃고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는 나이기에 더욱 그랬겠지. 벽에 박힌 칼을 뽑아 외삼촌의 팔에 찔러넣고는 시끄러운 그의 비명이 듣기 싫어 입에 천조각을 구겨넣었어. 한껏 폭력적인 제 모습에 궁녀들조차도 벌벌 떨었지만 신경쓰지 않고 흥분에 거친 숨만 몰아쉬다가 아까와는 정 반대인, 금방이라도 울 듯한 얼굴로 널 돌아봐.) 태형아. (히끅거리는 너에게 급히 달려가선 널 와락 픔에 안았지.) 태형아. 괜찮은 것이냐. 저 놈이 어딜 어떻게 했느냐. 내 아가...저 놈ㅇ, 잠깐...태형이 너...맞은 것이냐? (부어오른 네 볼에 울먹이던 눈이 다시 사납게 변해갔어.) 감히, 감히 너에게 손을 댔구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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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79
글쓴이에게
(허리를 한껏 숙이고 눈물만 하염없이 떨구느라 네가 무엇을 하는지는 보지 못했지만 헉하고 옆에 서 있던 궁녀가 짧게 숨을 들이켜는 소리라던가, 처음 들어보는 네 고함에 이어 짧게 들려오는 비명까지. 귓가에서 이명이 울리고 있던 탓에 네가 뭐라 이야기하는지 자세히는 들리지 않았지만 자세히 들을 필요도 없었어. 방금 전까지만해도 옆에 서서 덜덜 떨던 궁녀까지 뒷걸음질을 치는 게 바닥을 향해 있던 제 시야에 들어왔으니, 굳이 보지 않아도 상황이 무섭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지. 아무리 네가 무섭게 소리를 질러도 저는 제 탓에 화를 내고 있는 네가 무섭다는 생각보다 제게 와줬으면, 하는 마음이 훨씬 더 간절해. 힘이 풀린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해 다시 옷을 갖춰 입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울며 속으로 저하, 저하 하고 너를 불러대다 이내 제게로 달려와 저를 끌어안은 네 품에 안겨, 안심이 되자 되려 더 터져나오는 눈물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울어대다 맞은 자국을 발견하고 화가 나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너를 다급하게 붙잡아.) 가지, 마, 십시오, 저하. 저하... (고개를 마구 내저으며 품에 얼굴을 묻어. 옷자락을 쥐고 있던 손을 네 등으로 옮겨 꼭 끌어안은 채로 가지 말라는 말만 반복해. 지금 네 곁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았어. 일단은 저자에게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보다도 네가 제 곁에 있어 주는 게 더 간절해서. 자꾸만 가지 말라며 너를 붙잡자 너도 당장에라도 일어나, 다시 네 외삼촌에게로 갈 것처럼 움찔거리던 몸을 다시 제 쪽으로 돌리고 저를 안아줘. 네 품에 얼굴을 묻고 안긴 채로, 저를 감싼 단단하고 따뜻한 팔과 풍겨오는 익숙한 네 체취에 느리게나마 진정하기 시작한 제 시야에 팔에 칼이 꽂혀 있던 외삼촌이 눈에 들어오자 짧게 비명을 지르며 너를 더 꼭 끌어안아. 외삼촌도 외삼촌이지만 칼에 찔린 채로 괴로워하는 모습이라니, 제가 보기엔 힘든 것이었어. 파르르 떨리는 몸으로 새끼가 어미를 찾듯 네 품 안으로 더 깊이 파고들며 너만 겨우 들을 수 있을 작은 목소리로 울먹여.) 저하, 내보내 주십시오. 저, 자가, 저자를. (히끅이느라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숨을 몰아내쉬다 간신히 말을 끝맺어.) 피, 피비린내가 진동을 합, 니다. 저자를 보고 싶지, 않습니다... (뒤늦게 훅하고 밀려오는 피냄새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어찌나 울어댔는지 실핏줄이 터져 빨개진 눈을 손바닥으로 꾹꾹 눌러 닦고는 다시 네 어깨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아, 외삼촌 쪽을 보지 않으래 애를 써.)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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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에게
(당장에 사지 중 하나를 베어낼 듯한 기세로 일어나려다가 가지 말라며 엉엉 울음을 토해내는 와중에도 절 붙잡곤 아까보다 더욱 꽉 끌어안는 너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자리에 앉았어. 쪼그려앉아 네가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연신 등을 쓸어주고 괜찮다는 말을 반복했지. 그러다 외삼촌의 몰골을 본 건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덜덜 떨리는 몸으로 제 품에 다시 안겨오는 너에 아차 싶어. 울먹이며 저 자를 내보내달라는 네 말에 고개를 마구 끄덕여. 눈을 손으로 꾹꾹 눌러 진정시키면서도 그를 보기 싫다는 듯 제 어깨에 얼굴을 묻는 네 뒤통수를 부드럽게 감싸안고 호위무사에게 명령했지.) 그 자를 옥에 가두어라. (나중에 저만 찾아가야겠다 생각하고는 그들이 사라지자 네 양 뺨을 쥐곤 눈을 마주해. 얼마나 울었는지 실핏줄이 터져 토끼처럼 빨개진 눈이 가슴아팠지. 널 부축해 안고 궁녀들에게 방에서 피비린내가 나지 않게 깨끗이 하라고 하곤 접대실로 널 데려가려다 아무래도 정석의 방이 더 나을 것 같아서 그쪽으로 발을 옮겨. 거기엔 태성도 있으니까 네가 더 안정을 취하기 쉬울 것 같다는 판단이었지. 흐느적거리는 네 허리를 받치고 곧 정석의 궁으로 향했어. 이미 옥으로 끌려가는 외삼촌을 보고 소문이 다 돌았던 모양이지. 놀란 표정의 정석이 형님! 하고 저를 부르며 달려오는 것보다 태성이 더 빨랐어. 제가 세자인 것보다 분노가 더 북받쳤던지 망설이지 않고 주먹으로 제 얼굴을 가격했지. 고개가 돌아가긴 했으나 널 부축하고 있는 상황이라 함부로 휘청거릴 수도 없어 다리에 힘을 주고 버텼어. 어떻게 했길래 내 동생이 그런 꼴을 당해야하냐며 악을 지르는 그에게 아무 말도 할 서 없었지. 너에게 남첩으로 보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가슴이 아픈 줄 알았냐는 말에 고개를 푹 숙였어.) 죄송합니다. (지금은 신분이 문제가 아니라 너의 형에게 하는 사과였으므로 존댓말로 사과했어. 그 모습에 정석이 놀라서 울먹이며 우리 형 때리지 말라고 태성을 잡아끌었지. 그 어린 녀석이 못내 귀여워서 괜찮다고 부드럽게 미소지어주자 정석이 태성에게 안아달라 떼를 썼어. 마지못해 저를 안은 태성에게 또 나가서 산책을 하고 싶다고 졸랐지. 저를 죽일 듯 노려보는 눈빛을 마주할 수 없어 고개를 숙인 채 시선을 피하다가 정석의 배려로 방 안에 너와 둘이 남게 되자 널 바로 침대에 앉히고 얼굴을 쓸어줬어.) 많이 놀랬지. 미안하구나. 진정은 좀 되느냐? 물을 내오라 해야겠구나. 많이 울어서 수분이 부족할 것이야. 눈이라도 붙이겠느냐. 피곤하거나 머리가 아프진 않느냐. 볼은 괜찮은 것이냐. (네 손을 깍지껴 잡고 소중하다는 듯 엄지손가락으로 네 손등을 쓸어줬지. 내 사랑스런 아이를 감히. 다시 벅차오르는 분노에 호흡을 규칙적으로 내쉬며 진정시키곤 아까 맞아 터진 입술을 혀로 쓸었어. 그리고 네겐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팔을 벌렸지.) 이리 오거라. 아까보니 안아주면 진정하기가 빠른 것 같더구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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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80
글쓴이에게
(쉴 새 없이 이것저것 물어오는 네게 고개를 연신 작게 끄덕여주었어. 시선은 제 형님에게 맞아 불그스름해진 네 뺨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지. 한결 진정된 숨을 색색 내쉬며 훌쩍이다 제게 안기라며 손짓하는 네 품에 폭 안겨.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고 한참 가만히 머무르다 고개를 들어 네 얼굴을 마주해. 아까 맞을 때, 피하지도 않고 휘두르는 주먹에 그대로 얼굴을 내어줘 꽤나 소리가 크게 난 것 같던데. 미처 말리지 못했던 것이 미안하고 터진 입가가 속이 상해 손끝으로 네가 아프지 않도록 살살 입술을 매만졌어.) ...저하는, 아프지 않으십니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여주는 너를 젖은 눈으로 올려다보다, 목 놓아 우느라 반쯤 나간 목을 가다듬고 작게 속닥였어.) 어찌 괜찮다 하십니까. 소리가 그렇게나 컸는데... (정말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지금 위로를 받을 사람은 저라며 토닥여주는 손길에 그렇게 울어놓고도 더 나올 눈물이 있었는지 금세 촉촉하게 눈을 적시는 눈물을 참아내려 고개를 위로 들고 눈을 몇 번 깜빡여. 또 울면, 저번처럼 울다 탈진이라도 할 것 같았어. 온몸이 나른하고 피로한 것이 더 우는 것도 힘에 부쳤지. 네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사이에 네가 물을 내오라 명하자 궁녀 하나가 서둘러 물을 한 잔 내와 너에게 건네어 주고는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다시 방 밖으로 나가 조용히 문을 닫았어. 잠시 틈 없이 붙어 있던 네 몸에서 떨어져 네가 받쳐주는 물잔을 들고 천천히 몇 모금을 넘기고는 그나마 나아진 것 같은 상태에 이제 되었다며 고개를 끄덕여. 침대 옆에 있던 탁상 위에 잔을 다시 올려두고 네 어깨에 가만히 머리를 기대어, 아래를 향한 눈에 여전히 흐트러져 있던 제 옷이 들어왔어. 급하게 여며 쥐고 나오기는 했지만 정신이 없어서 아직까지도 정리하지 못한 채였지. 네 앞에서 이런 꼴로 있는 것이 부끄러워 슬그머니 네 품에서 떨어져 나와 의아한 듯 저를 바라보는 네 눈을 손으로 살짝 덮어 가렸어.) 저, 옷을 다시 입어야 할 것 같아서... (화끈해진 얼굴을 푹 숙이고 입술을 꼭 깨물며 작게 이야기하자 네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느껴져. 공포가 가시자 뒤늦게 그자의 밑에서 이런 꼴로 누워 있었던 것이 수치스러워져 달달 떨리는 손으로 서툴게나마 내의를 다시 정리해 입고 곧바로 네게 안겼어.) 저하, 잠시 눈을 붙이고 싶습니다. (제 말에 네가 저를 침대에 뉘어주자 네 한 손을 두 손으로 꼭 감싸 잡고 살짝 제 품으로 끌어당기니 저와 마주 보고 누워주는 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시 품 안으로 파고들어. 시선을 내리며 자신이 없는 투로 중얼거려.) 그리고 제가 일어나면, 저하와 산책을 나갔다 와도 괜찮겠습니까...? 일을 보시는 동안은, 기다려야 해도 좋습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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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80에게
(물을 마신 네가 내 어깨에 기대자 더욱 기대기 편하게 몸을 숙여주는데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는 너에 의아한 시선을 보내. 제 눈을 손으로 가리고 옷을 다시 입어야할 것 같다고 부끄러운 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너에 고개를 끄덕여주고 손으로 눈을 가리고 눈까지 꼭 감았지. 옷을 정리하는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멎고 바로 품에 달려드는 몸을 끌어안고 자고 싶다는 말에 너를 눕혀줬어. 내 손을 두 손으로 잡아끄는 네 의도를 알아채고 얌전히 침대 옆에 누워줬지. 품으로 꼼지락거리며 들어오는 너에게 이불을 둘러 덮어주곤 등을 토닥였어.) 안 괜찮을 일이 어디있겠느냐. 오늘은 오후에만 일이 조금 있으니 다른 시간엔 너와 계속 있을 것이다. 정 안 되면 내일로 미뤄도 상관없는 것들이니 신경쓰지 말고 푹 자거라. 일어나서 밥을 먹은 후에는 네가 원하는 대로 산책을 가자꾸나. 날이 풀려 새순이 돋은 나무들이 많단다. (시선을 내린 채로 고개를 끄덕이던 네 턱을 잡아올려. 여전히 물기가 머금어진 눈을 바라보다 쪽 입술에 입을 맞췄지. 몇 번 더 입을 맞추다가 눈을 폭 내리깔고 있는 너와 이마를 맞대며 속삭였어.) 너를 진정시킬 수 있는 게 다른 이가 아니라 나라는 사실에 감사하고 기쁘구나. 하지만 이렇게 날 믿어주는 너를 온전히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 뿐이다. 호위무사들과 외삼촌이라는 자는 제대로 처벌할 것이니 걱정 말거라.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니. 너를 아프게 한 만큼의 죗값을 치르게 할 것이다. (어딜 잘라줄까. 팔? 다리? 아니면 그 자식의 가운뎃 다리? 입으로는 너에게 다정한 말을 뱉으면서 머릿속으로는 한껏 잔인한 생각을 하고 있었어. 그런 생각이 투영되듯 눈도 살벌한 짐승처럼 빛나다가 네가 그런 눈동자를 본 건지 저하, 하며 울망이자 다시 표정을 바꾸고 부드럽게 웃으며 널 품으로 당겼어.) 얼른 자거라, 아가. 잠들 때까지 옆에 있어주마. (그럼 잠에서 깬 이후에는 옆에 있어주지 않는 것입니까? 불안함과 무서움이 겹쳐서 그런 건지 전에 없던 질문을 하는 너에 눈만 깜빡이다가 고개를 내저었어.) 잠에서 깬 이후에도 옆에 있을 것이다. (그 대답에 겨우 안도하는 눈초리로 저를 바라보다 눈을 감고 곤히 잠을 청하는 네 등을 토닥여주며 시간을 보내. 어느새 아이처럼 잠든 네 말간 얼굴을 바라보며 눈물길이 난 볼을 닦아주는데 조용히 문이 열리고 신하가 들어와. 아버지와 어머니가 날 찾는다는 말이었지. 가서 제대로 사정을 말씀하셔야 할 것 같다며 어쩔 줄 몰라하는 신하에게 알았다 손짓해서 내보내곤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으응- 하고 잠투정을 부리며 내 엇깃을 꼭 잡는 손에 입을 맞춰주고 쓰다듬어 달래준 뒤에야 겨우 손을 빼내고 침대에서 빠져나왔지. 마침 산책을 다녀와 마음을 다스린 태성과 정석이 들어오자 태성에게 너를 부탁하기로 해.) 금방 올 것이니 잠시만 봐주시오. (저를 매섭게 노려보는 태성에게서 두 팔을 벌리고 저를 막아주는 정석의 볼에도 입을 맞춘 뒤 빠르게 궁을 나섰어. 네가 깨기 전에 부모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처벌에 관해서 제가 담당을 맡기 위해서였지.) 절대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아득 이를 깨물며 성큼성큼 부모님이 계실 강녕전으로 향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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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81
글쓴이에게
(방에 들어온 정석과 형이 제 옆에 앉아, 혹시 자던 제가 깨기라도 할까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조용히 움직여준 덕분에 한동안 잠에서 깨지 않고 누워만 있다 노을이 지기 시작했을 때쯤 눈을 떠. 너무 많이 울다 자서 그런가, 약하게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몸을 일으켜 보니 옆에 누워 있던 너는 보이지 않고 제 옆에서 베개를 등에 받치고 반쯤 누운 채로 잠들어 있는 형님과 형님의 품 안에서 잠든 정석뿐이었어. 너는 어디 있지. 일어난 뒤에도 함께 있을 거라고 했는데. 불안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다 결국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나기가 무섭게 방문을 열고 들어오던 너와 눈이 마주쳐, 일어났느냐며 물어오는 네게 달려가 품에 안겼어. 내내 곁을 지키다 방금 잠이 들었던 정석과 형님은 깨어날 기색이 보이지 않았고, 저는 막 일어나 반쯤 잠긴 목소리를 낮춰 조그맣게 너를 불렀지.) 보이지 않아서 놀랐습니다. (그래도 자고 일어나니 한결 나아진 기분이었어. 네가 외삼촌을 제대로 처벌해줄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했고, 더는 앞에 그자가 아닌 네가 저와 함께 있으니 그리 불안하지도 않았고. 품에 파고들어 가슴팍에 묻은 머리를 부비적거리다, 누가 일어났는지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번쩍 드니 졸음에 겨운 얼굴로 마른세수를 하는 제 형님이 보였어. 형님, 하고 부르자 안고 있던 정석을 조심스럽게 옆에 눕혀준 형님이 너와 제 쪽으로 다가왔지. 또 너를 때리면 어쩌나 싶을 정도로 날카롭게 네 쪽을 쳐다보다 제 눈높이에 맞춰 허리를 가볍게 숙이고 멍이 약하게 올라와 있던 제 뺨을 어루만지며 속상한 투로 연신 걱정하는 말을 늘어놔. 이래서야 어디 안 보이는 데에 두고 내가 안심을 할 수가 있겠느냐, 어릴 적에 저를 따라 무술이라도 배우라고 할 때 배워 두지 그랬느냐. 잘못 들으면 저를 타박하는 것으로 알 법한 말들을 잔뜩 늘어놓다 끝에서야 누그러진 목소리로 걱정했다며 씹듯이 외삼촌의 욕을 하는 형님을 보며 어설프게 웃었어. 아까까지는 죽을 것 같아 보이더니, 좀 나아 보여서 다행이라는 말을 남기고 머리를 쓰다듬어준 형님이 뒤에서 잠에서 깨어난 듯한 정석의 칭얼거림이 들려오자 저를 한 번 안아 인사를 하고 네게도 퉁명스럽긴 하지만, 어쨌든 제대로 인사를 한 뒤 다시 침대로 돌아가 정석의 옆에 앉아 손을 만져줘. 저도 이제 바깥바람이라도 쐬며 머리를 식히고 싶기도 해 형님에게 인사를 남기고는 네 손을 꼭 붙잡고 너를 올려다보며) 저하, 괜찮다면 해가 완전히 저물기 전에 산책을 하러 가고 싶습니다. 혹시 가야 할 곳이 있으신 게 아니라면 지금 같이 걸어도 되겠습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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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81에게
(부모님께 자초지종을 모두 말씀드렸어. 다행히 부모님은 어느정도 예상했었다며 저를 나무라지 않고 착잡한 표정을 지으실 뿐이었지. 전에 이런 일이 있었던 외삼촌인지라 그의 신뢰도는 더욱 떨어진 듯 보였어. 게다가 주변의 궁녀와 무사들의 증언도 있었으니. 결국 외삼촌의 처벌건에 대해서도 제가 결정권을 갖게 됐지. 뿌듯한 마음으로 네가 깼을까봐 빠르게 걸으며 따뜻하게 느껴지는 봄바람에 기분좋게 웃었어. 계속 품에 안고 있던 온기가 없어서 허전하기도 했고 고새 네가 보고 싶어져서 궁녀들이 문을 열어주는 시간조차도 길어 손을 꼼지락대고 있다가 문이 열리자마자 제 품에 안겨드는 몸에 깜짝 놀라. 생각치도 못했기에 그저 정석이 장난을 친 거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뒤늦게 너임을 알아채고 푸핫 웃음이 터져버렸지. 보이지 않아 놀랐다며 제 목을 끌어안고 얼굴을 부비는 네 허리를 안아주는데 이불이 걷히는 소리에 행복하기만 했던 웃음을 지우고 고개를 들어. 타박타박 걸어와선 잔소리를 하듯 네 걱정을 늘어놓고 너를 품에 안아 인사하며 저를 퉁명스레 보는 시선에 제가 지은 죄가 있으니 미안하긴 한데 세자로서 계속 저런 시선을 받고 있자니 기분이 더러워서 지지않고 태성을 쏘아봐. 그런 제게 대충 인사를 마치고 칭얼거리는 정석에게 다가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지금 산책을 가고 싶다며 조곤대는 네 목소리에 너에게로 시선을 돌렸지.) 지금 딱히 갈 곳은 없구나. 나가자꾸나. 바람이 선선하니, 정말 봄 날씨더구나. (기분좋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너와 손을 맞잡고 궁을 빠져나와. 보통 때라면 이렇게 대놓고 손을 잡고 다니는 상황에 대해 신하들이 뭐라 한 소리 할 법도 하지만 일이 있었던 만큼 다들 입을 아끼는 모양이었지. 덕분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뒷산에 올라 산책을 할 수 있었어. 어느새 눈들은 다 녹고 새순들이 돋아나고 있었지. 발 밑도 꽤나 푸르스름했고 커다란 벚나무에도 연분홍빛 꽃봉오리들이 나기 시작했어.) 이것 좀 보거라. 이거 곧 있으면 꽃이 피겠구나. (조심스레 꽃봉오리를 만지는 널 흐뭇하게 눈에 담다가 부드러운 머릿결을 매만져주며 말해.) 다음엔 장엘 한 번 가보자꾸나. 시장 구경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하고 먹기도 하고. 그리고 네게 장신구를 하나 선물해주고 싶구나. 손재주가 없어 뭘 만들진 못하겠고...네게 어울리는 예쁜 것을 골라주고 싶구나. 괜찮겠느냐. (그때쯤이면 이 벚나무의 꽃들도 다 피어있을까. 저 멀리 떨어져있는 신하들의 눈을 피해 커다란 벚나무 뒤로 널 밀어서 숨겨. 갑작스런 제 행동에 눈만 깜빡거리는 네 턱을 잡아 부드럽게 입을 맞췄지. 입술만 움직여 다정하게 입 맞추다가 문득 걱정이 되어 네게 물어.) 내일 혼자 방에 있을 수 있겠느냐. 정 무서우면 신하를 붙여두거나 내가 수시로 방에 들리겠다. 아니면 방에서 처리해도 되는 일들은 그렇게 하고. 어때. 그것이 낫겠느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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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81에게
혹시 몰라서 답댓 남겨놔요 댓글 잘려서 수정해놨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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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82
글쓴이에게
장신구 말씀이십니까? (공주인 여동생이라면 몰라도 왕자인 제가 장신구를 가져 본 적은 없는데. 기껏해야 쓰지도 않는 제 검을 꾸며줄 자잘한 장신구들이 전부였지. 멍하니 너를 보다 어찌 됐건 네가 골라주는 것이니 뭐든 좋다는 생각에 작게 웃으며 예, 좋습니다.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갑자기 팔을 붙잡고 저를 살짝 안쪽으로 밀어 넣는 너에 놀라면서도 네게 맞춰 뒷걸음질을 쳐. 그리고는 다가오는 너를 보다 질끈 눈을 감았던 것도 잠시, 눈가가 파르르 떨릴 정도로 줬던 힘을 빼고 어설프게나마 너와 입을 맞추기 시작해. 조금 뒤에 제게서 떨어져 나간 너의 옷자락을 그대로 쥔 채로, 이마를 맞대고 걱정스레 물어오는 너를 보며 안심하라는 듯이 옅게 웃어. 웃는 모습에도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으로 저를 내려다보던 네 옷자락 대신에 두 뺨으로 손을 옮겨 매만지며 다시 한 번 웃어줘. 뺨을 간지럽히듯 어루만지던 손을 멈추고 잠시 머뭇거리다 짧게 입을 맞췄다 떨어져 나왔어. 전보다는 적응했지만 여전히 쑥스러워하며 얼굴을 붉히고 웃고는 네 어깨에 기대. 조금 무서운 것쯤이야 제가 참으면 되는 것이긴 하지만 네가 제 곁에 있었으면, 하는 건 어쩔 수 없었어. 그래서 괜찮다 이야기를 하려다 조금 말을 바꿔.) 예, 방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저는 정말 방해하지 않고 얌전히 있을 수 있으니, 방에서 머무르며 일을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 혹시, 아주 혹시나 저를 두고 업무를 보러 간 네가 제 부탁 탓에 제게 신경이 쓰여 집중을 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 돼 얼른 뒷말을 덧붙여.) 물론 그럴 수 없는 일이라면 혼자 있는 것도 괜찮습니다. 낮잠이라도 자면서 평소처럼 시간을 보내면 되는 일이니... (우물쭈물하는 저를 보던 네가 그래, 방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은 방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마. 하고 대답하자 얼굴이 환해져. 싱글벙글 웃으며 너를 올려다보다 쪽 하고 다시 짧게 입을 맞추고는 떨어져 코끝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너를 보다, 푸스스 웃음이 터져 작게 웃자 너도 저를 따라 웃는 모습에 장난치듯 몇 번 더 입술을 짧게 맞췄다 떨어져 나와. 뒤늦게 부끄러움이 밀려와 다시 볼이 발그레해지긴 했지만, 봄 분위기에 취하기라도 했는지 헤실 거리며 웃다 마지막으로 네 볼에 짧게 입을 맞춰.)

/네! 답댓까지 남겨주시다니 넘나 친절한 것... 8ㅅ8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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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82에게
(다행히 제 제안이 마음에 든 것인지 방에서 할 수 있는 업무는 방에서 봤으면 좋겠다는 네 말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그러다 제가 그 말을 신경써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지 무작정 우기지 않고 우물거리며 그럴 수 없을 땐 혼자 있어도 된다며 덧붙이는 네 귀여운 자태에 네 허리에 팔을 감아 내 쪽으로 당겨.) 그래, 방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은 방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마. (제 대답에 태양처럼 환하게 웃던 네가 귀엽게 쪽쪽 입을 맞춰오자 세상이 내 것인 것처럼 행복한지라 네가 볼을 마지막으로 입을 맞추지 않을 적에는 네 귓불을 입에 물고 희롱하기도 하고 목덜미에 쪽쪽 입술을 대기도 했어. 제 행동에 네가 바르작대며 얕은 신음을 흘리자 아랫입술을 아프지 않게 물었다 놓으며 싱긋 멋들어지게 웃어보였지.) 이제 들어가자꾸나. 방도 다 치워놔서 피 냄새도 나지 않을 것이다. (고게를 끄덕이는 네 손을 잡고 동궁전으로 향하자 제 터진 입술을 그제야 본 윤 상궁이 버선발로 허겁지겁 뛰쳐나와 차마 제 볼에 손을 대지도 못하고 손을 발발 떨어.) 별 것도 아닌 걸로 유난이구나. (말을 더듬거리며 어디서 누가 이랬냐며 묻는 윤 상궁의 모습에 네가 괜히 눈치를 볼까봐 네 어깨를 감싸안고 그녀의 손을 밀어낸 뒤 방으로 들어와. 피 냄새는 간데없고 전에 풍기던 꽃향만 머물고 있자 기분 좋게 웃고는 깨끗해진 채 제자리에 잘 걸려있는, 아까 외삼촌의 팔에 꽂혀있던 제 검을 빼어들어 매만지다가 저녁엔 잠시 그를 보고 고문이라도 하고 와야겠다 생각하며 검을 제자리에 넣어. 그러다 제 옷깃을 꼭 붙잡고 저를 올려다보고 있는 널 보며 푸흐 웃어버렸지. 그 사건 이후로 제 곁에서 떨어지는 걸 불안해하는 네 모습이 너무 안타까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귀엽다고 느껴지는 제가 싫어 괜히 볼 안 쪽을 세게 깨물다가 네 머리를 쓰다듬어줘.) 아이가 다 됐구나, 우리 아가. (부끄러움에 볼이 붉어지면서도 제 옷깃을 여전히 꼭 쥐고 있는 네 턱을 들어올려 쪽 뽀뽀하곤 네 손을 잡은 채 자리에 앉아.) 배가 고프고 그러진 않느냐. 저녁을 일찍 먹고 잠에 들어도 좋을 것 같구나. 그리고 저녁엔 잠시...옥에 좀 다녀올테니 방에서 기다리고 있거라. 불안하면 김태성을 불러오겠다. 괜찮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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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C^ 그나저나 이제 슬슬 끝내도 될 것 같군요! 장신구 주고...첫키스 하고 벚꽃 보고 뿅 끝나도 될 듯 싶습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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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84
글쓴이에게
그러고 보니 오늘은 한 끼도 제대로 먹은 것이 없습니다. (나름 식욕도 꽤 있고 허기도 금방금방 지는 편인데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다는 듯이 중얼거렸어. 워낙 정신이 없어서 조반은 자느라 거르고, 점심은 네 외삼촌 일 때문에 얼결에 걸렀던 것도 잊고 지금껏 돌아다니다 식사 이야기가 나오자 이제야 허기가 지기 시작해. 금방이라도 꼬르륵 소리가 날 것 같은 배에 손을 얹고 어설프게 웃다 옥에 다녀오겠다는 이야기에 멈칫, 하고 네 쪽을 흘끔 봐. 물론 형님이 와준다면야 저야 안심이지만 잠결에 칭얼거리는 정석을 익숙하게 달래고, 안고 손을 잡고 돌아다니던 것을 보아하니 둘은 잘 떨어지지 않는 것 같던데, 늦은 밤에 아이에게서 제 형님을 데려오는 것도 뭐해 고개를 내저으며 웃어.) 괜찮습니다. 몸이 피로하여 형님이 오셔도 금세 잠이 들 것 같으니 혼자 기다리겠습니다. (조금 전 한 끼도 먹은 것이 없다던 제 이야기가 생각나는지 네가 지금 저녁을 먹겠느냐 묻자 창밖을 한 번 흘끔 봐. 방금까지만 해도 희미하게나마 비추던 빛까지 완전히 사라진 것을 보아하니 조금 이르긴 하지만 슬슬 저녁을 먹을 시간인 것 같기는 했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너는 밖을 지키고 서 있던 궁녀에게 저녁을 준비해 달라 이야기하고, 기다리는 동안 저는 슬쩍 네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허리에 팔을 감아 안겼어.) 한밤에 혼자 나가 산책을 하는 것도 뭐하니 저는 방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 저하께서 돌아오셨을 때 제가 잠이 들어 있거든 깨워주셔야 합니다, 저하. (제 부탁에도 애매하게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확답을 해주지 않는 너에 다시 한 번 꼭. 꼭 깨워주셔야 합니다, 하고 조금은 칭얼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는 제가 더 놀라 헙 하고 숨을 들이켜. 부끄러워 살짝 네 눈치를 보다 놀리거나 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안심하며 얼굴을 풀고 상을 들이기 전 네게 먼저 알리기 위해 저하, 하고 너를 부르는 궁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네 어깨에 기대고 있던 머리를 들며 말을 덧붙였어.) 자기 전에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그러니 꼭 깨워 주십시오. (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이 열리고, 상이 들어오자 풍기는 고소한 냄새에 절로 나오는 군침을 조용히 넘기며 티 내지 않으려 애쓰지만 반짝이는 눈을 감추지 못하고 식사를 준비해오는 궁녀들의 걸음을 눈으로 좇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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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정든 국뷔를 떠나보낼 생각을 하니 아쉽네요 흑흐규ㅠ 。(゚うェ´。)゚。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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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84에게
(저녁이 준비되는 동안 품에 안긴 네 머리를 쓸어주는데 자고 있으면 깨워달라는 네 말이 의문스러웠어. 굳이 깨울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고작 제가 왔다는 이유만으로 너를 깨우고 싶진 않아서 어물거리며 대답을 회피했더니 꼭 깨워달라며 애교스레 칭얼대는 네 목소리에 살풋 웃음이 터져. 하지만 숨을 들이키며 되려 놀란 표정을 짓는 네 모습에 내색은 하지 않았지.) 들어오거라. (식사 준비가 다 된 건지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들어오라 이르는데 자기 전에 얼굴을 보고 싶어서 그렇다는 네 말에 너를 돌아봐. 그런 것이었구나. 그리고 뒤이어지는, 배고픔에 젖은 반짝이는 네 두 눈. 궁녀들이 움직여 상을 가져오자 음식을 하나씩 둘러보며 침을 꼴깍 삼키는 게 귓가에 들리는 것 같은 환청이 일어났어. 빨리 하라고 너 몰래 손짓으로 궁녀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상차림과 기미상궁의 일까지 빠르게 진행되었지.) 이제 먹자꾸나. (네가 마음 편히 식사하게끔 최대한 빠르게 먼저 젓가락을 들고 밥을 집어먹었어. 역시나 제가 먹고 나서야 밥을 뜨는 너를 흐뭇하게 바라보았지.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평소보다 더욱 복스럽게 먹는 너에게 반찬들을 얹어주고 제 밥그릇의 밥까지 조금 덜어 너에기 줬어.) 나는 별로 입맛이 없구나. 네가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기도 하고...걱정 말고 얼른 먹거라. 잘 먹으니 보기 좋구나. (맑게 웃음지으며 시금치를 입에 넣었어. 제금 머릿속엔 오직 외삼촌의 어디를 어떻게 해줄까 하는 생각밖에 없었지.) 너를 때린 팔부터 잘라야겠구나. (혼잣말로 작게 중얼거리며 멍한 눈으로 널 바라봤어. 왼뺨을 맞았으니 오른손을 자르면 되겠군. 고개를 끄덕이며 밥을 입에 넣고 인형처럼 씹기만 했지. 그리고 다신 함부로 씨를 뱉어낼 수 없게 가운뎃 다리도 자를 것이야. 거기는 필수겠지. 사람의 몸을 자른다지만 이미 너에기 손찌검과 겁탈까지 하려했던 자였으므로 불쌍하거나 잔인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태연히 밥알을 씹어삼키곤 절대 곱게 죽이진 않으리라 다짐했지. 가슴팍을 인두로 지져도 좋고 손톱을 뽑거나 가둬놓고 아무것도 주지 않으며 먹을 거라곤 더러운 오물만 줘도 좋겠단 생각을 했어. 이런 날 네가 알게 된다면 무섭다고 도망칠까. 외삼촌의 고문에 대해 생각하다 문득 그런 의문이 들자 너에게로 시선을 돌려.) ...내가 어떤 사람일지라도 도망가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겁이 나는 바람에 밑도끝도 없이 그렇게만 툭 던져놓고 옅게 웃어버렸지.) 그래줄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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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다음에 새로운 국뷔로 만나면 되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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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86
글쓴이에게
(먹느라 네 혼잣말을 듣지는 못했지만, 밥을 우물거리며 흘끔흘끔 본 네 얼굴은 뭘 생각하고 있는 건지 멍하기만 해. 고개를 갸웃하다 네가 신경을 쓸 문제야 워낙 많으니 그중에 하나겠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걱정이 돼 밥을 먹으면서도 곁눈질로 자꾸 너를 훔쳐봐. 그러다 시선을 마주쳐 눈을 동그랗게 뜨자 갑자기 의도를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지는 너를 조금 전보다 더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봐. 걱정거리라도 있나. 어쩐지 가볍게 대답하면 안 될 것 같아 나름 신중하게 생각하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여.) 예, 도망가지 않겠습니다. (저한테 숨기는 것이라도 있는 건지. 웃고는 있는데 영 즐거워서 웃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아. 수저를 잠시 내리고 네 왼손을 붙잡으며 얼굴을 마주해.) 정말입니다. 도망가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저하께서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지만... (중얼거리다 네가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다시 손을 놓아주고 어느새 빈 제 밥그릇을 밀어둬. 대신 배는 충분히 채웠으니 후식으로 나온 과일을 하나 집어 입에 쏙 넣고 오물오물, 꿀꺽 삼킨 뒤에 다시 너를 흘끔 봐.) 그러니 혹시, 혹시 제게 숨긴 것이 있으시거든 말씀해주십시오.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오히려 숨기는 것이 있다면 그거야말로 속이 상할 것 같았어. 저 모르게 비밀을 차곡차곡 쌓아두는 너를 상상하다 작게 입술을 비죽이고는 다시 달디 단 과일을 집어 먹으며 기분을 풀어. 그래, 네가 저에게 비밀이 있다고 얘기를 한 것도 아닌데 혼자 상상하다 기분을 망치는 것만큼 안 좋은 일이 어디 있겠어. 바지런히 이 접시, 저 접시 위에 있던 과일들을 하나씩 집어 맛을 보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수저가 천천히 달그락거리던 소리가 들리지 않아.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니 과일을 집어 먹는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네가 보여. 이럴 줄 알았지. 밥도 조금 남았는데 완전히 수저를 놔 버린 걸 보아하니 입맛이 없는 것 같아. 제가 먹으려던 과일을 빤히 보다 네 입가에 대뜸 내밀며) 달고 맛납니다. 저하도 드셔 보십시오. (네가 아, 하고 입을 벌려주자 과일을 쏙 넣어 줘. 네 입술에 제 손가락이 닿자 쑥스러워하며 배시시 웃다 보란 듯이 닿았던 손가락 끝에 입을 짧게 맞추고 부끄러워 고개를 돌려, 다시 과일을 집어 먹는 데에 집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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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쵸그쵸. 끝나면 우리 또 새로운 국뷔로 만나요...! ♥♥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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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86에게
(잔인한 내 내면을 알게 된다면 네가 날 두려워하고 무서워하여 사라질 것 같았어. 악마 같다고 날 욕하며 떠나는 너의 뒷모습을 보는 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뒷골이 당기고 가슴께가 텅 비어 허전했지. 하지만 진지한 얼굴로 몇 번이고 가지 않겠다고 말해주는 너에 조금은 용기가 생겼어. 내 손을 꼭 잡은 네 손의 손등을 다정하게 엄지손가락으로 쓸어주며 작게 웃었지. 그러다 슴긴 것이 있다면 말해달라는 너에 음- 하고 뜸을 들이다 고개를 끄덕였어. 너한테 숨긴 것도 없었고 어째 네가 입술을 비죽이는 모양새가 진짜 그런 게 있으면 서운할 것 같다는 표정이었기 때문이지. 그런 네가 귀여워 들던 수저도 내려놓고 여기저기 손을 뻗어 과일을 먹는 너를 빤히 바라보았어. 다람쥐같다. 볼을 빵빵히 부풀리고 음식을 저장하듯 과일을 쉼없이 집어넣는 널 보며 그리 생각하는데 시선이 느껴진 건지 네가 말똥히 눈을 맞춰오자 눈웃음을 지어줬어. 그런 제게 대뜸 과일을 입에 들이밀며 먹어보라는 너에 금방 입을 열고 받아먹긴 했지만.) 아, 미안하... (네 손가락이 제 입술에 닿아, 침이라도 묻었을까 싶어 손을 뻗어 닦아내주려다가 그 손가락에 수줍게 웃으며 입을 맞추는 너에 잠시 멍하게 바라보다 그대로 네 뒷목을 잡아채. 딸기를 먹고 있던 네가 의아한 눈으로 저를 바라보자 벌떡 몸을 일으켜서 그대로 곧장 돌진했지.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고 눈을 질끈 감은 네 입술을 물고 빨다가 조심스레 혀로 네 입술을 건드리려는데 저하, 하고 저를 부르는 장군의 목소리에 네게서 입술을 떼. 밭은 숨을 내쉬며 나른한 눈으로 저를 올려다보는 네 눈가에 입을 맞추고 허리를 곧게 펴 섰지.) 들거라. (곧이어 들어온 장군이 외삼촌이 아직도 죄를 인정하지 않고 발악을 하며 네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고 저주스런 말을 퍼붓고 있다는 상황을 고스란히 전했지. 그런 말을 들었음에도 무덤덤한 저와 달리 걱정이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네 볼을 쓸어주고 벽에 걸린 장검을 다시 빼어들어 허리춤에 찼어.) 그렇다면 다시는 그 입을 움직이지 못하게 해야겠구나. (다녀오겠다는 의미를 담아 네 머리를 푹 눌렀다가 떼곤 궁을 나섰어. 절대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호위무사들에게 전하고 네가 불안해하는 것 같으면 옆에 있어달라고 궁녀에게 부탁한 뒤 옥으로 발을 옮겼지. 옥에 들어서자마자 묶여있는데다 주변에 장군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게 달려들어 상처를 입히고 싶어하는 외삼촌을 보니 쉽게 끝날 것 같진 않았어. 그에게서 너에 대한 미안함을 담은 진심어린 사과를 받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어쩌면 고문이 더욱 길어질 수 있겠다 생각했지. 날이 시퍼런 칼을 들고 너에게 해주는 것처럼 부드럽게 미소지었어. 날이 이미 어두워졌기에 네가 아까 전의 일을 떠올리며 어둠 속에서 혼자 무서워하고 있을까 걱정이 되었어. 빨리 끝내고 가야할 터인데. 제 친형님의 품보다도 저를 더욱 찾으며 옷깃을 붙잡고 떨어지지 못하던 네 모습이 아른거려서 입술을 꾹 깨물었어. 그런 제 모습에 외삼촌이 정신을 못 차리고 다시금 표독스런 말을 뱉자 표정을 정리하고 싱긋 웃어보였지.) 재밌게 놀아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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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죠! 혹시 보고 싶은 국뷔 있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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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94
글쓴이에게
(네가 외삼촌에게 가고 저는 혼자 궁에 남게 되었어.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어둑한 밤 혼자 남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다 보니 괜히 겁이 나.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 약하게 떨고 있던 제 팔을 톡톡 두드리는 손길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들었어. 아, 덩달아 놀란 얼굴로 저를 바라보는 궁녀의 모습에 맥이 빠져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미안한 듯 웃어 보여. 놀랐던 궁녀도 이내 멋쩍은 듯이 웃으며 머리맡에 있던 초에 불을 붙여줬어. 저하께서. 어, 불안해 보이시거든 함께 있어 드리라 하셨습니다. 하는 이야기에 끝까지 저를 배려해 궁녀에게 말을 전하고 가 줬을 네 생각에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색하게 제 앞에 서 있던 궁녀에게 침대 옆의 의자를 내어줘.) ...그럼, 편하게 계십시오. (정적만 흐르는 방 안, 가만히 마주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던 궁녀가 낮에는 많이 놀라셨을 텐데 누우시는 건 어떻겠냐며 말을 꺼내. 웬만하면 네가 올 때까지는 졸지 않기 위해서라도 앉아 있으려 했는데 궁녀가 함께 있는 마당에 앉아 있으려니 괜히 뻘쭘하고, 그렇다고 같이 있어 주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하자니 겁이 나고. 혼자 있는 것을 겁내는 게 부끄럽지만 어쩌겠어. 결국 어색함을 이기지 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에 누워. 자연스럽게 일어나 이불을 정리해주고 다시 앉는 궁녀에게 조그만 목소리로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눈을 감았어. 처음에는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이 저를 보고 있으니 영 어색해서 잠이 잘 오지 않았는데, 그것도 또 금방 적응이 됐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 빠져들었지. 악몽을 꾸면 어쩌나 걱정도 했지만 다행히 피곤해서 그런가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깊게 잠들 수 있었어. 그렇게 얼마나 누워 있었을까, 근처에서 들리는 기척 소리에 눈을 떠 보니 잠자리에 들기 전, 불편한 겉옷을 벗어 궁녀에게 건네주고 있던 네 뒷모습이 보여. 잠에서 덜 깨 반쯤 감긴 눈을 멍하니 깜빡이다 이불을 걷고 일어나, 네 옷을 정리하고 방에서 나가던 궁녀와 눈이 마주치자 간단하게 묵례를 해 인사하고 총총총 네게로 다가가. 뒤에서 폭 끌어안고 등에 머리를 기댔어.) 오셨습니까. (허리에 두르고 있던 손을 꼼지락거리다 얼굴을 보기 위해 팔을 잠시 풀고 네 앞으로 가서 섰어. 저를 내려다보며 서 있던 네 볼에 짧게 입을 맞추고 피로한 눈을 감으며 어깨에 머리를 기대.) 별일은 없으셨습니까. (음담패설을 늘어놓던 것이나, 끝까지 악에 받쳐 네게 욕을 뱉던 것을 보아 원래부터가 쓰는 단어가 저급한 자였던 것 같은데 지금이라고 해서 그 험하던 입이 갑자기 얌전해졌을 리도 없고. 네게 해를 끼치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돼 조심스럽게 물었어. 너에게도 그렇게 저급한 말들을 늘어놓았을까, 생각만 해도 화가 나 약하게 미간을 좁히며 품으로 더 깊이 파고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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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완전 원순데 국뷔 둘 중에 하나가 사실 몰래 상대를 좋아하고 있다 하나하키병 때문에 들키는 거라던가 ㅠㅠㅠㅠㅠㅠㅠ
이복형제 리맨물 사제물 초능력물도 좋고 정구기나 태형이가 뱀파이어여도 좋을 것 같고
아니면 아이를 못 갖는 몸인 줄 알고 a를 입양해 왔는데 바로 b를 임신하게 돼서 찬밥 신세 된 a라던가ㅠㅠㅠㅠㅠㅠㅠㅠ 국뷔 중에 누가 a이고 누가 b인지는 모르겠지만 ㅠㅠㅠㅠㅠㅠ
경찰x가출 청소년이나 경찰x가정폭력때문에 임시로 경찰 집에서 보호 받게 된 학생도 좋아요ㅠㅠㅠㅠ

아니면 정국이가 쌍둥이인데 정국이의 쌍둥이 형인 애가 나쁜 놈에 태형이 괴롭히던 애라 태형이가 싫어하던 걸로ㅠㅠㅠ 어떤 일 때문에 정국이가 자기 쌍둥이 형이랑 떨어져 살다가 형 대신 학교에 가게 됐는데 태형이 좋아하게 되고ㅠㅠㅠ 태형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정국이를 싫어하면서도 죽어라 저 괴롭히던 애가 갑자기 순둥순둥하게 바뀌어 있으니까 당황하고 정국이는 눈치를 보니까 왜인지는 몰라도 태형이가 자기 형을 싫어하는 것 같은데 자기가 형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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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95
394에게
여기에서 갑자기 취향 털어놔서 미안해요 ㅋㅋㅋ큐ㅠㅠ 전 썰이든 뭐든 늘 20% 부족해서 이게 뭔가 싶으시겠지만 주제 떠올리시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근데 생각해보니까 쓰니가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ㅋ큐ㅠㅠㅠㅠ 쓰니가 부담 갖지 않고 아 이런 거 망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해줬으면 좋겠습미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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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94에게
(옥에서 한참 일을 치르고 돌아오니 너는 이불을 꼭 덮고 잠을 자고 있었어. 저를 보며 급히 일어나는 궁녀의 인기척에 네가 깨기라도 할까봐 바로 검지손가락을 입에 대 조용히 하라고 손짓한 뒤 저도 천천히 방으로 들어왔지. 그런 제게 사뿐사뿐 다가와 겉옷을 받아드는 궁녀가 방을 나가자 네 옆에 살금살금 걸어가 누우려고 했으나 계획은 틀어진 것 같았어. 네가 총총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뒤에서 폭 안겨드는 몸에 못 말린다는 어투로 한숨을 짓곤 슬쩍 고개를 뒤로 꺾어 널 바라봤지.) 깨우지 않으려 했건만 깨버렸구나. (얼굴을 보고 싶었는지 뒤에서 꼬물대다가 앞으로 나와선 저를 올려다보는 눈길에 다정하게 널 내려다보며 쪽 입술에 입을 맞췄어. 아까 옥에서 저와 같이 있던 장군들이 보면 제 2의 인격이라고 수군댈지도 모를 정도로 판이하게 다른 표정이었지. 그런 제 볼에 짧게 입을 맞추고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네 행동에 피곤함이 느껴져서 널 품으로 더 당겨선 보듬어 안아. 피곤할 만도 하지. 험한 일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타격을 입었으니. 그러면서도 제 걱정을 먼저 해오는 네가 기특해서 네 머리를 쓰다듬어줘.) 별 일이야 있었겠느냐. 그 자는 묶여있는 자인데. 폭언을 하던 것이라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그만이니 걱정하지 말거라. (오히려 다시 한 번 제 얼굴에 침을 뱉으려 했던 사람인지라 주변에 있던 장군들이 더 쩔쩔매며 어쩔 줄 몰라했었지. 죽어라 패던 것도 그들이었고. 제가 한 일이라곤 그를 살살 긁어내고 칼을 몇 번 휘두른 게 다였어. 하지만 제가 그런 말 자체를 들었다는 게 속상한 듯 제 품에 더 깊숙히 들어오는 네 얼굴을 확인하니 미간이 좁혀진 게 보여서 상황이 그럴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푸스스 웃어버렸지. 제 웃음소리에 의아한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너를 품에 안아들고 침대로 걸어가. 엉덩이를 받쳐 안고 걸으니 자연스럽게 제 어깨에 손을 올린 채로 차마 발도 구르지 못하고 내려달라고 부끄러움에 붉어진 낯인 네가 작게 소리쳤지만 신경쓰지 않았지. 조심스레 침대에 내려주곤 그대로 입술에 두어 번 입 맞춘 뒤 침대에 드러누웠어. 그리곤 네게 팔을 벌렸지.) 이리 오거라. 내일은 장엘 나가서 같이 걷자꾸나. (수줍게 고개를 끄덕인 네가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품에 안기자 널 안은 채 토닥토닥해주다가 잠이 들어. 네가 힘들 것이고 제가 네게 하나뿐인 기둥이라는 걸 알았기에 그런 건지 잠을 자면서도 네가 뒤척이며 제게서 멀리 떨어질 즈음이면 잠결임에도 불구하고 귀신같이 알아채고 널 당겨 다시 품에 안고 나서야 잠이 들었지. 그 상태로 아침을 맞이했어. 역시나 내 품에 그대로 안긴 너를 여전히 졸린 눈으로 바라보기만 하다가 네가 깨지 않게 일어나는데 순간 팔이 풀썩 꺾이는 바람에 널 툭 건드려버렸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잠투정을 부리곤 제 쪽으로 굴러오는 널 품에 다시 안았다가 네가 인상을 풀고 곤히 잠을 자자 다시 더욱 신중한 자세로 몸을 일으켰지. 부모님께 문안인사를 드리고 정석이도 보고 외삼촌도 한 번 쳐다보고 동궁전까지 오는 동안 거치는 궁을 꼼꼼히 둘러보고 올 생각이었지.) 다녀오마. (속삭이듯 인사를 내뱉고 조심스레 방을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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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안 부담스러워요! 맨날 탄들한테 하고 싶은 상황 있냐고 물어보면 다들 잘 말을 안 해줬는데 이렇게 구체적으로 그것도 엄청 많이 말해줘서 고마워요ㅠㅠㅠ하나하키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재밌을 것 같고 임신 저것도 좋고ㅠㅠ쌍둥이썰도 내가 좀 각색해서 가져와도 되나...헿헤헤 아무튼 정말 다 좋아요! 내가 더 생각해보고 나중에 올 때 가지고 올게요 아니 전에는 뭐만 해도 상황이 떠오르고 그랬는데 요즘은 아무것도 안 떠올라서ㅠㅠㅠㅠ나중에 톡 하다가 끝날 즈음에 또 물어볼 건데 혹시 그때도 있으면 이렇게 말해줘요ㅠㅠ짱좋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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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98
글쓴이에게
(창으로 들어온 햇빛이 얼굴에 머물러 늦은 아침 잠에서 겨우 깨어났어. 멍하니 눈을 껌뻑이는데, 그럼 그렇지, 너는 또 제가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나가버린 건지 옆이 휑하니 비어 있었어. 조금 초조하긴 했지만 어제처럼 심장이 쿵 떨어질 정도로 불안해지지는 않아 얌전히 방 안에서 너를 기다리기로 해. 사실 저번처럼 마중이나 나가볼까 하긴 했는데 나갔다 또 졸아버릴 것 같아 포기했어. 으, 그때는 저를 안고 있던 네 모습에 생각할 틈이 없었지만, 지나가던 궁녀, 신하들이 제 자는 모습을 봤다는 것만 생각하면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어. 새삼 저를 덮쳐오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자리에서 일어나. 네가 오늘 장에 가서 함께 걷자 했지. 그럼 단장이라도 미리 해 둬야지. 궁녀에게 세숫물을 준비해달라 부탁하고 별거 없이 평소에 늘 하던 세안을 한 번 해, 생각해보니 단장할 것도 없긴 하지. 조금 더 공들여서 세안한다 생각하고 깨끗이 얼굴을 씻어내고는 가만히 침대에 앉아 있던 것도 잠시, 결국 방을 나섰어. 방 안에만 있어 봤자 잠만 더 잘 텐데 뭐하러 저기에 틀어박혀 있어. 계속 자면 얼굴도 못나게 부을 텐데.) 혹시 제가 잠에 들거든 꼭 깨워주어야 합니다. (혹시 모르니 궁을 지키는 궁녀에게 잠에 든 저를 꼭 깨워달라 신신당부도 해주고 이번엔 아예 잠에 들지 않을 수 있도록 앉지도 않고 돌계단 옆에 멀뚱히 서서 너를 기다렸어. 그러다 다리가 저려 금방 앉아 버리긴 했지만. 먹고 자고, 먹고 자고. 간간히 하는 산책 외에는 운동을 하질 않으니 체력이 이 모양이지. 전에 삼촌이 왔을 때 아무리 덩치 차이가 있다 해도 저도 같은 사내인데 저항 한 번 하지 못했던 것도 그렇고. 네게 뭐든 체력을 기를 수 있을만한 운동을 배워보고 싶다고 부탁해볼까. 아냐, 그래도 운동은 별로인데. 혼자 쓰잘데기 없는 고민을 하며 멍을 때리던 제 앞에 누군가가 와서 서고 쏟아지던 햇살을 가려, 그림자가 제 위에 드리워진 뒤에야 고개를 들어 앞에 서 있던 사람을 보았어.) 아, 저하. (환하게 웃고는 이곳에서 기다리다 잠든 기억이 또 떠올라 부끄러워 머뭇거리다 네 손을 붙잡으며 웃어) 이제 오십니까. 아침에 저도 깨우시지 그러셨습니까, 잠깐 얼굴이라도 보게. (네 손을 잡은 채로 중얼거리다 네가 저를 일으켜주자 품에 폭 안겨, 푸스스 웃으며 그대로 서 있던 것도 잠시 주위의 시선이 느껴지자 네게서 떨어져 나와 손을 붙잡고 방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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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네ㅠㅠㅠㅠ 고마워요 ㅠㅠㅠㅠㅠㅠㅠ 하나하키병은 벌써 쓰니가 찾아봤을 것 같긴 하지만(소금소금)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꽃을 토해내는 병이에요! 저도 얼마 전에 알게 된 설정인데 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좋아서ㅠㅠㅠㅠㅠㅠㅠ 나중에 쓰니가 물어봤을 때 생각나는 게 있으면 꼭꼭 쓰니한테 말할게요. 제가 씽크빅이 떨어져서 더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에 생기면 꼭꼭.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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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98에게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정석과 태성의 얼굴도 보러 갔어. 웬일인지 잠에서 일찍 깬 정석과 아침부터 산책을 나갈 준비를 하던 태성과 눈이 마주쳤지. 아침 안개를 느끼고 싶어한다며 못 말린다는 듯 웃는 태성의 모습에 저도 같이 웃어주곤 정석의 머리를 쓰다듬었어.) 내킨다면 태형이도 보고 오는 것이 어떻겠느냐. (하도 걱정을 하는 것 같아서 슬쩍 물어봤어. 걱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 제가 자리라도 피해줄 심산이었지. 그렇지만 저를 빤히 보던 그가 괜찮을 것 같다고 다시 푸스스 웃음을 터뜨리자 멍하게 묘한 너를 닮은 웃음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어.) 고맙네. (믿어줘서. 뒷말은 안 들어도 알 것 같다는 태성과 정석이 손을 잡자 제가 먼저 발을 옮겨 동궁전으로 걸어왔지. 그리고 궁 앞에 앉아있는, 나의 천사. 오늘은 자고 있지 않은 것인지 옷자락을 꼼지락대며 저를 기다리는 모습에 빠르게 발을 옮겼어. 너의 앞에 서서 그늘을 만들어주자 저를 올려다보곤 환히 웃는 낯이 아까 태성과 닮아있었지만 더 아름답고 가슴이 간질거리는 웃음이었지. 내 손을 잡아오는 네 손가락을 하나하나 얽어 잡았어.) 이렇게 금방 볼 것인데 굳이 깨울 필요가 어딨느냐. 네가 곤히 더 자는 게 나는 좋구나. (품에 안긴 너를 토닥이다 네가 시선을 느끼고 방으로 저를 끌어당기자 군말없이 너에게 끌려가줬어. 신하들이 저보다 앞서 걷는 널 보며 뒷목을 잡는 게 보였지만 네게 언질을 하진 않았지. 아무래도 전에 왕자였기에 그 행동이 묻어나는 것 같았고 제가 편하고 좋아서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것 같아서, 그게 좋았기 때문이지. 방으로 들어와선 조반을 먹고 환복한 뒤 나가기로 했어. 상이 들어오길 기다리며 널 내 옆에 앉혀두고 손가락을 조물거리며 시간을 때웠지. 그러다 대뜸 널 보고 네 손을 잡지 않은 쪽 손가락으로 톡톡 내 입술을 건들였어.) 뽀뽀. (제 갑작스런 요구에 네가 당황하고 부끄러운 빛을 띄웠어. 아무래도 애정행각에 유연하지 못한 너이니 이런 반응 정도는 익숙했지. 흐- 웃음을 터뜨리고 이마부터 시작해 입술까지 쪽쪽 밑으로 내려왔어. 그러다 입술에 입을 맞췄을 적에는, 어찌나 집중을 하고 있었는지 이미 궁녀가 문을 열고 놀란 얼굴로 저희를 보고 있었지. 동공이 세차게 흔들리는 그녀가 박 상궁에게 바로 이끌려나가며 머리를 땅에 붙이고 죄송하다며 죽을 죄를 지었다 사죄하는 것이 오히려 더 시끄러워서 괜찮다고 손짓했어.) 됐으니 상이나 내오게. (예, 하고 대답한 박 상궁이 곧 궁녀들을 일러 상을 내왔고 문을 열었던 어린 궁녀가 박 상궁에게 끌려가는 것이 보였지. 호되게 혼나겠군. 별 일도 아니었고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입 맞출 때의 나른하고 야한 네 얼굴을 그녀도 봤다고 생각하니 샘이 나서 딱히 말리고 싶진 않았어. 그저 네 앞에 반찬들을 끌어주며 웃을 뿐이었지.) 먹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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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안 알아봤었어요 고마워요! 그럼 막 꽃도 찾아보고 그래야겠다...튤립 제일 좋아하는데 그걸로 할까ㅋㅋㅋ(꽃말은 모름
데헷 아무튼 응응 꼭 생기면 말해줘요 땡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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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02
글쓴이에게
(자꾸만 여기저기 부딪혀오는 입술에 얼굴이 훅 달아올라, 한창 열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제 눈에 저희를 쳐다보는 궁녀가 들어오자 다른 의미로 부끄러워져 벌건 뺨을 손등으로 누르며 고개를 숙였어. 다시 고개를 들자 부지런히 상을 차리기 위해 움직이는 궁녀들 사이로 조금 전 저와 눈이 마주쳤던 궁녀가 박 상궁의 손에 이끌려 나가는 것이 보였지. 아, 저러면 혼날 텐데. 내버려둬도 되는 건가. 먹으라며 반찬을 제 앞으로 당겨주던 너를 부르려 손목을 살짝 붙잡으니 갸웃하며 저를 보는 너와 눈을 맞췄어.) 저... 저렇게 둬도 괜찮은 것입니까? 크게 혼이 날 터인데... (괜히 말했나. 네가 손에 쥐여주는 젓가락을 입술 새에 물고 머뭇거리다 네게 먼저 상을 눈짓으로 가리켰어.) 먼저 드십시오. (네가 먼저 수저를 들자 저도 뒤따라 수저를 들고 느릿하게 밥을 먹는데, 그래도 하얗게 질려 있던 궁녀가 자꾸 생각나 식사에 집중을 못 해. 결국 제 밥그릇 위에 먼저 반찬을 이것저것 집어 얹어주며 먹으라 이야기하는 네 옷자락을 다시 한 번 붙잡아. 저는 아랫사람이 크게 혼나는 게 달갑지 않았어. 어렸을 적 뭣도 모르고 궁을 뛰어다니다 궁녀에게 부딪혔는데 제가 넘어졌고, 제 잘못으로 손바닥이 조금 까진 것뿐인데 호되게 혼이 나던 궁녀가 그 어리던 제게는 충격이었거든. 왕자였을 적에도 혼이 날 상황에 혼이 나는 걸 억지로 제가 끼어들어 말리는 것은 위계질서가 무너진다, 어쩐다 해서 피하고 있었지만 어쨌든 이건 저도 관련이 있는 일이었고 아무리 생각해도 혼이 날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 저하, 저하께서 심하게 혼은 내지 말라 전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떨떠름한 네 표정에도 다시 한 번 예? 저하, 하고 너를 불러. 저를 내려다보는 너를 지그시 마주 보며 눈을 떼지 않고 기어코 박 상궁을 불러 심하게 혼은 내지 말라며 제가 한 말을 그대로 읊는 것을 본 뒤에야 걱정이 서려 있던 얼굴을 풀고 웃었어. 박 상궁이 돌아가고 괜한 사람을 잡는 일은 없어진 것 같아 입맛이 다시 돌아, 네가 조금 전 밥그릇 위에 잔뜩 얹어 주었던 반찬들과 함께 부지런히 밥을 떠 먹다 네 수저질이 시원치 않자 저도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맛있는 반찬을 집어 네 그릇 위에 얹어주며 너를 봐.) 저하, 오늘도 입맛이 없으십니까? (제 형님도 아침은 몸에 맞지 않는다며 잘 거르고는 했는데, 괜히 입맛도 없는 사람을 옆에 붙잡아두고 같이 식사를 하자고 한 게 아닌가 걱정이 됐어. 그렇지만 자꾸 끼니를 거르면 안 되는데. 아무래도 몇 달 전에 비해 살이 더 빠진 것 같단 말이지. 드러난 네 손목을 걱정스레 흘끔 보고 다시 너와 눈을 맞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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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네!! 제가 하나하키 설명을 좀 많이 간추렸으니까 혹시 쓰니가 시간 남으면 한 번 찾아봐 주세요 ♥♥♥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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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02에게
(크게 혼날 것 같다며 궁녀를 걱정하던 너는 이내 제 눈치를 본 것인지 먼저 상을 가리키며 드십시오, 하고 다시 운을 뗐어. 고개를 끄덕이곤 먼저 수저를 들자 너도 따라 들었지만 어째 정신은 다른 곳에 가있는 듯 싶었지. 멍한 표정으로 밥을 깨작대다가 결국 제 소매를 잡아오며 하는 말은 역시나 제가 예상한 말이었어. 우리의 입맞춤을 본 것도 문제이지만 애초에 세자의 허락도 없이 문을 열었다는 것이 크게 혼날 만한 일인지라 별 말을 안 했던 것인데 넌 많이 거슬렸던 모양이야. 밥도 먹지 못하고 신경쓰는 네가 제겐 더 소중했기에 고개를 끄덕였지.) 박 상궁 게 있느냐. (예, 하며 대답하는 그녀에게 네가 말한 그대로 말을 전하고 나서야 너는 다시 수저를 들었어. 역시나 아까와 달리 맛있게 먹는 모습에 흐뭇한 웃음이 비집고 나왔지. 하지만 영 먹지 못하는 제가 다시 걱정된 건지 반찬을 얹어주며 제 손목을 힐끔 보곤 눈을 맞추는 너에 민망해져 옷 소매를 잡아내려 손목을 가렸어.) 오늘은 그래도 입맛이 도는 구나. (살이 전보다 많이 빠진 건 사실이었으나 입맛이 도는 것도 사실이었으므로 최대한 맛있게 밥을 먹으며 3분의 1 정도를 남기고 밥을 다 먹었어. 전보단 많이 먹은 양이었지. 한 번 의식하고 나니 계속 신경쓰이는 건지 제 드러난 신체들을 보며 속상한 표정을 짓는 네 머릿속의 주제를 바꾸기 위해 말을 걸었어.) 장신구는 무엇을 좋아하느냐. 귀걸이나 팔찌, 반지 중에서 골라보거라. 요즘은 발에 차는 발찌도 있다니 그것도 괜찮겠구나. 나갈 때는 불편하다면 궁에서처럼 치마를 입지 않아도 된단다. 편할 대로 하거라. (입꼬리만 올려 웃어주곤 졸릴 만큼은 아니지만 배도 차고 따뜻하니 조금 노곤하여 눈을 감았지. 그런 제 손에 닿아오는 네 손의 감촉에 웃음이 터지며 눈이 뜨이려 했지만 네가 반대쪽 손으로 눈을 가리고 제 어깨에 내 머리를 기대게 하는 바람에 그러진 못했어. 피곤하면 내일 장엘 나가도 된다는 네 말에 고개를 내저었지.) 그저 식후의 잠시뿐인 노곤함이다. 걱정 말거라. (맞잡은 손등에 쪽 입을 맞추곤 잠시 그 자세로 있다가 고개를 들었어.) 이제 나갈 채비를 하자꾸나. (세자임이 드러나지 않는 검소한 선비의 복장으로 갈아입기 위해 궁녀들을 부르곤 네 쪽으로 가는 궁녀들에게는 네가 원하는 대로 옷을 입혀달라 명했어. 옷을 갈아입는 와중에도 너와 단둘이 나가는 것이 설레여 귀가 붉어졌지. 맛난 것도 먹고 좋은 것도 많이 구경할 거라고 다짐했어. 벚꽃이 피었으려나. 행복한 고민들만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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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찾아볼게요! 기숙사 간다고 짐 싸고 장보느라 너무 시간을 막 보내버렸어ㅋㅋ집 통째로 들고 갈 기세에요...ㅎ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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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07
글쓴이에게
(장신구라. 부끄러우니 잘 보이지 않는 발목 같은 곳에 할 수 있게 발찌를 할까. 아니면 네가 사주는 건데, 잘 보이는 곳에 늘 걸고 다닐 수 있게 귀걸이를 할까. 고민하다 어떤 복장으로 준비해 드리면 되냐 물어오는 궁녀에게 어물거리다 너와 비슷하게 해 달라 이야기했어. 평범한 선비들이 입을 법한 복색을 갖추니 너무 오랜만에 입는 사내 옷이 어색하게만 느껴졌어. 아니, 물론 사내가 맞긴 했지만. 이곳에 머무르는 내내 그래보이지 않는 옷을 입었으니까. 그래도 이전에는 계속 입고 다녔던 옷이라 그런지 조금 움직여보니 금방 적응이 되긴 되어 너도 준비가 끝났다는 궁녀의 말을 듣자마자 뒤로 돌아 네게 다가갔어.) 저하. (팔을 벌리는 네 품으로 쪼르르 다가가 안기고 보니 이렇게 붙어서야 모처럼 입은 평소와 다른 옷인데 제가 볼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아. 이대로 있으면 얼굴밖에 보지 못할 텐데. 다시 떨어져서 봐야 하나. 거리까지 두고 대놓고 살피자니 그건 또 그것대로 창피할 것 같아. 잠시 망설이다 그래, 다른 건 이따 나갈 때 보면 되는 것이니 가까이 붙은 김에 얼굴이나 실컷 보자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들어 너를 올려다보았어. 아직 갓을 쓰지 않은 저와는 달리 너는 벌써 갓을 쓰고 있던 탓에 그늘이 제 얼굴까지 길게 내려왔어. 갓을 쓴 모습은 또 그것대로 새롭게 느껴지는 것 같아 얼굴을 붉히다, 슬슬 가는 길을 재촉해야 할 것 같아 네게서 떨어져 손을 붙잡아. 부끄럽지만 너를 흘끔 보고는 작게 덧붙여.) 잘 어울리십니다. (꼭 잡은 손은, 어차피 밖에 나가면 다시 놓아야 할 테니 궁 안에 있는 동안에라도 놓지 않을 생각으로 꾸물꾸물 손을 고쳐 잡아 깍지까지 끼웠지. 흘끔 제 쪽을 향하는 시선에는 모르는 체 그저 앞만 바라보았어. 무슨 장신구가 좋을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걷는 동안 생각해보겠습니다. 하고 딴 소리를 하며.) 헌데 저하, 오늘은 이리 돌아다니셔도 괜찮은 것입니까? (일이 바쁠 텐데. 당장 요즘 네 모습을 보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문안인사를 드리고, 부러 들은 얘기는 아니었지만 궐에 도는 얘기에 의하면 네 아버지가 몸이 안 좋으셔서 네가 더 바빠졌다지. 네 걱정에 저도 모르게 좁히고 있던 미간을 애써 펴고 걱정스러운 눈으로 너를 올려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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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저는 2박 3일 놀러갈 때도 이사 가냐는 소리를 듣는데! 기숙사면 그럴 수도 있죠...! ㅋ큐ㅠㅠㅠ 아, 요즘 늦어서 미안해요. 제가 쓰차 먹고 이래저래 바쁘게 돌아다니다보니... 오늘부터는 별로 안 바쁩니다. 완전 열심히 이을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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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07에게
(먼저 옷을 갈아입고 뒷짐을 진 채 너를 기다리는데 다 됐다는 궁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저하- 하고 제 품으로 달려오는 너에 팔을 벌려 널 안아줬어. 사내 복장을 한 너는 네가 잡혀온 당일 날을 제외한 후로 처음 보는 것이었지. 그때는 화려하지만 여기저기 누군가의 피가 묻고 찢겨진 옷이었지만 오늘은 정말 선비처럼 정갈한 모양새였어. 궁에서 치마를 입고 있느라 불편하진 않았을까.멍하게 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왜인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제 얼굴을 잊지 않겠다는 듯 눈에 꼭꼭 담는 너에 왜 그러냐 물으며 네 머리를 쓸어줬어. 어째 얼굴이 더 붉어지는 것 같아 입이라도 맞출까 싶었는데 네가 품에서 쏙 빠져나오더니 잘 어울린다고 우물거리며 하는 말에 미소를 짓곤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지.) 고맙구나. 너도 잘 어울리는 구나. (궁에 나가서는 손을 잡고 다니면 안 된다는 걸 아는 지 꼬물대며 깍지를 껴오는 네 손길에 흘긋 널 돌아봐. 제가 뭘 했냐는 듯 앞만 보며 모른 척하는 네가 귀여워 잡힌 손에 힘을 줘 손을 잡았어. 가면서 생각하겠다는 너에 그거라며 대답해주는데 이내 이렇게 다시 제 걱정을 해주는 네 시선에 결국 참지 못하고 입술을 내려. 말을 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린 덕에 뒤에는 저희처럼 말을 타지 않고 경호를 하고 있던 호위무사 두 명만이 있을 뿐이었지. 그 시선들을 부끄럽다 생각하지 않은 채 네게 입술을 내렸으나 방해꾼은 그 누구도 아닌 서로의 갓이었어. 갓이 부딪혀 더이상 앞으로 다가가지 못하자 제 행동에 살짝 눈을 감으려던 너도 나를 따라 웃어버렸지. 아쉽다는 듯 숙였던 고개를 들고 다시 걸으며 대답했어.) 걱정 말거라. 오늘은 일도 많지 않았고...오늘 못한 일은 내일 해도 되는 거 아니겠느냐. 너무 빡빡하게만 살아도 불편하구나.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궁을 벗어나게 되어 너와 손을 놓고 뒷짐을 진 채 천천히 걸었어. 날이 풀려 사람들의 옷가지가 얇아지고 생명이 있는 것들이 살아숨쉬는 것이 느껴지는 것 같았지.) 그래. 장신구는 아직도 생각하지 않은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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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열심히 잇는다고 했는데 늦어버렸어요...ㅎ 결국 감기 걸려버려서ㅠㅠ몸살나가지고 어제 약 먹고 잤어요 헣 이제 거의 안 아픔 역시 튼튼^^! 탄소도 감기 조심하고 밥 잘 챙겨먹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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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10
글쓴이에게
예, 아직은... (주위를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던 제게 장신구는 아직 생각하지 않았느냐 묻는 네 목소리를 들은 뒤에야 아, 하고 정신을 차려. 오는 내내 생각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결정을 못 했는데. 그러다 귀걸이도, 반지도 팔찌도. 제 것은 아니지만 여동생이 착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발찌는 그런 적이 없다는 것이 떠올라 가게들을 유심히 살피던 눈을 돌려 너를 바라보며) 저, 발찌가 좋을 것 같습니다. 발목에 찬다던, 그... (네가 고개를 끄덕이자 저도 얼굴이 밝아져 웃었어. 장신구라. 검에 다는 장식을 빼면 장신구는 해본 적 없지만, 그래도 보기 좋은 예쁜 것들이야 싫어하지는 않았으니까. 정말 말 그대로 보는 것을 좋아했지 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었지만. 네가 주는 것이라면야 종일 몸에 달고 다니고 싶었어. 즐비하게 늘어진 장신구들 앞에 잠시 멈춰 서, 보고 가자는 네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섰지. 정인에게 주실 생각이신가 봅니다, 하고 저와 네게 안쪽에 들어가 있던 몇몇 장신구들을 더 가지고 나와 보여주는 상인은 아무래도 저와 네가 각자 제 정인에게 줄 장신구를 보러 온 줄 알고 있는 모양이었어. 조금 찔렸지만 굳이 정정하거나 알릴 필요는 전혀 없었지. 오히려 숨겨야 하는 일이라면 몰라도. 그저 웃으며 말없이 장신구들을 둘러보는 너를 흘끔흘끔 쳐다봐. 어차피 네가 제게 어울리는 것을 골라주고 싶다고 하였으니 제가 살피지 않아도 될 것 같았어. 집중하듯 가볍게 미간을 좁히고 있는 네 모습이 보기 좋기도 했고.) 저... 마음에 드는 것은 있으십니까. (다행히 부담스러울 정도로 빤히 저와 너를 바라보던 상인도 다른 손님을 상대하러 옆으로 비켜 섰다고는 하지만 충분히 제 목소리가 들릴만한 거리인데도 저도 모르게 저하, 하고 너를 부를 뻔하고는 가슴을 쓸어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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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니 감기걸렸었어요? 빨리 나으셔서 다행이에요ㅜㅠㅠㅠ 건강이 최고죠ㅠㅠ 쓰니도 몸 잘 챙기고 아프지 마요. 아직 완전히 감기 떨어진 게 아니라면 조심조심 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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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10에게
(발찌라. 천천히 길을 걸으며 거리에 늘어선 상점들을 눈으로 열심히 훑었어. 혹, 네가 관심을 갖고 있는 가게라도 있을까 싶어 흘긋 뒤를 돌아보니 역시나 한 곳에 멈춰서는 너에 보고 가자고 먼저 말을 꺼내며 네가 더 마음 편하게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도록 했지. 검소하게 차려입었다곤 하지만 근처에 있는 호위무사나 은근하게 풍기는 느낌에서 마냥 돈이 없는 선비라고 생각되진 않았는지 안에 있는 장신구까지 꺼내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상인이 정인에게 주실 생각이냐 묻자 옅게 미소짓는 것으로 대답을 마쳤어. 비단으로 덮인 탁자 위에 가지런히 놓인 장신구들을 미간까지 좁히고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네가 마음에 드는 게 있냐 물어오자 그제야 표정을 풀고 너를 돌아봐.) 이런 걸 보는 건 처음인지라 다 예뻐보여 어렵구나. 네게 웬만한 건 다 잘 어울릴 것 같고. (네가 발찌를 고르긴 했지만 귀걸이도 좋지 않을까 싶어 잠시 네 귓불을 살짝 조물거리다가 아, 궁이 아니지? 하고 뒤늦게야 이래선 안 되는 장소란 걸 깨닫고 빠르게 손을 내려.) 미안하구나. (네게 가까이 있으면 또 저도 모르게 손을 잡을 것 같아서 슬쩍 장신구를 구경하는 척 하면서 멀찍이 떨어졌어.) 굳이 여기서만 고를 필욘 없으니 더 둘러보자꾸나. (살짝 고개만 돌려 네게 말하곤 먼저 발을 옮겼지. 맘대로 닿지도 못하니 불편하구나. 한숨을 푹 쉬면서도 눈이 아프지도 않은 지 열심히 눈을 굴려선 장신구들을 훑었지. 그러다 아낙네들이 많이 모여있는 가게를 지나게 됐어. 아무래도 장신구니 여자들이 많이 있는 곳이 더 예쁘려나 싶어서 슬쩍 그녀들의 뒤에 섰어. 아낙들이 저보다 키가 작아서 어렵지 않게 머리 너머로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었지. 확실히 더 화려해보이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여기가 제일 예뻐보이는 구나. 여기서 골라보자. 맘에 드는 것은 없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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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완전히 떨어진 거 아닌데 덥다고 이불 걷어찼다가 더 심하게 들어서 앓다왔어요...ㅠㅠㅠ너무 늦어서 미안해여ㅠㅠ그래도 이제 날 다 풀린 것 같더라고요! 패딩입으니까 좀 더운 것 같던데 탄소 지역도 그래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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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12
글쓴이에게
(넋을 놓고 장신구들을 구경하고 있을 때는 몰랐지만, 네가 더 둘러보자며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고나서는 네가 저에게서 멀리 떨어져서 서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어. 먼저 다른 가게로 가는 너를 뒤따라 걷는 동안에도 너와 저 사이의 좁혀지지 않는 거리는 영 마음에 들지 않지만 궐 밖이니 어쩔 수 없지. 아, 손 잡고 싶다. 애써 저도 너와의 거리를 유지한 채로 네 뒤를 따라가 저도 여인들 틈새로 가게의 화려한 장신구들을 내려다보았어.)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전부 다 반짝이고 예뻐서. 뭐 하나가 확 눈에 띄게 들어오지는 않아 한동안 그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어. 여인의 행색을 하고 여인 대접을 받으며 네 곁에 머무른 탓인가, 진짜 여인이라도 된 것처럼 예쁜 장신구들을 보니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눈을 뗄 수가 없었지. 그러다 다른 이의 손에 밀려나 제 쪽으로 밀려온 붉은 색 보석이 달린 귀걸이 하나를 보고는 얼른 손을 뻗어, 제가 귀걸이를 들어 올리자마자 간발의 차로 귀걸이가 있던 곳을 헛손질한 여인과 눈이 마주치자 난처한 듯이 웃으며 미안한 마음을 담아 고개를 살짝 까닥이니 여인도 마주 인사를 해주고 다른 장신구들로 눈을 돌렸어. 그제야 안심하며 제 손에 들린 귀걸이를 자세히 살펴. 발찌를 고르려 했는데, 발찌도 아닌 것이 어찌나 눈에 들어오던지. 귀에 걸면 가볍게 흔들릴 정도로 조금 길이가 있었지만 움직일 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어. 두어 개 매달린 작고 붉은 보석이 예뻐 손끝으로 툭툭 건드려 보다 저와 조금 떨어져 다른 장신구들을 보고 있던 네 곁으로 다가가 소매를 잡아끌어) 이것은 어떻습니까. (발찌를 고르겠다 해놓고 귀걸이를 골라 온 것이 조금 멋쩍은 듯이 웃으며 네게 손에 들려 있던 귀걸이를 내밀어 보였어. 제 마음에야 쏙 들었지만, 네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면 끼우고 다닐 이유가 없었지. 보아하니 저나 네가 이런 여인들이나 올 법한 가게에서 어슬렁거려도 아까 상인의 말대로 정인에게 줄 선물을 찾는 것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는 듯했고. 주변 눈치는 볼 필요가 없으니 주변 사람들 대신 네 낯을 조심스럽게 살폈어.) ...역시 팔찌나 발찌가 더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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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 쓰차 먹고 이제야 왔어요ㅠㅠㅠㅠㅠㅠ 저야말로 미안해요ㅠㅠㅠㅠ 쓰니는 또 앓다 왔었구나ㅠㅠㅠㅠ 몸 조심해요ㅠㅠ 맞아요 그래도 날이 다 풀리긴 풀렸어요! 저는 겉옷도 안 걸치고 두꺼운 후드만 입고 돌아다녀요. 이제 또 아프지 마요 엉어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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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12에게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장신구들이 아름다워서 맘 같아선 이 모든 것들을 싸그리 사서 네게 안겨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 너라면 뭘 하든 잘 어울릴 것 같았기 때문이지. 그렇게 비싸보이지도 않는데...점점 빠져나가는 아낙네들에 의해 더욱 가까이서 구경하는데 문득 네가 소매를 잡아당기는 것에 끌려와 네게 시선을 돌려. 발찌를 하고 싶다더니 귀걸이를 들고 있는 것에 의아했지만 저도 안다는 듯 제 낯을 살피며 팔찌나 발찌가 더 좋겠냐 묻는 네게 환히 웃어보였지.) 그게 더 예쁠 것 같구나. (다행이라는 듯 제게 웃어보이는 네 손을 몰래 잡곤 물건 하나를 골랐음에도 가지 않고 더 둘러보다 수수하면서도 은은하게 빛나 예쁘장한 팔찌 하나를 집어들었지. 원한다면 네가 말했던 대로 발찌처럼 쓸 수 있을 것 같았어.) 이건 어떠느냐. 네가 고른 것도 예쁘지만 내가 직접 골라준 것을 주고 싶었구나. 취향이 아니라면 다시 찾아보겠다. (여인처럼 얄쌍한 네 손목에 팔찌를 대보곤 흐뭇하게 웃다가 괜찮다는 네 말에 여인들이 먼저 값을 지불하고 제 차례가 오길 기다려. 순서를 기다리며 이제 어딜 갈까 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맛있는 과자들을 파는 가게를 가리켰지.) 단 것을 좋아하느냐. 요깃거리를 해도 좋을 것 같구나. (단 것을 많이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간식이 나오면 아닌 척하면서도 야금야금 먹어대던 널 기억하고 하는 말이었지. 간식을 사들고 벚꽃도 보고 그러면 좋겠구만. 푸르게 잎이 돋아난 나무를 올려다보다가 귀걸이와 팔찌의 값을 지불하고 다시 길을 걸어. 하늘하늘 산뜻한 바람이 옷깃을 펄럭이는 것에 가만히 걷기만 해도 웃음이 나왔지.) 그치만 궁보단 별로로구나. 너와 닿을 수도 없고 다들 너와 내가 사랑하는 사이라고 생각해주지 않으니...슬프구나. (네가 새로운 옷을 입고 거리를 구경하며 같이 꽃을 보는 것은 좋았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같이 걷지도, 손을 잡지도 못하는 것은 불만스러웠어. 게다가 둘이 같이 갓을 쓴 터라 입을 맞추기도 어려웠고 검소하게 입었다지만 수려한 네 외모에 의해 여인들이 치마폭을 움켜쥐고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몸을 배배 꼬는 것도 아니꼬왔지. 궁에선 다들 네가 내 거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한숨을 폭 내쉬며 입술만 잘근잘근 씹어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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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안 아플 거예요! 날이 하도 따뜻해져서ㅎㅎ쓰차였구나 탄소ㅠㅠ나는 새 글 하나 더 썼어요! 헿 이거 끝나면 거기로 와도 돼용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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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16
글쓴이에게
(과자나 간식 따위를 파는 가게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맛있는 냄새가 솔솔 더 진하게 풍겨와, 벌써부터 혀 밑에 고이기 시작하는 침에 눈을 반짝이며 가게에서 눈을 떼지 못해. 조금만 더 빨리 가자고 이야기해볼까.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불안한 낯으로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고 있는 네가 보여.) 저하? (남들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작게 너를 부르며 살짝 네 옷자락을 붙잡아 세웠어. 부지런히 저와 네 곁을 지나쳐 걸어 다니는 바쁜 사람들 속에서 너와 저만 우두커니 멈춰 서 길을 차지하고 있으니 눈에 좀 많이 띄었지. 주변의 눈치로 그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네 낯빛을 살펴) 저하,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그렇게 아랫입술을 괴롭히시다 상하기라도 하면 어찌합니까. (여전히 주변의 소음에 묻힐 정도로 조그만 목소리로 네게만 간신히 닿게 이야기를 해. 그런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네가 풀어 놓는 이야기를 들어 보니, 아무래도 네가 질투 비스무리한 것을 했던 것 같아. 제가 그렇게 결론지어 놓고도 믿기지 않아 어리둥절한 얼굴로 너를 마주 바라보다, 여전히 침울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네가 못내 귀여워 웃음을 작게 터뜨려버려.) 남들이 어찌 생각하건 저희는 사랑하는 사이가 아닙니까. 그리 속상해 마십시오. (제가 한 말에 부끄러워하며 잠시 볼을 붉히다 고개를 들었어. 그래, 저를 본다던 그 여인네들이 정말 있기는 한 건가, 아니면 지나치게 저를 예뻐하는 네가 한 착각인가. 주위를 슬쩍 둘러보자 너야 저 시선들이 제게로 향하는 거라지만 저는 저게 저를 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너를 보고 있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아. 너를 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너를 보고 작게 웃음을 흘리며 느릿하게 옮기던 걸음이 어느새 군것질거리를 파는 가게 앞에 멈춰 섰어. 비슷한 가게끼리 모여 있는 모양이지. 여기저기서 단내며 고소한 냄새들이 쉴 새 없이 불어와. 게 중에서도 가장 제 입맛을 돋군 건 저와 네가 멈춰 선 가게에서 팔던 꿀떡이었어. 너를 저하라 부를 수 없으니 그 대신 무슨 호칭을 사용하면 좋을지 몰라 다른 곳을 보고 있던 너를 소리 내어 부르는 대신 얼른 네 손목을 붙잡으며 제 앞에 있던 꿀떡을 가리켜) 꿀떡이 맛나 보이는데, 같이 드시지 않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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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어요! 마음이 급해지네요 으악 지금 하고 있는 것도 너무 좋은데 이번에도 쓰니가 가져온 소재들 취저... ♥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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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16에게
(그래도 제 입술을 걱정해주는 것이라든지 네 입으로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냐는 말을 직접 듣고 나니 기분이 좀 풀렸어. 맞아. 우린 사랑하는 사이지. 에헴. 갑자기 잔뜩 우쭐해져선 네가 꿀떡을 먹고 싶어하는 눈빛을 보낸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네가 손목을 잡아오자 그제야 너에게 시선을 돌렸어. 고운 빛깔의 꿀떡이 달짝지근한 냄새를 풍기며 쟁반에 앉아있었지.) 생긴 것도 고와보이는 게, 참 맛나겠구나. (네게 동조하는 말을 해보이곤 곧바로 장사꾼을 불러 그것을 포장하게 했어. 값을 지불하곤 네 품에 꿀떡이 담긴 봉지를 안겨준 채 제가 어릴 적 자주 다니던 길로 걸음을 옮겼지. 꿀떡을 야금거리던 네가 내 입에도 물려주는 것을 받아먹으며 아무도 다니지 않아 길이 들지 않은 풀밭을 헤치며 걸었어. 얼마동안 걸었을까. 곧 푸르고 넓은 들판에 예쁘게 피어난 작은 꽃들과 커다란 벚나무가 눈에 띄었지. 궁 뒤의 숲 쪽에 자라있는 벚나무보다 더 큰 것이었어. 꿀떡을 씹다말고 커다래진 눈으로 나무를 올려다보는 너에 흐뭇해져선 어차피 아무도 없겠다, 마음 편하게 네 뺨을 쓸어내렸지.) 내가 어릴 적 글공부가 하기 싫어 자주 도망오던 곳이란다. 그 때도 나 뿐이었는데 이번에도 아무도 다니지 않는 것 같구나. 너에게만 특별히 알려주는 것이다. 경치도 아름답고 입도 달고 곁에 있는 이도 좋으니, 아주 기분이 좋구나. (슬쩍 손을 움직여 네 손을 잡으며 널 돌아보니 너도 예쁘게 웃어오는 것에 가슴이 간질거렸어. 입 안에 있던 떡을 삼킨 네가 저하의 일부분을 공유해줘서 고맙다며 예쁘게 조곤거리며 말을 하자 입을 맞추고 싶어 안달이 났지. 어여쁜 것이 참한 말만 하니 어찌 예뻐하지 않을 수가 있으리오. 그대로 고개를 틀어 네게 다가가니 자연스레 감기는 두 눈도 고왔어. 목적지는 붉고 말캉한 입술. 하지만.) ...아. (한 명도 아니고 둘 다 갓을 써서일까. 목적지에 닿지 못하고 대신 갓들만 서로 맞닿아 거리가 남겨진 채로 다시 두 눈을 마주하게 됐어. 제 멍청한 목소리에 조심스레 눈을 뜨고 상황을 확인한 너는 푸흐 웃음을 터뜨렸지. 씨, 짜증나. 입술을 비죽이며 뒤로 물러나 애꿎은 네 손만 조물거리며 매만졌어. 입도 못 맞추고. 다른 쪽 손으로 갓을 험상궂게 건드리다가 너를 돌아봤지.) 궁에서 못한 것만큼 많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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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미안해요 온다고 해놓고 엄청 늦었다ㅠㅠ자꾸 글 이동 돼서 네번째 새로 썼어요...거기 상황 중 하나는 탄소가 보고 싶다 했던 거 가져와본 건데 맘에 들었을라나 모르겠네요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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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21
글쓴이에게
(갓 하나 벗었다 쓰는 게 뭐 어렵다고. 한 명만 잠시 벗어도 입술이 닿는 것쯤이야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몰래 입까지 맞추려던 판에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마음대로 되지 않아 할 마음이 사라진 건지. 어느 쪽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건 입술을 비죽이며 못마땅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네가 귀여워 푸스스 웃어. 저를 돌아보는 너를 마주 보며 끄덕였지.) 예, 저하. (여전히 영 불만스러운 듯 미간을 좁히던 네가 다시 얼굴을 펴고 벚나무 근처를 천천히 도는 것을 따라 저도 네 손을 잡고 벚나무를 돌아. 조금만 더 쑥스러움이 덜했더라면 제가 먼저 갓을 벗고 네게 입을 맞췄을 텐데. 아직도 제대로 먼저 입 하나 맞추지 못하는 제가 한심스럽기도 하고, 갓이 부딪힌 것에 아쉬워하던 너도 생각나고. 자꾸만 네 쪽을 흘끔대다 눈이 마주쳐 할 말이 있느냐며 물어오는 네게 어색하게 웃어주며 고개를 저었어.) 아닙니다. 아무것도. (그래? 하고 잠시 저를 보다 고개를 돌리는 너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잠시 벚나무 근처에서 시간을 보냈어. 제가 하나를 먹을 때마다 네게도 하나씩 꿀떡을 먹여주고 꿀떡이 동나자 봉지를 잘 접어 옷 속에 달린 주머니에 집어넣어 두었지. 그리고 도란도란 얘기 몇 마디 나누고 보니 훅 지나가 버린 시간에 아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네가 이제 슬슬 가 봐야 할 것 같구나, 하고 운을 틔우자 저도 덩달아 아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그런 저를 보며 네가 웃어버리고, 아쉬워 보이는구나. 다음에 시간이 나면 또 나와서 이렇게 시간을 보내자. 하고 이야기를 하는 것에 저도 아쉽기만 하던 마음을 조금 털어내고 웃었어. 그리고 벚나무의 그늘에 저와 나란히 앉아 있던 네가 먼저 몸을 일으키고, 제게 내미는 손을 붙잡으며 저도 뒤따라 몸을 일으켰지. 이제 정말 슬슬 돌아가볼 시간이었는데, 저를 내려다보는 네 다정한 눈길을 보다보니 왠지 그냥 가버리는 것도 아쉽다는 생각에 네가 저를 일으켜준 손을 계속 붙잡은 채로 나머지 한 손으로 제 갓을 벗고 뒤로 넘겨, 어리둥절한 얼굴의 네게로 가까이 다가가니 이번에는 갓의 방해 없이 무사히 네 갓 아래로 들어올 수 있었어. 아주 잠시 머뭇거리다 촉, 하고 풋내나는 짧은 입맞춤을 하고 떨어져 나와 웃어. 민망함에 멋쩍은 웃음만 계속 단 채로 주섬주섬 다시 갓을 쓰고 이제 돌아가자며 네 손을 붙잡아 끌어당겼어.)

/아, 슼해놨었는데 톡이 이동 됐다는 거 봤어요ㅠㅠ 이동되기 전에 읽어는 봤는데 당연히 마음에 들었죠ㅠㅠㅠ 그거 말고도 다 마음에 들었어요ㅠㅠ 그런데 이번에 새로 온 톡은 이상하게 찾지를 못하겠네요... 혹시 좌표 줄 수 있을까요, 쓰니? ;ㅅ;

+(/'▽')/ 저 쓰니 톡 찾았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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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21에게
(자꾸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눈을 맞춰오기에 할 말이 있냐 물었더니 실없이 아니라며 웃는 너에 어깨를 으쓱이곤 말아. 그렇게 어느새 꿀떡까지 몽땅 먹어버리곤 도란도란 얘기를 하다보니 해가 금세 뉘엿뉘엿 지고 있었지. 간만의 외출이었으며 너와는 처음이었기에 훌쩍 지나가버린 시간이 더욱 아쉬웠어. 뭔가 많이 하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했고. 가야겠다고 어렵사리 입을 뗐더니 역시나 잔뜩 아쉬운 표정을 짓는 너에 더욱 그랬지. 다음에 한 번 더 나오자며 너를 달래고 앉아있던 몸을 일으켜 네게 손을 뻗었어. 고운 손가락이 내 손을 잡고 네가 몸을 일으키자 천천히 궁까지 걸어가려했지. 하지만 어째서인지 제 손을 꽉 잡고 놔주지 않던 네가 다른 손으로 갓을 벗어 목 뒤로 걸어넘기자 바보같이 뭐하는 건가 싶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였어. 그런 제게 바짝 붙어온 네가 갓을 벗은 덕에 우리는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가깝게 밀착할 수 있었지. 여전히 먼저 입을 맞추거나 애정 어린 행동을 함에 있어서 수줍음을 많이 타는 너는 이제 내가 네가 무슨 짓을 할 지 다 알고 있음에도 두 볼을 붉히며 잠시 머뭇거렸어. 귀여운 것. 네가 먼저 행동할 수 있도록 보채지 않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자니 너는 금세 마음을 다잡은 듯 쪽 하고 입술을 맞부딪혀왔어. 입을 맞춘 후의 어색한 웃음과 함께 주섬주섬 갓을 쓰곤 이제 가자며 손을 잡아끄는 것에, 이번엔 내가 꿈쩍않고 서있었지. 의아한 표정의 네게 다가가 네 갓을 다시 뒤로 넘겨버리고 입술을 맞췄어.) 태형아. (네 아랫입술을 문 채로 웅얼거리며 널 부르니 네가 움찔했다가 예, 하고 대답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어. 말캉하고 부드러운 혀가 아까의 달콤한 꿀떡을 먹어서인지 더욱 달게 입 안을 유영했지. 제 움직임에 놀란 건지 네가 두 눈을 꽉 감아버리며 제 옷깃을 잡아채는 것이 느껴졌어. 괜찮다는 듯 네 등을 다독이며 들어갈 때의 거칠었던 움직임과 다르게 천천히 네 치열을 훑고 따뜻한 혀를 감아올렸어. 입술을 뗄 적에는, 두 입술이 반질반질해져선 빛을 받아 반짝거렸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네게 한 걸음 물러서 갓을 씌워주곤 네 뺨을 쓰다듬었어.) 가자꾸나. (뻔뻔스레 행동하며 먼저 풀숲을 헤치고 걸으며 여전히 정신이 없어보이는 네 손을 꽉 잡은 채 궁까지 걸었어. 시간이 늦어서인지 장에 사람들은 낮보다 현저히 적었고 시선을 걱정할 일은 없었지. 가는 길에 마침 문을 닫으려던 떡집에서 꿀떡과 무지개떡을 사서는 손에 들고 나오며 너를 돌아봤어.) 가서 떡을 더 먹자꾸나. 오랜만에 돌아다녔더니 벌써 또 배가 고프구나. 너는 괜찮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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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주소 달아주려고 했는데 헣 찾아서 다행이에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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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22
글쓴이에게
(처음 너와 혀를 섞고 저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태평하게 가자, 이야기하는 너와는 달리 술이라도 마신 것처럼 비척비척 네 뒤를 따라가. 입술이며 얼굴이며 뜨겁지 않은 곳이 없었지. 천천히 너와 걸으며 불어오는 바람에 한껏 붉어진 얼굴을 식히고 있는데 잠시 멈추는가 싶더니 떡을 몇 가지 산 네가 저를 돌아보자 또다시 서서히 뜨거워지는 얼굴을 슬쩍 돌려 감추며 고개를 끄덕였어. 아까 왔던 떡집에 도착했다는 것도 모르고 넋을 놓고 있었네. 정신 좀 차려야겠다, 생각하며.) 저도 조금, 허기가 집니다. (제가 창피해하는 것을 알았는지 그럼 가자. 하고 별말 없이 웃어 보이고는 다시 걸음을 옮기는 너와 궐로 향해. 걷는 동안 그새 해가 지기 시작한 하늘이 붉었지. 노을이 지는 것도 예쁘지만 노을에 물든 네 모습도 예뻐 네 옆모습을 훔쳐보며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궐에 당도했어. 간만에 오래 외출을 한 탓인지 다리가 아파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침대에 털썩 걸터앉으니 너도 제게로 다가와 옆자리에 앉아. 곧바로 뒤를 따라 옷을 들고 들어온 궁녀는 이제 다시 원래 입던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저는 손을 내저었지.) 피곤하니 조금 뒤로 미루겠습니다. (저는 그렇다 쳐도 너는 세자라 그런가, 옷을 갈아입는 일을 뒤로 미룰 수도 없었는지 바로 몸을 일으키고 평소의 복색을 갖추기 위해 밖에서 입었던 선비 옷을 벗어. 옷고름을 풀고 겉옷을 벗는 너와 그런 너를 도와주는 궁녀는 매일같이 하는 일이라 그런지 별로 창피해하는 기색도 없었지만 저는 상대가 너라 그런가, 겉옷 뿐이라 해도 옷을 벗고 있다는 것이 창피해 슬그머니 고개를 숙여 제 무릎만 내려다 보다 옷을 모두 갈아입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 뒤에야 다시 고개를 들어. 어느새 전과 같은 복색을 갖춘 너를 보며 환하게 웃고는 불편한 갓만 벗어 책상 위에 잠시 올려두었어. 그리고 네가 가지고 온 떡을 앞에 올려두자 하나를 집어 먼저 네 입에 넣어주고, 또 제 입에도 하나 넣고 우물거려.) 맛납니다. (종일 걷고, 밖에 머무르다 먹는 간식은 꿀맛이었어. 눈이 휘도록 웃으며 다른 떡 하나를 또 집어 네게 먹여주고 저도 먹고, 그러다 입술에 묻은 꿀을 혀로 훔치다 너를 흘끔 봤는데 너도 조금 전처럼 입술이 꿀이 묻어 반질반질해져 있었어. 조금 전에 입술에 묻은 것은 꿀이 아니기는 했지만. 다시 달아오르려는 얼굴에 얼른 생각을 쫓아내고 아무렇지도 않은 체 떡을 먹는 것에만 집중하려 애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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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에 서치해서 안 나온 거였어요...! 괜히 헷갈리게 해서 미안해요 8ㅅ8 그나저나 우리 국뷔 벚꽃도 보고 첫키스도 하고 끝이라고 했는데. 마무리는 어디서 어떻게 지을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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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22에게
(궁에 도착하는 내내 저를 훔쳐보는 너를 알았지만 그런 네가 예뻐서 그 시선을 오래 붙잡아두고픈 마음에 일부러 모른 척하며 걸었어. 간만에 오래 걸어서인지 환복을 미루는 너에게 웃어주곤 저는 환복을 마쳤지. 옷을 갈아입는 건 귀찮으면서 떡을 씹는 건 좋은 지 제 입에 먼저 떡을 물려주는 네 행동이 귀여워서 음식물이 들어간 입을 손으로 가리며 살풋 웃어.) 맛나다니 다행이구나. (맛나다며 한참 떡을 먹던 네가 내뱉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 동조하며 널 바라봤더니 웬걸. 네 시선은 내 얼굴에 와있긴 했지만 그것은 눈이 아니라 입술이었지. 뭐가 묻었나 싶었다가도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것 같아서 씨익 웃어버렸어. 제 입술이 호선을 그리는 것에 의아한 듯 네가 시선을 올려 드디어 제 눈을 바라보자 그대로 몸을 기울여 너와 입술을 맞댔어. 다시금 제 옷깃을 꽉 쥐어오는 네 손길을 느끼며 이번엔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네 입술 사이로 다시 한 번 더 말캉한 혀를 들이밀었지. 입술을 아프지 않게 물기도 하고 혀를 감쳐올리며 입 안 구석구석을 누비며 숨을 쉴 수 없게 밀어붙이니 나중에 가선 네가 놓아달라는 듯 어깨를 살짝 밀어낼 정도였어. 어쩜 사람이 이렇게 달 수 있을까. 누군가를 이렇게 열렬히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너를 만나고 나서부터는 그 생각을 당장에 집어치워야했어. 어떻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평소에 입는 화려하고 예쁜 여자의 옷이 아니라 남자들 누구나 입는 검소한 차림의 선비복을 입고 있었지만 그렇다해도 네 미모를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 너라면 거렁뱅이의 옷을 걸치고 있어도 아름다워보일 것 같았어. 입술이 떨어지자 헉헉대며 호흡을 내뱉는 네 얼굴과 입가에 잔뜩 입맞춤을 퍼부으며 낮게 속삭였지.) 연모한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내 사람. (낮에 장터에서 샀던 팔찌를 네 손목에 채워주며 두 손을 꼭 맞잡고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웃는 네게 다시 입을 맞춰. 평생 같이 있자꾸나.)

-
이런 식으로! 끝내면!! 되지 않겠습니까!!!ㅋㅋㅋㅋ(얼렁뚱땅
그나저나 나도 독방에 쓰고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상황이...(눈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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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23
글쓴이에게
ㅋㅋㅋㅋㅋ 와! 깔끔한 마무리! (짝짝짝) 뭔가 상황톡 방이라고 하니까 낯설지만 여기든 거기든 재밌게 하면 되는 거 아니겠슴까... 저쪽에서도 잘 부탁해요! ♥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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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23에게
그래요 그래요 거기서도 재밌게 합시다 그쪽에서 봐용♡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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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
상황 2로 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하면 될까... 8ㅅ8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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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음...네가 나한테 온 초기 부분? 아직 나한테 마음이 없다가 마음이 생겨도 좋고. 그게 좀 이끌기 어려울 것 같으면 이미 내가 잘해줘서 네가 조금 호감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부터 시작해도 되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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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9
소설체는 안 받아오...? 안 받으면 지문체로 해도 되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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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안 받는 건 아닌데 내가 자신이 없어서요ㅠㅠ탄이 소설체가 낫다고 하면 열심히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기대는 마새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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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0
새댓으로 달개오... 나도 못 하는데 이야기 풀기엔 그게 나은 거 같아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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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
아너무 어ㅕㄹ워.. 관음할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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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ㅅ;...어려울까봐 호구공도 추가했는데 호구공도 어렵니...?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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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5
필력이.. 내 필력이 호구인걸.. 진짜 호구공이네.. 일단 짜서 올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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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마ㄹ하는 거 왜케 웃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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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8
홀 귀엽다고? 고마워.. 다시 상황짜러 가볼게.. 총총..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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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
상황 1

(그렇게 널 내버려두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오는 순간까지도 ,좀 시간이 지나면 제 풀에 지쳐 알아서 돌아갈 거야, 설마 내가 밖에서 재웠다고 나를 죽이는 건 아니겠지, 엄마는 대체 뭘 믿고 사람 죽이던 애를 경호원으로 붙인 거야. 별의 별 생각을 하다 제가 너 하나 때문에 머리를 굴리고 있는게 맘에 안들어 제 뒷머리를 헝클이고는 침대에 풀썩 누워 오지 않는 잠을 청하는. 다음날 느즈막한 아침에나 부스스 눈을 떠 한참을 침대 위에서 멍 때리다 물이나 마실까, 하고 냉장고 문을 여는데 어제 알았으면 장 보고 오는 길에 사오기라도 할 걸. 때마침 동나버린 물에 그냥 하루쯤 수돗물 먹고 살까, 하다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아 패딩을 대충 껴입고는 현관문을 여는데 정말 밤새 여기 있던 건지 제가 문을 여는 소리에 다급하게 몸을 일으키는 널 경악한 얼굴로 바라보는) ...지금 여기서 잔 거에요, 밤새?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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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경악한 얼굴로 날 바라보는 너에 뭐가 잘못됐다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널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여) 주인님을 지키기로 계약했으니까요. (어차피 여기가 아니면 F구역 밖엔 갈 곳이 없었고 이미 네 어머니께 돈을 받은 상태였으므로 그럴 생각도 없었지. 아직도 입을 다물지 못하는 널 바라보다 말을 돌려) 어디 나가시려는 겁니까? 저도 가겠습니다. 지켜드려야됩니다. (어제 있던 일 때문에 네가 더욱 신경쓰였으므로 그렇게 말하곤 옷매무새를 다듬어. 처음 입어본 수트가 조금 불편한 듯 하면서도 몸에 딱 맞아 멋스러운 핏을 내보였어. 그런 제게 띄엄띄엄 물을 사오려 그랬다는 네 말에 네 손에 쥐여있는 돈을 뺏어들었어)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주인님은 쉬고 계십시오. (돈을 손에 꼭 쥐곤 차마 너를 집에 억지로 밀어넣지도 못하고 네가 집에 안전하게 들어가는 걸 보고 가겠다는 듯 그 자리에 우뚝 서서 널 바라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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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2
(제 돈을 뺏어드는 너에 불퉁한 표정을 지으며 네 손에 들린 돈을 다시 가져와 주머니에 쑤셔넣는) 필요 없어요. 나 혼자 갔다올 거에요. 나중에 연락 준다 했는데 왜 여기서 잠을 자요? 어제 새벽이 얼마나 추웠는데. 멍청한 건지, 미련한 건지. 둘 다인 것 같긴 하다만. (그 와중에 옷은 더럽게 잘어울리네. 옷이 불편한 건지 자꾸 이리저리 옷을 매만지는 널 위아래로 훑어보다 널 뒤로 하고 정원을 가로 질러 대문 밖으로 나서는. 제 뒤를 졸졸 쫒으며 저 혼자 가겠다 말하는 네가 짜증나고 시끄러워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고 부러 노랫소리를 높이고는 마트를 향해 빠르게 휘적휘적 걸어가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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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갈 곳이 없어서... (멍청한 건지, 미련한 건지. 하는 네 말에 둘 다 맞는 말이라 생각하고 대꾸하지 않아. 네가 저를 지나치고 대문 밖으로 나서자 빠르게 발을 옮기며 그 뒤를 쫓아. 네 귀찮음을 덜어주겠다는 것인데도 제 말을 듣기 싫다는 듯 이어폰 밖으로 음악이 새어나올 정도로 크게 볼륨을 높이고 마트로 걸어가는 너에 그저 잠자코 네 뒤를 쫓기를 택해. 그러다 곧 도착한 마트는 F구역에선 절대로 볼 수 없었던, 엄청 크고 사람이 북적북적한 대형마트였기에 눈에 두 배로 커져선 정신없이 여기저기를 둘러봐. 그런 저를 창피하다는 듯 바라보던 네가 카트를 끌고 있자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네게서 뺏어 제가 끌었지. 네가 딱히 제재를 하지 않고 물도 살 겸 먹을 것도 사려는 듯 찬거리들을 둘러보는 동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세상을 갓 나온 아이처럼 여기저기를 둘러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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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4
(모두가 아무렇지 않게 장을 보고 있는데 저 혼자서만 뭐가 그리 신기한 건지 이리저리 정신 없이 고개를 돌려대며 느리게 절 따라오는 널 힐끔 보다 널 기다렸다간 제 속이 터질 것 같아 널 밀어내고 카트 앞에 자리를 잡는, 쪽팔려 죽겠네, 진짜. 제 손에 잡힌 카트 손잡이를 잡으려 하면서도 즐비하게 늘어진 가판대에 눈을 떼지 못하는 너에 답답한 한숨을 내뱉고는 널 떼내고 빠르게 걸음을 옮겨 찬거리를 대충 챙겨 넣는, 아직도 저만치 뒤에 있는 너에 그냥 버리고 집에 가버릴까 하다 그래도 그건 할 짓이 안될 것 같아 인상을 구긴채로 짜증을 내는) 아, 빨리 빨리 좀 오지 그래요? 쪽팔리니까 주위 좀 그만 둘러보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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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4에게
(네가 카트를 끌고 저보다 먼저 걸어가는 걸 알면서도 늦춰지는 걸음을 어찌하지 못해. 여기저기 신기한 것 투성이였지. 처음보는 물건이나 음식들이 많았고 거기다 시식코너를 봤을 적에는 눈이 뒤집히는 줄 알았지. 그런 제 모습에 비웃는 사람들도 있었고 귀엽다고 해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네가 인상을 쓰고 짜증을 내자 제가 너무 한심하게 굴었구나 싶어 호기심에 넘치던 눈을 거둬들이고 얌전히 네게서 카트를 뺏어끌며 네 옆을 따라.) 죄송합니다. (카트에 묵직하니 든 것들은 거의 음식이었기에 마른 몸에 비해 생각보다 음식을 많이 산 너를 의외라는 듯 바라보다 곧 계산을 마치고 물건들이 봉투에 담기자 자연스럽게 제가 두 봉지를 다 손에 들곤 아직 길을 모르는 탓에 앞장서달라는듯 너를 빤히 바라봐) 제가 들고 가겠습니다. 집으로 안내해주십시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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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7
글쓴이에게
(제가 산 물건을 자연스레 가져가 드는 모습을 바라보다 저를 빤히 보는 네 손에 들린 봉지를 채가는) 내놔요. 내 짐인데 왜 그 쪽이 들어요. (생각보다 무거운 무게에 끙끙 대면서도 자존심이 상해 입술을 꾹 깨물며 두르고 나온 목도리에 얼굴을 박아넣고 집으로 향해, 자꾸 제 손에 들린 봉지를 뺏어드는 너에 결국 체념하고는 한 봉지만 제가 들고서는 아까처럼 이어폰을 꽂은채 발을 놀리는데 이어폰을 낀 탓인지 뒤에서 오는 오토바이를 소리를 듣지 못해 오토바이가 제 팔을 스치며 쌩하니 지나가자 너무 놀란 나머지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풀썩 주저앉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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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7에게
제가 드는 게... (그렇게 말해도 결국 네게 봉지 하나를 뺏기고 말아, 천천히 너를 따라 길을 걷고 있는데 이어폰을 껴서 그런지 뒤에서 오는 오토바이소리가 네게 들리지 않는 것 같았지. 네게 거리를 두고 걷고 있던 터라 재빠르게 달려 손을 뻗었지만 손은 네 팔을 잡지 못했고 대신 네 패딩의 뒷쪽을 꼭 잡게 됐어. 에라 모르겠다 패딩을 오토바이의 반대편으로 당겼지만 봉지까지 들고 있는 널 완전히 움직이기엔 어려웠지. 오토바이에 치일 뻔 했다는 것에 정신이 팔려 제가 잡아당겼다는 것도 느끼지 못한 건지 바닥에 풀썩 주저앉아선 살짝 저를 째려보는 네 눈빛에 뭐라 변명을 할 만도 했지만 어쨌든 보디가드로 왔다는 놈이 널 제대로 가드해주지 못한 것에 책임이 있었고 명백히 제 잘못이었으므로 네 앞에 쪼그려앉아서 한껏 미안해죽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어) 죄송합니다, 주인님. 제 불찰입니다. 제가 옆에서 걷겠습니다. (네 옆에 서선 네가 쓰러뜨린 봉지도 주워 제 손에 든 채 차도 쪽에 섰어. 하지만 그때까지도 네가 일어나지 못하고 앉아있자 걱정스러운 마음에 다시 네 앞에 앉아 물었지) 걸으실 수 있으십니까? 업어드릴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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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0
글쓴이에게
아뇨, 됐어요. (느리게 몸을 일으켜 네 양손에 들린 봉지를 바라보다 지금까지 들고 온 것도 꽤나 버거웠기에 자기가 든다는데 굳이 내가 힘들게 들 필요가 있나, 싶어 그냥 패딩 주머니에 손을 꽂는. 경호원이라는 놈이 뒤에서 오토바이 오는데 뭣도 안하고, 이게 무슨 경호원이냐. 괜히 속으로 투덜대며 또 혹시 모르니 이어폰을 빼 주머니에 넣고는 길을 모르는 듯 멍하니 서있는 널 지나쳐 집으로 앞장 서 걸어, 이내 집에 도착하고 어제처럼 널 그냥 내버려두고 들어갈까, 하다가도 쌩 하니 불어오는 바람에 이 날씨에 밖에서 재웠다간 정말로 잘못 될 것 같아 문을 열어놓고 들어가라는 듯 턱짓을 하는데 그저 멀뚱멀뚱 절 쳐다보는 너에 한숨을 내쉬는) 무슨 말도 못알아듣고, 하는 것도 없고. 들어가라구요. 또 여기서 잤다가 얼어 죽을 일 있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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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0에게
(분명 속으로 욕을 하고 있겠지. 욕을 들어먹어도 싸다. 오히려 면전에 대고 욕을 하지 않은 네게 고마움을 느꼈어. 그러다 곧 어제 봤던 익숙한 골목이 보이고 단아하고 우아하게 지어진 너의 집을 바라봤어. 잘 기억해둬야지. 아까 마트에서부터 오던 길을 머릿속으로 빠르게 집어넣곤 문득 제 두 손에 들린 봉지를 보며 이것만 집 안에 놔주고 나와야할까 고민하는데 네가 턱짓을 하며 들어가라고 하는 것에 옅게 얼굴에 웃음을 띄웠어) 감사합니다, 주인님. (살짝 목을 숙여 목례를 하곤 집으로 들어가 얌전히 구두를 벗어둔 채 두리번거리며 겨우 부엌을 찾아내선 장을 본 봉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어. 패딩을 벗으며 방으로 들어가는 너에 장 본 것들을 꺼내 여기저기 서랍장을 열어보며 겨우 위치를 찾아 물건들을 정리해두곤 봉지도 깔끔하게 접어 구석에 두었지. 그새 다 했냐는 표정으로 편한 옷을 입고 온 네게는 칭찬해달라는 듯한 표정으로 배시시 웃어보였어) 청소라면 잘 합니다. 또 시키실 건 없으십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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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4
글쓴이에게
해달라곤 안했는데, 여튼 감사하긴 하네요. 시킬 건 없고, 요구할 건 있는데. 그 주인님 소리 좀 안하면 안돼요? 듣는 사람 불편해 죽겠네. (소파에 풀썩 앉아 등받이에 편하게 몸을 기대고는 널 올려다보며 말하는. 자기가 강아지도 아니고 주인님이 뭐야, 주인님이. 너에게 말해야 될게 뭘까 곰곰이 생각하다 손가락으로 문 하나를 가르키는) 그리고 방은, 저기 화장실 옆에 흰색 문 보여요? 저 방 쓰면 되고. 거기서 뭐 하고 싶은 거 맘대로 하세요, 나한테 피해만 안오는 선에서. 이미 돈 냈으니까 돈 아까워서 엄마 말 듣는 거에요. 그냥 다른 집에서 살 듯 지내요. 밥도 알아서 해드시고 씻는 것도 알아서 하시고. 그냥 나랑 부딪힐 일 많이 없었음 좋겠네요. 돌아다니는 거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라 밖에서 졸졸 쫒아다닐 일도 없을 거에요. 뭐, 돈 졸라 쉽게 버네. 이제 멀뚱 멀뚱 서있지 말고 들어가세요. (소파 팔걸이에 머리를 대고 누워 리모컨으로 티비를 키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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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4에게
(감사하긴 하다는 네 말에 기분이 좋아져, 요구할 것이 있단 소리에 널 바라보는데 주인님 소리 좀 그만하라는 것에 네 눈치를 봐) 그치만 사모님이...그렇게 부르라고... (제게 거액의 돈을 쥐어준 네 어머니를 생각하며 말을 흐리다가 네가 줄줄이 이어 말하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으려 얌전히 경청한 뒤 조심스럽게 입을 떼) 집에선 최대한 조용히 있겠습니다. 그래도 주인님이 밖으로 돌아다닐 땐 무조건 따라나설테니 이 점 미리 양해해주십시오. (들어가라며 티비를 켜는 널 바라보다 티비조차도 신기해 뒤에서 멍하게 네모난 박스를 바라봐. 상자 속에서 사람들이 나오고 춤을 추고 개그를 치는 건 술집에서 몇 번 봤지만 저렇게 화질이 좋고 얇은 티비는 본 적이 없어서 또 마트에서처럼 촌티를 내며 신기한듯 눈을 빛내, 그러다 네가 안 들어가고 뭐하냐는 듯 또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저를 돌아보자 아- 하며) 그럼 주인님이 아니면 그냥 김태형씨 라고 부르면 되는 겁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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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6
글쓴이에게
네, 뭐 그건, 그 쪽 맘대로 하시구요. (리모컨으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마땅히 재밌는게 없어 예전에 보려다 말았던 영화에 채널을 고정하고는 옆에 있던 쿠션을 끌어안고 영화에 집중하려는데 저를 아직도 멍청하게 바라보는 너에 뭐가 문제냐는 듯 널 바라봐) 왜, 무슨 일 있습니까? 들어가서 옷 좀 갈아입으세요. 집에 있는데 무슨 정장을 입어요, 보는 사람이 다 불편하네. 그리고 앞으로 정장 안입어도 돼요. 밖에 정장만 입고 나갔다 진짜 얼어죽을라. (네가 아, 하며 자기 옷을 훑어보자 고개를 절레 젓고는 다시 티비로 시선을 고정하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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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6에게
아...알겠습니다. (그래도 나름 활동할 때 편하던데. 수트가 걸쳐진 제 팔을 몇 번 휘둘러보다가 방으로 들어가. 너의 어머니가 큰 맘 먹고 채워놓은 방은 옷이라든지 스킨로션을 비롯한 화장품들과 신발들도 많았지. 그리고 제 집의 거실보다 커보이는 방의 내부에 입이 쩍 벌어졌어) 이게 내 방...? (믿기지 않다는 듯 중얼거리다가 폭신해보이는 침대에 몸을 던졌지. 욕실까지 딸려있다니 진짜 천국이 아닌가 싶었어.) 그나저나 밥은 어쩌지. (밥이라곤 매일 누가 먹다 남은 거나 고추장이나 간장에 비벼먹을 때가 많았기에 고민스러웠어. 뭘 해먹어본 적도 없고...제일 많이 먹었던 게 라면이었으니 당분간 라면으로 때워야겠다 생각해) 근데 B구역 사람들은 원래 다 저렇게 차가운가. (너의 어머니는 다정한 편에 속했기에 조금 혼란이 왔지만 아무렴 어떻겠냐 싶어 씻으러 욕실로 들어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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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9
글쓴이에게
(네가 방으로 들어가자 몸을 축 늘어뜨리고는 화면에서 눈을 떼고 느리게 눈을 꿈뻑거리는. 멍청한 건지, 착한 건지, 순한 건지. 잠깐 본 걸로 봐서는 네가 날 해칠 것 같지는 않아 그냥 널 믿어야 하나 싶다가도 셀 수도 없이 사람을 죽여봤다는 네 말이 번뜩 떠올라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제 볼을 양손으로 짝 치는) 쟤가 착한 척 하는 거면 어쩌려고. 정신 차려, 김태형. (입술을 말아넣고는 고개를 끄덕이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은 것이 없기에 뭐라도 먹으려 소파에서 일어나는, 주방에서 뭘 해먹어야할지 몰라 한참을 우왕좌왕 하다 B구역 마저도 변해버리기 시작한 이후에는 혹시 몰라 잘 시켜먹지 않았던 배달음식이 땡겨 일단은 나를 지켜준다는 너도 있는데 괜찮겠지 생각하며 휴대폰을 드는, 휴대폰으로 이것저것 보며 메뉴를 정하다 네 의사도 물어봐야하나 싶어 네 방문을 두드리는) 저기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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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9에게
(이런 깨끗한 물과 향기로운 욕실용품이라니. 신기하다는 듯 넓은 욕실을 구경하려다 다시금 쪽팔리다는 네 말과 나를 바라보던 한심스러운 시선이 떠올라서 고개를 내젓고 씻기에 집중해. 널 보기 전에 너의 어머니께 불려가 목욕탕에서 깨끗하게 씻었을 때를 포함해 생애 두 번째로 누리는 깨끗함이었지. 상쾌하다는게 이런 기분일까. 몸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고 대충 팬티를 꿰어입은 채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날 부르는 네 목소리에 빠르게 나가 문을 열어) 네, 태형씨. (핸드폰을 들고 제 방 문 앞에 서있는 널 보고 눈을 깜빡이는데 네가 쉽사리 입을 열지 않고 저를 위아래로 훑자 고개를 갸웃했다가 느릿하게 다시 방으로 들어가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오며 헤실 웃어)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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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1
글쓴이에게
아니, 밥 시킬 건데 뭐 먹고 싶은 거 있냐고요. 알아서 먹으라고 하려 했는데 집에 해먹을게 마땅치가 않아서. (제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네 대답을 기다리다 한참이 지나도 대답이 나오지 않는 너에 지친 듯 머리를 벽에 기대는) 빨리 말해요, 지금 시킬 거니까. 그리고, (이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하기엔 자존심이 상하고 안하기엔 무슨 일이 생기는게 무서워 머뭇거리며 입술을 달싹이기만 하다 너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뾰루퉁하게 말을 하는) 배달 오면 밖에 좀 나와있으라고요. 무슨 일 생길지 모르니까. 내 보디가드라며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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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1에게
(빨리 먹고 싶은 걸 말하라는 네가 저를 답답하다는 듯 재촉하자 저도 뭐라 말을 하고 싶지만 입이 안 떨어져서 한숨을 푹 내쉬어. 뭐가 있는지 알고 뭘 먹어봤어야 대답을 하지. 그러다 네가 새침하게 배달부가 오면 밖에 나가있으라고 부탁하자 고개를 끄덕였지) 당연한 일입니다. 제가 나가있겠습니다. 그리고 먹고 싶은 건...모르겠습니다. 뭐가 있는지도, 뭐가 맛있는지도 모르겠어서. (민망하다기보단 저에겐 어제까지만 해도 이 사실이 삶이었으므로 덤덤하게 말해) 아무거나 시켜주셔도 좋습니다. 남긴 것도, 땅에 굴러다니는 것도 잘 먹습니다. (네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는 걸 보며 널 살짝 밀어내고 방 밖을 나와선 현관문 앞에 아빠다리를 하고 앉아버려)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태형씨가 알아서 시켜주십시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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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3
글쓴이에게
(현관문 앞에 떡하니 앉아 있는 널 바라보다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리고는 소파로 가 앉아 팔걸이에 팔을 대고 턱을 괸 채로 햄버거 세트 두개를 주문하고 전화를 끊는) 저기요, 햄버거 알아요, 햄버거? 나 그거 시켰는데 먹어본 적 있어요? 있겠죠? (제 말에 햄버거라는 단어가 뭔지도 모르는 것 같은 눈치이자 답답함에 어휴, 하며 한숨을 내뱉는) 빵 사이에 고기 있는 건ㄷ, 아, 그냥 이따 오면 봐요. 그리고 현관문 앞에 있으면 거기 바람 새어들어와서 추우니까 소파에 앉아있어요. 거기 있는다고 덜 위험한 거 아니니까. 지금 당장 있어달란 말도 아니었는데, 오바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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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3에게
(햄버거? 빵 사이에 고기?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 조합에 인상까지 찌푸려가며 네가 원하는 모습을 상상하려 애썼지만 결국 포기해. 한숨을 내뱉는 네 모습에 F구역에선 전혀 그러지 않았는데 제 한심함과 저급함이 느껴져 자꾸만 주눅이 들려고 했지. 오바하지 말라며 소파에 앉아있으라는 네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조심스레 네 옆에 앉았어. 슬쩍 바라본 옆선이 정말 잘생겨서 저도 모르게 잘생겼다고 칭찬을 하려다 네가 또 헛'소리 하지 말라고 할까봐 입을 다물었지. 티비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은근히 내 옆에서 나와 같은 로션 냄새가 풍기는 너에 기분이 좋았어. 같은 B구역 사람이라도 된 듯한 기분에 손가락을 까딱이며 장난을 치다가 띵동 벨이 울리자 네게 돈을 받아들고 햄버거를 받아들었지. 다행히 배달부는 위협적인 사람이 아니었어. 소파 앞에 놓인 테이블에 네가 하는 대로 음식들을 늘어놓고 포장지를 깠지.) ...정말 빵 사이에 고기... (양상추와 각종 소스, 두터운 고기와 치즈의 모습에 이게 뭔가 싶어 한참을 여기저기 둘러보다 한 입 맛을 보곤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떠냈지. 정말 이것만 1년 내내 먹고 싶을 지경이었어.) 맛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태형씨. 잘 먹겠습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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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5
글쓴이에게
(뭐가 그리 맛있는지 눈을 크게 뜨고는 빠르게 햄버거를 입에 집어넣는 널 가만히 바라보다 헛웃음을 터뜨리는. 그 와중에도 잘생겨보이는 거 보면 내가 정상은 아닌가보다. 에휴, 한숨을 쉬며 딸려온 휴지 몇 장을 너에게 건네) 입 좀 닦아요, 다 묻었어요. (제 말에 고개를 살짝 숙였다 입 주위를 닦고는 다시 허겁지겁 햄버거를 먹는 너에 먹는 꼴로 보아하니 나중에 급하게 먹어 체라도 할 것 같아 콜라에 빨대를 꽂아 네 앞에 놔주는) 마시면서 먹어요, 좀. 체해요, 그러다가. 이거 콜란데, 콜라는, 알죠? (마냥 어색하게 웃어보이는 널 보고는, 이것도 설명을 해줘야하나. 콜라도 모를만큼 열악한 환경인가? 뭐, 내가 가봤어야 알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뚜껑을 까 내용물을 보여주는) 봐봐요, 갈색 음료순데 달고 탄산이라는게 있어서 막 톡톡 쏴요. 따끔따끔하게 쏜다고, 이게. 알겠어요? 먹어봐요. 애기 키우는 것도 아니고 나 원 참.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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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5에게
(네가 콜라 뚜껑을 열어주자 정말 갈색 물에서 기포가 올라와 톡톡 터지는 모양새를 신기하다는 듯 바라봐, 그러다 네가 애기 키우는 것 같다며 혀를 차자 콜라에 꽂힌 빨대를 휘적거리며 입을 열어) 김태형씨도 아시다시피 전 F구역 사람입니다. F구역에는 이런 게 없어요. 햄버거도, 콜라도, 욕실이 딸린 방도, 정장도. 다들 늘어진 티에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바닥이 벗겨지려는 신발을 신고 돌아다닙니다. 먹는 거라곤 A구역부터 C구역까지에서 밀려드는 음식물 쓰레기나 F구역의 쓰은 실태를 구경하러 온 A구역의 국회의원이나 부잣집 사람들이 비웃으며 불쌍하다고 던져주는 음식들 뿐입니다. 마음놓고 감정을 나눌 친구나 가족도 없습니다. 태어난 것부터가 죄악이라고 생각될 정도죠. 그런 환경에서 자라와서, 저는 아무것도 못합니다. 누군가의 환심을 사는 것도, 많은 지식을 쌓는 일도, 요리도, 나를 꾸미는 일도. 그래도 청소나 뭔가 들은 것에 대해서 외우는 것은 쉽게 하는 편이지만 모르는게 너무도 많습니다. 저를 쓰레기로 대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매일을 그런 취급을 받아왔고...그런 생활에서 구제해주신 건 김태형씨니까. 정말 다른 마음 갖지 않고 지켜드리는 것에 열중하겠습니다. (뭐라뭐라 속풀이를 늘어놓곤 꾸벅 다시 목례를 하며)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라, 죄송합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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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6
글쓴이에게
(속풀이 하듯 늘어놓는 이야기를 듣다 그래도 정은 있는 사람인지라 측은한 마음에 턱을 괴고 네 말들을 경청하는데 뜬금 없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는 너에 흠칫하다 괴었던 손을 황급히 떼고는 시선을 돌리는) 죄송할 것도 많네요. 나한테 죄송할 거 없으니까 햄버거나 마저 먹으세요. 콜라도 빨리 마시고. 이거 오래 상온에 두면 탄산 다 빠져서 밍숭맹숭 해져요. 이것도 먹고. (감자튀김을 네 앞에 있는 봉지에 부어주고는 케찹 봉지 끝을 살짝 뜯어내 네 손에 쥐어주는) 이건 감자튀김이고 이건 케찹이에요. 감자튀김은 말 그대로 감자 잘라서 튀긴 건데 짭짤하고 맛있어요. 케찹은, 시큼한 토마토? 여튼, 감자튀김 찍어먹는 거에요. 천천히 다 먹어요. 남기면 내가 그 쪽 것까지 다 못 먹어줘. 맛있어요? 나 이거 자주 시켜먹는데, 종종 먹어요. 이거 종류도 다양해요. 그 쪽이 지금 먹는 건 안에 고기 들어있는데, 새우 들어있는 것도 있고 치즈 들어있는 것도 있고. 그 쪽이 고를 수 있어요. (너한테 이것저것 장황하게 설명을 하다 제가 과했나 싶어 이리저리 움직이던 손을 내리고는 콜라를 들이키는) 그냥 모르는 것 같길래 설명해준 거에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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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6에게
케찹, 압니다. 먹어봤습니다. 이런 감자튀김은 없었지만. (전에 쓰레기통에서 뜯지 않은 케찹을 발견한 적이 있었고 그걸 통째로 입 안에 짜넣었던 적이 있었으므로 자신있게 말하고는 봉지 위에 케찹을 쭉 짜. 이거 원래 이렇게 먹는 거구나. 그냥 먹는게 아니라. 저 혼자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네가 햄버거의 종류에 대해 뭐라뭐라 친절하게 손까지 움직여 말하는 것을 빤히 바라보며 경청하다가 머쓱해하는 듯한 모양새에 배시시 웃어보여) 네. 몰랐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엔 새우도 먹어보고 싶습니다. (이름이야 당연히 알지만 원래 형체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모르기에 그렇게 말하며 언젠가 꼭 햄버거의 모든 종류를 먹어보겠다 다짐하곤 금방 햄버거 세트를 말끔히 비워내. 네가 남기지 말라고 하지 않아도 음식을 남길 생각은 없었지. 음식이 얼마나 귀한 지도 알고 여기선 음식이 죄다 맛있고 신기해보였으니까. 부른 배를 문지르며 다시 네게 꾸벅 인사했어) 감사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이제 저녁엔 라면 끓여먹어야지. 조금 들뜬 기분으로 일어나 네가 먹은 봉지까지 말끔히 치우곤 혹여 내가 네 휴식을 방해할까봐 다시 방으로 들어갔지. 방에서는 할 것도 없이 침대에 누워있었어. 이런 여유로운 느낌은 정말 처음인데. 따뜻한 집에 배부른 배에 온 몸이 노곤해져서 눈을 감았어. 어차피 작은 소리에도 금방 눈을 뜰 수 있게 몸이 최적화되어 있었기에 네가 그 동안 위험에 처할 거라곤 염두에 두지도 않고 있었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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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7
글쓴이에게
(제가 치우려고 해도 먼저 일어나서 쓰레기를 척척 분리해서 버리는 너에 그냥 손을 놔버리고 소파에 누워있었어. 아, 배부르다. 아까 나가기 전에 보일러를 틀어놔서 그런지 배도 부르고 공기도 따뜻한게 금세 나른해져서 아까 제가 보던 영화를 틀어놓고 방에서 담요와 베란다에서 귤 몇 개를 가져와 소파에 누우니 기분이 좋아져 베시시 웃으며 귤을 몇 개 까먹다 저도 모르게 눈이 감기고 잠에 들었어. 잠에 든지 한 이십분 쯤 지났을까, 갑자기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느릿느릿 졸린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켜 아무 생각 없이 인터폰으로 상대방을 확인하는데 까만 모자에 마스크를 쓰고 있는 상대방이 보이자 괜히 온몸에 소름이 돋아 멍하니 인터폰 수화기만 들고 있는, 그러자 제가 자기 모습을 확인한 것을 알았는지 거세게 발로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진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이 상황이 너무 무섭고 두려워 다급하게 네 방으로 들어가 곱게 눈을 감고 자는 널 흔들어 깨우는) 저기요. 저기, 빨리 일어나봐요, 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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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7에게
(너무 푹 잔 건가. 네가 흔들어 깨울 때에서야 번쩍 눈을 떠. 욕지기를 하며 문을 걷어차는 소리에 다급해보이는 네 머리를 쓰다듬고 여유롭게 뻐근한 목을 꺾으며 침대에서 일어났지.) 너무 걱정 마십시오. (혹시 몰라 챙겨온 총을 손에 들고 인터폰 화면으로 보이는 사람의 모습에 픽 헛웃음을 날리곤 활짝 문을 열었어. 기다렸다는 듯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들어오는 상대의 공격을 손쉽게 피하곤 발을 걸어 넘어뜨렸지. 우당탕 현관으로 넘어진 그 때문에 신발이 엉망이 됐어. 그 모습에 인상을 찌푸리다가도 남자가 다시 벌떡 일어나 쇠파이프를 휘두르자 허리를 숙여 피하고 명치에 주먹을 꽂았어. 묵직한 주먹에 남자가 컥컥대며 부들거리자 목을 세게 움켜쥐었지. 방 문가에 붙어 바라보는 네게는 들어가라는 듯 눈짓하고 관자놀이에 총구를 갖다댔어.)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와. (이럴 줄은 몰랐는지 살려달라는 다급한 목소리에도 꿈쩍 않고 사내의 목을 쥐고 맨발로 터벅터벅 현관을 나섰어. 그리고 네게 말했지) 집에 피 튀기지 않게 밖에서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덤덤하게 말하곤 걸어나간 후 이런 조무래기한테 총알은 사치였기에 가볍게 발과 팔을 꺾고 코뼈를 부러뜨려준 뒤에야 집으로 돌아왔어. 아직도 놀란듯한 네 모습에 걱정스럽게 널 바라봤지) 많이 무서우셨습니까. 이제 다신 여기 오지 못할 겁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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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51
글쓴이에게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살아온 평화로운 B구역에는 영화나 드라마 외에 이런 폭력현장을 직접 목격할 일도, 할 수도 없었기에 난생 처음 실제로 목격하는 잔인한 모습에 벽에 자꾸만 힘이 빠지는 몸을 기대고는 손을 덜덜 떨었어. 잔인하고, 잔인하고, 또 잔인하고. 잔인하다는 말 외에는 형용할 말이 없는 현장이었어. 굳이 한마디를 더 붙이자면, 징그럽다는 정도. 이제 괜찮다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는 저에게 다가오는 네가 아까 전 아무렇지 않다는 듯 냉정한 얼굴로 상대방의 명치를 올려치던 너와 겹쳐보여 그대로 벽을 타고 스르르 주저앉아 무릎 사이에 고개를 파묻었어. 이렇게 변해버린 B구역도, 그리고 가본 적도 없는 F구역에서처럼 행동하는 너도 다 마음에 들지 않았지. 아까 전 햄버거를 먹을 때 네 얘기를 들으면서 넌 그래도 좀 다른 것 같다고 믿었는데, 다시 네가 저에게 연기를 하는 건지 진짜인 건지 헷갈리는 것도 싫었고.) ...괜찮아요, 고마워요. (그래도 일단은 네가 제 목숨을 구해준 것이기에 웅얼거리며 고맙다고 말을 하고는 비틀비틀 일어나 방으로 향하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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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51에게
(침입자를 무찔렀으니 네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넌 많이 충격을 받은 듯 보였어. 매일을 이런 삶에 살았던 나는 오히려 너를 이해할 수 없었지. 죽인 것도 아니고 아까처럼 관절을 꺾는 걸 보여주면 싫어할까봐 일부러 멀리 골목으로 나가 처리하기까지 했는데 뭐가 저렇게 충격이라는 거지. 비틀거리는 너를 부축해줄까 싶다가도 겁에 질린 네게 다가가봤자 역효과겠지 싶어 그저 어깨를 으쓱이곤 어질러진 신발을 제대로 정리한 후 방으로 들어갔어.) 많이 무서운가. (아직도 덜덜 떨고 있을까. 침대에 앉아 잠시 고민했어. 아주 어렸을 적에, F구역의 살인과 싸움이 낯설었던 그 처음에. 그 때 나를 안아줬던 한 남자를 떠올렸지. 그도 무척 어린 소년이었지만 나보다는 더욱 이 상황에 익숙해보였던 사람이었어. 괜찮아- 하며 그 품에 안겼을 적에는 모든 것이 정말 괜찮을 것 같고 안정적인 호흡을 내쉴 수 있었지. 그것도 그 사람이 칼로 배가 쑤셔서 죽기 전까지의 일이었지만. 내가 안아준다고해서 네가 나처럼 안정감을 느낄지도 미지수였고 오히려 더욱 싫어하진 않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해보자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네 방으로 걸어갔어.) 김태형씨. 들어가도 됩니까? (문을 똑똑 두 번 두드리곤 안에서 대답이 없자 다시 말을 이었지) 아까 너무 놀라신 것 같아서 말입니다. 혼자 있으셔도 되는가 싶어서...그니까...같이 있어드리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전 안아주면 마음이 차분해지더라구요- 하는 등의 주절거림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같이 있어드리고 싶다는 말로 대신하며 네가 대답을 하길 기다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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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53
글쓴이에게
(방에 들어가자마자 침대에 쓰러지듯 엎어져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는 자꾸만 머릿 속에서 자동으로 반복재생 되는 아까 전에 장면을 지우려 숨 쉬기가 힘들 정도로 얼굴을 꾹 눌러 묻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홱 들어. 딱히 말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네가 아직은 약간 무섭기도 했기에 대답을 안하고 가만히 있자 천천히, 하지만 너무 느리지 않게 말을 잇는 네 말을 가만히 듣다 이 분위기에 혼자 있는 것보다는 그래도 누구라도 같이 있는게 낫겠다 싶어 메이는 목을 헛기침으로 가다듬고는 말을 해. 사실 말을 하는 순간까지도 방금 전 네 모습이 자꾸 생각나서 망설이기는 했지만.) 들어와요. (제 말에 네가 기다렸다는 듯 문을 열고 들어오자 입을 다물고 날 바라보는 너를 따라 나도 널 잠시 바라보다 다시 베개에 얼굴을 푹 파묻고는 무어라 너에게 말을 하려다 폭 파묻힌 입 때문에 입을 떼기가 힘들어 그저 네가 먼저 말을 꺼낼 때까지 가만히 누워있는데 네가 제 침대에 걸터 앉은 것인지 폭 가라앉는 침대 한 쪽에 몸을 흠칫 떨어. 아가도 아니고, 뭐가 이렇게 무서운 건지. 찌질한 김태형, 이란 생각을 하면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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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53에게
(들어오란 네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건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어. 역시, 무서워하고 있구나. 작게 숨을 내뱉곤 방 문을 열고 들어갔지. 날 오래 바라보지도 못하고 다시 베개에 얼굴을 파묻는 널 보아하니 괜히 들어온 건가 싶었지만 그래도 네가 들어와도 좋단 말을 했고 기왕 들어온 거 무는 썰자는 마음에 네가 엎어진 침대에 걸터앉아. 침대의 기울임에도 놀랐는지 흠칫 몸을 떠는 네가 보여서 가만히 그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다가 손을 뻗어 네 손목을 위로 잡아당겼어.) 잠시 일어나보십시오. (그 말에 네가 경계하는 듯한 눈빛으로 마지못해 천천히 몸을 일으켰지. 하지만 난 진짜 널 추호도 괴롭히고 아프게 할 생각이 없었기에 그대로 널 당겨 품에 안았어. 등을 토닥이고 쓸어내려주며 가슴을 맞대고 나긋하게 말했지) 괜찮아. 무서워 하지 마. 괜찮아. 착하지, 아가. (그 사람이 내게 했던 것처럼 똑같이 말을 읊으며 네 몸의 떨림이 잦아들때까지 그 행동을 반복했어.) 괜찮아. 무섭지 않아. 난 널 해치지 않아. (곧 네가 정상으로 돌아오자 널 품에서 떼어내고 흐트러진 머리를 쓰다듬어줬지.) 이제 괜찮으십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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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55
글쓴이에게
아, 싫은데... (제 팔을 잡아당겨 저를 일으키는 너에 인상을 구기며 억지로 일어나자 대뜸 저를 당겨 끌어안는 너에 당황해 네가 무슨 짓을 하려는 건 너를 밀어내려고 버둥거려도 저를 꼭 안고는 등을 느리게 토닥이는 너에 이상하게 진정이 되는 기분이 들었어. 네가 나에게 반말을 하며 아가, 라고 부르는데도 그저 나긋나긋하게 저를 어르는 네 목소리와 톤이 좋아 네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는 조용히 네 말들을 듣고 있다 네가 저를 떼어내며 눈을 마주하자 느리게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네가 쓰다듬어준 앞머리를 정리해. 어렸을 때 가족과 함께 있던 기억 속에서 느꼈던 편안함을 고작 하루 얼굴 본 너한테서 느낀게 기분이 이상하기도 했고, 묘하기도 했고. 그저 네가 생각보다 사람을 위로하는 데에 능숙하구나, 라 생각했어.) 네, 괜찮아요. 다독여줘서 고마워요. (네 눈을 마주하기가 조금 머쓱해 고개를 숙이고는 고맙다며 고개를 끄덕여.)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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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55에게
고맙긴요. (부끄러운 건지 고개를 숙이고 인사하는 네 정수리를 바라보며 푸스스 웃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 이제 너도 괜찮아졌겠다, 다시 방으로 돌아갈 참이었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닫고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어. B구역은 평화 그 자체였기 때문에 이번에 일어난 분열에 의해 침입한 자들은 C구역부터 F구역까지 다양하겠지만 어쨌든 대부분은 저런 조무래기들 같았어. 조무래기가 아니래도 그닥 무섭진 않았지만. 그저 내가 죽어버리면 네가 아까처럼 무서움에 덜덜 떨다가 살인을 당할까봐 그게 두려웠어. 제 품에 안겨 어깨에 얼굴을 묻던 네 몸이 아직까지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 슬쩍 입꼬리를 올려 웃었어. 까칠하더니 저런 모습을 보이니 꽤나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지. 아까 잠도 조금 잤겠다 위협도 없겠다. 할 게 없어서 책장에 있던 책 한 권을 꺼내들었어. 책이라곤 처음 접해봤지만 그래도 글을 쓸 줄은 알았기에 천천히 책을 읽어. 간혹가다 어려운 낱말도 눈에 띄었지만 그것까지 알고 있던 건지 구석에 구비된 사전을 펼쳐들고 열심히 공부하며 책을 읽었지. 저녁시간이 될 때까지 그렇게 책 한 권을 꼭 내일까지 읽으리라 다짐하며 열의를 불태웠어. 그러다 머리를 너무 써서 그런지 금방 배가 고파져 부엌으로 나섰지. 어느새 시간은 7시. 할 줄 아는 게 아까 말했다시피 라면 밖에 없어서 부스럭거리며 라면을 꺼내고 네게 밥을 먹지 않겠냐 물으려했지만 낮에 알아서 밥을 먹으라 했던 네 말이 떠올라 귀찮게 하지 말자 생각하고 가스에 물을 올려두고 얌전히 그 앞에 서서 물이 끓기를 기다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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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56
글쓴이에게
(네가 제게 웃어보인 뒤 방을 나가자 이런 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어, 물론 그 생각의 중심은 너였고. F구역 사람이라면서 왜 저렇게 다정한 건지, 정말로 나를 어떻게 해보려는 생각이 아닌 건지. 널 좋게 생각하려 하면 반기라도 들 듯 금세 치고 올라오는 처음 만난 날 네가 했던 말, 네 행동, 방금 네 폭력들이 치고 올라와 제 머리를 헤집어놨어. 아무튼 오늘 네 행동들에 대한 생각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 바람에 벽에 등을 기대고 베개를 팔로 꽉 껴안은 채 멍하니 있다보니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아 휴대폰 홀드를 눌러 시간을 확인하자 시간은 벌써 7시를 향해 달리고 있었어. 배는 고프지만 방을 나서 밥을 차려먹기가 귀찮아 그냥 아까 잔뜩 사놓은 과자나 시리얼을 먹을까 싶어 몸을 일으켜 방을 나서자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 주방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자 라면을 끓이고 있는 네 뒷모습이 보여 왜 라면을 먹는데, 하는 생각과 함께 네 쪽으로 다가가 네 옆에 있는 그릇을 하나 꺼냈어. 왜 라면을 먹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괜한 오지랖 같아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식탁 구석에 올려놓았던 시리얼 봉지를 튿어 그릇에 부었지. 말 한마디 없이 조용한 정적이 이상하게 어색하지 않은게 신기하긴 했지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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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56에게
(왜 시리얼을 먹는 거지. 그냥 같이 라면 먹자고 할 걸 그랬나. 시리얼을 우유에 말아 오독거리며 씹는 널 바라보다 고개를 내젓고 라면을 마저 끓인 후 네 앞에 마주보고 앉아 라면을 후루룩 흡입하듯 먹었어. 한참 면발을 씹어먹다가 네가 시리얼을 다 먹고 일어서려고 하자 참지 못하고 널 불렀지) 태형씨. (네가 왜 부르냐는 듯 날 바라보다 숟가락에 파스타를 말듯 예쁘게 라면 면발을 말곤 네게 내밀었어) 이것 좀 드세요. 그것만 먹으면 배고파요. (신경쓰지 말랬는데 괜찮을까. 네가 입가에 내밀어진 수저를 빤히 바라만보고 있자 조금 불안했지만 꿋꿋이 수저를 다시 입가에 댔지. 네가 살짝 입을 벌려 라면을 받아먹자 그제야 얼굴이 살짝 풀렸어) 국물에 밥 말아드실래요? (라면과 함께 유일하게 형태를 제대로 알고 있는 밥을 떠올리며 밥솥에서 밥을 퍼 네 앞에 그릇을 놓아줬어) 드세요. 전 괜찮아요. (네가 국물을 다 먹어도 좋다는 뜻으로 그렇게 말하곤 남은 면발을 먹어치웠어.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하다니. 믿을 수가 없고 감격스러워 눈물이라도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아내고 우물거리며 식사에만 집중했지.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쓰은 상황에서 날 사준 네가 너무도...) 고맙습니다. (뜬금없이 그렇게 마음을 전하며 웃어버렸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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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58
글쓴이에게
(제 앞에서 라면을 빠르게 해치우는 널 보며 밥 먹는 속도가 진짜 빠르구나, 생각하면서 그릇에 있던 시리얼을 천천히 비우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는데 갑자기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얼굴에 물음표를 가득 띄우고는 널 돌아봤어. 이쁘게 숟가락 위에 라면을 올려 제 입 앞에 들이미는 너에 먹으라는 뜻인가? 하며 숟가락만 바라보고 있었어. 눈치가 빠른 편이긴 하지만 이 상황은 너무 뜬금 없었거든. 저가 가만히 보고만 있으니 민망했는지 제 입 바로 앞까지 숟가락을 대는 너에 결국 그냥 한 입 받아 먹고 말았어. 라면은 사놓기만 하고 정말로 귀찮을 때, 혹은 정말로 먹고 싶을 때만 먹는 편인데 오랜만에 먹으니 꽤 맛있는 것 같아서 밥 말아먹겠냐는 네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네가 제 앞에 놓아주는 밥을 젓가락으로 조금 퍼먹었어. 방금 시리얼도 먹어서 배가 별로 고프진 않은데 한그릇을 내가 혼자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어 젓가락질을 멈추고 밥그릇을 한참 바라보다 아무래도 혼자 먹기엔 무리인 듯 싶어 반을 나눠먹자 말 하려고 고개를 들자 때마침 저에게 고맙다며 웃어보이는 너에 뭐가 고마운 건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려.) 뜬금 없이 뭐가요? 일단 알겠어요. 근데 나 이거 혼자 다 못 먹을 것 같은데 반만 그 쪽이 먹어줘요. 좀 전에 시리얼 먹어서 배 별로 안고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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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58에게
(고개를 갸웃거리곤 반절만 먹어달라는 네 말에 고개를 끄덕였어. 반절을 퍼서 라면이 담겼던 냄비에 덜고 국물만 그릇에 따라 네가 밥을 말아먹을 수 있게 해준 뒤 나도 숟가락으로 푹푹 밥을 눌러서 말아먹기 시작했지. 아까와 같이 밥을 먹는 속도는 엄청 빨랐어. 누군가에게 음식이 뺏길 위험이 있어 항상 음식이 손에 들어오면 누구도 뺏지 못하고 제가 먹는 걸 발견하지 못하게 전광석화처럼 잽싸게 먹는게 습관이 되어있었거든. 먼저 밥을 다 먹곤 네가 다 먹길 기다리다가 네가 말끔히 밥을 다 먹어내자 그릇을 챙겨 싱크대 앞에 섰어. 이걸 씻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너를 시키는기 싫어 제가 하려고 오긴 했는데 설거지를 해봤어야말이지. 우두커니 그 앞에 서서 멍만 때리고 있자니 네가 금방 내 곁으로 와 이것저것 설명을 해줬어. 이게 퐁퐁이고 이게 고무장갑, 이게 수세미구나. 고개를 끄덕이곤 호기롭게 고무장갑을 끼고 수세미에 퐁퐁을 주욱 짰지. 그릇을 깨먹지 말라며 까칠하게 한 마디 한 너에게 알겠다 대답하곤 조심조심 그릇을 씻기 시작해. 그러다 네게 물었지) 내일은 아무데도 안 가십니까? 스케쥴이 생기면 미리 말씀해주십시오. 제가 늦게 준비해서 주인ㄴ, 아니. 태형씨 나갈 때를 못 맞추면 안 되니까요. (자꾸 주인님이란 호칭이 입 밖으로 튀어나와서 콱 입술을 깨물었다가 다시 말을 정정하고 그릇을 뽀득뽀득 헹궈 올려두었어. 설거지도 나름 재밌다고 생각했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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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59
글쓴이에게
(설거지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건지를 모르는 건지 멍하니 서있기만 한 너에 설마 설거지를 모르는 건 아니겠지 싶어 가만히 널 지켜보고 있어도 그저 손가락으로 그릇들을 톡톡 건드리는 모습을 보고는 너에게 설거지에 대해 이것 저것 설명을 해줬어. 네가 알겠다는 듯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려 서있는 싱크대 옆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컵에 따라 마시는데 내일은 어디 나가시는 곳이 있냐는 물음에 머릿속으로 내일 약속을 곰곰이 생각하다 고개를 가로저어. 물론 싱크대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너에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말이야. 사실은 내일 밖에 돌아다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를 알기에 먼저 만나자며 연락을 해온 친구가 있었는데, 너를 데려가기가 싫어서 적당히 때를 봐 몰래 집에서 빠져나갈 생각이었어. 동창들을 만나는 거라 당연히 술을 마시러 갈텐데 술집에서 널 옆에 멀뚱멀뚱 세워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아뇨, 없어요. 내일은 그냥 집에서 쉬세요. (제 말에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설거지를 다 마쳤는지 고무장갑을 빼는 너에 처음인데 잘 했나 싶어 네가 씻어 엎어놓은 그릇들을 눈으로 훑어. 확실히 살기 위해 배우는 속도가 빠른 건지 나름 깨끗하게 씻어 반짝반짝한 그릇들을 바라보며 너에 속으로만 오, 하는 감탄사를 내뱉었어.) 이제 들어가서 쉬세요. 오늘도 이제 어디 나갈 곳 없으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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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59에게
알겠습니다. (네게 꾸벅 인사하고 방으로 들어왔어. 내일도 나가는 곳이 없다고? 정말 집에만 있으시는 건가... 잠시 고민하다 네가 그렇다고 했으니 네 말이 맞겠디 싶어서 별 다른 생각은 하지 않기로 해, 다시 책과 사전을 펼쳐들고 열심히 공부하며 책을 읽어낼 뿐이었지. 그러다 밤이 되고, 잠을 자고. 하루는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어. 7시에 번쩍 눈을 뜨고 버릇처럼 잔뜩 경계하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보이는 안락한 풍경에 아, 하고 멍청한 소리를 내며 긴장을 풀었지. 여긴 내가 살던 곳이 아니지, 참. 아무도 보는 이가 없었음에도 괜히 민망하여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방 밖으로 나가. 추운 겨울이라 그런지 아직 조금 어두운 감이 있었어. 밤 동안 제가 깨지 않은 걸 보면 아무도 침입하러오지 않았다는 거겠지. 그래도 걱정이 되어 네 방 문을 열고 들어가 아이처럼 잠을 자는 너를 확인한 후에야 걱정을 관뒀어.) 잘 자네. (이불을 바닥으로 밀어버린 네가 춥다는 듯 몸을 웅크리고 덜덜 떨기에 이불을 끌어와 네 몸에 덮어주고 네가 떨지 않을 때까지 품에 안아 다독였지. 금방 움직임이 멎고 네가 다시 곤히 잠이 들자 조용히 방을 빠져나와 소파에 앉았어.) ...심심하네. (B구역 사람들은 대체 뭘하고 사는 거지. 등받이에 기대며 눈을 감고 그렇게 생각했어. '심심하다' 는 생각 자체를 한 제가 놀랍기도 했지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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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61
글쓴이에게
(방으로 들어간 네 뒷모습을 바라보다 나도 방으로 향했어. 침대에 누워 새벽녘까지 휴대폰을 하다 세시가 되어서야 하품을 하며 잠에 들었지. 늦게 자서인지 오늘따라 눈이 잘 떠지지 않아 정신은 깨있는데 눈은 감은 채로 누워있었어. 이불이 떨어졌다는 걸 아는데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 주워서 다시 덮기가 귀찮아서 그냥 덜덜 떠는 편이 낫겠다 싶었거든.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제게 이불을 덮어주며 토닥이는 네 행동이 마냥 싫지만은 않아 그냥 자는 척 가만히 누워있었어. 추위가 조금 가시고 덜덜 떠는 몸이 멎자 밖으로 나가는 너에 네가 나가자마자 느리게 눈을 떠 네가 나간 방문을 바라보다 다시 눈을 감았어. 일찍 좀 잘 걸 그랬나, 졸려 죽겠네. 한 두시까지는 잘 생각으로 다시 눈을 감았다 눈을 떠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시간은 벌써 한시가 다 돼가고 있었어. 잠도 더 안오고 배도 고팠기에 느리게 몸을 일으켜 방 밖으로 향했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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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61에게
(라면을 먹을까 하다가 관두곤 해먹을 줄 아는 게 없어서 그냥 밥도 축내지 않을 겸 먹지 않기로 하고 네가 잠에서 깰 때동안은 여기저기 집을 구경했어. 처음 보는 것들은 어떻게 작동시키는지 다 만져보고 그 방법을 익혔지. 이제 집에서 못 만지는 건 없었어. 뿌듯하게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자 역시나 신세계였지. 스포츠, 예능, 드라마, 영화, 여행, 쇼핑 등등. 채널이 엄청 많은데다 화질도 좋고 재미도 있고 신기한 거야. 네가 깰 때까지 티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그 네모난 박스 안에 갇혀있듯이 했지.네 방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후에야 꿈에서 깨듯 그 속을 벗어날 수 있었어.) 일어나셨습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네가 배를 문지르는 걸 보니 배가 고파보여 요리를 해주고 싶은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에서 허둥댔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요리는 아직도 라면 밖에 없었지. 안절부절 못하고 이것저것 만지기만 하다가 네가 괜찮으니 나오라는 소리에 풀이 죽은 강아지처럼 고개를 끄덕였지) 죄송합니다. 요리를 배웠어야하는 건데. (네가 움직이는 모양새를 뒤에서 바라보기만 하다가 나중에 나가서 요리 책이라도 사와야겠다 생각했지) 오늘은 아무데도 안 나가신다고 했죠? 어제처럼 집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게 해드리겠습니다. 초인종이 눌리면 제가 확인할테니 주인님은 그냥 앉아계십시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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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67
글쓴이에게
(제가 방 밖으로 나서자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향하는 너에 뭐라도 할 줄 아는게 있나 싶어 가만히 보고만 있었더니 역시나 할 줄 아는게 없는 건지 이리저리 우왕좌왕 거리는 네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나오라고 말하자 한껏 시무룩해져서는 어깨가 축 처진 모양새에 웃음이 터질 뻔한 걸 겨우 눌러 참았어. 그래도 제 밥을 해주려고 했던 건데 만드는 김에 네 몫도 같이 만들어야 될 것 같아 뭘 해야될까 고민하다 어제 사서 냉장고에 넣어놓은 삼겹살이 생각나 후라이팬과 삼겹살을 꺼내 내려놓고는 삼겹살을 후라이팬에 굽고 밥과 쌈채, 쌈장 등 이것저것을 준비하는데 아무데도 나가지 않느냐는 네 말에 괜히 혼자 찔려 입을 앙 다물고는 대답은 그냥 넘겼어. 뻔뻔하게 또 거짓말을 할 깡은 부족했거든. 생각해보니까 네가 저렇게 쌩쌩한데 언제 너 몰래 빠져나가지. 네가 씻으러 들어갔을 때 뛰쳐나가야하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다 익은 삼겹살에 접시에 잘 구워진 삼겹살을 먹기 좋게 잘라 놓고는 식탁에 내려놓자 뭐라도 돕고 싶었는지 제가 접시에 덜어놓은 반찬들을 식탁으로 옮기는 너에 수저를 들고 네 맞은 편에 앉았어.) 이거, 이게 삼겹살이라는 건데, 돼지고기에요. 돼지 뱃살 잘라서 구운 거. 맛있어요. 이거 쌈장인데 이거 찍어먹어도 되고, 이거에 싸먹어도 되고. 식으면 맛이 없으니까 얼른 먹어요. 더 있으니까 더 먹고 싶으면 아까 나 하던 것처럼 구워서 먹으면 돼요. 알겠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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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67에게
(우와. 고기...! 속으로 깜짝 놀라며 고기를 굽는 네 뒤에서 눈을 반짝반짝 빛냈지만 넌 못 본 것 같아 다행이었어. 고기 냄새도 생전 처음 맡아보고 생긴 것도 처음 봤기에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고기를 열심히 눈에 담고 코로 들이마셨어. 그 덕에 네가 대답을 하지 않고 넘겼단 것을 알아채지 못했지.) 네, 감사합니다. 맛있게 먹겠습니다. (고기가 다 구워지고 네가 먼저 쌈을 싸먹자 네가 한 것처럼 똑같이 쌈을 싸서 입에 넣었어. 역시 맛은 환상이었지. 진짜 이것만 먹다 죽어도 좋을 것 같았어. 전투적으로 고기를 먹기 시작하다가 어디선가 울리는 벨소리에 몸의 움직임을 멈추고 귀를 기울여. 이게 뭐지? 발랄한 노래가 나오는 것에 의아한 표정으로 너를 바라봤더니 네가 핸드폰이라고 하면서 방에 들어갔다가 전화가 오는 핸드폰을 보여주곤 전화를 받아. 야! 오늘 만나는 거 안 잊었지? 전화라는 걸 알고 핸드폰은 길거리에서 몇 번 봤었기에 대수롭지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먹기에 집중한 내게도 들릴 정도로 큰 목소리에 다시 시선이 네게 향했어.) 어디 나가기로 하셨습니까? (어제랑 말이 다른데. 밤중에 약속을 잡았나? 여러 생각을 하다가 다시 덧붙였지) 따라가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해주십시오. 전 태형씨를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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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69
글쓴이에게
(열심히 가리지 않고 잘 먹는 네 모습에 괜시리 뿌듯해져 네가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웃으며 잠시 바라보다 이내 저도 천천히 밥을 입에 집어넣기 시작했어. 때마침 우렁차게 울리는 제 휴대폰에 움직임이 일순간에 멈추고 그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는 널 보고는 확실히 다르긴 다르구나, 를 느꼈어. 제 휴대폰에 전화가 오는 것이라며 방에서 휴대폰을 가지고 나와 너에게 보여주자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밥을 먹기 시작하는 너에 보이지 않게 옅게 미소를 띄우고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어. 여기까진 좋았지. 눈치 없는 친구놈이 안그래도 큰 목소리를 더 높여 말을 하는 바람에 네가 다 들은 것 같았어. 제발 못들었어라, 제발 밥 먹고 있어라, 속으로 빌며 널 바라봤을 때에는 저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따라가겠다 말하는 너가 보였지. 망할 친구놈. 아, 끊어.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고는 너에게로 시선을 옮겼어.) 안나가요. 안나간다고 말했는데 자꾸 나오라고 이러는 거에요. ㅅ,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밥이나 먹어요. (역시 거짓말은 체질이 아닌가봐. 저도 모르게 버벅대고는 식탁 아래 제 허벅지에 올려놓았던 손으로 주먹을 꽉 말아쥐었어. 김태형 병'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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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69에게
(네가 신경쓰지 말라고 했지만 그럴 순 없었어. 딱 봐도 거짓말인게 티가 났거든. 모른 척을 해주고 싶어도 너보다 더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며 등에 칼을 꽂는 놈들을 많이 봐 왔기에 자연히 알아챈 눈치였어. 알리기 싫었던 걸까. 친구들이랑 만날때 내가 거슬려서.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곤 물을 한 모금 들이키고 덧붙였지) 거짓말이신 거 다 압니다. 제가 옆에 붙어있는게 친구분들을 만나실 때 불편해서 그러신 거라면, 멀찍이 다른 일행처럼 있겠습니다. 술집이라도 가시는 거라면 건물 밖에 있겠습니다. 따라오지 말라고만 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동안 태형씨가 다친다면 전 죄책감에 살 수 없을 겁니다. (그렇게 말을 하고는 네가 허락하든 말든 어쨌든 내가 말한 대로 행할 작정이었으므로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어. 그릇째 꽉꽉 밥을 채운 채로 두 그릇을 해치우고 나서야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까지 한 후 다시 티비를 보고 싶었지만 네가 먼저 소파에 앉는 바람에 불편해할까 싶어 주춤거리다 네게 물었어) 약속은 언제이십니까? 그 전까지 준비하겠습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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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72
글쓴이에게
(망했네. 그동안 살기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눈치가 빨라도 너무 빠른 너는 금세 제가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아챈 모양이야. 나중에 박지민 이마라도 때려줘야지, 를 속으로 곱씹으며 너와 눈을 마주하고 어색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어.) 아니, 나 진짜로 약속 없ㄴ, (제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푹 숙이고는 다시 밥을 먹는데 열중하는 너에 한숨을 푹 내쉬었어. 될대로 되라지. 뭐 제가 다치면 죄책감에 살 수가 없다는데 내가 뭘 어떡하겠냐. 이미 벌어진 이상 그냥 널 달고 나갈 생각이었어. 배가 부르지도 않는지 두 그릇을 거뜬히 해치우고는 자연스레 설거지를 하는 네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괜히 마음이 찝찝해져 제 뒷머리를 긁적여. 경호원으로 붙인 거지, 가정부 일도 하라 그런 건 아닌데 왜 자기가 다 하는지. 뭐, 나는 편해서 좋지만. 자꾸 생각해서 뭐하나, 싶어 자리를 옮겨 소파에 풀썩 앉아 리모컨으로 티비를 켜고 있으니 옆에서 우물쭈물 대다 언제까지 준비하면 되냐는 네 물음에 휴대폰을 켜 카톡으로 만나기로 한 시간을 확인했어.) 아직 한참 남았어요. 아홉시에 만나기로 했으니까. 그 때까지 알아서 준비해요. 그리고 티비 보고 싶으면 봐요. 아침에 보니까 티비에 정신이 완전 팔려있던데. 나 어차피 티비 오래 안보니까. (네 쪽으로 리모컨을 살짝 던져주고는 쿠션에 몸을 편하게 기대고 휴대폰을 들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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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72에게
(제가 F구역에서 봤던 것보다 다섯배는 더 좋아보이는 핸드폰을 들고 아홉시에 만나기로 했다는 네 말에 살짝 눈썹을 꿈틀거렸어.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늦었거든. 적어도 일곱시 즈음엔 만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 아무튼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네가 티비를 보라며 리모컨을 던져주자 당황해. 아침에 분명히 자고 있었을텐데 어떻게 안 거지. 정신이 빠져서 저도 모르게 소리를 너무 키워놨었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티비를 보고 싶었던 건 맞기에 소파에 앉은 널 바라보다 소파 밑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티비의 채널을 돌렸어. 액션물을 주제로 한 영화가 방송되고 있었기에 그것을 시청하는데 액션씬이 진짜 싸울때와 다르게 눈에 보여주려는 것에만 집중한 듯 휘황찬란한 모습에 픽 웃어버려. 저렇게 싸우다간 데미지도 못 입히겠다. 혀를 차며 채널을 돌리려는데 담을 넘으며 뭔갈 건드린 건지 와작하는 소리를 용케 알아듣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왜 그러냐는 듯 날 올려다보는 네 머리를 푹 눌러주곤 밖으로 나가 역시 엉성한 침입자를 골목으로 끌고 가 손목과 발목을 아작내주고 생각했지. 하긴 이렇게 단조로우면 영화에 못 쓰겠구나. 아파죽으려는 사람을 앞에두고 그렇게 생각하다가 집으로 돌아왔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처리하고 왔습니다. (옅게 미소를 띄워주곤 티비로 시선을 돌려 이번엔 재밌다는 개그프로그램을 시청했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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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73
글쓴이에게
(무슨 소리라도 들은 건지 일순간에 눈빛을 매섭게 바꾸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너에 뭐냐는 듯 널 바라봤지만 제 머리를 푹 누르고는 밖으로 나가는 널 눈으로 쫒다 무슨 일이 있나보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는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휴대폰 화면으로 시선을 고정하는데 누가 들어왔던 건지 고통 섞인 소리를 내지르는 남자에 벌떡 일어나 거실에 난 큰 창문으로 바깥을 바라봐. 다른 곳으로 가서 처리를 하는 건지 보이지 않는 네 모습에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 소파에 풀썩 앉아.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금방 익숙해진 제 자신이 마음에 안들어 연신 마른 세수를 해대다 집으로 들어와 별 일 아니라는 듯 옅게 미소 짓는 네 모습에 착잡한 얼굴로 대충 고개를 끄덕여줬어.) ...또 누가 들어오려 했던 거에요? (제 말에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여보이는 너에 널 만난 뒤로 매일 같이 몰래 집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에 더 이상 이 구역은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확 와닿아 이질감에 눈을 감아버리곤 몸을 소파 등받이에 기댔어. 피곤하다, 힘들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될까. A구역 처럼 평생, 내가 죽을 때까지? 또 다시 터져나오는 한숨에 네가 저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연신 긴 한숨을 터뜨렸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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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73에게
(한숨을 푹푹 쉬는 너는 나와 눈이 마주쳤지만 그래도 착잡한지 자꾸 한숨을 쉬어댔어. 뭐가 또 우리 주인님을 힘들게 만들까. 가만히 너를 바라보다 다시 티비로 시선을 돌렸지. 뭐가 문제냐고 물었다가는 내가 여기 있게 된 상황이 문제라는 말을 듣게 될 것 같았어. 그건 너무 싫었지. 나를 지옥에서 탈출하게 해준 은인인 네게 그런 말을 들으면 기운이 쫙 빠질 것 같았어. 가만히 웃긴데도 웃지도 못하고 티비만 바라보다가 어느새 3시를 가리키고 있는 시계를 바라보며 말했어) 아직 B구역이 그렇게 추락한 건 아닙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어쩌다 침입자가 많았던 탓일 뿐입니다. 보다시피 다른 옆집에도 피해는 없고 싸움이라곤 제대로 해본 적도 없는 어중이떠중이들만 있었습니다. 그저 그들이 올라와 고른 집이 이 곳일 뿐이었고 그들은 제가 말끔히 청소하여 돌려보냈으니 침입자들이 많아졌다고 하더래도 당분간 이 곳은 찾아오지 않을 터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뭐, 온다고 해도 다 작살내면 그만이지만. (덤덤하게 말하곤 마침 채널을 돌리던 곳에서 전쟁 영화라도 했던 건지 사람의 몸이 뚫리고 피가 번지는 화면이 보이자 네가 흠칫 몸을 떠는 것에 소파를 짚고 있는 네 손을 꽉 잡았다 놓아주곤 바로 채널을 돌려) 죽어도 제가 죽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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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77
글쓴이에게
(원체 서로 말을 많이 안하기도 했고 제 한숨 때문인지 가라 앉을 대로 가라 앉은 분위기에 널은 거실에는 티비가 틀어져 있어도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것 같았어. 나도 딱히 너에게 할 말도, 하고 싶은 말도 없었기에 그저 입을 다물고 멍하니 네가 틀어놓은 개그 프로그램을 바라볼 뿐이었지. 저 사람들은 걱정이 없을까, 그래서 웃는 걸까. 내일 당장 집이 무너지기라도 하듯 우울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차자 다시 한 번 크게 한숨을 내뱉고는 팔을 들어 감긴 눈 위에 얹었어.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다만 거실에서 할 일이 없었기에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때마침 열리는 네 입에 살짝 일으켰던 몸을 다시 소파에 기댔어. 덤덤한 말투로 아직은 괜찮다며 말하는 네 말 속에는 저를 다독여주는 말도, 위로해주는 말도 없었지만 적당히 낮고 좋은 네 목소리 덕인지 찝찝한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것 같았어.) 아, 그래요... (말 끝을 늘이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재수가 없는 건지 사람이 죽는 모습이 큰 티비 화면을 가득 채웠고 갑자기 들이닥친 자극적인 장면에 눈에 띄게 움찔하자 괜찮다는 듯이 제 손을 꽉 잡았다 놓는 네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어.) 아, 네... 고마워요, 말이라도. (아무래도 넌 가식 같지 않았거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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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77에게
(조금 안심을 한 건지 차분하게 가라앉은 네 목소리에 안도하며 티비를 묵묵히 바라봤어. 그리고 그동안은 평화로운 시간이었지.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고. 얼마나 평화로웠으면 내가 티비를 보다가 소파에 머리를 받치고 바닥에 앉아 잠이 들기도 했지. 몸이 긴장을 하거나 무슨 소리를 들으면 귀신같이 빠르게 반응했는데 그런 소리가 없으면 정말 잠에 빠져 죽은 것처럼 잠을 잤어. 이제껏 F구역에서 자지 못한 잠을 몰아서 자는 것처럼 말이지. 오늘도 결국 티비는 개뿔 7시까지 불편하지도 않은지 그 모양 그대로 잠을 자다가 깼어. 그것도 네가 밥을 먹으러 일어나는 소리에 번쩍 눈을 뜬 거지만.) 아...밥 드시려고 하신 거구나. (또 어떤 놈이 담을 넘은 줄 알고 벌떡 일어났다가 안도하며 그대로 소파에 무너지듯 쓰러져 누웠어. 그냥 밥 먹지 말까. 어차피 먹을 수 있는 것도 한정 돼 있고. 무엇보다 너무 귀찮다. 어차피 굶는 거라면 일상이었기에 그렇게 많이 배고프다고 느껴지진 않아서 소파에 파고들 듯 몸을 웅크리고 다시 눈을 감았지. 어차피 아침에 다 씻었으니까 나가기 전 8시 즈음에 세수하고 이 닦고 옷만 입으면 끝이었으니까 벌써부터 움직이고 싶진 않았어. F구역에선 상상도 못할 일을 하고 있는 것에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가 다시 멀어지는 잠을 붙잡으려고 애썼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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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88
글쓴이에게
(고요한 정적 속에 많이 피곤했는지 어느새 조용히 잠든 너를 가만히 바라보다 어차피 네가 보고 있던 거였고 네가 잠에서 깰까 싶어 티비를 껐어. 워낙 소리에 민감한 것 같아 제가 일어나는 소리에도 벌떡 일어날 널 알기에 저도 그 상태 그대로 소파에 누워 휴대폰을 하다보니 어느새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돼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어. 네 밥도 해줘야되나, 말아야되나 고민하며. 제가 일어나자마자 역시나 눈을 번쩍 뜨는 너에 그저 말 없이 부엌으로 향했어. 원래 잠이 많은데 F구역에 적응하느라 잠을 적게 잤던 건지 소파에 올라가 다시 눈을 감는 너가 괜시리 안쓰러워졌다 고개를 절레 저었어. 대충 햄을 구워 밥 한그릇을 해치우고 설거지를 한 뒤 시간을 보자 여덟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어. 식기 부딪히는 소리에도 깨지 않고 곤히 자는 너를 억지로 깨울 필요도 없고, 그러다 아홉시까지 안일어나면 저 혼자 나갈 수 있으니 널 깨우지 않고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를 한 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라 옷도 그렇고 힘을 줘 입고 시간을 확인하자 여덟시 반이더라. 슬슬 나가야될 것 같아 겉옷을 걸치고 네가 깨지 않게 살금살금 걸음을 옮겨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나왔지.) 안깨서 다행이다. (사실 조금 무섭기는 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아 살짝 빠른 걸음으로 약속 장소를 향해 발을 놀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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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88에게
(정말 죽은 것처럼 잠만 잤어. 네가 나가고 10분이나 지난 후에야 눈을 떴지. 눈을 뜨자마자 조용한 분위기에 네가 방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나갔다는 걸 단박에 알 수 있었어.) ...태형씨,? (조용한 집 안에 홀로 울리는 제 목소리에 깜짝 놀라 후다닥 방으로 들어가서 5분만에 씻고 정장으로 갈아입는 것까지 마쳤지. 위에 따뜻해보이는 코트까지 걸쳐입고 구두를 우겨신은 채 밖으로 나섰어.) 어디, 어디에...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지. 여기 지리라곤 집에서 마트로 가는 길 밖에 몰랐으니까. 아, 하나 더 알긴 했다. 너의 집에 처음 오던 날. 기차역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 가만히 그 길을 되짚어보고 있자니 사람들이 많은 시내같은 곳을 지나왔던게 생각났어. 아닐 수도 있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거침없이 그 곳으로 발을 옮겨 걸어가며 쉴 새없이 주위를 둘러보고 귀를 기울였지. 손목시계로 확인한 시간은 벌써 9시였어. 왜 안 깨운 걸까. 같이 갔어야했는데. 왜 난 못 일어난 걸까. 위험한 일을 당하고 있으면 어떡할까. 온갖 걱정이 머릿속에 울려퍼졌지만 10시가 가까워질 때까지 너를 찾지 못했어. 사람들은 많고 가게는 많고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이나 제게 말을 거는 술 취한 여자들도 많아 집중을 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했지. 핸드폰으로 전화라도 하고 싶었는데 없어서 그럴 수도 없었어. 네가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러도 못 찾을 것 같아서 한숨만 계속해서 나왔지. 최대한 술집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며 주변을 훑고 다녔어. 네가 신나게 놀고 있기를 바라면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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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92
글쓴이에게
(네가 설마 저를 찾아오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안한 건 아니였지만 정말 설마, 로 넘겨버린 생각이었어. 저 혼자서 위험한 곳을 간 것도 아니고 그냥 친구들 만나러 간 건데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길 거라 생각했지. 아홉시가 조금 넘어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이미 다 모인 친구들이 왜 늦었냐며 타박을 해도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 좋아 미안, 미안 하며 헤실헤실 웃어넘겼어. 다같이 예전부터 자주 가던 술집으로 장소를 옮기고 안주들과 술을 여러병 시켰어. 기분이 좋았던 탓인지 안그래도 약한 술을 빠르게 마셔버려서 다들 멀쩡할 때 너는 술을 마시기 시작한지 한시간도 되지 않아 이미 취해버려서 싱글벙글 웃고 있었지. 이것저것 안주를 주워먹다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화장실이 가고 싶어 친구들에게 말을 하고는 화장실로 향했지. 가는 길에 있던 유리로 된 출입문 너머로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는 널 발견했어. 아, 너도 친구들 만나러 왔나?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며 술에 취해 네가 너무 반가웠기에 널 쫒아가 뒤에서 널 붙잡았어. 이상한 사람인 줄 알았는지 기술을 쓰려다 저를 확인한 네가 놀란 얼굴로 다친 곳은 없는지 제 몸을 살펴도 마냥 웃으며 네 손을 양 손으로 붙잡고는 방방 뛰었지.) 그 쪽도 술 마시러 왔어요? 여기서 보니까 반갑다. 나도 여기서 술 마시고 있었어요! (정신을 놓은지는 오래였고 아이마냥 해맑게 웃으며 심각한 표정인 네가 의아하다는 듯 눈을 맞췄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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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92에게
(뒤에서 잡아채는 손길에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어떤 놈인가 싶어서 바로 팔을 꺾어버리려 뒤를 돌았다가 보이는 네 모습에 아프게 잡았던 팔을 놓아주고 눈을 크게 뜬 채 네가 어디 다친 곳은 없는 건가 여기저기를 훑어. 그것도 내 볼을 쥐고 만나서 반갑다는 듯 방방뜨는 네 행동에 금방 그만뒀지만. 아주 정신이 나간 건지 술을 마시러 왔냐는 물음에 대충 손을 휘저어 대답해주곤 네가 여기에서 술을 먹었구나 싶어 술집 이름을 한 번 봤다가 널 문가로 밀어) 화장실 들리셨다 나오신 것 같은데 다시 들어가서 노십시오. 나오실 때까지 여기 있겠습니다. (네가 친구들과 다 놀고 집에 가자며 나올 즈음에야 널 들쳐업고 집으로 갈 생각이었어서 손수 문까지 열어 가게 안으로 널 넣어주고 네 이름을 부르는, 마찬가지로 잔뜩 취해보이는 친구들의 얼굴을 기억하려 눈으로 꼼꼼히 훑고는 문을 닫았어. 이미 네 친구들의 얼굴은 다 외워뒀고 아까 널 찾아 돌아다니느라 여기 시내의 지리도 거의 다 머릿속에 들어있었지. 언제쯤 나오려나. 한숨을 푹 내쉬고 가게 앞에 대충 쭈그려앉았어. 수트와 코트가 바닥에 끌렸지만 신경쓰지 않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았지. 시끄럽고 재미있고 여유로운 곳. 절로 술이 땡기는 것 같아서 고개를 내저으며 침만 꿀꺽 삼켰어. 얼른 널 데리고 집으로 가고 싶었지. 제발 술집에서 취해서 난동을 부리는 망할 취객이 없길 바라면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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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97
글쓴이에게
여기 있으면 추울텐데... (널 걱정스레 바라보다 저를 안으로 떠미는 손길에 어쩔 수 없이 안으로 들어가 다시 자리에 앉았어. 그 걱정도 얼마 가지 않아 다시 웃고 떠드느라 다 잊었지만. 부지런히 술을 입에 털어넣고 있는데 아까 만난 사람은 누구냐며 물어오는 친구들에 경호원이라 대답했어. 그러자 네가 부잣집 아가씨도 아니고 경호원은 무슨 경호원이냐며 비웃는 것에 친구를 한 번 노려봐주고는 다시 술잔을 입에 가져다 대.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데 들어와서 같이 술을 마시자는 친구의 말에 한층 업된 목소리로 알았다고 말을 하고는 문을 열고 나와 앞에 쭈그려 앉아있는 널 톡톡 쳐.) 친구들이 같이 술 마시자는데 같이 마셔요. 여기 있으면 춥다니까? 들어가서 같이 마시면 좋잖아요. (괜찮다는 네 팔을 잡고 억지로 끌고 안으로 들어와 제 옆자리에 앉히고는 헤실헤실 웃으며 친구들에게 제 경호원이라 소개를 시켜줬어. 사실 지금까지 네 이름도 나이도 몰랐기에 더 덧붙일 설명이 없어 입을 다물었지만. 내일 아침에 제가 너한테 이랬던 걸 알면 얼마나 후회를 할까, 이런 걱정도 술에 취해 미뤄두고는 머뭇머뭇 거리며 제 친구들에게 자기를 소개하는 널 한껏 눈이 휘게 웃은 채로 바라보고 있었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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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97에게
(억지로 네게 끌려와 자리에 앉았더니 눈빛이 다들 네가 그 경호원이구나? 하며 바라보는 음흉한 눈빛이었기에 잔뜩 당황해버렸어. 게다가 넌 내 이름도 까먹은 건지 더듬거리며 설명을 개떡같이 하고 있었고. 경호원이야- 라는 말만 반복하는 너를 대신해 입을 열었지.) 김태형씨 전속 경호원 전정국입니다. F구역에서 왔고...나이는 스물셋입니다. (나이까지 밝히고 나니 동생이니 한 잔 마시라는 말에 형이었어도 먹었겠구나 싶어 군말없이 술을 받아먹었어. 여기서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건가 싶어 널 돌아봤다가는, 답지않게 흐뭇해 죽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너에 다시 당황해버렸지만.) 속은 괜찮으십니까. (아까부터 제정신이 아니던 널 걱정하니 경호원이 아니라 남자친구 아니냐며 깔깔대는 친구의 커다란 목소리에 저 사람이 아까 네게 전화를 했던 놈이구나 하고 알게 됐지. 그런게 아니라고 대답하면서도 술 한 잔을 더 입에 털어넣는 네 몸이 휘청이며 무너질 것 같아서 팔로 허리를 받쳐안고 내 쪽으로 끌어당겼어) 조금만 드십시오. 이미 취하셨습니다. 언제까지 있으실 겁니까? (제게 술을 권하는 네 친구에게 어색하게 입꼬리만 올려 웃어보이곤 금방 술을 털어넣었어. 술에 그렇게 세지도 않은 덕에 더욱 걱정이었지. 여기서 더는 받아먹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 왜 이렇게 다들 죽자고 마시지. 한숨을 푹 쉬고 네 볼을 콕 찔렀지) 김태형씨. 제가 누군지는 알고 계신 거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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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98
글쓴이에게
으응, 알지, 그럼. 완전 무서운 우리 경호원. (술에 취해 한껏 늘어진 말투로 대답을 하고는 서비스로 나온 과자를 주워먹다 테이블에 픽 엎어져. 여기가 집인지 술집인지도 구분 못한채 자꾸만 감기는 눈에 잠을 자려 제대로 팔에 머리를 대고 엎드리자 저를 당겨 일으키는 너에 인상을 구기며 네 손을 밀어내.) 잘 거에요, 졸려. 그 쪽도 얼른 들어가서 자요. (네 어깨를 두어번 탁탁 쳐주고는 벽에 머리를 기대고 축 늘어지자 저 새끼 취한 거 보라며 낄낄 웃는 친구들에게 웃어주며 손을 흔들었어.) 시끄러, 이것들아. 너네도 얼른 들어가서 자. (어딜 들어가, 인마. 여기 니네 집 아니야. 라는 친구의 말에 힘겹게 눈을 뜨고는 주위를 둘러보다 절 걱정스레 바라보는 널 가르키며 고개를 갸웃거려.) 내 경호원 여기 있는데. 여기 집 아니야? 왜 집 아니야? 그럼 나 집 가고 싶어, 나 집 갈래. (저 새끼는 그냥 집에 보내버리는게 낫겠다며 너에게 데리고 가라 말하는 친구를 노려보다 테이블 위에 있던 숟가락으로 친구의 머리를 아프지 않게 때리는) 왜 우리 경호원한테 네가 명령하냐, 어? 내 경호원이거든, 인마? 경호원아, 우리 집 가요. 나 집에 가고 싶어. (네가 한숨을 푹 내쉬며 저를 자리에서 일으키자 휘청휘청 대며 일어나 친구들에게 축 늘어진 손을 흔드는) 우리 친구들, 안녕. 형아 간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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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98에게
(과자를 주워먹다말고 픽 엎어진 너는 역시 제정신이 아니었어. 들어가 자라는 말에 어이없다는 듯 웃음짓고 너를 안아올렸지. 네 어깨를 꽉 쥐고 흐물대는 네가 다시 테이블에 머리를 박지 않게 힘을 다했어. 그러다 널 집에 데려다주는 게 낫겠다는 네 친구의 말에 네,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명령을 따르려다 숟가락으로 머리를 때리며 네가 뭔데 내 경호원한테 명령하냐는 네 말에 어중간하게 서서 벙쪄버렸지. 뭔가 의미가 묘한 말 같았어. 그것마저도 네가 집에 가고 싶다며 징징대자 생각을 멈췄지만. 네 친구들에게 깍듯이 인사하고 흐느적거리는 널 냉큼 등에 업어. 업힌 후에야 상황을 알아채고 싫다며 발을 구르는 너에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힘을 써서 네가 내 등에서 못 내려오게 막았지. 곧 움직임이 멎고 네가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대오자 손아귀에 힘을 풀며 네게 물었어) 머리 아프십니까? 금방 집에 갈 테니 걱정 마십시오. (완전 아기같네. 평소의 네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서 킥 웃음을 터뜨리는데 네가 히잉- 하며 칭얼거리는 소리를 내자 조금씩 몸을 흔들어 아기를 달래듯 했지) 착하지, 아가. 조금만 참아요. 아, 우리 애기 착하다. (영혼은 없었지만 최대한 다정하게 말하곤 곧 집에 도착해 몸을 앞으로 굽혀 널 등에 찰싹 붙힌 뒤 부들거리며 겨우 문을 열고 들어갔어. 제 목을 꼭 안고 있는 널 침대에 눕히곤 팔을 풀어냈지.) 옷은 안 갈아입으셔도 됩니까? 불편하실텐데...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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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99
글쓴이에게
(네가 침대에서 내려놓음과 동시에 대자로 뻗어 열이 올라 뜨거운 숨만 후, 하, 하며 내뱉었어. 옷을 갈아입지 않아도 되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대 끄트머리에 있던 이불을 당겨와 몸을 뒹굴거려 목까지 꽁꽁 싸매고는 몸을 웅크렸지.) 으, 머리 아프다. 얼른 가서 자요. 고마워요, 데려다 줘서. 안녕. (헤헤 웃으며 너에게 손을 대충 흔들어보이고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려 덮었어. 네가 피식 웃으며 잘 자라 말하고는 불을 끄고 나간지 오분도 안돼서 잠에 빠졌어. 오늘은 걱정 없이 잘 잘 것 같아. 긴 새벽이 지나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해가 중천에 뜨고서야 느릿느릿 몸을 일으켰어. 아니, 일으키려고 했지. 몸을 살짝 움직이자마자 깨질 듯이 아파오는 머리와 미친 듯이 올라오는 헛구역질에 다시 털썩 누워 인상을 구기며 어제에 대해 뼈 저리게 후회를 했어.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부어라, 마셔라, 한 내가 병'신이지. 그렇게 몸을 일으키지도 못한채로 머리만 부여잡고 있자니 스치듯 지나가는 어제의 기억에 눈을 번쩍 떴어. 시'발. 오늘 네 얼굴 마주하기는 그른 것 같아. 다리를 버둥거리며 죄 없는 이불만 발로 쳐대자 정말로 어제 먹은 걸 다 확인할 것 같아 급하게 몸을 일으켜 방에서 나와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어. 한참 변기만 붙잡고 헉헉 거리니 놀란듯 제게 달려와 제 등을 쳐주는 너에 고마움을 느끼기도 아주 잠시, 다시 뇌리를 스치는 어제 기억에 귀까지 빨개져서는 네 손을 밀어냈어.) ...괜찮으니까 나가봐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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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99에게
(어제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신 것도 아니었고 조금 피곤했지만 무리는 없었기에 오늘도 일찍 일어나. 아침에 혼자 일어나서 네가 먹었던 시리얼이 무슨 맛일까 싶어 네가 했던 대로 우유에 타먹어보기도 하고 티비도 보며 요리 레시피도 공책에 적어두고. 한참 그러고 있자니 네가 깬 건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시선이 그쪽으로 돌아갔어. 뭔가를 차는 건지 퍽퍽거리는 소리에 놀라 일어났더니 또 우다다다 달려서 토를 하는 소리에 벌컥 방 문을 열고 들어갔지. 네가 변기를 붙잡고 토악질을 하고 있자 그러게 어제 너무 달린다 했지 싶어서 등을 토닥여줬어. 귀가 빨개진 너를 보며 속이 많이 안 좋은가 싶었지만 그대로 나갈 수는 없었지. 날 밀어내는 네 손을 꽉 잡고 어느정도 다 토해낸 것 같자 변기뚜껑을 닫고 물을 내렸어. 네게 칫솔을 쥐여주곤 네가 이를 닦기 시작하자 이마를 짚었지) 열은 안 나네요. 그냥 일어난 직후에 생기는 열 같습니다. 어제 기억은 나십니까? 너무 많이 드시던데... (어제의 귀여운 널 생각해내고 물었지만 네가 대답을 않고 날 바라보기만하자 기억이 안 나는구나 싶어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해주고 볼을 쓰다듬으며) 씻고 나오십시오. 라면이라도 끓여놓겠습니다. (집에 있던 콩나물과 청양고추를 넣어 매콤하게 라면을 끓이며 네가 또 비틀대진 않을까 염려되어 자꾸 네 방 쪽을 흘끔대. 그러다 역시 방에서 나온 네가 벽을 짚으며 비척비척 걸어오자 다 끓인 라면을 식탁에 놔두고 척척척 걸어와 널 품에 안아들었지. 발이 공중에 뜬 네가 저절로 내 목에 팔을 감자 더 안정적으로 널 안고 식탁 의자에 앉힌 후 수저와 잣가락도 쥐여줬어) 드십시오. 전 시리얼 먹었습니다. 맛있더군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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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11
글쓴이에게
(어제 일은 기억이 나지 않냐고 물어오는 너에 괜히 혼자 뜨끔해 칫솔을 쥐고 있던 손을 허공에 어색하게 멈추고는 끼익 소리만 안났지 로봇마냥 어색하게 목을 돌려 널 바라봤어. 자다 일어나서 그런지 부스스한 제 머리를 정리해주고 방을 나서는 널 바라보다 다시 생각 나는 어제 기억에 머리를 붙잡고 한숨을 푹푹 내쉬다 느릿느릿 양치도 하고 세수도 하고, 부시시한 머리를 물로 대충 정리도 한 뒤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술기운에 휘청이며 방을 나섰어. 제가 해장으로 라면을 자주 끓여먹는 건 어떻게 알고, 맛있는 라면 냄새에 기분이 좋아 입꼬리를 살짝 말아올린 채로 식탁으로 향하고 있었지. 빠른 걸음으로 저에게 다가와 저를 확 안아드는 바람에 놀라 저도 모르게 네 목에 팔을 감으며 매달리자 제가 더 편하게 절 안고는 식탁 의자에 앉혀주는 너에 괜히 민망해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어.) 잘 먹을게요. (라면은 생각보다 진짜 맛있었어. 요리 할 곳도 없었을텐데 라면을 왜 이렇게 잘 끓이는 건지. 콩나물이며 뭐며 나름 해장라면이라고 끓여 한그릇을 거의 비울 때 쯤에는 속이 확 풀리는 기분이었어. 라면을 다 해치우자 그제서야 좀 가라앉는 속에 으아, 하며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옅게 미소를 띄우다 네가 흐뭇하게 웃으며 냄비를 들고 싱크대로 자리로 옮기자 물을 한 컵 가득 따라 마시고는 그 컵도 네가 서있는 싱크대에 내려놨어.) 설거지 하지 마요. 이따가 내가 먹은 건 알아서 설거지 할테니까. 그 쪽이 시리얼 먹은 거만 설거지 해도 돼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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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11에게
(제가 먹은 시리얼만 설거지해놓으라는 말에 고개를 내젓고 싱크대에 쌓인 것들을 다 씻어내) 오늘은 정말 일 없으십니까? 저 사고 싶은 것이 생겨서 나갔다오고 싶습니다. 혼자 나갔다와도 되긴 하는데...집에 혼자 계실 수 있겠습니까? 시내로 나가는 길이나 서점이 있는 곳은 이미 알고 있으니 길게 걸리진 않을 겁니다. (집에 찾아온 사람들이 둘이나 있었기에 네가 또 무서워할까봐 네게 말했지. 그렇다고 저렇게 비틀거리는 너를 데리고 밖에 나가기도 좀 그랬고. 설거지를 빠르게 마치곤 뭘 살 거냐며 소파에 앉으며 묻는 네 말에 민망한 듯 웃어) 요리책이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배우고 태형씨한테도 해주면 좋잖습니까. 재료랑은 제 월급으로 사서 할 테니 걱정 마십시오. (그렇게 말하곤 싱크대 앞에 걸린 주방수건에 손을 닦곤 목을 꺾어 소리를 내. 뻐근했던 것이 좀 풀리는 느낌에 뒷목을 주무르다가 갑자기 요리는 왜 그러냐는 말에 볼을 긁적여) 그냥...딱히 이유는 없습니다. 태형씨가 라면 맛있게 먹어주는 걸 보니 나름 기분이 좋아서 지금 더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그리고 태형씨도 그렇게 요리를 해먹는 성격이 아닌 것 같아서. 저라도 잘 해서 같이 잘 챙겨먹으면 좋지않겠습니까. (그렇게 대답하곤 네게 다가가는데 어제 일이 생각나는 터라 저도 모르기 헤실 웃어버려. 어제와 다르게 까칠한 모습으로 돌아온 네가 다시 저를 정국씨, 하며 애교있게 불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엉겨오는게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는 생각을 덧붙이며)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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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17
글쓴이에게
(제가 요리를 잘 안해먹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 저라도 하는게 좋지 않겠냐는 네 말에 사실 대충 차려먹어도, 제대로 차려먹어도 별 상관이 없기에 고개를 끄덕여. 좀 전에 베란다에서 꺼내온 차가운 귤을 까 입에 집어넣는데 저에게 다가오며 푸스스 울는 널 의아하게 쳐다보다 다시 시선을 돌렸어. 왜 웃지. 설마 내가 어제 너한테 한 행동 때문에 비웃는 건가? 아, 개짜증난다, 진짜. 왜 그랬냐, 김태형. 어제 제가 저지른 전적이 있었기에 혼자 과대망상을 하고는 쪽팔림에 귤을 무슨 사과 먹듯 아그작아그작 씹다 잘못 씹어 제 혀를 콱 하고 싶고는 제가 더 놀라 아! 하며 소리를 질러. 제 소리에 네가 더 놀라 제 옆으로 붙어 괜찮냐며 물어오자 너에게 제 허당끼만 더 보여준 것 같아 아까보다 두배로 민망함이 밀려와 얼굴이 빨개진 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 주억거렸어.) 괜ㅊ, 괜찮아요. 나갔다 와야 된다며요. 얼른 갔다 와요. (저를 여전히 걱정스레 바라보며 안절부절 못하는 너에 진짜로 괜찮다며 손을 내저어보이고는 자꾸만 나오는 피를 그냥 삼켜버려. 나갔다 오는 길에 연고 같은 거라도 사오겠다는 네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거실에 있는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던 제 지갑을 가져와 카드를 꺼내 너에게 건네.) 연고랑 그리고 베라 가서 아이스크림 좀 사다줘요. 술 먹고 나면 아이스크림 먹어야돼서. 그, 베라 뭔지 알죠? (제 말에 답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모르겠다는 너에 한숨을 내쉬고는 소파에서 일어나. 너한테 맡기는 것보단 그냥 너랑 같이 나가 제가 사오는게 나을 것 같아서.) 같이 나가요, 그럼. 그냥 내가 사오는게 나을 것 같아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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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17에게
(나갔다온다든지 어제 네 행동이라든지. 네가 아프다는 투의 신음을 내뱉자마자 모든 것이 싹 머리에서 사라졌어. 얼굴이 빨개진 채 고개를 푹 숙인 너를 보아하니 만만찮게 아픈 것 같아서 더욱 걱정이었지.) 연고라도 사오겠습니다. 피가 많이 나십니다. (입술에 묻은 피를 손가락으로 닦아주며 말하자 네가 알았다며 카드를 건네왔어. 이걸로 사는 거구나. 카드를 소중히 챙겨드는데 배라에 들렸다 오라는 말에 뭐라고 들은 건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려. 배라? 아이스크림은 알겠는데 그게 뭐지? 가게 이름인 것 같긴 한데. 알겠다고 마냥 대답을 못하고 있자 네가 한숨을 쉬며 같이 가자고 일어나, 그 모습에 조금 주눅이 들었어. 뭐 하나 제대로 해내는 게 없어서 맨날 네 입에서 한숨이 나오고 널 집에서 쉬게 하고 싶은데 계속 끌고 다녀야되고. 풀이 죽은 채로 빠르게 방에 들어가 준비를 하고 나와선 소파에 앉아 널 기다렸어. 곧 방에서 나온 네가 왜 또 수트를 입었냐고 묻자 이젠 그냥 이게 편해서 그렇다고 대답하곤 집을 나섰어. 제가 자연스럽게 차도 쪽으로 걸으며 무슨 요리책을 사야할까 고민하고 눈으로는 열심히 네가 괜찮은지를 수시로 살폈지. 그리고 한 번 더 다짐했어. 배라라는 곳에 가서는 어제처럼 신기해도 신기하다는 티를 내지 않기로. 네가 촌스럽고 한심하다고 보던 그 시선을 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지. 참아내자. 그렇게 다짐하고 곧 시내로 들어서 제가 어제 봐뒀던 서점으로 들어가.) 여기 요리책 있습니까? (생긴 건 그렇게 안 생겨서 요리책을 찾냐는 듯한 표정의 여자가 저 쪽에 있다고 손짓해주자 고맙다고 작게 웃고는 책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곳으로 걸음을 옮겨. 뭘 사야 네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을까. 여기저기 둘러보다 종류별로 책을 들고 네게 물었지) 태형씨는 무슨 음식 좋아하십니까? 한식? 일식? 양식?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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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18
글쓴이에게
(널 따라 서점으로 들어가 손으로 빽빽히 꽂인 책들을 훑으며 구경을 했어. 책을 읽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책에서 나는 냄새는 너무 좋았거든. 인쇄지 냄새, 잉크 냄새. 요새 서점은 방향제다 뭐다 해서 그런 냄새가 잘 나지 않는데 통로가 좁아서 그런지 폐로 한가득 들어 차오는 그 냄새가 좋아 은은하게 미소를 띄우고는 느리게 걸음을 옮기며 이곳 저곳 두리번 거리고 있었어. 그러다 책을 한아름 들고서는 제게 와서 뭐가 좋냐 물어보는 너에 무관심한 표정으로 책들을 대충 훑어.) 나 다 좋아하는데. 굳이 꼽자면... 양식? 그 쪽이 먹고 싶은 걸로 사요. (무관심한 제 말투에 살짝 시무룩해졌다 금세 지워내고는 미소를 띄우는 널 가만히 바라보다 시선을 돌려.) 뭐, 다른 책도 읽고 싶은 거 있으면 사요. 저번에 보니까 책 자주 읽는 것 같던데. (뭐 찾을게 있어 네가 거실에 있던 사이 네 방에 들어갔다 책상 위에 중간 중간 책갈피가 꽂혀있는 책들이 쌓인 걸 스치듯 봤던 걸 기억해내곤 여전히 시큰둥한 투로 말했지.) 골랐으면 아까 내 카드 가지고 있죠. 그걸로 가서 사요. 직원이 싸인하라 그러면 앞에 판에 내 이름이나 그 쪽 이름 적으면 돼요. (엄마가 웬만한 건 그냥 네 돈으로 사주라 했던 말이 떠올라 네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어 카드를 꺼내 네 손에 쥐여줬어. 괜찮다며 제가 사겠다는 널 계산대 쪽으로 떠밀며.) 됐으니까 그냥 사요. 엄마 말 듣는 거야. 이래봬도 엄마, 아빠 말은 꽤 잘 듣는 자식이라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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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18에게
(제가 뭐라고 이런 감정을 가지는 건지 몰랐어. 뭘 해도 시큰둥해보이는 너에 왜 내가 주눅이 들어있어야 하는가 라는 생각도 했지. 결국 네 카드로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나도 덩달아 무심하게 굴기로 했어. 계속 너를 신경쓰자니 주눅들고 눈치만 볼 것 같아서였지. 책을 몇 권 사들고 나와선 근처 약국으로 향했어. 네 혀에 바를 연고를 사기 위해서였는데 네가 대뜸 팔을 붙잡더니 다른 쪽으로 끄는 거야. 연고는 필요없다고 한 네게 끌려간 배라 안에서는 정말 눈이 돌아가려는 걸 꾹 참아내야했지. 손잡이가 스푼으로 되어있는 것도 신기했는데 온갖 종류의 아이스크림이 많은 거야. 게다가 이거 새로 나왔네요? 라고 하며 한 입 먹어보겠다는 네게 아무렇지 않게 한 술 떠 내미는 모습도 컬쳐쇼크였지. 네가 내게 뭘 먹고 싶냐고 물어왔지만 아무리 쳐다봐도 뭘 골라야할지 모르겠었어. 다들 색깔도 좋고 맛있어보였거든. 눈을 내리깔고 어쩔 줄 몰라서 강아지처럼 낑낑대다가 옆에서 지켜보던 여자가 답답했는지 덥썩 제 팔을 잡더니 몸을 옆으로 숙여 민트초콜릿이 맛있다고 말하며 웃어보였어. 갑작스런 터치에 놀랐지만 여자가 옆으로 고꾸라지지 않게 팔에 힘을 줘 버텼어. 고맙다고 인사하며 작게 웃음짓고는 네 쪽으로 한 걸음 더 붙었어. 여자에게 나는 향수냄새도 지독했고 너 이외에는 아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경계를 풀 수 없었기 때문이야.) 저는 저거 먹겠습니다. (어쨌든 추천해준 거니까 맛있겠지 싶어서 민트맛을 가리켜. 초콜릿도 박혀있으니 더욱 맛있을 거야. 어느새 그 맛이 기대돼서 눈이 반짝거려져. 차마 한 입 먹어보겠다고는 못하고 저걸 사달라고 조르듯이, 아무 말도 안 했지만 계속해서 빛깔 고운 민트를 가리키며 눈을 깜빡였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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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21
글쓴이에게
민트초코? (저거 싫어하는 사람은 되게 싫어하던데. 사줘도 되려나? 하도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절 바라보기에 다른 거 고르라 하기도 그렇고 저걸 진짜 좋아해서 그러는 건가, 어디서 먹어봤나 싶어 고개를 끄덕여. 직원에게 네가 고른 민트초코와 다른 맛 몇가지를 종이에 적어주고는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말에 널 데리고 구석에 비치되어 있는 의자에 털썩 앉았어. 몸은 제 쪽으로 끌려와도 시선을 아이스크림 가판대에서 떼지 못하는 네 모습이 마치 놀이공원에 처음 온 아이같아 보여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어. 제 웃음소리에 저를 돌아보는 너에 금세 표정을 원상복구 하고는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어깨를 으쓱여. 얼마 지나지 않아 제가 주문했던게 나오고 직원에게 살짝 웃으며 고개를 숙여보인 뒤 가게 문을 열고 나왔어. 생각보다 따뜻하고 맑은 날씨에 미소를 머금으며 걸음을 옮기려는데 아까부터 너를 계속 쳐다보던 여자가 따라나와 너를 불렀어. 뭐지? 뒤를 돌아보자 난처한 표정인 너와 아까 너에게 웃어준 것처럼 여전히 헤실 웃고 있는 여자가 보였지. 번호라도 따는 건가. 한껏 당황한 표정으로 저를 돌아보는 너에 알아서 하라며 턱짓을 해주고는 옆으로 비켜서 휴대폰을 꺼내 만지작거리며 슬쩍슬쩍 여자를 바라봤어.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이쁘고, 아까 보니 성격도 좋은 것 같던데 그냥 번호 주지. 한참동안 어쩔 줄을 몰라하는 너에 제가 다 답답해 네 팔을 덥썩 잡고는 그 여자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보였어.) 죄송해요. 얘가 여자를 별로 안사귀어봐서 숫기도 없고 그래요. 데리고 갈게요, 안녕히 가세요. (당황한 표정인 여자에게 한 번 더 고개를 꾸벅이고는 여전히 네 손목을 잡은채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지.) 아니, 싫으면 싫다 하지 뭘 그렇게 우물쭈물 대요? 보는 내가 답답해 죽는 줄 알았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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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21에게
(아이스크림을 성공적으로 구입하고 나와선 집으로 향하는데 저기요! 하는 부름에 걸음을 멈춰. 네게 누군가 말을 거는 걸까봐 네 쪽으로 다가가지 못하게 팔로 막는 제스쳐를 취하는데 번호 좀 알려달라며 핸드폰을 제게 내미는 여자의 모습에 당황했지. 네게 억지로 뺏은 아이스크림이 담긴 쇼핑백과 책이 담긴 쇼핑백의 손잡이만 주무르며 번호도 못 주고 어쩔 줄 몰라하며 너를 바라봤어. 네가 어떻게든 저를 구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였지. 그치만 너는 알아서 하라는 듯 신경도 안 쓰는 모습인 거야. 내가 막 모르는 여자한테 번호 따이는데도 아무렇지 않은가? 하다못해 어이없어하는 기색이라도 보일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라니. 그치만 그 생각을 하는 제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챈 후로는 생각을 멈췄어. 그리고 네가 날 빼내왔기 때문이기도 했지. 왜 답답하게 그러고 있었냐는 네 질문에 머쓱하게 대답해) 핸드폰이 없습니다. 애초에 번호가 없으니 줄 것이 없어서 그랬습니다. 그리고...있다고 해도 어차피 태형씨 번호만 있으면 되니까...다른 것들은 경호할 때 방해만 됩니다. 어차피 태형씨랑은 붙어있으니까 아직 필요하다는 생각을 못 했고...태형씨가 불편하시다면 하나 구입하겠습니다. 전화만 터지면 되는 거겠죠. (마침 옆에 있는 핸드폰 대리점을 지나치며 어깨를 으쓱여. 그리곤 헤헤 아이처럼 웃어버렸지) 그리고 저렇게 대시해오시는 여자분은 처음이라. 살면서 진짜 처음 받아봐서 놀랍고 당황스럽고 가슴 떨렸습니다. 나쁘진 않았는데 그래도... (너를 힐끔 바라봤다가 네 의아한 눈빛과 눈이 마주치자 다시 방실 웃곤) 기분 좋네요. 저런 대시. 태형씨도 많이 받아보셨을 것 같습니다. 워낙 잘생기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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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친구가 군대간대서 놀다왔더니 많이 늦었군뇨...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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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27
글쓴이에게
그냥 휴대폰 없다고 말하지 그랬어요. 그럼 여자가 눈치껏 가지. (그래도 나름 기분이 좋은듯 해맑은 미소를 띄우고는 대시를 많이 받아봤을 것 같다는 네 말에 어깨를 으쓱여보여.) 뭐, 별로. 잘생기기는 무슨. 휴대폰은 필요하면 말해요. 별로 불편하진 않은데, 그 쪽이 불편할 수도 있으니까. 엄마한테 말하면 바로 하나 뚫어줄 거에요. (무심한 말투로 대답을 마치고는 집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을 생각에 조금은 들뜬 걸음으로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겨. 날씨도 좋고. 아, 이런 날은 밖에 돌아다녀야 되는 건데. 그 생각에 너를 슬쩍 바라봤다 너랑 단둘이 밖에 돌아다닐만큼 친하지도, 제가 널 좋아하지도 않기에 고개를 절레 저으며 빠르게 포기하고는 묵묵히 집으로 걸음을 옮겨. 어느새 집에 도착해 도어락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겉옷을 벗어 소파 위에 내팽겨치듯 던져놓고는 쇼핑백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 뚜껑을 열었어. 비닐에 쌓인 숟가락도 빠르게 벗겨 마냥 신난 절 푸스스 웃으며 바라보는 네 앞에 하나 놓아주고 바로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떠먹었어. 아, 달다. 워낙 달달한 초코를 좋아하기에 초코가 들어간 아이스크림만 잔뜩 사온 탓인지 숟가락을 입에 집어 넣자마자 입 안 가득 퍼지는 초코맛에 좋은 일이라도 생긴 것 마냥 헤실헤실 웃음을 짓고는 연신 아이스크림을 입에 집어넣었어. 너무 빠르게 먹어서 그런지 머리가 띵 해오는 것에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머리를 짚었다가도 어디 아프시냐며 다급하게 저를 살피는 너에 아니라며 손을 내저어 보이고는 다시 아이스크림에 숟가락을 갖다댔지. 아, 진짜 맛있다. 맨날 맨날 초코랑 아이스크림만 먹고 싶다. 이런 초등학생 같은 상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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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 괜찮아요! 어차피 늦게 자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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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27에게
잘생기셨는데 왜요. 그리고 핸드폰은...나중에 생각해보겠습니다. 아직은 없는게 편하기도 하구요. (그렇게 대답하고 고개를 뒤로 젖혀 비행기가 지나가는 하늘을 올려다봐. 날씨가 생각보다 너무 좋다. F구역에서는 날이 좋든 나쁘든 살아남기에 바빴을 뿐이었지만 이젠 하루 정도 B구역에서 지냈다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여유가 생긴 듯 싶었어. 푸른 하늘에 떠다니는 뭉게구름을 바라보며 기분이 좋다고 생각은 하지만 어딜 놀러가고 싶단 생각은 하지 못해. 어딜 놀러가본 적이 있어야 그런 생각도 하는 거지. 그래도 이런 날엔 살인을 하는게 더 찝찝했었는데 이젠 그러지 않는다는게 기쁠 뿐이었지. 나를 흘끔 바라보는 네게 고마움의 의미를 담아 싱긋 웃어주곤 네가 묵묵히 걷는 것을 따라 저도 발을 옮겨선 곧 집에 도착해. 제가 고른 것을 빼면 거의 다 초코인 아이스크림이었지. 제 것 마저도 초코칩이 잘게 박혀있긴 했지만. 초코아이스크림을 입에 넣고 잔뜩 행복해하는 널 보며 네가 좋아하는게 초코아이스크림이구나, 하며 그 내용을 머릿속에 입렫시키고 저도 숟가락을 뜯어 민트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어. 뭔가 치약맛 같기도 했지만 다행히 제 취향이었지. 빠른 속도로 그 아이스크림을 먹고 다른 건 네가 좋아하는 것 같아서 먹지 않기로 해. 수저를 놓고 네 옆으로 꼬물거리며 가서 앉아 소파에 등을 기대고 사온 요리책을 펼쳤지. 메뉴는 한식이었어. 꼼꼼히 빼놓지 않고 읽으며 책을 따라읽어 중얼거리기까지 했지. 대충 집에 있는 걸 생각해보니 오늘은 된장찌개가 좋을 것 같았어. 지금 시간은 4시. 좀있다가 해도 되겠다 싶어 다시 책을 펼쳐들었어. 뭐, 칼질이라면 자신있었으니까 그리 오래 걸리진 않겠지, 하고 약간 자만에 빠진채 책을 열심히 구독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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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술 먹고 와서 일찍 자버릴 것 같단 말이에여...8ㅁ8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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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28
글쓴이에게
더 안먹어요? (자기가 고른 것만 다 먹고는 숟가락을 딱 내려놓는 너에 숟가락을 입에 문 채로 물으니 괜찮다며 많이 드시라는 네 말에 고마워요, 짧게 말을 한 뒤 아이스크림을 입에 열심히 밀어넣어. 제 옆으로 슬금슬금 다가와 아까 사온 책을 꺼내 읽는 너에 책을 슬쩍 훔쳐보다 제가 보지 않아도 작게 소리 내 읽는 너에 피식 웃어. 아이한테 구연 동화 읽어주는 것도 아니고 책을 소리 내서 읽네. 네가 절 의아하게 바라보다가도 이내 다시 책에 시선을 고정하자 조곤조곤한 네 목소리를 들으며 아이스크림을 거의 반 정도 비워내. 겨울에 찬 걸 먹어서 그런지 슬슬 몸도 차가워진 것 같고 꽤 배도 불렀기에 뚜껑을 닫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스크림 통을 냉동실에 넣고 소파 위로 올라가 털썩 앉아서 아까 벗어둔 외투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어. 티비는 책을 읽고 있는 너한테 방해가 될 것 같아 그냥 조용히 게임이나 해야지, 싶어서. 게임을 하는 간간히 책을 읽는 것에 푹 빠진 네 책을 훔쳐보기도 하고 페북도 했다, 카톡도 했다, 이것 저것 하다보니 차가웠던 몸도 따뜻한 집 안 공기에 금방 데워지고는 잠이 노곤노곤 오기 시작했어. 아빠 다리를 하고 앉은 상태로 꾸벅꾸벅 졸다 잠이 밀려와 아예 자리를 잡고 누워 외투를 담요 삼아 덮은채 잠을 청했지.) 저기요, 7시에 깨워줘요. (제 말에 고개를 돌려 절 확인하고는 알았다며 미소를 띄우는 너에 외투 모자를 끌어올려 제 얼굴을 가리고는 이마에 팔을 얹은채 눈을 감아. 이따 저녁 뭐 먹지. 요리책도 샀는데 네가 해주려나. 아, 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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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술 마셨는데 오타 진짜 안나네요! 괜찮아요 피곤하면 푹 자고 내일 이어줘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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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28에게
(네가 잠이 든 건지 조용히 숨을 내쉬는 소리만 반복되자 조심스럽게 이마에 얹어진 팔을 내려주고 숨이 막힐 것처럼 보였던, 네 얼굴을 덮은 모자를 벗겨줘. 다행히 네가 잠을 깨지 않자 후다닥 방으로 가서 이불을 가져와 외투는 걷어내고 따뜻하게 이불을 덮어줬지. 잠결에 얼굴을 찌푸리고 칭얼대는 네 가슴팍에 손을 올려 일정하게 토닥대자 곧 편히 표정을 풀고 자는 네 모습에 열심히 읽던 요리책도 덮어두고 너를 빤히 바라봤어. 길게 감긴 속눈썹과 높은 콧대와 그 끝에 찍힌 점. 얄쌍한 입술라인과 남자답게 생긴 눈썹. 적당히 까무잡잡한 피부색과 여자처럼 예쁘게 뻗은 손가락, 길게 자란 다리와 마른 몸.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를 훑어보다가 순간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어. 내가 널 왜 이렇게 바라보는지 모를 일이었지. 잡념을 떨쳐버리려고 다시 책을 집어들어 메뉴들을 살펴봤어. 이미 된장찌개를 끓이기로 마음먹었지만 어떻게든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네 생각을 없애려고 하는 행동이었지. 중얼거리며 책을 읽는데 네가 잠결에 뒤척이던 것인지 몸을 옆으로 돌려 누우며 팔이 턱 하고 내 어깨에 얹어졌어. 다른 생각은 무슨, 다시 머리에서 네가 혼잡하게 돌아다녔지. 결국 네가 다시 뒤척여 어깨에 얹어진 팔을 치워낼 때까지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대로 굳어있었어. 겨우 손이 치워졌을 적엔 한숨을 폭 내쉬곤 처음해보는 요리에 집중하며 네가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수시로 간도 보고 열심히 만들었지.) 태형씨, 일어나십시오. 일곱 십니다. 저녁도 드셔야죠. (생각보다 잘 끓여진 된장찌개에 잔뜩 뿌듯해져선 널 흔들어 깨워, 네가 눈을 부비며 일어나자 따뜻한 밥도 퍼 자리에 놓아주곤 조금 긴장한 채로 너보다 먼저 식탁 앞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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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그렇게 많이 취하진 않았고 그냥 좀 졸렸거든요.../ㅁ/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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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35
글쓴이에게
(좁은 공간에서 자서 그런지 이리저리 뒤척이다 네가 저를 깨우는 손길에 느릿느릿 일어났어. 아, 된장찌개 냄새. 맨날 군것질이나 배달음식, 라면 등으로 식사를 때우다 보니 집에 있어도 제대로 된 집밥을 먹을 땐 세달에 한 두번? 가끔씩 본가 갔을 때나 먹었지. 처음 자취를 시작했을 때 난 혼자 살아도 게으르게 있지 않고 밥도 꼬박꼬박 잘 차려서 먹어야지, 라는 포부와 함께 차려먹은 뒤로는 정말 오랜만이었어. 그래서 네가 끓인 된장찌개 냄새가 더 반가웠지. 강아지 마냥 킁킁 대며 냄새를 맡다 된장찌개라는 걸 알아차리자마자 벌떡 일어나서는 싱글벙글 웃으며 네 맞은 편에 있는 의자 위에 아빠다리를 하고 풀썩 앉았어. 잘먹겠습니다, 습관처럼 얘기를 하고는 숟가락으로 국부터 떠먹었어. 낮에 라면부터 해서 요리를 해볼 곳도, 시간도 없었을텐데 간도 잘되고 칼질도 이쁘게 잘 된 걸 보니 넌 아마 요리에 소질이 있나봐.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며 제 눈치를 살피는 너에 대답 대신 된장찌개 국물을 연신 떠먹었어. 아, 맛있다. 제가 잘 먹는 걸 보자 긴장이 풀렸는지 미소를 가득 지은채로 저도 한 숟갈 뜨기 시작하는 널 눈을 굴려 잠시 바라보다 다시 밥으로 시선을 옮겨 바쁘게 손을 놀렸지. 금세 한그릇을 뚝딱 해보이고는 볼록 나온 제 배를 바라보다 물을 들이켰어. 자리에서 일어나 빈 그릇과 수저, 컵을 싱크대에 옮겨 담고는 후식으로 먹을 생각으로 작은 숟가락 하나와 아까 사온 아이스크림을 냉동실에서 다시 꺼내며 말했지.) 잘 먹었어요, 맛있었어. 요리 잘하네요, 생각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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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해장은 했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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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35에게
(코를 킁킁대더니 냉큼 식탁으로 가 앉는 네 모습에 방긋 웃어버려. 수저로 국을 뜨기에 잔뜩 긴장해서는 숟가락을 꽉 쥐며 네가 할 말만 기다려. 얼마나 꽉 쥐었는지 숟가락이 조금 휘어진 것을 네가 눈치채지 못하게 다시 반듯하게 펴는데 맛있는지 게눈 감추듯 사라진 한 공기에 말은 안 했어도 맛있구나 싶어서 자신감이 붙어선 다음에는 김치찌개에 도전해야겠다 생각해. 싱크대에 그릇을 놓고 아이스크림을 가져가며 드디어 너는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뱉어냈어. 잘 먹었다고, 맛있었다고, 요리 잘 한다고. 3개를 줄줄이 말해버리는 너에 해사하게 웃으며 고무장갑을 끼곤 설거지를 시작해) 맛있게 드셔주니 저도 좋았습니다. (금방 설거지를 마치고 편하게 회색 트레이닝복 바지에 흰 색의 박시한 티를 입고 나왔어. 바닥에 앉아서 고개를 뒤로 젖혀 소파에 머리를 기대고 티비를 보는 너에 제가 소파로 올라가 티비를 봤지. 역시 봐도봐도 신기하고 재밌어. 초롱초롱한 눈으로 티비를 바라보는데 네가 고개를 젖혀 소파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 터라 머리카락이 발 끝에 닿아 간지러웠어. 보슬보슬해보이는 머리카락을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지. 손가락에 닿는 머리카락 역시 부드러웠어. 강아지같다. 헤실 웃는데 네가 손길을 느낀 건지 눈을 위로 치떠 날 올려다보자 깜짝 놀라 손을 거뒀다가 다시 용기내어 네 머리에 손을 턱 얹어) ...만져도 됩니까? (남의 머리를 악의없이 이렇게 만져본적이 있던가. 게다가 이렇게 부드럽고 달콤한 향이 나는 머리를. 네가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손은 저도 모르게 움직여 네 머리를 쓸어내리고 있었어. 진짜 좋다. 그런 생각이 들며 저절로 미소가 피어올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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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안 아프길래 해장은 스킵ㅋㅋ아직 팔팔한가봐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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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39
글쓴이에게
(바닥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몇 번 떠먹다 배가 불러서 그런지 많이 들어가지 않기에 남은 것에 반정도 먹고는 움직이기엔 몸이 무거워 테이블 구석에 밀어놨어. 저렇게 하면 녹아서 다 맛 섞일텐데. 아, 귀찬다, 진짜. 별 같잖은 생각들을 하며 소파에 머리를 기대고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는데 제 머리에 부드럽게 느껴지는 손길에 놀라 고개를 조금 더 젖혀 제 머리에 손을 올리고 있는 널 바라봤어. 제 눈길에 금세 손을 떼었다 다시 턱 올리는 너에 허락도 아직 안했는데 제 머리칼을 조심스레 쓸어내리는 네가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어. 남이 머리칼을 만져주는 걸 좋아했기에 네 맘대로 해라, 싶어 굳이 네 손을 치워내지 않고 시선을 다시 티비로 고정했지. 언제까지 만질 생각인 건지 제 머리에서 손을 떼질 못하는 네가 만지기 쉬우라고 소파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던 탓인지 살짝 젖히고 있던 뒷목이 뻐근해져와 뒷목을 주물주물하며 상체를 바르게 폈어.) 목 아파서. 계속 만져도 돼요. (아량을 베푸는 마냥 얘기 했지만 사실 네 손길이 엄마만큼 부드러워서 기분이 꽤 좋았거든. 내심 계속 만져주길 바라며 등을 소파에 제대로 기대고 제 머리를 한번 털어낸 뒤 널 슬쩍 바라봤어. 제 움직임에 황급히 뗐던 손을 다시 슬금슬금 갖다 대는 네가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 푸스스 웃으며 네 손목을 잡아 제 머리 위에 턱 올렸지.) 내가 좋아해서 그래요. (아, 잠깐만. 언제부터 너랑 이렇게 스스럼 없는 사이가 됐지?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죽일 듯 패는 네가 무서워 네 손길에도 흠칫했던 것 같은데. 잠깐 이런 생각이 머리를 지배 했지만 지금은 이런데 뭘 어떡하냐, 이제 와서 다시 까칠하게 대할 수도 없고, 싶어 금방 지워냈어. 제가 내 손을 잡아 끌어 머리 위에 올리자 살짝 놀란 눈치였던 네가 머리를 다시 쓰다듬어주는 것에 입꼬리를 말아 올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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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안아팠으니 다행이네요ㅋㅋㅋㅋㅋ! 아직 학생탄이라 숙취로 고생해본 적은 없는데 언니가 앓는 거 많이 봐서ㅋㅋㅋㅋㅋㅋ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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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39에게
(상체를 바르게 펴는 네 모습에 너무 만졌구나 싶어 아쉽지만 손을 거두려는데 계속 만져도 된다는 네 말에 얼굴에 화색이 돌아. 조심스럽게 손을 갖다대니 답답했는지 먼저 손을 끌어 머리 위에 얹어주는 네 행동에 순간적인 감정일진 모르겠지만 널 와락 끌어안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 내가 좋아해서 그래요, 라는 말의 어감도 괜히 이상했고. 뭐, 생각에서 그쳤지만. 다시 손을 움직여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다른 손으로는 목이 아파보였던 것을 떠올려 네 뒷목을 살살 주물렀어. 시원하다는 듯 으아- 하는 말이 네 입에서 나오자 방긋 웃었지.) 태형씨 지금 고양이 같습니다. (칭찬을 담아 말을 내뱉고는 다시 입을 열었어.) 남의 머리를 악의없이 만져본 적은 처음입니다. 머리카락이 이렇게 부드럽고 향기로운 것인줄도 몰랐어요. 사람에 대한 건 다 불신에 관련 돼 있다고만 생각했습니다. 믿을 사람 아무도 없고 죽여야 내가 사는 곳. 근데 태형씨를 만나고 나서 조금 생각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같이 밥을 먹고 방은 다르지만 같이 잠을 자고 티비도 보고 얘기도 하고 나갔다오기도 하고. 너무 행복합니다. (말을 마치고는 잠시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멈췄다가 허리를 숙여 네 목을 조심스레 끌어안았어. 너도 놀란 듯 몸이 굳는 것이 느껴졌고 나도 돌발적으로 저지른 일이었지만 다시금 향긋하게 풍기는 냄새나 타인의 따뜻한 온기가 낯설면서도 기분이 좋아서 널 꽉 끌어안았지) 감사합니다. 정말 목숨바쳐서 지켜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곤 문 밖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알아채고 한숨을 푹 쉬며 일어나 조금씩 녹아가는 아이스크림통을 냉동실에 넣어놓고 다시 네게 다가와 물었지) 죽여도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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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아봤는데 정말...누워도 어지럽고 앉아도 서도 어지럽고 죽을 것 같아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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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54
글쓴이에게
(내용과는 달리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는 네 말을 들으며 안쓰럽다, 생각하고 있는데 네가 갑자기 저를 껴안아 오는 것에 일순간에 몸이 굳어버려. 몸과 함께 생각도 멈춰버려 그냥 정말 말 그대로 멍하니 너에게 어정쩡하게 안겨있었지. 정신을 차리고 난 뒤에는 네가 나를 아까보다 더 세게 끌어 안은 뒤였어. 이걸 밀어내야 하나? 밀어내기엔 네 기분이 너무 상할 것 같다, 하다가도 내가 네 기분을 신경 쓸 필요가 뭐가 있나, 란 생각도 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머리만 빠르게 굴리고 있는데 저도 들릴 정도의 바스락 소리에 한숨을 푹 쉬며 일어나는 너를 바라봐. 너를 경호원으로 삼은 뒤 하루가 멀다하고 제 집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괜히 찝찝해. 물론 네가 지켜주기는 하지만 널 경호원으로 들이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잦지 않았을 수도. 방금 전에 목숨 받혀 저를 지키겠다 말한 사람을 데리고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너무 못된 것 같아 입술을 꾹 물고는 제 뺨을 두어번 탁탁 쳤어. 고개를 들어 너와 시선을 마주하고는 하얘져라 물고 있던 입술을 놓으며 고개를 저었지.) 아니, 죽이지는 마요. 그냥, 그냥 다시 여기 찾아오지 않을 정도로만. 그, 다치지 말고요. (제 말에 알겠다 고개를 끄덕이며 살풋 미소를 띄운 채 집을 나서는 널 잠시 바라보다 한숨을 푹 내쉬었어. 죽이는 것보다 이게 더 잔인한 일인가. 모르겠다. 언제부터 이런게 나도 익숙해진 거지. 마른 입술을 혀로 한 번 쓸다 아침에 세게 씹었던 상처부위가 아려와 관뒀어. 그냥 아까 연고 사올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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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ㅠㅠㅠ 알바 갔다 오느라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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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54에게
(죽이지 말라는 말에 조금 아쉬운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다치지 말라고 덧붙여진 네 말에 다시 웃음이 입가를 비집고 나왔어. 별 볼일 없는 애송이는 무기가 없어도 제압 가능했지. 게다가 저렇게 크게 소리를 내고 들어오는 멍청이라면. 단숨에 팔을 잡아채고 손가락을 꺾어 못 움직이게 만든 뒤 매일 일을 처리하는 골목으로 데려갔어. 제가 가자 그 주변에서 다른 집들을 염탐하던 침입자들이 히익 소리를 내며 빠르게 흩어졌지.) 쟤네들도 다 아는데 넌 뭔데 기어들어와서 지'랄이야. (아까 네 앞에서 보였던 순진무구함은 없고 냉정하고 차가운 모습으로 욕을 지껄인 뒤 가볍게 상대를 무참히 짓밟아. 다신 못 오겠지. 저 멀리 전봇대 뒤에 숨어서 움직이면 잡힐까봐 더 가지도 못하고 제 발 밑에 깔린 남자가 밟히는 모습만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한 사람의 모습에 키득 웃고는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왔어. 제가 오자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는 네가 안전하다는 것에 뿌듯함이 피어올랐지. 까칠하긴 했지만 아까 머리도 만지고 품에도 안았어서 그런지 더욱 너에 대한 애착이 피어올라. 술에 취해 귀엽게 애교를 부리던 모습도 떠오르고. 머리가 조금 이상해졌나? 하다가도 저는 이미 네 곁에 가서 보들보들한 머리를 매만지고 있었지. 아, 기분 좋다. 버릇이 생길 것 같다고 느낄 정도로 남의 머리를 만지는 일은 되게 기분 좋았어.) 내일은 스케쥴 없으십니까? 아, 그리고 성화동으로 약속을 잡으시는 건 당분간 자제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주변에 이런 조무래기들과는 상대도 안 되는 놈들이 많다고 합니다. 제가 물론 지켜드릴 것이지만, 집에 있을 때처럼 이렇게 무기도 없이 나가 간단하게 제압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닐 겁니다. (어차피 상처라면 일상이 상처였으니 나도 상관없었지만 네가 혹여 다치기라도 할까, 충격받기라도 할까봐 걱정어린 말을 해주고 네 머리를 쓸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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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나도 나갈 일이 있어서 나갔다왔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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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57
글쓴이에게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널 바라보니 입술을 이쁘게 말아올리는 것에 저도 희미한 미소를 지어줘. 그나저나 저게 뭐지. 네 코 옆에 빨간 자국이 몇 개 튀어있어 눈썹을 찌푸리며 더 잘보려 해. 네가 제게 가까이 오자 상대방의 코피인지 뭔지, 피가 팍 튀어 묻은 것 같은 자국에 혼자 기겁을 하며 휴지를 뜯어 네 얼굴을 닦아줬지. 네 걱정 어린 말들에 고개를 대충 끄덕였어. 피를 정말로 싫어하기에 변해버린 B구역에 대해 생각할 틈은 없었어.) 피, 얼굴에 피 묻었어요. 설마 다친 건 아니죠? 나 피 진짜 싫어한단 말이에요. (살짝 굳어 모양대로 자욱이 남은 네 볼에 인상을 있는 대로 구기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휴지에 물을 살짝 묻혀 와서는 네 볼을 다시 닦아줬어. 그제서야 깔끔하고 보송보송해진 네 볼에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아 티비로 시선을 고정했지. 역시나 네가 제 머리를 쓰다듬기 편하게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힌 채로 말이야.) 그 쪽이 다친 건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요. 나 피 진짜 싫어해요, 앞으로 묻혀오지 마요. 뭐, 그게 맘대로 되겠냐만은... 아무튼, 노력이라도 해보라는 거죠. (좀 전에 혼자 오바한게 살짝 민망해 괜히 혼자서 중얼중얼 거리고는 조용하게 티비를 보다 고개를 약간만 돌려 널 슬쩍 바라봐. 제가 널 바라보자마자 눈이 마주치는 것에 다시 고개를 앞으로 홱 돌리고는 테이블 위에 있는 귤을 하나 네 손에 쥐어줬지.) 뭘 그렇게 멀뚱멀뚱 보고 있어요, 민망하게. 귤이나 먹어요. (그렇게 말하고는 귤을 까 알맹이를 한 번에 제 입에 쑥 집어넣고 우물우물 씹었어. 신 맛에 아까 상처가 아려왔지만 엄살 같아서 그냥 빠르게 씹어 삼켰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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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57에게
(피가 튀었던가. 제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기겁을 한 채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는 네 모습이 조금 놀라웠어. 이렇게 피를 싫어했구나. 휴지에 물을 묻혀오는 수고까지 보여선 피를 닦아주곤 노력이라도 보여달라며 우물거리는 너에 고개를 끄덕였지.) 네. 싫어하신다 했으니 최대한 묻혀오지 않겠습니다. (내가 다친 걸 걱정하는게 아니라 피가 싫어서 그런 거구나- 하는 생각보다는 나중에 내가 다치면 밖에서 자야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 네가 피를 싫어하니까 집에 들어올 수 없다가 이유였지. 나 때문에 네가 고통스러우면 안 되니까. 저야 뭐 밖에서도 많이 자봤고. 널 만난 첫 날에도 밖에서 잤는데, 뭘. 다시 티비를 보며 네 머리를 쓰다듬는데 시선이 느껴져서 널 내려다봤어. 그저 네가 날 보길래 바라본 것 뿐인데 뭘 멀뚱히 보냐며 손에 귤을 쥐어주자 차마 말대꾸는 할 수가 없어서 조용히 귤을 까먹었지. 예쁘게 까서 반절로 갈라 입에 넣고 우물거리다가 아, 하며 다시 네게 말을 걸었지) 그래서 내일 스케쥴은 없으십니까? 저번처럼 술 약속이 있으시면 제가 밖에서 기다릴테니 꼭 데려가십시오. 절대 몰래 가시면 안 됩니다. 걱정되니까... (걱정된다는 말은 흐릿하게 하곤 네가 대답을 하길 기다리며 아까 네가 한 말처럼 멀뚱멀뚱 토끼 마냥 너를 빤히 바라봐. 여자친구는 없는 건가. 며칠 간 너와 지내며 당연히 없다는 걸 알았지만 이런 너를 왜 아무도 잡아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내가 여자면 데려가서 먹여키울텐데. 아무래도 제가 경호원의 입장이다보니 너를 '데려가 먹여키운다' 는 쪽으로 생각을 마쳤다가 내가 왜 너랑 그런 생각을 해야하는 건가 하고 회의감이 들어서 고개를 내저으며 생각을 떨쳐내. 자꾸 아까부터 이런 생각이 적지 않게 떠오르니 걱정이었어.너와 나 둘 중 한 명에게 먼저 애인이 생겨야 이런 헛'소리를 하지 않을까. 그러면서도 내 손길에 기분이 좋다는 듯 고양이처럼 가르릉대는 네가 좋아 손의 움직임을 멈출 순 없었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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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58
글쓴이에게
없어요. 내일은 진짜 없어. 하루종일 집에 있을 거에요. (내일은 비가 온다고 했었고 딱히 나갈 곳도 없었기에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뒹굴 할 생각으로 그렇게 말하고는 귤을 하나 더 까 제 입 안에 집어 넣었어. 아, 맛있다. 역시 겨울엔 귤을 먹어야지. 연신 귤을 까 입에 집어 넣으며 제 머리를 쓸어대는 네 손바닥에 제 머리를 몇 번 부벼대. 답지 않게 부드러운 손길에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지. 어렸을 때 엄마가 머리 쓸어주면 진짜 잠 잘 잤는데. 괜히 그 때가 떠오르자 기분이 좋아 저 혼자 베시시 웃다 네가 이상하게 생각할까 금세 입꼬리를 다시 내려. 밥도 먹었고, 후식도 먹었고, 티비는 이제 재밌는게 없고. 뭘 해야될까, 고민하다 친구가 재밌다길래 다운은 받았는데 겁이 많아 혼자 살 적엔 볼 엄두도 내지 못했던 공포 영화를 볼까, 잠시 생각을 해. 너도 있고. 괜찮겠지, 뭐... 자리에서 일어나자 자연스레 떨어지는 네 손길에 마디 굵은 네 손을 잠시 내려다보다 네 얼굴로 시선을 옮겨 눈을 맞춰.) 공포 영화 잘 봐요? 예전에 다운 받은 거 하나 있는데 나는 잘 못봐서. 그 쪽이랑 같이 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하고. (다행히도 잘 본다며 같이 보자는 네 말에 방에서 USB를 찾아와 티비에 연결하고는 재생을 눌렀어. 시작부터 으스스한 배경음악에, 분위기에, 지레 겁을 먹고는 소파 위로 올라가 차마 너에게 붙지는 못하고 너에게서 약간만 떨어져 쿠션을 꽉 끌어안았지. 아, 괜히 봤나. 그냥 보지 말 걸. 잘 보지도 못하는 주제에 뭘 한다고... 멍청했던 저를 탓하며 지금이라도 그만 볼까 싶어 널 돌아보면, 생각보다 집중해서 보고 있는 네 모습에 차마 말도 못하고 귀신이 튀어나오면 바로 가릴 생각으로 쿠션을 제 눈 바로 밑까지 올려. ...괜히 보자고 한 것 같다. 멍청한 김태형, 이란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훅 튀어나오는 귀신에 쿠션에 얼굴을 묻고는 엄마야, 하는 소리를 내. 제 소리에 저를 슬쩍 보고는 큭큭 웃는 너에 쪽팔려져 열이 오른 얼굴에 제 손등을 갖다대며 식히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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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58에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너를 빤히 바라보는데 이내 공포영화 잘 보냐는 질문에 조금 답을 늦춰. 공포영화? 공포는 아는데 영화는 한 번도 봐본 적이 없었어. 그냥 무서운 거 나오는 거겠지. 무서운 거라면 이미 살면서 많이 봐왔기에 별로 거부감 없을 것 같았어. 잘 못 본다는 네 말에 제가 도움이 될까 싶어서 냉큼 잘 본다고 대답해. 다행스럽다는 표정을 짓는 너에 저도 푸스스 웃어버리곤 네 지시에 따라 집 안의 모든 불을 끄고 와선 소파에 앉아. 재생 버튼을 누른 네가 잽싸게 소파 위로 올라와 쿠션을 꽉 끌어안자 잠시 그 웅크린 모습을 바라보다 티비로 시선을 돌렸지. 안아주고 싶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다 으스스한 배경음과 어둡게 시작하는 화면에, 처음 영화를 본다는 것이 설레서 열심히 브라운관에 눈을 박고 집중을 해. 처음부터 귀신이 나오는 건가. 원래 공포영화가 이런 건가. 피를 잔뜩 묻히고 해괴한 얼굴을 한 귀신이 얼마 되지 않아 화면에 철퍽 소리를 내며 붙어선 깔깔 웃어대기 시작했어. 병'신같군, 이라고 생각했지만 엄마야! 하며 쿠션에 얼굴을 파묻는 널 보여줬다는 것에 조금 감사를 표했지. 귀여워. 저도 모르게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어. 키득거리며 웃다가 부끄러운지 손등으로 얼굴을 식히는 네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다시 영화로 시선을 돌려. 하나도 안 무서운데. 의외로 애기같다니까. 그 모습에 괜히 가슴이 간질거려서 입술을 꾹 깨물고 영화에 나오는 귀신만 뚫어져라 바라보았지. 네가 움찔거릴 때마다 내 손도 움찔거리며 너를 잡으려 조금씩 움직였어. 그러다 조심스럽게 네 새끼손가락 하나를 쥐고 어정쩡하게 웃어보였지) 어떻게 해야 덜 무서워하실지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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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69
글쓴이에게
으으... (아, 시'발. 이걸 왜 본다고 했을까. 친구가 진짜 무섭다고 할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김태형 병'신. 넌 진짜 병'신이야. 제가 놀란 걸 가라앉힐 틈도 없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귀신에 손 마디마디가 하얘지도록 쿠션을 꼭 부여잡았어. 물론 나올 때마다 흠칫 해주는 것도 잊지 않고. 정체불명의 소리를 내며 실눈을 뜨고 그래도 엔딩이 궁금해 꾸역꾸역 보고 있을 때 제 새끼손가락에 느껴지는 온도에 놀라 살짝 커진 눈으로 너를 돌아봤어. 저에게 어색하게 웃어보이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며, 죄송하다는 네 손을 생명줄 마냥 제대로 꽉 맞잡고는 끌어모은 무릎 위로 가져갔어. 아무래도 쿠션보다는 따뜻한 네 손이 더 나으니까. 네가 조금 놀란 눈치인게 보였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지. 그걸 신경 쓰기엔 영화가 너무 무서웠거든. 물론 이따가 영화를 다 보고나면 백퍼센트 쪽팔리다며 혼자서 땅을 치고 후회할게 뻔했지만. 너에게서 시선을 떼자마자 다시 튀어나오는 해괴한 장면에 네 손으로 제 눈을 가렸어. 아으, 미친. 징그러워. 아랫 입술을 꼭 물고는 무서운 장면이 나올 때마다 네 손을 더 세게 잡으며 너에게 조금씩 붙다보니 영화가 끝날 때 즈음에는 아예 네 팔을 감싸안고 있었어. 생각보다 허무한 엔딩으로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가자 그제서야 네 팔을 놓아주고는 마치 제가 영화라도 찍은 마냥 기진맥진 해져 소파 위에 늘어져 있었지. 공포 영화 한 번만 더 보면 내가 개다, 진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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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69에게
(잘 달래주고 있는 걸까. 힘이 되어주고 있는 걸까. 겨우 손을 잡은 걸로 될까 싶었는데 다행히 힘이 된 건지 내 손을 잡아 친히 무릎 위까지 끌어가 꽉 잡는 너에 푸스스 다시 웃음이 흘렀어.) 다행이다. (무서운 장면이 나올 적마다 맞잡은 손을 들어 눈을 가리는 네가 귀여워서 진짜 죽을 것 같았어. 안아주고 싶다. 다시 속으로 생각하고 영화가 끝날 적에는 너와 나는 꼭 달라붙어 앉아선 넌 내 팔을 품에 끌어안다시피 하고 있었지. 그게 쪽팔려서 영화가 끝나자마자 홀랑 떨어질 줄 알았는데 그것보단 영화가 더 무서웠는지 팔을 놓아주고 축 소파에 늘어진 너를 바라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영화를 끄곤 다시 네 옆에 와서 앉았어) 영화 재밌었습니다.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공포영화라는 거 재밌군요. (진심으로 재밌었기에 그렇게 말하곤 나중에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정말 재밌었냐는 듯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네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가슴팍을 토닥여줘) 괜찮아. (쿵쾅쿵쾅 빠르게 펌프질하는 심장을 바라보며 심장에게 말하듯 괜찮다고 말하곤 픽하니 웃어버리는 너를 보며 헤실 웃었지) 근데 저런 거 싫어하시면서 보셔도 됩니까? 영 해괴망측한 것이...꿈에 나올 것 같긴 했습니다. (어차피 별로 안 무서워서 나오든 말든이지만. 어깨를 으쓱이고 아직도 까만 집 안에 불을 밝히려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 불을 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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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71
글쓴이에게
(제 가슴팍을 토닥이며 괜찮아, 라 말하는 너에 피식 웃어버리고는 널 가만히 보고 있으니 서서히 올라오는 쪽팔림에 열이 오르는 얼굴을 큼지막한 한 손으로 가려. 이럴 줄 알았다, 김태형. 난 왜 맨날 후회할 짓을 하는 걸까. 심지어 저는 무서워 죽겠는데 넌 담담한 표정으로 재밌다고 말하니 자존심도 상하고. 입을 앙 다물고 있다 약간 불퉁한 말투로 말을 해.) 몰라요. 괜히 본 것 같긴 한데... (사실 아직도 머리 속에 둥둥 떠다니는 장면들에 이따 잠 잘 때 꽤나 혼자 고생할 것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너랑 같이 잘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그것에 대한 생각보다 네 팔에 아이처럼 매달려 있었다는게 더 쪽팔렸거든. 네 덕에 밝아진 집 안에 얼굴을 가리던 손을 치우고 저를 바라보며 헤실 웃고 있는 너와 눈을 마주하니 다시 아까 했던 행동들이 민망해져 얼굴을 잔뜩 붉힌 채로 입을 뗐어.) ...
내가 무서운 거 잘 못봐서 그래요. 내가 막 그 쪽한테 매달려서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고. 아씨, 쪽팔려. (마지막 말은 너에게 들리지 않게 작게 혼잣말처럼 속삭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어. 열두시가 가까워져 가는 시간 탓도 있고 쪽팔렸던 탓도 있고.) 먼저 잘게요. 잘 때 불 끄고 들어가요. (여전히 발개진 얼굴로 척척척 방으로 들어가서는 침대에 풀썩 엎어져 발을 동동 굴렀지.) 김태형 병'신. 진짜, 아. 개쪽팔려. 왜 보지도 못하는 공포영화를 본다고 설쳐가지고, 아, 아오, 진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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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71에게
(역시나. 뒤늦게 쪽팔림이 몰려온 건지 붉어진 얼굴을 손으로 가리는 너에 못 말린다는 듯 웃어버려. 괜찮은데, 진짜. 제가 놀리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왜 저러는 걸까. 붉어진 네 얼굴이 그래도 나름 귀여워서 딱히 얼굴이 빨개졌다고 말하지는 않기로 했어) 기분 안 나빴습니다.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다는 말을 용케 알아듣곤 제가 더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잘 거라며 들어가는 너에 고개를 끄덕여) 주무십시오. (닫히는 네 방 문을 바라보다가 거실을 정리하고 다시 거실 불을 끈 뒤 방으로 들어가. 얌전히 침대에 누워서 아까 봤던 영화를 머릿속으로 다시 재생하다가 헤실 웃었지. 영화도 재밌었지만 역시 내 팔에 붙어오는 네가 더 귀여웠거든.) 또 보고 싶다, 공포영화. (작게 중얼거리고는 이불을 덮은 채 잠을 청해. 언제부터 내가 네 생각을 이렇게 많이 하고 내게 붙어오는 너를 귀엽다고 생각하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깊게 생각하고 싶진 않았지. 어쨌든 난 지금 네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으니까. 옆으로 돌아누워 눈을 감고 덜덜 떨던 다람쥐같던 너를 다시 떠올렸어. 꿈에 아까 본 귀신이 나와서 놀래킨다고 해도 품에 안고 예뻐해줄 수 있을 것 같았지. 네 덕분이야. 네 덕분에 태형씨께 도움이 될 수 있었어. 고마워, 귀신아. 엉뚱한 생각임을 알았지만 아무렴 어떻냐는 듯 편안히 숨을 내쉬며 곧 잠에 빠져들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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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75
글쓴이에게
(한참 난리를 피우다 침대에 제대로 누워 이불을 덮고 눈을 감아도 잠이 올리가 만무했지. 눈을 감으면 떠오르고 눈을 뜨면 천장에 그려지고. 미칠 노릇이었어. 오늘 잠은 진짜 포기해야되나. 괜히 예민해져서는 평소에는 귀를 기울여도 들리지도 않던 냉장고가 돌아가는 소리가 이제는 안들으려 해도 신경이 쓰여 미칠 지경이었어. 한참을 잠을 자지 못하고 뒤척이다 이러다 불면증 걸리는 것보다는 이미 충분히 쪽팔릴 짓 했는데 한 번만 더 하자, 하고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베개를 들고 방을 나섰어. 그래도 내심 네가 비웃을까 걱정은 했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지. 네 방 앞에 도착해 혹시 몰라 방문을 노크하니 자고 있는 건지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것에 괜히 조급해져 발을 동동 구르다 네가 자고 있더라도 억지로 네 옆에 누워자야지. 오늘 하루만 철판 깔자, 김태형. 하며 네 방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갔어. 제가 노크를 한 소리에 잠이 묻은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려하는 너에 지금 일어나면 그건 그거대로 민망한 상황 같아 발소리를 죽이고 조용히 네 옆에 누웠어. 싱글 침대라 그런지 네가 누워있으니 자리가 넓지 않았기에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누웠지. 잠을 깨우지 않으려 했건만 결국 깨버린 네가 저를 놀라 눈을 크게 뜬 채로 바라보자 네 이불을 당겨 얼굴을 가렸어.) 아니, 무서워서... 진짜 쪽팔린데 그냥 오늘 하루만 같이 자줘요. 나 진짜 무서워서 그래. (이불에 얼굴을 묻고 있으니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네 웃음 소리에 괜히 더 이불 속으로 몸을 감추고는 눈을 감았어. 그래도 누가 옆에 있으니 그나마 아까보단 나은 것 같아 살짝 입꼬리를 말아올렸지. 네가 번번히 저를 위험한 사람한테서 구해줄 때도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처음으로 네가 경호원으로 있어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했어. 너가 없었으면 혼자 무서워서 이불만 꼭 쥐다 눈 밑에 다크써클을 가득 매단 채로 뜬 눈으로 해 뜨는 걸 봤겠지.) 얼른 자요, 나 쪽팔리니까. 나랑 자는 거 싫어도 그냥 오늘만 같이 자요, 얼른.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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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75에게
(한참 잠을 잘 자고 있는데 들리는 노크소리에 잠이 깼어. 노크를 하는 걸 보아하니 침입자는 아닌 것 같아서 눈을 부비적거리며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무슨...일이라도... (얼마나 잠에 빠져들었던 건지 제대로 말도 못하는 와중에 네가 구석으로 비집고 들어와 눕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번쩍 떠. 네 방에 웬 놈이 들어왔나 하다가 뒤이어 떠오른 생각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입술새를 비집고 나왔지. 역시나 무서워서 그렇다는 말에 결국 네게 미안하지만 큭큭대며 웃어버렸어. 아, 귀여워... 쪽팔리다는 너에 옆자리에 몸을 뉘여 네 몸에 이불을 잘 펴서 덮어줬어.) 안 싫습니다, 같이 자는 거. (이불에 얼굴을 가린 너를 바라보며 나긋하게 말하고는 보이지도 않는 네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 내가 네게 힘이 된다는 것이 어찌나 좋은지. 이러면 안 되지만 잠시동안은 네게 하루종일 공포영화를 보여주고 싶어졌어. 게다가 부끄럽다며 붉어진 얼굴을 가리고 괜히 더 틱틱대는 너는 어찌나 아이같이 귀여운지. 이불속으로 숨어서는 제가 혹여 싫다고 할까봐 동앗줄이라도 잡은 것처럼 이불보를 꽉 쥔 손가락 끝이 하얬어. 한참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괜찮다는 듯 그 손가락을 톡톡 두드려 힘이 풀어지게 만든 후 입을 열었지) 무서워하지 말고 잘 주무셨으면 좋겠습니다. 피곤하시면 안 되니까. (근데 하필 내일 비가 온다니. 다음날까지 무서운 분위기일까봐 조금 네 걱정을 하고 이불 위로 손을 올렸어. 그리곤 일정하게 아이를 재우듯 토닥이기 시작했지) 푹 주무십시오. 저로 인해 더이상 무서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참을 그러다 네가 잠에 든 것처럼 일정하게 숨을 쉬자 그제야 저도 몸을 틀어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선 잠을 청해. 벌써 비가 내리는지 작게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빗방울이 창문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지. 도중에 깨시면 안 될텐데. 여전히 네 걱정을 하며 뒤늦게 저도 새벽이 돼서야 잠이 들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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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78
글쓴이에게
(확실히 누군가 곁에 있어주니 무서운 생각이 덜한 것 같아. 게다가 네가 느릿하게 저를 토닥여주니 생각보다 빠르게 잠에 빠져들었지, 꿈도 꾸지 않은채로. 한참을 자다 생각보다 큰 네 움직임에 저도 잠은 깼지만 더 자고 싶어 눈을 감고 있었어. 넌 원래 아침 일찍 일어나니까 지금도 아침이겠지. 제 머리를 짧게 쓰다듬는 손길이 느껴지고 네가 방을 나서는 문소리가 들리자 느리게 눈을 떠 눈만 굴려 네 방을 잠시 둘러보다 휴대폰 홀드를 눌러 시간을 확인했어. 역시 8시가 조금 되지 않은 시간에 다시 눈을 감았지. 밖은 밝았지만 비가 오는 모양인지 톡톡 빗방울이 땅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어. 시끄럽지도 않고 날도 그리 어둡지 않아 배경음악 같기도 해 미소를 띄우고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어. 다시 잠에서 깼을 적에는 여전히 비가 조금씩 오고 있었고 여전히 너도 방에 없었지. 이불을 걷고 몸을 일으켜 침대 끝에 멍하니 걸터 앉아 있다 시간을 확인하니 11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어. 오늘은 좀 빨리 일어났네. 이른 점심이나 먹어야겠다 싶어 방을 나서니 어제처럼 소파에서 티비를 보고 있는 네가 보였지. 밥하기 귀찮은데 너한테 해달라 할까. 요리도 꽤 잘하는 것 같고 생각보다 재밌어하는 것 같아 대충 시리얼 같은 걸로 떼우려던 생각을 거두고 방향을 꺾어 네 옆에 앉으며 티비를 잠시 바라보다 너로 시선을 옮겼지.) 배고픈데, 밥 아직 안먹었죠. 나 어제처럼 밥 해주면 안돼요? 그 쪽이 하는 거 생각보다 맛있는데. (정말 잠깐 언제 네가 이렇게 편해졌지,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금세 지웠어. 나에게 지금 잘해주고, 또 저를 목숨 바쳐 지키겠다 하는 사람인데, 이젠 네가 무섭지 않았거든. 아직 그렇게 친하진 않지만 친해지면 나이도 비슷하고 좋은 친구가 될 거라 생각했어. 제 말에 네가 해사하게 웃으며 요리를 하러 자리에서 일어나자 소파에 드러누웠어. 네가 앉아있던지라 등부분이 따뜻해서 기분이 좋았지. 요새 맨날 누워있는 것 같네. 이러다 살 찌는 거 아닌가, 운동 좀 해야겠다. 조용하고 나른한 하루가 꽤나 마음에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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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이랑 톡 이거 말고도 몇 번 했었는데 탄이랑 톡하다보면 서술 실력이 느는 기분...!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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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78에게
(다행히 네가 잠을 깨지 않은 채 아침이 밝아와. 기계처럼 제 시각에 눈을 뜬 나는 네가 깨지 않게 최대한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침대에서 빠져나왔지. 아이처럼 새근대며 잠을 자고 있는 너에게 손을 뻗어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져 버릇처럼 되어버린, 네 머리를 쓰다듬고 방을 조용히 나가. 아침은 별로 먹고 싶지 않았고 할 것은 없어서 가만히 베란다에 서서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기도 하고 어수선한 집을 치우기도 하고 요리책을 읽어보기도 하다가 마지막엔 결국 티비를 틀었어. 왁자지껄 떠드는 패널들의 목소리가 네 수면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 볼륨을 줄이고 제 좋은 청각에 의지하여 작은 소리로 티비를 보고 있었지. 그러다 네가 일어나 방을 나오는 소리에 시계를 흘끗 바라봐. 11시 9분. 밥은 뭘로 드시려나. 또 시리얼을 먹을 것 같아서 음식을 해줘야하나 고민하는데 제 속을 알기라도 한 건지 음식 좀 해주면 안 되냐는 네 말에 조금 놀란 낯으로 널 돌아봐. 내가 제안하는 것도 아니고 네가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거든. 어쨌든 네게 요리를 해주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었으므로 흔쾌히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가. 오늘 아침은 간단하게 문어모양 소시지와 계란찜이었지.) 태형씨. 밥 다 됐습니다. (따끈한 밥을 퍼 네 앞에 놓아주곤 내 몫을 챙겨 맞은편에 준비했어. 기다렸다는 듯 달려온 네 머리를 또 쓰다듬어주곤 밥을 한 술 떠 입에 넣었지) 어제 잠은 잘 주무셨습니까. 비가 와서 도중에 깨시면 더 무서워하실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러진 않으신 것 같더군요. 제가 막 잠결에 불편하게 하고...뭐...방 냄새가 별로였다든가...그런 건 없습니까. (어제는 잠에 취해 그런걸 생각할 수도, 물을 정신도 없었지만 막상 네게 말하다보니 그런 자질구레한 것들이 생각나. 내가 코를 골거나 너를 밀어내거나 이불을 뺏아갔으면 어쩌지. 방 냄새가 영 구역질나는 냄새가 났으면 어쩌지. 머리를 복잡하게 맴도는 생각들에 네가 제발 아니라고 해주길 바라며 밥을 삼키지도 못하고 입에 문 채 긴장이 역력한 표정으로 답을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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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나랑 몇 번 해본 탄이구나! 하하핳...칭찬 고마워...정말 과찬이야...나랑 톡하고 놀아줘서 고마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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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81
글쓴이에게
(휴대폰을 하며 네가 밥을 하는 걸 기다리고 있자 이내 비엔나 소시지 냄새가 풍겨왔어. 맛있겠다. 입맛을 한 번 다시고는 밥이 거의 다 된 것 같아 몸을 일으켜 네가 저를 부르기만을 기다리다 네가 다 됐다는 말을 함과 동시에 싱글벙글 웃으며 식탁 앞으로 빠르게 걸어와 앉았어. 잘먹겠습니다, 습관처럼 말을 하고는 소세지부터 집어 우물우물 씹는데 누가 봐도 긴장한 표정으로 저에게 어제 잠자리에 대해 이것 저것 물어오는 것에 괜히 장난이 치고 싶어 소세지를 삼키고는 말을 해.) 다른 건 괜찮았는데 코는 조금 골더라고요. (계란찜을 떠먹으며 담담하게 말을 하자 제 말에 울상을 지은 채로 안절부절 못하는 너에 픽 웃고는 밥을 퍼먹어.) 농담이에요, 어제 내가 그 쪽보다 일찍 잠들었는데 들었을리가. 중간에 깨지도 않았고. 그니까 표정 좀 풀어요. 진짜 코 골았다 해도 그게 뭐 어때서. (제 말에 급하게 표정을 바꾸는 너에 다시 한 번 피식 웃으며 어깨를 한 번 으쓱여주고는 밥을 입 안에 밀어넣었어. 제가 소세지 좋아하는 건 또 어떻게 알고. 다른 것도 집어 먹으며 빠르게 밥을 비우다보니 벌써 한그릇을 다 먹었어. 맨날 부실하게 밥을 차려먹다 네 덕에 몇 끼 배부르게 먹으니 살이 금방 오를 것 같아 걱정이 되긴 했지만. 제가 하지 말라해도 네가 설거지를 할 것을 알기에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물통 채로 몇 모금 꿀꺽꿀꺽 마시고는 네 빈 그릇까지 싱크대에 놓고 제가 고무장갑을 꼈어. 식겁하며 제가 하겠다 말리는 널 밀어내고 물을 틀어 그릇들을 씻기 시작했지.) 경호원으로 부른 거지 가정부로 부른 거 아니라니까요. 그 쪽 없을 땐 내가 먹은 거 다 내가 치웠어요. 이런 것도 못하진 않으니까 걱정 말고 가서 티비나 더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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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쓰니 톡은 항상 상황이 고퀄이라 기대한다 어떻게 이런 상황을 떡 뽑듯이 매번 뽑아오냐... (감탄)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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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81에게
(코를 골았다는 말에 기겁을 하고 제 코를 움켜잡는데 농담이라는 네 말에 금세 안도하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어. 골아도 뭐 어떠냐는 네 말에 조금 귀를 붉게 물들이고 고개를 내저어) 그래도 그건 아니죠. 태형씨가 제 코고는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치시거나 기분나빠하시면 곤란하니까... (뭐라 중얼거리며 말을 받아치고는 네가 식사를 다시 시작하자 저도 밥을 열심히 먹기 시작해. 네 그릇이 빈 것을 보고 그릇을 겹쳐잡아 싱크대에 놓으려는데 네가 빠르게 그릇을 뺏어가는 것에 의아한 표정으로 널 올려다봐. 뒤이어 너를 따라 일어나 고무장갑을 끼려는데 그것마저도 빼앗기자 울상을 지어. 내가 해야 되는데. 태형씨가 하면 안 되는데. 걱정 말고 가서 티비나 보라는 네 말에 거실과 네 등을 번갈아 바라보다 고개를 내젓고 네 팔뚝을 잡아) 가정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주인님이 일하시는데 티비를 볼 순 없습니다. 그냥 제가 하는게 마음 편한... (마음이 편하다고 말을 하는데 네가 매섭게 노려보자 입을 꾹 다물고 시선을 떨궈. 다시 그릇을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손가락만 꼼질거리며 안절부절하게 서있다가 네가 볼이 간지럽다며 물 묻은 고무장갑으로 어쩌지도 못하고 고개만 돌려 날 바라봐. 손가락으로 네가 말하는 부분을 찾아 살살 긁어주다가 눈이 마주쳤는데 묘한 감정에 순간 눈과 함께 가슴이 울렁거려. 화들짝 놀라 손을 떼고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결국 네가 설거지를 다 마칠 때까지 옆에서 알짱거리기만 했어. 고무장갑을 벗는 네 손을 잡아 조물조물 마사지를 하며 다시 고집을 부려) 설거지는 앞으로 제가 하겠습니다. 집안일도 시킬 거 있으시면 시키십시오. 다 할 줄 압니다. 부릴 사람 놔두고 왜 고생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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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런...! 그렇지 않은데...! (수줍) 고마워...다음에 올 때 무슨 상황으로 와야할지 매일 고민중이야 헿 좋아해주니 고맙당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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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92
글쓴이에게
(제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며 알짱 거리는 네가 신경 쓰여 힐끔힐끔 널 바라봤어. 가만히 좀 있지. 설거지를 끝내고 제가 고무장갑을 벗자마자 제 손을 잡아 끌어 주물주물 해주는 것이 물 때문에 제 손이 차가웠기에 네 손이 따뜻해 좋았기에 딱히 떼내지는 않았어. 울상을 지으며 앞으로는 제가 고집을 부리는 너에 널 힐끔 쳐다보고는 한숨을 내쉬어.) 그 쪽이 왜 부릴 사람이에요? 경호원이 무슨 시종인가. 알았어요, 다음부턴 그 쪽이 해요. (결국 너에 못이겨 네가 하라며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제 손을 열심히 주무르는 네 손을 잡고 소파에 앉아.) 계속 해줘요. 마사지 되게 잘한다, 그 쪽. (한 손을 너에게 맡긴채 반댓손으로 리모컨을 움직이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를 재방영하고 있는 것에 채널을 멈춰. 비를 맞는 건 싫지만 소리는 좋아하기에 부슬부슬 비가 오는 지금 날씨도, 적당히 따뜻한 집도, 방금 밥을 먹어 배가 부른 것도, 그리고 네 덕에 시원한 손도 모두 기분이 좋아 씨익 웃으며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 하도 많이 봐 대사까지 외워버린 영화를 나른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제가 그만해도 된다고 할 때까지는 그만 둘 생각이 없는지 이제는 제 반대쪽으로 와 반대 손을 주물거리고 있는 널 가만히 바라봐. 눈 되게 이쁘네. 제 손을 향해 내리깐 눈꺼풀에 자리 잡힌 쌍커풀 하며, 길게 뻗은 속눈썹 하며. 딱히 자각해본 적은 없는데 지금 보니까 진짜 잘생기긴 했네. 코도 높고, 피부도 하얗고. 제 시선을 느낀 건지 느리게 고개를 드는 너와 잠시 눈을 맞추다 천천히 제 손을 빼네 네 무릎 위에 올려놔.) 이제 됐어요. 고마워요. 저녁 밖에 나가서 먹을래요? 아까 뉴스 보니까 저녁 즈음에 비 그친다는데. 시간 되면 영화도 보고.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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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기다렸어!!!! 진짜 상황 꿀... 나 안그래도 결정 장애 있는데 맨날 수정 써놓고 한참 고민한다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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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92에게
(네가 손을 내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네 손을 주물러주며 도움이 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고 어쨌든 너와 손이 닿아있으니 기분이 좋다고 생각했거든. 반댓손까지 열심히 마사지하고 있다가 영화를 보는 줄 알았는데 자꾸 제 얼굴에 시선이 떨어지는 것 같아. 슬쩍 고개를 드어보니 역시 너와 눈이 마주친 것에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이는데 제 손에서 네 손이 빠져나가자 놓치지 않으려는 듯 잡아채려다 뭐하는 건가 싶어 그저 가만히 있어. 게다가 뒤이어 들린 네 제안이 너무 달콤했거든. 단박에 고개를 끄덕였지) 네. 괜찮습니다. 좋습니다. (너와 둘이 나가는 것도 좋았지만 역시 외식이라면 뭘 먹을까 기대도 됐고 집에서보다 더 큰 화면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니 가슴이 쿵쾅거렸지. 역시 넌 내 은인이고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인 것 같아. 눈을 빛내는 나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는 네 시선에 제가 또 너무 촌스럽게 굴었구나 싶어 시선을 피하고 입술을 꾹 깨물면서도 빨리 저녁이 되길 바라. 괜시리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그동안 요리책이나 봐야지 싶어 책을 집어들고 다시 네 옆에 앉는데 제가 머리를 긁적이던 행동에서 머리가 뻗쳤는지 네가 손을 뻗어 정리해주는 것이 느껴졌어. 흠칫 몸을 굳혔다가도 누군가 제 머리를 매만져준 것이 낯설고도 좋아서 슬쩍, 아주 살짝 네 손에 제 머리를 부벼. 잠깐만 만져줘도 이렇게 좋은데 쓰다듬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헤실 웃고 속으로 생각하다 너무 욕심을 부리진 말자 싶어서 책을 펴들고 손가락으로 글자를 짚어가며 꼼꼼히 읽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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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미안...상갓집도 가고 할머니 병원도 가고 동생 졸업식도 가고 하다보니 늦어졌다...
상황 좋아해주니 좋아(부끄) 그래서 말인데 혹시 나중에 하고 싶은 상황은 없니? 주제라도 던져줘...! (물 준비를 한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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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95
글쓴이에게
(팔걸이에 팔을 대 턱을 괴고는 티비를 보다 아무 생각 없이 네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삐쭉 튀어나온 머리카락이 보여. 아, 저거 거슬리는데. 오지랖이라 생각하진 않겠지.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정리해주고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띄우는데 네가 제 손에 머리를 슬쩍 비비는 것이 느껴져. 눈치는 보였는지 정말 살짝 머리카락을 부비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하는 너에 헛웃음을 터뜨리고는 네 앞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어줘. 네가 꽤 놀란 눈을 저를 바라보자 씩 미소를 띄운채로 손을 거둬.) 머리 비비는 것 같길래. 싫으면 말고요. (손을 내리고 다시 티비로 시선을 돌리는데 고개를 돌리기 전에 본 네 얼굴이 왠지 빨갰던 것 같아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하다 집이 더운가, 하고 생각을 하며 널 다시 돌아봐. 잘못 본게 아닌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네 볼이 괜히 발그레 한 것 같아 허리를 숙여 아래서 너와 눈을 맞춰.) 그 쪽 볼 빨개졌는데, 더워요? 보일러 꺼줄까요? 더우면 말해요. (괜찮다는 네 말에 숙였던 허리를 피고 후대폰 홀드를 눌러 시간을 확인해. 이따가 영화 뭐 볼까 싶어 휴대폰으로 상영 시간표를 찾아보니 8시 50분에 시작하는 영화가 있어 너에게 영화 포스터를 찾아 보여줘.) 이거 볼래요? 이거 예고 되게 재밌다던데. 오늘 개봉한 거래요. 밥 먹고 이거 보면 딱 시간 맞을 것 같은데. (아무거나 상관 없다는 너에 고개를 끄덕이곤 영화 두장을 예매해. 아직 한참 남았네. 오늘은 뭐 입지. 머릿 속으로 오늘 입을 옷들을 대충 정리해보고는 다시 영화에 집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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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음... 내가 굉장한 상황 고자라서... 헤어진 연인?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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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95에게
(연이어 내 앞머리를 두어번 쓰다듬는 네 손에 더욱 머리를 부비고 싶었지만 왠지 조금 부끄러워져서 관둬.) 싫, 싫은 건 아닙니다. (그 와중에도 꿋꿋이 말을 하고는 요리책을 훑어보는데 아래로 치고 들어오는 네 얼굴에 깜짝 놀라서 움찔 몸을 떨곤 얼굴이 더 붉어져서 데굴데굴 눈을 굴리며 시선을 피해. 더우면 말하라는 네 말에 아니라고 고개가 떨어질 듯이 도리도리 내젓고는 책에 얼굴을 박다시피 해. 이미 책의 레시피들은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에 더듬거리며 한 음절씩만 읽고 있었어. 된, 계, 김, 콩, 닭... 그러다 다시 들려오는 네 목소리에 아무거나 봐도 상관없다고 대답하곤 조금 시간이 지나자 호흡도 제대로 돌아오는 것 같아서 책을 얌전히 무릎 위에 올려두고 차근차근 다시 읽기 시작해. 아까 봤던 영화 포스터가 조금 음침해보였지만 공포는 아니니까 괜찮겠지 싶어서 대수롭지않게 넘겨. 그런데 시간이 지날 수록 배도 부르겠다 집도 따뜻하겠다 적당히 시끄럽겠다 너도 옆에 있겠다.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서 자꾸 잠이 오는 거야. 요즘 왜 이렇게 낮잠을 자지, 하다가도 금방 떠오르는 생각에 수긍했어. 하긴, F구역에서 23살까지 살았으니 아직까지 더 보충할 잠이 많다 이거겠지. 작게 하품을 하다가 너를 돌아보니 너는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는 것 같았어. 혼자 떠드는 티비 속의 영화주인공을 바라보다가 픽- 하고 퓨즈가 끊긴 것처럼 눈을 감아. 그리고 기절한 것처럼 금방 잠에 빠져들었어. 그 와중에도 책을 꼭 붙들고 고개만 불편하게 꺾어 잠을 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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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한 번 왔었다! 근데 금방 끊겼지...ㅎ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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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97
글쓴이에게
(시내 근처의 맛집도 찾아보고 영화 다른 것도 이것 저것 찾아보고, 영화를 예매하고 어디로 밥 먹으러 갈지 까지 정한 뒤에야 휴대폰을 내려놓고 널 돌아보니 잠에 든 건지 소파에 머리를 기댄 채로 눈을 감고 있는 가만히 바라봐. 잘 거면 제대로 누워서 자지, 왜 이렇게 불편하게 잔담. 제가 눕혀주거나 하면 예민한 네가 깨버릴 걸 알았기에 네 손에서 조심스럽게 책을 빼 덮은 뒤 방에서 담요 하나를 가져와 너에게 덮어주고는 저도 낮잠이나 잘까 하며 기지개를 켜. 기상은 칼 같이 잘하면서 낮잠을 다 자네. 눈이 감긴 네 눈을 내려다보니 생긴 건 초롱초롱 애기 같이도 생겼네. 소리도 아기가 자고 있는 것 마냥 새근새근 소리를 내는 너에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는 담요를 네 어깨까지 제대로 덮어준 뒤 방으로 향해. 방에 들어가 베개에 머리를 뉘이니 분명 그렇게 졸리지 않았는데 방 안에 수면제를 뿌려놓기라도 한 건지 갑자기 잠이 쏟아지는 거 있지. 너도 편하게 침대에 가서 자면 좋으련만. 아, 이따 나갈 때 뭐 입어야되지. 잔뜩 풀린 눈으로 나른하게 천장을 마라보며 눈을 느리게 꿈뻑이다 이내 빗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저도 서서히 잠에 들어. 꿈인지 가윈지, 어제 공포영화에서 봤던 귀신들이 제 눈 앞에 낄낄 웃는 것에 온몸에 소름이 돋고 눈물이 나는데도 잠에서 깨질 않아 한참을 낑낑 대며 앓는 소리를 내다 다급하게 눈을 팍 떠. 다시 잠에 들긴 그른 것 같아 상체를 일으키고는 흥건하진 않지만 이마에 살짝 맺힌 땀을 팔로 훔쳐내. 나도 너처럼 무서운 걸 잘 보면 이런 일도 없으련만.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서 벗어나 물을 마시려 방을 나서 부엌으로 걸음을 옮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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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빴네!!!! 내가 해줄게 다음에 다시 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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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97에게
악... (목만 뻐근하게 꺾어서 잠이 들었더니 얼마 가지 못해 금방 잠에서 깨버렸어. 책도 손에 없고 담요가 덮인 걸 보니 네가 해준 것 같았어. 예민한 제가 깨지 않게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였을 네가 떠올라서 푸스스 웃음짓고 소파에 편하게 드러누워. 그러다 네가 끙끙거리는 소리를 듣게 되지. 벌떡 일어나 네 방으로 가려는데 문이 열리고 네가 나오자 어정쩡하게 상체를 일으킨 상태로 널 바라보고만 있어. 나를 신경쓸 겨를도 없는지 연신 손으로 이마를 훔치며 부엌으로 가는 네가 뭔가에 쫓기듯 무서워하는 것처럼 보였어. 도대체 어떤 것이 재수없게 널 자꾸 괴롭히는 걸까. 보이는 것이라면 바로 응징해주는 건데. 안타까움에 미약하게 덜덜 떨리는 손으로 물을 따라마시는 널 바라보다 조용히 발소리를 죽이고 다가갔어. 내가 가는 줄도 모르고 물을 마시는 네 뒤로 걸어가선 조심스럽게 널 끌어안았지. 얄팍한 허리가 금방 팔에 감겨 제게 안겨왔어. 깜짝 놀란 건지 네가 컵을 떨어뜨릴 뻔 했지만 한 팔을 들어 네 손을 감싸선 컵이 떨어져 네가 다치지 않게 했지. 널 좋아하는 건 맞았지만 지금은 정말 순수하게 네가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해서 널 안은 거였어. 조금 거칠게 숨을 내쉬는 널 끌어안고 어깨에 입을 맞추려다 그저 볼을 부볐지) 괜찮아. 뭐가 그렇게 무서워. 누가 자꾸 널 무섭게 해. 응? 내가 혼내줄게. 내가 지켜줄게. 착하지, 아가. (컵을 내려두고 네 호흡이 괜찮아질 때까지 널 다독이며 괜찮다는 말을 반복했어. 시간이 조금 흐르고 네가 배에 둘러진 내 팔에 손을 얹자 괜찮으니 놔달라는 뜻인 것 같아서 팔을 풀고 네 머리를 쓰다듬어줘) 악몽을 자주 꾸시는 것 같습니다. 무서우시다면 같이 자드리겠습니다. 바닥에라도 앉아있을테니 혼자 끙끙대지 마시고 차라리 절 부르세요. (네 이마를 다시 쓸어주곤 먼저 거실로 발을 옮겨. 시간은 벌써 3시. 누가 침입하지만 않는다면 7시까지는 조용히 있을 수 있겠지. 제발 오지 말라고 속으로 빌며 소파에 앉아 구석에 놔둔 요리책을 다시 펼쳐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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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그래야겠당...꼭 와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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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00
글쓴이에게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는데 뒤에서 갑자기 저를 안아오는 손길에 너무 놀라 그대로 주저 앉을 뻔 했어. 물론 네가 제 허리를 감아 안고 있었기에 그러진 않았지만. 저를 다독이는 네 말투에 좀 전까지만 해도 거칠었던 숨결이 잠잠해지고, 네 손길에 덜덜 떨리던 손도 멎었어. 네가 나를 다독일 때마다 하는 말투가 있는데, 그게 무슨 약이라도 되는 것 마냥 그 말투를 들으면 이상하게 진정이 되는 기분이야. 이제서야 좀 진정이 되자 네 손을 잡아 내리려 살짝 터치를 하자 알아서 뒤로 빠지는 네 모습에 컵에 남아있던 물을 들이키고는 싱크대에 놓고 네 옆으로 가 앉았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까처럼 다시 책을 읽는 네 옆선을 훔쳐봤어. 요새 들어 널 꼼꼼히 본 적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원래 사람 관찰을 자주 해서 그런가. 아무튼, 천천히 널 뜯어보니 검정 머리칼이 길게 내려와 네 이쁜 눈을 살짝 가리는게 맘에 안들어 인상을 살짝 구긴채로 네 앞머리를 노려보다 전에 제 머리가 좀 길었을 때 앞머리를 까려고 샀던 새끼 고무줄을 가져와 다시 네 옆에 앉아선 저를 보라는듯 제 허벅지를 툭툭 쳐. 네가 그 소리에 저를 돌아보자 히- 웃으며 네 앞머리에 손을 가져다 대. 뭘 하는 건지 상황파악이 되지 않아 당황스러운 얼굴로 제 손을 눈으로 좇는 너에 큭큭 웃으며 네 앞머리를 올려 사과 머리처럼 묶고는 그제서야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아, 됐다. 눈 가리는 거 되게 거슬려요. 나중에 나랑 같이 미용실 가서 잘라요. 그거 자꾸 찌르면 시력 나빠진대요. 그리고 이따 나갈 땐 앞머리만 다시 감아요. 아, 이거 귀엽네. (손을 뻗어 네 묶인 앞머리를 톡톡 건들다 베시시 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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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알 해놔야겠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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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00에게
(요리책을 살펴보는데 다시 네 시선이 닿아오는게 느껴졌어. 왜 보시는 걸까. 의문이 생겨났지만 괜히 시선을 두지 않기로 했어. 네가 날 봐준다는 것이 좋았거든. 그 시선을 무시하고 있자니 어딘가를 다녀와서 허벅지를 툭툭 쳐오는 손길에 책을 덮고 의문이 담긴 눈으로 널 바라봐. 히- 하고 네모낳게 웃는 네 모습이 천진난만하니 귀여웠지. 그렇게 해맑게 웃는 건 또 못 봤던 모습 같아서 넋이 나간 듯 맑은 네 얼굴만 보고 있다가 앞머리를 잡는 네 손길에 눈을 올려 네 손을 쫓아. 뭐하는 거지. 머리를 쓰다듬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네 손가락에 걸린 붉은색 새끼고무줄을 바라보고 있는데 몇 번 손가락이 꼬물거린다 싶더니 금세 그것으로 제 앞머리를 묶어내.) 이, 이게...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시력 나빠진다며 미용실 가서 자르자는 말에 뭐라 말을 하지도 못하고 어벙벙거려. 저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무말도 하지 못한 건 네가 귀엽다며 제 앞머리를 톡톡 건들고 웃어보였기 때문이겠지. 입 밖으로 차오르는 말은 많았으나 그냥 꾹 삼켜내고 너 몰래 작게 한숨을 내쉬어.) 좀 있다가 일찍 나가서 머리를 자르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아이가 천장에 매달린 모빌을 보며 손을 뻗듯이 네가 자꾸 제 앞머리를 손으로 건들자 그것이 귀찮을 법도 하건만 전혀 타박하지 않고 그러게 놔둬. 뭐가 그렇게 재밌지. 책을 덮어내고 너를 바라보곤 최대한 무심하게 바라보려 애썼는데 아이같이 밝은 네 표정에 결국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하고 저도 밝게 웃어버려) 별 거 아닌 걸로도 즐거워하시는 군요. 이렇게 좋아하시면서 앞머리 잘라도 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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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나만 국뷔톡 오는 거 아닌데 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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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06
글쓴이에게
그래도 눈 자꾸 찌르면 답답하잖아요. (네 묶인 앞머리를 가지고 놀다 그래도 너도 갑갑할테고 자르면 더 잘생겨질 것 같아. 하지만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네 머리를 만지작 가렸지. 살짝 갈색인 제 머리와는 다르게 아예 새까만 네 머리카락이 좋았거든. 또 평소와는 다르게 앞머리를 묶으니 네다섯살 아이같이 귀여운 네 얼굴도 좋았고. 머릿결도 좋다, 염색 같은 걸 한 번도 안해봐서 그런가. 네가 제 머리칼이 부드럽다 해줬는데 저보다는 네 머리카락이 너 부드러운 것 같은데. 제 웃음에 너도 절 따라 웃기에 네 머리에서 손을 거두고는 베시시 웃어보였어. 사진이라도 찍고 싶은데 그건 네가 기분 나빠할 수도 있으니 관두기로 하고. 아무튼, 그렇게 마주보고 웃고만 있으니 괜히 민망해져 마지막엔 멋쩍게 웃음을 지으며 다시 티비 쪽으로 몸을 돌렸어. 티비를 보고 있던 것도 아니었기에 티비에선 재미 없는 예전 드라마를 재방영 해주고 있었지. 좀 더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봤어.) 비 그쳤네. (언제 멎은 건지는 몰라도 비가 그치고 하늘은 아까보다는 살짝 맑아졌어. 그래도 구름이 끼어있는 건 여전했지만. 그냥 지금 기분이 좋았던 건지 비가 그친 것에 방실방실 웃으며 널 돌아봐.) 비 그쳤어요. 이따 나갈 때 우산 안들고 가도 되겠다, 그쵸. (네가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여주자 입꼬리를 한껏 당겨 미소를 지으며 창 너머로 보이는 마당을 바라봐. 잡초들이 푸슬푸슬 젖어있는게 아침에 이슬을 맞은 것 같아 이뻐보였어. 아까 악몽을 꾼 것만 빼면 오늘 하루는 하루종일 기분 좋은 것 같다. 얼굴에서 미소를 지울 생각이 없어보이는 절 바라보며 되려 흐뭇하게 미소를 짓는 네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살짝 돌리고 손을 뻗어 네 앞머리가 묶여있기에 네 뒷머리를 쓰다듬었어.) 이따 나가서 뭐 먹어보고 싶은 거 있어요? 내가 대충 알아보긴 했는데, 그 쪽 먹고 싶은 거 있다하면 거기로 가게. 나는 아무거나 상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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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쓰니 국뷔톡이 제일 좋아요 수밖에 못하는데 정국 공으로 와주다니...(감동)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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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06에게
(가만히 네게 머리를 내어주고 있다가 비가 그쳤다는 말에 고개를 돌려 밖을 바라봤어. 어둡긴 했지만 날이 그래도 개어 괜찮았지. 베란다의 통유리 너머를 바라보다 네게로 시선을 돌렸어. 밖을 바라보며 뭐가 그리 좋은지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네가 사랑스러워보였지. 시선을 느낀 건지 눈을 마주한 네가 부드럽게 뒤통수를 쓸어주자 아까처럼 짧게 강아지처럼 머리를 부비곤 떨어졌어) 고맙습니다. 근데 저는 태형씨가 고른 것으로 먹겠습니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게다가 아직 음식에 대해 아는 거라곤 여기서 나온 것들 뿐이라... (요리책을 쓸어내며 민망하다는 듯 헤실 웃어버려.) 저도 상관없습니다. 가리는 것도 없고. 다 잘 먹을 수 있습니다. (F구역에선 음식물 쓰레기를 먹었는데 여기선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거잖아. 당연히 더 잘 먹을 수 있었고 가리는 게 없었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뒤통수를 찾아오는 손길에 기분이 좋아서 아까보다 더 길게 머리를 부볐어. 그러다 내 머리를 쓰다듬는 네 손을 잡아선 조심스럽게 깍지를 끼고 말했지. 조금 부끄러워서 눈은 마주치지 못했어) 고맙습니다. (요즘들어 자주 네게 감사를 표하는 것 같았어. 입 밖으로 내뱉고 싶은 감사의 말들은 많았지만 제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조금 당황스러워하는 네 모습이라든지 너무 주절주절거리면 제가 불쌍하게 살았다는 걸 보여주는 꼴 밖에 되지 않아서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지. 역시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널 보고 웃음짓다가 깍지를 풀어내고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오는 건지 띠링띠링 계속 액정을 밝히며 소리를 내는 핸드폰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봐. '심심한데 놀자~' 라고 연락이 온 민지의 카톡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네가 눌러봐도 된다는 듯 눈짓하기에 '보기' 라고 떠있는 것을 톡 손가락으로 눌렀지. 그랬더니 화면이 확 켜지면서 민지와 했던 카톡창이 뜨는 거야.) 우와- (슬라이드 핸드폰이나 폴더폰은 봤는데 이런 터치폰은 처음이라서 너무 신기했어. 네가 푸스스 웃으며 이모티콘도 눌러 보여주자 더욱 바짝 붙어서 그것들을 구경하기 바빴지. 이모티콘은 움직이기도 하고 소리도 내고 여러가지 표정들을 갖고 있었어.) 신기합니다. 요즘은 이런 것도 있군요. 문자랑 전화는 아는데... (톡톡 키패드를 두드려보다가 문득 민지는 누군가 싶어서 슬쩍 널 바라봐) 친구 분이십니까? 오늘 놀고 싶어하시는 것 같은데...전 괜찮으니 두 분이서 노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너와 둘이 밖에 나가 노는 게 절대로 싫지 않았지만 그래도 친구랑 있는 걸 더 좋아할까봐 네게 그렇게 말해. 그래놓고 정말 네가 나 대신 민지라는 사람과 간다고 할까봐 제가 말해놓고 조금 풀이 죽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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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실 처음엔 수가 좋았는데 공 한 번 하고나니까 수가 더 어렵더라...애교부려주고 안겨오는 애들이 더 귀엽기도 하고ㅋㅋㅋ
그나저나 너무 길어졌다...길이 신경쓰지 마!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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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07
글쓴이에게
(제 휴대폰을 이것저것 눌러보며 휴대폰이 반응을 할 때마다 신기하다는 듯 연신 우와- 하며 놀라는 네가 귀여워 저도 모르게 푸스스 웃어버렸어. 머리까지 그러고 있으니 영락 없는 유치원생 같았거든. 귀여워. 턱을 괸 채 네가 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자 좀 전에 읽었던 카톡이 신경 쓰이는지 괜찮으니 둘이 놀으라며 말하는 너의 표정이 살짝 풀이 죽은 것 같아 속으로만 큭큭 웃으며 괜찮다는 뜻으로 고개를 가로저어.) 괜찮아요. 나 선약 깨는 거 되게 싫어해서. 얘랑은 나중에 놀면 돼요, 신경 쓰지 마요. 그 쪽이랑 먼저 나가서 밥 먹기로 약속했는데 얘 때문에 깰 순 없으니까. 얘 저 말고도 친구 많아서 괜찮아요. (제 말에 눈에 띄게 표정이 밝아지는게 보여 푸하, 하고 웃음을 터뜨려. 왜 웃는지 모르겠다는 듯 의아한 얼굴로 절 바라보는 너에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어. 은근 귀엽단 말이지. 태어나서 아기 외에 거의 처음으로 남자한테 귀엽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 내가 게이였나. 나름 진지한 생각을 잠시 하다 관뒀어. 남자를 귀엽다고 생각하면 다 게인가, 뭐. 아무튼. 제 휴대폰을 쥐고 있는 네 손을 당겨 이것저것 누르며 너에게 설명을 해줬어. 인터넷도 할 수 있고, 사진도 선명하게 잘 찍히고, 게임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뭐 이런? 넌 제가 하나하나를 설명해줄 때마다 눈이 휘둥그레 해졌지. 아, 귀여워. 아이콘을 터치 할 때마다 들어가도 되는 건지 제 눈치를 살짝 살피는 너에게 그냥 눈치 보지 말고 보라며 말하고는 부엌에서 과자를 한 봉지 가져와 다시 네 옆에 앉아 봉지를 튿어. 네가 제 휴대폰을 가지고 노는 동안 티비를 보며 가끔 네가 이게 뭐냐 물어보는 것에 설명을 해줬어. 별 것도 아닌데 제 말을 귀 기울여 새겨듣는 네 머리를 습관처럼 짧게 쓰다듬고는 네 무릎에 머리를 뉘였어. 네가 흠칫 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아무렇지 않게 과자를 입 안에 집어넣다 하나를 집어 네 입가에 가져다 댔어. 뭐냐는 듯 절 바라보는 너에 더 가까이 과자를 대자 멋쩍게 웃으며 입을 벌리기에 입 안에 과자를 넣어줬지. 너도 먹을 수 있게 하고는 입을 열었어.) 그 쪽도 휴대폰 살래요? 엄마한테 말하면 바로 사주시긴 할텐데. 워낙 신기해하는 눈치라서. 필요하면 나중에 엄마한테 말 해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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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국공 미는 건 또 어떻게 알고...ㅠㅠㅠㅠㅠㅠ상황도 포지션도 취저... 쓰니도 길이 신경 쓰지마요! 괜찮아!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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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07에게
(사실 민지가 신경쓰인 이유는 다른 게 더 있었어. 일단 여자 이름인데다가 너와 꽤나 친해보이기도 하고 같이 놀자고 먼저 스스럼없이 말하는 것이 혹시나 네게 관심을 갖고 있어서 자주 만나려는 수작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거든. 잔인하고 난폭한 F구역에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조금 연애에 대해 덜 떨어질지는 몰라도 아예 모르는 편은 아니었어. 그래서 조금 긴장한 상태였는데 다행히 선약이니 친구니 하며 괜찮다고 말하는 너에 민지는 몰라도 너는 그녀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 확연히 드러나서 뿌듯한 웃음을 지어. 그런 제 표정에 웃음을 터뜨리는 너에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도 네가 핸드폰을 쥐여주며 만져봐도 된다고 말하자 신기해서 이것저것 아이콘을 눌러봐. 옆에서 과자를 먹으며 제가 묻는 것에 친절하게 답을 해주는 너에 문득 저도 핸드폰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 이게 있으면 너랑 떨어져있어도 전화도 하고 이렇게 문자도 보내고 같이 게임도 할 텐데. 무엇보다 사진을 찍고 꾸미는 등의 기능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 사진이라곤 전혀 찍어본 적이 없었지만 너랑 같이 찍으면 엄청 좋을 것 같았지. 카메라를 켜놓고 요모조모 얼굴을 비춰보는데 제 머리를 쓰다듬은 네가 순간 무릎에 머리를 대오자 깜짝 놀라 몸을 떨었어. 그 와중에도 제가 몸을 떨다가 네가 내 무릎에 머리를 맞아 아플까봐 금방 몸을 정지시켰지만. 아무렇지 않게 행한 것이었는지 제 입가에 과자까지 들이미는 네 모습에 얼떨떨하게 과자를 받아먹으며 널 내려다봤어.) ...막상 보니 갖고 싶긴 합니다. 별로 쓸 곳은 없을 것 같긴 하지만... (여기에 제가 너처럼 친구가 있는게 아니니까 가져봤자 네 번호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거절은 안 하고 어정쩡하게 답하며 시선을 피해. 갖고 싶다고 티를 내는 것도 좀 무안했고 나를 올려다보는 말똥말똥한 네 시선을 받아낼 용기가 없었거든. 그러면서도 네가 더 내 무릎에 누워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편하게 자세를 고쳐앉으며 네 머리를 쓸어내렸어. 조금 모순적인 행동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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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난 국뷔러! 정국이 공은 옳습니다...아카미와 오빠미와 아재미가 그냥...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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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12
글쓴이에게
그럼 엄마한테 말해줄게요. 나중에 나랑 대리점 가서 하나 사오면 되겠네. 휴대폰 줘봐요, 엄마한테 말하게. (이제는 네가 머리를 쓰다듬어도 아무렇지 않았기에 과자를 입에 집어 넣으며 너에게 휴대폰을 받아들어 엄마께 톡을 보내. 네가 휴대폰이 있는게 저한테도 편하다 말하자 알ㅆ다며 돈 입금해줄테니 네가 남겨먹지 말고 좋은 거 사주라는 엄마의 말에 입을 삐죽이며 중얼거려.) 내가 맨날 구라만 치는 줄 아나... (네가 네? 하며 되묻는 것에 휴대폰을 네 눈 앞에 가져다 대.) 이거 봐봐요. 엄마가 아들을 안믿어준다니까? 진짜 서러워서, 원. 엄마가 지금 바로 입금 해준다니까 이따 나랑 나가서 하나 사면 되겠다, 그쵸. (카톡 창을 끈 뒤 다시 너에게 구경하라는 듯 네 손에 쥐어주고는 네 입에 과자를 다시 갖다대.) 그 쪽 먹으라고 이렇게 들고 있는데 왜 안먹어요. 먹어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잔데. (네 무릎에서 일어나 네 다리 사이에 과자를 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로 향해.) 물린다, 그 쪽 먹어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벌컥벌컥 들이키며 네가 과자를 입에 넣는 걸 바라봐. 제 눈치를 잠시 보다 맛은 있는지 느리지만 꾸준히 과자를 먹는 너에 푸스스 웃고는 방으로 걸음을 옮겨.) 나 씻고 나올게요. 어차피 나가기 전에 씻어야 되니까. (방에서 수건과 옷가지들을 챙겨 방 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샤워를 한 뒤 방문을 나서려 문고리를 잡는데 괜히 화장대 앞에서 잠시 고민을 하다 샤워코롱을 젖은 머리에 살짝 뿌리고는 방을 나와 네 옆에 털썩 안자. 뭐, 몸에서 좋은 향 나면 좋은 거니까.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 하고는 어느새 없어진 과자 봉지에 푸흐, 하고 작게 웃음을 터뜨렸어. 맛있나보네.) 과자 다 먹었어요? 안보이네. 그 과자 맛있죠. 나중에 마트 다시 가면 많이 사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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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원래 국슙러였는데 이 톡할 때마다 괜히 빙의한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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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12에게
(네가 보여주는 액정을 확인하며 푸흐 웃어버렸어. 내가 너의 어머니께 신뢰를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 투덜대는 네가 귀여워 머리칼을 잔뜩 헤집어놓으며 머리카락도 자르고 핸드폰도 사려면 적어도 6시에는 나가야겠다싶어 흘긋 시계를 바라봐. 5시. 네가 주는 핸드폰을 갖고 놀고 있으면 시간은 금방 가겠지. 네가 입가에 대주는 과자를 받아먹고 또 이것저것 아이콘을 눌렀어. 사진이나 찍어볼까. 과자를 먹는 것도, 멋대로 사진을 찍는 것도 눈치가 보여서 슬금슬금 과자를 먹으며 타이밍을 봐. 네가 된다고 해도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이는 건 부끄러웠거든. 다행히 씻으러 간다는 네 말에 나도 사진 좀 찍고 씻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과자는 금방 동이 났고 제 입맛에 맞아서 빈 봉지를 아쉬운 듯 짭짭 입을 다시며 바라보다 카메라 어플을 켜서 제 얼굴을 액정에 담아. 요리조리 각도도 바꿔보고 부산스럽게 움직이다가 겨우 사진을 한 장 찍어냈지. 봐줄민은 한데 제 눈엔 영 아니었어. 삭제해야지. 하단에 조그맣게 나온 사진을 삭제하려다가 잘못 눌러서 뒤로 나와버려. 다급하게 갤러리를 눌렀지만 다른 어플은 다 열려있는데 갤러리만 굳게 닫혀있었지.) ...망했다. (저거 삭제해야되는데. 이것저것 비밀번호를 눌러봐도 모르겠어서 혼을 빼놓고 있는데 네가 옆에 풀썩 앉아. 오늘따라 더 달콤하고 좋은 향기가 나서 코는 본능적으로 반응하여 킁킁댔지만 머리가 제정신으로 돌아오진 않았지. 과자를 더 많이 사오자는 네 말에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결국 말도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중에 들키는게 더 부끄러울 것 같았지만 네가 막 놀릴 것 같진 않았으니까.) 저, 저도 씻고 오겠습니다. (벌떡 일어나서 말하곤 방으로 가려다 그래도 달콤한 냄새가 나는 너를 가만 둘 수 없어서 멈칫하고 네 머리통을 가볍게 끌어안아.) 좋은 냄새. (기분 좋은 듯 나긋하게 말하고는 네 머리를 쓰다듬고 네가 핸드폰을 확인할새라 헐레벌떡 방으로 도망쳐들어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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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헤(뿌듯)♡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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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19
글쓴이에게
(제 머리를 잠시 끌어안고 있다 다급하게 네 방으로 자취를 감추는 네 뒷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다 네가 뭘 하기라도 했나 싶어 휴대폰으로 최근 접속 목록에 들어가. 최근 접속 목록에 카메라와 갤러리가 떠있는 것에 고개를 갸웃하며 갤러리 비밀번호를 풀고 들어가자 떡하니 보이는 네 얼굴 사진에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려. 이게 뭐야. 처음 찍어보는 걸 티 내기라도 하는지 얼굴 정면에 휴대폰을 두고 찍은 덕에 원래 네 잘난 얼굴보다 훨씬 못하게 나왔지. 민망해서 그렇게 빨리 들어간 거구만. 웃겨, 진짜. 카메라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사진을 찍고는 갤러리가 잠겨버려 당황했을 너를 상상하니 그게 너무 귀엽게 느껴져 푸스스 웃었어. 진짜 은근 귀여운 면이 있단 말이야. 이걸 가지고 널 놀리면 혹여나 네가 기분 나빠할까 싶어 티는 내지 않기로 해. 사진을 엔드라이브에 저장하고는 실실 웃으며 휴대폰을 가득 차지한 네 사진을 몇 번 손으로 매만지다 휴대폰 홀드를 눌러 잠그고는 내려놔. 미치겠다, 진짜. 이따 나가면 같이 셀카 찍자고 해줘야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흐뭇하게 웃고 있자 얼마 지나지 않아 네가 방에서 나와 싱글벙글 웃으며 제 옆에 앉으라는 듯 소파를 팡팡 쳐. 제가 실실 웃는게 뭔가 이상했는지 제 눈치를 살피다 쭈뼛쭈뼛 제 옆에 와 앉는 네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니 갤러리에 있던 네 사진이 겹쳐보여 결국 웃음을 작게 터뜨렸어. 아, 티 안내려고 했는데. 이유 모르게 계속 되는 제 웃음이 이상했는지 인상을 살짝 구기고는 저를 바라보는 너에 아니라며 손을 내젓고는 티비로 시선을 돌렸어.) 조금만 있다 준비하고 나가요. 나가서 사진도 많이 찍고, 응?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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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19에게
(말끔히 씻고 나와선 이제 옷 갈아입고 가자고 하려는데 싱글벙글, 뭐가 그리 좋은지 웃음이 떠나지 않는 네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려. 제 옆자리에 앉으라는 듯 팡팡 소파를 내리치는 네 행동에 더욱 수상해서 쭈뼛거리며 자리에 앉았지. 왜 그러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그럼 네가 기분이 상해서 정색을 하고 따져들까봐 입을 꾹 다물었어. 그래도 제 얼굴을 보며 풉- 하도 겨우 웃음을 참아내려는 네 모습엔 저도 어쩔수 없이 기분이 나빴기에 저도 모르게 인상을 조금 찌푸렸지. 왜 저러는 걸까. 하지만 그 답은 네가 하는 말에서 금방 알 수 있었어. 사진도 많이 찍자는 말에 목부터 얼굴과 귀까지 빨개져선 금방이라도 화산처럼 머리에서 용암을 뿜어낼 것 같았지. 눈을 크게 뜨고 입술을 꾹 깨문 채 어쩔 줄 몰라하다가 고개를 푹 숙여. 머리에서 모락모락 김이 날 것 같았어.) ...사진, 안 찍습니다. 안 찍을 겁니다. (너와 사진을 찍고 싶다고 생각해놓고 막상 네게 놀림받는다고 생각하니 기가 죽기도 하고 괜히 심통이 나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제 얼굴 밑으로 고개를 숙여 눈을 마주치려는 네 모습에 더욱 부끄러워서 네 어깨에 얼굴을 묻고 웅얼거렸지) 싫습니다. 저 사진 찍어본 적 없습니다. 안 찍습니다. 못생겼습니다. (제 얼굴에 자신감이 뚝뚝 떨어져서 네 어깨에 기대고 있다는 걸 자각하지도 못한 채로 종알거리다가 결국 벌떡 일어나버려) 준비가 다 되면 말씀해주십시오. 옷만 입으면 되니 금방 끝납니다. (아무래도 너와 같은 자리에 있을 수 없을 것 같아서 다시 방으로 도망쳐왔지. 요리책을 펼치고 읽히지도 않은 것을 억지로 읽다가 침대를 쾅 내리쳐) ...병'신. 그니까 그걸 왜 찍어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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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23
글쓴이에게
(얼굴이 터질 것처럼 새빨개져서는 방으로 휙 자취를 감추는 너에 결국 참지 못하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어. 웃겨 죽겠네, 귀여워 가지고는. 잔뜩 삐진 것 같은 너를 달래줄 심산으로 네 방문 앞에 서자 네가 침대를 쾅 내려치는 소리가 들려. 그 소리에 몸을 흠칫하고는 입을 앙 다물었지. 많이 화났나? 그게 그렇게 화낼 일인가, 장난인데... 아까보다는 한층 굳은 표정으로 네 방문을 두어번 두드린 다음 조심스레 문을 살짝 열고는 얼굴을 빼꼼 내밀었어. 침대에 엎드려 누운채로 고개만 돌려 제 쪽을 바라보는 너에 어색하게 허허, 웃으며 방으로 들어와 네 침대 맡에 살짝 걸터 앉았지. 확실히 네 방에 들어오면 네 냄새가 많이 나는구나.) 많이 화났어요? 난 그냥 귀여워서 그런 건데. 기분 나빴으면 미안해요. 그리고 그 쪽 잘생겼어요. 지금까지 내가 실제로 본 사람 중에 제일 잘생겼는데. 그니까 화 좀 풀어요. 응? 응? (네 동글동글한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네 쪽으로 얼굴을 가까이 하자 네가 얼굴을 뒤로 빼는 것에 저도 시무룩해져 입꼬리를 죽 내려.) 진짜 미안해요. 기분 나쁘라고 한 건 아니었어요. 그니까 이따 나가서 나랑 같이 사진도 찍어줘요. 나 외롭게 혼자 사진 찍기 싫은데. 내가 미안하다니까요? (뒷통수를 쓰다듬던 손을 거두고 허리를 제대로 핀 후 덮힌 책 위로 아무렇게나 올려져있는 네 손의 새끼 손가락을 살짝 잡아.) 앞으로는 그렇게 안놀릴게요. 그니까 이제 화 좀 풀어요. 내가 미안해요. 나 원래 이렇게 사과 잘 안하는데, 지금 내가 미안하다고 다섯번이나 말했는데, 응? 화 안풀 거에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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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23에게
(화가 난 건 아니었어. 그저 과거의 제 자신이 멍청이 같아서 그랬을 뿐. 방까지 쫓아올 줄은 몰랐기도 하고 쾅 침대를 내리친 소리를 들었는지 표정이 아까보다 굳어진 네 얼굴에 눈을 마주하기가 힘들어서 엎드린 채로 팔에 얼굴을 묻어. 귀여웠다느니 잘생겼다느니.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응? 응? 하고 연달아 묻는 너에 애초에 없긴 했지만 화난 것이 싸그리 녹아 없어지는 기분이었지. 그래도 아직 얼굴을 가까이하는 건 부끄러워서 고개를 뒤로 빼 거리를 만들었어.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내려 손가락을 조심히 잡아오는 손길에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지) 화난 거 아닙니다. 태형씨한테 어떻게 화를 냅니까. 전 그냥...태형씨한테 멍청하고 못생긴 모습을 보여줬단 생각에, 그게 부끄럽고 제 자신이 짜증나서 그런 겁니다. 화난 거 아니라고 하려고 했는데 태형씨가 너무 진지하게 말씀하시기도 하고...귀엽기도 하고, 아직 얼굴 보기가 조금 부끄러워서. (아직까지 귀를 빨갛게 물들인 채 웅얼거리다가 손을 꼼지락거리더니 곧 네 손 전체를 잡아 깍지를 껴. 그제야 안심한 듯 푸스스 웃는 너에 저도 폭 한숨을 내쉬곤 빼꼼 눈을 들어 널 올려다봤지) 오해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사진도 같이 찍겠습니다. 태형씨랑 사진 같이 찍고 싶었습니다. (조잘대며 끙차 몸을 일으켜 앉아서는 잡은 손을 살살 흔들었지) 이제 옷 갈아입고 나오십시오. 머리도 자르고 핸드폰도 사야됩니다. (배시시 웃고 손을 놓아준 뒤 옷장을 뒤적여 옷을 꺼내놓곤 바로 티셔츠를 벗어제꼈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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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27
글쓴이에게
(화난게 아니라며 제 손에 깍지를 껴오는 너에 그제서야 표정을 풀고는 베시시 웃었어. 다행이다, 화 난 거 아니어서. 제 손을 놓고는 옷을 벗는 너에 손을 흔들어주고는 자기도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어. 옷장 앞에 서서 한참을 고민하다 비 와서 날도 추울텐데 따뜻하게 입자, 생각하며 두꺼운 니트와 코트를 꺼내 갈아입었지. 머리도 정리하고 시계도 찬 뒤 지갑과 휴대폰을 챙겨 방을 나서자 먼저 갈아입고 기다리고 있던 건지 말끔하게 옷을 입은 채로 소파에 앉아있는 네가 보여 너에게 다가가 앞머리를 대충 정리해준 후 제 방에서 목도리를 꺼내와 너에게 둘러줬어.) 오늘 비 와서 추운데 왜 이렇게 얇게 입었어요. 그래도 놀러가는 거라고 정장은 안입었네. 잘했어요, 정장 또 입었으면 갈아입고 오라고 했을 거야. (네 목에 꼼꼼하게 목도리를 둘러준 후 네 옷매무새를 정리해주곤 만족스러운지 해맑게 웃어보였어.) 됐다, 이제 가요. (먼저 신발을 신고 집 문을 열어둔 채로 기다리는 너에 신발을 신고는 집을 나섰어. 혹시 그동안 누가 들어오진 않겠지, 잠시 생각을 했지만 설마, 하며 어깨를 으쓱이고는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을 나섰지. 비가 그쳐서인지 쌀쌀한 날씨에 코트 앞섬을 모은 뒤 걸음을 옮겼어.) 걸어가는 거 얼마 안걸리니까 걸어가요, 운동 삼아서. (요새 잘 먹고 잘 자서 그런지 아까 씻고 나와 몸무게를 쟀더니 살이 꽤 쪘더라고. 운동도 좀 할 겸 걸어가자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제 발걸음에 맞춰서 걷는 너에 괜시리 기분이 좋아 입꼬리를 올렸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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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27에게
(목도리를 꼼꼼히 둘러주는 네 손길에 얼굴이 빨개지지 않으려고 일부러 다른 생각을 했어. 출근하는 남편의 정장 옷매무새를 만져주는 아내 마냥 제 옷깃을 매만져주는 네 모습에 결국 참지 못하고 귀가 붉어졌지만 다행히 넌 모르는 것 같았어. 해맑게 웃는 너와 함께 집을 나서 우선적으로 미용실에 들렀지. F구역에서는 머리카락이 길어 거추장스러우면 그냥 칼이나 가위로 대충 거슬리지 않을 정도만 잘랐었지만 이렇게 의자에 앉아 무슨 스타일을 원하시냐며 옷에 머리카락이 묻지 않게 천을 둘러주는 건 처음이라서 얼떨떨한 표정으로 제게 생글생글 웃어주는 미용사 누나를 보며 어쩔 줄 몰라해.) 태형씨... (울상을 짓고 널 돌아보자 결국 네가 간단하게 스타일링을 부탁했지. 그 말에 가위가 수려한 손놀림으로 머리카락을 잘라내기 시작했어. 신기해서 두 눈을 말똥히 뜨고 있자니 미용사 누나가 손으로 눈을 가려주며 뜨면 안 된다고 하기에 꾹 눈을 감고 얌전히 말을 들었지. 잘생겼다느니 머리를 자르니 인물이 훨씬 낫다느니 이제 샴푸를 해주겠다느니 에센스는 필요없냐느니. 앵알대는 누나의 목소리에 머리가 울려서 그냥 네네 거리기만 하곤 머리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어) 미용실은 시끄러운 곳이군요. (파마를 하거나 염색을 하는 사람들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봤었기에 아직도 떠오르는 미용실의 모습을 잊을 수 없었어. 시끄럽고 신기한게 많은 곳. 미용실을 그렇게 정의내리곤 얼마 안 가 핸드폰 대리점에 도착했지. 무슨기종을 찾냐는 직원의 친절한 얼굴이 제게 바짝 다가오자 아까 미용사 누나의 모습과 겹쳐보여서 끄응-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네 손을 잡고 네 뒤로 그 큰 덩치를 숨겼어.) 태형씨가 아무걸로나 해주십시오. 저는 정말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제 것을 고르는 것보단 즐비하게 늘어선 핸드폰을 구경하는게 더 좋아서 금세 네 뒤에서 떨어져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다녔지)

10년 전
대표 사진
탄소228
글쓴이에게
(확실히 머리를 자르니 잘생긴 얼굴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 같았어. 잘생기긴 진짜 잘생겼네. 깔끔하게 정리된 네 머리를 잠시 만지작 거리다 이내 휴대폰 대리점으로 들어갔어. 자꾸 저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지 제 뒤로 자기 덩치를 숨기는 너에 푸스스 웃고는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어. 휴대폰들이 이쁘게 디스플레이 되있는 것이 신기한 건지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느리게 돌아다니는 너에 피식 웃고는 직원과 말을 이었지. 가장 최근에 나온 아이폰으로 고르고는 지금은 안되고 내일 오전 중에 개통이 된다는 말에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어. 휴대폰을 신기한듯 구경하는 너를 불러 서류를 작성하게 하고는 아직 주소를 다 외우진 못했는지 머뭇거리는 너에 집 주소를 대신 써주고 싸인을 시켰어. 대리점을 나서자 자기 휴대폰이 신기한 듯 이것저것 눌러보는 너에 네 휴대폰을 가져와 필요한 것들을 설명해줬어. 어플도 몇 개 깔고 문자 보내는 법, 전화 거는 법 등을 대충 설명해줬지. 눈을 빛내며 제가 말을 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거리는 네가 귀여워 네 머리를 쓰다듬어줬어.) 떨어뜨리면 잘 깨지니까 조심해서 써요. 휴대폰 생겼다고 계속 휴대폰만 보고 있으면 안돼요. 메모 들어가면 그 쪽 번호 있어요. 내 번호는 휴대폰에 저장 시켜놨고. 게임 너무 많이 하지 말고. 새 폰 생겨서 좋아요?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고는 감사하다며 꾸벅 숙이는 너에 나 말고 엄마한테 감사하라며 말을 하고는 네 폰에 제 엄마 번호를 남겨줬어.) 이거 엄마 번호에요. 이따 집 가서 감사하다고 전화 해봐요, 알겠죠? 이제 밥 먹으러 가요, 배고프다. 그 쪽 오늘 머리도 자르고 옷도 이쁘게 입어서 누가 번호 따가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장난스레 웃고는 네 소매자락을 잡고 걸음을 옮겨.) 돈까스 알아요? 돼지고기에 튀김가루 묻혀서 튀긴 건데 맛있어요, 바삭바삭 하고. 그거 먹으러 갈 거에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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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28에게
(집에 가자마자 네 말대로 어머니께 감사하다고 연락을 드리기로 다짐했어. 이제 배고프다며 밥을 먹으러 거자는 네 옆에 답싹 붙어서 길을 걷는데 문득 네가 장난스럽게 번호 따가는 거 아니냐는 말에 가슴이 두근거려. F구역에선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고 누군가 나를 맘에 들어해서 번호를 달라고 한다는 것이, 전에 너와 함께 있을 때 겪어봐서 알지만 꽤나 짜릿한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었거든. 그 때는 놀라기도 했고 번호가 없어서 얼버무렸지만 이번엔 진짜 번호도 있으니까. 그렇다고 쉽게 번호를 줄 생각은 없었어. 그러다보면 연락도 계속 해야되고 제 일은 널 지키는 건데 거기에 소홀해질까봐. 그리고 솔직히 번호를 따이고 싶다는 생각보단 네 반응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그랬어. 물론 난 너와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제가 널 완전히 사랑한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네가 질투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랐지. 이게 좋아하는 감정인지 잘 멍청하게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랬어. 소매를 잡아끌며 돈까스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주는 너에 고개를 끄덕이며 고소한 튀김 냄새가 나는 돈까스 집으로 들어가. 치즈 있는 걸로 먹어볼래요? 하는 너에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러겠다고 답했지. 그러다 제가 젓가락을 높이 치켜들어도 그만큼 쭈욱 늘어나는 노란 치즈를 봤을 적엔 역시나 눈이 커져서 반짝반짝 빛을 냈어.) 치즈가 막 길어집니다. 이거, 이거... (아이가 옹알이를 하듯 말을 더듬거리다가 치즈를 입에 넣고 우물거려.) 마싯씁니댜. (치즈를 쪽쪽 빨아 오물거리며 먹는 바람에 발음이 뭉개지는 것도 모르고 돈까스를 먹는 것에 집중해. 이렇게 맛있는 것도 있구나. 돈까스도 예외없이 엄청난 식탐으로 금방 식사를 마쳤지. 너도 식사를 다 한 것 같아서 값을 계산하고 식당을 나와 영화관으로 들어가. 시간대가 나름 괜찮아서 그런지 사람들은 무지하게 많았지. 게다가 이제 막 영화가 끝난 건지 나오는 사람들로 더 인산인해를 이루었어. 여기저기 어깨를 부딪히며 뚫고 나가는 앞 사람들을 보다가 네가 그 북새통 사이로 발을 들이밀자 후다닥 네 뒤에 붙어서는 널 백허그 하듯이 끌어안았어.) 위험합니다. 다치십니다. (두 팔로 널 끌어안고 있다가도 앞이나 양 옆에서 사람들이 온다 싶으면 팔을 펴서 그들을 가볍게 밀어 네게 닿지 않게 했어. 물론 뒤에서 미는 사람들의 힘도 제가 꿋꿋이 버텨서 네게 데미지가 가지 않게 했지. 제가 모르는 것은 많아도 힘을 쓰는 건 문제 없었기에 별로 힘들어하지도 않고 남들보다 빠르게 예매소 앞으로 가. 어느정도 사람들이 빠져나가 아까보다 한산해진 것에 안심하곤 네 바로 뒤의 의자에 목줄 매인 강아지처럼 얌전히 앉아 네가 오길 기다렸지. 배가 부르긴 하지만 팝콘은 처음일테니 여기서 한 번 먹어보라는 네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널 따라갔어. 작은 사이즈로 무슨 맛을 먹고 싶냐는 네 질문에 위에 걸린 전광판을 바라보며 고민하는데 순간 네가 발을 삐끗하며 다른 사람의 발을 밟은 거야. 나는 네가 누굴 밟았든지 알 바 아니고 그저 네가 넘어질 뻔한 것에 놀라 네가 다치지 않게 팔을 뻗어 받쳐주고 있던 터였지. 그 사람이 네 어깨를 퍽 밀치기 전까지는. 그 손길에 네가 휘청이자 반대쪽 손을 뻗어 허리를 받쳐주곤 짐승처럼 눈을 빛내며 상대를 바라봤어. 뭣도 모르고 여자친구 앞에서 가오를 잡고 싶어하는 허세남인 것 같았지. 뚱뚱한 몸집이나 몸에 가득한 문신이 귀여워보였어. 다시 네게 다가가려는 그를 밀쳐내고 머리채를 잡아냈어.) 저 사람 건들 생각하지 마. ㅈ되는 건 한 순간이야. 너 여기서 조지는 거 일도 아니니까. (고개를 들려고 해도 힘에서 밀리는 건지 바들거리는 머리통에 피식 웃고는 네 어깨를 감싸 품에 안고 태연하게 팝콘을 시켰어) 주인님이 먹고 싶은 걸로 먹겠습니다. 추천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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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데 엄청 길어ㅋㅋㅋ길이 신경쓰지 말아요8ㅁ8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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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31
글쓴이에게
(돈까스 집에서의 넌 완전 아기 같았어. 치즈를 먹어보지 못했을 것 같기도 하고 이 집이 치즈 돈까스가 유명한 집이었기에 치즈로 먹어볼래요? 라 말하자 뭐인지도 모르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너에 피식 웃고는 치즈돈까스를 두개 주문했지. 얼마 안가 음식이 나오고 비주얼에 눈을 동그랗게 뜬 네가 돈까스 속의 치즈를 젓가락으로 쭉쭉 늘이며 우물우물 씹는 모습에 연신 웃음을 터뜨렸어. 게다가 다 뭉개지는 발음으로 맛있다 말하는 넌 영락 없는 네 살짜리 애 같았지. 많이 먹어요, 라 말하자 제 말을 지키기라도 하는 건지 얼마 가지 않아 빠르게 접시를 비운 너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어. 엄마가 자식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게 이런 느낌인가. 네가 하도 잘 먹은 탓인지 저는 먹는 둥 마는 둥 해도 마냥 흐뭇해 기분이 좋았어. 계산을 마치고 돈까스 집을 나서 사람이 즐비한 시내 거리를 걸어 영화관에 도착했어. 시간이 시간인지라 사람이 정말 많아 한숨을 폭 내쉬었지. 이걸 언제 뚫고 지나간담. 그 많은 인파 속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네가 저를 확 끌어안는게 느껴졌어. 깜짝 놀라 몸을 흠칫 떨며 살며시 고개를 돌리자 제법 가까운 얼굴에 앞으로 시선을 홱 돌렸지. 깜짝이야. 얼굴 빨개진 거 아닌가 몰라. 아무튼 경호원은 경호원인지 팔뚝 힘으로 저를 주변 사람들에게서 조금 떨어뜨려 저를 안전하게 매표소로 데려다 주는 네가 아까 전 돈까스 집에서 본 애기랑 동일인물인가, 하고 한참을 생각했어. 그러면서도 네가 나름 듬직해보여 멋있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고. 매표소에서 아까 예매한 티켓을 끊어 곱게 접어 제 주머니에 넣고는 팝콘을 파는 곳으로 향했어. 제 바로 뒤에 의자가 보여 거기 앉아서 기다리라 말하고는 무슨 팝콘을 제일 좋아할까, 곰곰히 생각하는데 전광판이 잘 보이지 않아 뒤로 살짝 걸음을 옮기다 다른 사람의 신발을 밟았나봐. 네가 저를 버티게 해주는 손을 잡아 내리고는 재빨리 뒤로 돌아 죄송하다 말하자 제 어깨를 퍽 밀치는 힘이 너무 쎄 그대로 밀려나 주저앉을 뻔 했어. 네가 저를 잡아주는 바람에 그러지는 않았지만. 한순간에 저에게 보여주던 서글서글한 웃음을 없애고는 그 사람의 머리채를 잡아채는 모습에 당황해 네 반대쪽 팔을 잡아 말리려 했지. 순식간에 사람들이 우리를 둘러쌌어. 네가 무어라 그 사람에게 말하고는 네 어깨를 감싸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말하는게 잠시 무섭게 느껴져 너에게서 네가 눈치 채지 못하게 살짝 떨어졌지.) 아, 카라멜 팝콘 맛있어요, 달달ㅎ, (너에게 전광판을 손으로 가르키며 말을 해주는데 네 움직임이 느껴져 너에게로 시선을 옮기자 아까 그 남자가 기분이 어지간히도 나빴는지 씩씩 거리는 얼굴로 널 돌려세워 네 얼굴을 퍽 쳤어. 게이 새끼냐며 비아냥 대는 말은 기분을 팍 상하게 했지. 근데 지금은 그것보다 네 얼굴이 더 걱정이었어. 너보다는 제가 더 놀라 입술이 터져버린 네 얼굴을 살폈지.) 어떡해, 많이 아파요? 괜찮아요? 아니,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제가 그 사람한테 따지고 들려고 하기도 전에 괜찮다며 웃어보이고는 나를 옆으로 살짝 밀어내고는 한숨을 후, 내쉬는 너에 괜히 겁을 집어 먹고는 네 소매자락을 조심히 잡았지.) 싸우지 마요, 다치면 어떡해. (걱정하지 말라는 너의 말도 전혀 도움이 안됐기에 걱정이 잔뜩 묻은 눈빛으로 널 노심초사하게 바라보고 있었어. 그 사람의 여자친구도 겁을 먹은 건지 그 사람에게 미쳤냐며 화를 내고 있었지. 넌 아마 단단히 화가 난 듯 보였어. 진짜 안싸웠으면 좋겠는데. 손톱을 까득 물며 네가 자기 소매자락에서 잡아 떼어낸 손을 쥐었다 폈다 하고 있자 퍽, 소리가 나. 네가 똑같이 한번 때린 것 뿐인데 그 사람은 바닥에 주저 앉아 빨개진 볼을 쥐고 있었지. 넌 옷을 대충 털며 옷매무새를 정리하고는 다시 그 남자에게 가려는게 보여 다급하게 네 팔을 잡아 당겼지.) 그만해요, 그만. 나 피 안좋아하는 거 알면서 그래요. 영화 시간 거의 다 됐어요. 얼른 팝콘 사서 들어가요. 이만하면 됐잖아. (사실 제일 큰 이유는 제 주변을 둘러 싸고는 네 행동을 동영상을 찍고 있는 사람들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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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32
231에게
페북에 퍼지기라도 한다면 네 얼굴이 팔리는 건 시간 문제였으니까. 제 말에 조금 누그러진 네 표정이 보여 더 너를 보채자 네가 알겠다며 순순히 저를 따랐어. 한숨을 푹, 내쉬고는 일단은 인파 속에서 빠져나와 끈덕지게 따라붙는 시선을 무시하고는 사람이 조금 적은 곳으로 빠졌지.) 그렇게 싸우면 어떡해요. 입술 터졌잖아, 어떡해. 속상하게 왜 그래요. 아, 진짜... 내가 싸우지 말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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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더 ㄱ... (쿨럭) 쓰니도 길이 신경 쓰지 마요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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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32에게
(어느정도 협박을 해놨으니 남자가 제게 다가오지 않을 것 같았어. 조금 겁을 집어먹은 눈동자를 확인했거든. 그치만 여자친구와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 큰 덩치로 수모를 당한 것이 쪽팔렸는지 남자는 제게 온 힘을 실어 주먹을 날렸어. 네가 저에게 조금 멀어지는 것이 느껴져서 답지않게 뒤의 남자에게 집중을 못해 피할 수 있었음에도 주먹을 맞아버렸지. 덩치가 마냥 살은 아니었던지 입술이 퍽 하고 터져버렸어. 피가 싫다고 했던 네 말이 생각나 빠르게 혀로 피를 훑어내곤 그 남자에게 따져드는 네가 혹여 다치기라도 할까봐 널 뒤로 숨겼어. 열이 뻗쳐서 심한 말이 나올 것 같았지. 저도 모르게 버릇처럼 주머니에 든 칼을 꺼낼 뻔 했어. 소맷자락을 잡고 싸우지 말라는 네 말에 그러고 싶었지만 지'랄을 다 한다는 표정의 남자를 보자 참을 수 없었지. 그에게 다가가 있는 힘껏 주먹을 내질렀어. 제 두 배에 육박하는 덩치가 무색하게 그는 주먹에 맞아 풀썩 자리에 쓰러졌지. 저 망할놈이 감히 널 그런 시선으로 보다니. 감히. 감히 제까짓게 널. 분노를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다시 그에게 다가가려는데 네게 붙잡혀버렸어. 이제 이만하면 됐으니까 가자는 네 말에 순순히 너를 따랐어. 사람이 적은 곳으로 저를 끌고 가선 걱정스레 얼굴을 살피는 너에 차마 눈을 마주할 수가 없어서 눈을 내리깔아 시선을 피해버렸어. 움직이느라 풀어진 목도리를 더욱 여미고 네 손을 꼭 잡았지) 죄송합니다. 참지 못했습니다. 태형씨한테 해가 끼칠 것 같았습니다. (다시 피가 배어나오는 입술을 안으로 말아물어선 쪽 피를 빨아먹은 다음에 너와 겨우 눈을 마주치고 헤실 웃어버렸어) 영화 시간 늦겠습니다. 어서 가서 팝, 팝콘? 그것도 사고 영화도 봐야하잖습니까. (여전히 제 입술을 바라보는 네 볼을 살짝 어루만지곤 바로 손을 뗀 채 근처에도 팝콘을 사는 곳이 있기에 그 쪽으로 걸음을 옮겼어. 아까 네가 달달한 맛이 좋다고 했었던 것 같아서 직원에게 작은 사이즈로 달달한 맛 팝콘을 달라고 주문해. 팝콘이 타닥거리며 튀겨지는 모습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다가 저절로 벌어진 입이 상처를 건들여 작게 인상을 찌푸렸다가도 네가 걱정할새라 금방 포커페이스로 돌아왔어. 작은 팝콘통을 손에 쥐고 네가 이끄는 대로 영화관 안으로 들어가. 어두운 곳에 조금 경계하고 들어가며 겨우 자리를 찾아 앉았어. 커플석이니 뭐니 하진 않아서 바짝 붙어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저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과 네가 가까이 앉아있다는 것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지. 아까와 같은 덩치 큰 남자가 나올까봐 부산스럽게 여기저기를 훑어보다가 손을 꼭 잡으며 가만히 좀 있으라는 네 말에 그제야 얌전히 앉을 수 있었어.) 이것도 맛있습니다. (조용한 주변을 의식해 소곤거리며 말하고는 네가 살짝 웃으며 더 먹으라고 말해주자 아이처럼 고개를 마구 끄덕이고 팝콘을 입으로 밀어넣었어. 영화는 공포는 아니었지만 간혹 가다 잔인한 장면이 나왔기에 옆에 있던 네가 움찔거릴 때가 있었어. 그럴 때마다 괜찮다고 등을 토닥여주고 손을 잡아줬지.) 재밌었습니다. 영화라는 개 저런 것이군요. 또 봐보고 싶습니다.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싱긋 웃고는 오늘 본 영화의 포스터를 손에 꼭 쥐고 몇 번이고 바라보며 눈을 깜빡거렸어. 어둡고 큰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과 같이 웅장한 소리와 함께 엄청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는 영화는 정말 최고였지. 외국 영화였는데도 밑에 신기하게 자막이 떠서 불편하지 않게 볼 수 있었어. 영화관을 등지고 나오면서도 계속 뒤돌아보다가 너와 거리가 멀어진 것 같자 빠르게 붙어섰지.) 집까지 걸어가실 겁니까? (네게 물으며 거리를 둘러봤어. 아까 봤던 거리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지. 저번에 네가 술에 진탕 취했을 때와 같았어. 헐거벗은 여자들과 담배피는 남자들, 술에 취해 앞뒤 분간도 못하고 휘청거리며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 역시나 그런 사람들을 보면 네 걱정부터 됐기에 입 밖으로 하얗게 입김을 내뱉으며 주변을 경계하며 걸었어.) 빨리 집에 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길이 험하군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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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32에게
(근처에 떼로 싸우고 있는 무리들을 보며 말했어. 너도 고개를 끄덕이고 걷는 속도를 높이자 너와 보폭을 맞춰 걸으며 머리를 쓸어올려.또 건들면 더 참기 힘들 것 같은데. 술에 취한 사람과 눈이 마주치자 애써 웃어보이곤 호흡을 가다듬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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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름 맞춰서 썼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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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35
글쓴이에게
(어찌저찌 상황이 마무리 되고 죄송하다며 눈을 내리까는 너에 고개를 젓고는 괜찮다는 듯 웃어보였어.) 괜찮아요. 나한테 잘못 한 것도 아니고. (피가 터진 입술을 쪽 빨아 먹는 너에 괜히 제가 더 아픈 기분이라 인상을 구겼지. 네가 팝콘을 사러 가자며 걸음을 옮기자 널 따라 아까 싸운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아까 사려던 카라멜 맛 팝콘을 사들고 영화관으로 들어갔어. 어두운 곳이라 그런지 옆에서 부산스레 구리번 거리며 경계하는 네 모습에 제가 제일 거슬려 팔걸이에 놓인 네 손을 살짝 잡았어.) 가만히 있어요.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해. (지루한 광고가 끝나고 곧 시작하는 영화를 집중해 바라보고 있는데 액션 영화라 그런지 중간 중간 잔인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눈에 띄게 몸을 흠칫 떨었지. 그럴 때마다 네가 제 손을 꽉 잡아주며 다독여주는 것에 네 손이 동아줄이라도 되는 마냥 꼭 붙잡고는 영화를 끝까지 시청했어. 나름 재미 있었던 영화를 끝나고 영화관 건물을 나서는데 너는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본 영화가 마음에 들었는지 길거리에 나와서도 건물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게 느껴졌어. 귀엽기는. 피식 웃으며 집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자 거리가 살짝 벌어져 있던 네가 다급하게 달려와 제 옆에 붙는게 느껴졌어. 꽤 쌀쌀한 날씨에 코트 앞을 잠그고는 코트 깃에 얼굴을 묻은 채로 바닥만 바라보며 걸음을 조금 빠르게 옮기는데 길이 험하다는 네 말에 고개를 들자 네 말이 사실인 것 같았어. 시간이 시간인지라 다들 취해서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비틀비틀 걸어다니는 사람들, 서로 소리소리를 지르며 싸움을 하는 사람들. 그런 모습에 진절머리가 나 으, 하며 고개를 젓곤 아까보다 조금 더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어. 괜히 걸렸다 좋을 일 없으니까. 딱히 특별한 일은 없이 집에 도착하자 꽤 피곤했던 건지 긴장이 탁, 풀려서인지 잠이 몰려오기에 코트와 니트만 대충 벗어 제 방 친개 위에 던져둔 채로 거실로 나와 소파 위에 엎어졌어. 아, 귀찮은데 오늘은 그냥 여기서 잘까. 축 늘어진채로 엎드려 누워 눈만 깜빡이며 네가 앞에서 옷을 갈아입고 씻고, 자는 준비를 하려 왔다갔다 하는 것으로 눈으로 쫒았지. 네 옷이 바뀌고 머리가 젖어 나오는 과정을 다 눈에 담았지. 아, 잠 온다. 눈꺼풀이 무거워지는게 느껴져 딱히 잠을 이겨낼 이유가 없어기에 그냥 감기는 눈을 그냥 감아버렸지. 이러고 아침에 일어나면 허리도 목도 아플텐데, 너무 귀찮다. 네가 저를 깨우려는 손길이 느껴졌지만 일어나기가 너무 귀찮고 졸렸기에 무시하며 잠에 빠져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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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내가 지금 친척 집이라 길이가 너무 짧다... 미안해요, 진짜. 길이 편하게 해줘요. 나한테 안맞춰줘도 돼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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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35에게
(다행히 별 일은 일어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어. 집에 들어온 후에야 경계를 풀 수 있었지. 소파에 풀썩 눕는 널 보며 많이 피곤했구나 싶어서 말을 걸지 않기로 했어. 최대한 조용히 걸어다니며 잘 준비를 마쳤어. 하지만 씻고 옷 갈아입고 나올 때까지도 넌 가만히 소파에 누워있었지. 자는 건가. 여기서 자면 안 되는데. 소파 주위를 기웃거리다가 곤히 잠든 건지 네가 색색 숨을 내쉬는 소리에 조심스럽게 소파쪽으로 다가가 네 머리맡에 쪼그리고 앉아 네 얼굴을 바라봤어. 긴 속눈썹이 크고 예쁜 눈을 덮은 채였지. 천천히 손을 뻗어 이마부터 턱까지 손가락으로 이목구비를 훑어내렸어. 예쁘다. 잘생겼네. 움찔거리는 너에 더이상 얼굴을 쓰다듬는 걸 포기하고 널 살짝 흔들었어) 태형씨. 일어나십시오. 태형씨. (우응- 하며 잠투정을 한 네가 슬쩍 눈을 뜨는가 싶었지만 다시 눈을 감아버리는 것에 결국 네 목 뒤와 무릎 밑에 손을 넣어 널 안았어. 몸이 붕 떠오르자 자동적으로 제 목을 끌어안는 너를 더 안정적으로 안아들었지. 무겁지도 않은지 널 안고 침대에 천천히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기까지 했어. 이는 안 닦으셔도 되나. 그 생각을 하다가 방을 나가려는데 네게 옷깃이 붙잡혔지.) ...태형씨? (왜인지 제 옷깃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는 너에 당황스러웠지만 나름 기분이 나쁘진 않았어. 잠결인데도 옷깃에 주름이 질 정도로 꽉 잡은 네 손을 내려다보다가 조심히 네 손을 풀어내. 손을 풀자마자 인상을 쓰는 너를 우쭈쭈 달래며 깍지를 잡아꼈지.) 착하지, 아가. 코 자자. (손을 풀고 갈 수도 있는 것이건만 그러긴 싫어서 네 손을 꼭 잡고 침대 밑 바닥에 몸을 뉘여. 팔이 저릴 것 같았지만 그런 것 정도야 괜찮았지. 터져서 옅게 피딱지가 진 입술을 쓸고 눈을 감았어.) 따뜻하다. (네 손의 온기가 좋아서 바닥에 누워서도 미소를 짓고 잠에 들 수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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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그냥 내가 웬만하면 맞춰주고 싶었어요...! 근데 이번에 내가 짧아졌네...하핳 나도 동생들 돌보다보니까 한 줄 쓰고 놀아주고를 반복해서...허허허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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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37
글쓴이에게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잠에 들었다 일찍 잠든 탓인지 새벽에 눈이 떠졌어. 일어난김에 씻고 옷도 갈아입어야지.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벗어나려 하자 탁 걸리는 느낌에 깜짝 놀라 제 손을 내려가봐. 제 움직임에 깬 것인지 바닥에서 기신기신 일어나 졸린 눈을 부비는 너에 제 손 안에서 네 손을 빼내 놔주고는 울상을 지어.) 팔 안저려요? 이러고 잔 거에요? 뭐한다고 이러고 자. 팔 아프겠다. 바닥에서 자면 허리도 아플텐데. 얼른 방 가서 편하게 자요, 얼른. (네 팔을 잡고 억지로 일으켜 팔이 저린지 어깨를 돌리는 네 팔뚝을 조물조물 해줘. 왜 그러고 자고 있던 거지. 자기 방 있는데 불편하게 왜 굳이. 네 팔뚝을 이리저리 안마해주며 풀어주고는 방을 나와 널 네 방 앞으로 형해.) 얼른 들어가서 자요. 그리고 다음부터는 불편하게 그러고 자지 마요. 몸 상해. (걱정스러운 얼굴로 너에게 구구절절 말을 하고는 손을 뻗어 네 입가를 만지작 거려.) 아까 입술 터진 건 괜찮아요? 약은 발랐어요? 내가 발라주려 했는데 먼저 잠들어 버려서 못했네. 안바른 것 같은데 지금 발라줄까요? (네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널 거실로 데리고 와 불을 키고는 약통에서 연고를 가져와 네 옆에 앉았어. 네 턱을 잡아 제 쪽으로 당기고는 집중해서 네 상처에 면봉으로 연고를 발라주었지. 그 뒤 조그만 밴드로 붙여주기도 했어. 일반 밴드가 없어 뽀로로가 그려진 밴드로 붙여주었더니 누가 봐도 친구와 싸우고 온 골목 대장 모습이라 풉, 하고 웃어버렸지. 귀여워서 그랬다며 무마하고는 이제 들어가라는 듯 턱짓을 했어.) 난 옷 갈아입고 씻고 잘게요. 그리고 아까 나 옮겨준 거 고마워요. 너무 귀찮아서 걸어가기 귀찮았는데 허리 하나도 안이프네. 잘자요, 이따 낮에 봐요. (너에게 살풋 웃으며 살랑살랑 손을 흔들어 주고는 물을 마시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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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길이 상관 없어요 괜찮아요! 졸면서 써서 글 앞뒤가 안맞는다... 얼른 자야겠네 미안해요 먼저 잘게요 잘자요ㅠㅠㅠㅠ

10년 전
대표 사진
글쓴탄소
237에게
(밤이 지나고 새벽즈음이었을까. 갑자기 팔을 움직이는 너에 저도 잠이 깨버려. 팔을 올리고 자는 터라 조금 저리긴 했지만 어디가 불편하고 춥고 그랬던 것도 아니었지. 그리고 늘상 말하지만 그런 것 정도야 제게 심한 일도 아니었고. 눈을 부비며 괜찮다고 말하려는데 제가 어깨를 돌리는 것에 신경이 쓰인 건지 네가 조물조물 팔뚝을 주무르자 푸스스 웃음이 나와. 진짜 괜찮은데. 걱정어린 잔소리를 하는 너에 억지로 방 문 앞까지 끌려갔다가 입술에 약을 발랐냐 묻는 네 말에 다시 거실로 졸졸 따라가게 됐어. 제 턱을 잡아쥐고 집중하여 약을 발라주는 네 모습에 그대로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고 싶단 생각을 했지만 생각에 그쳤지. 그마저도 제가 미친'놈이라고 자신을 욕하며 생각하길 관뒀지만. 입가 끝에 작은 뽀로로 밴드를 붙이고나니 영 멋 없어보였어.) ...이게 뭡니까. (귀여워서 웃었다던 네가 손을 팔랑거리며 부엌으로 가자 가만히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졸졸졸 따라가서 폭 네 어깨에 얼굴을 묻었어. 허리를 끌어안진 않았지만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네가 놀라 몸을 굳히자 헤실 웃곤 입을 열었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것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불편하게 잤습니다. 걱정해주신 건 감사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가끔 태형씨는 혼자 자기 싫어하시는 것 같습니다. (주름이 진 제 옷자락을 매만지곤 어깨에 묻었던 얼굴을 뗐어) 더 주무십시오. 좀이따 뵙겠습니다. (꾸벅 인사를 하고 방으로 가 눈을 감고 잠을 청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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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자야겠다...잘 자요 굿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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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43
글쓴이에게
(내가 가끔 혼자 자기 싫어하는 것 같다는 네 말에 고개를 갸웃하고는 너를 바라봤어. 몇 년을 혼자 잤는데, 내가 혼자 자는 걸 싫어한다고? 그런가... 무슨 일 있었나.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는 방으로 들어가는 네 뒷모습을 바라보다 제 방으로 들어와 간단하게 세수와 양치를 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침대에 누웠지. 아침은 너한테 뭘 해달라고 할까. 뭐, 이런 쓸데 없는 생각들을 하다보니 얼마 가지 않아 잠에 빠져들었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어제 비가 왔어서 그런지 말갛게 갠 하늘의 햇빛이 창문으로 새어들어왔지. 시간을 확인하니 평소 제 기상 시각보다 조금 이른 열시였어. 넌 당연히 일어나 있을 거고, 오늘은 일찍 일어난 기념으로 아침을 먹어야겠다, 싶어 문을 열고 방 밖으로 나섰어. 역시나 자기 몸인 것 마냥 항상 달고 다녀 사준 제가 되려 뿌듯한 요리책을 소파에 앉아 읽고 있다 제가 나오자 제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너에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슬몃 미소를 띄웠어.) 잘 잤어요? 오늘도 칼기상이네. 안피곤해요? 대단하다. (네 옆에 풀썩 몸을 기대고 앉아 네가 보고 있는 요리책을 곁눈질로 힐끔힐끔 바라보다 아예 너에게로 시선을 돌려.) 나 오늘 아침 먹을 건데, 아침밥 해줄 수 있어요? 맨날 시켜 먹는 것 같아서 좀 미안하긴 한데 그 쪽 음식이 내 입에 맞아서. 저번에 삼겹살 구워먹고 남은 거 있는데, 김치 찌개 할 줄 알아요? 김치찌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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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오늘 하루종일 정신이 너무 없었다ㅠㅠㅠㅠㅠ 이제 좀 시간이 남아서 지금 썼어요 진짜 미안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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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43에게
별로 피곤하지 않습니다, 이 정도는. (네게 살풋 웃어보이곤 네가 내 옆에 앉는 것에는 이제 별로 놀라지도 않은 채 다시 요리책으로 시선을 돌렸어.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베이컨을 볶고 우유와 생크림을... 손가락으로 글자를 짚으며 읽고 있는데 문득 시선이 느껴져서 네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 그리고 들리는 말. 네게 아침을 해준다는 것이 귀찮다기보다는 음식이 입에 맞았다며 제게 먼저 음식을 해달라고 조르는 네가 좋아서 단번에 고개를 끄덕였지. 게다가 메뉴는 김치찌개. 저번에 된장찌개를 맛있게 끓인 전적도 있었고 된장찌개 레시피를 외울 적에 바로 옆에 있던 김치찌개 레시피도 이미 제 머릿속에 들어있던 터라 자신감은 더했지. 기대에 찬 눈으로 일어난 저를 올려다보며 고맙다고 인사하는 네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부엌에 들어섰어. 냉장고를 뒤적여 재료를 찾아내고 금방 요리를 시작했지. 네가 티비를 보는 건지 깔깔대며 웃는 소리가 들려왔어. 제가 티비를 보고 웃는 것도 아닌데 계속 웃음이 나서 입술을 꾹 깨물고 웃음을 참아가며 김치찌개를 완성시켰어. 맛있으려나. 먹음직스러운 빛깔로 보글보글 끓고있는 김치찌개를 내려다보며 제가 먼저 숟가락을 넣어 맛을 봤어. 나는 괜찮은 것 같은데. 그치만 확신은 없었지. 이제껏 내가 여기서 먹었을 때 맛있지 않았던 것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너를 불러야하나. 동그란 뒤통수가 키득대며 흔들리는 것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널 불렀어) 태형씨. (제 부름에 곧바로 고개를 돌려오는 네게 와보라 손짓했어. 총총거리며 네가 내 옆으로 다가오자 찌개를 조금 떠 호호 불었지. 그래도 뜨거울까봐 제 아랫입술에 살짝 대어 뜨겁지 않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네 입가에 숟가락을 들이밀었어) 한 번 먹어보십시오. 맛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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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니까뉴ㅠㅠㅠㅠㅠ나도 아까 집 와서 댓글 이제 달아요...흐엉엉8ㅁ8 연휴 잘 보냈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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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49
글쓴이에게
(네가 흔쾌히 수락을 하고 부엌으로 사라지자 네가 앉아있어서 바닥이 뜨끈한 자리를 꿰차 앉고는 티비 채널을 돌렸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예능이 재방송 중이라 채널을 고정하고는 한참 깔깔 거리며 웃고 있으니 네가 뒤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지. 잠시 와보라며 손짓을 하는 너에 자리에서 일어나 네 옆으로 다가가 서자 간을 봐달라 하는 건지 숟가락에 국을 떠주는 너에 고개를 빼 숙가락에 입을 가까이 하는데 제 아랫입술에 살짝 대보고는 그제서야 제 입 앞에 갖다 주는 너에게 싱긋 웃어주고는 한입에 슥 마셨어. 생각보다 세심하네. 제 입맛에 딱 맞는 간에 고개를 끄덕이며 너에게 엄지를 들어보이자 쑥쓰러운듯 베시시 웃는 널 따라 푸스스 웃으며 손을 뻗어 네 머리를 쓰다듬어 줬어. 귀여워.) 이러니까 무슨 신혼 부부 같네요, 그쵸. (네가 들고 있는 숟가락을 가져와 한입 더 떠먹고는 장난스레 말을 해. 왠지 모르게 네 귀가 빨개진 것 같기도 한데, 기분탓인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수고했다는 뜻으로 네 엉덩이를 두어번 팡팡 쳐주고는 건조대에서 그릇 두개를 꺼내 밥솥에서 밥을 펐어. 넌 많이 먹으니까 나보다 더 많이. 두 그릇 가득 밥을 채우고는 수저와 다른 반찬, 물 등을 함께 식탁 위에 올려놓자 찌개를 다른 그릇에 퍼 식탁에 올려놓는 너에 의자를 빼고 앉아 숟가락을 들고는 해맑게 웃어.) 잘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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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겠다ㅠㅠㅠㅠ 잘 보냈어요! 차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좀 피곤하긴 했지만... 쓰니는 잘 보냈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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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49에게
(엄지를 들어보이는 네 모습에 안도했어. 다행이다. 맛있다고 말해주며 머리를 쓰다듬는 네 행동에 고개를 살짝 숙이고 손길을 받아냈지. 기분 좋아. 강아지가 주인에게 쓰다듬을 받으면 이런 기분일까. 동물처럼 목을 긁어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 기분 좋은 티라도 내고 싶었지만 신혼부부 같다는 네 말에 그럴 수 없었지. 신혼부부? 서로 많이 사랑해서 결혼하고 가정을 꾸려 같이 사는 신혼부부? 눈에 잔뜩 지진이 나서 뭐가 제대로 보이는 게 없었어. 엉덩이를 팡팡 쳐주는 네 손길에 귀가 더욱 붉게 달아올랐지. 그래도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퍼뜩 정신을 차리고 찌개를 떠 가운데에 올려두었어. 잘 먹겠습니다! 하고 인사하는 네게 흐뭇하게 미소지어주고 식사를 시작했지. 그나저나 너도 나중엔 결혼을 하겠지? 나도...하려나? 누구랑 할까. 네가 사랑할 사람은 누굴까. 젓가락을 입에 물고 한참을 고민했어. 신혼부부. 네가 이룬 가정은 어떤 모습일까. 그러자 자동적으로 네 옆에 있는 내 모습을 상상했을 적에는, 크게 도리질을 치고 젓가락을 탁 내려놓았지.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땡글한 네 눈을 마주하며 다짐했어. 내 마음이 네게 짐이 되게 하지 않을 거야. 내 욕심만을 채우지 않을 거니까. 너와 네 아내, 그리고 네 아기도 다 내가 지켜야할 사람일 뿐인 거겠지.) 죄송합니다. 갑자기 목이 막혀서. (어색하게 웃곤 물컵을 들어 꼴깍꼴깍 물을 마셨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옆자리에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너무 미안한 일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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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 보느라 팔이 빠질 것 같긴 했지만 나름 좋았어요^-^ㅋㅋㅋ맛있는 거 많이 먹고 돈 받아서 더 좋다능...흐흐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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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58
글쓴이에게
(국물을 떠 밥까지 비벼가며 맛있게 먹고 있는데 갑자기 탁 소리가 나자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널 바라봐. 저와 눈이 마주치자 무슨 굳은 결의라도 한 듯 비장한 표정을 하고는 저를 바라보는 너에 의아한 눈빛으로 널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물 한 컵을 원샷하는 너에 입을 열었어.) 무슨 생각해요? 무슨 일 있어요? (아무것도 아니라며 손까지 내젓는 너에 입술을 삐죽이며 다시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밥을 입에 집어 넣었지. 무슨 생각을 하길래 저런대.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난 뒤 고개를 들자 저를 보고 있던 건지 바로 마주치는 시선에 살풋 웃어줬어. 왠지 모를 아쉬움에 밥그릇을 들고 일어나 밥솥 앞에서 밥을 한그릇이 조금 안되게 더 푸고는 자리에 앉았지.) 완전 맛있어서, 더 먹고 싶어서요. (너에게 실없이 웃어보이자 너도 절 따라 푸스스 웃는 것에 기분이 좋아 숟가락질을 조금 빠르게 했어. 그러다 국물을 잘못 삼켰는지 사이에 들어 버둥거리며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콜록콜록 기침을 해대고 있으니 제가 걱정 됐는지 제 옆에 서서는 등을 쳐주며 물을 건네는 너에 물 한 컵을 다 들이킨 후에야 한숨을 쉬고는 제대로 앉아 울상을 지었어.) 사레 들어서 그래요, 미안해요.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얼른 밥 먹어요. (그제서야 자기 자리에 가 앉는 너를 보고는 싱긋 웃다 헛기침을 몇 번 했어. 아, 목 아프다. 목을 매만지며 살짝 눈썹을 꿈틀이자 금세 울상을 지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절 바라보는 너에 티도 못내고 얼른 방긋 웃는 얼굴로 바꿔야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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ㅌㅋㅋㅋㅋㅋㅋㅋㅋ돈이 짱이죠 고생했어요! 맛있는 거 너무 많이 먹었더니 난 살 쪘더라고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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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58에게
(반절이긴 했지만 밥을 더 먹는 너에 뿌듯함이 배가 됐어. 다시 숟가락을 놀리는 너를 따라 밥을 먹는데 순간 기침소리가 나는 것에 깜짝 놀라 물컵을 들고 네게 달려가. 물을 입가에 대주고 등을 두드리니 울상을 짓는 너에 걱정이 얼굴에서 떠나가질 않았어. 신경쓰지 말고 가서 밥 먹으라는 네 손길에 떠밀려 자리로 돌아가긴 했지만 싱긋 웃는 네 모습에도 안도할 수 없었어.) 조심하십시오. 매운 음식이라 사레들리면 더 아프십니다. (목이 아픈지 목을 매만지며 인상을 찌푸린 널 봤지만 저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바로 웃는 낯으로 바꾸는 네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어. 괜찮다는 티를 내려는듯 다시 빠르게 숟가락을 놀리는 너에 기겁을 하고 제 젓가락으로 네 수저를 툭 쳐냈어. 쨍- 하는 소리와 함께 공중에서 굳어버린 네 옆으로 가 앉아선 숟가락을 뺏어들었어.) 그렇게 드시면 또 사레 걸리십니다. (잔소리를 짧게 하곤 밥을 퍼 네 입가에 갖다댔어. 괜찮다며 숟가락을 뺏으려는 네 손길에 가볍게 그것을 피하곤 다른 손으로 네 손을 잡아누른 후 다시 수저를 입에 댔지.) 이렇게 안 하시면 또 급하게 드실 것 같습니다. 얼른 드십시오. (네가 마지못해 밥을 앙 받아먹자 살짝 눈웃음을 지어주고 찌개를 떴어. 이미 어느정도 식어서 뜨겁지 않은 걸 알지만서도 또 아랫입술에 대어 뜨겁지 않은지 확인하곤 네 입가에 대줬어.) 천천히. (여전히 걱정이 되는 터라 다시 말을 덧붙이곤 네가 오물거리며 밥을 먹자 고기와 두부도 수저에 얹어 입에 넣어줬지.) 잘 먹네. (저도 모르게 아이를 대하듯 어르는 말을 내뱉고 푸스스 웃으며 다시 밥을 펐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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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운동하려구요...^^내일은 많이 먹지 않을 것...꼭...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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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60
글쓴이에게
(괜찮다는 제 만류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옆에 앉아 제 입에 밥과 국을 떠먹여주는 네 모습이 마치 아기 이유식을 먹이는 엄마 같아 웃음이 나왔어. 네 말에 따라 입을 아- 벌리고 음식을 받아 먹은 뒤 푸흐, 하고 웃음을 터뜨리자 왜 그러냐는 듯 날 바라보는 너에 별 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반찬을 손으로 가르키며 네가 주는 음식들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아먹고 있는데 문득 아직 밥이 많이 남은 네 밥그릇이 보여 벌리고 있던 입을 앙 다물었지. 입을 벌리라며 옆에서 연신 아- 소리를 내며 반찬을 얹은 숟가락을 들고 있는 네 손에서 숟가락을 채오자 눈을 살짝 크게 뜨고는 저를 보는 것에 입에 네가 퍼놓은 숟가락을 집어넣고는 우물우물 천천히 씹어 삼킨 뒤 고개를 돌려 널 바라봤지.) 이것 봐요. 나 이제 사레 안 걸리고 천천히 먹을게요. 그러니까 이제 가서 밥 먹어요. 아직 많이 남았잖아요. 난 그것도 모르고... 미안해요. (괜히 미안하고 속상해져 입꼬리를 축 내리며 얼른 가라는 듯 네 등을 억지로 밀어내자 그제서야 제 손에 떠밀려 자리로 가 앉아 네가 숟가락을 들어 밥을 입에 집어넣는 것까지 뚫어져라 바라보며 확인한 뒤 저도 다시 숟가락을 움직였지. 제 밥은 거의 바닥이었고 네 밥은 반이나 남아있었기에 부러 너에 맞추기 위해 훨씬 더 천천히 씹으며 널 기다렸어. 제 노력이 보람되게 거의 비슷하게 식사가 끝나 제 밥그릇, 수저와 네 밥그릇, 수저까지 한 번에 들고 일어나 싱크대에 담고는 널 돌아봤어.) 내가 설거지 한다 그러면 또 뭐라 할 거죠? 그래도 내가 할 거에요. 그 쪽이 밥도 해줬으니까. 잔말 말고 가 앉아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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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 운동... 운동이 뭐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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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60에게
(밥이야 너를 다 먹인 다음에 먹어도 되는 것이고 지금은 네가 더 걱정되었으니 계속 네 밥을 떠주는 것에 열중하는데 갑자기 숟가락을 뺏어드는 너에 깜짝 놀라. 제 물건을 뺏긴 아이 마냥 눈을 깜빡이며 너를 바라보는데 천천히 먹는다는 걸 보여주듯 오물오물 음식을 씹어 목구멍으로 넘기는 너를 가만히 지켜봤지.) 별로... (미안하다고 하며 울상을 짓는 너에 그렇게까지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말하려 했지만 저를 자리로 밀어내는 손길에 말을 채 잇지도 못하고 자리로 밀려나. 제가 밥을 입에 넣는 걸 볼 때까지 먹지 않겠다는 듯 숟가락을 들고 저를 가만히 보고 있는 네 모습에 마지못해 밥을 입에 밀어넣었지. 네가 나에게 템포를 맞춰주는 것 같아서 눈에 띄지는 않게, 그렇지만 평소보다 빠르게 밥을 먹어치웠어. 너와 동시에 식사를 끝마쳐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제가 물을 마시는 사이에 그릇을 모아 싱크대에 내려놓고 고무장갑을 들고 말하는 네 모습에 바로 네 옆에 서서 하지 말라는 듯 팔을 잡아왔지만 단호한 네 말에 결국 팔을 놓을 수밖에 없었어. 끙끙거리며 아픈 강아지처럼 주위를 배회하고 있자니 괜찮으니 어서 가라며 머리를 쓰다듬는 네 손길에, 그 따뜻한 손에 머리를 한 번 부비고 고개를 끄덕였지. 달그락거리는 설거지 소리를 귀로 들으며 고요한 거실에 앉아 베란다 밖을 내다봤어. 왠지 감이 안 좋았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침입자가 들어올 것 같았어. 그래도 아직 네 평화를 깨고 싶지도 않았고 단순히 제 감일 뿐인지라 고개를 내젓곤 요리책을 들어 다시 읽기 시작했지. 이걸 다 읽으면 하나 더 살까 고민중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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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나는 이제 개강 날 다가와서 해놔야돼요ㅠㅠ완전힌 아닌데 살짝 그 쪽 관련이라...체력 일찍 방전되면 교수님께 혼남 데헷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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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62
글쓴이에게
(설거지를 하려 고무장갑을 끼려는데 제 주변을 안절부절 못하며 알짱거리는 너에게 안보이는 귀와 꼬리가 생긴 것 같아 작게 웃으며 네 머리를 쓰다듬어줬어. 항상 그랬던 것처럼 제 손에 머리를 살짝 부비더니 거실로 나가는 네 뒷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어. 생각보다 깔끔하게 요리를 한 네 덕에 설거지 거리가 그렇게 많지 않아 생각보다 빠르게 설거지를 마쳤지. 행주로 주변을 한 번 닦고는 거실에 가만히 앉아있는 네 옆으로 가 털썩 앉았어. 저를 한 번 슬쩍 보고는 다시 요리책을 집중하는 너에 요리책이 그렇게 재밌나, 싶어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는 네 어깨 너머로 요리책을 보다 어깨를 으쓱이고는 휴대폰을 집어들었어. 어색하지 않은 고요함 속에서 휴대폰으로 이것저것 하다 어느새 등받이에 몸을 기댄 네 어깨에 머리를 댔어. 움찔하더니 저를 내려다보는 네 시선이 느껴져 눈을 올려 너와 잠시 눈을 맞추다 다시 휴대폰으로 시선을 내리깔았지. 생각해보니까 네 휴대폰엔 내 번호가 있는데 네 번호가 제 휴대폰엔 없는 것 같아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네 폰을 가져와 제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어. 자기 폰을 제가 가져가서 그런지 제 손을 열심히 눈으로 쫒는 너에 네 번호를 저장한 걸 보여주고는 베시시 웃었어. 생각해보니 저장은 정국이라 해놓고 맨날 내가 너에게 그 쪽, 이라 부르는게 생각나 괜히 어색해져 널 돌아봤어.) 근데 내가 그 쪽, 이라 부르는 거 안어색해요? 앞으로 정국 씨라 부를까요? 아님 정국이? 국이라 불러도 귀엽겠다. 국아- (말꼬리를 늘려 네 머리를 쓰다듬으며 장난스레 국아- 하고 부르다 손을 떼내고는 큭큭 웃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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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멋있다. 무슨 과인지 물어봐도 돼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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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62에게
(설거지를 하자마자 제 옆에 풀썩 앉는 네 모습에 살짝 움찔 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요리책으로 시선을 돌려. 핸드폰에 집중한 네 모습에 저게 그렇게 재밌나 싶었지. 나도 게임이나 깔아볼까. 산 이후로 아직 제대로 만져본 적도 없이 들고 다니기만 한 핸드폰을 떠올리는데 네가 어깨에 머리를 기대오는 것에 결국 움찔 몸을 떨며 놀라고 말아. 제가 몸을 떤 것도 알고 눈이 마주치기도 했는데 '그래서 뭐 어'쩌라고' 식의 표정을 짓다가 다시 핸드폰에 시선을 박는 모습에 큼- 목을 가다듬고 요리책을 한 장 넘겼어. 언제 이런 자세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되어버린 걸까. 너와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쿵덕거려서 숨을 쉬기가 어려웠지. 흡 숨을 참고 글자를 읽고 있는데 몸을 일으키는 너에 겨우 잡아뒀던 시선이 다시 널 따라가. 핸드폰을 가져와 번호를 저장하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호칭이 불편하지 읺냐는 네 물음에 잠시 고민했지. 싫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네가 정국씨나 정국이라고 불러주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았거든. 음- 하며 고민하는 제 머리에 별안간 손이 얹어지더니 국아- 하고 부르는 네 목소리에 결국 아까부터 숨기려 노력했던 것이 물거품이 됐어. 얼굴이 귀와 함께 벌겋게 달아오른 거야. 손등으로 입을 가리며 뒤로 확 물러나는 저를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너에 눈만 굴리다가 고개를 푹 숙여버려.) ...좋습니다. 그쪽도, 정국씨도, 정국이도, ...국, 국이도... (이번엔 목까지 빨개져서 어쩔 줄 몰라했어. 국이라니. 애인끼리 붙이는 애칭 같아보였거든. 얼굴에 오른 열을 식히려 요리책을 들어 부채처럼 펄럭이며 부쳤어. 오버했다고 생각하겠지. 왜 저러나 싶겠지. 그 생각에 더욱 부끄러워서 책 모서리로 머리를 콱 찍어버렸어. 다칠 정도로 세게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고통에 머리가 욱씬거리자 조금 나았지. 고통에 부끄러움이 조금 물러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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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좋은 학교에 좋은 과는 아닌지라...허허 좀 부끄럽지만...경찰경호예요 하핫...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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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64
글쓴이에게
(그저 장난처럼 네 이름을 부른 것 뿐인데 양 볼은 물론이거니와 귀 끝부터 목까지 시뻘개진 너에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싶어 양 손으로 팔랑팔랑 얼굴에 부채질을 해주며 널 바라보고 있었어. 근데 갑자기 책 모서리로 자기 머리를 콱 내리찍는 너에 당황해 네 손을 얼른 치우고는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 네 머리를 확 잡아 네가 내리찍은 곳을 확인했지. 심각하게 내리찍은 건 아닌 건지 살짝 빨개진 네 두피에 제가 다친 것 마냥 울상을 지으며 네가 내리찍은 곳을 손으로 문질렀어.) 괜찮아요? 갑자기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너와 눈을 마주하려하는데 자꾸 저와 눈을 마주하지 못하는 너에 괜히 시무룩해져 너와 눈을 맞추려 했던 몸을 빼고는 손으로 계속 네 머리를 문질렀어. 무슨 일 때문에 이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가 국이라 부른게 기분이 나빴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냥 장난이었는데, 그 정돈가. 말로는 좋다고 하면서 아니었구나.) 이러면 다치잖아, 그러지 마요. 내가 국이라 부른 거 기분 나빴어요? 앞으로 안부를게요, 이러지 마요, 응? 눈꼬리를 축 늘어뜨린 채로 네 머리를 계속 만지다 다시 몸을 살짝 일으켜 네 두피를 확인했지. 애초에 세게 친 건 아니어서 금세 다시 돌아온 네 두피에 한숨을 푹 내쉬며 아까처럼 편하게 앉았어.) 놀랐잖아요. 앞으로 이러지 마요, 진짜 다쳐. (네가 제 말에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서야 안심한 듯 네 머리에서 손를 떼고는 다시 너와 눈을 맞추려 몸을 뺐어.) 아프진 않아요? 아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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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멋있다 경찰경호... 예전에 나도 꿈이 경호원이었어요ㅋㅋㅋㅋㅋㅋ 쓰니 상황 중에 경호원이 많았던 것 같기도 하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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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64에게
(넌 정말 어지간히 눈치가 없는 것 같았어. 분명 좋다고 했는데도 빨갛게 달아오른 제 얼굴이나 책으로 머리를 내려찍는 행동을 기분 나빠서 그런 거라고 여길 정도면. 제가 미안하다며 이러지 말라고 울상을 짓는 너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지. 너를 품 안 가득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야. 그러지 말라고 반복해 말하는 너에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는데 다시금 맞닿으려는 듯 제 쪽으로 기울어지는 네 몸에 결국 조심스레 눈을 맞췄어. 널 안고 싶어서 손부터 나갈 것 같았지만 꽉 손톱을 손바닥 안에 박아넣으며 그것을 참아냈지. 안 돼. 하지 마. 이 사람을 품에 안으면 안 돼. 제 행동에 충격을 받은 얼굴로 멀어지는 네 모습이 눈에 훤했어. 그래도,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안 된다고 해놓고 머리는 이미 타협점을 찾아 움직이고 있었지. 그대로 네 어깨에 얼굴을 묻곤 숨을 내쉬었어.) 싫은 거 아닙니다. 기분 안 나쁩니다. 그냥...국이라는, 말이, 어, 처음 들어보는 호칭이라서...낯간지럽기도 하고 조금 가까워진, 것 같아서 기분 좋, 아서... (띄엄띄엄 말을 내뱉고는 네 어깨에 머리를 부비다가 고개를 떼곤 조금 말똥해진 눈으로 널 바라봤어) 정말입니다. 싫어서 그런 것 아니니...울먹이지 마십시오. (네 눈가를 손가락으로 사륵 쓸어주곤 아까 책으로 찍었던 제 머리를 손으로 문질러.) ...많이 아프진 않습니다. 부끄러워서, 그거 없애서 얼굴 빨리 가라앉히려고 일부러 찍은 거라.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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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원이 많았던...가? 허허 근데 과랑은 별개로 경호원이 취향이긴 합니다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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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66
글쓴이에게
(한참을 얼굴이 발개진 채로 더운 숨을 내뱉는 널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으니 제 어깨에 얼굴을 묻어오는 너에 저도 모르게 숨을 흡, 들이키고는 뻣뻣한 목만 겨우 움직여 널 내려다 봤어. 제 목덜미에 대고 숨을 쉬는 너 때문에 간지러워 몸이 부르르 떨릴 뻔한 걸 네가 불편해할까 겨우 참아내고는 띄엄띄엄 들려오는 네 말에 집중했지. 다행이 들려오는 네 말은 국이라는 호칭이 좋다는 말이었어. 다행이다, 앞으로 국이라고 가끔 불러야지. 얼마나 있었다고 네가 제 어깨에 있는 것이 익숙해져 네 뒷머리를 쓸어주다 네가 고개를 들고는 제 눈가를 사륵 쓸어주는 것에 저도 모르게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어. 눈을 뜨자 보이는 건 아까 네가 스스로 찍은 머리를 매만지며 부끄러운 걸 없애기 위해 찍은 거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뜨리며 네 손 위로 제 손을 겹쳐 올려 그 부분을 같이 매만졌지.) 누가 부끄러운 거 없애려고 자학을 해요. 앞으로 하지마요, 알았죠? 아, 그리고, 국이라 부르는 거 정말로 싫은 거 아니면 앞으로 종종 국이라 부를게요, 괜찮죠. 국이, 이쁘다, 이름. (얼떨결에 잡고 있던 네 손을 놓고는 손을 내렸어. 홍당무 마냥 새빨갰던 네 얼굴도 슬슬 원래 얼굴 색으로 돌아오는 것 같았고. 차츰 원래 색을 되찾고 있는 네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문득 생각난 오늘 요일에 아! 하는 탄식을 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어.) 오늘 쓰레기 버리는 날인데. (까맣게 잊고 있었네. 저를 따라 일어난 널 뒤로 하고는 쓰레기를 모아놓았던 곳으로 가 재활용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까지 모두 들고와 현관문 앞에 놔뒀어. 평소 같았으면 혼자서 여러번 왔다갔다 했어야 되는데, 오늘은 너 있으니까 같이 가달라고 해도 되겠지.) 이거, 쓰레기 밖에 나가서 버리고 와야되는데 같이 가줄 수 있어요? 내가 이거 한 번에 다 못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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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원... 조치.... 뭔가 쓰니는 문과일 줄 알아ㅛ어요ㅋㅋㅋㅋㅋㅋ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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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66에게
아프면 부끄러운게 생각이 안 나니까... (제 손 위에 겹친 네 손 때문에 다시금 말소리가 줄어들었어. 말 끝을 흐리며 고개를 푹 숙이다가도 국이, 이쁘다- 하는 네 말에 다시 배시시 웃음을 터뜨렸어. 예쁘대. 태형씨가 내 이름 예쁘대. 웃음이 입술을 계속 비집고 흘러나왔지. 제 이름이 처음으로 좋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었어.) 제가 버리고 오겠습니다. 방에 계십시오. (쓰레기를 같이 버리러 가달라는 너를 집 안으로 다시 밀어두고 양 손에 묵직한 쓰레기봉투를 한 손에 들고 상자에 담긴 분리수거 쓰레기들을 집어들었어. 그러나 역시 너는 싫다고 고개를 내저었지.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나오는 너에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내젓고 어느 한 곳에 배치 돼 있는 쓰레기버리는 장소에 쓰레기들을 종류별로 버리기 시작했어. 음식물을 버리고 작게 마련된 수도꼭지를 이용해 손을 헹구고 있는 널, 이제 비어버린 상자를 들고 가만히 바라보았어. 아무도 없는 한적한 거리. 하지만 그 순간 느껴지는 인기척에 빠르게 네 쪽으로 다가가서 널 품에 안고 상자를 들어 머리부분을 가려. 묵직한 돌이 날아와 상자를 뚫고 들어왔어. 다행히도 상자가 완충 역할을 해줘서 안으로 들어온 돌을 맞아 상처가 나는 일은 없었지만 의아했어. 그닥 먼 거리도 아니었는데 성인이 던졌다면 충분히 상자를 뚫고도 타격을 입힐 수 있었을텐데. 놀란 너에게 상황 설명을 할 틈도 없이 돌이 날아온 곳을 향해 달려갔어. 역시나 보이는 건 어린 남자아이. 기껏해야 10살 정도 남짓해보였어. 아마 이 녀석의 무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을 알고 있을 거였어. 우리를 간단히 해결하고 집을 독차지하려는 거겠지. 그렇게 성인 남자들을 조졌는데도 아직도 겁없이 덤비는 놈들이 있구나. 혀를 쯧 차고 아이의 팔을 뒤로 꺾어 붙들었어. 아이가 잡힌 것에 놀란 건지 무리들은 나오지 않았지. 주위를 살벌하게 둘러보다가 목을 꺾어 우득거리는 소리를 내며 겁에 질린 아이를 무심하게 내려다봤어. 동정심은 들지 않았지. 감히 널 해치려고 했으니까. 그리고 이 아이를 완벽히 해치워야 이 놈의 무리들이 덤벼들지 않겠지.) 행동대장으로 나서고 잡혔으니 마음의 준비는 됐겠지. 곱게 죽여주진 않을거다. (아이가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는 것이 듣기 싫을 것 같아 한 손으로 턱과 입을 억세게 우겨잡았어. 뚝뚝 눈물을 흘리는 것이 제 손을 타고 느껴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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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문과 맞습니다...티나는 구나...ㅎ...수학 너무 싫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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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70
글쓴이에게
(네가 쓰레기를 분리수거 하는 동안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네 옆에 서서 같이 분리수거를 마친 뒤 날이 추워서 그런지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아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밖에 나오지 않는 터라 저도 모르게 오만상을 찌푸리고는 손을 씻는 중이었어. 수도꼭지를 잠그고 물에 젖은 손을 탈탈 털며 너에게 집에 가자고 말하려는데 저를 갑자기 끌어안는 너에 그대로 굳어버렸지. 그 때 아프지 않게 제 팔뚝을 맞고 툭, 떨어지는 묵직한 돌을 바라보다 어버버 거리며 널 돌아보는데 넌 이미 돌이 던져졌던 곳으로 뛰어간 상황이었어. 이게 무슨 일인지도 몰랐고 상황 파악도 안됐기에 이도 저도 못하다 저도 널 따라 열심히 달려갔지. 나도 달리기가 꽤 빠른 편인데 확실히 네가 날쌔긴 날쌘 건지 이미 보이지 않는 너에 바쁘게 놀리던 발을 멈추고는 숨을 돌리며 천천히 널 찾으러 돌아다녔어. 근데 한 골목에서 꺽꺽 거리며 막힌 아이의 울음 소리가 들리는 거야. 어린 아이라면 누구든간에 사족을 못쓰는 나였기에 망설임 없이 그 골목으로 향했어. 그러자 보이는 건 작은 체구의 아이의 팔을 꺾은 채 냉정한 얼굴로 아이를 큰 손으로 욱여 쥐고 있는 너. 깜짝 놀라 단숨에 네 옆으로 달려가 네 팔을 낑낑 거리며 잡아 떼려했지. 저를 보며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도 아이를 잡은 손을 놓지 않는 너에 울상을 지으며 네 팔뚝을 잡고는 고개를 절레 저었어.) 왜, 왜 그래요. 애잖아, 응? 무슨 일인데 그래요. 놔줘요, 어린 앤데... (제 말에 더 큰 울음 소리를 내며 너에게 벗어나려 버둥거리는 아이가 무슨 일인지 모르는 내 눈에는 그저 안쓰러워 보일 뿐이었지. 혹여 돌을 던진 애가 얘라 하더라도 친구들이랑 장난치다 실수로 던진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무슨 일인데요, 응? 애 아프겠다. 무슨 일인지 말이라도 해줘요. 돌 던진 것 때문에 그래요? 친구랑 놀다 잘못 던진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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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글을 잘써서 그런 건데...!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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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70에게
(네가 날 따라와 팔을 잡는 것을 본 후에야 아차, 싶었어. 이렇게 제 주의를 끌어놓고 다른 녀석들이 널 덮치려고 했던 걸수도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울상을 지으며 제 팔을 꽉 잡고 어린 애니 놔달라고 하는 네 모습에 저도 모르게 인상을 썼어. 네 말에 탄력은 받은 녀석이 거세게 몸을 흔들며 저항했지.) 돌을 던진게 장난 같습니까? 적어도 제 주먹만한 크기였습니다. 그걸 머리에 맞으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십니까? 아무리 어린애가 던졌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머리를 다칠 수 있는 크기였습니다. (저도 모르게 조금 언성을 높여 얘기를 해. 네가 놀란 건지 제 팔을 붙잡은 채로 겁을 먹은 표정을 짓자 입술을 꽉 깨물다가 아이를 담장에 콱 밀어붙였어. 담장의 거친 표면의 얼굴이 부딪혀, 아직 여린 살갗이 쓸려 생채기를 냈지. 저도 어린 아이의 팔을 꺾는다든지 주먹질을 하는 게 좋은 건 아니었어. 하지만 네 안전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런 건데 네가 자꾸 막아서니 어떻게 해야할지 제대로 판단이 되지 않았지. 크게도 울어제끼는 녀석을 거칠게 제 손에서 떼어내고 낮게 욕을 뱉었어. 바닥에 엎어져 헉헉대던 녀석은 네가 일으켜주는 손을 내치고 재빠르게 어딘가로 도망쳤지. 아마 제가 있었을 무리로 돌아가는 거겠지. 저 아이의 말로 인해 무리가 겁을 먹고 오지 않는 것과 복수를 하겠답시고 떼로 지어 덤벼드는 것. 딱 두 가지였어. 후자라면 꽤나 골치아픈데. 그 무리에 어떤 사람이 있는 지 모르는 거니까.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쉬다가 아이를 거칠게 다룬 것 때문에 이유를 알면서도 제가 조금 미워보인 건지 불퉁한 입술을 하고 있는 널 바라보다가 먼저 발을 옮겼어.) 가시죠. 빨리 집으로 돌아가는 게 낫겠습니다. 어떤 놈이 들어갔을지도 모르는 거고. (구멍이 뻥 뚫린 상자를 주워 종이류 쪽으로 넣어두고 먼저 집 문을 열고 너를 제 뒤에 바짝 붙인 뒤 방 곳곳을 확인했어. 아무도 없고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음을 알고 나서야 경계를 풀고 너를 돌아봤지.) 어린애라 불쌍해보인 건 알지만, 쓸데없는 호의는 좋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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헿헤 고마워요(신남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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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71
글쓴이에게
(네가 저에게 언성을 높인 것은 처음이라 겁을 집어 먹고는 입술을 감춰 물었어. 이내 네가 작게 욕을 내뱉으며 아이를 내팽겨치는 것에 정신을 차리고 아이에게 다가가서는 아이를 일으켜주려 하는데 제 손을 쳐내고는 도망가버리는 아이에 시무룩해져 갈 곳을 잃은 손을 바지 주머니에 꽂았지. 제가 억지를 부린 것인지 골치가 아픈 듯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는 너에 그정도로 화낼 일인가, 하는 철 없고 어린 생각을 잠시 하며 입술을 비죽였어. 그래서 그저 집으로 향하는 널 졸졸 따라가며 네가 저를 보며 무어라 말할 때까지 입을 다물고는 조용히 있었지. 네가 저를 자기 뒤에 딱 붙이고 경계가 가득한 눈으로 집을 살피고는 쓸데 없는 호의는 좋지 않다는 네 말에 무어라 말을 하려 아래로 향하고 있던 고개를 들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이고는 몇번 주억거렸어. 사실 조용히 네 뒤를 따르는 동안 제가 너무 생떼를 쓴 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 조금 미안해진 것도 있고,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보이는 네 심기를 건들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했거든. 이내 평소와 다른 굳은 표정으로 제 머리를 가볍게 쓸어주고는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서 방으로 들어가려는 네 소매자락을 살짝 잡았지. 네가 나를 철 없게 생각할까, 그게 불안해 너한테 사과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거든. 저를 표정 없이 바라보는 너에 잠시 입술을 씹다 혀로 한번 쓸고는 애꿎은 바닥 무늬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입을 열었지.) ...억지 부려서 미안해요. 나 때문에 그런 건데 내가 괜히 떼 써서. 내가 원래 아이들한테 사족을 못써서 그래요, 미안해요. 어, 그러니까, 기분 풀으라고요. 기분 별로 안좋아보여서. (바닥으로 쳐박고 있던 시선을 살짝 들어 널 잠시 바라보며 눈을 맞추다 네 소매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고는 뒤로 돌아 방으로 걸음을 옮겼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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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71에게
(가만히 네 말을 듣다가 방으로 들어가려는 네 손목을 잡았어. 네가 움직임을 멈추고 다시 울적한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것에 네 손목을 잡은 채로 꾸벅 허리를 숙여 사과했어.) 죄송합니다. 감히 제까짓게...태형씨께 화를 냈습니다. 다른 뜻이 아니라 저는 다만, 태형씨를 다른 놈이 다치게 하려 했다는게 화가 나서. 그게 상대가 어리든 늙든, 당신을 상처입히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어째 점점 말이 길어질 수록 횡설수설하는 기분에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다시 눈을 마주했어.) 저도 어린애를 아프게 하는 것에 취미는 없지만, 아까 저 아이보다 더 어린 녀석이 온다고 해도 저는 아까와 같은 짓을 할 겁니다. 당신을 지킬 거니까. (입술을 꾹 깨물고 꼭 그럴 거라는 듯 단호한 표정을 짓다가 네 손목을 놓아줬지.) 쉬십시오. 점심...배 고프시면 부르십시오. 준비해두겠습니다. (부드럽게 웃어보이곤 나도 방으로 들어갔어. 나중엔 꼭 네게 까르보나라라는 걸 해주고 싶은데. 장을 봐올까. 조금 불편한 거라면 그거였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거? 물론 너와 같이 다니는 게 귀찮다는 뜻이 아니라 그냥 간단한 곳을 가는 건데도 너를 데리고 가야하는 게 불만이었지. 너는 집에서 쉬고 뭘 사오거나 일을 하는 건 나만 하면 좋겠는데, 혹시라도 누가 집에 들어와 너에게 해를 가할까봐 그러지 못하는 거. 널 더 편히 쉴 수 있게 하지 못한다는 거. 집에만 있어도 안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침대에 누워 턱을 매만지며 고민하다가 잠이 들었지. 아까 어린 아이를 만나서일까. 꿈에선 제가 죽인 사람들이 나왔어. 술 먹은 남자, 정신 나간 여자, 다리 한 쪽이 없던 어린 아이 등. 열에 여덟은 제게 먼저 공격을 해서 제가 죽인 사람들이었고 나머지 둘은 제가 살기 위해 먼저 공격을 했던 상대였지. 어둠 속에서 피칠갑을 한 그들이 끈적한 피를 떨어뜨리며 헤헤 웃고 있었어. 오지 말라고 소리치며 주먹을 내지르고 총을 쏘고 칼로 그어봐도 끔찍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며 제게 다가왔지. 결국 그들에게 붙잡혀 온 몸이 잠식되고 폐와 내장까지 그들의 피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들어차는 기분이었어. 소리를 지르지도 못하고 구역질을 하며 몸을 버둥거렸지. 눈을 들어올렸을 땐 웬 하얀 빛이 보이고 있었어. 살려줘. 살려줘요. 태형씨. 태형씨, 살려줘요. 빛에서 네 얼굴이 보이지도 않는데 주문처럼 네 이름을 외며 손을 뻗어 빛을 움켜쥐려 애썼어.) 으흐...허, 흐억- 태, 태형씨...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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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72
글쓴이에게
(네게 잡힌 손목 덕에 아직 울상인 채로 널 돌아봤어. 네가 꾸벅 허리를 숙이는 것에 네가 사과할 일이 아닌데 왜 나에게 사과를 하는 건지 몰라 살짝 의아하게 널 바라봤지. 그 이후로 상대가 누구든간에 저를 지킬 거라는 네 말에 입을 앙 다물고 가만히 듣고있다 네가 입꼬리를 살짝 당겨 웃는 것에 마음이 놓여 저도 널 따라 희미하게 미소를 띄우고는 고개를 끄덕였어. 이내 네가 방 안으로 들어가자 저도 방으로 걸음을 옮겼지. 걸치고 나갔던 후드집업을 벗고는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켰어. 컴퓨터로 이것 저것 하다 시간을 확인하니 열두시가 넘어가고 있었어. 아까 네가 저에게 배고프면 부르라 한 말이 생각 나 널 부를까, 하다 네가 요즘 계속 저에게 밥을 해줬기에 이번 점심은 내가 해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뭘 할까 냉장고를 살피며 대충 생각해보려 방을 나섰지. 냉장고를 열어보니 고기도 보이고 스팸도 보이길래 김치 볶음밥을 해줘야겠다, 생각하며 방으로 걸음을 옮겼어. 거창한 메뉴는 아니지만 내가 김치볶음밥을 진짜 좋아하니까 괜찮겠지, 뭐. 부엌에서 나와 넌 뭐하고 있나 싶어 네 방문을 두어번 두드리곤 대답을 하기도 전에 살짝 열어 널 바라보는데 침대에 누워 눈을 질끈 감고는 숨을 헐떡이며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너에 놀라 네 옆으로 빠르게 다가갔어. 안절부절 못하며 끙끙 대는 널 내려다보다 네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허공으로 손을 뻗고 있는 네 손을 잡고는 내린 후 네 이마에 가득 맺힌 땀들을 손으로 쓸어.) 왜, 왜 그래요. 일어나봐요, 응? (악몽이라도 꾸는 건지 몸을 파르르 떠는 넌 누가 봐도 안쓰러울 만큼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어. 네 모습에 마치 제가 그런 것 마냥 두 눈 가득 눈물이 맺혀서는 네 얼굴을 연신 쓸어주며 잡고 있던 네 손을 움직여 깍지를 꼈어. 제가 깍지를 끼자 네가 제 손을 더 세게 잡아오며 눈물을 떨구는 것에 옆에 있던 휴지를 조금 뜯어 네 눈가를 톡톡 쳐줬어.) 왜 자꾸 불러요. 나 여기 있어요, 응? 어디 아파요? 일어나 봐요. 국아, 국아. 일어나봐, 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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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72에게
(손이 가까워지는 순간 확 잡아버렸어. 태형씨. 태형씨. 빛을 잡자 천사처럼 하얗고 나풀거리는 옷을 입은 네가 부드럽게 웃으며 날 끌어안아왔지. 네가 날 안자 몸 속에 들어왔던 모든 것을 토해낼 수 있었어. 저를 짓뭉개던 사람들도 흐느적거리며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고 사라졌지. 울컥 피와 함께 검은 덩어리들을 뱉어낸 내 입가를 손으로 가감없이 닦아주며 활짝 웃는 너는 너무도 아름다웠어. 그 다정하고 너그러운 모습에 눈물이 절로 났지.) 난, 나도 처음엔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나도 무서웠어요. 차라리 죽고 싶었는데, 근데... (눈을 뜨자 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날 보며 손을 꽉 잡아주고 있었지. 꺽꺽대며 울음을 참으려 애쓰다가, 국아- 하는 네 목소리에 그대로 상체를 일으켜앉아선널 당겨 안아버렸어. 퐁퐁 눈물이 쏟아져서 한 손으론 제 눈물이 더럽게 네 옷에 닿지 않게 얼굴을 가렸고 다른 손은 깍지를 낀 채였지. 내 등을 토닥여주는 네 손길을 받으며 생각해보니 이런 꿈을 꾼 것이 처음은 아니었어. 그런데도 이렇게 더 많은 눈물을 쏟고, 네게 안겨들려고 하는 걸 보면 너에게 이미 제 생각보다 더 많은 의지를 하고 있고 더 좋아하고 있다는 걸 느꼈지. 좋아한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나오는 건 울음소리 뿐이었어. 숨을 헐떡대며 끙끙 앓다가 얼굴을 확인하려는 듯 저를 조금 품에서 떼어내 얼굴로 손을 뻗는 행동에 고개를 내저으며 두 손으로 허겁지겁 눈물을 닦아냈어.) 죄송합니다. 더럽습니다. 제가 닦겠습니다. 악몽을 꿔서...죄송합니다. (이미 빨개졌을 눈을 더욱 손으로 부비며 슬쩍 눈을 올려 널 바라봤어.) 배고프십니까? 밥, 차리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너에게 꿈에 대한 말을 하기도 싫었고 계속 울적하게 있는 것도 싫어서 말을 돌리며 꼬물꼬물 침대 위를 벗어났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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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74
글쓴이에게
(저를 끌어안는 너에 당황하기도 잠시 이내 몸에 힘을 풀고는 네 등을 하염 없이 토닥여줘.) 괜찮아, 국아. 괜찮아, 괜찮아. 아무 일도 없어. 울어도 돼. 힘들어 하지마. 국아, 정국아. 우리 정국이. 뭐가 그렇게 무서워. (한참을 끙끙 대며 앓더니 좀 잦아드는가 싶어 몸을 살짝 떼고는 널 바라보자 제가 볼새라 다급하게 눈을 벅벅 비벼대는 네 손을 조심스레 잡아 내렸어. 침대에서 벗어나려 하는 네 손목을 살짝 잡아 당겨 다시 침대에 앉혀놓고는 안그래도 눈물 때문에 발갛던 눈을 세게 비벼서 그런지 더 새빨갛게 된 바람에 속상한 마음에 입술을 꾹 물며 네 볼을 부드럽게 그러쥐고는 엄지 손가락으로 눈가를 살살 쓸어줬지. 제 손길에 조용히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너에게 살풋 웃어줬어.) 그렇게 벅벅 비비면 눈 상하잖아요. 안그래도 눈 빨간데. (악몽을 꿔서 그렇다는 네 말이 생각나 무슨 내용이냐 물어보려 입을 뗐다가도 그렇게 끙끙 앓았던 거면 입에 올리기 힘들어할까 싶어 금방 입을 다물었어. 땀에 젖은 네 앞머리도 정리해주고 볼을 타고 흘러내린 땀이며 눈물들을 쓸어올려 닦아준 뒤 네 어깨를 밀어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을 목까지 덮어줬어.) 점심은 내가 해줄게요. 힘들텐데 좀 쉬어요. 땀 식으면 추울테니까 이불도 잘 덮고 있고. 혹시 혼자 있는 거 좀 그러면 옆에 있어줄게요. 무슨 꿈인지는 모르겠지만, 어, 그 쪽 잘못은 아닐 거에요. 그니까, 죽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말고. 알았죠. 그 쪽 죽으면 나 좀 많이 슬프고 힘들 것 같으니까. 그리고, 그 쪽 아니면 나 누가 지켜줘요. 지켜준답시고 와서 나 죽이면 어떡해, 그렇죠? 나 계속 찾던데 나 어디 안가고 여기 있잖아요. 엄마 때문에 나랑 붙어 있기 싫어도 이제 맨날 붙어있는데. 걱정하지마요. 앞으로 무서운 꿈 꾸면 내가 옆에서 같이 있어줄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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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74에게
(괜찮다고 하는데도 기어이 땀과 눈물을 모조리 본인 손으로 닦아준 너에 못내 미안한 표정을 지었어.) 아픈 거 아니니까 밥 차려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네게 억지로 침대에 눕혀져 이불이 목 끝까지 올려지자 더 고집을 부릴 수 없었지. 진짜 괜찮은데... 그래도 내 잘못이 아닐 거라는 말, 내가 죽으면 슬플 것 같다는 말, 무서운 꿈 꾸면 옆에 있어주겠다는 말에 마음이 따뜻해졌어. 그리고 아까 정신없어서 제대로 듣진 못했지만 머리에 새겨뒀던, 우리 정국이- 라는 네 말도 떠올랐지. 내가 어느새 너의 마음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았어.) 고맙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수줍게 인사하곤 네가 방을 나서자 이불을 꼭 쥔 채 눈을 감아. 아직도 그들의 잔상이 남아 조금 무서운 감도 없지않아 있었지만 이젠 마냥 무섭진 않았지. 네가 나랑 있었으니까. 옆에 있겠다고 했으니까. 저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를 띄우고 누워있다가 얼마 후 네가 날 부르는 소리에 이불을 걷고 방 밖으로 나가. 맛있는 냄새가 난다 싶었더니 김치볶음밥은 보기에도 맛있어보였지. 맛이 괜찮을지 모르겠다는 네 말에 한 입 먹어보곤 네가 내게 해주던 것처럼 엄지를 들어보이며 웃었어.) 맛있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울어서 기력이 빠졌던 건지 더욱 밥이 잘 들어가서 만든 사람이 보람을 느낄 정도로 맛있게 먹었어. 후식으로 사과를 먹으며 이젠 좀 괜찮냐는 네 말에 대답하려는데 문득 지잉 진동이 울리며 네 핸드폰이 빛을 밝혔지. 보려고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메세지를 봐버렸어. 야, 너 여소 받을래? 라는 문자. 여소가 뭐지. 눈을 깜빡이며 핸드폰을 바라보고만 있자니 네가 민망한 듯 핸드폰을 가져가버리는 것에 시선을 돌렸어. 여소...'여' 니까 여자가 관련된 걸까.) ...여소가 뭡니까? (그럼 좀 곤란한데. 저도 모르게 살짝 울적한 표정을 지으며 네게 물어버렸지. 네가 나에게서 도망가버릴까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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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76
글쓴이에게
(얌전히 누워있는 널 바라보다 뒤로 홱 누운 바람에 흐트러진 네 앞머리를 마지막으로 정리해준 뒤 방을 나섰어. 부엌으로 향해 김치를 썰고, 고기도 썰고. 밥을 볶은 뒤 밥 위에 스팸, 김가루, 계란 후라이까지 올려놓으니 제가 만들었지만 진짜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싶어 괜히 뿌듯해졌지. 그릇을 식탁에 옮기고 밖에서 너를 크게 부르자 이내 네가 나와 식탁 앞에 앉았어. 사실 다른 사람에게 요리를 해준 경험이 많지 않았기에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으로 널 바라보고 있었지. 다행히도 맛있다며 저랑 똑같이 엄지를 들어 보여주는 너에 환하게 웃었어. 맛있다니 다행이다. 누가 봐도 참 복스럽게 먹는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게 먹는 너에 괜히 흐뭇해져 저는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네가 먹는 모습을 보고 있었지. 엄마들이 아들이 먹는 거만 봐도 배부르단 말이 이런 거구나, 를 몸소 체험하면서. 네가 네 앞에 있던 그릇을 깨끗하게 비우고는 저는 왜 안먹냐 물어오자 아, 하며 저도 밥을 빠르게 비우고 물을 들이켰어. 빈그릇을 싱크대에 넣어놓고 사과와 과도를 들고와 깎아주고는 포크를 찍어 네 입 앞에 갖다대자 수줍게 웃으며 받아먹는 너에 헤실헤실 웃고는 저도 사과 하나를 찍어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는데 크게 진동을 울린 제 휴대폰을 슬쩍 바라보자 내용은 평소 제가 솔로인 걸 못마땅해 했던 친구의 문자였어. 내용을 확인하고는 이유는 없지만 그냥 네가 별로 알지 않았으면 해서 살짝 급한 손길로 휴대폰을 집어 제 주머니에 넣어버렸지. 여소가 뭐냐며 왜인지 모르게 울적한 표정으로 저에게 물어오는 너에 뭐라 답해야 될지 생각이 곧바로 나지 않아 어버버 거리다 사과를 하나 콕 찍어 입에 집어 넣고는 우물 거리며 대답을 했지.) 그, 어, 여자 소개 시켜준다는 뜻인데. 아, 소개 안받을 거에요. 별로 받고 싶지도 않고. (묻지도 않은 너에게 아니라며 부정을 하고 있는 제 자신이 살짝 낯설어 너와 맞추고 있던 시선을 돌렸어. 그냥 네가 이상하게 생각 안했으면 좋겠어서.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생각을 하다보면 골치가 아파질 것 같아 빠르게 그만 두고는 연신 사과를 입에 집어넣었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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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76에게
(역시. 여자를 소개받는 거구나. 여자라는 말에 더욱 울적해질 뻔 했지만 급하게 소개를 받지 않을 거라는 네 말에 얼굴이 펴. 사과를 우물거리며 널 바라봤지. 물어볼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입을 열었어.) 왜...안 받으십니까? 태형씨는 잘생기셔서 예쁜 여자도 많이 만날 수 있으실텐데. 돈이 없는 것도 아니구요.혹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거나...독신주의십니까? (슬쩍 네게 질문들을 퍼부었다가 아차 싶었어. 나는 널 좋아해서 네가 여자와 같이 살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주제에 질문들이 왜 여자를 안 만나냐며 만나보라고 부추기는 꼴 같았기 때문이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포크를 입에 물고 잘근잘근 씹다가 다시 급히 덧붙였어.) 그, 그렇다고 아무나 막 만나보라는 건 아니고. 그저 순수히 궁금해서 그랬습니다. 태형씨가 여자를 만나길 바라는게 아니라...아니,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그게 아니라. 아... (멍청이. 말도 제대로 못하는 바보. 속으로 자신을 잔뜩 헐뜯다가 결국 말을 돌리기로 했어.) 오늘! 오늘, 저랑 같이 자주십시오. 악몽을 또 꿀 것 같습니다. 좀이따 저녁 때 같이 자주십시오. 제가 태형씨 방으로 가겠습니다. 바닥에서라도 좋으니까... (사람 좋아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구나. 널 안고 싶고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은데 함부로 그러지도 못했기에 언어능력이 더 퇴화되는 것 같았어. 게다가 나에게 전혀 그런 마음을 갖고 있지 않은 상대를 보며 욕정에 불타오른다는 것은 꽤나 많은 죄책감을 수반한 일이었지. 같이 자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네 모습에 안도하곤 사과를 담았던 접시를 들어 싱크대에 내려놨어. 제가 설거지를 하겠다며 나서는 너를 억지로 밀어냈지.) 제가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제가 하게 해주십시오. 제발. (뭐 제발까지냐며 얼떨떨해하는 네게 웃어보이곤 고무장갑을 꼈어. 아까 울어서 빨갛게 달아오른 눈이 조금 뻑뻑했지만 설거지를 하기 힘든 정도는 아니었지. 금방 깔끔하게 그릇들을 씻어내고 거실 소파에 앉아 티비 채널을 돌려보고 있는 네 뒤에 서서 잠시 고민하다 저도 소파에 앉아. 옆에 무게감이 느껴져도 티비를 바라보고 있던 네 옆선을 끈덕지게 눈에 담다가 네 무릎을 바라봤지. 눕고 싶다. 네 무릎을 베고 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만 줄창 할 뿐 실천이 안 돼서 결국 핸드폰을 집어들었어. 게임이나 해야지. 스토어에 들어가 이것저것 게임을 살펴보며 게임을 깔고, 네가 티비를 보는 것에 방해가 될까봐 미디어 소리도 알맞게 줄여놓고 게임을 실행시키길 반복했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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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77
글쓴이에게
(제가 아니라며 무어라 줄줄이 늘어놓자 마치 여자를 사귀라며 부추기는 듯한 네 말들에 왠지 모르게 우울해져 아랫입술을 감춰 물었어. 제가 여자를 만나길 바라는게 아니라며 제대로 말도 못하고 더듬거리며 횡설수설하는 너에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고는 널 바라봤지. 뭐'라는 거야. 그러더니 갑자기 말을 돌리며 오늘 같이 자달라는 너에 얼떨떨하게 알았다 말을 했어. 네가 또 악몽을 꿔서 끙끙 거리는 건 보기 힘들 것 같았거든. 제 승낙에 네 표정이 조금 밝아진 것 같아서 저도 기분이 좋아졌지. 이내 사과를 먹은 그릇까지 들고 일어나는 너에 제가 설거지를 하려 싱크대로 다가가자 제발, 이라는 말까지 붙이며 저를 뜯어말리는 것에 바람 빠지는 웃음을 터뜨리며 뒤로 물러섰어. 다시 소파로 돌아가 티비를 보고 있으니 설거지를 마친 건지 제 옆이 푹 가라앉는 것이 느껴져. 너일게 뻔하니까 돌아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계속 티비만 바라보고 있자니 제 옆 얼굴에 꽂히는 네 시선이 느껴졌어. 왜 쳐다보지. 당황하긴 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아 가만히 있었지. 이내 제게서 눈을 떼고 휴대폰으로 뭐라도 해보려고 하는 건지 이것저것 터치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게임을 하는 모양인지 휴대폰을 가로로 돌리고 톡톡 터치를 하고 있는 네가 보였어. 티비를 보며 힐끔힐끔 너를 볼 때마다 너는 더 집중한 얼굴로 인상까지 구겨가며 휴대폰 화면을 뚫어버릴 듯 바라보고 있었지. 저러다 중독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비장한 네 표정에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뻗어 네 게임에 방해되지 않게 조심스레 네 미간을 꾹 눌렀어. 네가 놀라서 저를 쳐다보는 바람에 어차피 게임은 죽게 됐지만.) 인상 구기고 화면 보면 시력 나빠진대요. 게임 너무 많이 하지 말고. (몇 번 네 미간을 문지른 뒤 손을 떼고는 다시 티비로 시선를 옮겼지. 또 다시 제 옆으로 붙는 시선이 잠시 느껴졌지만 이내 돌아갔기에 신경을 쓰지는 않았어. 저에게 방해되지 않게 소리를 줄이긴 했어도 소리가 켜져있긴 했기에 나긋나긋한 네 목소리 대신 제 옆에는 게임의 효과음만 제 귀를 채웠어. 그렇게 재밌나. 열심히 하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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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77에게
(갑자기 미간을 눌러오는 너에 놀라 시선을 돌리는 바람에 게임에서 죽고 말았어. 최고기록이었는데. 조금 아쉬웠지만 그것보단 네가 내 걱정을 해준 것이 더 기분 좋아서 소리없이 입꼬리만 올려 웃곤 티비로 시선을 돌리는 널 따라 나도 핸드폰으로 시선을 돌렸어. 게임은 다시 하면 되니까. 다시 뿅뿅 효과음을 내며 시작하는 게임에 몰두하고 있자니 네가 무슨 게임을 저렇게 하나- 하고 궁금한 건지 내 어깨에 머릴 기대왔지. 하지만 그 자세는 꽤나 불편했어. 제가 손에 아무것도 쥐지 않은 상태에서는 괜찮았지만 핸드폰을 들고 액정을 누르며 네가 머리를 기대느라 조금 몸으로 눌러오는 팔은 불편하다고 생각됐지. 결국 금방 죽어버린 캐릭터에 한숨을 내쉬는데 이거 재밌냐며 어깨에 기댄 그대로 눈만 맞춰 물어오는 너에, 몸을 비틀어 자세를 바꾸며 고개를 끄덕였어. 비켜달라는 의미로 알아들은 건지 네가 뒤로 물러나 제자리에 앉으려 했지만 그대로 팔을 뻗어 네 목을 감싸안았지. 제가 자세를 바꾼 덕에 나는 소파 팔걸이에 몸을 기댄 채였고 너는 내 품에 갇혀 내 가슴팍에 머릴 기대고 누워있는 꼴이 됐지. 잉? 하는 얼굴로 눈을 깜빡거리는 네게 액정이 더욱 잘 보이도록 팔을 앞으로 뻗었어.) 이제 좀 편하군요. (네 머리에 무겁지 않을 정도로 머리를 올리고 다시 게임을 시작했지. 자세가 편해서 그런가 아까 찍었던 최고기록을 넘는 점수가 나왔어. 그리고 다시 게임 시작.) 태형씨는, 애인 사귀어 보셨습니까? (게임을 하며 뜬금없이 들리는 제 질문에 네가 응? 하고 되물어왔어. 하지만 굴하지 않고 계속 물었지.) 뽀뽀도, 포옹도, 키스도. 다 해보셨습니까? (내가 당신의 처음이 아니란 것이 기분나빠. 표정은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지만 너는 보지 못했겠지. 동그란 정수리를 한 번 내려다봤다가 다시 입을 열었어. 어쩌면 조금 불만스러운 목소리였지.) 기분이 어떠셨습니까? 그냥...궁금해서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스킨십을 한다는 건...어떤가 싶어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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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79
글쓴이에게
(네 어깨에서 머리를 떼려 하는데 얼결에 네 가슴팍에 누운 채로 얼떨떨한 표정으로 네 휴대폰 화면을 바라봤어. 그러다 네 질문에 고개를 돌려 널 바라보려 했지. 살짝만 돌려도 얼굴이 맞닿는 것에 포기하고 그저 네가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대로 바뀌는 휴대폰을 멍하니 보고 있을 뿐이었지. 나한테 저 질문을 왜 하는 거지. 그 뒤로 그냥 궁금해서 그런 거라는 네 변명이 딸려왔지만 에 말투는 전혀 그런게 아니었어. 평소와는 다르게 불만이 가득 묻은 말투로 저에게 물어오는 너는 나한테 맘에 안드는 점이라도 있는 것 같았지. 그래서 지금 네 표정이 어떤지 보고 싶었던 것인데 지금 상황에서는 그럴 수가 없으니.) 사귀어 본 적은 있죠. 그냥... 좋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닿는 건데 뭔들 안좋을까. 심장 터질 것 같고. 얼굴도 터질 것 같고. 벅차고, 설레고. ...그래서 궁금한 건 좀 풀렸어요? 나도 연애 그렇게 많이 해본 건 아니라서, 사실. (작게 대답을 하는 네 말투가 왠지 모르게 울적한 건 기분 탓인가. 네 품에 안겨있는게 갑자기 어색해져 네가 게임에서 죽자 다시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네 손목을 잡아 살짝 떼어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어. 별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좀 어색한 기분에 소파에서 벗어나 물이라도 마시려 부엌으로 향했지. 소파에서 일어나 널 잠시 바라보니 너는 표정 없이 열심히 휴대폰 위에서 손가락을 놀리고 있었어. 네 말투가 미묘하게 달랐던 건 진짜로 그냥 내 착각인가. 이유는 없지만 괜시리 서운해져 고개를 팩 돌리고는 부엌으로 들어가 물을 따라 마셨지. 물을 마시며 소파에 있는 네 뒤통수를 한참동안이나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며 네가 앉아있는 소파에 앉지 않고 바닥에 앉아서는 티비 채널을 돌렸어. 자꾸 묘한 느낌이 울컥 올라와 그걸 없애기 위해 괜히 머리도 만졌다, 손톱도 바라봤다, 자세도 바꿨다. 몸을 가만두지를 못했지. 제가 자꾸 부산스레 움직이는 것이 거슬렸는지 저를 좇는 네 시선이 느껴져 저도 널 잠깐 바라보다 다시 티비로 시선을 옮기고 운직임을 멈춘 채 가만히 있었어. 어색해. 넌 안느낄지 몰라도 난 지금 너와 내가 평소와 조금 다른 기류가 흐르는 것 같았거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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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79에게
(목소리는 잔뜩 불만스러운 와중에, 속에선 난리였어. 왜 그딴 걸 물어봤을까 하고 자책하기도 하고 이런 자세를 해낸 제 자신에게 놀라기도 하고 향긋한 네 향이나 따뜻한 체온에 가슴이 쿵쾅거려 맞닿은 네 등으로 전해지지않을까, 좋으면서 걱정을 하기도 하고. 하지만 표정은 역시 풀어질 줄을 몰랐어. 역시. 해보긴 해봤구나. 그렇게 좋아 죽을 것 같은 감정을, 다른 사람과 나눴구나. 당연한 일이었지. 근데도 속이 상했어. 네가 열렬히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이, 그게 내가 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이 너무 서글펐지. 입 안의 여린 살을 꽉 깨물며 품에서 나간 네가 나를 돌아봐도 아무렇지 않아 보이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했어. 하지만 물을 마시고 온 너는 뭔가 이상함을 느낀 건지 계속 부산스레 움직여댔지. 괜한 말을 했네. 다시 죽어버린 캐릭터를 바라보다 핸드폰을 집어넣었어. 여기 같이 있어봤자 너를 불편하게 만들까봐 방으로 가려는데, 문득 네가 보던 영화에서 두 주인공의 격렬한 키스신이 나와. 외국 영화였는데 얼마나 리얼한지 혀가 드나드는 것도 다 보일 정도였지. 방으로 가기 위해 엉거주춤하게 일어나있다가 다시 풀썩 소파에 앉았어. 저게 키스구나. 저렇게 하는 거구나. 남자의 몸에 안겨 좋다며 웃는 여자의 표정에 조금 흥분이 되는 것도 같았지만 네가 다른 사람과 저런 걸 했다고 생각하니 금방 흥분이 식어버렸어. 저렇게 행복한 얼굴로 웃고 입을 맞추고 끌어안았구나. 네가 저렇게 했다는 것도 아닌데 머릿속으론 벌써 저 주인공에게 네 얼굴과 이름모를 여자의 얼굴을 합성시켜내고 있었지. 살짝 입까지 벌린 채 영화에 집중하며 침을 꿀꺽 삼켰어.) ...나도... (해보고 싶다. 뒷말은 눌러삼키고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지. 물론 누구랑 하고 싶다는 말을 하진 않았어. 그건 너였으니까. 너와 내가 키스를 한다니. 머릿속에 그려지는 상상의 모습에 흡 숨을 들이마셨어. 상상만으로도 황홀하고 기분 좋고 가슴이 벅차올랐지. 진짜 좋겠다. 아까 죽었던 흥분이 다시금 스물스물 올라오는 것 같았지만 아까도 말했다시피 나에게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을 상대로 욕정을 불태운다는 건 많은 죄책감이 들었기에 금방 다른 생각으로 덮으려 노력하며 괜히 영화의 영상보단 자막을 더 뚫어져라 집중해서 봤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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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81
글쓴이에게
(별 다른 생각도 못하고 멍하니 티비 화면을 보고 있자니 서로를 부서질 듯 껴안고는 혀를 섞는 주인공들이 보였어. 야동을 보다 걸린 것 마냥 민망해져 자꾸 마르는 입술을 혀로 쓸며 화면을 피해 시선을 이리저리 굴렸지. 그러다 너를 슬쩍 보니 방으로 들어가려다 말았는지 엉거주춤 자리에 앉는 너에 시선을 돌리며 한숨을 내쉬었지. 안그래도 어색해 죽겠는데. 타이밍 한 번 참 거지 같네. 그 장면을 계속 보고 있으면 괜히 느낌이 이상해질 것 같아 옆에 내려놓았던 휴대폰으로 시선을 돌렸어. 하지만 눈은 휴대폰에 있다해도 귀는 혀가 섞이는 질척이는 소리, 뜨거운 숨소리,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소리에 집중 되어 있었지. 그러다 문득 낮은 네 목소리가 섞인 것 같아 너를 다시 돌아보자 넌 화면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어. 뭐라고 한 거지. 얼핏 들은 네 말을 비슷한 음절과 이리저리 대입해보다 문득 한 말이 떠올랐어. 나도? 나도, 라고 한 거면, 자기도 키스 해보고 싶다는 소린가. 그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리겠지. 누굴까, F 구역에서 살 때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나? 당연스레 저를 제외하고는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굴지 생각했어. 사실 F 구역이 지나치게 잔혹하다 해도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에 계속 사람이 사는 거니까, 너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을 수도 있지. 그럼 너도 포옹도 해보고, 키스도 해보고, 그랬겠지.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당연한 거지, 뭐. 합리화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괜시리 서운한 건 어쩔 수 없었어. 내가 뭐라고 서운함을 느끼는지. 네가 내 애인도 아니고, 네가 저를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왜 내가 서운함을 느끼는 건지. 다시 머리는 혼란스러워졌지. 이건 다 네가 아까 이상한 질문을 해서 그래. 애초에 네가 그런 질문을 안했으면 내가 이렇게 어이 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일도 없을 거 아냐. 이건 다 너 때문이야. 죄도 없는 너를 머릿 속으로 탓하며 이 이상한 기류를 제가 버티지 못할 것 같아 소파에 앉아있는 너를 냅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향했지. 방문을 닫고 침대에 그대로 엎어졌어. 자꾸 심장이 간질거리는 것 같아 베개로 숨 쉬기가 힘들만큼 얼굴을 덮고는 색색 거리며 머리를 정리하려 애써.)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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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81에게
(안타깝게도 F구역에서 사람을 사랑해본 적은 없었어. 반반한 제 얼굴을 보고 여자들이 붙어온 적은 있었지만 그때마다 혼자 살기도 바쁜데 남까지 챙길 여유 없다며 내치고 또 내치는 저에게 질려서 결국엔 본인이 먼저 좋다고 해놓고 화를 내며 가버리는 경우가 허다했지. 이런 살벌한 곳에서 목숨 부지하기도 힘든데 누굴 사랑하고 안아주고 보듬어줄 여유가 나한텐 없었던 거야. 어느새 애정씬은 끝이 나고 다른 장면으로 넘어가버린 영화를 멍하게 바라보다 방으로 가려는데 네가 더 빨랐어. 먼저 방으로 들어가는 너에 얌전히 소파에 앉아있었지. 영화가 재미없었던 걸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는 티비 채널을 돌리려다 눈에 밟히는 요리책에, 티비를 끄고 책을 집어들었어. 까르보나라. 계속 이것을 만들려고 하는 이유는 아마 '까르보나라' 라는 커다랗게 쓰인 글자 옆에 작은 글씨로 '담백하고 고소한 맛에 애인도 다시 반하는 맛!' 이라는 오글거리는 문구가 적혀있기 때문일 거야. 책을 들고 레시피를 읊조리며 냉장고와 선반들을 어. 스파게티 면도 없고 생크림이나 파마산 치즈도 없었지. 오늘 만들어주고 싶은데. 지금 말 걸어도 될까. 네 문 앞에 서서 문고리를 잡지도 못하고 고민만 하다가 결국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어.) 저...잠시 마트를 다녀오고 싶은데, 집에 있으실 겁니까? (네가 집에 있겠다고 하면 온 집안의 문을 다 닫고 네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총 한 자루를 쥐여줄 생각이었어. 너에게 살인을 하라는 것이라든지 널 위험헤 빠뜨리는 상황 자체가 좋진 않았지만 저도 아주 약간의 눈치는 있어서 이유는 몰라도 네가 날 조금 피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 뭐, 이유도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았지만. 아까 내가 이상한 질문을 한 후부터겠지. 아무튼 네가 나와 있길 불편해하는데 억지로 데려가긴 싫다고 생각했기에 내린 결론이었어. 뭔가 힘들었는지 헥헥거리며 저를 조금 노려보는 네 시선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얌전히 네 대답을 기다렸어. 그나저나 역시 본인 방이라 그런지 네 향이 더 많이 난다고 느끼면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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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84
글쓴이에게
(한참을 그러고 있으니 숨이 차오르는 것에 베개를 떼자 때마침 네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어. 숨을 고르며 너를 바라보다 눈치를 보며 저에게 집에 있을 거냐 물어오는 것에 잠시 고민했지. 너랑 같이 가기는 아직 조금 어색할 것 같기도 한데, 집에 혼자 있기는 싫고. 어차피 계속 어색한 상태로 있을 수는 없으니 널 따라가야겠다. 짧은 생각을 마치고는 널 보며 고개를 가로 저었지.) 같이 가요. 옷 갈아입고 나와요. (네가 알겠다 하고 방을 빠져나가자 두꺼운 겉옷을 껴입고는 지갑과 휴대폰을 챙겨 방을 나왔어. 넌 아직 안나온 모양이라 먼저 현관으로 가 신발을 신고는 바닥에 주저 앉아 발장난을 치고 있으니 얼마 가지 않아 네가 나왔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나서자 네가 급하게 신발을 신고 따라 나왔어. 할 말도 별로 없고 저 혼자 느끼는 거지만 아직은 조금 불편해 입을 앙 다물고 있다 느리게 입을 뗐어.) 근데 뭐 사게요? 웬만한 건 잔뜩 사다놔서 집에 다 있을텐데. 뭐 필요한 거 있, 아. (널 바라보며 말을 하고 있는데 인도인데도 뒤에서 빠르게 오고 있는 오토바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네 쪽으로 붙어야했지. 너에게 딱 붙어 오토바이가 지나갈 자리를 내주고는 오토바이가 지나가자 처음처럼 너에게서 살짝 떨어져 섰어.) ...생각해보니까 딸기 다 먹었던데 딸기도 사가야겠다. 그 쪽 뭐 먹고 싶은 과일 없어요? 과일 좀 많이 사다놔야지. 근데 진짜 뭐 사려고 가는 거에요? 아까 오토바이 때문에 못들었네. (조용한 상황을 무마하고자 괜히 혼잣말도 섞어가며 너에게 계속 말을 붙였어. 너는 내가 왜 그러나, 싶었겠지만 너에게 계속 어색함을 느낄 수는 없으니 말이라도 많이 해서 풀어야지. 다행히 너는 별 거부감 없이 대답을 해주는 것에 안도하며 살짝 미소를 띄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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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84에게
(생각과 달리 순순히 같이 가겠다고 하는 너에 고개를 끄덕이고 방으로 가선 준비를 하고 나와. 먼저 나가는 너에 조급해져 빠르게 신발을 신고 네 곁에 섰지. 그때 뒤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고 마침 뒤를 돌아본 네가 오토바이를 피해 내 곁으로 붙어서는 것에 맞춰 팔을 뻗어 네 등을 감싸고 오토바이에 닿지 않도록 했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사라지는 오토바이가 사라지자마자 조금 거리를 두고 걷는 너에 시무룩한 표정을 지울 순 없었어.) 딸기도 사고...과일은 아무거나 다 좋아합니다. 태형씨 드시고 싶은 걸로 사십시오. 그리고 마트 가는 건...요리책에서 뭘 봤는데 그걸 만들고 싶어서 말입니다. 혹시 까르보나라 좋아하십니까? 그거 만들까 해서 그러는데... (네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면 낭패였기 때문에 이미 토마토소스 스파게티나 알리오 올리오 스파게티를 만들 생각이었기에 여유롭게 네게 물었어. 쉴 새없이 종알대느라 새부리처럼 튀어나온 입이 마냥 귀여웠지. 그나저나 오늘따라 왜 이렇게 차나 오토바이가 많이 다니는지. 인도라고 할 것도 없는 골목길에서 빵빵대는 자동차 쪽으로 선 네가 걱정되어 결국 네 팔을 잡아끌어 자리를 바꿨어. 잘 피하기만 하면 괜찮다는 네 말에도 고개를 내저었지.) 저도 잘 피하기만 하면 괜찮습니다. 저번처럼 제가 바보같이 굴다가 태형씨를 다치게 할 수도 있으니 이게 낫습니다. 제가 다치는 건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어깨를 으쓱이며 걱정 말라는 듯 듬직하게 웃어보였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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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86
글쓴이에게
까르보나라요? (제가 스파게티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이 까르보나라였기에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응, 완전 좋아해요. 해주게요? 맛있겠다. (웃으며 화답해주는 너에 탄력을 받아 한참을 쫑알쫑알 대고 있는데 저를 안쪽으로 끌어당기는 너에 네가 차에 부딪히기라도 할까 괜찮다며 다시 자리를 바꾸려 하는데 자기가 다치는 건 아무렇지도 않다는 네 말에 미간을 살짝 좁히고는 고개를 저어.) 그 쪽이 다치는 것도 안되거든요. 그럼 이렇게 걸어요. (너를 제 뒤로 끌어다 놓고는 유치원생들이 소풍 가는 것마냥 일자로 서서 마트로 향했어. 네가 뒤에서 이게 뭐냐며 웃는 소리가 들렸지. 사실 저도 해놓고 유치한 생각이다, 싶었는데 웃음을 눌러참으며 꿋꿋이 일자로 서서 마트까지 도착했지. 마트에 들어서 카트를 빼고는 자기가 끌겠다며 고집을 부리는 너에게 카트를 넘겨주고 이것저것 물건을 고르는 네 뒤를 천천히 따랐어. 그러다 가끔 시식코너에서 네 몫까지 집어와 입 앞에 들이밀어 주기도 했지. 처음에 너랑 왔을 때와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있었지. 몇 번 와봤다고 익숙해진 건지 너도 신기한 듯 이리저리 돌아다니거나 멍하니 바라보거나 하지 않았어. 네 옆에 서서는 너와 같이 장을 보는 우리가 진짜 신혼 부부라도 된 것 같았어. 왠진 모르지만 웃음이 비죽 새어나왔지. 실실 웃고있는 저를 왜 그러냐는 듯 바라봤지만 아니라며 고개를 젓고는 들고 있던 치킨너겟을 네 입에 넣어줬어.) 맛있죠. 이거 닭고기로 만든 거에요. 이거 살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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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86에게
(까르보나라를 완전 좋아한다며 맛있겠다고 기대하는 너에 안도하며 길을 걷는데 제가 다쳐도 안 된다며 저를 네 뒤로 끌어당기는 것에 멍청한 얼굴로 끌려가 뒤에 서버렸어. 마치 유치원생들이 하는 기차놀이 같았지. 그렇게 마트에 도착해선 또 고집을 부려 카트를 끌고 돌아다녔어. 몇 번 와봐서 이젠 처음처럼 넋이 나가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일은 하지 않게 되었지. 그땐 네가 한심하다고, 같이 다니기 싫어하는 것을 티내며 투덜거렸었는데. 제 옆에 서서 돌아다니며 시식코너가 보일 적마다 도도도 달려가서 내 몫까지 챙겨와 입에 넣어주는 네가 함께 보낸 시간만큼 가까워진 것 같아서 뿌듯했어. 비록 아까까지는 어색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아무튼. 그것도 친해졌으니까 어색하다고 느낄 수 있었던 거겠지. 괜히 울적한 생각은 하지 말자 싶어서 잡념을 털어내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 네, 맛있습니다. (그럼 사자며 다시 총총 시식코너가 있던 쪽으로 달려간 네가 치킨너겟을 들고 와선 히- 하고 웃어보이자 그것을 받아 카트에 넣을 생각은 않고 가만히 너를 바라보기만 했어. 기분이 좋은가? 갑자기? 마트에 오자마자 자꾸 실실 웃으며 기분이 좋아보이는 너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좋은게 좋은 거겠지 싶어서 깊게 생각하지 않고 네 머리를 쓰다듬어줬어.) 이거, 좋아하시는 건가 봅니다. 치킨...너겟. (네게 봉지를 받아들고 더듬거리며 처음보는 글자를 읽곤 카트에 담았어. 어째 밖에서 머리를 쓰다듬으니 기분이 묘했지. 괜히 제 볼을 긁적이다가 옆으로 카트가 지나가려는 듯 주춤거리기에 널 잡아 내 쪽으로 끌었어. 네 허리를 붙잡고 카트가 지나갈 때까지 서있다가 그 후에야 놓아주었지.) 살 건 다 산 것 같은데...갈까요? (위층으로 올라가서 옷이라도 구경해야하나. 마트에 온 것 때문에 기분이 좋은 줄 알고 마트에 더 머물려는 듯 '2층-의류매장/3층-가전제품' 이라고 쓰인 팻말을 올려다봤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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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91
글쓴이에게
엄마야... (네가 갑자기 제 허리를 끌어안는 바람에 놀라서 네 팔뚝을 부여잡고 있다 네가 놓아주자 너에게서 살짝 떨어졌어. 민망함에 큼, 큼- 거리며 괜히 목도 가다듬고. 갈까요? 라 묻는 네 말이 왠지 마트에 더 있고 싶어하는 것 같아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절레 젓고는 방긋 웃었지.) 아뇨, 그냥 가요. 나 빨리 가서 그 쪽이 해주는 까르보나라 먹고 싶어요. (카트 안으로 몸을 숙여 산 물건들을 한 번 체크하다 딸기가 보이지 않아 급하게 몸을 일으켰어. 딸기가 제일 중요한데 딸기를 안사왔네.) 딸기 안샀어요. 딸기 사올게요,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요. (제가 지금 서있는 곳과 딸기를 파는 곳은 꽤 멀었기에 뛰다시피 걸어가 제일 맛있어보이는 딸기 한 팩을 들고는 바로 앞에 있던 시식 코너에서 딸기 두 개를 집어 하나는 제 입에 넣고 하나는 기다리고 있는 너에게 줄 심산으로 아까처럼 빠르게 너에게로 되돌아갔지. 심심했는지 카트에 몸을 기대고는 휴대폰 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네가 보여 조용히 너에게 다가가 워! 하며 큰 소리를 내자 살짝 놀란 것인지 움찔하는 네가 너무 귀여웠지. 호탕하게 웃으며 딸기가 든 팩을 카트에 내려놓고는 네 입에 딸기를 넣어줬어.) 달죠, 내가 제일 맛있어 보이는 걸로 골라왔어요. 아, 딸기 빙수 먹고 싶다. 딸기 빙수 먹어봤어요? 얼음 간 거에 딸기 이렇게 썰어서 올린 건데 진짜 맛있어요. 가는 길에 딸기 빙수 먹고 갈래요? 짐도 있고 추워서 별로려나. 나 딸기 빙수 진짜 좋아하거든요. 오늘 아니어도 나중에 나랑 딸기 빙수 먹으러 가요. 요새 딸기 철이어서 시즌 지나면 딸기 빙수 안팔아요. 알았죠? 나랑 꼭 먹으러 가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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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91에게
아, 딸기. (제가 사와도 되는데 굳이 본인이 뛰다시피 걸어가는 것에 붙잡을 필욘 없겠지 싶어 핸드폰을 켜고 게임에 집중해. 얼마나 열을 올리고 있었는지 예민한 제가 너의 오는 소리도 못 듣고 왁! 하며 놀래키는 소리에 놀랄 정도였으니 핸드폰이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지 알게 해주는 것이었지. 앞으로 집이 아닌 이상 너와 함께 있을 적에는 핸드폰을 보지 말아야겠다 다짐하며 주머니에 쏙 집어넣었어. 딸기를 입에 대주는 너에 냠 받아먹고는 잘 가져왔다며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주었지. 아이처럼 들떠서 딸기빙수를 먹으러 가자는 너에 고개를 끄덕여주며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섰어. 연신 쫑알거리는 너에, 카트 손잡이에 팔을 걸치고 고개를 훅 내밀어 빙그레 웃었어.) 왜 이렇게 들떴어요? (마치 아이에게 물어보듯한 어투에 네가 말을 멈추자 푸하 웃으며 머리를 헤집듯이 쓰다듬었지.) 아, 귀여워. (들릴락 말락한 목소리로 낮게 말하고는 곧 차례가 되어 물건들을 계산대에 올려놨어. 너의 엄마가 주신 카드로 제가 계산을 마치고 짐을 들겠다 우기는 너에겐 조그만 짐만 들려주고 역시 나머진 제가 들었지.) 딸기빙수 먹고 싶습니다. 오늘은 까르보나라 먹고...내일이나, 음. 언제든 상관없습니다. 태형씨랑 나가는 거 좋으니까. 처음 먹어보는 거기도 하구요. (아까처럼 기차놀이를 하듯 한 줄로 걷다가 아, 하며 덧붙였어.) 아까 산 거 있잖습니까. 고래모양. 어... (제가 더듬거리자 네가 금방 봉지에서 젤리밥이라는 젤리를 꺼내보였어. 네, 그거요! 밝게 웃곤 네가 포장을 까 두 손이 모자란 저 대신 초록색의 거북이를 입에 넣어주자 생소한 젤리의 맛에 움찔했다가 방긋 웃었지.) 맛있습니다. (아까 계산대 앞에 조그맣게 마련된 젤리들 앞에서 하날 집길 잘 했지. 다른 색도 달라고 네게 부탁하곤 그 자리에서 몇 개를 받아먹다가 이제 가자고 턱짓을 했어.) 빨리 가서 까르보나라 만들어야죠. 배는 안 고프십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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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93
글쓴이에게
(한손에 다 들리지도 않는데 바리바리 봉투들을 집어드는 너에 내가 들 거라며 한참을 떼를 쓰자 네가 비교적 가벼운 짐을 하나 선심 쓰듯 내밀었어. 그 때문에 입을 뚱- 하니 내밀고는 널 노려보다 널 따라 느리게 걸음을 옮겼지. 딸기 빙수를 먹으러 가자는 네 말에 금세 다시 흥분해 재잘거리느라 뚱한 것도 잠시 뿐이었지만. 아까와 같은 길을 지나치는 거기에 아까처럼 한 줄로 서서는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고 널 앞서 걷고 있는데 뒤에서 아, 하는 소리가 들려 널 돌아봤어. 더듬거리며 아까 산 젤리의 생김새를 설명하는 너에 푸스스 웃으며 제가 들고 있던 봉지에서 젤리를 꺼내 튿어 가장 맛있는 거북이를 네 입에 넣어줬지. 생소한 느낌에 네가 몸을 흠칫 떠는게 느껴졌어. 그 느낌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데 다행히도 넌 젤리가 맛이 있는지 다른 색도 몇 개 달라고 말했어. 색이 다양했기에 다 먹어보라고 각기 다른 색들을 네 입에 넣어줬지. 벌레를 받아 먹는 아기새마냥 저에게 젤리를 받아먹는 네가 그렇게 귀여워 보일 수가 없어 이가 다 보일 정도로 환하게 웃었어.) 배고파요. 빨리 가서 만들어 먹어요. (추운 바람 덕에 살짝 발개진 얼굴을 하고는 걸음을 옮기는 네가 귀여워 앞서 걸으며 슬쩍슬쩍 뒤를 돌아보다 저도 모르게 큭큭 웃으며 내뱉었지.) 귀여워, 진짜. (이내 집에 도착해 먼저 신발을 벗고 들어가 네 손에 들린 짐을 채가서는 부엌 식탁 위에 올려놨어. 생각보다 무거운 무게에 잠시 너한테 미안해지기도 하고. 아무튼 짐을 옮겨놓고 다시 편한 옷으로 갈아입으려 방으로 들어갔어. 아무 생각 없이 방에 있는 창문으로 시선을 옮겼는데 제 창문에 딱 붙어서는 저를 보며 소름 끼치게 웃고있는 남자에 온몸이 굳어 아무것도 못했어. 잠가놓은 창문을 덜컹거리며 열려하는 남자에 식은땀을 흘리며 뒷걸음질을 치다 방 문에 등이 부딪히자 문을 열고 달아날 생각도 못하고 그저 몸만 덜덜 떨다 그제서야 네 생각이 났지만 목소리가 나오지를 않았어. 그저 네가 제가 뭐하고 있는지 궁금해서라도 방으로 들어와주길 바라면서 막힌 울음소리를 내며 겁에 질린 채로 서있는 일 밖에 못했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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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93에게
(네가 귀엽다고 하는 것을 안타깝게 듣지 못한 채로 집에 돌아왔어. 짐을 들고 부엌으로 가는 너에 괜찮은데...하고 중얼거렸지만 어깨를 으쓱이고 방으로 들어갔지. 재빠르게 손발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와 부엌으로 갔어.) 젤리 어딨지, 젤리. (분명 아까 다 안 먹었던 것 같았는데 깔끔히 정리된 부엌 어느 곳에도 젤리봉지는 보이지 않았어. 아까 포장을 뜯어서, 봉투에 넣으면 걸을 때마다 젤리들이 쏟아지니까 겉옷 주머니에 넣으신 걸까? 그게 제일 맞는 생각 같았으므로 주저않고 네 방으로 향했어.) 태형씨. (문을 열었는데 네가 문 앞에 서있는 건지 묵직한 것이 느껴졌어. 그리고 들리는, 숨죽이는 흐느낌 소리. 아직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집에 너만 있는 즐 아는 건지 상대는 철컥거리며 창문을 열려는 소리만 들려주었지. 넌 뒤'졌어. 바로 밖으로 나가 네 방의 창문이 있는 쪽으로 갔어. 감히 누굴. 분노에 휩싸여 바로 칼부터 던져 목을 뚫어버릴까 했지만 그랬다가는 네가 저 남자의 치솟는 피분수를 보게 될 것 같았어. 그럴 순 없지. 그나마 무난하게 남자가 저를 돌아보는 타이밍에 맞춰 주먹을 내질렀지. 퍽- 하고 큰 파열음과 함께 남자가 쓰러졌어. 그대로 남자의 뒷덜미를 잡아 바닥에 질질 끌며 울타리를 나가 골목길로 들어갔지.) 잘못 짚었네. 감히 누굴 해치려고 한 거야? (이성이 없어보이는 내 모습에 겁을 먹은 남자가 아까 네게 혐오스럽게 웃어보인 것도 기억을 못하는지 두 손을 싹싹 빌며 살려달라 울고 있었어. 그 같잖은 모습에 푸흐 웃어버리곤 칼을 집어들었어.) 응, 그래. 닥쳐. (빙그레 웃고 남자의 관절들을 차례로 꺾어갔어. 골목길에는 듣기 싫은 비명소리가 울려퍼졌지.) 그만 울어. 짜증나니까. (칼로 남자의 급소를 찔러 단번에 죽인 후 남자의 옷으로 피 묻은 칼을 정성스레 닦고 집으로 발을 옮겼어. 놀란 네가 걱정이었던지라 빠르게 달려왔지.) 태형씨! (문을 열기도 전에 제가 부르자마자 문을 벌컥 열어젖히는 네가 온통 눈물범벅인 얼굴을 하고 있어서 널 그대로 품에 당겨안았어. 허겁지겁 안겨오는 몸이 안쓰러웠지.) 울지 마. 착하지. 응? 괜찮아. 내가 해치웠어. 이제 너 겁 줄 사람 없는데, 아가. 많이 놀랐구나. (네가 젖은 얼굴을 어깨에 부벼도 괜찮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네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품에 안은 채 널 기다려줬어. 어느 정도 몸의 떨림이 멎고 울음을 그친 것 같자 두 손으로 조심히 네 얼굴을 닦아준 후 웃었지) 놀랐죠. 나 부르고 싶었는데 소리도 못 질렀죠. 미리 못 알아서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 (되려 네게 사과하곤 가만히 고개를 숙인 널 내려다보다가 머리칼에 쪽 소리나게 입을 맞췄어. 깜짝 놀란 네가 날 바라보자 볼을 부드럽게 쓸어주고 몸을 돌렸지.) 태형씨 울어서 기력 없을 텐데 빨리 까르보나라 해야겠다. 눈에 안 보이면 불안하니까 식탁 의자에 앉아있어줄래요? 오늘만요. 괜찮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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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신경 노노...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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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94
글쓴이에게
(입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오질 않고 그저 눈물만 주륵주륵 흘리며 눈을 꾹 감고는 네가 와주길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저와 눈을 맞추던 남자가 뒤를 살짝 보고는 그대로 창문 아래로 없어지는게 보였어. 네가 갔구나,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다. 그대로 문을 타고 주저 앉아서는 아직도 막혀 목소리가 나지 않는 목으로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는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눈물을 쏟아냈지. 무서워, 무서워. 넌 그 남자를 처리하러 간 것인데도 네가 없는 사이 누가 나타날 것 같아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었지. 한참을 그렇게 혼자 떨고 있자 네가 저를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 그 소리에 바로 문을 열고 튀어나가 네 품에 쓰러지듯 안겼지.) 으아, 아, 흐으... 정ㄱ, 정국씨. (네가 저를 토닥여주자 그제서야 막혀 있던 목이 뚫리는 것 같았어. 수도꼭지를 열어놓은 것 마냥 터진 눈물은 멈출 기미가 보이질 않았지. 제 눈물 때문에 네 티가 다 젖어들어가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어. 사실 네가 저를 다독여주는 말을 하지 않아도 그저 지금 네가 내 옆에 있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됐지. 네가 어디 가기라도 할새라 네 옷을 손이 하얘지도록 부여잡고는 더 이상 나올 눈물도 없어 보일 때까지 눈물을 흘리고 나서야 울음을 그쳤어. 울음의 여운으로 살짝 떨리는 몸에 움직일 기력이 없어 네 품에 그저 기대고만 있자 네가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오는 소리가 들렸어. 네가 뭐가 미안해. 고개를 들어 너에게 미안할 것 없다며 말을 해주려는데 쪽 소리가 들렸어. 벙찐 얼굴로 널 가만히 바라보자 부드럽게 웃어보이는 너에 발개진 눈꼬리를 접으며 고개를 끄덕였지. 네가 저를 부축해 식탁 의자에 앉혀주고 부엌으로 들어가자 네가 요리를 하는 뒷모습이 한 눈에 보였어. 식탁 위에 엎드려 손가락으로 피아노 치듯 식탁을 두드리며 널 바라보고 있자니 하도 울어서 그런지 졸음이 밀려왔어. 태평하기도 하지. 방금 전에 죽을 고비를 넘겨놓고 지금 잠이 오는 제 자신이 웃겼지만 그보다는 눈꺼풀을 내리누르고 있는 졸음이 더 차지했기에 그렇게 눈을 감아버렸어. 이따 자고 일어나면 눈 부을텐데. 너 요리 하는 거 계속 보고 싶은데.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채웠지만 이미 내 눈은 뜰 의지를 잃은지 오래였지. 네가 요리 다 되면 깨워주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짧은 낮잠에 빠져들었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고소한 냄새가 짙어지는 것을 느끼며. 시간이 조금 지나고 느리게 눈을 꿈뻑이며 떴어. 네가 절 깨우지 않은 걸 보니 요리가 아직 완성 되지 않은 거겠지. 길어봤자 한 이십분 정도 잔 모양이야. 근데 앞이 반이나 보이지 않는 거야. 당황한 채로 네 이름을 부르며 흐릿한 시야 사이로 제 바로 앞에 앉아 흐뭇하게 웃으며 절 부르고 있는 네가 보여 네 손을 잡았어.) 정국씨, 나 앞이, 앞이 잘 안보이는데. (제 말에 네가 웃음을 터뜨리자 시무룩한 얼굴로 제 눈을 벅벅 비볐어. 앞이 잘 안보여... 아마도 아까 온몸의 수분이 다 빠져나가도록 운 탓에 눈이 퉁퉁 부운 거겠지. 아, 진짜 못생겼겠다. 이런 모습을 너한테 보여주고 있다는게 갑자기 부끄러워져 두 손에 얼굴을 묻고는 고개를 숙였어.) ...나 눈 많이 부었어요? 많이 못생겼어? 아, 쪽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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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괜찮아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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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94에게
(잘 있는 건가 싶어 뒤를 돌아봤더니 너는 어느새 테이블에 볼을 부비며 잠을 자고 있었어. 아마 엄청 울기도 하고 목숨의 위협이 사라지자 긴장이 탁 풀려서 일시적으로 기절 비슷하게 잠이 오는 거겠지. 그런 네가 안쓰러워 괜히 깨우지 않기로 하고 음식을 마저 완성시켰어. 원래 이런 맛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맛있는 스파게티에 흡족하게 웃고 접시에 담는데 네가 정국씨, 하는 목소리에 바로 뒤를 돌아봤어. 퉁퉁 부은 눈 때문에 앞에 보이지 않는 건지 팔을 휘적거리는 너에 푸스스 웃곤 플레이팅 된 스파게티를 가져와 네 앞에 놓아주곤 네 앞에 한 쪽 무릎을 꿇고 쪼그려앉아선 저를 찾아 뻗어지는 손을 꼭 잡아 깍지를 꼈지.) 태형씨, 나 여기있는데. (제 손을 꼭 잡으며 앞이 안 보인다고 어물거리는 너에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려버렸어. 제 웃음소리에 부끄러워진 건지 손을 빼내고 그 두 손에 얼굴을 묻는 네 행동에 괜찮다는 듯 머리를 가볍게 톡톡 두들겼지.) 붓긴 했는데, 안 못생겼습니다. 잘생기셨습니다. 신경쓰지 마십시오. (네 두 손목을 잡아내렸어. 퉁퉁 부어 붕어처럼 된 눈이 귀여워 웃음이 나왔지만 소리를 내면 네가 또 울상을 지을 것 같아서 그저 미소만 지었지.) 진짜 하나도 안 이상합니다. 머리는 안 아프십니까? (우느라 기력을 빨렸을 널 위해 물컵을 가져와 네 입가에 대줬어. 꼴깍거리는 소리를 내며 어린아이처럼 컵을 두 손으로 붙들고 물을 마시는 네가 사랑스러워보였지. 아, 진짜. 어떻게 저러지? 맘 같아선 퉁퉁 부은 눈을 한 너를 찍어두고 싶었지만 그러면 화를 낼까봐 참기로 했어. 그리고 그때 네가 컵을 내려놓기도 전에 갑자기 바람이 세게 불었지. 덕분에 창문이 덜컹거리는 소리를 냈어. 그 소리를 듣자마자 제 목을 끌어안으며 품에 안겨오는 너에 뒤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어. 사냥꾼을 만난 토끼처럼 발발 떠는 너를 다시 품에 안고 부드럽게 등을 쓸었지) 바람이 부는 겁니다. 창문이 흔들리는 것 뿐이구요. (네 다리를 내 허리에 두르게 하고 그대로 널 코알라처럼 안아들어 창가로 갔어. 아무것도 없고 네가 안전하다는 걸 보여준 후에야 다시 널 식탁 의자에 앉힐 수 있었지. 네 눈의 붓기를 빼기 위해 스파게티보다도 얼음팩이 먼저겠다 싶어 널 놓고 일어났는데 다급하게 옷소매를 잡아오는 손길에 그대로 멈춰섰어. 오늘은 내가 악몽을 꿔서 같이 자려고 했던 건데 너를 봐서라도 꼼짝없이 같이 잘 수 밖에 없을 것 같았지.) 걱정 마십시오. 얼음팩을 가져오려는 겁니다. (네 손을 풀어내고 수건에 감싼 얼음팩을 눈에 대준 뒤 혹여나 스파게티가 불어 맛이 없어질까봐 젓가락으로 집어 수저에 돌돌 말아 얹은 뒤 네게 내밀었어. 포크를 써야한다는 건 1도 모르는 일이었기에 그저 젓가락으로 면을 집어댔지.) 드셔보십시오. 맛이 괜찮은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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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탄이가 더 기네

10년 전
대표 사진
탄소295
글쓴이에게
(네가 갖다준 얼음팩을 눈에 대고 있으니 살이 아려올 정도로 차가워 인상을 살짝 구기며 눈에 댔다 뗐다를 반복했어. 제가 유독 엄살이 심한 것도 있지만 이건 진짜 차가운 걸. 이번엔 십초 대고 있어야지. 혼자 나름의 목표를 세우고는 숨을 흡 들이키고 얼음팩을 눈에 대고 있자 네가 숟가락에 스파게티를 얹어 저에게 내밀었어. 얼음팩을 눈에서 떼어내고는 하얀 스파게티가 얹어진 숟가락과 젓가락을 들고 있는 널 번갈아 바라보다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너에게서 스파게티를 받아먹었지. 그리고는 부엌에서 포크를 두개 가져와 네 손에서 젓가락을 부드럽게 빼내고는 포크를 쥐어줬어.) 음, 이건 사실 법, 같은 건 아니긴 한데. 스파게티 먹을 때는 포크로 먹어요, 웬만하면. 사실 젓가락이 편하면 젓가락으로 먹어도 상관은 없는 건데, 다들 이렇게 먹으니까 우리도 기분 내기 식으로. 자, 이렇게 들어가지고 숟가락에 대고 돌돌 말면 돼요. 그러면 젓가락으로 하는 것보다 쉽게 올라가죠? (네가 제가 하는 걸 보며 서툴게 따라하려는게 첫 걸음마를 떼는 아기를 보는 것 같아 턱을 괴고 네 행동을 바라보다 자꾸만 주르륵 흘러내리는 스파게티에 네가 울상을 짓자 작게 웃으며 네 손 위에 제 손을 겹쳐 올렸어.) 이렇게 면 떠서, 숟가락에 대고, 돌돌돌돌. 면이 미끄러워서 그래요. 잘한다. 잘하고 있어요. (확실히 습득력이 빠른 건지 몇번 해보더니 저보다 익숙하게 손을 움직이는 것에 작게 박수를 쳤어. 옷도 편하게 입고 있는데 스파게티를 먹는 네 모습이 부잣집 막내 아들 같아 보였지. 좀 이상한 비유인가. 아무튼 내 눈에는 그랬어. 귀티 난다, 는 말이 이런 말이구나. 너에게서 눈을 떼고 잠시 얼음팩을 다시 눈에 댔다 뗀 후 눈을 몇 번 비볐어. 아주 조금이지만 그래도 아까보다는 살짝 트인 시야에 만족하며 저도 포크를 들어 제 앞에 놓인 스파게티를 먹었지. 아무래도 넌 진짜로 요리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 처음 보는 요리인데도 척척 해내는 것이 요리를 그렇게 잘하는 편이 아닌 저한테는 네가 대단해보였어. 맛있다, 진짜로. 너에게 양 엄지를 들어보이며 잘했다고 칭찬을 퍼부어줬지.) 진짜 맛있어요. 나중에 우리 식당 차릴까요? 요리는 물론 그 쪽이. 나는 서빙. 요리사 진짜 잘생겼다고 여자 손님만 폭발하는 거 아니에요? (장난스레 큭큭 웃고는 빠르게 스파게티 접시를 비웠지. 아, 더 먹고 싶다. 너를 보며 입맛을 쩝 다시자 더 먹고 싶냐 물어오는 너에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 아마 더 만들어 둔게 없는 모양인지 난처한 표정을 짓는 너에 조금 아쉽긴 하지만 괜찮다 말하고는 턱을 괴고 아직 먹느라 고개를 숙인 네 정수리를 가만히 바라봤지. 조금 전과 같은 상황이 오면 그 순간은 분명 진짜 무섭고 두려웠는데 이상하게 너만 보고 있으면 나아지는 기분이 들었어. 지금도 정말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는데 지금은 하하호호 웃는 것이 이상할 따름이었지. 왜 너만 보면 웃음이 나오지. ...내가 너 좋아하나? 그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저도 암묵적으로 알고 있었는지 별 동요가 없었어. 나른한 표정으로 널 보고 있자 때마침 고개를 드는 너에 싱긋 웃었지.) 진짜 잘먹네요. 그 쪽 보면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단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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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그러네... 지금도... 나한테 길이 맞추지 않아도 돼요 정말로... 쓰니도 길이 상관 노노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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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95에게
(포크로 먹는 거구나. 네가 손을 붙잡고 친절하게 알려준 덕에 스파게티 면을 어렵지 않게 말아올릴 수 있었어. 이렇게 먹으면 후루룩거리는 소리도 안 나네. 무엇이든 다 신기해서 면을 우물거리며 베이컨도 쿡 찍어 먹기도 하고. 그러다가 요리사 진짜 잘생겼다고- 하는 네 말에 순간 면을 뱉어낼 뻔 했어. 왜 이렇게 너한테 듣는 칭찬을 못 견디겠는지.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었지.) 더 먹고 싶습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너에 애초에 2인분으로 만들어뒀던 터라 더 남은 것이 없는 후라이팬을 바라보았어. 다시 만들까 싶었지만 괜찮다고 해버리는 너에 고민이 되는 상황이었지. 그냥 한 입만 먹고 제 것을 너에게 주는 게 나을 것 같았어. 나중엔 많이 만들어야지. 면을 한 입에 우겨넣고 혀를 내어 크림이 묻은 입술을 핥으며 면을 먹느라 숙였던 고개를 들었어. 마침 눈이 마주친 네가 제가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며 웃자 저도 슬쩍 웃어버렸지.) 이건 태형씨 드십시오. (접시를 네 앞으로 밀어주자 싫다며 고개를 내젓는 너에게 억지로 접시를 떠넘기고 자리에서 일어났어. 도도도 네 방으로 달려가 아까 입었던 겉옷 주머니에서 젤리밥을 꺼내왔지.) 전 이거 먹고 싶습니다. (그게 밥대용이 되냐는 듯한 표정의 너였지만 애써 그 시선을 무시하고 젤리를 입에 넣었어. 말캉하고 달콤한 것이 맛있었지.) 나중엔 까르보나라 더 많이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모자랄 줄은 몰랐는데...맛있게 드셔주셔서 다행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네가 먹을 기미를 보이지않아서, 한숨을 내쉬고 네 옆자리로 자리를 옮겼어. 네 의자를 나를 보게 만들어 돌려놀고 쭉 당겨 무릎이 닿는 거리가 됐지. 가지 못하게 다리를 얽어놓고 면을 말아 네 입에 갖다댔어.) 드십시오, 얼른. 아- (네가 입을 벌릴까 말까 망설이는 모습에 왠지 모르겠지만 참새같다고 느끼며 살풋 웃었어. 결국 면을 받아먹은 네 입술에 묻은 크림을 엄지손가락으로 닦아주고 휴지를 찾아 두리번거리다 그제야 테이블 위에 있던 휴지가 다 떨어졌음을 알게 됐지. 하지만 망설임없이 그 손가락을 입에 넣고 쪽 빨았어. 그리고 다시 면을 말아 네게 내밀었지.) 저도 그렇습니다. 태형씨가 먹는 것만 봐도 배불러요. (둘 다 허리를 펴고 있으니 먹여주는 상대도, 받아먹는 상대도 불편한 자세였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먹여주는 것에 태클을 걸지 않던 너는 패스하고. 결국 자세를 편하게 하기 위해 나는 네 쪽으로 살짝 몸을 기울였고 넌 내 무릎을 두 손으로 짚고 허리를 숙인 상태였지. 그 덕에 나보다 낮아진 네 얼굴을 보고 있자니 자연히 강아지가 떠올랐어. 귀여워라. 결국 면을 네게 다 먹여놓고 오물거리는 네 입술을 다시 손가락으로 훔쳐준 뒤 네 머리를 쓰다듬었지.) 잘 먹으니 보기 좋습니다. (네 어깨를 잡아 몸을 바로 세워놓고 얽혀있던 다리를 풀었어. 빈 그릇들을 싱크대에 놓고 젤리를 오물거리며 고무장갑을 꼈지.) 근데 이 장갑은 매일 설거지 할 때마다 껴야하는 겁니까? 답답합니다. 고무 냄새도 손에 배고...굳이 낄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네게 물어놓고 굳이 낄 필요가 없겠다는 제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오자 그래도 되겠지- 하고 합리화하며 장갑을 벗고 맨 손으로 수세미를 집어 퐁퐁을 쭉 짰어. 역시 이게 더 낫네. 고무냄새가 뱄던 것처럼 손을 다시 씻긴해야겠지만 적어도 답답하진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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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냥 얼추 비슷하게 하는 걸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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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01
글쓴이에게
(제 앞으로 접시를 밀어주는 너에 고개를 저으며 네 쪽으로 다시 밀었어. 그러나 고집이 센 네가 그냥 순순히 먹을리가 없었지. 저에게 다시 억지로 밀어놓고는 내 방으로 달려가는 네 뒷모습을 바라보다 포크를 놨어.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멍을 때리고 있자 네가 아까 산 젤리 봉지를 들고는 환하게 웃어보이는 걸 어이가 없다는 듯 바라봤지. 저걸 무슨 밥 대신 먹어. 네가 네 접시를 가져가 먹을 때까지 가만히 있을 심산으로 젤리를 입에 집어 넣는 널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결국 제 옆으로 와서는 제 의자를 돌리고 입 앞에 면을 올린 숟가락을 들이미는 것에 입을 앙 다물고 너를 바라보다 어쩔 수 없이 입을 열고 받아먹었어. 너도 먹어야 되는데...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입은 계속 받아먹고 있었지. 받아 먹는게 자연스러워질 때 쯤 꼿꼿이 피고 있는 허리가 불편에 너에게 기대다시피 하고는 아가새 마냥 뻐끔뻐끔 받아먹었어. 어느새 다 비워진 접시에 부른 배를 두어번 두드리다 자리에서 일어나 설거지를 하러 가는 네 뒤를 졸졸 쫒아갔어. 고무장갑도 끼지 않고 설거지를 하려는 너에 네 손에서 수세미를 채와 거품이 묻은 네 손을 씻어줬지.) 이렇게 하면 나중에 살 껍질 벗겨져요. 아프진 않은데 보기 안이쁘잖아. (네 손을 마른 행주로 닦아주고는 고무장갑을 끼워주고 입을 삐죽이며 설거지를 하고 있는 네 옆에 서서는 네 입에 젤리를 하나씩 넣어줬지. 젤리가 그렇게 맛있는지 어느새 바닥나버린 젤리에 제 방으로 들어가서는 하나 더 사온 젤리를 뜯어 다시 네 옆에 섰어. 잘도 받아먹네. 네가 오물오물 씹는 걸 보며 흐흫, 하고 웃다 네 엉덩이를 팡팡 쳐주고는 유치원생 대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지.) 젤리가 그렇게 맛있어요? 나중에 가서 한 박스 사와야겠네-. (네 설거지가 끝나자 먼저 도도도 달려가 소파에 풀썩 앉아서는 옆자리를 툭툭 쳤어. 네가 제 옆에 앉자 아까처럼 다시 젤리를 입에 넣어줬어. 달달한게 물리지도 않는지 연신 받아먹는 널 보며 광대가 터질 듯 웃다 네 머리를 쓰다듬어줬어. 익숙하게 제 손에 머리를 부비는 네 머리칼이 부드러워 기분이 좋았지.) 내일은 딸기 빙수 먹으러 가요. 아, 우리 딸기 먹을까요? (네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아까 베란다에 놔뒀던 딸기를 가져와 싱크대에서 깨끗하게 꼭지를 따서는 포크와 함께 거실에 놓인 테이블 위에 올려놨지. 너에게 포크를 하나 쥐어주고는 싱글벙글 웃으며 딸기를 입에 가져다 대는데 오늘따라 바람이 많이 부는지 아까처럼 다시 창문이 덜컹이는 소리가 났어. 눈에 띄게 몸을 움찔하다 저를 걱정스레 바라보는 너에 어색하게 웃으며 네 옷자락을 살짝 잡았지.) 괜찮아요. 안무서워요. 얼른 딸기 먹어요, 맛있겠다. (제가 들고 있던 포크로 딸기를 찍어 네 입에 넣어주고는 네 손에 있던 포크를 가져와 그 포크로 딸기를 찍어 저도 입에 집어넣었어. 아, 달다.) 내가 잘 골랐죠? 딸기 완전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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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네 그런 걸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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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01에게
(다시 고무장갑을 끼워주는 너에 불만은 있었지만 저를 걱정해서 그런 거라는 것임을 알고 군말없이 고무장갑을 낀 채 설거지를 시작해. 어느새 젤리를 다 먹은 건지 새 포장을 까선 내조하듯 제 옆에 서서 젤리를 먹여주는 너에 다시 부드럽게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지. 흐흥- 하고 뭔가 흐뭇한 네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싶어 널 바라봤더니 제 엉덩이를 치며 어린아이를 대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에 못 말린다는 듯 웃어버렸어.) 맛있습니다. 달고, 말랑하고, 색깔이랑 모양도 예쁘고. (행주로 주변에 남은 물기를 닦아 쪽 짜내고 소파에 먼저 가서 앉는 널 따라갔어. 당연스레 제 옆자리를 치는 것에 얌전히 네가 앉으라는 대로 앉았지. 아직도 줄 게 남았는지 젤리를 또 입가에 대주자 냠 받아먹었어. 젤리 먹는 게 웃긴가? 자꾸 실없는 웃음을 흘리는 너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젤리를 오물거렸어.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살짝 눈을 감고 그 손에 머리를 부비기도 했지. 딸기빙수 얘기를 하다가 냉큼 딸기를 가져와 건네는 포크를 받아드는데 창문 소리가 들려서 널 바로 바라봐. 그 일이 있고 네게 트라우마가 남을까 걱정이었지. 말로는 괜찮다고, 안 무섭다고 하면서도 계속 제 옷자락을 꼭 잡고 놓지 못하는 네 모습이 안쓰러웠어. 그 새끼 역시 너무 곱게 죽인 건가. 그렇게 아프다고 소리를 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네 모습을 보니 다시 성에 차지 않는 것 같아서 살벌하게 눈을 빛내다가도 네가 딸기를 입에 넣어주며 눈을 마주치자 다시 표정을 바꾸고 작게 웃어.) 네, 맛있습니다. 잘 고르셨네요. (칭찬을 하며 네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구김이 갈 정도로 세게 옷깃을 잡은 네 손을 겹쳐잡았어. 네가 날 바라보는 것 같았지만 개의치않고 그저 딸기를 먹는 것에만 집중했지. 그러곤 아, 하고 생각난 듯 말했어.) 오늘 저랑 같이 자준다고 하셨는데, 아직도 그대로십니까? (저 나름대로는 너를 배려한 거였어. 제가 너무 무서우니 오늘 같이 자는 거 잊지 말라고 억지를 부리기엔 네가 내가 널 걱정하고 있다는 걸 바로 알아챌 것 같았고 그렇다고 이제 무섭지 않으니 따로 잡시다! 라고 일부러 겁을 주면 자존심 센 네가 그래! 하고 대답하곤 혼자 누워서 창가를 바라보며 밤새 무서움에 떨까 걱정이었거든. 그래서 '아직도 그대로지?' 라고 묻듯이 하면서 같이 잔다가 아니라 '자준다' 라고 표현을 한 거였어. 나름대로 뜻을 담아 말한 건데 네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조금 긴장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자니 네가 별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에 안심하고 네 머리를 쓰다듬었어.) 저번에 보니까, 페브리즈처럼 이렇게 막, 뿌리는, 그런 게 있었습니다. 향이 좋더군요. 이불에 많이 뿌려뒀습니다. (말을 마디로 끊어서 말하며 딸기를 입 안 가득 물고 오물거렸어. 제 방에서 자자는 말을 돌려말한 거였지. 아무래도 창가에서 바로 자기에는 네가 무서워할 것 같아서. 그렇다고 오늘은 제 방에서 자시죠, 하는 것도 이상해보이고. 쓸데없이 섬세하다고 할 수 있지만 아무튼 그랬어. 사실 페브리즈처럼 뿌리는 것은 구라였지만. 아, 향수라도 뿌려둘까. 속으로 생각했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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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07
글쓴이에게
(여전히 네 옷자락을 놓칠새라 꼭 쥐고는 딸기를 오물거리며 창 밖을 바라보다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지고 하늘이 어두워졌어. 그걸 보고 있으니 문득 드는 생각은 이따 어떻게 자느냐, 였지. 지금 너를 보아하니 쌩쌩한게 저를 배려해 혼자 자도 괜찮다 할 것 같은데 거기서 무섭다며 같이 자달라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제 방에서 혼자 자기엔 아까 그 상황이 반복 될까 무섭고. 어떡하지, 어떡하지,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제 손을 채우는 온기에 고개를 돌려 널 바라봤어. 아무렇지 않은 듯 딸기를 열심히 입에 집어 넣고 있는 너에 시선을 거두고는 다시 창 밖을 바라봤지. 걱정에 걱정을 하고 있는데 때마침 이따 같이 자준다는 말 그대로냐는 네 말에 걱정이 한 순간에 달아났어. 그대로이지 않을리가. 네가 그런 세심한 생각까지 했다는 건 꿈에도 모른채 그저 네가 아까 그 악몽이 진짜 무서웠구나, 타이밍 잘 걸렸다, 이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지.) 당연하죠, 이따 내가 그 쪽 방으로 갈게요. (아싸, 걱정 하나 덜었다. 헤실헤실 웃으며 걱정이 없어져서인지 쑥쑥 들어가는 딸기들을 빠르게 해치우고 접시를 싱크대에 갖다 놨어. 그리고는 다시 총총총 걸어나와 소파에 앉아있는 네 옆에 붙어 앉았지. 그 게임이 그리도 즐거운지 휴대폰에 집중하고 있는 너에 잠시 그것을 바라보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네 요리책으로 손을 댔어. 책장을 빠르게 넘기며 한 번 훑어보고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만 다시 한 번 씩 다시 꼼꼼하게 읽었지. 깔끔하게 써져 있는 레시피들에 저도 나중에 도전해봐야겠다, 다짐하며 글자들을 열심히 눈에 담았지. 그렇게 몇 가지 메뉴들을 머릿 속에 익혀둔 뒤 책을 내려놓자 다시 할게 없어졌어. 어제처럼 네 어깨에 네가 게임을 하는데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만 살짝 머리를 기대고는 네 휴대폰 화면을 바라봤지. 어제도 그렇고 아까 마트에서도 그렇고 지금도 하는 게임이 똑같은 것 같았어. 저게 재밌나. 나도 해볼까.) 그 게임 재밌어요? 나도 할래. 이름이 뭐에요? (소파 한 구석에 던져놨던 제 휴대폰을 가져와 네가 불러주는 게임 이름을 검색해 게임을 깔았지. 그냥 단순 게임이네. 아, 또 이런 건 이 김태형 전문이지. 게임은 생각보다 조작법이 쉬웠고 네가 그랬던 것처럼 꽤 중독성이 있었어. 너랑 내 사이에는 게임 효과음만 뿅뿅 울려퍼졌지. 빠르게 레벨 업을 하고는 네 휴대폰을 바라보자 제가 한번에 열을 올려 한 탓인지 너랑 스테이지가 얼마 차이 나지 않는 것 같았어.) 나 이 게임 되게 잘하죠. 벌써 그 쪽이랑 레벨 비슷해요. 나 이런 게임 되게 잘해. 나중에 내기해요, 내기. 재밌겠다. (너랑 뭔가 할 거리가 하나 더 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 언젠가부터 있던 할 것 목록들에 '정국이랑 게임 내기하기' 를 적어 넣었지. 알겠다며 헛웃음을 터뜨리는 너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게임을 집중해 몇 판 하다 휴대폰 홀드를 눌러 끄고는 다시 네 휴대폰으로 시선을 옮겼어. 네가 실수로라도 죽으면 저도 같이 아쉬워하고 최고기록을 깨면 제가 더 좋아하고, 그러다보니 시간은 훌쩍 지나갔지. 이래서 휴대폰 게임을 많이 하면 안돼. 자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기에 영화 한 편이나 보고 잘까, 싶어 티비를 켜 채널을 돌렸어. 한창 유행하던 공포영화가 하는 것에 잠시 채널을 멈췄지만 예전처럼 악몽을 꿀까 싶어 금방 돌렸지. 그러다 멈춘 건 멜로 영화. 어제와 비슷한 외국 로맨스 영환데, 왜 제가 틀자마자 키스신이 나오는 건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어. 아, 미친. 네가 들은 건 아니겠지. 제발 듣지 말았어라, 듣지 말았어라. 속으로 열심히 빌고 또 빌었어. 들었어도 그냥 모르는 척 해줘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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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07에게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헤실헤실 웃으며 딸기를 빠르게 흡입하는 너에 웃음이 터질 뻔 했지만 입술을 꾹 물며 참아냈어. 다시 핸드폰을 들어 게임을 할 적에는, 아까처럼 게임에 집중을 할 수 없었지. 네가 요리책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야. 아까 까르보나라 옆에 작게 쓰여있던 '담백하고 고소한 맛에 애인도 다시 반하는 맛!' 이라는 말이 자꾸 신경이 쓰였지. 물론 네가 그걸 봐도 별 생각은 없겠지만 괜히 애인이라는 말에 혹해서 네게 그 음식을 해줬던 제 마음이 찔리는 탓이었어. 캐릭터를 죽여놓고 한동안 게임을 시작하지 못하다가 네가 아무렇지 않게 요리책을 내려놓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시 게임을 시작했지. 멍하게 눈만 깜빡이던 네가 또 내게 기대오며 묻자 고개를 살짝 끄덕였어.) 제 취향입니다. 재밌습니다. (게임 이름을 묻는 네게 이름을 알려주고 다시 게임을 하는데 저와 똑같은 효과음이 옆에서 들린다 싶어 네 쪽으로 시선을 돌려. 어느새 레벨업을 잔뜩 해서 저와 엇비슷하게 바짝 추격해온 네 기록에 아무리 너라지만 승부욕이 불타올라서 픽 웃음지었어.) 네, 좋습니다. 내기. 뭘 걸고 하실 겁니까? (이런 걸 자주했던 너와 어제 처음으로 해본 내가 불리하다는 생각은 이미 머릿속에 없고 널 이겨야한다는 생각에 더 열을 올려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기 시작했어. 하지만 제 옆에 붙어서 제가 죽으면 아쉬워하고 기록을 깨면 더욱 좋아하는 네 모습에 승부욕이 줄어드는 느낌이었지. 오히려 너에게 져줘야겠다 싶기도 하고 네가 사랑스러워서 방긋방긋 웃는 네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줬어. 시계를 흘끗 보더니 티비를 켜는 너에 저도 핸드폰을 집어넣고 티비로 시선을 돌려. 공포영화를 지나쳐 나온 멜로영화에서 순간 들리는 질척한 소리에 뻐근한 눈을 손으로 누르고 있다가 깜짝 놀라. 뒤이어 들리는 네가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에도 놀랐고. 해봤어서, 그래서 또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침을 삼킨 걸까? 흥분 돼서? 손으로 눈을 가린 채 생각에 잠겨있다가 어찌됐든 아는 척을 하면 네가 민망해할 것 같아서 모른 척을 하기로 해. 계속 눈을 가리고 있는 것도 이상해보일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손을 떼어내고 말을 돌렸어.) 저런 배우들의 애인들은 슬플 것 같습니다. 저 둘이 사귄다면 문제야 없겠지만 매일 티비나 영화관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모습과 스킨십을 하는 장면들을 봐야하는 거 아닙니까. 저라면 질투나서 마냥 웃으면서 봐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질투를 할 것 같진 않았지만 네가 배우고 내가 네 애인이라고 상상을 해보면 말이 달라졌지. 아마 매일을 질투에 휩싸여있을 거야.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주머니 속에 들어간, 뜨끈한 핸드폰을 매만지며 혼자 중얼거려.) 내 건데 남이 저렇게 만지면 진짜 싫겠다... (누구에게 들으라고 한 소리가 아니었기에 웅얼거리듯 말하고는 저도 시계를 한 번 봐. 9시 20분을 넘긴 시간. 아직 자기는 좀 이르고. 나도 널 따라 영화나 보고 들어가야지 싶어서 팔짱을 끼고 브라운관을 바라봐. 어느새 영화가 거의 끝나갈 때가 되고 너도 슬슬 잘 준비를 하려는 것 같아서 자리에서 일어나 슬리퍼를 꿰차 신었지. 어디가요? 하고 묻는 너에게 잠깐 집 주변 좀 둘러보고 오겠다고 하곤 반팔에 츄리닝 바지 차림으로 집을 나서. 조금 팔에 소름이 돋았지만 제게 이런 추위 정도야 참지 못할 것은 아니라서 그저 살짝 몸만 움츠리고 집 주변을 꼼꼼히 훑었지. 또 어떤 새끼가 들어와서 널 겁줄 지도 모르니까. 근처 골목에도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슬리퍼를 질질 끌며 집에 도착해.) 으, 추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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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15
글쓴이에게
(입술을 꾹 깨물고 네가 모르는 척 해주기를 바라고 있는데 다행히도 넌 듣지 못한 건지 다른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어. 배우의 연인이 슬플 것 같다, 라. 그렇긴 하겠다. 나였으면 울고 불고 땡깡을 썼겠지, 제발 그 씬 찍지 말아달라고. 어느정도 공감이 됐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영화로 시선을 돌리자 누구 들으라고 한 말인지는 모르겠다만 네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내 거, 네 입에서 나오는 그 말이 저를 칭한 말이 아닌데도 괜히 기분을 좋게 만들었어. 동시에 약간의 씁쓸함도. 이 기분의 출처는 몰랐지만 그냥 생각하지 않고 넘겼지.이름만 들어본 꽤 유명한 영화였는데 역시 유명한 영화 값을 하는 건지 멜로 영화라고 무작정 달달하기만 한 건 아니었어. 내용도 탄탄하고 주인공들 연기도 아주 볼만 했거든. 꽤나 만족스러웠던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가자 휴대폰 홀드를 눌러 시간을 확인했어. 벌써 11시가 넘었네. 슬슬 잘 준비를 해야겠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움직였지.방에서 베개를 가져와 네 방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반팔티에 얇은 트레이닝 바지를 하나 입은 채로 바깥을 나가려는 건지 슬리퍼를 신는 너에 어디 가냐 묻자 너는 주변을 둘러보고 온다고 했어. 그 잠깐 사이에 감기에 걸리진 않겠지만 그래도 오늘 겨울은 겨울인지라 혹시 몰라 방으로 들어가서는 제 패딩 하나를 다급하게 갖고 나왔지. 하지만 넌 이미 나가고 없었어. 시무룩해져서는 입꼬리를 내리고 패딩을 아직 손에 든 채로 소파에 앉아있자 얼마 가지 않아 네가 집으로 들어왔어.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살짝 몸을 떨며 으, 추워, 라 말하는게 들렸기에 그대로 네 앞으로 다가가 미간을 살짝 구기며 네 팔을 제 손으로 비벼줬지.) 소름 돋은 것 봐. 이 날씨에 이러고 나가면 어떡해요. 잠깐이라 해도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하여간에. (걱정에서 비롯된 잔소리를 몇 마디 하고는 네가 멋쩍게 웃어보이자 저도 바람 빠지는 웃음을 지으며 들고 있던 패딩을 방에다 가져다 놓고 급하게 패딩을 챙기느라 거실 한구석에 던져 놨던 제 베개를 주워 들었어.) 이제 자러 가요. 벌써 열한시 넘었네. (제 방 마냥 자연스럽게 앞장 서서는 네 방문을 열고 들어갔어. 저와 같은 샴푸를 쓰고 같은 바디워시를 쓰지만 그래도 깊게 풍겨오는 네 체향에 기분이 좋아 입꼬리를 씩 말아올렸지. 문 앞에 가만히 서 숨을 몇 번 들이쉬다 네 침대에 다이빙 하듯 풀썩 엎드렸어. 아, 좋다. 다리를 동동 구르며 얼굴을 이불에 부비적 대다 몸을 꾸물꾸물 움직여 침대 한 구석으로 들어가서는 제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쳤지. 네가 제 쪽으로 걸어오자 이불을 목 끝까지 올려 덮고는 몸을 웅크렸어. 좋은 냄새. 제가 쓰던 섬유유연제 냄새와 네 향이 섞여 제 폐 속으로 가득 들이차는 것이 너무 좋았어. 이불에 코를 박고는 가만히 누워있다 네가 불을 끄고 제 옆에 눕자 네 쪽으로 몸을 돌리고 슬금슬금 너에게 붙었지. 의도 된 건 아니었지만 제가 창가 쪽에 누워 창을 보고 있기가 조금 무서웠거든. 이불 속으로 살이 맞닿아 뜨뜻한 느낌이 들자 조금 더 너에게 붙어 네 팔에 제 몸을 붙였지. 딱 좋다. 너랑 같이 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왠지 잠이 엄청 잘 올 것 같았어. 꿈도 좋은 꿈 꾸면 좋겠다. 물론 너도 아까처럼 나쁜 꿈 꾸지 말고. 눈을 올려 너를 잠시 바라보다 눈을 감고는 빙그레 웃었어.) 좋은 꿈 꿔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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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15에게
(집으로 오자마자 제 팔을 쓸어주며 잔소리를 하는 너에 멋쩍게 웃어버렸어. 잔소리를 하는 것도 걱정에서 비롯된 것이란 걸 알아서 오히려 기분이 좋았지. 게다가 패딩까지 갖다주려고 했던 건지 소파에 얹혀있는 패딩을 보니 도저히 기분이 안 좋을래야 안 좋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지. 제 팔을 위아래로 쓸어 온기를 만들어주는 네 손길에 바보처럼 배시시 웃어버렸어. )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그저 그렇게 대꾸하곤 베개를 집어든 채 제 방으로 먼저 향하는 너를 따라갔지. 문을 열고 들어가 가만히 서서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하는 널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아차 싶어. 침대에 페브리즈 같은 걸 뿌려뒀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뿌리긴 개뿔, 그저 너와 같이 쓰는 섬유유연제 냄새와 제 냄새만이 섞여있는 침대일 뿐이었지. 괜찮으려나.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침대로 다이빙하듯 달려들어 기분이 좋은 듯 발까지 구르는 네 모습에 푸흐 웃너버리고 말았지. 뭐가 저렇게 좋으실까. 아이같은 네 모습을 눈에 담고 있자니 제 옆자리를 팡팡 치며 얼른 오라는 네 말에 불을 끄고 네 옆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있다가 네 몸이 팔에 닿는 느낌에 네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 나를 바라보는 자세로 누운 너에 의아함을 느끼기보다는 네 등 뒤쪽에 있는 창문이 불안했어. 그래서 붙어오시는 걸까. 눈을 감고 웃으며 좋은 꿈을 꾸라는 네 말에도 대답을 않고 가만히 누워있다가 읏챠 상체를 일으켜.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눈을 뜬 네가 날 바라보자 옅게 미소지었지.) 실례하겠습니다. (팔 하나를 반대쪽으로 넘겨 네 얼굴 옆을 짚었어. 다리까지 그렇게 넘기니 너는 어느새 내 몸 안에 갇힌 모양이었지. 네가 불쾌해할새라 빠르게 몸을 넘겨 네가 있던 자리에 그 큰 몸을 구깃구깃 비집고 들어갔어. 자연히 내가 누워있던 자리로는 네가 굴러갔지. 내 베개를 베고 눕게 된 네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자 나도 몸을 모로 뉘여 널 보는 자세를 만들었어.) 창가쪽은 바람이 통해서 춥습니다. (이렇게 하면 덜 무서우실 겁니다, 라는 말보단 창가에는 바람 때문에 춥다는 말로 대신했어. 그리곤 네 쪽으로 꼬물거리며 가까이 붙어선 눈을 깜빡거렸지.) 무슨 일 있으시면 꼭 작게라도 소리내시고 혹시라도 자다가 제가 우는 걸 보시면 깨워주십시오. (그렇게 말하곤 눈을 감았어. 손을 잡을까, 싶었지만 관두고 잠을 청했지. 베고 있는 베개는 어쩌다보니 네 것을 베고 있어서, 콧 속으로 네 체향이 가득 밀려오는 것 같았어. 베개도 그렇고 그 체향을 직접적으로 뿜어내는 사람이 앞에 있으니 당연한 일이려나. 잠은 안 오고 자꾸 가슴이 몽실거리고 웃음이 입술 새를 비집고 나와서 웃지 말자고 속으로 생각하며 꾹 손톱이 손바닥에 파고들게 세게 쥐었어. 그래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은 단 하나. 아, 진짜 좋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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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17
글쓴이에게
(네가 제 옆으로 몸을 뉘이자 얼결에 네 자리로 밀려났어. 당황한 얼굴로 널 보는 것도 잠시 제 추측에 불과하지만 제가 창가 자리에 누운 걸 조금 무서워 한 걸 알아서 바꿔준 거라 혼자 생각하고는 네가 저를 배려해줬다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왔지. 차마 소리를 내 웃지는 못하고 입꼬리만 귀에 걸리도록 올리고는 저를 보며 눈을 깜빡이는 너와 눈을 맞췄지. 가깝게 붙은 얼굴 탓에 괜히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것 같았어. 아까 영화에서 본 장면 같았지. 남녀 주인공이 침대 위에서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입을 맞추는. 네 까만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하다 이내 정신을 차렸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널 두고. 좋아한다는 걸 암묵적으로 인정은 했지만 그래도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되니 느낌이 묘했어. 네가 하는 말에 대답도 못하고 그저 눈을 감아버린 네 얼굴을 눈에 담고 있었지. 저보다 두살밖에 어리지 않는데 네 피부에는 아직도 솜털이 빳빳이 서있어 보송보송해 보였어. 만져보고 싶다. 뭐가 좋은지 입꼬리가 이쁘게 올라간 네 얼굴을 보고있다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네 입꼬리를 손으로 쓸었어. 네가 눈을 뜨고는 당황한 표정으로 저를 보고 있는 걸 알았지만 저도 무의식 중에 한 행동이었기에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지. 하지만 여기서 내가 당황스러워 하면 네가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 빠르게 생각을 정리하고는 아무렇지 않게 손을 내리며 싱긋 웃었어.) 그냥, 보송보송해보여서. 만져보고 싶었어요. 뭐가 그렇게 좋아요? 입꼬리가 내려올 생각을 안하던데. (장난스레 너에게 말하고는 눈이 휘게 웃다 저도 눈을 감았어. 아, 진짜 깜짝 놀랐네. 넌 모르겠지만 저도 놀라 심장이 튀어나가는 줄 알았거든. 어떻게 상황을 잘 모면한 제가 대견해 속으로 저를 칭찬해주다 문득 아까처럼 너와 닿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미 얼굴도 그렇게 만졌는데 이상할게 뭐 있겠어. 여전히 눈을 감은채로 손을 뻗어 네 손을 찾자 네 손은 주먹을 쥔 채로 힘이 단단히 들어가 있었지. 부드럽게 그 손등을 쓸어내자 네 손에 힘이 풀리는게 느껴졌어. 푸스스 웃으며 네 손을 아예 풀어내고 깍지를 낄까, 하다 너무 오버하는 것 같아 그냥 손을 잡았지. 네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눈을 뜨고 싶었지만 딱히 뭐라 할 말이 없었기에 그냥 손을 더 힘 주어 잡았어.) 뒤에 창문 보여서, 무서워서 그래요. 그냥 잡아줘요. (그제서야 당혹감에 뻣뻣이 굳어있던 네 손이 제 손을 감싸오는게 느껴졌어. 사실 네가 손을 안잡아주면 어떡하지, 하고 불안해 하고 있었는데 그 불안이 한 순간에 녹아내리는 것 같았지. 엄지로 네 손등을 살살 쓸다 네 쪽으로 아주 조금 몸을 더 붙였어. 둘 다 몸을 웅크리고 있던 탓에 무릎이 맞닿았고, 서로의 온도가 손과 무릎을 통해서 전해지는 것 같았어. 행복하다. 너랑 이러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걸 보니, 내가 널 좋아하는게 사실이긴 한가봐. 원래 제 감정을 숨기는 타입이 아니었기에 이미 마음이 정해진 이상 제가 지금 하는 생각은 언제 고백하지, 였어. 네가 저를 좋아하는지 안좋아하는지는 모르지만 네가 날 찬다 해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았거든. 눈을 살짝 떠 너를 바라보니 제 시선을 느낀 건지 너도 느리게 눈을 뜨는 것에 잡지 않은 반댓손을 들어 네 눈을 감겨줬어.) 얼른 자요. 악몽 꾸지 말고, 내가 손도 잡아줬으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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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17에게
(웃는게 티났나. 제 입꼬리를 매만지더니 뭐가 그리 좋냐는 네 물음에 멋쩍게 웃어버려. 그러곤 다시 시선을 내렸다가 제 손에 닿는 네 손길에 다시 눈을 올려 널 바라봤지. 네 손길이 닿자마자 저절로 힘이 풀리는 제 손이 마음에 드는 건지 푸스스 웃는 네 웃음에 혼이 나갈 것 같았어. 가만히 네게 손이 잡힌 채 말간 네 얼굴을 바라보다 무서워서 그렇다는 네 말에 군말않고 네 손을 꽉 잡았어.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라는 듯 손등을 살살 쓸어주던 네가 무릎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붙자 다시 눈을 올려 떠 너를 바라보았지. 시선이 얽히고 제 눈을 손으로 가려주곤 얼른 자라는 네 말에 말없이 깜빡깜빡 눈만 감았다 떴어. 제 속눈썹이 손바닥에 닿는 건지 슬쩍 손을 움츠린 너에 작게 웃음을 터뜨린 후 계속 잡고 있던 손을 꼬물거려 깍지를 잡아꼈어. 그리고 네가 했던 것처럼 엄지손가락으로 네 손등을 살살 쓸어줬지.) 악몽은 꾸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하고 다른 팔을 들고 내 눈을 가리고 있는 네 손의 손목을 잡아내렸어. 천천히 내리다가 입가에 손이 닿자 쪽, 손바닥에 입을 맞췄지. 깜짝 놀란 듯한 네 표정에 만족스럽게 웃고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하게 눈을 감아.) 안녕히 주무십시오. (잠을 잘 잘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저부터가 네게 뽀뽀를 하고 나니 심장이 쿵쾅거려서 잠이 오지 않았으므로 몰래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어. 이렇게 가까이 붙어서 어떻게 잠을 잘까. 계속해서 스물스물 올라오는 베개에서의 네 향기도 한 몫했지. 이렇게 너를 계속 마음에 품어도 되는 걸까. 너랑 나는 연인이 되려고 만난 게 아닌데. 난 구질구질한 F구역에서 살던, 너를 지켜주려고 온 경호원일 뿐인데. 아마 너의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알면 기함하실 일이겠지. 감히 F구역 사람이, 게다가 남자인 사람이 애지중지 키워온 B구역의 제 아들내미를. 너도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자식들을 낳고 살 생각이 머리 한 구석에 있을텐데 제가 초를 치는 기분이었어. 그래도, 그래도 싫은데. 아까 영화를 보며 제가 했던 말이 떠올랐어. 내 건데 남이 만지는 게 싫다는 말. 물론 넌 내 건 아니었지만, 네게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될 터였지. 저도 모르게 네 손을 더욱 꽉 그러쥐고 시선을 내리깐 채 살짝 눈을 떴어. 다른 사람을 만나보면 이런 마음이 수그러들까. 네게 들키기 전에 없애버릴 수 있을까. 이렇게 맞닿아있는게 아무렇지 않을 순간이 올까. 그래야지 싶으면서도 그런 순간이 오는 것이 싫어서 입술을 아득 깨물어버렸어. 병'신. 생각 하나도 못 정리하는 바보. 그렇게 자신을 자책하면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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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31
글쓴이에게
(제 손목을 잡아 내리는 너에 내려가는 제 손을 눈으로 천천히 좇았어. 네 입 부근에 다달았을 즈음 기분이 이상해 손을 빼려는데 손바닥에 말캉한 것이 쪽, 하고 닿았다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지. 크게 뜬 눈으로 널 바라보자 너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눈을 감아버렸어. 네가 나한테 지금 뽀뽀한 건가? 뽀뽀한게 맞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 ...너도 날 좋아하나? 아, 말도 안되는 생각하지 말자, 김태형. 고개를 살짝 절레 젓고는 널 따라 눈을 감았어. 하지만 그 생각이 제 머릿 속에서 없어질 기미가 보이질 않아, 눈을 질끈 감고는 소용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양을 세고 있었지. 조금씩 눈에 줬던 힘이 풀리고, 눈가가 뻐근해지면서 잠이 오기 시작했어. 이대로 잠들어라, 제발. 네 손을 잡지 않은 반대손으로 이불을 끌어올려 틈 없이 덮고는 잠에 빠져들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제 손을 갑자기 꽉 잡아오는 너에 다 소용이 없어졌지. 눈을 번쩍 뜰 뻔한 걸 겨우 참고는 마르는 입술을 혀로 축이며 잡히지 않은 반대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눈치를 봤어. 인정하기 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널 좋아한다고 인정하고 나니 네 사소한 행동에도 미칠 지경이었지. 아마 마음이 널 더 좋아하라고 부추기는 건가봐. 무슨 자신감인지 자꾸 나대는 심장은 진정이 되지 않아 혹여나 귀가 좋은 네가 제 심장 소리를 들을까 마음을 졸였어. 몸이 긴장해서인지 삐질삐질 땀도 나기 시작했고. 잠든 척 몸을 뒤척여서 너한테 잡힌 손을 빼내야 되나. 꽤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 괜히 으음- 소리를 내며 너를 등지고 누워서는 손을 뺐어. 갑자기 온기를 잃은 제 손이 허전했지만 네 손을 잡고 있다면 오늘 잠에 못들 것 같았거든. 안도의 한숨을 작게, 아주 작게 내쉬고는 두 손을 모았어. 너랑 손을 잡지 못한게 조금 아쉬웠지만 저도 잠은 자야했으니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지. 이거 원, 이래서는 내일 아침에 네 얼굴도 보기 힘들 지경이었어. 그냥 빨리 고백을 해서 차이고 마음을 정리해야 되나. 이런 저런 생각에 머리가 아파와 제 이마 위로 팔을 올리고는 반대로 누웠으니 너에게 보이지 않을 것이니 눈을 살짝 떠 방문을 바라봤지. 그냥 내일 고백해버려야 되나. 다른 사람에게 고백을 할 때에도 좋다고 인정해버리면 바로 고백을 하고 차이든 사귀든 연연하지 않았기에 이번에도 그래야겠다 생각했어. ...그래도 까이면 너랑 키스 한 번 못한 건 좀 아쉽겠다. 아, 김태형 진짜 변태냐. 네가 제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면 싫어하려나. 제 경호원을 이제 안하겠다 하면 어떡하지. 그럼 안되는데. 다른 사람은 그냥 친구들에게 묻혀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내면 됐지만 넌 다른 경우니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섣불리 고백을 할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 아, 고백도 못하고 입 다물고 있는 건 답답한데. 머리 아프다. 오늘은 더 이상 이거에 대한 생각을 관두기로 했어. 사서 고생하지 말자. 그 생각을 지우려 일부러 아까 본 영화 내용도 되새기고 노래 가사도 되새기고. 그 생각의 끝이 너로 맺어지려 하면 얼른 다른 생각으로 돌리고. 그러니 뇌가 피곤해서인지 생각보다 금방 잠에 들었지. 어느새 곤히 잠들어 새근새근 숨소리만을 내고 있었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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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31에게
(으음- 하고 소리를 낸 네가 손을 빼내며 반대로 돌아눕자 손이 허했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손과 내게 등을 돌린 너의 모습. 가만히 그 뒷모습을 눈에 담다가 저도 조금 몸을 움직여 네게서 등을 돌린 자세로 잠이 들어. 널 좋아한다면, 다른 사람이 생겨도 그 사람 속에서 행복할 너의 삶을 축복해주는 게 맞겠지. 제 팔을 베고 누워선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어. 잠이 오지 않는 눈에 괜히 밝게 빛나는 달도 바라보고 바람소리도 듣고 바스락거리며 울타리 위를 종종종 뛰어가는 청설모도 봤지. 귀엽다. 멍하게 청설모가 지나간 울타리만 바라보는데 어디선가 청설모라기엔 너무 묵직한 움직임 소리가 들렸어. 여기가 F구역도 아니고. 잠은 좀 자자. 짜증을 내며 곤히 잠든 네가 깨지않게 일어나 창문을 열고 그쪽으로 뛰어내렸어. 맨발에 닿는 잔디의 느낌이 이상했지. 수분을 머금어 촉촉한 잔디 위로 살포시 걸음을 내딛다가 2층으로 잠입을 시도하는 건지 몰래 사다리를 벽에 대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했어. 병'신. 작게 혀를 차고 남자가 사다리로 올라가길 기다렸다가 어느정도 높이 올라가자 사다리를 발로 차 넘어뜨렸지. 깜짝 놀란 남자가 괴성을 지르며 바닥으로 추락했어. 가까이 오지 말라며 소리를 지르는 남자에게 재빠르게 다가가 턱을 걷어찼어. 혀를 깨문 건지 피가 제 바짓단으로도 튀었지. 고통에 몸부림치는 남자와 사다리를 한 팔에 하나씩 꿰고 무겁지 않다는 듯 가뿐히 골목길까지 데려왔어.) 다시는 그러지 마. (그럴 수도 없겠지만. 인자하게 웃어보이곤 남자를 깔끔하게 처리했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맨발로 타박타박 골목길을 걷다가 돌을 밟아 작게 신음을 내며 돌을 털어내고 잠시 그 자리에 서있다가 그제야 제 바지 밑단에 튄 피를 발견해. 나는 이런 사람인데. 첫 날에 네가 내게 했던 말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어. 그래. 난 그런 사람인데. 하지만 네가 아니면 도저히 누구에게 사랑을 받아야할지 모르겠어서, 울 듯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서있다가 겨우 집으로 돌아와. 제 방에 누워 안전한 모습으로 잠을 자는 너를 빤히 바라보았어. 무릎을 꿇고 앉아 침대에 팔을 기대고 조용히 입을 열었지.) 나를 사랑해주세요. (아이처럼 옹송그려진 네 손에 제 볼을 부비다가 침대에 얼굴을 파묻었어. 당신말고는 날 사랑해줄 사람이 없으니까. 울적한 기분에 숨이 막힐 때까지 코를 묻고 있다가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들었지. 침대 밑에 웅크리고 누워선 눈을 감고 너의 호흡에 맞춰 따라 숨을 쉬었어. 아침이 올 때까지 그렇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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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36
글쓴이에게
(네가 제 옆에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저번같이 귀신이 나오는 악몽도 꾸지 않았고, 네 울음소리도 들린 적 없었기에 너도 잘 잤나보다 했어.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이 눈이 부셔 인상을 찌푸리며 이불로 얼굴을 감싸고는 더듬거리며 머리 맡에 놔둔 휴대폰을 찾아 이불 속에서 시간을 확인했지. 일곱시 사십오분. 아, 졸려 죽겠네. 평소 제 기상시간보다 최소 네시간은 빠른 시각에 다시 잠에 들려 눈을 감았어. 근데 네가 있어야할 제 왼쪽 자리엔 냉기만 도는 기분이었지. 얼굴을 가리고 있던 이불을 걷어내고 고개를 돌리자 네가 보이지 않았어. 벌써 일어난 건가? 당황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데 침대 아래에서 새근새근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리길래 얼른 고개를 돌렸어. 도대체 왜 그곳에서 자고 있는 건지. 보일러를 틀어 바닥이 차갑지는 않았지만 베개도, 이불도 없이 몸을 웅크리고는 침대 바로 옆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는 너에 인상을 구겼어. 이러다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너에게 제가 덮고 있는 이불을 덮어주려 움직이자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는 건지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키려 하는 네가 보였어. 그것에 움직임을 멈추고 상체를 다시 눕혀 네 쪽을 보고 누워서는 널 지그시 쳐다봤지. 아직은 살짝 잠이 묻어있는 눈으로 저를 보는 너에 살풋 웃어주고는 잡으라는 듯 손을 뻗었어.) 왜 여기서 자요. 허리 안아파요? 얼른 올라와서 자요. (어정쩡하게 뻗어진 네 손을 덥썩 잡고는 잡아당기자 피곤해서 그런 건지 살짝 짜증이 묻어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어. 그에 몸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여 어제 네가 누워있던 자리로 옮겨가서는 제가 누워있어 아직 따뜻한 자리를 손바닥으로 쳤지. 네가 그곳에 눕자 이불을 바람 들 틈도 없이 꼼꼼하게 덮어주고는 손을 뻗어 네 앞머리도 정리해주다 이내 네 팔뚝을 토닥였어.) 좀 더 자요. 아직 이르다. (사실 네가 이 시간 즈음에 깨어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오늘따라 네 얼굴이 더 피곤해보여 더 잠을 잤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그런 것이었어. 졸리긴 졸렸는지 딱히 저항하지 않고 눈을 감는 너에 상체를 살짝 일으켜 머리를 괴고는 고운 네 얼굴을 내려다봤지. 다시 봐도 이쁘네. 어쩜 이렇게 맨날 봐도 이쁘고 잘생긴 건지. 중증이다, 싶었지. 진짜, 진짜로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다. 너에게 차일 것보다 네가 제 경호원을 그만 둔다고 해서 너를 보지도 못할까봐 고백을 무른 것이었지만 자꾸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을 어찌할 수가 없었어. 얼굴 앞에 가지런히 모아진 네 손을 조심스럽게 겹쳐잡고는 한숨을 내쉬었지. 너도 날 좋아하면 좋을텐데. 남자인데다 제가 처음엔 너를 그렇게 싫어했으니 저를 좋아할리가 없지. 그런 생각이 들자 한 없이 우울해졌어. 처음에 너를 그렇게 싫어하던 제 자신도 한심하고. 그 땐 그랬어도 지금은 네가 진짜 좋은데, 네가 너무 좋은데. 울상을 지으며 이쁜 눈을 감싸고 있는 네 눈꺼풀을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그 위로 입을 맞췄어. 네가 눈을 떠 저를 바라보는 중에도 여전히 울상을 지은 채였지.) ...미안해요. (널 보고 있을 수가 없었어. 네가 나를 보며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을까봐. 다급하게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침대를 벗어났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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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36에게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겨우 눈을 떴어. 간밤에 들었던, 침입하려는 소리가 아님을 귀신같이 알고 느적느적 눈을 부비며 상체를 일으켜앉았지. 제 쪽으로 손을 뻗으며 왜 거기서 잤냐는 물음에 밤에 웬 놈이 사다리를- 하고 말하려다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어.) 일이 좀...일찍 일어나셨네요. (제 손을 잡고 침대로 이끄는 너에 아침 투정을 살짝 부리며 침대 위로 꼬물꼬물 기어올라갔지. 저를 끌어안듯이 하곤 이불을 목 위까지 꼼꼼히 덮어준 너에 느릿하게 두 눈을 꿈뻑이다 제 팔뚝을 토닥이는 네 손길에 결국 눈을 감아버렸어. 아이처럼 두 손울 모은 채로 금방 잠에 빠져들었지.네가 움직이는 건지 침대가 들썩거렸지만 개의치않고 숨을 색색 내쉬며 잠에 취해가고 있었어. 그러나 쪽- 눈두덩이에 얹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결국 스르륵 눈을 뜨고 말았지. 눈을 뜨고 보이는 건 울먹이는 표정의 너.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을까. 제가 붙잡기도 전에 침대를 벗어난 너는 방으로 달려간 것 같았어.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도 혹시 네가 무슨 일이 있을까 싶어 예민하게 귀를 세우고 소리를 듣다가 별 소리가 들리지 않자 긴장을 풀고 침대에 다시 몸을 늘어뜨렸지. 방금 나한테 왜 입을 맞춘 걸까. 입 맞추는 건 좋아하는 사람한테나 하는 거 아닌가. 티비에 나오는 연인들은 다 그랬고 어제 제가 네 손바닥에 입을 맞춘 이유도 같은 거였지. 그럼 너도. 날 좋아해서 입을 맞춘 걸까. 멍하게 천장을 바라보다가 다시 상체를 일으켜 앉아선 쭉 늘어진 다리를 바라봐. 꿈이 아닌, 어젯밤의 핏자국. 이런 나를. 정말로? 바지를 갈아입고 피가 묻은 것은 나중에 손빨래 해야지 싶어 대충 바닥에 버려놨어. 그리고 네 방으로 걸어갔지. 잠 않은 문이 쉽게 열리고 침대에 이불을 덮어쓴채 웅크리고 있는 네 모습이 보였어. 귀엽게. 그 와중에 웃음이 나올 것 같아서 주먹을 꽉 쥐어 감정을 눌러내고 천천히 걸어가 침대에 걸터앉았지.) 태형씨. 저는 더럽습니다. 태형씨 어머니처럼 돈이 많아서 다른 사람을 고용할 수 없고, 내 손으로 직접 그를 죽여야합니다. 아는 게 없어서 글도 제대로 못 쓰구요, 처음 보는 게 많아서 태형씨를 부끄럽게 합니다. 밤엔 악몽에 시달리면서 낮엔 사럼을 죽여도 아무렇지 않아하는 이중적인 새끼구요. 사랑도 한 번도 해본 적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구요. 누가 저를 사랑해줄 거라는 생각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주저리주저리 말을 마치고 침대 밑으로 내려가. 내 움직임에 네가 고개를 빼꼼 내밀자 무릎을 꿇고 그 앞에 앉아있다가 네 손 하나를 잡아 빼내어 제 머리에 부비곤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지.) 그래도 저를 사랑해주실 겁니까? (무시할 수 없었어. 입을 맞춘 네가 실수였다고 하면난 어떻게 해야할까.) 조금만. 조금만이라도 저를 사랑해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저는... (이미 너로 인해 사랑이 뭔지를 깨달아버렸으니 사랑이 없으면 못 살 것 같았어. 이제껏 23년동안 받지 못한 사랑을 받고 싶었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리광도 부리고 입도 맞추고 그 사람을 보듬어주고 지켜주고 싶었어. 물론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담고 너를 올려다보았지. 길가에 버려진 유기견 마냥 다시 한 번 끙끙 앓는 목소리로 네게 말했어.) 저를 사랑해주세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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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38
글쓴이에게
(미친 짓을 했지만 후회는 되지 않았어. 간접적이라도 네가 내 마음을 알았겠지, 싶었으니까. 이미 저질러진 일인 거 후에 결과가 어떻더라도 받아들이기로 했어. 어차피 넌 엄마한테 돈을 받았으니 지금 당장 그만두는 것은 안될테지. 네가 제 경호를 하는 기간 동안 힘들겠지만 마음을 정리하면 되는 것이었어. 방으로 들어와 이불로 몸을 꽁꽁 감싼채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는데 문이 열리고 네가 방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어. 무슨 말을 하려고 온 걸까. 너 좋아하냐고? 자기는 내가 싫다고? 경호원 그만 두겠다고? 어느 쪽을 생각해도 부정적으로 흘러갔기에 생각을 관두고는 그냥 자는 척이라도 할 요량으로 이불로 더 몸을 감췄지.네가 걸터 앉은 건지 침대가 푹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어. 싫다는 얘기 할 거면 그냥 빨리 얘기하고 나가지, 왜 앉고 그래. 사람 힘들게. 네 성격에 바로 직접적으로 말도 못하고 한참 돌려 말할 것 같아 길게 듣는 것이 더 고역이라 생각했지. 제 이름을 부르고 자기는 더럽다며 말문을 트는 너에 몸을 벌떡 일으켜 아니라고 하고 싶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그러겠어. 그저 묵묵히 아무렇지 않은 척 네 말을 잠자코 듣고 있었지. 뭐, 너랑 나는 달라서 안된다. 이런 얘기라도 하려고 그러는 건가. 가라앉았던 침대가 붕 뜨는 느낌이 들었고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은 말들에 저렇게 말하고 가는 건가 싶어 고개를 빼꼼 내밀어 너를 바라봤어. 그러자 제 앞에 무릎을 꿇는 너에 당황해 난처한 표정으로 가만히 널 보고만 있자 이불을 꼭 쥐고 있던 제 손을 빼내 자기 머리에 얹고는 눈물은 맺히지 않았지만 젖어있는 네 얼굴을 보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지. 그래놓고 네가 하는 말은 자기를 사랑해 달라는 거였어. 아이가 엄마한테 사랑을 갈구하듯 떼를 쓰는게 아니라 내 눈에 보이는 너는 꽤나 간절하고 애처로워 보였지. 무슨 말을 꺼낼 수가 없었어. 너를 사랑해 달라니. 도대체 왜 내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거지. 이미 이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닐 거라 부정했지. 상상만 해본 일이었으니까. 어느새 네 눈가에 눈물이 고이고 저를 애절하게 바라보는 너에 그제서야 인정을 했어. 너도 날 좋아하는구나. 짝사랑이 아니었구나. 그 생각에 한 적도 없는 긴장이 탁 풀리면서 덩달아 저도 젖은 눈으로 널 바라보고는 아직 네 머리에 얹어져 있는 제 손을 움직여 네 머리를 쓰다듬었지.) 나는, 그 쪽이 날 안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남자인데다, 그냥 돈 받고 날 지키러 온 사람이니까. 그래서 고백도 하려다 말고, 그랬는데. 이미 그 쪽 넘치게 사랑하고 있는데 어떻게 더 사랑을 해요. 좋아해요. 진짜로 좋아해. 그 쪽도 나 좋아하는 거 맞죠. 그럼, 그러면 됐어요. 고마워요, 나 좋아해줘서. 나 진짜 못되고 이기적인데, 나 좋아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몸을 숙여 제 앞에 아직 무릎을 꿇고 있는 네 볼을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감싸쥐고는 부드럽게 입을 맞췄어. 너처럼 따뜻하고 말캉한 것이 기분이 좋았지. 다행이다, 네가 날 싫어하지 않아서. 너도 날 좋아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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핰 끝이 보이고 있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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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38에게
(덩달아 젖은 눈을 하고 제 머리를 쓰다듬는 너에 눈을 꾹 감고 그 손길을 받아냈어. 혹여라도 네 입에서 싫다는 말이 나올까봐 침대를 잡아쥔 손가락만 움찔대고 있었지. 하지만 점점 들려오는 말에 눈물 고인 눈을 뜨며 너를 올려다봤어. 날 넘치게 사랑하고 있다는 말. 그래서 더 좋아할 수 없다는 말. 믿지 못하는 얼굴의 날 붙잡고 입을 맞추는 너에 저도 팔을 뻗어 네 뒷목을 끌어당겼어. 쪽- 하고 떨어졌던 입술과 함께 감겨있던 네 눈이 나른하게 떠졌지. 그대로 벌떡 일어나 널 침대에 밀어눕히고 그 위를 올라탔어. 내 어깨에 손을 얹는 네 팔을 따라 쭉 입을 맞추곤 입술에 연달아 뽀뽀를 했지. 뽀뽀를 하는 동안에도 이게 실제 상황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아서 잠시 네 얼굴을 바라보고만 있었어. 의아한 표정으로 응? 하고 물어오는 너에 다시 감정이 북받쳐서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입술이 하얗게 질리도록 꽉 물고 있다가 그대로 팔을 무너뜨려 네 어깨에 얼굴을 묻었어. 다리와 허리에는 힘을 줘서 네가 무겁지 않게 하고 얼굴만, 어리광을 부리듯 네 어깨에 부비며 눈물을 참아냈지.) 좋아해요. 좋아합니다. 저 좋아해줘서 고맙습니다. (한참 그렇게 고맙다고만 하다가 천천히 머리를 들었어. 막상 네게 고백을 한 뒤 얼굴을 보는 것이 부끄러워져서 이리저리 눈도 못 마주치고 있다가 일어나서 쭈뼛쭈뼛 뒷걸음질을 쳤지.) 바, 밥 드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아침 해드리겠습니다. 오므라이스, 배웠습니다. 아니면 콩나물국이랑... (제가 칼을 쥐고 이런 가정적인 일을 할 줄 알았을까. 네게 메뉴들을 읊다가 문득 드는 새삼스러운 생각에 칼을 잡아쥐는 오른손을 잼잼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다가 네게 밥을 먹이고 빨래를 돌리고 아까 핏물이 든 바지도 빨아야겠다고 생각해. 아직도 침대에 누워있던 네가 제게 손을 뻗자 그 손을 꼭 잡고 일으켜. 놓치지 않고 답싹 안겨오는 너에 말을 더듬거리며 네 허리를 잡아채 다시 침대에 앉혔지.) 빠, 빨, 빨래 할 거니까 스, 아니. 세탁물 가져오십시오. (빨래. 빨래.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빠르게 방을 나갔지. 너에게 고백을 하기 전에는 너에게 조금이라도 닿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었는데 막상 사귀는 사이가 되고 나니까 네가 스킨십을 하면 할수록 '연인' 이라는 단어가 깊게 각인돼서 오히려 더더욱 부끄러움이 밀려왔지. 밥솥에 밥이 없어서 우선 밥부터 안쳐두고 네가 피를 싫어했으니 네 눈에 띄지 않게 빨리 바지부터 빨아야겠다 싶어서 아직 네가 나오지 않은 방 문을 바라보다가 잽싸게 바지를 가지고 화장실로 들어가. 대야에 바지를 넣고 팔뚝에 힘줄을 불끈거리며 빨아댔지만 쉽게 빠지진 않았지. 묻은 즉시 빨았어야 됐는데. 옅게 핏물이 진 바지를 들어올려 착잡하게 바라보다가 다시 물 속에 집어넣고 세탁물을 들고 오는 네 발소리가 들려서 손을 대충 씻고 화장실을 나가. 세탁물을 네게서 받아들고 세탁기에 넣은 후 계속 제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네가 귀여워서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었지.) 날이 많이 풀렸습니다. 산책이라도 하러 가시겠습니까? (마당에 심어진 나무에 조그만 초록색의 새순이 돋아있는 걸 가리키며 물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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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다가온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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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43
글쓴이에게
(제 어깨에 얼굴을 부비며 아이처럼 굴던 것도 잠시 침대에서 벗어나 머뭇거리는 너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어. 밥을 먹겠냐는 네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네가 저를 일으키려 손을 뻗자 그 손을 확 잡아당겨 네 허리를 끌어안았지. 그러자 뻣뻣하고 굳어있던 네가 제 허리를 잡아채 다급하게 떼어놓는 것에 입술을 비죽였어. 이제 애인 사이인데 그 정도도 못하나. 네가 방을 나가고 네가 일으켜준 것이 무색하게 다시 침대에 드러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어. 내가 너랑 사귄다니. 너도 날 좋아한다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어. 제 뺨을 세게 치자 밀려오는 고통에 잠시 인상을 구겼다가도 이게 현실이라는 사실에 금세 방실방실 웃음을 띄웠지. 진짜로 사귀는구나, 너랑 내가. 그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하늘까지 치고 올라가는 것 같아 이불로 빨개진 얼굴을 가리고는 기쁨에 버둥거렸어. 한참을 그렇게 몸부림을 치다 네가 세탁물을 가져오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주섬주섬 세탁할 옷들을 챙겼지. 제가 방을 나가자 바로 화장실에서 나오는 너에 광대가 터질듯 웃어보이며 너에게 세탁물을 건네줬어. 집안일을 이것저것 하러 돌아다니는 네 뒤를 졸졸졸 쫒아다니자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네 손길이 한없이 다정해 눈을 감고 느끼다 산책을 나가겠냐는 네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어.) 응, 나갈래요. 지금 바로는 말고. 밥 먹고 나가요. 오늘 날씨 하루종일 맑대. 아, 그리고... (말을 해놓고 제가 잠시 뜸을 들이자 네가 제 행동에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어. 그에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 네 눈치를 잠시 보다 네 볼에 쪽, 짧게 입을 맞추고는 빠르게 떨어졌지. 애인인데 솔직히 이정도는 해도 되잖아. 안그래? 얼굴이 슬슬 빨개지기 시작하는 너에게 멋쩍은 듯 웃어주고는 네 머리를 가볍게 헝클였어. 무어라 말을 하려는데 더듬거리는 너에 큭큭 웃음을 터뜨렸지. 아, 진짜 너무 좋다. 중학교 삼학년 때 처음으로 좋아해본 여자애랑 사귀었을 때도 이만큼 좋진 않았던 것 같은데. 마치 행복이란 단어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기분이었어. 아직 정신을 제대로 못차린 네 입술에 다시 한번 제 입술을 아까보다는 길게 맞댔다 떼어냈어.) 얼른 밥 해줘요. 나 배고프다. 그리고 이따가 우리 딸기 빙수 먹으러 나가야 되는 거 알죠? 얼결에 첫 데이트 하겠네. 아무거나 입어도 잘생겼지만 그래도 더 이쁘게 입어요, 오늘은. 밥 맛있게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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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끝나도 다음에 올 때 답댓 해줄 수 있나여...☆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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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43에게
(제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눈을 감고 있는 네가 강아지 같았어. 귀엽다. 널 꽉 안아버리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제 심장도 함께 터질 것 같아서 산책을 가는 것이 좋다고 하는 너를 그저 흐뭇하게 바라보는데 뜸을 들이다가 돌연 볼에 입을 맞춰오는 네 행동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버렸어. 그런 제 모습을 보며 큭큭대는 네가 머리를 쓰다듬다가 다시 입술에 길게 입 맞추자 더듬거리며 뱉어지던 말조차도 멎어버렸지. 딸기빙수를 먹으러 가자는 말과 함께 예쁘게 입으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네가 밥이 될 동안 티비라도 볼 건지 거실로 몸을 트는 것에 네 허리를 꽉 잡아냈어. 응? 하는 표정의 네 한쪽 볼을 잡고 그대로 쪽. 입을 맞췄다가 네가 푸스스 웃으며 어깨에 손을 올리자 몇 번 더 입을 맞췄지. 입을 맞추는 동안 티비에서 봤던 키스신이 생각났지만 아직 한 번도 해보지 않았고 너무 이른 것 같기도 하고 그랬다가는 정말 머리에 열이 올라 그대로 쓰러질 것 같아서 관뒀어. 너와 이마를 맞댄 채로 가만히 생각하다가 조용히 중얼거렸지.) 연습해봐야하나... (무슨 말이냐고 묻는 너에게 사실대로 말해주려다 잠시 말을 멈췄어. 왠지 이건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았거든. 급히 네게서 떨어져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지. 마침 밥이 다 된 것 같기에 빠르게 주방으로 가서 밥을 펐어. 바지는 물에 좀 담가놓으면 핏물이 빠지겠지 싶어서 구석에 밀어놓고 본격적으로 오므라이스를 만들기 시작했지. 배고프다는 너를 더 배고프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칼질을 빠르게 해서 요리는 금방 끝났어.) 태형씨. (티비를 보는 네 귓불을 매만져 간질이며 널 부르곤 먼저 달려가 물도 떠놓고 자리에 앉아 얌전히 널 기다렸지.) 드셔보십시오. (역시나 저는 처음해보고 처음 맛보는 것이었기에 이게 진정 오므라이스의 맛인지도 모르고 만들었어. 수저로 밥은 뜨는 너를 긴장한 듯 바라봤지. 아무래도 요리책에 있는 요리를 다 해보고 네게 맛있다는 말을 듣지 않는 이상은 이렇게 긴장이 될 것 같았어. 짜진 않을까. 느끼하진 않을까. 네가 오물거리며 밥을 씹는 입술만 뚫어져라 바라보며 침을 꼴깍 삼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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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 알았어용 답댓해줄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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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49
글쓴이에게
(저에게 몇 번 뽀뽀를 하더니 부엌으로 사라지는 너에 조금 아쉬운 느낌에 입맛을 쩝, 다시고는 소파에 가 풀썩 앉았지. 재미 없는 티비를 틀어놓고 집중을 못하다 결국 휴대폰을 들어 의미 없이 페이스북 스크롤만 죽죽 내리고 있자니 네가 제 옆으로 총총총 와서는 귓볼을 만져주는게 간지러워 몸을 살짝 떨었어. 천천히 네가 이쁘게 차려놓은 식탁 앞으로 걸어가 앉았어. 어울리지 않게 케찹도 하트 모양으로 짜놓은 것에 저도 모르게 푸스스 웃고는 수저로 계란과 함께 밥을 떴어. 언제나 저에게 음식을 해주고는 긴장한 표정으로 절 바라보는 널 알기에 방긋 웃어주며 맛있다는 티를 냈어. 그런 제 반응에 긴장을 풀고 너도 한 술 뜨는 걸 바라보다 저도 다시 숟가락을 움직였지. 맛있다. 먹는 와중에도 고개를 쳐박고 열심히 숟가락을 입에 집어넣는 널 틈틈이 바라봤지. 먹는 것도 귀엽네. 오물오물 씹으며 너를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바라보다 또 한 수저를 떠 씹으며 널 바라보고. 그러다보니 네가 먼저 밥을 다 비운 순간에도 제 밥은 반이나 남아있었지. 네가 맛이 없어 그러는 것인가, 걱정할까 빠르게 입에 집어넣어 접시를 비우고는 접시를 치우는 너에게 넘겨줬어. 이제는 자연스럽게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는 네 뒷모습을 여전히 식탁에 앉아 바라보다 문득 드라마에서 본 장면이 떠올랐어. 그래서 의자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너에게 살금살금 다가가서는 널 뒤에서 확 끌어안았지.) 손 안시려워요? (너에게 다정스레 물어보고는 괜찮다는 너에 어깨 너머로 네 손 움직임을 시선으로 좇다 네 어깨에 턱을 굈어.) 얼른 해요. 나 빨리 딸기 빙수 먹고 싶다. (제가 끌어안은 탓인 건지 살짝 발개진 네 귀가 보였어. 이것마저도 귀여워 보이는 것에 심각하다, 생각했지. 아까처럼 큭큭 웃어대며 빨간 네 귀 끝을 아프지 않게 살짝 앙 물었다 떼고는 손으로 귀를 매만져줬지.) 귀 빨갛네요. 내가 안아서 부끄러워요? 이제 맨날맨날 이럴 건데. 얼른 익숙해지는게 편할텐데. (흐흐, 웃으며 네 허리를 감싸 안은채로 네 설거지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다 네가 고무장갑을 빼고 손을 탈탈 털자 그제서야 저도 너한테서 떨어졌지.) 언제 나갈까요? 점심 밖에서 먹을래요? 아, 밖에서 먹고 딸기 빙수 먹고. 저번에도 그러긴 했는데 오늘 데이트 완전 풀코스로 하고 들어오자.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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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ㅎ고마워요^ㅁ^ 구삐 넘나 달달한 것...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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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49에게
(설거지를 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느껴지는 체온에 깜짝 놀랐어. 움찔 몸을 떨었다가도 그게 좋아서 슬쩍 미소를 지었지. 딸기빙수가 먹고 싶다며 저를 재촉하는 너에 평소보다 빠르게 설거지를 했어. 나를 뒤에서 안는 것을 맨날맨날 할 거라는 네 말에 다시 귀가 붉게 달아올랐지.) 데이트 풀코스? (그냥 밥 먹고 후식 먹는게 데이트 풀코슨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알았다고 네게 고개를 끄덕여보이곤 각자 준비를 하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어. 씻고 나와선 옷이 가득 들어있는 커다란 옷장을 열어두고 고민했지. 뭘 입어야되는 거지. 정장을 입으면 화내실 거야. 옷 중에서도 제일 높은 지분율을 차지하고 있는 정장들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내젓고 캐주얼한 옷들로 고개를 돌려. 저게 나한테 어울릴까. 아무래도 집에 있을 땐 거의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갈땐 정장을 입다보니 아직 다른 옷들엔 조금 자신감이 없었어. 잠시 망설이다가 겨우 옷을 꿰차입었지. 청바지에 하얀색 터틀넥 니트, 검은색 코트. 전신 거울에 제 몸을 비춰보다가 네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로션도 못 바르고 허겁지겁 문을 열어. 하루에 한 번쯤은 안 발라도 되겠지. 대충 그렇게 넘기고는 건조한 입술을 혀로 축였어.) 이상하지 않습니까? 옷이 영...묘합니다. 정장이나 트레이닝복이 제일 나은 것 같긴 한데. (괜히 옷자락만 죽죽 잡아늘이다가도 저와 비슷하게 입은 너를 보면서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괜찮다고, 잘 어울린다고 해주는 너에 손으로 머리칼을 헤집으며 머쓱하게 웃었지.) 태형씨가 그렇게 보이신다면 다행입니다. (로션을 바르지 않아 까칠한 볼을 손으로 매만지다가 잠시 널 세워두고 2층으로 올라가. 창문들이 제대로 잠긴 것을 확인하고 1층으로 내려와선 베란다를 비롯한 여기저기의, 침입자가 들어올 수 있는 모든 부분을 확인했지. 가스까지 꺼놓고 칼이나 총을 혹시 몰라 주머니에 챙겨넣은 다음에야 안심하고 웃을 수 있었어.) 준비 다 했습니다. 이제 가시죠. 영화 시간 늦겠습니다. (네가 신으라고 꺼내준 검은색 워커를 발에 우겨넣으며 다시 한 번 현관에 있는 거울로 제 모습을 살폈어. 핸드폰과 지갑도 챙겼고. 어차피 연락할 사람도 너밖에 없지만 괜히 핸드폰을 한 번 켜봤다가 주머니에 넣었어. 뭐, 이젠 네가 있으니까. 친구는 그닥 필요없을 것 같다고 느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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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삐는 사랑...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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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50
글쓴이에게
(각자 방으로 들어가 준비를 하고 나와 네 방문을 두드리자 네가 조금은 다급하게 방문을 여는 것 같았어. 아무래도 맨날 제가 입는 옷을 봤기에 엄마가 채워 넣어놓은 옷들도 제 옷들과 비슷했었어. 그래서 저랑 닮게 옷을 입은 너를 보자 괜시리 기분이 묘했지. 커플룩 입은 기분. 괜히 네 옷매무새를 다듬어주고는 제 검정색 워커를 꺼내 신으라는 듯 네 앞에 내밀었어. 문을 열고 나와 아직은 조금 쌀쌀하지만 그래도 많이 풀린 날씨에 조금 들뜬 발걸음으로 시내로 향했지. 예매한 영화 시간까지는 아직 조금 남았었지만 어딜 들어가서 뭘 먹거나 하거나 하기는 짧은 시간이었기에 로데오 거리를 걸어다녔어. 나란히 서서 걷다보니 계속 살짝 살짝 스치는 손등이 신경에 거슬렸지. 아무렇지 않게 네 손을 덥썩 잡고는 널 보며 히, 웃어보였어.) 손이 시려워서. (물론 핫팩을 쥐고 있었기에 네가 거짓말이라는 걸 알았겠지만 개의치 않았어. 너랑 손 잡았다는게 중요한 사실이니까. 사실 손은 사귀기 전에도 잡았었지만 연인이 된 후에 잡는 거라 생각하니 느낌이 남달랐어. 손을 조금 움직여 깍지를 끼고는 앞뒤로 살짝 살짝 흔들어보였지.) 아, 날씨도 좋고 그 쪽도 좋네요. (그러다 문득 그래도 명색이 사귀는 사이인데 아직 그 쪽, 하며 존댓말을 쓰는 것이 조금 불만스러웠어. 심지어 네가 나보다 어린데.) 근데, 내가 그 쪽, 그 쪽 하는 것보다 정국이라 부르는게 더 편하지 않아요? 심지어 내가 그 쪽보다 두살이나 많은데. 앞으로 반말할래요, 그래도 되지? 너도 나한테 형이라고 해줘. 태형씨라 하는 것보다 그게 나는 더 좋은데. 싫어도 그렇게 해야 돼. 얼른 태형이 형 해봐, 응? 태형이 형- (당황스러운지 머뭇거리는 네 턱 아래에 손을 굴리며 강아지 다루듯 형이라 불러보라 시켰지. 제가 가만히 멈춰서는 너에게 계속 말해보라 하자 어쩔 수 없는지 체념한 표정으로 작게 내뱉는 너에 환하게 웃어보이며 네 머리를 쓰다듬었어.) 아이, 귀여워라. 우리 정국이, 형은 왜 불러- (네 볼을 조물거리다 영화시간이 다가와 네 손을 힘을 줘 움켜잡고는 영화관으로 앞서 걸음을 옮겼어.) 형 소리 좋네. 앞으로 계속 그렇게 불러, 알았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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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50에게
(손등이 계속 스치기에 손을 떨어뜨리고 걸을까 아님 확 잡아버릴까 고민하는데 네가 손을 잡고 웃어오자 그 고민이 부질없었다는 걸 알아채. 진작에 잡아버릴 걸. 핫팩을 잡고 있으면서도 손이 시렵다고 둘러대고는 기분이 좋은지 앞뒤로 흔들기까지 하는 너에 저도 웃음이 나왔지. 그 쪽도 좋네요- 하는 말에 더욱 웃음꽃이 폈지만.) 저도 좋습니다. (흐흥, 하고 웃어버리는데 갑자기 호칭이 불편하지 않냐며 묻던 네가 대뜸 반말까지 해버리고 태형이형이라 부르라고 하자 당황스럽기도 하고 입에 붙지 않은 호칭이라 너무 어색해. 싫어도 그렇게 하라며 턱을 간질이는 네가 잔뜩 기대하는 표정이라서 조그맣게라도 네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줬어.) ...태형이형. (흡족한지 머리와 볼을 연신 만지던 네가 영화관으로 들어서며 손을 꾹 잡자 네 말에 대답도 않고 저번처럼 사람이 많은 지 주위를 경계하다가 오늘은 그닥 사람이 많다고 판단되지 않자 그제야 네게 대답을 해.) 아직 너무 어색합니다. 갑자기 그래버리시니까...그래도 태형ㅆ, 아니. 어, 형이 그러는 건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냥 제가. 저만 이상해서.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매표소 앞으로 들어서자 자동적으로 경계에 돌입하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훑어보며 청각에 집중해. 아무래도 전에 주먹다짐을 했던 곳이라 더 그랬기 때문이었어. 저번처럼 그런 놈이 나오면 코뼈를 아작내주는 건데. 우득우득 손가락을 꺾어 뼈소리를 내곤 표를 다 예매하고 팝콘을 먹을 거냐는 네 질문에 고개를 내저었어. 입이 심심할 것 같긴 한데 그닥 땡기진 않았지. 쩝- 입을 한 번 다시고는 네 손을 잡고 나와선 영화 시간까지 20분 남짓 남은 터라 여기저기를 둘러봤어. 그러다 발견한 건 영화관에 딸린 오락실. 여자애들이 들어가서 꺅꺅대며 뭔가 찰칵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도 있고 움직이는 기구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 총게임, 운전게임 등 각종 핸드폰 게임들이 다 구현돼서 나온 것 같았어.) 여긴... (천국이야...! 핸드폰 게임에 매료된 내가 그렇게 느끼기에는 충분했지.) 여, 여기 가보고 싶습니다. 재밌을 것 같습니다. 같이 가주십시오, 형.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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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59
글쓴이에게
(영화를 예매하고 네 손을 잡은 채로 매표소 앞을 빠져나와 영화관에 딸려있는 여러 매장을들 구경하고 있었어. 그러다 제 옆에 졸졸 따라오던 네가 없는 것 같아 고개를 돌리자 오락실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 네가 보였지. 네 옆으로 다가가 너와 오락실을 번갈아보자 저를 보고는 같이 가달라는 말이 웃겨 비죽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네 손을 잡고 앞서 오락실로 향했지. 저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잘 와보지 않았기에 정말 오랜만에 와보는 것이었어. 뭐가 그리 신기한지 이리저리 정신 없이 눈을 굴리는 너가 처음에는 그렇게 쪽팔릴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귀여운 건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잡고 있는 손을 잡아당겨 총게임 앞에 섰어. 가짜로 만들어진 총을 만지작 거리는 너에 바로 옆에 있는 동전교환기에서 오천원 짜리 하나를 오백원 짜리로 교환한 후에 네 옆에 섰지.) 가짜 총으로 여기 화면에 나오는 거 쏴서 죽이면 되는 거야. 우리 내기하자, 내기. 근데 넌 총 많이 쏴봤으니까 나 핸디캡. 음... 마지막 점수에 백점 더 넣어주기. 어때? (못말린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너에 네 기계와 제 기계에 동전을 집어넣고는 비장한 표정으로 총을 집어들었어. 그래도 왕년에 꽤 많이 해봤었기에 백점 추가하면 이길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 곧 게임이 시작되고 아마 네가 본 제 모습 중에서 가장 진지한 표정으로 게임에 임했어. 온몸을 부산스레 움직여가며 총을 쏘는 저와는 다르게 너는 정리된 자세로 타겟만 탕탕 맞추는 것에 다르긴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지. 그렇게 게임을 끝내고 제 점수에 백점을 더 더했어도 네 점수가 월등히 높았어. 그 게임기 최고 기록인 건지 랭킹으로 바뀐 화면에는 방금 네가 찍은 점수가 맨 위에 찍혔지.) 와, 최고기록... 네가 1위래. 진짜 잘한다, 너. 나도 이거 친구들 중에선 제일 잘했는데... (괜한 아쉬움에 총을 몇 번 만지작 거리다 네가 한 판 더 하시겠냐 물어오는 것에 시간을 확인하니 다른 게임도 하려면 그건 안될 것 같아 고개를 가로 저었어. 그러고 난 뒤 다시 네 팔을 잡아 오토바이 레이싱 게임 앞으로 갔지.) 이거 하자. 이거 진짜 재밌어. 네가 움직이는 대로 움직여. 이것도 내기할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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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59에게
(진짜 총이 아니라 가짜로 하는 거구나. 네가 손에 쥐여준 가짜 총이 진짜 총보다 낯설어서 저도 모르게 실제 총을 대하는 것 마냥 손에 익히기 위해서 몇 번이고 매만지다가 내기를 하자는 말에 그제야 네게 시선을 돌렸지. 동전 투입구에 동전을 넣고 핸디캡을 적용해 달라는 너에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 어차피 진짜니 가짜니 해도 총은 총이니까 더욱 자신이 있었지. 화면에 나오는 상대들고 실전에서처럼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놈들이 아닌지라 더욱 손쉽게 죽일 수 있었어. 이 정도면 잘 나온 건가. 어느새 게임이 끝나고 화면 가득히 뜬 점수를 바라보다 네 쪽으로 시선을 돌렸어. 100점을 더해줘도 저보다 많이 낮은 점수. 어째 옆에서 부산스레 움직이던 너에게 미치지 못하는 점수 같아서 네 머리를 쓰다듬어주는데 랭킹 1위라며 저보다 더 신기해하는 너에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입이라도 맞출 뻔 했지.) 신기합니다. 재밌네요. 나중에 또 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핸드폰을 붙잡고 뿅뿅거리던 것과는 또 달라서 오토바이를 타자는 너에도 흔쾌히 수락했어. 오토바이는 나도 한 번도 안 타본 거라 먼저 네가 타는 모습을 본 후에야 똑같이 올라탔지. 몸을 숙여 오토바이에 바짝 붙어선 핸들을 만지작거리다가 또 내기를 제안해오는 너에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내기 진짜 좋아하시네.) 알겠습니다. 이번엔 저도 처음이니까 핸디캡 없는 겁니다. 근데 내기하면 뭘 걸고 하실 겁니까? 아까 제가 이겼는데 보상도 없고. 원래 내기엔 보상을 거는 겁니다. (F구역에서는 두 명을 싸움붙여놓고 내기를 했지. 누가 이기는지 서로 상대를 고른 다음에 제가 고른 상대가 이기면 진 사람에게 돈이나 먹을 것, 무기들을 받는 형식이었어. 나도 그런 싸움에 많이 나갔었지. 새삼 과거를 떠올리다가 네가 내기의 보상을 생각하는 동안 다음에 할 게임을 찾으려 눈을 바쁘게 굴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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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62
글쓴이에게
보상? 아, 생각 안해봤는데. (보상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해놨었기에 바로 떠오르지를 않아 미간을 살짝 구기고는 한참을 고민했어. 결국 적당한게 떠오르지 않아 멋쩍게 웃으며 눈을 굴리는 널 바라보곤 제 이마에 손을 갖다대며 딱밤을 때리는 시늉을 했지.) 어, 이마 딱밤? 이렇게 이마 때리는 거. 근데 너한테 맞으면 나 두개골 골절 되는 거 아니냐. 넌 좀 살살 때리기. (평소 네가 힘 쓰는 걸 봤기에 지레 겁을 먹고 제 이마를 감싸며 장난스레 말하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손을 내리고는 무릎을 쳤어.) 아, 딱밤 말고. 소원 하나 들어주기! 어때, 진 사람이 이긴 사람 소원 하나 들어주는 걸로. 이걸로 하자, 괜찮은 것 같아. (소원? 하며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도 생각보다 별 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너에 저도 따라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작동법을 대충 알려줬어. 엑셀, 핸들 조작법, 드리프트, 뭐 등등. 그리고는 주머니에 가득한 동전을 몇 개 꺼내 게임기에 집어넣고 플레이를 눌렀지. 이내 게임이 시작되고 전 여러번 해봤었기에 처음부터 치고 나갔어. 처음이라 그런지 제 한참 뒤에서 조금 헤매나 싶다가도 습득력이 빨라 그새 감을 잡고는 한참 앞서고 있던 저를 바짝 추월하더니 결승선 바로 앞에서 네가 아주 근소한 차이로 먼저 들어가는 바람에 결국 또 지고 말았어. 아, 진짜 이길 수 있었는데. 울상을 지으며 괜히 핸들을 만지작 거리며 발을 툭툭 차다 오토바이에서 폴짝 뛰어 내려와 한숨을 쉬었지.) 아, 아까워, 진짜. 솔직히 내가 이길 줄 알았다, 저거는. (너랑 손을 잡지 않고 괜히 손을 꼼지락 거리다 시간을 확인하니 입장 시간이 가까워져 한 게임 밖에 못할 것 같았어. 이제 무슨 게임하지. 그나저나 너 소원도 들어줘야 되는데. 네가 소원으로 뭘 말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아 괜히 조금 무서워졌지. 네가 아무 말도 안하기에 부러 저도 입을 다물고 있는데 네가 그럼 제 소원 하나 들어주시는 거죠? 하는 것에 혼자 속으로 뜨끔했어. 입을 일자로 늘려 꾹꾹 누르며 네가 무슨 소원을 들어달라 할지 머리를 빠르게 굴렸지. 아무리 생각해도 감이 전혀 잡히지 않아 그냥 말을 돌리기로 해.) 시간 얼마 없는데. 한게임만 더 하면 입장 해야될 것 같은데 소원 이따 말해. 다음 게임은 네가 원하는 걸로. 뭐할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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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62에게
(오토바이를 타고 몬을 좌우로 흔들자 게임 속의 제 캐릭터가 좌우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신기했어.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기를 걸었던 너에게 질 수 없다는 생각에 금세 게임에 적응을 했지. 무엇을 배우면 익히는 습득력이 남들보다 빨랐기에 이번 게임도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었어. 아까의 총 게임보단 못했지만 근소한 차이로 너를 이기는 데는 성공했지. 하나도 제게 이기지 못해서 조금 속상한지 한숨을 쉬며 발을 툭툭 차는 네 모습에 괜시리 미안해졌어.) 아, 그리고 아까 하나라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제가 총 게임도 이겼잖습니까. 두 개 들어주셔야 됩니다. (제 말에 입술을 쭉 내밀고는 부루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네 머리를 쓰다듬고 네가 나를 이길 수 있을만한 게임이 뭐가 있을까 싶어서 주위를 둘러봐. 틀린그림찾기도 주위를 항상 경계하는 제게는 너무 쉬운 게임이었고 힘을 쓰는 거라면 우스울 정도로 쉬웠지. 그러다 한 게임기를 발견했어. 3개의 목숨을 가지고 탑을 올라가는 게임이었지. 시간이 없으니 3판까지만 하는 버전으로 고른 네 옆에 의자를 끌고 와 앉았어. 빨갛고 파랗고 초록색인 버튼 세 개를 연타로 누르는 게임이었지. 연타도 꽤나 쉬울 것 같았지만 아니었어. 잽싸게 타다다닥 버튼을 누르는 네 손이 신기할 정도였지. 결국 이번 게임은 내가 지고 말았어. 그제야 조금 뿌듯해보이는 표정을 하는 네가 귀여워서 괜히 주먹만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지. 연타를 열심히 해서 그런지 손바닥이 빨개지고 얼얼했어.) 저는 소원 두 개, 형은 소원 한 개 하는 겁니다. 이제 가시죠. 영화 시작할 것 같습니다. (형이라고 하면서도 딱딱한 존댓말을 쓰는 저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며 쑥덕거리던 여학생들과 눈이 마주쳤어. 가만히 무표정으로 바라보니 겁을 먹는 것 같아서 헤실 미소를 지어주고 네 손을 꼭 잡은 채 오락실을 나섰지. 말투가 이상한가. 뭐라고 해야 안 이상하지. 형이라고 부르라고 해서 그런 건데.)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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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64
글쓴이에게
(다음으로 네가 고른 게임은 제가 제일 잘하는 게임이었어. 학창시절에 제가 가는 오락실마다 최고기록을 세웠었지. 뻐근한 손목을 몇 번돌려 풀어주고는 동전을 넣어 게임을 시작했어. 이내 플레이가 되고 너를 이기려 손바닥이 얼얼할 정도로 버튼을 눌러댔지. 아직 죽지 않았는지 최고기록을 찍은 제 점수에 뿌듯하게 웃어보이며 널 바라봤어. 아싸, 이겼다. 여전히 입꼬리를 올린채 오락실을 벗어나 네 손을 잡고는 영화관으로 올라갔지. 영화관 앞에서 직원에게 티켓을 보여주고는 안으로 들어갔어. 이내 곧 광고가 시작하고 살짝은 부산스런 분위기에 저도 네 쪽 팔걸이에 몸을 기대고는 이런 저런 시시콜콜한 얘기들을 했지. 그러다 문득 네 말투가 신경에 거슬렸어. 한 번 거슬리기 시작하니 네가 말을 할 때마다 계속 생각나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영화가 시작돼 버렸지. 결국 말을 못하고는 영화에 집중했어. 이따 영화 끝나고 말해야지. 슬픈 영화였기에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눈물이 나기 시작하더니 영화가 끝날 때 즈음에는 소리만 안냈지 거의 엉엉 우는 수준이었어. 제가 우는 모습에 당황해 허둥지둥 대다 소매로 얼굴을 닦아주는 것에 네 옷이 젖을 것 같아 네 팔을 밀어내고는 제 손으로 대충 눈물을 훔쳤어. 아, 눈 부었겠네. 부은 눈을 되돌리려 눈을 벅벅 비비자 옷에 쓸려서인지 눈가가 살짝 따가웠어. 이따 화장실 가서 씻어야겠다, 그냥. 벅벅 비비던 제 손을 잡아내려 손을 잡은 너에 네 손을 꽉 잡고는 화장실로 향하고 있었어. 누가 봐도 이쁘다, 할 정도의 외모를 가진 여자가 다가와서는 우리가 친구인줄 알았는지 저에게 번호를 묻는 것에 놀라 멍청하게 바라보고만 있었어. 그러다 문득 정신이 들어 널 슬쩍 바라보자 네 표정이 미묘하게 구겨져 있는 것 같았어.) 아, 죄송해요. 애인 있어요. (제가 이렇게 말하면 그냥 갈 법도 한데 거짓말 아니냐며 번호만 달라는 여자에 슬슬 짜증이 났지. 한숨을 내쉬고는 너와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네 턱을 잡아 당겨 네 입에 짧게 입을 맞췄다 뗐어.) 저 얘랑 사귀어요. 그니까 좀 가주세요. 가자, 정국아.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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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64에게
(영화가 슬픈 구석도 있었구나.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에 나도 울어야되나 싶어 감정을 이입하려고 인상까지 쓰고 스크린을 바라보는데 옆에서 들리는 훌쩍이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널 돌아봐. 얼굴에 물이라도 끼얹었는지 온통 젖어있는 것에 급하게 주머니를 지. 역시나 휴지는 나오지 않았고 손수건도 하필 오늘 챙기지 못한 상태였어. 아, 왜 오늘 하필. 짜증을 내다가도 널 달래야할 것 같아서 아프지 않게 톡톡 제 옷 소매로 눈물을 닦아주다가 네가 괜찮다는 듯 제 팔을 밀어내고 눈을 부비자 다시금 그 손을 잡았어. 네가 킁 콧물을 들이키며 제 손을 꾹 잡자 그 손등에 촉 조심스레 입을 맞췄지. 겨우 영화가 끝나고 화장실에서 얼굴을 정리해야겠다는 너에 고개를 끄덕이곤 너와 화장실로 가는 중이었어. 아름답게 생긴 여자가 앞을 막아서더니 네게 핸드폰을 내밀며 번호를 달라고 하는 것에 잠시 멍했다가 허어? 하고 어이가 없다는 소리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지. 애인이 있다고 해도 자꾸 번호를 달라고 우기는 여자는 이제 더이상 아름다워보이지 않았어. 처음엔 어쩔 줄 모르고 제 눈치를 살피던 너도 짜증이 났는지 대뜸 제 턱을 잡고 입을 맞추더니 저 얘랑 사귀어요, 하고 말해버리자 이번엔 내가 당황해버렸지. 멍청한 얼굴로 진짜냐는 듯이 나를 바라보는 여자의 시선에 입을 꾹 다물고 네 손을 잡은 채 그곳을 벗어났어. 기분이 매우매우매우 나빴지. 내 건데 왜 탐내. 내 건데. 화나서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발을 옮기다가 화장실 앞에 도착해선 너만 밀어넣었어.) 저는 안 갑니다. 다녀오십시오. (네가 고개를 끄덕이고 들어가자 팔짱을 떡하니 끼고 화장실 벽에 기대서 신발로 톡톡 바닥을 차며 장난만 쳤어. 짜증나, 짜증나. 여기 있는 모두가 어쩌면 너에게 번호를 다 물어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분이 거지같았지. 한숨을 푹 내쉬고 텅 빈 눈으로 고개를 들어 천장에 박힌 반짝이들만 바라봤어. 애인이 잘나도 이런게 불편하구나. 그래도 애인 있다고 거절하고 안 되면 서슴없이 입까지 맞춰서 증명해보이니까 그닥 걱정을 안 해도 되는 걸까. 그래도 더 잘나고 멋진 사람이 오면 아무리 그래도 인간인데 흔들리지 않을까. 에휴- 여러 걱정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서 더이상 생각했다간 머리가 깨질 것 같았어. 속으로 묵직하게 한숨을 내쉬고 가만히 눈만 끔뻑이며 네가 나오기를 기다렸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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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65
글쓴이에게
(제 손을 움켜쥐고는 성큼성큼 화장실로 가서는 저를 밀어넣는 너에 조금 당황했어. 기분이 많이 안좋나. 되게 짜증난 것 같은데 어떡하지. 아니, 그래도 거절했는데. 너가 애인이라고 말하고 대놓고 뽀뽀까지 했는데. 입을 비죽이며 화장실로 들어가 찬물을 틀어 눈을 씻었어. 그렇게 한참을 눈에 찬물을 들이붓자 아주 미약하지만 그래도 붓기가 조금 풀린 것에 만족하며 손을 탈탈 털고는 살짝 흐트러진 머리도 물기가 남아있는 손으로 정리하고 옷매무새도 정리를 한 뒤 뭐가 불만인지 입술을 대발 내밀고는 팔짱을 낀채 신발코를 바닥에 콕콕 찍고 있는 네 옆으로 도도도 달려가 팔짱을 꼈어. 제가 갑자기 팔짱을 껴오자 놀란 건지 저를 잠시 조금 크게 뜬 눈으로 바라보다 이내 다시 표정을 굳히는 너에 괜히 승부욕이 올랐어. 내가 너를 다시 웃게 하리라, 하는 쓸데 없는 승부욕. 네 옆에 틈 없이 딱 붙어서서는 종알종알 말을 붙였어.) 이제 어디 갈까? 오락실 다시 갈까? 하고 싶은 거 더 있었어? 아니면 지금 점심밥 먹으러 갈래? 아직 배 안고프려나. 뭐 할까, 빨리 빨리. (네 입꼬릴 손가락으로 죽죽 올리며 쉴 새 없이 말을 걸었어. 제가 노력하는 걸 알아서인지, 아님 그냥 제가 웃겨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서히 풀어지는 네 표정에 저도 따라 입꼬리를 슥 올렸지. 팔짱을 끼고 있던 팔을 빼고 네가 저보다 아주 살짝 작았기에 어깨동무를 한 채 걸음을 옮겨.) 그래서 진짜 어디 갈까. 어디 가고 싶은 곳 없어? (말을 하며 걸음을 옮기다보니 자연스레 영화관 건물을 빠져나왔어. 오락실은 뭐, 밖에도 많이 있으니 괜찮겠지. 사람이 많은 로데오 거리를 걷고 있는데 밀착한 몸 때문인지 저희를 힐끔힐끔 바라보는 시선들이 느껴졌어. 그 시선이 결코 좋은 시선이 아니라는 건 눈빛에서 알아차렸지. 게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건가. 저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잠시 보다 다시 시선을 옮겨 널 바라봤어. 그런 걸 신경 쓰기엔 네가 너무 좋았으니까.) 아, 맞다. 우리 소원 정해야되는데. 소원 뭘로 할래? 나도 빨리 생각해야되는데. 나는 너 말하는 거 들어보고 정할래. 너 뭐할 거야. 이 형이 다 들어줄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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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65에게
(네 말을 거의 무시하듯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영화관을 빠져나온 다음이었어. 어깨동무를 하고 길가를 걸으며 어디 가고 싶냐고 조잘대는 네 말에 따라 어딜 갈까 고민하는 중이었지.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는 것 같았지만 너에게 해만 끼치지 않는다면 알 바 아니었기에 어깨동무를 한 너를 따라 네 허리에 팔을 두르고 길을 걸었지. 형이 다 들어주겠다며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너 때문에 제 어깨가 되려 무거워져 작게 한숨을 내쉬고 어깨에 힘을 넣어 네 팔을 받쳤어.) 잘 모르겠습니다. 아. 아침에 제가 늦잠자고 태형씨가 아침밥 해주는 거? 다른 하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천천히 생각해보겠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을 걷느라 사람과 부딪혀 네 팔이 제 어깨에서 떨어지자 바로 팔을 뻗어 네 손을 꽉 잡고 인파를 헤치고 걸어. 그러다 네가 덩치 큰 한 남자와 어깨를 부딪혔을 적에는 맹수처럼 그를 보고 으르렁거렸지. 부딪혔을 뿐인데 네가 아프단 생각에 별다른 생각을 못하고 바로 이를 드러낸 저도 잘못이었지만 그런 저를 보며 비웃은 그의 잘못도 있었지. 저보다 2배는 작은 나를 내려다보는 남자는 키도 190cm 이상인지 덩치가 상당히 커보였고 목엔 문신도 있었어. 하지만 저보고 F구역에나 가있어야할 녀석이 왜 여기 있냐며 비쩍 말라서는 손가락으로 때려도 뼈가 부러질 것 같다고 제 친구들과 함께 낄낄대는 그를 보니 흥분이 가라앉혀졌지. 실제로 F구역 사람을 보지 못한, 그저 B구역에서 힘이 센 척을 즐기는 애송이 같았어.) 가시죠. (저런 녀석은 싸워봤자였어. 왜 이렇게 싸움을 붙이고 다니냐는 너에 조금 심통이 났지만 틀린 말도 아니라서 시무룩한채로 네 손만 꽉 깍지껴 잡았어.) 태형씨가 조금이라도 아프다고 생각되면 자꾸 판단력이 흐려져서.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어느새 저도 모르게 태형씨, 라고 하고 있다가 네게 살짝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도중에야 깨닫곤 아- 하고 멍청한 소릴 냈어.) 죄송합니다, 형.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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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71
글쓴이에게
그게 무슨 소원이야. 알았어, 내가 해줄게. 그니까 앞으로는 일찍 일어나지 말고 좀 ㄷ, 아. (사람에게 부딪혀 너에게서 떨어져서는 놓치기 직전까지만 잡은 네 손을 꼭 잡고 있자 네가 저를 끌어당겼어. 그리고는 저보다 덩치가 훨씬 큰 남자를 매섭게 노려보는 너에 혹시라도 네가 다칠까, 조마조마하게 바라보고 있었어. 이내 그 사람들아 너를 무시하는 말을 하는 것에 네가 손부터 나갈까 조심스럽게 네 팔을 꼭 잡았지. 네가 같잖다는 표정으로 몸을 돌려 저를 데리고 걸어가자 걱정스러운 마음에 몇 마디 잔소리를 했어. 네가 싸움에서 질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다치면 어쩌려고. 걱정 돼서 한 말인데 저에게 죄송하다 하는 너에 당황해 손을 내저었어.) 아니, 뭐 죄송할 것까지야. 죄송할 건 없고, 너 다치면 안되니까. 나 안다쳤으니까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고. 너도 나 다치면 속상하잖아. 나도 속상해, 너 다치면. (그 와중에도 딱딱한 말투로 제가 형이라 부르라 했다고 형, 하고 끝마치는 것에 살짝 웃음을 터뜨렸지. 네 어깨에 올려놨던 팔을 꺾어 네 머리를 쓰다듬었어.) 근데, 그 형이라 부르는 거하고 말투랑 되게 안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아? 너도 반말해라, 그 말투 별로인 것 같아. 너무 딱딱해, 그래도 이제 애인인데, 응? (그러자 반말은 안된다고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 너에 입술을 대발 내밀고는 인상을 살짝 구겼지.) 맨날 안된데, 맨날. 나 딱딱한 거 싫어. 경호원 전에 너 내 애인이잖아, 어? 아 그럼 나 소원 이걸로 할래. 나한테 반말해. 오늘 하루만 말고 앞으로 평생. 이거 내 소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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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71에게
(내가 싸움을 붙이는 게 싫은줄 알았는데 다치는게 싫은 거였구나. 정말 삐뚤어진 생각이지만 내가 다치면 속상하다는 네 말에 한 번 다쳐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네가 속상해하고 걱정해. 나 때문에. 묘한 감정에 괜히 볼을 긁적거리다가 반말을 하라는 너에 팍 인상을 쓰고 고개를 내저어.) 그럴 순 없습니다. (아무리 애인이라도 경호원이라는 제 입장에서 지켜야할 선이란 건 있었으니까. 입술을 내밀고 소원을 운운하며 평생 반말하라는 너에 한숨을 작게 내쉬었지.) 지금 호칭도 제대로 못 쓰는데 무슨 반말입니까. 무슨 소원이...너무 갑작스럽습니다. (계속 거절을 해도 그깟 반말이 뭔지 자꾸 해달라고 팔을 붙잡아 흔들기까지 하는 너에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서. 그리고 머뭇거리며 입술을 달싹거렸지.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네 눈을 마주하며 겨우 말을 내뱉었어.) 반말 하니까 이상해. 난 존댓말이 편해. 어색, 어색하잖아. (종국엔 말을 더듬거리기까지 하곤 다시 입을 꾹 다물었지.) 역시 안 되겠습니다. (히잉- 하고 축 처져서는 네 손을 꼭 잡고 앞뒤로 살짝씩 흔들었어.) 조금만 양보해주십시오. 그러면...제가 존댓말을 해도 이런 존댓말은 안 하겠습니다. 좀 더 편한 말로 하고 후에 익숙해지면 반말로 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제 협상이 먹혀들 것 같아서 눈을 반짝반짝 빛내다가 네 뒤에 있던 여자와 눈이 마주쳐. 수줍게 볼을 붉히며 시선을 피하는 그녀가 또 네 뒷모습을 보며 사랑에 빠진 것 같아서 뚱한 얼굴을 하고 그녀를 째려보다가 네가 정국아, 하고 부르자 꼬리 달린 강아지 마냥 네- 하고 바로 대답하며 방실방실 웃었지.) 네, 형.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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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73
글쓴이에게
(한참을 네 팔에 매달려 반말을 해달라 징징 대니 갑자기 우뚝 멈춰서서는 반말로 무어라 말하는 너에 환하게 웃어보였어. 그것도 잠시 역시 못하겠다는 네 말에 바로 뚱한 표정으로 바뀌었지만.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는 네가 흔드는 대로 흔들리며 멍하니 길을 걷는데 앞으로 지금보다는 더 편한 말로 하고 익숙해질 쯤 반말을 하겠다는 네 말에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딱딱해도 너무 딱딱한 다나까 체보다는 나을 것 같았지. 누굴 보는 건지 고개를 돌려 잔뜩 불은 표정을 하고 있는 너를 부르자 강아지가 주인의 부름에 달려오는 것 마냥 눈을 빛내고는 고개를 돌려 저를 바라보는 너에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며 고개를 끄덕였어.) 그럼 나중에는 꼭 반말해주기. 약속해. (제가 새끼손가락을 내밀자 이게 뭔지 모른다는 듯 내려다보는 너에 네 손을 가져와 일일이 손가락을 접어주고는 제 새끼손가락에 네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를 맞대.) 이게 약속한다는 뜻이야. 이렇게, 엄지도 붙이고. 됐다, 너 나랑 약속한 거야. 꼭 지켜야 돼. 남자가 한 입으로 두 말하면 안되는 거 알지? (제 말에 푸흐, 하고 바람 빠지는 웃음을 지으며 알았다는 너에 맞잡고 있던 손을 더 힘을 줘 잡고는 누구에게 부딪힐새라 네 팔을 부여잡고 너에게 꼭 붙어 발을 옮기며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어. 12시. 어쩐지 배고프더라.) 벌써 열두시다. 너 배 안고파? 나는 고픈데. 밥 먹으러 가자, 너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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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73에게
(이게 약속한다는 거구나. 엄지를 꼭 맞붙이고 있다가 남자가 한 입으로 두 말하면 안 된다는 네 말에 옅게 웃어보이곤 고개를 끄덕여. 밥을 먹으러 가자며 아까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함인지 제 팔을 잡아 몸을 바짝 붙인 네가 먹고 싶은 거 없냐고 묻자 인상까지 쓰고 고민하다 고개를 내저어.) 잘 모르겠습니다. 딸기빙수 밖에는... (네가 먹고 싶다던 딸기빙수만 머릿속에 있는 상태였지만 그건 밥이 아니라는 네 말에 입술을 쭉 내밀고 여기저기를 바라봐. 음식점은 엄청 많은데 뭔지 알아야 가자고 조르지. 그러다 결국엔 돼지가 귀엽게 그려진 고깃집을 가리켜.) 고기 먹고 싶습니다. (양념갈비 냄새가 맛깔나게 나는 것에 그냥 아무거나 골랐던 것과 달리 빨리 가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킁킁대며 슬금슬금 고깃집 앞으로 걸어가는 내 행동에 푸핫 웃음을 터뜨린 네가 알았다며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신이 나서 방긋방긋 웃으며 너를 따라갔지. 자리를 잡고 앉아선 익숙하게 네 앞에 수저를 놔주고 물을 따라주다가 가운데 동그랗게 파인 곳에 숯이 들어가고 이 올려지자 오오- 하고 신기하다는 듯한 소리를 내. 제 옆으로 와서 쟁반에 잔뜩 놓인 반찬들을 놓아주는 알바 아가씨를 바라보다가 호기심에 눈을 깜빡거리며 연신 반찬을 가리키며 물어댔어.) 이건 뭐예요? (무말랭이요, 고추장아찌요, 더덕무침이요. 지치지도 않는지 친절하게 아가씨가 답해줄 때마다 그 반찬을 집어먹으며 맛을 느끼고 맛있다고 느끼면 나중에 네게 해줘야겠다 생각했어. 더 물어볼 것이 있다고 생각한 건지 여전히 제 옆에 앉아서 저를 바라보는 알바생 아가씨에게 이제 됐다고 웃어주며 보내곤 네게 무말랭이를 내밀었어.) 형, 이거 먹어봐요. 맛있어요? 나중에 해줄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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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83
글쓴이에게
(네가 가르킨 곳은 돼지갈비 집이었어. 갈비 안먹은지도 진짜 오래 됐는데, 잘됐다. 제 눈치를 슬쩍슬쩍 보며 고깃집으로 서서히 걸음을 옮기는 너에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네 손을 잡고 고깃집 안으로 들어섰지. 장사가 잘 되는 건지 북적북적한 홀을 지나 구석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 주문을 했어. 너랑 얘기를 하고 있으니 얼마 되지 않아 나오는 메뉴들에 들떠 젓가락을 미리 쥐고는 직원의 손을 눈으로 좇는데 거리낌 없이 여직원에게 말을 거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 여직원이 친절하게 답해주며 맞은 편에 앉아있는 저와 달리 네 옆자리에 조심스럽게 걸터앉아 널 바라보는 것에 이가 아픈 줄도 모르고 쇠젓가락을 입에 꾹 물고는 너와 그 여직원을 노려봤어. 수줍은 듯 웃는 여직원의 행동에 너한테 반한 것이라 확신했지. 이씨, 너는 왜 잘생겨가지고. 네가 이제 괜찮다며 여직원을 보내자 입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너를 흘기다 네가 제 입 앞에 들이민 걸 제가 물고 있던 젓가락을 빼 집어서는 스스로 입에 집어넣었어. 사실 네 잘못은 아닌데. 그래도 괜히 울화통이 터졌지. 아까 네가 내가 번호 따일 때 기분이 이랬으려나. 네가 제 행동에 울상을 짓고는 왜 그러냐 물어오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말하기는 조금 쪽팔리잖아, 그냥 직원이랑 말한 건데 질투하는 꼴이. 입을 앙 다물고는 젓가락으로 파절이를 뒤적뒤적 거리는데 지치지도 않는지 계속해서 물어오는 너에 한숨을 푹 내쉬었지.) 아, 그냥. 막 나도 다 아는데, 직원한테 자꾸 물어보고, 어? 심지어 직원이 옆에 앉아서 막, 막. 저 직원 너한테 반했을 걸. 진짜 확신한다, 내가. 막 그렇게 웃어주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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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어서 할 말이 없다^ㅁ^... 미안해요 진짜진짜진짜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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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83에게
(먹어보라고 친절히 젓가락으로 집어 입 앞까지 대줬건만 굳이 본인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가선 입에 넣는 네 행동에 잠시 얼이 빠졌어. 왜 저러지. 울상을 짓고 왜 그러냐 물어도 도리도리 고개만 저을 뿐이고. 대답을 미루며 딴짓만 하는 너에 절대 그냥 넘길 수 없겠다 싶어서 끈질기게 계속 물었어.) 형. 형. 왜 그러는 겁니까? 제가 뭐 잘못했어요? 말을 해줘야 알죠. 태형씨. (제 노력이 통했던 건지 한숨을 내쉬며 드디어 이유를 말해주는 네 말을 귀담아 들어. 응응, 하며 너를 빤히 바라보다가 이어지던 말이 끝날 즈음엔 엥? 하는 표정으로 바뀌어있었지.) 아, 아니. 저는 그냥...저 분이 반찬 내오시니까 알 거라고 생각하고, 진짜 별 생각 없이 물어본 건데. 옆, 옆에 앉는 건 아까 반찬 줄 때부터 그랬으니까 별 생각 안 했고...웃어준 건 무표정으로 있으면 무서워할 것 같아서. 웃어주면 서로 좋지 않을까 싶어서 그랬습니다. (당황해선 말을 더듬거리며 변명하다가 이내 묘하게 웃음꽃이 피어. 질투하는 구나. 이런 느낌이구나. 생소하지만 짜릿한 기분에 입술을 꼭 물고 있다가 네게 베실 웃어보여.) 이제 안 그러겠습니다. 몰랐어요. 웃어주는 게 그런 건지. (웃어주는 것도 조심해야되는 구나. 하나를 알아가는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곧 고기가 나오자 또 깜빡 잊고 직원에게 방실방실 웃어주려다 네 눈치를 보고 표정을 굳혀. 아까 그 여직원이 자꾸 저를 흘끔거려도 테이블에 시선을 박고 그녀가 갈 때까지 기다리다가 발소리가 멀어지고 나서야 얼굴을 들었지.) 태형씨. (칭찬해달라는 듯 네 이름만 부르고 헤헤 웃다가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곤 제가 집게를 집어들고 고기를 에 올려. 할 수 있겠냐는 네게 할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이곤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몇 번 바라보다 바로 능숙하게 고기를 굽기 시작해.) 드세요. 맛있네요. 갈비가 이런 맛이군요. (여전히 들쭉날쭉한 말투로 말하고는 제가 먼저 고기를 먹어 익은 지를 확인하고 나서야 네게 고기를 한 움큼 넘겨줘.) 많이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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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데...! 사과하지 말아요 흐헝 그나저나 우리 구삐 빙수먹고 보내줘야할 것 같네요...^ㅁT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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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85
글쓴이에게
(이내 직원이 고기를 주러 다시 다가오자 저도 모르게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 직원을 바라보다 너에게로 시선을 돌렸어. 어디 어떻게 하나 보자 싶은 마음으로. 고개를 식탁에 푹 쳐박고는 직원이 자기를 바라봐도 한 번을 눈을 맞춰주지 않는 너에 직원이 그냥 가버리자 흡족한 표정으로 널 바라봤어. 너 역시 그게 뿌듯했던 건지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칭찬을 바라는 듯 날 바라봤지. 귀엽기는. 손을 뻗어 네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는 푸스스 웃었어.) 잘했어. (그리고는 집게를 집어 고기를 구우려는데 그 집게를 채가는 너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널 바라봤지. 한 번도 안구워봤을텐데 잘하려나. 워낙 습득력이 빠른 너지만 그래도 불안했어. 불에 데이기라도 하면 어쩌나. 괜찮다는 네 행동을 눈으로 쫒자 주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하는 것을 유심히 보더니 제법 잘 굽는 너에 역시 대단하다 생각했지. 고기를 집게로 한가득 집어 제 앞접시에 놔주는 것에 하나를 젓가락으로 집어 후후 불고는 쌈장에 찍어 네 입 앞에 갖다댔어. 나 먼저 먹으라는 네 말을 무시하고 꿋꿋이 팔을 들고 있자 입을 열어 오물오물 씹어먹는 너에 턱을 괴고 바라봤지.) 어때, 맛있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네가 웃겨 또 웃음을 터뜨리고는 저도 고기를 먹기 시작했지. 시켰던 2인분이 모자라 1인분을 더 시켜먹고는 자리에서 일어났어. 계산을 하고 카드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데 앞에 놓여있는 박하사탕이 보여 두개를 집어서는 제 겉옷을 챙겨 따라나오는 네 입에 하나를 넣어줬지. 시원한 맛 때문인지 잠시 인상을 찌푸리다 금방 이리저리 굴리며 시원하고 맛있다는 네 말에 집에 박하사탕을 한 박스 사놔야하나 잠시 고민했어. 카드를 받아들고 고깃집을 나와 사실 오늘 외출의 주목적이었던 빙수 집으로 걸음을 옮겨. 빙수집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아서는 딸기 빙수를 주문하고 진동벨과 함께 자리로 돌아와 앉았지. 저를 멀뚱멀뚱 바라보는 너에 저도 꽃받침을 하고는 널 바라봤어.) 아, 누구 애인인지 참 잘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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헙... (입틀막) 넘나 슬픈 것ㅠㅁㅠ 쓰니가 마무리 해줄래요?!?! 진짜 재밌었어요ㅠㅠㅠ 다음에 올 때 꼭 답댓해주기...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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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85에게
(걱정하는 표정를 그대로 얼굴에 내비친 너에게 보란듯이 고기를 말끔히 구워냈어. 먹으라고 놔줬더니 저부터 주는 고기를 받아먹기도 하고 마지막엔 박하사탕까지 먹었지.) 맛있습니다. 알싸하니 시원한게. (전에 너와 함께 사왔던, 제가 골랐던 민트아이스크림과 비슷한 맛 같다는 생각을 했어. 고깃집 앞에서 페브리즈도 엄청 뿌려댄 후에야 빙수집으로 걸음을 옮겼지. 메뉴가 뭐가 있나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러다가 다른 것까지 먹으면 안 됐기에 그저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어. 네가 좋아하는 딸기빙수를 먹고 싶어서 온 거니까 그걸 먹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신기하게 생긴 진동벨을 들고 온 너를 빤히 바라보고 있자니 꽃처럼 손으로 꽃받침을 만들고 잘생겼다고 칭찬을 하는 너에 얼굴이 확 붉어졌어.) 혀, 형 애인이지 누구 애인입니까. (웅얼거리며 괜히 머리카락만 매만지다 네게 손을 내밀어.) 손 잡고 싶어요. (제 말에 예쁘게 웃은 네가 손을 내어주자 그것을 꼭 잡고 주물거리며 장난도 치다가 진동벨이 울리기에 빙수가 놓인 쟁반을 들고 왔지.) 이게 딸기빙숩니까? 오...상큼해보여요. (제가 빙수를 떠먹는 모습을 바라보다 저도 한 입 먹어. 상큼하게 입 안에 퍼지는 딸기와 차갑게 감도는 얼음, 그 틈새로 달달함이 느껴지자 우와- 하고 놀라며 빙수를 퍼먹었지.) 맛있습니다. (입에 맞아 다행이라는 너에게 고개를 끄덕여주곤 네가 딸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 딸기를 네 쪽으로 밀어주고 저는 얼음 위주로 먹어. 연유와 딸기소스가 뿌려져있어서 얼음만 먹어도 맛있었지.) 진짜 맛있다. (이쯤되니 다른 빙수들도 궁금해져서 수저를 입에 물고있다가 네게 말해.) 나중에 다른 빙수들도 먹어보고 싶습니다. 우리 또 데이트 나와요. 저랑 또 데이트 해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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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륵...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할 시간...탄소 한 번 잇고 나 한 번 잇고 하면 집에 갈 때쯤 첫키스도 뙇 하고 끝날 수 있을 것 같아요! 댓글 달아줄테니 걱정 말구용 헿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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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88
글쓴이에게
(제가 딸기를 좋아하는 걸 알아서 그런지 딸기는 제 쪽으로 몽땅 몰아주는 네 사소한 배려에도 기분이 좋아 딸기와 함께 한 스푼을 떠 네 입에 넣어줘. 제가 준 걸 받아먹고는 한참을 먹더니 숟가락을 입에 물고는 나중에 다른 빙수들도 먹으러 오자는 네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 응. 초코 빙수도 엄청 맛있고 망고 치즈 빙수도 진짜 맛있어. 나중에 꼭 다 먹으러 오자. (어느새 다 비워진 빙수 그릇을 앞에 두고 여고딩 마냥 한참을 떠들다 노을이 진 바깥에 몸을 일으켜. 트레이를 반납하고는 네 손을 잡은 채로 밖으로 나오니 해가 지고 있어 주황빛으로 물든 하늘이 아름다웠지. 사실 너랑 있으면 구름 낀 하늘도 이뻐보이긴 하다만은. 슬슬 집에 가야겠다 싶어 깍지를 끼고 시내와 얼마 멀지 않은 거리였기에 걸어갈 생각으로 걸음을 옮겼어. 지나가다 와플도 팔길래 두개를 사 너에게 주니 바삭바삭하고 달달한 것이 입에 맞는지 매일 이것만 먹고 싶다는 네 말에 피식 웃었어. 먹는 것마다 그 소리니, 원. 저보다 먹는 속도가 훨씬 빠른 네가 먼저 다 먹고는 제가 오물거리며 먹는 모습을 보고 있길래 민망함에 고개를 돌렸어. 그러자 네가 푸스스 웃으며 손을 뻗어 제 입가에 묻은 생크림을 닦아주길래 네 손이 떠나가기 전에 재빨리 그 손가락에 쪽, 하고 입을 짧게 맞추고는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지. 조금 남은 와플을 한 입에 다 욱여넣고는 두 볼 가득 씹고 있으니 네가 웃음을 터뜨리길래 너를 장난스레 흘겨. 얼른 입 안에 있는 것들을 씹어 삼키고 집에 거의 다다르자 해가 거의 저물어 어둑어둑해졌지. 마침 집 앞에 가로등도 딱, 켜지고. 괜히 드라마에서 보던 장면같아 심장이 간질간질 했어. 집을 얼마 남기지 않고 가로등 앞에 멈춰서서는 괜히 머뭇거리다 제가 안들어와서인지 뒤돌아 보는 네 두 볼을 감싸고 입술을 길게 맞췄다 떼. 그리고는 얼굴이 발갛게 물드는 것이 느껴져 멋쩍게 웃으며 빠른 걸음으로 대문으로 걸음을 옮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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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지각 벌레...~ 굉장한 급 전개 ㅠㅁㅠ 답댓 꼭 해주기에요! 흐하 쓰니 잘가요^ㅁ^!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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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88에게
(빙수를 먹고 나와선 와플까지 먹었어. 바삭하고 부드러운 빵 안에 생크림과 사과잼의 조화는 환상이었지.) 매일 이것만 먹어도 될 것 같습니다. 맛있어요. (또 그 소리냐는 듯 피식 웃는 너에 방긋 웃어버리는데 와플을 오물거리는 네 입가에 묻은 생크림을 발견해.) 칠칠맞게. (장난스레 널 타박하고는 다정하게 손으로 닦아주는데 손이 떠나가기 전에 빠르게 쪽 소리를 내는 입술에 멍해져버려. 그러다 다람쥐 처럼 와플을 한 입 가득 넣고 오물거리는 네 모습에 할 말도 잊은 채 웃어버렸지만. 그런 저를 밎지 않게 노려보는 네 손을 꼭 잡아쥐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느새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주황빛의 가로등들이 길을 밝히고 있었어. 경치 좋다. 네 손을 놓고 예쁘게 물든 하늘을 핸드폰으로 찍은 뒤 주머니에 넣는데 그제야 내 옆에 네가 없다는 걸 알아채.) 형. (의아한 표정으로 널 돌아보다가 바로 쪽. 제 양 뺨을 븥잡고 입을 맞춘 후 빠르게 대문으로 가려는 너를, 더 빠르게 잡아채선 손목을 꽉 붙들었어. 아프다는 듯 작게 울상을 지은 네 표정에 조금 힘을 풀고 널 그대로 끌어당겼지. 군말없이 품에 안겨오는 널 안고 쪽쪽 입을 맞추다가 방긋 웃었어.) 형. 나 해보고 싶은 거 있었어요. (뜬금없는 제 말에 무어냐 묻는 네 눈을 손으로 덮어 가리곤 조심스레 입을 맞춰. 뽀뽀만 하던 것과 달리 부드럽게 입술을 움직여 키스하니 네가 흠칫 몸을 굳히는게 느껴져 괜찮다는 듯 등허리를 쓸어주기도 했지. 그리곤 잠시 타이밍을 보다가 혀를 내어 네 입술을 두드렸어. 천천히 입을 열어주는 너에 가슴이 터져 죽어버릴 것만 같았지. 따뜻하게 엉켜오는 말캉한 혀를 옭아매고 감쳐물며 야릇하고 진한 키스를 이어가다 네가 숨이 차 하는 것 같아 입술을 뗐어. 헉헉대며 어깨에 얼굴을 묻은 네 머리통에 입 맞추며 부드럽게 웃었어.) 사랑해요, 형. (하늘도 너도 이 상황도 다 아름다운 날. 달력에 첫키스 한 날이라는 기념일을 적어야겠다 생각하며 널 더 꽉 끌어안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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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 많았어요 탄소! 꼭 답댓 해줄게요 그 때 봐요^C^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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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89
글쓴이에게
34일의 대장정 끝...! 수고했어요 나중에 봐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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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89에게
탄아 나 왔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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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14
글쓴이에게
늦게 수정한다고 한 사람 난데 가능할까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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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14에게
아ㅋㅋㅋㅋㅋㅋ괜찮아 편할때 해용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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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15
글쓴이에게
고마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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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18
글쓴이에게
탄아... 글 또 이동 됐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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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18에게
ㅠㅠㅠㅠㅠㅠ진짜ㅠㅠㅠㅠ네번째 글 썼어요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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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19
글쓴이에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갈게요... 독방이에요 상황톡이에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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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3
첫만남부터 시작할게!

제 나라가 한순식간에 망해버린 후 반강제적으로 호 나라로 끌려가게 되자 그 자리에서 칼을 제 목에 꽂아넣고 제 아비, 어미를 따라서 죽고 싶었어.

허나, 사람 마음이 다 그렇지. 차마 죽지 못 하고 그대로 그렇게 끌려와 많은 사람들의 눈으로 가득찬 이곳에 네 앞에 무릎을 꿇고 있어. 수치스러움 반, 창피함 반으로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와중,

"갖고 싶은 아이라도 있느냐."

라며 저를 물건 취급 하듯 말하는 왕의 말에도 발끈할 힘도 없어 허망한 눈으로 그저 바닥만을 바라보고 있는데 네가 저를 지목한 것인지 옆에 있던 신하가 몸을 일으켜 세워주곤 너의 뒤를 따라가라는 듯, 몸을 떠밀자 그제서야 떨리는 걸음을 옮겨.

어디로 가는 것인지도 모르는 채로 정처없이 널 따라걷다가 정신을 빼놓고 걸었던 탓인지 화려한 건물 앞에 다다르자 걸음을 멈춰서는 네 등에 제 얼굴을 부딪혀. 사과를 하려 입을 열려다 아직까지도 제 입에 물려있는 손수건에 그저 고개만 숙여 미안하단 제 의사를 표현할 뿐이었지.

화려한 건물 앞에 더욱 초라해 지는 제 모습에 도대체 내가 왜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건지 괜히 울컥해 져서는 눈물을 뚝뚝 흘려. 자존심 탓에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져서 몸을 돌리곤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끈덕지게 따라오는 네 시선을 피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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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전쟁에서 이긴 건 분명 자랑스럽고 좋은 일이었다. 제 나라가 경 나라를 짓밟음으로써 보다 우위에 서게 되고, 다른 사람들을 부리고 영토를 넓혔으니 다른 나라에도 강국이라고 소문이 나고 있을 것이다. 그 소문의 중심인물인, 전쟁에서 이겨 돌아온 제 아버지인 왕께서는 호 나라의 왕족인 저희들 뿐만 아니라 신하들에게도 무릎을 꿇고 포박당해 울음을 터뜨리는 경 나라의 왕족을 보며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참으로 좋은 일이지 않느냐. 작게 중얼거리는 아비에게 대꾸하지 않고 저는 그저 제 옆에 서서 조금 겁을 집어먹은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단상 밑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한 명은 시끄럽게 악을 지르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마찬가지로 시끄럽게 엉엉 울어대는 가운데서 넌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게 바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른 어깨가 더 안쓰러워보인다는 생각을 할 즈음 이상하게 너만 머릿속에 들어왔다. 멍하지 않은 얼굴을 보고 싶다.

갖고 싶은 아이라도 있느냐.

문득 제 귓가를 뚫고 들려오는 말에 흠칫 놀랐지만 그저 속눈썹을 조금 더 들어올리는 것으로 간신히 몸짓을 숨겼다. 딴 생각을 하다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여 신하들에게 한 순간이라도 웃음거리가 되는 왕자는 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곤 그 다음엔 망설이지 않고 손가락을 치켜들어 널 가리켰다. 제 손짓 한 번에 신하들이 널 일으키자 종잇장처럼 펄럭이는 몸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조금, 내 것이 되었다는 것이 기쁘기도 했던 것 같다.

얼굴을 보이거라.

제 등에 얼굴을 부딪혔을 때도, 그리고 지금도 두 손이 묶이고 손수건으로 입 안이 묶인 채로 등을 돌리고 있는 지금도. 고개를 푹 숙이고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네가 야속했다.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 조급해한다면 모양새가 이상해보이겠지. 부러 여유롭게 몸짓을 느릿하게 움직이며 방에 구비된 의자에 앉아 옅게 미소를 지었다.

명을 듣지 않는다니 버르장머리가 없는 아이로구나. 이리 와보거라.

네 손에 묶인 밧줄과 입을 동여맨 손수건을 내 손으로 직접 풀어내주고 싶었지. 어차피 넌 내게 등을 돌린 터라 보지도 못할 것이었지만 느릿하게 손짓했다. 이리 오거라, 아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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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6
명을 듣지 않는다니 버르장머리가 없는 아이로구나. 이리 와보거라.

어쩌면 날이 서 있을지도 모르는 말투에 살짝 흠칫하다가 대충 묶여있는 손을 들어 거칠게 눈가를 닦아내었어. 마음 같아서는 이 자리를 당장 박차고 나가고 싶었지만 갈 곳도 없었고, 만약 나갔다 해도 제가 살아남을 길이 없을 거 같다는 판단을 내리곤 눈가를 세게 비빈 탓에 아려오는 제 눈가를 신경 쓸 새도 없이 긴장한 몸을 이끌어 천천히, 느릿하게 네 앞으로 다가갔어.

누가 봐도 반할 듯한 웃음을 얼굴에 띄운 채로 앉아있었지만 저는 이 상황에서는 그것조차도 무서웠고 '한 나라의 왕자' '곧 왕이 될 자' 라는 그 위엄에 살짝 주눅이 들었지만 일부러 그것을 티내지 않기 위해 시선을 피하지 않고 떨리는 눈동자로 너와 눈을 지그시 맞추었지.

한참을 시선이 얽히다가 이내 네가 손을 뻗어 제 입에 물려져 있는 손수건을 빼내주자 부드러운 천이었다고 해도 오랫동안 물고 있었던 탓인지 입가가 쓸려 따가워오자 인상을 잔뜩 찌푸려. 아픔도 느끼길 잠시 손수건도 없겠다 입을 열어 조심스럽게 네게 질문을 하나 던졌어.

왜, 저를 데리고 온 것입니까.

다시 또 한 번 비참한 마음이 들어 울컥하지만 꾹꾹 눌러 담아두곤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한 번 질문을 하는 거로 제 마음을 대신 표현 해. 아아, 언제 이렇게 또 감수성이 풍부해졌나.

도대체 왜, 차라리 죽여주시지 그랬습니다.

이렇게 비참하게 살게 할 바엔 그 자리에서 바로 죽여주시지, 왜. 나름 눈물을 참아보려 했지만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우는 건데 오늘만 해도 벌써 두 번을 울었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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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눈이 잘게 떨리는 것이 훤히 보이는데도 너는 내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역시, 그래도 한 나라의 왕자였던 자 답구나. 푸스스 웃고는 조심스럽게 네게 손을 뻗어 네 머리를 품에 안 듯이 하여 뒤통수에 매듭진 손수건을 풀어냈더니 얼굴을 가리던 천이 사라져 조금 더 고운 자태를 뽐내는 네 얼굴에 눈이 다른 곳을 볼 수가 없었다. 손수건에 쓸려 붉게 그을린 자국이 남은 입가가 아파보여 궁녀를 시켜 의원에게 피부에 쓸 약을 처방해달라고 말해야겠다 생각하는 순간 들리는 네 말에, 생각에 잠겨 어중간하게 떨궈져있던 고개를 들어 널 올려다보았다. 차라리 죽이지 그랬냐며 커다란 눈에 한가득 눈물을 매달고 있는 너는 그 와중에도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거나 말을 낮춰하지 않았기에 더욱 마음이 들었다. 이런 너를, 내가 어찌 죽이겠느냐.

네가 죽는 걸 보기가 싫었다. 네가 조금 더 숨을 쉬었으면 했다. 그 눈으로 날 바라봐주길 원했다.

볼을 타고 흐르는 맑은 액체에,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볼을 감아쥐었다. 보들보들한 살의 감촉에 손 끝에서부터 불에 데인 듯 홧홧한 느낌이 들었지만 실제 불이 손에서 타오르고 있다고 해도 떼고 싶지 않을 정도로 네게 가까이 닿고 싶었다. 제가 볼을 쓰다듬는 행동에 비참함을 느낀 건지, 누군가 저를 달래준다는 것에 감정이 무너지고 편안함을 느끼는 지는 몰랐지만 더욱 주륵주륵 눈물을 흘리는 네가 안쓰러워 그대로 네 손목을 잡아당겨 품으로 끌었다. 아직 풀리지 못한 손목이 밧줄에 쓸려 발갛게 부어올랐다. 제 무릎 위에 앉은 너는 더욱 크게 울음을 터뜨렸지만 그런 너를 달래줄 수 있는 사람이 나 하나라는 사실에 가슴이 짜릿했다. 조심조심 손목에 묶인 굵은 밧줄을 풀어내고 얇은 네 손목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너를 달래는데 온 기운을 쏟았다.

그만 울거라, 아가. 내가 보고 싶었던 건 이것이 아닌데 내 마음을 몰라주는 구나.

네가 들으면 뻔뻔하고 소름끼친다고 생각하겠지. 우느라 점점 열이 오르는 네 얼굴을 매만지며 네가 내 품에 더욱 기대오길 바랐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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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5
손목이 자유롭지 않고 묶여있는 탓에 엉거주춤하게 네게 안겨 그저 눈물을 흘리다 어느새 풀린 밧줄에 잠시 팔을 방황하다 네 목을 꽉 끌어안았어.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은 마음이 휘몰아쳤지만 저는 누군가의 품이 그리웠기 때문에 금세 그런 마음을 지워내고는 더욱 너를 끌어안아. 네게 안겨서 울자 제 어미의 품이 그리워지는 거 같아 울컥하는 마음을 지워낼 수는 없었어. 안겨서 우는 와중에도 모순스럽게 제 아비와 어미를 죽인 너의 나라에 대한 적대감도 키워나갔고.

그렇게 한참을 안겨서 울다 눈물이 그쳐갈 때 즈음 괜히 민망해져 몸을 일으켜 네 무릎에서 일어나. 아마 얼굴은 새빨개져 있겠지. 우리 둘 사이에 정적이 흐르자 더더욱 창피해져서 일부러 그 정적을 깨려 헛기침을 하며 살짝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어.

그, 저... 저는 김태형이라고 하옵니다.

민망하던 와중에도 통성명은 해야겠다 싶은 마음이 들어 멋쩍게 제 이름을 네게 알려줘. 그럼에도 뒤따라오는 고요함에 괜히 붉게 부어오른 손목을 매만지며 네게 시선을 두다, 옆 쪽을 보다 그러길 반복해. 한없이 고요한 상황에 그저 네 눈치를 보고 서 있다가 갑자기 머릿 속을 스쳐지나가는 제 신분에 입술을 꽉 깨물어. 남첩, 그래 제가 이 곳에서의 신분은 그저 남첩이었어. 제 동생도 저처럼 눈치를 보면서 바닥을 기고 있겠지. 이럴바엔 제 아비와 어미를 따라가는 게 진짜 옳은 짓일까.

제가 이 곳에서 이제, 무엇을 하면 되는 것이옵니까.

/자꾸 짧아지는 거 같다, 미안해... 8ㅅ8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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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5에게
기대오길 바랐던 것은 사실이지만 네가 목을 끌어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치 못했다. 그치만 바랐던 만큼 머리를 치고 오는 쾌감에 네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네가 녹아 스며들듯 제 품에 알맞게 붙어오자 온 몸에 입맞춤을 퍼부어주고 싶은 것을 꾹 참아냈다. 보통 사내들은 제가 좋아하는 이가 생기면 눈물이 나지 않게 해주고 싶다고 하지만 이렇듯 제 어깨를 적셔오며 저 밖에 없는 듯 구는 너를 보니 가끔씩 우는 것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제가 마냥 착하진 않구나- 하고 깨닫는 부분이었다.

태형. 이름이 예쁘구나.

한참을 울다 일어난 네 눈과 얼굴이 붉었다. 코를 훌쩍이며 상황이 민망한지 통성명으로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시키려하는 네 노력을 무산시킬 순 없었다. 예쁘다는 제 말에 네가 여기저기 시선을 돌리며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을 보자 조금, 놀릴 걸 그랬나 하고 후회했지만.

별다른 할 것은 없다. 그저 내 옆에 있고 같이 밥을 먹고 산책도 하고 말벗도 되어주고...그런 것이면 충분하구나.

남첩이라고 너를 칭했던 제 아비의 말 때문에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것이겠지. 네 몸만 탐하려는 생각은 없었지만 제 눈치를 보며 어린 초식동물이 육식동물의 앞에 서게 된 것처럼 바들바들 떠는 모양새가 귀여워서 그 말은 나중에 해주기로 하곤 붉른 네 손목을 잡아쥐었다. 네가 젖은 속눈썹을 들어 눈을 맞춰오자 다시 가슴께가 울렁거렸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다. 자결할 생각은, 죽어도 말거라.

입꼬리만 쓱 올려 웃고는 네 손목을 놓아주었다. 맘 같아선 다시 그 손목을 잡아 널 품으로 이끌고 싶었지만 네가 날 너무 겁을 집어먹은 눈빛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 등을 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쉬고 있거라. 책이라도 보고 와야겠구나.

왕의 자리를 이으려면 많은 공부가 필요했기에 생각만해도 복잡해지는 머리를 털며 궁을 나섰다. 적어도 내가 없는 동안은 네가 편히 있길, 그리고 절대 자살은 하지 않길 바라며.

-
노놉 괜찮아여~ 나도 모바일로 갈아타왔는데 역시 모바일은 조금 힘드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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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8
글쓴이에게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제게는 충분히 불편하고 힘든 일이라는 걸 모르는 것인지 쉬운 일인 마냥 이야기를 꺼내오는 너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기만 하다 힘없이 대충 고개를 끄덕여. 제 대답을 들은 후에 다시 붉어진 손목을 잡아오자 따끔거리기 시작해 미간을 잠시동안 좁히다가 좋지 않은 제 표정이 괜히 네 기분을 상하게 할까 싶어 애써 웃어 보여.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다. 자결할 생각은, 죽어도 말거라.

자결할 생각을 말라는 네 말, 그 말은 제가 죽어서까지 이 곳에서 머물러 네 옆에 있어야 한다는 걸까. 제 아비에게, 그리고 이미 멸망해 버린 제 나라를 뒤로 하고 비록 다른 나라긴 하지만 좋은 곳에서 잘 먹고 잘 살 수는 없을 거 같은데 말이야. 차마 네 앞에서 싫다고 하진 못 하고 작게 긍정의 의미가 담긴 대답을 해. 이내 손목을 놓아주며 저를 방 안으로 더욱 밀어넣고 쉬라고 말을 한 뒤 빠르게 나가버리는 네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쯤이면 방에서 멀어졌겠지, 싶을 때 즈음에 급하게 방을 헤집으며 날카로운 것들, 제 몸에 해를 가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한참을 방을 뒤적거리다 서랍에 든 단도를 찾아내. 손에 꾹 쥐고 있던 차가운 단도를 곧바로 손목에 가져다 대. 단도를 가져다대자 시려오는 제 손목에 몸을 살짝 떨고는 아무도 듣지 않고 있음을 알면서도 입을 열어 혼자 중얼거려.

어찌 한 나라의 왕자였던 사람이 남의 나라에서 살 수 있겠습니까.

굳게 마음은 먹었지만 차마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 제 모습이 답답하게만 느껴져 크게 숨을 내뱉어. 죽는 게 무서운 건 당연한 일이니까. 게다가 어릴 때부터 곱게 자라온 탓에 피를 본 적도 없었고. 한참을 그렇게 서있다가 다시 마음을 다 잡고는 잔뜩 떨리는 손으로 단도로 천천히 제 손목을 그어.

아...

아프다. 그것도 엄청. 제 아비는, 이거보다 더 아프게 고통을 느끼다 눈을 감았겠지. 피가 베어나오기 시작하면서 욱신거리는 손목에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었지만, 차마. 나중에 제가 늙어서 죽고난 후 아비를 보기가 부끄러울 거 같아 더욱 더 힘을 주어 손목을 파고들어. 그렇게 몇 번을 그어대자 바닥에 피가 고이고 점점 시야가 어지러워지는 걸 느껴. 강한 어지러움 탓에 다리에 힘을 풀려 그대로 바닥에 엎어져서는 잔뜩 풀린 눈으로 희미해지는 숨을 골라내.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충분히... 죽고도 남을 거야.

/모바일 진짜 힘들지... ㅠㅅㅠ 힘들어도 나랑 오래 봐 주는 거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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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8에게
공부방에 당도하기도 훨씬 전이었다. 이제 막 제가 머무는 궁을 벗어났을 뿐이다. 허겁지겁 치맛단을 잡아쥐고 달려오는 궁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불안함을 감지했다. 세자저하! 하고 저를 부르는 궁녀의 목소리에 바로 뒤돌아 궁으로 되돌아갔다. 체통을 지켜야한다며 뛰지는 않고 있었지만 이미 성큼성큼 걷는 걸음의 보폭이 넓고 빨라 언뜻 보면 축지법이라도 하는 줄 알 듯한 걸음이었다. 이미 궁녀들이 시키지 않아도 의원을 불러 너를 진찰하고 있는 중인 모양이었다. 바닥에 흥건한 피를 궁녀들이 걸레로 열심히 닦아내는 모습의 건너편에서 침대에 누워 죽은 사람처럼 파리하게 안색이 질린 네가 손목을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너덜너덜해진 손목을 꿰매야한다며 어의 꽤나 집중하여 온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고 나는 그 가운데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결을 하지 말라고 일렀거늘. 알았다고 했던 네가.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지 아니하겠노라고 대답했던 너를 생각해보면 배신감이 치솟았다. 네 살을 뚫도 바늘이 들어가자 절로 눈이 꾹 감겼다. 이미 바닥을 적시던 피는 다 사라졌지만 아직도 비릿한 피향이 코 끝에 맴도는 것 같았다.

수고하였다.

제게 꾸벅 고개를 숙이고 사라지는 어의를 보며 다행히 금방 발견 돼 치료가 무사히 끝난 너는 시간이 지날 수록 조금씩 혈색을 찾아가는 것 같았다. 땀에 젖어 흐트러진 머리칼을 넘겨주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얼마나 아팠을꼬. 내가 널 더욱 괴롭게 하여 네가 날 떠나려고 하는구나. 널 본 지 오래 된 것은 아니지만 네가 더 오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은 변함없었다. 경 나라에서 네가 갖고 있던 활기를 다시 찾길 바랐다. 이런 생각 자체가 네게 독이 되고 증오일 수 있겠지만, 정말 나는 순수하게 그랬다.
방에 있는 모든 깨질 수 있는 물건들이나 단도 등을 없앴다. 이제 너는 함부로 죽으려 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곁에 붙어있어야겠구나.

기절하듯 잠든 네 이마에 입을 맞추며 작게 속삭였다. 잘 자고 얼른 낫거라, 아가.
학문이고 무술이고 손에 잡히는 것이 없어 결국 하루종일 방 안에 앉아 널 보살피기를 택했다. 잠에서 깬 네가 내 얼굴을 보고 질겁하지만 않았으면 좋겠구나. 한숨을 푹 쉬고 이마의 식은땀을 가만히 훔쳐주었다.

-
응응 오래 보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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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2
글쓴이에게
'꿈 속에서, 아니. 이제는 저승으로 가는 길인가. 아무쪼록, 꿈이라 치고. 아주 기분 좋은 꿈을 꾸었다. 제 나라가 경 나라에 의해 망하기 전, 그때의 모습. 제 아비와 어미, 그리고 형과 함께 궁을 거닐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그때 내 표정이 어땠더라. 무척이나 행복했었던 거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제 이마에 따뜻한 손이 닿는 것이 느껴졌어. 아, 안 죽었구나. 그렇게 그었는데도... 죽지 않았구나. 정신을 차렸음에도 이 눈을 뜨고 싶지가 않았어. 한동안 눈을 감고 있다가 꽤나 아려오는 손목에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려. 그 때문인지 제가 깨어난 것을 알고 깨어났냐며 말을 걸어오는 너에 그제서야 천천히, 느릿하게 감고 있었던 눈을 떠.

저 왜 살아있는 겁니까, 대체 왜...

그렇게 죽고 싶어했는데. 이제는 죽는 것도 제 마음대로 못 하는 것입니까. 뒷 말을 차마 뱉어내지 못하고 삼킨 후 다시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입술을 꽉 깨문 채 널 원망스럽게 쳐다봐. 저는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데도 괜찮은 것이냐고 이마에 손을 대가며 제 걱정을 하는 네 행동에 더욱 서럽고 짜증스러워 손을 올려 제 이마에 올려져 있는 손을 쳐내. 쳐낸 손이 손목을 그은 손이라 좀 아프긴 했지만. 멍하니 저를 보기만 하는 너에 한숨을 작게 쉬고는 몸을 일으키곤 너와 눈을 마주해.

왜 살리셨습니까. 정녕 제가 이 곳에서 평생 살고 이 곳에서 죽길 바라시는 겁니까.

언성을 살짝 높여 네게 성질을 부리다 제 감정을 주체 못 하고 다시 눈물을 왈칵 터트려. 아아, 오늘만 해도 세 번째로 울어버렸네.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끅끅거리며 한참을 울다 제게로 다가오려는 네 행동을 저지하고는 몸을 움직여 뒤로 살짝 물러나.

다가오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한낱 남첩인 저에게 왜 자꾸 호의를 베푸십니까...

기대고 싶게 말입니다.

/응, 쓰니 좋다 ㅎㅅㅎ 그리고 난 또 짧다... 으악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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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2에게
한참 너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노라니 네 미간이 좁혀지며 입술새로 끄응- 하는 신음이 들려왔다. 괜찮은 걸까. 아프지 않은 걸까. 온갖 질문은 "왜 살아있냐" 는 네 말에 턱 막혀버렸다. 입 밖으로 나오고 싶다, 너를 걱정해주고 싶다 외치면서도 그러하지 못했다.

...괜찮은 것이냐.

피를 많이 흘리고 몸이 상해서 열은 나지 않을까. 결국 너를 걱정하는 말을 입술 밖으로 내뱉는데는 성공했지만 널 내 품으로 안겨들게 하는 것에는 한 걸음 더 멀어지게 된 것 같았다. 상처입은 여린 손으로 제 손을 쳐낼 정도이면, 내가 얼마나 싫은 것일까. 또 나 때문에 울고 있다. 작은 얼굴을 적시는, 큰 눈에서 뿜어져나오는 눈물이 가슴아팠지만 네가 나를 밀어내는 통에 전혀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왜 호의를 베푸냐는 네 말보다는 가까이 오지 말라는 말이 뇌리에 깊게 박혀 정신이 멍했다.

...미안하구나. 내 이기심으로 널 또 아프게 했구나.

그렇지만 너를 보내기 싫으면 어찌하냔 말이다. 입술을 꾹 깨물며 연신 소맷자락으로 얼굴을 닦아내는 너를 빤히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원통했다.

그치만 후회하지 않는다. 널 살린 걸.

눈물에 젖어 구슬처럼 빛나는 동공이 마주치자 그 눈물을 핥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 야릇한 상상에 그 말을 듣고 놀랄 너보다 제가 더 놀라 흠칫 몸을 떨며 뒤로 돌아보였다. 네게 이런 한심하고 변태스러운 모습을 보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넌 이제 내 사람이다. 함부로 죽을 생각일랑 말거라. 오늘은 넘어가주지만, 다음엔 따끔히 혼낼 것이야. 내 허락 없인 죽는 것도 안 된다.

맞아. 넌 이제 내가 같이 데리고 사는 내 사람이니까. 그럴듯한 제 말에 뿌듯함을 느낌과 동시에 네가 '내 사람' 이라는 것이 엄청난 정복감과 쾌감을 가져온 덕에 주먹을 꽉 쥐어내며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밑으로 잡아내렸다.

쉬고 있거라. 잠시 나갔다올터이니.

못된 생각을 할 적엔 동생을 보며 마음을 비워내는 게 제일 좋았지. 저 대신 널 감시할 궁녀를 붙여놓곤 정석의 궁으로 발을 옮겼다.

-
헤헤 고마웡
난 자꾸 ~다. 로 쓰려고 하는데 썰 풀이처럼 ~어. 이런 식으로 쓰여서 고치기만 반복중ㅋㅋ그냥 썰처럼 쓸까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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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4
글쓴이에게
죽는 것도 제멋대로 못 하는 제 처지가 안타까워 참고 있던 눈물을 다시 터트리곤 등을 돌린 네게는 들리지 않게 억지로 소리를 참아내. 네가 다시 밖으로 나가자 그제서야 이불 위로 쓰러지듯 누워 소리를 내어서 울다 이불보가 축축히 젖어 들어갈 때 쯤 눈물을 천천히 그쳤어. 소매로 너무 거칠게 닦아낸 탓인지 따끔거리는 얼굴을 뒤로 한 채, 몸을 천천히 일으켜. 그저 바람을 쐬고 싶었거든. 제가 있는 네 방은 갇혀있는 듯한 느낌이 너무 강했어서. 완전히 혼자 있는 거 같은 느낌도 싫었던 이유도 있고. 몸을 일으킨 후 네가 붙혀둔 것인지 아까부터 제 앞에 있는 궁녀에게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어.

저, 잠깐 바람을 쐬고 싶습니다. 잠깐이면 될 것인데...

제가 나가고 싶다 말을 꺼내자 아까 일 때문에 못 미덥다는 듯이 저를 쳐다보는 신하의 눈초리에 작게 웃어보이다 뒤에서 지켜보겠다는 전제 하에 허락을 받아내. 허락을 받자마자 곧장 빠르게 걸음을 옮겨 방 근처에 있는 연못가로 향해. 어느새 어두워진 하늘 아래 달빛을 받으며 반짝이는 연못의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연신 내뱉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그 주위를 걸어다녀.

어여쁘구나... 꼭 이곳이 아니어도 경치 좋은 곳을 제 아비와 왔으면 좋았을 건데.

눈물이 또 차오르는 걸 느끼고 볼을 타고 흐르기 전에 소매로 다시 거칠게 닦아내. 이 곳에 온 이후로 울 일이 많아지는 거 같네. 그 울컥함도 잠시 옷을 얇게 입고 나온 탓인지 제 몸을 통과하는 바람과 추위에 몸을 잔뜩 움츠리며 좀 따뜻하게 입고 나올걸, 하는 후회를 해. 끊임없이 후회를 하는 와중에도 계속 해서 연못가를 걸었어. 춥지만 안으로 들어가기가 싫었기 때문이었을까. 한참을 그렇게 걷다가 유독시리 아름다워 보이는 곳에 웅크리고 앉아 잔잔하게 일렁이는 연못을 바라보았어. 계속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해지는 거 같았거든. 이 곳에 있으면서 자주 올 거 같은 장소가 될 거 같네.

어... 이제, 갈까요...?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다 제 뒤에서 눈치를 잔뜩 주는 신하의 눈길에 천천히 몸을 일으켜 먼저 앞장을 서게 만든 후 최대한 천천히, 이 곳의 공기와 모든 것을 더 느끼며 움직였어. 그것도 잠시, 네가 왔을까 싶어 급하게 걸음을 옮기긴 했지만.

방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화난 거 같은 네 모습에 잠시 당황해 횡설수설하며 핑계를 대려다 제가 왜 이래야만 하는 것인지, 싶어 이내 솔직하게 바깥을 둘러보고 왔다고 말을 했어. 그제서야 표정을 푸는 너에 안도의 한숨을 너 모르게 푹 쉬었고. 밖에도 마음대로 못 나가려나.

/편한대루 해요! 나는 어떻게 하던지 둘 다 편하니까 헿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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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4에게
바람을 쐬고 오겠다고는 했지만 갈 곳이 없었다. 어차피 제가 한 번 발을 뗄 적엔 수많은 궁녀와 내시들이 따라붙었으니까. 궁에선 보는 눈이 많았기에, 한낱 신하도 아닌 저는 더욱 그러했다. 결국 발걸음은 정처없이 여기저기를 떠돌다 금방 다시 궁에 도착했다. 전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왠지 궁이 답답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도 널 만나게 된 곳이니 싫어하진 말아야겠지. 마음속으로 되새기고는 방으로 들어갔지만 보이지 않는 네 모습.

태형이는 어디로 갔느냐.

궁 근처의 연못으로 갔다는 말에 너를 찾아가려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문을 열렸고 보이는 사람은 너. 또 얇게 입고 갔을까. 쉬고 있으라니까 왜 또 밖으로 나간 건지. 물에 빠져 죽으려고 하진 않았을까. 온갖 걱정이 밀려들어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머리를 감싸쥐고 나가기 전에 무사한 모습으로 네가 돌아오자 가슴이 푹 내려갔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비록 얇은 차림인지라 걱정은 됐지만 네가 죽지 않았다는 것, 물에 빠져 죽으려고 쫄딱 젖어있는 모양새도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바깥을 둘러보고 왔다고 하는 네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네게 손짓했다. 안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

잠시 이리 와보거라.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의 네가 총총 걸어와 제 앞에 서자 그대로 팔을 뻗어 널 끌어안았다. 몸 안에 감겨오는 마른 몸이 차가웠지만 금세 제 몸에 녹아들어가며 따뜻하게 바뀌어갔다. 네가 잔뜩 당황한 듯 싶었지만 이대로 널 놓아주고 싶진 않았다. 네가 살아있음을 온 몸으로, 감각으로 느낀 후에야 편하게 숨을 쉬며 느릿하고 아쉽다는 듯 너를 놓아줄 수 있었다.

다시 죽은 줄만 알았다.

그렇게 툭하니 말을 내뱉어놓고 네 이마를 짚어보았다. 피를 많이 흘려서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 열이 날 거라고 어이가 그랬는데도 너는 말짱해보였기 때문에 더욱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역시나 차가운 곳에 있어서 그런지 더욱 뜨거운 것 같은 네 이마에 다시 무섭게 표정을 굳히곤 널 침대로 이끌었다. 폭 침대에 앉은 네가 날 올려다보자 차가운 바람에 발갛게 달아오른 볼을 손으로 감싸쥐었다. 차디찬 네 몸이 제 손에 녹아드는 느낌이 좋았다. 말랑한 볼이 제 손바닥에 착 감겨오자 다시금 널 품에 안고 싶은 생각이 떠올랐지만 꾹 참아내었다.

쉬거라. 열이 나을 때까지는 절대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다.

단호하게 말을 내뱉고는 억지로 몸을 뉘인 네 머리맡에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궁녀에게 감시하라 시켰건만 그것을 제재하지 못하고 널 밖으로 보낸 것이 몇 번인지. 이젠 내가 감시할 작정이었다. 말간 시선을 보내오는 네 눈 위에 손을 덮어 눈을 감게 했다.

좀 자거라. 아플 땐 푹 자야하는 법이다.

-
되는 대까지는 '~다' 체를 포기하지 않겠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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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0
글쓴이에게
저를 끌어안는 네 행동에 놀라 그대로 숨도 멈춘 채로 굳어있다가 어설프게 네 허리춤의 옷을 붙잡아. 네 체온에 의해 제 몸이 따뜻해져 올 때 쯤 저를 품에서 떼어내는 너에 얼굴을 잔뜩 붉힌 채로 고개를 숙여. 왜 이렇게 얼굴이 뜨겁지. 열이 또 오르는 건가.

다시 죽은 줄만 알았다.

품에서 날 떼어놓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말에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곤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널 보다 뒷머리를 긁적이며 어설프게 웃어. 그러곤 제 이마에 손을 올려 열을 재더니 굳은 표정으로 침대에 저를 눕히는 너에 그저 바라보기만 해. 안 아픈데 왜 눕히는 거지. 제가 눈을 말똥히 뜨고있자 손으로 눈을 가려주는 네 손길에 천천히 눈을 감아. 그런 네 배려에도 오지 않는 잠에 천천히 속눈썹을 들어올리곤 네 손을 살며시 치워내.

저... 잠이 오지 않습니다.

아까 제가 쓰러졌을 때 충분히 자서 그런가. 아무리 잠을 청하려 노력을 해도 진짜로 잠이 오지 않았어. 대신 연못가에 다시 너와 함께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깊게 들었지. 왠지 지금의 너라면 제 몸을 걱정해 가지 않을 거 같지만 그래도, 소심하게 머뭇거리며 네게 입을 열어.

연못가, 그 곳에 다시 가고 싶사옵니다. 무척이나 어여쁜 곳이었는데...

말을 마치고는 눈을 꿈뻑이며 널 바라보다 여전히 붙잡고 있었던 손에 놀라 황급히 놓아. 감히 제 주제에 세자의 몸을 만지는 건 아무래도 예의에 어긋난 짓이었으니까. 손을 떼어내곤 몸을 천천히 일으켜 네게 어리광을 피우듯 재촉을 해. 그 어리광도 제 덩치에 비해 안 어울리는 거 같아 민망해서 금방 관두긴 했지만.

저랑 한 번만 가 주시면 아니되겠습니까.

네게 말을 거는 것이 부끄러운 건지, 그냥 열 때문인건지 알 수 없지만 붉어진 얼굴로 소심하게 말을 마치곤 살짝은 어지러운 머리에 그것을 티내지 않으려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불규칙적인 숨을 골라내며 네 대답을 기다려.

/ㅋㅋㅋㅋ 귀여워... 계속 불편하고 거슬리며 썰처럼 풀어! 나는 또 지각에 많이 짧다 으아ㅏ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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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0에게
아까 쓰러진 이후로 잠을 몇 시진이고 잤으니 잠이 오지 않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제 손을 잡곤 길다란 속눈썹을 깜빡이며 송구하다는 듯 잠이 오지 않는다고 우물대는 네 입술이 추위에 발갛게 부어올라있었다. 잠시 몹쓸 생각을 한 제 머리를 흔들어 깨우곤 내 손을 잡아쥔 네 손으로 시선을 옮겼다가 네가 화들짝 놀라 손을 떼어내자 옅게 미소짓곤 창 밖으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눈이 오지는 않고 있었고 바람도 불진 않았다. 연못가. 아픈 널 데리고 가긴 싫었지만 혼자 갔다오겠다는 것도 아니고 나와 같이 가달라고 하는 네 말에 더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그 달콤한 유혹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궁녀가 네 말에 금방 널 밖으로 나갈 수 있게 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하고 싶다는데 어떻게 안 된다고 계속 말할 수 있을까. 물론 그런 궁녀를 조금 전까지도 욕한 건 사실이었기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고. 고개를 숙이고 불규칙적으로 헉헉대는 네 호흡에 다시금 반대의 의사가 피어올랐지만 그러면서도 가고 싶어하는 것 같아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대신 따뜻하게 온 몸을 무장하고 갈 것이다. 무겁다고 투덜대지 말거라.

그러곤 궁녀를 불러 제 방에 있는 온갖 따뜻한 것이란 따뜻한 것을 네 몸에 둘렀다. 모양새가 영락없는 곰 같아서 푸스스 웃음이 터졌지만 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입술을 비죽거리고 있어서 웃음을 애써 거두곤 네게 걸쳐진 옷도 몇 개 거둬냈다. 아까보단 아니지만 그래도 따뜻하게 무장된 것이 마음에 들어 저도 겉옷을 대충 걸치고 너와 함께 궁을 나섰다. 연못가에 나오니 또 기분이 좋아진 것인지 활짝 편 네 얼굴이 꽃같았다. 퐁- 하고 수면 위로 입을 내미는 잉어들을 보는 것보다 그것을 보며 웃음을 흘리는 너를 보는 것이 더 좋아 흐뭇하게 입가에 미소를 걸고 너를 바라보았다. 내 앞에서도 이렇게만 있어주면 좋으련만. 제 아버지가, 우리 호 나라가 너의 나라 경 나라를 무너뜨리고 네 가족을 죽였다는 사실 때문인지 궁녀들에게는 종종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제게는 철옹성처럼 차갑고 단단한 모습만 보여주는 네가 이해가 되면서도 서운했다. 네가 언제쯤이면 네게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한숨을 푹 내쉬니 입가에서 하얗게 입김이 부서졌다.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구나. 궁에 있는 큰 벚나무를 본 적은 있느냐.

제 말에 네가 처음 듣는다는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자 그대로 네 손목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연못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거대한 크기의 벚나무가 자라있었다. 그 모습을 본 네가 놀랍다는 듯 입을 살짝 벌리자 역시 보여주길 잘 했다는 생각에 속으로 저를 칭찬하곤 벚나무를 올려다보았다.

아직 겨울이라 꽃이 피진 않았지만...봄에, 꽃이 피면 같이 보러오자꾸나.

그때까지 죽지 말고 내 곁에 있어주길, 그 때쯤이면 네가 나한테 조금이라도 마음을 연 상태이길.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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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0에게
눈을 소복하게 맞고 우직하게 서있는 나무를 바라보다 눈을 감고 간절히 빌었다.

-
지각은 나도 많이 하는 걸...본문에도 써놨지만 그건 신경쓰지 말아요!ㅋㅋ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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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4
글쓴이에게
아까 전 네가 붙여준 신하와 나왔을 때 유독시리 어여뻤던 장소로 먼저 걸음을 옮겼어. 여전히 예쁜 그 모습에 입가에 호선을 그리다 네게 그 곳을 가르키며 입을 열어 조잘거렸어. 여기 와서 제일 말을 많이 흔 순간이 지금이었다고 싶을 정도로 많이 조잘거렸지.

저 곳, 저 곳이 이 연못가에서 제일 예쁜 것 같습니다. 어,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냥... 달빛에 비춰진 모습도 예쁜 거 같고.

한참을 조잘거리며 혼자 떠들고 있던 와중 제 말을 잘라내고선 웃으며 나즈막히 이 곳에 벚나무가 있다며 이야기를 하는 너에 눈을 꿈뻑이며 그저 바라봐. 그러자 곧장 저를 이끌고 네가 말한 벚나무로 걸음을 옮겨. 그 곳으로 가던 와중에 네게 잡힌 손목이 뜨거웠어.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날씨가 추웠단 탓이라고 하자. 얼마 못 가 도착한 거대한 벚나무의 모습에 제 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크기라 제 체면도 생각 못 하고 감탄사만 연신 내뱉어. 날씨가 추운 탓에 아직은 가지밖에 보지 못 하였지만 그래도 아름다워 보이는 모습에 봄이 된다면 얼마나 예쁠까, 싶어 네 말에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어.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바라보다 네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너는 눈을 꾹 감고 있었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찬찬히 얼굴을 뜯어보던 와중, 남자치곤 긴 속눈썹, 불그스름한 입술을 가지고 있던 터라 꽤나 예쁘장한 외모였어. 왜인지 모르게 부끄러워져 고개를 휙 돌려버리곤 주저앉아 바닥에 쌓인 눈으로 손 시려운 것도 잊어버리고 장난을 쳐.

... 형이랑 같이 이 곳에서 놀면 더욱 좋았을 것인데.

괜시리 시큰해 지는 마음에 손장난을 관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털어내. 또 순식간에 몰려오는 슬픔에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여러 번 내쉬다가 손을 들어올려 눈물을 참아내려 제 눈가를 꾹꾹 눌러. 이럴 때 제 아비가 안아주면 마음이 참 편했었는데. 한참을 그렇게 서있다 조금 떨어져 저를 지켜보고 있는 네게로 쭈뼛거리며 다가가 할 말이 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머뭇거리고 서 있어. 입술을 달싹이며 있다가 네 팔을 살짝 잡고는 천천히 입을 열어.

저하, 무리한 부탁이겠지만 한 번만. 한 번만 안아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지금 저는 누군가의 품이 절실했어. 이대로 있다가 그대로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거든. 그래서, 유일하게 제 옆을 지키고 있는 네게 부탁을 했지.

싫으시다면 꼭 굳이, 안 그러셔도 됩니다. 저는 그냥...

한낱 남첩일 뿐인데. 아무 말 않고 저를 바라보기만 하는 너에 너무나도 무례한 부탁이었나, 싶어서 금세 제 부탁을 취소하고는 팔을 잡고 있는 손을 놓고 뒤로 살짝 물러나. 그러곤 머리를 살짝 조아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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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5
44에게
송구하옵니다. 제 주제에 큰 것을 바란 거 같사옵니다.

수그렸던 고개를 들곤 눈물을 참느라 발개진 눈으로 너와 시선을 마주하다 더는 바라볼 자신이 없어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려 눈을 피해. 그 과정에서 또 다시 어지러워오는 머리에 살짝 비틀거렸지. 한숨을 작게 푹 내쉬고는 먼저 방에 가보겠다고 인사를 건넨 뒤 몸을 돌려.

/쓰니 참 좋당. 필력도 좋당... 꺄 ♡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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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5에게
네가 건강하길. 날 조금이라도 좋아해주길. 소원을 이뤄주는 나무인 것도 아닌데 뭔가에 홀린 듯 계속해서 너에 대한 나의 소원들을 늘어놓았다. 나무가 시끄럽다고 욕하겠구나. 슬며시 눈을 뜨고 미소를 띄었다. 듬직해보이기까지 한 나무를 바라보다 너에게로 시선을 돌리니 너는 동그랗게 쪼그려앉아 눈을 파헤치고 있었다. 나무를 보다가 콩벌레마냥 동그랗게 몸을 만 네가 더 작아보여, 네가 실제 그리 작은 키도 아니건만 어찌하여 자꾸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너를 눈에 담고 있는 건 기쁨이라고 할 수 있는 감정이라서 쉴 새 없이 너를 눈에 담았다. 높은 코와 길다란 속눈썹, 얇은 입술과 길쭉한 손가락, 하다못해 코 끝에 작게 찍힌 점까지도. 너를 보고 한 눈에 반했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나는 어찌하여 널 내 곁에 두려고 하고 살리려고 애를 쓴단 말인가. 아직 제 마음을 확신하지도 못한 채로 그저 너에게 끌려가고 있을 뿐이었지만 그렇다고 너에게 애정을 쏟는 일을 그만두고 싶진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알려주겠지- 하고 넘길 뿐이다.

저하, 무리한 부탁이겠지만 한 번만. 한 번만 안아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제가 제대로 들은 말인가 싶었다. 네가 나에게 안아달라고 하다니. 팔을 붙잡아오는 손길에도 감사하다 생각했건만 포옹이라니. 믿기지 않아 눈만 껌뻑이고 있자니 너는 거절의 의미로 알아들은 것인지 머리를 조아려왔다. 또 왜 우는 것일까. 내가 안아주지 않아서?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비틀거린 네가 몸을 돌릴때까지 가만히 생각에 잠겨있다가 뽀득거리는 소리를 내며 네게 다가갔다. 눈을 밟는 소리에 당연히 제가 가는 발소리를 들은 네가 울먹한 눈으로 나를 돌아보자 붕대가 감긴 손목을 조심스럽게 잡아쥐었다. 잡은 듯한 느낌도 들지 않게 하려 했지만 조금 따끔했던 건지 네가 살짝 눈썹을 찌푸려왔다.

왜 큰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제 말에 네가 의문스런 눈으로 고개를 들어올리자 그대로 널 품에 당겨 안았다. 나와 같은 방에 있고 같은 옷을 입는 터라 그런지 네 특유의 향내도 몸에 남아있었지만 제가 갖고 있는 향내도 섞여 오묘한 향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향은 매우 기분이 좋았다. 네가 완전히 내 곁에서 지내는 사람같았기 때문이다. 같은 방을 쓰고 싶다고 아버지께 귀띔한 것이 매우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어왔다. 남첩이라면 이런 일이 큰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몸을 탐하려 들인 자. 손을 잡고 포옹을 하고 하다못해 입을 맞추거나 몸을 맞추는 일을 한다해도 아무도 뭐라고 할 수 없는 자리였다. 그렇지만 나는 너를 아껴주고 싶었다. 안 그래도 날 싫어하는 네게 몸부터 요구해온다면 너는 죽을때까지 날 좋아하지 않을 거란 걸 알았다. 그리하여 손가락도 쉽게 닿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인데 그것 때문인지 너는 우리가 몸을 닿는다는 것이 큰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 품에 안겨 숨을 쉬는 네가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가슴이 쿵쾅거렸다. 너에게 뭐라 말을 건넬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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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5에게
남첩이니 이런 일쯤은 괜찮다, 라고 하기엔 네 마음이 상할까 두려워 관두었다.

...안고 있으니 좋구나.

바보처럼 툭 한 마디를 내뱉었다. 괜찮으니 네 마음이 풀릴 때까지 안아도 좋다. 급하게 덧붙이곤 얇은 네 허리를 더 당겨 품으로 안았다.

미안하구나.

네 나라를, 네 부모와 형제를, 너의 백성들을 그렇게 만들어서. 그러면서도 그로 인해 너와 내가 이렇게 만나고 포옹할 수도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좋은 일이었다고 생각하는 나를 욕하거라. 그 말은 속으로만 삼키고 네 등을 토닥였다. 벚나무가 벌써부터 소원을 이뤄주고 있는 것 같았다.

-
헤헤 고마워! 나도 탄이 좋으당♥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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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9
글쓴이에게
갑작스레 저를 품에 가두는 너에 순간 당황해 그저 안겨서 눈동자를 굴리다 조심스럽게 손을 올려 네 허리를 꽉 끌어안아. 그제서야 안정감을 찾는 제 몸과 마음에 엄마 품을 찾는 아기처럼 더더욱 네 품를 파고들어. 이렇게 서로 껴안고 있으니 분명 추운 날씨였는데도 제 몸은 뜨거웠어. 이게 너와 체온을 나누고 있는 탓인가. 한참을 그렇게 서로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벚나무 아래에서 꼭 안고 있었어.

미안하구나.

그렇게 한참을 안고 있다 갑자기 제 머리를 망치로 강하게 때리는 듯한 네 말에 멍하니 있다 왜인지 모르게 네 말 한마디에 크게 위로가 되는 거 같아 어깨에 얼굴을 묻고선 눈을 꾹 감은 채 나오려는 눈물을 눌러담아. 제 마음이 진정이 될 때 즈음에 가라앉은 목을 가다듬곤 네 말에 대한 대답으로 천천히 고개를 젓고선 입을 열어.

아닙니다, 다 운명이겠지요. 괜찮습니다, 전. 그리고 저하께서 이리 안아주고 계시지 않습니까.

말을 끝마치고는 네 허리에 감겨있는 팔에 더욱 힘을 주어. 서로의 체온을 나누고 있던 와중 차가운 바람이 제 몸을 파고들자 네 몸 걱정보다는 한 나라의 왕자인 네 몸이 더 걱정 되어 몸을 천천히 떼어내. 마주한 시선에 얼굴을 확 붉히곤 눈을 피해. 괜시리 부끄러웠거든.

나, 날이 춥습니다. 이제 들어가시지요.

말을 더듬으며 급하게 화제를 전환하고는 먼저 성큼성큼 걸어나가다 뒤를 돌아보니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는 너에 손목을 잡아 이끌고 걸어나가. 뭔가 좀, 가까워진 거 같기도 하고. 제 착각이라면 착각이겠지만 말이야. 큰 보폭으로 걸어온 탓에 금방 방에 도착하자 잡고 있던 손목을 놓곤 먼저 안으로 들어서라는 듯 뒤로 살짝 물러나. 아무리 저 혼자 친해졌다 여겨도 네가 아닐 수도 있으니 예의는 차리는 거였지. 저를 바라보다 들어가는 너를 뒤따라 들어가고는 걸쳐져 있는 옷을 벗어내 방 앞에 있던 신하에게 건네면서 살짝 웃어. 아, 감사하단 말은 잊지 않고서.

아, 그... 날이 많이 어두워졌는데 저는 어디서 잠을 청하면 되는 것입니까.

말을 하며 네 이부자리를 보니 딱 한 사람만 들어갈 크기였고 아까 그 자리에서 누워 잠을 청해본 결과, 두 사람이 자기엔 많이 무리인 듯 했어. 그렇게 한참을 머리를 굴리다 내 주제에 같은 방에서 자는 건 아니겠네. 라며 혼자 판단을 내려버려. 그렇게 쭈뼛거리며 서있다 네가 말을 하지 않고 옷을 벗자 곧장 네 앞으로 달려가 옷을 받아들어.

주십시오, 제가 전해드리겠습니다.

고개를 젓는 너에 저도 똑같이 고개를 젓고선 살짝 힘을 주어 네 손에 들린 옷을 빼앗아들듯이 해. 그러곤 다시 문 쪽으로 가 신하에게 옷을 건네주지. 왜 일을 자처해서 하느냐고 묻는 너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마주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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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50
49에게
첩인데,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제가 첩이라는 걸 입 밖으로 꺼낼 수 있게 된 거 같았어.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맞는 거 같네. 이리 적응을 하고 위치를 인지하였으니.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띄운 채로 문고리를 다시 잡고 몸을 반 쯤 밖으로 내민 후 네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해.

저는 밖에서 자면 되는 것이지요? 밤새 깨지 않고 푹 주무셨으면 합니다, 저하.

/♡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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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50에게
내 품을 파고드는 네가 아기같다고 느끼는 것만 해도 정말 가까워졌다고 느꼈다.

아닙니다, 다 운명이겠지요. 괜찮습니다, 전. 그리고 저하께서 이리 안아주고 계시지 않습니까.

네 입으로 믿기지 않는 말을 듣자 이젠 정말 이게 꿈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내 허리를 꽉 안아오는 네 손길에 멍하게 벚나무를 올려다보았다. 소원을 이뤄주는 나무였던가. 마음 속으로 벚나무에게 한없이 감사하다고 인사를 할 무렵 네가 날이 춥다며 내 손목을 끌어오자 그제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맘 같아선 가기 싫었지만 네가 가자고 하는 덕에 할 수 없이 발을 옮겼다. 어느새 날이 저물었다. 처음으로 너와 함께 자는 날이 된 것이다. 조금 긴장되어 네가 옷을 벗을 때까지 어쩔 줄 몰라하다가 겨우 옷을 벗어냈다. 괜찮다는데도 고집스레 옷을 가져가는 너에 그 뒷모습을 눈에 담다가 '첩인데' 하는 네 말에 괜시리 미안해져 시선을 떨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입으로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거슬렸던 건 네가 내 옆에 있는게 왕에게 중전이 있는 것처럼 당연하고 제일 가까운 자리가 아니라 언제든 들이고 무를 수 있는 '첩' 이라는 단어 때문일 것이다. 우울한 낯빛으로 바닥만 보고 있자니 내 눈 앞에 있던 네 발이 조금씩 멀어져갔고 어느새 넌 문 밖으로 몸을 반절이나 내놓은 상태였다. 자기 전 목욕을 하러가는 것일까. 의문스런 눈으로 보고 있자니 들리는 네 말.

저는 밖에서 자면 되는 것이지요? 밤새 깨지 않고 푹 주무셨으면 합니다, 저하.

당연스레 밖에서 잔다고 하는 너에 피식 웃어버렸다.

어디서 잔단 말이냐. 밖에 네가 잘 곳은 없는데.

제 말에 동그랗게 눈을 뜨며 당황하는 모습이 퍽 볼만 했다. 들어오거라, 하며 네 손목이 아플 새라 네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정말 여기서 자는 건가 싶어 둘이 자기엔 조금 좁아보이는 침대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는 네게 그저 말없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남첩이란 단어가 정말 현실화되는 건가 싶었는지 네 눈동자엔 아까와 달리 겁이 깃들어있었다.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기에 나무라지 않고 궁녀를 불렀다.

태형이가 자기 전에 깨끗하게 씻고 올 수 있도록 도와주거라. 다친 부분은 절대 물에 닿게 하지 말고.

명령을 받들고 고개를 조아리며 궁녀가 곧 따뜻한 물을 준비하러 나가자 그 동안은 너와 함께 닿아있고 싶어 다시 네 옷소매를 끌어당겼다. 저절로 침대에 나와 같이 앉게 된 너는 아직도 긴장한 듯 몸을 뻣뻣하게 세우고 있었다. 긴장하지 말라는 듯 등을 쓸어줬지만 역효과인 것 같아 그 손짓마저도 관뒀다.

씻고 와서 여기서 같이 자는 것이다.

듣고 싶지 않았지만 들을 줄 알았다는 듯 네 얼굴이 약간의 체념과 놀라움에 물들었지만 다시 입을 열었다. 그치만 난 넌 탐하지 않을 것이야. 그럴 마음도 없고, 네가 날 싫어하는 시점에서 더욱 미워보이고 싶진 않구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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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50에게
이 말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인지 네가 눈을 깜빡이며 날 바라보자 살짝 눈을 마주쳤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씻고 와야겠구나. 이쯤 됐으면 물이 다 준비 됐겠지.

말을 마치자마자 궁녀가 저하, 목욕물이 준비되었사옵니다. 하고 목소리를 내자 네게 나가자는 듯 고갯짓을 했다. 매일 자기 전 목욕을 하는 내 버릇 덕에 이미 내 목욕물은 준비되었을 것이었으니 씻으러 가는 너를 기다릴 필욘 없었다. 그럼, 씻고나서 보자꾸나. 부드럽게 말하곤 너와 반대 방향으로 발을 옮겼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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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52
글쓴이에게
씻고 와서 여기서 같이 자는 것이다.

네 말에 남첩이란 걸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와중에 뒤따라오는 네 말에 살짝, 아니 많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떠 너를 봐. 너를 바라보고 있다 네가 몸을 일으켜 나가려고 하자 저도 재빨리 몸을 일으켜 너를 뒤따라가.

그럼, 씻고나서 보자꾸나.

아까 전 네 말을 곱씹으며 멍하니 네 뒷모습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다 궁녀가 제가 갈 곳을 알려주며 길을 안내하자 천천히 걸음을 옮겨 뒤를 졸졸 쫓아가. 얼마 가지 않아 도착한 곳에 쭈뼛거리며 들어가. 제가 이렇게 좋은 곳에서 씻어도 되는 걸까. 금세 그런 생각을 지워버리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목욕물에 기분 좋게 옷을 벗으려다 제 옆에서 자리를 지키는 궁녀들에 당황을 해.

저, 왜 제 옆에서... 가셔도 좋습니다.

제 말에 그제서야 나가보는 궁녀들의 뒷모습을 보다 완전히 나가자 옷을 벗은 후 천천히 목욕물 안 으로 몸을 집어넣어. 나른해 지는 느낌에 몸을 뒤로 기대 천천히 숨을 내뱉으며 눈을 감아.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너를 만난 이후의 모습들에 얼굴이 화끈해 지는 걸 느끼고 손바닥으로 제 뺨을 여러번 쳐. 아으, 나 왜 이러지 정말. 목욕물때문에 그런 거겠지. 그럴거야. 한참을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나른하게 누워있다가 밖에 들리는 노크 소리에 다 씻었다고 외친 후 물에서 빠져나와 수건으로 몸에 있는 물기를 대충 훔치곤 궁녀가 걸어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 혹여나 네가 왔을까 싶어 걸음을 빨리하여 도착했지만 텅 빈 방 안에 아무도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제 손목에 바를 약을 부탁 해. 금방 가져다 주는 약 상자에 꾸벅, 인사를 하고 방 안에 들어가. 약을 바르려 제 손목을 들여다 보는데 꽤나 깊고 아파보이는 상처에 어떻게 내가 이렇게까지 그은 건가 싶었어. 약간은 착잡한 마음으로 들여다보다 이내 시선을 거두곤 약을 손가락에 짜내어 천천히 바르고 끙끙거리며 붕대를 감기 시작해.

아, 이게 왜 자꾸 풀리지... 아이, 진짜.

자꾸만 헐렁하게 풀려버리는 붕대에 짜증이 샘솟아 붕대를 냅다 던져버리곤 그저 바닥에 앉아 제 다친 손목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즈음 네가 들어와. 네가 들어오자마자 몸을 벌떡 일으키곤 네 옆에 굴러다니는 붕대를 급하게 낚아채.

아니, 얘가 말을 안 들어서...

제 행동을 의아하게 쳐다보는 너에 멋쩍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이다 붕대 감는 것을 포기하고 약 상자에 대충 집어넣고는 탁자 위에 그것을 올려놔. 그러곤 머뭇거리는 걸음으로 천천히 침대 쪽으로 다가가 털썩 앉아.

제가 감히 이 곳에서 자도 된다는 것입니까. 근데 그러기엔 많이 좁은데...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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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52에게
안 그래도 네 생각에 머리가 멍한데 따뜻하고 노곤하니 몸을 풀어오는 목욕물에 더욱 정신이 하늘로 날아가는 듯 싶었다. 그대로 물 속에 들어가 머리끝까지 잠궈두고 있다가 푸우- 입술을 털며 일어났다. 궁녀들이 제 머리를 말리고 옷 입는 것을 도와준 후에야 방으로 향했다. 이미 나와있을까. 가만히 앉아 혼자 기다릴 네가 생각나, 궁녀들이 보폭을 맞추지 못하고 허겁지겁 따라오는 것을 알면서도 걸음을 빨리했다. 궁녀들이 문을 열어주자 발을 내딛으려는데 보이는 붕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더니 혼자 손목에 붕대를 감는 것이 어려워 성질을 못 이기고 집어던졌던 모양이다. 말 끝을 흐리곤 붕대를 집어 탁자 위에 얌전히 올려두더니 잠자리가 좁다며 말을 돌리는 너에 네가 꽤나 날카로운 면도 있었구나 싶어 푸스스 웃으며 탁자 위의 붕대를 집어와 네 옆에 앉았다.

손목 좀 보여주거라.

네가 가만히 손목을 내밀자 바늘로 꿰맨 모습과 피가 굳고 약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상처가 징그럽다기보단 이 아픔을 네가 겪었으며 그것이 저 때문임을 알기 때문이다. 다시금 차오르는 죄책감에 잠시 눈을 감았다가 너무 조이지도 않고 너무 헐겁지고 않은, 딱 맞는 만큼으로 붕대를 감고 그 위에 조용히 입을 맞췄다. 쪽 소리도 나지 않는 입맞춤이었고 우리의 첫 입맞춤이었지만 가슴이 간질거리기보단 네게 너무 미안해서 저절로 눈썹이 일그러졌다.

다시는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그게 나 때문이라면 더욱.

낮게 말을 읊조리곤 이제 자자며 호롱불을 껐다. 주위가 금세 어둠에 물들었고 이미 침대에 누운 날 보며 넌 아직도 그 자리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것 같아 팔을 벌렸다.

네 말대로 침대가 좁다. 그러니 꼭 붙어서 자야할 것이야. 여기 말곤 잘 곳도 없으니, 내 말을 듣거라.

씩 웃는 모습은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았겠지. 그치만 네가 꼬물거리며 내 품에 안겨오는 것은 어둠이 있다고 하여도 너무 여실히 느껴져서 귀와 목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비록 네가 날 보는 방향이 아니긴 했지만.

잘 자거라, 태형아.

나긋하게 말을 하고는 네 허리에 팔을 둘러 널 안았다. 오늘은 잠을 잘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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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54
글쓴이에게
제 손목에 알맞게 붕대를 감아주곤 그 위로 입을 맞추는 네 행동에 놀라 숨 쉬는 걸 잠깐 멈추곤 널 뚫어져라 쳐다보다 얼굴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푹 숙여. 조곤하게 말하는 너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다 자리에 누워 팔을 벌리는 네 행동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다가 천천히 품으로 들어가 누워. 차마 너를 보고 자기엔 제가 부끄러워 몸을 반대로 뉘이자 제 뒤로 다가와 허리를 감싸안는 너에 몸을 잔뜩 굳혀. 여전히 몸에 긴장을 플지 않은 채로 작게 웅얼거려.

저하께서도 푹, 주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마 밤새 잠을 설칠 거 같습니다.

아까 전 제 예감과 들어맞게 쉽사리 잠에 들지 않자 허리에 둘러져 있는 네 손을 조심스럽게 풀어내곤 몸을 살짝 일으켜. 멍하니 창문 밖을 쳐다보다 고개를 돌려 제 옆에 누워 고른 숨을 내뱉으며 잠을 자는 네 모습을 쳐다봐. 그 모습이 왠지 아기같아 푸스스 웃어보이다 자면서 흐트러질 걸 알면서도 제 손이 네 몸에 잠시라도 머물고 싶어 손을 뻗어 앞머리를 정리해줘. 그럴수록 더욱 간질간질거리는 제 마음에 몸을 살짝 떨곤 억지로라도 자야겠다 싶어 천천히 다시 침대에 몸을 뉘여. 그러곤 아까보단 대담하게, 너도 자겠다. 몸을 네 쪽으로 향한 후 그 품을 파고들어. 잠결에도 저를 꼭 안아주는 너에 입가에 호선을 그리다 눈을 감고는 잠을 청해.

꿈에서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한참을 잠에 취해있다 아침 준비를 하는 것인지 약간은 소란스러운 바깥에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켜. 몸을 일으키자 허전한 옆자리에 아직은 많이 졸려 반쯤 감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바닥에서 책을 보고 있던 너와 눈을 맞춰. 제가 꽤나 오래잔 것 같았어.

저, 제가 얼마나 잔 것이옵니까... 깨우시지 그랬습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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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54에게
잠을 깼을 적엔 깜짝 놀라 눈이 번쩍 떠졌다. 네가 날 등지지 않고 허리를 꽉 안은 채 곤히 잠을 자고 있었던 탓이다. 잠을 자다 뒤척이게 되고 그래서 이런 자세가 나온 것이겠지, 하고 아무리 생각을 돌려봐도 어쨌든 네가 내 품을 파고들어 자고 있다는 건 변함이 없었기에 아침부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아마 기침하셨냐고 묻는 궁녀의 목소리가 아니라면 네가 깰 때까지 그러고 있다 빨간 얼굴을 들켰을 것이다. 조심스럽게 네게서 나와 이불을 덮어주곤 욕실로 나섰다. 씻고 나와 책을 펼쳐들 때까지 잠을 자던 너는 어느 순간 느릿하게 눈을 떴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조식시간도 아닌데 뭐하러. 시간 맞춰 잘 일어났구나.

아버지 어머니께 아침 임사를 올리고 돌아와 조식을 기다리도 있었으므로 펼쳐뒀던 책을 덮고 마침 아침을 들이겠다는 궁녀에게 그러라며 목소리를 냈다. 이리 와 앉거라. 제 앞 자리를 가리키며 네게 손짓하곤 금방 음식이 들어오고 기미상궁이 맛을 본 후에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밥은 입에 잘 맞느냐.

네게 이것저것 찬거리를 놓아주며 물었다. 저야 워낙 밥 먹는 걸 좋아해 몸이 아플 적이 아니면 한 번도 음식을 남기거나 깨작거리는 일이 없었지만 혹여나 네가 음식이 맞지 않거나 마음의 상처로 인해 밥을 잘 먹지 않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걱정스레 제가 먼저 먹어보고 맛있다고 느끼는 것들은 죄다 밥을 담고 있는 네 수저 위에 고이 올려주었다. 네게도 맛있기를 기대하며.

밥을 먹고 나서는 아우를 보러 갔다가 검술을 연습할 것 같구나. 방 안에만 있는게 심심하다면 같이 따라가도 좋다.

답답한 방에 갇혀있다 다시 네가 손목을 긋거나 목을 매달까봐 염려되어, 차라리 따뜻한 옷을 입히고 밖에서 절 구경하게 만들거나 다른 건물로 같이 옮겨가 옆에서 노닥거리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네가 싫다면 억지로 데려갈 수 없었기에 살짝 네 눈치를 보곤 밥을 입에 넣었다. 같이 갔으면 좋겠는데...그리고 너를 한 시도 떨어뜨리지 않고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 몫했기 때문이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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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57
글쓴이에게
원래는 밥을 잘 먹었지만 아침을 챙기면 하루 종일 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하여 거르게 된지가 10년이 넘어가는데 이리 다정스레 저를 챙겨주는 네 모습에 어색하게 웃으며 꾸역꾸역 입 안에 밀어넣어. 맛있었으나 아침을 먹지 않는 탓에 제게는 먹기가 힘겨웠어.

밥을 다 먹고 검술 연습을 하러 같이 따라가도 좋다고 하는 네 말에 거절 의사를 표하려 고개를 저으려 하다 같이 갔으면 좋겠단 뒤따라오는 말에 그대로 고개를 끄덕버렸어. 그제서야 환하게 웃으며 밥을 먹는 너를 바라보다 따라웃곤 다시 입에 밥을 집어넣어. 겨우 밥그릇을 비워내자 바로 반응이 오는 제 몸에 살짝 미간을 좁혀. 그러자 제 표정을 본 것인지 어디 블편한 것이냐고 묻는 너에 곧바로 미간을 피곤 살짝 웃어보여. 첫만남부터 걱정으로 시작했는데 계속 걱정을 시키긴 죽어도 싫었거든.

아니, 아니옵니다. 지금 검술 연습을 하러 가시는 겁니까.

제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곤 옷을 챙겨입는 너에 저도 급하게 두터운 옷을 껴입어. 서로 따뜻하게 챙겨입고 밖으로 나오자 따뜻하게 입었음에도 옷을 뚫고 들어오는 찬 바람에 몸을 잔뜩 움츠리곤 먼저 걸음을 옮기는 네 뒤를 졸졸 따라가. 뒤에서 보니 네 목이 허전해 보여 다음에 시간이 남아돌면 목도리라도 떠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 조금 걸었을 뿐인데도 속이 불편한 거 같아. 네가 저를 보고 있지 않자 편하게 미간을 좁히며 제 배를 살살 문질러. 한참을 그러고 있으니 좀 나아지는 거 같기도 하고. 그러던 와중 도착한 검술 연습장에 또 멍청하게 입을 벌리고 감탄을 내뱉어. 제 나라에선 이렇게 큰 연습장이 없었거든. 제 입을 친절히 닫아주며 연습할 때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으러 가는 네 뒷모습을 바라보다 네가 안으로 들어가자 급하게 제 옆에 있던 궁녀를 불러 약을 가져다달라고 해. 아무래도 속이 많이 불편했거든. 제가 궁녀가 부탁을 하고 있는 사이에 옷을 갈아입고 나온 후 곧장 바로 연습을 하는데 그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봐.

저하께서 참 멋있으신 거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혼잣말로 중얼거리려다 얼떨결에 입 밖으로 멋있단 소리를 내뱉게 되자 어색하게 웃으며 제 옆에 있는 궁녀에게 친한 척을 하며 말을 걸어. 그렇게 구경을 하던 와중 저를 톡톡 치며 약을 건네는 궁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곤 네가 보지 않고 있다고 생각될 때 즈음 그대로 입에 약을 넣고 씹어먹어. 맛이 많이 씁쓸했어.

네가 연습을 하는 모습을 바라보다 일어서있음에도 다시 몰려오는 졸음에 눈을 느릿하게 꿈뻑여. 한참을 그러고 있길 잠시, 연습을 다 한 것인지 제게로 다가오는 너에 재빨리 눈을 부릅 뜨곤 너와 시선을 마주해.

연습은 다 하신 것입니까. 멋있으셨습니다.

제 칭찬에 쑥쓰러운 것인지 얼굴을 살짝 붉히는 너에 작게 소리내 웃다가 네 소매를 잡고 몸을 돌려세워.

어서 옷을 갈아입고 오시지요. 옷이 얇아 고뿔에 걸릴 거 같사옵니다. 어서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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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57에게
네가 보고 있다는 생각에 온 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로인해 더 멋있는 모습을 보여줘야하는데 잔뜩 힘이 들어가 어설픈 모습만 보여줘버렸다. 제가 느끼기에도 정말 어설펐는데 그래도 나름 경 나라에서 왕자로 자라 검술을 조금이라도 익혔던 네가 멀찍이서 본 나는 더욱 그리했겠지. 한숨을 푹 쉬고 검을 정리한 채 네가 추워할까 싶어, 춥기라면 사실 얇은 옷을 입고 그 추위에서 땀을 흘린 제가 더 그렇게 느꼈겠지만 이미 머릿속엔 네 걱정밖에 없어 발은 말릴 새도 없이 네게 다가가고 있었다.

연습은 다 하신 것입니까. 멋있으셨습니다.

그리고 들리는 네 칭찬. 날개가 없어도 하늘을 날 수 있을 것 같구나. 얼굴을 붉힌 것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고 짧게 인사했다. 그런 제 소매를 잡아 몸을 돌리는 너에 금방 붉은 낯을 지우고 의아한 듯 널 바라봤더니 들리는 제 걱정에 다시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고 대답하곤 서둘러 들어가 옷을 다시 따뜻하게 입고 나오자 그제야 마음에 든다는 듯한 네 모습에 체통을 지키지도 못하고 콧바람을 불어버릴 것만 같았지.

방으로 돌아가기 전 동생을 봐야겠구나.

네가 오기 전엔 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 1순위였던 동생 정석. 그리고 정석의 방엔 너의 형인 태성도 있을 터였다. 그걸 안 네가 표정이 조금 울먹이는 것이 보여 애써 모른 척을 하며 발을 옮겼다.

형님!

도도도 달려와서 제 품에 답싹 안기는 녀석은 벌써 열 살이나 먹었지만 아랑곳 않고 무겁지도 않다는 듯 가뿐하게 들어올려 품에 안았다. 사랑스럽게 재롱을 떠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었다. 장난스럽게 볼과 입술에 입을 맞추며 네가 태성과 만나는 것을 바라보았다. 둘 다 잘 지내냐며 금방이라도 얼싸안고 울 듯한 모양새에, 궁녀들을 물러가게 하고 너와 태성을 방에 들였다. 이게 무엇이냐며 붕대가 감긴 손목을 알아채고 네게 물으면서도 내게는 직접적으로 해를 가할 수 없다는 것이 원통한지 주먹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치를 떨며 매섭게 노려보는 눈빛에 그저 정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시선을 피해버렸다. 내가 저들에게 호통을 칠 입장은 아니니까. 아마 태성은 어리고 착한 제 동생의 밑에서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으니,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만약 태성이 잘 지내지 못하고 있었다면 널 볼 면목이 없었으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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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62
글쓴이에게
방에 가기 전 제 동생을 본다는 네 말에 크게 흠칫했어. 그 곳에 가면 제 형도 있겠지. 벌써부터 울컥하는 마음을 눌러담고는 천천히 네 뒤를 따라가며 걸음을 옮겼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바로 보이는 형의 모습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달려가 품에 안겼어. 따뜻한 체온과 저를 걱정하고 있었는지 이것저것 물어보는 태성에 울먹이는 목소리로 한자한자 천천히 답 했어. 한참을 그렇게 안겨있다 방으로 들어오란 네 말에 형의 손을 꼭 붙잡고 안으로 들어가. 손을 잡으면서 제 손목을 본 것인지 왜 이러는 것이냐며 물으면서도 너를 노려보는 제 형에 어색하게 웃으며 얼굴을 잡아 저를 보게 만들었어. 저 혼자 이런 것인데 네게 원망 가득한 시선을 보내는 게 괜시리 싫었거든.

어... 이것은 저 혼자 그냥 그런 것이옵니다. 괜찮습니다.

애써 거짓말로 포장을 해 형 태성의 걱정을 덜어내곤 몸 여기저기를 살피며 다친 곳은 없나, 불편한 곳이 없는지 확인을 해. 잘 지내고 있는 듯 아무런 문제가 없는 형의 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손목을 잡아끌어 품에 안겼어. 이렇게 자주 보았으면 좋을건데, 아무래도 무리겠지. 눈을 꾹 감고 체온을 느끼다 앞에서 시선이 느껴져 눈꺼풀을 들어올리자 바로 보이는 네 모습에 이 곳에 데려와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살짝 미소를 지어보여. 바로 고개를 돌려버리는 너에 금방 웃음을 지워냈지만. 한참을 그렇게 안겨있다 몸을 떼어내곤 손을 꾹 붙잡아.

형님, 우리 나라 사람들은 잘 지내고 있는 것이겠지요? 한 번쯤 얼굴을 보았으면 좋으련만.

제 형을 이리 보고 있으니 아비, 어미도 보고 싶었어. 마지막 얼굴도 보지 못 하였는데.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다시 눈물이 쏟아져 나왔어. 그런 제 눈물을 본 것인지 손을 끌어당겨 품안에 가두는 형의 행동에 그 품에서 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려. 뒤에서 느껴지는 네 시선을 애써 모른 척 하고 말이야.

아비와 어미가 많이, 보고 싶습니다.

형한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웅얼거리며 더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울어대다가 그래도, 한 나라의 왕자였던 자가 이리도 우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얼굴 가득한 눈물을 닦아내고는 입술을 꽉 깨물며 계속 나오려는 울음을 참아내. 품에서 나온 후 고개를 푹 숙인 채로 그저 손을 붙잡고 있다 이제 가봐야겠다는 네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곤 널 바라봐. 진짜로 갈 것인지 몸을 으키는 너에 마지막으로, 진짜 마지막으로 발꿈치를 들어 형의 목을 꽉 끌어안고 떨어져.

제가 다음에 꼭 오겠습니다, 그때까지 잘 지내고 계셔야 하옵니다.

걱정스러운 마음 반, 미안한 마음 반으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천천히 옮겨 저만치 가있는 네 뒤를 재빨리 쫓아가. 서로 아무 말 없이 걸어가다 너는 그저 동생을 본 것이지만 그래도, 제 형을 보게해줬으니 고마운 마음을 표하려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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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63
글쓴이에게
그, 저... 제 형님을 보게 해 준 거 감사드리옵니다. 잠시나마 행복했습니다.

거울이 없어 제 얼굴을 보지 못 하겠지만 아마 홍당무처럼 발개져있겠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더욱 고개를 푹 숙였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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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63에게
감사할게 뭐가 있느냐. 애초에 같이 있을 너희를 떨어뜨린 불청객은 우리가 아니냐.

고개를 푹 숙이고 감사를 표하는 네가 얼굴이 붉어진 것을 숨기려한 것이 아니라 감사한 마음에 허리를 숙인 줄 알고 됐다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희를 생이별하게 만든 자들에게 만나게 해줘 고맙다고 인사하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지 않느냐. 어깨를 으쓱이고 천천히 방으로 발을 옮겼다. 아까 탈진할 듯이 울던 네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엉엉 우는 목소리가 귓가를 괴롭혔다.

...형을 만나고 싶다면 언제든 가도 좋다. 딱히 막을 생각은 없구나. 정석이의 방으로 가면 언제나 김태성이 있을 테니 가보거라.

형을 보는 것이 세상에서 마지막이기라도 한 듯 계속 품에 안고 얼굴을 확인하고 떨어지는 걸 아쉬워하던 널 보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마음의 죄책감을 덜려면 이렇게라도 해야할 것 같았다. 너에겐 미안하지만, 그저 나 혼자 마음이 편하자고 하는 짓일지도 몰랐다. 무겁게 한숨을 내쉬곤 겉옷을 벗어 궁녀에게 내미는 네게 말했다.

오늘은 목욕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구나. 열도 있는데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더 어지러울 것이야. 밤까지 학문을 닦다 올 것이니 먼저 자도록 하여라.

그렇게 말하곤 피곤한 몸을 이끌어 공부방으로 향했다. 책에 쓰인 한자들이 어지럽게 눈 위를 굴러다녔지만 제대로 들어오는 것 같지도 않았다. 조만간 사냥이라도 나가서 머리를 환기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냥을 나가면, 네게 고라니를 잡아줄까. 아니면 귀엽고 살이 쫀득한 토끼를 잡아다줄까. 널 데리고 나가면 넌 좋아할까. 사냥에 관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크게 번져갔다가 힘드실테니 다과를 드시며 하시라는 궁녀의 목소리에 긍정의 대답을 뱉었다. 약과와 녹차.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다 오늘은 날이 늦었고 내일 네게 약과를 줘야겠단 생각을 했다. 단 것을 좋아할까. 단 것을 별로 선호하지 않아 약과를 먹어도 한 개 이상 먹기 힘든 나와 달리 마냥 말랑한 너는 왠지 단 것을 좋아할 것 같았다. 네 생각을 할 때마다 자꾸 입가에 미소가 번져서 이상하게 오늘은 약과를 두 개나 먹어치웠다. 밍밍한 녹차로 입가심을 하고 나니 좀 나은 느낌이었다.

이제 가야겠구나.

제 말에 궁녀가 문을 열어주고, 방으로 향하는 길엔 달이 휘영청 떠올라 밝게 길을 비췄다. 하얗고 예쁜 달을 보며 그 자리에 멈춰섰다. 저렇게 맑은, 나를 향한 너의 웃음을 보게 된다면 하늘을 날아갈 수도 있을 터인데. 실없는 생각을 하다가 밤이라 그런지 더욱 차가운 바람에 오들오들 몸을 떨며 방으로 돌아왔다. 이미 자는 것일까. 너를 깨우지 않기 위해 살금살금 걸어갔다.

오늘 목욕은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내일 날이 밝자마자 목욕을 할 것이니 일찍 물을 준비해두거라.

아까 찬바람을 조금 맞았다고 그새 몸이 차가워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했고 피곤함과 함께 이대로 곧장 방에 들어가 너와 자고 싶다는 생각에 그렇게 말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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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63에게
알았다고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을 하는 궁녀에게 고개를 끄덕여보이곤 문을 열어주려는 그녀에게 덧붙였다.

태형이가 잘 수도 있으니 더욱 조심히 열거라.

소곤거리는 제 모습에 궁녀들이 신중하게 조심히 문을 열었다. 아직 끄지 않은 것인지 촛불이 문을 열자 바람에 조금 일렁였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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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71
글쓴이에게
제 형을 언제든 만나도 좋다고 하는 네 말에 놀라 고개를 들고선 너를 뚫어져라 쳐다보다 네가 보지 못 하겠지만 환하게 웃으며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해. 하루에 한 번씩 네가 자리를 비울 때마다 제 형에게 가야겠단 마음을 먹으면서 말이야. 방에 당도해 제 겉옷을 궁녀에게 건넨 후 그저 가만히 서서 네가 하는 행동을 꿈뻑이며 쳐다보다 저는 학문을 닦을터이니 제게 먼저 자라며 곧장 나가는 너에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끄덕여. 네가 나가자마자 긴장이 풀려 그대로 곧장 바닥에 드러누워 뒹굴거리며 있어. 그러던 와중, 아까 허전한 네 목이 생각나 몸을 일으켜 조심스럽게 궁녀를 불러들여.

저, 혹시... 목도리 같은 걸 만들만한 천을 구해다 주실 수 있습니까. 네, 지금 바로요.

지금 필요한 것이냐고 묻는 궁녀에게 세차게 고개를 끄덕여. 금방 가져다주겠단 궁녀의 말에 발을 동동 굴리면서 기다려. 진짜 금방 가져다 준 빨간 천과 바늘에 웃어보이며 꾸벅, 인사를 해. 그러곤 네가 올 때 즈음에 제게 바로 알려달란 말을 덧 붙이지. 문을 닫고 들어와 곧장 목도리를 뜨기 시작해. 제 나라에 있을 적에 제 아비, 어미에게 장갑같은 걸 많이 만들어 드렸던 터라 아주 능숙한 솜씨로 말이야. 한참을 그렇게 집중하여 뜨다가 네가 오는 것인지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궁녀에 저도 다급하게 책상 서랍 아무 곳에 쑤셔넣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척, 괜히 처연한 척을 하며 창문을 바라봐. 제가 생각해도 행동이 웃겨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꾹 눌러담은 채로.

바로 문을 조심히 열고 들어오는 너에 일부러 시선을 주지 않은 채, 그저 밖을 바라봐. 왜 아직 안 자는 것이냐고 묻는 너에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마주하다 어색하게 다시 바닥을 바라보며 손을 꼼지락거려.

그, 잠이 아직 안 옵니다. 아침에 늦잠을 잤던 터라...

제 말을 들으면서 겉옷을 벗는 너에 제 역할이 저거라고 생각이 되어 빠르게 네 쪽을 달려가. 하는 것도 없이 그저 밥만 축내며 네 옆에 있는 것이 제 나름 마음에 걸려서 이런 거라도 해야 한다 생각을 했지. 달려가다 살짝 어지러운 머리에 휘청하다 얼떨결에 네 어깨를 꽉 붙잡아버려. 그것도 잠시, 멋쩍게 웃으며 떼어냈긴 했지만. 떼어낸 손으로 네 겉옷을 빼앗아들듯이 해 제 쪽으로 가져오곤 밖에 서있던 궁녀에게 건네.

앞으로 이것은 제가 할 것입니다. 그러니 제게 건네주시지요.

제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는 너에 어색하게 한 쪽 입꼬리만 올려 웃어보이다 아까 네 어깨를 잡으며 힘을 세게 줘버린 탓에 욱신거리는 손목을 바라봐. 실밥이 살짝 터진 것인지 피가 묻어있자 네게 또 걱정을 끼치긴 싫어 애써 숨기곤 네 손목을 살며시 잡아끌어 침대 쪽으로 밀어넣어.

피, 피곤하실 거 같은데 먼저 잠을 청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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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체 못 한다더니 다 거짓말이여써, 쓰니... 필력 완전 윽... 쩔엉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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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71에게
잠이 안 온다는 네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겉옷을 벗었더니 저번처럼 달려와 옷을 받아드는 널 보고 네 옆에서 내 옷을 받아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궁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굳이 하지않아도 될 일을 왜 하는 것일까, 귀찮게. 그렇게 생각하다가 어쨌든 네가 내게 신경을 써준다는 의미인 것 같아 꼬투리를 잡지는 않기로 했다. 그나저나 아까 휘청이던데 괜찮은 걸까. 내 어깨를 잡아왔던 네 손이 다쳤던 손임을 알고 혹여나 꿰맨 곳이 잘못 됐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그 걱정이 쓸데없는 것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된 건 억지로 저를 재우려고 침대로 이끄는 네 손길 때문이었다.

어지러운가보구나.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네가 아픈게 걱정이구나.

침대에 앉아 제 앞에 서있는 널 올려다보며 그렇게 말하곤 손목을 잡아채니 아픈 곳이라 힘을 줘 빼내지도 못한 네가 결국 내게 피가 묻은 붕대를 보였다. 그럴 줄 알았지. 부드럽게 궁녀에게 어의를 불러오라 시키곤 네 머리를 쓰다듬었다.

덧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말을 하지 않은 것이냐. 나쁜 버릇이구나.

조금 타박하듯 말을 하니 네가 시무룩해하는 것 같아 등을 토닥였다. 걱정시키지 않고 싶어서 말을 안 했다고 하기엔 네가 그렇게까지 날 생각하지 않을 것 같고 다른 이유를 생각해보자니 떠오르는 것이 없어 말을 꺼내길 관뒀다. 곧 어이가 도착하고 다시 바늘이 네 살을 뚫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 너를 등지고 바닥만 바라보고 있다가 어이가 이제 됐다며 주무시라고 인사를 하고 나간 후에야 치료를 받은 터라 침대에 누운 네게 다가갈 수 있었다.

...아프겠구나.

아무리 마취를 했다지만 살을 뚫었으니 어찌 안 아플 수가 있을까. 마취에 잠시 잠이 들고 곧 깰 것인지 눈꺼풀을 부들거리는 너를 바라보다 네 팔이 마취가 풀리며 저리지 않게 힘 조절을 하여 열심히 주물렀다. 그리고 곧 네 눈이 뜨이고 제일 먼저 내 눈을 바라보자 희미하게 미소를 띄운 채 네 볼을 쓰다듬었다.

아직도 잠이 안 오느냐. 아침까지 이대로 자면 좋으련만. 불면증이 생길까 염려되는구나.

또 너에 대한 걱정을 늘어놓으며 뻑뻑한 눈을 손등으로 부볐다. 적어도 네가 먼저 잠들기 전까지는 자지않을 작정이었다. 아픈 너를 두고 맘 편하게 먼저 잠에 드는 것이 싫었다.

조만간 사냥을 나갈 것이다. 날이 춥지만 머리가 아파 환기라도 시켜줘야겠구나. 같이 따라가겠느냐. 사냥은 할 수 없지만 눈이 덮인 산을 구경하는 일은 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을 내뱉고는 잠시 침묵을 지키던 와중에서 미안함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애초에 네게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다시금 네가 경 나라에 있을 적의 추억을 되살려주고 더 고통스럽게 할 뿐이라는 걸 늦게 깨달은 것이다. 너도 경 나라에서 말을 타고 고라니를 잡으며 사냥을 했을 터인데. 어찌 이렇게 멍청할까. 조금 더 상처를 주지 않고 말을 하는 방법을 찾아야했던 건 아닐까. 네 시선을 피하고 어쩔 줄 몰라하다 입술을 꾹 깨물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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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71에게
말을 안 하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이 영 틀린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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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 나 지금 무척 어색한데 안 느껴지니? 그래도 탄이 좋아해주니 좋다...ㅎ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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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75
글쓴이에게
네게 손목을 보여지게 되자 입술을 꽉 깨문 채로 고개를 푹 숙여. 괜히 걱정시키기 싫었는데 이리 들켜버렸으니. 곧바로 어의를 불러오는 너에 이 늦은 시간까지 저 하나를 위해 달려오는 어의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걱정을 끼친 네게도 미안한 마음이 잔뜩 들었어. 고작 저 하나 때문에... 남첩일 뿐일 저에게. 곧장 달려온 어이가 저를 눕히고 마취를 시키자 아늑해 지는 정신에 천천히 눈을 감아.

잠시 꿈나라를 여행하다 살짝은 따끔거리는 손목과 팔에 닿는 손길에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려. 눈을 뜨자마자 미소를 지으며 저를 보고 있는 너에 따라 웃어보이다 졸린 듯 눈을 비비는 네 팔을 잡아끌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빠져나와.

누우시지요. 많이 졸린 거 같으신데.

눕지 않겠다는 네 고집에 사정사정을 하여 그 고집을 꺾은 후 그제서야 몸을 뉘이는 너에 뿌듯한 표정으로 웃어보여.

조만간 사냥을 나갈 거란 네 말에 제 나라에서 형과, 아버지와 함께 사냥을 했던 기억이 몽글몽글 피어나. 조금은 울적해 지는 마음에 입술을 꽉 깨문 채로 시선을 내리깔아 바닥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살짝 저어. 그 곳에 가면 또 다시 울음을 터트릴 거 같아서 말이야.

아닙니다, 저는 그냥 이 곳에 있는 것이 편합니다. 그러나 저하께서 같이 가고 싶으시다면야...

잔뜩 식어버린 공기가 살짝은 어색해 애매하게 말 끝을 얼버무리다 그대로 뒷걸음질을 쳐 문 앞까지 간 후 거기서 네게 꾸벅 인사를 하고 문고리를 잡아. 이대로 누워도 잠이 안 올 거 같았고 바깥 공기가 너무 쐬고 싶었기 때문이었지. 아니면, 그때 보았던 연못가. 그 곳에라도 가고 싶었고. 마음의 안정이 필요했어.

저하, 무례한 행동인 걸 알지만 잠시만 밖에 나갔다 와도 괜찮겠사옵니까. 잠시, 아주 잠시면 되는 것인데. 그저 바깥 공기가 쐬고 싶을 뿐입니다.

애써 웃으려고 하지만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에 웃는 걸 포기하고 입꼬리를 축 늘어뜨린 채로 그렇게 입을 열어. 제 부탁에 몸을 일으키는 너에 다급하게 달려가 다시 몸을 눌러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겨버렸지. 피곤해 보이는 너였는데 또 저 하나 때문에 힘들게 하고 싶진 않았거든.

혼자, 혼자 다녀오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하께서는 피곤하시지 않습니까. 주무시고 계시지요. 금방 다녀올 터이니.

침대에 누워 눈으로 저를 쫒는 너에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웃다 천천히 문을 열고 나가. 나가자마자 훅 끼쳐오는 차가운 바람에 살짝 몸을 웅크리다 걸음을 떼, 저를 쫓아오는 궁녀에 그 자리에 있으라고 한 뒤 혼자 연못가로 달려가. 도착하자마자 찾아오는 안정감에 눈을 꾹 감고 한숨을 내쉬어. 그렇게 눈을 감은 채로 서있다 이내 웅크리고 앉아 연못가에 작은 돌을 던져. 돌을 던지자 일렁이는 물결이 마치 제 마음 같았어. 이리저리 흔들리는 제 마음.

아버지, 어머니 저 너무 힘이 듭니다... 왜 저를 두고 먼저 가신 것이옵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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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76
75에게
그렇게 울컥하는 마음을 혼자 중얼리는 것으로 참아내면서 한참을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차가워지는 몸, 약간은 어지러운 머리에 들어가야할 거 같아 다시 재빨리 걸음을 떼 방으로 가. 방에 도착하여 혹여나 네가 자고 있을까 조심스럽게 문을 연 후 몸을 들이밀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문을 닫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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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얼, 아닌데요... 어색한 건 바로 나. 쓰니는 필력 좋슴당.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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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76에게
침대에 누워선 자책에 빠져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내가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할 말이 없는 것이었다. 저를 억지로 눕히고 혼자 연못으로 나가는 네가 나와 같이 있기도 싫어서 밖으로 나가는 것일까봐 가슴을 졸이고 언제쯤 들어올까 숫자를 세며 문만 들여다보았다. 따뜻한 옷을 입지도 않고 궁녀까지 물린 채 나간 너에, 궁녀를 시켜 네기 겉옷을 가져다주라 명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다. 네가 내 말에 상처받고 울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다른 여자가 본다면 네 자존심이 더욱 바닥으로 내리꽂힐까봐서였다. 안 그래도 왕자란 신분에서 남첩을 하고 있다는 상황이 믿기지 않고 화가 날 것인데도 잘 버텨주고 있는데 그렇게까지 비참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그저 기다리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게 없어서 이불자락만 꽉 쥐고 그 와중에도 눈꺼풀로 밀려드는 잠을 몰아내고 있자니 조심스레 문이 열렸다.

태형아.

주무시지 않으셨냐며 어색하게 웃는 너에 같이 웃어줄 수가 없었다. 전에 안아달라고 했던 네 말을 떠올리며 오늘도 차갑게 얼어붙었을 네 몸을 안고 달래주고 싶었지만 팔이 뻗어지지 않았다.

미안하구나.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본의아니게 네게 상처를 주고 말았구나. 생각이 짧았던 내 탓이다. 그저 네게 밖을 보여주고 같이 말을 타면 좋을 거라는 생각밖에 하지 못했어. 미안하다. 용서해줬으면 좋겠구나.

이불에 덮여있던 몸을 일으키며 네게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 촛불에 비친 얼굴이 조금 담담하게 굳어있어서 더욱 겁이 났다. 네 시선을 피하다가 그저 옆으로 자리를 옮겨 네가 누울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눕거라. 몸이 찰 것인데 얼른 덥혀야하지 않겠느나.

네 손가락을 잡아 침대로 가까이 끌고는 이불을 걷어 네가 눕기 쉽게 해주었다.잘못한 것이 있어서인지 어째 오늘은 널 끌어안을 수가 없을 것 같아 벽에 등을 찰싹 붙이곤 최대한 네게서 떨어지려 애썼다. 그저 제 말 때문에 네가 슬픔에 잠겨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일이 없길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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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도 어색하지 않아여! 헤헤 칭찬 감사합니다*ㅁ*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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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78
글쓴이에게
제가 방에 들어오자마자 들리는 목소리에 크게 흠칫하고 눈동자를 굴리며 그렇게 서 있었는데 갑작스레 제게 사과를 하며 미안하다고 하는 너에 살짝 당황을 해. 제가 뭐라고 이리 신경 쓰고 사과를 하는 것인지 의문이였거든. 그것도 한 나라의 왕자가 말이야. 오히려 제가 사과를 해도 모자랄 상황이었는데. 그랗게 한참을 생각을 하니 자연스레 표정을 굳힌 채 서있다 옆으로 몸을 옮겨 제가 누울 자리를 만들어주는 너에 꾸벅 인사를 하고 천천히 몸을 들이밀어. 찬 곳에 있다가 따뜻한 곳으로 들어오니 훅 뜨거워지는 머리에 눈을 꾹 감은 채로 아직까지 차가운 손을 제 이마 위로 얹어.

안녕히 주무시지요. 좋은 꿈 꾸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잠을 청하려 눈을 감아보지만 안 그래도 좋지 않은 몸이었는데 밖에 얇게 입고 나간 탓인지 자꾸만 뜨거워져 오는 얼굴에 한숨을 푸, 내쉬고는 다시 몸을 일으켜. 일으키자마자 지끈거리는 머리에 미간을 잔뜩 찌푸리곤 문 쪽으로 다가가 궁녀를 조심스럽게 불러.

저, 송구하오나 자꾸 열이 오르는데 약 하나만 주실 수 있습니까.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곧장 약을 가지러 달려가는 궁녀에 새벽부터 또 민폐를 끼친 거 같아 미안한 마음에 한숨을 푹 쉬고는 문고리를 잡은 채로 주저앉아 있어. 남의 나라에서 더욱 얌전히 있어도 모자란데 자꾸만 이리 남을 부려먹고 시켜먹으니 참. 한참 자책을 하고 있으니 금방 가져다 주는 약에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해. 이렇게라도 해야 제 죄책감이 좀 덜어내질 거 같았거든. 약을 받아든 후 찬바람이 들어 네 잠을 방해할까 싶어 급하게 문을 닫고는 약을 그대로 씹어 삼켜. 으, 쓰다. 입 안 가득 멤도는 쓴 맛에 인상을 찌푸리곤 다시 침대로 가 몸을 뉘여. 옆을 돌아보니 벽에 붙어서 자는 너에 밤새 잠자리가 편치 않을까 싶어 조심스럽게 힘을 주어 너를 제 쪽으로 잡아당겨. 조금은 가까워진 듯한 몸에 슬며시 웃으며 제 몸을 네 쪽으로 해 거의 안기듯 해.

이리 안기는 것도 지금 아니면 언제 또 해 보겠습니까.

몸을 붙여 누워있던 것도 잠시 제 감기 기운이 혹여나 네게로 옮길까 싶어 몸을 떼어내곤 침대 끝 쪽으로 조심스럽게 몸을 옮겨. 최대한 네게서 멀어지고 나서야 눈을 천천히 감고 다시 잠을 청해. 부디 내일은 아무런 일 없이 순탄한 하루가 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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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쓰니 귀여워.... 으윽... 카와두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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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78에게
네가 내가 비워준 자리로 몸을 눕히는 걸 보고 나서야 눈을 감을 수 있었다. 좋은 꿈을 꿨으면 좋겠다는 네 말에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잠이 입까지 다물게 한 건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대로 아침까지 깊은 단 잠에 빠졌던 것 같다. 어윽-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잠이 든 너를 흐뭇하게 돌아보다 네가 깨지 않게 조심스레 자리를 빠져나와 이불을 목 끝까지 덮어주었다.

잘 자고 있거라.

네가 밤에 약을 먹은 줄도 모르고 가볍게 등을 토닥인 뒤 말끔히 씻고 나와 다시 일정을 시작했다. 부모님께 아침 인사를 드리고 동생이 잘 일어난 건지도 확인했다. 밤새 궁에 아무 일이 없었는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신하들에게 말을 걸었고 열심히 음식을 준비하는 수라간까지 둘러보고 난 후에야 다시 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내일은 사냥을 나가야겠구나. 오늘은 백성들이 잘 있는지 둘러보고 와야겠다.

조식을 먹기 위해 겉옷을 벗고 방으로 들어서며 의자에 앉았다. 한 번만이라도 생각없이 하루를 보내봤으면 좋겠구나. 멍한 눈길로 어중간한 곳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네가 잠결에 뒤척이는 소리가 들리자 옅게 미소를 띄고 눈을 감았다. 그래도 같은 방 안에 누군가가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아무리 밖에 궁녀와 신하들이 많이 있다고 해도 같이 잠을 자고 밥을 먹는 상대가 있다는 건 정말 온 몸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비록 너와 마음을 나누고 대화를 자주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숨을 쉬고 제 옷을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기분이 묘한 일이었다. 저하, 조식을 들이겠사옵니다. 문 너머로 궁녀의 목소리가 들리자 알았다고 대답하곤 침대로 걸어갔다. 깨우기 전 조심스럽게 이마를 짚어보니 열이 느껴진다고 해도 미약한 열이라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가, 아침을 먹어야하지 않겠느냐. 얼른 일어나거라. 태형아.

아가, 태형아- 하며 너를 불러 깨웠다. 끄응- 하고 답지않게 투정을 부리며 눈을 부비는 네 손이 하필 다친 팔이라서 기겁을 하고 팔뚝을 살짝 잡아쥐어 떼어냈다.

다친다, 아가. 그러지 말거라.

또 실밥이 뜯어져 붕대에 피가 물들고 네 살을 뚫고 바늘이 들어갈까봐 걱정스러워 그 다친 팔을 살살 주물러주곤 아직도 찌푸리고 있는 네 얼굴에 손을 뻗었다. 부드럽게 눈가를 문질러주는데도 싫다는 생각은 하나도 없고 그저 이렇게 투정을 부리는 네가 귀여워서 아침부터 마음이 몽글몽글하게 끓어서 넘쳐버릴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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뀨ㅎㅅㅎ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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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87
글쓴이에게
한참을 잘 자고 있었는데 아침을 먹어야 한다며 저를 깨우자 인상을 잔뜩 찌푸리곤 일부러 눈을 뜨지 않은 채로 그렇게 있어. 계속 해서 깨우는 너에 진짜 일어나야 하나 싶어 눈가를 시게 비비는데 그 손이 제가 다친 손이었는지 재빨리 낚아채는 네 행동에 그저 손목을 네게 맡기고는 그저 눈을 감고 있어. 최대한 너에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지만 어제부터 으슬거리는 몸과 머리에 힘겹게 눈을 반쯤 떠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어.

아침 먹기 싫사옵니다. 원래도 잘 먹지 않는 아침인데...

저는 나름대로 부드럽게 말한다고 했는데 네 표정을 보아하니 꼭 그런 것 같지 않았어. 표정이 잔뜩 굳어져 있었거든. 제 말투가 마음에 안 든 것인지, 그저 몸 상태가 걱정 되어 그런 표정을 지은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만약 이유라 치면 전자가 아닐까 싶었어. 제가 뭐라고 네가 걱정을 해. 아침부터 네 굳은 표정을 보니 괜시리 무서워져 잡힌 손목을 거두어내고선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린 채 작게 웅얼거려.

아픕니다. 어제 밤부터 자꾸 제 몸이 아닌 거 같이 무겁고 그렇사옵니다. 걱정 끼치지 싫어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결국 제 몸상태를 털어넣고는 눈을 꾹 감고 있다 이내 몸을 살짝 일으켜 많이 안 아픈 척 일부러 밝은 척을 해.

아, 저하. 저도 사냥 하는 것을 구경하고 싶사옵니다. 그래도 되는 것입니까? 아프다는 것은 다 농이었습니다, 농. 표정 푸시지요.

굳은 네 표정을 애써 모른 척 하며 대화 주제를 돌리다 문을 두드리며 들어오는 아침상에 제가 달려가 빼앗아 들듯이 해 들고는 네 앞에 가져다 둬. 그러곤 네 앞에 털썩 앉아 애써 웃으며 숟가락을 들어. 여전히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고 저를 바라보기만 하는 네 시선을 모른 채 한 후 네 손을 붙잡아 숟가락을 쥐어줘.

드시지요. 아, 기미 상궁.

급하게 제 옆에 있던 기미 상궁의 손목을 잡아 끌곤 먼저 맛보게 해. 안전한 듯, 꾸벅 인사를 하고 나가보이는 궁녀에 감사 인사를 하고선 예의에 엇그나는 짓이지만 제가 먹으면 너도 먹기 시작할 거라 생각하곤 너보다 먼저 밥을 꾸역꾸역 입에 집어넣어.

맛있는데, 왜 안 드시는 것이옵니까.

눈을 꿈뻑이며 널 바라보다 갑작스레 손목을 잡아끌어 침대로 저를 끌고 가는 너에 크게 당황을 하곤 손목을 잡고 있는 네 손을 급하게 부여잡은 후 걸음을 멈춰. 잡힌 손목이 제가 다친 곳이었기도 했고 분명 제가 아프단 것은 농이었다고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이러는 네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거든.

저, 저하. 농이었다고 말씀 드렸지 않았사옵니까. 저 건강합니다.

/낮잠 아닌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내용 이상한 건 미안해여...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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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87에게
아침을 먹기 싫다, 아프다. 아침부터 잠투성을 하는 것도 놀라웠지만 아침을 먹기 싫다고도 하고 아프다고 대놓고 말하는 너에 조금 당황하고 놀랐던 것은 사실이다. 뭐, 이렇게 말해봤자 너와 이제 하루를 같이 보낸 사이였지만 그래도 어제 하루종일 봐왔던 네 특성상 너는 절대로 그런 것을 입 밖에 내지 않으려 했던 아이였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놓고선 어제 가기 싫다고 했던 사냥까지 따라가고 싶다고, 농이라고 하다니. 어제 아침을 깨작거리고 표정이 안 좋았던 것도 원체 아침을 먹지 않기 때문이었구나. 제가 억지로 먹여 속이 안 좋았을 너를 생각하니 다시 한숨이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 억지로 네가 쥐여준 숟가락을 보다가 제가 밥을 먹게 하고 싶었는지 꾸역꾸역 많이 집어넣지만 하나도 맛있어보이지 않게 집어넣는 네 모습에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버렸다. 자꾸 아닌 척을 하며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 일부러 과장하는 네 모습이 보기 싫었다. 네가 다친 손목을 잡았다는 것도 모른 채 성큼성큼 침대로 끌고 가 앉힌 후에 건강하다고 거짓을 고하는 네 입으로 손가락을 우겨넣었다. 깜짝 놀란 네게 가만히 있으라고 무섭게 눈짓을 하곤 입 밑에 손을 대어 받쳤다. 손가락으로 입 안을 헤집으니 차마 제대로 씹지도, 삼키지도 못하고 입 안에 들어있던 밥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것을 몽땅 손에 덜어놓고 더럽다며 어쩔 줄 몰라하는 네 입가를 옷 소매로 쓱 닦아주었다. 그것보단 제 손가락에서 짠 맛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됐지만 다행히 아침에 깨끗이 씻은 덕에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이었다.

아픈게 맞지 않느냐. 아침도 안 먹는다는 놈이 왜 그렇게 밥을 꾸역꾸역 먹는단 말이냐. 그리고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생각은 말거라. 지금이라도 당장 궁녀들을 불러 물어보면 다 알 수 있는 일이니.

짐짓 매섭게 말을 하곤 널 그대로 침대에 앉힌 채 아직까지 제 손에 들려있던 밥들을 대충 밥그릇에 덜어놓았다. 기다렸다는 듯 제게 달려와 손수건으로 손을 깨끗이 닦아주는 널 내려다보며 그대로 널 품에 안아들었다. 발이 공중에 뜬 것에 깜짝 놀랐는지 무의식적으로 네가 내 어깨를 잡아오는 손길에 웃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분위기를 깰 수 없어 입술을 꾹 깨물며 표정을 굳히곤 다시 널 침대에 내려놓았다.

뛰지 말거라. 아픈 놈이 또 그러다가 휘청거리고 손목을 다시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다정한 행동과 다르게 조금 냉정한 말투로 말을 하곤 한숨을 푹 쉬고 네 머리에 턱 손을 얹었다. 어제 약을 먹은 건가. 아프다면서 열이 심하게 느껴지지않아 그렇게 생각하곤 그래도 약을 챙겨먹을 생각을 했다니 네가 기특해 다시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오늘은 사냥을 나가지 않을 것이다. 백성들이 잘 살고 있는지 둘러보고 올 터이니 방에 있거라.

그렇게 말하곤 얼른 아침을 먹고 나가려 다시 식탁에 의자를 끌어앉아 숟가락을 들었다. 아침을 네게 많이 먹였던 건 네가 건강하고 잘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한 거였는데. 한숨을 푹 내쉬고 밥을 입에 넣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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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90
글쓴이에게
건강하다는 제 거짓말이 통하지 않았는지 표정을 매섭게 굳히고 저를 침대에 앉힌 뒤 손가락으로 입안을 헤집는 네 행동에 잔뜩 당황해 있다 씹지 않고 그대로 물고 있던 밥을 도로 뱉어냈어. 저도 이렇게 더러운데 너는 얼마나 더럽게 느껴질까. 고개를 푹 숙인 채 혼자 자책을 하다 네가 손에 들린 밥을 그릇에 덜어놓자마자 달려가 깨끗한 손수건으로 닦아냈어. 그것도 잠시, 저를 안아들어올리는 너 때문에 하지 못 했지만 말이야.

뛰지 말거라. 아픈 놈이 또 그러다가 휘청거리고 손목을 다시 다치기라고 하면 큰일이다.

제 귀로 파고드는 날이 선 듯한 네 말투에 잔뜩 시무룩해져 한숨을 푹푹 내쉬다 혼자서 밥을 먹는 네 뒷모습에 쭈뼛거리며 다가가 그 앞에 앉아. 왜 또 온 거냐고 묻는 듯한 굳은 네 표정에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려 놓아버린 수저를 다시 네 손에 쥐어줘.

그냥, 앞에만 있게 해 주시지요. 이것도 안 되는 것입니까.

제 성격상 남이 혼자서 밥을 먹는 것은 왜인지 모르게 외로워보여 보가 싫었어. 그때문에 네 앞에 앉은 건데. 네 눈에는 또 말을 듣지 않고 온 것으로 보였나봐. 제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지만 말이야. 턱을 괸 채로 네가 밥 먹는 모습을 바라보다 아무렇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네 입가에 묻은 밥풀을 떼어내줘. 약간은 아이같은 모습에 얼굴에 웃음이 만연한 채로.

저하, 저도 밖에 나가고 싶습니다. 이 곳에 혼자 있긴 심심하고 또, 무서운데... 안되겠습니까...?

나가면 예전 제 나라의 백성들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나갔어. 워낙 경 나라에 있을 적 시장통을 많이 돌아다녔던 터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거든. 한참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을 적, 알겠다고 답을 하는 너에 화색이 돌아 웃어보이며 네게 앉은 채로 꾸벅 인사를 해. 네가 밥을 다 먹을 때 즈음 몸을 일으켜 문 쪽으로 다가가 궁녀에게 목욕물을 좀 받아달라고 부탁한 뒤 네 쪽으로 다가가. 아침 소동때문에 약간은 어색해진 분위기에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면서 멋쩍게 서있기만 했어. 한참을 눈치를 보다 머뭇거리며 네 소매를 살짝 붙잡아.

아침에는 송구하옵니다. 괜히 걱정을 끼치기 싫어 그런 것인데...

뒷 말을 얼버무리고 그렇게 계속 소매를 붙잡고만 있다 밖에서 목욕물이 준비가 다 되었단 궁녀의 말에 후다닥 소매를 놓고 문으로 달려간 후 뒤를 돌아 네게 인사를 건네.

금방 씻고 오겠습니다. 저 놔두고 가시면 아니되옵니다.

괜히 제 몸 상태를 걱정해 놔두고 밖을 나갈 것을 걱정해 마지막까지 네게 당부를 한 후 욕실로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재빠르지만 최대한 꼼꼼하게 몸을 씻고는 머리를 말려주겠단 궁녀의 손을 거부한 채로 바로 방으로 걸음을 옮겨. 빠른 걸음으로 달려온 탓에 빨라지는 호흡을 대충 골라내고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 들어가자마자 진짜로 저를 기다려준 너에 히, 하고 웃어보여. 제 백성을 볼 수 있단 설렘에 완벽히 무장해제를 해 버린 것이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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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90에게
쉬라고 했거늘 말을 듣지 않고 다시 앞에 앉은 네가 또 되도않는 고집을 부리며 밥을 먹겠다고 할까봐 눈썹을 찌푸렸다. 앞에만 앉아있겠다는 말에 바로 표정을 풀었지만. 알겠다며 성의없게 고개를 끄덕이고 밥을 먹고 있자니 제 입가에 묻은 밥풀을 자연스럽게 떼어주는 네 모습에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려버렸다.

그렇게 하거라.

다시금 나가고 싶단 의견을 표하는 너에 잠시 고민했지만 알겠다고 대답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나가고 싶다며 간절한 표정으로 말하는 너와 무섭다고 덧붙이는 것 때문이었다. 너를 무섭게 둘 순 없었다. 제 허락이 떨어지자 맑게 웃는 너에 저도 보일듯 말듯 옅게 미소를 지었다. 사랑스러운 아이.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선 네가 준비를 마칠 때까지 침대에 앉아있을까 고민하며 제게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는 너를 내려다보았다. 주눅이 든 표정에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조심스레 옷 소매를 잡아오는 것에 네 손을 꽉 잡아낼 뻔 했다. 송구하다며 걱정을 끼치기 싫었다는 네 말에 너를 품에 안아들고 싶었지만 바로 목욕물이 준비됐다며 널 부르는 궁녀의 목소리에 널 붙잡으려던 손 끝이 애매하게 공중에 떠 떨어지려다 금방 씻고 오겠다며 기다리라고 뒤돌아보는 네 말에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네가 나가자 한숨을 푹 내쉬고 의자에 앉아 식탁에 팔을 괴고 엎드렸다. 그저 정찰을 돌러 나가는 것 뿐인데 왜 저렇게 좋아할까. 잠시 고민하다 네가 백성들, 경 나라의 백성들을 보고 싶어서 그렇다는 것에 생각이 들자 역시 왕자였긴 왕자였구나 싶었다. 그런 너를 위해선 경 나라 사람들이 많이 있는 쪽으로 둘러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어차피 다른 나라 백성들이 반란을 일으키지 않고 잘 사는지- 라는 이유로 둘러대면 그만이었으니까. 변명거리를 찾아내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네가 문을 열고 들어와 웃는 모습에 못 말린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머리는 다 말리고 와야지 않겠느냐.

그래도 맑게 웃어주는, 내 앞에서 활짝 웃는 네가 처음인 것 같아 더이상 뭐라하진 않고 궁녀에게 마른 천을 받아들었다.

이리 오거라. 고뿔에 걸리려고 작정을 하고 가는 구나.

제가 앉아있던 그 의자에 널 앉히고 뒤에 서서 괜찮다고 제가 하겠다고 말리는 너와 궁녀의 모습에도 아랑곳 않고 직접 네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결 좋은 머리칼이 부서지는 느낌이 좋았다. 팔이 아프지도 않은지 한참을 머리를 말리는데에 열을 올리다가 머리사 보들보들하게 마르자 어느새 젖어버힌 천을 궁녀에게 전해주었다.

나가자꾸나. 옷 챙겨입거라. 기다릴테니.

궁녀에게 빨리 해달라며 방방 뛰던 네가 옷을 챙겨입고 나오자 더욱 따뜻하게 여며주곤 궁을 나섰다.

말이라면 탈 줄 알겠지만 지금 그렇게 손목이 아작나서야 고삐를 쥐기는 쉽지않겠구나. 뒷자리에 말을 잘 타는 놈을 붙여줄테니 그 놈과 같이 타는게 좋겠구나. 어떻게 생각하느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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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94
글쓴이에게
제가 젖은 머리로 달려가자 곧장 저를 의자에 앉히고 직접 머리를 말리려고 하는 너에 기겁을 하곤 스스로 할 수 있다며 말려보았지만 네 고집을 이길 수 없었어. 그렇게 네게 머리를 맡기고 눈을 감은 채로 있다 살며시 졸음을 몰려올 때 즈음 다 말린 것인지 저를 일으키고 옷을 입으라고 하는 네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여. 붕붕 뜨는 마음을 주체 못 하고 입가에 미소가 만연한 채로 제 앞에 있는 궁녀에게 재촉을 하자 못말린다는 듯이 웃으며 최대한 빨리 옷을 입여주었어.

밖으로 나서자 옷을 여며주며 다른 사람과 말을 같이 타라는 네 말에 살짝 고민을 해. 원래는 낯을 가리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지금 이 곳에서는 괜히 조심스러워지고 낯도 가리게 되었거든. 어색한 분위기는 싫은데... 한참을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어. 그러나 네가 바로 오라고 부른 것인지 제 옆에 와 있는 낯선 남자를 올려다보곤 살짝 흠칫하다 더욱 네 쪽으로 붙으며 팔을 꽉 붙잡아.

저, 저하랑 같이 타고 가면 안 되는 것입니까.

제가 말하고도 혼자 놀라 입을 틀어막곤 네 눈치를 봐. 제가 뭐라고 감히 세자저하의 뒤에 탄다고 말한 것인지.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고 예의없는 말이었어. 슬며시 네 팔을 잡은 손에 힘을 풀고는 옆에서 살짝 물러난 채 얼떨결에 옆에 있던 남자의 손을 붙잡아. 얼이 빠져 제가 손을 붙잡은 건지, 손목을 붙잡은 건지 몰랐지만 말이야.

아, 아니옵니다. 제가 실수를 한 거 같습니다. 이 자와 함께 같이 가겠습니다.

잡고 있던 손을 더욱 꽉 붙잡고는 네게 꾸벅 인사를 해. 네가 타고갈 말 뒤에 대기하고 있던 말로 다가가 남자가 먼저 올라타길 기다렸어. 그러곤 저도 올라타 허리를 꽉 붙잡고 등에 얼굴을 묻었어. 그 와중에도 앞의 남자가 너였으면 하는 마음을 지울수가 없었지. 지금이라도 저와 함께 타자고 하면 곧장 갈 수 있었는데 제게 그런 말을 할리가. 한참을 그렇게 생각을 하다 제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슬퍼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어. 도대체 왜.

고민을 하며 남자의 등에 머리를 쿵쿵 박아. 아으, 진짜. 한참을 그렇게 머리를 박다 고개를 돌려 저를 바라보는 시선에 그제서야 멋쩍게 웃으며 등에 머물러있던 머리를 떼어내.

미안하구나.

쿵쿵 소리가 날 정도로 박았으니 많이 아팠을 거야. 고개를 다시 친절히 돌려주고는 등을 살살 문질러줘. 미안함의 의미였어. 그제서야 됐다며, 괜찮다고 말하는 남자에 손을 떼어냈지. 근데 도대체 언제 출발할 건지 꿈쩍도 않는 너에 의아해져 고개를 쏙 빼놓고 너를 바라보다 약간은 큰소리로 입을 열어 널 불러. 이 곳에 온 이후 가장 큰 목소리였다고 말해도 무방할 만큼.

저하. 저희 언제 출발하는 것이옵니까? 뭐 준비가 덜 된게 있사옵니까. 덜 되었으면 제가 준비해오겠습니다.

그러곤 곧장 말에서 내릴 모션을 취해 네 말이 떨어지면 바로 내릴 준비를 했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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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94에게
나라고 너를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기게하여 말을 태우고 싶었던 건 아니다. 그렇지만 염려되었다. 여기 호 나라의 백성이든, 경 나라의 백성이든 세자인 제 얼굴을 모르는 백성들은 거의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갈 곳은 경 나라의 백성들이 모여사는 마을. 그 곳에 널 뒤에 달고 등장한다? 물론 경 나라의 백성들도 다 알고 있을 터였다. 첫째는 죽임을 당하고 둘째는 대군의 신하로, 셋째는 세자의 남첩으로, 공주는 중전의 궁녀로. 그렇지만 직접적으로 확인사살시키고 싶진 않았다. 이미 저희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며 너희 경 나라의 왕족들을 욕하고 있는 백성들이 있을지도 몰랐지만 대놓고 나는 세자의 남첩이다 하고 보여주듯 널 내 품에 안고 데리고 가긴 싫었다. 그럼 그들이 더욱 더 너를 싫어할까 염려되었다. 그래서 네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경 나라의 마을로 가기 전까지는 서 장군의 등에 붙여놓고 가리개로 몸울 가리게 한 뒤 마을 앞 쪽에 도착해서는 너 혼자 말을 타고 온 듯, 그렇게 비참하게 대우받고 있지는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아버지를 졸라 경 나라 마을의 관리는 제가 하기로 했었다. 그들이 노예로서 들어온 것은 맞았지만 그래도 아주 못되게 대하고 있진 않았으니, 너만 잘 사냐! 라는 식의 반항도 적을 것이었다.

준비할 건 없다. 대신, 이걸 쓰고 있거라. 그리고 손목이 아플 것 같으면 뒤에서 타지 말고 앞으로 건너오거라. 뒤에서 서 장군이 받쳐줄 터이니 기대고 있는 게 훨씬 편할 것이다.

내려와선 시키기라도 하라는 듯 의욕이 넘치는 네게 괜찮다 손짓하다가 문득 네가 뒤에서 끌어안고 있으면 손목에 무리가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가리개를 씌우려다 네게 팔을 뻗었다. 조심스럽게 안겨오는 널 안아 서 장군의 앞쪽에 앉혀주곤 가리개를 덮어주었다.

벗지 말고 기다리거라. 내가 벗으라고 할 때 벗어야한다. 틈새로 밖을 구경하는 건 좋으나 얼굴을 비추진 말거라.

그렇게 네게 당부하곤 단숨에 말에 올라 채찍질을 했다.

가자.

선비의 모양새로 옷을 입고 나왔고 다들 날이 추워 얼굴을 가리고 있는 터라 세자인 줄 몰라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말발굽 소리에 길을 비켜주며 인사를 하는 모습에 흐뭇하면서도 신분의 차이란 이런 건가 싶어 씁쓸함에 입을 다물었다. 생각보다 백성들은 잘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전쟁에서 승리해 더욱 들떠있기도 했고. 불편함은 없는지 구석구석 둘러보곤 곧 경 나라 마을로 향했다. 서 장군이 마을 앞에 다다라 내려오자 의아한 표정으로 빼꼼 눈만 내미는 네가 귀여워 네 가까이로 말을 끌곤 가리개를 벗겨주었다.

이제 벗거라. 조금 정도는 말을 탈 수 있겠느냐.

네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선비처럼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어느 정도 격식을 차려입은 네 옷매무새를 다듬어주었다. 백성들이 내가 생각한 대로만 움직여주면 좋을텐데. 백성을 본다며 이리 신나하는 네게 상처가 생길까봐 신경이 쓰여 환하게 웃을 수가 없었다. 괜히 데려온다고 했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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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96
글쓴이에게
가리개를 쓴 채로 한참을 걸어가다 어느새 멈춰진 말 발굽 소리에 의아해 눈을 빼꼼 내밀어 주위를 살폈어. 마을 앞인 거 같은데 왜 안 들어가는 거지. 제가 의아해 하고 있으니 제게 다가와 가리개를 벗겨주며 혼자 말을 탈 수 있지 않냐며 제 앞의 남자를 내리게 하자 그저 고개를 끄덕였지. 그러곤 살짝 떨리는 손으로 말의 고삐를 붙잡았어. 그것도 잠시 저는 말에서 내려 걸어다니며 제 백성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확 들어 말에서 내려 네 쪽으로 다가갔지.

저... 저하, 저는 걸어 들어가면 아니되겠습니까. 백성들을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데...

너와 눈을 계속 맞추며 눈빛으로 계속 해서 졸랐지. 제 부탁이 통한 것인지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너에 환하게 웃으며 네게 꾸벅 인사를 해. 가벼운 발걸음으로 도도도 달려가 마을 안으로 먼저 들어섰지.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제 나라와 비슷한 풍경에 그대로 입을 다물어. 아련해 지는 느낌과 울컥하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거든. 입을 꾹 다문 채로 그렇게 걸어가다 몇몇 백성들이 저를 알아본 것인지 수군거리기 시작해. 몇몇은 제게 달려와 손을 꾹 붙잡고 괜찮냐고 묻기도 했지. 입을 열면 그 자리에서 울어버릴 거 같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했지만.

날이 춥습니다. 들어가서 쉬세요. 어서요.

계속 해서 제 옆에 붙어있는 백성들에 웃으며 손을 먼저 놓고는 가게 안으로 밀어넣어. 옷도 얇던데 고뿔에 걸릴 거 같았거든. 안으로 들이고는 다시 주위를 둘러보며 걸어나가. 진짜 다 그대로였어. 마치 지금 제가 경 나라에 있는 거 같은 착각이 들만큼. 한참을 그렇게 걷다 제 앞에 서서 혼자 잘 사니까 좋냐! 라며 소리를 지르는 남자에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지. 멍하니 그 남자를 바라보다 제 쪽으로 더욱 다가와 어, 좋냐고? 좋아? 나라 망하게 해 놓고 잘 먹고 잘 사네. 라며 저를 추궁하는 듯한 말투에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 발발 떨리는 손으로 남자의 손을 붙잡아.

아니, 그것이 아니라...

됐다며 제 손을 뿌리치고 어깨를 치며 가버리는 남자의 행동에 고개를 푹 숙이곤 입술을 꽉 깨물어. 그래, 저는 궁에서 이렇게 잘 살고 있을지 몰라도 제 백성들은 아닌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그것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큰 소리까지 듣자 미안한 마음에 차오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어. 백성들 앞이어서 체통을 지키려 했건만... 떨리는 걸음으로 뒤를 돌아 그대로 마을 밖으로 뛰어갔지. 네가 어딨든, 무엇을 하던 그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 지금 나는 너무 슬펐거든. 마을에서 멀리 떨어졌을 때 즈음 그 자리에 멈춰서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려. 백성들은 저리 힘들게 살아가는데 저는 왜, 궁에서 웃고 따뜻한 곳에서 잔 것인지. 죄책감을 이겨낼 수가 없었어. 제 손목에 감겨져 있던 붕대를 풀어내버리곤 그 곳을 손톱으로 긁어내. 눈물을 잔뜩 쏟아내면서 말이야. 한참을 그렇게 울다 무릎에 얼굴을 묻고 거칠어진 숨을 골라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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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96에게
그럴 줄 알았어. 네게 윽박지른 남자가 죽일듯이 미웠지만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저 사람의 입장도 이해가 되었으니까. 말리기도 전에 저 멀리로 달려나가는 네 모습에 오히려 다른 백성들이 그 남자를 욕하며 너를 걱정했다. 기이한 모습이었다. 그 전에 경 나라에서 어떻게 대우를 해준 건지. 착한 셋째 왕자님께 뭐하는 짓이냐며 몇몇 백성들이 그 남자에게 뭐라 잔소리를 하는 모습에 더 보고 있을 필요는 없겠구나 싶어 옆에 있던 말을 잡아탔다. 사람이 뛰는 속도보단 말의 속도가 빨랐기에 마을에서 벗어나 쪼그려앉고 손목을 긁는 네 모습까지. 금방 네게 당도하여 그런 모습들을 다 보게 되었다. 급히 말에서 내리곤 네 손목부터 살폈다. 다행히 실밥이 풀리진 않고 그저 근처가 빨갛게 긁힌 자국이 남거나 피딱지가 뜯어져 조금씩 피가 날 뿐이었다. 전혀 안도할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네 어깨를 잡아쥐고 눈을 맞췄다.

그만 울거라. 나약하구나. 왕족이 되어서 이런 험한 소리 하나도 견디지 못하다니.

물론 제 말도 맞는 말이긴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기에 성립되는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꿋꿋이 입을 열었다. 미안한 말이지만, 저 백성들의 생각은 내 알 바가 아니고 너의 감정이 우선이었으니까. 헛'소리를 늘어놔서 네가 그걸 믿고 기분이 나아진다면 거짓말쟁이가 되어도 상관 없을 것 같았다.

난 최선을 다했다. 경 나라의 모든 것을 최대한 그대로 표현해냈고 그들이 노예가 아닌 일반 백성처럼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네가 죄책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넌 알아야한다. 넌 나에게 팔려온 몸이 아니더냐. 넌 그런 값을 지불함으로써 저들을 구한 것이야. 너 하나로 살아있게 된 저들의 목숨이 얼마나 값지단 말이냐. 저들이 저런 말을 한다고 해서 상처받지 말거라. 너는 전쟁이 일어나서 제일 피해를 많이 본 사람이다. 그때도, 지금도. 네가 지금 잘 살고 있지는 않지 않느냐.

어째 점점 밀을 할 때마다 의미가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 횡설수설 의도를 모를 정도로 흘러가는 말은 결국 네가 피해자니 날 미워하라는 뜻이 담겨있는 것 같아서 네가 정말 날 미워하게 될까봐 어쩔 줄 몰라했지만 이미 뱉어버린 말을 주워담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아프겠다. 너와 네 가족들, 친구들, 백성들을 아프게 한 나라를 물려받을 세자인 내가 아프겠다. 네게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 그러니 제발 태형아...네 몸에 상처를 내지 말거라.

내가 더 아프다는 표정을 짓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당장이라도 날 아프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원통했다. 되는대로 항상 품에 품고 다니던 단도를 꺼내들었다.

이거면 되는 것이냐. 내가 어떻게 해야 네게 사죄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아서 눈을 꾹 감고 단도의 칼집을 빼내어 칼날을 제 쪽으로 돌렸다. 이대로 죽어버리면 네가 모함을 당하겠지. 복수를 하는 느낌도 들지 않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치곤 왼팔로 칼을 꽂아넣기로 마음먹었다. 찌르는 거라면 어렵지 않았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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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00
글쓴이에게
제 행동을 저지하곤 손목을 잡은 채로 저를 미워하라듯이 얘기를 길게 꺼내는 너에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그저 널 바라봤어. 이 곳에 와서 유일하게 제게 잘해주고 사람처럼 살 수 있게 해준 것이 다 네 덕분인데 내가 어찌 너를 미워할까. 고마워했으면 했지. 그래서 네 말에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는 주저앉아 있던 몸을 일으켜. 서로 눈을 마주하고 있다 제 몸에서 상처를 내지 말라며 애절하게 말을 하곤 이내 품에서 단도를 꺼내 자신의 쪽으로 칼날을 돌리는 네 행동에 크게 놀라 손을 뻗어 그 행동을 저지해.

왜, 왜 저 하나 때문에 이런 결정을 하시는 것입니까. 게다가 저하는 나라를 물려받을 분인데 어찌... 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 저하.

눈을 마주한 채 나름 단호하게 말을 한 후 네 손 위로 제 손을 겹쳐 꽉 붙잡고 천천히 단도를 빼앗아들고는 바닥에 떨어트려. 귀를 째는 듯한 쨍그랑거리는 소리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지. 그러곤 무작정 발꿈치를 든 후 네 목을 세게 끌어안고는 네 머리를 끌어당겨 제 어깨 위에 기대게했지. 나름의 위로 방식이었어. 제 아비도 경 나라에 있을 적에 조금이라도 우울해 보이는 모습을 비칠 때마다 이렇게 저를 위로 했었거든.

저는 저하께서 제게 사죄를 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저하께서는 그저, 저에게 잘해주신 거밖에 없지 않습니까. 잘못이 있다면 그저 저에게 있겠지요. 그러니 부디, 제발. 제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제가 뭐라고...

너를 꽉 안고 울먹이며 횡설수설 말을 내뱉다 말을 하면 할수록 차오르는 눈물에 네 어깨에 얼굴을 묻고선 꾸역꾸역 울음을 억지로 참아내. 아까 네 표정을 보아하니 제가 또 울면 그 자리에서 너도 울 거 같았거든. 한참을 그렇게 서로에 의지해 부둥켜 안고 서있다 떨어지기 싫었지만 천천히, 느릿하게 몸을 떼어내. 그러곤 입을 꾹 다문 채로 네 손을 꾹 잡고선 그저 그렇게만 서있었어.

저하.

목이 메여 헛기침을 여러 번 하고 너를 부르자 곧장 돌아오는 대답에 싱긋 웃어보인 후 네 손을 살며시 놓고 고개를 들어 너와 눈을 맞췄지. 그리곤 다시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어.

저는 그저 남첩입니다. 그러니 그냥 남들처럼 그렇게 대해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오히려 그것이 더 편하오니.

네가 다시 이러한 상황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 널 한 번 밀어냈어. 너와 거리를 두면 낫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나는 많이 힘들겠지만 그래도, 네가 힘든 거보단 제가 힘든게 나으니까. 아무 말도 하지않는 너에 그것을 긍정의 대답으로 알아듣고선 고개를 떨구며 쓰게 웃어보였지. 고개를 숙이자 보이는 바로 눈 앞에 보이는 단도에 몸을 숙여 그것을 주워들고는 조심스럽게 다시 네 손에 쥐어줘. 그러곤 표정을 잔뜩 굳힌 채 짐짓 엄한 표정으로 네게 말을 했지.

아까처럼 또 그러시면 그때는 빼앗아서 제가 먼저 목숨을 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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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100이당 꺄아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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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00에게
나라를 물려받을 사람이니 이리 하는 것이다. 넌 내가 밉지도 않으냐. 너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간 나라의 왕이 될 사람이다. 분하지도 않느냐.

아까까지는 백성의 말에 상처를 받아 손목을 긁고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울었던 네가 날 막고 조금도 해할 수 없게 하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서있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네 세상의 전부를 빼앗은 나라의 세자가 널 위해 다치거나 편히 살지 않겠다고 하면 조금 마음이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란 말인가. 도대체 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머리가 어지러운 틈에 네가 내 목을 끌어안고 제게 기대라는 듯 행동하자 묘한 일이 일어났다. 정말 머리를 복잡하게 헤집던 여념들이 저 멀리로 사라지고 흥분에 헐떡거렸던 호흡이 점차 안정적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찌푸려져있던 미간도 넓게 퍼져 제자리에 돌아갔다.

태형아.

네 이름을 부르는 것은 내 목소리인데도 네 이름이 담겼다는 것 하나에 감정이 벅차오른다. 내 목소리가 좋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네가 담긴 모든 것이 달콤했다. 저하- 하고 부르는 너는 또 어떻고. 아직까지 눈물에 젖은 눈이 크고 맑아서 송아지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저는 그저 남첩입니다. 그러니 그냥 남들처럼 그렇게 대해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오히려 그것이 더 편하오니.

네 말에 머리가 멍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네가 그렇다는데. 네가 그것이 편하다는데 내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단도를 주워 칼집에 넣곤 제 손에 들려주는 너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협박이 무섭구나.

왜 네가 그런 말을 할까, 하고 질문이 떠올랐지만 입으로 내뱉는 것은 포기했다. 네가 남들처럼 대해달라고, 그렇게 했으니. 단도를 품에 넣으며 옅게 미소를 지었다.

남들처럼이라고 한다면 지금과는 태도가 꽤나 달라질 수도 있겠구나. 그러나 네가 정 그것이 편하다면 그렇게 해주겠다. 나는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 것이야.

바닥에 떨어진 붕대는 이미 더러워져 안 감느니만 못할 것 같아 품에 갖고 다니던 손수건을 꺼냈다. 품 속에 깊이 있던 것인지라 체온이 묻어 따뜻하고 제 체향이 날 것이었다. 그것을 조심스레 네 손목에 둘러주었다.

언제든지 생각이 바뀌면 말하거라. 그리고...방도 따로 쓰고 싶다고 하면 언제든지 구해주겠다. 그런 건 염려말거라.

네게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었다. 네가 바라는 대로 다. 멍한 표정의 네게 웃어보이곤 마침 말을 타고 온 장군과 신하의 모습에 널 안아 장군의 앞자리에 태워주곤 가리개를 건넸다. 네가 그것을 쓰는 것까지 본 후에야 말에 올라타고는, 너와 멀어질 것이란 생각에 표정이 좋질 못했다.

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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빰빰빰(팡파레)

10년 전
대표 사진
탄소103
글쓴이에게
제 뜻대로 해준다고, 태도가 변할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너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어. 이제 이렇게하면 너도 편하고, 저도 편하겠지. 왜인지 모르겠지만 살짝 우울해 지는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지. 그저 너와 멀어질 거란 생각에 우울한 것인지, 먼 미래가 불편해 질거란 생각에 우울한 것인지 도무지 저는 알 수가 없었어.

말을 마치곤 곧장 저를 말에 태우고 궁으로 가자는 너에 대답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자의 품에 안겨 한숨을 폭 내쉬었지. 제가 한 선택이 진짜 옳은 것일까. 진짜로 이렇게 하면... 잔뜩 엉켜버리는 생각에 눈을 꾹 감은 채로 한참을 말을 타고 가다 금방 도착한 궁에 바닥에 천천히 걸음을 내디었어. 그러곤 저를 보지 않은 채 먼저 가버리는 네 뒤를 조용히 졸졸 따라갔지. 방으로 들어선 후 가운데에 가만히 서서 네 행동을 눈으로 쫓기만 했어. 여전히 저에게 눈길을 주지 않은 채로 그대로 나가보겠다는 네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지. 네가 나가자마자 급하게 서랍에 넣어둔 뜨다 만 목도리를 꺼내고선 다시 뜨기 시작했지. 워낙 저의 솜씨가 좋았던 탓에 금방 완성을 했어. 이제 이것을 너에게 주면 되는 것인데 과연 제가 네게 줄 수 있을지. 점점 생각이 많아지자 머리를 털어내 잡생각을 덜어내곤 몸을 천천히 일으켰어.

저, 잠시 제 형을 보고 오겠습니다. 제가 나가있는 동안 저하께서 오신다면 그냥 연못가에 갔다고 해 주시지요. 이유는... 묻지 마시구요.

궁녀에게 대충 말을 하며 꼭 그렇게 말해달라고 부탁을 한 후 곧장 그대로 제 형이 있는 곳, 네 동생 정석의 방으로 한걸음에 달려갔어. 빠르게 달려가봤자 문 앞에서 서성일거면 왜 이리 뛰어온 것인지. 한참을 문을 두드릴까, 말까 고민하고 있던 와중 벌컥 열리는 문에 크게 놀라 그대로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지. 아려오는 제 엉덩이에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어. 들자마자 보이는 형의 모습에 환하게 웃으며 몸을 일으키곤 도도도 달려가 곧장 안겼지. 역시 제 가족의 품이라 편안해 지는 마음에 작게 미소 지었어.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있다 고개를 들고 형과 시선을 올곧게 마주했지.

저 진짜로 또 왔습니다. 기특하지 않습니까. 빨리 칭찬해 주시지요. 어서요.

칭찬을 해달라는 듯 손을 잡아끌어 제 머리로 가져다댔어. 제 뜻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환하게 웃으며 그 품을 더욱 파고들었지. 시간이 빠르게 많이 흘러가는 것도 모르는 채로 말이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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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03에게
밖에서 보고 온 백성들의 상태를 종이에 옮겨 적고 신하들과 해결책에 대해 회의를 한 후에야 조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바로 방으로 갈까, 하다가 이제 제게 거리를 두려는 듯한 네가 생각나 발을 옮길 수가 없었다. 너와 멀어지는 걸 원하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라도 네 마음이 편하다면, 네가 죽으려고 자결하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네가 행복하다면. 그렇다면 멀어질 수 있었다.

...정석이나 보고 갈까.

작게 중얼거리곤 정석이 있을 궁으로 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보이는 모습은 김태성의 품에 안겨 행복하다는 듯 웃음짓는 네 모습. 형제인 걸 알면서도 질투가 나는 느낌이었다. 행복하구나. 즐거워보이는 네 표정에 다시 방으로 몸을 돌렸다. 묻지도 않았는데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네가 연못가에 갔다고 하는 궁녀의 말에 옅게 미소를 짓고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알겠다. 고맙구나.

제 행동에 당황한 것인지 그게 아니라며 다시 말을 바꾸는 그녀에게 다 안다는 듯 손가락을 들어 괜찮으니 조용히 하라는 행동을 해보인 뒤 침대에 누웠다. 밖으로 나갔다 온데다가 너와 대치하며 감정을 소비하고 회의를 하고 돌아왔더니 전처럼 옷을 받아주는 이도, 옆에서 서성거리는 이도 없으니 방이 휑하니 넓은 느낌이었다. 내가 이렇게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었나. 가슴이 허하고 자꾸 네가 보고 싶어져서 이러면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고 조용히 궁녀를 불렀다. 밖에 누구 있느냐, 라고 하는 말에 바로 대답이 들려왔다. 잠시만 들어와서 곁에 있어달라는 말에 잔뜩 당황한 듯 했지만 주춤거리며 들어온 그녀를 문 앞에 의자를 끌어와 앉으라고 명했다. 외로움을 타니 기왕이면 누구든 제 옆에 바짝 붙어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안 한 것도 아니었지만 혹여나 네가 들어와선 이상한 오해라도 할까봐 두려웠다. 어차피 너는 내가 여자랑 있든 남자랑 있든 아무 상관 없겠지만, 그냥 그랬다. 거의 끝과 끝 쪽에 멀리 떨어진 채로 등을 돌려 벽을 보고 누웠다.

그래도 사람이 있으니 마음이 편하구나.

제 말에 궁녀가 뭐라 대답해야할지 말을 어물거리며 대답할 거리를 찾았지만 어차피 혼잣말이었으므로 그저 웃음지은 뒤 눈을 감았다. 석식을 먹을 즈음에 깨워달라고 부탁하고는 천천히 마취에 걸리듯 잠에 빠져들었다. 눈이 감기기 전에 떠오른 너의 웃음이 기억나 행복한 듯 입꼬리를 올리고 잠에 들 수 있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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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08
글쓴이에게
한참을 형의 품에 안겨 행복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시간이 많이 지났음을 알아. 아차 싶어 품에서 형을 떼어낸 후 뒷걸음질을 살짝 치며 뒤로 물러났지.

저는 이제 가보아야 할 거 같사옵니다. 다음에 또 옱터이니 그때도 이랗게 반겨주시지요.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인사를 해 보이다 급하게 몸을 돌려 방으로 뛰어갔어. 문을 조심스럽게 열자마자 보이는 침대와 누워있는 너와 그 옆을 지키고 있는 궁녀의 모습에 바로 표정을 굳혀. 네가 다른 사람과 단 둘이 방에 있는 모습은 처음 보았거든. 알 수 없는 감정이 휘몰아치자 그 자리에 서서 그저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해. 제 눈치를 보며 나오려는 궁녀를 저지하곤 다시 자리에 앉혀.

저하 곁을 계속 지켜주시지요. 제가 잠시 나가있으면 되는 것입니다.

제 말에 당황해 하는 궁녀를 무시한 채 바로 나와 갈 곳도 없지만 그저 돌아다니기만 해. 고개를 푹 숙이고 제 신발코를 보면서 한참을 걷다 고개를 들어보니 저는 처음 보는 곳이었어. 낯선 곳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낯선 이가 제게 누구냐며 말을 걸어오자 더욱 당황해 눈을 그저 굴리며 눈치를 보기만 해. 그런 제 행동이 마음에 안 든 것인지 어깨를 꾹꾹 누르며 누구냐고 묻지 않았느냐, 라며 위협적인 말투로 말을 해. 그제서야 돌아온 정신에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지.

그, 저는 김태형이라고 하옵니다. 저하의 남첩이라고 하시면 아실련지...

남첩이라고 하자 그제서야 누군지 아는 눈치를 해오자 저는 이런 곳에서 진짜 그런 존재밖에 안 되는 것인 거구나, 싶어 약간을 슬퍼졌어. 낯선 사람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뒤를 돌아가려다 잡힌 손목에 미간을 잔뜩 찌푸려. 그런 제 표정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지 저는 세자저하의 삼촌이라고 꿋꿋하게 말하자 대충 고개를 끄덕이기만 해. 저는 그저 이 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이었지. 다음에 또 보자며 그제서야 손목을 놓아주자 재빨리 빠져나와 벗어났지. 그 모습을 뒤에서 본 것인지 보이는 네 모습에 변명을 하려 네게 뛰어갔지만 제가 뛰어오는 걸 보았으면서도 뒤를 돌아버리는 행동에 그 자리에서 멈춰버려. 대놓고 무시를 해버리니 기분 나쁜 거보단 슬펐지. 저를 똑같이 대해달란 저를 흠씻 패버리고 싶을만큼 말이야. 애써 웃으며 네게로 달려가 뒤를 졸졸 쫓아.

저, 저하 어디로 가시는 것이옵니까.

제 질문을 들었음에도 무시를 하는 너에도 꿋꿋하게 계속 옆에서 종알거렸어. 너는 저를 남첩처럼 몸 아니면 필요없는 거처럼 매정하게, 저는 남첩처럼 살갑게. 이게 맞는 모습이었으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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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08에게
얼마 오래 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나 급하게 저를 깨우는 손길에 부스스 눈을 떴다. 벌써 석식을 먹을 시간인가, 싶었지만 안절부절 못하는 궁녀의 표정에서 그건 아니구나 하고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피곤한 눈을 손등으로 부비며 몸을 일으켜 앉으니 다짜고짜 네가 방에 들어왔다 나갔다며 허둥거린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하고 생각하다 그렇게 오해를 사게 하기 싫어 일부러 침대 앞도 아니고 문 앞에 궁녀를 앉혀뒀던 것인데 결국 네가 그걸 보고 오해를 했구나 싶었다. 아, 이런. 이마를 짚고 한숨을 푹 내쉬며 궁녀를 진정시키고 방을 나섰다. 어디쯤에 있으려나. 정석의 궁도 가보고 연못가도 가보고 벚나무 앞도 가봤지만 너를 찾을 순 없었다. 이젠 짚이는 곳도 없어서 그저 너와 길이 엇갈리지만 않기를 바라며 궁의 모든 곳을 가보기로 했다. 그러다 도착한 곳은 네가 한 번도 와보지 않았을, 알현을 청하는 자들과 만나는 곳이었다. 그 곳에서 너를 찾긴 했지만 같이 보이는 달갑지 않은 사람의 모습에 표정이 굳어졌다. 유독 제 집안에서 권력과 돈, 성행위에 눈이 돌아가는 삼촌. 쓰은 자라 어느 한 구석도 좋아할 틈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 자에게 손목이 붙들린 너라니. 절대 상상하고 싶지 않았던, 할 수 없었던 조합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쩌다 만나게 된 거지. 오늘 저 자가 궁에 찾아오는 날이었던가. 너를 훑는 삼촌의 눈을 보니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으면 살인이라도 저지를 것 같았기에 네 손목이 그 자에게서 떨어지자마자 저도 등을 돌렸다. 네가 총총거리며 뛰어왔지만 별로 걸음을 늦춰주고 싶진 않았다. 어딜 가시는 거냐 묻는 네게 딱히 대답을 해주고 싶지도 않았다. 불쑥불쑥 못된 마음이 치고 올라와서 입술이 하얘지도록 꽉 깨물었다. 전승영. 삼촌이란 자를 죽이고 싶었다. 제가 지내는 궁에서 꽤나 떨어진 곳인지라 성큼성큼 걷기만 하다가 우뚝 섰다. 제 옆에 서서 올려다보는 네 시선을 무시하곤 아까 삼촌이 잡아챈 네 손목을 잡고 살폈다. 흠집이라도 낸 건 아닌지, 꽉 잡아서 네가 아픈 건 아닌지. 다행히 아무 자국도 없는 걸 보고 손목을 놓아주었다.

저 자와 가까이 지내지 말거라.

딱 보기에도 화가 많이 난 모습으로 다시 제 삼촌이 있던 곳을 노려보곤 발을 옮겼다. 네가 왜냐며 이유를 묻지도 못하고 졸졸 따라오는 것에 그 모습이 귀여워보여 점점 감정이 풀어지는게 느껴졌다. 뾰족하게 솟아있던 감정이 뭉그러지자 다시 피곤함이 물든 눈으로 널 돌아보다 너와 눈이 마주치자 시선을 돌려버렸다. 너를 밀어내는 것도 너무 어렵다. 어려워 죽을 것 같다. 너랑 같이 있을 수록 닿고 싶은데. 하지만 네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네가 남첩처럼, 다른 사람들처럼 대해달라고 했으니 감정을 나누는 일은 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정말 남첩을 대하듯이 몸을 들이밀고 싶지도 않았다.

머리가 아프구나.

어딘가에 가서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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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08에게
제가 아끼는 사람은 너와 제 동생 밖에 없었는데 이미 거기에서 너는 벗어나려하고 있었고 아직 어린 동생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었으므로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겠지. 끙- 가슴을 움켜쥐며 한숨을 내뱉다가 방으로 들어가 다시 침대에 걸터앉았다.

힘들구나. 석식시간이 되면 깨워주거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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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14
글쓴이에게
너를 그저 졸졸 따라다니며 뒤를 쫒던 와중 제 손목을 낚아채 이리저리 확인하는 네 모습을 눈에 가득 담았어. 아까 그 남자에게 잡힌 손목이 걱정 되어서 이러는 것일까. 알 수 없는 네 행동에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제 손목을 붙잡았던 남자와 가까이 지내지 말란 말에 이유도 묻지 못 하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지. 뭐, 사이가 그냥 안 좋은 건가 보다. 싶어서 말이야. 그렇게 어색한 분위기 속에 걸음을 방으로 걸음을 옮긴 후 겉옷을 벗어내 궁녀에게 건네곤 네가 누워있는 침대를 피해 의자에 털썩 앉았어.

그렇게 한참을 눈을 꿈뻑이며 네가 자는 모습을 지켜보다 석식이 준비되었다며 문을 두드리는 궁녀에 화들짝 놀라 대충 알겠다고 대답을 한 후, 네게로 쭈뼛거리며 다가가 몸을 흔들었어. 네 눈치를 보며 워낙 살살 흔든 탓에 여점히 미동도 없이 자는 너였지. 한숨을 폭 내쉬곤 조금 더 힘들주어 팔을 잡아 흔들자 그제서야 일어나는 너에 재빨리 너에게서 떨어져. 궁녀를 시킬 걸 그랬나.

저... 석식이 준비가 다 되었다고 하옵니다. 들일까요?

제 말에 고개만 끄덕이는 너를 바라보다 약간은 큰소리로 상을 들이라고 했지. 곧바로 들어오는 석식상에 다시 의자에 앉아 어색하게 네 눈치만을 봤어. 제 시선을 느낀 것인지 기미 상궁이 먼저 맛을 보고 난 후 바로 숟가락을 드는 너를 확인하고서 그제서야 제 입 안으로 밥을 밀어넣었어. 얼마 먹지 않아 더부룩한 속에 곧바로 숟가락을 내려놓긴 했지만. 제 행동을 보고 의아해 져서는 왜 더 먹지 않느냐고 하는 너에 시선을 피한 채 대충 얼버무려.

그냥, 배가 별로 안 고픕니다. 저 신경 쓰시지 마시고 많이 드시지요.

뻣뻣하게 허리를 핀 채로 네가 먹는 것을 지켜보다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다시 자연스레 닦아내러 손을 뻗지만 이내 제가 이렇게 오지랖을 피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어 손을 거둬냈지. 대신 네게 옆에 구비되어 있던 티슈를 건넸어.

입가에, 묻으셨사옵니다.

오늘 일만 아니었더라면 자연스럽게 제가 닦았을 것인데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약간 씁쓸하긴 했어. 제가 말해놓고 후회하는 꼴이라니. 뭔가 제가 생각하기에도 웃기는 일이었지. 계속 너와 마주하는 것이 불편해 몸을 일으키려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행동은 예의가 아닌 거 같아 들썩이는 엉덩이를 다시 누르고선 계속해서 네가 먹는 모습을 지켜봐. 워낙 잘 먹는 탓에 금방 비워낸 밥그릇에 너는 모르게 흐뭇한 웃음을 지어보이다 궁녀를 들여 상을 치우게 했어. 다시 무섭도록 찾아오는 정적에 멋쩍게 웃으며 잠시만 나갔다와도 괜찮겠냐고 물었지. 그러자 금방 돌아온 긍정의 대답에 꾸벅, 감사의 인사를 하고 바로 밖으로 빠져나왔어. 제가 아는 곳이라곤 너와 함께 갔던 연못가, 벚나무밖에 없었던 탓에 어쩔 수 없이 연못가로 걸음을 옮겨 달빛을 받아 빛나고 있는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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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15
114에게
그렇게 몇 분을 있으니 제 뒤에서 들리는 낯선 목소리에 흠칫해 급하게 뒤를 돌아봤어. 그러자 보이는 아까 보았던 낯선 남자. 제게 또 뻔뻔하게 말을 걸어오자 아까 가깝게 지내지 말라던 네 말이 생각나 급하게 몸을 돌려. 그러자 제 손목을 꽉 붙잡고 어딜 그리 급하게 가냐고 묻는 그 남자의 행동에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지. 어찌 이리도 남에 대한 예의가 없는지. 제 손목에서 팔로 그리고 어깨로 올라오는 징그러운 손길에 강한 힘으로 떼어내고는 빠르게 다시 방으로 뛰어가 문을 닫아버렸어. 그 상황에서 방에 있을 너는 신경 쓰이지 않았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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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15에게
꿈을 꿨다. 꿈에선 네가 나왔고, 넌 현실에서처럼 날 밀어내지 않는 모습이었다. 내 팔에 붙어 온갖 애정표현을 해주고 맑게 웃는 모습 뿐이었다. 꿈이란 걸 알면서도 행복했다. 네가 나로인해 즐거워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아...

석식이 준비가 되었다며 어물거리는 네 목소리가 들려오자 꿈에서 깼음을 알았다. 현실의 너에겐 미안하지만 행복한 꿈에 빠져 평생을 일어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였다. 제 이상과는 다르게 뻣뻣하게 구는 네가 괜히 조금 미워보이기도 했다. 조용히 자리에 앉아 밥을 먹고 있자니 너는 또 금방 수저를 놓았다.

입이 짧구나.

왜 그만 먹냐는 듯한 어투로 묻자 너는 배가 고프지 않다 답했다. 경 나라에서도 이렇게 먹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다가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식사에 집중했다. 네게 많이 질문해봤자 네가 원하는 일은 아닐 것이니.

입가에, 묻으셨사옵니다.

네가 건네는 천을 받아들고 입가를 닦았다. 부끄러움이 몰려왔지만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했다. 밥을 먹지 않는데도 자리를 지키고 앉아 제가 밥 먹는 것을 바라보는 네게 기특하다고 별 일 아닌데도 칭찬을 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급히 밥을 해치우고나자 기다렸다는 듯 나갔다와도 되냐는 네 말에 씁쓸함이 밀려와 그러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딜 가는 것이냐. 누구 만날 사람이라도 있는 것이냐. 입가에 차오르는 질문은 많았지만 침과 함께 꿀꺽 삼켜냈다. 그저 나가는 네 뒷모습을 보며 멍하게 창 밖을 바라볼 수밖에.

벚나무가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구나.

역시 그 날은 기적이 일어났던 것 뿐이란 말인가. 속에서 우러나온 한숨을 쉬며 바람이 불어 눈이 가루처럼 흩어지는 아름다운 모습을 눈에 담고 있을 때였다. 나간지 얼마 되지 않아 네가 돌아왔기에 바람 때문에 추워서인가 싶었더니 문을 쾅 닫으며 헐떡대는 네 모습이 이상했다.

...무슨 일이냐.

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도 못했던 듯 제 목소리가 들리자 네가 흠칫 몸을 떠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한 사람. 아까 네 손목을 붙잡았던 제 삼촌이 떠올랐다.

이런 망할 새끼가.

저절로 욕이 고운 입술을 타고 흘러나왔다. 벽에 걸린 칼을 빼어들고 밖으로 나가려몸을 일으키다 아직까지 문 앞을 버티고 서서 호흡을 고르고 있는 너와 눈이 마주쳤다. 물론 세자의 첩을 건드렸다는 것에서 제가 삼촌을 욕을 해도 할 말은 없는 것이지만 아직 네게 그 어떤 해도 끼친 것 같지는 않았다. 더듬기만 했다고 물증이 없는데 심증으로 밀어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에 어쩔 줄 몰라 입술만 이로 괴롭히다가 푹 한숨을 쉬며 자리에 다시 앉았다.

누구에게 무슨 일을 당했느냐.

널 품에 안고 다정하게 묻고 싶었지만 지금 그럴 정신도 없었을 뿐더러 몸은 필요 이상으로 열심히 네 말을 지켜내고 있었다. 다가가지 않겠다. 마음을 주지 않겠다. 그저 필요한 것만 묻고 접촉할 것이다. 다시금 마음속으로 그렇게 다짐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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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15에게
밖에 누구 있느냐.

궁녀가 예, 하고 대답을 해오자 그제야 네가 문 앞에서 물러났다. 겁을 먹어보이는 널 위해 따뜻한 차를 내와달라 말하고는 어정쩡하게 서있는 네게 손짓했다.

이리 와 앉아 얘기해보거라.

차분한 제 모습을 보며 너는 무슨 생각을 할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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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19
글쓴이에게
방문을 닫은 채로 그대로 주저앉아 급하게 숨을 골라내다 칼을 뽑아든 너와 눈이 마주쳤어. 잔뜩 굳어있는 표정과 시선을 내리니 보이는 손에 들린 칼에 크게 놀랐지. 그렇게 눈을 마주하고 있다 칼을 놓은 채로 자리에 다시 앉아 저를 부르는 손길에 그대로 쪼르르 달려가 조심스럽게 네 옆에 앉았지. 무섭게도 차분한 네 모습에 자꾸만 마르는 입술을 혀를 내 축인 후 잠시 말하기를 고민해. 아직까지 제게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말해봤자 제가 괜히 오버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거 같아서 두려웠기 때문이었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을 정리하려 입을 꾹 닫은 채 한참을 망설이다 천천히 입을 열었어. 아주 조금, 아니 사실 많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이야.

그... 아까 전, 연못가로 향했더니 저하께서 가까이 하지 말라던 자가 제게로 와서 아는 척을 하였습니다. 저는 저하의 말을 들으려 바로 벗어나려 했사오나 그대로 저를 붙잡고선... 제 몸을 살짝 더듬었사옵니다. 아주 살짝이여서 금방 뿌리칠 수는 있었지만...

네게 아까 상황에 대해 말을 하면 할수록 왠지 제 몸 하나 못 지키는 사람이 되버리는 거 같아 스스로에게 한심스러움을 느꼈지. 말을 끝마치곤 그대로 입을 꾹 다물었어. 네게 더는 할 말도 없었고, 또 다시 귀찮게 한 거 같았거든. 제 말이 아무런 반응 없이 듣고만 있던 네가 말이 끝나자마자 빠르게 몸을 일으켜 그 자에게 가는 것인지 다시 칼을 뽑아들고 나가보려는 너에 급하게 손을 붙잡아. 제가 붙잡자 저를 의아하게 쳐다보는 네 시선에 고개를 도리도리 세차게 저은 후 널 세게 잡아당겨 다시 제 옆에 앉혔지. 곧바로 밖에서 들려오는 차를 들이겠단 궁녀의 목소리에 됐다고, 그냥 돌아가라고 말을 한 후 이어서 이야기를 꺼냈어.

아직 제게 해를 가하진 않았으니 그리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가 싫다는 의사는 강하게 표했으니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 곳에 계속 머물러 계시지요. 저하를 귀찮게 하고 싶진 않사옵니다.

제 말에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이는 너에 어색하게 웃어보이다 고개를 숙였어. 고개를 숙이며 자연스러게 시선을 내리깔자 저도 모르게 주물거리고 있었던 네 손이 보였어. 급하게 놓으려다 그냥 그대로 보지 않은 척 계속 네 손을 꾹 붙잡고 있었지. 이렇게라도 하고 있으니 빠르게 뛰던 심장과 마음에 안정이 찾아오는 것만 같았거든.

또 다시 찾아온 침묵과 정적에 잡고 있던 손을 천천히 떼어내 네 무릎 위로 가지런히 얹은 후 네 눈치를 잔뜩 보며 다시 천천히 입을 열어.

저하, 먼저 잠을 청해도 괜찮겠습니까. 눈꺼풀이 계속 감기려고 합니다.

사실 눈꺼풀이 무겁다는 건 핑계였어. 그저 이 침묵과 고요함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지. 제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에 눕혀주는 너에 눈으로 감사 인사를 표하곤 오지 않는 잠을 청하려 억지로 눈을 감았지. 제게로 붙는 끈덕진 네 시선을 애써 무시한 채로 말이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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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19에게
그런 일을 당하고도 눈이 감기냐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관뒀다. 자리에 누워 제 시선이 느껴질 법도 한데 꿋꿋이 잠을 청하는 모습에 그 시선을 거뒀다. 기어이 삼촌이 네게 손을 대려하는 구나.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와서 이마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를 지키려면 그 자를 어떻게 막아야할지. 워낙 잔머리가 좋고 교활한 인간인지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널 방 안에만 가두고 내가 있을 때에만 나가게 해야하는 것인가 싶을 정도였으니.

태형이가 혼자 밖으로 나가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하거라. 아이가 싫다고 하여도 꼭 붙어있거라. 누구를 만나는지 꼭 내게 보고해야할 것이야.

문을 열고 나가 신하들에게 단단히 이르고는 네가 잠을 좀 더 편히 잤으면 하는 마음에 촛불을 끄고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갈 곳도 없고 할 것도 없었지만 그저 서성거리며 돌아다니다 다시 벚나무 앞에 섰다. 우직한 벚나무를 바라보고 있자니 너와 처음으로 포옹을 했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좋았던 것 같은데 이젠 더더욱 멀어져만 가는 구나.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까.

저보다 나이가 100살은 많은 벚나무를 올려다보며 신세를 한탄하듯 말했다. 나무가 들을리 만무하지만 이렇게라도 누군가의 탓을 해보고 싶었다. 한심하구나. 남의 탓을 하는 것도 모자라 인간도 아닌 것에게.

내일 사냥에서는 태형이가 다칠 것까지 내가 다 다치게 해주시지요.

나무에게 진심을 담아 말하며 두 눈을 감았다. 너와 함께 사냥을 나가기로 한 날. 너에겐 화살이고 활이고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을테지만 네가 다칠까 염려되었다. 내가 다 다치겠습니다. 내 몸이 상하여도 괜찮으니 제발 내일 아이가 다치지 않게 해주십시오.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바람을 맞으며 그렇게 기도를 드렸다.

피곤하구나.

제 말에 다들 분주히 방으로 발을 옮겼다. 따뜻한 방에 들어가자 바람에 차갑게 식었던 몸이 노곤해지는 느낌이었다. 옷을 벗을 때마다 찬바람의 기운이 느껴져 바로 침대에 눕기가 미안했다. 네가 내게서 풍기는 찬바람 냄새에 눈을 뜰까 싶어서 한참을 서성거리다 겨우 침대에 비집고 올라갔다. 조심스레 네가 깨지 않을 정도로 이불을 덮곤 네게 등을 돌려 누웠다.

잘 자거라.

저만 들을 정도로 네게 인사를 한 후에는 그래도 마음이 조금 편안해져서 미소를 띄고 잠에 들 수 았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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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22
글쓴이에게
제게서 이내 시선을 거두고선 한숨을 크게 내쉬는 너에 몸이 살짝 떨릴 만큼 울찔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대로 눈을 떠버리면 둘 다 어색한 상황이 되버리니까. 제가 자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지 곧장 문을 열고 나가는 너에 살짝 눈치를 보다 슬며시 눈을 떴다. 천장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도무지 자려고 해도 정리가 되지 않는 머리에 잠도 오지 않았고, 저를 이렇게 두고 나가버리는 네 행동이 적응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두 눈을 뜬 채로 밖에서 부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그저 천장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데 빨리 들어오시지. 저러다 고뿔에 걸리면 어쩌시려고... 매섭게도 부는 바람에 절로 네 걱정이 몽글몽글 피어오르자 정신을 차리라는 듯 제 뺨을 두어 번 내리치고는 이불을 얼굴까지 끌어당겨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바로 들어오는 너에 다행이다, 라고 생각을 하며 눈을 꾹 감은 채로 억지로 잠을 청했어.

한참을 침대 밖에서 서성이다 머뭇거리는 듯이 천천히 들어오는 너에 저와 자기 싫은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제 방도 따로 해서 지내야 하는 것인가... 또 다시 몰려들어오는 생각에 네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한숨을 쉬곤 몸을 돌려 꿈틀거리며 네 쪽으로 다가갔다. 잠결이었다고 생각하자, 그저 잠결이었다고. 그렇게 자기 최면을 하며 네게 붙어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그제서야 천천히 몰려오는 졸음에 그대로 그렇게 잠에 빠져들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너는 온데간데 없고 저 혼자 덩그러니 침대에 누워만 있자 아침부터 착잡한 마음을 가릴 수가 없었다. 제가 왜 그런 말을 해서... 네게 멀어지자고 말을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저는 벌써 지쳐가고 아무렇지도 않은 네 모습에 살짝은 우울했어. 진짜로 이제 너와 나는 남남처럼, 남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사이로 지내야 하는 것인가, 싶었다. 이불을 걷어차며 괜히 짜증을 부리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급하게 다리를 내리고 얌전한 척, 아직 자는 척 누워 있었다. 그러자 저를 흔들어 깨우는 너에 방금 막 잠에서 깨어난 척 연기를 하며 미간을 좁혔다.

저하, 송구하오나 오늘 하루만 방에서 쉬면 안 되겠사옵니까. 사냥을 같이 따라나가기엔 아직 제 손목도 성치 않고... 오늘은 뭔가 몸이 더욱 무겁사옵니다.

제가 한 말은 다 진짜였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찌뿌등한 몸에 오늘은 그저 쉬고만 싶었고. 제 말에 약간은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너에 잔뜩 미안해져서는 멋쩍게 웃으며 손을 뻗어 네 새끼 손가락을 살짝 붙잡았다. 손을 다 잡아버리기엔 제 용기가 부족했던 탓에.

방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러니 표정도 좀 푸시고...

제 말에도 여전히 미간을 좁히도 있는 너에 얼굴로 손을 뻗어 직접 미간 사이를 꾹꾹 눌러 펴줬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계속해서 네 미간 사이엔 주름 져 있을 것만 같아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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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23
122에게
바로 아침부터 사냥을 나갈 것인지 밖에서 준비가 다 되었다고 말을 하는 궁녀에 대충 알겠다고 대답을 한 후 네게 겉옷을 걸쳐줬다. 살짝은 풀려있는 옷고름도 다시 매어주었고.

다쳐서 오시면 아니되옵니다. 첫째도 조심, 둘째도 조심. 이제 얼른 가보시지요.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억지로 네 등을 밀어 밖으로 내보낸 후 나가면서 저를 한 번 더 뒤돌아보이는 너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네가 멀어지자 바로 등을 돌려 방으로 들어와 침대로 누워 숨을 골라내고만 있었다.

다치지 않으셔야 할 텐데...

-
쓰니 아직도 안 잤네. 8ㅅ8 나 썰처럼 푸는 거 힘들어서 포기했어요. 이게 더 편하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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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23에게
사냥은 오전부터 잡혀있었다. 겨울이라 해가 짧아져 오후엔 사냥을 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맞는 말이었으므로 군소리않고 아침 인사를 모두 마친 후 숲에서 몇 시진을 보내도 춥지 않을 만큼 옷을 껴입기 위해 방으로 돌아왔다. 아침잠이 많은 너는 아직도 자고 있는 듯 싶었다. 아이처럼 새근대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지만 정작 널 흔들어 깨울 적에는 표정이 담담하게 굳어진 채였다. 사냥을 나가기 어렵다는 네 말에 더욱 굳어버렸지만. 나름 네게 바람도 쐬어주고 동물을 잡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거나 나무에 예쁘게 피어난 눈꽃들을 구경하며 대화도 해보려했건만. 티내지 않으려해도 낯이 드러난 건지 네가 미안한 듯 웃으며 제 손가락을 잡아오는 것에 되려 머쓱해졌지만 표정이 쉬이 풀리진 않았다. 네가 미간을 꾹꾹 눌러준 후에야 겨우 표정을 펴고 네가 옷을 걸쳐주고 매무새를 다듬어주는대로 얌전히 서서 그 손길을 받았다. 역시 궁녀보다는 네가 제 옷을 만져주는 것이 좋았다. 제 앞에서 꼬물대는 너를 내려다보는 것도 꽤나 재미가 솔쏠하기도 했지만 뭔가...정인으로서 해주는 행동처럼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다치지 말라고 강조하는 너에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곤 방을 나섰다. 나가기 전 너의 행동에 기분이 좋아 웃음이 피어났다. 둘 중 하나겠지. 기분이 좋아 최상의 느낌으로 멋지게 사냥을 하든지, 기분 좋다고 촐싹대다가 다쳐오든지. 후자는 아니길 빌며 말에 올라 숲으로 향했다. 멧돼지가 나타난 적은 거의 없었기에 그런 위험 요소는 적었지만 나무에 긁히거나 말이 바닥이 푹 꺼지는 곳을 못 보고 달리다가 낙마하는 경우가 제일 많이 다치는 것이었다. 눈이 와서 주변에 뭐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더욱 알기가 어려웠기에 말을 모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천천히 말을 움직이며 고삐를 꽉 잡아쥐었다. 눈에 띄는 동물들은 없었다. 기껏해야 토끼 정도. 하지만 이미 토끼도 3마리나 잡은 상태였다. 오늘은 글른 건가. 허탕일 거라 예상하고 한숨을 푹 내쉬는데 저 멀리서 노란 빛깔이 고라니가 보였다. 이랴! 하며 바로 말을 몰았다. 신하들도 뒤에서 말을 채찍질하며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말을 달리게 놔둔 채로 고삐를 놓고 화살과 활을 꺼내 고라니를 조준하였다. 활이라면 자신있었다.

세자저하!

말이 기우뚱한다 싶었더니 옆으로 퍽하고 쓰러졌다. 아마 눈에 가려 푹 파인 땅을 말이 보지 못하고 발을 내딛다가 옆으로 쓰러진 것 같았다. 그 와중에도 어찌저찌 화살은 고라니의 뒷다리에 가 박혔다. 고라니가 우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머리가 띵해 일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히 눈과 낙엽이 쌓여 많이 타격을 입진 않은 것 같았다. 그저 바닥을 짚으면서 손목이 삐끗한 정도? 다리나 허리도 아팠지만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머리도 다행히 손으로 짚느라 부딪히진 않았고. 같이 대동했던 어이가 당장에 달려나와 제 손목을 치료해주었다. 아직까진 나무를 대고 고정시킬 정도는 아니라서 붕대로 압박만 시켜놓은 상태였다. 손목에 하얗게 보이는 붕대를 네가 보면 뭐라고 할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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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23에게
멍하게 손목을 바라보다가 허리춤의 칼을 뽑아들었다. 낑낑대는 고라니를 끌고 온 신하들이 제가 갈 수 있도록 길을 물러섰다. 망설이지 않고 고라니의 몸에 칼을 찔러넣은 뒤 볼에 튀긴 피가 잘 닦이는지 어쩌는지도 모르고 대충만 손으로 문질러냈다.

가자꾸나.

더이상의 소득도 없을 것 같고 추위에 제 손목도 이 지경이 됐으니 사냥은 무리였다. 고라니 하나와 토끼 세 마리를 가지고 궁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겨울인지라 옷 소매가 더욱 길어 네게 붕대감긴 손목을 보여주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최대한으로 숨겨보리라 다짐하곤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찌됐건 네가 있는 따뜻한 방으로 가서 이불에 몸을 녹이고 싶었다.

-
'~다' 체가 은근히 편해요ㅋㅋ어제 늦게자고 오늘은 친구 군대간대서 아까전까지 놀다 집 왔어요 헤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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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29
글쓴이에게
그렇게 눈을 몇 번 깜빡이며 누워있다 제가 서랍에 넣어둔 목도리가 생각이 나 아차, 싶어 급하게 꺼내들고는 네가 이미 궁을 떠나 사냥터로 간 것을 알고 있으면서 혹시나 싶어서 급하게 챙겨들어 밖으로 뛰쳐나갔다. 역시나 보이지 않는 모습에 허탈해져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로 걸음을 돌려야 했지만. 터덜거리며 걸어가던 와중 또 제 눈 앞에 보이는 남자의 모습에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누군데 이리 자꾸 저에게 추근덕대는 건지. 못 본척 하고 무시하고 가려고 했지만 손목을 세게 그러잡는 탓에 어쩔 수 없지 몸을 돌려야 했다. 귀찮게 진짜. 굳은 제 표정을 보이지도 않는 것인지 제 어깨에 팔을 둘러 말을 걸어오는 남자의 행동에 한숨을 깊게 내쉬곤 세게 팔을 쳐냈다. 그러자 제가 누군지 아냐며 노발대발하는 남자에 가라앉은 목소리로 작게 입을 열었다.

누구시길래 이리 저를 귀찮게 하십니까.

제 물음에 코웃음을 치더니 머리칼을 세게 그러쥐어 잡고선 세자저하의 삼촌, 이라고 말을 하는 남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삼촌이라니, 꽤나 높으신 분인 건데 제가 이리도 무례하게 대했으니. 바닥에 절 내치며 다음부터는 제대로 행동하라고 한 뒤 뒤를 돌아 가버리는 남자의 행동에 그저 입술을 꽉 깨문 채로 한참을 그렇게 바닥에 주저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멀리서부터 저를 지켜보고 있다 남자가 멀어지마자 달려와 일으켜주는 궁녀에게 감사하다고, 이 일은 저하에게 전하지 말아달라고 중얼거리며 말한 뒤 방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 상황에선 그저 빨리 네가 보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방에 도착한 뒤 무거운 몸을 이끌어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아까 넘어지면서 날카로운 것에 긁힌 것인지 이불보에 손이 스치자 바늘이 쿡쿡 찌르는 거처럼 아팠다. 약 바르는 것도 잊은 채로 그대로 누워있다 그렇게 잠에 빠져든 거 같았다. 소란스러워지는 바깥 상황에 천천히 눈을 떠 몸을 일으켰다. 네가 온 것인가. 다시 급하게 목도리를 챙겨들어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저 네게 빨리 이 목도리를 씌워주고 싶었던 마음이었기 때문에. 문을 열고 나가자 멀리서 보이는 네 모습에 도도도 뛰어가 급하게 앞에 섰다. 그런 저를 의아하게 쳐다보는 네 시선에 숨을 골라내곤 발꿈치를 살짝 들어 그대로 목도리를 씌웠다. 역시 예뻤다.

아까... 사냥을 나갈 때 이것을 드렸어야 했는데. 아, 이 부분은 신경 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아까 혼자 넘어지면서...

실이 못나게 튀어나온 부분이 신경쓰여 만지작거리는 것도 잠시, 네가 목도리도 했겠다 그저 밖을 돌아다니고 싶어져 네 손목을 꾹 잡고선 너와 갔던 장소, 벚나무로 걸음을 옮겼다. 연못가와 이 곳에만 있으면 제 마음이 편했어서. 걸음을 빨리 한 탓에 금방 도착한 벚나무 장소에 그제서야 손목을 놓았다. 마음이 편했다. 눈을 꾹 감은 채로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하다 옆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천천히 눈을 떠 바라봤다. 얽히는 시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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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29에게
방으로 향하는 긴 복도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도도도 뛰어오는 네 모습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나를 그만큼 기다리고 있었단 뜻 같았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뒤꿈치를 들고 목도리를 씌워주는 네 행동에 살짝 고개를 숙여 네가 더 쉽게 목도리를 둘러줄 수 있게 도왔다. 만족스런 미소를 보이며 실이 튀어나온 부분을 매만지는 너를 품에 안고 싶었지만 보는 눈도 많았고 서로 품에 안겨드는 건 잠결에 뒤척이면서 했던 것이 다인지라 함부로 안을 수 없었다. 고맙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제 손목을 잡아채고 나가자는 말도 없이 무작정 끌고 나가는 너에 신하들이 무례하다며 입을 열자 괜찮다고 손가락을 들어 조용히 하라는 행동을 하곤 너를 따라 발을 옮겼다. 그저 네가 잡은 손목이 다친 곳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 뿐이었다. 도착한 곳은 벚나무 앞. 그제야 손목을 놓아주고 바람을 만끽하는 너를 나는 눈에 담았다. 그 어떤 것보다 널 바라보고 있는 것이 제일 좋았다. 시선을 느낀 것인지 곧 시선이 얽혀들었고 네가 시선을 피할 거라고 생각했으나 예상과 달리 너는 한참 눈을 마주하고 있었고 시선이 떨어지는 이유는 내 볼에 묻은 핏자국 때문이었다. 그것도 나름 다행이라 생각했다. 네 시선이 조금이라도 더 내 눈에 붙어있었다면 나도 무슨 짓을 할지 몰랐으니까. 아까 손으로 다 닦았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대충 닦았나. 별 생각없이 네게 얼굴을 맡긴 채로 그저 핏자국에 집중한 네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어여쁘구나. 속으로 그 말을 떠올리자마자 입가에 미소가 절로 피어났다. 고작 피가 얼굴에 묻은 것으로 저렇게 식겁한다면 나중에 사냥을 다녀오거나 검술 대련을 할 때 다치기라도 했을 때는 울먹이기까지 할 것 같았다. ...조금 울려보고 싶기도 하고. 너무 나쁜 생각인가. 얼굴이 가깝다는 걸 늦게 알아챈 건지 급하게 뒤로 물러나는 네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귀여운 놈. 푹 숙인 고개에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주고 목도리를 매만졌다.

예쁘고 따뜻하구나. 고맙다, 태형아.

제 칭찬에 네가 화색을 띄며 다시 고개를 들었다. 멀어지자고 해놓고, 다른 사람들에게 하듯이 대해달라고 해놓고 네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짓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너는 이미 나를 그렇게 대하고 있을까. 모두에게 하듯이 똑같이. 이 목도리도 다른 사람에게도 언제든 선물해줄 수 있는 것일까. 또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이 흘러가고 나니 마냥 기쁘던 목도리도 좋아보이진 않을 정도였다. 물론 기쁘지만, 남들에게도 같은 의미로 선물해줄 수 있는 것이라면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니 그닥 기분이 좋진 않았다. 괜히 목도리에 삐져나온 실밥을 손으로 꼭 쥐고 있다가 벚나무로 시선을 돌렸다. 다친 손목을 다른 손으로 잡아쥐고 뒷짐을 졌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으니 답답하구나.

네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겠지만 그냥 답답하다는 제 마음을 알리고 싶어서 그렇게 툭 뱉어버렸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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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30
글쓴이에게
한참을 시선을 마주하고 있다 네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이자 보이는 핏자국에 식겁해 망설일 틈도 없이 곧장 손을 뻗어 네 얼굴 가져갔다. 아무리 문질러도 잘 지워지지 않는 자국에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선 집중해 계속 몇 번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겨우 닦아냈다. 이내 다 닦았단 생각에 뿌듯해 히, 하고 웃어보였다. 웃어보이다 정신을 차리니 가까워진 얼굴에 놀라 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또 얼굴이 달아오는 기분이였지.

/일찍 다녀요... 위험한 세상이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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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30에게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에 눈을 감고 바람을 맞고 있다가 역시 옷을 얇게 입고 있는 너에 제 겉옷을 벗어 네 어깨에 얹어주었다. 괜찮다고 바로 벗어내려는 너를 당겨 품에 안아버리니 괜찮다는 말도 못하고 당황한 건지 딱딱하게 굳어선 눈만 굴리는 소리가 다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손재주가 없어 목도리도 떠주지 못하니 미안할 따름이구나.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네가 좋아할만한 선물을 하나 꼭 줄 것이라 다짐하며 널 품에서 떼어냈다. 추위에 발갛게 달아오른 네 볼을 쓰다듬어주곤 다시 다친 손을 다치지 않은 손으로 감싸 붕대를 가려 뒷짐을 지며 먼저 걸음을 옮겼다.

-
헤ㅔㅎ...시간이 늦긴 했죠...그래도 애들 많이 있었으니까 괜찮아! 다이죠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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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32
글쓴이에게
벚나무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이내 제 어깨 위로 올려지는 두꺼운 옷에 괜히 저때문에 네가 고뿔에 들 거 같아 됐다며 급하게 벗어내려고 했었다. 저를 안아버리는 네 행동에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지만. 저를 안고선 귓가에 손재주가 없다고 미안하단 네 말에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뭔가를 바라고 한 것은 아니었기에. 그저 네가 이 목도리를 잘 두르고 다녔으면 했으니. 네 허리를 끌어안으려 손을 올리자마자 떨어지는 몸에 다시 손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꼭 안기고 싶었건만.

제 볼을 쓰다듬고 뒷짐을 지고 가는 네 뒷모습을 바라봤다. 언뜻 보이는 손목에 둘러진 흰 천에 혹시나 싶어 네게로 다가가 손목을 낚아챘다. 그제서야 보이는 붕대. 사냥을 하다 이리 다치신 건가. 왜 제게 말을 해 주지 않은 것인지 살짝 서운했다. 방으로 가서 바로 치료를 받았어야 하는데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이리 밖으로 끌고왔으니. 입을 꽉 다문 채로 네 손목을 바라보기만 했다. 많이 속상했다.

왜, 이리 다친 것을 말씀해 주지 않는 것입니까. 그저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저하를 이끌고 밖을 나돌아다녔는데...

더욱 속상하고 울컥해져 오는 마음에 말하던 것을 멈추고 입술을 깨물곤 손을 꽉 잡아 방으로 걸음을 빠르게 했다. 거의 뛰다싶이 해 걸음을 옮긴 탓에 방에는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너를 방 안으로 밀어넣고 문 앞을 지키고 있던 궁녀에게 어의를 불러오라 시켰다. 그러곤 다시 네게로 다가가 목에 둘린 목도리를 풀어내곤 옆에 얌전히 앉았다.

어쩌다 이리 된 것입니까. 제가 그렇게 조심하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얼굴 가득 나 속상해요, 라고 써둔 것만 가득 표정을 짓고선 그저 네 손목만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어이가 도착하였다. 자리를 비켜주고선 제가 더 아프단 표정으로 지켜보고만 있었다. 살짝 삐었다고 괜찮다고 말하는 어의에 기가 차 살짝 퉁명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삐었다고 안 아픈 것입니까. 저하께서 아프신데 괜찮을 일입니까 이게.

말을 쏘아붙이듯 하다 네 앞이이었다는 걸 인지하고 급하게 입을 틀어막았다. 감히 저하의 앞에서 목소리 톤을 올리다니 저도 참... 네 눈치를 잔뜩 보다 쭈뼛거리며 물을 가져오겠다고 통보하듯이 말을 한 뒤 빠르게 방을 빠져나왔다. 그러곤 제 머리를 쥐어잡고선 잔뜩 자책을 했다지. 수라간으로 달려가 물을 한 잔만 달라고 부탁을 했다. 곧바로 가져다 주는 물컵에 꾸벅 인사를 하곤 걸음을 옮기던 와중 보이는 삼촌이라던 자, 그 남자의 뒷통수가 보였다. 보자마자 멈칫하는 걸음에 어디로 가는 것인지 뒤에서만 바라보다 네가 있는 곳으로 가는 거 같자 물컵을 옆에 있던 궁녀에게 대충 쥐어주곤 달려가 앞을 막아섰다. 혹여나 네가 들을까봐 목소리를 죽인 채로 말을 꺼냈다.

이 곳에는 어인 일이십니까.

능글맞게 웃으며 저를 보러 왔다고 말하자 굳어지는 표정을 숨길수가 없었다. 다시 애써 웃어보이긴 했지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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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33
132에게
그새 굳은 제 표정을 캐치한 것인지 바로 표정을 굳히곤 제 머리칼을 세게 움켜잡아 뒤로 확 꺾어버리는 행동에 큰 소리로 앓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으르렁거리듯 왜 이렇게 버릇 없게 구냐는 말에 발발 떨리는 손으로 제 머리칼을 잡고 있는 손을 그러잡고선 떼어내려 끙끙거렸다. 지금 제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반항이었다.

이거, 이것은 놓고 말씀하시지요...

제 말은 들리지 않는 것인지 이 곳에서 탐해지고 싶냐며 비웃고선 제 목덜미에 입을 가져다대 핥아올리는 행동에 옆에서 지켜만 보는 궁녀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낱 궁녀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

-
그래동... 위험하니까 꼭 일찍 다녀! -탄븐틴 왈-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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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33에게
먼저 앞서 걸었다. 방으로 가서 억지로라도 널 안고 침대에 누워있고 싶었다. 한 번 안고나니 마음을 더욱 주체하기 힘들어진 것 같았다. 온전히 정인이라는 관계에 놓여있었다면 이런 불순한 마음을 갖지도 않았겠지만 그것이 아닌지라 네가 어딘가로 도망갈 것 같고 제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멀찍이 가버릴까 무서웠다. 그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쯤 네가 내 손목을 잡아채왔다.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지만 너는 세자의 몸에 함부로 손을 댔다는 것보단 제가 다친 것에 속상하다는 감정이 더욱 큰 듯 싶었다. 왜 말해주지 않았냐며 잔뜩 속상한 티를 내는 너에게 뭐라 변명을 하려는데 그보다 빨리 네가 날 데리고 방으로 들어와버렸다.

태형아.

네가 보낸 궁녀를 붙잡기도 전에 그녀가 잽싸게 사라져 어의를 부르러 가고, 목도리를 풀어내주는 네 손길에 가만히 몸을 맡긴 채로 어쩌다 이리 됐냐며 혼을 내듯 말하는 네게 손목을 붙들린채로 드디어 겨우 입을 열었다.

사냥을 하다가 말이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바람에 낙마하였다. 낙마한 것치곤 심하게 다치지도 않았고 손목도 심하게 붓지 않아 괜찮은데...

말끝을 흐리는 동안 어이가 도착하자 너몰래 한숨을 폭 내쉬었다. 그냥 붕대만 감아놓으면 될텐데 답지않게 목소리를 높이는 네가 신기하기도 하고 그만큼 날 좋아해주는가 싶어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입을 틀어막고 되려 놀란 표정을 짓더니 물을 가져오겠다며 밖으로 나가버리는 네 모습이 귀엽기 짝이 없었다. 너를 따라가라 궁녀 한 명에게 명하곤 잘 매엔 붕대를 만지작거리며 널 기다렸다.

아이가 늦는구나.

혼잣말로 중얼거리자니 신하가 사람을 불러 찾아올까요? 하며 묻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심 장군을 시켜 찾아오라 이르거라. 궁녀까지 같이 보냈는데 늦는 걸 보면 필시 무슨 일이 있으리라. 무조건 세자저하가 데려오라 시켰다고 하며 억지로라도 데려오라 명하곤 심 장군을 수라간으로 보냈다. 물을 뜨러갔으니 당연히 수라간에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곧 심 장군이 너와 궁녀를 데리고 방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너를 비롯한 두 명의 표정도 좋지 않았기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네가 말하지 말라 시켰던 것인지 장군과 궁녀 둘 다 입을 열길 꺼리자 괜찮다는 듯 싱긋 웃어보였다. 웃어도 뒤에서 호랑이가 무섭게 이를 드러내듯 웃었지만. 제 그 표정에 먼저 입을 연 건 심 장군이었다. 말리는 너의 모습에 매서운 눈빛으로 손짓했다.

가만히 있거라, 태형아.

네가 주춤거리며 입을 다물자 장군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지. 또 삼촌이 그랬구나.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오른손목을 다쳤지만 칼 한 번 휘두르는 정도는 괜찮겠지. 자리에서 단도보다 조금 긴 칼을 가져와 품에 넣었다. 제대로 당하게 해줄 것이었다.

그 자는 아직도 수라간에 있느냐.

아직 거기 있을 거라는 말에 빠르게 발을 옮겼다. 종종 따라오는 네게 오지 말라고는 했지만 계속 따라오는 듯 싶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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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33에게
수라간 쪽엔 이미 없었고 궁의 뒷쪽을 살펴보니 아니나다를까 한 궁녀를 품에 안고 억지로 목에 입을 맞추는 삼촌의 모습이 보였다. 저럴 줄 알았지. 키득 웃고는 그에게 다가가 궁녀를 제 품으로 당겼다. 갑작스런 힘에 놀라 궁녀를 빼앗긴 삼촌의 표정이 볼만 했다.

재미보고 계시네요. 더 재밌게 해드릴까요?

다짜고짜 삼촌에게 다가가 가까이 붙어선 단도를 꺼내 칼로 제 왼팔을 찌르고 배를 그었다. 피가 울컥 쏟아졌다. 깜짝 놀라는 삼촌을 품에 안고 피식 웃었다.

옥에서 재미 많이 보십시오.

그대로 퍽하고 바닥으로 쓰러지자 앞뒤 상황을 모르는, 마침 그 주변을 지나던 궁녀가 소리를 질렀다. 곧 궁의 기사들이 모여들었고 삼촌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장군이나 궁녀들의 증언으로 인하여 모든 죄는 삼촌이 뒤집어쓰고 옥으로 가게 되었다. 쓰러진 저를 돌아보며 욕을 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단숨에 달려온 장군의 무릎에 머리를 누이고 너에게 손짓했다.

다른 사람이 너를 탐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정신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으나 꽤나 상처가 아파서 네게 손을 내밀었다.

잡아주겠느냐.

-
ㅋㅋㅋ알았어용!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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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37
글쓴이에게
쓰니야, 쓰다가 어디가쪄... 돌아왕... 다시 돌아와, 돌아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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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37에게
미안ㅠㅠㅠㅠ수정했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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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38
글쓴이에게
제가 아까 있었던 일을 한 장군이 줄줄이 말을 하자 굳어지는 네 표정과 함께 제 속마음도 타들어갔다. 이리 일이 커질 줄이야. 이내 꽤나 날카로워 보이는 칼을 들고 성큼성큼 걸어나가는 네 뒤를 졸졸 따라갔다. 저에게 따라오지마라고 네가 말을 했음에도 괜히 걱정이 되어 그 말을 무시한 채로 졸졸 따라갔다. 삼촌이 있는 곳에 도착한 것인지 걸음을 멈추는 네 뒤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바라보자 아까 제게 했던 거처럼 궁녀를 붙잡고 제 욕구를 채우는 모습에 절로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저는 이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미간을 좁힌 채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네가 다가가자 순식간에 바닥에 후두둑 떨어지는 피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 피가 네 피인지 아님 삼촌이란 자의 피인지 구분해내려 눈동자를 빠르게 굴려 살폈다. 네 피였던 것인지 고꾸라지는 몸에 경악해 바로 네게로 뛰어갔다. 저보다 빠르게 달려간 장군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는 너에 저도 눈물이 왈칵 쏟아져나왔다. 뭐하러 이렇게까지... 손을 뻗으며 잡아달란 네 말에 재빠르게 낚아채 꾹 붙들었다. 배에서 울컥하고 쏟아져 나오는 피에 반대쪽 손을 뻗어 불가능할 거란 걸 알면서 쏟아져나오는 피를 막았다. 눈을 뜨고 있기가 힘든 것인지 천천히 눈을 감는 너에 창피한 줄도 모르고 더욱 눈물을 쏟아내면서도 네게 말을 해야겠다 싶어 다 뭉게지는 발음으로 입을 열었다.

저하, 제가 남첩처럼 대해달라고 했지요. 다 마음에도 없는 소립니다. 그러니 부디, 제발... 건강하게 눈을 뜨셔서 다시 처음처럼 대해주시지요. 주제 넘는 행동인 거 알지만...

뒷 말을 억지로 삼킨 채 그렇게 한참을 어깨에 얼굴을 묻고 끅끅거리며 울음을 토해내다가 네가 쓰러지자마자 어의를 부른 것인지 어이가 곧장 달려왔다. 피를 많이 흘렸다며, 꼬메야한다고 말을 하고선 그 자리에서 바로 바늘을 꺼내드는 모습에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눈물을 줄줄 흘리며 그렇게 눈을 감고 있었을까, 다 됐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어의에 감사인사를 여러 번이나 하였다.

곧바로 너를 조심스럽게 안아들어 방으로 옮기는 장군의 뒷꽁무니를 쫓아 방 안으로 같이 들어섰다. 곧바로 나가보라고 이르고 네게 다가가 이불을 목 끝까지 덮어주고선 의자를 끌고 와 바로 네 옆에 앉았다. 너를 내려다보자 파리한 안색에 울음이 또 터져나오려고 했다. 저는 참아냈다고 생각했지만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에 닦을 생각도 않고 그저 네 손을 꾹 붙잡을 뿐이었다. 네가 빨라 일어나길 바라며.

저하, 빨리... 눈을 뜨시지요. 저하의 맑은 눈을 보고 싶사옵니다.

그렇게 네가 깨어나길 바라며 잠에 빠져든 거 같았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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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38에게
상처는 깊지 않았다. 그걸 느낄 수 있었고 알 수 있었다. 그 상처를 낸 사람이 나니까. 상처가 한두 번 나본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너는 쓰러진 내 손이 금방이라도 툭 떨어질까 두려워하며 손을 잡아왔고 피를 물처럼 토해내는 내 배를 꽉 누르며 지혈을 하려 힘썼다. 얼굴은 눈물에 잔뜩 젖어 물기로 번들번들했고 안 그래도 우물거리는 입은 눈물까지 머금어 더욱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냈다. 그치만 들을 수 있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였다, 처음처럼 다시 대해달라, 건강하게 눈을 떠달라.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알겠다.

작게 대답했지만 정신이 반쯤 나간 네가 제대로 들었을지가 의문이었다. 게다가 곧 도착한 어의에 의해 다시 주변이 소란스러워지기도 했고. 꿰매야하겠다며 마취약을 꺼내 제게 먹이는 것을 삼키곤 그대로 잠이 들었다.

...태...

태형아. 라고 온전히 부르지도 못하고 겨우 한 음절만 내뱉은 채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이미 치료는 끝난 것 같았다. 방 안에는 너와 나 밖에 없었다. 내 손을 꼭 쥐고 잠이 들어있던 너를 깨우기 싫었지만 마취가 풀리고나니 상처부근이 불에 덴 듯 뜨겁고 쓰라려서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며 몸을 비틀어버렸다. 당연스레 네가 눈을 뜨고 일어났냐며 큰 소리를 내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것인지 궁녀가 곧장 들어왔다. 많이 아파하면 먹이라던 진통제를 받아들어 먹고 침대에 누워 너를 올려다보았다. 제가 깨자 다시 울먹이는 네가 그저 귀여워보일 뿐이었다.

그 방법 밖엔 없었구나. 이미 네가 있기 전에도 당한 자들이 많았고...그런 일이 아니더라도 사기를 치거나 사람을 이유도 없이 괴롭히고 죽이기 좋아하는 사람이라 평판을 닳을 대로 닳아있었다. 그게 너로 인해 종지부를 찍게 된 것 뿐이야. 나의 작은 상처로 인해 모두의 복수를 하고 그가 옥에서 고통받에 되었으니 얼마나 잘된 일이냐. 그러니 그리 근심어린 표정을 짓지는 말거라. 많이 아프지도 않으니 말이다. 오히려 이런 기회를 준 네게 고맙구나. 그리고 당하지 않고 버텨준 것도.

주절주절 입을 열다가 고맙다고 네게 인사하며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그게 얼마나 고마운지. 뭐, 어쨌든 네 몸이 그에게 더듬어진 건 기분 나빴지만.

그 자가 여길 더듬었느냐.

네 목에 입술을 댔다던 말이 떠올라 조심스레 손을 들어 네 목덜미를 어루만지며 한숨을 쉬었다. 그 자가 먼저 너를 탐했구나. 내 것이라 아끼고 아껴두려고 했건만.

그런 놈으로부터 너를 처음부터 지켜주지 못한 내가 참으로 밉고...싫구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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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42
글쓴이에게
분명 아플 것임에도 불구하고 제게 고맙다며 웃어보이는 너에 참고있던 눈물을 다시 왈칵하고 터트렸다. 어찌 자기 몸이 아픈대도 끝까지 제 생각만을 하는 것인지. 그런 너에게 저는 무슨 말을 한 것인지. 굳은 표정으로 손을 올려 제 목덜미를 어루어만져주는 손길에 기겁하여 그 손을 잡아채 도로 내려두었다. 그러곤 이어서 들려오는 네 말에 고개를 세차게 저었지.

저하의 탓이 아니옵니다. 사내가 되어서 제 몸 하나 못 지킨 저의 탓이지요.

최대한 네 걱정을 덜어내려 그렇게 말을 한 뒤 네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따뜻한 손에 절로 마음이 편해지는 거 같았다. 손을 잡은 채로 제 볼에 가져대 부비거리다 미소지으며 뭐하는 것이냐고 묻는 너에 어색하게 웃으며 볼에서 손을 떼어냈다. 그저 좋아서, 라고 네게 말하기 창피했다. 숨막히는 정적 아래에 그저 눈을 마주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리 눈 마주치기도 힘이 들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편해지는 마음에 시선을 마주한 채로 눈꼬리가 접히게 웃어보였다.

저하, 아까 얘기했던 것은 진심이옵니다. 그저 이 곳에서 정을 붙이고 살아가는 게 제 아비와 모든 백성들에게 죄스러워서 그런 말을 하였습니다. 그치만 그것도 다 운명이고, 지금의 저는 저하를...

한참을 뜸을 들이며 망설이다 궁금해 하는 네 눈치를 살살 보다 다시 천찬히 입을 열었다. 제 말을 듣고선 부디 네가 화를 내지 않았으면.

연모합니다. 제가 감히 저하를.

눈을 꾹 감은 채 네 표정을 보지 않으려 애썼다. 잔뜩 굳은 네 표정을 보면 다시 눈물을 터트릴 것만 같아서. 이왕 지른 거 에라, 모르겠다 라는 심정으로 눈을 떠 누워있는 네 얼굴을 붙잡았다. 아까 전의 표정이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의아한 표정을 짓고있기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참을 눈을 마주하다 이내 다시 눈을 꾹 감고선 네 입술 위에 냅다 제 입술을 꾹 눌러버렸다. 태어나서 제 가족에게 말고 다른 사람에게는 처음해 보는 뽀뽀였다. 입술을 떼어내곤 바로 뒤를 돌아 잠시 나가보겠다고 한 후 곧장 나가버렸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풀리는 다리에 주저앉아 숨을 고르다 한 궁녀를 붙잡고선 방정을 떨며 입을 열었다.

지금 제 얼굴 많이 빨갛습니까.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제 팔을 잡아 저를 일으켜주는 궁녀에 인사를 하곤 손부채질을 열심히 하였다. 네가 몸이 아파 쫓아오지 못 한다는 게 참 다행인 거 같았다. 한참을 밖에서 달아오른 얼굴을 가라앉히곤 차마 떨어지지 않는 걸음으로 문을 열어 다시 네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얼굴은 여전히 보지 않은 채로. 제가 들어오자마자 저를 부르는 네 목소리에 크게 놀라곤 무작정 고개를 숙였다.

소, 송구하옵니다. 많이 놀라셨을 거 압니다. 무례한 행동인 거도 알고. 그치만...

뒷말은 다시 눌러담고는 푹 숙였던 고개를 살짝 들어 네 표정을 살폈다. 애매한 표정.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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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42에게
제가 목덜미를 만지니 기분이 별로였던 것일까. 기겁을 하며 손을 떼어내는 네 행동에 네 목덜미를 훑어내린 내 손길이 삼촌의 혀와 같이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더욱 죄책감이 느껴져 얌전히 손을 내린 채 너를 올려다보았다. 배가 아파서 앉아있기도 조금 힘들었다. 내 탓이 아니라고 해주는 너에게 옅게 웃어보이며 허억 크게 숨을 내쉬었다. 숨을 쉴 적마다 배 부근의 상처가 화끈거렸다. 그러나 마술이라도 부리는 것일까. 네가 내 손을 꼭 잡고 볼에 손을 부비자 아픔이 사라져갔다. 하지 말라는 소리는 아니었는데 뭐하냐는 웃음기 섞인 말에 네가 멋쩍게 웃으며 손을 떼어내자 괜시리 미안했다. 그리고 곧 들리는 네 말. 죄스러웠다는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입술을 꾹 깨물고 고개를 끄덕이며 네가 다음 말을 하길 기다렸다. 저하를?

연모합니다. 제가 감히 저하를.

내가 들은 말이 연모라는 단어가 맞는 것인가?

태형아.

나직하게 불러도 들리지 않는지 눈을 꾹 감고 있던 네가 눈을 번쩍 뜨더니대뜸 얼굴을 붙잡아왔다. 그 눈빛이 진실하고 깊숙히 잠겨있어서 함부로 입을 열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별안간 쪽 입술에 겹쳐지는 네 입술. 바로 뒤를 돌아 나가보겠다는 너를 잡으려 이름을 부르고 아픔도 잊은 채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가 극심한 고통에 다시 풀썩 쓰러져버렸다. 저렇게 하고 도망가버리면 어쩌자는 거지. 대답도 안 듣고 지레 겁을 먹은 채 도망친 네가 답답했다.

아무리 무서워도 이러고 가버리면 어쩌잔 말이냐.

이마에 팔을 얹고 눈만 깜빡거리며 네가 다시 들어오길 기다렸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들리는 발자국 소리. 단번에 너임을 알아채고 문이 열리자마자 너를 불렀다. 송구하고 무례한 행동이었다며 사과하는 네게 가까이오라 손짓했다. 널 억지로 침대에 걸터앉게하곤 끄응 힘을 써서 겨우겨우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대답도 안 듣고 도망가버리면 어쩌자는 것이냐.

작게 타박을 하자 네가 고개를 숙이기에 푸스스 웃고 볼을 잡아올렸다. 저절로 얼굴이 들리자 조심스럽게 고개를 꺾어 입술을 맞댔다. 너의 긴 속눈썹이 놀랐음을 알려주듯 내 볼을 여러번 스치며 움직였다. 아랫입술을 물고 혀로 살짝 훑었다가 바로 떼어냈다. 하라면 더 할 수도 있었지만 벌써부터 진도를 빼서 삼촌과 겹쳐보이는 사람이 되긴 싫었다. 놀란 토끼눈이 된 너를 보며 웃음짓고 그저 머리를 쓰다듬어줄 뿐이었다.

나도 연모하는 구나. 태형이 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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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50
글쓴이에게
대답도 안 듣고 도망가버리면 어쩌자는 것이냐.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에 뒤따라올 말이 무서워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눈을 꾹 감고 있었다. 그러자 제 옆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볼을 잡고 입술을 깊게 맞추는 네 행동에 눈을 꿈뻑이며 잔뜩 당황해 했다. 그렇게 잠시 동안 입을 맞추다 천천히 떼어내는 행동에 멍해져 그저 너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러곤 이어지는 말에 곧장 울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네가 한 말이 고마워서. 여태껏 혼자 마음 고생한 것이 네 말 한마디에 다 없어지는 거 같아서. 고개를 숙인 채 끅끅거리며 울다 그대로 네 목을 끌어안아 네게 안겼다.

저는 저하께서 혼내실줄 알고 두려웠사옵니다. 그런데 이리...

울음에 묻혀 웅얼거리는 말을 네가 알아듣지 못할까봐 울음을 꾹꾹 눌러 담아 겨우 참아내고는 계속 끌어안은 채로 다시 입을 열었다.

저만 저하를 연모하는 줄 알았습니다. 근데 저와 같은 마음이라니 그저 감사할 뿐이옵니다.

웃으며 다시 한 번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작게 웃어보이다 스쳐지나가는 제 아비의 모습에 잠시 얼굴을 굳혔다. 제가 진짜 이래도 되는 것일까.

저하, 제가 이렇게 해도 제 아비는 용서해 주시겠지요?

네게 물어도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걸 알면서도 물었다. 그러자 제 얼굴을 다시 잡아올리곤 눈을 맞추는 너에 입술을 꽉 깨문 채, 그렇게 계속 눈을 마주했다. 마치 네 눈동자가 괜찮다고, 용서해 줄 것이라고 말을 하는 거 같았다. 작게 고개를 끄덕이곤 볼을 잡고있는 네 손을 떼어내 네 어깨를 살짝 눌러 다시 침대 위로 눕혔다. 아깐 제가 운다고 인지하지 못 했지만 아직 너는 아픈 몸이었기에.

저하의 몸이 다 나으면 저랑 같이 사냥도 나가고 산책도 하고 합시다. 그 자만 아니었다면 바로 손 잡고 나가는 것인데...

다시 속상해 지는 마음에 미간을 좁히다 침대 위에 얹혀져 있는 손을 잡고선 네 앞머리를 다정스레 정리해 주었다. 그러곤 손을 아래로 내려 네 눈을 가려주었다.

주무시지요. 석식시간 즈음에 깨워드리겠습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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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50에게
연모한다고 말을 뱉자마자 울음을 터뜨리는 너에 손을 뻗어 얼굴을 쓰다듬었다. 벌써부터 손이 축축하게 젖어드는 것이 제가 나쁜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괜히 마음이 아팠다. 어떻게 달래야 울음을 멈출까 하는데 목을 끌어안으며 품에 붙어오는 네 행동에 나도 네 허리를 다치지 않은 한 팔로 감싸안고 쪽 어깨를 덮은 옷 위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혼내긴. 당치도 않구나.

다 뭉개지는 발음으로 웅얼거리는 네 볼이 울음에 젖어서 그런지 열이 올라 닿아올 적마다 뜨겁게 느껴졌다.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같은 마음이라 감사하다던 너는 순간 조국이 생각났던 건지 잠시 호흡을 멈추며 몸을 굳혔다. 부모와 큰 형, 죽어나간 백성들을 생각하는 것이겠지. 거기에 대해선 제가 뭐라 할 말이 없었기에 그저 네 등을 살살 쓸어내리는 수밖에 없었다.

저하, 제가 이렇게 해도 제 아비는 용서해주시겠지요?

불안한 듯 떨리는 동공으로 물은 너와 눈을 맞추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괜찮단다, 아가. 벌을 받아도 내가 받을터이니 너는 그저 내 뒤에 숨어있으면 된단다. 다정하게 널 바라보며 그 말이 전해지길 바랐다. 볼을 소중한 것을 잡은 것처럼 잡아쥐고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이제 괜찮아진 건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네가 제 손을 떼어내고 저를 침대로 눕히자 얌전히 침대에 누웠다. 몸이 다 나으면 산책도, 사냥도 가자는 네 말에 푸스스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나랑 놀아줄 마음이 생겼나보구나.

그 말에 네가 미간을 좁히던 것도 잊고 민망한 듯 웃으며 앞머리를 정리해주자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너를 올려다보았다. 너와 잘 되기도 했고 마음이 편해지니 뒤늦게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몸이 잠을 만들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용케 알아챘는지 손을 들어 눈을 가려주며 석식을 먹을 때 깨워주겠다는 네 말에 조용히 속눈썹을 내려 눈을 감았다.

아, 이리 와주거라.

이리 오거라, 도 아니고 와달라고 부탁식으로 말하며 제 옆자리를 팡팡 쳤다. 자리를 비켜 네가 누울 수 있도록 하고 아직도 눈가를 덮은 손을 치워 너를 바라보았다. 네가 옆에 누워서 같이 자주면 잠도 더 잘 올것 같고 마음도 편할 것 같다고하니 마지못해 침대에 눕게 되는 것 같았다. 네가 그래도...하면서 말 끝을 흐리자 금방이라도 일어나버릴 것 같아서 네 품을 파고들듯 머리를 네게 부비며 눈을 감았다. 맘 같아선 꽉 끌어안고 싶은데 팔도 아프고 배도 아파서 그러기가 힘들 것 같았다. 차라리 다리를 찌를 걸 그랬나. 하릴없는 생각을 하며 네가 손을 뻗어 제 머리를 쓸어주는 다정한 손길을 받으며 잠을 청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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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55
글쓴이에게
아픈 몸으로 비켜주면서까지 이리 와 누우라는 말에 쭈뼛거리며 고개를 저은 채 그저 네 옆자리만 지키고 있었다. 제가 옆에 있어야 마음이 편할 거 같단 말에 망설이며 어쩔 수 없이 눕긴 했지만. 제게 아이처럼 머리를 부비는 행동이 아기같아 푸스스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제 손길에 금방 잠에 빠져드는 널 지켜보다 제대로 고쳐안아 제 품 안에 쏙 들어오게끔 했다. 원래도 순한 분이신데 눈을 감고 얌전히 있으니 더 순해보이는 거 같아 절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한참을 그렇게 누워있다 밖에서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다고 하자 그제서야 조심히 널 흔들어 깨웠다. 먼저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빠져나온 후 그 사이에 기미 상궁에게 먼저 맛보라고 한 후 네가 나올 수 있게 팔을 붙잡고 조심히 일으켰다. 널 이끌어 의자에 앉히곤 반대편에 앉아 네가 먼저 먹길 기다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수저를 들지 않자 먹기 싫은 건가, 싶어 입을 열어 네게 물었다.

왜 드시지 않는 것입니까. 혹, 입맛이 없으신 건지...

제 말에 고개를 젓고선 다친 팔을 가르키는 너에 아, 하는 멍청한 소리를 내곤 허둥거리며 수저를 집어들어 밥을 크게 한 숟갈 떴다. 근데 다친 팔은 왼쪽인데 왜... 의아함이 머리 속을 헤집고 다니다 그냥 제가 떠주는 밥을 얻어먹고 싶어 하는 거 같아 그제서야 의아함 대신 역시 아이같다, 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너 한입, 나 한입. 다정스레 먹여주며 있으니 간질거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 마음이 표정으로 드러난 것인지 왜 이리 웃냐는 네 말에 어깨를 그저 으쓱거리며 질문을 피해갔다.

저하, 이리 받아먹고 계시는 거를 보아하니 마치 어린아이 같습니다. 귀엽습니다.

제 말에 굳어지는 네 표정을 보니 제가 또 말을 잘못 꺼냈구나 싶었다. 황급히 주제를 돌리며 네 시선을 피했다.

다, 다 먹고 제 형에게 잠시 다녀와도 괜찮겠습니까. 자주 간다고 약조하였는데 못 간거 같아서... 잠시, 잠시면 되옵니다. 그저 얼굴만 보고 올 것이니.

네 눈치를 살금살금 보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하려는 너에 숟가락을 네게 가까이 가져다대 어서 받아먹으라는 듯 재촉하였다. 몇 번을 그렇게 네 입을 막았을까, 깨끗하게 비워진 밥그릇에 더는 네 입을 막을 것이 없자 멋쩍게 웃어보였다. 그러자 다시 입을 천천히 열어 사내에게 귀엽다는 말은 실례라며 그렇게 말을 하자 잔뜩 시무룩해졌다.

그치만, 아까 진짜 귀여우셨는ㄷ...

쓰읍, 거리며 제 말을 저지하자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곤 궁녀를 불러들여 상을 치우게끔 하였다. 그러곤 네게 다가가 다시 침대로 이끈 후 눕기 싫다는 너를 강제로 눕혀 이불을 덮어버렸다.

갔다올 터이니 피곤하시면 먼저 잠에 드시지요.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손을 잡아 그 위로 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춘 후 내려놓고 방을 나섰다. 또 제 얼굴은 붉어져 있겠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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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55에게
네가 날 조심히 흔들어 깨우는 손길에 부스스 잠을 깼다. 아파서 그런지 병든 닭처럼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식탁에 앉아서도 입맛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고. 쩝- 입을 다시며 가만히 앉아있다가 그래도 네가 먹여주면 조금이라도 밥을 입에 댈 수 있을 것 같다는 어린 아이 같은 생각이 또 피어올랐다. 왜 먹지 않냐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네게 다친 팔을 가만히 가리키고만 있다니 용케 뜻을 알아듣고는 밥을 먹여주는 것에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똑똑하구나. 속으로 생각하며 이런 발상을 해낸 저를 칭찬하는데 역시나 꼼수를 알아챈 건지 다친 팔이 오른팔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기새처럼 입만 벌리고 있는 저를 아이같다며 귀엽다 칭하는 너에 저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져버렸다. 나도 너를 귀엽다고 생각한 주제에, 저하 취급을 받으며 매일 멋있다는 말만 들었고 귀엽다는 말은 사내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나도 너에게 귀엽다는 생각을 가졌으면서. 표정을 알아챈 건지 주제를 돌리는 너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ㄹ...

그러라며 대답을 하려는 거였는데 아까 귀엽다고 했던 것이 켕겼던 것인지 말도 못하게 밥을 밀어넣으며 대답을 막아버리는 너에 다시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심각한 일이 아님에도 네가 이렇게 반응하니 놀려주고픈 마음이 커졌다. 아니, 애초에 기분은 조금 좋았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어쨌든 날 향한 너의 애정이 담긴 칭찬이 아니던가. 하지만 사내에게 귀엽다는 말은 실례라고 타박하자 입술을 비죽이며 병아리처럼 꽁알대는 모습에 얼굴을 붙잡고 곳곳에 입을 맞추고 싶었다. 네가 억지로 침대에 눕히는 바람에 이젠 내가 그런 얼굴이 됐겠지만.

괜찮다니까.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안 좋다는 걸 모르느냐.

심통을 부리면서도 네가 내 손에 입을 맞추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여튼 정말. 빠르게 방을 빠져나가는 너를 바라보다 다시 휑해진 방이 마음에 안 들어 벽을 보고 돌아누웠다. 이제 잠도 안 오는데. 초롱초롱한 눈만 깜빡이다가 바람을 쐬고 싶어져 끙차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어젖혔다. 차가운 바람이 온 몸을 휘감는 느낌에 소름이 절로 돋았다. 밖에 나가고 싶지만 그것까진 무린 듯 싶고. 눈이 잔뜩 쌓인 뒷뜰을 바라보며 창틀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괴었다.

김태성이 난리겠구나.

만약 네가 김태성에게 너와 내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안다면. 노발대발하며 나를 죽이러 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피식 웃어버리고는 순순히 그 칼을 맞아야하나 고민을 했다. 죽어주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홀로 남겨질 네가 걱정이었다. 흠- 하고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겨 눈을 감았다. 바람을 맞은 볼과 코가 금방 빨갛게 달아올랐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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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64
글쓴이에게
밖에 나오자마자 얼굴에 도는 붉은끼를 머금은 채로 재빨리 걸음을 옮겨 태성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리자 바로 나오는 태성의 모습에 와락 안겼다. 매번 저를 보자마자 다정스레 웃으며 품에 넣어 다독여주는 행동에 베시시 웃으며 어깨에 얼굴을 부비거렸다.

요새 정석과 사이는 어떠하신지요. 저는 나름 잘 지내고 있는데.

저도 괜찮다며 걱정말라고 말을 하자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제 얼굴을 보더니 왜 이렇게 얼굴이 붉게 물들었냐고 묻자 아까 일이 생각이 나 다시 또 창피해져 오는 거 같아 대답을 하지 않은 채 그저 품에 얼굴을 묻기만 했다. 아까 있었던 일을 태성에게 얘기를 하면 불같이 화를 낼 거 같았다. 태성은 제가 대답을 하지 않자 그냥 그런가보다 싶어 넘어가고선 제 등을 토닥였다. 그렇게 서로의 숨소리를 들으며 안겨있다 방에서 혼자 끙끙거리고 있을 네가 생각나 몸을 떼어내곤 급하게 가보겠다고 인사를 하였다. 아쉽다는 듯 벌써 가냐는 태성의 물음에 멋쩍게 웃으며 제 뒷머리를 긁적었다.

저하께서 많이 다치셔서 가보아야합니다. 다음에도 꼭 오겠습니다.

다쳤다는 제 말에 놀란 것인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서 가보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태성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제 뒤를 쫓아오는 궁녀 생각도 하지 않은 채로 도도도 뛰어서 방으로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창문을 열고 바람을 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러다 고뿔에 드시면 어쩌려고. 지금 네 몸 상태에서 고뿔에 걸려버린다면 고생할 네가 훤해 곧장 달려가 창문을 닫았다. 저를 의아한 표정을 바라보는 너를 짐짓 엄한 표정으로 살짝 흘겨보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침대 위로 눕히려 어깨를 아프지 않게 눌렀지만 그래도 아픈 것인지 앓는 소리를 내자 더욱 조심히 눕혔다.

얌전히 누워계시지 왜 창문을 열고 계셨습니까. 고뿔에 드시면 어쩌시려고.

이불을 끌어 목까지 덮어주고는 네가 쉽게 잠에 들게 하려고 배를 도닥이려다 제 손길에 혹시 또 아파할까 싶어 가슴팍을 도닥였다. 그러다 네가 씻어야 한다는 것이 생각나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 궁녀를 시키기엔 그래도 건장한 사내인데 창피할 거 같고. 말고 시킬 사람이 있었던가... 한참을 고민하다 혼자 끙끙거리며 생각하는 거보단 네 몸이니 네게 묻는 것이 나을 거 같아 도닥이던 손길을 멈추곤 네게 물었다.

저... 저하, 씻는 것은 어찌 하실 생각이시옵니까. 씻긴 하셔야 할 텐데요.

/너무 늦었다. 미안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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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64에게
창문을 열고 한참 바람을 맞고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네가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벌써 온 것이냐, 하고 묻기도 전에 성큼성큼 걸어와 창문을 닫는 너에 입을 열지도 못하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너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저를 흘겨보는 네 눈빛에 이젠 이런 표정도 지을 수 있구나 싶어서 밉기보단 그저 귀여워 푸스스 웃음이 흘렀다. 나를 또 침대로 데려가는 너에 싫다는 듯 몸에 힘을 주다가 억지로 저를 앉히려는 네 손길에 다시 고통이 치고 올라와 저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내버렸다. 나보다 네가 더 놀란 것인지 잠시 주춤하더니 더욱 조심스러운 손길로 침대에 눕히는 손길에 입술을 꾹 깨물고 다시 자리에 누울 수밖에 없었다.

눕기 싫대두. 그걸로 고뿔에 걸리진 않는다. 별 걱정을 다 하는 구나.

자꾸 싫다는데도 침대에 눕히는 너에 이미 잔뜩 심통이 나있던 터라 말이 밉게 입술을 타고 나왔다. 또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는 건지. 한참을 끙끙거리며 우물쭈물거리는 너를 올려다보며 제 가슴팍을 토닥이는 네 손을 잡아 하지 못하게 했다. 네가 입을 열길 기다리며 손만 조물거리고 있는데 씻는 것은 어떻게 할 거냐는 말에 아무렇지 않게 몸을 조심스럽게 일으켜 앉으며 말했다.

당연히 궁녀들이 도와줘야하지 않겠느냐. 내의를 입고 도움을 받아야겠구나. 상처가 난 곳은 물에 닿지 않게 조심해서.

하얀 내의가 물에 적셔지면 투명하게 속살을 비친다는 것보다도 붕대가 감싸진 곳을 물에 닿지 않게 씻어야하니 불편하겠다는 생각과 축축하게 몸을 감싸 젖어든 옷이 불편할 거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인상이 구겨졌다. 궁녀들은 무슨 죄란 말이냐. 한숨을 푹 내쉬고 뻐근한 어깨를 툭툭 두드리는데 뭐가 불만인 건지 입술이 비죽 튀어나온 네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콕 네 입술을 손가락으로 찔러보았다. 말미잘처럼 쑥 안으로 말려드는 네 입술이 귀여워 쪽 볼에 입을 맞추었다.

왜 또 그렇게 사랑스럽게 앉아있느냐.

제 눈에만 그래보인다는 것을 아는 건지. 방실방실 웃으며 엉덩이를 움직여 네게 다가가선 어깨에 얼굴을 묻고 숨을 내쉬다가 쪽 어깻죽지에도 입을 맞췄다. 어쩜 이렇게 하나같이 다 좋을 수가 있지. 향긋하게 풍기는 네 체향에 코를 묻고 눈을 감고 있다가 고개를 살짝 들어 네 턱에 입술을 맞댄 후에야 조금 물러설 수 있었다. 마침 간식으로 과일을 가져온 궁녀가 몸이 불편한 저를 위해 침대에 접시를 내어주자 그것을 받아들며 다시 그녀를 붙잡아 말했다.

자기 전에 목욕을 할 것이다. 몸이 불편하니 너희가 도와줬으면 좋겠구나.

알았다고 대답을 하며 머리를 조아린 궁녀가 방을 나가자 예쁘게 깎인 사과 한 조각을 집어 우선적으로 네 입가에 갖다댔다. 사과의 단 내가 벌써부터 코 끝을 스쳐왔다.

-
괜찮아여! 신경쓰지 말아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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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73
글쓴이에게
궁녀들이 도와 함께 씻는다는 네 말에 어찌 사내의 몸을 하고 그리 이무렇지도 않게 말을 할 수가 있는 것인지. 아무리 내의를 입는다 하여도 물에 닿으면 다 비춰질 것인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괜히 심통해져 입술을 삐죽이며 속으로 툴툴거리고 있자니 그 입을 집어넣게 만든 후 볼에 입을 맞추는 네 행동에 언제 기분이 나빴냐는 듯이 베시시 웃으며 네 질문에 그저 어깨를 으쓱이기만 했다. 궁녀가 들어와 간식을 내주고 곧장 나가보려는데 네가 붙잡자 저절로 눈길에 네 손으로 향했다. 제가 이렇게 질투가 많았던가. 그 모습을 지켜보다 다시 또 입을 삐죽 내밀고 있었다. 튀어나온 제 입술은 보고도 모른 척 한 것인지 아님 아예 못 본 것인지 사과를 갖다대는 너에 조금은 퉁명스럽게 받아먹었다.

저하께서는 궁녀가 씻겨주는 것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은 것입니까. 아무리 궁녀라 해도 여인인데... 그리고 여인의 몸을 함부로 막 잡는 거 아니옵니다.

작게 중얼거리며 투덜거리다 제가 뭔 말을 한 것이지 뒤늦게 알아차리고선 잔뜩 붉어지는 얼굴에 손바닥으로 얼굴을 급하게 가렸다. 아, 진짜 김태형. 입을 열었다 하면 사고구나. 손바닥 안에서 미간을 좁힌 후 마음 속으로 잔뜩 자책을 하고 있을 적에 제 말의 뜻을 이해한 것인지 혼자 크게 웃어보이다 제 손목을 세게 쥐어잡아 그대로 손을 내리는 네 행동에 최대한 힘으로 버티다가 아직 다 아물지 못한 손목의 상처가 아려와 앓는 소리를 내며 내렸다. 너와 시선을 마주하게 되자 그저 창피한 마음 뿐이었다.

아까 제가 한 말은 잊어주시지요... 생각을 거치지 않고 무심코 튀어나온 말이니...

제 변명을 들은 것인지 만 것인지 대꾸도 않고 저를 계속 해서 바라보는 네 눈길에 더욱 창피해 지는 거 같아 고개를 돌려 일부러 시선을 피했다. 그만 저를 쳐다봐 주었으면 좋겠건만. 그런 제 바람은 들리지 않는 것인지 저를 쭉 쳐다보다 다시 웃음을 터트리는 너에 민망해 혹여나 힘을 주어 세게 치면 네가 아플까 싶어 어깨를 아프지 않게 치며 그만 웃으라고 외칠 뿐이었다. 더욱 달아올라 벌게진 얼굴은 덤으로.

그, 그만 웃으시지요. 저도 창피한 거 압니다.

제 말을 들리지도 않는 것인지 여전히 웃는 너에 에라, 모르겠다 싶어 얼굴을 잡고 제 얼굴을 곧장 들이밀어 버렸다. 서로 좀만 움직이면 입술이 닿을 거리로. 제 행동에 그제서야 놀라서는 웃음을 멈추는 눈만 꿈벅이는 너에 만족해 얼굴에 있는 손을 떼어내곤 헛기침을 하며 멋쩍게 입을 열었다.

아니, 이렇게라도 안 하면 저하께서 계속 웃으실 거 같아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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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73에게
저하께서는 궁녀가 씻겨주는 것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은 것입니까. 아무리 궁녀라 해도 여인인데... 그리고 여인의 몸을 함부로 막 잡는 거 아니옵니다.

응?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너에게 사과를 먹여주곤 저도 막 한 입을 베어물었을 때였다. 투덜거리는 네 말에 가만히 말을 되새겨보다가 이내 뜻을 알아듣고 푸하하 크게 웃음이 터져버렸다. 참아야지, 참아야지 했는데도 잘 되지 않았다. 질투를 내비친 것이 부끄러웠는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는 너에 네가 아프다는 걸 알면서도 조금 손아귀에 힘을 주어 손을 떼어냈다. 붉어진 네 얼굴을 더 보고 싶었던 탓이다. 질투를 내비친 네 얼굴은 평소보다 어찌나 예뻐보이던지. 앓는 소리를 낸 너에게는 미안하지만 너무 사랑스러워서 미안하다는 말은 나오지 않고 너를 계속 바라보기만 하게 됐다. 자꾸 시선을 피하며 아까 한 말을 잊어달라는 네 말에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수줍어하는 너를 눈에 담고 싶어서 네가 고개를 돌릴 적마다 빤히 바라봤더니 약이 올랐던 모양이다. 입술이 닿을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 한 네 행동에 놀라 제가 움직임을 멈추자 네가 만족스럽다는 듯 헛기침을 해왔다.

많이 약이 올랐나보구나.

네가 그저 귀여워서 그런 것인데 네게 한 방 먹어버렸다. 그래도 얼굴을 가까이 한 김에 입이라도 맞춰주지. 아이처럼 투정어린 말을 생각했다가 입 속으로 삼켜내곤 다시 네 입에 사과를 물려주었다.

미안하구나. 놀리려고 한 건 아니고...질투를 해주는 네가 사랑스러워서 그랬다. 그런 너를 눈에 오래 담아두고 싶었어.

마음에 있던 말을 네게 해주곤 네가 입을 벌리고 고개를 작게 끄덕이자 쪽 볼에 입을 맞춰주곤 제 목을 주무르며 헤실 웃어버렸다.

그리고 궁녀들은 내 몸을 봐봤자 아무 생각도 없을 것이다. 그저 일이 늘었다고 귀찮아할 터겠지. 나는 너에게 부탁하면 힘들까봐 그랬던 것인데. 너도 손목이 아픈 환자잖느냐. 별 일 없을 터이니 걱정말고 궁녀들에게 맡겨두거라. 저 쪽이 수도 많아서 나같은 몸뚱이를 상대하는데 유리하기도 하고...그렇다고 내가 한 놈을 잡아 무작정 입을 맞출 위인도 아니잖느냐.

저만 믿으라는 듯 단호한 눈빛으로 너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맘 같아선 저도 다른 사람의 손길을 받고 싶지 않았지만 몸이 불편한 탓에 어쩔 수가 없었다. 쯧. 그 자식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이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아주 지'랄이구만. 그 자를 다시 떠올리자 한숨만 들어차서 푹 숨을 내쉬곤 상처를 덮은 제 붕대 위를 아프지 않게 손가락으로 쿡 찍어보았다. 그래도 네가 내 희생으로 인해 심하게 탐해지지 않았으니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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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77
글쓴이에게
제가 질투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며 오래 담아두고 싶었다며 말을 꺼내는 너에 얼굴이 또 달아오르는 듯 했다.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열심히 손부채질을 해야 했지만. 제게 입을 맞춰주곤 믿으라는 듯이 길게 주절주절거리며 입을 여는 너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네가 이렇게 단호하게 구는데 제가 여기서 또 뭐라고 말해. 몸을 살짝 옮겨 네 쪽으로 더욱 붙은 후 얼굴을 다시 붙잡았다. 의아하게 쳐다보는 네 눈빛에 베시시 웃어보이고는 그대로 얼굴을 더욱 가까이 해 입술 위로 쪽 하고 뽀뽀를 하곤 떨어졌다. 가볍게 하는 두번째 뽀뽀였다. 간질거리고 자꾸만 터지는 웃음에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로 몸을 베베 꼬았다. 갑작스러운 뽀뽀에 놀란 것인지 멍하니 저를 쳐다보는 네 시선에 더욱 민망해 지는 거 같아 네게 안겨들어 어깨에 얼굴을 묻고 웅얼거렸다.

민망하옵니다. 제가 이렇게 부끄러움을 타는 성격이 아니었는데... 왜 이리 저하 앞에만 이런 것인지.

공중에서 방황하던 손으로 네 허리를 아프지 않게 껴안자 그제야 제 허리를 감싸안는 손길이 느껴졌다. 그렇게 네게 안겨 서로의 숨소리를 느끼면서 있었다. 편해지는 기분에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이다 여전히 네게 안겨있는 채로 고개만 들어 네 턱에 입술을 가져가 쪽쪽거렸다. 간지럽다는 듯이 웃어보이는 너에 저도 소리내 웃다 더욱 적극적으로 턱에 머물러 있던 입술을 얼굴로 가져갔다. 그러곤 볼이던 입술이던 여기저기에 제 입술을 가져다댔다. 그렇게 애정표현을 하다 몸을 떼어내곤 너를 그저 바라보기만 하다 입술을 쭉 내밀곤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저하, 저하도 해 주시지요.

말을 해놓고 왜인지 모르게 부끄러워지는 느낌에 입술을 다시 집어넣어 버렸다. 요즘따라 왜 이리 질투를 많이 하는 것이고, 적극적인 것인지. 내가 원래 이랬던가. 아니면 너를 생각보다 많이 연모하고 있어서 그런 건가. 이유가 어쨌던 좋은 건 좋은 거였다.

어... 이제 주무실 시간이신 거 같은데.

말을 급하게 돌리며 궁녀를 불러 물을 데우라고 시킬까요? 라고 물었다. 제 물음에도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제게 다가와 뒷머리를 아프지 않게 잡고선 눈을 맞추는 너에 잔뜩 당황해서는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릴 수밖에 없었다. 너를 밀치려다 그것도 네가 아플까 싶어 관뒀고. 여기서 벗어날 방법이 없어 네 눈치만 잔뜩 보다 네 팔을 살짝 잡았다.

저, 저하. 부끄럽사옵니다.

팔을 살짝 떼어내려 힘을 주다 혹여나 다친 팔일까 싶어 그저 꾹 붙잡고만 있었다. 부끄럽게 왜이리 아무런 행동도 하자 않은 채로 바라보기만 하는 것인지... 또 제 얼굴은 잔뜩 달아올라 있을 거 같았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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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77에게
가볍게 두 번째 입맞춤을 한데 이어 네가 민망하다느니 왜 내 앞에서만 이러는지 모르겠다느니 말을 늘어놓는 것도 기분을 좋게 해주는데 한 몫했다. 내 앞에서만 부끄러워진다는 네가 어찌나 귀엽던지. 어깨에 얼굴을 묻고 허리를 끌어안아오는 너에 저도 조심히 팔을 들어 네 몸을 감싸안았다. 따뜻한 품이 안겨오는 것에 마음이 점차 안정되어갔다. 네가 내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행복감도 들었다. 그 생소한 느낌에 입술을 감쳐문채 감정을 정리하려 애쓰는데 여기저기 턱부터 시작하여 입을 맞춰오는 너에 푸스스 웃음이 터져버렸다. 적극적으로 얼굴 곳곳에 입을 맞추던 네가 이내 손가락으로 네 입술을 톡톡 두드리며 저도 해달라하는 것에 좋은 발전이구나 싶었다. 이런 말도 할 줄 알게 되다니. 어린 자식이 드디어 걷기 시작했을 때의 감정같달까. 그 예쁘고 감격스러운 말에 대답을 할 새도 없이 네가 또 말을 돌려버리자 울컥하는 감정에 인상을 찌푸리고 그대로 네 뒷통수를 붙잡은 채 눈을 마주했다. 부끄러워하여 얼굴이 붉어진 네 낯이 고왔다.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구나.

제 팔을 밀어내지도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네게 툭 한 마디 내뱉었더니 금세 움직임이 멎는다. 나쁜 버릇이라고 하니 혼이라도 나는 줄 알았던지 곧장 울상을 짓는 네 콧방울에 입을 맞추곤 조금 표정을 유순하게 풀었다.

제발 도망 좀 치지 말거라. 나도 너를 연모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네가 입을 맞추고, 입을 맞춰달라고 하고. 그 외에도 온갖 것을 다 해달라도 해도 나는 네게 화를 내지도 않을 것이며 놀려먹지도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런 너를 사랑스럽게 봐주고 더욱 아껴줄 것이다. 근데 그렇게 말만 내뱉어버리고, 일만 저질러놓고 도망가버리면 나는 무척이나 답답하구나. 나도 네게 사랑한다고 표현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게 막아버리는 것이 아니냐.

아이처럼 입술을 뚱하니 내민 채 투덜거렸다. 왜 내게도 애정을 표현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냐 하고 물었더니 그렇게까지는 생각을 못 했다는 표정이다. 그 어벙한 표정에 푸스스 웃어버리곤 쪽 입술과 얼굴 곳곳에 조심스럽게 꽃잎이 내려앉듯 입을 맞췄다.

사랑한다, 아가.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제 행동에 너도 아까 나처럼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그것을 노리기도 했고 이제 깨끗이 씻고 자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둑어둑해진 밖을 바라보며 네게도 말했다.

너도 얼른 씻고 오거라. 몸이 회복을 빨리하려는지 다시 잠이 몰려오는구나.

목욕물을 준비했다는 궁녀의 말에 먼저 발을 옮겼다. 내의만을 남겨두고 욕탕에 하반신만 간신히 넣어두고 있자니 온 몸을 다 불리고 싶어 안달났지만 꾹 참아냈다. 그리고 다시는 다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제일 큰 이유는 너와 함부로 껴안지도 못한다는 점이 제일 불편하여 다치지 말자 다짐했던 것이지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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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80
글쓴이에게
제 머리를 강하게 쳐오는 듯한 네 말에 눈을 그저 꿈뻑이면서 너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네가 이렇게 생각할 줄이야. 저는 그저 부끄러워 피했던 것인데... 괜히 네 감정을 상하게 한 거 같아 미안한 마음이 잔뜩 들었다. 사랑한다고 제게 입을 맞추며 입을 열자 기분이 다시 간지러워오는 느낌이었다. 네게 뭐라 말을 하려 입을 여는 순간 몸을 일으키고 먼저 나서는 너에 금세 입을 다물긴 했지만. 살짝은 뚱한 표정으로 욕실로 들어섰다. 궁녀에게 밖에서 기다려달라고 이른 후 혼자 들어가 옷을 벗어냈다. 그러곤 따뜻하게 데워진 물 안으로 들어가 눈을 감았다. 하루 종일 피로했던 몸이 단 한 번에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고개를 젖히고 누워있기를 이만하면 너도 다 씻고 방에 가 있을 거 같아 급하게 물 밖으로 나와 옷을 입으며 머리를 대충 말린 후 곧장 방으로 뛰어갔다. 방으로 들어서자 아직 보이지 않는 모습에 살짝 안도를 하고 침대 쪽으로 다가가 앉았다. 한참을 기다렸을까 천천히 부축을 받으며 들어오는 너에 황급히 달려가 대신 너를 부축했다. 조심스럽게 너를 앉힌 후 그 앞에 서서 우물쭈물거리며 말을 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의아함으로 가득 찬 네 눈동자를 마주하자 숨을 길게 내뱉고는 다짐한 듯 입을 열었다.

아까 얘기를 하려고 했사옵니다만, 저하께서 바로 가버리시는 바람에 이야기를 못 했습니다. 이리 경험하니 저하의 마음을 알 거 같기도 하고... 아니, 아... 제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이게 아니고, 저하. 저도 사랑합니다. 그저 이것을 말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창피함에 쉴새없이 내뱉고는 천천히 다시 네게로 다가가 허리를 숙여 입술 위로 짧게 뽀뽀를 하고 떨어졌다. 이 정도면 제 마음이 충분히 네게 전달되었겠지.

이제 진짜 주무실 시간이옵니다. 먼저 잠자리에 드시지요. 어서요.

너를 먼저 침대에 조심스럽게 뉘인 후 이불을 목 끝까지 올렸다. 너는 고뿔에 쉽게 들지 않는다고 말을 했지만 혹여나 걱정되는 마음이었다. 너를 눕힌 후 저도 침대 위로 올라가 네 옆에 쓰러지듯 누웠다. 이리 마주보고 있으니 떨리는 마음에 오던 잠도 달아날 거 같았다. 저를 다정스러게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너에 얼굴을 잔뜩 붉히곤 다치지 않은 팔 쪽의 손을 쥐어잡았다. 따뜻한 네 체온이 손을 통해 느껴지자 기분 좋게 웃으며 먼저 눈을 감았다. 이렇게 계속 눈을 감고 있다간 진짜 이대로 밤을 새버릴 것만 같았기때문에.

오늘 밤에도 좋은 꿈을 꾸셨으면 합니다, 저하. 제 꿈이면 더욱 좋을 거 같구요.

눈을 감은 채로 웅얼거리며 입을 열다 몸은 피곤했던 것인지 곧바로 잠에 들었다. 여전히 네 손을 꾹 붙잡은 채로.

-
이거 어디서 끝낼까용...?!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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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80에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부축을 해오는 네 손길에 의지하며 걸음을 떼었다. 아까 느끼는 것이 있었는지 너는 날 앉혀놓고도 우물거리며 할 말이 있는 듯 굴었다. 부러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자니 드디어 네가 입을 열어왔다. 겪어보니 알 것 같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 잘 알아들었구나. 마지막에 얹어지는 입맞춤까지. 만족스럽게 미소를 짓곤 네가 누이는 대로 얌전히 침대에 누웠다. 몸에 최대한 무리가 가지 않게 너를 보고 누워선 눈을 깜빡거렸다. 사랑스러운 내 아이. 절로 미소를 짓고 있자니 네가 손을 잡아왔다. 마치 내 마음을 다 알기라도 한다는 듯한 그 행동에 가슴이 콩닥거렸다.

네 꿈을 꾼다면 정말 좋은 꿈이겠구나.

금세 잠이 드는 네 손을 끌어와 입을 맞춘 후에야 저도 잠에 들 수 있었다. 너를 품에 안지 않았는데도 손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이 된 것 같았다. 너는 손을 타고 내 꿈 속으로 들어왔고 나는 정말 좋은 꿈을 꿀 수 있었다.
아침이 된 후 네가 깨는 것을 보지 못하고 또 먼저 일어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 후 바로 공부방으로 향했다. 아침은 공부방에서 공부를 하며 얼마 손을 대지 못했다. 너는 밥을 먹었을까. 이젠 자연스럽게 내 걱정보다 네 걱정을 더 잘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정도 시간을 때운 후 자리에서 일어나 벚나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고맙습니다. 소원을 이뤄주셔서.

싱그럽게 웃으며 벚나무를 올려다보았다.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왔다.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것이, 머지않아 곧 날이 풀리고 벚나무에 꽃이 피어날 것 같았다.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따뜻한 봄이 되면 너와 약속했던대로 손을 꼭 맞잡고 꽃구경을 올 것이다. 이 벚나무 말고도 말을 타고 나가 이 나라의 경치좋은 곳은 다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려면 어서 나아야겠구나.

혼잣말로 조용히 중얼거리며 네가 있을 방으로 발을 옮겼다. 마마, 하고 웃어줄 네 모습을 얼른 보며 입 맞추고 싶었다. 상처의 통증들이 점차 없어지고 있었다.

-
행쇼 했으니까 끊어도 될 것 같은데...탄이 끝내줄래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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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9
저요ㅠㅠㅠㅠ 나 이 톡 정말 좋아하는데ㅠㅠ 근데 며칠동안 못 들어올 것 같아서 갔다와서 수정할게요ㅠㅠ 혹시 그 동안 끊기면 다음 톡에서라도 봐요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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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헤헤...오늘은 상황이 별론지, 어려운 건지 탄소들이 없어ㅠㅠ그래도 아마 저 윗탄들이 안 끊어주면 못해도 10일 이상은 무조건 갈 거예요! 탄소 언제쯤 와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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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1
내일부터 1박2일로 어딜 다녀와서요ㅠㅠ 아마 월요일 저녁쯤?ㅠㅠㅠㅠ 빨리 오고싶은데ㅠㅠㅠㅠ 상황 다 좋아요ㅠㅠㅠ 취저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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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응응 그럼 월요일에 수정해줘요! 탄들 많이 없어서 와주면 고마울 것 같다ㅠㅠ고마워요 상황 좋아해줘서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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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2
아니에요ㅠㅠㅠㅠ 탄소 상황은 언제나 옳죠ㅠㅠㅠ 내 필력이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ㅠㅠㅠ 그럼 나 이제 나가볼게요ㅠㅠ 내일 일찍 나가야해서요ㅠㅠ 잘자요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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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2에게
그런 생각은 노노해요...저도 좋지 않은 필력입니다...아무튼 탄아 잘 자고 월요일에 봐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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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66
글쓴이에게
나 왔어요ㅠㅠ 방금 집에 와서 씻었어요ㅠㅠ 아니에요 쓰니 필력 진짜bbㅠㅠㅠ 주말 동안 잠을 거의 못 자서 지금 쓰러져 잘 것 같아요ㅠㅠㅠ 내일 다시 와서 멀쩡한 정신으로 새댓 달게요ㅠㅠㅠ 기다려줘서 고마워요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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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66에게
응응 알았어요 피곤하겠다ㅠㅠ푹 쉬고 피곤한데 감기까지 걸리지 말고! 내일 봐요^ㅁ^!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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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81
글쓴이에게
탄아 혹시 지금 들어와있어요?ㅠㅠ 늦어서 미안해요ㅠㅠ 아까부터 있었는데 쓰차... 혹시 들어와 있으면 우리 원래 했던 상황 마무리 하고 새 상황 해도 될까요?ㅠㅠ 안 좋게 끝나서 뭔가 마음이 좀 그래요ㅠㅠ 어려우면 새 상황으로 가도 괜찮아요! 편하게 대답해줘요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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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81에게
나 지금 있어요! 원래 했던 상황 끝나고 새로 하려구요? 그래도 되고! 혹시 전에 뽀뽀탄인가...ㅎ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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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82
글쓴이에게
어 알림을 못 봤어요ㅠㅠ 아직 안 나갔으려나... 응응 맞아요. 괜찮으면 맨 밑에다 마지막 댓 끌어올까요?ㅠㅠ 그게 편하려나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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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82에게
응응 아직 안 나갔어요 맨 밑에 댓 끌어와줘요! 아마 서로 마음 풀고 행쇼하면 끝날 것 같아요^ㅁ^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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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83
글쓴이에게
응응 그럼 새댓 달게요. 기다려줘서 고마워요ㅠㅠ 새 상황 할 것도 엄청 기대된다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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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0
상황들이 다 금썰이다.. 니가 본문에 적어둔 상황 하나하나 읽다가 나도모르게 빠져들어서 뚝 끊기니까 그때야 이게 상황인걸 깨달았어..ㅋㅋㅋㅋㅋㅋ 대단한 금손이다 쓰니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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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금손이라니 과찬이야...쨌든 칭찬 고마워 헤헤 근데 관음러니? 같이 놀면 좋을텐데.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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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9
안녕 탄소야 나 9시에 온다는 거 들었는데도 어제 바빠가지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휴... ㅠㅁㅜ 팬미팅 끝나고 집에 가면서 겨우 들어왔다
아직 상황 안 보고 댓글부터 달지만 쓰니 상황은 또 쩔겠ㅆ지...ㅠㅠㅠㅠ 벌써 두근대 내가 좋아하는 상황 잘 이어주는 탄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하기엔 늦은 거 같으니까 관음이나 하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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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탄소 팬미팅 다녀왔구나! 부럽다...난 집에 있었어^ㅁ^...상황이 별론지 어려운지 탄소들이 그전보단 많지가 않네ㅠㅠ늦지 않았는데 탄이도 같이 놀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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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1
내가 방금 상황을 읽고 왔는데 전보다 적어진 이유를 알았어
쓰니 필력이 날이 갈수록 좋아진다 숨 참으면서 읽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잘 써서 엄두를 못 내나 봐요 탄들이
나 두 번째 거 하고 싶은데 기차 안이라... 집에 가서 댓글 달아도 돼? 나 기절하면 내일 아침에 달 수도 있구ㅠㅁㅜ 여튼 꼭 달게요 기다려줘 쓰니 항상 애정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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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ㅎ...칭찬 고마워 아마 이번에만 그런듯...ㅋㅋㅋㅋ응응 집에 가서 달아도 되고 내일 달아도 돼 나도 애정해요 탄아♥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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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65
미안해 나 집에 와서 정신없이 자고 저녁먹고 오느라 늦었다ㅠㅠ 2번 할게요!
근데 어디서부터 해야 하지... 그냥 내 마음대로 할게요ㅋㅋ 처음이니까 쪼금 짧게 쓸게요! 아 그리고 현대판 할래... 과거는 너무 어려워...
/
(이 나라에 잡혀 온 지도 몇 주, 매일같이 네게 불려가 함께 밥을 먹기도 하고 네가 쉴 때는 같이 낮잠을 자기도 하며 평온하게 보내는데 제 마음은 영 편하지 않아, 언제 네가 착한 척을 그만 두고 제게 본색을 드러낼 지 몰라 깊은 한숨을 내쉬며 방에서 씻고 나오는데 밖에 있던 궁녀가 네가 부른다며 준비하고 방으로 가보라는 말에 입술을 꾹 깨물고 고개를 끄덕인 후 머리를 말리기 시작하는) 오늘은 또 뭐 하려고 부르는 거지. 설마 또 어제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보고만 있으려나. (여러 생각을 하다 금세 머리가 다 마르자 대충 정리한 후 옷을 따뜻하게 입고 네 방으로 향해, 안에서 들어오란 소리가 들리자 방으로 들어가며)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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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65에게
응응!
-

태형이를 불러오거라. (내 말 한 마디에 궁녀가 잽싸게 몸을 움직였어. 어차피 너를 불러오라고 해봤자 같은 건물 안의 제 옆 방일 뿐이었는데.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다가 코 끝에 걸려있던 뿔테안경을 벗어내고 책상에 엎드렸지.) 진짜 토하고 싶다... (세자라는 이름 하에 토할 것처럼 밀려드는 업무량과 알현 요청도 모자라 나라의 중요한 일정엔 모두 참가하길 바라다니. 정말 몸이 둘이라도 모자랄 것 같은데 이대로 왕이 되는게 옳은 일일까. 그치만 어리고 사랑스러운 제 동생에게 이런 끔찍한 일을 물려주기가 싫어 애써 고개를 젓는 차에 네가 방으로 들어오자 활짝 얼굴을 펴.) 아, 거기 앉거라. 그냥 잘 잤는지 궁금해서 불렀다. (씨익 웃어주곤 네가 내가 가리킨 책상 앞 의자에 앉자 턱을 괴고 뻑뻑한 눈을 부비며 물었어) 아침이랑은 잘 먹었느냐? 듣자하니 밥을 깨작거린다는 말이 있던데...잘 먹어야지 않겠느냐, 태형아.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한 네게 애써 웃어보이며 말을 붙였지.) 심심하진 않느냐.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언제든 말해도 좋다. 네가 하고 싶은 거라면 다 하게 해주겠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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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68
글쓴이에게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책상에 앉은 네 모습과 앞에 쌓인 종이들, 그리고 네가 쓰고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뿔테 안경이 보이고 제가 들어오자 웃으며 앉으라고 하자 네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아, 앉자마자 제게 말을 붙여오자 너와 눈을 맞추지 않고 고개를 작게 끄덕이는) 먹는다고 먹었는데 궁녀 눈엔 안 그래 보였나 봅니다. 잘 먹고 있습니다. (그냥 불렀다는 말에 오늘도 하루종일 여기 있겠구나 싶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너를 힐끔 보는데 여전히 네가 저를 다정한 눈으로 쳐다보며 심심하진 않냐고 묻자 고개를 젓는) 괜찮습니다. (그냥 일이나 했으면 좋겠다. 자꾸만 저를 보는 시선이 느껴져 바닥으로 시선을 내리깔고 있다가 입을 여는) ...업무 보셔야 되는 거 아닙니까. 양이 많은 거 같은데 잘 잔 거 확인하셨으니 그만 나가보겠습니다. (늘 그랬듯 잡아둘 것이 뻔했지만 나가보겠다고 한 뒤 자리에서 일어서, 네 시선이 제 얼굴을 따라 올라오자 괜히 네 눈을 피하곤 작게 목례를 하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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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68에게
(네가 무표정을 짓고 있으면 조금 인상이 날카로워 말을 걸기가 어렵다는 궁녀들의 투덜거림을 들은 바 있지만 역시 그건 공감하기 어려운 말이었어. 저렇게 귀여운데. 제 눈치를 보며 머리를 숙이는 네 동그란 정수리를 바라보다가 가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가보겠다는 예의없는 모습에 화를 낼 이유가 충분했지만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띄어보였지) 그래. 일도 많으니, 오늘은 널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구나. (그렇게 말하곤 나가보라는 듯 손짓을 하고 다시 뿔테안경을 썼어. 만년필을 손에 쥐고 싸인을 하고 고쳐야 할 점들을 밑에 휘갈겨 쓰다가 네가 문을 닫고 나가자 크게 한숨을 내쉬어. 역시 네게 예쁨을 받을 순 없고 너와 친해질 순 없는 걸까. 다시금 네가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애써 지워내고 일에 집중해. 일을 빨리 끝내고 너와 궁 안이라도 산책할까 싶었다가 아, 하며 궁녀를 호출해.) 딸기를 한아름 사서 태형이에게 갖다주거라. 절대 내가 줬다고 하면 안 된다. 절대로. (전에 네가 딸기를 먹고 싶다고 흘러가듯 말한 걸 기억하고 제게 말해줬던 궁녀가 생각나 그렇게 이르곤 다시 일을 시작했어. 내가 줬다는 걸 알면 당연히 싫어하고 바닥에 내칠까봐 익명을 요구했어. 네가 기쁘게 받아줬음 좋겠다 생각했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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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70
글쓴이에게
(웬일로 네가 나가보라고 하자 눈을 동그랗게 뜨다 일이 많긴 많은 듯 뿔테안경을 쓰고 만년필을 쥐는 모습을 잠깐 바라보다 이내 방을 나와, 얼마만에 가져보는 자유냐... 매일 네 방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네 곁에 있느라 답답했는데 오랜만에 혼자 있는다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져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철푸덕 누워, 가만히 누워 있는 것으로도 좋은 것 같아 헤실 웃으며 뒹굴거리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리기에 후다닥 침대에 앉아 들어오라고 하자 딸기를 좀 가져왔다며 접시에 꼭지를 손질한 빨간 딸기를 담아 가져오자 방긋 웃다가 적국에서 내어오는 음식을 이렇게 잘 먹어도 되는 건가 싶어 금세 웃음을 지우고 놓고 나가라고 해, 꾸벅 인사를 하곤 궁녀가 나가자 점점 이 나라에 익숙해져 가는 자신이 싫어져 어깨를 축 늘이고 있다가 자꾸만 책상 위의 딸기가 눈에 들어와 힐끔거리다 결국 참지 못하고 딸기를 들고 와 접시를 침대에 놓은 후 하나를 집어먹어. 입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며 단 맛이 퍼지자 저도 모르게 금세 기분이 좋아져 헤실 웃으며 몇 개를 더 집어먹어. 밥을 깨작거릴 때와는 다르게 금세 한 접시를 다 비우곤 배를 두드리며 다시 침대에 누워 있는데 저도 모르게 네가 아직도 일을 하고 있는 건가 궁금해져 순간 헉, 하는 소리를 내며 일어나 앉는) 김태형. 미쳤어. 아무리 익숙해져도 그렇지, 그게 왜 궁금해. 지금이 좋아, 지금이 좋은 거야.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하며 제 자신을 세뇌시키듯 네 생각을 지워버리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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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70에게
(일에 집중한지 몇 시간이나 지난 건지. 어깨, 목, 허리, 눈, 손목. 안 아픈 곳을 찾기가 힘들어서 앓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래도 다행히 해야할 일은 다 마친 후였지. 방을 나서는 제게 궁녀가 김태형씨에게 갈 거냐고 묻자 가만히 네 방 문을 바라봤어. 지금 나와 궁녀의 대화소리가 들릴까. 그렇다면 너는 제발 들어오지말라고 간절하게 빌고 있을까. 제게 친절하지 않고 만날 때마다 귀찮다는 기색을 보이던 너였기에 널 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아까 얼굴 본 걸로 족하자 싶어 고개를 내저었어) 아니, 됐네. 오늘은 안 볼 것이네. 정석이를 만나러 가야겠네. (제 사랑스러운 동생을 보면 힘이 날 것 같아서 그쪽으로 발을 옮기려는데 뒤를 돌자마자 요즘 저와 결혼하고 싶다고 구애를 하던 여자 중 한 명이 보였어. 기겁을 하고 답지않게 허둥대다가 냉큼 네 방으로 들어가버렸지. 아무래도 내 방에 있다간 들킬 것 같았거든. 저 화떡녀는 다시 만나기도 싫었고. 문지기에게 저 여자가 오면 문을 열어주지말라 명령해둬야겠단 생각을 하며 왜 여기 왔냐는 듯한 네 표정에 문 뒤의 벽에 붙어 어색하게 웃었지) 잠깐만 숨겨주거라. 만나고 싶지 않은 여자가 있구나. (여자가 이 방 문을 열기라도 한다면 너와 입을 맞추는 모양새가 제일 여자의 멘탈을 흔들어놓고 쫓아낼 수 있는 방법이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너에게 상처를 주고 저 좋자고 행동할 순 없었으므로 그저 벽에 붙어있는 것에 만족해. 어쨌거나 넌 내 남첩이고 난 네 방에 와있는 거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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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74
글쓴이에게
(제 나라에 있을 때 너처럼 바빴던 것과는 달리 현재는 그저 네 첩일 뿐인 지라 할 게 없어져 핸드폰을 뒤적이며 누워있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문쪽을 쳐다봤는데 네가 들어와, 평소라면 제 방에 들어와 제 근처에 앉았을 너인데 벽에 딱 붙어 밖을 경계하는 듯한 목소리에 고개를 작게 끄덕이는) ...알겠습니다. (평소라면 불편한 티를 냈을 저인데도 네가 제 방에서 제가 아닌 다른 곳에 집중을 하고 있는 모습에 누구길래 피하고 싶어하는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속에서 무언가 끓어오르는 느낌에 그런 느낌을 지우려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그 여자가 사라진 건지 잔뜩 주고 있던 힘을 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걸 지켜보다 네게 말을 거는) 누구길래 그러십니까. 그리도 느긋하신 분을 뛰게 만드는 걸 보면 조금 싫어하는 건 아닌 듯 한데. (아무 생각 없이 네게 물었다가 금세 너와 나의 위치가 동등한 게 아니란 것을 인지하고 헉, 하는 소리를 내며) ...아, 저, 대답 아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여자는 사라진 것 같으니 나가서 일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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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74에게
(누구냐고 묻더니 뭐가 그리 놀랄 일인지 헉하고 소리를 내며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네 말에 슬쩍 웃음을 짓곤 입을 열어) 이준희. 나이는 서른 둘. 날 너무 예뻐하셔서 문제인 누님이다. 결혼할 생각이 없대도 저렇게 들이닥치니 어찌 피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붙들리면 피곤한 여자니 피하는게 상책이다. (쯧- 혀를 차곤 핸드폰을 꺼내 정석에게 전화를 걸었어. 형아! 하는 귀여운 목소리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서 어쩔 줄 몰랐지) 우리 아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하고 있어? 형 지금 정석이 보러 갈 건데. 선생님한테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해. 얼굴만 보겠다고. 아, 착하다. 어. 금방 갈게- (쪽 핸드폰에 입을 맞춘 후에야 문 손잡이를 잡으며 네게 까딱 고갯짓으로 인사해) 귀찮게 해서 미안하구나. 자꾸 불러내서 시간을 뺏는 것 같아 오늘은 이제 부르지 않기로 했으니 방에서 편히 쉬거라. 궁 밖만 아니면 어디든 돌아다녀도 괜찮으니 답답하면 궁도 구경해보거라. (아까완 다른 말투로 네게 말하곤 더 조잘거리다간 네가 귀찮아할까봐 급히 믄을 나서. 그래도 힐끔 본 딸기바구니가 깨끗이 비워져있는 것을 확인하곤 마음이 흐뭇했지. 다음에 또 보내줘야지- 하고 생각하며 발을 옮겼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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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79
글쓴이에게
(네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에 고개를 갸웃하다 조용한 방이라 스피커폰을 하지 않아도 어렴풋이 목소리가 들려 그쪽으로 신경을 집중해,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귀여운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고 아가, 하며 제가 아닌 동생을 부르는 다정한 말이 들리자 멍하니 너를 바라보다 네가 핸드폰에 대고 쪽 소리나게 뽀뽀까지 하자 눈을 동그랗게 떠. 그러다 네가 이만 가보겠다며 나가자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까딱이는) 예. 알겠습니다. (네가 나간 후에도 오늘은 부르지 않기로 했다는 네 말이 어찌나 머릿속을 맴도는지. 미운 정이라도 든 건지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어 고개를 도리도리 젓곤 마침 점심상을 내오자 반공기정도 먹은 후 숟가락을 내려놔. 네가 부르지 않으면 마냥 행복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할 것도 없고 동생을 대할 때의 다정하고 격식을 차리지 않은 말투가 자꾸만 머릿속에 아른거려 네 생각을 지울 겸 겉옷을 챙겨입고 건물 밖으로 나가. 아무래도 패전국의 왕자가 승전국 왕자의 남첩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궁 내의 모든 사람이 알다 보니 어딜 가든 시선이 달갑지만은 않아. 그래도 오늘은 오랜만의 자유라 조금 걷고 싶어져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하며 궁 안을 돌아다니는데 자꾸만 수군대는 목소리가 들려 눈썹을 찡그리고 방으로 돌아갈까 생각해, 그래도 저를 돌보는 궁녀들은 모두 제게 살갑게 대해줬으니. 하지만 방에 들어가면 답답할 것만 같아 잠시 눈치를 보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쪽문을 통해 궁 밖으로 슬쩍 나와, 궁 밖으로 나간 것을 들키면 목을 따일 것만 같았지만 들키지만 않으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걷다 눈이 쌓인 언덕이 보여 하얀 눈을 밟으며 걸어다니는) 아, 살 거 같아. 좋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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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79에게
(동생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 물론 세자로서 놓을 수 없는 일들도 했지만 어쨌든 동생과 함께라면 피로가 덜어지는 느낌이었기에 괜찮았지.) 태형이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동생이 공부방에 가야하는 일정이 있었지만 눈도 많이 쌓였겠다 밖을 구경하고 싶어서 신하 몇 명을 대동하고 밖으로 나섰어. 아무래도 사람들 눈에 띌 터라서 패딩보단 코트를 챙겨입고 단정하게 차려입었지. 그래도 동생은 아직 어리니까, 괜찮을 것 같아서 폭신한 패딩을 입혀주고 저와 같은 색의 목도리를 둘렀어. 넌 아직도 방에 있을까. 파란 하늘과 앙상한 나무들에 예쁘게 쌓인 눈들을 바라보며 동생의 손을 꼭 잡고 길을 걸어. 사람들이 적은 언덕을 넘어 눈사람을 만들고 싶어하는 동생에게 눈사람을 만들어주고 싶었지.) ...김태형? (먼저 하얀 눈길에 찍혀있는 한 사람의 발자국에 의아했지만 나무사이로 지나가는 몸에 너인 걸 알아차렸어. 작게 네 이름을 부르곤 동생을 신하에게 맡긴 채 네게 빠르게 걸어갔지.) 태형아. (제 목소리에 깜짝 놀라 흠칫 몸을 떨고 돌아보는 네 코와 볼이 빨개져있어서 저도 모르게 눈이 마주치자 푸스스 웃어버렸어.) 날도 추운데 왜 여기 있는 것이냐. (어물거리며 대답을 하지 못하는 네가 도망을 친다기보단 답답함에 빠져나온 것 같아서 크게 나무라진 않기로 했어. 대신 목에 둘려있던 빨간 목도리를 벗어 네게 해주었지) 궁녀에겐 말하고 온 것이냐. 네가 없어진 걸 알고 온 궁을 뒤지고 있을까봐 걱정이구나. (그렇게 말하고는 괜찮으니 오라는 듯 네게 턱짓을 하고 먼저 앞으로 걸어나갔어) 여기 눈이 예쁜 건 어떻게 알고. 안목이 좋구나. 눈 온 것을 좋아하느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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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86
글쓴이에게
(뽀드득거리는 소리가 마냥 좋아서 한참을 걷고 있는데 뒤에서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몸을 흠칫 떨어, 그 목소리가 네 목소리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채고 들켰다는 생각에 몸이 굳어서 움직이지 못해. 예상과는 다르게 저를 나무라지 않고 목도리를 벗어 제게 둘러주자 네 온기가 남아 저도 모르게 목도리로 얼굴을 파묻다가 오라는 듯한 제스처에 총총 네 뒤를 따라가며 네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예. 좋아합니다. 특히나 지금처럼 아무런 발자국이 없는 곳을 제일 먼저 밟고 지나갈 때가 가장 좋습니다. 소리도 좋고, 기분도 좋고. (가만히 제 말을 들어주는 너를 바라보다 아, 하는 소리를 내며) 그나저나 마마께서는 어쩐 일로 이곳에... 일 보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제 말에 그제야 뒤를 돌아보며 정석아. 하고 부르자 신하의 손을 잡고 있던 네 동생이 신하와 함께 쪼르르 달려와 네게 폭 안기는 게 보여, 산책도 할 겸 눈사람을 만들어주려 나왔다며 제 동생을 사랑스럽단 눈으로 쳐다보자 저를 대할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괜히 묘한 감정이 들어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다가 정석이 제 목도리를 가리키며 자기랑 똑같은 거 했다고 방긋 웃자 작게 웃으며 정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네게 말하는) 저, 그럼... 저는 이만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동생이랑 즐거운 시간 보내셔야 하는데 제가 괜히 방해한 거 같아서... 아, 목도리. (네 동생과 네가 편하게 놀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려다 제 목을 감싼 목도리를 네게 돌려줘야겠다 싶어 꼼지락대며 풀기 시작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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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86에게
일을 다 끝내놔서 시간도 남았겠다, 동생이 눈사람을 만들고 싶다하여 데리고 나왔다. (이름을 부르기만 했는데도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으며 품에 폭 안겨오는 아이를 안아들고 장갑을 꼭 끼워준 채 먼저 눈사람을 만들고 있으라 보내놓고 목도리를 푸는 네게 다가가 손목을 잡아챘어.) 됐다. 네가 하는 것이 더 잘 어울리는 구나. (다시 목도리를 꼭 여며주곤 동그란 네 머리통을 쓰다듬었지) 전혀 방해하는 것이 아니니 구경하고 같이 들어가자꾸나. (그러곤 네 옷 소매를 잡아끌어 언덕에서 제일 아름다운 눈꽃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갔지. 역시나 입이 벌어지며 아름답다는 듯 눈을 반짝이는 너에 눈꽃보다 널 보는 것이 더 좋아 흐뭇한 미소를 띄고 있다가 너와 눈이 마주치자 눈을 내리깔았어) 여기가 절경이구나. 눈이 와서 길도 미끄럽고 바닥이 파인 곳도 있으니 조심하거라. (눈에 가려 발이 푹 꺼지는 곳을 네가 잘못 디디고 다칠까봐 걱정스럽게 말하며 계속 네 옆에 있어주고 싶었지만 형아! 하는 목소리에 결국 몸을 돌려 동생에게 다가가. 어차피 너도 내가 있으면 불편하겠지.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 눈사람을 만들어주며 웃었어. 그러면서도 네가 걱정되어 신하 한 명을 불러 네가 다치지 않게 바라보고 있으라고 명했지. 나보단 너와 더 오래 붙어있는 신하였으니 네가 편하게 느껴서 옆에 있어도 불편해하지 않을까봐 그렇게 지시했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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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89
글쓴이에게
(제가 갔던 곳보다 더 깊게 들어가니 눈 앞에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우와... 하며 이리저리 둘러보다 조심하라는 소리에 고개를 작게 끄덕여, 네 이름을 부르는 귀여운 목소리에 네가 자리를 떠나고 혼자 남자 가만히 눈꽃을 바라보다 네가 지시한 건지 신하 한 명이 근처에 붙어있자 힐끔 보다 다시 하얀 눈에 시선을 집중해. 네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가끔 정석의 꺄르르 하는 웃음소리만 작게 들리자 잘 놀아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작게 웃곤 다른 곳도 가볼까 싶어 몸을 일으켜,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시라는 신하의 말에 알겠다고 짧게 대답하곤 그 근처를 배회하는데 나무 옆 땅에 이름 모를 노란 꽃이 피어있어 눈꼬리를 휘게 웃으며 그쪽으로 다가가. 겨울엔 꽃이 안 필 줄 알았는데. 예쁘다. 작고 노란 꽃이 예뻐 따서 책 속에 끼워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손을 뻗는데 생각보다 깊숙하게 있어 손이 잘 닿지 않아. 조금 더 다가가 꺾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발을 내딛는 순간 발을 헛디뎌 그대로 풀썩 주저앉으며 낮은 신음을 내뱉는) 아윽! 으... (놀란 신하가 다급히 다가와 괜찮냐며 물어오자 근육이 찢기는 것만 같은 고통에도 입꼬리를 파르르 떨며 웃어보이곤 괜찮다고 한 후 꽃을 조심스레 꺾어 주머니에 망가지지 않게 집어넣어. 괜찮다는 걸 증명하려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무게가 실리자마자 제 발목에서 지금까지는 느껴보지 못한 고통이 몰려와 다시 주저앉고마는) 아! 아으, 씨... (신하가 건장한 체격이 아닌 터라 저를 들기엔 무리인 것 같았는지 네게 알리려 하자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괜찮,으니 가만히 계세요. 잠시 가만히 있으면 걸을 수 있을 겁니다. (눈이 내린 땅에 손을 짚고 있어 손가락 마디마디가 빨개진 것도 알아채지 못하고 그저 아픔이 덜해지면 일어나 바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선을 발목에 두고 앉아있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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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89에게
(눈사람을 에쁘고 동그랗게 만들어주자 정석이 손뼉을 치며 좋아했어. 주변을 빙빙 돌고 제가 친하게 지내는 신하들에게 눈덩이를 던지며 노는 모습을 바라보다 네가 있을 곳으로 시선을 돌렸지. 네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에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있다니 어느새 너 몰래 내게 다가온 신하가 안절부절 못하며 제게 사실을 고했어. 죄송하다고, 죽을 죄를 지었다면서. 마른 신하의 몸이 겨울 바람에 옷이 날려 더욱 여실히 드러난 것을 보고 한숨을 푹 쉬었어.) 됐으니 안내하거라. 태형이는 어디있느냐. (서둘러 네가 있는 곳으로 향하며 너를 데리러가려다 저도 다치면 낭패였기에 조심스럽게 네게 향해. 눈 위에 쪼그려앉아있는 네가 요정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네가 날 당황스런 표정으로 올려다보자 살풋 웃음지었지) 다치지 말라고 했더니 결국 다쳤구나. (보아하니 발목을 삔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네 발목을 걷어 부어오른 것을 확인한 뒤 네게 팔을 뻗었어) 안기거라. 아니면 업어주겠다. (그러다 네가 망설이자 추위에 발개진 볼을 덥혀주려 목도리를 더 추켜올려 볼을 덮어주었지) 이 비실비실한 놈보다는 훨씬 안정적일테니 걱정말고 안기거라. 여기서 이러고 있어봤자 감기밖에 더 걸리지 않는다. 얼른. (그러곤 네 대답은 필요없다는 듯 네게 가까이 다가가 널 품에 안아들려는데 업는게 시야확보에도 좋을 것 같다는 신하의 의견을 반영하여 널 업고 일어났지. 가뿐히 널 들어올리고 걸어나갔더니 제가 없어져서 놀랐는지 정석이 다시 제 품으로 안겨들었어. 그러나 네가 등에 업혀있는터라 아이를 안아주지 못하자 정석이 답지않게 투정을 부렸지. 널 내려놓고 저를 안아달라며 앞에서 동동 뛰며 팔을 뻗는 모습에 네가 움찔하고 내려오려하자 네가 움직이지 못하게 다시 고쳐업고는 눈썹을 찌푸렸지) 전정석. 지금 이 사람 다쳤지. 근데 그렇게 응석부리면 돼? 이 형 더 다치면 네가 책임질 거야? 그런 소리 하면 안 되지. 참아. 좀이따 방에 가면 안아줄게. (제 말에 정석이 울상을 지었지만 어쨌거나 그가 잘못한 건 맞았으므로 그의 신하에게 챙겨달라 말을 하고 먼저 걸어가며 네게 덧붙였어) 미안하다. 아직 동생이 어린데다 하도 싸고 돌았더니 응석만 들었나보구나. 괜찮으니 긴장 풀고 기대있거라. 널 놓고 갈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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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93
글쓴이에게
(발목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을 때쯤 네가 가까이 오자 다친 걸 들켰다는 생각에 입술을 꾹 깨물어, 제 상태를 살피더니 안기라며 팔을 뻗자 어찌 네게 안기겠냐 싶어 가만히 있었더니 얼른. 하고 재촉하기에 잠시 망설이다 네게 업혀. 네가 저를 안정적이게 업고 걷기 시작하자 네 넓은 등에 목도리에 파묻은 얼굴을 기대고 점차 긴장하고 있던 몸에 힘을 빼는데 네 동생이 네게 다가와 저를 내려놓고 자기를 안아달라며 칭얼거리기에 궁까지만 참고 걸어가야겠다 싶어 네게서 내려오려 해. 다리를 움직이는 게 느껴졌는지 저를 더 꽉 잡아 업기에 네 옷 소매를 꼭 잡으며) 저, 마마... 저 괜찮... (말을 하던 와중 늘 동생을 부둥부둥하던 네가 표정을 찡그리고 동생을 다그친 후 정석을 신하에게 맡기고 걷자 불안한 듯 고개를 돌려 잔뜩 울상인 정석을 한 번 쳐다보는데 다시 제 몸에 힘이 들어간 게 느껴졌는지 긴장을 풀고 편히 기대라는 소리에 그제야 조심스레 네 등에 얼굴을 기대. 제 행동을 느낀 네가 낮게 웃자 부끄러움과 알 수 없는 감정이 뒤섞여 너를 조금 더 꼭 안고 있다가 궁 안에 들어서자 저를 업고 있는 네 모습에 놀라 궁녀들이 다가오자 아까 정석이 다가왔을 때처럼 다리를 움직여 네게서 내려오려 하는데 네가 다시 꽉 잡자 당황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옆으로 빼 네 옆모습을 보고 얘기하는) 저... 마마, 이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저 걸어갈 수 있습니다. (제 말에도 아랑곳않고 제 방까지 저를 업고가 침대에 저를 앉히자 생각보다 가깝지 않은 거리를 네게 업혀 온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울상을 짓는) ...죄송합니다. 주의하라고 하셨는데 제 멋대로 행동해서... (네가 상태를 보자며 발목을 걷어붙이자 아까보다 더 빨갛게 부어오른 모습이 보여 반깁스 정도는 각오해야겠구나 하며 한숨을 내쉬다 네가 의원을 불러오라 명하고 저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자 그런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묘한 정적에 기분이 이상해서 괜히 말을 돌리는) 아, 그 ... 안 가보셔도 되겠습니까. 동생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요. 저는 의원이 오면 치료하고 쉴 테니 가보셔도 될 거 같습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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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93에게
동생이 아니라, 대군마마라고 하는 것이다. 내가 격식을 차리지 않으니 너도 그걸 따라하는 모양이구나. (죄송하다는 네 말보다는 정석을 동생이라고 칭하고 얼른 가보라는 네 말에 그렇게 대꾸하곤 네가 어쩔 줄 몰라하며 입을 손으로 틀어막자 다시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네 손목을 잡아내려) 잠깐 겁을 준 것인데 너무 놀라니 내가 되려 미안해지는구나. 그리고 정석이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갑자기 그렇지 않던 애가 왜 응석을 부린 건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곧 어이가 들어와 네 발목을 살펴보고 깁스가 필요하다는 말에 그들이 잘 치료해줄 수 있게 뒤로 물러나. 얼마 정도 시간이 걸리고 어이가 이제 됐다며 무리하게 움직이지 마시라 하곤 목발 하나를 두고 나가자 네가 앉아있는 침대에 걸터앉아 네 머리를 쓰다듬어) 이렇게 다치면서까지 뭘 보고 싶었던 것이냐. 그렇게 다치지 말라고 했거늘... (네가 다친 것을 타박하기보단 걱정해주는 목소리로 한숨을 푹 내쉬곤 그래도 감기에 들 것 같지는 않아 다행이라 생각해. 그리고 제 말에 주머니에서 조심스레 꽃을 꺼내보이는 네 모습에 옅게 미소를 띠웠지) 겨울에 핀 꽃이라니. 예쁘구나. (노랑 꽃잎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다가 네 볼을 콕 찔렀어) 그래도 다음부턴 그러지 말거라. 내가 티를 안 내서 그렇지 얼마나 놀랐는지 아느냐. 꽃이 갖고 싶다면 온갖 종류별로 방이 꽉 찰 때까지 사줄 터이니 모험은 그만두거라. 다친 것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구나. 아프진 않느냐. (소중하다는 듯 네 볼을 쓰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프니 쉬어야겠구나. 내가 있으면 불편할테니...할 것이 있으면 혼자 하려고 하지 말고 꼭 궁녀들을 부르거라. (꼭 당부를 하고는 씨익 웃어보였어) 정석이를 보고 다시 보러 오겠다. 쉬고 있거라. 이보게. (밖으로 나가 궁녀를 부르는데 방 문 앞에 있던 건지 정석이 제 품에 안겨오자 쪽 볼에 입 맞추곤 다른 사람과 다르게 이번에도 말투를 바꿔) 형이 아까 화내서 미안. 삐졌어? (제 어깨에 얼굴을 파묻는 아이를 안아들고 너를 돌아보며 활짝 웃어보여) 간식을 들이라고 할 터이니 먹고 있거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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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95
글쓴이에게
(제 나라에 있을 때는 모두가 제게 뭐라고 하지 않아 아랫사람에겐 격을 차리지 않았던 터라 아무 생각 없이 동생이라는 말을 뱉었다가 네 말에 그제야 상황 파악을 하곤 헉, 하는 소리를 내. 미쳤지. 여기는 호 나라인데. 정신 차려, 김태형.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순간 네가 제 손을 잡아 내리고 미안하다며 짧은 사과를 하는데도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고 방금 전의 제 모습에 멍하니 있어, 의원이 들어와 이리저리 만져보자 아픔이 느껴져 입술을 꾹 깨물고 참다가 치료가 끝나고 나서야 한숨을 내쉬며 제 발을 바라봐. 그러다 네 물음에 꽃을 꺼내 보였더니 제 볼을 쓰다듬으며 다정스레 얘기하기에 네 시선을 피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정석이 들어오자 말투가 확 변하는 너를 저도 모르게 쳐다보다 네가 나가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제 뺨을 손으로 때리는) 미쳤지, 진짜. 왜 신경쓰는 거야. 김태형. (그러다 침대에 풀썩 누워 생각을 정리하는데 제가 다친 걸 걱정하던 네 다정한 행동에 반응하던 마음과 저를 대할 때와는 사뭇 다른 정석을 대할 때의 네 행동에 피어오르던 알 수 없는 마음이 자꾸만 생각나 눈을 꾹 감아버리는) 미'친 새끼. 익숙해지면 안 돼. 안 돼 태형아. (전정국은 내 부모를 죽인 나라의 왕이 될 사람이다. 마음을 줘선 안 돼. 수 없이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데 밖에서 궁녀가 간식을 들이겠다며 문을 두드리자 굳은 말투로 말하는) 됐어요. 들어오지 마세요. (한 번 생각에 잠기니 이곳에서의 편한 생활에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던 제 나라의 모습이 생각나, 전쟁이 일어나기 전 평화롭던 풍경이. 그리고 하루 아침에 쑥대밭이 된 풍경도, 제 형제들과 함께 엉망이 된 모습으로 묶여 이 나라에 왔을 때도. 잠시 제가 잊고 있었던 많은 기억들이 천장에 띄워놓은 듯 눈 앞에 맴돌자 조금 전에 네게 업혀 들어온 제 모습도 생각나면서 경계를 푼 제 모습이 원망스러워 눈물이 뚝뚝 떨어져. 부모님, 그리고 첫째 형은 이 나라 사람에 의해 세상을 떠났는데 내가 이 나라에 적응해가고 있다니. 제 나라의 모습을 점차 잊어가고 있다니... 저도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차마 죽을 용기는 나지 않는 제 자신이 더욱 더 증오스러워져 손바닥에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로 한참을 오열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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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95에게
(네 울음소리가 문 밖으로 계속 들려왔지만 차마 문을 열고 들어갈 수가 없었어. 간식도 들이지 말라고 무른 네가 우는 이유를 알 것 같았거든. 부모가 죽고 첫째 형도 죽고 삼남매만 남아 적국의 밑으로 들어와있는데 어떻게 편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겠지. 이 시기에 들어가봤자 네게 미움받고 밀려나며 제 마음이 상처받을까봐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어.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방으로 돌아왔지. 곧 울음을 그쳐가는 것 같았지만 그런 너를 품에 안고 다독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서 몸을 웅크리고 앉아 그 마음을 가라앉혀. 그러다 옆 방에서 우는 소리가 사라지자 무릎에 묻고 있던 고개를 들었지. 궁녀가 많이 운 너를 걱정해 차가운 물을 준비해간 것 같았지만 쨍그랑 하고 들리는 파열음에 놀라 귀를 기울이던 것도 멈추고 잽싸게 네 방으로 건너가. 건네주는 것에서 문제가 있었던 건지, 네가 싫다고 쳐내다가 떨어뜨린 건지. 컵이 산산조각나서 깨져있고 궁녀와 네가 덩달아 놀란 눈빛으로 바라보자 애써 침착하게 감정을 가라앉히고 깨진 컵 앞에 쪼그려앉아 조각들을 주워들었어) 그래도 작은 조각들이 남았을지 모르니 한 번 쓸어내는 것이 좋겠구나. (기겁을 하고 말려드는 궁녀를 밀어내고 빗자루나 가져오라고 한 뒤 가만히 널 보고 서있다가 조각을 쥔 손을 꽉 주먹쥐었어. 살갗을 파고들어 피가 줄줄 흘렀지만 아파하는 기색도 않고 말했지) 너는 이것보다 더욱 아프겠지. 엄살 부리지 않겠다. 네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겠다. 네가 아픈 것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네 옆에서 마냥 잘 먹고 잘 자는 모습만 보이진 않겠다. 내가 괴로워하는 편이 네게는 그래도 조금 위안이 되겠지. (옅게 미소를 지어보이곤 그 와중에도 피가 떨어져 네 방 바닥을 더럽힐까봐 피가 범벅인 손을 대충 옷에 문질러 닦곤 등을 돌렸어) 그래도 밥은 거르지 말고...걱정되니말이다. (네가 자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날카로운 것들을 죄다 없앤 방 안을 둘러보곤 문을 열었지. 궁녀들이 기겁하는 소리에 괜찮다는 듯 웃으며 쓰레기통에 피로 물든 유리조각을 버리고 얼른 어의를 불러오라며 혼비백산하는 궁녀들을 진정시켰어) 별 거 아니니 제발 조용히 좀 하거라. 시끄럽구나. (꿰매야하면 어쩌내며 궁녀들이 우는 소리를 내는 것은 상관없다는 듯 네 방 문을 매섭게 노려보는 눈빛에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어 시선을 끌곤 말해) 내가 그런 것이다. 저 아이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게, 그 불행이 나 때문이라서 고통스러워 그랬다. 분노조절장애라도 있는 건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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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01
글쓴이에게
(몸에 힘이 다 빠질 때까지 어느 순간부터 저도 모르게 소리 내어 울다 제 울음소리가 잦아들자 궁녀가 차가운 물을 들고 들어와, 눈도 퉁퉁 붓고 볼에도 눈물자국을 가득 단 채로 힘 없이 있긴 했지만 지금으로썬 물도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아 고개를 젓는데 그러다 탈진할 수도 있다며 한 모금이라도 마시라고 제 입가에 컵을 갖다대자 인상을 찌푸리며 밀어내는) 아, 괜찮다니... (제 행동을 예상 못한 궁녀가 손에 힘을 빼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제가 무의식적으로 세게 쳐낸 건지 바닥으로 떨어진 유리컵이 제 기분과는 상반되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깨지자 당황한 눈으로 궁녀를 보는 것도 잠시, 제 방 쪽으로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는지 네가 들어와 유리조각을 줍기 시작하는데도 그저 멍한 눈으로 너를 바라보기만 해. 궁녀가 나가자 네가 손에 있던 유리조각을 꽉 쥐는 탓에 검붉은 피가 맺히는 게 보여 당황한 눈으로 네 손과 얼굴을 번갈아 보다 제 마음을 안다는 듯 마냥 편하게 지내지만은 않겠다는 소리에 마음이 복잡해져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네가 나갈 때까지 네 손에 시선을 고정해. 진심일까. 네가 했던 말이, 저를 향한 걱정이 모두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들일까. 방금까지 안 된다고 반복해서 생각했으면서 또 네 행동에 마음을 열어버리려 하는 제 자신이 미워 다시 눈물을 뚝뚝 흘리다 저녁 상을 올리겠다는 말에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하는) ...안 먹겠습니다. 생각 없어요. (마마가 특히 오늘은 더 신경써서 먹이라 하셨다며 기어코 문을 열고 상을 내려놓자 하는 수 없이 상 앞에 앉아. 먹는 모습도 보려는 궁녀에게 손을 휘휘 저으며) 알아서 먹을 테니까 나가 계세요.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다 궁녀가 나가자 그제야 밥상으로 눈을 돌려. 오늘따라 더 신경써서 준비한 듯한 밥상. 보나마나 네가 부탁한 것이겠지. 너는 왜... 대체 왜 내게 이러는 걸까. 대충 밥을 깨작거리다 자꾸만 네가 제게 왜 그런 행동들을 하는 건지 의문이 들고 자꾸 생각나. 그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이미 저는 제 나라를 잊고 이 나라에 맞춰 살아가는 것만 같아 다시 가슴이 답답해져 와. 오늘만 몇 번을 우는 건지. 감정이 북받쳐 밥상머리에서도 울다가 이대로 죽어버리고 싶은 생각까지 들어. 주위를 둘러보는데 제가 그럴 것을 알았는지 칼이나 가위 등의 뾰족한 물건은 보일 기미도 없어 눈을 내리까는데 상 위의 유리컵이 보여, 아까 네 손에 상처를 냈던 것과 똑같은 컵. 이거다. 밥상에 유리컵을 내리쳐 유리조각을 만들어내는데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한다고 했음에도 밖으로 새어나간 건지 무슨 일이냐며 궁녀들이 물어왔지만 제게는 더이상 그 말들이 들리지 않고 유리조각과 제 동맥이 비치는 손목을 번갈아 보다 망설임 없이 그어버리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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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01에게
(침대에 죽은 듯이 누워 잠을 자고 있는 널 내려다봤어. 컵을 깬 소리에 놀란 궁녀들이 우왕좌왕하며 다시 날 불러왔고, 마침 어의를 불러 유리조각이 박힌 손을 치료하고 있던 차였기에 망설임없이 어의를 네게 보냈어. 바보. 죽고 싶다는 생각에 앞뒤 안 가리고 바로 행해버렸구나. 다행히 바로 정신을 놔버린 널 치료하기는 쉬웠고 생각보다 동맥은 훨씬 안에 있었으므로 크게 다치진 않았다는 말을 어이가 전해왔어. 꿰맬 정도는 아니라며. 둘이 사이좋게 손에 붕대를 감고 있는 모습에 어이없어서 픽 웃음이 나왔지.) 내가 아프겠다고 했는데도... (땀에 젖은 네 앞머리를 쓸어주곤 링거를 다시 한 번 확인한 후 네 볼을 어루만졌어) 내가 어떻게 해야 네가 고통스럽지 않겠느냐. 응? (나긋하게 대답없을 질문을 내뱉고는 눈물에 다 부르튼 눈가를 매만져. 많이도 울었구나. 화장대에서 바세린을 가져와 발라주곤 네가 잠결에 끙끙거리자 등을 토닥여줘) 괜찮다. 괜찮다, 아가. 우리 태형이 뭐가 그리 무서우냐. 응? (옅게 미소를 지으며 널 다독이다가 네가 인상을 찌푸리던 것을 다시 펴고 곤히 잠이 들자 이불을 목 끝까지 올려준 후 방을 나서서 궁녀들에게 명령해) 앞으로 절대 저 녀석 혼자 밥을 먹게 두지 말거라. 나가라고 해도 버티고 있거라. 명을 어기는 자는 엄벌에 처할 것이야. 어딜 가는지도 다 알아봐두거라. 내가 명을 거두기 전까지는 감시하듯 해야할 것이야. 아이가 불편해한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서라도 감시하거라. (네가 언제 또 자살한다고 할 지 모르는 일이었기에 궁녀와 신하들에게 단단히 이르곤 방으로 돌아왔어. 피곤하네. 다행히 꿰맬 필요까지는 없다는 어의의 말에 붕대로 칭칭 감긴 손을 바라보다 팔로 눈을 가렸지. 하필 오른손이냐. 한숨을 푹 쉬고 잠을 청했어. 그렇게 아침이 되고 잘 잤는지 네 얼굴 먼저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바로 부모님의 방으로 가. 부모님께 아침인사를 드리고 제 품에 안겨드는 정석이를 안고 뽀뽀까지 해준 후에야 너를 찾아올 수 있었어. 아직 잠이 든 너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자니 스르륵 눈이 떠져서 나른하게 미소를 지어줬어) 일어났구나, 아가. (잠을 자며 흐트러진 머리를 손으로 빗어주곤 왜 여기 있냐며 다시 울망이는 표정으로 변하는 네 얼굴에 미안해 죽겠다는 낯으로 네 손목을 살살 어루만졌어) 왜 아프게 그랬느냐. 내가 아프겠다니까. 이러지 말고 차라리 날 죽일 방법을 모색하거라. 네가 자살하는 방법 말고, 네가 날 죽이는 것 말이다. 총이라도 쥐여줄까? 아님 차에 치여 죽는 것이 낫겠느냐. (입술을 꾹 깨물고 시선을 네 손목으로 내리고 있다가 눈을 맞추며 대답을 기다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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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04
글쓴이에게
(느릿하게 눈을 떴어. 죽은 걸까, 손목에서 피가 흐르던 것은 기억나는데. 그 뒤로는 어떻게 된 걸까. 멍하니 있다가 들리는 네 목소리에 또 나는 살아있구나, 죽지 않았구나 싶어 눈물이 맺혀. 네 손목을 다정한 손길로 매만지며 차라리 자기를 죽일 방법을 모색하라는 네 말에 고개를 돌려 너와 눈을 맞춰. 당신은 왜... 대체 왜 내게 이러는 걸까. 혼란스러운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정적이 흐르고, 네가 제 대답을 꼭 듣겠다는 듯이 눈을 맞춘 채로 가만히 있자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작게 저어) ...아닙니다. (선뜻 저 대신 자기가 아프겠다며, 자기가 죽겠다며 망설임없이 말하는 너는 진심일까. 진심임을 알면서도 자꾸만 부정하게 되는 현실도 조금은 원망스러워져 한참을 네 눈만 바라보고 있었어. 더 같이 있고 싶다. 안아줬으면 좋겠다. 저도 모르게 머릿속을 스친 생각에 작게 한숨을 내뱉곤 붕대가 칭칭 감긴 네 손을 내려다 봐. 죽으려고 손목을 일부러 그었던 제 손목보다 훨씬 큰 상처가 남은 손. 제 손을 들어 네 붕대 위를 살살 어루만지며 말을 뱉는) 어찌 이런 미련한 짓을 하셨습니까. 제가 뭐라고. 저를 왜 살려 두신 겁니까, 죽게 두고 새로운 첩을 구했으면 될 텐데... (애써 부정하고 있던 네 진심이 제 마음속으로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만 같아서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뜨고 너를 봐. 이대로 있다간 네 품에 안겨 엉엉 울어버릴 것만 같다.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시선을 거두며) ...저 혼자 있고 싶습니다. 마마 업무도 보셔야 되고 제 방에서 이러고 있는 거 불편하시지 않습니까. 혼자 있겠습니다. (속마음과 다른 말을 내뱉곤 가만히 있으면 네가 나가겠지 싶어 몸에 힘을 쭉 빼고 편히 누운 채로 눈을 감고 있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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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04에게
(내가 미운게 아니었을까. 왜 죽이라고 해도 죽이지 않을 거라 말하는 걸까. 아니라고 고개를 내젓더니 제 상처 위를 어루만지는 네 손길에 다시 시선이 그쪽으로 떨어져. 가만히 네 말을 듣고 있다가 입을 열어) ...첩을 들이고 싶어서 널 데려온 것이 아니다. 그럴 작정이었다면 이미 첩을 많이 들였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 하나하나는 모두 다 다른 법이다. 절대 누군가를 대신 할 수 없는 것이야. 아직 너는 그런 걸 모르는가보구나. 남의 직위를 대신 할 수는 있을 망정 정말 그 사람처럼 행동할 수는 없단다. (그렇게 말하곤 혼자 있고 싶다는 네 말에 가만히 눈을 감은 너를 들여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기 싫다. 속으로 그 생각을 했다가 허리를 굽혀 네 이마에 쪽 입 맞춰. 그러자 네가 눈을 번쩍 뜨는 모습에 베실 웃어버리며) 쉬거라. (방 문을 닫고 나오자 뒤늦게 상처가 화끈거리며 아파서 앓는 소리를 내니 냉큼 다가오는 궁녀를 물리고 스케쥴을 이행했어. 다들 너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라며 쑥덕거렸지만 단정하게 와이셔츠 깃을 정리하고 덤덤한 표정으로 책상을 내리쳤어) 시끄럽고, 회의 시작한다. 안건이 있는 곳부터 순서대로 나와 발표해보거라. (처음엔 싫어하기만 했던 말투로 신하들에게 명령하고 곧 순서대로 나와 PPT를 발표하자 멍하게 턱을 괴고 수정해야할 것을 종이에 적으며 회의를 진행해. 정석이한테 가고 싶다. 제가 유일하게 말을 편하게 하고 세자가 아닌 상태로 있을 수 있는 사람. 그러다 너도 연이어 떠올랐지만 아직 네게 그럴 상태는 아니기도 하고 네 모습을 보아하니 영원히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아쉬웠어. 한숨을 푹 내쉬곤 회의가 끝나자 사격장으로 들어섰지. 자세를 잡고 총을 고쳐쥐면서도 자꾸 머릿속에 누워있는 네 얼굴이 생각나서 죽을 것 같았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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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06
글쓴이에게
(가만히 눈을 감고 있다가 제 이마에 닿는 따뜻한 감촉과 쪽 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너를 봐. 네가 씩 웃곤 방을 나가자 네 입술이 닿았던 이마를 매만지며 아까의 느낌을 되새겨. 나가지 말고 더 있어주지... 바쁜 너를 알면서도 괜한 아쉬움이 들어 링거를 꽂지 않은 팔로 눈을 가려. 얼마 지나지 않아 궁녀가 방으로 상을 들고 들어오자 몸을 일으키고 상 앞에 앉는) 어제 같은 일 없게 할 테니까 나가 있어요. (네가 단단히 이르기라도 한 건지 마마의 명이라 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며 고개를 젓자 억지로 내보냈다간 궁녀만 혼쭐이 날 거 같아 더이상 말을 하지 않고 밥을 먹기 시작해, 반 공기정도 밥을 비우곤 상을 물린 뒤 제가 영 밥을 잘 먹지 못하는 게 신경쓰였는지 딸기 한 접시를 갖다주자 그래도 내 방 궁녀들만은 저를 위해주는구나 싶어 작게 웃으며 딸기를 집어먹는) ...맛있네. (너는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한창 바쁘려나. 네 진심을 인정한 뒤로부터 자꾸만 머릿속을 지배하는 네 생각에 드디어 미쳤구나 김태형. 하며 깨끗하게 비운 딸기 접시를 책상 위에 놓고 다시 누워. 그렇게 자고 또 잠이 올까 싶었는데 링거 팟인지 금방 잠이 오기 시작해 몸을 한껏 웅크린 채 잠에 들어. 잠에 들자 보이는 온통 검은 배경의 공간, 조금 떨어진 곳에 보이는 부모님과 큰형. 얼굴을 보자마자 눈에서 눈물이 비가 오듯 떨어져 엉엉 울며 품에 안기려 다가가는데 어째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더 멀어져. 형체를 쫓아 있는 힘껏 쫓아가다 결국 보이지 않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어린 아이처럼 소리내어 우는데 어디선가 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 태형아, 우리 아가. 우리 생각은 하지 말고 사랑 받으면서 살거라. 그 소리를 마지막으로 검은 배경의 공간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잠에서 깨. 꿈을 꾸면서 현실에서도 소리 내어 울었던 건지 놀란 모습의 궁녀가 제 곁에 서있자 평소였으면 금방 눈물을 닦아내고 괜찮으니 나가도 된다고 했을 저인데도 마지막에 들렸던 어머니의 말이 생생하고 여운이 남아 울먹이며 얘기하는) 흐, 괜찮, 괜찮습니다.... 흐으... (어디 아프신 것은 아니냐며 걱정스레 물어오자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은 후 한 손을 휘휘 저어 궁녀를 내보내. 사랑 받고 살거라 태형아. 그 말이 여전히 제 귀에 맴도는데 저도 모르게 네 생각이 나. ...보고 싶다.) 보고 싶... (마음으로만 얘기하려던 말을 순간 밖으로 내뱉자 헙, 하는 소리를 내며 입을 막고 그러면서도 혹시 네가 오지 않을까 문쪽을 힐끔거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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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06에게
(사격은 엉망이었어. 사격이라면 자신 있었는데. 사실 몸으로 하는 건 다 자신있었지만. 머리가 복잡해서 그런 것 같다는 사부의 말에 면목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나중에 다시 컨디션 회복을 하면 오라는 말에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사격장을 나왔어. 사부의 말대로 정말 머리가 너로 가득차서 뭘 할 수가 없었지. 가라고 했으니 가야하는데 왜 자꾸 너를 찾게 될까. 한숨을 깊게 내쉬곤 역시나 제 방이 아닌 옆의 네 방에 와있는 것에 잠시 고민하다가 문을 두드려.) 태형아. 들어가도 되겠느냐. (제 말에 궁녀가 먼저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어. 왜 안에 있냐고 묻기도 전에 울먹거리며 헐떡대는 네 목소리에 문을 확 열어젖혔지.) 무슨 일이냐. (제게 악몽을 꿨는데 이번엔 심하게 꾸신 것 같다고 궁녀가 소곤거리자 그녀에게 고맙다고 어깨를 두드린 후 밖으로 내보냈어. 문을 닫고 네게 성큼성큼 다가갔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못한 채 호흡을 거칠게 내쉬는 네가 안쓰러워 등을 쓰다듬어줬어) 이번엔 무슨 꿈을 꾼 것이냐. (무슨 꿈을 꿨냐고는 할 수 없었어. 당연히 전쟁 꿈이겠지. 너의 부모와 큰 형이 죽고 백성들이 죽는 그런 꿈. 괜히 물어봐봤자 네 아픔을 헤집는 일일 뿐이며 내게 좋은 일은 아니었어. 뭐라고 달래야할까. 입술을 꾹 깨물며 한숨만 푹 내쉬다가 네 머리통을 끌어와 가볍게 품에 안고 금방 놓아줘. 맘 같아선 품에 꼭 끌어안고 싶었지만 링거가 걸리적거리기도 하고 네가 딱히 좋아할 것 같지도 않고 그렇지만 안아주긴 하고 싶고.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었지. 동글한 머리통을 안았다가 놔주곤 손을 뻗어 눈물에 푹 젖은 얼굴을 어루만졌어) 그만 울거라. 얼굴이 다 망가지는 구나. 이러다 탈진하면 안 되는데...물이라도 갖다주면 좀 낫겠느냐? (거의 다 들어간 링거를 확인하고 네 손목에 감싸진 붕대도 멀쩡한 것을 확인하곤 조심스레 제 옷 소매로 네 얼굴을 닦아줬어. 푹 울었으니 물을 마시는 게 낫겠지. 그치만 최근에 컵을 깨뜨린 일도 있었고 두 번째로 컵을 깼을 적엔 네가 손목을 그은 일도 있어서 궁녀를 부르기보단 내가 가서 가져다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 차가운 물이 좋으냐? (미지근한 물이라면 입에도 대지 않는 제 취향에 따라 네게 묻고는 물에 젖은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네 볼을 괜찮다는 듯 톡톡 쳐주곤 자리에서 일어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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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10
글쓴이에게
(텔레파시라도 보낸 듯 네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놀라 얼굴을 더 가려. 네가 제 머리통을 안고 등을 쓸자 네게 안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참아내고 물이라도 갖다주면 되겠냐는 말에 눈물 고인 눈으로 너를 바라봐. 차가운 물이 좋냐고 묻자 작게 고개를 끄덕이니 궁녀를 시킬 줄 알았는데 네가 직접 나가 물을 가져오기에 눈을 크게 뜨고 열린 문을 바라보고만 있어. 몸을 움직이는데 링거가 걸리적거려 잠시 망설이다 그냥 주사바늘을 빼버리고 바늘을 고정시키려 손등에 꽂아둔 테이프를 다시 손등에 붙여 피가 나는 것을 막아둬. 네가 컵에 물을 담아 들어오자 양손으로 물을 받아 조금씩 마시기 시작하다 금세 한 컵을 비워내. 컵을 테이블에 놓는데 네가 링거를 왜 뺐냐며 엄한 표정으로 말하자 아랫 입술을 꾹 깨물고 살짝 울상을 짓는) 아니, 그게... 거의 다 맞기도 했고 불편하기도 해서... (혼을 낼 줄 알았는데 제 손목에서 피도 거의 나지 않고 액이 다 빠져나가 쪼그라든 주사액을 바라보더니 원하는 대로 하라며 제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묘한 감정이 들며 기분이 좋아져 작게 웃어. 퉁퉁 부은 눈으로 웃는 꼴이 말이 아니겠지. 사랑 받으며 살거라, 우리 걱정은 하지 말거라. 하는 어머니의 말이 다시 한 번 귓가를 울리고, 무언가 결심한 듯 조심스레 네 손을 양손으로 꼭 잡고 눈을 맞추는) ...오늘은 많이 바쁘셨습니까. 피곤해 보이십니다. (먼저 스킨십을 한 적도 없고 상태나 기분을 묻는 것도 늘 네가 하던 것이라 제가 손을 잡고 상태를 물어보자 많이 놀랐는지 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보기에 조금 부끄러워져 눈을 피해, 그러다 평소와 다름 없었다며 조금 피곤하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피곤하면 들어가서 쉬십시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너를 보내기 싫은 마음에 네 손을 꼭 잡고 시선을 네 손에 고정하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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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10에게
(물을 가져오자 링거를 멋대로 뺀 네게 조금 엄한 소리를 했더니 입술을 깨물고 울상을 짓는 너에 더이상 화낼 수가 없어서 네 머리를 쓰다듬으며 푸스스 웃어버려. 그러다 제 손을 양 손으로 꼭 잡고 기분을 묻는 네 말에 눈을 크게 떴지. 이걸 왜 묻는 거지. 갑자기 머리라도 이상해진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지금 이 상황이 나쁘지 않아. 피곤하면 들어가서 쉬라더니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으며 손을 놓기라도 하면 아까 아이처럼 울상을 짓던 모습을 다시 할 기세로 손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네 모습에 결국 푸하 웃음을 터뜨리곤 고개를 내저었어) 안 갈 것이다. 오늘은 너랑 더 오래 있고 싶구나. (그렇게 말을 하고 네 손을 깍지껴 잡은 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너와 눈을 맞추고 싶어 몸을 틀어 너를 바라보려 밑에서 너와 눈을 마주쳤지. 깜짝 놀란 네가 팍 고개를 쳐들자 방긋 웃어버렸어) 네가 내 걱정을 해주다니 별일이구나. 내가 꿈에서 널 많이 괴롭혔나보구나. (내가 널 꿈에서 무지하게 괴롭힌덕에 네가 겁을 먹고 현실의 나에게 잘해주는 것이라 믿어버렸어. 왜 꿈에서 내가 널 괴롭혔을까. 역시 호 나라의 세자라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머쓱하게 뒷통수를 긁적였어) 미안하구나. 현실에서도 잘해주지 못하는데 꿈에서마저도 널 아프게 해서. 더 노력해서 네가 그런 꿈을 꾸지 않도록 해주겠다. (다짐하듯 말을 하고는 마침 잡고 있던 손이 네가 손목을 다친 쪽인지라 조심스럽게 팔을 들어올려 그 붕대 위에 짧게 입을 맞춰) 미안하구나. 여러모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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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13
글쓴이에게
(제 꿈을 멋대로 추측한 뒤 미안하다는 말까지 내뱉는 너에 작게 고개를 젓는데 네가 제 손목 위에 입술을 내리자 그 감촉이 팔을 타고 올라오는 듯 해 몸을 흠칫 떨어, 네 말에서 저를 위하는 마음이 느껴져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하자 깍지를 낀 손에 힘을 주어 잡고 있다가 너를 살짝 끌어당겨 제 옆에 붙어 앉게 해. 갑작스런 제 행동에 당황한 네가 왜 그러냐며 저를 걱정스런 눈으로 보자 네 가슴팍에 조심스레 얼굴을 대고 눈을 감아.) ...잠깐만, 잠깐만 이러고 있겠습니다. (네 몸이 굳은 게 느껴져 눈을 감은 채로 작게 웃다가 네가 제 등에 손을 얹고 살살 쓰다듬기 시작하자 다시 울음이 터지려 해. 네 품에서 울긴 싫었는데. 눈물을 꾹 참다가도 꿈의 내용이 생각나 결국 네 허리에 팔을 꼭 감고 안기는) 꿈을, 꾸었습니다. 자주 꾸었던 전쟁 꿈이나 이 나라로 잡혀 왔을 때의 꿈이 아닌. 조용한 공간에 있는 꿈. (제 말을 끊지 않고 오히려 저를 품에 안으며 토닥이는 손길에 크게 숨을 쉬어 울음을 삼키곤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한없이 크고 적막한 그곳에는 저와 제 형, 그리고 부모님만이 있었습니다. (제 입에서 흘러나온 가족 얘기에 네가 몸을 움찔하자 네 허리를 더 세게 끌어안고) ...너무 보고 싶던 얼굴들이라, 따라 죽고 싶을 만큼 그리웠던 얼굴들이라 막 뛰어갔는데. 자꾸만 멀어졌습니다. (저도 제가 왜 네게 이런 얘기를 하는 지가 신기해, 이제 네가 너를 의지하게 된 걸까. 어이없는 상황에 작게 웃다가 다시 꿈 내용을 회상하며 네게 얘기해) 울부짖으면서 뛰는데, 자꾸만 멀어지고. 결국 사라졌습니다. 그 자리에 앉아서 엉엉 울고 있는데... 제 어머니, 즉 경 나라의 중전마마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자기는 괜찮으니 사랑... 받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자기 걱정 하지 말라고. (속마음을 네게 털어내고 나니 속이 시원하면서도 그제야 정신이 돌아와 제가 왜 이런 얘기까지 네게 한 걸까 싶어 부끄러움이 몰려와 고개를 푹 숙이고 안고 있던 허리를 놓으며) ...제가 별 얘기를 다... 죄송합니다. 감정에 북받쳐서 그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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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13에게
(갑자기 끌어당겨지는 몸에 저절로 네 옆에 앉게 됐어. 의도를 모르겠어서 잔뜩 당황한 채로 네게 왜 그러냐 물었더니 잠시만 이러고 있겠다며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는 행동에 몸이 긴장으로 빳빳이 굳어버려. 그래도 영 네 분위기가 우울해보여서 달래주고픈 마음에 등을 쓰다듬었지. 그랬더니 기다렸다는 듯 허리에 감겨오는 팔이 낯설면서도 기분이 좋아 표정이 오묘해졌어. 그러면서도 네가 하는 말을 놓치지 않으려 귀를 열고 말을 경청했지. 대답을 해봤자 지금의 네겐 방해만 될 것 같아 조용히 듣고만 있었는데 네가 가족 이야기를 꺼내자 몸이 저절로 움찔하며 반응해. 그러나 너는 괜찮다는 듯이 허리를 더욱 당겨안았지. 사랑받으며 살았으면 좋겠다라. 정말 혼령이 찾아와 네게 말을 했든, 네가 너무 힘들어 그런 생각을 하여 그게 꿈으로 나타났든 상관은 없었어. 허리를 놓고 뒤늦게 부끄러웠는지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네 얼굴을 올려 눈을 마주치게하곤 눈웃음을 지었지) 사랑해줄 것이다. 내가 너를 사랑해줄 것이야. 그러니 너는 그걸 받기만 하면 된다. (너에게 날 사랑해달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렇게만 말하고 다시 널 당겨 품에 안아. 얌전히 안겨오는 몸이 좋아서 꽉 끌어안고 등을 토닥였지.) 산책이라도 나갔다오지 않겠느냐. 바람을 쐬고 싶구나. (네가 고개를 끄덕이자 궁녀를 시켜서 너와 내가 따뜻할 수 있도록 옷을 가져오게하곤 그 상태로 밖으로 나가. 나란히 옆에 서서 궁 안을 돌아다녔지. 은행나무가 커다랗게 자란 곳도 가보고 주차장도 가보고 수영장도 가보고 운동장도 가보고. 궁을 다 구경시켜주기라도 할 건지 여기저기 관람을 시켜주다가 이 시간에 여기서 뭐하냐는 간신배같은 목소리에 확 너를 잡아 내 뒤로 숨겼어) 외삼촌은 여기 어쩐 일이십니까. (빼빼 말라선 탐욕에 눈이 먼 외삼촌이 제게 웃어보였지. 욕이 입술 끝까지 나올 뻔 했지만 꾹 참아냈어. 뒤에는 누구냐며 인사 정도는 시켜야되지 않냐는 외삼촌의 말에 네가 뒤에서 나오려고 했지만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지. 네가 내 등에 다 가려지진 않을 것이었지만 그래도 얼굴은 보여주기 싫었어. 버릇없다며 외삼촌이 눈썹을 찌푸리자 픽 웃어버렸지) 외삼촌은 본인이 왕이라도 되신 줄 아는가 봅니다. 세자 앞에서 버릇없다고 나무랄 정도이시니. 어머니의 동생이셔서 저보다 나이가 많은 건 알겠지만 전 세자입니다. 함부로 말씀하시 마시지요. (여유롭게 웃으며 외삼촌에게 비아냥거린 후 대충 목례를 하고 네 손목을 잡은 채 그 자리를 빠져나와. 네가 뒤돌아보려하자 짜증난다는 목소리로 덧붙였지) 뒤돌아보지 말거라. 저 자가 말을 걸면 방으로 도망쳐오거라. 절대 가까이 둬선 안된다. 알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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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어졌다...길이 신경쓰지 마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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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20
글쓴이에게
(제 사랑을 받기만 하면 된다며 저를 꼭 안아주자 피하지 않고 얌전히 네 품에안겨, 네 품에 고개를 묻고 있다 산책이라도 나가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일으켜 궁녀가 주는 옷을 받아 입고 너와 이리저리 돌아다녀, 왜 이리 가슴이 간질간질 한 건지. 특별한 곳이 아닌데도 너와 함께 걸으니 특별한 곳이 되는 것 같아 작게 웃으며 네 옆에서 나란히 걷는데 너를 부르는 소리에 그쪽을 쳐다보려 했더니 제 시선이 닿기도 전에 네가 제 팔을 잡아 뒤로 숨기기에 놀라 눈을 크게 떠, 저를 궁금해하는 남자의 물음에도 그를 외삼촌이라 칭하며 차갑게 말하곤 바로 자리를 피하자 당황스러운 눈으로 뒤를 힐끗 보는데 제게 가까이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이르자 고개를 여러 번 끄덕이는) 예. 알겠습니다. 저, 근데 마마... 손... (붕대를 감은 쪽을 잡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네가 계속해서 손목을 잡고 걷는 게 신경쓰여 얘기했더니 그제야 손을 놓아주는 네 행동에 잡혔던 손목을 매만지며 걸어, 아팠냐는 말에 고개를 작게 젓고 헤실 웃으며) 힘 안 주셨으면서 그런 질문은 왜 하시는 겁니까? 괜찮습니다. (아까 그 남자가 사라지자 다시 평화로움을 되찾고 너와 함께 궁을 걸어다녀, 그러다 지나친 건물 외부에 달려 있던 시계의 시각이 점심시간인 것을 확인하곤 시선을 네게로 돌려 너와 눈을 맞추는) 저... 마마. 점심 드실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이제 들어가서 식사하시지요. (제 말에 시계를 보더니 같이 밥이나 들자며 네 방으로 데려와 상을 들이자 최근에는 같이 먹지 않았지만 너와 밥을 먹는 일이 이 나라에 오고 처음이 아닌데도 괜히 떨리고 부끄러워져, 많이 먹으라며 반찬을 제 쪽으로 밀어주기까지 하는 네 행동에 고개를 작게 끄덕이곤 밥을 먹기 시작해. 평소 한 공기를 다 먹는 일은 없고 보통 반 공기만 먹는데 오늘따라 밥이 왜 이렇게 잘 넘어가는지 금세 반 공기를 비워, 기특하다는 듯 보고 있는 네 시선이 부끄러워 괜히 네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방법을 모색하다 네가 숟가락으로 한 숟갈을 뜨자 네 숟가락 위에 고기 반찬을 잽싸게 올려주며 네가 놀란 눈으로 저를 보자 방긋 웃는) 맛있게 드세요. (아씨, 뭐한 거야. 이러면 나 더 볼 텐데. 아오, 김태형. 고기를 네 숟가락 위에 얹은 순간부터 후회가 밀려와 고개를 아래에다 박고 밥을 먹는데 네 낮은 웃음소리가 들리고 고기가 올라간 밥을 먹는 소리가 나자 그래도 네가 싫어한 건 아니었구나 싶어 조금 안심하고 밥을 먹어. 금세 한 공기를 다 비우고 저도 제 자신이 신기해 깨끗해진 밥그릇을 보다 네가 한 숟갈 정도를 남기고 밥을 그만 먹으려 하자 제가 경 나라에 있을 때 어린 공주가 너와 비슷하게 조금 남기고 먹지 않아 어린 공주를 달래가며 먹였던 기억이 나 상대가 너라는 걸 잠깐 망각하고 네 숟가락을 집어 밥을 뜬 뒤 생선구이의 살을 발라 야무지게 얹고 네 입가에 갖다대는) 한 숟갈 남았는데. 남기면 벌 받습니다. 아-

/나도 길게 쓸 생각은 없었는데 길어졌네... 그래도 쓰니 분량이랑 얼추 맞아서 다행이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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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20에게
(제 외삼촌이라는 사람은 매우 더러운 사람이었어. 탐욕은 물론이고 예쁜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도 제가 갖길 원했지. 어렸을 때부터 저와 사이가 안 좋아서 제 물건을 뺏는 것에 더욱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었어. 제가 제일 사랑하던 정석을 꾀어내려고 하는 모습에서 이미 이가 갈리는 자였는데 이젠 너까지 넘보려하다니. 그래도 네가 가까이 지내지 않겠다고 순순히 대답해줘서 다행이라고 여기던 차에 손을 놔달라는 네 말에 깜짝 놀라 손을 놔줘. 다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궁을 돌아다니다가 점심 먹을 시간이라는 말에 방으로 돌아왔지. 같이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아선 호 나라에 온 뒤로 제대로 밥을 먹은 것을 본 적이 없는 네 앞에 반찬들을 많이 몰아줬지.) 많이 먹거라. (오늘은 기분이 좋은 건지 벌써 반공기를 비워낸 너를 기특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자니 부끄러운 건지 시선을 떨구는 너에 부담스러웠구나 싶어 시선을 돌려. 나도 밥이나 먹어야지 싶어 밥을 뜨는데 갑자기 수저 위에 얹어지는 고기반찬에 너를 돌아봐. 맛있게 먹으라는 네가 귀여워 낮게 웃곤 냉큼 그것을 입에 넣었지. 네가 주니까 더 맛있게 느껴지는 착각에 오물거리며 고기를 꼭꼭 씹어삼키고 너에게도 반찬을 얹어주며 사이좋게 식사를 끝내. 어째 속이 다 찬 것 같아서 한 숟갈을 남기려했다가 네게 들키긴 했지만. 어째 해본 솜씨로 생선 살을 발라 한 숟가락 남은 밥을 입가에 대주는 너에 마지못해 입을 벌려 받아먹어. 그러자 제게 잘했다는 듯 네가 웃음짓는 것에 결국 나도 웃어버렸지. 밥을 꿀꺽 삼키고 물을 마시며 후식으로 나온 사과를 아삭거리며 먹는 너에게 말했어) 같이 식사하니 좋구나. 종종 시간이 나면 이런 자리를 많이 가졌으면 좋겠구나. (네가 고개를 끄덕이자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손목시계를 확인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어. 이제 유도를 배우고 그 후엔 영어를 한 시간 정도 배워야했어. 가는 거냐는 듯 올려다보는 네 이마에 쪽 입을 맞추고 다시 당부했지) 오늘은 방에서 나가지 말고 있거라. 꼭이다. 아까 그 자가 있는 것이 영 맘에 들지 않는구나. (쯧 혀를 차는데 같이 유도를 배우기로 한 정석이 이미 온 건지 방 문을 두드리지도 않고 문을 열어젖혀) 전정석. 형이 노크하고 들어오랬지. (동생에게 가볍게 타박을 하면서도 아이를 안아들어, 정석에게 고개숙여 인사하는 너를 흐뭇하게 바라보다 다시 머리칼에 입 맞춰. 그 모습에 정석이 얼른 가자며 제 귀를 잡아당긴덕에 아쉽다는 듯 네 볼을 마지막으로 어루만지고 밖으로 나갔지) 거기가 편하다면 거기 있어도 된다. 어쨌거나 밖으로 나오지만 말거라. (어차피 넌 네 방으로 갈 것 같았지만 괜히 그렇게 말하곤 다시금 문이 닫히기 전에 네게 당부하곤 유도관으로 향했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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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25
글쓴이에게
(제가 정석을 안고 방을 나간 후 제 방으로 갈까 하다가 네 책상이 눈에 들어와, 아직도 많이 쌓인 서류를 힐끔 훔쳐보다 한숨을 내쉬어. 나도 첫째였다면 이런 업무를 봐야 했겠지. 경 나라에 있을 때 첫째 형의 책상과 비슷한 모습에 고개를 도리도리 젓다가 책상 끝에 놓인 조그마한 액자로 눈을 돌려, 몇 년 전인 것 같은 앳된 너와 지금보다 더 애기인 정석의 사진. 귀엽다. 둘 다. 너는 어릴 때도 잘생겼었구나. 한참 그런 생각을 하다 시계를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꽤 많이 지나 너무 오래 있는 건 민폐인 것 같아 옆에 있는 제 방으로 가려다 그래도 여기저기 궁금한 데가 많아 넓은 네 방을 이리저리 둘러보곤 나와. 문을 열고 가다 아까 들었던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 혹시나 제 모습을 볼까 봐 후다닥 방으로 들어와 네가 했던 말을 되새기며 제발 들어오지 마라... 하며 눈을 질끈 감고 있는데 밖에서 자꾸만 궁녀와 대화를 나누는 건지 목소리가 들리기에 제발. 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어. 들어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한참 목소리만 들리다 그 남자의 소리가 들리지 않기에 휴, 하고 눈을 뜨는데 그 순간 문이 열려. 네가 왔나? 싶어 보니 음흉하게 웃고 있는 모습의 그 외삼촌이 서있고 이리 가까이 와보라는 소리에 고개를 작게 저어) 무슨... 일이십니까. 방을 잘못 찾으신 거 같은데요. (제 말에 침대에 앉아 있는 제 쪽으로 자꾸만 한 발짝씩 다가오기에 불안감이 엄습해와 조금씩 안쪽으로 움직이는데 금방 벽에 붙어버렸어. 자기를 왜 피하냐며 자기는 아무 짓도 안 했다며 기어코 제 앞까지 와 제 볼을 쓰다듬으며 이름이 뭐냐고 묻자 네가 나타나서 구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자꾸만 활짝 열린 문쪽을 바라봐, 하지만 너는 오지 않아. 제가 대답을 하지 않으니 이름은 중요치 않다며 제 몸을 훑곤 손을 내려 제 어깨부터 가슴, 허리께를 쓸어내리며 미소를 짓기에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어 울먹거리며 말해) 하지, 마세요... 왜 이러시는 거예요... (하지만 저는 경 나라의 왕족이지 호 나라에선 그저 네 첩일 뿐이었기에 큰 반항을 하지 못 해. 결국 그 손이 허벅지로 내려가 제 허벅지를 살살 쓰다듬자 결국 눈물이 터져 입술을 꾹 깨물고 눈을 질끈 감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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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25에게
아, 귀찮아... (유도관으로 향해 도복을 갈아입고 운동을 시작하려는데 유도관을 박차고 들어온 건 외교부 신하였지.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영 나라와 함께 진행하던 프로젝트의 싸인이 지금 바로 필요하다는 거야. 분명 제가 알기로 기한은 다음주까지였는데 말이지. 갑자기 그 쪽에서 기간을 당겼다고 하는 말에 욕을 하며 방으로 향하는 중이었어. 서류더미 속에서 찾아야되니 시간이 조금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어차피 나중에 영 나라에 빅엿을 먹일 테니 상관은 없었지. 지들이 뭔데 함부로 말도 없이 기간을 당겨? 아득 이를 갈며 도복을 갈아입을 새도 없이 방으로 가는데 궁녀가 퍽하니 제 품으로 안겨들어. 이건 또 뭔.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데 제가 뭐라 하기도 전에 품에서 빠져나온 궁녀가 제 손목을 붙들고 빨리 가야한다며 네 이름만 반복해서 말하는 거야. 뭔지는 모르겠지만 너와 관련된 일이구나 싶어 궁녀에게 잡힌 손을 풀어내고 체통이고 뭐고 빠르게 달려 궁으로 갔지. 살짝 열린 네 문을 부술 듯이 열고 가니 침대에 눕혀져 배까지 올라간 상의를 잡아내리려 애쓰며 울고 있는 너와 그런 네 위에 올라타 계속 뺨과 귀에 입을 맞추며 네 가운데를 문지르는 삼촌의 모습에 이성이 제대로 제어가 안 되는 느낌이었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어. 푸하하 웃으며 얽혀있는 두 사람에게 다가갔지) 제 아이를 제 허락도 없이 건드리시다니. 그것도 제 옆 방에서요. 역시 삼촌은 크신 분입니다. (비아냥대는 것을 알아채고 품 안에 있던 작은 단도를 꺼낸 그가 네 목에 칼을 대며 가까이 오지 말라고 협박했지만 뭐 어쩌라고, 라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어) 그 아이를 죽이시려구요? 어차피 패잔국에서 데려온 아입니다. 상관은 없는데. (전혀 네 죽음에 관심이 없어보이는 내 모습에 당황한 삼촌이 네 위에서 벗어나 내게 저돌적으로 칼을 휘둘렀어. 느릿하게 휘둘러지는 칼날을 꽉 손으로 잡고 다시 빙긋 웃었지) 지'랄도 정도껏 하시죠. (그대로 주먹을 뻗어 코뼈를 부러뜨리곤 중심을 잃어버리는 찰나 팔을 잡아 무자비하게 꺾었어. 우득- 하는 소리가 들리고 비명과 함께 궁녀와 비서가 불러온 경호원들이 삼촌을 데려가자 바로 네게 달려가 옷을 내려주고 침이 묻은 곳을 제 도복으로 닦아주며 너를 품에 꽉 안았지) 미안하다. 그런 소리를 해서 미안해. 너를 지켜주려면 그 방법 밖에 없었다. 미워하지 말거라. (너를 품에 안자마자 제 잘못을 용서해달라 빌며 네가 괜찮은지 여기저기 몸을 살폈어) 그 자가 어떻게 하였느냐. 어디 다친 곳은 없느냐. 괜찮은 것이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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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34
글쓴이에게
(저를 눕히고 이리저리 입 맞추다 손목의 붕대를 보더니 이건 왜 이러냐며 붕대 위에도 입을 맞추자 잔뜩 표정을 찡그리고 팔을 빼내려 해. 거긴 너만 입맞출 수 있는 곳인데. 그러나 그 남자의 힘에 눌려 큰 저항도 못하고 울고만 있다가 어느새 네 목소리가 들려 눈을 크게 뜨고 너를 바라봐, 위기감을 느낀 남자가 제 목에 칼을 들이대자 불안한 눈으로 너와 남자를 번갈아보는데 네가 표정 변화 없이 죽여도 상관 없다고 얘기하자 머리를 큰 망치로 맞은 듯 넋이 나가. 네 말에 남자가 제게서 벗어나 네게 달려들자 손쉽게 제압하고 제게로 다가와 안아주는 너를 멍한 눈으로 보다가 네 말을 듣자 눈이 녹듯 마음이 녹아내려. 역시, 네 마음은 진심이었구나. 저를 꼭 안고 볼을 닦아주며 제 상태를 살피는 너에 네 허리를 꼭 안고 고개를 끄덕여. 그러다 칼날을 잡았던 네 손이 생각나 급하게 손을 살피는데 다행히 붕대 위로 잡은 것이라 큰 상처는 나지 않았지만 유리조각을 잡았을 때의 상처가 다시 터진 것인지 붕대 사이로 피가 배어나오자 네 손을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잡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눈으로 너를 올려다 봐. 자기는 괜찮다는 듯 저를 안아주자 네가 걱정되는 마음이 들면서도 그제야 긴장이 풀려 몸에 힘을 빼, 제 호흡이 고르게 변할 때까지 저를 안아주자 네 허리를 꼭 안고 있다가 그제야 네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게 떠올라 너를 살짝 떼어내고 눈을 마주보는) 아, 근데 마마, 수업... (네 얼굴과 파란색 유도복을 번갈아보자 그제야 아. 하며 네가 저를 놓고 일어나 볼에 입을 맞춰주고 금방 오겠다며 나가. 조용한 방에 혼자 있으니 아까의 상황이 생각나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후, 하고 한숨을 내뱉어) 마마가 오지 않았더라면... 으, 끔찍하다. (그래도 네가 저를 다독여줘서인지 마음에 안정이 찾아와 눈가에 남아있던 눈물방울을 닦아내고 마침 궁녀가 점심상을 가져왔다며 상을 방으로 가져오자 고개를 끄덕이며 방석 위에 앉아 수저를 들어. 밥도 먹고 궁녀가 내준 간식까지 먹은 뒤 지금쯤 너는 뭘 하고 있을까, 유도를 하고 있는 걸까 하며 유도복을 입고 있던 네 모습을 상상해. ...멋있다. 그러다 네가 들어온 건지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다가가. 네 방으로 향하려 했는데 제 방으로 바로 오는 건지 제가 문을 열기도 전에 문이 열리고 네 모습이 보이자 눈을 동그랗게 뜨다 이내 밝게 웃는) 오셨습니까. (오래 기다렸냐며 방으로 들어와 저를 안아주자 네 품에 꼭 안겨 고개를 부벼. 아, 씻고 온 건가. 끝이 살짝 젖어있는 머리 하며 몸에서 나는 바디워시 냄새. 좋다. 네게 아이처럼 머리를 부비다 고개를 들어 너와 눈을 맞추며 얘기하는) ...보고 싶었어요. 많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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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34에게
괜찮다, 괜찮아. 신경쓰지 말거라. (붕대 위로 조금 피가 배어나왔을 뿐인데 울먹이며 올려다보는 너를 다독였어. 많이 놀란 건지 불규칙적으로 호흡을 하는 네가 걱정되어 일정하게 등을 토닥여주니 금세 제 허리를 끌어안고 그 토닥임에 맞춰 숨을 쉬어가기 시작했어. 멍했던 머리가 제대로 돌아온 건지 저를 떼어내며 수업을 운운하는 너에 못 말린다는 듯 픽 웃어버렸어. 파란 유도복을 번갈아보는 네가 귀여워 볼에 쪽 입을 맞춰버렸지.) 금방 다녀올테니 기다리거라. (이제 네 방에 들어와 널 괴롭힐 사람은 없었으니 안심이었지.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었지만 안 그래도 수업이 늦게 시작했는데 집중을 못하면 더욱 늦게 끝나기에 네 생각을 떨쳐내고 운동에 집중해. 다행히 유도관에 오기 전 비서가 말한 서류도 넘긴 채였고. 시간이 지나고 수업이 끝나자 땀범벅이 된 몸을 힘겹게 이끌고 샤워실로 향해. 그 소란이 일어나는 동안 정석은 이미 운동을 마치고 궁으로 돌아가있었으므로 샤워를 할 때 장난을 치거나 씻는 걸 도와줘야할 일이 없어서 샤워는 금방 끝났어. 자연스레 네 방으로 갔더니 인기척이 들린 건지 제가 문고리를 잡기도 전에 문이 열리고 네가 반갑게 모습을 드러냈어.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말이지. 분명 전에는 꼬리를 무섭게 세우고 잔뜩 경계하는 고양이 같았는데.) 오래 기다렸느냐. (너를 와락 품에 안고 물으니 아니라는 듯 네가 내 품 안에서 도리도리 고개를 저어왔어. 어쩜 이리 사랑스러울까. 고개를 들고 눈을 맞추며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입술을 움찔거리는 너에, 재촉하지 않고 인내심있고 다정한 표정으로 너를 바라봤다가 뒤이어 들리는 말에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지. 보고 싶었다니. 그것도 많이. 이걸 네 입으로 듣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눈을 토끼처럼 동그랗게 뜨고 깜빡거리고만 있자니 네가 부끄러움 반절, 울먹이는 표정 반절을 섞은 오묘한 표정으로 가슴팍에 얼굴을 묻어왔어. 용기내서 말했는데 내가 아무말도 않고 놀란 듯이 바라보고만 있자니 심통이 난 거겠지. 대충 의도를 알 것 같아서 널 끌어안고 쪽 머리칼에 입 맞추며 가볍게 좌우로 몸을 흔들었어) 나도 많이 보고 싶었다. 네가 걱정이 돼서 참을 수 없었어. (다친데다가 다시 상처가 터지기까지 한 손으로 유도를 했으니 손이 남아날리가. 하지 말라는 관장님의 말에도 꿋꿋이 수업을 진행한 탓이었을까. 터질대로 터진 상처는 고통을 동반하진 않았지만 덜덜 손이 떨릴 정도였어. 새로 붕대를 감아놓긴 했는데. 진동에 의아한 표정으로 네가 쏙 고개를 쳐들더니 뒤를 돌아보려하기에 다시 아까처럼 볼에 쪽 입을 맞췄어) 점심은 먹었느냐. 나날이 말라가는 것 같구나. (네 손목을 다치지 않은 손으로 살포시 그러쥐고 그 위에 쪽 아프지 않게 입을 맞췄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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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41
글쓴이에게
(네가 눈만 깜빡이며 저를 쳐다보기에 괜히 말했나 싶어 심통난 표정을 짓다가 네가 저를 와락 안고 많이 보고 싶었다고 하자 그제야 헤실헤실 웃으며 너를 꼭 안아. 그러다 뭔가 뒤에서 손을 떠는 것처럼 느껴져 고개를 돌리려 하니 제게 입을 맞추며 점심은 먹었냐고 묻자 어떻게 대답해야 네가 좋아할까 잠시 고민하다 눈을 맞추고 대답하는) 음, 먹었습니다. 마마랑 같이 먹었다면 한 공기도 거뜬했을 텐데, 혼자라 반 정도만 먹었습니다. (저와 눈을 맞추다 제 손목에 입을 대자 순간 아까 네 외삼촌이 붕대에 입을 맞췄던 게 생각나 헉 소리를 내며 손을 내려. 그 인간의 입술 흔적이 남은 곳에 네 입술이 닿았다니... 영문을 모르는 네가 살짝 당황한 눈으로 보자 네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쓸어 부비며) ...안 됩니다, 방금 건 없었던 겁니다. 마마는 손목에 뽀뽀 안 하신 겁니다. (제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너를 뒤로 하고 너를 놓은 후 문을 열어 궁녀에게 어의를 불러오라 시켜, 혹시나 제가 또 다친 줄 알았던 건지 어이가 허겁지겁 달려오자 손목을 내밀며) 이거 새 붕대로 갈아주세요. 아파도 괜찮으니까 꼭이요. (제 말에 알겠다며 어이가 저를 침대에 앉히고 의자를 끌고 와 제 앞에 앉아서 붕대를 풀기 시작하자 네가 제 상처를 보려는 듯 옆에 앉기에 너를 보며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뭐 예쁘다고 보려고 하십니까. (그래도 네가 궁금한지 고개를 빼 보려하자 결국 네 눈을 손으로 덮어 가려버리며) 안 됩니다. (다행히 네가 제 손을 내리지 않고 얌전히 있자 고개를 살짝 돌려 상처를 바라봐, 동맥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깊게 상처가 나있어 흉터가 깊게 지겠다 싶어 한숨을 푹 쉬곤 깨끗한 새 붕대를 손목에 감아주고 고정한 후 어이가 나가자 네 눈을 가리던 손을 내리고 네 얼굴 앞에 제 손목을 가져가는) ...다시 입 맞춰주십시오. 그 사람이 붕대에도 입을 맞췄습니다. 더럽혀진 붕대에 마마 입술이 닿는 게 싫어서... (그제야 제 행동을 이해하곤 다시 붕대 위로 입을 맞추는 네 행동에 정화된 것만 같고 손목에 흉터도 남지 않을 것 같아 밝게 웃어. 자연스레 네 허리에 팔을 감아 안고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있다가 아,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들어) 아, 마마. 오늘 저녁에 바쁘십니까. (제 말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남은 업무만 보면 끝이라고 대답하자 꼼지락대며 네 품에 파고들어 웅얼거리는) ...저녁... 같이 먹고 싶은데.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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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41에게
말도 예쁘게 하는 구나. (제가 없어 반절만 먹었다는 네게 칭찬을 해주고 다친 네 손목 위의 붕대에 입을 맞추니 헉 소리를 내며 손을 빼내는 너에 왜 그러나 싶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봐. 저번에도 뽀뽀해줬던 것 같은데.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나? 안 된다고, 없던 것으로 하자는 너에 눈썹이 작게 꿈틀거렸어. 머리로는 그 짧은 시간 안에 온갖 생각들이 다 떠올랐지. 아까까지만 해도 보고 싶었다던 네가 제 입맞춤을 없던 걸로 하자고 했으니 그럴 만 했어. 그러나 어의를 불러달라는 네 말에 그 생각들은 모두 움직이기를 멈췄지. 아파서 그랬나? 내가 너무 입술을 팍 들이댔나? 이번엔 다른 종류의 생각들을 하다가 어이가 곧장 달려와 네 붕대를 풀고 새 것으로 갈아주자 다시금 네 손목이 보고 싶어서 네 옆으로 다가가.) 궁금하잖느냐. 나 때문에 네가 살기 싫어 그은 것인데...미안함도 있고. (그렇게 말하며 다시 상처 쪽으로 몸을 기우는데 네가 눈을 가리자 포기했다는 듯 한숨을 작게 쉬어. 어이가 나간 후 다시 밝아진 시야에 들어차는 네 손목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자니 주절거리며 사정을 말하는 너에 그랬구나- 하며 어렵지 않다는 듯 네 손목을 조심스럽게 잡고 쪽 입을 맞춰. 그 더러운 놈이 여기에도 손울 댔구나. 다른 곳을 더 꺾어줄 걸 그랬나. 감옥에 찾아가서 죽여도 되나. 하릴없는 생각을 하다가 저녁을 같이 먹고 싶다며 품으로 파고드는 너에 등을 토닥여주고 고개를 끄덕여) 그러하마. 같이 먹자꾸나. (일 빨리 끝내야지. 네가 먼저 저녁을 같이 먹고 싶다고 한 것에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 최대한 일을 빨리 끝내기로 하고 빤히 네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얄쌍하고 붉은 입술이 눈에 들어오자 잠시 고민했다. 저걸 덮칠까 말까. 그러나 매우 짧은 고민이었을 것이다. 어차피 뽀뽀만 할 건데, 뭘- 이라는 생각으로 바로 입술박치기를 했기 때문이다. 쪼옥 하며 떨어지는 입술에 기분이 더더욱 좋았고 가슴이 울렁거렸다.) 아까 그 자가 네게 입을 맞추지 않았느냐. 어디를 어떻게 하였느냐. (입술에 처음으로 뽀뽀를 해놓고도 당당한 모습으로 네게 물었지. 참을 수 없었어. 그 자식, 지가 뭔데 감히. 그 놈이 네게 입을 맞춘 부분에 다 똑같이 입을 맞춰주고 싶었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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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47
글쓴이에게
(네가 조심스레 입을 맞춰오자 심장이 터질 듯이 빨리 뛰어 얼굴이 붉어져. 볼에는 많이 당해봤어도 입술은... 아, 부끄럽다. 그러다 네가 동물이었으면 그르렁 하고 울었을 법한 표정으로 그 자 어디를 어떻게 했냐며 묻자 생각하기 싫은 아까의 깅거이지만 네가 물은 것이니 떠올려 봐.) 여기...랑, 여기도 막 핥고... (제 말이 들리자마자 제 손가락을 따라 네가 볼에다 뽀뽀를 하기 시작해, 그 자처럼 더럽게 핥는 것이 아니라 사랑스럽다는 듯 제 볼 위로 입술을 내리기에 가슴에서 피어오르는 묘한 느낌에 몸을 잘게 떨어, 그러다 제 손가락과 네 입술이 귀까지 닿고 그 자의 입술이 닿았던 모든 곳에 네 입술이 닿자 거짓말처럼 마음이 편해져. 네 입술로 정화하기라도 한 듯 마음이 편해지는 걸 넘어 기분이 좋아지자 네 앞에서 처음으로 눈꼬리를 접어 예쁘게 웃어. 빨리 저녁 같이 먹고 둘이 있고 싶다. 그 생각까지 미치자 네가 얼른 남은 일을 처리해야 저녁을 같이 먹을 수 있다는 게 머리를 스쳐 안고 있던 걸 놓고 너를 문 쪽으로 데려가는) 마마. 얼른 일 보십시오. 그래야 저랑 더 많이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아까의 애정표현 탓인지 네가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만 더 있다가 가면 안 되냐고 묻기에 저도 그런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네 엉덩이를 토닥이며 너를 달래는) 마마. 저는 얼른 업무 끝내고 편한 마음으로 보는 게 좋습니다. 끝났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마마 방으로 넘어갈 테니 지금은 가서 업무 보시지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 금방 끝내겠다며 네가 나가자 방금 전의 일들이 모두 꿈만 같아, 제가 네게 보고 싶었다며 다가가 안기고. 너와 처음으로 입술에 뽀뽀를 하고. 침대를 구르며 기분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하루만에 제 태도가 너무 바뀐 건 아닌가 싶어 멈칫해. 어릴 적부터 처음엔 낯을 가리고 경계하다가 마음을 연 순간부터 확 빠져드는 성격이라 네게도 예외는 없었나 봐. 그래도 네가 좋아하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네가 업무를 보는 동안 저는 뭘 하고 있을까 하며 고민해. 일단 궁녀를 불러 마마 업무가 끝나면 바로 저를 부르라고 이르곤 미리 네게서 들은 건지 상을 마마 방에 함께 올리겠다고 답하자 고개를 끄덕여. 궁녀가 나가자 괜히 네게 좀 더 예쁜 모습만 보였으면 좋겠어서 전신거울 앞에서 머리를 매만져 봐. 오늘따라 머리는 왜 이렇게 헝클어진 건지. 머리를 예쁘게 정리하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만지고 옷도 갈아입어야겠다 싶어 귀여운 노란색의 맨투맨으로 갈아입고 나오는데 마침 궁녀가 제게 마마 업무가 끝나신 것 같다며 알리자 거울을 한 번 더 보곤 네 방으로 향해. 문을 두드리자마자 저인 걸 알았는지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리자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뿔테 안경을 쓴 네 모습이 보여. 아, 잘생겼다. 저를 보자 안경을 빼고 조금은 피곤한 얼굴로 안기라는 듯 팔을 벌리기에 작게 웃으며 네 무릎 위에 앉아 목을 꼭 끌어안는) 피곤해 보이십니다. 많이 피곤하십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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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47에게
(떠올리기 싫다는 네 표정을 읽을 수 있었지만 말을 무를 순 없었어. 그 자가 입을 맞춘 곳을 제가 다 덮어주고 싶었거든. 띄엄띄엄 말을 하며 손가락으로 콕콕 여기저기를 찝는 너에 바로 입술을 옮겨 쪽쪽 입을 맞췄어. 탐욕스럽고 더럽지 않게 최대한의 애정을 담아 사랑스럽다는 듯. 처음으로 네가 맑게 눈을 접어 웃어주자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입을 맞추면서도 네가 그 사람을 떠올리며 싫어하면 어쩌나 걱정이 됐었거든. 이제 널 끌어안고 잠시 뒹굴어야겠다 생각하는데 네가 날 밀어내자 저도 모르게 울상을 지어버렸어. 얼른 일을 봐야 더 많이 볼 수 있다는 말에 그 놈의 일이 문제지 싶어서 한숨을 푹 내쉬었지) 금방 끝낼 수 있다. 내가 그렇게 할 것이다. 조금만 더 았다가면 안 되는 것이냐. 이대로 가기가 싫구나. (아이처럼 투정을 부려도 소용없다는 듯 엉덩이까지 토닥이며 일이 끝나면 바로 가겠다는 네 말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여. 네 방에서 제 방으로 건너오자 왜 이렇게 냄새가 나는 것 같고 더러운지. 얼굴을 찌푸리고 일은 무슨. 청소에 빠져들었어. 여기저기 널브러진 서류들을 정리해 한 쪽에 쌓아두고 삐뚤어진 책상 위의 액자와 지저분하게 늘어진 책, 펜들을 정리했지. 향수를 꺼내 몇 번 뿌리고 나니 그래도 좀 나은 것 같았어. 그제야 일을 하려 책상 앞에 앉을 수 있었지. 아, 맞다. 손도. 너 몰래 조용히 어의를 부르게 하곤 왜 운동을 했냐, 왜 이제 불렀냐 하는 등의 잔소리를 하는 어의의 말을 대충 흘려들으며 너무 아작을 내놔서 꿰매야겠다는 말을 해. 어느 정도 예상을 했던 건지 저를 침대에 눕히고 부분마취를 한 후 깔끔하게 상처를 꿰매고 소독하고 붕대를 감은 어의는 역시 궁에서 일하는 자답게 일처리가 빠르고 간결하며 정확했지. 고맙다고 인사하며 어깨를 두드리곤 책상 앞에 앉아 펜을 쥐었어. 세자가 된 이후론 아파도 아프다 말을 잘 못했기에 이 정도는 익숙했지. 게다가 다행히 다친 손이 오른손인 것도 아니었고. 일을 처리할 때마다 쓰는 뿔테안경을 쓰고 손목시계로 시간을 계속 확인하며 빠르게 일을 끝내. 궁녀에게 태형이를 불러오라 일렀더니 옷까지 갈아입고 머리를 만지며 기다리고 있던 건지 아까보다 더욱 발랄하고 단정해진 네가 냉큼 들어오자 피곤한데도 웃음이 나와서 네게 안기라는 듯 팔을 벌렸어. 무릎 위에 앉아 폭 품에 안겨오는 것에 안정제를 안고 있는 것 같아서 규칙적으로 숨을 내쉬었지) 피곤하긴 한데 네가 오니 괜찮구나. 아주 나아졌어. (널 으스러져라 꽉 끌어안고 있다가 네가 내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놀자 푸스스 웃고 쪽 볼에 입을 맞춰) 꼬까옷을 입었구나. 잘 어울려. 우리 정석이 친구같구나. (그만큼 귀엽다는 뜻으로 네게 칭찬을 하고 아직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네 등에 얼굴을 부볐어) 아침까지만해도 날 싫어했던 것 같은데 이렇게 품에 안겨있다니. 꿈만 같구나. 꿈이라면 영원히 안 깼으면 좋겠어. 이대로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옅게 웃으며 말하고는 쪽 네 어깨에 입을 맞췄지)

10년 전
대표 사진
탄소152
글쓴이에게
(네 위에 앉아 알이 큰 뿔테안경을 만지작거리다 네가 제 허리를 꼭 안고 등에 고개를 부비며 꿈만 같다고 하자 상체를 돌려 너와 마주본 후 네 볼을 쓰다듬는) 죽다니요. 아무리 좋아도 저를 두고 죽으면 안 됩니다. (제 말에 알겠다며 저를 안고 품에 고개를 부비기에 네 머리통을 감싸안고 뒷통수를 쓰다듬다가 궁녀가 상을 곧 가져오겠다고 문 너머로 이르자 네 품에서 일어나려 해. 아무래도 궁녀들 눈에 이런 꼴은 아직 조금 부끄러우니까. 하지만 너는 그럴 생각이 없는 건지 더 단단히 제 허리를 감기에 네 손을 겹쳐 잡고 문쪽을 쳐다봐. 곧 들어올 거 같은데... 네가 놔줄 기미가 보이지 않자 네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작게 칭얼대는) ...궁녀들한테 이런 모습은 보이기 싫단 말입니다. 부끄러운데... (평소와는 다른 아이같은 제 모습에 크게 웃으며 저를 놔주자 얼굴이 살짝 붉어진 채로 쪼르르 방석으로 달려가 앉아, 제가 앉자마자 문이 열리고 상이 들어오자 조금만 더 늦었으면 그런 모습을 보일 뻔 했다고 생각한 후 네가 앉아 수저를 들자 저도 수저를 들고 밥을 먹기 시작해. 오늘도 네가 있으니 밥이 잘 넘어가는 것 같아. 한참을 밥 먹는 것에만 집중해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네 먹는 모습을 구경해. 가끔 네 밥 위에 불고기를 얹어주기도 하며 네가 밥을 다 비울 때까지 지켜보다 궁녀가 과일을 내옴과 동시에 상을 물리자 그새 네게 다가가 네 옆에 붙어 앉은 후 딸기를 하나 집어 네 입에 갓다대는) 마마, 아- 하세요. 아- (제 말에 순순히 아- 하고 입을 벌리자 작게 웃으며 딸기를 네 입에 넣어주곤 제 입에도 쏙 넣어. 아, 이러니까 좋다. 어제까지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작은 것들이 이렇게 큰 행복일 줄이야. 매일 이러고 싶다. 그 순간 고개를 돌려 네 얼굴을 보며) 마마. (제 말에 응? 하고 대답하는 듯한 얼굴로 저를 보자 말할까 말까 여러 번 고민하다 조심스레 말을 내뱉는) 오늘... 마마 방에서 자고 싶습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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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52에게
(아무리 좋아도 저를 두고 죽으면 안 된다는 네 말조차도 달콤했어. 알았다고 대답하며 네 가슴팍에 머리를 부비니 뒤통수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손길도 너무 좋았지. 곧 궁녀가 상을 내오겠다하여 알겠다고 대답하려는데 네가 품 안에서 빠져나가려는 듯 바르작대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널 더 꽉 끌어안아. 내 어깨에 얼굴을 묻어오는 네가 이제 빠져나가길 포기한 건가 싶었는데 궁녀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부끄럽다며 웅얼거리자 답지않게 귀여운 모습에 푸핫 웃음을 터뜨렸지.) 몰랐구나. 미안하다. (잽싸게 방석으로 가 앉는 너를 보며 느릿하게 일어나 한 상 맛있게 차려진 것을 보고 입맛을 다시며 수저를 집어들어. 어느새 식사를 마친 건지 밥그릇을 다 비워낸 네가 젓가락을 들고 제 식사가 끝날 때까지 이것저것 반찬을 얹어주는 것에 식사시간마저도 웃음을 잃을 수 없었지.) 아- (후식으로 나온 딸기를 입가에 대주는 너에 얌전히 받아먹곤 맛있다며 우물댔어. 네게도 딸기를 먹여주고 입가에 묻은 과즙을 닦아주는며 마마, 하고 말을 꺼낸 네가 말을 마무리짓길 기다려줘. 그러다 곧 나온 말에 머리에 비상등이 삐용삐용 울렸지. 한 쪽에선 천사들이 나와 폭죽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아...같이? (제 말에 네가 고개를 끄덕이자 당황스러웠어. 물론 좋지만 제가 뭘 할지 감당이 안 될 것 같았거든. 혼신의 힘을 다해서 참는 수밖에. 조금 더 답이 지체되면 네가 거절로 알아들을까봐 고개를 빠르게 끄덕여.) 그러자꾸나. (환하게 표정이 밝아지는 너에 나도 기분이 좋아서 네 턱을 잡고 조심스레 얼굴을 가까이했지. 쪽쪽 가볍게 입술에 뽀뽀하고 떨어져선 다시 네 입에 딸기를 넣어줬어.) 코라도 골게되면 점수가 깎일까봐 걱정이구나. (장난스레 웃고는 피곤하긴 한지 손등으로 눈을 부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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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56
글쓴이에게
(제 말에 네가 조금 망설이자 어깨가 축 처져. 싫은 건가... 그냥 제 방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러자고 대답이 돌아오자 저도 모르게 환하게 미소 지어, 이제는 아예 입술에만 입을 맞추기로 한 건지 제 입술에다 몇 번 입을 맞추곤 딸기를 넣어주기에 헤실 웃곤 네 어깨에 고개를 기대. 그러다 들려오는 말에 소리 내어 웃곤 너를 보는) 에이. 저번에 마마가 옆에서 자라고 하셨을 때도 미동도 없이 주무셨지 않습니까. 그리고... 코 골아도 점수 안 깎이니까 걱정 마십시오. (제 말에 웃곤 졸린 듯 눈을 비비자 네게서 떨어져 일어나는) 많이 피곤하신가 봅니다. 잘 준비를 마치고 오겠습니다. 늦으면 먼저 주무십시오. (네게 꾸벅 인사를 하곤 방을 나와. 아, 꿈만 같다. 방금 전까지 너와 사랑을 쏟던 행동들이 모두 꿈만 같아서 제 볼을 꼬집기까지 해. 방으로 들어와 귀여운 하늘색 수면바지로 갈아입고 위의 맨투맨도 갈아입을까 하다 아까 네가 잘 어울린다고 했던 게 생각나기도 하고 갈아입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 그냥 두기로 해. 잘 준비를 마치곤 네 방으로 쪼르르 다가가 문을 여니 마침 세수와 양치를 하고 나온 건지 얼굴에 물기가 묻어 있는 모습이 보여. 그대로 누우려는 너를 거울 앞에 앉히곤 스킨과 수분크림을 꼼꼼히 발라주고 나서야 침대로 데려가는) 안 그래도 건조한데 안 챙겨 바르시면 피부 다 상합니다. 앞으론 매일 확인하겠습니다. (제 작은 잔소리에 알겠다며 저를 쓰다듬곤 먼저 누운 후 저를 옆에 눕히자 예전에 몇 번 네가 같이 자자고 해 등만 맞대고 잤던 때와는 다르게 괜히 얼굴이 붉어져. 마음가짐이 달라서일까. 아, 떨려. 그런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저를 꼭 안아버리자 그대로 헙, 하고 굳어 더듬더듬 말을 내뱉는) 저, 마마... 이러고, 계시면 불편할 텐,데...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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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56에게
(늦으면 먼저 자라고 했지만 어떻게 그러겠어. 네가 방으로 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을까 말까 고민을 할 때까지 가만히 의자에 앉아있다가 자리에서 느릿하게 일어나 겨우 세수를 하고 이를 닦고 나왔지. 얼굴을 닦는 것조차도 귀찮아서 하품을 하며 톡톡 수건으로 얼굴을 닦는데 이내 네가 문을 열고 들어와.) 태형아아... (말꼬리를 늘이며 널 품에 안으려는데 저를 끌어 거울 앞에 앉히고 스킨을 손에 쭉 짜는 모습에 안 그래도 바르기 귀찮아서 스킵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안 건가 싶어서 신기한 눈초리로 바라보다 네 손이 가까이오자 꾹 눈을 감아. 수분크림까지 발리고 나서야 침대에 누울 수 있었는데 매일 확인한다는 네 말에 절망적인 표정을 지어보였지) 알겠...매일은 너무하구나. 저거 바르기가 얼마나 귀찮은데. 일주일에 두 번만 검사하는 걸로 하면 안 되겠느냐? (알겠다고 대답하려다 괜히 토를 한 번 달아보곤 네가 나를 따라 눕자 자연스레 널 바라보며 자리를 잡아. 전에 몇 번 너를 졸라서 겨우 같이 잤을 적에는 등만 맞댄 채 잤었는데. 새삼 너와 이런 관계가 된 것이 행복하고 신기해서 꼬물거리며 네게 가까이 다가가 널 품에 안아. 다리가 얽히고 팔이 네 몸 위에 둘러져 거리가 가까워졌어. 이러면 불편할 거라며 말을 더듬거리는 네 모습에 으응- 하고 아니라는 듯 목을 울려 소리를 냈지) 아주 좋구나. 잠도 잘 올 것 같고, 자세도 편해. (당황한 네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눈을 굴리며 어쩔 줄 몰라하는 너를 미소지은 채 내려다봐.) 많이 좋아한다. (툭 한 마디 던지고는 네가 놀란 듯 그제야 눈을 마주쳐오자 쪽 코 끝에 입을 맞췄지.) 처음 봤을 때 널 내게 데려오려고 했던 것도 첫눈에 반해서였을 지도 모르겠구나. (그렇게 말하곤 일정하게 네 등을 토닥이며 다시 쪽 볼에 입을 맞춰)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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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59
글쓴이에게
(저와는 다르게 아주 편하다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자 계속 이대로 있으면 잠들지 못할 것 같아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는데 갑자기 들려온 네 고백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너를 올려다 봐. 잘못 들은 건가? 그러나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듯 제 코끝에도 볼에도 입을 맞추고 피곤할텐데도 저를 재우려 등을 토닥이는 네 행동에 잘못 들은 게 아니구나 싶어져 얼굴이 빨개져. 심장 소리 들리면 어떡하지, 아 미치겠다. 별 생각이 다 들어 네 품에 안겨 있지만 팔을 똑바로 차렷 자세를 한 채로 있다가 네가 제 팔을 들어 네 허리에 감게 하고 저를 재우려 등을 살살 쓸어내리자 에라 모르겠다 싶어 네 품에 고개를 기대, 너와 마주보고 누워 심지어는 딱 붙어서 잠을 자다니. 어제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현실로 벌어져 조금은 믿기지 않아 눈을 깜빡이는데 얼른 눈을 감고 자라며 꼭 제가 잠들지 않으면 자기는 아무리 피곤해도 자지 않을 거라는 듯 말하는 너에 결국 눈을 감고 몸에 힘을 풀어. 네 품에서 잠을 잘 수 있을까 싶었던 의문도 잠시 금세 잠이 솔솔 몰려오자 네게 조금 더 파고들어 붙곤 점점 숨소리가 고르게 변해. 빠르게 잠에 들어 네 품에서 세상 모르고 자다가 이른 새벽 저도 모르게 잠에서 깨 눈을 비비는데 네가 이불은 다 걷어 차놓고 저를 안고 있는 모습이 괜히 설레고 좋아서 푸스스 웃으며 네 팔을 조심스레 풀어내고 이불을 끌어 너와 저를 덮어. 제가 팔을 풀어낸 건 자면서도 귀신같이 알아채고 끙... 하는 소리를 내며 팔을 휘젓기에 소리를 내어 크게 웃을뻔 한 것을 참고 다시 네 품에 안겨들어. 기다렸다는 듯 저를 안아오자 눈을 감은 네 얼굴을 올려다보며 찬찬히 훑으며 중얼거려) 하여튼, 이럴 때 보면 애기 같아. (네가 아까 저를 재울 때처럼 조심스레 가슴팍을 다독이니 금세 안정을 찾고 다시 숨소리가 고르게 변하기에 눈을 감고 작게 웃고는 저도 다시 잠을 청하려 눈을 감아. 포근한 이불 속 더 포근한 네 품이 마치 수면제라도 되는 듯 금방 잠이 들어버리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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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59에게
(아침이 되어 윤 상궁이 들어와 조심스레 저를 흔들어 깨우는 것에 칭얼거리며 고개를 내젓고 너를 더 꽉 끌어안아. 워낙 아침잠이 많아서 어렸을 때부터 알람을 몇 개를 맞춰놔도 일어나지 못했었지. 세자가 될 놈이 그러면 안 된다며 잔소리를 들어도 똑같았었어. 그래도 사람이 직접 흔들어 깨울 때는 조금 효과가 있어서, 윤 상궁은 어렸을 적부터 저를 깨우는데에 능숙했지. 네게 더욱 파고드는 제 몸을 끙차 들어선 눈을 뜨지도 못하는 등을 토닥이는 그녀에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다가 눈을 뜨려 노력하니 점점 정신이 들어왔어. 아이라고 욕하실 겁니다. 누구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네가 날 아이같다고 생각하며 욕할 거라는 말이라는 걸 알아들었지. 뚱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다가 아직 곤히 잠든 네게 이불을 덮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났어.) 졸린 걸 어떡합니까.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네가 정말 그렇게 생각할까봐 더욱 서둘러서 나갈 준비를 했어. 아침부터 신하들과 회의가 있었지. 아침 댓바람부터 그 어지러운 PPT를 봐야한다니. 한숨을 푹 내쉬곤 정장을 입고 아침밥은 스킵했어. 대신 사과 한 알을 아삭거리며 필요한 서류를 챙겼지.) 더 자고 있거라. (쏜살같이 방을 빠져나가려다 네 이마에 쪽 입을 맞추고 나서야 구두를 신고 방을 나설 수 있었어.) 태형이 밥 꼭 챙겨주거라. (나가면서도 궁녀에게 꼭 일러둔 채 회의실로 갔어. 제 손이 아작났다는 사실을 들은 건지 오늘 있는 검도 수업은 사부가 절대 수업을 진행할 수 없다며 손이 다 나으면 오라고 해버린 탓에 자체적으로 휴강을 하게 됐지. 아마 다른 운동 수업들은 다 그럴 것이었어. 제일 좋아하는 게 그건데 답답해서 어떡하지. 회의가 끝나고도 가만히 아무도 없는 의자에 널브러져 눈만 깜빡거리다가 미술 수업을 가기 전 네가 깬 모습은 보고 수업을 가야할 것 같아서 방으로 발을 옮겨. 일어나 있던 건지 식사를 하고 있던 네 볼이 빵빵해져 있었어.) 밥이 입에 맞나보구나. (흐뭇하게 웃고는 구두를 벗으며 안에 들어섰지. 오늘은 무슨 스케쥴이 있냐는 네 말에 네게 안겨 투정을 부리고 싶었지만 아까 아침에 들은 말도 있었고 네게 응석을 부리는 모습은 아직 보여주기 싫어서 그저 배시시 웃어보여) 오늘은 미술 수업이 있구나. (그렇게 말하곤 자켓을 벗고 그림을 그리기 편하게 흰 티에 청바지를 입고 대충 두터운 항공점퍼를 걸쳤어) 혼자 두는 것이 미안하구나. 심심하진 않겠느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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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67
글쓴이에게
(네가 나가고 눈을 뜨니 제가 깨기만을 기다린 건지 궁녀가 제게 다가와 잠은 편히 주무셨냐며 상을 내오겠다고 하는 말에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 눈을 비벼. 금세 정갈한 밥상이 들어오자 부스스한 머리를 대충 매만지고 자리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데 네가 들어오자 빵빵해진 볼로 너와 마주해. 아, 조금씩 먹을 걸. 조금 피곤한 기색의 얼굴로 들어오자 네 동선을 따라 시선을 옮기며) 오늘도 수업 많으십니까? 오늘은 뭘 들으셔야 합니까? (미술 수업을 한다는 말에 붓을 쥔 네 모습은 어떨까 싶어 혼자 상상해. 그러다 네가 캐주얼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자 방긋 웃으며 너를 보는데 혼자 둬서 미안하다며 제게 다가와 볼을 쓰다듬자 헤실 웃으며 고개를 젓는) 괜찮습니다. 심심하면 산책이라도 나갔다 오겠습니다. (네가 그러라며 제 이마에 쪽 뽀뽀하곤 방을 나서려 하자 쪼르르 네게 달려가 뒤에서 너를 폭 끌어안아. 제 행동에 놀란 네가 멈칫하자 등에 고개를 부비다 귀여운 수면바지를 입은 저와 깔끔한 청바지를 입은 네 모습이 너무나도 상반돼 작게 웃어. 네가 제 손을 겹쳐 잡고 있다가 뒤로 돌아 왜 안았냐는 듯 저를 보자 그제야 아, 하고 얘기하는) 잘 다녀오세요. 마마 방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말을 마치곤 제 얼굴을 네 가슴팍에 대고 부비적거렸어. 일종의 애교였지. 알겠다며 네가 저를 토닥이다 수업을 가기 위해 방을 나서자 다시 돌아와 밥을 먹다 웬일로 혼자 먹는 것인데도 거의 다 비우곤 상을 물려. 그러다 문득 거울을 봤는데 머리에 까치집이 생겨 있길래 그 모습을 네가 봤겠지 싶어 얼굴이 붉어져. 씻고 밥 먹을 걸... 조금 후회를 하다 네 말대로 정말 네가 없으니 할 게 없어져 네가 올 때까지 뭘 해야할까 고민해. 일단 씻어야겠다. 네 욕실에서 씻으면 화내려나. 같은 바디워시 쓰고 싶은데. 그래도 네 허락 없이 들어가긴 좀 그렇다는 생각에 총총 제 방으로 걸어와 옷을 벗고 씻기 시작해. 아, 좋다. 따뜻해.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놓고 씻으니 천국이 따로 없는 것 같아 나른하게 기대 있다가 저도 모르게 잠이 들어. 다행히 깊게 잠이 든 것은 아니라서 조금 자다가 깨 몸을 씻고 나와 머리를 말리는) ...마마는 뭐하고 계실까. 보고 싶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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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67에게
(미술 수업은 운동에 관련된 수업 외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수업이었어. 다음으로는 음악이었고. 뭐, 아무튼 온갖 미술도구와 물감 냄새로 가득찬 방에 들어가 점퍼를 한 구석에 벗어두고 칠판을 바라봤어. 오늘은 제가 이미 알고 있던대로 자유수업이었지. 선생도 없는 교실에 혼자 앉아서 흰 캔버스를 바라보며 뭘 그릴까 고민하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아, 오늘 자유니까 태형이 데려올 걸. (방에 혼자 심심하게 앉아있을 널 떠올리며 널 부르기 위해 비서에게 연락하려 핸드폰을 꺼내는데 걱정들이 물밀듯이 들어와. 오늘따라 그림을 못 그리면 어떡하지. 아냐, 나 원래 그림 못 그렸는데. 네가 보면 부끄러운 수준인데 어쩌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고민하다가 그래도 널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비서를 시켜 네가 미술실로 오게 만들어. 너 오면 뭘 그릴까. 네가 오니까 자꾸 밝은 분위기밖에 생각이 나지 않아서 너의 초상화를 그리고 네 머리카락과 몸을 군데군데 덮는 것을 꽃으로 그려넣자는 생각을 해. 어차피 어디 출품할 것도 아니고 그냥 자유롭게 그리는 거니까. 제 그림에 누구라고 지명되어 그려넣어지는 건 네가 처음이었으므로 헤실헤실 웃으며 파레트에 물감을 짜놓고 붓으로 신중하게 그림을 그려. 얼굴이 가려워 긁다가 얼굴에 물감이 덕지덕지 묻고 그림을 그리다 붓을 놓쳐 흰 티가 물감에 여기저기 물들었지만 그래도 좋다는 듯 거침없이 붓을 놀리다가 네가 들어온 건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제야 손을 멈추고 문 쪽을 바라봐. 역시나 보이는 네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피어나선 파레트를 바닥에 내려놓고 너를 반기는데 냉큼 제게 달려와 안기려는 너에 벌떡 일어나 뒤로 물러나서 손사래를 쳐. 손에도 물감이 잔뜩인지라 널 만질 수도 없었지) 물감이 잔뜩 묻었다. 가까이 오지 말거라. 네 옷에도 물들까 걱정이구나. (시무룩하게 물러서는 너에 제 옆에 의자를 가져와 널 앉히고 저도 다시 자리에 앉아선 그림을 바라보는 너를 긴장한 표정으로 바라봤어.) 괜찮느냐...? 나름 열심히 그린다고 그렸는데 잘 되지 않아 부끄럽구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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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72
글쓴이에게
(머리를 다 말리고 침대에 누워 있는데 마마께서 부르신다는 소식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일어나. 수업이 벌써 끝이 난 건가. 아닐텐데. 고개를 갸웃하며 나가보니 역시 네 방은 텅 비어있어. 자주 보이던 네 비서가 저를 향해 따라오라고 하곤 앞서 가자 초조한 얼굴로 주위를 살피며 걸어. 아씨, 옷 좀 예쁘게 입을 걸. 하필 츄리닝 입고 있을 때 건물 밖으로 나갈 게 뭐람. 청바지를 입을 걸 그랬다는 생각을 하며 비서를 따라 걸어가 문을 열어주자 들어가는데 큰 방에 팔레트를 들고있는 너와 이젤, 캔버스만 보여. 미술 수업인가. 네게 쪼르르 달려가 안기려는데 물감이 묻었다며 저를 안아주지 않자 조금 시무룩해지는) ...괜찮은데. (입술을 삐죽이다 그래도 저를 위한 말임을 알고 입을 집어넣어. 네가 의자를 놓아주자 네 옆에 앉아 있다가 어떠냐는 소리에 그제야 그림에 눈을 돌리는데 제 모습이 떡하니 있기에 눈이 두 배로 커지며 너와 캔버스를 번갈아 봐) 저, 마마... 이거, 설마... (물론 전문 화가처럼 자세한 묘사는 아니었어, 대신 누가 봐도 저를 그렸구나 싶을 정도로 특징을 잘 잡아서 살린 그림에 기분이 좋아져 몸을 좌우로 흔들며 그림을 감상하다 네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얼굴 주위로 예쁜 꽃들도 그려져있어 더욱 밝게 웃어. 한참을 그림 속 제 모습만 보다 네게로 고개를 돌려 씩 웃는) 어떻게 이런 예쁜 짓을 하실 생각을 다 하셨습니까? (애정이 뚝뚝 묻어나오는 그림을 그린 게 기특해 당장이라도 턱을 간지르며 우쭈쭈. 하고 안아주고 싶은 심정이었어. 아, 기분 좋다. 꺄르르 웃으며 너를 바라보다 네가 영 부끄러워하는 기색이라 네 볼을 만지작대며 더 웃다가 다행히 물감이 배 쪽에만 묻어 팔은 깨끗한 걸 보고 네 팔에 고개를 기대 다시 그림을 감상하는) 마마는 그림도 잘 그리십니까? 못 하시는 게 뭔지 궁금합니다. 그림... 감사합니다. 예뻐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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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72에게
(별 말이 없는 너에 손가락을 가만히 놔두질 못하다가 어떻게 이런 예쁜 짓을 했냐는 네 말에 그제야 표정을 풀며 환하게 웃어보여. 잘 그렸다는 듯 볼을 매만지며 웃어주는 너에 쑥쓰러워 혀를 내어 긴장에 말랐던 입술을 축여주곤 네가 팔에 고개를 기대자 더욱 편하게 자세를 잡아주곤 쪽 머리칼에 입을 맞춰.) 그렇게 말하니 부끄럽구나. 그래도 네가 좋아하니 나도 좋고...내 그림에 누군가가 들어간 것은 처음이라 어색하구나. 그려도 허구의 인물을 그려왔는데. 하다못해 우리 정석이도 안 그렸는데 말이다. (손가락을 꺾어 뼈소리를 내다가 네가 고개를 떼자 다시 붓을 들고 그림을 그려. 곧 그림을 마무리짓고 물감이 마른 후에 네게 주고 싶었기에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이젤을 끌어다 놓고 가만히 겨울 햇빛이 드는 창 밖을 바라보다 아직도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네게 시선을 돌렸지) 생각보다 그림이 빠르게 그려졌구나. 어차피 다음 스케쥴은 방에서 서류 처리하는 일 밖에 없으니...밖에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겠느냐?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세자로서 본다고 핑계를 대고 시장이나 마트에 가도 좋을 것 같구나. 물론 네 선택에 달렸지만 말이다. (네가 싫다고 하면 저도 안 나갈거라는 말을 돌려서 하며 그 전에 옷이나 갈아입어야지 싶어 구석에 마련된 세면대에서 손과 얼굴을 가볍게 씻어. 겨울이라 그런지 세수만 했는데도 얼굴이 금방 당기는 느낌이 들었지. 귀찮음에 인상을 찌푸린 채 점퍼를 한 손에 챙겨들고 다른 한 손은 네게 내밀어.) 가자꾸나. (옷이 물감 범벅이라 겉옷을 입는 걸 포기하고 밖으로 나서. 찬바람에 오소소 닭살이 돋았지만 이를 꾹 깨물며 참아내고 터벅터벅 방으로 발을 옮겼지) 수업때도 이렇게 보니 기분이 좋구나. 나중에도 놀러왔으면 좋겠어. 운동이나 음악은 꽤나 자신 있는데 관심 있느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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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76
글쓴이에게
(산책이라도 하는 게 어떠냐는 말에 고개를 여러 번 끄덕여.네가 손과 얼굴을 씻고 방으로 향하자 들어가자마자 로션을 발라줘야겠다 생각해. 추위를 뚫고 겨우 방에 들어와 네가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가자 미리 네 스킨과 크림을 챙겨 들고 있다가 네가 캐주얼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나오자 바로 네게 총총 다가가 너를 의자에 앉혀. 태형아- 하며 그제야 아까 못 안아줬던 걸 안아주는 건지 의자에 앉아 제 허리를 꼭 안자 푸스스 웃으며 네 얼굴을 떼어내) 마마. 이러시면 안 됩니다. (네가 잔뜩 울상을 짓고 저를 올려다보자 즉각 반응이 오는 네가 아이같고 귀여워 꺄르르 웃고는 화장솜에 스킨을 묻혀 얼굴을 닦아내기 시작해) 마마 분명 수분크림 바르라고 말씀드렸는데. 바르시지도 않고. (눈을 감고 제 손길을 받아내자 스킨에 이어 크림까지 네 얼굴에 발라줘. 그래도 어제 듬뿍 바르고 잔 탓인지 많이 건조해지진 않아 뿌듯함에 작게 웃으며 네 얼굴을 톡톡 두드려 크림을 흡수시키곤 네가 아직 안 끝난 줄 알았던 건지 눈을 감고 있자 장난기가 발동해 손으로 계속 두드리는 척을 하다 네 볼에 가볍게 입 맞추는) 마마. 끝났습니다. (쪽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나서 네가 눈을 번쩍 뜨자 부끄러움에 너를 떼어내고 문 앞에 서서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네게 어서 오라 손짓하는) 산책 나가고 싶습니다. 겉옷 입고 나오십시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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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76에게
(청바지는 멀쩡했기에 그대로 놔두고 대신 무지티를 검은색으로 갈아입었어. 항공점퍼를 그대로 입기로 하고 빨간 목도리 하나를 챙긴 후 밖으로 나왔더니 나를 의자에 앉히는 너에 왜 그러나 싶으면서도 그저 좋아서 네 이름을 부르며 허리를 끌어안고 배에 얼굴을 부볐지. 그러다 네가 이러면 안 된다고 하며 저를 떼어내자 울상을 지어버렸지만) 왜 안 되는 것이냐... (침울한 표정으로 널 올려다보고 있자니 장난이었는지 꺄르르 웃고는 스킨을 믇힌 화장솜을 얼굴로 들이대는 너에 얌전히 눈을 감고 고개를 쳐들어.) 그치만...귀찮단 말이다. 얼굴이 끈적거리기도 하고. (입술을 비죽거리며 투덜대다가 네가 볼에 쪽 입을 맞추자 번쩍 눈을 떠. 그러다 얼른 산책을 가고 싶다며 문 앞으로 홀랑 가버리는 네 모습에 푸하 웃음을 터뜨렸지. 네 말대로 겉옷을 챙겨입고 빨간 목도리를 네 목에 둘러주다가 그대로 허리를 잡아채 내 쪽으로 당겨선 쪽쪽 얼굴 곳곳에 입을 맞췄어)귀여운 짓도 할 줄 아는 구나. (네 아랫입술을 물고 혀로 핥았다가 네가 움찔거리자 여유롭게 웃고는 쪽 뽀뽀한 뒤 네 손을 잡고 밖으로 나섰어. 비서에게는 이미 핑곗거리를 대놨기에 룰루랄라 궁 밖으로 나서며 너를 돌아봐.) 어딜 가고 싶으냐? 시장? 마트? 아니면 근처 공원? (놀이동산 같은 곳도 데려가주고 싶었지만 오늘은 공원까지만이 제한 범위였기에 아쉬운 대로 여러가지 선택지를 대며 네게 물어. 네가 고르기를 기다리며 궁 앞에 서서 흘러내린 목도리를 다시 여며주고 널 사랑스럽다는 듯 내려다보았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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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79
글쓴이에게
(목도리를 매주겠다기에 얌전히 있었더니 제 허리를 확 안아 여기저기에 입 맞추는 것도 모자라 아랫 입술에 키스하듯 혀로 핥자 순간 온 몸이 굳어버려. 제 반응이 귀여운 건지 쪽 소리나게 뽀뽀하고 저를 데리고 궁 밖으로 나가며 가고 싶은 곳은 없냐고 물어오자 네가 말한 곳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려. 시장, 마트, 공원. 시장도 마트도 좋지만 오늘은 그냥 너와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싶었어. 날씨도 많이 풀렸으니까. ) 공원에 가고 싶습니다. 사람 없는 곳에서 마마와 둘이 걷고 싶습니다. (언제 이런 닭살돋는 말까지 할 줄 알게 된 건지. 저도 제 자신이 신기해 푸스스 웃다가 네가 제 손을 꼭 잡고 인근 공원으로 이끌자 궁 밖으로 몇 번 나가보긴 했지만 이곳은 처음이라 우와, 하는 소리를 연발하며 너를 따라 걸어. 어쩜 이렇게 예쁠까. 잔디 위로 지난번에 왔던 눈이 아직도 하얗게 남아있자 이리저리 둘러보며 구경해. 저는 공원을, 너는 나를. 그러다 눈에 들어온 공원 외곽에 있는 국화빵 가게가 눈에 들어와 네 손을 이끌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마마. 국화빵 드셔보셨습니까? 진짜 맛있습니다. 제가 사드리겠습니다. (아이처럼 신난 저의 기분을 맞춰주려 너도 뛰듯이 빨리 걸어오자 금세 앞에 도착해. 2000원어치 주세요. 하고 네가 돈을 가져오지 않았음을 알기에 제가 늘 손목에 걸고 다니는 동전지갑에서 지폐 두 장을 꺼내 내밀어. 금세 따끈한 붕어빵이 봉투에 담겨 제 손에 들어오자 바삭한 것을 하나 집어 네게 쥐어주며) 뜨거우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조금씩 드십시오. 아니면 입천장 데입니다. 조심.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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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79에게
(공원을 선택한 이유가 나와 사람 없는 곳에서 둘이 걷고 싶다는 거라니. 말도 참 예쁘게 하지. 방긋 웃고는 바로 근처의 공원으로 향했어. 드넓게 펼쳐진 잔디밭과 살얼음이 진 연못, 그 연못 위로 이어진 나무다리와 주변에 예쁘게 심어진 나무들. 새 지저귀는 소리에 네가 고개를 올려 하늘을 바라봤어. 나도 이 공원을 많이 와본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와본 적도 있었고 무엇보다 공원의 풍경보단 네가 더 예뻐서 너를 눈에 담기 바빴지. 네가 아이처럼 신나서 붕어빵 가게로 달려가기 전까지도 너 밖에 안 보일 정도였으니까.) 붕어빵? (그나저나 붕어빵은 처음 먹어보는 것이었어. 어렸을 적에 아버지와 이 곳에 와서 붕어빵을 사달라고 조른 적이 있었지만 아버지는 대신 더욱 비싸고 고급스런 요리만을 사다주었으니까. 저것보다 이게 더 맛있지? 라는 아버지의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하긴 했지만 항상 저 물고기모양 빵은 무슨 맛일까 궁금했었지. 조심하라며 제 손에 빵을 쥐여준 너에 가만히 그 모양을 바라보다가 냠 입에 살짝 물어. 정말 뜨거웠지만 참을만 했지. 속에 팥이 든 것도 있고 슈크림이 든 것도 있었는데 맛은 정말 혁명적이었어. 금세 두 개를 먹어치우고 세 개째의.붕어빵을 집어들었지.) 맛있구나. 진짜 맛있어. 이런 것을 사주어 고맙구나. (제 주머니엔 카드밖에 없었기에 이런 걸 사주기는 애매했기에 나중에 네게 더 큰 선물을 하리라 다짐하며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좋아하는데 어디선가 정말 어린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 근데 그건 웃는 목소리가 아니라 울고 있는 목소리였지. 엄마를 찾는지 드문드문 엄마를 부르짖는 단어가 들려왔어. 다 먹은 붕어빵봉지를 접어 쓰레기통에 넣던 네 손을 잡고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발을 옮겨. 역시나 엄마를 잃어버렸는지 서럽게 우는 아이의 모습에 빠르게 다가가 아이를 품에 안았지. 깜짝 놀란 아이에게 아직까지 제가 손에 들고 있던 붕어빵을 쥐여준 뒤 정석을 안던 것처럼 능숙하게 아이를 안고 달래) 어이구, 아가. 엄마 잃어버렸구나. 형이 찾아줄게. 그만 뚝하고 그거 먹고 있어. 형 무서운 사람 아니야. 저기 안내원 누나한테 가서 엄마 찾는 방송 해달라고 하자. 착하지. (아이의 눈물로 젖은 얼굴을 말끔히 손으로 닦아주고 한 팔을 내어 네 손을 꼭 잡아쥔 채 방송실에 아이를 맡겨. 방송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가 찾아와 아이를 품에 안고 제게 고맙다 인사를 하자 괜찮으니 다음부터 조심하라고 어깨를 토닥여준 뒤 천천히 공원을 거닐어.) 갑자기 소란스러웠구나. 둘이 있고 싶댔는데 미안하구나. (되려 네게 사과하고는 한적한 거리를 걷다가 우리 옆을 지나는 커플의 대화를 얼결에 들어. 안개꽃을 받고 싶다는 여자의 말에 안개꽃다발을 뭉텅이로 사주겠다는 남자의 말에 저도 질 수 없어 네게 말했지) 무슨 나무를 좋아하느냐? 네가 사과나무를 좋아한다고 하면 사과나무로 이루어진 공원을 만들어 선물하고 싶구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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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82
글쓴이에게
(앞으로 밖에 나올 때마다 붕어빵을 사줘야겠노라 다짐하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 너와 함께 발을 옮겨. 어린 동생을 돌보던 실력이 발휘된 건지 금세 아이를 달래 엄마를 찾아주기에 새삼 네 또다른 매력을 알게 된 것 같아 흐뭇하게 웃는데 네가 미안하다며 사과를 해오자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그러다 지나가던 커플의 대화를 듣곤 제게 무슨 나무를 좋아하냐며 당장이라도 공원을 선물할 기세로 묻자 못 말린다는 듯 잡은 손을 앞뒤로 흔들며 고개를 젓는) 괜찮습니다. 마마가 좋아하는 것이 곧 제가 좋아하는 것이지요. (아무리 날씨가 풀렸다고 해도 찬바람을 자꾸 맞으니 다리가 간지럽기 시작해. 온도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잠시 깜빡하고 있었어. 다행히 호흡곤란이 온다거나 하는 심한 건 아니었지만 찬바람을 오래 쐬면 다리가 간지럽고 붉어졌어. 슬슬 다리가 간지러워지자 들어갈 때가 됐다 싶어 네 손을 잡고 이끄는) 마마, 추운 데에 오래 계시면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들어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다행히 제 말에 순순히 그러자며 제 목도리를 다시 매주곤 손을 꼭 잡고 궁으로 향하기에 바로 제 방으로 들어가 붉어진 다리를 이불 안에서 녹여야겠다고 생각해. 곧 궁에 도착하고 방에 함께 들어가자는 네 말에 당황한 기색으로 어, 어, 하며 답을 미루다 네 방 문 앞에 도착해서야 띄엄띄엄 말을 내뱉는) 저, 옷, 옷만 갈아입고 오겠, 습니다. 금방 오겠습니다. (간지러움에 입술을 깨물어가며 네게 말하곤 네 대답을 들을 새도 없이 방으로 들어가. 바지를 벗어보니 역시나. 발목까지 다리가 붉어져 있자 저도 모르게 벅벅 긁다가 정신이 번쩍 들어 참아야지. 하곤 억지로 손을 떼고 편한 바지로 갈아입어. 긴 바지니까 네게 다리를 들킬 일은 없겠다. 몸을 녹이면 붉어진 것도 금방 가라앉는 터라 이불 속에서 몸을 녹이고 싶었지만 저를 기다리고 있을 네 생각에 바로 네 방으로 향해 ) 마마, 태형이 왔습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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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82에게
(더 산책을 하고 싶었지만 들어가는게 어떠냐는 네 말에 목도리를 다시 여며주고 궁으로 향해.) 같이 들어가서 몸 좀 녹이자꾸나. 간식도 먹고. (방으로 가려는 네 손을 잡아끌며 제안했으나 답지않게 말을 더듬으며 옷을 갈아입겠다는 네 말에 의아한 듯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여. 그냥 옷을 갈아입을 생각이었는데 내가 같이 가자고 해서 그런거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방으로 들어가서 나도 편하게 옷을 갈아입으려 겉옷을 벗어 걸어놓는데 핸드폰이 울려. 뭔가 하고 봤더니 비서의 전화였어. 결혼을 해야하니 정 나라의 공주와 내일 모레인 금요일에 선이 있다는 말에 헛웃음이 나와) 내 동의도 없이 선을 잡았다고? (제 말에 잠시 말을 멈춰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건너편의 목소리에 짜증스럽게 욕을 뱉으며 머리를 쓸어올려. 그때 마침 네가 온 건지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자 들어오라고 대답하곤 네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눈웃음을 지어보이고 등을 돌려 다시 낮은 목소리로 말해) 나가긴 하겠는데 별 기대는 하지 마. 그리고 다음부터 나한테 말도 없이 이런 식으로 날짜 잡아놓고 너한테 말 시키지도 말라고 해. (그렇게 말하곤 전화를 끊으며 차마 네 앞에서 욕을 할 수가 없어서 깊게 숨을 내쉬며 눈을 길게 감았다가 핸드폰을 대충 테이블에 던져놓고 옷방으로 들어가 편하게 옷을 갈아입고 나와. 여지껏 제 눈치를 보고 있던 건지 침대에 바른 자세로 앉아 쭈뼛거리며 눈을 마주치는 너에 미안함이 몰려와서 네 양 볼을 붙잡고 쪽 입술에 입 맞춘 후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워) 미안하구나. 네가 눈치볼 일이 아닌데. (팔을 들어 눈을 가린 채 머리를 굴려. 네게 선을 본다고 말은 해야할 것 같은데 넌 또 남첩일 뿐이니 신경쓰지 말라고 하며 결혼하라고 할 것 같고. 그 소릴 들으면 화를 주체할 수 없을 것 같고. 그렇다고 말을 안 하면 나중에 너한테 들켰을 때 오해를 제대로 사서 변명을 해도 안 들어줄 것 같고. 다시 한숨을 푹 내쉬다가 네가 조심스럽게 내 옷자락을 쥐어오자 입을 열었어) 내일 모레에 선이 잡혔다. 저번에 네가 봤던 여자야. 내가 처음으로 네 방에 들어가서 숨었던 날. 그 연상 여자. (팔을 내려 너와 눈을 마주치며 상체를 일으켜 앉았어) 무섭구나. 네가 선 잘 보고 결혼하라고 한 후 다시 내게 다가오지 않을까봐. 사라져버릴까봐 무서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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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86
글쓴이에게
(제가 없는 사이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지 표정이 어두운 네가 신경쓰여 눈치만 보고 있다 조심스레 네 옷자락을 잡아. 선이 잡혔다는 네 말에 가슴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야. 왜일까, 나는 네 첩일 뿐인데.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데 네가 제가 결혼하라고 하고 사라질까봐 무섭다고 하자 작게 웃으며 고개를 저어) 결혼은 마마께서 결정하실 일이지 않습니까. 저는 가만히 있겠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제 말에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다 다만.. 하고 말을 꺼내자 다시 불안한 눈빛으로 저를 보기에 네 뒷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며) 마마께서 결혼을 결정하시면 그땐 할 수 없지요. 사라지고 싶지 않아도 첩 주제에 어찌 그러겠습니까. (생각만 해도 너와 떨어진다는 것은 마음이 아파. 그래도 다행히 이번에 선보는 여자는 네가 싫다며 그렇게 치를 떨었던 여자라 그럴 일이 없겠다 싶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 이런 생각만 하다간 끝도 없을 것 같아 고개를 도리도리 젓곤 네 허리를 와락 끌어안는) 지금은 그런 생각 하기 싫습니다. 내일 모레 일은 내일 모레고, 오늘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제야 표정을 풀고 저를 안아주는 네가 좋아 한참을 네 품에 고개를 부벼) 마마는 근심 걱정이 너무 많으셔서 탈입니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네 옷 위로 쪽쪽 입을 맞추다 네가 제 턱을 잡고 고개를 들어올리자 익숙하게 네게 입을 맞춰. 아, 좋다. 알겠다며 대답해오는 네 말을 듣다 문득 여전히 네가 제게 격식을 차린 말투를 하고 있다는 게 생각나. 아직은 제게 편히 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을 꺼내는) 저... 마마. (말을 꺼내긴 했지만 막상 하려니 뭐라고 말을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이런 부탁을 하는 걸 네가 싫어할까 봐 잠깐 망설여. 제가 운을 떼고 말을 하지 않으니 궁금했던지 왜냐며 물어오자 조심스레 입을 떼는) ...한 번만, 편하게 말해주시면 안 됩니까. 대군마마를 대할 때처럼요. 그냥, 어... 싫으면 안 해주셔도 됩니다. 그냥 제게 너무 격식을 차리시는 것 같아서 드린 말입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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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86에게
(이번에는 제가 그렇게 싫다고 했던 여자라 선을 망쳐도 상관없겠지만 제가 결혼을 할 때까지 이 말도 안 되는 선자리는 계속 되겠지. 게다가 역시 제가 생각했던대로 결혼에 대해 간섭하지 않겠다는 네 태도에 한숨만 나와. 맘 같아선 결혼을 하기 싫었지. 너랑만 살고 싶었어. 그렇지만 그걸 마음 편하게 행하려면 세자 자리에서 내려오는 수밖에 없었지. 대를 이어야하니까 결혼을 해서 여자와의 성관계를 하는 건 불가피한 일이었어. 그냥 정석이에게 왕좌를 맡기고 너랑 도망쳐서 살까 싶었는데 아직 열 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너무 극으로 치닫게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기도 했고. 너를 두고 어떻게 결혼을 하지. 결혼을 하게 되면 그 사람과 같은 방을 쓰고 스킨십을 하고 아이를 낳으려... 거기까지 생각했다가 눈 앞이 아득해지는 기분에 네 말대로 내일 모레일은 내일 모레니 오늘 생각하지 않기로 해. 그래도 곁을 떠나지 않겠다며 품에 안겨오는 것에 안도하긴 했지만. 품에 고개를 부비며 가슴팍에 입을 맞추는 턱을 잡아올려 입술을 짧게 물었다가 놓아주곤 머리를 쓰다듬는데 네가 날 부르자 말해보라는 듯 눈을 깜빡이며 널 바라봐. 무슨 말이든 해도 괜찮은데 왜 그렇게 뜸을 드리는 건지. 푸스스 웃으며 왜 그러냐 물었더니 정석이에게 하는 것처럼 편하게 말을 해달라는 말에 조금 당황해. 정석처럼 어린아이도 아니고 매일 '~하느냐' 라는 어투가 입에 붙어버렸기 때문이지. 그렇다고 싫으면 안 해도 된다며 조금 서운한 기색을 내보이는 네 말을 안 들을 수도 없고. 그래도 그닥 어려운 부탁은 아니라서 고개를 끄덕였어) 왜. 넌 이런 말투가 더 좋아? (태연하게 물었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는 너에 방긋 웃어버려.) 나 이런 말투 거의 안 써. 정석이한테밖에 안 쓰는데...정석이 이후론 네가 처음인 것 같아. 되게 어색하다. (널 끌어안고 웅얼거리다가 목덜미에 쪽 뽀뽀하며) 이제 됐느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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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87
글쓴이에게
(기대하지 않고 있는데 네 동생을 대할 때와 비슷한 말투가 들려오자 기분이 좋아져 꺄르르 웃어. 네가 어색하다며 저를 안고 뽀뽀하자 네 품에 고개를 부비다가 꼬물거리며 네 위로 올라 앉아. 네가 저를 안정적으로 감싸안자 네 허리에 다리를 감아 붙어 안겨 웃는) 좋아요. 좋아서 죽을 거 같아요. (잠시 네 결혼 생각이 떠올랐지만 금세 고개를 젓고 지금만 생각하기로 해. 앞으로도 자주 해줬으면 좋겠다. 딱딱한 말투보다 훨씬 네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고개를 떼고 너와 눈을 맞추며) 마마, 피곤하진 않으십니까? 얼른 저녁을 내오라고 해야겠습니다. 쉬셔야지요. (네 품에서 벗어나 궁녀를 부르려 하는데 잠시 더 이러고 있자며 제 허리를 꼭 안아오자 작게 웃으며 다시 네 머리통을 끌어안는) 마마는 이럴 때 보면 어린 아이 같습니다. 귀엽습니다. (제 품에 얼굴을 부비는 너를 내려다보다 네 볼을 쓰다듬으며) 잘 때도 아기같이 주무시던데. 마마 주무실 때 이불 안 덮고 주무시는 거 아십니까? 그러다 감기 드시면 어쩌려고. 앞으로는 자주 옆에서 자면서 챙겨드려야겠습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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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87에게
(식사보단 너와 이러고 있는 편이 더 좋았기에 고개를 내저으며 네 품에 고개를 부벼. 내 머리통을 끌어안는 네 손길에 절로 입술새에서 미소가 새어나와. 그러다 아기같다며 잘 때 이불을 안 덮고 잔다며 챙겨야겠다는 네 말이 기분 좋아 널 올려다보며 싱긋 웃어보여) 어렸을 적에 혼난 적이 있긴 하구나. 아침에 잠이 워낙 많아서 맨날 궁녀가 들어와 알람처럼 깨워주는데 매일같이 이불이 떨어져있는 걸 보고 그러다 감기 걸린다고 혼났었다. (제가 정석이 나이즈음에 혼났던 것을 떠올리며 조금 시무룩해있다가 네가 자주 옆에서 챙겨줘야겠다는 말을 했음에도 이제 내가 결혼하면 그렇게 못하겠지 하는 생각이 연이어 들자 더욱 시무룩해져. 네가 왜 그러냐며 볼을 어루만져줘도 입술을 꼭 문 채 시선을 떨구고 있다가 식사를 들이겠다는 궁녀의 노크소리에 알았다고 대답하고 결국 네게 칭얼거려) 하기 싫다, 결혼. 너랑만 살고 싶구나. 결혼을 하면 너랑 이제 자주 있지 못할 것이 아니냐. 싫다, 그것...네가 외로움에 시달리는 것도 보기 싫구나. 그렇다고 널 다른 사람과 결혼시키기도 싫어. (끄응- 앓는 소리를 내곤 네 가슴팍에 쪽 입 맞추며) 사랑한다. 사랑한다, 태형아. 결혼을 해도 너만 사랑할 것이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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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89
글쓴이에게
(다시 시무룩해져 있기에 왜 그러냐며 다독였더니 결혼을 하기 싫다며 아이처럼 칭얼대기에 네 등을 쓸어내려줘. 뒤이에 들려오는 고백에 가슴이 간질거려 네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있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뒤로 돌아봐. 궁녀가 상을 들고 들어오는데 네 위에 앉아 있는 꼴이 부끄러워 네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있다가 궁녀가 나가자 네 이마에 쪽 뽀뽀하곤 작게 얘기해) ...저도 싫습니다, 결혼. 저를 위해선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나라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저까지 울적해질 것 같아 말이 끝나자마자 네 품에서 나와 상 앞에 앉아, 네게 어서 오라는 듯 손짓하곤 네가 제 맞은편에 앉아 수저를 들자 그제야 저도 밥을 먹기 시작해, 말없이 밥을 먹다 아. 하고 고개를 들며) 저도. 저도 사랑합니다. (처음으로 네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게 괜히 가슴 설레고 떨려와 고개를 박고 밥을 입에 가득 넣어. 가슴이 간질간질한 느낌에 밥을 다 먹을 때까지 너와 눈을 맞추지 않다 밥을 다 비우고 너를 기다려. 네가 식사를 마치면 방으로 가야겠어, 더 있고 싶어도 부끄러워서 안 되겠다. 잠시 후 너도 수저를 내려놓자 자리에서 일어서며) ...쉬십시오. 저는 방에 가보겠습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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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89에게
(궁녀가 들어오는데도 널 놓아줄 생각이 없어서 허리를 안은 팔에 힘을 줘. 나가려는 듯 바르작대던 네가 곧 체념하고 제 어깨에 고개를 묻자 사랑한다고 쪽쪽 볼과 드러난 목덜미에 입을 맞춰. 제가 이런 애정어린 행동을 하는 것을 처음 본 궁녀가 놀란 표정을 했지만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뻔뻔하게 널 더 품으로 끌어안았어. 궁녀가 나가고 결혼을 안 했으면 좋겠다는 네 말에 표정이 활짝 폈다가 나라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네 말에 다시 시무룩해져서 너를 따라 상 앞에 앉아. 제가 밥을 먹지 않으면 너도 먹지 않을 것 같아서 수저를 들고 밥을 먹는데 사랑한다며 대답을 해오는 너에게 예쁘게 웃어보이곤 마저 밥그릇을 다 비워. 이미 그릇을 깨끗하게 비워낸 너에게 후식으로 먹고 싶은게 있냐고 물으려는데 방에 가보겠다는 너에 문 앞으로 가서 손잡이를 잡는 너를 졸졸 따라가) 왜? 왜, 갑자기 방으로 가는 것이냐? 오늘은 나랑 같이 자주지 않을 것이냐? (안 그래도 결혼 얘기로 민감해져있는데 방으로 간다니 가슴이 쿵덕거리며 불안해서 어쩔줄 몰라해. 이렇게 좋아해본 사람도, 정식으로 사귀어본 사람도 처음이라서 아직은 네가 떠난다는 생각이 더욱 커서 그런 것 같아)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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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90
글쓴이에게
(알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저를 졸졸 따라와 오늘은 같이 자지 않을 거냐며 불안한 눈빛으로 저를 보기에 결국 웃음이 터져.) 아, 귀여워. (안 가겠다는 말 대신 귀엽다는 말이 나오자 빨리 안 가겠다고 하라는 듯 살짝 울상을 짓기에 네 볼을 양손으로 잡고 쓰다듬으며) 마마 진짜 아이같으십니다. 제가 오늘도 함께 잤으면 하십니까? (제 물음에 네가 오늘도 함께 자자며 저를 안아오자 네 허리를 안고 등을 쓰다듬어줘. 아까 결혼 얘기를 하며 제가 떠날까 두렵다던 말을 한 게 이어졌는지 가지 말라고 중얼거리며 저를 꼭 안고 있자 너를 작게 토닥이다 고개를 떼고 아이 달래듯 하는) 우리 마마. 이러다 저 없으면 혼자 어떻게 주무실 겁니까. 매일 붙어 잘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제 말이 꼭 제가 곧 떠날 것처럼 들렸는지 아이처럼 울상을 짓고 고개를 젓기에 미소를 지으며 네 머리를 쓰다듬는) 저 어디 안 갑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여기서 자겠습니다. 상을 물리고 후식을 내오라 할 테니 앉아 계시지요. (네 품에서 떨어져 문을 여는데 가서 앉아 있지 않고 엄마 손을 붙든 아이처럼 제 손을 꼭 잡고 있자 그 손을 힐끗 보곤 고개를 내밀어 궁녀를 불러. 상을 물리고 과일을 내오라 하니 궁녀가 알겠다고 대답하고 상을 물리자 너를 데리고 침대에 가 나란히 걸터앉는) 마마. 제가 떠날까봐 많이 불안하셨습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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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90에게
(제가 듣고 싶었던 건 귀엽다는 말이 아니었는데. 네가 내 볼을 쓰다듬으며 함께 잤으면 하냐는 물음에 고개를 마구 끄덕여) 응. 같이 자자꾸나. 오늘 같이 잤으면 좋겠다. (너를 와락 끌어안고 제가 보기에도 아이처럼 잔뜩 보채, 네가 저를 달래와도 안심이 되지 않아 입술을 꾹 깨물어. 아무래도 너랑은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갖기까지 힘든 시간이 있었고 그것이 우리가 사랑한 시간보다 더 길었기에 이 사랑하는 감정을 금방 물러버리고 사라질까 두려워. 후식을 내오라 하겠다는 네가 품에서 떨어지자 그것조차도 안달이 나 네 손을 꼭 잡고 멍청하게 옆에 서있어. 네가 침대로 걸어가자 손을 꼭 잡고 졸졸 따라가 같이 옆에 앉아. 불안했냐는 네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곤 계속 네 손을 조물대며 네게서 떨어지지 않으려해) 네가 날 자꾸 집착하게 만드는 것 같구나. 네 탓이 아니야. 그냥 내가 자꾸...불안하고 집착하고. 아까 결혼 얘기 때문에 그런 것 같구나. 결혼을 하게 되면 이렇게 둘이 있는 시간도 줄어들고 잠도 같이 못 자고...밥도, 산책도, 내 옆에서 아내라는 사람의 제약에 갇히겠지. 뽀뽀도, 키스도...관계도. 그 사람과 하게 될 거고. (말을 하면 할 수록 어째 제가 더욱 짜증이 나고 답답해서 한숨을 푹 내쉰 뒤 잡은 네 손을 들어 손등에 입 맞추며 눈을 감아) 그깟 대가 뭐라고. 결혼하기 싫구나. 사랑하지도 않는 자를 옆에 둔다는 것은 정말 짜증나는 일이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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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93
글쓴이에게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을 보듬고 입 맞춘다는 것을 상상만 해도 돌아버릴 것 같았지만 어쩌겠어, 너는 이 나라의 세자고 대를 이어야 할 사람인 걸. 그리고 제 마음보다 네 마음이 복잡할 걸 알기에 네 손을 어루만지며 네 어깨에 고개를 기대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게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지요. 언제까지나 이럴 수는 없다는 거, 마마가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제 말에 네가 더 불안해졌는지 제 손을 꼭 잡아오자 조심스레 네 손을 놓아. 제가 손을 빼자 놀란 네가 눈을 뜨고 저를 보자 너를 품에 안고 등을 쓸어내리며) 저는 마마가 행복하셨으면 합니다. 물론 지금은 제가 마마의 행복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떠나지 않겠다고 말씀드린 거구요. 마마가 원하시면 계속 곁에 있겠습니다. (벌써부터 울적해하는 너를 달래려 생각나는 대로 내뱉은 말인데 잘 이해가 됐으려나. 더이상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너를 안아주다 네 귓바퀴와 목선을 따라 가볍게 쪽쪽 뽀뽀하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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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93에게
(손을 놓는 너에 깜짝놀라 너를 바라보다 네가 품에 안아주자 그제야 고르게 호흡을 내쉬어. 네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으나 단어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아 콧잔등을 찌푸리는데 네가 귓바퀴부터 목선까지 쪽쪽 입을 맞추자 간지러우면서도 아래가 뻐근한 기분에 목을 젖히고 나른하고 낮은 목소리로 신음을 뱉어. 네 입술이 겨우 내 몸에서 떨어지자 네 머리를 쓰다듬으며) '지금은' 이라고 하지 말거라. 지금부터 미래까지 내 행복은 너일 거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일 것이다. 너와 똑 닮은 자가 아내로 들어오지 않는 이상 두 사람을 사랑할 일은 없을 거야. (너와 같은 사람이 있을리가. 자신만만하게 말을 내뱉곤 네 입술에 뽀뽀했어.) 그러니까 넌 계속 날 사랑해주면 되는 것이다. 절대 아내에게 애정이 담긴 행동을 하진 않을 테니까. 사람도 그런 사람을 고를 것이다. 그저 권력에 취해 내가 세자인 것만 좋아하지 전정국이란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사람으로만. (그렇게 말하곤 네 귓불을 입에 불고 혀로 굴리다가 네가 바르작대며 제 품에 안겨오자 허리를 잡아채 더욱 품에 안고 아랫입술만을 입에 물고 혀로 간지럽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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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94
글쓴이에게
(단호히 말하기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데 네가 제 허리를 꽉 안고 혀로 입술을 간지르자 순간 고개를 뒤로 빼는) 읏, 간지러, 간지럽습니다... (제 말에도 아랑곳 않고 다시 고개가 다가와 제 입술을 살짝 문 채 쪽쪽 빨고 핥으며 건드리자 가슴에 불이 피어오르는 듯한 느낌에 어쩔 줄 몰라 눈을 꾹 감아, 네가 입술을 머금었다 혀로 핥았다 하며 한참을 건드리다 떼고 쪽 소리나게 입 맞추자 얼굴이 새빨개진 게 거울을 보지 않아도 느껴져 다급히 네 품으로 얼굴을 숨기는) 마, 마마아... 갑자기 이러시는 게 어딨습니까... (네 품에서 꼬물거리는데 노크 소리가 들리고 과일을 가져왔다는 소리에 네게서 떨어지려 해. 그 낌새를 느낀 건지 네가 제 허리를 단단히 안고 못 떨어지게 하자 결국 궁녀에게 제 얼굴이 보이지 않게 고개를 폭 파묻곤 궁녀가 나가자 느릿하게 고개를 드는) ...마마아, 아직 부끄럽단 말입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안 그랬는데 갑자기 이렇게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으면 다들 얼마나 놀라겠습니까. 누군가가 들어올 때는 놔주십시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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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94에게
(맘 같아선 온 입 안을 헤집고 싶었지만 너무 성급하게 구는 것 같아서 아랫입술만 입에 감쳐물고 깊게 빨아들였어. 눈을 꾹 감고 제 옷깃을 잡은 채 어쩔 줄 몰라하는 네가 귀여워서 한참을 물고 있다가 쪽 입술에 뽀뽀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입을 떼. 새빨간 자두처럼 달아오른 얼굴을 한 네가 이불이나 다른 곳으로 얼굴을 집어넣고 숨기는 게 아니라 제 가슴팍에 묻으며 옹알대자 그것이 또 미칠 듯이 사랑스러워서 너를 품에 안고 다독여.) 너무 예뻐서 참을수가 있어야지 말이다. 잘생긴 얼굴이 달아오른 것도 나름 귀엽구나. (네 귀를 손으로 조물거리며 말하다가 또 노크소리가 들려와. 후식인가, 싶어 살짝 뒤돌아봤다가 네가 또 제 품을 빠져나가려하자 꽉 끌어안고 놔주지 않아. 힘에서 못 이기는 건지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며 네가 다시 품에 안겨 얼굴을 필사적으로 가리자 푸스스 웃어버려. 다시 방에 둘만 남자 부끄럽다며 누가 들어올 땐 놔달라는 네 말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여) 나중에 익숙해지면 그럴 일도 없겠지. 네가 너무 부끄러워하니...알겠다. 놔주는 게 좋겠구나. (그러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에 앉아선 과일을 포크에 콕 찍어 네게 먼저 내밀어. 달달해보이는 복숭아가 과즙냄새를 물씬 풍기자 좋아선 발을 동동 구르며 저도 하나 집어 입에 쑤셔넣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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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96
글쓴이에게
(당연하다는 듯 제게 먼저 복숭아를 내밀자 방긋 웃으며 포크를 받아 복숭아를 베어물어. 입 안에서 과즙이 터지고 단 향이 퍼지자 기분이 좋아져 헤실 웃다가 네가 복숭아를 다 삼킨 듯 보이자 이번엔 제가 하나 집어 네 입가에 갖다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네가 복숭아를 한 입에 다넣고 오물거리자 네 입가에 묻은 과즙을 손가락으로 닦아줘) 잘 드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제가 준비한 것이 아닌데도 괜히 네가 잘 먹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아져. 어느새 네 포크는 접시 위에 놓여져 있을 정도로 네가 삼킬 때마다 제가 복숭아를 찍어 네 입가에 대면 네가 입을 벌려 받아먹기를 반복해. 네가 씹는 동안 제 입에도 복숭아를 넣기를 반복하다 한 접시를 깨끗하게 비우자 포크를 내려놓고 여전히 오물거리는 네 볼을 콕 눌러보다 장난기가 돌아 진지한 표정을 짓고 말하는) 아, 아무래도 마마 곁에 오래 있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아까 얘기의 연장선인 줄 알았던 건지 금세 표정을 굳히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바라보기에 그새를 못 참고 웃음이 터져 네 입가에 쪽쪽 뽀뽀해주고) 왜 그렇게 심각하게 보십니까. 마마 곁에 있으면 없던 식욕도 도는 것 같아 조만간 돼지가 될 것 같아서 드린 말씀이었습니다. 뭘 그리 놀라십니까.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너를 보다 예민한 문제로 장난을 친 게 미안하기도 하고 네가 놀란 것 같아 네 손에다 볼을 부비고 애교스럽게 말하는) 마마아, 태형이 어디 안 가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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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96에게
(접시가 깨끗이 비워질 때까지 사이좋게 복숭아를 나눠먹다가 갑자기 들리는 말에 깜짝 놀라 복숭아를 씹는 것도 멈추고 너를 바라봐. 표정이 저절로 굳어져선 무슨 말을 해야할지 머리가 멍했지. 망치로 누가 때린 느낌이었어. 그렇게 머릿속에선 비상벨이 울리는데 너는 그런 나를 보며 푸하하 웃음을 터뜨리더니 복숭아를 물고 있느라 동그랗게 말린 입가에 쪽쪽 뽀뽀를 퍼부었지. 그 모순적인 행동에 으잉? 하고 바라보고 있자니 돼지가 될 것 같아서 그랬다는 말에 긴장이 풀려서 철렁 내려앉았던 가슴을 끌어와 다시 제정신을 찾고는 복숭아를 씹는 것에 열중했어. 그래도 그냥 넘기자니 속이 쓰려서 다시는 그런 장난을 치지 말라고 타박이라도 할 셈으로 복숭아를 꿀꺽 삼키고 입을 여는데 말꼬리를 늘이며 저를 3인칭으로 부르더니 어디 안 간다고 하는 네 애교에 K.O 당해서 다시 멍한 표정으로 널 바라봐. 제 손에 볼을 부비느라 만두처럼 말랑말랑한 네 볼이 뭉개지는 꼴을 바라보다가 벌떡 일어나 제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괴성을 질러대고 있자니 원하던 반응이 아니었는지 잔뜩 당황한 네가 다가와 팔을 잡아챘지. 그런데 네 손길이 닿자마자 눈빛이 바뀌어서는 그대로 네 허리를 끌어당겨 무작정 입을 맞췄어. 당황한 네가 어깨에 손을 얹지도 못하고 허우적대는데도 그저 입술을 빠는 것에만 집중했지. 부드럽게 입술을 핥아주다가 네가 조심스럽게 입을 벌리자 그 안을 파고들었어. 따뜻한 입 속을 헤집으며 끙끙대는 네 신음소리조차 다 맛있다는 듯 먹어삼켰지. 다리가 풀려 휘청대는 널 품에 당겨안고 입술이 부르틀 때까지 할 작정인지 쉽사리 잡은 입술을 놓아주지 않았어. 입 속에선 복숭아 맛이 나서 더욱 달콤했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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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98
글쓴이에게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거나 뽀뽀를 해줄 줄 알았는데 웬 걸.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기에 깜짝 놀라 멍하니 있다가 너를 잡아챘더니 제가 잡자마자 제 허리를 안고 입을 맞춰오기에 눈을 동그랗게 떠. 야한 소리가 날 정도로 제 아랫입술을 빨아대는 턱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눈만 깜빡이며 너를 봐. 놀란 저를 아는지 모르는지 자꾸만 입술을 벌리라는 듯 혀로 제 입술 사이를 건드리기에 살짝 벌렸더니 바로 네 혀가 제 입 안으로 밀고 들어와 헤집어놓기에 저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 하니 제 허리를 단단하게 감싸고 계속 제 고개를 따라오며 입을 맞춰오는 탓에 슬슬 숨이 차기 시작하면서도 흔히 말하는 첫키스를 할 때에 머리에 종이 울리는 것처럼 계속 입술을 맞대고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겨우겨우 네 목에 팔을 감고 네 입술을 받아주다가 네가 쉴 틈도 주지 않고 제 입안을 헤집으며 몰아붙이는 턱에 금세 숨이 차 너를 살짝 밀어내는) 후으, 하... 마마... (그래도 많이 참은 터라 한참 숨을 헐떡이는데 제 호흡이 슬슬 안정적으로 변하자 네가 다시 고개를 맞대려 해 손으로 네 입을 살짝 틀어막고 고개를 작게 젓는) 으응, 아직 안 돼요. (이제 네가 편해진 건지 가끔 격식을 차리지 않은 말이 튀어나오는 나였어. 안 돼요라니. 다른 신하나 궁녀들이 들었으면 기겁했을 말이었지. 그러나 너는 신경도 쓰이지 않는 듯 굶주린 늑대처럼 자꾸만 제게 다가오기에 지금 입술을 맞댔다간 금방 숨이 찰 것만 같아 뒷걸음질을 쳐. 그러다 침대에 무릎 뒷쪽이 닿자 더이상 갈 곳이 없어 네 얼굴과 침대를 번갈아보다 네가 못 참겠다는 듯 손을 떼려 하기에 결국 손을 내려주고 제가 먼저 입을 맞추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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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98에게
(얼마 정도 키스를 했을까. 네가 미처 삼키지 못한 타액이 입술 밖으로 나오자 그것마저 모조리 혀로 핥아내곤 다시 입술을 찾아들어. 제 목에 팔을 감고 입술을 맞댄 네가 너무 사랑스러웠지. 그러다 네가 숨이 막히는지 살짝 밀어내자 그런 너를 기다려주려고 저도 호흡을 가다듬으며 가만히 널 바라봐. 헉헉대던 네가 점차 안정적으로 숨을 쉬자 다시 고개를 꺾어 네게 다가가는데 손으로 입을 막으며 안된다고 하는 너에 눈썹이 찌푸려져. 더 하고 싶은데. 제 입을 막은 네 손에 쪽쪽 입을 맞추며 뒷걸음질치는 널 따라 앞으로 걸어나가. 어느새 침대에 네 무릎이 닿고 점점 위험해지는 생각에 눈이 번뜩거려. 다시 손을 떼어내려는데 네가 먼저 입을 맞춰오자 널 침대에 눕히고 위에 올라타서 츕츕거리며 입을 맞춰. 간혹 허리를 쓸어내리거나 허벅지를 주물거리면 입을 타고 전해오는 네 신음소리에 배 밑에서부터 짜릿하게 쾌감이 치고 올라왔지. 정말 네가 내 사람이 된 것 같아서 흥분을 참을 수 없었어. 네 혀를 잡아먹을 듯이 키스하는데 순간 노크소리가 들려와. 어떤 새끼야. 짐승도 아닌데 으르렁거릴 듯이 문가를 쳐다보다가 네가 깜짝 놀라서 날 밀어내자 순순히 밀려나서 제가 먼저 문을 열어버려.) ...정석아. (요즘 형에게 김태형형이 생기고 나서 나 보러 안 오니까 슬펐어- 하며 울먹거리는 정석의 모습에 그가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 아이를 안아들었어.) 미안. 형이 조금 바빠서 그랬어. 미안해. (하긴, 예전엔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가서 예뻐해줬는데 네가 온 이후론 너한테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그러지 못했지. 아이가 밉지 않게 널 노려보는 것에 아이의 눈을 가리고 쪽쪽 얼굴 전체에 뽀뽀를 퍼부으며 방으로 들어왔어. 당황한 네게 미안하다는 듯 웃어보이곤 제 옷깃을 꽉 쥔 아이의 손에도 뽀뽀했지. 그러면서도 네가 또 방으로 간다고 할까봐 입모양으로 네게 말했어) 가지 마. 여기 있어. 금방 보낼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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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01
글쓴이에게
(네가 제 허벅지나 허리를 쓸 때마다 저도 모르게 야한 신음을 흘려, 그러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기에 화들짝 놀라 네 어깨를 살짝 밀어내고 풀린 눈으로 너를 바라보는데 네가 문을 열자마자 잔뜩 울상인 정석이 들어오자 방으로 가야 하나, 여기 있어도 되려나. 하며 눈알만 굴려. 아, 얼굴도 빨개졌을 텐데. 괜히 제 볼에 손을 대고 식히며 너와 정석을 살피는데 여간 서운했던 게 아닌지 제 쪽을 노려보다 네게 저지당하고 히잉. 하는 소리를 내자 아무래도 제가 가봐야겠다 싶어 일어나려는데 네가 입모양으로 여기 있으라며 저를 달래자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얌전히 앉아 있어. 제가 정석이었어도 서운했겠다 싶어 미안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 순간 네가 제게 입모양으로 말할 때의 말투가 떠올라. 가지 말거라가 아닌 가지 마, 여기 있거라가 아닌 여기 있어. 들을 때는 정신이 없어 몰랐는데 곱씹어보니 네가 그런 말투로 제게 말을 해줬다는 게 기분이 좋아져 말없이 실실 웃어. 네가 한참 아이를 어르고 달래다 보내려 하자 제 눈에 영 아쉽다는 표정인 정석의 얼굴이 눈에 들어와. 매일 자기를 보러 와 예뻐해주던 형이 이젠 발길을 거의 끊었다시피 하니 서러울 만도 하지. 마치 정석에 빙의하듯 더 놀아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네가 정석을 내보내고 문 앞에서 손까지 흔들어준 뒤 문을 닫자 네게 쪼르르 다가가 뒤에서 허리를 와락 안으며) 마마. 대군마마께서 많이 서러우셨던 모양입니다. 더 예뻐해주시지 그랬습니까. 저는 괜찮은데... (그러면서 네가 뒤를 돌아 저를 꼭 안자 네 입술에 쪽 소리나게 뽀뽀하고) 오늘은 오랜만에 대군마마와 함께 주무시는 건 어떻습니까. 저는 어제도 같이 잤고 내일도 같이 잘 수 있으니... 형님 품에서 잠이 들어야 대군마마 마음이 좀 풀리지 않겠습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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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01에게
(제가 네게 말을 편하게 했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정석을 달래는데 집중하다가 곧 아이가 조금 낯빛이 괜찮아지자 내일 꼭 찾아가리라 약속을 하고 방에서 내보내. 새끼손가락을 걸고 궁녀를 증인으로 내세워 약속을 한 후에야 정석은 발을 돌렸지. 아이를 겨우 보내고 한숨을 내쉬며 문을 닫는데 네가 와락 허리를 안아오며 정석의 편을 들자 제 동생을 챙겨주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사랑스러워 네 손을 겹쳐잡아) 정석이에겐 미안하지만 너와 있는 것이 더 좋더구나. (네 쪽으로 몸을 돌리자 맞닿아오는 입술에 행복하다는 듯 웃음짓고 네 말에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여) 너와 같이 자고 싶었지만 정석이가 이렇게 찾아온 걸 보면 여간 서운한게 아니었나보구나. 네 말이 맞다. 오늘은 정석이와 같이 자는 게 나을 것 같구나. (미안하다는 듯 네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쪽 볼에 입을 맞춰) 동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챙겨주는 걸 보니 기분이 좋구나. 정석이도 네게 질투심만 느끼지 말고 잘 지냈으면 좋을 터인데. 아까 아이가 노려봤다고 해서 마음에 담아두지 말거라. 내 대신 사과하마. (네 볼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곤 곧 잘 시간이 다가온 것에 아쉬운 듯 너를 꼭 끌어안아) 내일은 점심을 먹은 후에나 볼 수 있겠구나. (제 말에 조금 놀란 표정을 짓는 네 머리를 쓰다듬어) 아침부터 회의도 있고 료 나라와 함께 만나 해결해야할 일이 있단다. (저하, 주무시지요- 하고 시간이 늦어지자 저를 타이르는 궁녀의 목소리에 알았다 대답하곤 일어나 널 방 문 앞까지 배웅해.) 잘 자거라. 좋은 꿈 꾸고. (네게 손을 흔들어 인사한 뒤 정석이 있는 궁으로 발을 옮겨. 제가 말도 없이 와서 같이 잔다고 하자 좋아서 방 안을 망아지처럼 뛰는 아이를 잡아 품에 안고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 네 생각을 하다가 금방 깊게 잠에 빠져들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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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03
글쓴이에게
예, 내일 뵙겠습니다. (네게 꾸벅 인사를 하곤 방으로 들어와. 하루종일 방을 비워뒀더니 제 바디로션 향 대신 바람냄새만 가득해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곤 잘 준비를 마친 뒤 침대에 누워. ...괜히 보냈나. 어제의 편하던 네 품과는 다르게 이상하게도 따뜻한 이불이 별로 따뜻하지 않은 것 같아 더 꽁꽁 감싸고 잠에 들어. 새벽에 잠이 잠깐 깨 눈을 뜨는데 자꾸만 재채기가 나와 코를 비벼. 제 몸엔 없고 벽쪽에 붙어 있는 이불과 요 며칠간 날이 춥지 않아 난방을 하지 말라 했더니 그새를 못 참고 감기가 제 몸에 들어온 모양이야. 제발 아침에는 괜찮아져라... 하며 다시 이불을 꼼꼼히 덮고 잠에 들어. 이른 아침 궁녀의 부름에 눈을 뜨는데 눈꺼풀에 돌이라도 얹어놓은 듯 눈을 뜨기가 힘들고 몸에서 열이 나는 게 느껴져 망했다. 하고 작게 읊조려. 궁녀를 불러 감기 기운이 있으니 죽을 내오고 네겐 절대 말하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 낮에야 만날 수 있다고 했으니 천만다행이야. 달걀죽과 반찬들이 나오자 한 그릇을 다 비우곤 의원을 부를까요? 하는 궁녀의 말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쉬시라며 나가는 궁녀를 붙잡아 얘기하는) ...절대로 마마 귀에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하세요. 낮에 마마가 오시거든 나는 아침 운동을 갔다 와서 점심을 먹고 바로 잠에 들었다고 하고. 들어오시려 하거든 못 들어오시게 해야 합니다. 꼭이요. (알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서야 궁녀를 내보내. 그나저나 방에서 하루종일 뭐하지. 네게 아픈 것을 들키기 싫어 방에만 있으려고 마음 먹긴 했는데 막상 할 것이 없는 것 같아 혼자 책상에 앉아 글씨를 끄적이기도 하고 책을 보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 그러다 궁녀가 약을 가져와 잠깐 잠을 자고 일어나 부스스한 머리를 정리하는데 네 목소리가 밖에서 들리자 화들짝 놀라며 자는 척을 하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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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03에게
(아침에 일어나 잠든 너를 보지도 못하고 대충 밥을 먹고 일어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회의실로 향했어. 아, 귀찮아. 그 생각을 하루종일 머리에 넣고 다니며 일을 마쳤지. 회의가 끝나고는 료 나라의 세자와 만나 얘기도 하고 앞으로의 발전에 대해 의견을 나눴어. 물론 우리가 너희 나라보다 훨씬 세다는 종류의 말이나 분위기로 그 녀석을 압도하고 오기도 했고. 아침부터 머리도 쓰고 감정연기도 하다보니 몸이 축 처졌어. 빨리 널 품에 안고 싶었지. 정석이는 어제 제가 같이 잤으니 잘 안 보러 가도 아직 효과율이 남아있을 터였어. 그 생각에 바로 네가 있을 방으로 향했는데 궁녀가 제 앞을 막아서는 거야. 네게 절대 말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던 궁녀였지. 다른 궁녀들도 사정을 알긴 했으나 깜짝 놀랐어. 그렇다고 감히 세자저하의 앞을 막아서다니. 목이 잘려도 욕을 겁나 먹을 일이었지. 그러나 나는 그것보다는 왜 이들이 네 방을 막느냐에 초점이 맞춰졌지. 네 말을 들어야하는게 1순위라면 내 말은 0순위여서 그녀들을 물리치고 방으로 들어가는 건 어렵지 않았으나 네가 내게 뭘 숨기려는 건지 알 수가 없어. 그냥 모른 척하고 가야하나. 잠시 고민하다 역시 그건 안 될 것 같아서 궁녀들을 무르고 방으로 들어갔어. 제 앞을 당차게 막아서던 궁녀가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에 문을 쾅 닫고 네 앞으로 걸어갔지. 열기가 훅 끼쳐왔어. 이마에 식은땀도 있는 것 같고.) 아프구나, 아가. (한숨을 폭 내쉬고 그 앞에 쪼그려앉아 네 이마를 짚었어. 자는 척인 줄은 몰랐지.) 어찌 아프단 말이냐. 잘 자라고 일렀거늘. 나는 정석에게 보내놓고, 이불을 차고 잔다고 챙겨준다고 해놓고. (투덜대듯이 네가 아픈 것이 마음에 안 들어서 한껏 조잘거려. 네 이마를 손으로 짚어보기도 하고 이불도 끌어올려 덮어주고 가만히 얼굴도 바라보고 있다가 잠깐 전할 말이 있다는 비서의 부름에 자리에서 일어나.) 금방 끝내고 올게. (네 이마에 쪽 입을 맞추고 일어나. 아침도 대충 때우고 점심도 못 먹어서 그런지 배가 너무 고팠지. 꼬르륵하는 소리에 으윽-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배를 움켜쥐었어. 네가 자고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곤 방을 나섰지. 얘기는 얼마 가지 않아 금방 끝났고 제 방으로 가서 옷을 편히 갈아입고는 바로 네 방으로 향해. 제가 배가 고픈 것보다는 너의 깬 얼굴도 보고 싶었고 제가 간호도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야. 쫄랑거리며 네 방으로 가선 혹시 몰라 노크를 했지) 태형아. 아직도 자느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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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05
글쓴이에게
(자는 척을 하다보니 다시 졸음이 몰려와 잠에 들 듯 말 듯한 상태로 있는데 네가 기어코 들어오자 눈을 꼭 감고 자는 척을 해. 단번에 제가 아픈 것을 알아채곤 걱정스러운 투로 말을 하다 비서의 부름에 뽀뽀를 하고 나가기에 문이 닫히자마자 한숨을 쉬어. 이러다 네게 감기를 옮기면 어쩌나. 그럼 진짜 큰일인데. 너와 어떻게 떨어져 있을지 고민하는 도중 네가 다시 방문을 두드리며 자냐고 물어오자 자는 척을 해도 제 곁을 지킬 네가 눈에 보여 몸을 일으키며) 아닙니다. 일어났습니다 마마. (제 목소리에 네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자 괜찮다는 걸 보여주려 웃으려는데 왜 하필 이 타이밍에 재채기가 나는 건지. 두 번 연속으로 재채기를 하고 눈을 뜨자 어느새 제 앞에 와 걱정스러운 눈으로 저를 보는 네가 보여 조심스레 손을 잡고 볼을 부비는) 방에 가서 쉬시지 뭐하러 오셨습니까. 그러다 옮으면 어쩌려고. (제 말은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제 옆에 앉아 제 어깨를 감싸고 고개를 기대게 하자 저항 없이 네 품에 고개를 기대. 많이 아프냐고 물어오자 고개를 작게 저으며)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불을 꼭 덮고 따뜻하게 자지 않아 감기가 걸린 것이냐며 물어오자 당신이 옆에 없어서요. 하는 말이 목끝까지 차올랐지만 어제 너를 정석에게 보낸 건 저라 차마 그 말을 하지 못해. 제 대답을 기다리는 듯 저를 보는 너를 힘겹게 올려다보며 작게 웃어보이는) 날이 갑자기 추워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걱정 끼쳐서 죄송합니다. 약 먹었으니 금방 나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곤 네게 더 기대 있으려다 제 방엔 감기 바이러스가 득실거릴 텐데 제 옆에 있느라 혹여나 너까지 감기에 걸리면 어쩌나 싶어 제 어깨를 감싸던 네 손을 내리고 고개를 떼며) 저, 마마. 방에 가서 쉬십시오. 마마한테 감기 옮기기 싫습니다. 다 낫고 붙어 있어도 되지 않습니까. 얼른 나아서 마마한테 자석처럼 붙어 있을테니 오늘은 가서 편히 쉬십시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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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05에게
(일어났다는 네 목소리에 신이 나서 후다닥 방으로 들어가. 들어가자마자 재채기를 하는 너에 기침을 한 것도 아니지만 너무 걱정이 돼서 재빨리 침대에 걸터앉아. 손을 잡고 조금 먹힌 콧소리로 옹알대는 네 말에도 아랑곳않고 어깨를 감싸오자 뭐하러 왔냐는 말과는 달리 얌전히 기대오는 것이 예뻐서 머리를 쓰다듬어줬어.) 어쩌다 감기가 걸린 것이냐. 이불을 꼬옥 덮고 따뜻하게 자지 않았느냐? 밤새 감기가 걸릴 이유가 그것밖에 없는 것 같구나. (저를 올려다보는 것도 힘겨워보이는 너에 갑자기 추워진 날씨를 욕하며 널 더 품으로 끌어당기려는데 같이 있으면 감기가 옮는다며 방으로 가라는 말에 울상을 지어.) 얼른 언제 낫는단 말이냐. 지금 같이 있는 거랑 그 때 같이 있는 거랑은 다른데. 그리고 아픈 널 두고 어떻게 방에서 편히 쉰단 말이냐. (투덜거리며 가기 싫다는 의사를 내비쳐도 네 표정은 아픈 사람치고 너무 단호했어. 가기 싫은데... 제 맘을 모르는 궁녀들도 너와 같은 생각인지 방으로 들어와 네게 마스크를 건네 입을 막게 하곤 저를 콕콕 찔렀지. 내게 감기가 옮을까 걱정되어 네게 마스크를 씌우긴 했는데 그마저도 걱정되니 아예 나오라는 것 같았어. 그 손가락을 꽉 잡고 인상을 찌푸렸지) 그렇게 해도 안 나갈 것이다. 오늘 여기서 하루종일 있을 것이다. 잠도 여기서 잘 것이야. 태형이는 내가 간호해줄 것이다. 내일 선도 안 나갈 것이다. 태형이가 나을 때까지 여기서 꼼짝 안 해. (아이처럼 고집을 부리곤 궁녀가 그럼 안 된다며 저를 타일러도 콧방귀를 내뿜곤 그녀의 손을 놓아준 뒤 네 손을 찾아잡았어) 너도 내가 여기 있었으면 좋겠지? 내가 네 간호를 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지? (얼른 그렇다고 대답하라는 듯 빤히 널 바라보며 대답을 재촉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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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09
글쓴이에게
(어린 아이처럼 고집을 부리곤 제게 자기가 간호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냐며 물어오자 딱 봐도 네가 원하는 대답이 눈에 보여. 몸이 아프니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마음도 좀 있었던 터라 고개를 끄덕이려다 문득 네가 선도 안 나가고 제 방에 있을 거라고 한 말이 생각나 작게 고개를 저으며) 마마. 안 됩니다. (말을 한 마디 했을 뿐인데 잔뜩 울상을 짓자 작게 웃으며 손을 들어 네 볼을 쓰다듬고) 마마가 여기 계시면 저는 당연히 좋지요. 함께 자면 더욱 좋구요. 허나 지금 제 몸 상태가 이렇다보니 마마께 감기를 옮길까 걱정됩니다. 그러니 당장은 말고 조금만 있다가 방으로 돌아가서 쉬십시오. 내일 선도 나가셔야 합니다. (저도 마음속으론 아쉬웠지만 선을 나가는 것이 너의 입지와 네 나라엔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궁녀를 내보내고 여전히 심통난 표정을 한 너를 타이르는) 마마가 선을 나가셔야 정 나라와 외교관계가 좋아질 것 아닙니까. 나가셔야 합니다. (마스크를 썼으니 괜찮겠다 싶어 마스크 위로 네 입술에 가볍게 뽀뽀하곤 엉덩이를 토닥이며 애 달래듯 하는) 내일까지 다 낫겠습니다. 마마가 선을 보고 돌아오시면 멀쩡한 상태로 마마를 안아드릴테니 선 보고 오세요. 뽀뽀도 많이 해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영 아쉬운 듯 제 손을 조물거리는 너를 웃으며 바라보다 잡히지 않은 손의 새끼손가락을 내밀며) 저랑 약속하는 겁니다. 약속.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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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09에게
(안 된다니. 단호하게 뱉어지는 말에 울상을 지었어. 너는 내 편일 줄 알았는데. 그것보라며 저를 끌고 나가려는 듯 옷깃을 잡아오는 궁녀의 손길에 저항도 못하고 입술만 움찔거리며 널 바라봐.) 안 옮는다. 난 건강하단 말이다. 네가 기침을 내게 하지 않는 이상은 옮을 일이 없잖느냐. (제 볼을 쓰다듬는 네 손을 겹쳐잡고 쫑알거리다가 아무리 나라 때문이라지만 제가 선을 나가는 것에 영 서운해하지 않는 것 같은 널 보고 있자니 가슴이 쿡쿡 쑤시는 것 같기도 해. 네가 궁녀를 내보내도 기분이 그닥 좋진 않았지. 그 놈의 외교관계는. 왜 외교관계는 결혼으로 이루어지는 걸까. 마스크를 낀 상태로 입을 맞추고 엉덩이를 토닥이며 선을 보고 오면 뽀뽀도 많이 해주겠다는 네 말에 내리깔고 있던 눈을 들어 널 바라봐. 새끼손가락을 내민 너를 보며 다시 눈을 내리깔았지) 맘 같아선 도망쳐서 살고 싶구나. 정석이에게 왕좌를 물려줄까, 하는 못된 생각도 했어. 그만큼 결혼하기가 싫구나. (한숨을 푹 내쉬며 주절거리다가도 이런 소리를 하면 네가 더욱 마음을 쓸 것을 알아 손가락을 걸어 약속을 하며 배시시 웃어보였어) 그래도 내일 선보는 여자와는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걱정 말거라. (정말 싫다는 듯 몸서리를 치다가 주제를 바꾸려 네 몸 여기저기를 훑어봐) 어디가 어떻게 아픈 것이냐? 기침이나 콧물은 있고? 열은 좀 떨어진 것 같던데. (네 이마를 손으로 짚어보다가 쪽 볼에 입을 맞춰) 감기 옮는다고 뽀뽀도, 하다못해 같이 있게도 못하니 답답하구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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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10
글쓴이에게
그냥, 몸살 기운이 약간 있는 것 같습니다. 어젯밤이 꽤 추웠나 봅니다. (마마가 없어서요. 마지막 말을 꾹 눌러 삼키곤 답답하다며 울상을 짓는 너를 보고 작게 웃어. 그나저나 제 꼴이 추하진 않을까. 식은땀도 막 흘리고 머리도 엉망일텐데. 제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놀란 네가 저를 쳐다보고 일어서기에 너를 잡아 앉히며) 잠깐,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마마.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를 하고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나와. 그래도 네겐 깔끔하고 괜찮은 모습만 보이고 싶은 마음에서일까 괜히 머리를 더 만지다 네가 기다릴 것 같아 화장실에서 나와. 제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던 건지 놀란 눈으로 저를 보고 있자 네게 다가가 품에 폭 안기며) 그냥, 제 모습이 너무 추하지 않을까 싶어서. 정리 좀 하고 왔습니다. 아, 원래 계획은 제 방에 마마가 못 들어오도록 하는 거였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다. 마마를 못 보면 더 아플 것 같아요. (네 무릎에 앉아 네 어깨에 고개를 이리저리 부비며) 아, 그나저나 대군마마 마음은 좀 풀리셨습니까? (제 말에 제 몸을 쓰다듬으며 어제 같이 잤더니 다 풀렸다고 대답하자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하루에 한 번은 대군마마와 시간을 가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어제처럼 속상해서 마마를 찾아올 지도 모르니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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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10에게
(화장실로 들어간 네가 속이 안 좋아서 토라도 하는 줄 알고 안절부절 못하다가 네가 품에 안겨오자 불안했다는 듯 쪽쪽 네 볼에 입을 맞춰. 추해서 정리 좀 하고 왔다며 나를 안 보면 더 아플 것 같다는 네 말에 짐승이 아닌 지라 없는 꼬리를 흔들 기세로 네 품에 파고들어) 말을 정말 예쁘게 하는 구나. 나도. 나도 널 안 보면 미칠 것 같았다. (무릎을 가볍게 흔들어 아이를 달래듯 너를 다독여주곤 하루에 한 번 대군마마와 시간을 가지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 일주일 중에 6일은 너에게 반납하고 있으니 그 중에 하루 정도는 괜찮을 것 같구나. (마스크 위로 네 입술에 입을 맞추다가 역시 입술에 닿는 천 느낌이 이상해 인상을 찌푸려) 그나저나 뽀뽀는 꼭 이렇게 해야하는 것이냐? 불편하고 이상하구나. 괜찮으니까 이것 좀 벗었으면 좋겠는데. 왜 머리는 정돈하고 얼굴은 보여주지 않는 것이냐. (마스크를 잡아내리며 투덜거리는데 저하, 시장하지 않으십니까. 식사를 내올까요? 하는 궁녀의 목소리에 너에게 애정을 표현하느라 잊고 있었던, 제가 아침도 대충 때우고 점심도 먹지 않아 배고픈 상태였다는 걸 생각해내. 궁녀가 그렇게 말하자 다시 배가 고파오는 듯 싶었지만 안 그래도 아파서 같이 있지도 못하게 하는데 식사하면 더 붙어있을 시간이 없어질 것 같아서 고개를 내저어) 괜찮구나. 대신 저녁에 밥을 두 배로 달라고 전하거라. (예- 하고 궁녀가 물러나고 다시 널 올려다보며 뽀뽀해달라는 듯 입술을 쭉 내밀어. 빨갛고 예쁜 입술을 뽐내며 마스크가 아닌 네 입술이 닿길 기다렸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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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11
글쓴이에게
(궁녀에 부름에 네게 뭐라도 먹이려 보내려다 지금은 괜찮다며 궁녀를 보내고 저를 보며 입술을 내밀자 꺄르르 웃어. 누가 보면 뽀뽀를 못해 안달이 난 사람처럼 저를 꼭 안고 입술을 내밀고 있는 모습이 귀여워 보고만 있다 네가 애가 타는지 눈썹을 찡그리자 마스크를 쓴 채로 네 입술에 뽀뽀해. 그러자 표정을 찡그리고 마스크를 벗고 해달라며 울상을 짓자 마스크를 살짝 내리고) 아, 감기 옮는데... (제가 마스크를 내리니 뽀뽀를 해줄 것 같았는지 눈을 빛내며 다시 입술을 내밀기에 잠깐 고민하다 제 손등에 입을 맞추고 그 손등을 다시 네 입술 위에 갖다댄 후 마스크를 쓰며) 오늘은 이걸로 만족하십시오. 마마가 감기에 드시면 궁녀들이 모두 저를 혼낼 것입니다. (예상과는 다른 제 행동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울상을 짓기에 그런 너를 보다 네 목을 꼭 끌어안고 얼굴을 부비며 애교를 피우는) 아아, 태형이는 마마 아픈 거 싫은데에. 오늘만 참아요. 응? (어제 일로 네가 3인칭을 좋아한다는 것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어. 그래서 일부러 저는이 아닌 태형이는이라고 말했지. 제 말이 들리자 동물이라면 그르릉하는 소리를 낼 듯한 눈으로 저를 보다 제 마스크를 내리려 하기에 네 팔을 꼭 붙잡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씁. 마마. 안 됩니다 오늘은. 다 낫고 해드리겠습니다. 마마가 싫다고 할 때까지 입 맞추겠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참으십시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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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11에게
누가 너를 혼낸단 말이냐. 내가 그러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러니... (손등으로 간접뽀뽀를 하고는 궁녀들이 혼낼 거라는 네 말에 발끈하는데 '태형이는-' 이라고 하며 말을 늘이는 네 모습에 말이 뚝 끊겼어. 저렇게 말하는 건 그냥 나보고 참지 말라는 소리 아닌가? 잔뜩 흥분이 돼서 짐승처럼 그릉 목을 울려 소리를 내고는 네 마스크를 내리고 억지로라도 입을 맞추려는데 팔을 꽉 잡고 씁- 하는 소리에 정말 강아지라도 된 것처럼 움직임을 멈춰. 네게 손목이 붙잡힌 채로 끼잉- 하고 앓는 소리를 내다가 쪽쪽 턱선을 따라 입을 맞춰) 너무하구나. 그 놈의 감기가 뭐라고. 까짓거 걸리면 일도 안 하고 너랑 하루종일 있을 수 있으니 좋은 것 아니냐. (네가 입을 맞춰주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헛'소리를 지껄여. 그러다 내일 선을 위해 피부관리도 하고 무슨 옷을 입을지 정하겠다는 궁녀의 말에 잔뜩 귀찮은 목소리로 알았으니 물러가라고 해. 그리곤 입술을 불퉁하니 내밀고 널 꽉 안았지) 이제 가야겠구나. 자기 전에 잠시 얼굴이라도 보러 들릴테니 기다려주거라. (네 품에 얼굴을 부비곤 곧 방을 나가. 내일 입을 수트도 한 번 입어보고 탱탱하고 촉촉한 피부를 위해 전문 관리사에게 피부도 관리를 받았지) 이런 것 안 해도 되는데 참 귀찮게도 구는 구나. (대놓고 싫다는 듯 투덜거리곤 평소보다 2배 더 많이 가져온 저녁식사를 남김없이 비워내고 씻은 뒤에 룰루랄라 네 방으로 향해. 굿나잇 키스는 꼭 받겠다 다짐하면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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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15
글쓴이에게
(감기에 걸리면 하루종일 일도 안 하고 저와 있을 수 있다는 아이같은 발상에 작게 웃고는 마침 너를 궁녀가 부르자 네 품에 쏙 안겨 등을 쓸어내리는) 알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잔뜩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하고선 네가 나가자 궁녀가 저녁상을 올리면 되냐고 묻자 죽 대신 밥을 달라고 해. 알겠다고 대답하곤 얼마 지나지 않아 상이 들어오자 앞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해. 네가 저를 충전이라도 해주고 간 건지 아플 땐 입맛이 없어야 정상이지만 빨리 나으려는 마음 때문인지 식욕이 돌아 한 그릇을 다 비워내. 모서리에 놓여져 있던 약까지 꿀꺽 삼키곤 옷을 갈아입고 잘 준비를 마친 후 나오는데 밖에서 네 목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제 방문이 열리자 웃으며 다가가 네게 안겨) 오셨습니까. 피곤해 보이십니다.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고 왔다며 제게 투덜거리는 모습이 귀여워보여 네 뒷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며 눈을 마주해) 졸리진 않으십니까. 저는 약을 먹었더니 약기운이 슬슬 돌아 약간 졸린 것 같습니다. (제가 세수를 하고 나온 터라 마스크를 벗고 있자 그걸 본 네가 입을 맞추려 해 고개를 뒤로 빼곤) 마마아, 안 됩니다. (네가 입을 맞추지 못하게 네 목을 확 안아 네 어깨에 고개를 기대며) 뽀뽀는 안 됩니다. 안고 있는 걸로 만족하십시오. (제 말에 네가 제 허리를 꼭 안고 어리광을 피우자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떼고 네 입술에 빠르게 쪽 하고 뽀뽀하곤 네 입술을 손가락으로 훔치며) 이제 만족하십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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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15에게
(약기운에 졸음이 온다던 네 말을 들었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었어. 네가 씻느라 마스크를 벗은 상태였으니까. 누가보면 뽀뽀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들처럼 보일테지. 어제도 분명히 많이 쪽쪽거렸던 것 같은데 네가 너무 고파서 참을 수가 없었어. 입술을 들이댔더니 뒤로 피해버리는 너에 실패했지만.) 그 안 된다는 소리 듣기 싫구나. 뽀뽀허고 싶단 말이다. (어느새 널 품에 안는 걸로는 만족 못하는 사이가 됐는지. 좋은데도 지금 상황엔 매우 아쉽고 서운해서 열이 올라 뜨끈한 네 뒷목만 제 시원한 손으로 주물러 열기를 가라앉혀줬어. 그러면서도 한 번쯤은 해주지 않을까 싶어 계속 앙탈을 부렸지. 역시.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짧긴 하지만 입술에 닿았다 떨어진 감촉에 기분이 좋았어. 침이라도 묻어 감기가 옮을 것이 걱정되는지 손가락으로 연신 입술을 닦아주는 네 손목을 잡고 하지 않으려 뻣뻣하게 힘을 준 뒷목을 꽉 잡아 눌렀지. 얼굴에 비해 두툼하게 자리잡은 팔근육들이 움직여선 네 입술을 가져와줬어. 저항하는 네 손을 꽉 잡아 못 움직이게하곤 혀로 입술을 갈라 네 입 안을 헤집었어. 열이 올라 더욱 뜨거운 입 안은 흥분감을 고조시켰지. 신음소리를 내는 너에 금방 키스를 끝마치고 헉헉대는 네 얼굴에 뽀뽀를 퍼부었어) 아, 좋다. 하고 싶은 걸 다 했으니 이제 맘 편히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겠구나. (불퉁한 표정의 널 안고 웃다가 널 침대에 눕혔어) 몸이 안 좋을땐 푹- 오래 자는 것이 좋다. 난방도 확실하게 해놓을 터이니 좋은 꿈 꾸고 잘 자거라. (이불을 목 끝까지 올려주고 불을 끈 뒤 침대 맡에 앉아 가슴팍을 토닥였지.) 네가 자는 것을 보고 갈 것이다. 아무짓도 안 할테니 어서 자거라. (정말 네가 잠들 때까지 안 갈 심산인지 네가 잘 잘테니 가라고 떠밀어도 꿋꿋이 앉아 토닥이는 것에만 열중했어. 겨우 네가 잠들 듯이 눈을 느리게 깜빡이다 스륵 눈을 감자 낮게 웃곤 귓가에 속삭였지) 사랑한다, 아가. (가볍게 네 머리를 정리해준 뒤 자리에서 일어나 오지 않았으면 했던 내일을 맞이하러 방으로 갔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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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18
글쓴이에게
(네 힘에 못 이겨 결국 혀를 섞다 네가 만족스럽다는 듯 얼굴에 뽀뽀를 해대자 뾰루퉁한 얼굴로 너를 쳐다봐. 그러다 옮으면 어쩌려고 이러는 건지. 제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속이 시원하다는 듯 활짝 웃기에 결국 너를 따라 웃어버리곤 네가 저를 눕히고 가슴팍을 토닥이자 너를 올려다 보며) 마마. 들어가십시오. 혼자서도 잘 잘 수 있습니다. (제 말에도 네가 제 자는 모습을 보고 갈 거라며 고집을 부리자 하는 수 없이 눈을 감아.이제는 인사가 된 듯한 사랑한다는 말이 왜 이리 가슴을 간질이는지 눈을 감은 채로 씩 웃다가 네 토닥임에 금세 잠이 들어.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며 자다가 아침이 돼서 궁녀가 저를 깨우기에 느리게 눈을 떠. 너무 푹 잤나... 거울을 보지 않아도 제 눈이 마치 어제 울고 잔 것처럼 퉁퉁 부은 게 느껴져 실소를 내뱉으며 눈가를 어루만지다 오늘 네 선이 있는 날이라 아침부터 네 방이 소란스러운 게 느껴져 괜히 그쪽으로 신경을 집중해. 아침도 마다하고 네 방으로 가니 옷을 갈아입고 계시다는 말에 네 방 의자에 앉아 얌전히 너를 기다려. 네가 멀끔한 정장을 입고 머리를 예쁘게 올리고 나와 제가 있을 줄 몰랐다는 듯 눈을 동그샇게 뜨기에 헤실 웃으며 네게 다가가 안기는) 마마, 잠자리는 편안하셨습니까. 저는 잘 잤습니다. 보시다시피. (네가 제 눈가를 어루만지며 웃자 네 손을 잡아 손바닥에 뽀뽀하고 너를 바라보는데 평상복도 잘 어울리지만 역시 사람은 꾸미기 나름인지 정장을 입고 머리를 올리니 사람이 달라보여 히죽 웃으며 너와 눈을 맞추는) 멋있습니다 오늘도.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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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18에게
(이른 아침이 되자마자 궁녀들이 제 방으로 몰려왔어.) 아아, 다 큰 처녀들이 사내의 몸을 보는데도 이리 부끄러움이 없어서 어쩌잔 말이냐. (옷을 제대로 다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 자리에 나가기 싫어서 헛'소리를 지껄였어. 그런 저를 일으켜 욕실로 밀어넣은 궁녀들은 제가 나오자마자 얼굴, 헤어, 옷 할 것 없이 금방 셋팅을 마쳤지. 웬만하면 머리나 얼굴에 뭘 바르는 것이 답답하여 거의 손도 안 대는데 오늘은 네가 발라주는 수분크림도 아닌 선크림까지 치덕거리고 색깔이 더 짙게 들어간 립밤도 발랐어. 머리까지 왁스로 멋들어지게 세우고 나니 궁녀들이 방을 빠져나가 조금 한산해졌지. 그래봤자 아직도 북적거리긴 했지만. 그것보단 이게 더 나을 것 같다며 다른 색의 정장을 추천하는 궁녀의 손길에 다시 옷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어. 그 소란에 네가 잠을 깬 건지 어느새 와선 서있는 너에 눈을 크게 떴지. 헤실 웃으며 안겨오는 널 품에 안고 방긋 웃었지) 오냐. 잘 잤구나. 네 꿈을 꿔서 잠자리가 더욱 달콤했구나. (부끄럽다더니 오늘은 웬일인지 궁녀들이 있는데도 품에 안겨오고 손바닥에 입도 맞추며 멋있다고 해주는 것에 선이고 뭐고 기분이 좋아져서 쪽 네 볼에 입을 맞춰) 고맙구나. 이런 모습, 다른 여자에게 보이긴 싫었지만. (선이라고는 하지만 아침부터 만나선 할 일이 많았어. 제 나라의 제일 멋진 공원에 가서 산책도 하고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카페에서 서로에 대해 얘기도 하고. 여느 커플들과 다를 것 없는 데이트코스를 즐기는 일이었지. 저는 전혀 즐길 수 없었지만. 싫다고 거절을 해도 최대한 좋게 돌려말해야하는데 그 여자가 워낙 절 좋아하니 뭐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어. 근심에 잠긴 얼굴로 널 바라보다 궁녀들을 모두 물리고 네 이마를 짚었지) 열은 떨어진 것이냐. 이제 더 아픈 곳은 없고? 아픈 널 두고 가려니 발이 안 떨어지는 구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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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20
글쓴이에게
괜찮습니다. 마마가 걱정해주신 덕에 열도 많이 떨어지고 머리도 아프지 않습니다. 마마가 다녀오시면 말끔하게 나은 모습으로 찾아오겠습니다. (네가 선을 나간다는 건 슬프지 않았어. 네가 그 여자와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고 저를 더 좋아 하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하루종일 너를 못 본다는 사실이 저를 슬프게 해 울상을 짓고 있다 문득 고개를 돌렸는데 전신거울에 제 모습이 비쳐. 볼에 뭔가 묻어 있기에 자세히 보니 입술 모양으로 옅은 색의 도장을 찍어놓은 듯한 모습이 보여.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너를 보는데 네 입술의 색과 제 볼에 묻은 입술 모양의 색이 거의 똑같은 걸 확인하고 꺄르르 웃으며) 마마, 오늘 입술도 치장하셨습니까. 저 이 꼴로 나갔다가 궁녀들 웃음거리 될 뻔 했습니다. (손으로 슥슥 문질러 제 볼의 입술 자국을 지우곤 너는 제게 더 뽀뽀를 했다간 티도 나고 정성스레 발라놓은 립밤이 망가질 것 같아 네 목을 감싸안으며 말하는) 마마가 제게 뽀뽀를 하셨다간 아까와 같은 자국이 여기저기 남을 것이 뻔하니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치곤 입술을 제외한 네 얼굴 곳곳과 목선까지 타고 내려가며 쪽쪽 입 맞춰, 네가 입술에도 해달라며 울상을 짓자 어제 뽀뽀하자고 고집을 부리던 너를 달래는 것처럼 양손을 잡고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안 됩니다. 이따가. 마마 선 보고 돌아오시면 그때 많이 해드리겠습니다. (그때 밖에서 너를 부르는 궁녀의 목소리에 잘 하고 오라는 듯 네 엉덩이를 토닥이며) 이따 뵙겠습니다. 마마 생각 많이 하고 있을 테니 이따 뽀뽀 해주셔야 합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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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20에게
아, 진짜 윤 상궁...! (네 볼에 묻은 제 입술자국에 잔뜩 얼굴이 붉어져선 제 입술을 손등으로 벅벅 문지르려는데 네가 입술을 제외한 곳곳의 얼굴에 뽀뽀하자 그 손을 내리고 대신 네 허리를 꽉 잡아.) 입술은 왜 빼놓는 것이냐. 여기도 해주거라. 립밤이 묻어서 그러느냐. (울상을 지으며 다시 치덕치덕 제 입술에 묻은 것들을 닦아내버리려는데 타이밍 좋게 들리는 궁녀의 목소리와 제 엉덩이를 토닥이며 돌아와서 꼭 뽀뽀를 많이 해달라는 네 말에 고개를 끄덕여. 너를 마지막으로 꽉 안았다가 반질반질 예쁜 구두를 신고 몸을 돌려 문을 열었지. 여자가 이 나라에 와서 머무는 동안 있는 숙소로 제가 찾아간다했거늘 여자는 잔뜩 들뜬 건지 제 방 문 앞까지 와있었지) 공주, 어찌 여기까ㅈ...! (제가 말을 하기도 전에 가슴이 푹 파여 누가봐도 홀릴만한 옷을 입은 그녀가 팔짱을 껴왔어. 향수 냄새에 머리가 어지러워 토기가 올라왔지만 입을 틀어막고 꾹 눈을 감은 채 억지로 삼켜냈지. 공주는 제가 그런 줄도 모르고 아양을 떨며 데이트에 잔뜩 신나있었고 너만이 내가 속이 안 좋다는 걸 알아 걱정스럽게 반댓쪽 팔을 쥐어왔어. 공주가 여기저기 제 방으로 고개를 빼꼼 들이밀어 구경하는 틈을 타 쪽 네 볼 위로 숨결이 닿을만한 거리에서 뽀뽀했어. 또 네 볼에 입술자국이 생길까봐 대놓고는 못하고.) 다녀오마. (베싯 웃고는 여자와 함께 궁을 빠져나갔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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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21
글쓴이에게
(누가 봐도 오늘 거사를 치를 듯한 야한 복장과 코를 찌르는 진한 향수냄새에 네가 딱 봐도 속이 좋지 않은 것 같아 네 팔을 쥐었더니 뽀뽀하는 시늉을 하기에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네가 여자와 궁을 나서자 저도 그제야 방으로 돌아가 밥을 먹고 네가 없는 하루는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해. 너는 수업도 듣고 회의도 하며 제가 없어도 바쁜 일정을 보내지만 저는 네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게 없는 사람이었으니.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네게 마음을 열지 않았을 때는 하루를 어떻게 보냈나 싶어 신기하기도 하고 그때처럼 오늘 하루를 보내보려 하는데 영 생각이 나질 않아. 천천히 생각하자 싶어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천장을 바라보는데 자꾸만 너와 그 여자 생각이 나. 가슴을 다 드러낸 옷에 너를 유혹하려는 듯한 진한 화장. 누가 봐도 오늘 너와 하룻밤을 자려고, 혹은 네 마음을 얻으려고 그렇게 입고 온 것 같았어. 향수 냄새야 코는 금방 적응하니 괜찮을 테고, 너도 남자다보니 눈이 안 가진 않을 텐데. 그런 생각이 스치니 괜히 불안해지기 시작해. 네가 그 여자에게 마음을 줘버리면 어쩌나. 저를 더이상 봐주지 않으면 어쩌나. 물론 그럴 리 없었지만 알면서도 드는 불안감에 눈물까지 맺혀. 그러다 벌떡 일어나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잡생각을 떨쳐야겠다 싶어 패딩을 챙겨입고 마마가 저녁 즈음에 돌아오실 테니 그 전까지 들어오라는 궁녀의 말에 대충 대답을 하고 궁 밖으로 나와. 허락 없이 나갔다고 혼나진 않겠지? 하지만 저는 그 생각보단 제 머리를 깨끗하게 비우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 어딜 갈까 하다가 궁 뒷편의 언덕으로 올라가. 제가 발목을 삐었던 그 언덕. 언덕으로 올라가려는데 뒤에서 낑낑대는 소리가 들리기에 보니 작고 턱이 복슬복슬한 강아지가 저를 올려다보고 있기에 작게 웃으며 안아들어) 같이 올라갈래? (경계를 풀고 금세 꼬리를 흔들거리는 강아지가 귀여워 강아지를 안고 언덕 위 평지까지 올라와. 역시 여기가 제일 좋네. 마음도 편해지고. 강아지 때문인지 언덕에 올라와서인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편해져 눈을 감은 채로 깊게 숨을 들이쉬어. 그러다 제 발목에 머리를 부비는 강아지때문에 웃음이 터져 쪼그려 앉아 강아지를 쓰다듬어주는) 애교 진짜 많다. 귀여워라. (목줄이 있는 걸 보니 주인이 있는 강아지인 것 같았어. 이따가 주인 찾아줘야지. 하며 한참을 그 강아지와 놀아. 나무가 울창한 곳에서 놀다보니 해가 지는 것도 모르고 강아지와 놀다가 슬슬 가볼까 싶어 강아지를 안고 나오는데 벌써 어둑해진 하늘을 보고 놀라 발걸음을 재촉해) 헉, 마마 오시겠다. (강아지를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일단 안고 내려가는데 마침 언덕 입구에서 강아지 주인을 만나 강아지를 넘겨주곤 저는 궁 안으로 들어와. 강아지와 노느라 몰랐는데 귀며 코며 볼이며 할 거 없이 모두 빨개진 꼴에 윤 상궁이 이제 마마가 오실 것인데 이 꼴을 보면 분명 혼나실 거라고 저를 작게 타박하자 손으로 볼을 감싸 녹이며 방으로 들어와 너를 기다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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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21에게
(데이트는 정말 최악이었어. 여자는 출렁거리는 젖가슴을 자꾸 제 몸에 부벼왔고 콧소리를 내며 여기저기 제 몸을 더듬었지. 말이 잘 통하는 상대도 아니었고 공원을 걷다가 붕어빵을 권유했더니 질색을 하며 저런 건 서민들이나 먹는 거라고 더럽다고 하는 그녀의 행동에 정이 있지도 않았지만 없던 정마저 뚝 떨어졌지. 저게 얼마나 맛있는데. 입술을 뚱하니 내밀고 속으로 투덜거리다가는, 능구렁이같은 그녀에게 입술을 잡아먹힐 뻔 했어. 저보다 4살이나 많아서 그런 건지 애초에 변태같은 여자인지는 몰라도 제가 세자인 건 둘째치고 일단 외모나 몸 쪽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았지. 그게 더 기분 더러웠지만. 게다가 향수는 왜 자꾸 뿌려대는지. 조금 냄새가 날아갈만 하면 꺼내서 뿌려대는 바람에 코가 적응하지 못하여 속이 계속 울렁거렸어. 조금 떨어져 걸으려고 해도 제 손을 꼭 잡는 바람에 떨어지지도 않았고. 결국 영화를 본 다음에는 도저히 저녁을 먹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속이 안 좋다고 하곤 자리에서 일어났지. 그녀가 머무는 숙소로 가는 차 안에서 계속 말에 대답도 못하고 빌빌거리고만 있었으니 그녀도 조금 마음이 떨어졌을 거야. 왜냐면 숙소에 내리는 그녀의 표정이 처음 봤을 때와는 묘하게 달랐거든. 그녀가 날 별로라고 생각한다는 건 기분 나빴지만 어쨌든 잘된 일인지라 마지막에는 생긋 웃어주고 악수까지 한 다음에 궁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 잘 지내라는 제 인사에 그녀도 대충은 알아들었겠지. 그리고 궁에 도착해서는,) 우웨에엑- (이제껏 참았던 토기들을 몽땅 쏟아내는 중이었어. 널 보고 싶었지만 정말 머리가 너무 아팠거든. 오자마자 방으로 달려가서 변기를 붙잡고 구토를 하는 제 모습에 궁녀들이 아침에서처럼 소란스럽게 궁 안을 돌아다녔어. 제 등을 두들기고 걱정스럽게 바라봐주는 얼굴들에도 진정하지 못하고 헛구역질까지 하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이를 닦았지. 그것도 몸이 축 늘어지는 바람에 입만 벌리고 궁녀가 이를 닦아주는 모양새였지만. 정장을 갈아입을 기운도 없어서 비틀거리며 침대에 걸터앉는데 소식을 들은 건지 네가 헐레벌떡 방 안으로 들어오자 눈물이 핑 돌았어) 태형, 태형아... (제 모습에 궁녀들이 눈치껏 모두 물러가고, 내게 다가오는 널 한 품 가득 끌어안았지. 네 체향에 다시 속이 안정되는 것 같았기에 숨을 깊게 들이쉬었어) 어딜 다녀온 것이냐. 볼이 왜 이리 빨개. 춥게 돌아다니면 안 된다도 하지 않았느냐. 아직 아픈 너인데...또 아프면 혼날 것이야. 알겠느냐. (방금 전까지 비실댄 건 저임에도 불구하고 네가 걱정되어 잔뜩 잔소리를 늘어놓다가 다시 잉잉거리며 네게 투정을 부려. 누구의 앞에서도 이렇게 투정을 부려본 적이 없건만 자꾸 너만 보면 어린애처럼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지. 널 무릎 위에 올려안고 네 얼굴 곳곳에 뽀뽀했어.) 보고 싶었다. 너무 보고 싶었어. 속도 언 좋고 머리도 아프고...그 여자랑 함께 있는게 곤욕이었다. 수행원들한테 물어보면 그 여자가 나한테 뭔 짓을 했는지 다 알 거야. (제 뒤에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던 경호원들도 여자가 자꾸 몸에 대한 스킨십을 하던 걸 봤겠지. 다시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돋아서 네 품을 파고들었어) 속이 울렁거렸는데 널 보니 나아지는 구나. 기분이 너무 좋아...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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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24
글쓴이에게
(네가 오는 것 같아 언제 가야 할 지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잔뜩 소란스러워져 처음엔 별 일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궁녀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 한 궁녀를 잡아 물어보니 쭈뼛대다 사실대로 얘기하기에 바로 네 방으로 달려가. 눈꼬리에 눈물을 매단 채로 저를 부르자 네게 다가가 너를 꼭 안고 등을 토닥여. 제 걱정부터 하는 너에 아까 했던 생각들이 쓸 데 없는 생각이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곤 제 가슴팍에 있는 네 머리통을 살살 쓰다듬어) 괜찮습니다. 따뜻하게 입고 나갔습니다.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나저나 마마는 왜... (제 냄새를 맡는 듯 저를 위에 앉히고 평소에 안을 때와는 다르게 제 품 깊숙히 고개를 박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내쉬는 모습에 네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가만히 너를 토닥여. 네 호흡이 안정을 찾자 너를 편히 앉혀주려 잠깐 떼어내는데 네가 그마저도 참지 못하고 저를 안아오자 네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며) 마마, 잠시만. 잠깐이면 됩니다. (조심스레 네 고개를 떼고 네 옆에 너를 보고 앉아. 불안한 눈빛으로 보던 너를 제 품으로 당겨 품에 기대게 하자 그제야 다시 제 허리를 꼭 안고 눈을 감고 있기에 그 여자와 있는 시간이 많이 힘들었다는 것을 말을 하지 않아도 느껴져 너를 안고 네 볼을 쓰다듬는) 우리 마마 애기가 다 되셨네. 고생 많으셨습니다. (너를 품에 안고 토닥이다 고개를 돌려 네 코끝에 뽀뽀를 해줘. 더 해달라는 듯 눈을 감고 있자 아까 눈물이 조금 터졌다고 빨개져있는 눈가와 코, 입술까지 입술을 옮겨가며 뽀뽀를 해줘. 힘이 없어 제게 기대있는 널 재워야 할까 밥을 먹여야 할까 고민하다 궁녀가 전복죽을 끓였는데 올려도 되겠냐며 물어오자 너 대신 올리라 대답하곤 너를 조심스레 일으켜 방석에 앉히며) 마마. 드시기 싫으셔도 딱 세 숟가락만 드십시오. (여전히 너를 안은 채로 토닥이고 있다 궁녀가 상을 올리자 숟가락으로 죽을 떠 식힌 뒤 네 입가에 갖다대. 다행히 제가 주는 것이라 얌전히 받아먹자 입가에 묻은 것들을 닦아주고 네 볼에 쪽 뽀뽀해주는) 아이구, 우리 마마 착하다. 잘 먹네. 두 번 더 먹어보고 속이 영 별로면 상을 물리겠습니다. 두 번 남았습니다 마마.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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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24에게
(애기가 다 됐다는 네 말에 그제야 조금 부끄러움이 몰려왔지만 그렇다고 네게 어리광을 부리지 않을 생각은 없었지. 가만히 네게 기대앉아서 숨만 내쉬고 있는데 속이 안 좋은 저를 위해서인지 밥이 아니라 전복죽을 놀리겠다는 궁녀의 목소리가 들려. 그마저도 입맛이 없어 됐다고 물리려는데 네가 한 발 빠르게 들이라고 하곤 세 입만 먹자고 하자 내가 널 이길수는 없었기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여. 정말 아이라도 된 건지 네게 딱 붙어앉아선 네가 먹기 좋은 온도로 식은 죽을 입가에 대주자 냠냠 받아먹는 일밖에 하지 않았어. 쪽 제 볼에 입을 맞추는 네게 살풋 웃어보이고 고개를 끄덕였어) 향수 냄새가 나지도 않고 귓가를 앵앵대던 콧소리도 없으니 속이 좀 낫구나. (네 허리에 팔을 둘러 널 끌어당기고 쪽 목덜미에 입을 맞춰) 네가 있어서 더 안정되기도 하고. (그대로 네 목에 머리를 부비다가 간지럽다는 듯 웃은 네가 다시 죽을 내밀자 냠 받아먹고 네게서 숟가락을 뺏어들어 이번엔 죽을 네 입가에 가져다댔어) 너도 먹거라. 점심은 잘 챙겨먹었느냐. (기어이 네 입에 죽을 밀어넣곤 저도 한 입 먹으며 다시 입을 열었어) 오늘은 같이 자자꾸나. 이제 너도 거의 다 나았고 나도 오늘은 너랑 꼭 자고 싶구나. 꿈에 그 여자가 나올 것 같아. (상상만해도 토기가 올라오는 모습인지라 웁- 하고 입을 틀어막다가 한숨을 푹 내쉬어. 날 좋아하지 않고 돈만 좋아하는 여자가 필요한데. 물론 그 여자가 널 좋아하거나 네가 그 여자를 좋아하는 일은 더더욱 안 됐지만. 꾸역꾸역 죽을 입에 밀어넣으며 그런 여자를 찾아 공고문이라도 붙여야하나 심각하게 고민했어. 요즘은 시험관 아기도 만들던데 그냥 중전자리에 널 앉히고 아이를 그렇게 낳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과학적인 것으로까지 생각의 크기를 넓혀가. 죽을 반절 정도 먹고 수저를 내려놓은 채 이제 어느 정도 다 나아가는 손을 쥐었다폈다하다가 네가 조금 미안해하는 기색을 보이기에 살풋 웃고 쪽 입술에 입을 맞추며 네 손목에 있는 옅은 흉터를 매만졌어.) 마냥 널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부족한 사람이라 미안하구나. (그런 말을 해놓고도 축 처진 분위기가 싫어 죽그릇을 밀어내며 네게 물었지) 배가 더 고프진 않으냐? 여기서 식사하거라. 후식이랑도 먹고. 너와 더 붙어있고 싶구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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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26
글쓴이에게
(함께 자지 않겠다고 하면 기를 써서라도 저와 함께 자겠다고 할 것 같아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제게 미안하다며 살짝 울상을 짓는 것에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 네 볼을 쓰다듬는) 행복합니다. 충분히요. (밥을 먹으란 소리에 반쯤 남겨진 전복죽을 보다 네 엉덩이를 두드리며) 세 숟갈만 먹고 놓을 줄 알았는데, 죽도 잘 먹고. 기특하십니다. 아직 따뜻하니 남은 건 제가 먹겠습니다. (아직 따뜻한 죽을 오물오물 먹으며 너를 보고 히죽 웃는) 마마가 안 계셔서 심심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오늘로 또 마마의 소중함을 느꼈습니다. 보고 싶었어요. (네 코에 제 코를 부비며 말하곤 남은 죽을 다 먹어. 윤 상궁이 상을 물리려 들어왔다 여전히 제 품에 안겨 있는 너를 보곤 웃기에 저도 윤 상궁을 따라 웃고 귤을 가져오겠단 소리에 알겠다고 대답한 뒤 윤 상궁이 나가자 너를 일으켜) 마마. 옷 갈아입으셔야지요. 정장 멋있긴 한데, 불편하지 않습니까. (넥타이를 풀어주고 자켓을 벗겨주는 등의 네 속살이 드러나지 않을 정도의 것들을 제 손으로 벗겨주곤 너를 옷방으로 들여보내. 네가 들어간 사이 예쁘게 놓인 귤 접시가 들어오자 책상에 앉아 너를 기다리다 네가 편하게 옷을 갈아입고 나와 자석처럼 제게 다가와 저를 안자 푸스스 웃으며 너를 옆에 앉히고) 마마 진짜 애기 다 되셨습니다. 이제 저를 못 안으면 금단증상이라도 일어나시는 겁니까? (키득대며 웃다 네게도 귤을 먹여주곤 저도 귤을 집어먹어. 몇 개 더 집어먹곤 네가 하루종일 고생했고 피곤하니 일찍 재워야겠다는 생각에 귤 접시를 밀어놓고 너를 침대로 데려가 눕혀. 벌써 재우는 거냐며 더 놀다 자고 싶다는 너의 어리광에 네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고) 피곤하시지 않습니까. 내일도 많이 볼 수 있으니 오늘은 일찍 주무십시오. 정 보고 싶으시면 오늘은 일찍 자고 내일 수업을 안 가시면 되지 않습니까. (대놓고 수업을 째라는 말을 하면 안 되었지만 저도 너를 보고 싶은 마음에 그런 말을 내뱉어. 그래도 조금 더 있다 자고 싶다며 일어나 앉자 하는 수 없이 네 위에 앉아 입술에 쪽쪽 뽀뽀하는) 그럼 오늘 있었던 얘기나 해주십시오. 저는 마마가 없는 동안 저번에 마마가 대군마마와 눈사람을 만들었던 언덕에 갔다 왔습니다. 귀여운 강아지를 만나 강아지와 노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마마는 뭐 하셨습니까? 설마 그 여자가 막 마마한테 뽀뽀하고 그러지는 않았습니까? 그럼 곤란한데.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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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26에게
(왁스로 올린 머리가 불편해 빨리 씻고 싶었지만 그것보단 너와 더 같이 있고 싶단 마음에 빨리 옷만 갈아입고 나와서 네게 찰싹 달라붙어. 금단증상이라도 있냐며 키득대는 네 품에 그저 좋다는 듯 머리를 부벼버렸지. 오늘은 오랫동안 못 봤으니 얘기라도 더 할까 싶었는데 아까의 제 모습에 피곤할 것이라 생각한 네가 날 일찍 재우려고 눕히는 탓에 싫다고 도리질을 친 후에야 다시 일어나 앉을 수 있었어. 정말 내일 수업을 째버릴까. 내일 수업이 뭐가 있더라. 머릿속으로 곰곰히 생각하는 와중에 언덕에 올라가 강아지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는 네 말에 고개를 끄덕여. 강아지를 하나 사줘야 하나. 턱을 만지며 고민하는데 그 여자와 뽀뽀하진 않았냐는 말에 흠칫하고 놀라선 눈만 깜빡거리다 헤실 웃어버렸지. 어떻게 알았지. 물론 절대 하진 않았지만 그런 걸 물어오는 너에 놀라버렸지.) 뽀뽀는 무슨. 당치도 않구나. (할 뻔은 했지만 어쨌든 안 했으니까. 어깨를 으쓱이곤 기억하기도 싫은 기억을 더듬었어) 그냥...공원에서 걸으며 대화를 했다. 붕어빵을 먹자고 했는데 더러운 음식이라며 거절하기에 기분이 나빴었지. 그렇게 맛있는 걸... 그 후엔 점심을 먹고 사람들이 많은 거리를 걸으며 가볍게 쇼핑을 하다가 영화를 봤다. 영화는 재밌어보였는데 영 집중이 안 되더구나. 지독한 향수냄새도 그렇고 옆 사람이 네가 아니라는게 짜증나기도 하고. 그러다 결국 참지 못하게 빠르게 궁으로 와버렸다. 그게 다구나. (그 여자가 저를 더듬고 자꾸 신체를 접촉해왔다는 사실들은 다 없애고 큰 뿌리만 말을 한 뒤 생긋 웃어.) 그리고. 방금 네가 강아지 얘기를 해서 말이다. 하나 사주련? 데려오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다만 걱정되는 건 네가 그 아이를 나보다 더 좋아할까 걱정이구나. 속이 좁아서 강아지에게도 질투를 느끼는 사람이니 그러면 안 될텐데 말이다. (분명 강아지를 품에 안고 귀엽다며 뽀뽀도 해주고 밥도 챙겨주고 저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낼 너와 강아지를 떠올리다가 벌써부터 질투심이 들어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어) 안 되겠구나. 미안하지만 강아지는 못 사주겠어. 대신, (혀를 빼꼼 내밀고 귀엽게 강아지 흉내를 내더니 헤헤 네게 웃어버렸지) 전정국 강아지로 만족하거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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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29
글쓴이에게
(강아지를 사줄까 하다 질투를 할 것 같다며 안 된다기에 네가 없을 때는 앞으로도 심심하게 지낼 것 같다고 울상을 짓다가 네가 강아지 흉내를 내며 전정국 강아지로 만족하라고 하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는) 아, 마마... (신하들과 궁녀들 앞에서는 근엄하고 포스 있는 네가 제 앞에서만 어리광을 부리는 걸로도 모자라 강아지 흉내라니. 귀엽고 좋아서 죽을 것만 같았어. 혼자 끙끙대다가 네 목을 꼭 끌어안고) 진짜 너무 귀엽습니다. (좋아하는 제 모습을 보더니 다시 한 번 혀를 내밀고 강아지 흉내를 내기에 꺄르르 웃으며 네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고) 우리 강아지. 손! (제 말에 네가 제 손 위에 손을 얹고 깍지를 끼자 헤헤 웃으며 네 손등에 뽀뽀하고) 아구 착하다 우리 정국이. (아무 생각 없이 말하다 네 이름을 입에 올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 헉, 하는 소리를 내. 무례하게 보인 것은 아닐까. 아씨, 망했다. 눈썹을 찡그리며 네 표정을 살피는데 제 걱정과는 다르게 여전히 헤실헤실 웃으며 저를 보고 있기에 방금까지의 걱정을 잊어버리곤 너를 따라 웃어버리는) 너무 좋습니다. 행복합니다 마마. (네 위에 앉아 한참을 쪽쪽대고 입 맞추다 며칠만에 너무 뽀뽀 귀신이 되어버린 것 같아 고개를 떼. 이제 슬슬 재워야겠다는 생각에 네 품에서 떨어지다 왁스를 바른 네 머리가 생각나 아. 하는 소리를 내며 너를 일으키는) 마마 머리에 왁스 바르신 걸 잊고 있었습니다. 들어가서 감고 오십시오. 저도 잘 준비하고 다시 오겠습니다. (금방 볼 것인데도 뭐가 아쉬운 건지 네 손을 꼭 잡고 있는 네가 귀여워 네 손을 꼭 잡았다 놓으며) 우리 강아지, 착하죠? 금방 올게요. 금방. (너를 달래고 방으로 돌아온 후 간단하게 씻고 잠옷으로 옷을 갈아입은 후 네 방으로 향해. 아까 속이 안 좋았던 네가 잠을 제대로 못 잘까 걱정됐던 건지 궁녀가 꿀물을 제게 건네주자 고개를 끄덕이고 방으로 들어가. 네가 머리를 털면서 나오자 너를 거울 앞에 앉히곤 꿀물이 든 머그컵을 손에 쥐어준 채 저는 드라이기를 집어들어 네 머리를 말리기 시작하는) 드십시오. 궁녀들이 마마가 잠을 못 자면 어쩌나 싶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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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29에게
(맘에 들지 않는 걸까. '아, 마마...' 라고 한 네가 혼자 끙끙대는 모습에 조금 풀이 죽으려는데 너무 귀엽다며 목을 안아오는 것에 방실 웃어버려. 좋아하는 것 같기에 다시 강아지 흉내를 내줬더니 '우리 강아지, 손!' 하는 것에 푸스스 웃고 손을 올렸다가 부드럽게 깍지를 껴. 그랬더니 네 입맞춤 뒤에 들리는 제 이름. 내 이름을 부른 네가 더 놀라서 눈이 커진 상태였지만 저는 매우 좋은 상황이었어. 네가 내게 말을 편하게 해달라고 할 때가 이런 느낌인가. 네가 저를 '정국아' 라고 불러주길 바랐지. 이름을 부른 것에 적잖이 놀란 것 같아서 괜찮다고 웃어주는데 잠시 자리를 피하고 싶은 건지 씻고 만나자는 말에 그마저도 아쉬워서 손을 꽉 잡아버려. 우리 강아지- 하는 네 말에 결국 손을 놓아줬지만. 네가 나가는 건 아쉬웠지만 아까부터 찝찝해서 씻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었기에 기다렸다는 듯 욕실로 들어가 씻고 나와. 타이밍 좋게 들어오는 네 손길에 밀려 거울 앞에 앉아선 머그컵을 바라보았지. 꿀물인가. 옅은 노란빛의 액체를 바라보며 그것을 홀짝거려. 제 머리칼을 파고드는 손길이 부드러웠지.) 별 걱정을 다하는 구나. 웬만해선 잠을 못 자지 않는다. 열이 심하게 나거나 엄청 아프지 않은 이상. 걱정 말라고 하거라. ( 금세 바닥을 보인 컵에 짭짭대며 입을 다시다가 어느정도 머리가 마르자 널 그대로 보쌈하듯 안아들고 침대에 철퍽 눕혀. 그리곤 후다닥 불을 끄고 와서 네게 안겨들었지.) 으아- 좋구나. 이 시간만을 어찌나 기다렸는지. 내일 정말 수업이나 째고 너랑 놀러나갈까 고민중이구나. 너는 어떠하냐? (제 말에 수업은 보내야겠는데 그래도 같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듯, 차마 말론 못하고 끄응 앓는 네 표정에 다 알겠다 싶어서 헤실 웃어버렸어.) 알았다. 네 뜻을 알았어. 수업을 안 가는게 옳은 일이구나. (제 말에 제가 언제 그랬냐며 발끈하는 네 머리를 쓰다듬고 쪽 볼에 입을 맞췄지.) 놀이동산이라도 가련? 아니면 동물원엘 가도 좋다. 맛집을 찾아다녀도 좋고 자연을 누비는 것도 좋겠구나. 운동을 하고 악기를 다루며 시간을 보내도 좋고. (네가 뭘 할지 고민할 것 같아서 몇 개 선택지를 두루뭉실하게 건네주고 네게 이불을 잘 덮어준 뒤 네가 추워하지 않게 꼭 안아 체온으로 덥혀줘.) 이제 아프지 말거라. 네 몫까지 내가 아플테니.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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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30
글쓴이에게
(저를 눕히고 불을 끈 뒤 저를 꼭 안고 내일은 수업을 째고 저와 있어야겠다는 말에 잠시 대답을 않고 가만히 있어. 저 때문에 네가 수업을 가지 않은 것을 알면 너와 나 둘 다 미운털이 박히는 건 아닐까 하다가도 너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잠시 망설이는데 네가 제 마음을 알고 안 가겠다며 얘기하자 작게 발끈하는) 아,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 마마. 싫은 건 아니지만... (제 말은 무시한 건지 선택지를 주며 하고 싶은 것을 하자고 하는 네 말에 잠깐 고민하다 대답하는) 음, 내일 정하겠습니다. 그냥 내일 눈 떴을 때 하고 싶은 거 하러 가고 싶습니다. (제 말에 알겠다며 네가 저를 안고 아프지 말라고 하자 네 품에 꼭 안겨 고개를 부비곤) 이제 안 아픕니다. 마마 덕에 몸도 마음도 아플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헤실 웃으며 네 품에 안겨 있다가 고개를 들어 네 입술에 쪽 입 맞춰, 왠지 네가 자기 전에 키스를 하고 자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서. 혀는 섞지 않고 그저 입술만 맞대고 있다 너를 자극하려 네 입술을 제가 먼저 살짝 물고 핥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네가 손을 올려 제 볼을 잡고 부드럽게 입을 맞춰 오기에 입술 사이로 웃음이 새어나와. 분명 어제도 진한 키스를 했는데 한참 굶주린 사자처럼 제 입술을 집어삼킬 듯 입을 맞추다 제 숨이 가빠지는 것을 느꼈는지 입술을 잠시 떼곤 입술 위로 쪽 쪽 쪽 소리나게 계속 입을 맞춰 오기에 눈꼬리가 휘어져라 웃으며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 네 얼굴을 매만지는) 마마, 뽀뽀 귀신 같습니다. 굿나잇 키스는 이제 필수로 해야 하는 겁니까? (너와 코를 맞대고 소리 내어 웃다 이제 진짜로 자야겠다 싶어 자세를 고치고 네 품에 안겨 잠을 청해. 오늘도 어김없이 사랑한다, 아가. 하는 네 다정한 말이 들리자 네 품 안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네, 저도 사랑합니다. 우리 강아지 사랑해요. (제 말에 네 웃음소리가 들리고 저도 웃고 있다가 졸음이 몰려와 금세 잠이 들어. 아침까지 미동도 않고 자다가 윤 상궁이 너를 깨우러 들어와 너를 흔들다 네가 저를 안고 있어 제 몸도 흔들리는 바람에 눈을 떠, 오늘도 어린아이같이 졸리다는 투정을 부리기에 제가 깨우겠다며 윤 상궁을 내보내곤 너를 꼭 안고 등을 쓸어내리는) 우리 강아지 졸려요? 일어날 시간 다 됐는데. (아침잠이 많은 너라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제 품에 더 안겨들자 귀엽다는 듯 웃고 네 머리칼에 뽀뽀하며 꽉 안아주는) 그럼 10분만 더 자는 거예요. 10분 뒤엔 진짜 일어나기야. 알았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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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30에게
(아직 떠오르는 게 없는 건가. 내일 아침에 눈뜨고 생각해보겠다는 네 말에 푸스스 웃으며 알았다고 대답했어. 그리곤 널 안고 자려는디 네가 입술을 부딪혀온 거지. 혀를 밀고 들어오지도 않고 그렇다고 입을 벌려주지도 않은 채 가만히 입술만 맞대고 있기에 저도 얌전히 긴 뽀뽀를 하고 있었지. 그랬더니 네가 도발하듯 먼저 입술을 핥아온 거지. 애써 참고 있었던 것을 참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네 볼을 잡고 바로 입을 맞춰왔지. 네가 먼저 도발한 건 처음인 것 같아서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흥분이 됐어. 입술을 집어삼킬 듯이 키스했어. 혀를 옭아매고 입 안을 샅샅이 훑고 타액을 모조리 제 입으로 넘겨 삼켰지. 숨을 쉬기 힘든지 제 옷깃을 꼭 쥐어오는 너에 맞춰 입을 떼어냈어. 헉헉대는 네 입술에 연달아 뽀뽀를 해주곤 굿나잇 키스는 꼭 해야하냐는 네 말에 억울하다는 듯이 웃어버려) 너무하구나. 입도 네가 먼저 맞댔고 유혹도 네가 먼저 하였는데. (방실 웃어버리는 너에 뭐 아무렴 어떻겠냐 싶어서 널 끌어안아버렸지만.) 사랑한다, 아가. (굿나잇 키스를 매일 해야하는 건 아니지만 이 말만은 매일 해주고 싶었어. 사랑한다며 우리 강아지라는 호칭을 붙이는 너에 웃음을 흘리고 곧 잠이 들어. 벌써 아침인가. 저를 흔들어 깨우는 윤 상궁의 손길에 미간을 좁혔지) 아으...싫다. 더 자고 싶구나. (손길을 쳐내고 네 품을 파고들어 다시 멀어진 잠을 부여잡는데 네가 저 대신 깬 것 같았어. 우리 강아지 졸려요? 하는 말에 아이취급이 마냥 기분 좋기도 하고 이제 제 애칭은 강아지가 됐구나 싶어서 웃음이 나와. 네 품에 파고들어 어리광을 부리자 10분만 자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 어차피 수업도 안 들을 건데요. (잠에 취해 낮게 갈라진 목소리로 대꾸하곤 침대 머리맡을 더듬거려서 핸드폰을 찾아냈어.) 어. 오늘 신하들을 봐야하는 자리도 없고 나갈 일도 없는 거 안다. 그러니 오늘만 쉬고 싶구나. 가고 싶은 곳도 있고. (크게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곤란하다는 비서의 말을 무시하고 전화를 끊어버려. 그래도 되냐며 제 어깨를 톡톡 때리는 네 손을 깍지껴 잡고 쪽 손등에 입을 맞춰.) 오늘 어디 갈 건지는 정했느냐? (네 허리를 괜히 지분거리며 눈을 감은 모습으로도 능글맞게 웃었어. 그러면서도 아직 옷 안까지는 과하다고 생각했는지 옷이 말려올라가려고 하면 쭉 잡아내리기를 반복했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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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33
글쓴이에게
그냥 일상적인 데이트를 하고 싶습니다.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아. 애견 카페. 가고 싶어요. 흐으, 마마아... (허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평소 만질 때와는 다른 묘한 느낌이라 네 품으로 꼬물꼬물 파고들며 몸을 비틀어. 저도 모르게 얕은 신음을 낸 게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지는데 그런 제 반응이 귀엽기라도 한 건지 옷 위로 허리를 살살 쓸어내리자 입술을 깨물고 신음을 참다가 네 손을 잡아 떼어내고) 으응, 느낌 이상해요. 그마안. (방금 전까지의 졸린 얼굴과는 다르게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저를 보자 네 볼을 꾹 누르고 울상을 지으며) 마마 손길 너무... 야합니다. 막 쓰다듬고, 주무르고. 변태... (진짜 변태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지만 저만 부끄러워하고 너는 아무렇지 않은 게 괜히 심통나 네게 변태라고 하곤 밉지 않게 흘겼더니 억울하다는 듯 잔뜩 울상을 짓고 자기가 무슨 변태냐며 제게 물어오자 그런 네가 귀여워서 네 볼에 쪽 뽀뽀하고) 오구오구, 억울했어요? 장난이에요. 장난입니다. 변태 아니에요 우리 강아지. (이제 강아지라는 애칭이 입에 붙어버렸어. 네가 싫어하지 않는 것 같아 다행이었지. 제가 너를 달래는데도 변태라고 했던 게 충격이었는지 제 품에 고개를 부비며 자기 변태 아니라고 변명하자 네 고개를 들게 해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놓으며) 네, 우리 마마 변태 아니에요. 아닙니다 절대. 표현이 이상하긴 하지만 저도 마마가 쓰다듬어주시는 거 기분 좋습니다. (네 기분을 더 달래주기 위해 네 손을 다시 제 허리에 갖다대. 만져달라는 뜻이었지. 제 말에 네가 소리내어 웃으며 제 허리를 지분대는데 옷이 올라가자 내리고 다시 옷 위로 쓰다듬기에 네 손을 잡아 옷 안의 맨살에 대줘. 네가 놀란 눈으로 저를 보자 네 손을 잡고 움직여 네가 제 허리를 쓰다듬도록 하며) 뭐 어떻습니까. 사랑하는 사인데. (네 말에 그제야 네가 능동적으로 제 허리를 만지기 시작하자 좋으면서도 묘한 느낌에 네 품에 얼굴을 묻고 있는) ...기분 이상한데 좋습니다. (네가 수업을 가지 않으니 아침이 길게만 느껴져. 여유롭게 너와 침대에서 뒹구는 것이 꿈만 같아 너를 꼭 안고 있다가 문득 고개를 들며) 마마. 이러고 있으니 꼭 신혼부부 같습니다. 신혼부부들이 이러지 않습니까. 눈 뜨자마자 뽀뽀하고, 꼭 안고 있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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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33에게
애견카페? (허리를 쓸어내리고 있자니 신음을 꾹꾹 삼키다가 결국 못 참겠는지 끙끙 앓으며 손을 잡아내리는 너에 헤실 장난스레 웃어버려. 그마저도 네가 변태라고 해서 표정이 굳어버렸지만. 변태라니. 난 그냥 좋아서 만진 건데. 억울한 표정을 짓고 왜 변태냐며 반박하자 장난이라며 우리 강아지- 하고 달래주는 너에 조금 마음이 풀릴 법도 싶었지만 변태라는 말이 꽤나 큰 충격으로 다가와서 마냥 웃을 수 없었어.) 변태 아니다. 네가 좋아서 그런 것이다. 막 만지고 싶기도 하고...그냥 네가 좋아서... (네가 좋아서 그랬다고 변명을 하다가 제 입술을 살짝 물었다 놓은 너에 입을 다물어. 만져달라는 듯 허리에 손을 얹는 네 행동에 그제야 마음이 사르르 풀렸지. 조심조심 얄쌍한 네 허리를 지분거리는데 순간 맨살이 닿는 느낌에 화들짝 놀라. 그래도 괜찮다는 듯 웃으며 '사랑하는 사이' 라고 하는 너에 배시시 웃으며 허리를 매만져. 역시 옷 위보다는 맨살이 더 기분이 좋았지. 얕게 신음을 흘리며 제 품에 안겨있는 네가 너무 사랑스러웠지. 좋아하는 감정이 끝까지 차올라서 어쩔 줄 몰랐어. 신혼부부같다는 말에 네 얼굴 곳곳에 뽀뽀를 퍼부었어. 한 편으론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 너와 함께 궁을 나가 둘이 살지 않는 이상은 너랑 결혼이란 것 자체를 할 수 없었으니까. 네 몸이 으스러져라 널 꼭 끌어안다가 제 분위기를 눈치챈 건지 왜 그러냐는 네 말에 애써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지. 벌써 시간은 9시.) 이제 일어나서 준비하자꾸나.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거리도 걸으면서 물건도 사고. (밝게 웃고는 네 팔을 잡아일으켜 혀를 쓰지 않고 입술로만 진득하게 키스를 하다가 놓아주곤 이마에 뽀뽀한 것을 끝으로 욕실로 향해. 저번에 선 본 여자랑 했던 데이트보다 훨씬 더 행복하고 즐거운 데이트를 할 생각이었지) 준비하고 오거라. 오늘 하루종일 데이트나 하자꾸나. (티셔츠를 벗으며 욕실로 들어서다 아, 하며 너를 돌아봐) 애견카페라고 하면 개가 좋으냐 고양이가 좋으냐? 요즘은 새도 있고 너구리도 있던데. 종류만 말하면 바로 카페를 찾아 데려갈테니 그런 건 걱정 말고 네가 원하는 것만 말하거라. 강아지도 못 사주는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 않겠느냐. (시원스럽게 웃고는 준비하는 동안 생각해두라고 말하곤 쏙 욕실로 들어가버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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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36
글쓴이에게
(네가 티셔츠를 벗다가 뒤를 돌아 배가 다 드러나자 부끄러움에 볼을 붉히다 어디를 갈 건지 생각하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꾸벅 인사를 하는) 얼른 준비해서 오겠습니다. (너와의 첫 데이트라니. 떨리는 마음으로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기 시작해. 서두르는 와중에도 바디워시까지 꼼꼼히 문지르곤 머리를 털며 나와. 오늘은 뭘 입어야 할까 고민하다 깔끔한 청바지에 아이보리색 포근한 니트를 입곤 머리를 만지기 시작해. 왁스도 바를까 하다 네가 제 머리 만지는 걸 좋아했던 걸 기억하곤 그냥 말리고 정리만 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까지 챙겨입곤 네가 저번에 매줬던 빨간 목도리를 칭칭 둘러 감고 방에서 나가려는데 마침 네가 제 방으로 와 문을 열자 네게 폭 안겨 헤실 웃는) 마마아. 제가 금방 갈 터인데 뭐하러 오셨습니까. (네가 저를 안고 제 머리를 쓰다듬자 왁스를 안 바르길 잘 했다고 생각해. 너와 함께 나가다 네가 제 손을 잡자 이제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네 손을 꼭 잡은 채로 궁 밖으로 나와. 뭐부터 할 거냐는 네 말에 잠시 고민하다 방긋 웃으며 배를 문지르고) ...마마, 저 배고파요. 마마랑 노느라 아침을 안 먹었더니 배에서 자꾸 꼬르륵 소리가 납니다. 마마는 배 안 고프십니까. 어, 저기. (길거리를 걷던 도중 붕어빵 가게가 보여 너를 두고 다다다 뛰어가 팥과 슈크림을 반반 섞어서 산 후 뒤돌아 너를 보며 방긋 웃는) 아침은 이거면 될 것 같습니다. 이거 먹고, 애견 카페를 가도 좋고 영화를 봐도 좋을 거 같아요. 아, 맞다. 저 고양이 카페 가고 싶습니다. 강아지 카페 가려다가 강아지는 어제 봤으니 고양이 카페를 가고 싶어서... 마마는 고양이 좋아하십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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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36에게
(짙은색 청바지에 조금 몸에 붙는 검은색 폴라티를 입고 검은 코트를 걸쳤어. 너무 어두운 색으로만 한 건가 싶었지만 나름 괜찮아보여서 대충 머리만 손으로 빗어넘긴 채 워커를 신었지. 빨리 가고 싶단 마음 때문이었을까. 생각보다 준비가 일찍 끝나버려서 네 방으로 먼저 가기로 해. 두어 번 노크를 하고 방 문열자마자 폭삭 안겨오는 너에 방긋 웃음지어버렸지. 저를 닮아 포근하고 말랑거려보이는, 조금 품이 큰 아이보리색 니트에 제가 둘러줬던 빨간목도리를 한 네가 어찌나 귀여워보이던지.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고 손을 맞잡은 채 궁을 나오자 배가 고프다는 너에 근처 한식당에서 네게 식사를 대접하려 해. 그러나 제 생각과는 반대로 붕어빵을 사오는 너에 조금 마음이 쓰이긴 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버렸지.) 그래. 그걸로 하자꾸나. 대신 점심이나 저녁을 푸짐하게 먹으면 되는 것이니. 고양이도 좋아한다. 싫어하는 동물은 없구나. (걱정 말라는 듯 네 볼을 어루만져주고 네가 건네는 붕어빵을 한 입 먹었어. 맛있는 붕어빵이 입에서 녹는 것 같았지. 붕어빵 봉지를 품에 안고 야금야금 붕어빵을 먹는 네 어깨에 팔을 둘러 제 품으로 당기곤 길을 걸었어.) 그럼 애견카페부터 가자꾸나. 고양이를 보고 싶다고 했지? (근처에 시설이 잘 된 고양이 카페를 금방 찾아내. 야옹거리는 고양이 한 마리를 벌써부터 품에 안고 자리를 잡았어. 고양이를 테이블에 올려두자 귀여워 죽겠다는 눈빛으로 고양이를 쓰다듬는 네 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지. 마마, 보십시오! 고양이가 너무 귀엽습니다! 하고 들뜬 네가 고양이보다 더 귀여워서 나는 사실상 고양이보다 널 더 많이 보고 웃었지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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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38
글쓴이에게
(네가 하얀 고양이를 능숙하게 안고 테이블에 내려놓자 신기하게도 도망가지 않고 얌전히 앉아 있는 모습이 귀여워 발을 동동 구르며 네게 너무 귀엽다며 얘기해. 어쩜 이렇게 작고 귀엽지. 아직 아가인지 우는 소리도 작고 몸집도 작은 게 귀여워서 미칠 것만 같아 조심스레 고양이를 안아. 보통 고양이는 안는 거 싫어해서 바로 도망가던데. 사람의 손을 많이 탄 탓인지 제게 얌전히 안겨 팔에다 고개를 부비기에 아기 안듯 고양이를 안고 털을 살살 쓰다듬으며) 으으, 마마... 이것 좀 보십시오. 어쩜 이렇게 고양이가 얌전할 수가 있지... (사실 고양이카페는 고양이를 만지고 안고 있는 거보단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아서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이 고양이만 그런 건지 강아지처럼 애교도 부리기에 꺄르르 웃으며) 아, 아 진짜 귀여워. 아... (한참을 쓰다듬으며 안고 있다가 들어올 때 주문한 음료 두 잔이 나오자 아이스티를 마시려 아빠다리를 하고 앉아 그 위에 고양이를 조심스레 내려놓고 컵을 집어들어. 제가 놓아주자 제 무릎 위에 편히 누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고양이가 귀여워 아이스티를 한 모금 마신 후에 고개를 숙여 고양이 머리에 쪽쪽 소리나게 뽀뽀하고 볼을 부비는) 우리 야옹이. 누구 닮아서 이렇게 얌전해? 응? 만지는데 가만히 있고, 도망도 안 가고. 형아가 좋아? (우연의 일치인지 고양이가 작게 야옹- 하고 울자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재차 묻는) 오구오구, 우리 고양이 형 좋아? (이번에는 대답이 들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좋다는 듯 고양이에게 볼을 부비고 등을 쓰다듬으며 어느새 너를 잊은 채 고양이에게만 집중하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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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38에게
(고양이를 귀여워하는 널 보며 역시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해. 고양이와 케미 터지는 네 모습에 저도 모르게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마구 찍어댔지.) 배경으로 해야지.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사진들을 보다가 음료수도 먹고 제 근처에 온 고양이들도 쓰다듬어줬어. 근데 네가 점점 나한테 관심이 더 없어지는 거야.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신경도 안 쓸 줄이야. 앞에서 손을 흔들어 주의를 끌어봐도 너는 고양이에게 시선을 박은 상태였지. 처음엔 좋아서 그러는갑다- 하고 귀엽게 봤었지만 지금은 아니었어. 아예 나랑 데이트를 나온 것 같은 자각이 없는 네 모습에 이미 입술이 댓발 튀어나왔지. 그래도 차마 테이블을 쾅 내려치진 못하겠어서 똑똑 테이블을 두드렸어. 고양이가 귀를 쫑긋거리며 날 돌아보고 나서야 네 시선도 날 돌아봤지. 어쭈. 턱을 괴고 심두렁한 표정을 지으며 기다렸다는 듯 투덜거렸어) 역시 강아지를 사주지 않기로 한 것이 옳은 선택이었구나. 나를 이리 찬밥신세를 하다니. 병풍같구나. (한숨을 푹 내쉬며 애꿎은 고양이만 밉지않게 노려보자 네가 그제야 눈치를 챈 것 같았어. 어쩔 줄 몰라하며 허둥대는 네게 괜찮다는 듯 손을 휘젓다가 슬쩍 카페 안을 살폈지. 아직 오전이라 사람들도 없고 직원들도 다른 고양이들들 예뻐해주거나 밥을 주는데 바빠서 여기엔 관심도 없어보였어. 그걸 확인하고 나서야 내 옆자리를 팡팡 쳤지) 이리 와보거라. (의아하고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다 나를 바라보는 네게 당당한 손짓으로 제 볼을 콕 찔렀어) 적어도 뽀뽀는 해줘야 마음이 풀릴 것 같구나. 이 정도면 싸게 해주는 것이니 얼른 해주거라. (맘 같아선 어디 입술을 함부로 놀리냐며 고양이에게 뽀뽀세례를 퍼부은 네게 장난스럽게라도 혼쭐을 내고 싶었지만 꾹 참아.)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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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39
글쓴이에게
(네가 테이블을 두드리고 나서야 상황을 인지하곤 당황한 눈으로 너를 봐. 아, 너무 좋아했나. 너도 예뻐해줘야 하는데. 내가 너무 고양이한테만 정신을 팔았나. 어쩔 줄 몰라 하다 옆으로 와보란 소리에 고개를 갸웃해. 지금 가면 주위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텐데. 주위를 둘러보는데 다행히 손님도 없고 알바도 고양이들을 챙기러 다른 곳에 들어가 있자 안고 있던 고양이를 내려주곤 네 옆으로 쪼르르 다가가 앉아. 잔뜩 심통난 표정으로 뽀뽀라도 해달라며 볼을 가리키자 그런 네가 귀여워 웃음이 터져. 한참을 키득대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네 볼에 가볍게 뽀뽀하니 영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계속 볼을 톡톡 치기에 여러 번 해줘. 그래도 자꾸만 해달라는 듯 볼에 손을 대자 잠시 고민하다 제 주머니에서 색깔이 있는 립밤을 꺼내 입술에 잔뜩 바르곤 네 볼에 꾹 찍었지.) 헤, 귀엽습니다 마마. (어제의 네가 남겼던 것처럼 네 볼에 붉은 입술자국이 남자 헤실헤실 웃다가 급하게 핸드폰으로 네 모습을 찍어. 핸드폰을 거의 안 쓰긴 하지만 그래도 배경 해놔야지. 사진을 찍고 나서야 티슈를 집어 네 볼을 닦아주고) 우리 강아지, 이제 만족해요? (직원들 눈치를 살살 보다가 네 엉덩이를 몇 번 토닥이며) 우리 강아지, 내 강아지. 기분 좀 풀렸어요? 오랜만에 보는 애교 많은 고양이라 저도 모르게 그만... (다시 반대편 자리로 돌아가 고양이를 안지 않고 테이블에 턱을 괸 뒤 너를 보며 생글생글 웃고 있는데 발 근처에서 야옹 거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 봤더니 아까 아기 고양이가 안아달라는 듯 저를 올려다보자 고양이를 안아들어 무릎에 앉히고 쓰다듬으며 웃는) 마마. 얘 좀 보십시오. 저를 좋아하는 게 분명합니다. 제가 동물들한테 인기가 많은가 봅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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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39에게
(사람들이 있으니 싫다고 할 것 같았어. 그러면 더 서운해할 것이었지만. 그래도 다행히 쪼르르 옆으로 와선 아이처럼 키득대는 너에 조금 마음이 풀렸지. 쪽 한 번 볼에 입을 맞췄으나 부족한 것 같아서 계속 볼을 두드렸어. 내빼지않고 뽀뽀를 해주는 네 덕분인지도 몰랐지. 나중에 가서는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았지만 네게 뽀뽀를 더 받고 싶다는 생각에 더 볼을 두드리게 됐지. 아, 너무 해달라고 했나. 고민하는 네가 싫어서 그런 줄 알고 조금 움찔했다가 네가 립밤을 바르고 쪽 볼에 뽀뽀해주자 방긋 웃어. 귀엽다는 너에 티슈로 닦을 생각도 못하고 헤실 웃다가 무방비하게 네 카메라에 찍혀버렸어. 이제 만족해요? 하며 볼을 닦아주는 너에 닦이는 부분의 눈 한 쪽을 감으며 네 핸드폰을 가리켰지) 으, 사진, 사지인... (못 나왔으니 지우라고 하고 싶은데 이미 립밤도 지워졌고 너도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보여서 한숨만 폭 내쉬고 체념했어. 그래도 우리 강아지에다가 '내' 강아지라고 해주는 너에 아이처럼 방실방실 웃어버렸지. 다시 자리로 돌아가 고양이를 품에 안자 고개를 끄덕였어) 널 누가 싫어하겠느냐. (심히 팔불출적인 말에 네가 조금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지만 진심이라서 무를 생각은 없었어. 제 발치께에도 고양이 한 마리가 와 있었어. 웬만하면 사람 손을 많이 탄 아이라 성격이 날카롭지 않았지만 잘못 건드리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었기에 조심해야했어. 네게 안겨있는 고양이는 경우가 다른 놈이었으니까.) ...착하지...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지만 기분이 안 좋았던 건지, 하마터면 발톱에 긁혀 상처가 날 뻔 했어. 발을 휘두르려는 모습에 쏙 손을 내빼서 다행이었지. 덩달아 놀란 듯한 네가 눈이 떨어질 듯 커다란 눈으로 바라보자 괜찮다는 듯 헤실 웃고 네게서 얌전히 안겨있는 고양이를 받아들었지.) 이 놈이 제일 낫구나. 착해. (쪽쪽 고양이에게 뽀뽀를 하자 야옹- 하고 우는 모습에 의외의 심쿵장면인지라 입술을 꾹 깨물고 고양이를 바라보다 다시 테이블에 올려놔.) 귀엽긴 하구나. 그래도 다시 사준다는 생각은 절대 안 할 것이야. 내가 너에게서 2순위로 밀려나는 건 죽기보다 싫으니 말이다. (단호하게 내뱉곤 아이스티를 홀짝였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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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40
글쓴이에게
(고양이한테 질투를 한다는 것이 귀여워서 죽을 것만 같았어. 사주지 않겠다는 것도 귀여웠지. 테이블 위에 얌전히 앉아 있는 고양이를 가만히 바라보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예뻐해주곤 테이블에서 내려줘) 마마, 이제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어떻습니까? 사실 아까 붕어빵을 먹었다고는 하지만 배도 고프고 하니... 밥을 먹으러 가고 싶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아이스티를 쪽 빨아먹곤 네가 제 말에 알았다며 일어서자 저도 따라 일어서. 아까 그 고양이가 가는 걸 알았는지 몇 걸음 따라오다 고양이 무리로 뛰어가기에 흐뭇하게 바라보고 가게를 빠져나와. 뭘 먹을까 하다 네가 한정식이 어떠냐며 물어오자 고개를 끄덕이며) 좋습니다. 마마랑 가는 거면 어디든 좋아요. (제 말에 방긋 웃으며 제 손을 잡고 걷기에 얌전히 너를 따라가. 미리 찾아본 것이었는지 금방 도착해 고급스러운 한정식집을 둘러봐. 이런 데는 어디서 찾았지. 예쁘다. 모든 테이블이 룸 형식으로 되어있는 가게라 네게 애교를 피워대도 괜찮겠다 싶었어. 아까 고양이때문에 서운해했던 마음도 풀어줄 겸 말이야. 직원이 안내하는대로 들어와 네가 주문을 마치자 네 손을 잡아 제 얼굴을 부비며) 마마, 이런 곳은 언제 또 알아보셨습니까? 분위기가 너무 예쁩니다. (네가 좋아하니 다행이라며 제 볼을 쓰다듬자 손을 잡아 손바닥에 뽀뽀하며) 기분 너무 좋습니다. 마마가 저를 위해 이렇게... 아까 고양이 카페도 마마가 검색하지 않으셨습니까.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뜨고 너와 눈을 마주보며 밝게 웃는) 행복합니다. 사랑 받는 기분이라 너무 행복합니다. 다 마마 덕입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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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40에게
(둘이 남자마자 애교를 피우는 네가 귀여워 볼을 쓰다듬어주었더니 손바닥에 뽀뽀하는 감촉이 간지러워 손가락을 말아쥐며 몸을 움츠려. 그리고 이어지는 행복하다고, 제 덕이라는 말. 분명 처음에는 저를 노려보고 손만 대도 싫어했던 너인데. 나랑 같이 있는 걸 불편해했던 너인데 이제 나로 인해 행복하다는 말을 하다니. 새삼 감격스러워서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다가 그러지 말라며 네가 씁- 하는 모습에 입술을 놓고 헤실 웃어버렸어.) 나도 행복하구나. 네가 날 좋아해줘서 너무 행복해. (네 손을 잡아당겨 똑같이 손바닥에 입을 맞추는데 마침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손을 놓아줘. 정갈하게 차려입은 직원만큼이나 정갈하고 맛있어보이는 반찬들이 가득 식탁에 놓였지. 먹을게 너무 많다며 눈을 이리저리 굴리곤 냉큼 잘 먹겠습니다 인사한 뒤 밥을 퍼먹는 네 모습에 미소짓고 생선을 제 쪽으로 가져가. 하나같이 다 맛있다는 네게 잘 되었다고 대답해주면서도 생선 살을 발라내는데 여념이 없어서 시선을 마주하진 않았지. 마마아- 하며 젓가락으로 제 그릇을 톡톡 치는 네 행동에 푸스스 웃음짓곤 큼직하니 먹음직스럽게 잘 발라진 살을 네 밥그릇에 얹어주었지.) 얼른 먹거라. 잘 먹으니 기분이 좋구나. 봐주지 않아서 서운했느냐. (웬만하면 저를 달랠 때 말고 별로 쓰지 않는 애교를 부렸는데도 내가 보지 않아 심통이 난 것 같았기에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대신 생선살로 널 달랬지. 제게 먹으라고 다시 주려는 너에 미간을 좁히고 싫다고 완강히 말한 다음 살을 어느정도 남겨둔 다음 몽땅 네 그릇에 쏟아부었어. 살짝 울상을 짓는 너에도 저는 이게 도 맛있다는 듯 살이 군데군데 붙은 가시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남은 살들을 먹고 가시를 뱉어냈지.) 더 안 먹고 뭐하느냐. 밥을 먹고는 영화도 보고 바닷가에 가도 괜찮을 것 같구나. 주변에 그림이 그려진 담장들도 많고 저녁엔 불꽃축제도 한다고 했으니 말이다. 괜찮겠느냐. 이동하기가 불편하면 기사를 불러 차를 대기시키도록 하겠다. (묵을 간장에 찍어먹으며 네게 다음으로 할 일정둘을 말해줬어. 그리곤 너를 빤히 바라보았지. 네가 조금이라도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거나 다음에 할 것을 생각해놨었던 듯한 표정을 지으면 바로 무르고 네가 말하는 것을 따르려고. 세심히 네 표정을 살피며 괜찮으니 말해도 된다는 얼굴로 생긋 웃어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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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우리 끝은 어떻게 낼까요? 이미 행쇼하긴 했는데...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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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42
글쓴이에게
(생선살을 바르는 것에 집중하는 너를 보며 배가 많이 고팠나 싶으면서도 밥이 나오자마자 저를 봐주지도 않는 게 괜히 서운해 입술을 비죽이며 네 그릇을 톡톡 쳐, 그러더니 열심히 바른 살을 제 그릇에 부어주자 당황한 눈으로 너와 그릇을 번갈아보며) 마, 마마... 괜찮습니다. 마마 많이 드세요. (괜찮으니 많이 먹으라며 네가 거부하자 어쩔 수 없이 네가 발라준 살을 먹기 시작해. 네가 발라줘서 그런지 아니면 이 가게 갈치구이가 맛있는 건지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기분에 방긋 웃고 있는데 다음 일정을 얘기하는 너에 괜히 기분이 이상해져. 저는 너와 데이트를 한다는 사실만 생각하곤 구체적인 계획도, 할 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신나있었는데 네가 저를 생각해 카페도, 이곳도, 그리고 함께 갈 곳까지 찾아봤을 생각에 사랑 받고 있는 게 맞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해. 제가 말이 없으니 자기가 말했던 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거냐며 제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걸 하러 가자고 하자 뭐든 저부터 생각해주는 네가 고마워 눈물이 나려 해 입술을 꾹 깨물어, 고개를 그릇에 박고 있다 태형아. 하는 네 부름에 울음이 맺힌 눈으로 너와 눈을 마주보며) ...마마, 너무, 너무 행복해서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눈엔 눈물이 맺혀 있으면서도 사랑 받고 살라는 꿈에서의 목소리가 생각나 너를 보며 방긋 웃어, 제 눈물에 네가 당황한 눈을 하고 있자 금세 휴지로 눈가를 움치곤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는)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났습니다. 마마가 너무 좋아서. 저 어디든 다 좋습니다. 아, 바닷가. 바닷가 가고 싶습니다. (제가 있던 나라는 다른 나라들 사이에 위치한 나라라 바다가 없었어. 그래서 늘 사진으로만 보다 몇 년 전 다른 나라에 일정이 생겨 방문했을 때 잠깐 들려 구경한 게 다였지. 태어나서 두 번째로 가는 바다가 너와 함께 가는 바다라니. 행복해서 자꾸만 웃음이 나왔어. 실실 웃으며 네가 발라준 생선살에 밥을 먹다가 제가 니무 제 밥만 먹었나 싶어 갈비찜 살코기를 하나 집어 네 입가에 갖다대며) 마마, 아- (제 말에 네가 순순히 입을 벌리고 고기를 받아먹자 손을 뻗어 네 턱을 살살 간지르고) 오구오구, 잘 먹네 우리 강아지. (씩 웃으며 칭찬을 해주곤 몇 번 더 먹여주다 제 밥을 먹기 시작해. 오늘도 어김없이 한 그릇을 싹 비웠어. 네게 마음을 열기 전에는 반 그릇도 채 못 비우던 저인데... 마침 네가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식혜가 들어오자 식혜까지 다 마시곤 볼록 튀어나온 배를 만지작거려) 으아, 마마. 저 마마랑 살다가 돼지 될 것 같습니다. 식욕이 막... 샘솟습니다.

/그러게요ㅋㅋ 끝을 어떻게 내야 할까... 정국이가 왕이 되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안 되는 게 좋을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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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42에게
태형아. (역시 멋대로 정한게 문제였을까. 고개를 숙이고 대답을 않는 네 모습에 불안해 너를 불렀어. 그랬더니 마주해오는 물먹은 눈에 깜짝 놀랐지. 뭐라 말을 꺼내기 전에 행복해서 뭐라 할지 모르겠다는 네 말에 그 할 말조차 잊어버려. 네 눈물을 닦아줄 생각도 못하고 멍하게 널 바라보고 있는데 곧 방긋 웃으며 좋아서 그랬다며, 바닷가가 가고 싶다는 네 말에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여. 다시 울진 않을까. 걱정스럽게 계속 네 얼굴을 살피다가 이제는 바닷가에 가는 것이 좋은지 연신 웃음을 짓는 표정에 저도 안심하고 놀란 속을 달래려 물을 들이켰지.) 좋아하니 다행이구나. 싫어하는 줄 알고 긴장했어. (네가 왜 그리 바닷가를 간다는 말에 좋아하는 줄은 모르고 젓가락으로 밥을 집어 입에 넣어. 제 몫으로 조금 남겨뒀던 생선살을 집어 맛을 보다가 다행히 입에 맞는 건지 그릇에 코를 박고 먹는 너를 가만히 바라보았어. 젓가락을 입에 물고 응시하고만 있자니 미안하게도 시선이 느껴진 건지 네가 눈치를 보다 갈비찜 살을 집어 입가에 대주는 것에 푸스스 웃으며 얌전히 입을 벌려 받아먹었지. 이제 무섭거나 긴장되지 않는 건지 턱을 간질이며 정말 강아지를 대하듯 하는 네 모습에 웃음이 크게 터질뻔 해서 손바닥으로 입술을 꾹 누르고 눈만 찡긋거리며 웃어보였어. 저와 같이 깨끗이 그릇을 비운 너에 뿌듯하게 웃으며 식혜를 홀짝이고 있자니 그것을 한 번에 드링킹한 네가 배를 토닥거리며 돼지 될 것 같다는 말에 저도 이내 식혜를 싹 들이마시고 고개를 끄덕였어) 좋은 징조구나. 같이 사랑하고 있음에도 살이 찌지 않는다면 얼마나 불행하느냐. 자고로 결혼했을 때나 연애할 때는 살이 찌지 않거나 얼굴이 좋아보이지 않으면 남들에게 짝이 제대로 못 해주냐는 소리를 듣게 되니 살이 찌는 편이 더욱 좋다. 그리고 태형이 너는 살이 좀 쪘어야했어. (마른 네 손목을 쥐어보이곤 네가 민망한 듯 웃자 볼을 쓰다듬어주며 널 일으켜.) 다 먹었으면 나가자꾸나. 아직 시간이 좀 널널하니 영화를 한 편 보고 가도 좋겠어. 어느 장르를 좋아하느냐? 나는 웬만한 건 다 보는 편이구나. 로맨틱한 건 그닥이지만. 혼자 볼때는 공포나 액션을 많이 봤구나. 판타지도 좋고. (자연스럽게 네 손을 잡고 값을 지불한 뒤 길을 걸으며 이번에도 네 선택대로 다 하겠다는 듯이 네 의견을 들으려 너를 바라봐. 네가 고민을 하는 사이 영화관에 금방 도착해선 팝콘을 파는 쪽을 가리키며 말했어) 방금 밥 먹긴 했는데...먹는다면 사주겠다. 팝콘, 먹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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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으음...그러게요...다 내팽겨치고 둘이 가서 살아도 되고...왕이 되면 아무래도 나중엔 중전을 따로 들이거나 남자중전을 합법화시킨다고 해도 대를 잇는다면서 여자후궁을 들여야할테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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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47
글쓴이에게
(영화관에 도착해 어떤 걸 좋아하냐며 물어오자 상영중인 영화 목록을 보다 제가 좋아하는 장르인 형사물 영화가 있어 그쪽을 가리키며) 어, 저거 재밌을 것 같습니다. 마침 시간도 딱 맞고. 저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 말에 알겠다며 네가 커플석으로 두 장을 예매하고 팝콘은 필요 없냐며 묻자 배가 부르긴 한데 팝콘을 늘 들고 들어가는 저라 잠시 고민하다 방긋 웃으며) 둘이서 작은 거 먹으면 될 것 같습니다. 팝콘은 제가 사겠습니다 마마. (물론 네 나라의 돈이니 결국 네 돈이나 마찬가지긴 했어, 그래도 네가 자꾸만 계산하는 게 너무 얻어먹는 느낌이라 이번엔 제가 계산한 후 품에 팝콘을 안고 네가 콜라를 양손에 들자 너와 함께 영화관으로 들어가는) 마마, 영화관 분위기가 너무 좋습니다. 아늑합니다. (커플석이라 옆도 막혀 있고 포근한 소파까지 있어 기분이 좋아져 헤실 웃어. 네가 제 왼쪽과 네 오른쪽에 있는 컵 홀더에 콜라를 하나씩 꽂곤 제 어깨를 감싸안자 팝콘을 제 옆 선반에 잠깐 올려둔 뒤 네 허리를 꼭 끌어안는) ...사실 아까 음식점에서 마마 옆에 앉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다행히 아직 시작하려면 시간이 좀 남았고 개봉한지 꽤 되어 제 주위 자리는 텅 비어 있자 마음 놓고 너를 꼭 껴안아. 네가 저를 꼭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아까의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네 품에 고개를 부비다 얼굴을 들고 입술을 쭉 내밀며) 마마아- 뽀뽀. 뽀뽀 해주십시오. (제 말에 씩 웃으며 쪽쪽 입을 맞추기에 눈을 감고 씩 웃는데 키스를 하려는지 제 입술을 물었다 놓으며 입을 벌리라는 듯 간지럽히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네게서 고개를 떼며) 마마아. 이따가. 이따가 해드리겠습니다. 바다 가서 둘만 있을 때 하겠습니다. 지금은 좀 참으십시오. (영 아쉽다는 표정을 짓는 네가 귀여워 팝콘을 몇 개 집어 네 입에 넣어주며 애기 달래듯 달래는) 오구오구, 우리 마마 아쉬웠어요? 이따가 많이 해줄게요. (네 엉덩이를 토닥이다 영화관 조명이 내려가고 스크린에 영상이 뜨자 네 볼에 쪽 입 맞춘 뒤 팝콘을 품에 안고 스크린에 집중하는)

/그러게요... 개인적으로 둘이 가서 사는 게 좋은데 정석이가 너무 어리다;ㅅ;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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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47에게
(커플석은 처음 앉아봤어. 둘만 영화를 즐길 수 있게 칸막이도 쳐져있고 품에 안고 싶으면 안아도 되는 구조라서 아주 마음에 들었지. 영화를 볼 때는 무조건 커플석을 예매하기로 마음먹을 정도로 마음에 쏙 들었어. 자연스럽게 널 내 품 안으로 당겨안는데 허리를 안아오며 옆에 앉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는 네 말에 새삼 가슴이 콩닥거려. 네가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거든. 애정표현을 스스럼없이 해주는 네가 기특해서 네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어. 아이처럼 제 품에 얼굴을 부비던 네가 먼저 뽀뽀를 요구해왔을 적에는 자리에 눕히고 본격적으로 허리를 탐하며 뽀뽀를 해주고 싶을 정도였지. 욕정을 눌러삼키며 헤실.웃으며 쪽쪽 입술을 부딪혀왔어. 그마저도 아쉬워서 키스를 하고 싶다는 의미를 내포해 네 아랫입술을 물고 빨았지만.) 바다에 언제 둘이 있는단 말이냐. 오늘 불꽃축제가 있어 다들 바닷가로 나올 것이잖느냐. (입술을 쭉 내밀고 투덜거리다가도 팝콘을 넣어주며 나중에 많이 해주겠다는 네 말에 위안을 삼기로 하며 네게 입맞춤을 받고 저도 스크린에 집중해. 범인과 형사의 추격전과 긴박한 상황들에 팝콘을 먹는 것도 잊고 살짝 입을 벌린 채 스크린에 집중했어. 그닥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영화는 기대이상이었지. 도중에 범인과 형사의 대치상태에서 어둠속에서 나타나 뒤에서 갑작스럽게 칼을 들고 달려드는 범인의 행동에 조금 놀란 건지 움찔 몸을 떠는 네가 귀여워 머리통과 볼을 쓸어줘. 얼마후 영화가 끝나며 크레딧이 올라가고 주변이 밝아지자 남은 팝콘을 우적거리는 네 말랑한 귓불을 매만지며 시간을 확인해. 4시 32분. 차를 타고 30분 정도 걸리니까 가서 저녁을 먹고 나오면 불꽃축제를 즐길 수 있을 터였어. 게다가 주변에 담장에 예쁘게 그림이 그려져있어서 커플들이 가서 사진을 찍기도 좋았으니까.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았으니 사진부터 찍는게 좋으려나. 콜라와 빈 팝콘통을 들고 네가 꽉찬 내 손 대신 옷깃을 잡고 조심히 계단을 내려오는 걸 확인하며 발을 옮겼지. 그 와중에 옷깃을 잡고 졸졸 저를 따라오는 네가 생각외로 몹시 귀여워서 쓰레기를 버리고 휑하니 빈 손을 잡아오려는 네 손을 피했다가 단박에 울상을 짓는 얼굴에 저도 모르게 푸핫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지. 공중에서 뻘하게 굳은 네 손을 잡으며 울지 말라는 듯 네 눈가를 살살 문질렀어) 네가 싫어서가 아니라, 옷깃을 잡고 오는 것이 귀여워서 그랬다. 그치만 손이 더 좋긴 하구나. 따뜻하고. (그럼 옷깃 잡고 오겠습니다! 하고 토라진 채로 네가 말할까봐 냉큼 손이 더 좋다고 방어를 해두고 에스컬레이터에 섰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릴 것이며 사람도 많을 것이다. 네가 불편할까 싶어 혹시몰라 차를 대기시켜놨는데...뭐가 더 좋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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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아님 걍 정국이 왕 시키고 중전 안 받을 거라고 떼쓰고 둘이 허허허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하는 걸 마지막으로 끝나도 좋을지도...굳이 많이 나가서 끝내야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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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48
글쓴이에게
(저를 걱정해 차를 대기시켜 놨다고 하면서도 제가 대중교통을 타고 싶다고 하면 차를 보내고 함께 대중교통을 타러 갈 듯 하는 네 말에 네가 저를 얼마나 신경써주고 있는 지가 느껴져 괜히 가슴이 찡해져. 네 사랑이 듬뿍 묻어나는 것 같아 네 손을 깍지 껴 잡고 볼에 부비적대며) 둘 다 좋습니다. 허나 오늘은 조금 멀리 나가는 것이기도 하고 왠지 사람이 지하철에 몰릴 것 같아 차를 타고 가고 싶습니다. (복잡한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너와 스킨십을 하는 것이 아무래도 눈치 보이기 때문이었지. 제 말에 네가 알겠다며 저와 함께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미리 대기시킨 차 문을 열어주자 방긋 웃고는 먼저 타, 그 뒤에 네가 옆에 타고 차를 출발시키자 네 어깨에 고개를 살포시 기대며) 아, 차를 선택하길 잘 한 것 같습니다. (편안한 승차감에 눈을 감고 있어. 그러다 스르르 눈을 떴는데 탈 때는 보지 못했던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의 가림막이 보여. 저러면 백미러가 보이려나. 칸막이 위로 고개를 올려 슬쩍 보니 다행히 백미러 거울에 카메라를 달아놓은 건지 네비게이션 밑 화면으로 차 뒤가 보이자 요즘 기술이 많이 발달했다는 걸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이렇게 가려져 있으니 기사를 신경쓰지 않고 너와 안고 있어도 되겠다 생각해. 헤실 웃으며 네게 기대 있는데 조금 피곤했던 건지 슬슬 잠이 오자 눈을 꿈뻑이다 결국 참지 못하고 신발을 벗은 후 다리를 네 허리에 감아. 목을 안고 품에 고개를 묻은 채 웅얼거리는) 으응, 조금 졸립니다 마마... (이상하게 잠이 올 때면 아이처럼 말투가 변하는 저라 네 품에서 눈을 감고 편하게 기대며 애교스런 목소리를 내는) 마마아, 태형이 졸려요... 응... (처음엔 안전벨트를 푼 제가 걱정된 건지 다리를 내리라고 하다가 제가 삼인칭을 쓰며 애교를 부리자 네 팔이 제 허리를 단단히 감는 게 느껴지고 곧이어 이마부터 눈가, 코, 볼, 턱까지 가볍게 입을 맞춰주는 게 느껴져. 졸린 와중에도 기분이 좋아져 눈을 감은 채로 헤실 웃다가 따뜻한 네 품에서 금세 잠이 드는)

/ㅋㅋㅋ어어 좋아요! 정국이가 그냥 중전 안 들이고 태형이랑 깨 볶고 사는 거 좋다^ㅁ^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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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48에게
(어깨에 머리를 기대오는 건 어느정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신발까지 벗고 나설 줄은. 코알라처럼 제 품에 붙어 졸립다고 아이처럼 징징대는 소리를 내는 너에 머리를 쓰다듬어줬어.) 그렇게 앉으면 위험하구나. 안전벨트를 매야지, 태형아. (그래도 싫다는 듯 도리질을 치며 3인칭으로 말하는 너에 결국 백기를 들었어. 그런 너를 이길 방법은 내게 없었지. 제 팔이 안전벨트라도 되듯 널 꼭 안고 등을 토닥였어. 순서대로 내려앉는 입술에 기분이 좋은 건지 눈을 감고도 좋다고 웃는 너에 저도 웃음이 나왔어.) 늦어도 좋으니 차를 부드럽게 몰거라. (칸막이를 살짝 열어 기사에게 부탁했어. 기사가 알았다고 대답하며 웃자 저도 웃어주곤 다시 칸막이를 닫았지. 제가 너를 살짝 품에서 떼어낸 걸 안 건지 곤히 잠들었다가도 인상을 쓰며 꽉 제 옷깃을 쥐고 있는 네 모습에 참지 못하고 얼굴 곳곳에 입술이 내려앉았어. 간지러운 건지 네가 몸을 움츠리는 터라 금방 그만두었지만. 네가 잠이 깨지 않게 조심하며 차가 움직이는 바람에 시간은 좀 걸렸지만 다행히 넌 한 번도 깨지 않았어 해가 완전히 기울지도 않았고. 차가 예쁘게 천사 날개가 그려진 담장 앞, 바닷가에 멈춰서서도 새근거리는 너를 조금이라도 더 재우고 싶어서 품에 안고 머리에 턱을 기댄채 창 밖으로 풍경을 바라봤어. 벌써부터 사람들이 몰려 식당도 인산인해였고 바닷가로 나와 셀카봉을 들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지. 사람들이 생각보다 더더욱 많네. 작게 한숨을 내쉬곤 네 볼에 쪽 입을 맞췄어.) 아가. 일어나거라. 다 도착했구나. (네가 잠투정을 하며 품에 얼굴을 부비자 뒷목을 주물러주며 얼굴을 가까이 맞대.) 안아줄까? 그랬으면 좋겠느냐. (푸스스 웃으며 네가 그러자고 하면 바로 널 안아들고 밖을 돌아다닐 기세로 물어왔어. 조금 고민하는 듯 보였던 네가 밖이라는 것을 인식한 건지 도리도리 고개를 내젓자 쪽 머리통에 뽀뽀를 하고 먼저 차 문을 열고 나갔어. 아까부터 느꼈던 거지만 저를 알아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부담스럽기 없었지. 애써 시선을 무시하고 너와 함께 거리를 걸어. 여기저기 예쁜 그림들이 보일 때마다 우와 하고 놀라는 너를 담장으로 밀어주고 핸드폰을 꺼내들었지.) 찍어줄테니 포즈 잡아보거라. 귀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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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중에 왕 돌아가시고 왕위올라서 그냥 둘이 깨볶는 걸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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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50
글쓴이에게
(네가 저를 깨우자 잠에서 깼으면서도 괜히 투정을 부려. 그러자 네가 안아줄까? 하며 다정하게 말해오자 마음 같이선 네게 안겨 있고 싶었지만 네가 힘들 것 같기도 하고 밖엔 사람이 많을 테니 고개를 저었어.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네가 먼저 내리자 저도 신발을 신곤 따라 내려. 바닷가로 나가기 직전 골목을 따라 벽에 예쁜 그림이 그려진 게 눈에 보여 우와, 하고 다가갔더니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포즈를 잡으란 소리에 망설임 없이 방긋 웃으며 벽 앞에 서서 꽃받침도 하고 브이도 하며 사진을 찍어. 귀엽다며 제 사진을 다 찍어주곤 가려 하자 살짝 울상을 짓고 너를 제 옆으로 끌고 와 카메라를 셀카 모드로 바꿔. 그제야 네가 제 의도를 알아챈 건지 웃으며 제게 붙어 웃는 표정을 짓자 너를 따라 웃으며 화면을 봐. 다정하게 몇 장 찍고 나서야 걸음을 옮겨.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금세 바닷가가 보여 눈을 빛내. 여기는 더 예쁘다. 불꽃 축제 때문에 사람이 많은 게 좀 흠이었지만 제가 저번에 갔던 바다보다 훨씬 예뻤어, 깨끗하고. 넋을 놓고 보고 있으니 그리 좋냐며 제 머리를 쓰다듬기에 한참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다 네게로 시선을 돌리며) ...너무 예쁩니다. 두 번째 바다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바다라는 말에 네가 고개를 갸웃하자 상황 설명을 하려는데 이 나이가 되도론 바다를 한 번 밖에 안 가봤다는 것이 조금 부끄러워져 얼굴을 붉히며) ..저 이 바다가 두 번째로 오는 바다입니다. 아시잖습니까, 경 나라는 바다가 없었다는 걸. 첫 번째 바다도 예뻤었는데, 두 번째 바다가 더 예쁩니다. 마마랑 함께 해서 행복하기도 하구요.

/좋아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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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50에게
(배경도 좋고 인물도 좋아서 그런지 사진은 잘 찍혔어. 배경으로 해놔야지. 헤헤 웃으며 제가 찍은 사진들을 바라보다가 다음 담장으로 넘어가려는데 울상을 짓고 셀카 모드로 카메라를 바꾸는 네 모습에 눈치를 채곤 네 볼에 제 볼을 딱 붙혔지. 깜빡이며 찍힌 사진이 꽤나 잘 나와서 마음에 들었어. 한참 사진을 찍고 있다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기 시작했지. 진한 주황빛으로 빛나는 붉은 해와 바다. 사진을 찍느라 변두리로 나와서 그런지 중심부가 아닌지라 사람이 많이 없었어. 그에 네 손을 잡고 여유롭게 걸을 수 있었지. 넋은 놓은 듯한 네 모습에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두 번째 바다라는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어. 두 번째 밖에 되지 않았단 말인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경 나라에 바다가 없었다는 네 말에 아, 하며 고개를 끄덕여. 그리곤 너를 따라 고개를 숙여 볼에 쪽 입을 맞추었지.) 미안하구나. 널 부끄럽게 만들려던 건 아니었어. 바다가 없다는 걸 깜빡했구나. (부드럽게 제 입술이 묻은 볼을 쓸어주고 다시 길을 걷기 시작해.) 나와 함께 해서 더 예뻐보이고 행복하다니 다행이구나. 그럼 바닷가에서 터지는 폭죽들은 처음일테지. 많이 어여쁠 터이니, 기대하거라. (고개를 마구 끄덕이는 너와 곧 사람들이 모여앉아있는 모래사장으로 발을 옮겨. 시간은 어느새 6시.) 배는 고프지 않느냐? (아직 그닥 배고프지 않다는 네 말에 주위를 둘러보다 오른쪽 끝에 있는 편의점을 발견해. 저기서 간단하게라도 뭘 먹여야겠다 싶은 마음에 계속 바다를 보고 있는 네 머리를 쓰다듬어줬지.) 여기서 바다 보고 있거라. 금방 먹을 것을 사서 오겠다. 휴지도 사올테니 바닷가에 발을 담궈봐도 좋고. 사진도 찍고 있거라. (부드럽게 웃어주곤 몸을 돌려 편의점을 향해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어. 샌드위치나 김밥이랑... 머릿속으로 대충 생각나는 것들을 떠올리며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걸어갔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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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52
글쓴이에게
예, 알겠습니다. 다녀오세요. (네가 편의점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다 네 모습이 보이지 않자 바다도 구경하고 사진도 찍으며 너를 기다려. 그러나 네가 없으니 별로 재미가 없는 것 같아 그냥 모래사장에 쭈그려 앉아서 네 이름을 쓰고 놀아. 정국, 정국아. 장난스레 강아지 취급을 할 때 빼고는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한 네 이름. 나는 언제쯤 마마가 아닌 네 이름을 부를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하겠지.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제 앞에 보이는 그림자에 네가 벌써 왔나 싶어 고개를 들고 일어나. 그런데 제 눈 앞에 보인 건 네가 아닌 양아치 무리였어. 하는 말을 들어보니 대충 제가 누군 지에 대해 의문을 품은 것 같았어. 너는 이 나라의 왕이 될 사람이니 알아본다고 쳐도, 저는 과거 경 나라의 왕족이었으니 못 알아보는 게 당연했지. 말을 얼버무리며 자리를 피하려는데 어딜 가냐며 손목을 꽉 잡아오는 탓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 졌어.) 아! 아파요. 놔주세요. 저 진짜 아무 사이 아니라니까요. (다행히 손은 놔주었어. 그러나 다정하게 얘기하고 손을 잡고 있는 걸 다 봤는데 어디서 발뺌을 하냐고 무섭게 말을 하자 어떻게 이 사람들에게서 빠져나갈까 고민해. 자기들끼리 제가 네게서 중요한 사람일 거라는 것을 확신지은 건지 저를 이용해 이득이라도 보려는 듯 눈빛이 변하자 이들에게 잡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 발씩 뒤로 물러나기 시작해. 마마, 마마... 편의점 쪽을 힐끔거리며 뒷걸음질치다 양아치 무리가 제 손목을 낚아채려는 순간 네가 보여. 그대로 손목을 빼곤 뒤로 돌아 네게로 달려가 가까이 가자마자 너를 안아버려. 제 상황을 모르는 건지 많이 기다렸냐며 봉지를 들지 않은 손으로 제 등을 쓸어내리자 안도감에 네 품에 고개를 묻고 한참을 숨만 들이마셨다 내쉬길 반복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며 제 고개를 떼 눈을 마주보자 표정을 풀고 씩 웃으며) 아닙니다, 마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잠깐 떨어져 있는 건데도 왜 이리 보고 싶은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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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52에게
(샌드위치와 김밥, 우유, 빵, 핫팩 등을 샀어. 제 얼굴을 보고도 믿기지 않는 건지 조금 붉어진 얼굴로 계속 얼굴을 바라보는 편의점 아가씨에게 민망한 듯 웃어주곤 빠르게 편의점을 나왔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걸어가는데 갑자기 제 품에 덥썩 안겨드는 몸에 당황해서 바로 얼굴을 살펴. 너임을 확인한 후에야 안도하는 숨을 뱉었어.) 왜 그러느냐. (너는 숨긴다고 한 것 같았지만 잘게 떨리는 몸을 나는 금방 알아차려버렸지. 제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랬다는 네게 그랬냐며 웃어주곤 네 얼굴을 품 속으로 가두며 살벌하게 눈을 올려 주위를 살폈어. 어떤 놈일까. 널 무섭게 만든 놈은. 그때 어떤 남자 무리와 눈이 마주치고, 그들이 흠칫 놀라는 모습에 비릿한 조소가 흘러나왔어. 거슬리네. 제까짓 것들이 뭐라고 널 건드렸을까.) 몸 조심해요. (부드럽게 웃으며 입모양으로 그들에게 말했어. 제 말을 한 사람이 알아들은 건지 사색이 되었고 제 무리들에게 말을 전했지. 급하게 줄행랑을 치는 남자들을 감흥없는 눈길로 바라보다가 제 냉정한 눈빛을 처음 본 건지 네가 제 옷깃을 꼭 붙잡으며 나를 부르자 금방 표정을 바꾸고 네게 샌드위치 하나를 까서 건네.) 이것 좀 먹어보거라. 뭐가 맛있는지 모르겠어서 제일 나아보이는 걸로 가져왔는데. 입에 맞을지 모르겠구나. (괜찮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불꽃이 잘 보일만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어.) 7시 30분부터 폭죽을 터뜨린다 하였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되겠구나. 겨울이라 낮이 짧아 시간을 앞당긴 모양이다. 조금만 기다리자꾸나. 춥진 않느냐? (네게 물어놓고 대답을 하기도 전에 핫팩을 손에 쥐여준 채 저도 김밥 하나를 까서 입에 넣어. 아직 아까의 남자들이 신경쓰이는 건지 불안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네 모습에 고개를 숙여 눈을 마주해.) 걱정 말거라. 너를 괴롭히는 사람들은 있어선 절대 안될테니까. (들킬 줄 몰랐다는 듯 화들짝 놀라는 네 등을 쓸어주고 쪽 허공에 뽀뽀를 날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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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54
글쓴이에게
(네가 저를 안고 달래자 금세 마음이 편안해졌어. 네가 샌드위치를 까주자 크게 와앙 한 입 깨물고 오물거리는데 제가 먹는 와중에도 춥지는 않냐며 저를 챙기는 모습에 볼이 빵빵해진 채로 헤실 웃는) 괜찮습니다. 나올 때 따뜻하게 입고 나오길 잘 한 것 같습니다. 마마는 배 안 고프십니까? (제 말에 네가 저는 괜찮다며 고개를 젓자 그래도 네 입가에 샌드위치를 갖다대. 순순히 받아먹는 네가 귀여워 엉덩이를 두드리려다 혹시 주변에 보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주위를 둘러봐. 다행히 너와 나는 뒤로 빠져있고 대부분 물에 발이 젖기 직전까지 앞으로 나가 저마다 작은 폭죽을 들고 있는 터라 네 엉덩이를 살살 토닥였지) 아이구, 잘 먹네 우리 강아지. (네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네 입가에 샌드위치에 들어있던 소스가 묻은 게 보여 손을 들어 엄지손가락으로 네 입술을 쓸어 닦아줘. 제 행동에 네가 씩 웃자 너와 눈을 마주보며 웃다가 폭죽 소리에 벌써 시작됐나 싶어 고개를 돌려. 알고 보니 아까 바닷가로 나갔던 사람들이 근처 가게에서 산 폭죽들을 터뜨려서 나는 소리였어.) 아, 뭐야. 시작한 줄 알았네. (불꽃놀이는 많이 봤지만 바다 위 하늘에 펼쳐질 불꽃들은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아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 같아. 너와 손을 꼭 잡고 바다쪽을 보고 있다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는 큰 소리와 함께 하늘로 예쁜 불꽃들이 수놓아지자 눈을 크게 뜨고 우와, 하고 바라보는) 마마, 저거 보십시오. 진짜 진짜 예쁩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하자 너도 기분이 좋아진 듯 제 머리를 쓰다듬기에 헤실 웃는데 불꽃 아래 바다가 눈에 들어와. 밤이었지만 달빛도 밝고 조명을 켜놓은 탓에 잘 보였지. 하늘을 수놓은 불꽃 아래 보이는 바다는 장관이었어. 눈을 돌릴 틈이 없었지. 이런 곳에 저를 데리고 와준 네가 고맙고 또 고마웠어.) ...마마, 감사합니다. 오늘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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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54에게
멍. (강아지라는 네 말에 애교스럽게 웃으며 강아지처럼 '멍' 하는 소리를 내. 소스는 언제 묻은 건지 네가 엄지손가락으로 입술을 닦아주는 것에 얌전히 입술을 내어줬다가 아까 사왔던 휴지를 꺼내 네 손을 닦아줬지. 그러다 들리는 작은 폭죽 소리에 네가 냉큼 바닷가를 돌아보자 제가 들었을 땐 영 커다란 불꽃 소리가 아닌데도 일일히 반응하는 네가 귀여워서 같이 고개를 돌렸어. 역시나 놀러온 사람들이 손에 들고 있던 작은 폭죽이었지. 잔뜩 실망해보이는 네 머리를 쓰다듬어주는데 이제 곧 시작할 건지 커다란 스피커를 타고 웅웅대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렸지. 이제 곧 불꽃놀이가 시작된다는 말에 다들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내질렀어. 그리고 바로 불꽃들이 펑펑 터졌지. 엄청난 소리와 함께 예쁘고 큰 폭죽들이 하늘을 수놓았어. 그 하늘을 비추고 있던 바다도 예쁜 색으로 물들며 출렁거렸지. 진짜 예쁘다고 발을 동동 구르는 네가 사랑스러워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어.) 나도 오늘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구나. (네게 대답을 해주고 폭죽과 함께 너를 다시 카메라에 담았어. 나중엔 핸드폰이 아닌 정말 카메라를 들고와야겠다 생각하곤 너와 같이 셀카도 찍었어. 어두운 하늘 위로 색색의 폭죽이 터져 네 얼굴이 그 빛깔로 번갈아 물들어갔지. 하이라이트가 끝나고 점점 불꽃들이 시들어가더니 축제는 금방 끝이 났어. 너무 기쁜 탓인지 울먹이는 네 모습에 괜히 안쓰러워 볼을 쓰다듬는데 주변을 밝히던 작은 불빛까지 모두 꺼졌지. 간혹 이게 뭔가 싶어서 핸드폰을 켜보는 사람들의 불빛 말고는 온통 암흑이었어. 너와 함께 덩달아 당황해서 널 꼭 품에 안았지. 네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여기 있구나 하고 형체만 알 정도로 어두운 상황에서 다시 스피커로 말소리가 들렸어. 이대로 끝나긴 아쉬우니 커플들에게 드리는 선물이라는, 키스타임. 여기저기서 솔로들의 아우성이 들려왔지만 내심 잘 됐다 싶었어. 너와 입을 맞추지 않은지 시간이 오래 되기도 했고 야외에서 눈치보지 않고 한 번 진하게 해보고 싶었거든. 물론 지금은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마마, 하고 정말 할 거냐는 듯 당황한 네 목소리를 무시하고 그대로 네 볼을 부드럽게 감쌌어.) 사랑한다, 아가. (나긋하게 말해주고 조심스럽게 네 입술을 찾아 물었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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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56
글쓴이에게
(짧게만 느껴진 폭죽놀이가 끝나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슬슬 돌아가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모든 조명을 꺼버린 탓에 네 형체만 보이고 뭐가 뭔지 하나도 보이지 않아. 당황해서 어떻게든 상황을 파악하려 눈을 굴리는데 키스타임이라는 사회자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떠. 그러다 네가 진짜로 키스를 할 듯 제 볼을 부드럽게 감싸기에 몸을 움찔하며) 마마아... 진짜로 하실 겁니까, 누가 보기라도 하면... (당황한 저와는 다르게 평온한 톤으로 사랑한다고 말하곤 익숙하게 제 입술에 입을 맞추기에 멍하니 눈을 뜨고 있다가 조심스레 눈을 감고 네 허리를 감싸안아. 입술 사이로 네 웃음 소리가 작게 들리고 열어달라는 듯 혀로 제 입술을 톡톡 건들자 조심스레 입을 벌려. 너는 항상 키스를 할 때마다 혀를 섞기 전까지는 부드럽게 하고 혀가 닿는 순간 짐승처럼 달려드는 터라 오늘도 마찬가지였지. 제 입술이 벌어지기가 무섭게 제 입 안을 깊게 헤집고 다니는 탓에 힘겹게 네 혀를 받아주다가 제가 숨이 찬 걸 눈치챈 건지 입술을 살짝 떼고 기다리기에 헉헉대며 너를 바라보는) 아, 마마. 진짜아... (못 말려. 뒷 말을 생략하곤 말꼬리를 늘였더니 네가 다시 입을 맞춰와. 키스타임을 왜 이렇게 길게 주는 거야. 좋으면서도 공개적인 장소에서 입을 맞춘다는 게 부끄러워져 눈을 꼭 감고 네 혀를 받아줘. 평소 네가 하는 대로만 받아주던 것과는 다르게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조심스레 제 혀를 움직여 네 혀와 섞어. 네가 잠시 멈칫하는 게 느껴지더니 제 뒷목을 잡고 잡아먹을 듯 제 혀를 탐하자 뒤로 휘청하면서도 중심을 잡아 버티곤 불이 켜질 거란 사회자의 멘트가 들리고서야 조심스레 입을 떼. 불이 켜지고 네 입가가 침 범벅이 된 걸 보곤 제 입가도 그렇겠구나 싶어 소매로 제 입술을 한 번 훔치곤 네가 들고있던 티슈로 네 입가를 닦아주는) 마마. 너무 격렬하게 하신 거 아닙니까? 이러다 저 내일 입술 소세지 되겠습니다. 마마가 책임지실 겁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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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56에게
(조심스럽게 벌려진 입 안을 여기저기 훑었어. 아, 달다. 눈을 감자 더욱 선명히 느껴지는 감촉에 저도 모르게 급하게 너를 몰아붙이다가도 네가 숨이 찬 것은 또 용케 알아채고 잠시 입술을 떼고 가까이서 네 눈을 바라봤지. 헉헉대는 네가 호흡이 안정되면 다시 입을 맞출 생각이었는데 진짜아- 하며 말꼬리를 늘리는 네 어투에 다시 참지 못하고 입술을 맞부딪혀와. 눈을 질끈 감은 건지 긴 속눈썹이 급하게 닫히며 제 볼을 간질였어. 그 행동에 다시 웃음을 흘리려는데 순간 제 혀를 감아오는 네 혀에 깜짝 놀라 움직임을 잠시 멈췄지. 아, 진짜 예쁘다. 네가 혀를 감아온 적은 처음이라서 뱃속부터 뭔가가 부글부글 끓는 것 같았어. 네 뒷목을 잡아채고 아까보다 더 흥분된 혀놀림으로 네 입 안을 여기저기 헤집었지. 뒤로 휘청대는 네 허리를 꽉 잡고 버텼어. 진짜 방이었으면 침대에 눕히고 여기저기 물고 빨고 핥아주며 예뻐할 텐데. 그것이 안 되니 입이라도 더 맞추고 싶었지만 이제 불이 켜질 거라는 사회자의 말에 아쉬움이 잔뜩 묻어나는 입술을 뗐어. 얼마나 격정적으로 입을 맞췄는지 번들번들한 네 입술에 푸핫 웃음을 터뜨렸지. 휴지로 제 입가를 닥아주며 쫑알대는 너에 고개를 끄덕였지) 그럼 내가 책임져야지, 누가 책임진단 말이냐. 이상한 소리구나. 그래도 이번 키스에선 예쁜 짓을 했으니 봐주마. (네 볼을 귀엽다는 듯 톡 손가락으로 치곤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곤 인파들이 우르르 돌아가자 네 손을 잡고 사람이 드문 모래사장으로 걸어갔어. 의아한 얼굴을 하는 너에게 가만 보라고 하곤 주위를 둘러봐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왔지.) 원래 바닷가에 오는 커플들은 이런 것 한 번쯤 해줘야하는 것이다. (나뭇가지로 '전정국♡김태형' 을 쓰고 너를 돌아보았지. 작지도 크지도 않은 크기였으나 더 크게 못 쓴 것이 내심 마음에 들지 않았어.) 다시 그려주련? 조금 글씨가 작아보이는 구나. 워낙 악필이기도 하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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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59
글쓴이에게
(이제 집으로 돌아가겠거니 생각했는데 갑자기 모래사장을 걷기 시작하는 네 행동에 의아한 눈으로 너를 바라봐. 그러다 네가 멈추고 네 이름과 제 이름을 쓴 후 그 사이에 하트를 그려놓자 괜히 기분이 이상해져 배시시 웃으며) 아, 마마도 참... (가슴이 간질거리는 것만 같아 한참 글씨를 내려다보다 사진까지 찍었어. 아, 예쁘다. 너는 이런 간질거리는 짓은 안 할 것 같이 생겼는데. 그와중에도 악필이라며 울상을 짓는 네가 귀여워 네 허리를 꼭 끌어안고 품에 고개를 부비적대는) 마마, 너무 귀엽습니다. 우리 강아지 예뻐 죽겠다. (제 말에 저를 안아주며 네가 다시 멍. 하고 강아지 흉내를 내자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해. 그러다 주위를 둘러보는데 불꽃축제가 끝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저 멀리 바닷가를 걷는 커플들만 몇 있는 걸 보곤 살짝 웃으며 네게 입을 맞추는) 사랑합니다. 사랑해요. (늘 방에서만 키스를 하고 애정표현을 했던 저인데 분위기에 취한 건지 네 입술에 뽀뽀를 하고 살짝 핥기도 하며 장난을 쳐. 이 분위기를 틈타 네 이름도 한 번 불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불러도 될까, 네가 싫어하진 않을까. 혹시나 세자의 이름을 함부로 올렸다고 혼나진 않을까. 별 생각이 다 드는데도 자꾸만 네 이름이 머릿속을 맴돌았어. 왠지 너라면 한 번쯤은 봐줄 것 같기도 했고.) ...우리 강아지, 우리 정국이. (강아지 소리까진 제 머리를 살살 쓰다듬고 있다가 네 이름이 제 입을 통해 들리자 네가 순간 움직임을 멈춘게 느껴졌어. 싫었으면 진작에 저를 놓고 혼냈을 네 성격을 알기에 네가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눈을 마주보며 말하는) 정국아, 사랑해요. (처음으로 내뱉은 말이었어. 사랑한다는 말은 많이 했지만 늘 마마라고 하거나 아니면 주어 없이 했었지. 네 이름을 부르며 사랑한다고 하는 게 묘한 기분이 들어 너를 안고 너와 눈을 맞추다 뒤늦게 정신이 돌아와 네 품에 고개를 묻는) ...죄송합니다. 꼭 한 번 부르고 싶었습니다. 혼내셔도 됩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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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59에게
아...엄청 열심히 썼는데 날아갔어...죽고 싶...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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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진까지 찍으며 만족스러워하는 네 모습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역시 바닷가에서 이런 거 한 번쯤은 해주는 거지. 사진을 찍고 나서 후에 나중에라도 누군가 이것을 보고 이상한 소문이라도 낼까봐 걱정한 네가 발로 슥슥 글자를 지워내는 것을 따라 글자를 지우는데 그런 저를 끌어안고 강아지, 하고 부르는 것에 키득 웃고 멍- 하는 소리를 내. 생각보다 더욱 좋아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네 모습에 내가 이렇게 네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구나 싶은 새삼스러운 생각이 들어서 뿌듯해져. 아까는 암흑 속이어도 키스를 진짜 할 거냐며 눈치를 보더니 이제는 한 번 해봤다 이건지 저를 꼭 안고 쪽쪽 입술을 괴롭히는 너에 맞춰 허리를 꽉 안았지. 사랑한다는 네 말과 함께 어울려 들리는 파도소리. 세레나데 같다.) 나도 사랑한다. (사람이 이렇게 좋아질 수도 있는 걸까. 더 좋아질 수가 있는 것일까, 싶을 정도로 아직도 제 맘엔 널 더 사랑할 수 있는 공간이 더욱 남아있는 것 같았어. 제 품에 안긴 너를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고 있자니 우물쭈물거리며 뭔가를 망설이는 너도 눈에 빠르게 들어왔지. 괜찮으니 말해보라는 듯 부드럽게 웃으며 기다려주자니, 익숙한 강아지라는 호칭이 들려왔어. 아무렇지 않게 네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음 말을 기다리는데 순간 '정국이' 하는 말에 흠칫 몸을 굳혀. 조금 놀라기도 했고 당황하기도 했지만 기분이 나빠서가 아니라 전혀 생각치도 못했기 때문이지. 그래도 제가 꿋꿋이 널 안고 있는 것에 자신감이라도 얻은 건지, 눈을 마주하며 제 이름과 함께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는 너에 결국 K.O 당해버렸어. 품에 얼굴을 묻어버리는 네 볼을 잡아 눈을 다시 마주했지) 혼내긴. 또 이상한 소리를 하는 구나. 세자를 이름으로 부르는 것보다 강아지라고 부르는 것이 더 무례한 것이거늘. (제 말에 이런 반응일 줄 몰랐는지 겁을 집어먹은 네 눈빛에 푸스스 웃어버리고 눈가와 코, 입술에 순서대로 입을 맞춰.) 그러니까 내 말은, 괜찮다는 것이다. 강아지도, 정국이도. 오히려 네가 불러주니 내 이름이 처음으로 예쁘다고 느껴져서 좋았구나. 심장이 쿵쾅거렸어. 다른 사람들이 내 이름을 불렀을 적엔 전혀 못 느꼈던 감정이다. 너라면 날 뭐라고 불러도 전혀 무례하지도, 기분 나쁘지도 않으니 눈치보지 않아도 된다. 내가 널 사랑하니까. 알겠느냐, 태형아.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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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61
글쓴이에게
(강아지라고 부르는 것이 더 무례하단 소리에 눈이 동그래졌어. 놀라서 너를 보고 있는데 네가 웃으며 제게 입 맞추곤 심장이 쿵쾅거렸다며 어떻게 불러도 좋다는 말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 네가 그만큼 저를 사랑한다는 것이 마음으로 느껴져 고마움에 너를 꼭 안고 네 품에서 숨을 쉬어.) ...네, 정국아. (눈치보인다기 보단 부끄러움이 컸어.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이 가슴이 간질거리고 금방이라도 얼굴이 빨개질 거 같았거든. 간신히 대답하곤 네 품에 얼굴을 기대고 있다 슬슬 어둑해져 찬바람이 부는 게 느껴지자 고개를 떼고 너와 눈을 마주하며) 마마, 바람이 찹니다. 슬슬 차로 돌아가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제 말에 시간도 늦었으니 그러자며 제 손을 잡고 걸어가다 봉지에서 핫팩을 꺼내 제게 주기에 헤실헤실 웃어. 이런 건 또 언제 샀대. 새삼 네 다정함에 감동받아 핫팩을 양손으로 감싸쥐고 만지작거리다 네가 뾰루퉁한 표정을 짓고 제 왼손에 핫팩을 쥐어준 뒤 왼손을 제 코트 주머니에 넣게 하고 오른손을 잡아오기에 손을 들어올려 네 손등에 쪽 뽀뽀하며) 아, 귀여워. 손 잡고 싶었어요? (제가 손을 잡지 않고 핫팩을 잡고 있는 탓에 뾰루퉁해진 네 표정이 다시 생각나 꺄르르 웃다가 금세 차까지 도착해. 네가 문을 열어주고 먼저 타서 네가 타자 네게 벨트를 매주는) 마마, 피곤하지 않으십니까. 하루종일 저 데리고 데이트 해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는 아까 잠깐 쪽잠이라도 잤으니 괜찮은데 네가 피곤할 것 같아 물으니 괜찮다며 고개를 젓기에 작게 웃으며 네 손에 볼을 부비고) 궁에 들어가서 씻고 바로 주무시는 겁니다. 오늘도 마마 방에서 자겠습니다.

/헉 그럴 때 진짜 ㅂㄷㅂㄷ하죠 특히 지문 길 때는... 짜증이 막 솟구치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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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61에게
(차에 타자 피로감은 몰려왔지만 바로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피로하진 않았어. 게다가 네가 옆에 있으니까 더욱. 내게 벨트를 매주고 그 후 제 벨트를 매는 널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지.) 같이 자겠다니 좋구나. 오늘은 잠에 들 때까지 행복할 모양인가 보구나. (푸스스 웃으며 꼬물거려 네 손을 잡아쥐었어. 차 시트 위로 맞닿은 두 손이 꽉 맞물리고 차는 부드럽게 출발했지. 오늘 너무 재밌었다는 둥 소감문을 발표하듯 너와 조잘거리며 대화를 나누다보니 궁에 금방 도착했어. 바로 방으로 향하려는 네게 신하들을 붙여주고 저는 반대쪽으로 몸을 돌렸지.) 잠시 정석이를 보고 올테니 먼저 가있거라. (고개를 끄덕인 네가 총총거리며 사라지자 빨리 머와 씻고 자고 싶은 마음에 큰 보폭으로 정석의 방으로 가. 네 형과 놀고 있던 건지 비행기를 잡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 방 안을 뛰어다는 제 동생과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네 형, 김태성의 모습에 저도 흐뭇한 미소가 피어올랐지.) 잘 지내고 있었나보네. (제 목소리를 듣자마자 형! 하고 단박에 품 안으로 뛰어들어오는 정석을 품에 안고 제게 꾸벅 인사하는 태성의 어깨를 토닥였어) 이 놈 데리고 있느라 고생이 많네. 모쪼록 잘 좀 부탁하네. (고개를 끄덕이는 태성의 머리를 잠시 쓰다듬었다가 정석을 그의 품에 안겨줘.) 시간 늦었어. 너 얼른 자야지. 그만 놀고. 장난감도 저 형 시키지말고 네가 치우고. 알았지? (잔소리는 싫다며 징징댄 정석이 태성의 품에 안겨 늘어지는 걸 확인하고 다시 푸스스 웃으며 가보겠다 인사한 후 궁을 나와. 나중엔 너와 너의 형, 그리고 네 여동생과 함께 여행을 갔다오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았지. 좀이따 오면 말해봐야지. 그런 제안을 하면 네가 기뻐할 것이라 생각하여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제 방이 있는 궁으로 돌아가. 방으로 들어갔을 땐 아직 씻는 건지 네가 없어서 저도 빠르게 씻고 나올 요량으로 잽싸게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갔어.)

-
후...컴퓨터 이 놈...앞으로 컴티할 때는 복사를 습관화 해야겠어요 요전부터 말을 안 듣더니 결국...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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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63
글쓴이에게
(정석을 보고 오겠다며 발길을 돌리는 너를 보고 저는 제 방으로 들어와. 방 앞에서 즐거우셨냐며 물어오는 궁녀에게 그렇다고 짧게 대답을 해주곤 옷을 벗고 바로 욕실로 들어갔지. 너와 함께 있을 때는 몰랐는데 욕조에 몸을 담그니 피곤함이 몰려오는 것 같았어. 아, 좋다. 따뜻한 물에서 한참 눈을 감고 있다가 잠이 들뻔해 빨리 씻고 나가야겠다 싶어 바로 샤워를 하고 나와. 귀여운 잠옷을 입고 머리도 말리고 스킨케어까지 마친 후 네 방으로 총총 걸어가는데 윤 상궁이 네 방에서 나오기에 고개를 갸웃하다 피로 회복에 좋은 차를 놓고 왔으니 마마를 챙겨주라 하기에 고개를 끄덕이곤 방으로 들어가. 씻는 건지 물소리가 들리기에 침대에 앉아 기다리려다 문득 책상에 윤 상궁이 놓고 간 컵이 보여. 한 개도 아니고 두 개. 제가 네 방에서 잘 것을 알고 일부러 두 개를 놓은 것 같았어. 괜히 대접받는 기분에 방긋 웃으며 머그컵을 쥐고 앉아 홀짝이며 금방 마셨어. 컵을 내려놓자마자 뽀송해진 네가 나오기에 네 쪽을 돌아보는데 네가 또 태형아- 하며 안겨오자 네 엉덩이를 토닥이고 거울 앞에 앉힌 뒤 네 손엔 머그컵을 쥐어주고 스킨과 로션을 발라주는) 우리 강아지. 크림 매일 바르랬잖아요. (아이크림까지 꼼꼼히 발라주고 머리까지 말려주니 마침 너도 차를 다 마시고 책상에 내려놓기에 너를 일으켜세워 침대로 향해. 꽤 피곤했던 건지 졸린 눈을 한 너를 보고 침대에 눕힌 후 저도 눕고 가슴팍까지 이불을 덮어. 내일은 평소처럼 수업도 가야 하고 업무도 봐야 하니 일찍 재워야겠다 싶어 네 가슴팍을 느릿하게 토닥이며 작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자장 자장 우리 정국이.

/아 컴티에서 그래요? 그럼 진짜 짜증나겠다ㅋㅋ 나는 맨날 모티로 쓰다가 뭐 잘못 눌러서 뒤로가기 되고... 그럼 마음이 아프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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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63에게
(씻고 나왔더니 보이는 네 모습에 반갑게 달려가 너를 품에 안았어. 정석이 태성에게 그러던 것처럼. 제게 머그컵을 쥐여주곤 피부에 꼼꼼히 이것저것 발라주는 손길에 야무졌지. 답답하고 찐덕거려 싫다고 투정을 부리려다가도 얼굴을 만져주는 것은 기분이 좋기도 하고 저를 걱정해서 그렇다는 것을 알아서 함부로 말할 수 없었어. 머리까지 네 손길로 말리고 나니 따뜻한 바람을 맞아서인가 졸음이 금방 밀려왔지. 일찍 재우려는지 가슴팍을 토닥이며, 아까 불러도 된다고 했던 것을 떠올려 자장가를 부르며 제 이름을 내뱉는 너에 푸흐- 하고 웃음이 터져버려.) 좋구나, 이름. 마음에 들어. (느릿하게 눈을 깜빡거리다가 아까 네가 오면 물어봐야했던 것이 떠올라 눈을 손으로 부비며 네게 물어.) 나중에 말이다. 너희 남매들과 여행이라도 다녀오는 것이 어떻겠느냐. 삼남매끼리, 오늘 나와 데이트 한 것처럼 말이다. 1박 2일로 다녀와도 되고...기간은 상관없겠구나. 너는 몰라도 느이 형이나 여동생은 그 자리를 대신 해줄 사람이 있을 것이고...나야 얌전히 너를 기다리면 되는 것이니. 셋이 함께 놀다오면 좋지 않겠느냐. (빙그레 미소를 짓곤 곧이어 들려올 너의 긍정이 섞인 대답을 기다리며 눈을 감았어. 네가 여행을 가서 만약 밤을 지내고 온다면 아침마다 뽀뽀를 해줄 사람도, 궁녀 대신 나를 깨우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없겠지. 일은 잘 하고 왔냐며 저녁에 반겨줄 사람도 없고. 네가 없는 일상을 생각하니 한숨부터 나오고 눈 앞이 깜깜했지만 그래도 너희 남매들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내저으며 마음을 다잡아.) 계획을 짜기 어렵다면 여행 플래너를 부르도록 하겠다. 경비도 내가 다 지원해줄 터이고 차가 필요하다면 차도 줄테니 그런 건 걱정 말거라. (제가 세자라서 네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점이 새삼 고마워졌어. 네게 아무것도 못해주는 사람이었다면 한심해서 정말 죽고 싶었을 거야. 아무것도 걱정 말라는 듯 네 머리를 쓰다듬으며 네 대답은 꼭 듣고 자야겠다는 듯 계속해서 감기는 두 눈을 억지로 부릅떠 손으로 부벼가며 네 대답을 기다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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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도 그런 적 있어요...정말 싫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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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65
글쓴이에게
(너를 토닥이며 재우다 들리는 네 말에 제 귀를 의심했어. 여행? 늘 보고 싶은 가족이었지만 여행같은 건 꿈도 꾸지 못했어. 형도 나도 공주도 이젠 왕족이 아닌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일을 해야 했으니까. 밀려오는 벅찬 감정에 눈만 꿈뻑이다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지) ...좋습니다. 생각만 해도 좋아요. (자기가 다 지원해주겠다며 든든하게 말하는 네가 고마웠어. 제가 없는 밤을 쓸쓸해하고 아침에 제게 안겨들길 좋아하면서도 1박 2일로 갔다 와도 된다는 네 배려에 행복했지. 고마운 마음에 네 허리를 꼭 안고 품에 고개를 부비다 말을 꺼냈어.) 하루면 될 것 같습니다. 하루면 충분합니다. 아니면, 꼭 여행을 가지 않아도 마마께서 대군마마를 보러 가시는 날 형과 여동생과 시간을 보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런 예쁜 생각을 다 하셨습니까. 제 가지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마. (말을 마치곤 너를 더 꼭 안았어. 그러다 네 티셔츠 안으로 손을 넣어 맨살을 안았지. 제 말랑한 살과는 다른 근육으로 다져진 단단한 느낌. 따뜻한 살의 느낌에 편안함과 나른함이 몰려와 눈을 감고 얘기했지) 아, 그리고... 1박 2일은, 마마와 가고 싶습니다. 물론 형과 동생을 데리고 가도 좋지만. 마마와도 가고 싶습니다. 멀리는 아니더라도 그냥, 둘만 있는 곳에서 편하게 마마를 대하고 그렇게 잠에 들고 싶습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한 번쯤은 그러고 싶습니다.

/그쵸ㅠㅠ 그래도 인터넷 어플은 다시 들어오면 맨 밑에 댓글창에 쓰던 게 남아 있어서 그거 복사해서 답글에 붙여넣으면 되는데 크롬은 그게 안 돼..ㅂㄷㅂㄷ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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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65에게
그래도...여행을 다녀오는 게 좋지 않겠느냐. 나 때문이라면 그닥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너를 자주 찾는 나 때문일까 싶어 고개를 내젓다가 헤실 웃으며 제 옷 속에 손을 넣어 살을 만져오는 네 행동에 몸이 긴장으로 굳었어. 아, 요즘 운동 안 했는데. 뱃살은 없던가? 너를 따라 손으로 제 몸을 훑어선 아무 군살도 없는 것에 안심하고 그제야 손을 내려 널 끌어안았지. 뭐가 그리 좋은지 미소지은 얼굴을 하고 눈을 감은 채 계속 손으로는 제 살을 주물대는 너에 저도 편안함이 온 몸 가득 퍼져 눈을 감았어.) 그러자꾸나. 꼭 둘이 가서 자고 오자꾸나.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구나. (흐흥- 하고 웃음을 터뜨리곤 이젠 도저히 잠을 참을 수가 없어서 벌써부터 잠에 취해 낮게 갈라진 목소리로 네게 인사해.) 잘 자거라. 사랑한다, 아가. (서로 얽힌 다리를 더욱 끌어당겨 널 품에 안고 잠을 청했어. 평화로운 나날이었지. 예전엔 제 세자 자리를 탐내 저를 죽이려는 사람들도 있었고 아버지가 아프셔서 몸이 쇠약해진 적도 있었지만 이젠 그런 것도 전혀 없고 네가 벅찰 정도의 사랑만을 주고 있으니 아주아주 행복했지. 아무도 아프지 않고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속으로 그렇게 기도하며 까무룩 잠이 들었지. 잠이 들었을 땐 웬만하면 누가 업어다고 모를 정도로 자는 터라 금방 곤히 잠에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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엌ㅋㅋ맞아욬ㅋㅋㅋ근데 난 클립보드 지우는게 귀찮아거 잘 복사를 안 해놔요...그렇다고 안 지우는 것도 싫고...다시 쓰는게 더 귀찮을텐데 나란 년...ㅎ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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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67
글쓴이에게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네 인사를 끝으로 너와 몸을 더 붙이곤 금세 잠이 들어. 부모님과 큰형이 나온 이후 처음으로 꿈을 꿨어. 저와 저의 형, 그리고 공주가 한 자리에 있었지. 다행히 세 명 다 즐거운 모습이었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을 못 할 정도로 생생했어. 나만 행복한 게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지. 네가 잠들기 전 여행 얘기를 해서 그런지 셋이서 놀러가는 꿈을 꾸었어. 캠핑 식으로 놀러 가서 고기도 구워 먹고 사진도 많이 찍고. 그렇게 한참 시간을 보내다 슬슬 잠이 와 셋이 나란히 누워 잠을 청해. 꿈에서 잠이 들자마자 현실에선 잠이 깨버렸어. 마침 타이밍 좋게 윤 상궁이 밖에서 너를 불렀지. 제가 깨우겠다고 너 대신 대답하곤 네 고개 밑에 팔을 넣어 팔베개를 하고 끌어안았어.) 마마, 일어나실 시간입니다. 정국아. 전정국. (제가 네 이름을 부르자 잠결에도 씩 웃는 게 보여 저도 너를 따라 웃어. 이마에 쪽쪽 뽀뽀를 하며 일어나라고 재촉하니 오늘도 역시나 제 품으로 꼬물꼬물 파고들어 태형아아. 졸려... 하고 애교를 부려대는 네 모습에 꺄르르 웃어.) 우리 정국이, 졸려요? (제 말에 말 없이 고개를 끄덕끄덕. 그리고 바로 품에 얼굴을 묻어버리는 네가 못 말린다는 듯 네 뒷통수를 쓰다듬다 고개를 떼고 네 입술 위로 쪽쪽 뽀뽀하며) 우리 정국이 오늘은 업무도 봐야 하고 수업도 가야 되잖아요. 착하지? 우리 정국이 일어나자. (너를 힘으로 일으켜 세워 앉혔어. 제 품에 기대 있으면서도 눈을 뜬 걸 보고 이제 금방 깨겠다 싶어 네 엉덩이를 두드리며 일으켜세우는) 아구 우리 정국이 잘 일어났네. 착하다. 얼른 씻고 나와요, 태형이도 씻고 올게. 같이 밥 먹어요.

/ㅋㅋㅋㅋㅋㅋ클립보드를 지워요? 어떻게 지우지 (멍청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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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67에게
(벌써 일어날 시간이란 말인가. 저를 끌어안고 잠을 깨우려는 네 목소리를 듣고 단번에 잠을 깼지만 행동으로 실천하긴 싫어서 널 끌어안고 품에 얼굴을 부볐어. 전정국- 하는 네 말에 결국 씨익 웃어버렸지만.) 아, 진짜 싫어. 세자 하기 싫다. (제게 뽀뽀를 퍼붓더니 억지로 일으켜세우는 너에 떠밀리듯 일어나 한숨을 푹 내쉬었어. 계속해서 저를 달래는 네 모습에 더이상 어리광을 부리고 싶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났어. 같이 밥 먹자는 네게 고개를 주억거려보이곤 눈을 감은 채 익숙하게 욕실을 걸어들어갔어. 위험하니 눈뜨고 걸으시라는 네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푸흐 웃음을 터뜨리곤 곧 방을 나간 건지 문이 닫히는 소리에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어. 몸에 딱 맞아떨어지는 정장 바지와 하얀 와이셔츠. 아침이 나왔다는 말에 주린 배가 더 우선인지라 넥타이를 매지도 못하고 대충 목에 걸기만 해뒀어. 말끔히 씻고 나와선 먼저 식탁에 앉아있던 네가 싱긋 웃자 저도 같이 웃어주곤 자리에 앉았지. 옆에 서있던 윤 상궁이 완벽하지 못한 제 모습에 한숨을 푹 내쉬고 넥타이를 매주려하자 두 눈을 크게 뜨고 인상을 찌푸린 채 싫다고 도리질치려다 아직 넥타이를 매지 못하는 네가 떠올라서 뒤로 몸을 뺐다가 얌전히 앞으로 당겨 앉았어.) 아침잠이 많아서 매일 너에게 못 볼 꼴을 보여주는 구나. (이름을 불러도 된다고 한 이후로 더 어린아이를 대하듯 하는 네가 엄마같다고 느꼈어. 젓가락을 들며 아니라고 고개를 내젓는 네게 다시 웃어주고 윤 상궁이 다 맨 넥타이를 곱게 정리해 내려주자 저도 수저를 들고 밥을 먹었어. 오늘 스케쥴은 궁의 내부를 둘러보고 돌아와서 서류를 정리하고 음악수업을 듣고 마지막엔 아버지와 함께 대화를 겸한 회의.) 심심하면 형도 보고 오고 여동생도 보고 오거라. (저를 재촉하는지 비서의 전화로 인해 울리는 핸드폰을 들고 일어섰어. 다람쥐처럼 양 볼에 밥을 우겨넣고 말똥히 저를 올려다보는 네 시선에 방긋 웃으며 그 두툼한 양쪽 볼에 입을 맞추고 손으로 연신 주물거리는데 저하! 하면서 복도 끝에서부터 들리는 다급한 비서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느긋하게 나가) 오냐, 지금 나간다. (반질한 구두를 신고 저를 문 앞까지 마중나온 널 품에 안았다가 네가 옷매무새를 정리해주자 문을 열었어) 다녀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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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아 귀여웤ㅋㅋㅋ나랑 똑같은지는 모르겠는데 길게 누르면 붙여넣기나 클립보드 뜨잖아요 거기서 클립보드 누르고 위에 지우기 버튼 있으니까 그거 누르면 되던데...!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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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73
글쓴이에게
(양손으로 제 볼을 만지작거리다 비서의 재촉에 결국 수저를 내려놓고 나가기에 너를 따라 가다가 네가 안아주고 다녀오겠다고 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네 등을 쓸어주고 네가 나가자 다시 밥상에 앉아. 밥을 다 먹지 못하고 나간 네가 걱정돼 괜히 문을 바라보다 저라도 다 먹자 싶어 한 그릇을 비우곤 상을 물려. 무엇을 할까 하다가 형제를 만나도 좋다는 네 말에 형을 만날까 싶어 궁녀에게 오늘 대군마마의 스케줄을 물어. 아직 어려서인지 회의나 중대한 일은 없었지만 수업이 꽉 차있다며 제게 말을 전하자 그럼 제 형을 보러 가야겠다 생각해. 제 방으로 총총 걸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와 대군마마의 궁으로 향하는데 마침 대군마마가 건물 앞에서 신하의 손을 잡고 나서며 제 형에게 얼른 오겠다고 애교를 피우는 꼴이 보여. 태성이 손을 흔들어주고 정석이 사라지자 그에게 다가가 뒤에서 소곤대는) 형. 태형이 왔는데. (제 말에 깜짝 놀란 태성이 네가 어쩐 일이냐며 마마가 알면 혼나지 않냐며 걱정하자 네 얼굴을 잠시 떠올리다 방긋 웃어.) 마마가 형 보러 가도 된다고 하셨어. 형아, 잘 지냈어요? (첫째 형과는 나이 차이가 조금 나는 터라 어색했지만 둘째 형과는 단 두 살 차이라 편하게 대하기도 했고 애교도 서슴없이 부렸어. 잘 지냈냐며 형에게 안기니 저를 꼭 안고 등을 쓸어주는 행동에 실실 웃으며 형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대군마마 감당하느라 힘들지? 아무리 수업이 많다고 해도 수업이 끝나고 잠들기 직전까진 형이 봐줘야 하잖아. (이젠 익숙해져서 괜찮다며 저보고는 좋아하지도 않는 세자의 옆에 있는 게 힘들지 않냐고 묻자 형의 품에서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안 힘들어. 하는 거 하나도 없는데 뭐. 그리고... 나 마마 좋아해. 마마도 나 좋아해주시고. 그래서 잠도 매일 마마 방에서 자. (적국의 세자를 마음에 품었다는 것을 혼낼 줄 알았는데 네가 행복하니 다행이라며 제 엉덩이를 토닥이는 손길에 방긋 웃어. 너와 한참을 끌어안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시계를 보니 네가 방으로 돌아와 업무를 보고 있을 것만 같고 곧 점심을 챙길 시간이라 형에게 이만 가보겠다며, 다음에 또 오겠다며 말한 후 궁으로 향해. 아니나 다를까 네가 뿔테안경을 쓰고 서류를 정리하고 있자 윤 상궁이혹시나 네가 밖에서 점심을 먹을 때를 대비해 준비했던 도시락을 들고 들어와 너를 식탁에 앉히고 하나씩 음식을 꺼내는) 마마아- 일도 밥 먹고 하셔야지요. 아까 아침도 조금 드셨잖습니까. 이거 다 드셔야 합니다. 덜 드시면 뽀뽀 없습니다.
/
그래요? 복사 눌렀을 때 뜨는 저 서류철 같은 게 클립보드인가.. 왠지 엄청 쌓여있을 거 같아요ㅋㅋ 나도 정리해야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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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73에게
으, 귀찮아. (궁을 돌아보며 이상이 있는지 묻고 살필 적에는 진지한 표정으로 임해놓고 이제와 그래봤자 아무도 안 믿어줄 거라는 비서의 말에 그를 밉지 않게 노려봤어.) 일을 다 하고 난 후에 피곤하다고 투정을 부리는 것인데도 어째 스케쥴을 줄여줄 기미는 보이지 않는 구나. (그럼요, 하며 싱긋 웃는 비서의 얼굴을 밀어버리고 궁으로 향했어. 오늘도 높이 쌓인 종이뭉치들에 싸인을 하고 수정할 부분을 체크하고 중요한 사안은 수첩에 옮겨적는 일 따위를 하겠지. 벌써부터 지루했어. 넌 형과 여동생을 보러 갔을까.) 어이구. (서류를 정리하면서도 반절 정도는 네 생각에 정신을 놓고 있었더니 정신을 차리라는 뜻인 건지 종이에 손을 베어버렸어. 깊지도, 얕지도 않은 상태인 것에 가만히 검지손가락을 바라보다가 입에 넣어 쪽 피만 빨아들이고 약이나 밴드는 스킵하기로 했지. 심하게 다친 것도 아닌데 뭘 바르고 붙이는 게 귀찮으며 불편했어. 다시 펜을 쥐고 일을 시작하려는데 방으로 들어오는 네 모습에 냉큼 펜을 놓고 네쪽으로 걸어가. 저를 식탁에 앉히고 덜 먹으면 뽀뽀가 없다는 네 말에 키득대며 고개를 끄덕여.) 알겠다. 깨끗하게 다 먹어야겠구나. (주먹밥 하나를 집어 입에 넣고 오물거렸어. 아, 좋다. 널 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차는 느낌이었지. 너에게도 밥을 먹여주고 나도 먹고. 네 말대로 아침에 밥을 조금만 먹었던 것이 내심 배고팠는지 금방 도시락을 비워냈어. 잘했다며 도시락 통을 정리하는 널 뒤에서 끌어안고 쪽쪽 목덜미와 볼에 입을 맞췄지.) 네가 하도 무섭게 뽀뽀는 없다고 하니 당연히 먹을 수밖에 없었다. 너랑 뽀뽀도 못하면 너무 슬픈 일이 아니더냐. 그래, 방에 있던 것 같진 않던데. 형제를 보고 온 것이로구나. 더 오래 있을 줄 알았는데...점심 때라도 이리 얼굴을 보니 매우 좋구나. (네가 윤 상궁에게 도시락통을 전해주는 것까지도 같이 붙어있고 싶어서 널 뒤에서 끌어안은 채 뒤뚱거리며 너를 따라 발을 옮겼어. 그렇게 좋으십니까, 하는 듯한 윤 상궁의 오묘한 표정에 방긋 웃으며 보란듯이 네 어깨 위에 입을 맞췄지. 놀란 네가 부끄러워하며 그만 하라고 하였지만 굴하지 않았어. 나름 네가 내 것이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싶었거든. 근데 넌 자꾸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땐 스킨십 하기를 꺼려하니까. 적어도 윤 상궁에게는 제대로 자랑해야겠다 싶어서 한 행동이었지. 저를 기저귀 찰 때부터 봐온 윤 상궁이 그런 저를 귀엽다, 좋을 때지- 라고 생각하는 줄도 모르고 난 한껏 우쭐해있었어. 내 방엔 얘 있는데 넌 없지? 얘 내 거다? 나랑만 이런 거 할 수 있어. 콧대를 높이곤 네가 문을 닫을 때까지 우쭐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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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거 맞을 거예요 스크린샷 찍어도 거기에 저장되더라고ㅋㅋㅋ나도 청소 한 번 더 해야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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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75
글쓴이에게
(도시락을 싹 비우고 제 뒷목에 쪽쪽대다 윤 상궁이 보는 앞에서도 제게 입을 맞추기에 부끄러움이 커져 고개를 숙여. 윤 상궁이 그렇게 좋냐며 인자하게 웃곤 도시락통을 들고 나가자 뒤를 돌아 네 허리를 꼭 끌어안아. 몸을 돌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제 볼이며 입술에 연속으로 뽀뽀를 해오는 행동에 네 옷자락을 꼭 쥐고 가만히 있다가 네가 쪽 소리나게 입을 맞추고 떼며 저를 바라보자 그제야 너를 편하게 웃고 방긋 웃어.) 뽀뽀 귀신입니다, 뽀뽀 귀신. 우리 정국이 뽀뽀 귀신. (이젠 편하게 말하는 것도 익숙해지고 네 이름을 부르는 것도 꽤 익숙해졌어. 네거 몇 번 뽀뽀를 해주다 책상에 산더미처럼 쌓인 결재서류가 눈에 들어와. 네가 이걸 늦게 끝낼수록 저와 있는 시간이 줄어들겠지. 그 생각이 들자 너를 자리에 앉히고 안경까지 씌워준 뒤 네 손을 놓고 물러나.) 마마, 다 끝나면 부르십시오. (예전 같았으면 알겠다고 할 너인데 부쩍 투정이 늘어 제 옆에 앉아 있으라며 자기 왼쪽 의자를 툭툭 쳐. 하는 수 없이 네 왼쪽에 앉아 네 손을 깍지 껴 잡고 있는데 서명만 해야되는 서류도 있지만 가끔 꽤 길게 글을 써야하는 서류가 있어 네가 손이 아팠는지 잠시 펜을 놓고 표정을 찡그리자 네 손을 잡아 조물거리는) 으구, 우리 정국이 손 아프겠다. 시대가 어느 시댄데 자꾸 손으로 쓰래 똥개 훈련도 아니고. (네 손을 주물러주고 네가 편한 듯 눈을 감고 있자 네 손을 놓곤 네게 펜을 쥐어줘. 조금 더 쉬고 싶다며 울상을 짓는 네게 뽀뽀를 쪽 해주곤 다시 네 왼손을 잡아 만지작거리는) 우리 정국이, 얼른 끝내야 태형이랑 더 많이 놀죠. 힘들어도 쪼금만 참아요. 많이 했네. 어이구 잘 한다 우리 강아지.

/아.. 클립보드가 아니고 붙여넣기였어요. 내 폰에 클립보드는 어디 있는 걸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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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75에게
(자꾸 달래주는 너에 힘입어 서류를 빨리 끝낼 수 있었어. 뭐, 힘들다고 칭얼거릴 때마다 네 뽀뽀를 받고 힘이 나서 하긴 했다지만 어쨌든. 겨우 서류뭉치를 다 끝내고 비서에게 끝났다고 문자를 보낸 뒤 기다렸다는 듯 널 안아 무릎 위에 앉히고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데 지잉 진동이 울려. 책상 위에 놓인 핸드폰을 네가 집어드는 것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지.) 누구에게 뭐라 온 것이냐? 읽어보거라. (비서에게 온 것이며 내일 모레 저녁에 고위 간부들과 저녁식사를 할 것이라는 말에 다시 신음을 내질렀어.) 으아아...진짜 너무해. 이젠 아버지도 안 부르고 나만 불러내. (고개를 뒤로 젖혀 의자에 기대어선 짜증을 내다가도 그럼 늦게 오냐는 네 말에 고개를 끄덕여.) 간부들이 술과 여자를 좋아해서 말이다. 여자는 뭐, 그렇게 많이 밝히지 않지만 술이 그렇지. 다들 주당인데다가 술자리의 분위기를 좋아해서 한 번 마시면 보통 3시 즈음에 해산한다. (여자라든지 늦게 온다는 말에 기분은 나쁜 것 같지만 내심 술주정이 궁금해보이는 네 표정에 푸흐 웃고 네 코를 아프지 않게 튕겼어.) 술주정은 네가 상상한 것과 다를 것이다. 내가 술을 먹으면 누가 손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그리고 아마 많이 까칠해질 것이다. 너에겐 별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런 모습이랑 다르다고 보면 되겠구나.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 네게 어깨를 으쓱여보였지.) 왜. 애교덩어리라도 될 줄 알았느냐? 꽤나 아쉬워보이는 표정이구나. (전에 한창 맘에 들지 않던 신하에게는 욕까지 한 건 아니지만 엄청 쌀쌀맞게 대해서 다들 놀란 적이 있더랬지. 과거를 생각하다가도 설마 내가 너에게까지 그럴까 싶어서 고개를 내저었어. 그건 싫어하는 사람이고, 넌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다를 거라고 생각했지. 그래도 냉정해진 제가 네게 무슨 말을 내뱉을까 감이 잡히지 않아 두려웠지만. 제발 입이 쓸데없이 나불대지 않았으면. 두 눈을 감고 짧게 아무 신에게나 기도를 드리다가 네가 제 눈가를 매만지며 뭐하냐 묻자 눈을 사르륵 떠내며 눈웃음지어.) 혹시나 만약에 있을 상황에 대비해서 말하는 것인데...내가 술 먹고 나면 다음날 아침이 될 때까지 오지 말거라. 차라리 그게 나을 것 같아. 뭐...늦게 오면 자느라 어쩔 수 없이 못 오긴 하겠지만. 알겠느냐? 여자랑 놀지도 않을 거니까 걱정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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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ㅋㅋㅋㅋ어디에 있는 걸까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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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78
글쓴이에게
(술자리 얘기를 하다 자기는 술을 마시면 남이 손을 대는 걸 싫어한다는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어. 네가? 제 허리에 감긴 네 팔을 내려다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술을 마시면 아침이 될 때까지 오지 말라고 하자 아쉽지만 작게 고개를 끄덕여. 왠지 네가 저를 내치거나 차갑게 대하면 다시 예전처럼 너와 거리를 둘 것만 같았거든. 네가 일을 일찍 끝낸 탓에 음악 수업 전까지 시간이 좀 비어 그냥 네 위에 앉아 품에 폭 안겨 있었어. 발을 왔다갔다하며 발장난을 치다가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쪽쪽대기도 하며 장난을 쳐. 그러다 밖에서 이제 음악 수업을 가실 시간이라며 비서가 너를 부르자 네게서 일어나려 해. 네가 아쉬운 듯 제 허리를 꼭 끌어안자 너를 안아주며 등을 토닥이는) 정국아. 우리 정국이 수업 가야죠? 수업 갔다가 회의 갔다가 보러 오면 되잖아요. 늦어서 선생님한테 혼나지 말구. (이제 너를 어르고 달래는 게 습관이 되어 있었어. 제게 아무렇지 않게 칭얼댈만큼 제가 편해졌다는 것 같아 네 애기같은 모습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았지. 마음 같아선 가지 말라고 너를 안고 있고 싶었지만 어제도 하루종일 수업을 째고 놀았던 터라 양심에 찔려 그럴 수 없었어. 겨우 네 품에서 빠져나와 영 아쉽다는 표정을 한 네게 뽀뽀를 해주곤 너를 문으로 이끌어.) 얼른 다녀오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네가 느리게 나가고 저는 뭘 할까 하다가 그냥 쉬고 있자 싶어 아침까지 함께 누워 있던 침대에 누워 폰을 만져. 어제 카페에서 찍었던 볼에 제 입술이 찍힌 네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바꿨어. 아, 진짜 귀엽다. 그렇게 누워서 뒹굴다 보니 슬슬 잠이 오는 거야. 좀 잘까. 그 생각이 들자 궁녀를 불렀어.) 마마가 오시거든 깨워주세요. (제 말에 알겠다며 이불을 덮어주곤 궁녀가 나가자 네 향이 배여있는 이불을 몸에 꽁꽁 싸매 덮어. 이러고 있으니 네 품에 안겨있는 기분이 들어 눈을 감고 웃다가 스르르 잠이 들어버리는)

/어으 그나저나 나 술병 나서 뭐가 뭔지 하나도 눈에 안 들어와요... 미치겠다. 오늘 하루만 짧아도 이해해줘요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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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78에게
(극한의 상황에 치닫거나 술을 마셔본 후에야 아, 이 사람과는 결혼해도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단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제게 해줬던 말이 떠올랐어. 아직까지 좋아하던 사람과 술을 마셔본 기억이 없었지만 신하들에게 냉정하게 대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면 네게도 그렇게 할까봐 두려웠지. 너는 그럼 나랑 결혼하는 것은 고사하고 같이 있는 것도 싫어하는, 예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게 돼 버릴까. 제 목덜미에 쪽쪽대는 너를 안고 있다가 이제 가셔야한다는 비서의 노크소리에 다시 단전부터 끓어오르는 한숨을 내뱉어. 오늘은 뭘 할까.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너의 뽀뽀를 받고 방에서 나와, 이미 마음속에선 터덜터덜 걷고 있지만 신하들이 많은 궁에서 세자란 자신이 그렇게 걸을 순 없었기에 겉으로는 위풍당당하고 단정하게 발을 내딛어. 그나저나 어째 네가 날 달래는데에 익숙해진 것 같단 말이지. 그래선 안 되는데. 내가 너무 응석부렸나. 아무래도 너 말고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거였는데 익숙하다못해 이제 생활이 된 것 같은 네 행동에 괜히 부끄럽기도 하고 헛웃음이 나왔어. 자제해야겠군. 네가 귀찮다고 생각이나 안 하면 좋으련만. 쩝- 입을 다시며 음악 선생이 기다리고 있을 방으로 들어갔어. 오늘은 피아노구만. 나중에 네게 연주를 들려주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집중해서 치다보니 수업은 금방 끝났어. 시간은 좀 남았지만 먼저 아버지를 뵙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너는 조금 후에 보기로 하고 발을 돌렸어.) 전하. 세자 정국입니다. (들어오라는 말에 조심히 문을 열고 들어갔지. 아버지는 많이 노쇠해져 있었어. 건강이 안 좋아지셨기 때문일 테지. 착잡한 마음으로 회의를 하고 대화도 몇 마디 나누곤 다시 공손히 인사한 뒤 방을 나섰어. 그래도 바람앞의 촛불 같지는 않아 다행이었지. 겨우 할 일들을 다 마치고 궁으로 돌아왔어. 네가 자고 있다는 윤 상궁의 말에 제가 깨우겠다하곤 방으로 들어갔지. 이불을 온 몸에 두르고 품에 안은채 자고 있는 네 모습에 추웠나 싶어서 오늘은 보일러를 올려달라고 해야겠다 생각했어.) 태형아. 아가. 언제까지 잘 것이냐. 응? (부드럽게 타이르듯 깨우곤 잠투정을 부리는 널 품에 안았다 놓아줬어. 눈을 부비는 네 손에 입을 맞추곤 잘 다녀오셨냐며 힘들지 않았냐는 네 질문에 그저 웃어보였지. 이제 투정은 부리지 않기로 했으니까.) 오냐. 잘 다녀왔구나. (대답을 하곤 욕실에서 깔끔히 씻고 옷을 갈아입었어. 네가 조금 의아해하는 듯 싶었지만 되려 모른 척을 하며 침대에 걸터앉아 핸드폰을 만졌지. 기본 배경화면인 제 핸드폰을, 네 사진으로 채워줄 작정이었어. 갤러리에 들어가 무엇으로 배경을 할까 고뇌하며 사진들을 유심히 살폈지. 다 예뻐서 못 고르겠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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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80
글쓴이에게
(네 침대에서 곤히 자고있다 네 목소리가 들리자 웅얼거리며 네 품에 고개를 묻었어. 겨우겨우 눈을 뜨곤 너와 눈을 맞췄지) 마마. 잘 다녀오셨습니까, 힘들지는 않으셨습니까? (당연히 보고 싶었고 힘들었다며 제게 안겨올 줄 알았어. 그런데 네가 잘 다녀왔다고 하곤 욕실로 들어가는 거야. 뭐지, 오늘은 안 힘들었나. 네가 씻고 나오는 동안 다시 스르륵 침대에 누워 눈만 깜빡거리고 있었어. 네가 옷을 갈아입고 나와 저를 안아주지 않고 폰을 보고 있으니 내심 서운했지. 연락하는 사람이라도 있는 건가. 질투를 할 심산으로 몸을 일으켰어.) 마마, 이젠 저보다 휴대폰이 더 좋으신... (말을 하며 네 휴대폰으로 시선을 옮기는데 제가 예상한 것과는 달랐어. 다른 사람과 연락을 하고 있을 줄 알았던 네가 갤러리에서 제 사진을 넘겨보며 웃고 있었던 거야. 못 살아 진짜. 꼬물대며 움직여 뒤에서 네 허리에 다리를 감고 가슴팍을 꼭 안았지.) 마마아, 뭘 이런 걸 보고 계십니까. 이런 거 볼 시간에 태형이 더 놀아주세요. (배경화면을 뭐로 할 지 고민중이었다며 사진을 넘겨 제게 보여주자 제 눈엔 온통 엽사 뿐이라 울상을 지어.) 이게 뭐가 예쁘단 말입니까. 이거 말구우. (안고 있던 팔을 풀고 그 손으로 네 휴대폰을 잡은 뒤에 이리저리 사진을 넘기다 네가 찍어준 사진이 아닌 제가 네 폰을 들고 너와 함께 찍은 사진을 가리켜.) 이거, 이거요. 이게 제일 예쁩니다. (제 말에 네가 알겠다며 제가 고른 사진으로 배경을 바꾸자 화면 가득한 네 얼굴과 제 얼굴에 기분이 좋아져 헤실 웃다가 제 휴대폰을 꺼내 배경을 보여주는) 짠. 엄청 귀엽지 않습니까? 이 사진이 제일 귀여운 거 같아서 해놨습니다. (네 볼에 제 뽀뽀자국이 가득한 사진이었어. 심지어 제가 갑자기 휴대폰을 들고 찍어댄 터라 예쁘게 웃는 모습도 아니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보는 모습이었지. 네가 이거 이상하다며 별로라고 울상을 짓자 너를 달래려 네게 말꼬리를 늘여 말하는) 마마, 정국아아. 이거 얼마나 예쁜데에. 응? (제 애교에 사르르 녹는다는 표정을 지은 네가 귀여워 응? 응? 하며 몇 번을 더 물어보다가 그래도 멍한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울상을 짓자 네 허리에 있던 다리를 풀고 침대에서 내려와. 어딜 가냐며 물어오자 네 책상 서랍에서 윤 상궁이 저번에 발라준 립밤을 꺼내 가지고 와 립밤을 바르는 시늉을 하며) 저거 정 싫으면 지금 다시 하고 사진 다시 찍을까요? 마마가 선택하십시오. 다시 찍으면 저야 좋습니다, 뽀뽀 많이 할 수 있으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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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80에게
(다시 바르는 게 나으면 그렇게 하자며 립밤까지 꺼내온 널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어. 저것보단 낫겠지. 제 긍정의 끄덕임에 네가 곧 입술에 립밤을 발랐지. 안 그래도 예쁜 입술이 더한 색을 머금고 있으니 더욱 고와보였어. 맛있어보이기도 하고. 삐뚤지 않게 잘 바른 네가 몇 번 입술을 문질러 음파음파 거리더니 제 목을 잡아왔어. 살짝 고개를 꺾어 볼을 대주곤, 네가 입술 자국이 남게 꾹 눌렀다 떼는 모양에 푸스스 웃어버렸지. 만족스런 사진이 나올 때까지 입을 맞추고 사진을 찍은 뒤에야 겨우 내 얼굴에 네 입술자국이 찍힌 사진이 핸드폰 배경화면이 될 수 있었어. 네 입에 발린 립밤은 이미 내가 다 먹어버린 후였지. 배경으로 쓰일만한 사진을 찍기 위해 표정도 바꾸고 포즈도 바꾸다보니 왠지 조금 피로했어. 새삼 모델이나 연예인들이 대단하다고 생각됐지. 침대에 누워선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다가 립밤을 다시 제자리에 두고 온 네가 내 팔을 베고 눕는 것에 널 끌어당겨 가까이 몸을 붙였어. 어쩐지 지쳐보이는 내 얼굴을 알아챈 건지 피곤하십니까? 하고 웃는 너에게 고개를 저었지.) 괜찮구나, 이 정도는. (다시 한 번 투정을 부리지 않고 의젓하게 대답했어. 마침 저녁식사를 할 시간이라는 궁녀의 말에 너와 함께 몸을 일으켰지. 식탁에 쌓인 반찬들을 보며 온화하게 미소지었어) 많이 먹거라. 다 맛있어보이는 구나. (고개를 끄덕인 네가 수저를 들자 저도 식사를 시작했어. 아까부터 의젓하고 듬직한, 투정을 부리지 않아 어린 아이같지 않은 면모를 보여준 것이 뿌듯해서 절로 콧대가 올라갈 것 같았지. 하지만 이런 것에 뿌듯해하는 것을 티낸다면 그것도 어린애 같을 것 같아서 관뒀어. 한 그릇을 금방 뚝딱 비우고는 후식으로 딸기를 먹으며 네게 물었지.) 오늘은 어디서 자겠느냐. (그냥 방을 합쳐버릴까. 나도 너랑 자는 게 좋았고 너도 그래보이니까. 요 며칠간은 네 방이 주인을 잃고 식어있겠지. 그럴 바엔 그냥 방 두 개를 합쳐서 같이 지내는게 좋지 않을까? 머릿속으로는 이미 방 벽을 허물고 너와 함께 지낼 생각으로 차있었기에 본의아니게 어디서 자도 상관없다는 듯이 말하는 모습이 되어버렸어. 본인은 그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지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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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82
글쓴이에게
(볼 여기저기에 제 입술자국을 남기고 사진을 찍어댔어. 네가 표정과 포즈를 바꾸자 그때마다 여러 장씩 찍고는 제일 잘 나온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바꾼 뒤 네 볼에 묻은 립밤을 물티슈로 살살 닦아줘. 조금 피곤한지 저를 안고 눈을 감고 있기에 피곤하냐 물었더니 아니라는 답이 돌아왔어.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제게 안겨 머리를 부벼대던 너인데, 음악 수업을 하기 전에도 저를 꼭 안고 가기 싫다고 투정을 부렸었는데. 잠깐 사이에 무슨 일들이 있었던 건지 자꾸만 네 기분과 감정을 숨기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왠지 다시 거리를 두는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이 들어. 그래도 네게 티낼 수는 없었으니 밝게 웃으며 식사를 마치곤 딸기까지 먹었지. 네 품에 기대 딸기를 입에 집어넣으면서도 왠지 모를 서운함은 사라지지 않았어. 마침 들려온 어디에서 자겠냐는 질문에 당연히 네 방에서 자겠다고 하려다 입술을 꾹 깨물곤 말했지.) ...오늘은 제 방에서 자겠습니다 마마. (너도 제 대답에 놀랐겠지. 많이 당황한 듯 보였어. 왜 그러냐고 무슨 일이라도 있냐고 물어오는 너에게 작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지.) 아무 일도 없습니다. 그냥, 그냥요. 마마 내일 아침부터 바쁘시지 않습니까. 분주히 준비하시는데 계속 누워있는 꼴 보여드리는 것도 마음에 걸리고 그래서. (물론 모두 다 거짓말은 아니었어. 늘 너를 수업이나 회의에 보내고 저는 방에서 쉬는 게 미안하긴 했거든. 그렇다고해서 너와 함께 자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었어. 진심과 거짓말을 섞어 말을 내뱉곤 제가 봐도 엉터리같은 변명이라 네가 더 추궁하면 아이같이 네 품에서 이젠 내가 질린 거냐고 왜 속내를 드러내지 않냐며 울 것만 같아 자리에서 일어섰어.) 마마, 일찍 주무십시오. 저도 가서 잘 준비 하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저도 모르게 네게 거리를 둬버렸어. 꾸벅 인사를 하고 나와 방으로 들어가며 제 이마에 꿀밤을 먹였지) 바보, 바보 김태형... 마마 없으면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괜히 자존심을 세워서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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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82에게
(당연히 나와 같이 자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방에서 자겠다는 네 말에 저도 모르게 잔뜩 당황한 티를 내버렸어. 왜 그러냐 물었지만 그냥, 이라는 말과 함께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될 일로 둘러대는 너에 뭔가가 틀어짐을 깨달았지. 갑자기 우리 태형이가 왜 저럴까. 입술을 깨물고 있다가 뭐라 말을 꺼내지도 못하게 하려는 듯 급하게 인사를 하고 가버리는 너 때문에 입을 열지도 못하고 널 보내버렸어. 내가 뭐 잘못한 거 있나? 아닌데, 나 오늘 완전 멋있었는데. 초조하고 애가 타는 마음에 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풀썩 침대에 누워버렸어. 같이 자고 싶은데. 요새 너한테 몸이 익어버린 건지 네가 없으면 잠을 못 잘 것 같은 불안감에 가만히 천장만 바라보다가 겨우 이를 닦고 와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어. 역시, 너무 허전하고 추웠지. 분명 보일러는 따뜻하게 돌아가고 있을텐데도 그랬어. 이대로 잘 수 있을까. 살짝 눈을 감아봤다가 번쩍 눈을 뜨고 이불을 걷어냈어. 역시 널 그대로 둘 순 없었기 떄문이지. 뭐가 문제인지 물어보고 해결할 생각으로 침대 밑으로 발을 내리는데 비서에게 전화가 온 것을 알리며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이것도 안 좋은 일임을 직감적으로 알고 낮게 목소리를 깔며 무슨 일이냐 물어. 외교부에 와서 팩스로 온 서류를 한 번 보셔야겠다는 말에 이마를 짚고 가디건을 팔에 꿰어입으며 밖으로 나섰지. 얘기를 들어보니 저번에 멋대로 계약 조건을 바꿨던 그 나라였어.) 뒤'졌어, 진짜. (살벌하게 말을 뱉으며 외교부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어. 아, 우리 태형이 기분 풀어주려고 했는데. 속으로 징징대면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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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85
글쓴이에게
(평소보다 꽤 오래 씻었어. 생각이 복잡해졌기 때문이지. 네가 왜 그랬던 걸까, 왜 피곤하다, 힘들었다 얘기를 하지 않는 걸까. 한참을 욕조에 있다가 손가락이 쪼글쪼글해지기 시작해서야 얼른 씻고 나와버려. 텅 빈 방, 네가 없는 방. 너와 붙어서 잔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빈자리가 이렇게 큰 걸까. 정적을 깨우려 일부러 음악을 틀고 머리를 말려. 네가 저를 보러 오지 않을까,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같이 자자며 와주길 바랬어. 그래서 머리를 말리면서도 문쪽을 힐끔거렸지. 하지만 너는 제가 머리를 다 말리고 잘 준비를 마칠 때까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어. ...마음이 식어버린 건가. 아니면 나 말고 눈에 들어오는 다른 애가 생긴 건가. 네가 저를 전처럼 대하지 않으면 어쩌지 싶어 입술을 피날 때까지 깨물었어.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지. 대체 왜, 왜 그런 거지. 너를 믿으면서도 한 번도 누구에게 이렇게 마음을 준 적이 없었던 터라 자꾸만 불안해졌어.) ...전정국, 미워... (언제쯤이면 네가 올까 싶어 일부러 느릿하게 움직이고 시간을 때우는데도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그냥 침대에 벌렁 누워버려. 너는 제가 없어도 잘 자는 걸까. 네가 자고 있다고 굳게 믿곤 눈을 감았어. 저만 안달나 하는 건 싫었거든. 금세 잠이 들었지만 네 품에서처럼 아침까지 잘 수는 없었어, 이른 새벽에 깨버렸지. 한 번 깨니 다시 잠도 안 오고, 뜬 눈으로 아침을 맞았어. 너와 함께 하지 않으니 아침도 먹을 생각이 들지 않았어. 상도 내오지 말라 이르곤 네 기상시간 전에 패딩을 입고 밖으로 나섰지.) 산책 겸 기분전환이요. 마마껜 그냥 자고 있다고 하세요. (네 방을 지나치다 윤 상궁이 어딜 가시냐며 묻자 짧게 대답하고 궁을 빠져나와 너와 붕어빵을 사먹었던 공원으로 향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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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85에게
(망할 나라와 전화로 싸우기까지 했어. 언성을 마구 높이진 않고 세자의 체면을 살려 조곤조곤하게 그 나라를 깎아내렸지. 안절부절 못하던 신하들에겐 당당하게 말했어.) 뭐. 맘에 안 들면 나 찾아오라고 그래. 이번엔 저번처럼 맞춰줄 필요 없어. 누굴 호구로 아나. 그대로 진행해. (박력있게 말하곤 방으로 돌아오니 어느새 시간은 2시가 훌쩍 넘어 3시가 다 되어갔어. 네 방 앞에 서있다가 조심스레 문에 귀를 대봤지만 역시나 자는 건지 조용한 방 안에 시무룩해져서 제 방으로 돌아왔지. 내가 없어도 잘 자는구나. 한숨을 폭 내쉬고 궁녀에게 네 방 보일러를 뜨끈할 정도로 올려달라 부탁하곤 침대에 파고들었어. 아까 내 이불을 꽉 말아쥐고 자던 네가 눈에 밟혔기 때문이지. 이 건너편엔 네가 있을텐데. 고작 옆 방인데 왜 이렇게 멀어보이지. 벽을 손으로 어루만지다가 그 자세 그대로 잠이 들었어. 그리고 마마, 하는 목소리에 잠에서 깼지.) 태형아- (당연스레 너일 줄 알고 눈을 뜨지도 않고 제게 붙어서 절 깨우는 그 몸을 끌어안았다가 마마...! 하는 날카로운 목소리에 네가 아님을 알고 팔을 풀어내며 벽에 등을 박을 정도로 빠르게 떨어져. 윤 상궁이 이게 왜 이래, 라는 어이없는 표정을 애써 관리하며 저를 응시하고 있었지.) ...태형이는? (왜 네가 아니라 윤 상궁이 깨우러 온 걸까. 아직 자고 있는 거겠지, 했던 제 생각대로 윤 상궁이 주무시고 계십니다, 하고 대답했어. 하지만 그 말을 뱉기 전 작은 한숨 소리와 잠시 늦췄던 말 템포를 보면 너는 자고 있지 않은 것 같았지. 입술을 깨물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네 방으로 향했어. 노크를 하고 너를 불러봐도 대답은 없었지.) 정말 자는 것이냐. (네 방 문 앞에 서있던 궁녀 한 명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며 물었더니 차마 그 앞에서 거짓을 고하진 못하겠던지 산책을 하러 나가셨다며 더듬거리며 말하는 것에 한숨을 내쉬고 방으로 돌아가. 어딜 간 걸까. 왜 잔다고 거짓말을 하게 만들었을까.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줄기를 맞으며 고민해봐도 알 수가 없었어. 내일은 회식 때문에 말도 잘 못할텐데... 오늘 무조건 풀고 가야지 싶어서 빨리 일을 마치기로 마음먹었어. 너랑 대화를 해야 풀릴 테니까. 다시 습관처럼 한숨을 내쉬고 궁을 나가 회의실로 들어갔어. 회의를 하는 동안은 비가 추적추적 내렸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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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87
글쓴이에게
(너와 걸었던 길을 다시 걷고 붕어빵도 다시 사먹었어. 다른 이유가 있던 건 아니고 그냥 그러고 싶었지. 그런 후 벤치에 앉아 그저 네 생각을 하고 있었어. 잠은 잘 잤을까, 아침은 먹었을까.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뚝뚝 떨어졌어. 인지를 할 틈도 없이 마구 쏟아내렸지. 심지어 가볍게 나온 거라 지갑이고 카드고 휴대폰이고 아무 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어. 궁과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뛰어도 옷과 몸이 다 젖을 거리였지. 어쩔 수 없이 그 비를 다 맞으며 궁으로 향했어. 제 방에 도착했을 땐 이미 물에 빠진 것처럼 잔뜩 젖은 상태였어. 궁녀들이 크게 놀라며 제게 다가오기에 괜찮다는 듯 웃어보였어) 마마는, 마마는 방에 계십니까. (다행히도 회의에 가 계신다고 했어. 생각보다 비를 많이 맞은 탓에 금방 쓰러져 잠들 것만 같았지만 곧 네가 올 거라는 소리에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어.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머리까지 말렸지. 비가 눈에 많이 들어갔던 건지 눈가가 빨개져 있었어. 안 울었는데, 마마가 걱정하시면 어쩌지. 네게 서운했으면서도 네 생각부터 나는 제 자신이 웃겼어. 어쩔 수 없이 제 마음은 네게 향한다는 걸 느꼈지. 머리를 다 말리고 네 방으로 가서 너를 기다렸어. 얼마 지나지 않아 네가 들어오자 침대에 앉아 있다가 고개를 들고 너를 봤지.) ...마마, 오셨습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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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87에게
(회의장을 나오자마자 들리는 빗소리에 깜짝 놀랐어. 나갔던 네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면 비에 맞았을 거라는 생각이 머리를 덮쳐왔기 때문이지. 어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꽤나 많이 내리는 비를 맞았다면 네가 열에 시달릴 것 같았어.) 빨리 걷자꾸나. (제게 우산을 씌워주는 신하에게 그렇게 말하곤 성큼성큼 걸어 방으로 돌아갔어. 꽤나 거칠게 문을 열어젖히자 너는 뽀송뽀송한 모습으로 내 침대에 앉아있었지.) 태형아...! (조금 급한 걸음걸이로 걸어 네게 다가갔어. 네 앞에 한 쪽 무릎을 굽히고 앉아 네 양 뺨을 손에 쥐었지.) 어딜 다녀온 것이냐. 왜 자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냐. 비는 맞지 않은 것이냐. (추궁하듯 속사포로 네게 질문을 퍼붓다가 문득 네 빨간 눈이 들어왔어. 운 건가? 나 때문인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제 자신이 너무 짜증나서 입술을 콱 깨물어. 널 다치지 않게 하겠다고 해놓고 결국 내가 널 울렸구나. 네 뺨을 잡고 있던 손도 내리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오늘 아침엔 잘 일어났냐며, 아침부터 회의하느라 피곤하지 않았냐는 네 말에 다시 고개를 들고 널 올려다봤어.) 피곤하지 않았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제 말에 묘하게 일그러지는 네 얼굴에 도저히 뜻을 알 수 없어서 네 손을 꼭 잡고 물었어) 도대체 어제부터 왜 그러는 것이냐. 내가 네게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 것이냐. 말을 해줘야 알 것이 아니냐. 응? 태형아.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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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88
글쓴이에게
(또, 또 네 감정을 숨겼어. 아침잠이 많은 너를 알고 있는데. 아침 스케줄을 힘들어하는 너를 아는데. 또 제게 괜찮다고 대답했어. 대체 뭐 때문에 이러는 걸까. 울음이 나올 것만 같았어. 그런 제 마음을 모르는 건지 네가 제게 왜 그러는 거냐며 걱정스레 물어오자 머릿속에 혼란이 왔어. 그 질문을 해야할 건 난데, 왜 니가. 결국 붉은 눈가에서 눈물이 떨어졌어.) 그러는, 그러는 마마는 왜 그러시는데요. (제 눈물에 당황한 네가 저를 안고 등을 쓸어내리며 왜 그러냐고 묻자 말없이 흐느껴 울기만 했어.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냐며 물어오는 너에 한참 뒤에야 고개를 들고 눈물 맺힌 눈으로 너를 올려다봤지.) 자꾸, 자꾸 마음 숨기고. 힘들고 피곤한 거 다 아는데 자꾸 괜찮다고 하고... (어제 혼자 자면서 서운했던 감정들이 터져 아이처럼 울어버렸어. 그런데 네 반응은 제 상상과 달랐지. 잔뜩 당황한 눈이었어. 그리고 들리는 네 말에 멍하니 너를 올려다봤지. 어린 애 같아 보이는 게 싫어서 일부러 투정을 부리지 않았다니. 쌓였던 오해가 풀리자 다시 눈물이 터져 네 허리를 꼭 끌어안고 품에서 웅얼거리는) 나는, 나는 또... 이제 나한테 기대기 싫고 다시 거리두는, 줄 알구... 끅.., 나한테 투정도 안 부리고 다 괜찮다고만 하고...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가를 벅벅 닦다가 이렇게 풀릴 거 왜 그렇게 마음 고생을 하고 잠도 따로 잤나 싶어 부은 눈으로 너를 밉지 않게 째려보는) ...미워. 밉습니다 마마.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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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88에게
(내가 왜 그러냐니. 왜 그러냐는 말을 끝으로 처연하게도 뚝뚝 눈물을 떨구는 너에 입이 다물렸어. 당황한 낯으로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여서 너를 끌어안았지. 울음이 잦아들때까지 등을 쓸어주며 기다리다가 엉엉대는 소리가 멎자 조심히 품에서 떼어내 널 바라봐. 아직도 그 크고 빨간 눈에 눈물이 매달려있었어. 그리고 들리는 네 말에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었지. 난 그런 의미로 한 게 아닌데. 다시 아이처럼 울어제끼는 네 어깨를 붙잡고 고개를 내저었어.) 네가 그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구나. 하지만 일부러 널 이렇게 힘들게 하려던 건 아니었다. 난 그저...내가 너에게 투정을 부리고 네가 그걸 받아주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게 느껴지는게 싫어서... (제 말에 울음을 멈추고 멍한 표정을 짓던 네가 내 허리를 꽉 끌어안아오는 것에 너를 품에 안고 머리를 쓸어줬어.)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거리를 둘 생각을 하겠느냐. 기대기 싫은 게 아니라 사소한 것까지 기대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매일 아침마다도 그렇고 내가 피곤할 때마다 네게 투정을 부리는 것이 미안해서. 너는 화풀이 대상이 아닌데 말이다. 너도 아이처럼 구는 사람보단 어른스러운 사람을 더 좋아할 것 같아 그리하였구나. (눈가를 벅벅 닦는 네 손을 잡아내리고 제 수트의 안주머니에 있던 부드러운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닦아주며 나를 노려보는 너도 좋다는 듯 헤실 웃어보였어.) 내가 밉느냐. 미안하구나. (빨개진 네 코 끝에 입을 맞추고 팔을 벌렸어. 기다렸다는 듯 다시 안겨오는 널 안고 눈을 감았지.) 그러니까 이제 내가 그런 말을 해도 오해하지 말거라. 그나저나 잠은 잘 잤느냐. 어제 네가 없어 잠도 안 오는데 새벽에 일이 생겨서 나갔다오느라 널 바로 풀어주지 못했구나. 미안하다. 네가 어찌나 보고 싶었던지 윤 상궁이 깨우러 왔을 적엔 너인 줄 알고 끌어안아버렸지 뭐냐. (장난스레 웃고는 궁녀를 불러 울어 물기를 쪽 짜낸 너에게 먹일 물을 가져오라 일렀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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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90
글쓴이에게
(저를 꼭 안아주며 미안하다며 상황 설명을 하곤 제가 보고 싶어 윤 상궁을 저로 착각하고 끌어안았다는 말에 웃음이 터져. 귀여워 죽겠다. 오해가 풀리고 이제야 마음에 안정이 찾아와 얌전히 네게 안겨 있다가 궁녀가 물을 들고 오기에 받아들었어. 제가 운 걸 본 건지 따뜻한 유자차를 가져오자 네게 안겨 차를 홀짝였지.)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잠도 일찍 깨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감정을 속이는 것 같아서 마마가 미우면서도 하루종일 마마 생각만 했습니다. (네가 저를 어르고 달래다 침대로 가 네 무릎에 저를 앉히자 아이처럼 네게 안겼어. 너무 뜨겁지 않게 가져온 유자차를 빨리 마셔버리곤 책상에다 놓은 후 다시 네게 쪼르르 달려가 안겼지. 고작 하루 안 봤다고 이렇게 그리울 줄이야. 누가 보면 몇 달은 못 본 사람처럼 너를 놓지 않겠다는 듯 꼭 안고 있었어. 그러다 고개를 들어 네 입술에 쪽, 쪽 하고 입을 맞췄지.) 오해해서 죄송합니다.그래도 마마. 투정 부려주십시오. 마마가 저를 화풀이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어른스러운 사람도 좋지만 제게 감정을 속이지 않고 투정 부릴 땐 부리는 마마가 좋습니다. (네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있다가 다리를 꼼지락대며 움직여 네 허리를 다리로 꽉 감싸안아. 그러고 보니 어제 오늘 서로 오해를 하느라 제대로 된 애정 표현도 못 했네. 너를 살짝 밀었더니 제 몸을 받쳐주며 뒤로 눕기에 네 품에 고개를 대고 있었어. 그러다 자세가 야하기도 하고 장난기가 발동해 자세를 고쳐 잡고 네 위로 올라가 입을 맞췄지. 입술만 맞대고 있다가 네 입술을 살짝 물었더니 바로 키스를 하려 하기에 고개를 떼고 웃었어.) 우리 정국이, 나 보고 싶었, 헉! (보고 싶었냐는 질문을 끝내기도 전에 너와 네 자세가 바뀌었어. 순식간에 네가 저를 덮치는 자세가 됐지. 당황스러운 눈으로 너를 올려다보는데 네가 그르릉 하고 울 듯한 눈빛으로 제 입술을 뚫어져라 보다 얼마 참지 못하고 달려들기에 네 옷자락을 꼭 잡고 눈을 감았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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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90에게
그랬구나. (술술 어제의 일을 털어놓는 너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유자차를 홀랑 마시곤 쪼르르 달려와 다시 제 품에 답싹 안기는 너에 웃음이 터졌어. 어제 하루, 그것도 저녁 때만 못 본 것 뿐인데 일주일동안 못 본 사람처럼 구는 네가 사랑스러웠지.) 아니다. 내가 오해를 하게 만들어 미안하구나. 투정은...정말 힘들때만 부려보도록 하겠다. 이래놓고 매일 힘들다고 하는 건 아닐는지. (어깨를 으쓱이며 웃어보이곤 코알라처럼 안겨있던 네가 저를 뒤로 밀자 순순히 뒤로 넘어가. 허리에 힘을 주어 천천히 스러지며 네가 아프지 않게 했지. 그때 갑자기 제 위로 올라와 입을 맞추는 너에 눈썹을 꿈틀거려. 입술을 깨물기에 바로 키스를 하려했건만 뒤로 고개를 빼며 우리 정국이, 하고 저를 놀리는 말투를 하는 너에 바로 자세를 뒤집어 널 침대에 눕혔지. 제가 이럴 줄은 몰랐는지 놀라 눈만 깜빡대는 네 입술을 진득하게 물고 빨았어. 자극을 주기만 하고 혀를 넣지 않자 역으로 안달난 네가 먼저 혀를 내밀었으나 쑥 뒤로 고개를 뺐지.) 우리 태형이가 못된 장난만 배워왔구나. (제 말에 애교스레 눈을 접어 웃는 네 눈가에 입을 맞춰주고 다시 입술을 겹쳤어. 바로 밀려드는 말캉한 살덩이를 혀로 감쳐올리며 빨아먹을 듯 굴었지. 제 옷깃을 꽉 잡고 끙끙대는 네 몸을 쓸어주며 네가 숨차하는 것 같자 입을 떼고 널 기다려줬다가 다시 입술을 붙였어. 다리로 허리를 감아오는 것에 하마터면 더한 짓도 할 뻔 했지만 참을 인 자를 새기며 꾹 참고 퉁퉁 부은 네 입술에 마지막으로 뽀뽀를 하고 네 얼굴 옆에 팔을 뻗어 지탱한 뒤 미소지었어.) 반나절 못 봤다고...정말 보고 싶더구나. 내가 너를 많이 사랑하는 것 같았다. (그대로 몸을 무너뜨려 널 소중하다는 듯이 끌어안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어.) 음악이 좋느냐, 운동이 좋느냐? (음악이라고 하면 널 데려가 악기로 연주를 들려줄 것이었고 운동이라고 하면 유도실에 데려가 유도를 알려줄 참이었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네가 고민하는 동안 네 품에 안겨 가만히 숨만 내쉬었어. 아, 우리 태형이 냄새...)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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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97
글쓴이에게
(네가 제 품에 쓰러져 안겨 있는 동안 네 머리를 가만히 쓸어내렸어. 그러다 운동과 음악 중 뭐가 좋냐고 묻곤 다시 제게 안겨 있자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지.) 음악, 음악이 좋습니다. (그렇게 대답하곤 고개를 숙여 네 머리칼에 입을 쪽쪽 맞췄어. 네가 그대로 저를 안고 일어나 앉자 다시 네 위에 앉은 자세가 됐지. 그리고는 연습실에 가서 악기 연주를 해주겠단 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떴어.) 예? 마마가 제게 연주를요?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보이는 네 행동에 기분이 좋아져 네 볼과 제 볼을 부볐어.) 빨리, 빨리 가요. 와 진짜 멋있겠다. (벌써 기대된다는 듯 방방 뛰며 너를 일으켜, 얼른 나가려고 했더니 날씨가 쌀쌀하다며 제게 패딩을 입혀주고 나서야 함께 밖으로 향해. 큰 우산을 들고 제게 씌워주자 혹시나 네가 제게 우산을 씌워주느라 어깨나 네 몸이 젖을까 봐 네 허리를 꼭 안고 네 쪽으로 붙어 있었어. 다행히 연습실은 멀지 않은 건물에 있어서 금방 도착했지.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피아노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피아노를 가리켰어.) 마마 피아노 잘 치십니까? 저는 어릴 때 배웠었는데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방긋 웃고는 네가 피아노를 쳐주겠다며 의자에 앉자 네 옆에 앉아 피아노가 아닌 너를 바라봤어. 잘 못 쳐도 이해해달라며 서서히 시작한 연주는 제 귀에는 완벽했지. 실수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을 만큼 좋은 연주였어. 연주를 끝내고 부끄러운 듯 웃어보이는 너를 꼭 안아줬지.) 오구오구, 우리 마마. 마마는 못 하시는 것이 뭡니까? 얼굴도 잘 생기고, 운동도 잘 하고. 악기까지 잘 다루시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닙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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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97에게
(고작 연주를 해준다는 말에 이리 좋아하는 모습이라니. 겉옷을 입지도 않고 나가려는 너의 모습에 기겁을 하며 잡아채 겨우 패딩을 입혔어. 아무리 날이 풀렸다곤 해도 아직 쌀쌀한 감은 남아있었거든. 우산을 쓰고 연습실로 가선 바로 피아노를 가리키는 모습에 우산을 접어 우산꽂이에 넣어두고 익숙하게 의자에 앉았어.) 잘 치는 편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배우고 있단다. 개인적으로 첼로보다 더 어려워서 많이 연습하고 있어. (잠시 건반 위에 손을 올려두고 고민하다가 머리에 외워뒀던, 너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생각하여 열심히 배웠던 곡을 연주했지. 떨지말고 잘 해야할텐데. 선생님께 틀린 부분을 지적받던 때보다 더욱 긴장이 돼서 차분히 연주를 시작했어. 몇 번 틀릴 뻔한 적이 있었지만 그래도 크게 실수한 것 없이 연주를 마쳤지. 괜찮았나? 곡을 끝마치고도 잠시 건반 위에 손을 얹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널 돌아보는데 바로 팔을 뻗어 안아오는 너에 더욱 크게 웃음이 터졌어. 다행이다.) 칭찬이 과분하구나. 운동이나 악기는 배우니까 그런 것이고. 이것들도 몇 번 쳐주지 않으면 금방 까먹어 손을 움직이기 어렵더구나. (얼굴에 대한 칭찬은 못 들은 걸로 넘겨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났어. 바이올린은 배워본 적이 있다는 네가 그것을 집어들자 저는 첼로를 잡고 의자에 앉았지. 앞에 놓인 악보지를 펼쳐 연주를 하는 너에 맞춰 첼로를 켜다가 삐딱한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에 널 돌아보았어. 애교스럽게 웃고 있는 너에게 괜찮다는 얼굴로 밝게 웃어주고 아까 네가 했던 것처럼 악기를 연주하는 너를 빤히 바라보았지. 바이올린을 붙잡고 집중해서 연주하는 너를 보니 정말 천사가 따로없다는, 오글거리는 생각이 들었어.) 잘하는 구나. 피아노도 배우면 금방 하겠어. 너야말로 다 잘해서 걱정이구나. 운동이야 내가 나중에 알려주면 되는 거고. 운동에 관심 있느냐? (골격은 있지만 운동을 제대로 해보지 않음을 티내는 몸을 훑다가 네가 입술을 삐죽이자 장난이라는 듯 웃으며 쪽 볼에 뽀뽀했어. 그러다 문득 반질한 네 눈을 마주하며 말했지.) 사랑해. 알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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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00
글쓴이에게
(운동에 관심이 있냐는 말에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저었어. 어릴 때부터 운동이라면 아주 죽을 상을 했었지. 네가 장난이라고 하곤 뽀뽀를 하자 눈을 접어 웃는데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의심했어. 사랑한다도 아닌 사랑해. 네가 제게 말을 편히 할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을 것만 같았어. 바이올린을 잠시 내려두고 네게서 첼로를 뺏어 첼로도 옆에 기대둔 뒤 너를 와락 끌어안았지.) 마마아... 갑자기 그러시면 태형이 심장 주체 못 하는데에... (사랑한다는 말은 매일 들었지만 사랑해는 색다른 느낌이었어. 네 동생처럼 네 품에 안겨들었지. 사랑해라는 말을 들으니 지금 네가 운동을 하러 가자고 하면 의욕 넘치게 하러 갈 것만 같았어. 너를 꼭 안고 있다가 고개를 떼고 네 입술에 쪽쪽 입을 맞췄어) 앞으로는 사랑한다 말고 사랑해 해주세요. 마마가 제게 하나씩 기댈 때마다, 말을 편하게 하실 때마다, 진짜로 좋아서 쓰러질 거 같아요. 그러니까 조금만 힘들어도 칭얼거려 주시고 가끔은 이렇게 예쁜 말투도 써주세요. (그러곤 다시 입을 맞췄어. 꾹 누르고 뗀 후 너와 눈을 맞추는데 며칠 사이에 제가 스킨십 귀신이 되고 너보다 애정표현을 더 많이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괜히 부끄러워졌지. 사람이 조금 도도하고 밀당도 해야 매력이 있댔는데. 너무 당기기만 한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 뽀뽀를 더 하려다 네게 다시 첼로를 쥐어주곤 저도 자리에 앉아 바이올린을 쥐었지. 제가 부끄러워하는 걸 알았는지 군소리 없이 네가 연주를 시작해줬어. 많이 삐걱대긴 했지만 얼추 한 곡을 다 연주했어. 곡이 끝나고 바이올린을 놓고 나니 손가락에 생긴 빨간 줄이 눈에 들어왔지. 한참 안 켜서 그런지 줄이 생긴 부분이 아려왔어.) 으으, 너무 연습을 안 했더니 손이 굳었나 봅니다. 앞으로 가끔 마마를 따라와서 연습도 하고 마마와 연주도 해야겠습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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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00에게
(말을 편하게 할 적마다 이렇게 크게 반응을 해오는 네가 너무 귀여웠어. 첼로를 손에서 놓게 만들더니 답싹 품에 안겨 말꼬리를 늘리며 뽀뽀를 하는 너를 한 품 가득 끌어안았지.) 네가 이렇게 좋아하니, 편한 말투도 많이 써야겠구나. 별 것도 아닌데...익숙해지려면 많이 써야겠구나. (부끄러운지 제 품에서 떨어져 다시 첼로를 쥐여주는 너에 군말없이 악기를 받아들고 연주를 시작했어. 서로 맞춰가며 겨우 곡을 끝마치고 악기를 제자리에 내려놨지. 바이올린도 넣어두고 너를 돌아보니 오랜만에 연습해서 그런지 손가락에 빨갛게 난 줄 모양에 안쓰러우면서도 그 꼴이 귀여워 손가락을 문질러주며 고개를 끄덕였지.) 자주 오거라. 같이 연습도 하고 놀기도 하고, (쪽 네 입술에 뽀뽀하곤 멋들어지게 웃어보였어.) 이렇게 심심할 땐 뽀뽀도 하면 좋겠구나. (그럼 그걸 보고 있는 음악 선생이 뭐라고 하려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인자한 척을 하지만 엄청 깐깐한 중년의 여자를 떠올리다가 고개를 내저었어. 알게 뭐야.) 내가 했으면 하는 건 없느냐? 우리 태형이한테 잘 보이려면 많이 배워놔야지 않겠느냐. 그래야 나랑 결혼도 해주지. (부드럽게 눈웃음을 치며 네 손을 꼭 잡고 창 밖을 바라봤어. 창문을 타고 들리는 빗소리가 꽤나 좋았지. 그래도 역시 결혼식엔 화창한 날이 좋겠지. 어디서 하지? 네가 해준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저 혼자 결혼식을 올리는 상상을 하며 제가 뭔가 생각에 잠겼을 때 하는 그 특유의 멍한 눈으로 눈만 깜빡거렸어. 신혼 여행은 어디로 가지. 턱시도는 뭘 입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결혼식의 환상에 한참 그러고 있다가 네가 저하, 하고 부르자 그제야 눈이 맑게 빛나며 제정신으로 돌아왔어.) 응. (아이처럼 짤막하니 대답하곤 말똥말똥 널 바라보다가 아, 하며 네게 물어) 밥은 먹었느냐. 아침에 정신이 없어서 아침도 못 먹었던게 이제 생각나는 구나. 배는 고프지 않느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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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03
글쓴이에게
(제게 잘 보이려 많이 배워놓겠다며 말하는 네가 좋아서 헤실 웃었어. 그러다 나온 결혼 소리에 조금 시무룩해졌지, 저는 너와 결혼을 하지 못할 테니까. 너는 중전을 맞아야만 하니까. 그래도 네 마음은 제게 와있다는 걸 알기에 슬프지는 않았어. 그런 생각을 하다 너를 보는데 네가 저보다 더 깊게 무언갈 생각하고 있기에 너를 불렀지.) 저하- (제 말에 응. 하고 눈을 말똥말똥 뜨고 저를 보는 네 모습이 귀여워서 미칠 것만 같았어. 그러곤 네가 제게 배는 고프지 않냐며 물어오자 키득거리며 대답했지.) 응이래. 진짜 귀엽습니다. 배는 별로 안 고픈데... 마마 아침 안 드셨습니까? (또 늦잠을 자다가 밥도 못 먹고 나간 건가. 제가 옆에 있었으면 어떻게든 깨워서 아침을 먹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니 괜한 오해를 했던 게 후회돼 작게 한숨을 내뱉고 네게 밥이라도 먹여야겠다 싶어 너를 일으켜. ) 마마, 식사 하러 가시지요. 저도 조금 출출한 것 같습니다. (바이올린을 케이스에 조심스레 넣고 네가 첼로를 정리하자 네 손을 잡고 건물을 나왔어. 우산을 나란히 쓰고 곧장 궁으로 걸어와 네 방 앞에서 대기하던 윤 상궁에게 상을 내오라 하니 식사 시간이 아닌 지라 조금 기다리셔야 한다며 주방으로 후다닥 뛰어가자 배고플 네가 걱정돼 아, 하고 너를 방으로 보내놓곤 방으로 뛰어가. 제 책상 서랍에 있던 초콜릿을 꺼내 다시 네 방으로 향하자 어딜 갔다 왔냐고 하다 초콜릿을 보고 웃는 너를 봐. 곧장 네 무릎에 앉아 초콜렛을 까서 입에 넣어주었지.) 우리 정국이, 아- 이거 먹으면 덜 배고플 거예요. 먹고 밥 될 때까지 조금만 기다리자. (오물오물 거리는 모습이 아기 같기도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 게 토끼 같기도 하고. 귀여워 죽을 것 같았어. 그래서 볼록해진 네 볼을 꾹 누르며 장난을 쳤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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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03에게
(많이 출출한가? 급하게 제 손을 잡고 빠른 걸음으로 동궁전을 향하는 너에 눈치없이 그저 네가 배가 고픈가보다 싶었어. 우산을 사이좋게 쓰고 곧 궁으로 돌아갔지. 가자마자 상을 내오라고 하는 네 손을 잡고 얌전히 방으로 들어갔어.) 어딜 다녀온 것이냐? (제 물음에 말없이 손에 들고 있던 초콜릿을 보여주는 너에 푸흐 웃음을 터뜨렸지. 그제야 네가 내가 아침도 먹지 않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는 걸 알고 제 한심함에 이마를 탁 쳤어. 의자에 앉은 제 위로 꼬물거리며 올라온 너는 내 무릎이 네 의자인 줄 아는 것 같았지. 그 모습이 꽤나 귀여워서 네 허리에 팔을 두르고 네가 입에 넣어주는 초콜릿을 받아먹었어.) 입이 달아 밥이 생각이 안 날 것 같구나. (뭐가 그리 좋아죽겠는지 행복한 웃음을 띄우곤 제 볼을 누르며 장난을 치던 네가 내 말에 헉, 하고 이제 그만 먹으라며 초콜릿을 식탁으로 멀리 밀어낼 것 같기에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 초콜릿을 네 입에도 넣어주고 제 입에도 넣었어.) 농이다. 물로 입 한 번 가볍게 헹구면 되는 것 아니냐. 게다가 나 지금 좀 배고파서. (흐- 하며 민망하게 웃음짓곤 초콜릿이 떨어지자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쩝- 다셨다가 널 올려다봤지.) 또 줘. 밥이 지금 안 나오잖느냐. 또 먹어도 된다. (그래도 안 된다는 듯 손을 내젓는 너에 시무룩한 얼굴을 했다가도 네 품에 얼굴을 기대고 얌전히 있었어. 그러다 머리를 파고드는 생각에 다시 널 올려다봤지.) 난감하구나. 오늘도 저녁때부터 널 보지 못해 이렇게 안달이 났었는데, 내일 술을 먹고 널 보지 못하면 네가 더욱 보고 싶어질까 걱정이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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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04
글쓴이에게
(또 줘. 하는 말에 저도 모르게 네 입에 초콜릿을 넣어줄 뻔 했어. 너무 귀여웠거든. 그래도 겨우 안 된다고 얘기하곤 제 품에 기댄 네 머리를 살살 쓰다듬는데 내일 보고 싶어서 어쩌냐며 울상을 짓자 웃으며 네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는) 저도 보고 싶을 것 같습니다, 허나 마마가 아침까지 오지 말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래놓고 술에 취하면 제 방으로 오시는 거 아닙니까? (키득거리며 웃었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저도 네가 보고 싶어서 잠을 못 이룰 것 같았어. 분명 술자리는 내일 저녁인데 오늘 저녁에 그럴 것처럼 애틋하게 네 볼을 어루만졌지. 그러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네 품에서 일어나 방석으로 쪼르르 달려가 앉았어. 상이 놓이고 궁녀가 나가자 네가 수저를 집어드는 걸 보고 저도 수저를 집었지.) 간부들과의 술자리는 늘 취할 정도로 마셔야 하는 겁니까? (제 말에 그 자리는 어쩔 수 없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조금 울상을 지었어. 진짜로 네 말처럼 네가 제 손길을 뿌리치고 다가오지 말라고 할까봐 슬펐거든. 내일 일은 내일 일이고 일단 밥이나 먹자. 마침 생선구이가 나왔기에 네가 한정식집에서 제게 생선살을 발라줬던 것처럼 접시를 제 쪽으로 끌고 와 살을 바르기 시작했어. ...한정식 집에서도 비슷한 생선이었는데. 왜 마음처럼 안 발리는 걸까. 자꾸만 살이 부스러지는 탓에 잔뜩 울상을 지었지. 생선 품질이 안 좋아서 그럴 거야. 하며 생선을 째려보는데 그런 저를 본 건지 네가 웃으며 접시를 가져가 능숙하게 살을 발라주자 눈을 동그랗게 떴어) 어, 분명 안 됐는데... (금세 살을 깨끗하게 바른 네가 또 제 그릇에 살을 한가득 놓아주자 방긋 웃으며 밥을 뜨고 그 위에 살을 가득 얹은 뒤 네 입으로 가져갔지.) 우리 정국이, 아- (네가 밥을 받아먹자 팔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었어.) 오구 잘 먹네. 정국이 생선 바르는 거 했으니까 먹여주기는 태형이가 할게요. (네게 밥을 먹여주기도 하고 네가 먹는 동안은 제가 밥을 떠먹기를 반복하며 식사를 마쳤어. 오늘도 한 그릇을 뚝딱 비워서인지 배가 빵빵했지. 궁녀가 상을 들고 나가자 상이 있던 자리에 다리를 쭉 뻗고 배를 두드렸어) 으아, 배 터지겠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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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04에게
(늘 취할 정도로 먹어야하냐는 네 말에 미안한 듯 고개를 끄덕였어. 울상을 짓는 네가 무슨 걱정을 하는 지 알 것 같아서 제 자신이 조금 미워졌지. 하지만 생선살을 다 부숴뜨리는 너와 달리 생선살을 잘 발라내는 저는 반대로 꽤나 만족스러운 구석을 가지고 있어서 기분이 좋았지. 기특한 뜻은 알겠으나 내가 살을 발라주는게 더 나을 것 같아서 접시를 끌어와 살을 푸짐하게 덜어줬어. 분명 안 됐는데...하고 말 끝을 흐리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네가 귀여워서 하마터면 너까지 한 입에 다 먹어버릴 뻔 했지. 뒤이어 또 살을 바르는 제가 걱정인 건지 밥을 먹여주는 오늘의 두 번째 기특한 짓에 냠 밥을 받아먹었어.) 애기 취급이 익숙하구나. (제 머리를 쓰다듬으며 우리 정국이- 하는 네 행동에 못 말린다는 듯 푸흐 웃어버렸어. 그렇게 꽁냥대며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곤 배가 터지겠다며 배를 통통 두드리는 네 모습에 흐뭇하게 웃음짓곤 슬쩍 네 뒤로 기어가서 네 배를 매만져. 네가 싫다고 몸을 빼도 계속 살도 없는 배를 매만지다가 문득 핸드폰이 울리는 것에 네 허리를 한 팔로 감싸고 전화를 받았지. 어젯밤 내가 억지로 밀어붙혔던 거래가 그대로 잘 됐다는 비서의 연락이었지. 그쪽 나라가 힘이 없어 함부로 덤비진 못할 것 같긴 한데 나름대로 아주 작게 불만을 표출하는 것 같긴 하다고.) 불만있으면 저번에도 말했지만 나 찾아오라고 해. 그래도 총이든 칼이든 쉽게 맞아줄 생각 없으니까 각오하고 오라고. (저를 따라 장난스레 키득인 비서가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하자 알았다 대답하곤 먼저 전화를 끊었어.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자마자 네 뒷목에 쪽 입을 맞췄지. 설마 진짜 칼이나 총 들고 오는 건 아니겠지. 자신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아예 다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고...뭐, 경호원들이 많으니까 괜찮겠지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곤 네 귓불을 앙 아프지 않게 물었다 놨어) 내가 다치면 우리 아가 생선살은 누가 발라줄까 걱정이구나. (장난스런 어조임에도 불구하고 작게 흐잉- 하고 우는 소리를 내는 너에 웃음이 터졌어. 허리에 얹어진 내 손을 겹쳐잡는 네 손길이 따뜻했지.) 농이다. 그리고 희한하게 내가 일부러 상처를 내거나 내가 실수하지 않는 이상은 남들에 의해 상처가 나는 일이 거의 없더구나. 걱정하지 말란 뜻이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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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06
글쓴이에게
으응, 간지러어... (제 배를 쓰다듬는 손길에 몸을 비트는데도 놔줄 생각이 없는지 자꾸만 만져대기에 어떻게 빠져나갈까 궁리하는데 다행히 네게로 전화가 걸려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네게 몸을 기댔어. 총과 칼 얘기가 나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네가 뒷목에다 뽀뽀를 하자 몸을 움츠려. 그러다 들려오는 네 말에 실제로 다친 게 아닌데도 잔뜩 울상을 짓고 네 손을 꼭 잡았지.) 그래두, 그런 말은 하지 마십시오. 작은 상처라도 나면 안 됩니다. 다치거나 아프면 혼낼 겁니다. (단호하게 말하곤 고개를 돌려 너를 보며 말을 이었어) 우리 정국이 몸도 마음도 다 내 거니까요. 내 허락 없이 다치면 혼나요. (제 말에 네가 예상하지 못한 말이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기에 괜히 부끄러움이 밀려왔어. 아, 괜히 말했나. 너무 오글거리는 말을 한 것 같아 후회하는데 네가 제 허리를 안고 들어 자기 위에 앉히곤 뒷목에다 쪽쪽 뽀뽀하자 간지러움에 상체를 숙이며) 흐, 마마아. 간지럽습니다. (그러면서도 네 팔힘으로 가뿐히 네 위에 안착한 제가 너무 비실비실해 보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운동이라도 좀 해야 하나. 그러다 네가 제 등에 강아지처럼 고개를 부비자 방긋 웃으며 몸을 살짝 돌리고 네 머리를 쓰다듬었지.) 여, 여튼. 다치지 마시란 말입니다. 다치면 걱정 안 해드릴 겁니다. (제 말에 푸하하 웃으며 안 다칠 테니 걱정 말라며 저와 눈을 마주치자 살짝 웃어보였어.) 그럼 다행입니다. 아, 그나저나 저녁을 이르게 먹었더니 시간이 꽤나 많이 남았는데. 뭐 하고 싶은 거라도 있으십니까? 마마 피곤하시면 일찍 침대에 누워 담소를 나눠도 좋을 것 같구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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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06에게
(우리 정국이 몸도 마음도 다 내 거라니. 앙큼한 네 말에 푸하하 웃음을 터뜨렸어. 부끄러운지 또 고개를 숙이는 널 단숨에 안아들어 무릎 위에 앉히곤 뽀보를 잔뜩 퍼부었지. 상체를 숙이는 네 허리에 팔을 단단히 둘러 나가지 못하게 하곤 네 등에 고개를 부볐지.) 걱정 안 해줄 것이냐? (푸하하 웃음을 터뜨리고 다치지 않겠다고 하니 그제야 살짝 웃는 네 볼에 쪽 입을 맞춰.) 피곤하긴 한데 침대에 누워서 얘기를 하다보면 금방 잘 것 같아서 싫구나. (이갈이를 하는 어린 짐승 마냥 네 어깨를 아프지 않게 앙앙 물다가 아, 하며 입을 떼고 말을 덧붙였지.) 오늘은 꼭 방에서 나랑 같이 자거라. 내일 저녁에도 못 볼텐데 오늘도 따로 자면 슬플 것 같구나. 응? (널 안은 채 몸을 흔들다가 네가 알았다고 하고 나서야 베실 웃으며 팔을 풀어줘.) 씻고 오거라. (네 엉덩이를 톡톡 쳐주곤 저도 욕실로 들어가. 너보다 빨리 씻고 나와선 침대에 엎드려 뿅뿅 핸드폰 게임을 시작해. 게임을 못하는 편이 아니었으므로 한참 기록을 세우다가 네가 들어오는데도 살짝만 몸을 비틀고 다시 게임에 집중해.) 아, 태형아. 미안, 나 잠깐...조금만- (최고기록을 갱신하는 터라 입까지 벌리고 집중하여 말도 어눌하게 하곤 게임에 열중하다 곧 캐릭터가 죽고 높은 기록을 세우자 벌떡 상체를 일으켜 앉곤 가뿐한 얼굴로 널 보며 웃어) 오랜만에 게임에 집중하다보니...미안하구나. 이리 오거라. 침대는 미리 덥혀놓았단다. 저번에 자는 거 보니까 이불을 막 끌어안고 있던데... 그래서 어제도 추워할까봐 네 방 보일러를 많이 높여달라 궁녀들에게 부탁했었는데. (추워하는 것 같아서 감기에 걸릴까 걱정이었는데 멀쩡한 네 모습에 다행이라 느끼며 네 손을 잡아 침대로 끌어앉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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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16
글쓴이에게
(씻고 네 방으로 오니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네가 보여 네 허리를 콕 찔렀더니 잠깐만- 하며 게임에 열중하기에 최고 기록을 세우나 싶어서 얌전히 기다려. 그러다 캐릭터가 죽자 바로 끄고 일어나 앉아 제가 잘 때 추워할까 걱정했었다고 하며 어제도 제 방 보일러를 높여달라 했다고 하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다 방긋 웃으며 네 품에 몸을 기대.) 그러셨습니까, 몰랐습니다. 저번엔 그냥 이불에서 마마의 향이 나기에 마마와 함께 자는 기분이라도 내고 싶어 그런 것이었습니다. 어쩐지, 그래서 어제 방이 따뜻했구나... (고마운 마음에 네 손을 꼭 잡고 있다가 내일 네 술자리가 걱정돼 작게 한숨을 쉬는) 내일 마마 저녁에 나가시면 마마 보고 싶어서 어떡합니까? 못 견딜 거 같은데. (의연한 척을 하며 괜찮으니 다녀오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너 없는 밤을 보내기가 힘들 것 같았어. 어제는 괜한 오해로 서운한 감정 때문에 오기로라도 잤다 쳐도, 내일은 계속 네가 보고 싶을 텐데 어떻게 버티나 싶었지. 어린 아이처럼 이잉- 하는 투정을 부리며 네 손에다 얼굴을 부볐어.) 마음 같아선 마마 방에서 자다가 들어오시면 함께 자고 싶은데 마마가... (다른 것보다 네 술주정이 걱정이었어. 혹시 제 손길도 거부하고 제게도 다가오지 말라고 할 것 같아서. 이건 너도 장담하지 못하는 부분이라 미안한 듯 제 볼을 쓰다듬자 여자를 안 끼고 논다는 것을 생각해 애써 위안하며 네 손바닥에 입 맞추는) 그래도 여자는 부르시면 안 됩니다. 혹 다른 사람이 불렀다 하더라도 마마는 같이 즐기시면 안 됩니다. (그러지 않을 것이라며 단호하게 말하는 너에 조금은 안심이 돼. 앉아 있는 침대가 따뜻한 게 조금 나른한 기분이 들어 네 가슴팍을 눌러 눕히곤 저도 옆에 누워. 네가 바로 제 쪽으로 돌아 눕자 저도 너를 보고 눕곤 네 볼을 만지작거려) 마마가 알아서 잘 하실 거라 믿습니다. 보고 싶은 건 내일 하루만 어떻게든 참아보겠습니다. (네 입술에 뽀뽀하려 다가가다가 장난기가 돌아 네게 끼를 좀 부려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네 입술 앞에서 멈추곤 애교스런 목소리를 내는) 마마아- 태형이 뽀뽀. 뽀뽀 해주세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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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16에게
아. 그런 것이었느냐. (제 향이 나서 그랬다는 네 말에 멋쩍은 듯 웃다가 제가 보고 싶어 못 견딜 것 같다는 네 말에 더욱 미안함이 들어서 네 볼을 쓰다듬었어. 여자를 불러도 같이 즐기면 안 된다고 말하는 너에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가 걱정 말라며 단호하게 말하곤 안심시켰지. 네가 누르는 대로 얌전히 자리에 누워선 제 볼을 조물거리는 네게 볼도 얌전히 내어줘. 그러다 입술을 들이미는 너에 또 얌전히 입술을 앞으로 내밀었더니 대뜸 움직임을 멈추고 뽀뽀해달라고 3인칭으로 말하며 애교를 부리는 너에 푸스스 웃어버렸지.) 우리 태형이가 끼를 떠는 구나. (낮게 말하곤 단숨에 네 위로 올라갔어. 네 입술을 맛있다는 듯 쪽쪽거리며 핥기도 하고 물기도 하면서 입을 맞췄지. 네가 흐흥- 웃으며 목을 끌아안자 턱과 목덜미에도 뽀뽀를 하곤 더 했다가는 가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어버릴 것 같아서 네 옆에 누워선 널 꽉 끌어안아. 네가 아프다고 해도 아랑곳 않고 꽉 안고 있다가 푸스스 웃으며 몸에 힘을 풀었지.) 잘 자거라. 좋은 꿈 꾸고. (네게 그렇게 인사를 하곤 먼저 눈을 감았어. 어서 자라는 듯이 너를 토닥토닥해주다가 곧 잠이 들어버렸지. 새근새근 숨을 내쉬다가 오늘은 어째 네가 아닌 궁녀가 잠을 깨우는 것에 저번처럼 막무가내로 끌어안으려하지 않고 눈을 부비며 잠에서 깼어. 웬일로 아직 너는 자고 있었지. 오늘 오래 못 보니까 얼굴 좀 보고 싶었는데. 곤히 잠든 네 얼굴에 아쉽다는 듯 입을 맞추고 일어나서 씻고 옷을 갈아입었어. 부모님께 문안인사를 드리고 와서 아침밥을 먹을 때는 네가 깨어있길 기도하면서 방을 나갔지.) 다녀오마, 태형아. (잠든 네게 들리진 않겠지만 인사를 하고 나와선 날이 많이 풀렸지만 아직 아침이라 차갑게 느껴지는 바람에 정장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고 성큼성큼 발을 옮겨. 널 나무늘보처럼 뒤에 꼭 업히고 다니고 싶었지. 그럼 따뜻하기도 하고 너랑 같이 있기도 하고 좋을텐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푸스스 웃음을 머금은 채로 부모님께 문안인사를 올렸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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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20
글쓴이에게
(피곤했던 건지 네가 나가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몸을 웅크린 채로 자. 그러다 네가 문안인사를 올리고 돌아와 문을 열자 그제야 스르르 눈을 뜨고 문쪽을 바라봐.) 으응, 마마아... (잠에서 덜 깬 상태라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너를 찾았더니 네가 침대로 다가와 저를 일으켜 앉히고 잘 잤냐며 등을 토닥이기에 눈을 반쯤 감은 채로 헤- 하고 웃어. 그러다 상이 들어오고 식사하시라는 소리와 함께 궁녀가 나가자 네가 상 앞으로 가서 앉으려 해 저도 모르게 네 옷깃을 잡고 응석을 부리는) 정국아아, 태형이 옮겨줘... 옮겨주세요- (말을 하며 팔을 뻗었더니 네가 웃으며 저를 안아들기에 기분이 좋아서 히죽 웃어. 애기가 다 됐다는 말에 네 품에 고개를 부비다 네가 저를 내려주고 맞은편에 앉아 숟가락을 쥐는 걸 보곤 저도 밥을 먹기 시작해. 눈을 뜨자마자 밥을 먹어서인지 입맛이 돌지 않아 늘 한 공기를 비우던 것과는 다르게 반 공기정도 먹고 숟가락을 내려놓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바라보기에 작게 하품을 하며) 자고 일어나자마자 밥을 먹었더니 벌써 배가 불러서... 어디 아픈 건 아니니 걱정 마십시오.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밥을 먹기 시작해, 몇 번 반찬을 얹어주기도 하며 식사를 마치곤 제 모습이 너무 꾀죄죄할 것 같아 씻으러 가려는데 자기가 일정을 소화하러 가면 씻으라며 같이 있고 싶다고 저를 붙잡자 하는 수 없이 네 옆에 앉아 손을 만지작거려) 으이구. 저보고 애기라더니 진짜 애기는 마마십니다. (네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고 방긋 웃으며) 귀여워 죽겠어요. (그러다 네가 지금 나가면 내일 아침까지 저를 못 보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 작게 울상을 짓고) 마마, 지금 나가시면 일정 끝나고 바로 술자리로 가십니까? 오늘은 다시 궁으로 안 돌아오시는 겁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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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20에게
(오늘은 보지 못하는 시간이 더 많다는 걸 알아서 그런 건지 아침부터 귀엽게 구는 너를 안아 식탁 앞에 앉혀두었어. 입맛이 없다며 하품을 한 뒤 제 숟가락에 반찬을 얹어주는 너에 저는 금방 뚝딱 한 공기를 비워냈지. 제가 밥을 다 먹자 씻으러 가려는 너를 붙잡아. 제가 더 애기라는 네 말에 딱히 반박할 말이 없어서 그저 미소를 짓고 말았지. 하지만 금방 울상을 짓고 오늘 다시 궁으로 안 돌아오냐는 네 물음에 저도 눈썹을 팔 자로 휘고는 고개를 끄덕여.) 오늘은 유도 수업도 있어서, 수업을 마치면 거기서 샤워하고 바로 회의하고 외교부에 또 일이 있어서 거기도 가야할 것 같구나. 점심 먹고는 밖에 나가서 사람들이 잘 사는지도 한 번 돌아보고... (뭐라뭐라 제 일정들을 읊다가 네가 점점 울상이 되자 네 머리를 쓰다듬어줘. 오늘따라 일은 왜 이렇게 많은지. 어쩔 수 없군요, 하고 시무룩해져 말하는 네 머리만 연신 쓰다듬다가 문을 두드리며 시간이 되셨다고 하는 궁녀의 목소리에 정장의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미안하구나. 그래도 시간이 되면 꼭 동궁전에 들르마. (살짝 숙이고 있는 네 볼을 잡아올려 쪽 입술에 입을 맞추고 떨어지지 않는 발을 옮겨 방을 나서. 그러고나선 바쁜 일정의 연속이었지. 눈코뜰새 없이 이뤄지는 일정에 점심도 거르고 일만 하다가 마지막 일정을 하러 차에 올라서 겨우 주먹밥을 우적거리며 씹어. 그러다 네가 보고싶어져 끄응- 앓는 목소리를 내며 핸드폰을 들었지. 목소리를 들으면 내가 피곤한 걸 알고 네가 속상해할까봐 문자를 보내기를 택했어. 이렇게 피곤하면 안 되는데. 자고로 술이란 피곤하고 아프면 더욱 잘 취하는 법. 평소엔 3잔 마셔도 취하지 않지만 아프고 피곤하면 2잔만 마셔도 맛이 간 다는 걸 알고 있었지. 한숨을 폭 내쉬며 톡톡 네게 문자를 보내.)

밥이랑 잘 먹고 있느냐?
나도 늦었지만 점심을 먹고 있구나
심심할텐데 연습실 가서 악기라도 연주해보거라
미술실가서 그림 그려도 되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있거라
보고 싶구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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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23
글쓴이에게
(네가 나가고 얌전히 네 방에 앉아 있었어. 이젠 네 방이 곧 제 방인 것만 같았어. 제 방으로 돌아갈 생각도 하지 않았지. 폰 게임을 하기도 하고 인터넷 서핑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점심도 먹었어. 꽤 많이 비우곤 너는 밥을 먹었을까,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일을 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지. 그렇다고 네게 문자를 보냈다간 혹시라도 일정에 방해가 될까 봐 혼자 끙끙거리고만 있었어. 그러다 해가 저물어갈 때쯤 휴대폰이 울리자 바로 집어들고 문자를 확인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했는데 너였어. 네게서 온 문자에 금세 얼굴이 환해지며 답장을 보냈지)

네에
밥 잘 먹었어요!
점심 이제 드십니까?ㅠㅠ 늦었는데...
연습실 가서 놀다 오겠습니다!
저도 보고 싶어요 ❤

(애교스럽게 답장을 보내곤 자리에서 일어섰어. 연습실에 가서 악기나 두드릴까 하다가 잘 하지도 못하고 혼자서는 예쁜 소리가 안 나올 것 같아 그냥 미술실로 향하기로 해. 들어서자마자 네 그림이 보여. 너밖에 쓰지 않는 공간이다보니 네가 그려준 제 그림이 여전히 이젤 위에 놓여있었어. 방긋 웃으며 그림을 바라보다 뭔가 할 게 없을까 싶어 주위를 둘러봐. 그림에는 별로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 그림을 그리고 싶진 않았고 마침 이젤 위의 빈 도화지가 한 장 있기에 도화지 여기저기에 낙서를 끄적여. '태형이 왔다 감❤' '보고 싶다' '이거 보면 뽀뽀해주세요 ^ㅁ^' 등등 주로 네게 애교를 피우는 내용이었지. 제 얼굴이 그려진 그림 구석에도 '고마워요♥'하고 작게 적어놓았어. 한참 글씨를 끄적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네가 술자리를 갈 시간이 된 것 같아 네게 문자를 보내)

잘 다녀오세요
속 조심하시구요
내일 봬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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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23에게
태형아. 보고 싶구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와서 차에 올라타. 저녁식사와 함께 술을 마시겠지. 회식자리로 향하는 차에 타자마자 갤러리를 켜 네 사진들을 주르륵 넘겨보면서 혼잣말을 내뱉었어. 피곤해. 피곤해. 속으로 징징거리다가 하트 가득한 너의 문자를 늦게 발견하고 톡톡 답장을 보냈지.)

응 다녀오마
그래도 사진이 있어서 다행이구나
이거라도 보니까 조금 나아지는 느낌이야


(문자를 하면서 하트를 붙여본 것은 생애 처음이었어. 하트를 보내놓고 괜히 제가 부끄러워 손을 입에 물고 아작아작 씹다가 도착했다며 문을 열어주는 기사에 차에서 내려. 제가 오자마자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술을 시키려는 눈치를 주는 간부들의 모습에 푸흐 웃으며 손을 내저었지.) 어찌 이리 눈치만 보고 계신답니까. 처음 하는 회식자리도 아닌데 얼른 하고 싶은 거 하십시오. (제 말에 바로 환호를 지른 그들이 술을 냅다 시키기 시작했어. 이럴 때 보면 아이들 같다니까. 금방 분위기가 달아올라 술들을 말고 까고 쇼를 하는 간부들을 보며 푸하하 웃어버렸지. 회의할 땐 그리도 딱딱한 사람들이 술자리에선 이렇게 돌변한다는 걸 누가 알까. 또 내일이 되면 딱딱하게 회의를 마치고 일이 끝나고 나서야 죽을 소리를 할 그들이었지. 그들이 내미는 술잔을 받아들고 짠 잔을 부딪혔어. 시간이 얼마정도 지났을까. 눈이 풀려서 제 크기대로 커질 생각을 하지 않았어. 비틀거리는 손길로 아직도 술을 먹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다 테이블에 쿵 머리를 박았지.) 토나올 것 같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먼저 가겠다 인사했어. 벌떡 일어나 휘청이며 인사하는 그들을 뒤로 하고 차를 타고 바로 궁으로 향했지. 제 술주정을 알면서도 저를 부축하려던 기사의 손을 평소답지 않게 날카롭게 쳐내고 동궁전으로 향해. 누구의 손길이 닿는 걸 원친 않았지만 네 얼굴이 보고 싶었지. 제 방 손잡이를 잡고 고민하다 결국 네 문을 두드렸어.) 태형아. (문을 열고 나온 너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간신히 이성을 붙잡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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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25
글쓴이에게
(네 하트에 괜히 심장이 간질거리는 기분이었어. 네가 하트를 보낼 사람이 아닌 걸 알기 때문이지. 괜히 발을 동동 구르다 제 방으로 들어와.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 된 건가. 상을 올려도 되겠냐는 궁녀의 물음에 알겠다고 대답하곤 방석에 앉았어. 네가 없는 저녁인데 뭘 이리 화려하게 차려온 건지. 오늘 간부들 술자리 때문에 싱싱한 재료들이 많이 들어왔다며 갈비찜부터 해산물까지 상이 부러질 듯 올라와 있자 너와 함께 먹지 못한다는 게 아쉽기만 해. 물론 너는 더 좋은 것을 먹겠지만. 식사를 시작하곤 싱싱한 재료라 입맛이 더 돌아 혼자인데도 한 그릇을 비워냈어. 방을 데울 테니 일찍 주무시라며 윤 상궁이 이르자 알겠다고 대답하곤 씻고 나와. 옷도 갈아입고 머리도 말리고 로션도 바르며 잘 준비를 마쳤는데 문에서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몸을 움찔해.) ...누구지. (저를 태형아. 하고 부르는 사람은 제 형인 태성과 너밖에 없었어. 하지만 태성이 이곳에 올 리는 없었지. 답은 하나였어. 너인 걸 직감하고 문을 열자 보이는 반쯤 눈이 감긴 네 표정에 살짝 당황했어.) ...마마. (네게서 풍기는 술냄새. 그리고 풀린 눈. 네가 취했다는 걸 알아채곤 눈알만 굴리고 있었어. 제가 다가갔다간 저를 내칠 수도 있으니까. 보고 싶었다며 안기고 싶은 걸 간신히 억누르고 너를 달래듯 말했지.) 들어가서 쉬십시오. 여긴 제 방입니다. (제 말에 네가 네 방으로 가지 않고 오히려 비틀거리며 한 발짝 다가오자 저도 모르게 뒤로 한 발짝 물러나. 그러다 혹시나 술에 취해 제대로 걷지 못하는 네가 넘어지기라도 할까 봐 차마 네 손은 잡지 못하고 네 옷 소매를 꼭 말아쥐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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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25에게
(딱 봐도 알 수 있었어. 넌 날 겁내고 있었지. 내가 네게 다가가는 걸 두려워하고 있었어. 내가 널 내칠까봐서. 다가오지 말라고 할까봐. 하지만 비틀대는 제 걸음걸이에 걱정부터 앞서는 건지 제 옷 소매를 꽉 잡고 넘어지지 않게 도왔지. 그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자 네가 움찔하며 손을 거둬냈어. 저하, 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궁녀들의 목소리도 들려왔지. 다들 제 주사를 알고 있었고 너와 내가 어떤 사이인지도 다 알고 있었어. 그래서 지금 내가 여기서 너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하면 네가 무슨 상처를 입을지 모두가 알기에, 내가 네게 가는 것을 막으려는 모양이야. 결국 참지 못하고 한 궁녀가 제 팔을 붙들자 팍 그녀의 손을 쳐냈지.) 손대지 말거라. (제 손길을 이미 예상했던 그녀가 죄송하다고 머리를 조아리고 뒤로 물러났어. 그를 보고 결국 윤 상궁이 나섰지. 저하, 어서 방으로 드시지요. 강경한 목소리와 힘이 실린 손이 제 팔을 다시 한 번 잡아왔어.) 놓으라지 않소. 그대도 예외는 아니오. 함부로 손대지 마시오. (낮게 으르렁거리며 그녀를 죽일 듯 살벌하게 바라보자 곧 그녀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듯이 제 팔을 놓고 물러섰어. 손길이 떨어지자 다시 태연한 표정을 짓곤 구두를 벗어 네 침대에 걸터앉았지. 저에게 떨어져서 그 상황을 보고 있던 네게 도도하게 손짓했어.) 이리 오거라. (주춤거리며 네가 다가오는 것이 영 답답하니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인상을 쓰다가 네 팔을 잡아 확 널 품에 끌어안았어. 엉거주춤하게 서있는 네 허리를 잡아올려 널 내 무릎 위에 앉히고 널 꽉 끌어안았지. 당황한 네 몸짓이 느껴졌디만 아랑곳하지 않았어. 신기한 일이었지. 너는 내게 닿아도 짜증이 나지 않았어. 네게도 까칠하게 대하는 것은 여전했지만 이미 너만은 내게 닿아도 아무렇지 않고 오히려 내가 먼저 너와 닿으려 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지. 숨을 들이쉬고 입을 열려하니 무슨 말을 할까 긴장한 네 몸이 빳빳하게 굳어오는 것이 느껴졌어. 평소같았으면 왜 이리 긴장했냐며 장난이라도 쳤겠지반 그럴 정신은 아니라서 그저 무표정으로 널 끌어안고 다시 입을 열었지. 그래도 목소리만큼은 조금, 절절했어.) 보고 싶었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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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26
글쓴이에게
(궁녀의 손을 쳐낸 것도 모자라 윤 상궁까지. 네 차가운 말투에 저절로 몸이 굳어버렸어. 진짜였구나. 네가 제 침대에 앉아 오라고 할 때도 혹시나 다가갔다가 내쳐질까 봐 주춤거렸지. 그러자 네가 먼저 저를 안아오기에 순간 숨을 멈추고 눈만 깜빡이고 있다가 네가 저를 네 무릎에 앉히고 꼭 안자 평소였으면 너를 안고 토닥였을 텐데 어찌 해야 될 지 몰라 가만히 있어. 문이 열린 탓에 불안한 눈으로 너와 나를 보는 궁녀들에게 괜찮다는 듯 웃어주고 문을 닫게 하는데 들리는 네 목소리에 그제야 긴장이 풀려 몸에 힘을 뺐어.) 저도, 저도 보고 싶었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다 조심스레 팔을 들어 네 등을 쓸어내렸지. 다행히 싫어하지 않고 오히려 표정이 평온해지는 것 같았어. 맹수를 달래는 기분이었지.) 술 많이 드셨습니까. 속은 괜찮으십니까. (많이 마셨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이다 속은 괜찮냐는 물음에 작게 고개를 젓기에 그와중에도 네가 귀여워 살짝 웃음이 터져. 그래도 네가 저와는 몸이 닿는 게 싫지 않은 것 같아 너를 조심스레 끌어안고 등을 토닥였지. 제 품에 얼굴을 묻고 숨을 쉬는 네 행동에 기분이 좋았어. 헤실 웃다가 고개를 들고 말했지.) 일찍 주무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옷 갈아입고 어서... (네게 옷을 갈아입고 잠자리에 들라고 하려던 참이었어. 허리에 있던 네 손을 떼어내려 하니 표정을 구기고 더 꽉 안아오는 탓에 어쩔 수 없이 네게 안겨 있었지. 네 머리에 가볍게 입 맞추곤 꼭 안아줬어.) 태형이가 많이 보고 싶으셨나 봅니다. 옷만 갈아입고 나와서 다시 안고 있으면 되는데 이리 떨어지기 싫다고 하시니... (손을 올려 네 머리를 쓰다듬다 덧붙여 말했지.) 대신 조금만 이러고 있다가 같이 자러 가는 겁니다, 마마.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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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26에게
(맞아. 제 술주정은 이미 술주정을 넘어서서 거의 이중인격이었어. 너에게는 제가 먼저 팔을 뻗어 품에 안는 것이 적잖이 놀라웠는지 헉, 하는 표정을 지은 궁녀들이 서둘러 문을 닫는게 보였지. 하긴, 정석에게도 먼저 이러는 법이 없었는데. 네가 품에서 벗어나려하기에 싫다고 고개를 도리질치며 너를 꽉 안았더니 머리칼에 입 맞추며 조금만 있다가 같이 자러가자는 네 말에 고개를 저었어.) 술냄새가 많이 나는구나. 오늘은 같이 자지 않겠다. (제가 숨을 쉴 때마다 느껴지는 술냄새에 감히 널 안고 잘 수 없었지. 물론 나도 너와 떨어지는 건 속상했지만 그래도 이게 낫겠다는 판단 하에 나온 말이었어. 그래도 얼굴을 봤으니 됐다는 생각이었지. 가만히 눈을 감고 너를 끌어안은 채 있다가 아무래도 이대로 자는 건 속이 뒤집힐 것 같아서 널 들어 제 옆에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저를 올려다보는 네 머리를, 여전히 무표정으로 가볍게 쓰다듬어주고 문을 열었지.) 매실물 좀 내오거라. (예, 하고 궁녀가 사라지자 다시 문을 닫고 들어와 식탁 의자를 빼고 앉았어. 길다란 다리를 꼬고 고고하게 앉아서는 널 바라보았지.) 오늘은 무얼 하였느냐. 말해보거라. (조금 위압적인 말투였지만 속뜻은 단순히 내가 없을 동안 네가 뭘했을지 궁금해서 하는 말이었어. 곧 궁녀가 매실물을 타오고 그녀가 조심해서 손 끝이 닿지 않게 컵을 내어주자 그것을 받아들고 한 모금 마셨지. 그리곤 네가 미주알고주알 떠드는 것을 들어주겠다는 듯, 너를 빤히 바라봤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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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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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그래도 따뜻한 편이었지만 평소에 비하면 얼음장 같은 태도였어. 오늘은 뭘 했냐며 묻고 저를 보기에 네가 없는동안 뭘 했는지 곰곰이 생각했지) 어... 일단 마마가 나가시고 나서 마마 방에 계속 있었습니다. 폰 게임도 하고, 인터넷도 하면서 있다가 점심이 돼서 점심 먹고. 마마도 점심 드셨겠지 하면서 먹고 앉아서 쉬기도 하고 폰 만지면서 놀고 있는데 마마가 문자 보내주셔서 그거 답장하고. (초등학생이 일기 쓰듯 시간 순대로 했던 일들을 나열했어. 다행히 네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책상에 턱을 괴고 계속 말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에 말을 이었지) 어... 그리고 마마가 허락해주셔서 미술실에 갔습니다. 가니까 그 때 마마가 그려주신 그림이 제일 먼저 보이길래 그거 구경도 좀 하고, 어... (낙서를 했다는 것을 말해도 될까. 혹시나 허락도 없이 했다고 혼날까 봐 잠시 망설이다 네가 그런 걸로 혼낼 사람은 아니라서 다시 말을 이어.) 이젤에 빈 도화지가 하나 있길래. 그림 솜씨가 없어서 그림을 그리진 못하고, 글씨를 적었습니다. (제 말에 네 눈썹이 살짝 꿈틀하는 게 보여, 뭔지 궁금하다는 뜻이겠지. 그러다 제가 아까 낙서를 하고 하나 찍은 게 생각나 아! 하고 휴대폰을 꺼내 네게 보여줘. '마마, 보고 싶어요❤' 하고 빨간 색으로 하트를 색칠까지 해놓은 낙서였어.) 이런 식으로... (혹시나 네가 싫어하면 어쩔까 네 눈치를 보는데 다행히 네 입가에 살짝 미소가 띄자 저도 히이- 하고 해맑게 웃는) 나머지는 내일 시간 나시면 마마가 직접 확인해보십시오. 그나저나 마마, 괜찮으십니까? 궁녀들에게 여명이라도 내오라고 할까요? (습관적으로 네 머리를 쓸어넘겨주려다 멈칫하고 손을 거두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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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27에게
(제 의도를 알아챈 건지 냉큼 핸드폰을 꺼내서 한 낙서를 보여주는 너에 액정을 들여다봐. 저를 보고 싶다고 하며 하트까지 옹골차게 색칠해놓은 것에 저도 모르게 픽 웃음이 샜지. 미미했지만 그래도 올라간 입꼬리를 보니 반가웠던 건지 네가 따라웃자 다시 시선을 거두고 매실물을 마셔. 제 머리를 쓸어주려다 멈칫한 너를 봤지만 딱히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여명을 찾는 너에게 고개를 내저었지.) 필요없다. (이랬다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토를 할 저를 알면서도 고집을 부렸어. 이 속에 더이상 매실물 다음으로 뭔가의 액체가 들어간다는 것도 싫었고 그냥 그 맛도 딱히 제 타입은 아니었거든. 작게 인상을 쓰고 매실물을 다 마신 뒤 궁녀를 불렀어. 곧 그녀가 컵을 다시 가져가려 팔을 뻗었고 순간 저와 손이 맞닿게 되었지. 바로 표정을 구기고 으르렁거리는 저에 겁을 먹은 궁녀가 흠칫 몸을 떨었어. 하지만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저는 금방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와 됐으니 나가보라고 하였지. 왜냐면 네가 내 손을 꼭 잡아주었기 때문이야. 화를 내려는 저에 더욱 놀라 손을 덥썩 잡아버린 너에 안정제라도 맞은 듯 조용해져 나가라 손짓하는 제 모습에 궁녀들이 잔뜩 수군거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 듯 했어. 뭐라고 떠들려나. 작게 하품을 하고 너를 바라보다 제 손목시계를 흘끗 보고 몸을 일으켰어.) 늦었구나. 어서 자거라. (내가 네 잘 시간을 뺏는 것 같아서 얼른 구두를 신고 나가려다 슬쩍 너를 바라봐. 뽀뽀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온 몸에서 나는 술냄새에 머리를 젓고 문을 열었지.) 내일 보자꾸나. 잘 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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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ㅋㅋㅋㅋ뭔지 몰라서 쳐봤는데 빛, 간당한 목숨 막 이런 거러서 ??? 이 상태였다가 여명 808ㅋㅋㅋㅋㅋㅋㅋ뭔가 했어욬ㅋㅋㅋ맨날 초코우유나 라면이나 콩나물국밥으로 해장해서...ㅎ저거 맛있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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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28
글쓴이에게
(궁녀가 컵을 가져가려다 너와 살짝 닿자 네가 금방이라도 화를 낼 듯 해 저도 모르게 네 손을 잡아버렸어. 저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네가 금방 얌전해지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 네가 어서 자라며 자리에서 일어서다 할 말이라도 있는 듯 저를 보기에 너를 올려다 보다 그냥 밖으로 향하기에 네 동선을 따라 시선을 움직였어) 예. 마마도 얼른 주무십시오. 내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고개를 꾸벅거리고 인사를 한 후 네가 나가자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어. 예상한 모습과는 달랐지만 그래도 평소와는 다른 모습인 네가 조금은 낯설었어. 사실 저를 대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았지만 궁녀들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리는 너라 앞으로 또 술을 마시면 제가 어떻게 달래야 하나 고민했지. 일단 잠을 자자 싶어 누워 있다가 네 얼굴을 봐서인지 금방 잠이 들었어. 아침에 궁녀가 깨우는 소리에 눈을 뜨고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잠긴 목소리로 물었지.) 마마는, 마마는 일어나셨습니까. 몸 상태는 좀 어떠십니까, 속이 쓰리다고 하시진 않습니까? (제가 일어나기 전에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마의 상태가 괜찮다고 하기에 그대로 네 방으로 갔어. 어젯밤과는 다른 따뜻한 미소를 보이며 안기라는 듯 팔을 벌리기에 바로 다가가 안겼지.) 마마아- 잘 주무셨습니까. 어디 안 좋은 데는 없으십니까? (혹시나 제게 오기 전 네가 술에 취해 어디에 부딪히거나 했을까 봐 걱정스러운 눈으로 너를 살피는)

/ㅋㅋㅋㅋㅋㅋ여명 먹어본적은 없는데 저게 술 마시기 전에 먹고 마시면 효과가 그렇게 좋대요! 술도 덜 취하고 속도 엄청 편하대요ㅋㅋ 해장보다는 대비하는..? 여튼 그런 거예요 나는 갈아만든배로 해장해요ㅋㅋ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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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28에게
(아직까지는 속이 그래도 괜찮은 것 같았어. 어제 매실물을 마셔서 그런가. 드문드문 기억나는 것들에 머리를 감싸쥐고 으으 앓는 소리를 내다가 열리는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지. 당연하다는 듯 들어온 네게 다정히 웃으며 팔을 벌렸더니 폭 품에 안기는 것에 미소를 지었어.) 잘 잤구나. 아직 속이 좀 끓긴 하는데 더 불편한 곳도 없고. 그래, 태형이 너는 잘 잤느냐. (어제 그래도 잘 걸었던 것 같은데. 저를 걱정하며 혹시 제가 다쳤어도 거짓말을 하는 걸까봐 몸 곳곳을 훑는 너에게 몸을 맡긴 채로 있다가 미안한 듯이 말해.) 어제는 험한 꼴을 보여 미안하구나. 아무리 그래도 네 얼굴도 보지 않고 잠에 들 수 있어야지 말이다. 멋대로 찾아가선 화내는 모습만 보여주고. 그래도 네게 화내지 않았다는 것이 어찌나 다행이던지. 너와는, 닿아도 아무렇지 않은 것이 신기하더구나. 비록 따뜻한 말 한 마디는 못해주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것도 네게 상처가 됐다면 사과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안하구나, 태형아. (미안한 표정으로 작게 웃음지으며 사과하고는 널 끌어안았지만 역시나 더부룩한 속에 인상을 쓰고 널 살짝 떼어내.) 속이 별로구나. (어제 많이 마시긴 했던 것 같은데. 입가를 가리고 잠시 가만히 있다가 살짝 웃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나 널 문 밖으로 밀어냈지.) 방에 가있거라. 속을 비우는 것이 낫겠구나. 별로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닐테니 씻고 쉬고 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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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꿀팁...! 나중에 술 마시기 전에 한 번 먹어봐야겠어요ㅋㅋ요홍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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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29
글쓴이에게
상처라니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네게 안겨 있다 네가 속이 좋지 않은지 저를 내보내자 군소리없이 네 방에서 나와. 제가 나가자마자 화장실로 향했던 건지 문 여는 달그락 소리가 들리기에 걱정스런 눈으로 닫힌 네 방문을 바라봤어. 들어가서 등이라도 두드리고 싶었지만 네가 싫어할 것 같아 관두곤 방에서 씻고 나왔지. 머리를 말리는데 궁녀들이 분주히 움직이기에 네 상태가 많이 안 좋은가 싶었어. 머리를 다 말리고 고개를 빼꼼 내밀어보니 다행히 상황이 정리된 듯 네 방이 조용하자 방 앞에 서있던 윤 상궁에게 들어가도 되냐고 물어. 마마가 속을 한참 게워내고 힘이 쭉 빠져 있으시니 가보셔야 하겠다며 문을 열어주자 네 방으로 들어서는데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간인데 마치 네가 그 여자와 선을 보고 와 속을 게워냈던 날처럼 힘이 없는 얼굴로 침대에 앉아 있기에 걱정스런 눈을 하고 네게 다가가 네 옆에서 너를 제게 기대게 해. 힘없이 제게 기대 이런 모습을 보여 미안하다고 하는 너를 살살 토닥이며 말했지.) 씁. 그런 소리 하는 거 아닙니다. 뭐가 어때서요. (네 등을 살살 쓸어내려주고 다른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우리 정국이 앞으론 술 못 마시게 해야겠네. 술주정은 괜찮은데 그 다음 날 몸이 이렇게 고생을 하니 원... (너를 꼭 안고 네 팔을 제 허리에 둘러준 뒤 너를 토닥이다 네 고개를 살짝 들곤 볼에다 쪽 소리나게 뽀뽀하는) 어제 뽀뽀 하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어요. 술 냄새고 나발이고 그냥 입 맞추고 싶었는데, 마마가 혹시나 안 좋아하실까봐... (네가 살짝 웃자 네 앞머리를 정리해주고 걱정스런 눈으로 너를 내려다보는) 이래서 아침은 제대로 드시겠습니까. 아직도 속 안 좋으십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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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29에게
(한참동안 등에 쏟아지는 궁녀들의 손길을 받으며 속을 게워내다 겨우 몸을 일으켰어. 저를 익숙하게 일으켜 이를 닦게해주는 궁녀들에 다시금 미안한 마음이 피어올랐지. 그녀들의 부축을 받으며 풀썩 침대에 앉아선 미안한 낯으로 사과도 했어. 제게 괜찮다는 듯 웃어보인 그녀들이 방을 빠져나가고 곧 타이밍 좋게 네가 들어오자 기력을 죄다 빼낸 후라 힘이 없는 손을 들어 겨우 인사를 나눴어. 네가 기대에 하는 것에 괜찮다고 하려다 머리가 울려 가만히 네게 기대앉아있었지. 제게 뽀뽀를 하고 아침밥을 먹을 수 있냐 걱정하는 너에 고개를 끄덕였어.) 특별히 콩나물국밥을 준비했다 하였으니 시원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구나. 걱정해줘서 고맙구나. 그리고 오늘은 오전엔 쉬고 오후에 스케쥴 두 개 밖에 없으니 푹 쉬다 가도 되어 괜찮을 것 같구나. (옅게 미소짓곤 쪽 네 볼에 입을 맞췄어.) 그나저나 나와 같은 생각을 하였구나. 어제, 내가 방에 가기 전에 말이다. 가만히 서서 뽀뽀해도 될까 고민했는데 하도 술냄새가 많이 나서. 네가 나와 입을 맞추다 구역질을 하거나 숨을 참는 것은 볼 수가 없을 것 같아서 관뒀단다.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으면 용기내서 한 번 들이대 볼 걸 그랬구나. (장난스레 키득 웃다가 곧 국밥이 두 그릇 들어오자 너와 함께 자리에 앉아. 잘 먹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국밥을 한 숟갈 뜨며 네게 물었지.) 근데 정말 어제 술주정 괜탆았느냐. 영 마음에 걸리는 구나. 궁녀들에겐 매일 미안한 마음 뿐이고...그래도 내가 우려하던 상황이 일어나지 않아서 나름 다행이라고 생각은 한다만. (국밥을 휘적거리며 말을 잇다가 슬쩍 웃어.) 그나저나 오늘은 미술실엘 한 번 가봐야겠구나. 우리 태형이가 해놓은 낙서들을 봐야지. 전에 너의 얼굴을 그린 이후로 한 번도 안 가기도 했고...혹, 보고 싶은 그림이 있느냐? 내 수준으로 감히 그릴 수 있다면 그려보겠다. 네게 선물을 주고 싶구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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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30
글쓴이에게
(너를 자리에 앉히곤 저도 맞은편에 앉아. 뚝배기에 펄펄 끓는 국밥을 식히려 휘젓는데 진짜 괜찮았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여.) 저는 저도 내치실 줄 알았는데. 안고 보고 싶었다고 해주시는 걸로도 감동이었습니다. 술에 취해도 제 말은 잘 들으시던데요 마마. (키득거리며 웃는데 미술실에 가야겠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 네가 보면 어떤 반응을 할까, 왠지 유쾌하게 웃을 것만 같았어. 그 생각을 하니 괜히 부끄러움이 몰려와 얼굴이 잔뜩 붉어졌지.) 아, 하지 말 걸... 마마가 가시기 전에 제가 뛰어가서 없애야겠습니다. (뜨거운 국밥을 후후 불어 식히고 한 입 먹은 뒤 제게 선물을 주고 싶다는 말에 곰곰이 생각해. 뭐가 좋을까. 밥을 씹으며 고민하는데 별로 기막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잔뜩 울상을 짓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선물은 이미 받았지 않습니까. (제 말에 네가 밥을 먹다 고개를 들어 저를 보자 눈을 마주치고 생긋 웃으며) 마마가 저번에 그려주신 그림. 그게 선물 아니겠습니까. 제 생각을 하며 정성을 다해 그리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그걸로 만족합니다. 오히려 선물은 제가 드려야 할 판인 걸요. 마마는 뭐 갖고 싶으신 거 없으십니까. 제가 실력은 없지만 마마가 원하시면 노력해보겠습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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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30에게
그걸 선물이라고 칭해주니 고맙구나. 네가 좋아해주어서 다행이기도 하고. (제가 보기엔 미흡하기 짝이없는 그림이었지만 네가 좋아하니 뿌듯해져선 국밥을 휘적거리다가 제게 갖고 싶은 것이 없냐는 네 말에 ㅈㅁ시 고민하다 제 팔을 들어보이며 말해.) 손목이 허전하구나. 요즘은 멋으로도 여러가지를 차는 것 같던데. 시계는 차고 있지만 뭔가 악세사리가 있었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그렇게 말을 했다가 팔을 내리며 고개를 저었어. 어차피 너도 왕자로 자란 몸. 손재주가 저처럼 없을 거란 걸 알았거든. 괜히 기대감을 갖는 얼굴을 보여봤자 네게 쓸데없는 부담감만 안겨준다는 걸 안 거지.) 나중에 같이 사러 가자꾸나. 커플팔찌. 예쁜 것들을 많이 판다던데. 나도 탐이나서 말이다. (같이 사자는 말로 바꿔버리곤 방긋 웃었어. 그것말고는 없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저도 국밥을 한 입 먹었지.) 우리 태형이만으로도 이미 배가 불러 더이상 원하는 것이 없구나. (속이 시원하게 풀린 국밥의 위력에 감탄하며 곧 식사를 마쳐. 속도 풀렸겠다, 오전엔 스케쥴도 없겠다. 답지않게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다가 네가 밥 먹고 바로 누우몈 안 된다며 엉덩이를 가볍게 때리자 흐흥- 하고 웃어버리곤 벌떡 일어나 아빠다리를 하고 앉았어.) 어제 회식 가기 전에 밖에 나갔다왔는데 벌써 봄이 오는 건지 나무에 새순이 돋았더구나. 이제 곧 꽃을 볼 수 있을 게야. (제 말에 방긋 웃는 너와 꽃구경을 갈 생각에 들떠있었지만 이내 비서에게 오는 연락에 표정을 굳혀. 아버지가 많이 아프셨었다는 연락. 지금은 나아지셔서 식사를 하고 계시다는 문자였지. 돌아가시는 걸까. 제가 생각해놓고도 끔찍한 일인지라 입술이 하얘지도록 깨물고 있다가 네가 뭐냐고 묻자 어색하게 웃어버려. 아무래도 너에게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실 것 같구나- 하고 징징대기에는 많이 미안했거든.) 일이 밀렸다는 구나. (대충 그렇게 둘러대고는 나중에 하면 되니까, 라는 말로 너를 안심시키려 하며 괜히 제 목을 매만졌어. 이 숨이 끊어질 때는, 얼마나 아플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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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34
글쓴이에게
(비서의 연락을 받고 급격히 표정이 굳어지는 너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봤어.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큰 일은 아닌지 일이 밀렸다는 말에 지금 가서 하라고 하려는데 나중에 하면 된다는 소리에 아까처럼 네 엉덩이를 때려.) 마마아, 자꾸 미루시면 쌓입니다. 이따가는 꼭 하시는 겁니다. (알겠다는 네 대답을 듣고 너와 나란히 앉아 있는데 네 표정이 영 좋지 않은 것 같아 울상을 짓고 너를 바라봐.) 어디 안 좋으십니까. 속이 다시 울렁거리시는 겁니까. (제 말에 아니라며 고개를 젓곤 제 볼을 쓰다듬어주자 괜찮겠지 싶어 표정을 풀고 네 손에 볼을 부볐어. 그나저나, 네가 오전에 스케줄이 없으니 여유롭고 좋았어. 네 어깨에 기대 아까 네가 말한 커플 팔찌를 뭘 해야 좋을까 생각했지. 그러다 제 손목이 눈에 들어왔어. 컵을 깨 그었던 곳에 남은 옅은 흉터. 지금 보니 괜한 짓을 한 것 같았어. 너와 이렇게 붙어 지낼 건데 왜 그랬을까. 그래도 지나간 일들에 후회하기 보단 앞으로 너와 지낼 날들을 기대하는 게 낫겠다 싶어 네게 기대.) 마마, 그러면 오늘은 점심 먹고 나가시는 겁니까? (그렇다는 네 말에 시계를 보고 너와 있을 시간을 계산했어. 점심 먹는 시간을 빼면 대략 세 시간 정도. 기분이 좋아져 웃다가 문득 어제 네가 제게 취조하듯 뭘 했냐고 물어온 게 기억나 네 눈을 바라보고 말을 꺼내.) 마마. 어젠 제가 대답했으니 이젠 마마가 말해주십시오. (제 말에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작게 갸웃하자 네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고 실실 웃으며) 어제 마마가 그랬잖습니까. 뭐 했는지 얘기하라고. 이제 마마가 어제 뭐 했는지 얘기해주십시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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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34에게
어제 뭘 했는지 말하라고 해봤자 술 마신 것 밖에 없구나. (흐흐- 하고 목을 울려 웃다가도 자세하게 말해달라는 네 말에 눈을 굴리며 전 날의 상황을 되짚어가며 입을 열어.) 어...가서 간부들 만나서 인사하고 바로 술 시키고. 어제는 웬일인지 여자들을 부르지 않아서 우리끼리 놀았구나. 술 말고 섞고. 그러다 잔 하나 깨뜨려서, 하필 그게 내 옆에서 떨어진 거라 취한 와중에도 치워야겠다 생각에 손을 뻗었다가 간부들에게 혼났구나. 갑자기 발로 깨진 유리컵을 차내기에 놀라서 바라봤더니 다치시면 안 된다고 하면서도 본인도 모르게 발부터 나간 거였는지 당황한 표정이 웃겼었지. 그리곤 정말 없다. 같이 술 마시다가 더 길어질 것 같아서 먼저 나와서 계산해주고 바로 궁으로 왔으니까.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너랑 같이 있었던 거. 그게 다구나. 아, 밤에 자다가 침대에서 떨어진 것도 있긴 한데. (멋쩍게 키득 웃음을 흘리곤 머리를 긁적이다가 제가 침대에서 떨어졌단 사실에 네가 살풋 웃음을 흘리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버려.) 미술실이나 가야겠구나. 여기 있을테냐? (여기 있을 거냐고 물으면서도 이미 손은 널 향해 뻗고 있었지. 침대에 앉아있는 네게 손을 뻗고 같이 가자는 듯 잼잼 아이처럼 주먹을 쥐었다폈다를 반복했어.) 우리 태형이가 한 예쁜짓을 보고나면 입술이 멋대로 움직일 것 같구나. 미리 경고해두는 것이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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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37
글쓴이에게
(네가 침대에서 떨어진 걸 상상하다 웃었더니 부끄러운지 미술실에나 가야겠다며 제게 여기 있겠냐고 묻자 고개를 들어 너를 봐. 이미 같이 가자는 듯이 손을 뻗고 있으면서 묻는 게 웃겼지.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행동이 귀여워 꺄르르 웃곤 네 손을 잡고 일어났어. 그러다 들리는 네 말에 벌써부터 얼굴이 빨개졌지.) 아, 마마아...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십니까. 그리고 별로 예쁜 짓도 아닙니다. 그냥 낙서일 뿐인데요. (어제의 제 행동이 후회스러웠어. 사랑한다니 보고 싶다니 하는 부끄러운 말들만 적어놨거든. 제 낙서를 보면 좋아할 너를 알지만 괜히 부끄러움이 몰려와 네 손을 꼭 잡고 천천히 걸어. 네가 서두르려고 할 때마다 네 손을 잡아당겨 저와 속도를 맞추게 했지. 최대한 느릿하게 미술실로 와 네가 문을 열려고 하자 그 앞을 가로막고 너를 보며) 아, 근데 진짜... 글씨도 안 예쁘고 아무렇게나 쓴 거라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보셔야 합니다. 꼭입니다. (분명 제 낙서를 보고 또 보고 웃을 너를 알기에 신신당부했어. 제가 이렇게 말해도 너는 제 낙서를 하나씩 꼼꼼히 훑어보겠지. 알겠다는 대답을 듣고서야 몸을 비키고 문을 열어줘. 네가 먼저 들어가 눈으로 미술실을 훑다 제가 낙서를 한 도화지를 발견한 건지 그쪽으로 다가가자 부끄러움에 입술을 깨물고 너를 따라가. 도화지를 들고 소리내어 읽기 시작하는 너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네 입을 틀어막았지.) 아! 마마... 읽지 마십시오. 부끄럽습니다. (이미 제 얼굴은 토마토처럼 붉어져 있었어. 제가 손으로 막고 있는 탓에 눈으로만 도화지를 훑은 네가 방긋 웃으며 저를 바라보자 그 눈빛이 뭘 의미하는 지 알았어. 그리고 손을 내렸지. 잠시 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네가 제 허리를 감싸오자 입을 맞추려다 고개를 뒤로 빼며) ...혹시라도 누가 들어오기라도 하면 어떡합니까? 들키면 곤란한데...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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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37에게
(방에서부터 쫑알거리더니 미술실로 가는 길에서도 계속 팔을 뒤로 잡아끌어 느릿한 네 걸음에 맞춰 걷게 하곤 이제는 문 앞에서 신신당부까지 하는 모습에 웃음이 터질 뻔 했지만 꾹 참고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어. 어차피 그래봤자 저는 꼼꼼히 모든 것을 볼 것이었고 너도 이미 어느정도는 짐작하고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 물감 냄새가 가득한 곳으로 발을 들이니 이젤 위에 있는 도화지에 깨알같이 글씨가 많이 쓰인 것이 금방 눈에 띄었어.) 마마, 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술 많이 먹지 마십시오. 태형이가 많이많이 보고 싶습...읍- (놀려주려는 제 의도가 먹혀든 건지 손으로 입을 막아버리는 너에 눈을 꽉 감아 이모티콘처럼 웃음을 지어내고 네 손을 떼어냈어.) 알았다. 안 읽으마. 귀여워서 그런 것인데... (초코찐빵 마냥 빨갛고 통통하게 달아오른 네 볼을 콕 찌르고 웃다가 네 허리를 확 잡아챘지. 이미 눈치를 챘었던 네가 순순히 입을 맞춰오려다 고개를 듸로 빼며 걱정을 하자 네 뒷목까지 잡아선 쪽 입술에 뽀뽀를 했어.) 누가 보면 어떻단 말이냐. (뭐라 말을 하려는 네 입술이 벌어진 틈을 타 재빨리 입을 맞대고 혀를 집어넣었어. 예상은 했지만 깜짝 놀란 네가 눈을 꼭 감자 부드럽게 너를 달래듯 어루만져주며 입을 맞췄지. 그리고 네 걱정대로 복도를 걸어오는 한 사람. 제가 여기저기 네 몸을 만지는 탓에 응응거리며 신음을 내는 너는 발소리를 못 들은 것 같았어. 마침 네가 숨이 찬 것 같아서 입을 떼고 얼굴 곳곳에 입을 맞춰주며 널 더 품으로 끌어안고서 저하, 하고 저를 부르려는 태세인 비서에게 눈을 한껏 부라렸어. 눈치가 있으면 꺼지라는 뜻이었지. 제 모습에 손으로 눈을 가린 비서가 조용히 발 뒤꿈치를 들고 사라지자 네가 인기척을 느껴 뒤를 돌아보려했지. 그런 네 양 뺨을 잡아 진득히 입을 맞추다 떼어내고 배시시 웃었어.) 초코찐빵 같구나. 귀여워. 말랑말랑하고. 날 보고 싶었다는 너의 귀여운 글씨를 보니 더욱 그렇구나. 이리 예쁜 짓을 했는데 무얼 해줘야할까. 응?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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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39
글쓴이에게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어. 제 입 안을 헤집으며 제 혀를 옭아매는 혀도 그렇고 제 허리며 옆구리를 쓸어내리고 만져대는 네 손길도 그렇고 저를 미치게 하기에 충분했지. 그저 응, 응, 하는 얕은 신음만 내다 숨이 슬슬 차자 눈을 조금 더 꽉 감는데 네가 그런 저를 눈치챘는지 입술을 떼고 제 얼굴 곳곳에 쪽 쪽 소리나게 입을 맞춰오자 간지러움에 꺄르르 웃어. 그러다 뒤에 누가 있는 것 같아 돌아보려는데 네가 꽉 잡고 입을 다시 맞추는 탓에 네 허리만 꼭 안고 있다가 네가 입술을 떼자 네 품에 고개를 묻어.) 무얼 해주긴요. 방금 선물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걸로 충분합니다. (키스를 선물이라 칭하며 부끄러워하는 제 모습이 귀여웠던 건지 저를 의자로 데려가 네 위에 앉히고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저를 보기에 괜히 시선을 피하며) 저, 의자에 앉아도 되는,데... (네 무릎에 앉는 게 이젠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아 일어나려는데 네가 허리를 안고 다시 앉히자 하는 수 없이 네 무릎에 얌전히 앉아 있어. 네 목에 팔을 감고 방긋 웃었지.) 마마는 태형이랑 잠깐이라도 떨어지시면 불안하기라도 하신 겁니까? 맨날 어디 만지고 있고, 안고 있고. 귀여워. (네가 머쓱한 듯 웃자 네 입술에 쪽쪽 입을 맞췄어. 아까의 야한 입맞춤과는 다른 느낌의 가벼운 뽀뽀였지. 네 입술을 살짝 물었다 놓기도 하며 장난을 치는데 들리는 발소리에 입술을 떼고 눈을 동그랗게 떠.) 누, 누가 온 것 같습니다. (문이 열리고 비서가 들어오자 네 품에서 일어나려는데 네가 놔줄 생각이 없어보여 하는 수 없이 네 어깨에 고개를 묻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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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39에게
그래서 싫으냐? 무릎에 자주 앉는 건 네 특기가 아니냐. (태형이랑 잠깐이라도 떨어지면 불안하냐며 방긋방긋 웃고 있는 네 볼을 간질이는데 누가 온 것 같다는 네 말에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려. 가라니까 또 왔네. 아까 사라졌던 비서가 들어오자 역시나 제 품에서 벗어나려는 너에 허리를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어. 바르작대던 네가 금방 체념했지만 그래도 얼굴은 보여주기 싫은지 어깨에 얼굴을 묻고 안겨있기에 푸흐 웃곤 등을 쓸어줬지. 그 모습에 질색하는 표정을 지을 법 했지만 어째 그는 평소와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지. 아까 장난스레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가던 것과도 다른 얼굴이었어. 다급해보이는 얼굴로 비서가 아버지가 지금 다시 몸져 누우셨다고 말했고 정석이 엉엉 울며 저를 찾고 있다는 말에 가봐야할 것 같아서 널 먼저 내려주고 저도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리 자세를 풀었다지만 네가 지금 당장 비서의 얼굴을 보는 건 부끄러워할 것 같아서 네 어깨를 감싸안고 다른 손으로는 네 작은 얼굴을 가려주고 빠르게 걸어가. 동궁전을 벗어니 바로 우는 정석의 목소리가 들렸지. 네 손도 놓고 허겁지겁 달려가니 태성의 품에 안겨서 제 이름을 부르며 우는 아이가 보여서 그에게서 정석을 받아들고 품에 안았어.) 전정석. 뚝. 왜 울고 그래. 응?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추며 둥가둥가 달래주며 너에겐 다정하게 웃어주고 눈짓을 해서 태성에게 가 있으라 한 후 아버지를 뵈러 바로 올라갔어. 정석을 궁녀에게 맡기고 가보니 아버지는 몸져누워선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지. 입술을 꽉 깨물고 그의 힘없는 손을 잡았어.) 아버지. (저를 보며 옅게 웃는 그의 얼굴에 눈물이 터질 것 같아서 입술에서 피가 배어나와도 상관않고 숨을 참았어. 네가 왕위에 올라 괜찮을까 벌써부터 걱정이구나.) 그런 걱정을 왜 하십니까. (피로 인해 더욱 발개진 입술을 하고 애써 빨간 눈을 감추며 환하게 웃어보였어.) 잘 할 겁니다. 걱정 마십시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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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44
글쓴이에게
(왕에게 큰 일이 생긴 것 같았어. 하지만 너는 그런 와중에도 저를 배려해 제 어깨를 감싸안고 얼굴을 가려준 채로 걸었지. 그러다 쓰러질 듯 우는 정석이 보이고 네가 정석을 품에 안자 조용히 다가가 그 모습을 지켜봤어. 단번에 직감했지, 네 아버지가 돌아가실 거라는 것을. 저도 태성도 아버지를 잃은 슬픔이 어떤 것인지 알았기에 숙연해졌어, 물론 상황은 달랐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 돌아가시는 건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한 건지 네가 한참동안 나올 기미도 보이지 않았어. 돌아가시는 걸까. 예전엔 왕이 죽으면 네가 왕이 될 것이고 그럼 저는 너와 지금처럼 지내지 못할 거란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달랐어. 네 아버지가 죽었다는 것에 대한 슬픔을 어떻게 달래줘야 할까 하는 게 제일 큰 걱정이었지. 마음이 무너졌을 네가 걱정이었어.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제 아버지 생각이 나 저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지.) 형, ...아빠 보고 싶다. (늘 철없는 아들이었고 왕위를 이을 사람도 아니었기에 가족만 있는 자리에선 늘 아빠라고 부르며 애교를 피웠던 저였지. 아빠라는 호칭에 울음이 터져 금세 눈가가 발개져. 정석을 안은 네 모습처럼 형이 나를 안아줬어.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등도 토닥여줬지. 의연한 척 하지만 속은 태성도 울고 있을 것 같았어. 그렇게 형의 품에서 울먹이다가 갑자기 건물 안이 소란스러워지는 것 같아 형을 놓고 고개를 돌렸어. 몸 상태가 악화되신 건가. 지나가는 궁녀를 붙잡고 물었지)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상태가 악화되셨습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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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44에게
(제 믿음직한 말을 듣자마자 쿨럭대는 아버지 앞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어. 바로 어의들이 궁녀들과 함께 들이닥치고 이것저것 치료를 하기 시작했지. 멍하게 아파하는 아버지와 그에게 뻗어지는 손들을 바라보다가 혹여 그들에게 방해가 될 새라 다시 아작난 입술만 연신 깨물어, 하지만 결국 끝까지 보고 있기가 힘들어 방을 나섰지. 아직 지금 당장이라도 돌아가실 것 같진 않지만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았어. 하지만 그래도 길어야 오늘 내일이랄까.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고 머리가 어지럽고 감정이 북받쳐서 비틀거리며 밖으로 걸어나왔지. 제가 방으로 가자 어머니의 품에 안겨 울던 정석은 어느새 태성의 품에 안겨 곤히 잠들어있었고 태성의 옆에 서있던 네가 내게 달려오는 것에 킁- 눈물을 삼켰어. 빨개진 눈을 부비기도 하고 피에 젖은 입술을 혀로 닦아내며 애써 괜찮은 척을 했어. 감히 네게 아버지가 아프셔서 슬프다는 내색을 할 순 없었으니까.) 정석이는 잠들었나보구나. 방에 데려가서 재우거라. (태성이 제게 살짝 고개를 숙이고 돌아서는 것을 바라보다 네 손을 꼭 잡았지.) 우리도 가자꾸나. 지금 여기 있어봤자 도움이 안 될테니. (아버지 측근의 신하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저를 부르라고 명하고는 너와 동궁전으로 향하는 내내 말없이 걸었어. 네게 기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지만, 아까부터 말했다시피 너에게 내색할 수 없었지. 우리 아버지는 너의 부모님과 형을 죽인 사람이니까. 그런 네게 슬프다고 해봤자 제가 네 아픔을 더욱 건드는 일일 거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이제 저는 며칠 뒤면 왕이 될 몸. 다른 사람에게 위엄을 보이고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 사람. 아버지 몫보다 더욱 잘해주고 많지 않은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고 신하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기 위해. 괜찮으시냐는 윤 상궁과 궁녀들에게도 술을 먹었을 때처럼 냉정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걸터앉았지. 단 몇 분만에 뒤엎어진 상황에 착잡함이 머리를 덮쳐왔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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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45
글쓴이에게
(궁녀는 마마가 위급하시다는 말만 남기고 다급한 표정으로 어디론가 가버렸어. 잠시 후 네가 나와 제 손을 꼭 잡고 걷자 양손으로 네 손을 잡고 쓰다듬었지. 누가 봐도 네가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게 느껴질 정도여서 당장 안아주고 싶었어. 하지만 너는 네게 힘든 내색을 하기 싫은 건지 말없이 묵묵히 걷다 방으로 들어가. 네 손을 놓고 제 방에 갈까 생각도 했지만 너를 위로해줄 사람은 저 말곤 없는 것 같아 네 옆에 조심스레 앉아. 현재 저는 네 아버지가 죽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지. 제 부모를 죽인 네 아버지가 죽으면 그나마 마음이 놓일 것 같았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그에 대한 생각은 들지 않고 그저 힘들고 슬플 네 걱정이 다였어. 어찌나 꽉 깨물고 있었는지 입술에 피가 났다가 굳은 게 보여 눈썹을 찡그리곤 네 입술을 손가락으로 쓸었어.) 우리 정국이. 입술 아프겠다. ...마음도 아프겠네. (제 말에 표정을 굳히고 있던 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바라봤어. 다 괜찮다는 듯 웃어보였지. 그리고 너를 조심스레 끌어안았어. 다행히 밀어내지 않고 순순히 제게 안기자 네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지.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식의 마음을 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어. 한참 너는 제 허리를 안고 말없이 고개를 묻고 있고 저는 그런 너를 토닥이기만 했어. 한순간에 아버지를 잃고 왕위를 물려받아 어깨가 무거워진 네게 어떤 위로를 해야 할 지 몰랐어. 그저 토닥이고 쓰다듬으며 많이 힘들어하고 있을 네 마음을 위로하는 수밖엔 없었지.) ...괜찮으실, 겁니다. (제 말에 네가 제 품에서 한숨을 푹 내쉬었어.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어. 너를 좀 더 세게 안고 말없이 네 어깨에 고개를 기댄 채 네 등을 쓸어내려줬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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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45에게
(네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을 정도로 기분이 별로였어. 하지만 방으로 가지 않고 저를 따라와서 제 기분을 염려해주는 너에 눈이 동그랗게 커졌어. 아, 입술이 아작났던가. 입술 아프겠다, 하는 너에 제 입술을 매만지다가 마음 걱정을 해주는 너에 울컥하곤 그대로 네게 안겼지. 괜찮은 걸까. 네게 기대도 될까. 괜찮을 거라고 저를 달래며 제 등을 쓸어주는 네 허리를 꼭 안고 어깨에 얼굴을 묻었어. 울고 싶었지만 이미 저보다 많이 슬퍼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이제 체통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어.) 그래도 네가 있으니 마음이 한결 편하구나. (널 더 품으로 당겨안고 쪽 볼에 입을 맞추다가 네가 푸흐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너에게 입을 맞추려다 제 입술에 피딱지가 앉았던게 생각나서 그저 웃어버리고 말았어.) 갑자기 진지하게 굴어서 놀랐겠구나. ...너도 어디 아픈 곳이 있는 건 아니지? 그런 곳이 있다면 당장에 말하거라. (네가 아버지처럼 병을 얻어 제 곁에서 사라져버릴까 하는 두려움이 덮쳐. 널 꼭 붙잡고 여기저기 몸을 훑다가 숨기지 말고 아픈 곳이 있으면 당장에 말하라고 말을 반복했지.) 너는 안 된다. 너는 절대 안 돼. 너는... (제 곁을 떠나면 안 된다고 말을 하려다말고 입을 다물었지. 자꾸 불안했어. 일을 할 때도 수업을 들을 때도 널 옆에 붙여두고 싶을 정도로 불안감이 높이 치솟았지. 아마 제 소중한 사람이 갑자기 떠나간다는 것에서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어. 널 잡았던 손을 놓고 지끈거리는 머리를 꽉 움켜쥐곤 깊게 숨을 뱉어냈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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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51
글쓴이에게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모습으로 제게 아픈 곳이 없냐며 저를 살피는 모습에 네 불안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괜찮다는 듯 웃어보였어.) 괜찮습니다.하나도 아프지 않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저는 안 된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네가 많이 불안해 보였어. 이미 아버지의 죽음을 예감한 것 같았지. 불안함에 떨며 머리를 움켜쥐는 널 가만히 바라보다 네 등을 쓸어줬지. 가만히 등을 토닥이고 쓸어주다 네가 깊은 한숨을 내쉬자 네 손을 잡아 내려 꼭 잡아줬어.) 저하. (제 말에 네가 불안한 눈빛으로 저를 보기에 네 손을 잡은 손에 힘을 조금 더 주고 너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어.) ...정국아. 불안해하지 마. 어디 안 갈게. (저라도 네게 확신을 주고 싶었어. 그래서 조금이라도 네게 안정감을 주고 싶었지. 그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내가 네 옆에 있다는 뜻으로 네 손등에 볼을 부볐어.) 보기 싫으니 썩 꺼지라고 하기 전까진 안 갈게요. 아프지도 않을 거고 떠나지도 않을게요. 그러니 걱정 마세요. (그제야 아까보다는 안정된 호흡을 하며 저를 보는 너에 조금 안심해. 다 괜찮다는 듯 웃어보이며 네 손등에 쪽쪽 뽀뽀도 했지. 저로 인해 네가 조금 안정을 찾은 것 같아 기뻤어. 그러고 보니 감정 소모를 많이 해서 그런지 네가 많이 피곤해보여 네 볼을 살살 쓸어주며 물었지.) 눈이라도 좀 붙이시겠습니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깨워드리겠습니다. (제 말에 네가 괜찮다며 고개를 저었어. 재우지도 못하니 제가 할 일은 그저 너를 꼭 안고 토닥여주는 일밖에 없었지. 너를 다시 품에 안고 조곤조곤 얘기를 시작했어.) ...솔직하게 얘기하면 저는 전하가 원망스러웠습니다. 제 부모를 죽인 사람이니 그럴 수 밖에요. 그래서 그가 죽으면 제 마음이 놓일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말을 중간에 끊었어. 그리고 고개만 떼어 너와 눈을 마주쳤지.) 지금은 전하가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있음에도 제 마음에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저하께서 힘들어하시는 것. 그것만 신경쓰입니다. 저하가 불안해하지 않으셨스면 합니다. ...절대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불안해 마세요. 저하께서 염려하시는 일, 절대 없을 겁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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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51에게
(전에 아파서 저를 방에도 못 들이게 하던 네가 생각났어. 절대 너는 놓치지 않을 것이다. 넌 내가 평생 품에 안고 갈 것이다. 누가봐도 불안해하는 제 등을 쓸어주는 네 손길에 호흡을 진정시키다가 저하, 하고 부르는 말에 두 눈을 마주쳤어. 저하라는 말보다 듣기 좋고 안정감 있는 말. 정국아- 하고 어디 안 갈 거라는 네 말에 고개를 작게 끄덕여. 절대 아프지도 않고 가지도 않을 거라던 네가 제게 눈을 붙일 거냐고 묻자 괜찮다며 고개를 내저어. 이대로 자면 악몽을 꿀 것 같기도 했고 이미 안심을 하곤 있지만 내가 잠든 사이 네가 다른 곳이라도 가있다가 일어났는데 네가 없는 걸 알면 이성을 잃고 미친'놈처럼 널 찾아 헤맬 것 같았거든.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걸 아는 건지 날 품에 안고 조곤조곤 말을 잇는 너. 네 품에 아이처럼 안겨 네 말을 듣고 있다가 저를 똑바로 바라보며 오직 제가 힘들어하는 것만 신경쓰인다는 말에 저도 모르게 살풋 웃음이 나와버려. 당연히 우리 아버지를 경멸하고 싫어할 줄 알았는데. 잘 됐다고 생각할 줄 알았는데. 네가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제가 당연히 이해못할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되려 네가 아무 생각도 없다고 하니 기분이 묘했어. 네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 그 생각을 하자 주책맞게도 가슴이 다시 쿵쾅쿵쾅 방망이질을 시작했지. 진짜 김태형의 말 한 마디로도 심장마비가 걸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 웃음이 나온 입가를 금방 손바닥으로 덮어 가렸다가 입을 열었지.) 아는데. 네가 안 떠날 거라는 걸 아는데 마음을 놓기가 쉽지 않아. 저번에 너 아팠던 것도 생각나고...나 잘 때나 방에 없을 땐 돌아다녀도 돼. 근데 나 일어날 때랑 일 마치고 방으로 올 때는 여기 있어줘. 너 없으면 진짜 머리 돌아서 사리분별도 안 될 것 같아. 응? 그래줄 거지? 당분간만이야. 내가 마음 진정될 때까지만. 왕이라는 자리에 익숙해질 때까지만. 조금 귀찮을 지도 모르지만, 너만 해줄 수 있는 일이니까 부탁해. (옅게 미소지으며 네 양 뺨을 매만지다가 느릿하고 조심스럽게 쪽 뽀뽀한 뒤 다시 웃어.) 너를 만난 건 정말 내 인생의 행운이구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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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53
글쓴이에게
당분간은 싫은데. (제 말에 네가 금세 불안한 눈빛으로 보자 해맑게 웃어 보였어. 그리고 네 입술에 쪽 소리나게 입 맞췄지.) 당분간 말고 매일. 나 싫다고 밀어낼 때까지 매일 같이 있을게. 투정도 다 받아주고, 안아주고, 뽀뽀도 해주고. 그리고 잠도 같이 잘 거야. ...너 중전 맞기 전까지는. (저라도 밝게 웃어야 네가 안정을 찾을 것 같았어. 그래서 네 눈을 마주보고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었지. 그러다 피딱지가 앉은 네 입술이 눈에 들어왔어. 아프겠다. 상처가 앉을 것 같아 걱정스런 눈으로 네 입술을 어루만졌어. 그러다 입술에서 난 피가 번져 입가에 굳어있는 게 보여 손으로 핏자국을 닦으려 입술을 쓸어주는데 이미 굳어 잘 닦이지 않자 하는 수 없이 네 뒷목을 끌어당겨 얼굴을 가까이 한 뒤 네 입가를 살살 핥았지.) 가만히. 잠깐만, 착하지 우리 정국이. (갑작스런 제 행동에 놀란 네가 몸을 움찔하고 뒤로 빼려 하자 너를 꼭 잡고 입가를 핥았어. 소스같은 게 묻은 것도 아니고 피였지만 거부감은 들지 않았지. 너였으니까. 살짝 핥고 다시 손가락으로 닦으니 다행히 잘 닦이는지라 깨끗하게 닦아주곤 입가에 쪽 소리나게 입 맞춰줬어.) 피 묻어서 그랬습니다, 저하. 잘 안 지워져서... (히죽 웃어보이곤 네 머리를 살살 쓸어주고 네 머리를 제게 기대게 했지.) 오늘은 제가 저하 품에 안기는 게 아니고 저하가 제 품에 안기셔야겠습니다. 제가 팔베개 해드리겠습니다. 그래야 우리 정국이 악몽도 안 꾸고 잘 자지. (그러다 네 오후 스케줄이 생각나. 안 가도 되는 걸까. 위급한 상황인 걸 알지만 혹시나 가야하는데 제가 잡고 있는 걸까 봐 고개를 숙여 너를 보고 말했지.) 그런데 수업은 안 가도 되십니까. 비서한테 제가 연락해서 일정 다 취소하라고 할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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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53에게
(중전이라. 당분간은 싫다고 하더니 더 충격적인 말을 뱉는 너에 저도 모르게 숙연해져버렸어. 중전. 입술을 살살 어루만져주는 너에게 얼굴을 맡기고 중전이라는 이질적인 단어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문득 혀로 닿아오는 느낌에 감짝 놀라 몸을 뒤로 빼려 해. 그런 저를 달래며 양 뺨을 잡고 다시 입술을 혀로 핥는 네 행동에 키스해달란 뜻인가 싶었지만 이내 네 혀가 닿는 곳이 찌릿하며 아프다는 느낌이 들자 팍 인상을 찌푸려. 네 타액에 의해 묽어진 피가 제 입에도 느껴져서 비릿한 맛을 만들어내는데 너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제 입술 위에 앉은 피딱지가 모두 사라질 때까지 다 핥아냈지.) 물티슈도 있고 그저 놔둬도 되는 걸. (키스도 하는 사이지만 왜 이런 것이 부끄러운지는 저도 의문인지라 괜히 틱 말을 뱉어내고 네 시선을 피하다가 다시 네 품에 갇혀. 악몽을 안 꾸고 잘 자게 팔베개도 해주고 안아줘야겠다는 말에 틀린 말은 아니라 그저 웃음짓다가 일정 취소하라고 할까요? 하고 묻는 너에 고개를 끄덕이곤 덧붙였지.) 선 자리도 혹시 잡으려고 하면 다 취소하라고 해. 나 중전 안 들인다고. 나중에 들이게 될 진 몰라도 미룰 수 있는데까지 미룰 거야. 원래 계획은 너랑 단둘이서만 사는 건데. 짜증나. 아무튼 꼭 그렇게 전해. 억지로 잡으면 죽을 줄 알라고. (고집스레 그렇게 말하곤 그래도 되겠냐며 제 눈치를 보는 네 눈가에 입을 맞추곤 됐으니 그런 걸로 말 걸지 말라는 듯 널 품으로 당겨. 네게 제 핸드폰을 쥐여주고 네 다리를 제 허리에 감게 한 뒤 네 어깨에 얼굴을 묻었지.) 전화번호는 심 비서라고 치면 나올 거야. (오늘따라 자꾸 편하게 말을 하고 싶어서 편하게 말을 뱉곤 뚜르르뚜르르 신호음이 가는 동안 네 목덜미에 입을 맞춰. 잘근잘근 이로 물기도 하도 뽀뽀도 하다가 비서가 전화를 받은 건지 네가 약하게 제 머리를 밀어내자 헤실 웃고는 입맞춤을 멈춘 뒤 너를 더 꽉 끌어안았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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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57
글쓴이에게
(네 단호한 말에 네 핸드폰을 받아들고 번호를 찾고 있었어. 네가 익숙하게 제 다리를 허리에 감게 하고 저를 끌어안자 웃고 있다가 비서에게 전화를 걸고 네 뒷머리를 쓰다듬었어. 신호음이 들리자 네가 일부러 그러는 건지 제 목을 물고 빨기에 하지 말라는 듯 얕은 신음을 흘렸지만 아직 비서가 전화를 받지 않아 쪽쪽대자 네 어깨를 꼭 잡아.) 흐, 저하... 잠깐, 여보세요. (마침 비서가 전화를 받자 바로 너를 밀어내고 목소리를 가다듬었어. 네가 아닌 제가 전화를 한 게 당황스러웠던 건지 네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냐고 묻자 네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어.) 저하께서는 제 옆에 잘 계십니다. 전할 말씀이 있어서 전화드렸습니다. (제 말에 그제야 아, 하며 무슨 일이냐고 묻자 차근차근 하나씩 얘기를 꺼냈어. 오늘 일정을 다 취소하라는 것부터 앞으로 선자리를 잡지 말라는 것까지. 만일 잡았다 하면 저하께서 가만 두지 않으실 거라 했다는 말까지 남기곤 휴대폰 너머로 알겠다는 말이 들리자 저도 알겠다고 대답하곤 전화를 끊어. 제가 전화를 끊자 어떻게 됐냐는 듯 고개를 떼는 걸 보고 네게 휴대폰을 건넨 뒤 네 볼을 잡고 만지작거리며 말을 해.) 알겠다고 했습니다. 마마가 허락하실 때까진 선 안 잡겠답니다. 저번에 선 본 뒤에 마마 상태를 보곤 많은 걸 느꼈나 봅니다. 오늘 일정도 취소했습니다. (제 말에 입꼬리를 올려 씩 웃고 제 입술에 입을 맞추는 행동에 저도 방긋 웃어. 그러다 네가 허리를 안은 팔에 힘을 더 주더니 다시 제 목에 고개를 묻고 입술을 오물거리며 간지럽히기에 몸을 비틀었지.) 아, 정국,아... 아까 했으면 됐잖,아. 간지러... (이제 전화할 곳도 없겠다 쉬지 않고 제 목을 물고 빠는 너였어. 이러다 자국 남으면 어쩌지. 한참 걱정을 하다 자꾸만 빨아대는 탓에 야한 생각이 들어 눈을 꾹 감고 참다가 결국 너를 밀어내.) 씁. 이제 그만. (강아지를 훈련시키듯 네 볼을 잡아 저와 눈을 마주보게 했지. 그리고 한 손으로 네 콧등을 아프지 않게 때렸어. 네가 조금 울상을 짓자 웃음이 터지려 해 꾹 참다가 휴대폰 케이스에 있는 거울로 제 목을 확인해. 역시나 붉어진 상태였어. 네게 제 목을 보여주며 말했지.) 강아지. 이거 어떡할 거야. 나 폴라티도 안 입는데... 궁녀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자국 하루만에 안 없어질텐데. 하여튼 못 살아. 앞으로 접근 금지 시켜야겠어요. 안 시키면 내 몸 전체가 다 빨개지겠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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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57에게
아까 한 걸로 부족해. (전화도 끝났겠다 이제 방해할 사람도 없으니 목에 숨결이 느껴질 만큼 바짝 입술을 대고 낮게 중얼거린 후 아까 제가 하던 것을 마저 하기 시작해. 목덜미에 입술을 묻고 아프지않게 씹고 쫍쫍대다가 혀를 내어 핥기도 했지. 간지러운 건지 제 어깨를 꽉 잡고 몸을 떨며 야릇한 신음을 흘려내는 너에 제 몸도 달아오르는 것 같았어. 하지만 어떻게 안 건지 이제 그만하라며 저를 밀어내고 콧등을 아프지 않게 치는 것에 입술을 삐죽 내밀고 울상을 지었지. 강아지, 하며 저를 혼내는 모습에 듣는 둥 마는 둥 침대에 손장난만 치다가 네가 다시 씁- 하며 제 양 뺨을 잡아 눈을 맞춰오자 심통난 얼굴로 네 입술에 쪽쪽 입을 맞췄지.) 내 건데 왜 못하게 해. 폴라티 입으면 되잖아. 그리고 어차피 너랑 나랑 이런 사이인 거 동궁전도 그렇고 다른 데에서도 모르는 사람 한 명도 없어. 좀 보이면 어때. 내가 이렇게 하는 사람 한 명도 없었는데 처음 생겼다고 다들 신기해하고 좋아할 걸? (잔뜩 쫑알대다가 네 허리를 어루만지곤 목에 쪽 입을 맞춘 뒤 널 들어 제 옆에 내려놔. 그래도 네가 싫어하니 안 하는게 옳다고 생각해서 조금 네 옆에서 떨어져앉았지. 시위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네 옆에 있으면 무슨 짓이라도 할 것 같았어.저를 끔뻑끔뻑 바라보는 네 볼을 잡아쥐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눌러내고 시선을 피하며 겨우 입을 열었지.) 접근금지 그거. 하긴 해야할 것 같구나. 자꾸 너만 보면 손과 즈둥이가 먼저 나가버리니...아버지가 편찮으신 와중에도 참을 수 없으니 말이다. 너만 있으면 다 괜찮아져서...아까도 죽을 것 같이 힘들었는데 금방 나아지고 말이다. 말도 자꾸 이상하게 하고. 제정신이 아니게 되는 것 같다. (에휴- 하고 한숨을 크게 내쉰 후 점심을 들이겠다는 궁녀의 말에 됐다고 답한 뒤 침대에 풀썩 드러누웠어.) 입맛도 없고...음식 냄새도 별로 맡고 싶지 않구나. 방에 가서 점심 먹고 다시 오거라. 잠이 오긴 하나 네가 없으면 잠이 올 것 같지도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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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꾸 느끼는 건데 얘네 허리 만지고 그럴 때마다 진도를 더 빼고 싶...으읍...!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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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58
글쓴이에게
(한참 투덜거리다가 제게서 떨어져 손을 꼬물거리며 저만 보면 괜찮아진다며 한숨을 내쉬자 그런 네가 귀여워서 미칠 것만 같아 입이 귀에 걸릴 듯하게 웃으며 너를 바라봐. 그러다 궁녀가 밥을 들이려 해 네 밥을 챙겨주려는데 입맛이 없다며 제게 밥을 먹고 오라고 하자 걱정스러운 눈으로 너를 쳐다봐.) 진짜 안 드셔도 괜찮으십니까. (평소였으면 네가 안 먹으면 저도 안 먹겠다고 했을 터인데 오늘따라 자꾸 속에서 배꼽시계가 울리는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너를 두고 일어섰어. 금방 올 테니 얌전히 앉아 있으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제 방으로 향하며 제 몫의 밥을 가져오라 일렀지. 마침 상을 준비했던 터라 금방 제 방으로 상이 들어오자 밥 한 그릇을 그대로 국에 말아서 먹기 시작했어. 가끔 생선살을 국에 만 밥에 얹어 먹기도 했지만 저를 기다릴 네 생각에 거의 국그릇에 코를 박고 밥을 먹었지. 너를 재울 생각 뿐이었어. 거의 다 비우곤 수저를 놓았지. 궁녀에게 상을 치우라 하곤 화장실로 들어가 양치를 했어. 입을 헹구고 나오자마자 네 방으로 향했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이라 다행히 네가 잠들지 않고 침대에 앉아 발장난을 치고 있었어.) 오래 기다렸어? (말을 하며 네게 다가가 너를 꼭 안았어. 그러자 제 허리를 안으면서도 아까 접근금지라더니 왜 안냐며 작게 투덜대는 말이 들려와 소리 내어 웃으며 네 정수리에 쪽쪽 뽀뽀했지.) 제 마음입니다. 저하, 안 졸리십니까. (제 말에 조금 졸음이 몰려오긴 한다며 말꼬리를 늘이기에 바로 너를 침대에 눕혔어. 그리고 너보다 조금 위에 누워 네게 팔베개를 해줬지. 네가 얌전히 눈을 감고 있자 너를 꼭 안고 네 등을 토닥였어.) 잠에서 깰 때까지 옆에 있겠습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주무셔도 됩니다. 자장 자장.

/나도 나도!!!!! 나도 속에서 끓어오르고 있어요ㅠㅠㅠㅠ
불마크도! 갈 수 있는데! 얘네 거사 치르게 하고 싶다! 끊다가 보살 될 거 같....!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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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58에게
(네가 방으로 가고 할 것이 없어서 침대에 누워 뒹굴대기도 하고 벽지에 손가락으로 네 이름을 적기도 하고 무료하게 시간을 보냈어. 그러다 시간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금방 문을 열고 오자마자 저를 안으며 오래 기다렸냐고 묻는 너에 자연스럽게 네 허리를 안으며 고개를 저었지.) 아니. 근데 접근금지라면서. 이렇게 안아도 되는 것이냐? (제 맘이라며 웃은 네가 졸리지 않냐 묻자 네 배에 얼굴을 묻고 작게 하품해.) 조금 졸리긴 하구나. (제가 졸리다고 하자마자 저를 끌어안고 팔베개까지 해준 뒤 자장가까지 불러주자 푸흐 웃으며 네 품을 파고들어. 얼마나 잤을까. 머리에 무리가 왔었나봐. 일도 많았고 전날엔 회식에다 오늘은 아버지가 아파 쓰러지셨고 너와 진지하게 감정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도 했었지. 게다가 이제 왕이라는 부담감이 가져온 중압감. 메모리에 이상이 생겨 복구를 하기 위해 오랜 부팅을 하는 컴퓨터 마냥 오래 잔 것이 틀림없었지. 천천히 눈을 뜨자 네 팔이 내 머리 밑에 있지 않다는 것을 느끼기도 전에 울망울망한 네 얼굴이 눈에 들어왔지. 아까와 다른 반대편으로 누워있는터라 너는 자리를 옮긴 것 같았어. 침대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던 너는 곧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입술을 꾹 깨물어왔지.)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것이냐. (얼마나 잔 건지 평소의 아침보다 더 푹 가라앉은 목소리가 낮게 울렸어. 근데 분명히 점심에 잠들었던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밝지. 눈이 부신 창 밖을 바라보며 작게 인상을 썼더니 네가 곧 내 손을 잡아오며 상황을 설명해줬어. 어제 점심부터 잠에 들어서 저녁까지 쭉 잤다고. 많이 피곤했구나 싶었는데 깨워도 일어나지도 않고 죽은 듯이 잠만 자기에 이상함을 느낀 윤 상궁이 어의를 불렀더니 정신적인 쇼크로 잠시 기절하듯 잠드신 것 같다고. 언제 깰 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니 걱정 말라고 했다고. 그리고 꼬박 반나절을 자고 하루가 지난 오늘 아침에야 깬 거지. 네 설명을 듣고 있다가 뒤늦게 네 얼굴이 푸석푸석해보여서 네 볼을 천천히 어루만졌어.) 그래서 한 숨도 못 잔 것이냐. 내가 너에게 또 걱정을 끼쳤구나. 미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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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난 나만 그런 줄 알았어요 진짜 부처 될 것 같아ㅠㅠ후...다음엔 불맠톡도 상황톡방에서 파야하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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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61
글쓴이에게
(너는 금방 잠에 들었어. 제 품으로 좀 더 파고들기에 너를 안고 이마에 입을 맞췄지. 팔을 빼면 네가 깰 것 같아 그대로 안고 있다가 저도 잠에 들었어. 한참을 자고 일어나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일어났지. 너무 오래 자서 밤에 잠 못 자겠다. 눈을 비비고 네가 일어났나 싶어 너를 보는데 네가 미동도 없이 쥐죽은 듯 자기에 많이 피곤했나 싶어 네 머리를 살살 쓸어줘. 팔이 저려오는 것 같아 조심조심 팔을 빼내는데 원래 늘 저와 함께 잘 때는 제가 조금만 움직여도 저를 더 꼭 안아오던 너인데 미동도 없는 게 이상해 너를 살짝 흔들어봐.) 저하, 정국아. (너는 잠에서 잘 안 깬다기 보단 잘 깨는데 더 자고 싶어서 투정을 부리는 스타일인데 미동이 없는 거야. 금세 울 것 같은 얼굴로 윤 상궁을 불렀지. 윤 상궁도 꽤 심각해져 어의를 불렀는데 일시적인 쇼크라며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거라는 말에 그나마 안심하고 마음을 놓아. 제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속앓이를 많이 했겠지. 침대에 걸터앉아 네 손을 잡았어. 뭐라도 좀 드시라는 궁녀들의 걱정에도 저는 네 생각뿐이라 아침까지 네 손을 잡고 가만히 앉아 있었지. 해가 뜨고 어의를 한 번 더 부를까 하다 네가 일어나기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맺혀. 상황을 몰라 어리둥절하던 네가 얘기를 듣고 제게 미안하다며 제 볼을 쓰다듬자 네 품에 고개를 폭 파묻고 울먹였지.) 흐, 나는, 나느은... 진짜 막 어떻게 되는 줄 알구.. 끅... (네가 다 괜찮다는 듯 저를 안고 토닥이자 그제야 네가 괜찮다는 게 인지되고 안정감이 들어 울음을 그쳐가. 제가 울음을 그치자 네가 저를 울보라 칭하며 장난스레 놀리자 입술을 삐죽 내밀고 너를 밉지 않게 째려봐.) 씨... 어떻게 눈물이 안 나겠습니까. 제가 하루종일 죽은 듯이 잤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저하도 이러셨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곤 다시 네 품으로 파고들어 아이처럼 칭얼거리는 소리를 냈어. 그러다 궁녀가 아침상을 올려도 되겠냐며 문 밖에서 물어오자 아직도 네가 입맛이 없을까 봐 걱정스런 눈으로 너를 보는데 다행히 들라고 이르자 살짝 웃어. 궁녀가 상을 놓고 나가자 평소엔 마주보는 자리에 앉는 저인데 방석을 굳이 네 옆으로 끌고 와 밥그릇도 옮겨 네 옆에서 수저를 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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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쵸ㅠㅠ 사리 나올 거 같아요.. 쓰니가 불맠톡 열어주면 버선발로 달려가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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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61에게
(제 품에 얼굴을 묻고 어떻게 되는 줄 알았다며 엉엉 우는 너에 제가 그렇게 많이 잤나 싶어. 어째 평소보다 더 얼굴이 부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가. 하긴 거의 열다섯 시간을 잤으니 무리도 아니다 싶어.) 미안하구나. 내가 미안해. 뚝 하거라. 착하지, 아가. (몸을 일으켜 너를 더 꼭 안아주고 네가 울음을 다 그칠 때까지 토닥여주자 금방 울음이 멎어. 그런 네 얼굴을 손으로 닦아주며 일부러 장난스레 놀렸지.) 우리 태형이는 울보로구나. (제가 울보라고 한 것이 못내 억울했는지 울어서 빨개진 눈으로 밉지 않게 노려보며 쫑알거리는 것에 푸하하 웃어버리곤 널 다시 품에 안아. 어떻게 울보라고 마냥 놀릴 수 있을까. 제가 걱정되어 잠도 자지 못하고 깨어나자 안도감에 와앙 울어버리는 사랑스러운 너를. 힝힝거리며 애교를 부리는 널 안아들고 쪽쪽 어제 못다한 뽀뽀를 퍼붓는데 조반을 들이겠다는 궁녀의 말에 잠시 고민하다 들라 일러. 점심부터 꼬박 굶고 잠을 잤으니 배가 고파온 탓이었지. 제가 밥을 먹는다고 하자 안심이 됐는지 살짝 웃는 네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금방 차려진 상 앞에 앉았어. 그러다 꼬물대며 제 옆에 바짝 붙어앉는 너에 황당하지만 그 꼴이 귀여워 웃음이 터진 얼굴로 물었지.) 뭐하는 것이냐, 태형아. 이렇게 바짝 붙으면 밥을 먹기가 불편하잖느냐. (제 말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식기를 가져와선 밥을 냠 먹는 너에 왜 이러나 싶었지만 그게 또 마냥 싫지는 않아서 저도 조심히 수저를 들어 밥을 먹어. 밥을 먹은 후 후식으로 과일을 먹는 중에도 제 팔에 팔짱을 끼고 딸기를 냠냠 먹어대는 너에 결국 푸하 웃음이 터져서 네 입으로 딸기를 넣으려는 손목을 잡아채고 대신 제 입술을 갖다댔지. 잡은 팔을 제 목 뒤로 둘러 감싸안게 하고 입슬을 잡아먹을 듯 물어뜯고 빨고 혀를 감아올리다가 네가 제 혀를 아프지 않게 깨물자 고개를 뒤로 빼. 헉헉대며 숨을 고르는 네 얼굴 곳곳에 입을 맞춰주고 네 손에 들려있던 딸기는 내가 쏙 먹어버렸지.) 왜 자꾸 옆에 붙어서 안 떨어지는 것이냐. 귀엽긴 하다만... 일할 때에도 따라올 것이냐. (아무래도 오늘까지 쉬는 건 무리겠지. 옅게 미소짓곤 일을 나간다는 말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네 머리를 쓰다듬었어.) 네가 옆에 있으면 힘이 날 것 같긴 하구나. 농땡이도 많이 필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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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또 톡 파면 방을 두 개 해야겠어요 하나는 여기다가 또 하나는 상황톡방에. 이러다가 진짜...후...맘 같아선 지금 태형이 몇 번이고 잡아먹혔을텐데...(말잇못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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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63
글쓴이에게
(날이 새도록 네 걱정을 해서일까 너와 한시라도 떨어지기가 싫었어. 그래서 계속 붙어 있었는데 딸기를 또 먹으려는 순간 네가 입을 맞대오자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떠. 네가 한참 제 혀를 탐하다 평소보다 길어지는 것 같은 키스에 숨이 차 네 혀를 살짝 깨물었더니 네가 입술을 떼기에 발개진 얼굴을 하고 호흡을 골랐지.) 후으, 그게... 그냥 계속 붙어 있으면서 챙겨주고 싶어서... (그러다 네가 일 얘기를 꺼내자 금방 시무룩해져. 전하의 상태도 안 좋으시고 네 몸 상태도 좋은 편이 아닌데 오늘도 쉬면 안 되려나. 물론 안 되겠지만 더 보고 싶은 마음에 절로 울상을 지었어. 제 머리를 쓰다듬는 네 손을 잡아 볼을 이리저리 부볐지.) 힝. 저하, 저 초능력 하나 갖고 싶습니다. (뜬금없는 제 말에 네가 무슨 소리냐며 저를 쳐다봤어. 네 손을 양손으로 꼭 쥐고 검지손가락을 이갈이하는 새끼 동물처럼 앙앙 물어댔지.) 예전에는 순간이동 이런 능력이 갖고 싶었는데. 이제는 몸이 작아지는 초능력을 갖고 싶습니다. 한 손가락 길이만큼 작아져서 마마 셔츠 주머니에 들어가서 어디든 함께 다니고 싶습니다. 떨어지기 싫어요. (물론 말이 안 되는 얘기였지만 그만큼 너와 붙어있고 싶다는 걸 얘기해주고 싶었어. 제 말을 이해한 네가 저를 안아오자 네 위로 올라 앉아 허리를 다리로 단단히 감쌌지.) 그래도 오늘은 오전에만 바쁘고 오후 스케줄은 일찍 끝나서 다행입니다. 저하만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테니 일이 끝나자마자 태형이 보러 오셔야 됩니다. 약속.

/ㅋㅋㅋ아 귀여워
진짜 상황톡방에 파줘요.. 지금 거사를 치를 기회가 몇 번이나 왔다 갔는데! (답답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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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63에게
(손을 잡고 얼굴을 부비더니 대뜸 작아져서 저와 함께 다니고 싶다는 네 터무니없는 말에 헛웃음이 나왔어. 하지만 그럴 정도로 나와 같이 있고 싶고 내 걱정을 하고 있다는 네 마음이 전해져서 그대로 널 안아들어 무릎 위에 앉혀두었지. 익숙하게 다리로 허리를 감아온 네가 저만 기다리고 있을 터이니 바로 오라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자 저도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걸고는 도장에 복사꺼지 해주었어.) 일이 끝나자마자 달려오마. 걱정 말거라. 나도 너에게 가는 시간만 목 빠지게 기다릴테니. (헤실 웃고는 이제 일을 하러 갈 시간이겠다 싶어서 널 내려주고 욕실에 들어가서 씻고 나와. 제가 옷을 입고 나와서 시계를 차는 동안 미처 채 잠 못한 와이셔츠의 단추를 잠궈주는 널 내려다보다가 넥타이를 가져와 목에 둘러. 넥타이를 매는 것을 눈으로 열심히 보는 너를 의식해 일부러 천천히 넥타이를 맸지. 제 손길에 따라 움직이는 네 동공조차도 귀여웠어.) 넥타이를 맬 수 있게 되면 제일 먼저 나를 매어주거라. 연습한답시고 다른 사람한테 하지 말고. (그것도 질투나니까. 그럼 연습을 어떻게 하냐며 잉잉대는 네 양 뺨을 잡아 쪽쪽 입을 맞추고 반질하게 잘 닦인 구두를 신으며 네가 입혀주는 정장 마이를 입어.) 다녀오마. 조금만 기다리고 있거라. (빨리 나가서 일을 끝내고 시간을 재촉해 빨리 와야겠다 생각하곤 급히 인사를 마친 뒤 방을 빠져나가. 어느새 봄이 정말 다가오는 것인지 살랑살랑 포근해진 봄바람에 기분이 좋았지. 너랑 꽃구경을 가도 좋겠다 싶었지만 아직은 아버지가 우선인지라 일을 가기 전에 다시 아버지를 뵈러 발걸음을 옮겨. 이젠 네가 있으니 다시 나약하게 쓰러지지 않으리라 다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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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오아써!! 그럼 나중엔 꼭 파는 걸로! 근데 나 떡 잘 하지도 못하는데ㅋㅋ의욕만 앞섰습니다...ㅎ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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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66
글쓴이에게
(네 옷매무새를 다듬어주고 네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고 너를 보냈어. 이러니까 괜히 신혼부부같고 기분이 좋았어. 남편 출근길 챙겨주는 아내가 된 기분이었어. 기분이 좋아져 헤실헤실 웃었지. 그러다 네가 없는 동안 뭘 할까 싶어 가만히 앉아 있는데 밤새 네 옆에서 너를 살피느라 저도 모르게 피로가 쌓였던 건지 슬슬 잠이 몰려와. 제 방에 가서 잘까 하다가 혹시나 오랜 시간 잤을 때 제가 네 방에서 자고 있어야 네가 오자마자 저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네 침대에서 자기로 하고 누워. 아, 전정국 냄새. 좋다. 네 이불에 얼굴을 마구 부볐어. 그러고 보니 네가 일을 나가고 나면 저는 너무 빈둥거리기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주인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그저 네가 올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게 다였지. 앞으로는 할 일을 찾아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스르르 잠에 들었어. 몸을 웅크리고 한껏 편안하게 잠을 자다 궁녀가 밖에서 저를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지. 잠긴 목소리로 무슨 일이냐며 묻자 점심 때가 다 되었다고 상을 올려도 되겠냐고 물어오자 제 머리를 살살 정리하고 눈을 비비며 알겠다고 대답해. 상이 들어오자 방석에 앉아 숟가락을 들었지. 너와 먹는 기분을 내기 위해 휴대폰으로 네 사진을 넘겨보며 밥을 먹었어. 식사를 마친 후 제 방으로 가서 씻고 나와 나갈 채비를 했어. 오늘은 네가 날이 밝을 때 일정이 끝난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깜짝 선물이라도 해주고 저녁 먹기 전까지 예쁨을 받을 생각이었지. 꼼꼼하게 옷을 챙겨입고 나가다 혹시나 네가 일찍 들어와 저를 찾을까 봐 문자도 보냈어.)

정국아
잠깐 나갔다 올게요!
금방 올 테니까
혹시나 나 없으면
방에서 쪼금만 기다리기❤

(문자를 보내놓고 밖으로 향했어.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악세사리샵이었지. 너와 커플 팔찌를 하고 싶어서였어. 물론 너와 함께 와서 디자인을 고르면 더 좋을 것 같았지만 다음에 또 맞추면 되니까 이번엔 제가 고르겠다고 생각했어. 활동하는데 불편하지 않을 천으로 된 팔찌 두 개를 샀어. 길이 조정을 할 수 있는 팔찌라 딱이겠다 싶었지. 그 옆에 실반지도 보이길래 하나 샀어. 손을 잡았을 때의 네 손가락 감촉을 생각해보며 대충 네 반지도 샀지. 제 것은 차고 네 것은 봉지에 담아 나왔어. 혹시나 네가 왔을까 봐 바로 궁으로 향할까 하다가 공원에 들러 네가 좋아하는 붕어빵을 샀어. 오늘도 마찬가지로 팥과 슈크림을 반반 섞어서 샀지. 조금 늦게 나오기도 했고 팔찌 가게에서 한참 고민을 한 터라 네가 와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 조금 서둘러 궁으로 들어가 바로 네 방문을 열었지. 아, 늦었다. 이미 네가 와있었어. 제 문자를 봤음에도 제가 없다는 것이 불안했는지 저를 보자마자 끌어안기에 네 등을 살살 쓰다듬었어.) 어이구, 우리 정국이. 오래 기다렸어요? 미안해. 맛있는 간식 사오느라 조금 늦었어요. 같이 먹자.

/원래 거사는 의욕만 있으면 치뤄지는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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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66에게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비서에게 투덜대지도 못하고 묵묵히 일을 했어. 아버지 영향이란 걸 알았는지 비서도 뭐라 하지 않고 스케쥴을 이행했지. 매일같이 생글거리고 부드럽던 얼굴을 단단히 굳히고 일만 사무적으로 했어. 점심을 먹고 하자는 비서의 말도 거절하고 입을 꾹 다물고 일만 한 덕에 일도 금방 끝났지. 요즘들어 식사를 자주 거르시는 것 같다며 상황에 맞진 않지만 그래도 할 잔소리는 해야겠다는 비서에게 됐다고 손을 내저으며 겨우 옅게 미소를 보일 수 있었어. 하지만 한순간일 뿐. 너와 있을 때처럼 방긋방긋 잘도 짓던 웃음을 지우고 일에만 매진하자 신하들도 제가 술을 마셨을 때처럼 제 눈치를 보며 일만 하기 바빴어. 오늘은 일찍 가서 쉬시라는 비서의 말에 무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지. 그렇게 방에 얌전히 앉아있을 너를 상상하며 동궁전으로 향하다가 아직까지 한 번도 확인하지 못한 핸드폰을 꺼내들었어. 잠깐 어딜 갔다오겠다는 네 말. 어디인지 말도 안 해주고 잠깐 기다리기만 하라는 너에 얼굴이 울상으로 됐어.)

어디 간다는 건데

(너한테 연락을 보내봤지만 뭔가를 하느라 바쁜 건지 1이 없어지지 않아서 더욱 애간장이 탔어. 부산스레 핸드폰을 들고 방을 돌아다니다가 궁녀에게 너의 행방을 물었으나 그저 외출한 것 밖에 모른다는 그녀의 대답에 입술을 꽉 깨물며 화를 참아내야했어. 미처 아물지 못한 입술이 터져 피가 나왔지만 아무렇지 않게 혀로 쓸어내고 앞으로 김태형이 외출하면 어딜 가는지 꼭 물어보라고 명령했지.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도 그러면 간만에 밖에 나간 네게 방해가 될 것 같고. 이도저도 못하고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 마냥 끙끙거리며 손가락까지 으깨듯이 깨물어대는데 마침 문이 열리고 네 모습이 보였어. 바로 달려가서 널 품으로 당겨안았지. 그런 제 행동에 붕어빵 봉지를 위로 치켜들고 푸스스 웃은 네가 가서 같이 먹자고 저를 달랬지만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 널 더 꽉 안았어. 네 엉덩이 밑에 손을 받쳐선 널 위로 들어올렸어. 깜짝 놀란 네가 반사적으로 내 목에 팔을 감자 아이를 안은 것처럼 널 안고 그대로 서있었지. 팔 아프다며 제 어깨를 미약하게 밀어내는 네 손길에도 싫다고 고집을 부리며 널 계속 안고 있었어.) 연락도 안 받고. 내가 일어날 때랑 일 끝나고 올 때는 방에 있으라니까. (죄송하다는 네 볼에 쪽 입을 맞추고 그제야 널 내려줬어. 끝에 살짝 울혈이 진 손가락을 보면 네가 또 뭐라고 할 것 같아서 상에 붕어빵을 펴두고 하나를 집어들었지. 냠- 한 입 먹으며 아까보다 훨씬 풀어진 얼굴로 물었어.) 그래, 어딜 다녀온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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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지당하신 말씀입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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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67
글쓴이에게
(네가 저를 들어올리자 깜짝 놀라 너를 꼭 안았어. 움직이지도 않고 저를 안아든 채로 가만히 있는 모습에 무겁다며 내려오려 했으나 고집을 피우는 탓에 결국 네게 안겨 있었지. 그러다 연락도 안 받았다는 말에 그제야 제가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놨다는 걸 알고 아.. 하는 소리를 내. 투정부리듯 말을 뱉어내고 저를 울상이 된 표정으로 보기에 네 입술에 뽀뽀하곤 말했어.) 이렇게 일찍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하.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된 듯 저를 내려주자 상에 붕어빵을 놓고 봉지를 뜯었어. 표정이 풀어진 네가 붕어빵을 한 입 먹고 어딜 다녀왔냐며 묻자 방긋 웃었지.) 어디 다녀왔을 것 같아요? (예상치 못한 제 질문에 당황한 듯 보였어. 궁녀에게도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그저 외출한다고만 했으니 너는 알 리가 없었지. 선물을 줘야겠다 싶어 붕어빵을 들지 않은 네 손을 잡아 올려 네 눈을 가리게 했어.) 정국아, 눈 감고 있어보세요. (제 말에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얌전히 눈을 가리고 있는 너였어. 손을 꼼지락대며 봉투를 꺼내 팔찌와 반지를 꺼냈지.) 제가 뜨라고 할 때까지 눈 뜨시면 안 됩니다. (제 말에 알았어- 하는 네 재촉 섞인 대답을 듣고서야 팔찌와 실반지를 꺼내. 펜을 쥘 때 불편하지 않게 왼 손 손목에 팔찌를 채워줬어. 길이도 알맞게 조정해줬지. 이제 됐냐며 손을 내리고 싶어하는 네 행동에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지.) 어, 안 돼요. 잠깐만. (서둘러서 반지를 꺼냈어. 그리고 네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웠지. 딱 맞네. 다행이다. 반지를 끼우는 걸 느꼈는지 네 입꼬리가 실실 올라가자 네 눈을 가린 채로 입술에 쪽 뽀뽀했어.) 입술 또 물어뜯었어요? 피났네. 그러지 말라니깐. 여튼 다 됐다. (그 말에 네가 손을 내리고 눈을 뜨자 떨리는 마음으로 너를 바라봤어. 팔찌와 반지를 보더니 이게 다 뭐냐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보기에 제 손을 펼쳐 반지를 보여줬지.) 저하가 커플팔찌 하고 싶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거 생각나서 사왔습니다. 반지는... 정국이 내 거라는 증표. 둘 다 비싼 건 아니지만 혼자 끙끙대며 고민하다 사온 것들이니 매일 하고 다니셔야 합니다. 꼭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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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67에게
(어디 다녀왔을 것 같냐 묻더니 갑자기 눈을 감아보라는 너에 눈을 꼭 감아. 뽀시락거리면서 눈을 뜨면 안된다는 너에 알았다 대답을 하고 궁금증이 일어 눈을 뜨고 싶은 마음을 억눌러. 그리고 왼쪽 손목에 느껴지는 팔찌의 느낌. 전에 네게 팔찌 같은 걸 커플로 하고 싶다던 걸 기억한 것 같았어.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라는 듯 오른쪽 손가락에 끼워지는 반지의 감촉에 방긋 입꼬리가 쑤욱 올라갔지. 제 입술이 뜯긴 것에 잔소리를 짧게 하다가 저를 따라 방긋 웃으며 손에 똑같이 끼워진 반지를 보여주는 너에 울컥 감정이 치솟는 느낌이 들었어. 내가 네 거라는 증표. 그 울렁거리는 말에 한참이나 반지를 바라보고 있었어. 반지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일까 싶어서 제 눈치를 보는 널 알아채고 너에게 시선을 돌려 머리를 쓰다듬어줬지.) 마음에 안 들리가 있겠느냐. 매일 하고 다니겠다. 잘 때도 하고 씻을 때만 빼고 있어야겠구나. (팔찌와 반지를 연신 눈에 담고 손으로 매만지다가 네게 팔을 벌려.) 이리 오거라. (기다렸다는 듯 제 품에 안기는 네 어깨에 얼굴을 묻고 숨이 깊이 들이마셨어. 전정국에게 사랑받고 싶으면 이렇게 행동하라고 누가 알려주는 것 마냥 행동하는 네가 사랑스러웠지. 어쩜 이런 생각을 다 했을까.) 우리 결혼 반지도 실반지로 해야겠구나. 그래야 이것까지 두 개 다 끼고 다닐 수 있지 않느냐. 은이든 금이든 다이아든 맘대로 하거라. (결혼식이요? 하고 놀라는 네 등을 토닥이며 고개를 끄덕였지. 너를 품에서 떼어내고 얼굴을 마주하며 되려 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어.) 나랑 같이 천년만년 살아주는 것이 아니었더냐. 어찌 결혼이란 말에 그리 놀란단 말이냐. 당연히 둘이 같이 살려면 결혼을 해야하는 것을. (중전이고 아들이고. 중전은 몰라도 아들은 소중하지만 그런 아들조차도 너에 비할 바는 아니었어. 그리고 너를 평생 데리고 살면서 결혼도 안 올리고 싶지는 않았고. 뭐가 문제냐는 듯 널 바라보다 괜히 찢어진 입술만 혀로 핥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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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도 줬겠다 이제 슬슬 끝내도 될 것 같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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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72
글쓴이에게
(네게 폭 안겨 품에 고개를 묻고 있었어. 그러다 나온 결혼 반지 얘기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너를 올려다봤지. 그러자 의아한 눈으로 자기랑 오래도록 살아줄 게 아니었냐며 결혼을 해야 한다는 말에 말을 버벅였지) 아니, 그, 그래도... 저하는, 중전을... (머릿속이 복잡했어. 네가 왕위에 오르지 않겠다는 소린가. 아니면 뭐지. 왕위에 오르면 중전을 맞고 아들을 낳아야 할 텐데. 혼란스러운 눈으로 너를 보니 중전도 맞지 않을 것이고 저와 결혼식을 올릴 거라는 말에 그제야 아, 하고 멍하니 너를 바라봤지. 눈만 꿈뻑이며 너를 보고 있자니 네가 싫냐며 장난스레 물어오자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네 품에 얼굴을 묻었어.) 싫, 싫긴요. 저야 당연히 좋죠. 마마아... 진짜 중전 안 맞으실 겁니까. 저는 괜찮... 지는 않지만 그래두... (제 말에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으며 중전을 맞지 않고 저와 살 것이라며 말에 못을 박자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면서도 좋아서 날아갈 것만 같았어.) 너무, 너무 좋습니다. 행복합니다. 그리고, 결혼 반지를 맞추면 이 반지는 빼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냥 악세사리샵에 파는 싸구려 반지인데... (금, 은, 다이아 얘기를 꺼내며 원하는 반지를 맞추자는 너의 말이 떠올라 괜히 제 손을 숨겼어. 딱히 의미를 두는 것은 아니고 너와 나의 커플 아이템이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팔찌를 고른 가게에서 싼 것을 짝을 맞춰 고른 것 뿐인데. 그런데 너는 저와 생각이 다른지 이 반지를 왜 빼냐며 평생 끼고 다닐 것이라고 하자 네 어깨에 얼굴을 부비다 고개를 들어 네 입술에 쪽, 쪽 하고 입을 맞췄지.) 사랑합니다. 사랑해요. (자세를 고쳐 앉았지. 늘 그러던 것과 같이 네 허리에 다리를 감고 네게 몸을 붙여 안겼어. 네 볼을 양손으로 쥐고 눈을 한참동안 마주보다가 네 입술을 살짝 머금고 웅얼거렸어.) 정구가- 태형이 뽀뽀. (제 말이 신호탄이라도 되듯 말이 끝나자마자 저를 꼭 감싸안고 입을 맞춰오는 너였어. 그런 네가 귀여워 웃으니 금세 제 입술 사이를 가르고 네 혀가 입안으로 들어와 제 혀를 찾았지. 뒤로 밀릴 정도로 격하게 입을 맞춰오는 탓에 입을 맞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금세 입가가 타액으로 번들거렸어. 눈을 꼭 감고 네 혀를 받아주다가 더는 안 되겠는지 네 혀를 살짝 깨물었지. 제 행동에 네가 바로 입술을 떼자 제 입가를 손등으로 훔치고 네 입가도 닦아줬어.)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침으로 범벅 된 거 봐. 이거 누가 이랬어요? (내가. 하는 대답과 함께 다시 입술을 부딪혀오자 이번엔 쉽게 입술을 열어주지 않았어. 제 입술을 핥아대는 네 혀에도 꿋꿋하게 입술을 닫고 너와 입만 맞추다가 네가 끄응- 하는 앓는 소리를 내자 그제서야 입을 살짝 벌려. 제 볼을 잡고 한참 혀를 섞는 데에만 집중해 방안에 야릇한 소리가 울려퍼지는 것도 모르고 눈을 감고 있다가 제가 숨이 찬 걸 알아차린 네가 입술을 떼고 저를 품으로 안으며 머리를 쓰다듬자 네 가슴팍을 아프지 않게 때려) 허락도 안 했는데 맨날 키스하고. 키스 귀신이야 전정국. 입술 붓겠어.

/그러게요ㅋㅋ 슬슬 끝내도 될 거 같아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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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72에게
(중전을 죽을 때까지 안 들이기는 힘들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너와 결혼을 하고 너와 둘이 살고 너를 제일 소중하게 여길 거라는 건 100% 진심이었어. 반지가 갑자기 부끄러워진 건지 손을 숨기며 제 어깨에 얼굴을 부비고 입을 맞추는 너에 부드럽게 웃었지. 전혀 부끄럽지 않은데.) 나도 사랑한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사랑해. (연달아 사랑한다 고백하곤 네가 내 위로 올라앉아오자 네 허리를 꼭 안았어. 제 아랫입술을 쫍쫍대고 빨다가 정구가, 태형이 뽀뽀- 하고 어눌한 발음으로 말을 하는 네가 사무치게 귀여워서 키득거리며 쪽쪽 입술에 뽀뽀를 하기도 하고 입술만 움직여서 가벼운 키스를 하기도 했어. 그러다 입술 새로 들리는 네 웃음소리에 고개를 꺾어 더 깊게 입을 맞추며 이번엔 혀를 투입시켰지. 달달한 네 입 안에 흥분을 감출 수가 없어서 저도 모르게 조금 과격한 입맞춤이 되어버렸어. 뒤로 밀리는 너를 단단히 붙들고 키스를 이어가는데 네가 혀를 아프지 않게 깨물어오자 별 수 없이 뒤로 물러났지. 입가를 닦아주며 누가 이랬어요? 하고 아이를 달래듯 하는 너에 픽 한쪽 입꼬리만 끌어올려 웃었어.) 내가. (당당하게 말하곤 다시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데 어쩐 일인지 입술을 열어주지 않는 너에 아까의 상남자 같던 기세는 다 사라지고 강아지처럼 끙끙 앓을 수밖에 없었어. 그런 모습을 기다렸다는 듯 네가 옅게 미소지으며 입을 열자 다시 욕구를 활활 불태우며 혀를 옭아맸어. 말캉한 것을 물고 빨다가 이쯤이면 네가 숨이 찰 것 같아서 쪽 아쉬운 입술을 떼. 제 어깨에 기대오며 키스 귀신이라며 가슴팍을 때리는 너에 헤실 웃으며 얌전히 그 손길을 받아줬지.) 허락을 안 했다니 너무하구나. 먼저 입술을 댄 것은 네가 아니냐. 입술이 또 부으면 어때. 예쁘기만 하구나. 뭐, 마음에 안 든다면 다음부턴 안 하겠다. (그런 뜻은 아니라며 네가 웅얼대자 다시 쪽쪽 얼굴 곳곳에 입을 맞추곤 네 등을 쓸어내렸어.) 사랑해서 그런 것이니 너무 미워하진 말거라. 아, 결혼하면 더 많이 해줘야한다는 거 잊지 말고. (놀란 표정을 짓는 너에게 아무렇지 않게 어깨를 으쓱이곤 쪽 네 입술에 입을 맞추며 널 올려다봐.) 사랑해, 태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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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여기서 끝내도 되고 탄소가 잇고 끝나도 될 것 같아요! 아무튼 수고했어요! 거의 한 달을 했네ㅋㅋㅋ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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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75
글쓴이에게
ㅠㅠ끕.. 전정국 너무 다정하구ㅜ여... 한 달동안 너무 재밌었어요ㅋㅋㅋㅋㅋㅋ 쓰니 댓글 달릴 때마다 엄청 설렜다!
다음에 오면 또 할 거예요 또
언제 올 거예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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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75에게
다음엔 츤데레공으로 와볼까...(자신없음) 아무튼 재밌고 설렜다니 정말정말 다행이에요 허허
다음에...음...언제 올까나 아직 상황 안 끝난 탄들도 있고 이제 다음주면 개...강...개같ㅇ...(말잇못
3월 중반쯤? 잘 모르겠어요 미안ㅠㅠ올 때 댓 달아줄까요? 늦게 와도 되는데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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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76
글쓴이에게
ㅋㅋㅋㅋㅋ아 귀여워
개강... 말만 들어도 갑자기 뒷골이 땡기는 기분

3월 중반이요? (울먹
그럼 지금부터 3주를 못하는 거예요? 내가 쓰니랑 그렇게 오래 안 본 적이 엄ㅅ는데! 올 때 댓 달아줘요ㅠㅠㅠㅠ 보고 싶었다고 찡찡댈 거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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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76에게
ㄱ, 그거보다 더 일찍 올 수도 있어요...! 아무튼 올 때 댓 달아줄테니까 그때까지 잘 있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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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76에게
탄아 나 왔어요^ㅁ^!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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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13
글쓴이에게
헐 나 오늘 개강파티라ㅠㅠㅠㅠ 이따 달아도 돼요? 좌표 좀 줘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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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13에게
http://www.instiz.net/name_enter?no=32373310&page=1&category=17&
나는 수요일에 하는데! 잘 갔다가 달아줘용^*^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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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17
글쓴이에게
ㅠㅠㅠㅠㅠㅠㅠㅠㅠ왜 사라져써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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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17에게
http://www.instiz.net/name_enter?no=32388283&page=1&category=17

글이 이동 돼써ㅠㅠㅜ다시 썼어여!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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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20
글쓴이에게
왜... 왜 자꾸... 이동시키는 거야ㅑ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빴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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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84
(제게 조금도 시선을 주지 않고 입을 여는 네 모습에 제가 예상했던대로이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속상하기만 한, 네가 금방 낫는다고 하긴 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선생님이 들어와 어쩔 수 없이 책을 펴고 수업을 듣긴 하지만 옆에 앉은 네가 신경 쓰여 집중이 되질 않는, 이제부터 공부를 하기로 마음이라도 먹은 건지 저보다도 수업에 집중한 듯한 네 모습에 너는 제가 없어도 어떤 의미로든 잘 살겠다는 생각이 스치는, 쉬는 시간이 되어 덜한 노트 필기를 하고 있는데 들려오는 말에 입술을 꾹 깨무는, 애써 못 들은 척 하며 저도 모르게 멈추었던 손을 다시 놀려 필기를 하다 아무래도 너와 조금 더 얘기를 해보아야할 것 같아 펜을 놓는, 돌아본 네가 책상에 엎드려있자 강당에서도 잤다고 해놓고 또 엎드리는 걸 보니 피곤한 모양이라고 생각한 뒤 네 머리칼을 쓰다듬고 싶은 걸 참고 필기를 마저 하는, 곧 시끄럽게 뒷문이 열리고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는데 어딘가 낯이 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와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리며 곰곰이 생각하는, 저번 주 쯤에 저희 반에 찾아와 몇몇 아이들에게 돈을 잔뜩 빼앗아가고 저에게는 담배 심부름을 시켰던 무리인 것을 기억해내고는 이번에도 제가 타깃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아까처럼 손이 떨려오는, 애써 쳐다보지 않은 척 문제집에 시선을 고정하지만 불안감에 그마저도 이리저리 흐트러지고 마는, 자는 척이라도 해볼까 생각하지만 이미 너무 늦은 것 같아 속으로 간절히 빌기만 하는데 다행히 제가 있는 쪽과는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실을 완전히 벗어나기 전까지는 긴장을 놓을 수 없어 버릇처럼 입술을 잘근거리는, 교실 문이 열렸다 다시 닫히자 그제야 허리를 펴고 앉는, 금세 차가워진 손에 주먹을 쥐었다 펴며 손을 녹여보지만 좀처럼 따뜻해지지 않는, 왜 항상 이렇게 눈치를 보고 겁을 먹은 채 지내야하는 건지 억울하기도 하고 마음 편히 잠이라도 잘 수 있는 네가 부러워지는, 그럴수록 더 크게 느껴지는 너와의 차이에 한숨을 푹 내쉬고는 책을 펴 수업 준비를 하는, 한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른 채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치자 너를 힐끔 돌아보는, 깨워야하나 말아야하나 잠시 고민하다 뒷문을 열고 들어오는 네 친구들의 목소리에 네 쪽을 향하던 손을 거두는, 날이 조금 풀렸다니에 어제보다 얇게 입고 온 외투 때문인지 몸이 으슬으슬 추운 것 같아 양 팔을 감싸고 몸을 움츠리는, 딱히 밥을 같이 먹을만한 친구도 없었기에 점심을 거르고 잠이나 자야겠다고 생각하며 얼른 네 친구들이 너를 깨워 데리고 나가기를 기다리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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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한참을 누워있자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된 건지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려서 부스스 눈을 떴어. 너와 같이 있는 상황이 어느새 어색해져버렸기에 그저 자는 척이라도 하려고 한 거였는데 잠이 들어버린 것 같았지. 나를 깨우며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하는 친구들의 손길에 몸을 일으켜 앉으면서 손을 내저었어.) 안 먹을래. 생각 없어. (왜 그러냐며 제 팔을 붙잡고 같이 가자고 애교를 부리는 여자애를 떼어냈지. 아직도 내 옆에 있는 널 흘끔 봤다가 다시 고개를 저었어. 너한테 나 이렇게 밥도 안 먹고 계속 말도 안 들을 거라고 시위하듯 하려는 마음이 어느정도 있었기에 너를 바라본 거였어.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아파하는 날 보며 네가 걱정해주고 그런 너를 내가 품에 안아줄 수 있는. 그런 드라마같은 상황을 떠올렸지. 그러는 와중에도 넌 왜 밥을 먹으러 가지 않은 건지 걱정이 됐지만. 정말 안 갈거냐는 친구들의 물음에 억지로 그들을 먼저 보내놓곤 잠시 앞만 바라보며 앉아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어. 내가 굶어도 넌 굶게 할 수 없었지. 친구들이 없어보이는 너는 밥을 먹으려해도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았어. 맘 같아선 내가 같이 가주는 건데... 속으로 중얼거리고는 교실을 나서 매점으로 향했지. 별 생각 없이 제가 제일 좋아하는 단팥과 크림이 같이 든 빵과 바나나우유를 두 개씩 사서 교실로 올라오다가 교실 문 앞에서야 생각났어. 전에 내가 네게 사줬던 빵의 종류와 우유의 종류가 똑같았기 때문이지.) 지금이라도 가서 바꿔올까. (조용히 중얼거리다가 네가 기억하겠냐 싶어 문을 열고 들어가 네 자리에 빵과 우유 하나씩을 놓아뒀어. 네가 뭐냐는 듯 바라봤지만 말없이 우유에 빨대를 꽂아주곤 다시 교실 밖으로 몸을 돌렸지) 그거 먹어. 밥 안 먹는다고 버티지 말고.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그렇게 말하곤 네가 불편해할까 싶어 자리를 옮기기로 했어. 어디서 먹을까. 아이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거의 다 비어져있는 교실들을 둘러보며 복도를 돌아다녔지. 안 먹으면 어떡하지. 그래도 먹어줬음 좋겠는데. 네가 날 싫다고 한 건 절대 아니었어. 그치만 내 맘이 부담스러운 것 같다고도 했고 아직 그만큼의 사랑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한 네 말에서 전처럼 대하기가 어려웠지. 조금이라도 다가가면 네가 부담스러워할까봐. 네가 날 좋아한다고 했는데도 그랬어. 아마 나도 이렇게 많이 사람을 좋아해본 적이 없어서 서투르게 대하는 거겠지. 너도, 나도 답답해서 한숨을 푹 내쉬고 그저 걸으며 빵 봉지를 뜯었어. 서로 좋아하는 걸 아는데도 멀어지는 느낌인데 둘 중 누구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어물대는 꼴이, 금방이라도 더더더 멀어져서 서로 아는 척도 안 하게 될 것 같았지. 그냥 무시하고 바로 말 걸어버릴까. 아까도 나도 모르게 만두라고 부를 뻔 했는데. 그냥 그렇게 불러버릴 걸 그랬나. 그럼 이렇게 각자 빵을 먹을 필요도 없는데. 머리가 어지러워서 빵과 함께 씹어삼켜버리고 싶었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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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91
어어. 미안해요. 내가 불러놓고 내가 답을 안 달았네ㅠㅠ 알림이 겹쳐서 못 봤어요ㅠㅠ 저녁 먹고 오느라 더 늦었다ㅠㅠ 탄소는 저녁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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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예상대로 너를 꺠우는 친구들에도 네가 생각 없다며 손을 내젓자 네가 가고 나면 조금은 편하게 있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꼭 그럴 것 같지도 않아 몰래 입술을 깨물었다 놓는, 어차피 네가 밥을 먹으러 간다고 해서 마음이 편해질 것도 아니었던지라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제가 밥을 거를 때에는 화를 내기까지 했던 네가 왜 밥을 먹지 않겠다고 하는건지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걱정이 되는, 네 친구들이 나가고 난 후 네게 무어라 말을 걸어보려다 네 반응이 어떨지 몰라 조금 두려운 마음에 망설이는 사이 네가 밖으로 나가버리자 입을 꾹 다무는, 이럴 거면 왜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으러 가지 않은건지 저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괜히 헷갈리게 하는 것 같아서 네가 조금은 원망스러워, 곧 다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에 너를 힐끔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자 급히 시선을 피하는, 바스락거리며 제 책상 위에 놓여지는 빵과 우유를 가만히 바라보다 네가 다시 나가고 난 후에야 포장만 괜히 만지작거리는, 네가 다시 돌아온 후에 빵과 우유가 그대로 있는 것을 알면 왜 먹지 않았냐고 할 네가 뻔히 보이지만 딱히 배가 고프지는 않았기에 빵을 책상 서랍 속에 넣어두고 우유팩을 뜯어 벌컥벌컥 들이키고는 책상 위에 엎드리는, 너를 찾으러 나가볼까 하는 생각이 잠시 머릿속을 스치지만 네가 어디에 있는지도 짐작이 가지 않고 혹시 너를 마주치게 된다고 해도 친구들과 있을 것 같아 말을 꺼내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주머니 속에 든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점심시간이 점점 지나가자 밥을 다 먹은 반 아이들이 돌아롤 것 같아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는 조심스레 핸드폰을 꺼내 잘게 떨리는 손으로 네게 카톡을 보내는)

어디야?

10년 전
대표 사진
글쓴탄소
저녁 청국장에 말아먹었어요 헤헤 짱맛 탄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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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야할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제 친구들은 보기 싫어서 아무도 안 오는 곳으로 발을 옮겨. 수업이 없는지 4층의 영어교실은 아무도 없이 휑하니 비어있었지. 애초에 4층엔 가사실이며 영어교실이며 특활 교실이 많아 학생들이 이동수업이 아니면 거의 쓰지 않았지만. 교실에 대층 자리를 하나 꿰차고 앉아 빵을 먹고 우유를 쪽쪽 빨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리는 것에 심드렁하게 천천히 핸드폰을 꺼내. 어차피 담배나 피자며 어디냐는 친구의 물음일 줄 알고 그렇게 했지만 이내 보이는 '김만두♡' 라고 떠있는 저장명에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곤 우유를 책상에 내려놔. 어디냐는 네 톡을 가만히 바라보다 최대한 덤덤히 답을 보냈지)

4층
영어교실

(빵은 먹었을까. 우유는 먹었을까. 금세 밀려오는 네 걱정에 입술만 물어뜯는데 곧 있자니 터벅터벅 들리는 발소리에 움찔하곤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너일까. 너일 거라는 확신에 찬 생각에 주먹을 꽉 쥐며 네가 오길 기다리다가 네가 곧 문턱에 서서 나를 바라보자 성큼성큼 다가가 너를 내려다보기만 하다가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쥐었어) ...빵. 먹었어? (왜 이렇게 오랜만에 잡는 것 같지. 왜 이렇게 오랜만에 말을 하는 것 같지. 네게 뱉어진 말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라서 다시 입술을 뜯다가 고개를 푹 숙였어. 어찌됐건 너와 이렇게 손을 잡고 얼굴을 맞댄 채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도 좋았으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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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02
나도 먹었어요. 뭐 먹었더라... 아침 먹고 오는 길이에요ㅋㅋ 나 딱 태형시쯤에 자러 간 것 같은데 아깝다ㅠㅠ 조금만 더 있다 갈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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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답장이 오지 않을까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핸드폰을 책상 위에 올려둔 채 양손은 옷깃을 꼭 쥐고 있어. 그냥 읽고 무시해버리면 어쩌나, 네가 무슨 상관이냐며 차갑게 말을 하면 어쩌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마침 그 때 핸드폰이 울리고 액정에 뜬 네 이름과 영어교실이라는 글자만 보고 무작정 일어서 걸음을 옮겨. 방금 전까지는 답장이 오지 않으면 수업시간에 네 얼굴을 어떻게 봐야할까, 수업을 들으러 오지도 않을까 두려웠는데 지금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아. 어떻게든 널 보긴 봐야겠다는 생각 뿐이야. 네가 말한 영어교실 앞에 서서 문에 작게 난 창문으로 네 모습을 이미 발견했는데 차마 안으로 들어설 용기가 나지 않아. 다행히 네가 먼저 다가와 손을 잡아오자 그 손마저 제 손보다 훨씬 따뜻한 것이 느껴져. 손을 빼내지도, 맞잡지도 않고 가만히 둔 채로 네 말에 대답하기위해 머리를 굴려. 빵을 먹었다고 할까, 먹지 않았다고 하면 네가 걱정할까, 먹었다고 했다가 책상 속에 숨겨둔 빵을 보면 네가 화를 낼까. 그러다 문득 시선을 들어 너를 봤는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네 모습이 보여. 습관처럼 아랫입술을 잘근거리다 잡힌 반대쪽 손으로 네 볼을 조심스레 감싸 들어올려. 혹시라도 손이 차가울까봐 몰래 몇 번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고 난 후에. 그제야 똑바로 마주한 시선에 저도 모르게 심장이 뛰는 것도 잠시 무엇이 겁나는지 오히려 제가 먼저 시선을 피해. 빵을 먹었다는 뜻으로 두어번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입술을 떼고 말해.) ...고마워. (무엇이 고맙다는건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 말은 내뱉었어. 빵을 사다준 게 고맙다는건지, 어디냐는 제 물음에 답을 해 준 것이 고맙다는건지, 아니면 이렇게 다시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게 고맙다는건지.) ...추워. (이것 역시 별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야. 뒤에 네 이름도 덧붙일까 생각해봤지만 몇 시간 사이에 그게 낯설어진건지 입 속에서만 굴러다닐 뿐 입 밖으로 튀어나오질 않아. 이렇게 하면 네가 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안아주기라도 할 것처럼, 어린아이가 투정부리듯 말을 내뱉었지만 차마 네 시선을 못 마주치고 아까 전 너와 같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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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02에게
ㅋㅋㅋ난 이제 점심 먹으려구요! 탄소도 밥 잘 챙겨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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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도 아니고 손가락을 잡았는데도 가만히 있는 네 모습에 시무룩할 새도 없이 내 볼을 감싸올리는 네 모습에조심스럽게 너와 눈을 맞춰. 시선을 피하기에 다시 눈을 마주치려다 들리는 고맙단 소리에 베실 웃었지. 뭣 때문에 고맙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분은 좋았어.) 응. (고맙다는 네 말에 대답하곤 헤헤 웃다가 네가 춥다며 고개를 숙이자 어쩔 줄 몰라서 우선 네 손가락을 잡은 손부터 떼어냈어. 마이만 입고 온 너에 제가 걸치고 있던 패딩을 벗어주려는데 지퍼를 내리자 네가 고개를 들고 그게 아니라는 듯 조금 마음에 안 드는 표정을 짓는 거야. 이게 아닌가 싶어서 당황한 표정으로 너를 보다가 너를 품으로 당겼지. 네가 순순히 안겨오자 아, 이거였구나 하며 방긋 웃고는 너를 더 꽉 끌어안았어. 패딩을 당겨 네 등을 덮어주려 애를 쓰고는 네 어깻죽지에 쪽 입을 맞췄지) 만두야. (내가 그렇게 부르는 소리에 네가 움찔하자 네 머리칼에 볼을 부비곤 등을 토닥였어) 모르는 척 하는 것도 힘들다. 빨리 마음 준비하고 익숙해져줘. 응? 재촉하면 안 되는 거 아는데 나 너무 힘들어. 보고 있어도 사랑한다고 말도 못하고. (안 하려고 했지만 네가 내 품으로 들어오니 자꾸 투정을 부리고 싶어져서 칭얼거렸어. 콧 속으로 들어오는 네 체향이나 온기가 좋아서 네 몸이 으스러져라 꽉 끌어안았지. 그러다가도 제가 너무 투덜거린 건 아는지 민망하게 웃으며 널 품에서 떼어냈지.) 왜 이렇게 춥게 입고 왔어, 그니까. 패딩은 어쩌고. (걱정된다는 듯 말하고는 네 손을 어루만지다가 끄응- 하고 잠시 앓는 소리를 내더니 에라 모르겠다 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어) 어차피 말 나온 김에 말할래. 참았는데, 앞으로도 참을 건데...딱 한 번만. (네 볼에 쪽 입 맞추고 웃어버려) 사랑해. (그러고는 이제야 속이 풀렸는지 술 먹은 다음날 해장국을 마신 아저씨처럼 크하- 하며 개운한 소리를 내고는 널 데리고 밖으로 이끌어) 이제 가자. 점심시간 끝나겠다. 다음 시간 뭐더라. 수학?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데. (한참 종알거리다가도 계단을 내려갈 즈음에는 네 손을 놓은 뒤 어깨를 으쓱여) 지금만 이런 거야. 반에 가면 부담스럽지 않게 할게. 아까는 너무 딱딱하게 굴어서 되려 어색했는데...이번엔 조금 유순하게 해서...노력할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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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05
글쓴이에게
응응, 난 조금 전에 먹고 들어왔어요. 배부르다. 점심 맛있게 먹고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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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퍼를 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보자 패딩을 벗어 제게 주려는 듯한 네 행동에 역시 아직은 아닌가 싶어 입술을 살짝 물었다 놓으며 다시 고개를 숙여. 그제야 저를 품으로 끌어당기는 네 모습에 한걸음 다가가 너와의 거리를 좁혀. 패딩 사이로 드러난 네 교복 마이 끝을 조심스레 잡고는 가만히 안긴 채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자 포근한 온기에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아. 만두야, 하고 저를 부르는 소리에 잠시 널 바라보다 다시 시선을 떨구고 네 말에 귀를 기울여. 네 말에 안심이 되는 것도 잠시 네게 미안한 마음이 더 커져 무슨 말을 할까 입술만 달싹여. 제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 품에서 떼어내 다시 눈이 마주치고 걱정스런 네 말과 따뜻한 손에 옅게나마 입꼬리를 올려. 곧 네가 조금은 예전처럼 돌아온 모습으로 저를 이끌고 교실을 나서자 별다른 대답은 않지만 네 손을 살짝 맞잡아. 교실이 가까워오자 자연스레 손을 놓는 네 모습에 왠지 모르게 서운함까지 느껴져. 아무 말도 않고 있는 건 자신인데 말이야. 너와 더 얘기를 하다 들어가고 싶지만 네 말대로 점심시간이 끝날 때가 다 되어서 어떡해야할지 잘 모르겠어. 교실 뒷문 앞에서 우뚝 걸음을 멈추고 입술을 달싹여. 하고싶은 말은 많은데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할지 모르겠어. 어느새 수업 종이 친 것인지 아이들이 하나 둘 교실 안으로 들어가고 조용해진 복도에 둘만 서 있어. 왜 들어가지 않냐는 듯 저를 바라보는 네 시선에 아랫입술을 잘근거리다 느리게 입을 떼.) 좋아... 아니, 그... 나도 사랑해. (바보처럼 더듬거리기까지 하며 겨우 말을 내뱉었어. 반으로 도망치듯 들어가버릴까 생각하다 별다른 말이 없는 너를 조심스레 올려다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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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05에게
(네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얼이 빠져 눈만 깜빡였어. 기분이 최고조로 높이 올라갔지. 좋아한다도 아니고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것도 물론 기분이 좋은 일이었지만 네게 애정표현을 듣고 네가 도망치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너무 좋았어. 부끄러워서 도망치는 일이 허다했던 네가 사랑한다고 말을 하곤 가만히 제 앞에 서서 눈을 마주보고 있으니까 정말 네게서 애정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대로 널 품에 안아버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 거야. 괜히 주먹을 쥐었다 폈다 반복하며 그 마음을 참아내다가 어차피 복도에 아무도 없겠다 싶어 쪽 네 입술에 입을 맞춰) 내가 더. (그렇게 말하곤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갔어. 아까보단 풀어진 분위기로 나란히 앉아서 수업을 들었지. 그래. 좀만 기다리자, 라고 생각을 하는 순간 그럼 오늘 야자는 그렇다치고 이번주에 데이트를 해도 되는 건가 싶어. 너도 나한테 사랑한다고 했으니까, 데이트는 괜찮지 않을까. 혼자 심각하게 턱을 괴고 고민하다가 네게 당장 묻고 싶어서 공책 귀퉁이에 조그맣게 글을 썼어)
우리 이번주 주말에 데이트 하기로 한 거 있잖아. 해? 너 별로면 하지 말고. 궁금해서 물어보려고.
(그냥 하자고 하면 되지 뭐하러 이런 거 물어보냐며 우물거리는 남자라고 하면 어떡하지. 속으로 별의별 상상을 다 하면서도 공책을 슬쩍 네게 밀어 글을 보여줘. 데이트 한다고 하면 어디 갈까나. 뭘 입지. 아까는 네가 안 한다고 하면 어떡하지? 하고 고민했으면서 네게 글을 보여주자 왠지 할 삘이라 싱글벙글 웃으며 머릿속으로 옷장을 뒤져. 청바지에 니트입고 코트 걸칠까. 목도리는 빨간색으로...영화관가서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산책도 해야지. 아니면 근처 지역에 눈꽃 축제 같은 거 하니까 거기로 놀러갈까. 좀이따 핸드폰으로 찾아봐야지. 너한테도 어디 가고 싶냐고 물어볼까. 공책에 귀여운 사자를 그리며 데이트에 벌써부터 들떠있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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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07
글쓴이에게
(몇 글자 되지도 않는 말을 왜 더듬었을까 하며 제 자신을 자책하고 있는데 네가 입을 맞추자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는 고개를 떨군 채 작게 웃어. 그러는 사이 네가 먼저 교실로 들어가자 천천히 따라 들어가 네 옆에 앉아 수업을 들어. 지루하긴 하지만 아까보다는 훨씬 편한 마음으로 앉아있는데 제 쪽으로 내밀어지는 공책과 조금은 삐뚤빼둘하지만 정성스레 적혀진 글씨에 너를 힐끔 바라보고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웃음기가 가득한 네 얼굴에 저도 따라 픽 웃어버려. 저도 무어라 적어넣으려는데 수업이 끝나는 종이 치자 너를 돌아봐. 그리고는 어차피 너밖에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말하면서도 굳이 확인하고 싶은지 네 이름을 불러.) 저기... 정국아. 너 괜찮으면 해. 아니, 하자. 할래. (이번에도 역시 우물거리며 말을 내뱉었어. 그래도 왠지 모르게 자꾸만 웃음이 새어나와. 제게 부끄러워 하지 말고 투정도 부리고 싫은 게 있으면 말하라는 네 말이 생각나 덥석 책상 위에 올려진 네 손을 잡아. 그러고는 작게 덧붙여.) ...나 손 시려워. 네 손 따뜻하길래. (잡아도 되냐고 물어보려다 맞잡아오는 네 손이 느껴져 그저 픽 웃고 말아. 아까부터 왜 이렇게 아이처럼 투덜대기만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 말없이 그걸 다 받아주는 네가 그저 좋을 뿐이야. 잡은 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만지작거리며 한참을 멀뚱멀뚱 바라보다 입을 열어.) 야자 할래? 집에 일찍 가고싶으면 안 해도 되는데... 했으면 좋겠어서. 끝나고 하고싶은 말도 있고... (시선은 책상 위에 고정한 채로 들릴듯말듯 작게 덧붙여. 사실 하고싶은 말이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핑계라고 생각해 낸거야. 하고싶은 말이야 지금 해도 되고, 쉬는 시간에 해도 되고, 저녁을 먹고 해도 되고, 집에 가서 전화로 해도 되는거지만 더 오래 보고싶은 마음도 있고 이렇게 말하면 네가 들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있어. 마음 같아선 너를 꼭 끌어안고 그렇게 고팠던 네 온기를 느끼고 싶지만 교실 안이라 너도, 나도 난감해질 것을 알기에 손을 잡는 것으로 만족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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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07에게
(한참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수업이 끝나서 들리는 종소리에 네가 답을 썼나 안 썼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공책을 들여다봐. 아무 것도 안 쓰여있는 것에 고개를 갸웃하는데 네가 정국아, 하고 부르는 목소리에 바로 네게 시선을 돌렸지. 동그랗게 눈을 뜨고 바라보자니 데이트를 할 거라는 네 말에 방긋 웃어버렸어) 응. 하자. (손이 시렵다며 손을 잡아오는 네가 많이 마음을 열어주고 표현하려 노력하는 것 같아 별 말 않고 네 손을 꽉 잡아줬어. 하루동안 서로 닿지 않은 것도 아니고 고작 1교시부터 4교시까지 냉전 비슷한 상태였을 뿐인데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제 손을 어루만지는 네가 귀여웠어. 물론 나도 고작 그 시간동안 너한테 다가가지 못해서 안달이었지만. 네 손이 정말 차가워서 두 손으로 꼭 잡고 녹여주는데 네가 또 입을 열자 다정하게 바라보며 말을 들어줘. 야자 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그렇지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여. 무슨 말일까, 하고 괜히 불안하기도 했지만.) 무슨 말일진 모르겠는데, 아무튼 알았어. 나도 이제 너랑 이렇게 손도 잡을 수 있고 많이 풀렸으니까 같이 있는 게 더 좋기도 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듯 우물쭈물 말을 꺼낸 너와 다르게 시원시원하게 대답하곤 네 손을 잡은 채로 조용히 말해) 그럼 나 이제 어디까지 해도 돼? 막 좋아한다고 말하고 그래도 돼? 손 잡는 것까진 되는 거야? (조잘거리며 네게 물어보곤 다른 손을 뻗어 혼자 톡 튀어나와있는 네 머리칼 하나를 정리해줘. 그것마저도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흐흐 웃어버리는데 앞 자리 녀석들이 장난치다가 밀렸는지 네 책상을 퍽 치는 거야. 크게 들썩이며 서랍 안에 있던 교과서가 조금 밀려나올 정도였기에 팍 인상을 구기고 당황하는 녀석들에게 낮게 목소리를 깔며 말해) 야, 장난치는 건 좋은데 다른 사람한테 피해 줘도 되냐? 저기 나가서 놀든가. 짜증나게. (제 말에 네게 사과하는 녀석들을 무시하곤 네 서랍 안에 교과서를 다시 넣어주는데 보이는 빵봉지에 잔뜩 인상을 찌푸리곤 그것을 집어들어. 역시나 내가 네게 줬던 것이기에 분노를 삭히며 네 앞에서 빵 봉지를 흔들어보여) 먹었다며. (네가 안절부절 못하자 한숨을 깊게 내뱉곤 화가 난다기보단 이제 심통이 나서 입술을 비죽이며 빵을 제 가방에 던져넣어) 내가 먹을 거야. 됐어. 먹지 마. 걱정돼서 사다준 건데...너 먹으라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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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09
글쓴이에게
(어렵지 않게 알겠다고 대답해주는 네가 좋아 또 비식 웃음이 새어나와. 이제 다시 전처럼 너와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놓이는데 네가 제게 물어오자 우물거리며 말을 해.) 어? 아... 다 괜찮은데. 너 하고싶은 거 다 해도 되는데... 네가 매번 말 걸어주고, 손 잡아주고, 안아주고... 그게 갑자기 사라지니까 너무 허전했어. 그거 좋아. 그러니까 다 해 줘. 그걸 왜 나한테 허락 받아. 나도 좋은데. (쑥쓰러운 듯 네 손이 닿았다 떨어진 머리카락을 괜히 매만지는데 아이들이 책상을 퍽 소리나게 치자 몸에 부딪혀 작게 앓는 소리를 내. 일부러 그런 것 같지는 않았기에, 일부러 그랬다고 해도 별다른 말은 못 했겠지만, 그냥 넘어가려는데 네가 인상을 구기며 짜증스런 목소리로 말하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눈치만 살펴. 괜찮다며 다시 네 손을 잡으려는데 튀어나온 빵 봉지를 네가 잡아채 제 앞에 들이밀자 할 말을 잃고 멍해져. 다시 잡아들려고 손을 뻗었지만 이미 빵 봉지는 네 가방 안으로 들어가고 난 후야. 너와 이제 정말 얼굴 붉힐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또 실수를 해버린 자신이 원망스러워. 벌써 울상이 된 얼굴이지만 애써 너와 눈을 맞추려고 하며 말을 꺼내.) 어, 그거... 미안. 미안해. 너 기분 상하게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진짜 미안해. 혼자 먹기 싫어서... 너 나간 것도 나 때문인 것 같은데 어디 있는지 걱정도 되고... 그래서 입맛도 없고... 미안해. 예전부터 맨날 굶지 말라고 했는데. 네가 그거 싫어하는 거 알면서도 또 실수 했어. 화 많이 난거야? 이제 안 그럴게. 그치만 나도 너 걱정된 건 마찬가진데... 그래도 우유는 마셨어. 잘했지? (분위기를 풀어보려 살짝 웃다가 이내 다시 입꼬리를 잡아내리고는 손바닥을 맞대고 느리게 부비며 사과하는 모양새를 취해.) 미안해. 지금이라도 먹을까? 같이 먹자. 너 그거 좋아하잖아. ...싫어? (어떻게 해야 네 기분이 풀어질지 이것저것 생각해보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중얼거려.) 화 났어도 손은 잡아주지. 잡고싶은데. 잡으면 안 돼? (그새 아까만큼 차가워진 손으로 손장난을 치며 네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들어 다시 너와 눈을 맞춰. 조금 삐둘어진 넥타이를 바로 해 주고는 옅게 웃어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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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잘 먹고 왔나 모르겠어요. 저녁도 꼭 챙겨 먹어요. 난 곧 먹을 것 같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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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09에게
(제가 토라져 말도 제대로 않자 허둥대며 울상을 짓는 네가 더듬거리는 것을 가만히 들어. 조금 심통이 났다 뿐이었는데 거기다 네가 내 화를 풀어주려 어쩔 줄 몰라하자 금세 화났던게 사르르 녹아내려서 픽 웃어버려. 그래도 손은 잡아주지 그러냐며 종알대던 네가 넥타이를 바로잡아주고 옅게 웃자 손을 뻗어 바로 잡아채. 그리곤 토라진 표정이 여실히 드러나는 얼굴로 말하지) 화난 거 아니야. 그냥 조금...삐진 거지. 난 너 걱정돼서 먹으라고 사준 건데 네가 안 먹으니까. 내가 사준 건데 먹기 싫었구나 하니까. 그럴 수도 있는 건데 괜히 삐진 거야. 그래도 네가 미안하다고도 해주고...막 손 잡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으니까. 그거 귀엽고 고마워서 푸는 거야. 네가 손 잡아달라고 먼저 말하니까 진짜 좋다. (방긋 웃고는 곧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수업이 시작하자 소곤대) 빵은 좀이따 먹자. 배는 안 고파? (네 걱정을 해주다 소리없이 몰래 네 손등에 입술을 대고 있다가 네가 뭐하냐며 손을 비틀자 헤실 웃어버려. 좋아서, 하고 덧붙이고는 담임 선생님의 시간이었기에 선생님이 수업을 하다말고 야자 할 사람들 손 좀 들어보라고 하자 너와 함께 손을 들어. 웬일로 네가 야자를 하냐고 묻자 널 바라보다 어깨를 으쓱여) 그냥. 공부해서 누구랑 같은 대학가려고요. (누구랑 연애하냐며 묻는 선생님의 짓궂은 질문에도 제가 반에서 좀 무섭게 했더니 아이들이 장난도 못 치고 입만 가려운지 입술을 들썩거려.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 선생님이 누군지 고맙다고 인사라도 하고 싶다는 말에 네 이름을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아. 곧 주제가 바뀌고 소란스러운 교실 안에서 네게 소곤거려) 들었지? 너 이제 우리 부모님한테도 저 소리 듣겠다. 나 개과천선 시켰다고. 우리 집에 나중에 놀러와. 내가 엄마한테 미리 말해놓을게. 우리 부모님 있을 때 놀러오면 맛있는 거 많이 해주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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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랑 김밥 먹었어요! 탄소는 밥 먹었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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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16
글쓴이에게
응, 먹었어요. 맛있게. 엄청 많이. 챙겨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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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 싫어서 그런 거 아니라니까. 너 걱정돼서 배도 안 고팠어. 정말이야. (제 손을 맞잡아오는 온기에 그제야 표정을 풀고 웃으며 덧붙여. 선생님이 들어오셨는데도 그저 좋은 듯 웃기만 해. 손등에 입술을 대자 따뜻하면서도 간질거리는 느낌에 몸을 살짝 움츠렸다 펴.) 아니, 별로 안 고파. 우유 먹어서 괜찮아. (반 아이들과 선생님까지 다 있는 곳에서 저를 누구, 라고 칭하며 말하는 것에 시선이 제 쪽으로 쏠리는 느낌이 들어. 처음 느껴보는 낯선 관심에 시선을 애꿎은 교과서에만 고정한 채 네 옆구리를 아프지 않게 쿡 찔러.) 그게 뭐야. 왜 나 때문이야. 꼭 나 아니었어도 나중에라도 마음 먹었을 수 있잖아. 정말 놀러가도 돼? 괜히 민폐만 끼치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다음에 꼭 갈게. (잡은 손을 책상 밑으로 내려 수업 중에도 조심스레 계속 놓지 않은 채로 있어. 그 덕에 필기하는 것이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마냥 좋은 듯 보여. 곧 수업이 끝나고 다시 쉬는 시간이 되어 네가 가방 속에 있던 빵을 꺼내자 뺏어들고 포장을 뜯더니 크게 떼어 네 손에 쥐어줘.) 너 이 빵 되게 좋아하나봐. 저번에도 이거 사줬잖아. 나 다 기억하고 있어. 다음에 혹시 너 아침 안 먹고 오거나 그러면 이거 사다줘야겠다. 너도 안 먹으면 혼나. 너 걱정돼서 사 온 거니까 꼭 먹어야 해. 알겠지? (시끄러운 교실 탓에 네게만 들릴 목소리로 조근조근 말해. 하지만 아까보다는 정말 네가 많이 편해진건지, 그렇게 행동하려고 노력하는건지 하고싶은 말은 뺴먹지 않고 다 하는 중이야. 사람을 이렇게 대해 본 적이 얼마만인지도 잘 모르겠어. 지금까지 제게 다가오는 친절은 다 그 속에 숨어진 나쁜 의도가 있었기에 너도 혹시 그런 것은 아닐까 의심했던 자신이 후회가 돼. 네 진심을 몰라주었던 게 미안한 마음도 커. 괜히 빵을 먹고 있는 너를 뚫어져라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자 입모양만 움직여 말해.) 고마워. 많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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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16에게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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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나 너 아니었으면 대학 안 가려고 했는데? (그게 왜 나 때문이냐며 옆구리를 푹 찌르는 네 손을 잡아채고 장난스레 웃어보여. 수업 중에도 계속 손을 잡고 있는 것에 싱글벙글 웃으며 수업을 들어. 네게 오른손을 잡힌 터라 필기는 못했지만 똑똑한 네 머리와 정갈하게 쓰인 네 공책을 보면 되겠다는 생각에 깊게 고민하지 않아버렸지. 곧 수업이 끝나고 네게 빵을 먹여야겠다는 생각에 빵을 꺼내들었더니 휙하니 뺏어가서 반절을 떼 내게 쥐여주는 것에 인상을 찌푸려. 난 먹었다고 하며 너 다 먹으라고 하고 싶었는데 내가 이걸 좋아한다는 걸 기억하고 있다는 네 말에 바보처럼 한순간에 표정을 푸르고 헤헤 웃어버려) 정말? 난 기억 안 하는 줄 알았어. (기쁜 마음에 네가 쥐여준 빵을 크게 한 입 베어물어. 어쨌든 역시 이 빵이 제일 맛있다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우물거리는데 네가 입모양으로 뭐라하자 유심히 입술을 들여다보며 뭐라 하는지 알려고 해. 고맙단 말. 용케 알아듣곤 나도 입모양으로 말했지) 나도 고마워. (네가 방긋 웃자 얼른 빵을 먹으라 손짓하곤 저도 손에 들려있던 빵을 입에 우겨넣어 꿀꺽 삼키곤 다시 네 손을 깍지껴 잡아와) 만두야. 나 오늘 담배 한 개피밖에 안 폈다? 잘했지. 나 피고 싶었는데 계속 참았어. 그래서 말인데 좀이따 저녁 먹고는 펴도 돼요? 나 식후땡하고 싶은데. 응? (빵을 우물거리는 네 입가에 크림이 묻자 아무렇지 않게 다정한 손길로 닦아 제 입에 넣어 쪽 빨고는 네 대답을 기다려) 네가 안 된다고 하면...다른 때 한 개피만 더. 응? 이건 되지? (어느새 금단현상이라도 일어난 건지 손이 달달 떨려와서 당황스러움에 싹 네게 잡힌 손을 빼내고 허벅지에 문질러 닦아) 이, 이게 갑자기... (어색하게 웃으며 꽉 주먹을 쥐어 떨림현상을 참아내려 노력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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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24
글쓴이에게
잘 잤어요?ㅠㅠ 방금 들어왔어요. 아침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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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응, 엄청 잘했어. (사실 얼마나 많이 줄인건지는 감이 잘 오지 않지만 그저 네 머리를 쓰다듬어. 저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주는 네가 너무 고마울뿐이야. 제 입가에 묻은 크림을 아무렇지 않게 닦아내는 네 모습에 쑥쓰러운지 괜히 네 손이 다녀간 입가만 만지작거려. 그 때 잡힌 손이 떨려오는 게 느껴져 놀란 눈으로 널 바라봐. 너도 꽤나 당황스러운지 얼버무리며 손을 숨기려하는 모습에 잠시 고민하다 네 쪽으로 손바닥을 펴 보여. 네가 뭐냐는 듯 바라보자 손을 이리 달라는 듯 손바닥을 두어번 흔들어. 네가 망설이는건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허벅지에 놓여진 네 손을 끌어와 주먹 쥔 손을 펴고는 양 손으로 감싸 쥐어. 아직 잘게 떨리는 것이 느껴지긴 하지만 천천히 토닥거리며 네게 웃어보여.) 괜찮아. 아직 하루밖에 안 지났잖아. 이게 당연한건데, 뭘. 피워도 돼. 그걸 왜 허락 맡아. 말했잖아. 너 믿는다고. 나 속이려고 안 하고 나 때문에 이렇게 노력해주는 것만 봐도 엄청 고마운데? (여전히 주먹을 쥔 네 반대쪽 손까지 끌어와 양손을 잡고는 작게 흔들거려. 네게 괜찮다는 듯 웃어보이다 곧 다시 수업이 시작하자 손을 어떻게 해야할지 망설여. 제 왼손을 네 쪽으로 내밀며 말해.) 잡아. 얼른. 놓으면 혼나. 필기 못 한다고 수업 안 들어도 안 돼. 알겠지? 내가 손 시려워서 잡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놓으려고 하지마. (네 오른손을 맞잡고는 그 위로 네 왼손까지 덮어 두어번 토닥거리고는 필기를 시작해. 꽤 힘들어보이는데도 억지로 참고있는 네가 고마워. 내일부터는 동생들 먹으라고 사 둔 사탕을 한주먹씩 챙겨다녀야겠다고 생각해. 그거 먹으면 좀 낫다고들 하던데.)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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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24에게
(손을 달라는 네 의도를 알면서도 모른 척한 것이 무색하게 네가 손을 감싸주자 효과가 있는 것인지 떨림이 줄어드는 것에 네 손을 더욱 꽉 잡아.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네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고개를 내젓고 대답해) 네 말은 나도 알겠는데, 그래도 좀 그래. 네가 담배 싫어하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고...뭔가 너한테 허락맡아야될 것 같달까. (헤실 웃어버리곤 다시 수업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치자 네 손을 슬그머니 놓고 앞을 보며 앉아. 그치만 내 옆으로 손을 내밀며 놓으면 혼난다고 하는 너에 마지못해 손을 꽉 잡았지. 깍지를 껴서 사이사이 맞물리는 손가락이 기분 좋았어. 필기를 하진 못했지만 왼손으로 열심히 밑줄을 그어가며 수업을 듣곤 석식을 먹을 시간이었지만 안 쓰던 머리를 공부하는데 조금 썼더니 두통이 몰려와서 수업 시간이 끝나자마자 퍽하고 머리에서 아픈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책상에 엎어져버려. 네가 왜 그랬냐며 걱정하는 말투로 뒤통수를 문지르자 한숨을 폭 쉬었지) 나 멍청해서 너무 힘들어. 오랜만에 공부했더니 진짜 토나올 것 같다...넌 이런거 어떻게 매일 하냐. 성적 좋은 새끼들이 제일 신기해... (존경한다는 듯 너를 바라보곤 네 손을 잡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어. 어차피 제 일진 친구들은 야자를 안 하는 놈들이라 석식은 안 먹을 것이었고 너나 나나 같이 먹을 친구도 없으니 같이 가서 급식이나 먹을 생각이었지. 아직 석식 급식비는 내지 않았지만 조금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았어. 반에 배가 별로 안 고프다며 엎어져있는 여자애를 바라보고 쟤 대신 먹는 거라고 합리화를 시킨 후 너와 함께 급식실로 향했지. 길게 늘어져있는 줄 맨 뒤에 서서는 까치발을 들고 앞을 기웃거리다 네가 가만히 있으라며 옷을 잡아당기자 쪽 허공에 뽀뽀하는 행동을 취하곤 네가 당황해도 좋다고 웃어버려) 답답하다, 줄 서니까. 새치기하고 싶은데 안 된다고 할 거지? (당연한 것 아니냐는 네 표정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다가 제가 너와 밥 먹는 것이 신기한 장면이었는지 어느새 제 뒤에도 늘어선 아이들과 앞에 선 아이들이 가자미 눈을 하고 작게 속닥거리자 인상을 팍 써) 씨'발. 뭐. 그만 봐, 쳐맞기 싫으면. 뭐 이렇게 입을 나불거려. (위협적으로 말을 내뱉곤 괜히 실내화로 땅을 툭툭 차지. 나 때문에 너도 욕을 먹는 것 같아 기분이 안 좋았어.) ...야. 우리 그냥 밥 따로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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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도 먹고 저녁도 먹고 술도 먹고^^...오늘 친구가 군대간대서 놀다와서 늦었어요ㅠㅁㅠ탄이 자겠다...나도 이제 탄소들 댓글 다 달아주고 자야지ㅎ내일 봐요 탄아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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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31
글쓴이에게
그렇구나ㅠㅠ 군대라니ㅠㅠ 우리 애들도 언젠간... 에휴... 아무튼 잘 놀다 왔으면 됐어요. 잘 자고 천천히 이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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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수업이 모두 끝나고 드디어 석식 시간이야. 네가 석식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을 알기에 또 같이 빵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해. 네게 정말 야자를 할 생각이냐고 물어보려는데 쿵 하고 책상 위로 엎드리는 네 모습에 놀라 조심스레 네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말해.) 아, 깜짝이야. 뭐야. 왜 그랬어. 아프잖아. 소리 엄청 크게 났는데. (네가 얼굴을 들자 네 이마를 살살 문지르다 너를 따라 일어서. 어디로 가는지 고개를 갸웃하다 어느새 도착한 급식실에 너를 돌아봐.) 너 신청 안 했잖아. 같이 빵 먹어도 되는데... (머리를 긁적이다 새치기를 하겠다는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너를 바라봐. 사실 저도 급식을 먹는 것이 꽤 오랜만이었던지라 기웃거리며 이리저리 둘러봐. 주변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저에 관한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 그런데 네가 인상을 쓰며 험한 말을 내뱉자 무슨 일이 있었나 그제야 뒤를 돌아봐. 네 손목을 잡고 흔들며 왜 그러냐고 너를 달래려는데 문득 낮아진 목소리로 말하는 네 모습에 손목을 쥐고 있던 손을 놓아버리고 시선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우물쭈물 입술만 달싹여.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 것이 오랜만이라 기분이 좋았는데, 그 상대방이 너라는 사실에 더 좋아졌던 기분이 순식간에 바닥으로 치닫는 느낌이야. 저와 밥을 먹는 것이 창피해서 하는 말인지, 아니면 하기 싫은 야자를 저 때문에 억지로 해서 밥맛도 없어진 건지 도무지 감이 오질 않아.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저도 모르게 표정이 시무룩해지고 아랫입술을 잘근거리고 있었나봐. 어느새 꽤 벌어진 앞 사람과의 거리에 얼른 붙어 서고는 네게 말해.) ...왜? 쟤네가 뭐라고 했어? 아니면... 나랑 먹는 거 창피해? 너도 그렇지? ...너 불편하면 그냥 따로 먹자. 너 먼저 여기서 먹어. 내가 다시 줄 설게. 그럼 괜찮아? 야자도 하는데 밥 안 먹으면 힘들어. 너라도 먹어. (말을 마치고는 뒤를 힐긋 돌아보는데 이미 줄이 잔뜩 늘어서 끝이 잘 보이지도 않아. 몰래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너를 돌아보며 옅게 웃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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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31에게
(나는 욕을 먹어도 상관이 없었지만 네가 욕을 먹어도 되는 건 아니었어. 게다가 그 이유가 나 때문이라면 더더욱. 네가 왜 나 때문에 욕을 먹어야하는 건지. 그게 미안하고 싫어서 따로 먹자고 한 건데 저랑 먹는게 창피하냐며 제가 다시 줄을 서겠다는 네 말에 네가 단단히 오해를 했구나 싶었지. 옅게 웃으며 뒤로 가려는 네 손목을 꽉 잡고 다시 앞 사람과 거리를 붙어서며 도리도리 고개를 저어) 창피하지도 않고 불편하지도 않아. 너도 그렇냐니. 그런 말이 어디있어. 내가 널 왜 창피해해. 하나도 안 그래. 그런 거 아니고...쟤네가 뭐라고 한 건 맞아. 네가 나랑 요즘 붙어다니니까 내가 너 물들였다고, 김태형도 이제 똑같은 놈이라면서 욕하잖아. 너도 담배 피우는 거 아니냐고 그러고 우리 둘이 막 더럽게 붙어먹는 사이 아니냐고 그러고. 물론 우리가 사귀는 건 맞지만 그런 의미는 아니잖아. 나랑 안 놀때는 너 전혀 그런 소리 안 들었는데 나랑 있으니까 네가 괜히 욕 먹는 것 같아서 그랬어. 교실에서는 짝꿍이니까 그렇다쳐도 급식실까지 같이 있는 건 드문 일이니까. 네가 나처럼 괜찮다고 할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좀 그래서. 미안해서 그랬어. 너랑 있는 거 부끄러워서 그런 거 아니니까 오해하진 마. (그러곤 꼬물거리며 손을 움직여 잡은 손을 깍지로 끼곤 네게 너무 투정을 부린 것 같아 다시 방긋 웃어버려) 미안. 내가 너무 주절댔다. 네가 괜찮다고만 하면 밥 같이 먹을래. 난 너만 있으면 되니까, 애들이 욕해도 상관없어. 같이 먹어주라. (밥을 같이 먹어달라며 네게 부탁하듯 말하고는 급식실 안으로 들어가 식판과 수저를 꺼내 네게 쥐여주며 다시 사과해) 미안해, 만두야. 아까 너 기분 나빴지. 너 기분 안 좋을때 입술 막 뜯잖아. 그거 하지 말라니까 계속 그러고...너무 아프게 물지 마. 상처나면 혼나. 알았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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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36
글쓴이에게
인티가 왜 이렇게 아픈지 모르겠어요 나만 그런가ㅠㅠ 쪽지함도 안 열리고 503 만 계속 뜨고... 겨우 왔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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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에 일부러 제가 기분이 상할까봐 그렇게 말해주는 건지, 그게 네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떻든 간에 기분이 좋아져 다시 입꼬리를 올리고는 밥을 같이 먹자는 말에 당여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소독을 한 지 얼마 안 된 건지 따뜻한 수저와 식판을 받아드는데 또 미안하고 말하는 너에 네 입꼬리를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떼.) 뭐가 미안해. 별로 기분 안 나빴어. 아... 그거... 어떻게 알았지. 그냥 습관이야. 고치려고 해도 잘 안 고쳐져서 그래. 그리고 너 떄문에 기분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 네가 나랑 밥 먹기 싫다고 할까봐 좀 불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랬어. 근데 이제 괜찮아. 네가 그런 의도로 말 한 거 아니라며. 알겠어. 이제 안 물게. 나도 모르게 물면 말 해. 나도 고쳐야겠다. (급식실 안이 시끄러운 탓에 네게만 들릴 정도로 말하고는 줄을 서서 급식을 받아. 빈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다 앞서 앉는 네 맞은 편으로 가 앉아. 저녁을 거르는 일이 많아서 그런지 별로 배가 고프다는 생각을 안 했었는데 음식이 코 앞에 있고 함께 먹을 사람도 있어서 입맛이 나는 것도 같아.) 잘 먹겠습니다.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짧게 인사하고는 수저를 들어. 젓가락으로 밥을 조금 집어 입으로 가져가다 너와 눈이 마주치자 잘못한 것도 없는데 급히 시선을 피해. 교실에서 짝으로 앉을 때는 네 옆모습을 더 많이 봤는데 이렇게 마주앉아 있으니 기분이 조금 다른 것도 같아. 옆에 앉은 아이들처럼 무어라 얘기라도 하면서 먹어야 하는 건가 싶지만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잘 모르겠어. 아닌 척 하면서도 힐긋힐긋 저희를 쳐다보는 시선이 조금 신경 쓰이기도 해. 말 없이 밥을 떠먹다 네게 조심스레 물어.) 맛있어? 점심이랑 별로 다른 건 없긴한데... 그래도 너 오늘 밥 처음 먹는 거잖아. 많이 먹어. 이러니까 내가 뭐 맛있는 거라도 사주는 것 같다. (실없는 소리를 내뱉고는 쑥쓰러운지 더워서 그런 건지 약간 붉어진 볼을 한 채 급식을 마저 먹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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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36에게
인티가 자주 아프네...나도 그랬었어요ㅠㅠ아 그리고 이거 상황은 첫키스 하고 끝내는 게 나을 것 같아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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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거 말고 뽀뽀해도 돼? (네가 입술을 또 물면 말하라고 하자 짓궂게 받아치고는 자리를 찾아 앉자 당연스레 앞자리에 앉는 너를 빤히 바라보다 이 상황이 그저 좋아서 싱글벙글 웃음을 띄우고 수저를 집어들어. 잘 먹겠습니다, 하고 인사하는 네가 예의발라보이기도 하고 귀여워서 계속 바라보고만 있자니 눈이 마주쳐. 뭐가 또 부끄러운건지 시선을 피해버리는 너에 어깨를 으쓱이고 마저 밥을 먹어.) 앞으로 보니까 기분 이상하다. (응? 하고 네가 되물었지만 그저 웃음으로 답하곤 국을 떠먹어. 맛있냐며 겨우 말을 찾아 먼저 입을 연 네 붉은 볼을 눈에 담으며 고개를 끄덕여) 나 저녁 학교에서 처음 먹어봐. 점심이랑 비슷하긴 한데 괜찮네. 우리 학교는 밥이 잘 나와서 좋은 것 같아. 너도 많이 먹어. 잘 먹으니까 보기 좋다. 내 이상형이 편식 안 하고 잘 먹는 사람이거든. 우리 만두는 거기에도 맞아들어가네. (흐뭇하게 웃음짓고는 다시 복스럽게 밥을 먹기 시작해. 좀이따 담배도 피울 수 있다는 사실에 콧노래까지 부를 수 있을 것 같았어. 주변에서 수군대면 매섭게 째려봐주기를 반복하며 겨우 밥을 다 먹곤 너와 손을 잡고 급식실을 나와. 겨울이라 해가 짧아서 벌써 밖은 엄청 어두웠고 아이들은 춥다고 다 반으로 달려가거나 급식실에서 떠들며 밥을 먹는 아이들로 나뉘어서 밖엔 사람이 거의 없었어. 너를 데리고 제 친구들과 담배피는 곳으로 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어.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는 네 표정이 가로등에 비쳐 희미하게 보이는 것에 입에 물었던 담배를 손에 빼놓고 다른 손으로 네 볼을 잡아 쪽 입술에 입 맞춘뒤 다시 담배를 물고 불을 붙여. 네게서 멀찍이 떨어지고 네게도 손짓하며) 저기 가있어. 냄새난다. (두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물고 쭉 들이마셨다가 담배를 빼며 후- 연기도 내뱉어. 처음엔 겉멋으로 선배들에게 배웠던 것이 이제는 안 피면 손이 떨릴 정도라니. 얼른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뼈저리게 들어. 우리 만두랑 키스하려면 또 얼른 끊어야지. 짧아진 꽁초를 바닥에 비벼 끄고는 들키지 않게 구석탱이에 있는 틈에 꽁초를 집어넣고는 네게 다가가. 담배냄새 때문에 아직 네게 가까이 붙어있긴 싫어서 조금 거리를 두고 걸으며) 야자 때 자면 어떡하지. 벌써부터 공부하기 싫어 죽겠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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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43
글쓴이에게
오늘은 좀 괜찮은 것도 같아요ㅠㅠ 응응, 그래요. 그럼 야자 끝나고 할까요.ㅋㅋㅋ 아니면 며칠 더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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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만두라고 부르지 마. 아니, 싫은 건 아닌데 그냥 좀... 꼭 엄청 어린 아기 된 것 같아. 아, 모르겠다. 그냥 너 좋으면 그렇게 부르던지. (네 말에 쑥스러운 듯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다시 밥을 떠먹기 시작해. 곧 식판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오자 겨울이긴 한 건지 꽤 찬바람에 잠시 몸을 움츠려. 너를 따라 학교 건물 뒤쪽으로 가자 왠지 모르게 으슥한 분위기에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려. 네가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은 네가 밖에 나갔다 온 후 네 몸에서 나는 담배 냄새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지만 담배를 집어 든 네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 신기한 듯 너를 바라봐. 담배를 피우기 전 문득 입을 맞추는 네 행동에 옅게 웃다가도 입 끝에 살짝 맴도는 담배 냄새에 괜히 마른 입술을 축여. 네가 제게서 멀리 떨어져 서서 담배를 피우자 그동안 딱히 할 일이 없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발끝으로 바닥만 툭툭 찰뿐이야. 네가 담배를 다 태운 건지 제 쪽으로 다가오자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빼고 널 따라 걸어. 조금 떨어져 섰는데도 느껴지는 담배 냄새에 몰래 고개를 숙인 채 인상을 찌푸리다가도 떨어져 선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자꾸만 네 쪽으로 다가가.) 야자가 원래 그렇지. 자도 별로 뭐라고 안 해. 나도 가끔 하기 싫으면 그냥 자는데.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고 있으면 너무 시간 낭비하는 것 같아서. 차라리 잠이라도 자려고. (멋쩍게 헤헤, 웃으며 말을 내뱉고는 교실로 천천히 올라가. 아직도 석식을 먹고 있는지 조금은 한산한 교실에 털썩 자리에 앉아 잠시 책상 위에 엎드려. 눈을 질끈 감았다 떠보기도 하고, 손을 꼼지락거려 볼을 꼬집어 보기도 해. 너와 같이 밥을 먹었다는 사실이 아직은 꿈만 같아. 네가 다시 친구들에게 다녀오겠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보지만 네 친구들은 야자를 하지 않기에 이 시간쯤이면 학교에 있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 혹시 학교 밖에서 네가 왜 나오지 않나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금 걱정이야. 네게 물어볼까 하다 양치를 아직 하지 않은 것을 깨닫고는 자리에서 일어서. 앉은 채 저를 올려다보는 네 모습에 입을 작게 움직여 사물함 쪽을 가리키며 말해.) 어? 아, 양치하려고. 너도 칫솔 있지? 하러... 가자. 근데 따뜻한 물 잘 안 나와서 엄청 춥겠다. 그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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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43에게
담배 끊으면 하려고 했는데...흠...내가 못이기고 먼저 깔짝대다가 네가 확 해버려도 좋겠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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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으면 그렇게 부르랬으니까 부른다? 난 이거 엄청 좋아. 만두. 귀엽잖아. 그래도 너 부끄러워할까봐 애들 있는데서는 잘 안 부르는 편이야. 나 잘했지? (잘했냐며 키득대고는 밖으로 나가 담배를 태워. 담배를 다 태우고 교실로 가는데 네가 내 의도를 모르는 건지, 이미 충분히 담배냄새가 날 텐데도 자꾸만 쫑알대며 내 쪽으로 다가오는 것에 슬쩍 손으로 널 밀어내. 네가 울상을 지었던 것도 같지만 모른 척 웃어버리곤 네 말에 대꾸하기만해) 아, 자도 되는 구나. 나 그럼 자야지. 아니다. 네 얼굴도 좀 보고 공부도 좀 하고 그래야겠다. (멋쩍게 웃는 네게 뭐 어떠냐는 듯 괜찮다는 의미로 등을 두드려주곤 교실로 올라가. 한참 부산스럽게 움직이더니 이를 닦는다는 말에 저도 사물함에서 양치도구를 꺼내) 낮엔 그래도 좀 따뜻한 물 나오던데 저녁엔 별로야? 안 그래도 날 추운데 너무하네.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 받으면 안 되나? (물은 역시 너무도 차가웠어. 입 안이 언다는 말이 뭔지 알 것 같았지. 어찌나 차가운지 입에 물을 머금고 있는게 힘들 정도였어. 겨우겨우 양치를 마치고 왔는데 아직까지 교실에 아이들은 없었지. 오늘따라 다 집에 갔나. 의아하게 중얼거리는 너와 달리 난 그저 좋았어. 너랑 단 둘이 있을 수 있단 거잖아. 헤실헤실 웃으며 자리에 앉아 손가락으로 볼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지. 우리가 사귀기 전에 내가 했던 것 그대로.) 야, 뽀뽀. (네 표정이 오묘하게 변하는 걸 보며 푸핫 웃음을 터뜨렸어.) 네가 이거 싫다고 울먹이고 그랬었는데. 차라리 괴롭히고 때리라고. 어유, 내가 이 예쁜 걸 어떻게 때려. (네 볼을 잡아당기며 귀엽다는 듯 우쭈쭈- 했다가 쪽쪽 입술에 두 번 입 맞추곤) 이젠 뽀뽀해줄 거지? (그렇게 물어봐놓고 제가 다 뽀뽀할 참인지 아이들이 없다는 것을 이용해 교실에서 쪽쪽거리는 소리가 다 나도록 입을 맞춰왔어. 어쩜 입술이 이렇게 맛있지. 이렇게 말랑거리지. 온갖 생각을 다 하며 네 턱에도 입을 맞췄지.) 나 진짜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우리 만두랑 다른 대학 떨어지면 진짜 죽고 싶을 것 같아. 만두야. 이상형이 뭐야? 나 거기에 딱 맞출래. 다른 놈이 나타났는데 그 놈이 네 이상형에 적합하면 네가 홀랑 넘어갈 수도 있잖아. 그니까 내가 못 넘어가게 다 맞춰서 꽉 잡아둘래. 말만 해. 내가 담배도 끊는데 그것도 못하겠냐. 형 믿지? (장난스럽게 키득거리면서도 진짜 말해보라는 듯 눈을 빛내며 널 바라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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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49
글쓴이에게
응, 담배 끊고 나서 해도 되구요. 음... 다 좋은데... 일단 더 해봅시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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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물에 손과 입이 깨질 듯 시려오지만 그마저도 너와 함께여서 조금은 나은 것 같아. 교실로 돌아오자 아까보다 더 조용한 듯한 느낌에 네가 아이들을 밖으로 쫓아버린 건 아닌가 하는 얼토당토 않은 생각까지 들어. 자리에 앉아 아직 물기가 조금 남은 손을 털어내는데 네가 예전처럼 야, 하고 부르며 제 볼을 가리키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라 우물쭈물 하며 네 눈치만 살펴. 그 모습이 꽤나 웃겼던지 네가 소리내어 웃어버리자 저도 따라 작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여. 볼도 아닌 입에 뽀뽀를 해오는 것에 혹시나 누가 보지는 않을까 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저와는 다르게 네가 또 입을 맞춰오자 간지러운 듯 몸을 살짝 뒤로 빼며 웃어버려. 귓가에 들려오는 쪽쪽 소리가 민망할 정도로 계속해서 입을 맞추다 그제야 끝난건지 네가 입을 떼자 네 이마를 꾹 눌러 밀어내며 너를 밉지 않게 쏘아봐. 이상형이라는 낯선 단어에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다 천천히 입을 떼.) 이상형? 그런 거 생각해 본 적 없는데... 나는 그냥... 착하면 돼. 그거 말고는 없어. (싱겁다며 그게 뭐냐는 듯 바라보는 네 모습에 어깨를 으쓱해 보이다 문득 생각난 듯 덧붙여.) 아, 그리고 술 담배 많이 안 하는 거. 근데 나 정말 별 거 없어. 그리고 다른 대학 가면 뭐 어때. 그래도 계속 보면 되지. 자취하게 되면 같은 아파트 살아도 되고. 그리고 넌 나 말고도 친구 많잖아. 꼭 나 아니어도 대학에서 같이 다닐 사람도 많고. 후배들도 다 너 좋아할 것 같은데. 아니야?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내뱉기는 했지만 말을 하면 할수록 그런 너와는 반대로 대학에 가서도 이렇게 혼자 다녀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조금 기분이 안 좋아. 너처럼 착한 아이가 저를 좋다고 해주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겠지만 아무래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아 작게 한숨을 내쉬어. 그런 제 모습을 네가 알아채기라도 한 건지 걱정 말라며 형만 믿으라는 시덥잖은 소리를 하자 픽 웃어버려. 아직 교실 안에 아이들이 거의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네게 다가가 볼에 짧게 입을 맞추고 떨어져. 네가 또 웃으며 저를 놀릴 것만 같아 얼른 일어서 사물함으로 가. 공부할 것은 모두 가방과 책상 속에 있어 사물함에서는 꺼낼 것이 별로 없지만 괜히 뒤적거리며 시간을 끌어. 이 틈에 다른 아이들이라도 들어오면 좀 나을 것 같은데 왜인지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 볼만 더 붉어지는 것 같아. 제가 갑자기 왜 그런 행동을 한 건지 머리라도 쥐어박고 싶어. 결국 빈 손으로 자리에 돌아와 앉아. 머쓱하게 웃으며 앞머리를 꾹꾹 눌러 내려 눈을 가리려고 애를 써.)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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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49에게
(술, 담배 많이 안 하는 사람?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라 생각하곤 고개를 끄덕여. 자취하면 같이 살아도 된다는 네 말에 벌써 동거할 생각에 얼굴이 활짝 피는데 다시금 나는 같이 다닐 사람도, 날 좋아해줄 사람도 많을 거라고 하면서 자신은 혼자 다녀야할 것 같다는 네 말에 고개를 내저어보여.) 넌 그런 말만 안 하면 돼. 나한테 하는 것처럼 해봐. 아직 나한테도 밝게는 잘 못하지만 그래도 다른 애들 대하는 것보단 나으니까...넌 웃는게 귀여워서 웃기만 해도 애들이 달라붙을텐데. 네가 무표정일 땐 조금 무섭게 생겨서 그래. 그리고 이렇게 잘생겨서. (잘 빠진 네 콧날을 매만지다 네가 쪽 볼에 입을 맞추자 헤벌쭉 웃어. 저도 다시 네게 입을 맞추려는데 네가 사물함으로 가버리자 입술을 뚱하니 내밀고 투덜거려) 또 도망간다. 내가 도망가지 말라고 했잖아. (역시 가져올 것도 없으면서 자리를 피했던 건지 빈손으로 네가 돌아오자 두 손을 꼭 잡고 얼굴을 들이밀어 쪽쪽 입술을 물고 장난치다가 다른 곳에도 입을 맞춰) 사랑해. (낮고 달콤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쪼옥 입술에 뽀뽀를 마지막으로 떨어지곤 네 뒷목을 주무르며 입을 열어) 만두야. 누가 막 이렇게 입 맞추고 사랑한다고 하면 싫어요! 애인있어요! 이래야 돼. 알았지? 우리 만두는 군만두가 아니라 물만두처럼 흐물거려서 걱정이야. 또 뽀뽀했는데 도망치면 안 돼. 귀엽게 튕기는 줄 안단 말이야. 꼭 싫다고 해야돼. 존'나 예쁘고 멋진 애인 있다고 해. 알았지? 너 딴 놈이랑 바람나면 진짜 혼나.다른 건 몰라도 바람은 진짜 안 돼. (단호하게 말하고는 벌써부터 걱정이 산더미라 에휴- 하고 한숨을 내쉬어버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질투를 하면서도 마음은 착잡했어. 너랑 그렇게 오래 갈 생각은 아니었거든. 네가 싫다는 건 절대 아니었고 그저 네가 나한테 얽매여있는 것 같아서 싫었어. 넌 사람 사귀는게 내가 처음인 거잖아. 나같은 양아치 만나서 고생하는데 나중에 커서는 또 얼마나 고생이겠어. 대학가면 돈 많고 잘생기고 착한 놈들이 득실거릴 거고. 또 어떻게 알아. 네가 여자랑 눈 맞을지. 너랑 오래오래 간다면 정말 좋은 일이었지만 네가 놔달라고 하면 굳이 계속 붙잡진 않을 생각이었어. 더 많은 사람도 만나보고 사귀어보고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정착해서 사는게 너한테도 좋은 거겠지 싶어서.) ...너 그래도 나보다 꿀리는 놈 데려오면 안 된다. (그런 놈은 내가 보내주고 자시고 그런 거 없어. 바로 기각이야. 짐짓 단호하게 말했는데 네가 그건 또 뭔 소리냐는 듯 되려 인상을 쓰고 바라보자 헤실 웃어버리곤 손을 내저어) 그냥 못 들은 걸로 해. (마침 아이들이 조금씩 들어오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야자가 시작됐어. 주변을 둘러보다 너를 따라 한국사 책을 펴고 첫줄부터 꼼꼼히 읽어나가기 시작했어. 그러다 집중력이 얼마 가지 않은 건지 금방 너에게 몸을 기울여 소곤거렸지만) 심심할때 뽀뽀해도 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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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63
글쓴이에게
아니, 그래도 창피한 걸 어떡해. 금방 얼굴 빨개질 거 내가 제일 잘 아는데. 아직은 좀 쑥스럽단 말이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작게 웅얼거리듯 말하는 것도 네 입술에 의해 멈춰지고 말아. 이번엔 차마 밀어낼 수도 없게 양 손을 꼭 잡고 입을 맞춰오는 탓에 자꾸만 눈이 마주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터질 지경이야. 제가 뭐가 그렇게 좋다고 이러는 건지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저 대신 너라도 이렇게 표현을 잘 해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 남부럽지 않게 사랑 받는 느낌에 기분은 정말 날아갈 것만 같아. 이러는 와중에 뒷문이 벌컥 열키기라도 하면 깜짝 놀라 고개를 푹 숙여버리겠지만 말이야. 또 만두라고 부르며 이것저것 당부해오는 네 모습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소리내어 웃어버려. 불안해해야 할 쪽은 오히려 나인 것 같은데 말이야. 보내주고 자시고, 하며 네가 의미심장한 말을 하자 무슨 뜻인가 싶어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너를 쳐댜봐. 별 거 아니라는 네 말과는 달리 딱히 좋지 못한 말 같아서 괜히 신경이 쓰여. 더 캐묻고 싶지만 곧 야자가 시작되어 결국 책을 펴고 공부를 하기 시작해. 네 모습을 힐끔 쳐다보니 꽤나 집중해 책을 읽는 모습에 왠지 모르게 뿌듯함까지 느껴져. 곧 제게 속삭여오는 말에 물어볼 것이라도 있나 싶었는데, 네 말을 듣고 나니 웃음만 나와. 뽀뽀 못하고 죽은 귀신이라도 붙었는지, 마지막으로 뽀뽀한 게 10분도 안 지난 것 깥은데 또 뽀뽀 얘기라니. 저도 싫지는 않았기에 그저 어깨만 으쓱해보이고는 아직 몇 장 넘어가지 않은 네 교과서 위에 샤프로 '공부나 해' 라고 쓰고는 그 옆에 작게 하트도 붙여 넣었어. 다시 제 책으로 시선을 옮겨보지만 자꾸만 네가 만두야, 하고 불러오는 목소리 밖에 들리지 않아. 눈을 질끈 감았다 떠 보기도 하고 손바닥으로 양 볼을 아프지 않게 찰싹 때려보기도 해. 결국 딱 5분만 쉬자는 생각으로 책상 위에 팔을 얹고 엎드린 채 네 쪽으로 고개를 돌려 너를 올려다 봐. 처음에는 제 시선도 느껴지지 않는지 책을 들여다보는 너에 분명 기분이 좋아야하는데 왠지 모르게 얄미워. 저는 네가 보고싶어 공부도 제대로 되지 않는데 아까는 심심할 때마다 뽀뽀하겠다는 것처럼 말해놓고 책만 보고 있는 꼴이라니. 평소의 너와 제가 바뀐 것만 같아. 서운해하기도 잠시 마주쳐오는 시선에 그제야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어.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 다들 자습을 하느라 저희에게는 관심이 없는 듯한 모습에 다시 네 쪽을 돌아보고는 입모양만 움직여 말해.) 나 지금 심심한데. 뽀뽀. (마음에 있는 말을 그대로 내뱉긴 했지만 제가 먼저 뽀뽀를 요구할 날이 이렇게나 빨리 올 줄은 몰랐던지 저 스스로도 조금 놀라 멍하니 눈만 깜빡거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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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63에게
(뽀뽀를 해도 되냐 물었더니 어깨만 으쓱해보이는 네 모습에 미간을 좁혀. 저건 해도 된다는 거야 하지 말라는 거야. 그러다 네가 내 교과서 위로 손을 올리자 글을 쓰기 더 편하게 몸을 기울여 자리를 내어줬지. 예쁜 손이 꼬물거리며 글씨를 쓰는 것에 뭘 쓰나 싶어 고개를 비틀어 바라보니 공부나 하라는 글귀에 한숨을 폭 쉬어.) 하트만 붙이면 다냐. (밉지 않게 타박하곤 픽 웃어버린 뒤 다시 책에 집중을 해. 일진 친구들과 놀기 전까지는 공부를 꽤나 해봤었기에 책을 보는게 진절머리 나기도 하지만 그렇게 어렵진 않았어. 소설을 읽듯 천천히 한 줄씩 읽으며 밑줄을 치기도 하고 이해가 안 되면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보고 있는데 문득 옆에서 시선이 느껴져. 공부하느라 저를 신경도 안 쓸 줄 알았더니 빤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네 모습에 눈을 마주치고 헤실 웃어줬지. 그러곤 다시 교과서를 보려는데 조심스레 주위를 둘러보는 네 모습에 할 말이 있구나, 하고 용케 알아들어선 네가 다시 입을 열길 기다렸지. 소리없이 입술만 움직이는 모습에 입술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입을 살짝 벌리기까지 하곤 네가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기 위해 눈을 굴렸어.) 나...지그음... (더듬거리며 네가 하는 말을 소곤소곤 되뇌이다가 뽀뽀라는 말에 아까 손을 잡자는 말에도 놀랐지만 이건 더 놀랄만한 일인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널 바라봐. 네가 말해놓고 왜 그런 표정인지. 내가 한 말도 아닌데 되려 놀란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는 너에 푸핫 웃음이 터져버려서 급하게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어. 어차피 애들은 맨 뒷자리를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고. 놀란 표정의 네 얼굴을 붙잡고 고개를 꺾어 입술에 촉- 하고 소리나지 않게 조심히 입을 맞춰. 애들이 다 있는데도 뽀뽀를 한 건 처음이기도 하고 누가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긴장감보단 누가 있는데도 모르게 하는 긴장감이 더 커서 쿵쾅거리는 심장을 붙든 채 네게서 떨어져) 이제 됐지? (어째 너와 내 입장이 조금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저 어깨를 으쓱해버리고 말아. 네 볼을 살살 쓸어주곤 다시 펜을 집어들었지. 문학이나 역사는 그래도 할만 한데 수학이 조금 걱정이네, 라는 하릴 없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한참 다시 역사에 빠져있다가 수학책을 꺼내들어. 처음 기초문제는 몇 번 읽고 풀며 익혔는데 심화문제는 역시 어려웠어. 손가락을 입에 물고 잘근대며 씹다가 풀리지 않아서 네 팔을 톡톡치며 널 불러.) 태형아, 이건 어떻게 풀어? (책을 내밀고 혀로 입술을 축이며 문제를 짚어주고 몸을 숙여 다시금 문제를 읽어보다 눈을 올려 널 바라봤어. 넌 공부를 잘 하니까 이 정돈 아무것도 아닌 문제일테지만 내게는 너무 어려웠지. 다시금 너와 같은 대학을 가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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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68
글쓴이에게
(제가 한 말에 제가 더 놀라 고개를 내젓다 네게 잘못 말한 거라고 안 해줘도 된다고 하려는데 다가오는 네 얼굴에 눈을 질끈 감았다 떠. 심장이 찌릿거리는 느낌에 으, 하고 작게 앓는 소리를 내다 이제 됐냐는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다시 엎드려. 생각만 해도 마음이 간질거려서 집중이 되질 않아. 분명 5분만 쉬었다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뽀뽀를 하고 나니 네 생각이 더 많이 나는 것 같아. 교과서와 시계를 번갈아보며 집중을 하려고 애써. 겨우 정신을 차리고 한 페이지 쯤 넘겼을까 제 팔을 두드리는 너에 네 쪽으로 고개를 돌려. 무슨 할 말인가 싶었는데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문제집을 들이미는 네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하루 아침에 변한 네 모습이 놀랍지만 그게 저 때문이라는 것은 더욱 믿기지 않아. 애써 표정을 고치고는 네가 가리킨 문제를 꼼꼼히 읽어봐. 그러다 다른 문제들을 한 번 훑어보는데 꽤나 잘 풀어내려간 흔적에 너를 힐끔 바라보았다 다시 제 샤프를 들어. 조용한 교실에 목소리를 내지는 못했지만 차근차근 풀이를 한 줄 씩 적어내려가며 네 표정을 살펴. 네가 대답을 하지 않아 제대로 이해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끝까지 풀이를 했어. 사실 저도 누군가에게 가르쳐보기는 처음이라 뭘 어떻게 해야 쉽게 설명이 되는 건지 잘 모르겠어. 때마침 수업시간이 끝나는 종이 쳐 샤프를 놓고는 너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어.) ...이해 됐어? 내가 원래 풀 때는 나만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게 좀 있어서 잘 이해 안 될 거야. 그치? 어떤 것 같아? 어디 모르겠어? ...근데 너 지금 엄청 예쁘다. 얼굴이 예쁘다는 게 아니라, 아니 얼굴도 잘생겼는데 아무튼. 엄청 예뻐. 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아니, 뭐... 꼭 나 때문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잘 모르겠으면 다시 설명해줄게. 말로 하면 좀 나을거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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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68에게
(문제를 물어보자 웃음이 터진 너에 나도 그냥 베실 웃어보였어. 웃기겠지. 하루아침에 갑자기 이렇게 학구열에 불타올랐으니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었으므로 어깨를 으쓱이곤 네가 샤프를 들어 풀이를 써내려가자 눈으로 열심히 그것을 따라읽어. 저게 저렇게 풀리는 거구나. 가만히 네 샤프가 움직이는 대로 시선만 따라가다가 마침 종이 치고 네가 이해됐냐고 묻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어려운 부분을 짚으려는데 뒤이어 빠르게 이어지는, 엄청 예쁘다는 말에 이건 또 뭔 소린가 싶어 푸스스 웃어버려.) 갑자기 뭐가 예뻐. (얼굴이 아니라며 횡설수설하는 네 말이 너 때문에 이렇게 하지도 않던 공부를 하는 내가 기특하고 예쁘다는 말임을 알아들었어. 책상에 팔을 올려놓고 그 위에 볼을 얹으며 널 올려다봤지. 손에 눌린 볼이 말랑하게 퍼졌어. 그런 나를 내려다보는 네 큰 눈에 베실 웃곤 살짝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봐. 역시 수업이 아니라 야자라서 그런지 돌아다니는 아이들은 없고 잠을 자거나 아직도 공부를 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지. 그 광경에 다시 손에 볼을 얹고 다른 팔을 뻗어 그대로 네 뒷목을 잡아채선 밑으로 당겨. 네가 휙하니 끌려오자 다시 촉- 하고 소리없이 입을 맞춘 후 입술선을 따라 위로 점점 올라와 광대에 마지막으로 뽀뽀하곤 너를 놓아줬지) 너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설명 됐어. 이정도면 괜찮아, 고마워. (방긋 웃어보이곤 다시 몸을 일으켜 네가 풀어준 대로 몇 번 문제를 풀어봐. 풀이를 싹 지우고 다시 풀어봤을 적에도 잘 풀리자 드디어 고개를 끄덕이곤 다음장으로 넘어가려다 쉬는 시간인데도 너무 빡세게 하자니 수업시간과 다르게 집중력이 금방 흐트러져서 네 어깨에 머리를 기대버렸지) 우리 만두가 공부를 너무 잘해서 그거 따라가려니 힘들다. 조금만 잘하면 안 돼? 너 왜 우등생이야? 나 힘들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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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55
글쓴이에게
미안해요ㅠㅠ 일주일 쓰차에다가 설 연휴에다가ㅠㅠ 이래저래 해서 못 왔다ㅠㅠ 너무 오고 싶었어요ㅠㅠ 혹시 새 글로 왔으려나?ㅠㅠ 새 글 있으면 좌표 줘요ㅠㅠㅠ 거기로 갈게요ㅠㅠ 너무 오랜만이어서 까먹은 건 아닐까 모르겠네요ㅠㅠㅠ 연휴는 잘 보냈어요?ㅠㅠ 아픈 데는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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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을 하는지 턱을 괸 채로 저를 가만히 올려다보기만 하다 갑작스레 저를 끌어당겨 입을 맞추는 네 행동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너를 바라봐. 교실 안을 둘러보며 혹시나 누가 보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확인하려다 보고 있던 아이와 눈이 마주치면 더 어쩔 줄을 모를 것 같아 그만둬. 여전히 네 입맞춤은 적응이 되지 않는지 볼을 약간 붉힌 채로 고개를 끄덕여. 저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복습을 하는 듯 다시 샤프를 쥐고 문제를 풀어 나가는 네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가. 한순간 샤프를 탁 놓더니 뿌듯하게 웃어보이는 네 모습에 머리라도 쓰다듬어 줄 심산으로 손을 뻗는데 네가 제 어깨에 먼저 기대오자 잠시 어버버거리다 어정쩡해진 손을 네 뒤통수로 옯겨 천천히 쓰다듬어.) 에이. 나 그렇게 잘하는 것도 아니라니까. 그냥 천천히 해. 아직 시간 많이 남았잖아. 그렇게 힘들어하면서까지 안 해도 되는데. 너 이런 걸로 스트레스 받는 게 더 싫어. 나 때문에 담배도 끊고 공부도 하고... 내가 억지로 너 이것저것 시키는 것 같아서 좀 그렇단 말이야. (교실이 조용한 탓에 네게만 들릴 정도로 속삭이듯 말하고는 다른 아이들의 시선이 조금 신경쓰이긴 하지만 용기를 내어 네 허리를 살짝 끌어안고 어깨에 얼굴을 묻어. 시간이 조금 지나서인지 담배 냄새보다는 네 샴푸 향과 섬유유연제 향이 코를 스쳐와. 기분 좋게 웃으며 눈을 지그시 감아. 제 행동에 네가 조금 놀란 듯 보이지만 별로 개의치 않아.) 좋은 냄새 난다. 정말이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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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55에게
간 줄 알았어요3ㅁ3 새 글 안 왔어요 아직 상황도 없구 탄들이랑 잇고 있어서! 왜 이렇게 많이 울어요ㅋㅋㅋ안 까먹었어요! 나 연휴도 잘 보냈고 아프지도 않고...탄은 잘 보냈어요? 오늘 날이 많이 풀렸던데 그쪽은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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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를 쓰다듬는 네 손길에 나른하게 눈을 감는데 내가 저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게 더 싫다는 네 말에 느릿하게 눈을 뜨고 널 돌아봐. 저와 시선이 마주치자 조금 움찔하는 너에 푸스스 웃어보이다가 곧 네가 뭔가 결심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내 허리를 끌어안아오는 것에 표정이 오묘해져. 결심한 표정 뒤 한 행동이 이거라니. 놀라긴 했는데 네가 너무 귀여워서 참을 수 없었지. 어떻게 행동해야할까. 어쨌든 그래도 날 먼저 안아오는 너는 낯설었기에 움찔대며 어쩔 줄 몰라하다가 가만히 네게 안겨있기를 택해. 좋은 냄새가 난다는 네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지.) 다행이네. (내 허리를 끌어안은 네 손을 겹쳐잡고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다시 야자시간을 알리는 종이 치자 네 손을 토닥이곤 네 품에서 떨어져. 너와 더 안고 싶다고 칭얼거리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다시 펜을 들었지.) 이게 마지막 시간이지? (고개를 끄덕이는 네게 같이 고개를 끄덕여보이고 다시 수학에 집중했어. 아무리 네가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고는 했지만 오히려 너와 다른 대학에 떨어지고 네게 붙어오는, 제가 모르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더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서 다시 공부에 매진했지. 심심할 때 뽀뽀해도 되냐는 제 질문은 제가 까먹어버린 것 같았어. 연습장이 까매지도록 수학을 푸는데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리며 제 친구에게 카톡이 와. 요즘 왜 이렇게 혼자 노냐며 오늘 피시방을 가자는 말. 오늘은 너와 함께 집을 가야되니까...안 된다고 대충 이유를 둘러대 거절한 뒤 너와 데이트가 없는 일요일에 피시방을 가자고 대답했어. 알겠다며 뜬금없이 웬 여자 사진을 보낸 친구의 톡에 의아한 표정으로 사진을 눌러봐. 그러자 딱 뜨는, 요즘 잘 나가는 걸그룹의 예쁜 사진. 오- 하고 소리 없이 탄성을 내지르다가 가만히 사진을 켜두고 멍한 표정으로 제 눈에 들어오는 사진 속 여자를 바라봐. 이 여자보다 네가 더 예쁘고 잘생기고 귀엽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흐, 하고 웃어버렸지. 제대로 콩깍지가 꼈구나. 너는 이런 애 좋아하냐. 내가 좋아하는 애는 훨씬 예쁜데.) 에헴- (제 얼굴이 아님에도 괜히 뿌듯해서 콧대를 높이며 상대를 내리까는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방실 웃어버렸어. 아, 진짜 좋다. 네가 내 것이라는 사실에 자꾸만 가슴이 콩닥거렸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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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68
글쓴이에게
얼른 오고싶었는데ㅠㅠ 다시 보니까 너무 반가워요. 응, 나도 잘 보냈어요. 여기는 오늘 잠깐 비 왔다가 이제 그친 것 같아요. 안 아프니까 다행이다ㅠㅠ 상황 지금까지 왔던 거 다 너무 좋아서 그걸로 다시 와도 전 환영이에요.ㅋㅋ 저녁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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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같이 얘기를 나눌 사람이 딱히 없어서 그저 책상에 코를 박고 문제를 푸는 데에만 집중했기에 쉬는 시간이 이렇게나 짧다는 것을 실감할 일이 없었는데 너를 안고있던 팔을 푸는 것이 너무나도 아쉬웠어. 그래도 마지막 시간이니까, 라는 생각으로 애써 마음을 다잡고는 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했어. 그러던 중 네 쪽에서 위잉, 하고 진동이 울렸어. 뭔가 싶어서 힐긋 바라보는데 낯선 여자의 사진이 보여. 네가 만났던 여자 중 한 명일까. 그러기에는 너무 화려해보였어. 네가 좋아하는 연예인일까. 너는 그런 스타일의 여자를 좋아하는구나. 예전에 사귄 여자친구들은 다 예뻤겠지? 대학 가면 다들 너 좋다고 따라다닐텐데 같은 대학을 가는 게 무슨 소용일까. 그렇게 예쁜 여자들만 좋아하다가 갑자기 내가 왜 눈에 들어온 걸까. 혼자 쓸데없는 생각을 하느라 몇 문제를 더 풀 수 있는 시간을 날려버렸어. 옆을 힐긋 보니 너는 어느새 다시 공부에 집중하고 있는데 제가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고 다시 펜을 쥐어. 하지만 얼마 안 가 야자가 끝나는 종이 쳤어. 너는 나와 같은 대학을 가겠다고 이렇게나 열심인데 저는 네 관심을 받은 이후로 공부에 제대로 집중한 적이 없는 것 같아 괜히 속이 상했어. 천천히 가방을 챙겨 일어서는데 왠지 모르게 시무룩해보이는 제 얼굴을 눈치챈건지 네가 말을 걸어오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 웃어보여.) 너랑 같이 가니까 좋다. 야자 끝나고 혼자 집에 가면 되게 좀... 쓸쓸하다고 해야하나. 아니, 그건 아닌데... (일단 무작정 좋다고 말을 하기는 했는데 막상 말을 내뱉고보니 쑥스러워 이것저것 덧붙여. 말을 할수록 제 의도와는 빗나가는 것 같아 결국 입을 꾹 다물어.) 그냥... 그래서 좋다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고는 가방을 들고 먼저 복도로 나와. 신발을 갈아신고 너와 함께 복도를 걷다 아, 하고는 네게 물어.) 너 지금은 담배 안 피워도 돼? 어차피 버스 오려면 좀 멀었으니까 있다 가도 되는데.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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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68에게
여기도 그쳤다가 다시 오는 것 같네...저녁은 라면 먹었어요 맛남ㅋㅋㅋ탄도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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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같이 가서 좋다고만 해도 되는데 뭔가를 자꾸 덧붙이려는 듯 더듬거리며 횡설수설거리는 너를, 네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도록 얌전히 기다려줘. 그치만 결국엔 그냥 그래서 좋다고, 하고 끝마쳐버리는 너에 웃음을 터뜨렸지. 복도를 걸으며 밖으로 나가다가 담배 안 피우냐는 네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 별로 피고 싶다고 생각되지 않아서 고개를 내젓고 너와 버스정류장으로 향해. 그리고 거기서 의외의 인물을 만났지. 저와 중학교 때 안 좋은 사이로 있었던, 박성현이라는 녀석이었어. 어, 전정국! 하는 소리에 애써 모른 척을 하려던 것이 무산이 됐지. 뭐가 좋다고 아는 척을 하는 거지. 별로 좋지 않은 제 표정에 네가 살짝 눈치를 보는데 네 뒤에 바짝 붙은 네게 관심을 보이는 성현의 모습에 더욱 인상이 찌푸려졌지. 무슨 의도였는진 모르겠지만 너에게 망설임없이 뻗어지는 손을 탁 쳐냈어.) 뭔데. 아는 척 할 사이는 아니지않냐. 신경끄고 버스나 타고 집이나 쳐가라. (제 날 선 말에 덩달아 살벌한 표정을 짓는 녀석을 지지않고 노려보다가 정류장의 뒤쪽으로 자리를 옮겼어. 성현은 벤치에 앉아있었고 벤치 뒤엔 버스 정류장의 칸막이가 처져있었으므로 그 재수없는 낯짝을 보지 않아도 됐지. 뒤숭숭한 마음을 가라앉히려 너를 끌어안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많아 그러지도 못했어. 뒤의 담장에 기대 눈을 감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분노를 가라앉혔지. 중학교 때 제가 생긴 것도 그렇고 성격도 재수없다는 이유로 제 친구들을 불러와 저를 죽어라 팼었으면서. 그걸 참지 못하고 저도 주먹을 날리긴했지만. 이제와 친하다는 듯 아는 척을 해오는 것도 짜증나고 너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도 짜증났어.) 씨'발... (낮게 욕을 하다가도 문득 이 상황에 죄없이 눈치를 보고 있을 네가 생각나 급히 표정을 풀고 네게 웃어보였어.) 미안. 버, 버스는 언제 온대? 오늘은 별로 안 추워서 다행이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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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99
글쓴이에게
응, 밥 잘 챙겨 먹었죠. 점심으로 피자 먹으려고 방금 주문했어요ㅋㅋ 점심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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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가 끝난 늦은 시간에 항상 혼자 걷던 길이었는데 너와 함께라는 사실에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갔어.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 내색할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혼자 어두운 이 길을 걸을 때면 아무리 매일 걸어 익숙해진 길이라고 해도 조금 무서웠거든.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너와 나란히 앉아 무슨 얘기를 할까 잔뜩 설레는데 누군가 네 이름을 부르며 저희 쪽으로 다가왔어. 네 친구인가 싶어 자리를 피해줘야하나 생각해. 네 뒤에 조금 떨어져 서서 대화를 엿듣는데 네 친구로 보이는 낯선 아이게 제 쪽으로 다가오기에 놀란 눈으로 바라봤어. 나쁜 말을 한 것도 아닌데 네가 잔뜩 화가 난 것처럼 쏘아붙이자 할 말을 잃고 눈치만 살폈어. 널 따라 정류장 뒤쪽으로 가 우물쭈물거리는데 낮게 욕설을 내뱉는 네 모습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어. 쥐었다 폈다 하는 네 손을 덥석 잡아채 깍지껴 잡았어.) 욕 하지마. 버스 오려면 아직 좀 멀었어. 10분? ...너랑 친구 아니었어? 기분 안 좋아보인다. 신경 쓰지마. 앞으로 안 마주치면 되잖아. 우리 학교도 아닌 것 같은데. 딱히 볼 일도 없고. 응? (억지로 웃는 듯한 네 입꼬리를 매만지다 주위 눈치를 한 번 살피고는 어두운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며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로 너를 살짝 껴안아.) 괜찮아.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기분 안 좋아보이니까 나도 기분 별로다. 얼른 잊어버려. 응? 내일 주말이잖아. 학교도 안 오는데. 늦잠 푹 자고 일어나. 그럼 다 생각 안 날 걸? (너를 안은 채로 고개를 들어 너와 눈을 맞추며 조곤조곤 말을 이어나갔어. 마지막으로 네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떼고는 쑥스러운 듯 네게서 조금 떨어져 서. 괜히 버스가 오나 안 오나 두리번거리면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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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99에게
안 먹고 아빠랑 운전연습 나갔다가 아까 와서 둘이 라면 끓여먹고 밥 말아먹었어요ㅋㅋㅋ짱맛...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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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욕 하지 말라며 인상을 찌푸리고 손을 깍지껴 잡는 너에 짧게 사과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어. 제 입꼬리를 매만지던 네가 곧 저를 안아오자 이렇게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먼저 껴안아오는 건 처음인지라 되려 제가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내 네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네 허리를 끌어당겼어. 순순히 끌려와 붙으며 저를 달래주려는 듯 조곤조곤 말을 잇는 너에 푸흐 웃음이 터졌지.) 알았, (알았다고 대답하기도 전에 입술에 짧게 닿아오는 감촉에 말을 하지도 못하고 멈춰버렸어. 주변 사람들은 어두운 버스정류장에서 저희들끼리 대화를 하거나 핸드폰을 보고, 시끄러운 자동차들이 지나가는 소리에 우리 둘에 관심도 없어보였지만 괜히 얼굴이 달아올랐지. 스릴감과 행복감. 부끄러운지 금방 떨어져서 버스가 오는지 확인하는 네 손을 여전히 놓지 않은 채로 있다가 그대로 널 다시 끌어당겼어.) 쟤 친구 아니야. 나 다구리 쳤던 놈. 중학생 때. (뜬금없는 말에 뭔 소린가 싶었다가도 이내 말을 알아듣고 분노와 놀라움을 담은 표정을 짓던 네 입술에 이번엔 내가 먼저 입을 맞췄어.) 근데 너 있어서 다 잊어버릴 것 같아. 생각 안 나. 이제 주말이니까 너랑 데이트도 할 거고, 네가 이렇게 자꾸 예쁜 짓 하니까. 그리고 나 때문에 네 기분이 별로인 거 싫으니까. (다구리를 당했던 만큼 저 녀석을 조졌었지만 그건 굳이 얘기하지 않기로 했어. 걱정스러운 눈길로 내 볼을 쓸어내리는 네 손에 볼을 부비며 눈웃음지었지) 우리 태형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잡아먹고 싶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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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08
글쓴이에게
그랬구나ㅋㅋ 오늘은 날씨 좀 괜찮아진 것 같아요. 그래도 혹시 나갈 일 있으면 감기 조심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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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저를 끌어당기는 바람에 다시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보자 왜인지 얼굴이 조금 붉어진 네 모습이 보였어. 항상 너는 놀라거나 부끄러운 기색 없이 능청스럽기만 했는데 조금은 쑥스러운 듯한 네 모습에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갔어. 친구가 아니라며 설명하는 네 말에 기분이 안 좋아졌어. 중학생 때면 시간이 꽤 많이 지난 지금은 그 때의 고통도 느껴지지 않고 상처도 크게 남아있지 않겠지만 자꾸만 마음이 아파졌어. 네 얼굴에 작은 생채기라도 나면 화가 날 것 같은데 그 정도로 많이 맞았으면 얼마나 아팠을까. 지금 네가 정말 다치기라도 한 것처럼 조심스레 네 볼을 매만져. 그 때 입술에 와 닿는 온기에 놀란 눈으로 널 바라봤어. 저를 안심시키려 하는 말에 네가 너무 예뻐보였어.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잔뜩 올린 채로 다시 한 번 너를 와락 끌어안았어. 간지럽게 귓가에 닿아오는 네 말에 얼굴이 살짝 붉어지는 것 같아 너를 안은 팔을 풀지 않고 그대로 네 어깨에 얼굴을 묻었어. 버스가 도착하더라도 그냥 보내고 너와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었어. 네 어깨 너머로 보이는 전광판을 확인하자 5분 후에 도착이라는 표시가 보였어. 혼자 있을 때는 5분도 너무나 길고 춥게 느껴졌지만 너와 함께 있으니 너무나 짧았어. 5분 동안이라도 더 이러고 있자, 하는 생각으로 너를 조금 더 힘주어 끌어안고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봤어. 꽤 가까운 거리에서 눈이 마주치자 심장이 쿵 소리를 내며 뛰기 시작해 얼른 시선을 피했어. 버스가 계속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아... 그... 너 타는 버스 몇 번이라고 했지? 나랑 다른 거 타야 하잖아.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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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08에게
우리쪽은 너무 추웠어요...추웠어...추워...흡...탄소도 감기 조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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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나를 더 꽉 끌어안는 너에 응? 하고 물으며 다정하게 눈을 맞췄어. 하지만 눈을 맞추다 말고 다시 시선을 내려버리는 너에 그저 웃음짓고 네 뒤통수와 목, 귓불을 차례로 부드럽게 매만지는 것 밖엔 하지 못했지.) 나 381번 타도 되고 383번 타도 돼. 그냥 너랑 같은 버스 타고 먼저 내려서 걸어가도 되는데. 그럼 그래도 조금쯤은 너랑 더 같이 있을 수 있잖아. (말을 하다가 옆을 바라봤더니 길을 지나가려는지 주춤대며 틈을 찾는 여자의 모습에 벽에 바짝 붙어서선 널 제 품으로 더 끌어당겨. 그 틈을 비집고 가는 또각거리는 여자의 구두소리를 듣다가 발끝으로 서있던 몸을 스르륵 내렸지.) 근데 우리 내일 주말이면 데이트해야지. 나 일요일엔 약속 있어서...내일 보자. 나 늦잠 안 자도 돼. 우리도 영화보고 밥 먹고 같이 손 잡고 길도 걷고 커플 아이템도 맞추고 그러자. (남들이 하는 연애처럼 평범한 데이트를 하고 싶다 말하곤 곧 도착하는 버스에 네가 타는 버스가 있자 널 품에서 떼어내고 도로 쪽으로 나가봐. 역시나 신호를 받으면 바로 올 것 같은 버스에 한숨을 내쉬었지.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지. 아까 우리가 같이 있던 어두운 곳에 혼자 서있는 네 모습에 푸스스 웃으며 팔을 잡아끌어.) 왜 아직도 거기있어. 버스 왔다. 빨리 타고 가야지. 이거 놓치면 버스 없잖아. (아랫입술을 비죽 내민 네가 귀엽기도 하고 저도 너와 같은 마음인지라 보내기 싫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네 주머니에서 버스카드를 꺼내 손에 쥐여주곤 머리를 쓰다듬어) 집 가면 연락해. 내일 몇 시에 만날지 정하자.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하고. 잘 가, 태형아.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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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13
글쓴이에게
그렇구나ㅠㅠ 몸 꼭 따뜻하게 해요ㅠㅠ 옷 따뜻하게 입구요ㅠㅠ 나는 감기 걸리려다가 그냥 지나갔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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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뒤통수와 목, 귓볼 이곳저곳에 닿아오는 네 손길에 간지러운 듯 몸을 살짝 움츠렸어. 네 말에 고개를 내저으며 다시 얼굴을 들어 너와 눈을 맞췄어.) 안 돼. 그럼 너 오래 걷잖아. 시간도 늦었고, 겨울이라 추워서 안 돼. 너 감기 걸려. 혹시나 이상한 사람 나타나서 너 때리고 가고... 막 그러면 어떡해. 안 돼, 안 돼. (짐짓 엄한 표정을 지으며 씁, 하는 소리까지 내고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해. 그런 제 말을 무시하듯 저를 더 꽉 끌어안기만 하는 네 행동에 아랫입술을 살짝 깨무는데 등 뒤로 향수냄새가 훅 끼쳐와. 힐긋 뒤를 돌아보자 모르는 여자가 또각또각 걸어가고 있어. 아, 그것 때문이 아니었구나.) 아... 아무튼. 너희 집 바로 가는 버스 타. (네가 혹시 잊어버리기라도 할까 한 번 더 말을 하는데 네 입에서 흘러나오는 데이트, 라는 단어에 조금 낯설어 놀란 눈으로 널 바라봤어. 사실 누군가와 데이트를 해 본 적이 없었어. 어릴 적 그냥 친구들과 놀러 가보긴 했지만 그건 데이트라고 칭하지는 않잖아.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데 자꾸만 가슴이 두근거려왔어. 네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어.) 응, 상관 없어. 내일 보자. 늦잠 자고 천천히 만나도 돼. 점심 먹고 만나도 되는데... 너 피곤하잖아. 일요일에도 약속 있다며. 그럼 늦잠 못 잘 거 아냐. 그냥 천천히 봐. (저는 잠을 못 자도 상관이 없었지만 네가 피곤한 것은 싫었어. 곧 저 멀리서 모습을 드러내는 버스에 저도 모르게 입술이 툭 튀어나왔어. 전광판을 보자 다행히 네 버스도 머지않아 도착할 것 같아. 잠시 너를 끌어안고 네 어깨에 얼굴을 부볐어.) 알겠어. 도착하면 연락할게. ...가기 싫은데. 너도 조심해서 가. 내일 봐, 정국아. (막상 별로 불러본 적이 없는 것 같은 네 이름을 끝으로 말을 마치고는 네게 손을 흔들어보이며 버스에 올라탔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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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13에게
다행이다...난 이제 장판 켜고 누워있으려고요ㅋㅋㅋ짱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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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사람이 날 왜 때려. (다소 웃긴 네 걱정에 푸하하 웃음을 터뜨렸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씁- 하는 소리를 내는 너에 더욱 웃음이 터졌지. 대답을 하려다말고 널 끌어안아 여자가 지나갈 수 있게 해주곤 네가 바로 가는 버스를 타라고 다시 덧붙이자 그제야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여. 데이트 얘기를 꺼내자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늦게 만나도 된다고 하자 편한 대로 하자며 부드럽게 웃어주었어. 그거야 좀이따 연락하면서 조정해도 되는 거니까. 가기 싫다는 듯 제 어깨에 얼굴을 부비는 네 머리칼에 촉 입을 맞추곤 가기 싫다며 제 이름을 불러주는 너에 손을 흔들어줬어. 간만에 듣는 이름에 가슴이 간질거렸지.) 응. 잘 가, 만두야. (버스에 올라탄 네가 창가에 앉자 계속 서서 너를 바라봤어. 우리 귀여운 물만두. 배시시 눈웃음을 짓자 너 또 물만두 생각하지, 하고 토라진 얼굴을 한 너에 그런 건 귀신같이 아는 구나 싶어 누가 봐도 티날 정도로 아니라고 대충 둘러댔어. 곧 버스가 천천히 출발하자 두 눈을 애교스럽게 꾹 감아 윙크를 하듯 날려주곤 버스를 보냈지.) 아...진짜 갔네. (어차피 내일도 만날 거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또 만날 건데 왜 이렇게 아쉽냐. 멀리멀리 사라지는 버스의 뒤꽁무니를 보다가 거의 텅텅 비어버린 정류장 벤치에 주저앉았어. 네가 가니까 또 왜 이리 추운지. 부들부들 몸을 떨며 얼른 버스가 오길 기다렸지. 근데 진짜 내일 뭐하지. 영화보고 밥 먹고 커플 아이템을 맞춘다고 해도 그 후에 할 게 없었어. 룸카페 잡고 앉아서 커피도 먹고 얘기도 하고 뽀뽀도 할까. 므흣한 상상을 하며 혼자 큭큭 웃다가 마침 온 연락에 너인 줄 알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발신인을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었어. 제 친구였지. 일요일에 피시방은 개뿔. 술까지 먹게 생겼네. 네가 싫어할 것 같아서 이마를 짚으며 고민했어. 이걸 말해, 말아.)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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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19
글쓴이에게
잘 쉬었어요?ㅋㅋ 난 이제 곧 저녁 먹어야겠다. 탄소도 잘 챙겨 먹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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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카드를 찍고 올라타는데 뒤에서 만두야, 하는 네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어. 웃음을 잔뜩 머금은 채 창가 자리에 앉자 여전히 저를 바라보며 서 있는 네 모습이 보였어. 금방이라도 창문을 열어 네게 손을 뻗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 꾹 참고 너를 바라보며 웃었어. 혼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신이 나 보이기에 물만두라고 그만 좀 하라고 한 소리 툭 내뱉었어. 버벅거리며 아니라고 하는 걸 보니 또 그 생각을 한 것이 분명한 것 같아. 야속하게도 버스는 금방 출발해버리고 네 모습도 점이 되어 사라졌어. 방금 전까지 함께 있었는데 벌써 보고싶다는 게 참 터무니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게 사실이었어. 버스를 세워달라고 하고 내려 네게 뛰어가볼까. 말도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네가 보고싶어서 어쩔 줄을 몰랐어. 집에 도착하자마자 네게 전화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는 핸드폰을 손에 꼭 쥔 채 집까지 향해. 집 앞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핸드폰을 꺼내 네게 전화를 걸었어. 얼마 안 가 들려오는 네 목소리에 환하게 웃으며 종알거렸어.) 나 지금 내렸어. 정류장에서 걸어가고 있어. 버스 탔어? 사람 안 많아? 서서 가면 다리 아픈데. 나 아까 버스에서도 너 보고싶어 죽는 줄 알았어. 방금 헤어졌는데도 너무 보고싶어서 전화하고 싶은 거 꾹 참았어. 너는 나 안 보고싶어? (쑥스러운 줄도 모르고 신이 나서 말을 내뱉다가 네 쪽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오자 그제서야 민망한 듯 입을 꾹 다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해.) 아, 네가... 막... 표현도 하고 그러라고 해서... 아, 몰라. 창피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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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19에게
동생이랑 고기 구워먹었어요 유후 짱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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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곧 제가 탈 버스가 와서 저도 버스카드를 찍고 버스에 올랐어. 사람들이 많아 자리가 없어서 손잡이를 잡고 서는데 지잉 울리는 핸드폰에 인상을 쓰며 핸드폰을 꺼내들었지. 또 제 친구면 욕을 한 사발 해주려고 하다가 발신인이 '우리 만두♡' 인 것에 아까와 대조되게 활짝 웃는 낯으로 전화를 받아.) 응, 태형아. 이제 내렸어? 나 버스타고 가고 있어. 나도 조금만 있으면 내리겠다. (허리를 살짝 숙여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들에 어디쯤 왔겠구나 하곤 다시 허리를 펴다가 버스가 덜컹거리는 바람에 무언가가 띠링- 하고 울리는 소리가 났어. 헐, 전화 끊겼나. 기겁을 하고 핸드폰을 바라봤더니 다행히 녹음 버튼이 눌린 채였지. 이건 또 뭐야. 쯧- 혀를 차며 버튼을 다시 눌러 기능을 해제시키려는데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어, 하는 네 목소리에 바로 핸드폰을 귀에 대. '방금 헤어졌는데도 너무 보고 싶어서' 라는 말. 이렇게 행복할 수가. 갑작스레 눌린 녹음 버튼에 쪽쪽 뽀뽀를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지. 푸흐 웃음을 흘린 걸 들은 건지 부끄럽다는 것이 다 티나도록 말을 더듬거리는 너에 웃음을 꾹 참아눌렀어.) 뭘 창피해. 그런 말 해주니까 좋다. 나도 당연히 너 보고 싶지. 나 막 뛰어가서 버스 멈춰세우고 네 얼굴 한 번 더 보고 싶고 그랬다? 근데 그러면 네가 쪽팔려할까봐 관뒀어. 이럴 줄 알았으면 버스 세우는 건데. (장난스레 키득대곤 벨을 누르고 버스에서 내려.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가다 아, 하고 덧붙였지.) 너네 집 앞에 가로등은 고쳐줬어? 저번에 신고했는데. 거기 불 나갔다고. 어두우면 안 되잖아. 혹시 이상한 사람이 너 때리고 갈 수도 있잖아. (아까 네가 했던 말을 따라하며 킥킥대다가 다시금 떠오르는 술자리 약속에 한숨을 푹 내쉬어. 친구들과 있을때는 이게 이상한 거라고 생각도 못 했는데 너랑 사귀고 나니 왜 이렇게 가기싫고 말하기 부끄럽고 미안한지. 그렇다고 안 가면 선배들이 존'나 욕하고 불러대겠지? 아, 진짜. 대학교 가면서야 겨우 연락 끊길텐데. 쯧, 혀를 차다가 네게 겨우 물어) 태형아. 나 술 먹으러 간다고 하면 어떡할 거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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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33
글쓴이에게
잘했어요ㅋㅋ 여기 어제 눈 오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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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데 붉어진 볼이 신경 쓰여 핸드폰을 쥔 반대쪽 손등을 볼에 잠시 가져다대며 식히려고 애써. 네 말에 저도 따라 장난스레 웃어버리고는 발걸음을 재촉하다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가로등을 살펴.) 어? 글쎄, 아직 안 고쳐진 것 같은데... 에이, 금방 고쳐주시겠지. 그리고 편의점 같은 거 많아서 그렇게 어둡지도 않아. 아파트까지 얼마 걸리지도 않고. 나랑 같은 아파트 사는 애들도 좀 있어서 괜찮아. (제 말을 따라하는 네 목소리에 소리내어 웃어버리고는 괜히 주위를 한 번 둘러봐. 다행히 저와 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 몇 명만이 눈에 들어와 별 생각 없이 다시 걸음을 옮겨. 그러다 한참을 말이 없는 너에 전화가 끊긴 건가 확인하려는데 마침 네 목소리가 들려와. 예상치 못한 말에 걸음을 우뚝 멈추고 서서 동그란 눈만 깜빡거려. 어떡할 거냐니. 지금 술 약속이 생긴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생기면 어떻게 할 거야, 라는 네 물음이었지만 이미 술 약속이 잡혀있는 게 틀림 없었어. 아까 일요일에 약속이 있으니 내일 만나자고 했는데... 그게 아무래도 술 약속이었나 봐. 제게 말하지 않았으면 저도 알 길이 없었을텐데 이렇게 미리 말해 허락까지 구하는 네게 고마웠어. 하지만 저로서는 딱히 할 수 있는 말이 없었지. 무작정 안 된다고 말하면 네 입장이 난처해질 것 같았어. 듣자하니 이미 시간 약속까지 다 정해진 모양인데 이제와서 빠지겠다고 하면 네 친구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 뻔했지.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게 나가라고 하자니 마음 한 켠이 괜히 찝찝했어. 그래도 아직 고등학생인데 그런 걸 눈 감아줘도 되는 걸까. 머뭇거리다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입을 떼.) ...어, 그... 글쎄. ...어쩔 수 없지. 이제와서 안 나가겠다고 하면 너 곤란할 거 아냐. 가긴 해야지. 대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일요일이면... 그 다음 날 학교 와야하는데 늦게까지 거기 있으면 월요일해 힘들잖아. 주는대로 다 마시지 말고 눈치껏 적당히 마셔.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그리고... 집에 들어가면 꼭 나한테 전화해. 아무리 늦어도 꼭. 자다가도 받을 테니까 꼭 해야 해, 꼭. 알겠지? 나 지금 엘리베이터 타야 해서 전화 끊길 것 같은데. 집에 가서 씻고 다시 할게. (제게 이런 것까지 말해주는 것을 보면 저를 꽤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어. 사실 이제 막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지만 괜히 쑥스러워 말을 돌리며 먼저 전화를 끊었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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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33에게
정말요? 우린 그냥 바람만 불고...엄청 쪼끔 왔어요 오늘은 날 풀린 것 같고. 완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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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응. 들어가서 연락해. (전화를 꼭 하라며 몇 번이고 당부한 너에 귀여움을 느끼기도 전에 전화가 끊겨버렸어. 왜 엘리베이터는 전파가 안 잡히는 거야. 괜히 짜증을 부려보다가 저도 집을 향해 걸었지. 씻고 있는 걸까. 집에 도착해도 연락이 오지 않아서 가만히 핸드폰만 들여다보다가 인터넷 어플을 켜 영화를 검색했어. 씻어야하지만 심히 귀찮았으므로 가방까지 맨 채 침대에 누워서 상영시간표를 보는 중이었지. 요즘 재밌는게 뭐가 있지. 이것저것 뒤적이다가 그래도 무난한 액션물을 찾아냈어. 시간과 함께 캡쳐를 해두고 근처의 맛집들을 찾아 다시 검색을 시작했지. 치즈가 쭉쭉 늘어나 이로 끊지 않으면 절대 안 끊긴다는 치즈돈까스 집. 여기 괜찮을까. 사진들을 둘러보며 정말 많이 늘어나는 치즈에 감탄하다가 지하 상가에 디스코가 있다는 것도 알아내. 동그란 놀이기구 안에서 뒤에 있는 바를 잡고 앉아 DJ가 튕겨내는 것을 버티는 기구였지. 재밌겠다. 친구들이랑은 가봤자 매일 피시방이나 술집이었기에 이런 건 처음인지라 조금 기대가 됐어. 팔이 빠질 뻔 했다는 후기를 보며 키득거리다가 제가 캡쳐한 사진들을 모두 네게 전송했지.)

(사진)
(사진)
(사진)
우리 내일 이거 영화보고
밥 먹고 디스코 타자!
영화는 몇 시 거가 좋아?
다른 거 보고 싶으면 찾아볼게
다른 거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주라
내가 너무 멋대로 정한 것 같아서
나 씻고 올테니까 답장 보내줘!

(그렇게 톡을 보내고 가방을 대충 바닥에 던진 뒤 빠르게 욕실로 뛰쳐들어갔어. 벌써부터 내일의 데이트가 설레어서 웃음이 실실 나왔지. 아, 오늘 일찍 자야겠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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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41
글쓴이에게
여기도 이제 날 풀리는 것 같아요. 영화 보러 나갔다 왔는데 완전 봄날이야... 행복해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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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통화를 한 건지 따뜻해진 핸드폰을 손에 쥔 채 빠른 걸음으로 아파트 안으로 들어서.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는 걸 기다리는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어.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마자 문부터 닫고는 문이 채 닫기기도 전에 층수를 눌러. 잠시라도 놓칠까 올라가는 층수를 뚤어져라 바라보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내려 도어락을 빠르게 풀고 안으로 들어가. 다녀왔다는 인사도 대충 하고는 가방을 던지다시피 방에 내려놓고 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어. 얼른 다시 너와 전화를 하고 싶어 심장이 쿵쾅거렸어. 평소 주말에는 집 밖으로 거의 나가는 일이 없었어. 방 안에 처박혀 문제집을 풀거나 조용한 음악을 들을 뿐이었지. 가끔 편의점 심부름이 생기면 그제서야 신발을 신고 집 밖으로 나가 바깥 공기를 마셨지. 하지만 내일은 너와의 첫 데이트였어. 무엇을 해도 좋을 것 같았어. 그냥 가만히 마주보고 앉아만 있어도 웃음이 날 것 같았으니까. 씻고 나와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느라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나봐.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집어들었지만 이미 너는 씻으러 가고 난 후였지. 네가 보낸 사진들을 꼼꼼히 훑어보다 웃으며 답장을 보내.)

아니야 이거 좋아
재밌겠다
시간?
아무거나 봐도 상관 없는데
맞춰서 나가면 되지
아직 씻고 있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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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41에게
영화 뭐 봤어요? 난 동생이나 데리고 가서 데드풀 볼까봐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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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답장이 와있을까봐 빠르게 씻고 나와서 머리를 말리지도 않고 바로 톡부터 확인했어. 역시나 와있는 답장에 싱글벙글 웃으며 답장을 보냈지.)

이제 씻고 나왔어
그럼 우리 11시 30분에 만나자
만나서 밥부터 먹고
영화보고 그러자
디스코 타본 적 있어?
나 처음 타봐
맨날 애들이랑 피시방만 가서ㅋㅋㅋ

(답장을 보낸 후로도 가만히 너와의 채팅창을 바라보다가 가슴이 간질거려서 홀드버튼을 눌러 액정을 꺼. 수건으로 탈탈 머리를 털곤 드라이기까지 하긴 귀찮아서 그대로 침대에 누웠지. 축축한 머리카락이 이불에 들러붙었지만 상관없을 정도로 가슴이 붕 떠서 주체할 수 없었어. 뒹굴뒹굴 침대 위를 구르다가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먼저 표를 예매하기로 하고 어플에 들어가 표를 두 장 예매했지. 날 풀리고 봄이 오면 꽃구경도 가고 여름엔 물놀이도 가고 가을엔 단풍구경을 가고 눈이 오면 눈꽃구경을 가야지. 오늘처럼 아무것도 오지 않고 추운 날엔 너랑 단둘이 실내에 들어가서 꼭 붙어앉아 고구마나 귤을 까먹어도 좋겠다는 상상을 했어. 이불 하나를 두르고 티비도 보고 뽀뽀도 하고 얘기도 하고 밥도 지어먹고. 점점 상상의 범위가 노년계획까지 뻗쳐가자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벌떡 일어나 한창 컴퓨터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형의 방으로 달려갔어.) 전정현! 나 내일 약속있으니까 9시에 깨워줘! (그게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냐며 시선은 모니터에 박고 소리를 지르기에 이제껏 형에게 당했던 것들을 쭉쭉 읊으니 질린다는 표정으로 알았다는 대답을 들은 후에야 방으로 돌아와. 일찍 자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이불 속으로 누워선 눈을 감고 그 위에 핸드폰을 올려놨어. 네게 연락이 와서 화면이 밝아지면 눈을 감아도 그게 느껴지니까, 바로 답장하려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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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46
글쓴이에게
나 검사외전 이제야 봤어요.ㅋㅋ 매번 시간이 안 맞아서ㅠㅠ 쓰니는 봤어요? 그것도 재밌겠던데... 곧 극장 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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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답장을 보낸 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네 답장을 기다리다 거실에서 엄마가 과일이라도 좀 먹으라며 부르는 소리가 들려. 과일을 먹으면서도 핸드폰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으면 아무래도 한 소리 들을 것 같아 핸드폰은 침대 위에 올려놓고 밖으로 나가. 예쁘게 깎여 접시에 담겨 있는 딸기와 배를 후다닥 먹어치우고는 숙제를 깜빡했다는 핑계를 대며 방으로 들어와. 핸드폰을 집어들자 이미 도착한 지 10분이나 지난 네 카톡들이 쌓여있어 아랫입술을 깨물다 얼른 답장을 써넣어.)


금방 씻었네
머리는 말린 거야?
머리 안 말리고 자면 감기 걸리는데

(저만큼이나 너도 신이 난 것 같아. 이것저것 함께 할 일들을 늘어놓는 걸 보니. 디스코를 타 본 적이 있냐니. 그럴 리가. 어릴 때 가족끼리 놀이공원에 갈 때면 꼭 한 번 타보고 싶었지만 키 제한이 있어 항상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했지. 너라면 당연히 친구들과 많이 타 봤을 줄 알았는데 너도 처음이라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어. 너와 함께 무언가를 처음 한다는 것은 꽤나 기분 좋은 일이었어. 제 답장을 기다린 것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는 1 표시에 입꼬리를 말아올려.)

나도 처음이야
조금 무서울 것 같던데
떨어지면 어떡해ㅋㅋ
11시 30분?
그럼 너 늦잠 못 자잖아
늦게 만나도 되는데...
어디서 만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너를 빨리 만나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었어. 아, 그러고 보니 내일 나갔다 온다고 부모님께도 말씀을 드려야하는데 깜빡했네. 지금 다시 나가면 주무시고 계시려나. 내일 아침에 도서관을 다녀온다는 핑계로 갔다와도 별 말씀 안 하시려나. 조금 걱정이 되어 아랫입술을 잘근거리다 핸드폰을 쥔 손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다시 화면을 바라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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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46에게
나도 검사외전 아직 안 봤어요ㅋㅋ내일 가족들이랑 보러가요! 영화 안 본지 엄청 오래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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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위에 올려져있던 핸드폰의 불이 켜지자 눈 앞이 뿌옇지만 밝게 빛나. 네게 연락이 왔음을 알고 달랑거리며 붙어있던 잠을 떼어내고 핸드폰을 확인했지. 제 걱정이 담겨있는 문자들에 흐흐 웃음을 짓다가 답장을 보냈어.)

괜찮아
머리 수건으로 대충 말렸으니까
그리고 디스코
떨어질 것 같으면 내가 잡아줄게
나 늦잠 안 자도 돼
일요일에 자도 되고...
영화관 앞에서 보자
내가 돈까스집 어딨는지 알아

(한창 네게 톡을 보내고 있는데 아까 떨쳐냈던 잠이 다시 붙는 건지 눈꺼풀이 다시 무거워졌어. 안되는데. 너랑 더 연락해야되는데. 눈을 부비고 뺨을 때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봐도 잠은 계속 몰려왔지.)

만두야
나 근데 지ㅣ그ㅡㅁㅁㅁ
@&졸려
나 지금 자도 돼?

(자도 되냐며 허락을 구하는 톡을 보내놓고 그때까지만이라도 자지 말아야겠다 싶어서 침대 위에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핸드폰을 소중하게 감싸쥔 뒤 꾸벅꾸벅 졸며 네 답장을 기다려. 지금 자지 말고 내일 뭐 입을지 봐둬야되는데. 하지만 이미 잠으로 점령된 몸은 움직이기를 거부해서 머릿속으로만 옷장에 무슨 옷이 있는가- 하며 곰곰히 생각해. 검은 터틀넥 니트에 진회색 코트를 입고 청바지를 입어도 되겠지. 신발은...내가 제일 좋아하는 팀버랜드. 상상으로 코디를 마친 후 흐흥- 하고 콧바람을 내며 웃어버려. 너는 내일 어떻게 입고 올까. 진짜 예쁘겠다. 우리 태형이는 원래도 잘생겼으니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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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52
글쓴이에게
나도 꽤 오랜만에 봤어요ㅋㅋ 지금쯤이면 다 봤으려나... 아무튼 재밌게 보고 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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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도 약속 있잖아

저녁에 만나는 건가?
아무튼 너 피곤하면 안 되는데
알겠어 그럼
영화관 앞에서 봐

(장소와 시간까지 정하자 이제야 조금 실감이 나는 것 같아. 허락이야 내일 아침에 말씀드려도 늦지 않을 것 같아 불을 끄고 침대 위에 누워 이불을 끌어당겨 덮었어. 내일은 정말 일찍 일어나야겠다. 네가 조금이라도 밉보일 일은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옷도 신경 써서 입어야하고. 아, 돈은 얼마나 가져가야 하는 거지? 영화도 보고, 그럼 팝콘도 사 먹어야 하고, 점심도 먹고... 혹시라도 구경을 하다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너와 함께 사기도 해야하는데... 모아둔 용돈을 일단 잔뜩 들고 가야겠다고 생각해. 그러다 다시 울리는 진동에 핸드폰을 확인하고는 시간이 늦었다는 것도 잊고 소리 내어 웃어버려. 그러다 혹시나 밖에 들릴까 얼른 입을 꾹 다물지.)

졸리면 얼른 자
그걸 왜 허락을 받아
빨리 자
내일 봐
일어나면 연락해

(이럴 때 보면 너도 참 애 같다는 생각을 하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려 알람을 맞춰. 약속 시간은 11시 30분이지만 이것저것 하다보면... 손가락을 꼽아가며 시간 계산을 하다보니 적어도 9시 전에는 일어나야 할 것 같아. 늦잠을 자지 않으려면 얼른 자야한다고 눈을 질끈 감아보지만 자꾸만 심장이 쿵쾅거려서 잠이 오질 않아. 한숨을 내쉬고는 책상 위에서 이어폰을 가져와 조용한 음악을 틀어놓고도 계속해서 혼자 실없는 웃음을 띄우다 잠에 들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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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52에게
응 봤는데 뭐...다들 재밌다고 해서 엄청 기대했는데 그 정돈 아닌 것 같더라구요 웃기긴 했지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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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ㅐ도
너랑 연락하고 있는데
말도 없이 자버ㅣㄹ면 안 되잖이
나ㅠ그럼 먼저 잘게
잘 자
(이모티콘)

(자라는 네 허락이 떨어지자 냉큼 자리에 누워선 졸린 눈을 끔뻑이며 답장을 보내. 하트를 날리는 이모티콘까지 보내놓고 흐뭇하게 웃다가 역시나 금방 잠이 들어버렸지.얼마 잔 것 같지도 않은데 저를 발로 차고 등을 때리는 형에 의해 잠에서 깨버렸어.) 아, 씨...! (뒷글자까지 입에 올리면 당장에 엄마에게 가서 일러바치겠다는 깐족거리는 형의 표정에 차마 뭐라 하지도 못하고 얼얼한 등을 매만지다가 일어났으니 얼른 꺼지라며 그의 엉덩이를 세게 걷어찼지. 소리를 지르며 엄살을 부리는 형을 억지로 밖에 내버리고 욕실로 들어가선 칫솔을 입에 물고 네게 톡을 보냈어.)

만두야 만두야
일어났어?
나 방금 일어남!

(네게 일어났다고 톡을 보내고 있자니 문득 아침의 네 모습아 상상돼. 부은 눈을 하고 칫솔을 물고 흐느적댈 너를 생각하니 귀여워서 웃음이 멈추질 않았지. 어디 데이트라도 가냐며 왜 하지도 않던 짓을 하냐는 형을 말없이 째려보니 예쁘냐는 말만을 반복해. 제가 대답을 하지 않으면 안 갈 기세라서 양칫물을 뱉고 우쭐하게 웃었지.) 응. 예뻐. 존'나. (잘생기기도 했지만. 그런 애가 널 왜 사귀냐며 사진을 보여달라는 형이 결국 동생 좀 그만 괴롭히라고 엄마에게 끌려가자 여유롭게 씻고 나와선 로션을 발라. 피부가 조금이라도 더 좋아보이게 형이 전여친에게 선물로 받았던 수분크림까지 바르곤 옷을 갈아입어. 아침밥은 패스하고. 손목시계를 보며 시간을 가늠하다가 네게 줄 핫팩도 챙기고 지갑과 핸드폰도 챙기고 다녀오겠다 인사한 뒤 밖으로 나섰지.)

나 지금 나가
천천히 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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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55
글쓴이에게
맞아요ㅋㅋ 간간이 웃으면서 심심풀이로 보는 정도?ㅋㅋ 저녁은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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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이 울리기 시작하자마자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억지로 뜨고 몸을 일으켜. 너와의 첫 약속인데 늦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정말 싫었으니까. 졸린 눈을 손등으로 비비며 거실로 나오자 주말이라 조금 더 늦게 깨우려고 햇는데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냐는 부모님의 목소리가 들려. 살 것도 있고 오랜만에 독서실이라도 다녀올 생각이라고 대충 얼버무리자 고개를 끄덕이며 곧 아침을 준비하겠다고 하셔. 기지개를 켜며 욕실로 들어가 잠을 깨려 찬물로 세수를 해. 샤워까지 하고 나와 머리를 말리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려. 네게서 도착한 카톡에 활짝 웃어.)


나도 일어났어
방금 씻고 나왔어

(아침을 먹고 나서 방으로 돌아와 옷장 문을 활짝 열었어. 옷걸이를 넘겨가며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연한 하늘색 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챙겨 입고는 코트를 하나 걸쳤어. 많이 꾸민다고 해서 네가 더 좋아할 것도 아닐 것 같고. 지갑을 코트 주머니에 찔러넣고 핸드폰 액정을 켜며 밖으로 나와. 현관 앞 거울에 제 모습을 비춰보며 머리를 만지작거리다 밖으로 나와.) 다녀오겠습니다.

나 지금 나왔는데
15분 정도 걸릴 것 같아
어디야?

(버스 정류장에서 가장 빨리 도착하는 버스를 잡아 타고는 가장 가까운 정류장에서 내려 걸어가야겠다고 생각해. 아직은 평소처럼 혼자 버스를 타고 있지만 머지 않아 너와 함께 시내를 걸어다니며 데이트를 할 생각을 하자 심장이 쿵쾅거리는 게 느껴져.) 아, 얼른 보고 싶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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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55에게
네 그냥 콘푸라이트ㅋㅋ점심에 너무 먹어서...탄소도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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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터틀넥 니트에 진회색 코트, 청바지에 팀버랜드 워커.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한 번 훑어보곤 버스정류장으로 나섰어. 차가운 바람에 살짝 몸을 움츠렸다가 마침 타이밍 좋게 도착한 버스에 올랐지.)

나도 지금 탔어
15분 걸릴 것 같아
내리면 연락해

(그렇게 톡을 보내놓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어. 손잡이를 잡고 다음 정류장을 알려주는 버스의 전광판에 시선을 박고 있다가 밑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눈을 내려. 제 앞에 앉아있는 여자애가 얼굴을 붉히고 저를 바라보고 있는 것에 웬 기집애가 자꾸 바라보나 싶어 살짝 인상을 찌푸려. 그러다가 또 네 생각이 들었지. 네가 예쁘게 차려입고 와서 다른 여자애들이 너를 이렇게 바라보면 어쩌지? 너한테 번호를 달라고 막 그러면 어쩌지? 애간장이 타서 입술을 꽉 깨물다가 제게 저기요, 하고 말을 붙이는 여자애에게 말 걸지 말라는 듯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옮겨. 그리고 네게 연락을 하려다가 곧 내릴 때가 되어 빠르게 버스에서 내렸지. 영화관 근처에 갔을 때에야 겨우 네 모습이 보이자 대뜸 보자마자 말을 빠르게 내뱉어.) 만두 너 누가 오면서 막 말 안 걸었어? (예쁘게 입고 온 모습에 더욱 애가 타서 끙끙대며 설마 너를 노리는 놈들이 있을까 싶어 주위를 둘러봐. 다행히 그런 사람은 없자 안도하곤 네 손에 핫팩을 꼭 쥐여줘.) 춥진 않아? 잘 잤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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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69
글쓴이에게
어, 늦었다.ㅠㅠ 응, 밥도 다 먹고 잘 있었어요. 탄소도 오늘 하루 잘 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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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영화관 근처에 도착한 버스에 천천히 내려 주위를 두리번거려. 길 건너편에 보이는 영화관 건물에 횡단보도 앞에 서서 신호가 바뀌기만을 기다려. 네가 먼저 도착했을까, 연락을 하려다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 깜짝 놀래키는 것도 꽤 재밌을 것 같아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찔러넣어. 아직 오전이라 바람이 꽤 차가운 것 같아 코트 끝을 다시 한 번 단단히 여며. 조금 더 두껍게 입을 걸 그랬나. 작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길을 건너 영화관 앞 길가에 서서 네가 오기를 기다려. 저 멀리서 보이는 네 모습에 벌써부터 입가에 미소가 번져. 핫팩의 따뜻한 기운이 온 몸에 퍼지자 기분 좋게 웃으며 입을 떼.) 무슨 말이야, 그게. 그런 사람 아무도 없었어. 나한테 관심도 없고 다 자기 갈 길 바쁘던데. 안 추워? 볼 빨갛다. (손에 쥔 핫팩을 네 볼에 가져다 댄 채 말을 이어. 사실 떨려서 늦게 잠들긴 했지만 대충 고개를 끄덕이기로 해.) 응, 잘 잤어. 너는? 더 늦게 봐도 된다니까. 괜히 피곤한 거 아니야? 아침은 먹었어? (안 먹었다는 네 대답에 살짝 미간을 찌푸려. 그마저도 표정을 금방 풀 수 밖에 없었지만.) 아침을 왜 안 먹어. 학교 올 때도 그래? 안 먹으면 속 다 상하는데... 그럼 너 배고프겠다. 밥 먹고 영화 보기로 했지? 영화 몇 시에 시작이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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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69에게
응응 오랜만에 가족여행도 다녀오고 좋았어요! 탄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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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말 안 걸었어? 그럴리가 없는데... (평소에 교복을 입은 모습만 보다가 사복을 입은 널 보니 심장이 미친듯이 쿵쾅거렸어. 학교에 교복이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게 여겨졌지. 매일 사복을 입고 등교했다면 진짜 네가 누군가에게 가버릴까봐 속앓이를 많이 했을 거야. 피곤하냐는 너에 괜찮다고 고개를 내젓고 네 손을 꼭 잡아. 아침을 안 먹었다는 말에 찌푸려지는 네 미간을 손가락으로 콕 눌러 펴줘.) 학교 올 땐 거의 먹어. 걱정 마. 영화는 2시 10분 시작이야. 지금이...11시 45분 다 돼 가네. 가서 천천히 밥 먹고 영화보러 가자. 어우동이라는 곳이래. 치즈돈까스랑 우동이 제일 인기 많다니까 그거 두 개 다 먹어보자. 너는 아침 먹었어? (네 손을 꼭 잡고 다정하게 물으며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바라보든 말든 신경쓰지 않고 널 깨물어주고 싶다는 듯 끙끙 앓으며 입술을 꾹 깨물어.) 넌 아침 먹었어? 오늘 일찍 들어가야해? 나 늦게 가도 되는데. 새벽에 들어가도 돼. 나 오늘 너네 집에 데려다주고 갈래. 그럼 더 있을 수 있잖아. 그치? (오글거리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으면서 방긋방긋 웃어.) 얼굴 보니까 진짜 좋다. 완전 보고 싶었어. 집 방향도 똑같으면 버스도 같이 타는 건데.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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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96
글쓴이에게
어딜 좀 다녀오느라고 인터넷을 거의 못 했어요ㅠㅠ 늦어서 미안해요ㅠㅠ 잘 지냈어요? 가족여행 다녀왔구나. 어디로 다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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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나는 아침 먹었지. 주말에도 꼭 챙겨 먹어. 내일 먹었나 안 먹었나 내가 전화해서 확인할 거야. 그러니까 꼭 먹어. 응? ...술도 마실 거라면서. 그 전에 밥 꼭 먹어야 해. 빈속에 술 마시면 진짜 안 좋아. (네가 걱정되어 잔뜩 잔소리를 늘어놓았어. 집에서 엄마가 아빠에게 잔소리 할 때에는 몰랐는데 그것도 다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걸 조금은 알 것 같았어. 미간을 콕 누르는 네 행동에 그제야 표정을 풀고 웃어보여. 시간이 꽤 많이 남아 여유있게 점심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어. 아침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을 학교에서 먹었고 학교에는 친구가 딱히 없기에 혼자 먹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누군가와 함께 밖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게 너무 설렜어. 사실 주말에도 너와 함께 이렇게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더 좋았지. 일찍 들어가야 하냐는 말에 잠시 고민에 빠져. 독서실에 간다고 말을 하고 나왔으니 밤 늦게 들어가도 딱히 상관은 없을 터였어. 보통 제가 독서실에 가면 집에 들어가는 시각은 학교 야자가 마치는 시간 혹은 그보다 더 늦었으니까. 저를 데려다주겠다는 말에 고개를 내저어.) 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 나 안 데려다 줘도 돼. 혼자 갈 수 있어. 어차피 버스 정류장까지는 같이 갈 거니까. 그러면 별로 멀지도 않고. 너 내일도 나가야 하잖아. 근데 나까지 데려다주고 들어가면 더 늦어서 얼마 못 자. 그럼 피곤해서 안 돼. 나... 사실 너 만난다고 말 안 하고 독서실 간다고 하고 나왔어. 그래서 11시나 12시까지는 괜찮긴 해. 그래도... 너 오늘도 늦잠 못 자서 많이 피곤할 것 같은데. (물론 저도 너와 더 오래 있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어. 월요일에 학교에 온 네가 피곤해서 힘이 빠져 있거나 책상에 엎드려 자기만 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적어도 12시 전에는 너를 집에 들여보내겠다고 마음 먹고는 잡은 손에 살짝 힘을 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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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96에게
청주요! 탄이는 어디 다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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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도? 나 아침에 잠 많아서 원래 아침 잘 안 먹는데. 밥 먹는 것보다 잠 더 많이 자는 게 좋지 않아? 에이- 그래도 술 먹을 땐 걱정 마. 아침만 안 먹지 점심이나 저녁은 웬만하면 잘 챙겨먹고...안주 많이 먹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달가워하지 않는 표정의 너에게 애교스레 웃어보이는데 이번엔 네가 집까지 데려디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을 지어.) 나 안 피곤해. 나도 너 여자 아니라서 혼자 잘 갈 수 있는 거 아는데, 그냥 내가 더 같이 있고 싶단 말이야. 집까지 가도 보내주기 싫어서 죽겠구만. (무언가 다짐한 듯한 네 표정에 어째 오늘 일찍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잠시 당황했지만 월요일에 학교에서 또 보면 된다는 생각으로 대충 저를 달래고 네 손을 잡아. 손을 잡고 걷자 주변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에 네가 움찔거리자 괜찮다는 듯 엄지손가락으로 손등을 쓸어주곤 돈까스 집으로 향해. 가게에 도착해 치즈돈까스와 우동을 시키곤 턱을 괸 채 가게 주변을 둘러보았어. 역시 커플이나 주로 여자들끼리 왔지, 저희처럼 남자끼리만 온 사람들은 없었지. 가게에서도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지만 신경쓰지 않고 네게 다정히 웃어보여.) 맛있겠다. 그치. 치즈 좋아해? 내 친구 중엔 치즈를 못 먹는 놈이 있어서 메뉴 고를 때 좀 불편하더라고. (밑반찬으로 나온 단무지를 먹다가 네가 국물을 조금 흘리자 바로 휴지를 꺼내 닦아줘. 그러다 옆 테이블의 여자들이 널 쳐다보는 걸 느꼈는지 바로 표정을 굳히고 휴지를 주먹 안에 밀어넣어 꽉 쥐어. 궁금해진 네가 옆을 돌아보려하자 볼을 붙들고 고개를 내저어.) 보지 마. 싫어. 나만 보고 있어. 알았어? (이 놈의 질투심은 진짜. 제가 생각해도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불안해서 어쩔 수 없었어. 못 말린다는 듯 웃는 네 모습조차도 예쁘고 잘생겨서 또 금세 표정을 바꾸고 방긋방긋 웃었지. 그러곤 대뜸 말해버렸어.) 좋아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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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01
글쓴이에게
부산 다녀왔어요. 확실히 남쪽이 따뜻하긴 하더라고요ㅠㅠ 아픈 데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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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밖에 나온 것도 오랜만이고 네가 말한 돈까스 가게도 어디에 있는 것인지 잘 몰랐기에 그저 너를 따라 걸었어. 처음엔 손을 잡고 있는 것이 별로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었어. 학교에서 하도 너와 붙어있었더니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것도 같았어. 하지만 저희를 조금 다른 눈길로 쳐다보는 사람들과 한 번 눈이 마주치고 나서는 그 시선이 계속 신경 쓰였어. 하긴, 그도 이해가 되는 것이 다 큰 남자 고등학생 둘이서 손을 잡고 다니는 꼴이면 저 같아도 아무렇지 않게 볼 것 같지는 않았어. 아무래도 손을 놓고 걷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잡은 손을 꼼지락대는데 네가 손등을 쓸어오자 잠시 네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다시 앞을 보며 걸어. 정말 괜찮으려나. 네가 기분이 나쁘지 않다면 저도 상관은 없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조심스러웠어. 마음을 다잡고는 네 손을 꼭 잡은 채 가게 안으로 들어섰지. 너와 마주보고 앉아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이 곳 역시 사람이 그리 적지는 않았지만 자리가 따로 나뉘어져 있어 아까보다는 나은 것 같아 네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응, 치즈 좋아해. 맛있잖아. 피자에 든 것도 맛있고. 그냥 네모난 것도 맛있고. 어, 어... 고마워. (네가 닦아준 곳을 만지작거리다 네 표정이 조금 굳는 것 같아 고개를 갸웃하며 네 시선이 머문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제 볼을 잡더니 시선을 고정하게 하는 네 모습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어, 알겠어. 미안. ...어?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좋아한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제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싶었지만 푸스스 웃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해.) 나도 좋아해. (쑥스러운 듯 붉어진 볼을 식히기 위해 찬물을 한 번 더 마시는데 직원이 주문한 음식을 가져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돈까스와 우동을 가만히 보고만 있다 네가 얼른 먹으라는 말에 그제서야 포크를 집어들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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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01에게
(잠시 부끄러운 낯을 띄던 네가 이내 조용히 저도 좋아한다며 속삭여오자 심장은 물론이고 손목의 동맥마저 펄떡펄떡 뛰는 느낌이었어. 아, 수줍어하는 것 봐. 진짜 씹어먹고 싶다. 아파트 뽑고싶어. 끙끙대며 욕망을 잠재우는 도중 다행히 음식이 들어오고 그 쪽으로 말을 돌릴 수 있게 돼. 음식을 보며 감탄사만 내뱉는 네게 얼른 먹으라고 그릇을 밀어주곤 먹기 좋게 잘린 돈까스를 소스에 찍어 네 입가에 갖다댔지.) 아- 해. (조금 눈치를 보던 네가 조심스럽게 돈까스를 받아먹자 흐뭇하게 웃고는 냉큼 핸드폰을 꺼내들어. 볼이 빵빵해져서는 오물거리는 너를 연사로 찍기 시작했지. 깜짝 놀란 네가 팔을 뻗어 핸드폰을 가리는 것까지 찍고는 절대 뺏기지 않겠다는 듯 핸드폰을 쏙 주머니에 넣었어. 잘 나왔으니까 걱정 마. 완전 귀여워. (귀엽대. 옆에서 볼을 붉히고 소곤거리는 여학생들의 말에 다시 인상을 찌푸리고 옆을 돌아봤다가 표정을 풀고 다른 자리에 앉아있는 한 사람을 유심히 살펴봤지. 여자와 남자. 한 커플. 존댓말을 쓰며 자기야- 하고 오글거리는 호칭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커플.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해, 자기야 라고 하자 남자는 행복한 웃음을 얼굴에 꽃피웠지. 저런 걸 하면 더 좋은 걸까. 낯간지럽긴 하지만 뭔가 더 달달하고 좋아보이기도 하고. 만두라고 부르는 게 더 좋긴한데 가끔정도는 자기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 애기야, 하는 모습에 소름이 쫙 돋았지만 나쁠 것 같진 않았지. 해도 될까 고민하다가 뒤늦게 네 얼굴이 눈에 들어왔어. 내가 바라보는 여자를 눈에 담으며 잔뜩 시무룩하고 울적해보이는 얼굴이었지. 아차.) 태형아. (입술을 꼭 깨물고 저를 눈에 담는 너에 미안한 표정을 지어.) 그런 거 아니야. 태형아, 만두야. 응? (네가 오해를 한 것 같아서 어쩔 줄 몰라하다가 테이블 위에 네 손을 꽉 잡았어.) 오해하는 거 아니지? 그치? 우리 만두 착하지. 이상한 상상하지 말고 돈까스 먹자. 먹고 영화보러 가야지. 응? (네 입에 다시 돈까스 조각을 대주며 허허 웃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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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좀 안 좋은가 싶었는데 괜찮은 것 같아요! 탄소도 안 아프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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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06
글쓴이에게
응, 나도 아픈 데는 없어요ㅋㅋ 여기 아까 눈 오던데. 거기는 괜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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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저희 쪽을 향하는 시선이 자꾸만 느껴지는데 너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제 입 앞에 돈까스를 가져다대는 모습에 머뭇거리다 받아먹었어. 그러자 갑자기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핸드폰을 꺼내들고 사진을 찍는 모습에 놀란 눈으로 널 바라보며 얼굴을 가리다가 네 핸드폰 쪽으로 손을 뻗었지. 창피해 얼굴이 금세 붉게 달아오르는데 너는 그저 귀엽다며 웃기만 하는 것이 얄미웠어. 아까부터 저희 쪽을 힐끔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또 한 번 들려오자 괜히 고개를 떨구며 아랫입술을 깨물었어. 안 좋은 시선으로 볼 것 같아 작게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드는데 네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어. 신기한 거라도 있나 싶어 따라 시선을 돌리자 꽤나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와 남자친구로 보이는 사람이 마주보고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어.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꽤나 귀여웠지. 저런 걸 보고 진짜 귀엽다고 하는 거구나. 네 시선이 멈춘 이유도 이해는 되었지만 그래도 조금 섭섭했어. 방금 전까지 저한테는 고개도 못 돌리게 해 놓고 말이야. 그제야 제 시선을 눈치챈 것인지 손을 잡으며 다시 돈까스를 내미는 모습에 망설이다 포크를 쥔 네 손을 네 입 앞으로 밀었어.) 너 먹어. 기분 나빠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냥... 나 때문에 못 먹고 있는 것 같아서. 사람들 자꾸 쳐다보기도 하고. 얼른 먹어. 내가 먹을게. 그리고... 그렇게 보지 마. 나도 싫어. (조금 전 네 말투를 따라하고는 이내 표정을 풀고 푸스스 웃어버려. 여전히 굳어있는 네 모습에 제 포크로 돈까스를 하나 집어 네 입 앞에 가져가.) 얼른 먹으라니까. 팔 떨어지겠다. 괜찮아. 별로 기분 안 나빴어. ...예쁜 건 알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대놓고 보는 게 어딨어. (너를 밉지 않게 쏘아보고는 저도 돈까스를 하나 더 집어 입에 넣었어. 바삭바삭한 것이 꽤 맛이 좋았지. 이 역시도 혼자 먹으면 별로 맛이 없겠지만 말이야. 네가 자꾸만 그런 게 아니라고 말 끝을 흐리자 잠시 고개를 갸웃해.) 거짓말 하지 마. 그럼 왜 봤는데?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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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06에게
(포크를 쥔 손을 내 쪽으로 밀어내는 너에 울상이 됐지만 기분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는 네 말에 조금 풀렸어. 그래도 제 입에 곧장 넣기는 좀 그래서 포크를 내려놓고 아까 내 말투를 따라하는 네 눈치를 봤지.) 미안해. (사과하는 제 말에 푸스스 웃은 네가 팔 떨어지겠다며 돈까스가 꽂힌 포크를 들이밀자 냠 받아먹었어. 우물거리며 돈까스를 씹고 있는데 예쁜 건 알겠는데, 하며 저를 쏘아보는 네 눈빛에 깜짝 놀라서 변명을 하기 위해 빠르게 돈까스를 씹고 꿀꺽 삼켜버렸지.) 진짜 그런 거 아니야! 내가, 내가 너 앞에 두고 뭐하러 저런 여자를 봐. 그냥... (제대로 말은 못하고 우물거리자 네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하자 코를 찡그려. 진짜 그런 거 아닌데. 제 말을 들어주겠다는 듯 네가 포크를 내려놓고 제게 시선을 박자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어.) 예뻐서 본 거 아냐. 만두 네가 더 예뻐. (뜬금없이 뱉어지는 말에 네가 조금 귀를 붉히자 히- 하고 웃어버린 후 다시 말을 이어.) 저 커플들 말하는 거 귀여워서. 애기야, 자기야 하는 거 보는데 막 행복해보이니까...저게 더 좋은가 싶기도 하고, 왠지, 막, 나도 불러보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 거야. 오해하게 해서 미안해. (결국 사실대로 털어놓곤 괜히 접시에 깔린 돈까스 튀김의 부스러기들을 포크로 건드리기도 하며 물을 마시곤 부산스레 움직여. 네가 오글거린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소름돋는다고 생각하면. 아직 대답이 들리지도 않았는데 혼자 시무룩해져선 소심하게 너와 눈을 맞춰. 그래도 네가 '나도 싫어.' 하고 말해준 것이 기분이 어찌나 좋았는 지 아직까지 머릿속에 남아있어서 볼 안 쪽 살을 씹으며 너의 그 말도 곱씹어. 질투했어. 우리 태형이가. 우리 만두가. 네가 질투를 한 것은 거의 보지 못했던 것이기에 오해하게 한 건 미안하지만 그만큼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네게 질투를 다시 유발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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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 와서 아주 조금 쌓였는데 그 다음부턴 바람만 세고 안 오네요ㅋㅋㅋ나 이제 패딩 입기 싫은데 자꾸 추워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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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09
글쓴이에게
(예뻐서 본 것이 아니라며 서슴없이 제가 더 예쁘다고 말해오자 괜히 얼굴이 확 달아올라 못 들은 척 딴청을 피워. 네 말에 고개를 돌려 아까 네 시선이 머물렀던 곳을 보며 대화를 자세히 들어보자 정말 자기야, 여보야, 하며 낯간지러운 애칭을 사용하는 것이 들려왔어.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보던 것이긴 하지만 실제로도 저런 말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 처음엔 오글거린다고 생각했지만 계속 듣다 보니 귀여운 것도 같았어. 그래도 아직은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내저으며 너를 바라보자 뭐가 불안한지 눈동자는 갈피를 못 잡고 네 손에 들린 포크 역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어.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 제가 저런 애칭을 싫다고 할까 봐 그러는 것인가, 하고 생각해. 불러보고 싶기도 하다는 네 말을 곱씹어보다 네 손에 들린 포크를 뺏어 들고 돈까스를 하나 집었어. 소스를 살짝 찍고는 한참을 망설였지. 차마 입이 떨어지질 않았어. 애꿎은 포크만 양 손으로 꼭 쥔 채 안절부절하다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포크를 네 입 앞으로 가져다댔어. 마지막으로 주위를 한 번 살피고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며 네 입에 돈까스를 넣어줘.) 자... 자기야. 먹어. (막상 하고 나니 손발이 없어지는 듯한 느낌이었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데 앞에서는 네 웃음 소리가 들려왔지. 다시는 이렇게 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다 먹었으면 줘, 빨리. (빈 포크를 다시 가져와 조금 전의 너처럼 안절부절하며 찬물을 들이켜.) 아직도 저 사람들 막 행복해 보이고, 부럽고, 그래? ...조금 창피하긴 하지만 네가 그게 좋으면 가끔은 이렇게 부르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것 같고... (애써 무덤덤하게 내뱉는 말과는 달리 얼굴은 이미 발갛게 달아올라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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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ㅠㅠ 아직도 너무 추워ㅠㅠ 오늘 3월인데도 창문 열고 있으니까 춥더라고요ㅠㅠ 감기 조심해요 정말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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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09에게
(갑자기 포크를 뺏어가 돈까스를 찍은 네가 소스를 찍는 과정들을 가만히 바라보다 아이처럼 손이 작은 것도 아닌데 양 손으로 포크를 쥐고 한참을 망설이는 네가 다시 입을 열 때까지 얌전히 기다려줘. 그러다 제 입가로 내밀어지는 포크에 군말없이 입을 벌려 돈까스를 받아먹었지. 그리고 들리는 자기야, 라는 말. 음식이 입에 들어있는 지라 크게 웃지도 못하고 손으로 입을 가리며 낮게 웃음을 흘리자 포크를 다시 달라며 투덜대는 네 손에 포크를 쥐여주곤 고개를 끄덕여.) 저 사람들 행복해보이긴 하는데 이제 부럽진 않아.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씩 불러주면 나 진짜 좋을 것 같아. (새빨개진 네 얼굴에 싱긋 웃고는 네가 아까 뻬앗다시피 가져간 포크로 다시 돈까스를 찍어주자 또 그걸 받아먹고 네 손에 들린 제 포크를 가져와.) 얼른 먹어. 나 그만 먹이고. (저만 너무 와구와구 먹은 것 같은 느낌에 네 앞쪽으로 접시들을 밀어줘. 이제 배가 부르기도 했고. 휴지로 입을 닦으며 주변을 둘러보다 기어이 네가 내 입에 다시 돈까스를 넣어주자 그걸 마지막으로 하곤 너도 식사가 끝난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나. 깨끗이 빈 접시가 흐뭇해 네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제가 값을 지불한 뒤 살짝 인상을 쓰는 네 손을 잡고 가게를 나왔어.) 네가 영화표 사주면 되잖아. 그러니까 미간 좀 펴고. (네 미간을 꾹 눌러 펴주곤 요리조리 골목길을 따라 걸어. 친구들과 자주 시내에서 놀았기에 이런 지름길쯤은 쉬웠지. 처음 와보는 길인지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신기한 듯 구는 너에 푸흐 웃음짓다보니 어느새 어둡고 좁은 골목길에서 나와 화려하고 사람이 많은 큰 길로 나오게 됐어. 게다가 바로 영화관 앞이었지. 어떻게 이렇게 잘 아냐는 네게 어깨를 으쓱이며 웃어보이곤 영화관 안으로 들어가. 에스컬레이터에 먼저 올라간 너에 한 칸 밑에 서선 널 올려다봐.) 내가 캡쳐해서 보내준 거, 그 액션물로 볼 거야? 요즘 새드영화 나온 거 있는데 그것도 평점 좋더라. 너 원하는 걸로 보자. 난 둘 다 좋으니까. 웬만하면 장르 안 가려. (흐트러진 네 앞머리를 정리해주곤 씨익 웃어.) 밥 먹고 와서 팝콘 안 먹어도 되지? 손 잡고 있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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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걸렸어요...ㅎ 어제 열 많이 나서 톡 답 못하고 지금 하는 중ㅠㅠ그래도 역시 튼튼해서 약 먹었더니 열 다 내린듯 해요 유후 공강이니 쉬어야지ㅋㅋ탄소도 감기 조심ㅠㅁ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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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44
탄소야. 이제 너무 늦었겠죠? 계속 구경만 하다가 하고 싶은 상황 생겨서 왔는데... 다음에 톡 오면 그 떄라도 꼭 해보고 싶다. 탄소 톡 너무 좋아요ㅠㅠ 설레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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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ㅋㅋㅋ관음러였구나! 좋아해줘서 고마워요ㅠㅠ내가 텀이 길긴 한데 하고 싶다면 상관없어. 자유톡으로 할 거예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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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45
응응, 하게 되면 자유톡이요. 텀은 나도 길 것 같아서 상관없긴 한데ㅠㅠ 톡 항상 올 때마다 구경 했었어요ㅠㅠ 너무 좋아서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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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같이 하지 왜 구경만 했어요. 자유톡은 탄소들이 아예 안 하던데 이번에 해보겠다ㅋㅋ상황 좀 말해줄래요?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좋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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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46
글쎄요. 하고싶은데 왠지 엄두가 안 나서요. 항상 늦게 보기도 했고. http://www.instiz.net/name_enter?no=30758477&page=1&category=17& 여기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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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46에게
잘 할 수 있을라나 모르겠다...아무튼 해볼게요! 서로 좋아하면 끝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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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기있냐며 묻는 네 목소리라든지 얼굴이 너무도 피곤해보여서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어. 네가 야자를 해서 늦게 온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날 귀찮아하는 모습을 본 이후로 자꾸만 집착이 더 심해져서 현관 앞에서 널 기다리지 않으면 참을 수 없을 것 같았지. 엉덩이를 털며 어색하게 웃곤 네게 다가갔어) 그냥...형이 늦게 오는 것 같아서요. 오는 거 봤으니까 됐어요. 근데 공부 많이 했나봐요. 피곤해보인다. 안마해줄까요? (어떻게든 너와 더 있고 싶고 뭔가를 해주고 싶어서 안달난 표정으로 아직 키가 더 큰 너를 올려다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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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48
글쓴이에게
어, 이렇게 바로 해주는 거예요? 감동이다. 응, 그래요. 탄소는 잘하는데 내가 못 할 것 같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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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기다린 건지 빨갛게 변한 네 볼과 손을 물끄러미 훑어보다 아직 교복 차림인 모습에 집에도 들어가지 않은 것 같아 한숨을 내쉬어. 안마를 해주겠다는 말에 고개를 두어 번 내저으며 현관문 쪽으로 걸어가.) 매일 이 시간에 오는 거 알잖아. 안마는 무슨. 손도 다 얼어가지고. 얼른 집에 들어가. 부모님 걱정하시겠다. (제 집 현관문 앞에 서서 도어락을 풀려다 걸음을 멈춘 채 저를 바라보고만 있는 네 모습에 잠시 손을 떼어내고 네 쪽을 바라봐.) 먼저 들어가. 계속 그러고 서 있지 말고.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아직 옷도 안 갈아입었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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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48에게
나도 잘 못해요...돈워리해...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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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넌 날 귀찮아하는 것 같았지만 피곤해서 그런 걸 거라며 애써 자신을 위로하곤 피식 웃었어) 부모님이 걱정하긴요. 기억 못하나보네요. 우리 부모님은 나 안 좋아하는데. (그래도 네가 들어가라고 했으니 들어가야할 것 같아서 먼저 도어락을 풀고 느릿하게 문을 열어. 제가 밖에 있는 걸 알았으면서도 아무런 말도 없던 엄마가 제가 들어오는 걸 보고도 슥 지나쳐 가자 다시 피식 웃고는 네게 애써 밝게 웃어보여) 먼저 들어갈게요. 피곤해보이는데 푹 쉬어요. 아, 이것도. (제 주머니에서 귤을 꺼내 네게 쥐여주는데 찬 바람 들어오니 빨리 들어오라며 소리지르는 엄마의 목소리에 네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집으로 들어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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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53
글쓴이에게
아니에요ㅠㅠ 저녁 먹고 오느라 늦었다. 천천히이어줘요. 탄소는 저녁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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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닌데... (네 상처를 건드린 것 같은 기분에 괜히 미안해져. 웃는 모습마저도 억지로 미소 짓는 것 같아 마음 한편 이 왠지 모르게 아파져.) 어, 들어가. (도어록을 올리고 비밀번호를 누르다 제 손에 쥐어지는 귤을 물끄러미 바라봐. 주머니 속에 넣어뒀던 건지 꽤 따뜻한 느낌에 고개를 들어 널 바라보다 네가 들어가려고 하자 얼른 덧붙여.) ...고마워. 그리고 내일부턴 밖에서 기다리지 마. 나 매일 이 시간에 오는 거 알면서 그러냐. 핸드폰을 뒀다가 뭐해. 언제 오냐고 물어라도 보던가. 아무튼 내일 또 나와있으면 그 땐 진짜 모르는 척 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 빨리 들어가. (네 집 안에서 들려오는 고함 소리에 한숨을 내쉬고는 저도 도어락을 풀고 문을 열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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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53에게
응 나갔다 올 일이 있어서 저녁 먹었어요 이제 자야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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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핸드폰으로 물어보라는 네 말에 '형이 귀찮아할까봐요.' 라고 덧붙이려다가 관둬. 그래도 귤을 받고 고맙다고 해준 것이 기뻤지. 내일도 나와있으면 모른 척을 할 거라니. 한숨을 푹 내쉬고 잔소리 폭격을 퍼붓는 엄마를 피해 방으로 들어와.) 따로 살고 싶다. (혼자 살면 엄마 눈치도 안 보고 좋을텐데- 하고 생각을 하다 그 집에 너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가만히 핸드폰을 꺼내 네 사진을 바라봤지.) 진짜 이쁘다. 어떻게 이렇게 잘생겼지. (네 얼굴을 톡톡 두드려 확대해보기도 하고 줄여보기도 하면서 놀다가 씻고 와선 침대에 누워. 내일 네가 평소처럼 7시에 나올 것이었으니 저도 그 때 같이 학교에 가려면 얼른 잠을 자야했지. 꿈에 네가 나왔으면- 하고 바라며 눈을 감아. 잘 자요, 형.)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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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62
글쓴이에게
잘 잤어요? 나는 점심 먹고 조금 전에 들어왔어요. 배부르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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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집 문이 닫히자 그제야 집 안으로 들어와 잘 갔다 왔냐는 부모님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으로 가. 평소처럼 가방을 내려놓고 외투를 벗어 걸어두는데 자꾸만 네 모습이 신경 쓰여. 외투를 옷장 안에 넣으려다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찔러 넣었던 귤이 떠올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놔. 우리 집에도 충분히 있을만한 것이지만 저를 생각해서 준 것인데 버린다면 나중에 네 얼굴을 보기가 더 불편할 것 같아. 그렇다고 먹을 생각은 별로 없어. 결국 책상 위에 올려둔 채로 욕실로 가 씻고는 덜 말라 축축한 머리 그대로 침대에 누워. 기다리지 말라는 제 말을 네가 들을 리는 거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오늘은 단호하게 못을 박아뒀기에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잠에 들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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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62에게
친구 군대 간대서 머리 자르는 거 보고 밥 먹고 왔어요ㅋㅋ내일 논산도 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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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고 알람이 울리기 1분 전에 눈을 떴어. 알람이 울릴 때까지 가만히 누워있다가 알람을 끄고 벌떡 일어났지. 밍기적거릴 시간은 없었어. 조금만 더 시간을 지체했다간 너와 함께 등교하지 못할 것이었으니까. 재빠르게 씻고 교복을 입은 뒤 제가 나가든 말든 관심도 없는 듯한 부모님의 방을 지나쳐 문을 닫고 나왔지. 아직 네가 나오기 전인 것 같았어. 아침밥을 안 차려주는 엄마 때문에 제가 매일같이 사서 냉장고에 쟁여놓은 삼각김밥을 우물거리며 네가 나오길 기다렸어. 곧 문이 열리고 네가 나오자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했지) 형, 좋은 아침이에요. 아침밥은 먹었어요? (엘리베이터를 누르곤 너와 함께 올라탔어. 먹었다며 고개를 끄덕인 너에 흐뭇하게 웃고는 네 어깨에 볼을 부볐어) 잠은 잘 잤어요? 나 어제 꿈에서 형 나왔는데. 나 어렸을 때 같이 놀아주던 형이요. 그네타면서 재밌다고 웃고 그랬는데. 갑자기 생각나서 꿈으로도 나왔나봐. (장난스레 씨익 웃고는 삼각김밥을 입 안에 통째로 넣어 우물거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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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65
글쓴이에게
어 진짜요? 논산... 무섭다... 잘 갔다 와요. 추운데 감기 조심하구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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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이 울리고도 한참 밍기적거리다 나와서 아침 먹으라는 엄마의 성화에 졸린 눈을 반쯤 뜬 채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밥을 먹어. 세수라도 하면 잠이 좀 깨겠지 싶어 욕실로 들어가 씻고 나와. 방으로 가 드라이기로 젖은 머리를 탈탈 털며 말리다 문득 책상으로 시선이 가. 그대로 있는 귤의 모습에 잠시 머리를 말리던 손을 멈추고 바라보다 뜨거운 드라이기의 바람에 손을 데일 뻔 하고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다시 머리를 마저 말려. 교복을 챙겨입고 현관을 나서자마자 보이는 네 모습에 얼떨떨해하며 대충 고개를 끄덕여.) 어, 안녕. 먹었어. 너는... (예의상 밥은 먹었냐고 물어보려다 네 손에 들린 삼각김밥을 발견하고는 입을 꾹 다물고 몰래 한숨을 내쉬어. 잔뜩 들뜬 목소리로 꿈에 제가 나왔다는 네 말에 어릴 적 네 모습이 떠올라.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건지 장난스레 웃기만 하는 너에 슬쩍 손을 뻗어 네 입가에 묻은 삼각김밥을 털어내고는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왜 이렇게 일찍 나왔어. 이 시간에 너희 학교 가는 버스 잘 없잖아.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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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65에게
ㅋㅋㅋ무섭다기보단 기분이 좀 묘해요 아까 머리 자를때도 괜히 울컥하더라구요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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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입가에 김이라도 묻었던 건지 입가를 털어주는 네 손길에 아침부터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서 쫄랑거리며 네 뒤를 따라가. 네가 어렸을 적 사준 개구리 인형이 가방에 달려 좌우로 크게 흔들렸어.) 왜 이렇게 일찍 나오긴요. 형이랑 같이 가려고 한 건데. 형 버스 가고 20분만 기다리면 우리 학교가는 버스 와요. 금방 와. (그렇게 말하곤 곧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3분 정도 기다리면 온다며 네가 타는 버스가 전광판에 번쩍거렸어. 빨리도 오네. 아쉬움에 한숨을 푹 내쉬다가 내년엔 꼭 너와 같은 고등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오늘부터 하늘을 보고 절을 하고 기도를 하면 이뤄주지 않을까 하고 하릴없는 생각을 하다가 네가 추운지 몸을 달달 떠는 것에 패딩을 더욱 꼭 여며주고 이럴 줄 알고 챙겨온 핫팩을 꺼내 네 손에 쥐여줘. 너도 춥잖아, 라는 말을 하려는 듯 움찔거리는 네 입을 손으로 막아내곤 차갑게 식은 볼을 따뜻한 제 손으로 덥혀줬지) 날이 많이 춥다.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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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66
글쓴이에게
맞아요. 제 주변엔 아직 군대 가는 사람은 없어서... 추운데 가면 고생하겠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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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이 금방이라는 네 말에 헛웃음을 지어. 다른 때라면 모를까 이렇게 추운 겨울에 밖에 잠시만 서 있어도 손이 꽁꽁 어는데 제 얼굴 잠깐 보려고 20분이나 기다린다는 게 믿기지 않아. 20분이라도 더 자고 나오면 적어도 학교에서 더 조는 일은 없을텐데. 옷을 두껍게 입는다고 입었는데도 오늘따라 더 추운 것 같아. 몸이 잘게 떨려와 눈을 질끈 감았다 뜨는데 네가 제 앞으로 와 언제부터 들고 있었던 건지 따뜻한 핫팩을 손에 쥐어주자 놀란 눈으로 너를 바라봐. 너 역시 추워서 발갛게 달아오른 볼을 한 채 제 볼을 따뜻한 손으로 감싸주는 것에 차마 하지 말라는 말도 못하고 시선을 피해. 저 멀리서 제가 타야할 버스가 오는 것이 보여. 제가 가고 난 후에도 20분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다음 버스가 언제 오나 힐긋 전광판을 확인해. 그러다 제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싶어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어, 너도. 나 갈게. 버스 왔다. 너도 학교 가. 저녁에 나와서 기다리지 말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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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66에게
ㅎ...초코파이랑 많이 보내줘야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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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을 잡는 손길을 피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내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어색하게 말하는 너에 아직도 위에 굳어있던 손을 바라보다 손가락을 접으며 팔을 내려.) 으응, 학교...가야죠. (학교 가기 싫다. 너랑 더 있고 싶어서 그렇게 생각했어. 어차피 집에서 하도 구박을 받다보니 친화력이란 길러지지 않았고 이런 다정한 행동도 너에게만 한하는 거였으니까.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다가 만져지는 핸드폰에, 버스에 올라타는 네게 소리치듯 물어) 연, 연락할게요! 나 학교에서 연락할래요. (버스요금을 내며 날 돌아봤던 네가 별 대답없이 버스에 오르자 다시 시무룩해져서 땅만 바라봐. 진짜 울고 싶다. 내가 언제부터 네게 귀찮은 존재였을까. 난 네가 너무너무, 진짜 엄청 정말 완전 좋은데. 한숨을 푹 내쉬곤 차갑게 식은 정류장 의자에 앉아 발로 톡톡 땅만 차며 하얗게 입김을 뿜어냈어. 너마저도 날 싫어하면 진짜 죽는 것에 거리낌이 없을 것 같았지. 그치만 이런 얘기는 되도록 네게 하지 않으려 했어. 내가 죽는게 저 때문이라는 생각에 귀찮은데도 네가 티도 못내고 나를 챙겨주는 건 더욱 비참했으니까. 네게 짐이 되긴 싫었기 때문이지. 빨개져서 발음하기도 힘든 입술을 혀를 내어 축이고 추위에 잔뜩 몸을 웅크렸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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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70
글쓴이에게
그래요ㅠㅠ 나도 보내주고 싶다ㅠㅠ 처음 훈련소가 제일 힘들다는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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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지나쳐 버스에 올라타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네 목소리에 잠시 너를 돌아봐. 뭐라 대답이라도 해줘야하나 싶어 잠시 생각하는데 제 위에 타던 다른 학생과 눈이 마주쳐 결국 자리에 앉아. 창 밖으로 네 모습을 힐긋 바라보다 꽤나 추운지 입김을 내뱉으며 몸을 잔뜩 웅크린 모습에 한숨을 내쉬어. 저렇게 추운데 또 저를 계단에서 기다리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머리를 헝클어트려. 손에 쥐어진 핫팩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핫팩을 쥐고 있는 한 계속 네가 생각날 것 같고 그러면 더 미안해지기만 할 것 같아.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고. 쓸데없는 고민을 하다보니 어느새 학교에 도착했어. 핫팩을 몇 번 만지작거리다 결국 주머니에 찔러넣고는 버스에서 내려. 시간을 보니 20분 쯤 지나 있어. 너는 이제야 버스에 타겠구나, 하고 시덥잖은 생각을 하다 핫팩을 손에 꼭 쥔 채 교실로 들어서. 그러고보니 핫팩을 받아들고 고맙다는 소리도 제대로 안 한 것 같아. 너에게 괜한 희망을 심어주려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결국 핸드폰을 꺼내들어. 최근에 연락한 적이 거의 없는 네 번호로 문자를 보내.)

연락한다더니
버스 탔냐
핫팩 고맙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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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70에게
뭐...잘 하겠죠. 사람 되어서 돌아오겠죠 헿헤헤헤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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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버스가 가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제가 탈 버스가 도착해. 이미 코와 볼, 입술은 다 빨개져서 얼어붙었기에 아저씨게 인사도 못 드리고 느릿하게 버스에 올라타. 버스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진동을 울리는 핸드폰에 삐걱거리는 팔을 들어 겨우 톡을 확인했지. 아침부터 누구지. 호석인가. 별 감흥없이 핸드폰을 들었다가 네 이름이 떠있는 것에 깜짝 놀라 진짜 제가 본 것이 맞는지 눈을 몇 번 깜빡이곤 꾹 숨을 참은 채 답장을 보내)

네 방금 탔어요
핫팩 따뜻했죠?
내일도 챙겨올게요

연락 하지 말라는 줄 알았는데... (감동이라는 듯한 말투로 입술을 깨물다가 뭐라도 네게 말을 더 붙이고 싶어서 다시 액정을 톡톡 두드려)

형 오늘도 계단에서 기다리면 안 돼요?
형 오는 시간에 맞춰서 있을게요
그냥 얼굴만 보고 싶어서...
괜찮아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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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74
글쓴이에게
ㅋㅋㅋ 그 말 들으니까 왜 내가 실감 날까요. 아, 나 사촌오빠 군대에 있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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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기라도 했는지 바로 답장이 도착해 확인하고는 따뜻하다 못해 뜨거워진 핫팩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답장을 보내.)

어 따뜻하네
아니 안 그래도 돼
나도 집에 몇 개 있어


(핫팩을 내일도 챙겨준다는 말에 너 혼자 꽁꽁 언 몸으로 학교를 가야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려. 한꺼번에 사 두었던 핫팩이 아직 집에 남은 것을 기억해내고는 내일 네게 갖다줄까 싶어 잠시 고민해. 손이 시리긴 하지만 귀찮다는 핑계로 잘 안 챙겼었는데 너 때문에 핫팩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조금 놀라긴 했지만 혹시나 감기에 걸리는 것보다는 낫겠다고 생각해.)

아니다
내일도 주면 고맙지
안 돼
집에 있어
내가 연락할게
그 때 나와
말 들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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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74에게
우리 사촌 오빤 이미 제대ㅋㅋㅋ편지 써줘요...엄청 좋아하더라...제대하고 나서도 고맙다고 빕스가서 밥 사주더라구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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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팩있구나. 그럴수도 있는 건데 괨찮다고 단칼에 잘라내는 네 말에 조금 시무룩해져. 내가 챙겨주고 싶었는데. 이젠 어떻게 점수를 따지. 한숨을 푹 내쉬고 뭐라 답장해야할까 키패드에 손가락만 올려놓고 고민하는데 이내 다시 네 말풍선이 떠오르자 핸드폰에 고개를 쳐박을 듯하곤 글을 읽어. 내일도 주면 고맙다는 말.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답장을 보낼 수 있었지.)


내일도 챙길게요

(그리고 네가 연락을 한다니. 나오지 말라고 할 줄 알고 좀 비굴하게 쓰긴 했지만 네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어. 버스 정류장에서 바닥을 쳤던 기분이 다시 하늘로 솟아오르는 느낌이었지.)


연락오면 나갈게요
고마워요 형

(고맙다고 말하다가 하마터면 좋아한다고까지 할 뻔 했어. 겨우 손가락을 멈춰 참아내고는 벨을 누르고 내렸지.) 형, 좋아해요. (네가 듣지 못하게 소곤거리며 입을 열어 고백했어. 아무도 들은 사람이 없었지만 부끄럽고 가슴이 쿵쾅거렸지. 언젠간 네게 꼭 고백할 거야. 그렇게 다짐하고 제발 그때까지 네게 여자친구가 생기지 않길 빌었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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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83
글쓴이에게
어, 정말요? 그럴까... 오글거릴 것 같긴 하지만ㅋㅋ 제대하기 전에 한 번 쯤은 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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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고마워 도대체
진짜 집에 있어야 해
방금 전에 나왔다고
거짓말 할 생각 하지말고
다 티 나

(네가 감기에 걸리든 말든 그것은 제게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지만 그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면 괜히 더 마음이 쓰이고 미안해질 것 같아 단단히 당부를 해. 도대체 이런 제가 뭐가 좋다고 그러는지 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어. 어릴 적부터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한지라 제 영향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단순히 그런 이유로 제게 이렇게까지 잘 해 줄 것 같지는 않아. 네가 혹시라도 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터무니 없는 생각을 잠시 해. 제가 생각해도 그건 아니다 싶었는지 고개를 내젓고는 한 마디 더 덧붙여.)

이따 보든지 말든지
수업이나 열심히 들어

(다정하게 말하려 해도 같은 남자아이여서인지 쉽게 내뱉어지지 않는 말에 퉁명스레 답을 하고는 핸드폰 액정을 끄고 주머니에 넣었어. 아직도 따뜻하기만 한 핫팩을 만지작거리자 평소만큼 충분히 잡을 자고 왔는데도 나른해 졸음이 쏟아지는 것 같아. 어차피 아침 자습시간에는 조례도 잘 하지 않는지라 잠시 눈을 붙일까 하는 생각으로 책상 위에 엎으려. 오래 쥐고 있으면 조금 뜨거울 것 같긴 했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 듯 여전히 핫팩을 손에 꼭 쥔 채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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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83에게

형두요

(네게 답장을 보내놓고 핸드폰을 무음으로 돌려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교실로 향했어. 보든지 말든지 라는 말로 인해 다시금 생각이 떠올랐어. 언제부터 넌 날 귀찮다고 여겼을까. 분명히 어렸을 때는 네가 날 더 많이 찾았던 것 같았는데. 같이 놀자고 놀이터로 부르기도 하고 너희 집에 놀러가기도 하고 동네 친구들이랑도 많이 놀았는데. 중학교가 지나고 나서부터였을까. 점점 나를 멀리하려는 네가 느껴졌었지. 처음엔 부모님이 너에게도 냉하게 대하니까 그것때문인 것 같아서 부모님이 엄청 미웠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건 아닌 것 같았어. 그냥 내가 싫어진 건가 싶었지. 너에게 멀어지는게 오히려 네게 도움을 주는 걸까. 그렇다고 머리는 말하고 있었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았어. 어떻게 너에게서 멀어지지. 넌 내 하나뿐인 큰 세상이었는데. 내 삶이었던 사람인데. 살고 싶다고 느끼게 된 사람인데. 교실에 도착해 가방을 내려놓고도 네 생각은 떨어지지 않았어. 더 연락하고 싶고 닿고 싶고 눈도 맞추고 싶은데 안 되겠지. 널 대신할 새로운 내 세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너를 못 놓을 것 같았어. 그런 사람이 나올 확률도 거의 없었지만. 누가 음침하고 조용한 날 좋아하겠어. 낯도 엄청 가리는데.) 차라리 아팠으면 좋겠다. (죽도록 아팠다가 그대로 콱 죽어버렸으면. 그럼 네 생각도 하지 못하고 앓다가 세상을 뜨게 될텐데. 건강한 제 몸을 탓하며 책상에 엎어져 눈을 감았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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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88
글쓴이에게
(책상에 엎드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잠에 들었어. 얼마나 잤을까. 꼭 감은 눈 앞에 흐릿하게 어떤 그림이 떠오르기 시작했어. 꿈을 꾸는구나, 얼마 안 가 인식했지만 딱히 잠을 깨고싶지는 않아 그저 가만히 있었어. 꿈 속에는 네가 나왔어. 네가 조금 전 버스 정류장에서 말했던 것처럼 너와 함께 웃으며 놀고 있는 모습이었어. 아파트 놀이터에서 항상 같은 놀이를 하면서도 뭐가 그렇게 좋은지 환하게 웃고 있었어. 꿈인 것을 알면서도 피식 웃음이 났어. 자면서 웃는다는 게 말이 안 될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정말 그랬어. 그러고보니 너도 어제 제가 나오는 꿈을 꿨다고 했는데. 무슨 우연인가 싶지만 그저 꿈일 뿐이라고 생각했어. 곧 잠에서 깨어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보지 않아도 망가졌을 머리를 손으로 두어번 대충 만지작거렸어. 무언가 툭 떨어지는 소리에 책상 위를 보는데 그 때까지도 제 손 안에 쥐어져있던 핫팩이 손에서 떨어져 책상 위로 얹어지는 소리였어. 왠지 모르게 낯설게 느껴지는 핫팩을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고 거울처럼 바라보며 앞머리를 다시 한 번 정리했어. 시간을 확인하니 어느덧 1교시가 끝난 시간이었어. 수업 시간에도 내내 자며 꿈을 꿨구나 하는 생각에 멍하니 있다가 혼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거면 됐다고 생각해. 그 다음 시간부터는 그래도 엎드려 잠을 자는 것은 아니고 가끔 졸기도 하고 열심히 필기를 하기도 하며 수업을 들었어. 네 생각은 딱히 하지 않은 채로 평소처럼 하루를 보내. 체육 수업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와 앉는데 책상 사이를 지나 제 자리로 가다 문득 어떤 여자아이의 가방에 다리를 부딪혀. 신경질적으로 가방을 바라보는데 반쯤 열린 가방이 눈에 들어와. 닫아주려고 손을 뻗는데 가방에 달린 악어 인형이 눈에 들어와. 요즘도 이런 인형을 많이 매달고 다니나 싶어서 주변 가방을 둘러보는데 모두들 하나쯤은 달고 있어. 저도 하나 사서 달아볼까, 요즘 귀여운 캐릭터들도 많던데, 하는 시덥잖은 생각을 하다 문득 아침에 스쳐가듯 보았던 네 가방이 떠올라. 언제쯤이었을까. 네 생일 선물로 뭘 사줘야하나 고민하다 엄마를 따라간 근처 마트에서 진열되어 팔고 있는 개구리 인형을 사서 네게 줬었는데. 그게 아직도 네 가방에 달려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동안은 신나서 가방에 매달고 다니며 아침마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랑을 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이 나. 한참을 그 자리에 넋 나간 사람처럼 서 있다 종이 울리는 소리에 겨우 제 자리를 찾아 앉아. 남은 수업을 듣다 쉬는 시간에 친하게 붙어다니는 친구가 다가와 오늘 석식이 너무 맛이 없다며 야자를 뺴고 나가서 저녁을 먹자는 소리를 해 와. 잠시 그럴까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리 가방을 챙겨. 석식 시간이 되고 대충 핑계를 대고 학교를 빠져나와 근처에서 친구들과 저녁을 먹었어. 모처럼 야자도 안 하는데 피씨방이라도 가자는 친구들에 손을 내젓고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해. 핸드폰을 확인하니 아직 7시 밖에 되지 않았어. 네 생각은 까맣게 잊은 채 집으로 향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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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88에게
(네게 연락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채 학교생활을 해. 한달 반이 지나면 2월이 되고 저도 고등학생이 된다지만 아직은 중학생에 불과했기에 야자같은 게 없어서 너보다 일찍 하교해. 애초에 제게 관심이 없는 부모님이 학원을 보내줄리가 만무해서 곧장 집으로 와서 방에 틀어박혀. 밤까지 야자를 하며 공부하는 너와 같은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초등학생 때의 제 기억에 의하면 너는 중학생때도 공부를 잘 해서 너의 집에 놀러갈 때마다 아줌마가 자랑을 했었거든. 부끄럽다는 듯 웃으며 내 귀를 손으로 막던 네 모습에 문제집을 풀다가도 푸흐 웃어버려. 그런 화목한 가정에 비해 나는 그나마도 문제집을 사주고 날 데리고 살아주는 부모님께 감사하며 살고 있다니. 확연히 다른 삶에 자조적인 웃음을 짓다가도 그래도 그런 가정환경 때문에 너와 친해질 수 있었으니 좋았다고 합리화하며 다시 문제를 풀기 시작해. 너무 집중을 했던 걸까. 밥을 먹으라는 엄마의 부름도 듣지 못하고 문제집을 풀다가 제 등짝을 때리는 험한 손길에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그제야 뒤를 돌아봐. 잔뜩 화난 얼굴로 엄마 말도 씹냐며 화를 버럭버럭내는 그녀는 오늘따라 기분이 별로 안 좋아보였어. 아빠랑 싸우기라도 한 걸까. 시선을 피하며 속으로 생각하다가 엄마가 말하는데 딴생각을 한다며 뺨을 얻어맞았지. 다행히 아빠한테 맞는 것처럼 주먹으로 맞는 정도는 아니라서 조금 아팠지만 참을만하다고 생각했어. 립밤이고 뭐고 바르는 것이라곤 로션밖에 없었기에 건조했던 입술이 조금의 타격에 바로 찢겨 피가 묻어나왔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미안해보이지 않는 표정으로 먹기 싫으면 먹지 말라고 윽박을 지른 그녀는 거세게 문을 닫고 나갔지.) ...배고픈데.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며 제 마른 배를 움켜쥐다가 그대로 책상에 엎드려. 시간은 벌써 7시. 3시간 30분만 기다리면 네가 올 시간이었지. 네 생각을 하자 기분이 금세 들떠서는 다시 펜을 잡았어. 게다가 오늘은 네가 먼저 연락을 해준다고도 했으니까. 네 생각을 하며 열심히 문제를 풀다가 10시가 되자 조심스럽게 방을 나섰어. 다행히 오늘 아빠는 늦는 것 같았고 엄마는 방에 들어가 친구와 통화를 하고 있었지. 패딩을 입고 슬리퍼를 신고 다친 얼굴을 들키기 싫어 마스크를 낀 채 들뜬 마음으로 나가 집 앞의 슈퍼에서 초콜릿을 한 움큼 사곤 주머니에 넣었어. 하지만 10시 30분이 지나고 11시가 돼도 너는 오지 않았지. 1층에서 너를 만나 같이 들어가려 기다리다가 너무 추워서 집 앞에서 기다리기로 하곤 엘리베이터를 타. 몸을 웅크리고 계단에 앉아있었지만 너는 오지 않았지. 양말도 신지 않은 발이 차갑게 얼어서 빨갛게 부르텄어. 언 발가락이 느릿하게 움직이는 꼴이 우스워 키득대다가 11시 30분이 되자 이젠 네가 걱정되어서 한참 고민하다 겨우 네게 톡을 보내)


어디에요?
왜 안 와요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죠?
나 너무 걱정 돼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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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91
글쓴이에게
(집으로 돌아와 오늘은 왜 이렇게 빨리 왔냐는 엄마의 물음에 문제집을 놓고 가서 야자 때 할 것이 없어 저녁만 먹고 왔다는 그럴듯한 말로 둘러대고는 곧장 방에 들어가. 야자를 뺀 대신 집에서라도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일단 문제집을 꺼내 책상 위에 펴 놓긴 했지만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저녁을 꽤 많이 먹었던 건지 잠이 쏟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결국 엎드려 잠시 졸았다 다시 공부를 하려는데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다시 펜을 잡아. 과일이라도 좀 먹으면서 하라며 예쁘게 껍질을 깎은 배와 복숭아를 접시에 담아 가져온 엄마의 모습에 웃어보이고는 포크로 찍어 한 입 베어물어. 곧 방문이 다시 닫히고 고요해진 방 안에 아삭아삭 과일 씹는 소리만 들려. 시원한 과일을 먹다보니 잠도 조금 깨는 것 같고 천천히 다시 문제를 풀어나가. 기지개를 한 번 켜고는 가방에서 다른 문제집을 꺼내놓고는 비워진 접시를 들고 거실로 나가 싱크대 위에 두고 다시 방으로 들어와. 어느덧 시간은 벌써 제가 평소 야자를 마치고 집에 들어올 시간이 되어있어. 이제 씻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와 머리를 말려. 단어장이라도 잠시 더 보다가 자려는 생각으로 책상 위 스탠드를 켜는데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내일 아침에 된장찌개를 하려고 했는데 깜빡하고 두부를 사오지 않았다는 거야. 아빠는 이미 주무시고 네가 잠시 다녀와 줄 수 있냐는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패딩을 챙겨 입어. 시간이 늦었으니 조심하라며 걱정을 덧붙이기에 괜찮다는 듯 웃어보이고는 다녀오겠습니다, 하는 나지막한 말과 함께 밖으로 나와.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 쑥 손을 집어넣는데 무언가 딱딱한 것이 느껴져. 제가 돌이라도 넣고왔나 싶어 집어 꺼내보는데 이미 수명을 다해 굳어버린 핫팩이 보여. 그제야 네가 떠올라 급히 핸드폰을 켜 시간을 확인하지만 이미 늦었어.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에 연락을 확인할 생각은 못하고 엘리베이터 앞을 두리번거려. 제가 야자를 빠진 것은 모를테니 아직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야. 다행히 네가 보이지 않자 오늘은 제 말을 듣고 집 안에서 제 연락을 기다리다 지쳐버린건가 하는 생각으로 엘리베이터 앞에 서는데 계단 쪽에 쭈그려 앉아 있는 형체가 어렴풋이 보여. 설마 하는 마음에 그 쪽으로 다가가보는데 역시나 네 모습이야. 오늘은 또 얼마나 밖에 있었던 건지 어제보다 더 창백해보이는 모습에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이야. 차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네 모습을 훑어보다 연락을 하겠다는 제 말 때문에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은 줄 알텐데 이걸 어쩌나 하는 걱정에 휩싸여. 무어라 말을 하려 입술을 달싹이다 결국 고개를 푹 숙이고는 작게 말해.) ...미안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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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91에게
(한참을 핸드폰을 붙들고 있어도 답이 오지 않자 머릿속으로 온갖 상상이 나돌아다녀. 네가 납치를 당하고, 길거리에서 나쁜 무리에게 얻어맞거나 담배셔틀을 당하고 돈을 뜯기고... 여러 생각을 하다가 다시 핸드폰을 확인하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다녀오겠다는 네 목소리가 들려. 집에 있었구나. 머리를 복잡하게 돌아다니던 상상들이 바닥으로 푹 꺼지고 안도의 한숨이 입술을 타고 나와. 제게 연락하는 것을 까먹었던지 부산스럽게 부스럭대며 네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제 앞으로 귀여운 수면양말을 신은 슬리퍼가 눈에 들어와. 별 생각은 들지 않았어. 그냥 나도 저런 양말 하나 살까, 라는 하릴없는 생각과 집 앞에 간단히 나가는 거구나, 하는 안도감. 이 밤에 어딜 나가는 건가 걱정 됐었거든. 뻣뻣하게 굳은 뒷목을 문지르며 고개를 드니 네가 한참 입술만 움찔거리다가 미안하다고 말해. 그 모습에 배시시 눈웃음을 지어보였지)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지. 공부하느라 힘들었잖아요. 나 오늘은 마스크도 하고 와서 별로 안 추웠어요. (마스크를 낀 것은 사실이나 춥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이었어. 추위에 발가락처럼 굳은 온 몸을 삐걱거리며 겨우 일어나선 느릿하게 팔을 움직여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꺼내보여. 가만히 제 손만 바라보는 네가 답답해 네 패딩 주머니에 사온 초콜릿을 몽땅 네 주머니에 넣어두고 흡족하게 웃어보여. 그리고 네 손에 들린 돈을 기웃거리며 바라보았지. 너와 같이 심부름을 가고 싶었기 때문이야. 너랑 더 같이 있고 싶었거든) 심부름 가는 거예요? 나도 같이 갈래요. (네 옷자락을 잡아끌어 엘리베이터를 누르곤 네가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그대로 너와 같이 밖으로 나와. 몸이 덜덜 떨릴 것 같았지만 마스크를 더욱 고쳐쓰며 이를 꽉 물어 참아냈지. 네가 자꾸 나를 바라보기에 민망한데도 기분이 좋아서 머쓱하게 눈가를 긁적이다가 네 어깨에 강아지처럼 머리를 부볐어. 제가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는 둥의 얘기는 별로 하기 싫어서 학교 얘기로 말을 돌렸지) 오늘 쪽지시험 봤는데요, 내가 우리반 1등 했어요. 계속 이렇게 공부하면 이제 형이랑 같은 고등학교 갈 수 있을 거예요. 어차피 뺑뺑이라 조금 운이 있어야하긴 하지만 그래도...대학교는 어디갈 거예요? 나도 같이 가고 싶어요. 형이랑 같은 과도 하고 싶고. (조잘거리며 말을 늘어놓다가 건조하게 피가 늘러붙은 입술을 살짝 혀로 쓸곤 괜히 헛기침을 하며 내일 감기에 걸리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고등학교때 알바도 하면서 공부할 수 있을까요? 부모님이랑 따로 살고 싶은데...대학교 때는 자취할 거예요. 그럼, 그럼 형은 내가 집 사면 놀러와요. 자고 가도 되고 심심할 때 와도 되고...학교 근처에서 구할 거니까...공강일 때 쉬고 가도 되고. (벌써부터 캠퍼스 생활에 들떠 설레는 목소리로 말을 하다 1층에 도착하자 너에게서 떨어져 걸어나가) 뭐 사야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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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99
글쓴이에게
(꽤나 망설이며 어렵게 내뱉은 제 사과가 무색할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괜찮다고 말하는 너를 차마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시선을 바닥으로 내려. 그러다 제 앞에 내밀어지는 초콜릿에 이건 또 뭐냐는 듯 잠시 너를 바라보는데 그 틈에 제 주머니를 가득 채우는 것에 그저 아랫입술을 깨물어. 반대쪽 주머니에 아직도 들어있는 식어버린 핫팩을 네가 발견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이 시간에 제가 밖에 나온 이유를 벌써 알아챈 것인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는 모습에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함께 1층까지 내려와. 저와 같은 대학에 가고 싶다며 주절주절 늘어놓는 이야기들을 가만히 듣기만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내린 네 뒷모습을 한참 바라봐. 그러다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닫힐 즈음에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내려. 오늘도 역시나 잔뜩 얼어버린 네 손발과 마스크에 가려져 있지만 붉게 변했을 볼에 한숨이 절로 쉬어져. 건물 밖에서 새어들어오는 불빛에 희미하게 보이는 네 모습을 뜯어보다 그냥 들어가라고 말할까 고민해. 내일부터는 제가 미리 연락한다는 말을 믿지 않고 더 일찍부터 나와서 기다리겠구나 하는 걱정도 하면서. 먼저 들어가라고 했다간 제가 다녀올 때까지 또 계단에서 기다리거나 고집을 피울 것 같아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는 함께 근처 편의점으로 걸어.) 그냥... 두부. (바람 소리에 쉽게 묻힐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편의점 안으로 들어서. 문을 열자 짤랑 하고 들려오는 종소리가 유독 크게만 느껴지는 것 같아. 냉장 코너로 가 두부를 하나 집어들고는 계산대로 향하다 따뜻한 음료를 파는 곳에 잠시 눈길이 가. 밝은 곳에서 보니 추위에 아직 잘게 떨고 있는 것도 같은 네 모습에 머뭇거리다 결국 따뜻한 두유를 하나 집어들고 함께 계산해. 검은 봉투에 담긴 두부를 손목에 걸고 따뜻한 유리병을 네 손에 쥐어줘. 두유를 받아드는 손이 빨갛다 못해 창백해진 것이 눈에 들어와. 놀란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네 모습에 무심하게 말해.) 뭘 보고만 있어. 마셔. 식기 전에. (네가 포장을 까 한 모금 마시자 그제야 편의점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너에게 관심이라고는 없는 너희 부모님을 잘 알고 있기에 네 방이 혹시 춥지는 않을까, 이 시간에 들어왔다고 혼나지는 않을까,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해. 말없이 아파트로 다시 걸으면서도 네가 저와 같은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면 더 나았을텐데, 저 같은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하는 생각 뿐이야.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내려오기만을 기다리다 조심스럽게 입을 떼.) ...우리 집에서 잘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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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199에게
(두부를 산다는 네 말을 듣지는 못했지만 재촉하지 않았어. 그냥 조금 아쉬운 듯한 내색을 비치다가 편의점에 들어가서 네가 두부를 집어오는 것만 바라봤지. 시간이 늦어도 물건을 살 수 있는 24시간 편의점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 네가 계산을 마친 것 같아서 밖으로 나서려는데 이내 손에 쥐여지는 유리병에 의아한 표정으로 너를 바라봐. 또 무심한 그 말투로 식기전에 마시라는 말에 네 말을 거스를까 싶어 허겁지겁 뚜껑을 따서 마시다가 결국 혀를 데였어. 그래도 그저 좋았지. 배가 고프기도 했고 따뜻한 것이 닿자 몸이 좋다고 반응하는 건지 금방 유리병에 담긴 두유는 뱃속으로 사라졌어. 제가 한 모금 마시자마자 먼저 밖으로 나서던 너를 따라 유리병을 쓰레기통에 넣고 재빨리 따라갔지. 집에 들어갔을 땐 엄마 자고 있었으면 좋겠다. 또 싸돌아다닌다고 욕할텐데. 아무렇지 않게 그런 일을 생각하던 와중에 금방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어. 혼날 땐 혼나더라도 너랑 더 있고 싶어서 괜히 마스크를 만지작거렸어. 아, 근데 이거 아까 마실 때 형이 상처 봤을까. 뒤늦게 드는 생각에 슬쩍 네 눈치를 보는데 우리 집에서 잘 거냐는 네 질문에 눈이 크게 뜨여. 저 말을 초등학생 때 듣고 언제 들었더라.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조금이라도 답을 늦추면 네가 말을 무를까봐 고개를 크게 끄덕거려.) 응, 어, 네! 잘래요. 형네 집에서 잘래요. (몇 번이고 긍정의 대답을 내비친 후 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어. 정말 너희 집에서 재워주는 걸까. 너랑 또 같이 잘 수 있는 걸까. 가슴이 쿵덕거려서 진정이 되지 않았어. 역시 밖에서 기다리길 잘했지. 과거의 저를 칭찬하며 14층에 도착하자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어. 잠시 제 집 문을 바라보다 미련없이 네 집으로 너와 함께 들어갔지. 저의 집 사정을 역시 잘 알고 있는 너의 어머니도 제가 마스크를 쓴 것을 보고 잘 왔다고 반겨주셨지. 그 따뜻하고 다정한 모습에 그녀의 품에 안겨들었어. 제 등을 토닥이는 손길에 울음이 터질 것 같았지만 평소 제가 잘 하던 것이 참는 것이었으니 꾹 참아냈지.) 고맙습니다. 잘 있다가 갈게요. (꾸벅 예의바르게 구십도로 인사하고 너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어) 저기 욕실에서 씻어도 돼요? 데려와줘서 고마워요. 저 어디서 자요? 거실에 이불만 줘도 좋은데. (제 방과 다르게 따뜻한 네 방에 벌써부터 노곤해지는 몸을 추스리며 이미 네게 들킨 것 같아 마스크를 벗어 조금 부어오른 볼을 매만지며 물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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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02
글쓴이에게
(제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대답해오자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여.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익숙하게 도어락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어. 저와 함께 안으로 들어오는 네 모습에도 엄마는 별로 놀라지 않은 듯 보였어. 오히려 웃으며 반겨주시는 모습에 허락을 구하려던 걸 멈추고 눈이 마주치자 그저 옅게 웃어보여.) 두부 사왔어요. 냉장고에 넣을게요. (검은 봉지에서 두부를 빼 냉장고 빈 칸에 넣어두고는 방으로 향해. 저를 뒤따라 들어오는 네 모습에 패딩 주머니에서 네가 준 초콜릿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패딩을 벗어 걸어둬. 그러다 여전히 그대로인 귤을 발견하고는 혹시 네가 보지는 않을까 슬쩍 네 눈치를 살펴. 그냥 원래 집에 있던 것인 줄 알겠지, 하고 속으로 간절히 바라는데 뒤돌아 마주한 네 모습에서 볼이 약간 부어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하려던 말을 멈춰. 마스크를 끼고 있던 것도 그제야 인식한 자신을 원망할 뿐이야. 한 번도 네가 마스크를 끼고 제 앞에 나타난 적이 없었는데 왜 몰랐을까. 네 볼을 자세히 살펴보니 이건 절대 추워서 붉어진 것이 아니었어. 제 시선을 느낀 것인지 괜찮다는 듯 웃어보이는데 그 모습에 절로 한숨이 나왔어. 그래도 우선은 밖에서 꽁꽁 얼었던 네 몸을 녹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씻어도 되냐는 네 말에 고개를 두어번 끄덕여. 제 옷장을 열어 편한 옷을 한 벌 네게 건네고는 말해.) 씻고 와. 욕실 어딘지 알지? 그걸로 갈아입고. 천천히 씻고 나와. 말 했어. 천천히, 라고. 조금만 기다리면 따뜻한 물 잘 나올 거야. (어디서 자냐는 네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고는 씻으러 가라는 듯 고개를 까딱해보여. 머지 않아 물소리가 들리자 그대로 침대 이불 위에 털썩 누워 지끈거리는 머리를 헤집어. 일어서 밖으로 나와 이불을 꺼내고 있는 엄마의 모습에 웃으며 이불을 뺏어들어.) 제 방에서 재울게요. 얼르 주무세요. 거실에 불은 제가 끌게요. (그제야 안심한 듯 이미 불이 꺼진 안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제 방으로 이불을 가져와. 일단 가져오긴 했는데 너를 정말 어디서 재워야하나 조금 걱정이야. 제 침대 옆에 이불을 깔 수 있을 정도의 자리는 있지만 너를 바닥에서 재우고 저는 평소처럼 침대에서 자는 것도 조금 그래. 어차피 너는 상관 없다고 하겠지만 평소에는, 아니, 저와 네가 아주 어릴 적에는 꽤 넓은 제 침대에서 함께 자곤 했었으니까. 점점 그쳐가는 듯한 욕실의 물소리에 아직 바닥에 채 깔리지도 않은 이불을 바라보며 머뭇거려. 결국 이불은 방 구석에 접힌 채로 놓아두고는 드라이기를 꽂아놓고 거실로 나가 서랍에서 연고 같은 것을 여러개 챙겨와 책상 위에 놓아두다 귤을 다시 발견하고는 얼른 책상 서랍 속에 넣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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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02에게
(방에 들어와서 귤을 봤지만 별 생각은 들지 않았어. 그냥 어머니가 주신 거겠지- 하며 넘길 뿐이었지. 그러다 마스크를 벗었을 땐 조금 당황했어. 어머니도 알아보시기에 너도 당연히 아는 줄 알았는데 마주한 네 눈은 전혀 아는 것 같지 않았거든. 괜찮다는 듯 방긋 웃어보이자 한숨을 쉬는 것에 시선을 바닥으로 떨궜어. 네가 건네는 옷을 받고 욕실로 들어서며 '천천히' 를 강조하는 네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지.) 천천히 씻고 올게요. (어디서 자냐는 물음에 네 답은 없었지만 어련히 알아서 잘 해주겠지 싶어 욕실로 곧장 들어가.) ...따뜻하다. (네 집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처럼 물은 따뜻하게 몸을 감싸고 돌았어. 네가 쓰는 세안용품들로 말끔히 씻고 나왔어. 천천히 씻고 나오려했디만 어머니도 아버지도 이제 주무시는 것 같아서 물 소리로 깨우기는 싫었기에 물을 꺼놓고 욕실에 가만히 앉아있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것 같자 욕조에 걸터앉아있던 몸을 일으켜. 몸에서 너와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괜히 킁킁대며 제 몸 냄새를 맡아보다가 바디로션까지 바른 뒤에야 옷을 갈아입고 욕실을 나와. 방으로 들어갔더니 침대에 앉은 네가 드라이기를 쓰라며 손가락으로 가리키기에 고맙다고 웃어놓고 선을 정리해 빼놓았어. 왜 그러냐는 네 말에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대꾸했지) 집에서 재워주시는 것도 고마운데 물소리에 드라이기 소리에...완전 민폐예요. 게다가 이 밤에. (제 부모님 덕분에 이런 눈치라곤 말도 못하게 빨라서 네가 괜찮다고 해도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수건으로 꿋꿋이 머리를 털어. 역시 완벽히 마르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됐겠지 싶어 수건을 빨래통에 집어넣었어.) 이불은 어디에 깔아놨어요? (욕실에서 거실을 지나쳐오는데도 못 봤고 방에도 안 깔려있고. 설마 저건가. 방의 구석에 고이 접혀있는 이불을 보며 제가 펼쳐야지 싶어서 다가가다가 책상에 놓인 연고를 발견하고 푸스스 웃어버려) 이런거 안 발라도 돼요, 형. 금방 낫던데. (하루이틀 맞아본 것이 아니라 그렇게 대꾸하곤 거울에 비치는 제 뺨을 바라봐. 조금 붓긴 했네.) 우리 엄마 손이 야무지죠. 그래서 음식도 잘 해요. 많이는 안 먹어봤지만...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제 자신을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그 말에 손가락만 꼼질대다가 애써 웃으며 주제를 돌려) 연고는 됐고요. 형, 저 로션 좀 쓸게요. 얼굴이 당기네. (네가 쓰는 스킨과 로션이 다행히 피부에 맞아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고 착 흡수돼. 아까 저녁에 먹은 거라곤 네가 준 두유밖에 없어서 배가 고팠지만 더이상 폐를 끼칠 수도 없었고 어차피 씻고 나온 거 그냥 먹지 말고 내일 매점에서 빵이나 사먹자 싶어서 배를 통통 주먹으로 아프지 않게 치다가 내심 또 용돈은 쥐여주는 부모님이 신기하고 고맙단 생각을 해.) 언제쯤 자요? 공부해야되는데 내가 방해한 거 아니죠? (책상에 펼쳐진 문제집을 발견하고 눈치를 보며 거실로 나가있을까 하고 문 손잡이를 잡아)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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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04
글쓴이에게
(책상 서랍을 닫자마자 방 안으로 들어오는 너에 어정쩡하게 서서 드라이기를 가리켜. 네가 제 말을 거절한 채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자 입술을 깨물어. 네가 끝까지 제 말을 듣지 않고 수건을 집어들자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해. 밖에서 꽤나 오래 기다렸을텐데 몸은 괜찮은가, 감기에 걸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말이야. 제가 책상 위에 올려둔 연고를 보고도 픽 웃기만 하며 괜찮다고 말하는 너에 입술을 조금 더 꽉 깨물어. 방문을 잡고 나가려는 네 모습에 참지 못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해.) 자려고 했어. 공부 이제 안 해. 너는 자꾸 뭐가 그렇게 괜찮아? 무슨 매번 다 괜찮기만 해?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다 부어올라서 며칠은 가겠구만. 너 밖에도 오래 있었어. 요즘 날씨가 몇 도인 줄은 알아? 그 날씨에 밖에서 몇 시간 동안 벌벌 떨어놓고 머리를 그렇게 하고 자면 감기가 퍽이나 안 걸리겠다. 이 시간에 내가 공부하는데 네가 뭘 잘못했다고 나가있어. 너 여기 었어도 조용히 할 거잖아. 도대체 왜 그래. (제 마음은 분명 걱정스러운 것이었는데 왜 자꾸 말은 이렇게 나가는지 모르겠어. 밤인 것을 생각해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았지만 누가봐도 화가 섞인 말투였기에 조금 후회가 되기 시작해. 제 집에서도 좋은 말을 듣고 자라진 못할텐데 저까지 이렇게 해야하나 싶어. 답답함에 한숨을 내쉬고는 아까보다는 한층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해.) 일단 앉아. 말 들어. (네 손목을 잡고 끌어와 방문을 닫고는 너를 침대에 걸터앉게 해. 네가 코드를 뺀 드라이기를 다시 연결해 가장 약한 바람으로 맞춰 놓고는 아주 어릴 적의 기억을 되짚어 네 서툴게 말려. 어느 정도 축축한 감이 사라지자 드라이기를 정리하고는 책상 위에 올려둔 연고를 가져와. 어느 것이 어디에 바르는 것인지를 잘 몰라 한참 뒤적거리다 적당한 것의 뚜껑을 열어. 그런데 볼 전체에 발라야하는 것인지, 부어오른 것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 결국 생채기가 난 곳에만 조심스레 연고를 바르고는 휴지로 손을 닦아. 잠시 부엌으로 나가더니 냉장고에서 제가 자기 전 마실 물을 챙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작은 빵과 쿠키가 담긴 바구니를 방으로 들고 들어와. 아직 어색하게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네 모습을 발견하고는 침대 위로 올라가 앉아 쿠키 포장을 까 입에 넣으며 말해.) 너도 먹으려면 먹어. 그냥 배고프니까 잠 안 와서. (무심하게 말하지만 사실 저도 별로 배가 고프지는 않아. 밖에서 오래 기다린 네가 허기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 네가 제 앞에서 먹는 것을 불편해 할까봐 밖으로 나가 화장실도 잠깐 들렀다가, 부엌으로 가서 네가 마실만한 음료수도 하나 챙겨와. 너무 차갑지는 않은 것으로 네 손에 쥐어주고는 복잡한 머리를 한 번 쓸어넘겨. 어느 정도 비워진 바구니를 책상 위에 대충 올려놓고는 불을 끄려는 듯 방문 옆에 달린 스위치 앞에 가서 서. 멀뚱히 저를 바라보다 바닥으로 내려가 이불을 펴려는 행동에 잠시 멈칫해.) ...침대에 누워. 빨리 누워. 불 끄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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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04에게
(자려고 했다는 네 말에 다행이란 생각을 하는데 더 이어지는 차가운 목소리에 굳어서 널 바라보기만 해. 화난 것 같긴 한데 내 걱정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고맙긴 한데 어투가 누가 들어도 화난 어투라서 감히 말을 꺼낼 수가 없었어. 내가 형을 화나게 한 걸까. 내가 널 왜 화나게 했을까. 이유를 찾지 못했지만 결론은 '내가 잘못했다' 였지. 싹싹 빌까. 긴장감에 혀를 내어 입술을 축이는데 한숨을 내쉰 네가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앉으라고 하자 얌전히 네가 끄는 대로 따라가서 침대에 앉아. 말 들어야지. 형이 하는 말이니까. 두 손을 무릎 위에 모아 앉아선 네가 하는 것을 바라보는데 제가 정리해둔 드라이기를 꺼내는 것에서 엉덩이를 들썩거렸어.) 내, 내가... (내가 해도 된다고 했지만 너는 대답도 없이 내 머리칼을 헤집었지. 목에 힘을 주고 허리를 펴서 네가 머리를 말려주는 것이 최대한 편하도록 했어. 머리를 헤집는 손길에선 서툶이 잔뜩 묻어져나왔지만 그래도 기분이 매우 좋았어. 네가 내 머리를 말려주다니. 설레는 기분에 입술을 꾹 깨물고 있었어. 머리가 말라가는 게 아쉬울 정도였지. 연고를 꺼내는 네 모습에 또 네 한숨소리를 듣고 싶진 않아서 냉큼 볼을 내어줘. 엄마가 요즘 네일에 관심이 있는 것 같던데 볼에 저도 모르게 생채기가 생긴 것 같았어. 조심조심 신중을 가하는 네 손길이 느껴져서 웃음을 터뜨리려다 그럼 또 네가 화를 낼까봐 꾹 참았어. 사실 얼굴이 다쳐도 끈적끈적하게 뭘 바르는 걸 좋아하지 않아 약도 안 바르는 편이었는데...그래도 네가 발라준 거니까 조용히 있기로 했지. 볼일이 있는 건지 방 밖을 나가는 네 뒷모습을 바라보다 어렸을 때 이후로 와본 적 없어 괜히 익숙하면서도 낯선 방 안을 둘러보다가 네가 쿠키와 빵이 담긴 바구니를 가져오자 저도 모르게 입이 벌어져. 바구니를 놓아두고 다시 나가는 널 바라보다 네가 나가자마자 허겁지겁 쿠키와 빵을 먹어치웠지. 안 그래도 한창 클 나이라 양이 많은데 계속 쫄쫄 굶었더니 정말 뱃가죽이 등에 붙는 것 같았어. 식사 아닌 식사를 마치고 네가 타이밍 좋게 들어와 음료를 쥐여주자 그것도 꼴깍꼴깍 잘도 마셨지. 불을 끄려는 듯 스위치 앞에 서는 너를 말똥히 바라보며 바닥에 이불을 펴고 누우려다 침대에 누우란 소리에 주춤해. 침대에? 왜? 하는 질문이 떠올랐지만 '빨리' 라는 네 말에 후다닥 위로 올라가 이불을 덮었지. 그제야 불을 끈 네가 내 옆에 자리를 잡자 꼬물거리며 움직여서 벽에 원래 있던 것 마냥 찰싹 달라붙어서 네게 공간을 만들어줘. 아직 중학생이긴 하지만 그래도 몸이 좀 큰 터라 침대가 좁아보였지) 형, 나 밑에서 자도 되는데요. 이러면 둘 다 불편할 것 같은데... (사실 나는 아주 좋았지만 네게 혹여라도 해를 끼칠까봐 걱정이야. 내가 자다가 발로 차면 어쩌지. 뒹굴거리면서 깔아뭉개면 어떡하지. 머릿속으로 잡생각을 하다가 슬쩍 몸을 일으켜 아까 이불이 있던 곳을 한 번 더 바라봐. 자는 척 좀 하다가 네가 잠들면 밑에서 이불을 깔고 잘 생각이었지. 태형이형은 너무 착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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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04에게
이불을 꼭 말아쥐며 헤실 웃었다가도 네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럴 것 같아서, 아니. 더 잘해줄 것 같아서 금세 우울해져 눈을 꾹 감았어) 연고 안 묻게 할게요. 혹시 묻으면 내가 집에서 빨아올게요. (볼을 최대한 베개에서 떨어뜨리며 말하곤 엄청난 추위에 노출되어 있다가 따뜻한 곳에 오자 아까부터 계속 간지럽던 몸을 벅벅 긁었어. 그러다 너와 눈이 마주치자 괜히 팔을 꼬집어 간지러움을 참으며 급히 입을 열었지) 나, 나! 깨끗하게 씻어서 안 더러워요. 때도 저번에 밀었으니까 각질 같은 거 안 나올 거고...그냥...간지러워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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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16
글쓴이에게
쓰니 야, 이 톡 계속 잇고 싶은데 설 연휴 동안 내려가 있어야 해서 인터넷을 거의 못 할 것 같아요ㅠㅠ 갔다 와서 이어도 될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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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16에게
응응! 어쩔 수 없죠ㅠㅠ설 잘 지내고 나중에 봐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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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44
글쓴이에게
미안해요. 간다고 말도 못 하고 갔네. 설 연휴 동안 인터넷을 거의 못 했어요ㅠㅠ 쓰니는 연휴 잘 보내고 있어요? 아, 혹시 그 동안 새글로 톡 왔었어요?ㅠㅠ 거기로 갈까요? 아니면 여기에 다시 이을게요ㅠㅠ 보는대로 대답해줘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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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44에게
응 나 지금 친척들이랑 놀러나와서 아직 다른 탄들 댓글도 못 달았어요ㅠㅠ새 글로 안 왔으니까 여기에 달아주면 돼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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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46
글쓴이에게
응응, 안 바쁠 때 천천히 이어줘요. 떡국은 챙겨 먹었어요?ㅠㅠ 나는 안 먹었는데ㅋㅋ 감기 걸린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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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눈치를 살피다 침대 위로 올라가 눕는 네 모습에 그제야 불을 끄고 흐릿하게 보이는 침대 위로 올라가 누워. 왠지 잠이 오지 않아 가만히 천장만 바라보다 네 목소리에 네 쪽으로 고개를 돌려. 벽에 딱 붙어있는 네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와. 숨만 쉬어도 입김이 펄펄 나오는 밖에서 한참을 있었을터라 따뜻한 곳에 있어도 모자랄 판에 차가운 벽에 등을 맞대고 있는 모습이라니. 내려가서 자겠다는 말에 입술을 꾹 깨물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아. 다시 천장을 바라보다 눈을 질끈 감는데 어디가 불편한지 몸을 벅벅 긁어대는 모습에 결국 다시 네 쪽으로 고개를 돌려.) 연고 묻어도 상관 없어. 불편해서 그러고 어떻게 자려고.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똑바로 누워. ...밑에 내려갈 생각 하지 말고. 너 불편하면 내가 빈 방 가서 잘게. 근데 너 자꾸 왜 그래? 어디 아파? 별로 안 좁으니까 이 쪽으로 좀 와서 누워. 너 그러고 있는 게 더 불편하고 신경 쓰여. (네 팔을 잡고 제 쪽으로 살짝 끌어당겼어. 잠시 맞닿은 팔이 아직 조금 차가운 듯한 느낌에 이불을 괜히 끌어올려 덮어.) 빨리 자. 내일 늦잠 자면 안 되잖아. (너희 엄마에게 여기서 잔다고 연락이라도 해야하는 건 아닌가 하고 잠시 생각하지만 그랬다간 잠을 깨운다고 더 혼이 날 네 모습이 눈에 보여서 그만 두기로 해. 잠자리가 바뀌어서 못 자는 건가 하고 걱정이 되긴 하지만 괜히 더 차갑게 말을 내뱉고는 네게서 등을 돌리고 누워. 눈을 질끈 감고 먼저 잠이나 자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가 않아.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네 쪽에서 고른 숨소리가 들려와 천장을 보고 아까처럼 똑바로 누웠어. 이제 자는 건가 싶어 네 쪽을 힐긋 바라보는데 눈을 질끈 감고 있는 네가 보여. 아무래도 저 때문에 자는 척을 하는 것 같아. 말을 걸면 또 저도 모르게 화를 낼 것 같고 그러면 네가 더 불편해 할 것 같아 그만 두기로 해. 저는 네가 편하게 잤으면 하는 마음에 제 집에서 자라고 한 것인데 오히려 더 불편해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아. 제 뒤척임 때문에 흐트러진 이불을 어깨까지 끌어올려 덮어주고 눈을 감은 네 모습을 가만히 바라봐. 어릴 적 네 모습과 얼굴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아 기분이 이상해져.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웃으며 잘 놀았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네가 이렇게 불편해진 것인지 저도 잘 모르겠어. 네가 안 자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애써 모르는 척 하며 네 쪽으로 몸을 틀고 누워. 내일 아침 너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알 수 없지만 너도 모르는 척 해 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조심스레 손을 뻗어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네 앞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해. 네가 놀란 듯 속눈썹이 잘게 떨리는 것이 보여. 아무래도 이런 제 행동이 싫어서 그런 것 같아 쓰다듬던 손을 거두고 네 어깨를 토닥여. 네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을 내뱉어. 네가 다 듣고 있을 테지만 지금이 아니면 이런 말도 못 할 것 같아서.) 미안해. ...미안해, 정국아. (무엇이 미안하다는 것인지 저도 잘 몰랐지만 제가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어. 꽤나 오랜만에 불러보는 듯한 어색한 네 이름까지 작게 덧붙여. 혹시라도 네가 갑작스레 눈을 뜰까봐 이번엔 제가 질끈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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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46에게
난 두 그릇이나 먹었어요ㅋㅋ탄소도 안 아프죠? 아프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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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내 팔을 잡아당긴 탓에 차가운 벽에 붙어 점점 식어가던 등이 다시 열기를 되찾았어. 순간 가까워졌던 네 얼굴이 아직도 눈 앞에 아른거려서 가슴이 울렁거렸지. 하지만 금방 등을 돌리고 눕는 네 모습에 그 울렁거림은 얼마 가지 못했어. 너 몰래 깊게 숨을 내뱉고 몇 번 눈을 깜빡이다가 다시 눈을 감았지. 내가 얼른 자야 형이 편할 거야. 그 생각에 눈을 꽉 감고 속으로 잠옷을 세기 시작해. 잠옷이 하나, 잠옷이 둘, 잠옷이 셋... 겨우 일곱까지 세었을까. 문득 뜨겁게 느껴지는 시선에 사고회로가 멈춰. 세어지다 말고 공중에 떠있던 잠옷들이 어딘가로 사라졌지. 날 보고 있는 걸까. 눈을 떠서 확인하고 싶지만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어서 얌전히 눈을 감고 있었어. 이불을 끌어올려 덮어주고 앞머리를 만져주는 네 손길. 이 다정한 손길을 얼마만에 받아보는 건지. 너무 감격스러울 정도라서 눈이 파르르 떨렸어. 그 움직임에 네 손이 눈가에서 어깨로 옮겨가자 제가 자는 척한 것을 들키기라도 한 것 같아 숨을 꾹 참았지. 그리고 뒤이어 들려오는 미안하다는 말. 저 미안하다는 말은 나한테 매몰차게 대해서 미안하다는 걸까 아니면 내가 형을 좋아하는 마음에 부응해줄 수 없어 미안하다는 말일까. 어쨌든 중요한 건 네가 나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고, 그 마음을 갖고 있을 동안에는 적어도 네가 날 조금쯤은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는 말이었어. 물론 네 생각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제 작은 머리통으로 굴려 나온 대답은 저거였지. 네가 오랜만에 다정하게 불러준 제 이름에 감격하기도 전에 머리가 멍해져서 슬쩍 실눈을 떠보았어. 질끈 눈을 감고 억지로 잠을 청하는 듯한 모습. 아까 나와 같은 모양새였으나 넌 지금의 상황을 피하고 싶어서 그러고 있는 것 같았지. 동그라니 눈을 떠서 널 바라보다가 소리없이 웃었어.) 괜찮아요, 형. (낮고 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하곤 조심스레 등을 돌려 누웠어. 네 얼굴 대신 벽이 가득 시야에 들어찼지. 가만히 손을 뻗어 네 얼굴 대신 우둘투둘한 벽지를 매만졌어. 너 대신 내 세상이 되어줄 사람이 있을까. 너보다 더 나를 온전하게 안아줄 사람이 있을까. 시간이 지나도 날 계속 사랑해주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나오기 전까지는 너를 절대 못 놓는데. 정말, 정말 못 놓는데.) 내가 더 미안해요. (아까보다 더 작게 속삭이듯 말을 내뱉곤 눈을 지그시 감았어. 그런 사람이 나타나면 나는 네게서 사라질테지. 더이상 널 귀찮게 굴지도 않을 거야. 그럼 그때 넌, 날 찾아줄까. 내가 없음에 외로움을 느껴줄까. 씁쓸함이 입안에 감돌았어. 밤이 깊었고, 피로한 몸은 금세 잠에 빠져들었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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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51
글쓴이에게
응응, 나도 안 아프고 멀쩡해요. 연휴 벌써 끝나버렸다ㅠㅠ 잘 보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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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질끈 감고 네 인기척을 애써 모르는 척 해. 하지만 얼마 못 가 들려오는 네 목소리에 다시 눈을 떠 네 쪽을 바라봐. 눈이 마주치면 어쩌려고 그랬을까. 코 앞의 미래도 생각하지 않고 한 행동이었는데 다행히 네가 제게서 등을 돌린 모습이 보여. 역시 안 자고 있었구나. 미안하다는 제 말을 이렇게나마 들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얼마 못 가. 네가 잘못한 게 뭐가 있다고 제가 더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네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꽉 깨물어. 하얗게 질리다 못해 피가 날 지경인데도 문 입술을 놓지 못해.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오는 게 느껴져 자는 척을 하고 있던 것도 까먹고 네 반대편으로 몸을 틀고 누워. 하지만 전혀 잠이 오지 않아.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가는 내일 학교에 가서 꾸벅꾸벅 졸기만 할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어쩔 수가 없어. 제 말을 무슨 뜻으로 받아들인 걸까. 왜 미안하다는 것인지 너는 알기나 할까. 혹시 또 이상한 뜻으로 받아들이고 혼자 상처 받지는 않을까. 괜히 저희 집에서 자라고 한 걸까 하는 생각까지 들어. 한참을 그렇게 뒤척거리다 답답함에 몸을 일으켜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아. 네가 아까와는 달리 편안한 얼굴로 고른 숨을 내뱉는 것으로 보아 아마 잠이 든 것 같아. 책상 위에 올려둔 시계를 확인하는데 벌써 새벽 3시가 넘어가고 있어. 이러다간 정말 눈도 못 붙일 것 같은데. 혹시나 네가 깰까싶어 조심스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부엌으로 나왔어. 냉장고에서 찬 물을 꺼내 벌컥벌컥 들이켜보지만 마음 속에 자리잡은 응어리는 풀어지지 못해. 거실에서 잘까, 아니면 아까 가져다 둔 이불을 깔고 잘까, 생각하다가 결국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와. 침대에 앉아 잠든 네 모습을 바라보며 한숨만 내쉬어. 제가 처음 네게 다가갔을 때는 그저 순수하게 네가 조금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어.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야. 지금까지 그 흔한 따뜻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네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것은 똑같았지만 저를 향한 네 마음은 예전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 네가 불편해지기 시작한 것도 아마 그 때부터인 것 같아. 조심스레 손을 뻗어 네 머리를 쓰다듬었어. 꽤 부드럽게 맞닿아오는 머리칼과 네가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작게 들썩이는 몸에 저도 따라 나른해졌어. 결국 제대로 눕지도 못하고 침대에 기대 앉은 채로 잠이 들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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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51에게
잘 보냈죠 살이 더 찐 것 같아ㅋㅋㅋ연휴 지나고 날이 많이 풀렸네요 완전 좋아! 비 오는 거 빼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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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잠을 못 이루는 것도 모른 채 곤히 잠이 들었어. 그리고 눈을 뜬 건 아침 5시 30분 즈음. 부스스 일어나선 내 옆에 누워있을 너부터 확인하는데 불편한 자세로 침대 헤드에 기대 잠이 든 네 모습에 깜짝 놀라. 잠이 다 달아나버린 것 같아서 벌떡 몸을 일으키는데 잠투정을 하는지 으응- 하며 인상을 찌푸리는 네 모습에 숨을 참으며 가만히 움직임을 멈추지. 부스럭거리는 이불의 소리조차 멎자 네가 다시 편안하게 인상을 펴는 것에 후 숨을 내쉬며 너를 바라보았어. 왜 저렇게 자는 걸까. 같이 잔 지가 하도 오래 돼서 네가 원래 이렇게 자는 걸 편하게 여기는 사람인가 싶기도 하고 손을 대면 깰깨봐 함부로 손도 못 대고 움찔거렸지. 그래도 목이 불편하게 꺾인 모습이 영 거슬려서 조심스럽게 팔을 잡아끌어. 가볍게 딸려오는 몸을 품에 안고 끙차 천천히 움직여 널 침대에 바르게 눕혔지. 몸이 꼬물대며 자리를 편하게 찾아가는 모습에 따뜻한 이불을 끌어올려 덮어주고 팔뚝을 일정하게 토닥였어. 다시 곤하게 숨을 내쉬는 네가 이제 다시 바라보니 너무 귀여운 거야. 입술을 꾹 깨물고 귀를 붉게 물들였지. 맘 같아선 입술이라도 맞대고 싶었지만 그러면 제가 심장이 터져서 쓰러질 것 같았어. 결국 네 얼굴을 눈에 담는 것 밖에 하지 못했지. 10분 정도 널 바라봤을까. 책상에 놓인 포스트잇 한 장을 뜯어.) '잘 자고 가요, 형.' (가볍게 감사의 말을 쓰고 네가 잘 볼 수 있게 문 앞에 붙여두었지. 씻고 가려다가 그러면 너의 부모님까지 제가 깨울까봐 최대한 발소리를 죽이고 집을 나섰어. 역시나 고요한 제 집안에서 한기가 도는 것 같아 부르르 몸을 떨고 씻고 교복을 갈아입어. 일찍 일어난 터라 시간이 남아 두유를 먹고 귤을 먹으며 아침을 해결할 수도 있었지. 조금 더 집에 있다가 네가 나가는 시간에 나가려고 했지만 핸드폰으로 날짜를 확인하니 하필 오늘이 제가 주번인 날이었지. 한숨을 쉬며 일어나 집을 나서. 마스크로 다친 볼을 가리고 엘리베이터를 눌렀지. 본의아니게 널 피하는 모양새가 돼 버렸어. 쩝- 입을 다시곤 굳게 닫힌 네 집 문을 바라보다 띵 하고 알림을 울리며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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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53
글쓴이에게
맞아요. 연휴 지나면 꼭 살까지 같이 와... 오지마... 여긴 비 안 오는 것 같아요. 저녁 잘 챙겨 먹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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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겨우 잠에서 깨. 어젯밤 잠을 설친 탓인지 온몸이 뻐근하고 평소보다 더 일어나기가 힘들었어. 텅 빈 옆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다 그제야 어젯밤 일이 떠올라. 분명 저는 침대 헤드에 기대어 잠이 들었는데 어느새 어깨까지 이불을 꼭 덮은 채 자고 있었어. 잠귀가 밝은 편이라 네가 억지로 몸을 움직여 똑바로 눕힌 것이라면 제가 깨지 않았을 리가 없다고 생각해. 잠결에 다시 누워서 잤나보다 하고 생각하고는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와. 네가 부모님과 살갑게 웃으며 아침이라도 먹고 있을 모습을 생각했는데 정국이는 아직 자냐며 아침 같이 먹게 깨우라는 엄마의 말에 고개를 갸웃해.) 방에 없는데... (말끝을 흐리며 먼저 일어나 나오는 모습을 못 보았냐고 물어보려다 입을 꾹 다물고는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와. 그제야 방문 앞에 붙어있던 쪽지를 발견하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어. 대충 먼저 간 것 같다고 둘러대고는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어. 혹시 제가 어제 한 행동 때문에 저를 보기가 어려워 도망친 것일까.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른 채 대충 아침을 때우고는 욕실로 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어. 그러자 네 생각이 더 나기 시작해. 그냥 여기서 씻고 밥도 먹고 가지. 집에 가면 끼니도 제대로 못 챙겨 먹을 네가 뻔해 아랫입술을 깨물어. 네가 그런 가정에서 태어난 것이 제 잘못도 아닌데 자꾸만 가슴이 답답해져와.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교복을 챙겨 입다 어제 아침에 제가 했던 말이 떠올라. 오늘도 핫팩을 챙겨달라고 하자 알겠다며 웃는 네 모습이 눈 앞에 그려져. 기다리고 있을 네 생각에 급히 가방을 집어들고 저도 서랍 속에서 네게 줄 핫팩을 챙겨 밖으로 나와. 하지만 네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제가 너무 일찍 나왔나 싶어 시간을 확인하지만 네가 나오고도 남을 시간이야. 제 집에서 잤다고 혼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제 얼굴을 보기가 두려워 일부러 피한 것은 아닐까. 답답한 마음에 손톱을 입 앞에 가져가 잘근잘근 씹어. 초등학교 이후로는 하지도 않던 행동이었는데. 이대로 계속 있을 수는 없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단지를 나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지만 그 곳에도 네 모습은 보이지 않아. 제가 타야하는 버스는 5분 후면 도착이지만 네가 타야 하는 버스는 어제 네가 말했던대로 20분이나 더 기다려야 해. 너를 조금 더 기다려볼까. 망설이다가 결국 제가 탈 버스를 그냥 보내버렸어. 10분 후에 학교로 가는 또 다른 버스가 오기에 그것을 타고 가면 된다는 생각이었어. 그렇게 시간은 흘렀지만 네 모습은 보이지 않아. 버스를 몇 번 더 보내고 나서야 버스에 몸을 실었어. 핸드폰 시간을 확인하자 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교실까지 숨도 안 쉬고 뛰지 않으면 보나마나 지각이었어. 너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초조함에 애꿎은 핸드폰 액정만 손가락 끝으로 탁탁 두드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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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53에게
저녁 동생이 햄버거 먹고 싶대서 같이 먹기로 했어요 허헣허 탄도 저녁 꼭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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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학교에 도착해서 바닥을 쓸고 닦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어. 책상 배열도 새로 맞추고 칠판지우개도 털었지. 미안하다며 뒤늦게 온 같은 주번 아이에게 괜찮다고 웃어주곤 아이가 창틀을 닦는 것을, 자리에 앉아 턱을 괴고 바라보기만 했지. 환기를 시키고 아이가 창틀을 닦느라 창문을 열어놓은 탓에 차가운 바람이 한껏 들어와 교실을 식혔어. 책상과 의자도 차갑게 식어 맞닿은 엉덩이나 팔꿈치가 서늘했지. 그러다 문득 다시 네 생각이 나. 잘 일어났을까. 밥은 잘 먹고 왔을까. 내 생각은 하고 있을까. 턱을 괸 손가락으로 톡톡 입술을 두드리며 생각을 이어가다가 순간 눈이 커지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아침마다 네게 핫팩을 챙겨준다고 했던 것이 떠오른 거지. 기다리고 있을까. 그러나 고개를 내저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지. 없으면 없다고 생각하겠지. 뭐하러 기다리겠어. 날도 춥고 학교도 가야하는데. 다시 턱을 괴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려 애썼지만 손가락이 자꾸 떨려왔어. 그래도, 연락 한 번만 해보면 안 될까? 잘 일어났냐고 물어볼 수도 있는 거잖아. 한참을 망설이기만 하다가 결국 핸드폰을 꺼내. 맨 윗줄에 있는 네 채팅창을 켜서 손가락으로 타닥타닥 글씨를 찍어냈지)

형 잘 잤어요?
나 학교 일찍 왔어요
오늘 주번이라...
미리 말 못해서 미안하고
핫팩 못 챙겨줘서 미안해요
오늘은 야자 하고 와요?

(네게 톡을 보내놓고 황급히 액정을 꺼버렸어. 정말 기다렸을까. 한숨을 폭 내뱉다가 어디 아프냐는 질문에 퍼뜩 고개를 들어. 오늘 같은 주번이었던, 문서준이었지.) 아, 아냐. 그냥. (어색하게 눈웃음을 지어주며 마스크를 더 올려썼어. 어디 아프지 않는데 웬 마스크냐며 꼬치꼬치 캐묻는 서준의 모습이 조금 낯설었지. 말도 제대로 안 섞어본 사인데. 그냥 눈만 몇 번 마주치고 인사만 한 정도. 갑자기 제게 관심을 갖기라도 한 듯 말을 걸어오는 그에게 겁을 먹었어. 네가 내 앞에 있었으면 단번에 네 뒤로 숨어 너를 끌어안았을지도 모르지. 네게 카톡이 오면 그걸 핑계로 도망치기라도 할 텐데. '그냥' 을 반복하며 눈을 굴리고 고개를 숙였어. 태형이형... 네가 너무 보고 싶었어. 아직 너 말고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무서웠나봐. 제가 말을 어물거리자 대답하기 힘들면 괜찮으니 나중에 말해달라며 서준이 방긋 웃고는 머리를 쓰다듬어줬어. 너 말고 다른 사람에게 처음 받아보는 손길. 그 손길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눈을 깜빡거렸지. 강아지처럼 눈을 빛내다가 다시금 드는 네 생각에 슬쩍 머리를 그의 손에서 빼내고 고개를 끄덕였어.) 미안. 나중에 얘기해줄게. ...언젠간. (서준이 알았다고 대답하곤 자리에 가 앉는 뒷모습을 바라보지도 못하고 책상에 머리를 박은 채 핸드폰을 조물거렸지. 형 보고 싶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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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57
글쓴이에게
그렇구나. 난 저녁 먹었어요. 쓰니도 맛있게 먹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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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버스는 학교 앞에 도착했어. 어차피 지각일 것 같아 서두르지 않고 교문을 지나쳐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섰어. 아침 자습이 시작되어서인지 복도는 조용했지. 아침마다, 그리고 야간 자율학습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갈 떄마다 현관 앞에서 마주친 네 모습이 조금은 귀찮다고 느꼈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그게 없으니 답답하고 허전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제가 생각해도 모순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 자꾸만 네가 생각났어. 항상 하던 일을 빼먹은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어. 무심코 손을 찔러넣은 외투 주머니에는 네게 건네지지 못해 포장도 뜯기지 않은 핫팩만이 남아있었어. 교실로 들어서기 전 뒷문 앞에 서서 핫팩을 한동안 내려다보다가 신발장 옆에 놓여진 쓰레기통에 그대로 던져넣었어. 어차피 주인을 찾지 못했는데 계속 쥐고 있어봤자 무슨 소용일까 싶어서. 교실 안으로 들어서자 단번에 제게 쏠리는 시선을 애써 무시하고 자리에 앉았어. 다행히 담임 선생님은 들어오지 않은 것 같았지. 자리에 앉아 평소처럼 문제집을 꺼내드는데 눈에 들어오는 문제는 단 하나도 없었어. 어쩌면 그게 당연한 일이었지만 저는 그저 놀랄 뿐이었어. 네가 제 일상에서 이렇게나 큰 공간을 차지라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거든.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고 쉬는 시간이 되었어. 네가 연락이라도 해볼까. 결심을 하기도 전에 이미 손은 주머리 속으로 향해 핸드폰을 꺼내들었어. 핸드폰 액정을 켜니 이미 쌓여있는 메세지들이 보여. 역시나 네게서 온 것이었지. 그랬구나. 네가 일부러 저를 피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내심 안심이 되었어. 혹시나 이게 거짓말이면 어쩌지. 저를 마주치고 싶지 않아 핑계를 댄 것이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지워버리기로 해. 아침마다 만나기로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사정이 있으면 먼저 갈 수도 있는 것인데 또 뭐가 그렇게 미안하다는 걸까. 이미 제가 읽었다는 표시가 액정에 드러나긴 했지만 별다른 답장은 하지 않고 채팅창을 닫았어. 너를 만나고 싶었어.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어. 그래서 전화 버튼으로 손이 향했지. 하지만 쉬는 시간이 끝나기 겨우 2분 전이었어.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놓고는 다음 시간을 기약했지. 수업은 무척이나 지루했어. 제가 나름 흥미가 있다고 느끼던 과목이었는데도 한 마디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 한 쪽 귀로 듣고 한 쪽 귀로 흘리다시피하며 수업을 버텨내고는 끝나는 종이 치자마자 선생님이 나가시기도 전에 교실을 박차고 나와 최대한 조용한 곳을 찾기 위해 걸음을 옮겼어. 수업이 없는지 텅 빈 음악실이 눈에 들어왔지. 안으로 들어가 혹시나 네가 받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전화를 걸었어. 다행히 얼마 안 가 신호음이 끊기고 네 목소리가 들렸지.) 어, 정국아. 그게... 학교는 잘 갔어? 아침에는 왜 먼저 갔어. 아침... 먹고 가도 되는데. 어, 그리고 오늘도 야자 할 거야. 연락할게. ...오늘은 안 까먹고 연락 할 테니까 그 때 나와. 그리고 또... 아, 핫팩. 괜찮아. 집에 있던 거 가져왔어. 상처난 건 좀 어때? 약 다시 발랐어? (어떤 말도 내뱉기가 어려워 애써 감정을 꾹꾹 눌러담으며 한 글자, 한 글자 조심스레 꼭꼭 씹어 천천히 말을 이었어. 예전에도 너와 전화하는 게 이렇게나 떨리는 일이었을까, 하는 시덥잖은 생각도 하면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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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57에게
(서준과 단둘이 있을 어색한 사이에 점점 아이들이 반으로 들어왔어. 그렇다고 해도 제가 친구가 많은 편이 아니고 겨우 두명 남짓한 친구들만 있었기에 제 주위의 분위기가 확 살아나는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시끌벅적한 환경이 조성되자 숨통이 조금 트이는 것 같았어. 서준을 제외한 다른 아이들은 아무도 제가 왜 마스크를 쓰고 왔는지 관심조차 없어보였어. 저들끼리 대화를 하고 욕을 하고 게임을 하며 떠들기 바빴지. 저를 빼고 다들 재밌어보여서 시끌벅적하여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 조금 우울해져서 핸드폰을 꺼냈어. 1은 없어졌지만 답장은 없었지. 화난 걸까. 말도 안 하고 가버려서. 기다리게 해서 짜증이 난 걸까. 더욱 울적해져선 이어폰을 꽂고 책상에 엎드렸어. 진짜 나 왜 사냐. 한숨을 푹 내쉬곤 눈을 감았지. 잠은 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어. 0교시가 끝나고 1교시가 시작됐어. 선생님도 있는데 마스크를 쓰고 있을 순 없겠지. 말을 할까. 아프다고. 주먹만 꽉 쥐며 눈치를 보던 와중에 앞자리에 앉아있던 서준이 선생님께 뭐라 말하는 것이 보였어. 그리고 제게 작게 웃어보이는 모습.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빡이자니 뭐라 말한 건지 선생님은 제게 잔소리를 하지 않고 바로 수업을 시작했어. 어찌됐든 고마워서 나중에 말해야겠다 싶었지. 그렇게 수업이 시작되고 1교시가 끝날 때까지 네게 답은 없었어. 먼저 다시 연락을 해볼까 싶었다가도 그럼 네가 부담스럽고 더 귀찮다고 느낄까봐 그러지도 못했지. 한숨을 폭 내쉬고 서준에게 감사인사나 하러 가야겠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액정이 밝아지며 네 이름과 함께 전화가 온 것을 보여줬어. 헉. 서준이고 뭐고 빠르게 달려나가 옥상 쪽 계단에 올라갔지. 네게 전화가 온 것이 너무 기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전화를 받았어.) 여보세요? (어, 정국아- 하며 말을 이어가는 네 목소리를 귀에 새겨듣다가 말이 끝난 것 같아서 대답을 해.) 네. 형도 학교 잘 갔어요? 아침엔 형도 피곤해보이고...씻다가 어머니랑 아버지 깨실까봐요. 너무 민폐끼치는 것 같아서. 어차피 주번이라 일찍 가야됐기도 하구요. 형 불편하게 자던데요. 그렇게 자면 목 아파요. 똑바로 누워서 자야죠. 그리고 약, 약은, 네, 발랐어요. (더듬거리며 대답하다가 정국아? 하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 토끼처럼 눈을 뜨며 뒤를 돌아봐.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 서준의 모습에 너와 통화를 하느라 내렸던 마스크를 다시 올려썼지. 입으로 직접 소리를 내 묻진 않았지만 제가 뭘 하는지 궁금해하는 눈치인지라 쭈뼛대며 뒷걸음질쳐. 얘가 진짜 오늘따라 왜 이럴까. 마스크 한 번 쓰고 왔다고 문서준에게 온갖 관심을 다 받다니.) 잠깐만. (부드럽게 미소짓고 있는 서준의 팔을 붙잡고 다시 핸드폰을 귀에 댔어. 저보다 조금 작은 키의 서준이 생글생글 웃고 있었지.) 형, 미안해요. 친구가 와서...그럼 연락 기다릴테니까 오늘은 꼭 연락해줘요. 나 집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게. (보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어. 정말 보고 싶다고. 그치만 이제 네게 부담스럽게 내 마음을 전하지 않기로 다짐했고, 제 앞엔 서준이 눈을 빛내며 서있었기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 형, 있잖아요. 그니까...어, 형, 응... (더듬거리며 말을 쉽게 하지 못하다가 결국 헤실 웃어버렸지.) 수업 잘 들어요. (고작 한 말이라곤 그게 다였어. 아, 응. 하며 대답하는 네 목소리에 먼저 끊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어버렸어. 내가 너보다 먼저 전화를 끊다니. 미'친 걸까. 통화한 시간을 반짝이며 보여주다 곧 까맣게 꺼지는 액정을 바라보다 서준에게 시선을 돌렸어.) 아, 아까. 고마웠어. (제 마스크를 올려다보다 응! 하고 밝게 웃어버리는 서준을 지나쳐 반으로 내려왔지. 제가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는 걸지도 몰랐지만, 서준이 어쩌면...어쩌면 너를 대신해줄 사람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가슴이 괜히 두근거렸어. 너를 바라보는 내 마음과는 별개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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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96
글쓴이에게
(들려오는 네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안심이 되었어. 어디 아픈 건 아닌가,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가 잠시나마 걱정을 했었는데 이제야 마음이 놓였어. 역시 너였구나. 네가 저를 똑바로 뉘어줬었구나. 설마 했었는데 이번에도 저를 챙겨준 것은 다름 아닌 너였구나. 이제는 네가 챙겨주지 않으면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멋쩍게 아랫입술을 물었다 놓았어. 이제 또 무슨 말을 해야할까. 너와 전화를 금방 끊고 싶지는 않아 머리를 굴려 할 말을 생각해내는데 네가 친구가 왔다며 전화를 끊으려하자 네게 보이지도 않을 것을 알면서 놀란 듯 눈을 크게 떠.) 아... 어, 그래. 그럼... (그렇구나. 네게도 친구가 있구나.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 네가 저 말고도 다른 기댈 곳을 찾기를 바랬던 저였는데 왜 마음 한 구석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어. 어렴풋하게 너머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아. 저를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안심이 되기도 잠시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어. 네가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것처럼 뜸을 들이기에 혹시나 하고 잠시 기대를 걸어보았지만 돌아온 건 수업 잘 들으라는 말 뿐이었어. 표정관리가 되지 않아 너를 직접 만난 게 아니라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어. 너와 네 친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마주했다면 저는 어떤 행동을 했을까 상상조차 되지 않았어. 네게 들리지 않게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작게 대답했어.) 어, 그래. 이따 보자. (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끊겨 까만 화면만 가득찬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보다 교실 안으로 들어왔어. 어디 갔다왔냐며 말을 걸어오는 친구들에도 바닥으로 곤두박질 친 기분은 다시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 화장실에 다녀왔다고 대충 핑계를 대고는 핸드폰을 무음으로 바꾼 뒤 주머니에 찔러넣고 책상 위에 엎드렸어. 잠을 청해보지만 왜인지 졸음도 오지 않았어. 자고 일어나면 다 잊게 될까. 네 생각도 나지 않을 수 있을까. 한숨을 내쉬며 다시 한 번 눈을 질끈 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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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윈도우 업데이트 한다고 오래 걸려서 못 이었다ㅠㅠ 잘 잤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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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296에게
(오늘은 정말 이상한 날이었어. 서준이라는 아이가 제게 다가왔고, 너는 내게 먼저 전화를 걸었으며 난 네 전화를 처음으로 먼저 끊었지. 어제 너와 함께 잠을 잔 이후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것 같았어. 아, 정확하게 하면 뺨을 맞은 후부턴가? 문득 엄마에게 고마운 마음이 생겨들 정도였지.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 벌써 학교를 파할 때가 다 되었지. 가방을 싸들고 빠르게 반을 나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다 핸드폰을 꺼내들었어. 점심때 밥 맛있게 먹으라고 연락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서준이 저를 끌어당겨 밥을 같이 먹으러 가는 바람에 그에게 휘말려 핸드폰을 볼 시간조차 없었지. 아까도 같이 가자는 걸 겨우 밀어내 그를 다른 친구들에게 보낸 후였어. 조용해진 반에 홀로 앉아 조심스럽게 메시지 어플을 켰지.)
저녁 맛있게 먹고 야자 끝나면 연락해줘요
(톡으로 보내면 아까 아침에서처럼 1은 없어졌는데 왜 답장을 안 할까? 라는 따위의 성가신 걱정을 할 것 같아서 메시지로 보낸 거였어. 너에게 문자를 보내놓고 바로 가방을 메고 반을 나섰어. 어차피 집에 일찍 가봤자 돈을 잘 버는 아버지 덕에 전업주부로 지내는 어머니가 저에게 좋지않을 시선을 보낼 것이 뻔했기에 버스를 포기하고 집까지 걷기를 택해. 한 발 내딛으면서 네 생각, 다른 발을 내딛으면서 또 네 생각. 똑같은 일상. 하지만 조금 다른 것이라면 열 모두가 네 생각이었던 전과 달리 아홉이 네 생각이고 하나는 서준의 생각이라는 거? 그러다가 집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종이를 봐. 중학생도 일할 수 있을까. 가만히 그 자리에 서서 종이를 바라보다가 조심히 편의점에 들어가.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에 하나뿐인 편의점이었기에 돈을 잘 벌기도 하고 이미 내 집안 사정을 다 알고 있던 점장님은 대신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생이 되면 일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흔쾌히 말씀하셨어.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싱글벙글 웃으며 엘리베이터를 타 네게 연락을 하나 더 보냈지.)
형 저 알바 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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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잤어요! 탄소도? 업데이트ㅠㅠ우리 컴퓨터는 좀 아픈 것 같던데...AS를 불러야하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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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11
글쓴이에게
(다행히도 얕게나마 잠이 들었나 봐. 이번에는 꿈도 꾸지 않았어. 저번처럼 꿈에 네 모습이 나온다면 더욱 머리가 복잡해질 것 같았는데 말이야. 시간을 확인하려 핸드폰을 꺼내들었어. 하지만 시간을 확인하겠다는 것은 핑계고 결국은 네게서 온 연락이 있나 보려던 것이었나 봐. 텅 빈 핸드폰 화면에 마음이 허해졌어. 신경질적으로 책상 속에 집어넣고는 네 생각을 지우려 시끄러운 교실을 한 번 빙 둘러보았어. 오늘 점심에 맛있는 반찬이 나온다며 신이 나 말을 하는 짝의 모습에 피식 웃어버렸어. 곧 다시 수업은 시작되었고 평소에는 일부러 하려고 해도 나지 않던 네 생각이 왜 자꾸 떠오르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 일부러 더 수업에 집중했어. 점심을 먹고 와서 네게 연락을 해볼까 생각하다가 막상 전화를 걸어도 딱히 할 말이 없을 것 같고, 또 전화기 너머에서 그 낯선 목소리가 들려온다면 더 기분이 상할 것 같아 그만두었어. 석식시간이 되어서야 네 생각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어. 친구들과 걱정 없이 웃으며 급식을 먹고 교실로 돌아왔는데 책상 속에서 진동이 울리는 거야. 무심하게 핸드폰을 꺼내들자 네게서 도착한 문자가 보였어. 알바를 구했다는 말에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어. 중학생을 받아주는 곳도 있나 싶었지. 야자는 제대로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 문자 덕에 문제집을 천천히 풀어나가면서도 네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어. 무슨 아르바이트일까. 위험한 것은 아닐까. 아직 어리게만 보이는데 벌써부터 돈을 벌어서 어디에 쓰려고 그러는 걸까. 겨우 야자를 마치고 나와 버스 정류장에 섰어. 지금 당장 네게 전화를 걸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꾹 참았어. 지금 전화를 걸었다간 네가 지금 당장 현관으로 뛰쳐나와 저를 기다릴 것 같아서였지. 아니, 아니야. 아까 그 친구와 논다고 제 연락은 기다리지도 않으려나. 제가 언제부터 네 눈치를 살폈다고 이러는 걸까. 버스에 올라타 자리에 앉았어. 네 생각이 자꾸만 차올라서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어. 곧장 핸드폰을 꺼내 네게 문자를 보내.)
정국아
지금 버스 탔는데
정류장까지 나올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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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나도 잘 잤어요. 점심은 챙겨 먹었어요? 아... 나도 얼마 전에 잠깐 맡겼었어요ㅠㅠ 말을 안 들어서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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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11에게
(집에 도착했더니 엄마는 친구들과 놀러나갔는지 텅 빈 모습이었어. 다행이다. 오히려 혼자인 것이 더 편해서 마음껏 집을 휘젓다가 방으로 돌아왔지. 침대에 풀썩 누워선 아직 시작도 않은 아르바이트에 잔뜩 들떠서 계속 웃음이 나왔어. 벌떡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아서 연습장 하나를 펼쳤지. 돈을 벌면 제일 먼저 집을 사서 혼자 살 거야. 아마 엄마랑 아빠도 귀찮은 놈이 없어졌다고 좋아하시겠지. 네가 목표로 하는 대학교 앞에 집을 구하는게 제일 낫겠지. 아니, 우선 돈이 많이 모이진 않을테니까 월세나 전세가 나으려나. 그래, 내 나이에 벌써 집을 사는 건 무리니까. 먹는 것도 줄이고 돈 모아야지. 그래서 첫 월급을 받으면 우리 태형이형 선물도 하나 사주고. 연신 싱글거리며 연습장에 돈을 벌면 어떻게 쓸 지에 대해 쑥쑥 적어내려갔어. 나름 뿌듯하게 계획을 세워놓고 그러려면 너와 같은 대학교를 가야한다는 생각에 공부도 열심히 했지. 물론 집에 혼자있는 날이 많지 않아 집에서 뒹굴거리며 자유를 만끽하기도 했지만. 늦은 시간까지도 집에 오지 않는 엄마가 그저 좋아서 소파에 누워 티비를 보다가 울리는 핸드폰에 액정을 켜 내용을 확인해. 정류장까지 나올 수 있냐는 너의 물음.)
당연하죠
지금 나갈게요
(바로 옷을 꿰어입고 운동화를 신은 채 밖으로 나섰어. 버스를 탔으니까 20분쯤 걸리려나.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야자하느라 수고한 네게 줄 요구르트도 샀어. 저는 짜요짜요 포도맛을 입에 물고 룰루랄라 정류장을 향해 걸어갔지. 아무도 없는 정류장에 앉아서 발을 달랑거리며 네가 탄 버스가 오길 기다리는데 문득 서준에게 연락이 와. 오늘 번호를 교환했었기에 뭐하냐는 물음에 그냥 있다고 대답해줬지. 내일 모레 있을 영어 쪽지시험에 머리가 벌써부터 아프다며 징징대는 문자. 그러게 진작에 공부하지 그랬냐. 키득거리며 여느 중학생과 다름없이 문자를 주고받았어. 나 저번에 영어선생님이 요약해준 거 공책에 적어놨어. 같이 공부하자. 제가 먼저 서준에게 이런 말을 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러자며 바로 좋다는 답장이 온 것에 빙긋 웃음짓다가 버스가 서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네가 탄 버스. 바로 핸드폰을 집어넣고 자리에서 일어났지.)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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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그냥 두유...ㅎ검은콩 두유 짱맛이에요 저녁도 먹고 이제 뜨끈한 장판에 누우려구요ㅋㅋㅋ시외버스 탔더니 피곤해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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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12
글쓴이에게
(사실 이 추운 밤에 네게 여기까지 나오라고 하고 싶지는 않았어. 그냥 집 안에서 기다리면 내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탈 때 연락을 하고 그제서야 집 밖으로 나오면 나를 마주칠 수 있겠지. 하지만 오늘은 왠지 불안했어. 나오라고 하는 제 부탁을 친구 때문에 거절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되었어. 물론 네가 언제까지 저만을 바라보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었어. 네가 저를 좋아하고 잘 따르는 것도 아직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 하지만 네 관심이 제가 아닌 다른 곳으로 돌려지자 허전함을 느끼는 것은 오히려 나였어. 질투라고 칭할 수도 없는 감정들에 둘러싸이기 시작했지.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내내 제 감정이 왜 이럴까 곰곰이 생각해보았지만 결론을 내린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 허탈하게 버스는 정류장으로 들어서기 시작했고 정류장 안 벤치에 앉아있는 네 모습이 보였어. 핸드폰을 꼭 쥐고 있는 모습. 괜히 핸드폰을 꺼내보지만 네게서 온 연락이 없는 것으로 보아 역시 또 그 친구인 것 같아. 한숨을 내쉬고는 오늘따라 더 무거운 듯한 가방을 꼭 쥐고 버스에서 내렸어. 아무렇지도 않게 제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는 너에 어색하게 입꼬리를 끌어당겼어.) 어, 정국아. 와 있었네. 오래 기다린 건 아니지? (네 볼이 조금 붉어진 걸 보니 제 연락을 받자마자 튀어나온 게 분명했어. 네게 하고싶은 말은 머릿속을 가득 채울만큼 많았지만 단 한 마디도 먼저 꺼낼 수 없었어. 제 앞에 내밀어지는 요구르트를 받아들고는 천천히 아파트 쪽으로 향했어.) 아... 고마워. 부모님은 아직 안 들어오셨어? (네게 말을 꺼내놓긴 했지만 네 목소리를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 손에 들린 야구르트만 가만히 응시하며 괜히 만지작거리고 또 만지작거렸어. 이렇게 하면 네 마음이 다시 제게로 돌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야. 아니, 그 아이는 단순히 친구일 수도 있는데.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는데 혼자서 이상한 상상을 하고 있었어.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놓고는 아파트 단지에 다다르자 걸음을 우뚝 멈췄어. 무슨 일이냐는 듯 저를 바라보는 네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 아직 다 안 나았다. 우리 집 가서 약이라도 바르고 가. 너 괜찮으면 자고 가도 되고. 그... 할 말도 좀 있고. 아니, 이게 아니라... 아무튼 그... 약이라도 좀 바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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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어야죠ㅠㅠ 그래요ㅋㅋ 어디 다녀왔어요?ㅠㅠ 피곤하겠다ㅠㅠ 집에서 푹 쉬어요. 겨울엔 그게 최고죠 정말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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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12에게
네. 별로 안 기다렸어요. (발개진 볼을 하고도 거짓말을 잘 늘어놓다가 부모님은 아직 안 오셨냐는 네 질문에 고개를 끄덕거려.) 그래서 집에 혼자 있었어요. 완전 기분 좋았어. 티비도 보고 냉장고에서 과일도 꺼내먹고 소파에서 뒹굴거리기도 했어요. 맨날 이랬으면 좋겠다고 그런 생각하고. (장난스레 키득대다가 널 돌아봤지만 넌 어딘가로 정신이 빠져있는 것 같았어. 요구르트는 먹으라고 해도 먹지도 않고 그저 손에만 들고 있을 뿐이었고. 잘못 가져왔나. 차라리 우유나 커피를 사올 걸 그랬나. 제 선택에을 자책하다가 갑자기 발을 멈추는 너에 저도 뚝하니 걸음을 멈춰.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자니 들리는 말. 아, 급하게 나오느라 마스크를 쓰고 오지 못한 탓에 네게 상처를 다시 보여준 것 같았어.) 아... (차가운 겨울 바람에 빳빳하게 굳은 제 볼을 매만지다가 고양이가 할퀸 것처럼 난 생채기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쓸어. 너의 집에서도 눈치를 보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우리집보다는 아니었고 같이 자자든가 약을 바르자는 네 말에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였지.) 응. 나 형 집에서 잘래요. (싱글벙글 웃으며 엄마가 오기 전에 대충 짐을 꾸려서 갈 생각으로 네 손을 붙잡고 빠르게 단지 안으로 들어갔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들뜬 모습을 감추지 못했지. 아직까지 아무도 없는 집에 안도하고 후다닥 방으로 뛰어들어가 교복과 가방, 세면도구, 속옷 등을 챙겨 밖으로 나왔어. 현관문을 붙잡고 있던 너에게 웃어보이곤 네 집 안으로 들어갔지.) 어머니, 안녕하세요. (다정하게 웃어주시는 어머니께 달려들어 그녀를 품에 꽉 끌어안고 행복한 듯 웃음짓다가 방으로 가는 널 쪼르르 뒤따라 가. 먼저 씻고 나오겠다는 네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바닥에 앉아 널 기다렸지. 언제 자냐? 다시금 울려온 서준의 연락에 다시 핸드폰을 들었어. 1시쯤? 몰라. 됐고 연락하지 마. 나 지금 친구 집이야. 새침하게 답장을 보내놓고 마침 네가 나오자 핸드폰을 뒤집어 책상에 얹어놓고 세면도구를 들고 욕실로 들어갔어.) 금방 씻고 나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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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갔다왔어요 잠깐 일이 생겨서...후...어쨌든 역시 겨울엔 장판이 최고 우리 정국이가 커버곡도 올려줬으니ㅠㅠㅠ그거 같이 들으면서 누워있어야지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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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18
글쓴이에게
(다행히 네가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이자 조금 안심이 되었어. 하지만 이것도 제가 좋아서가 아니라 저희 집이 더 편하기 때문일까. 자꾸만 머리가 복잡해져 아랫입술만 잘근거렸어. 네가 집 안으로 들어가 짐을 챙기는 사이 현관 앞에 서서 널 기다리면서도 한숨만 나왔어. 평소 제가 너를 어떻게 대했는지도 모르겠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어. 복잡한 마음에 곧장 방 안으로 들어와 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어. 평소보다 조금 길게 샤워를 하고 나와. 욕실로 들어가는 너에 머리를 탈탈 털어 말리고는 침대 위에 풀썩 엎어졌어. 그 때 엄마가 너와 깉이 먹으라며 샌드위치를 만들어 방으로 들어오셨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대에 걸터 앉는데 조용한 방 안에 진동 소리가 울렸어. 핸드폰을 어디다 뒀더라. 입고 나갔던 외투 주머니를 뒤적거려 핸드폰을 찾아냈지만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어. 진동 소리는 계속해서 울리는데... 방 안을 두리번거리다 책상 위에 올려진 네 핸드폰이 눈에 들어와. 조심스레 들어 확인하니 낯선 이름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고 있었어. 이걸 받아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할 틈도 없이 전화는 다시 끊겼어.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핸드폰을 원래 있던대로 다시 내려놔. 머지 않아 네가 방 안으로 들어오고 드라이기를 턱짓으로 가리켰어. 그리고 책상 서랍에서 약을 꺼내두었지. 침대에 나란히 걸터앉아 네 손에 샌드위치를 하나 쥐어주었어.) 먹어. 엄마가 같이 먹으라고 주셨어. 다 먹으면 약 발라줄게. 아, 그리고... 네 핸드폰 확인해 봐. 아까 전화 오는 것 같더라. 낮에 그... 친구야? (말을 꺼낼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책상 위에 올려진 핸드폰을 바라보며 말했어. 지금 말했다간 네가 친구와 통화를 하고 오느라 저는 또 혼자 남겨질 것 같았어. 자꾸만 너를 뺏기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어. 네가 원래부터 제 것이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야. 한숨을 푹 내쉬고는 일어서 거실로 나와.) 전화해. 밖에 나가 있을게. 중요한 일일지도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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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구나ㅠㅠ 맞아요 그게 최고야ㅠㅠ 나 커버곡 아직 못 들었어요ㅠㅠ 얼른 들어야하는데 이어폰을 안 가지고 왔네... 망했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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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18에게
(씻고 나오자 샌드위치를 손에 쥐여주는 너에 환하게 웃어보여. 머리도 말리지 않고 샌드위치부터 앙 한 입 무는데 전화가 온 것 같다는 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가 아, 하며 고개를 끄덕여. 아무래도 제게 전화를 할 사람은 서준밖에 없었으니까.) 아마 낮에 걔일 거예요. 갑자기 왜 전화했지. 문자 답장 안 해줬다고 그러나. (방 문을 열고 나가며 전화해보라는 네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아무 생각없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 여보세요? 하자마자 너무하다고 징징대는 서준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지.) 서운했어? 그래도 친구 집 왔는데 너랑 연락하느라 핸드폰만 붙잡고 있을 순 없잖아. 그리고... (너보다 더 소중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말을 하려다 그러면 서준이 크게 상처를 입을까 싶어서 말하기를 관둬. 왜 말을 안 해? 하고 다시 쉬지않고 입을 놀리는 그에 뭐라 답을 해주다가 너무 통화가 길어질 것만 같아 서둘러 마무리 짓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어. 그리곤 살며시 문을 열고 나가 소파에 앉아 티비 채널을 돌리고 있는 네 뒤로 가서 가만히 티비를 바라보다 네 귀에 장난스레 속삭여) 형, 나 전화 끝났는데. (하지만 어째 마주한 네 얼굴이 그닥 좋아보이는 표정은 아니라서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가 부드럽게 네 귀와 머리를 매만졌어.) 오늘 기분 나쁜 일 있어요? 아님 내가 잘못한 거 있나. (아까 제게 할 말이 있다고 하던 너를 떠올리로 어색하게 웃어. 내가 널 기분나쁘게 했던가. 빠르게 머릿속으로 과거의 장면들을 회상하며 네 쪽으로 기댔던 몸을 일으켰어.) 머리 말리고 있을게요. 티비 더 보다가 와요. (너에게 혼나더라도 못난 꼴로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빠르게 방으로 가서 드라이기를 꽂았어. 머리를 탈탈 털어 말리고 네가 쓰는 로션도 조금 빌려 쓰고. 그러고 어쩔 줄 몰라하며 침대에 걸터앉자마자 들어오는 너에 다소 긴장한 자세로 너를 올려다봤어. 괜히 입술에 일어난 각질을 이로 물어뜯다가 헤실 웃어버렸지.) 할 말, 이란게 뭐예요?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안 좋은...그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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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곡 완전 좋아요...역시 정국이...Hㅏ...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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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22
글쓴이에게
(무작정 거실로 나오긴 했는데 막상 뭘 하면서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어. 핸드폰이라도 가지고 나왔으면 음악을 듣든 게임을 하든 했을텐데 핸드폰도 방 안에 두고 나왔고. 손에 들린 건 아까 네가 준 요구르트밖에 없었어. 냉장고에 무심하게 집어넣고는 답답함에 머리를 헤집었어. 부모님은 주무시는지 불이 꺼진 안방을 힐긋 바라보다 거실 소파에 앉아 티비를 켰어. 마음 같아선 볼륨을 잔뜩 올려놓고 잡생각을 지워버리고 싶었지만 늦은 시간 탓에 차마 그러지도 못했어. 리모컨을 쥐고 버튼을 꾹꾹 누르자 빠르게 바뀌는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어. 하지만 온 신경은 방 안에 있는 네게 쏠려있었지. 통화 내용을 엿듣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아무리 귀를 기울여봐도 네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어.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통화가 얼른 끝나기만을 기다려. 소파에 몸을 축 늘어트린 채로 연신 채널을 돌리다 뒤에서 들려오는 네 목소리에 조금 놀라 움찔해. 너를 돌아보지만 표정은 당연히 좋지 못했어. 무슨 이야길 나눴을까, 얼마나 친한 사이인 걸까. 이제는 네게 제가 끼어들 조금의 공간도 남아있지 못한 걸까, 하며 머리가 복잡했거든. 그런 저를 눈치챈 건지 기분 나쁜 일 있냐며 물어오는 너에 머뭇거리다 고개를 작게 내저었어. 다시 방으로 들어가는 네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다시 관심도 없는 티비 화면으로 고개를 돌려. 드라이기 소리가 멈춘 후에도 조금 더 뜸을 들이다 방 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걸터앉은 네 옆에 앉아서도 한참을 머뭇거리기만 했어. 그러다 아주 조심스레 입을 열었지.) 아, 할 말. 그게... 정국아. 있잖아... 방금 전화왔던 네 친구. 아까 낮에 전화할 때... 그 친구랑 같은 사람이지? 많이 친한 것 같더라. 이 시간에 전화까지 온 걸 보면. ...너 많이 좋아하나 봐. 그치? 너도... 그 친구 많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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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요ㅠㅠ 저도 아까 들을 이후로 계속 반복 재생 중이에요ㅠㅠ 너무 좋아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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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22에게
(할 말이 뭔가 했더니 고작 그런 거였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네 말을 듣다가 잠시 답을 뜸들였지. 너는 어째서 이런 걸 궁금해하는 걸까, 싶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제 집안과 나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던 너였으니까. 그래서 제게 친구가 생겼다는 것에 궁금해하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을 마치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어.) 네. 낮에 친구랑 같은 사람이긴 한데, 어...많이 친하지는 않아요. 오늘 갑자기 말을 막 걸어와서. 마스크 쓰고 왔는데 어디 아프냐면서 물어보더라구요. 애가 그래서 그래요. 그, 뭐라고 하지. 아! 친화력. 그게 높아서. 저도 쟤가 갑자기 왜 저한테 이렇게 관심을 보이는 지는 모르겠어요. 많이 좋냐고 물으면 아직 모르겠지만. 그래도 가슴이 쿵쾅거리긴 해요. 형도 알잖아요. 나한테 처음으로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말도 걸어주고. 이렇게 연락하는 것도 처음이니까. 지금은 아니더라도 점점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하긴 해요. 이대로 친하게 해준다면 당연히 그러지 않을까 싶고. 형이 걱정하진 않아도 돼요. 나 이용당하고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 서준이, 정말 좋은 애 같으니까. (배시시 웃으며 너에게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놓고 널 올려다봐. 너도 뿌듯해하지 않을까, 싶어서. 잘 됐다며 후련한 표정을 짓는 널 보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이 아프긴 하겠지만 그래도 참아내리라 생각했어. 너는 그래도 어찌됐든 간에 진심으로 나한테 친구가 생겨서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은 것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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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은 치인트보는 중. 너무 재밌어요...혹시 치인트 봐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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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32
글쓴이에게
(많이 친하지는 않다는 말에 안심한 것도 잠시 가슴이 쿵쾅거린다는 말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아. 저를 만날 때도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하도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라 가슴이 뛴다거나 설렌다거나 하는 감정은 아마 없을 것 같아 아랫입술을 꾹 깨물어. 그런 친구를 만난 것이 처음이라 좋다고 느끼는 게 맞긴 한 걸까. 정말 진심으로 네가 그 아이를 좋아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저는 더 이상 네게 필요한 존재가 되지 못 할 것 같았어. 어쩌면 그게 제가 지금까지 바라왔던 일이고 그러면 더 이상 널 귀찮아하지 않아도 되는 건데, 기뻐야 하는 게 맞는데 왜 자꾸만 가슴 한 켠이 저릿해오는지 모르겠어. 정말 좋은 애 같다는 말. 저는 여태껏 네게 모질게만 대해왔으니 그렇지도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뒤덮어. 잘 됐다고, 좋은 친구 만나서 다행이라고 분명 축하해줘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질 않아. 저를 올려다보는 네 시선을 느끼고도 시선을 발 끝에 고정한 채 아무런 말도 못 하고 한참을 있어. 네가 왜 그러냐는 듯 고개를 갸웃하자 그제서야 입을 떼.) ...잘 됐네. 그래, 네 말 들으니까 정말... 좋은 아이인 것 같다. 이제... 약 바르고 그만 자. 늦었어. (네게서 잠시만이라도 벗어나려 책상 위에 올려둔 연고를 꾸물거리며 집어와 네 상처에 조심스레 발라줘. 이제 이런 일도 할 필요가 없겠지. 보이는 상처 뿐만 아니라 마음 속의 상처까지도 그 아이라면 치료해 줄 수 있을 테니까. 울컥이는 감정이 자꾸만 밀려올라와 연고를 바르는 손이 잘게 떨려왔어. 아랫입술은 하도 깨물어 하얗게 질린 상태였어.) 다... 됐어, 이제. 거의 다 나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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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응 나도 봐요. 치인트... 그거 웹툰도 처음부터 몇 번을 정주행 했었는데 드라마로 나오더라고요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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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32에게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어. 진심으로 축하를 해줄 거라고 생각했던 제 예상과 반대로 너는 아랫입술을 꼭 깨물고 있다가 겨우 잘 됐다며 말을 뱉었어. 그리곤 가타부타 뭐라 더 말을 덧붙이지도 않고 이제 약을 바르고 자자며 말을 돌렸지. 어색하게라도 웃어주지 않는 네 모습에 머리가 다시 어지러워지는 것 같았어. 내가 형한테서 떨어지면 좋아할 거 아니었어? 왜 그런 표정이야? 살짝 인상을 썼지만 너는 그런 줄도 모르고 제 볼에 약을 바를 뿐이었지. 그마저도 손이 덜덜 떨리며 입술은 어찌나 세게 깨물었는지 하얗게 질려있는 모양새였지만. 손을 티슈에 닦고 다 됐다며 제게서 네가 떨어지려하자 네 손목을 턱 잡아챘어. 조금 더 확실한 반응이 필요했어.) 나요, 알바 구했어요. 고등학생이 되면 그때부터 일해도 된대요. 점장님이 우리집 사정 아는 분이라 허락해주셨어요. 안 먹고 안 입고 열심히 돈 모아서 혼자 살 거예요. 되는대로 집 구해서 바로 따로 살려구요. (이미 네게 수도없이 말했던, 너와 같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갈 거라는 말은 하지 않았어. 그런 말을 했다간 다시 네게 안심을 시켜주는 꼴일테니까. 워낙 똑똑한 너라 기억하고 있겠지만서도. 한숨을 폭 내쉬곤 잡았던 네 손목을 놓아주었어.) 그렇게 되면 나도 이제 어른이니까. 나이는 아니더라도 아무튼 혼자 살아야되니까. 혼자 헤쳐나갈 일들이 많으니까. 형한테 기대는 버릇은 고칠게요. 더이상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귀찮음을 느끼면 안 되니까. 날 좋아해주는 유일한 사람들인데 날 싫어하게 되면 안 되니까. 형도, 그게 좋죠? 나 혼자 서는 거. 그게 형이 바라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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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실 웹툰은 초반에 보다 1부 끝나기도 전에 관둬서...ㅎ 역시 웹툰이 드라마보다 더 나으려나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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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40
글쓴이에게
(연고를 정리하는 척 하며 얼른 네게서 돌아서려는데 손목에서 느껴지는 악력에 놀라 다시 너와 눈이 마주쳤어. 어쩔 줄 모르고 네 눈치만 살피고 있는 저를 알아챈 걸까, 네가 먼저 말을 꺼내왔어. 알바를 구했다는 문자를 보고 네 걱정부터 된 게 사실이었어. 말려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네 부모님을 잘 알기에 어느 쪽이 네게 더 나은 일인지 알 수가 없었어. 그 말이 사실이었구나. 가만히 네 말을 듣고 있는데 손목에서 온기가 사라졌어. 어정쩡하게 허공을 휘젓던 손을 내리고는 무심한 척 연고를 정리해 서랍 속에 넣어뒀어. 혹시 또 네게 발라줄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잘 보이는 곳에 두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제게 기대는 버릇을 고치겠다는 말이 들려와 서랍을 닫던 손이 잠시 멈칫했어. 네가 제발 눈치 채지 못하기를 바라면서 서랍을 마저 닫고 손을 닦은 휴지를 버린 후 천천히 다시 네 쪽으로 몸을 돌려. 그렇다고 말해야 하는데, 그게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분명 제 진심이 맞았는데. 아니, 어쩌면 오늘 아침까지도 그랬는지 몰라. 간간이 네가 걱정되거나 눈 앞에 보이지 않으면 허전할 때도 있었지만 그저 동정이라고 치부했었어. 그런 제 행동이 잘못되었던 걸까. 답이 없는 물음만 내던지며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어. 목이 꽉 막혀 아무 말도 나올 것 같지 않았지만 천천히 입을 열어. 누가 들어도 떨리는 목소리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목을 가다듬고는 다시 말해.) ...그래. 다행이다. 열심히 해. 늦게까지 알바 하느라 학교 가서 졸지나 말고. 불 끄고 나갈테니까 먼저 자고 있어. 물 좀... 마시고 올게. (이대로 네 삶에서 저라는 존재는 사라져버리는 걸까. 네가 돈을 모아 집을 구하게 되면 이 곳과는 꽤 멀리 떨어진 곳을 택하겠지. 부모님과 마주치는 일을 반기지 않을 테니까. 저와 만날 일도 줄어들겠지. 한때는 내가 네 전부라고 자부할 수 있었는데 너무 섣부른 판단이었나봐. 아직 그렇게 되려면 한참 멀었는데 자꾸만 눈 앞이 흐릿해져 네가 누운 걸 확인할 새도 없이 불을 끄고 밖으로 나왔어. 여전히 떨리는 손으로 냉장고를 열어 찬 물을 한 병 꺼냈어. 오늘은 아무래도 너와 함께 잘 수 없을 것 같아 소파에서 잠을 청하기로 해. 어차피 잠시 눈을 붙이는 것 밖에는 하지 못할 것을 알기에 소파에 앉아 까만 티비 화면을 바라보며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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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구나ㅠㅠ 전 둘 다 괜찮은 것 같아요. 근데 제 주변에 웹툰 본 사람들을 거의 다 드라마 안 보더라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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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40에게
(거짓말. 누가 들어도 떨리는 목소리에 절로 미간이 좁혀졌어. 거짓말이야. 다행이라는 것도, 물을 마시고 오겠다는 것도, 무엇보다 내가 혼자 서는 걸 바랐다는 것도. 알바를 구했다는 것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게 아닐까. 뭐하나 진심인 말이 없는 것 같았어. 물을 마시고 오겠다는 네 거짓말에 가만히 앉아 네가 오길 기다렸으나 역시 너는 들어오지 않았어. 한숨을 푹 내쉬고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지. 벌써 시간은 2시가 다 되어가고 있기에 문을 열고 나갔어. 어두컴컴한 거실 소파에 혼자 앉아있는 네게 다가갔어. 또. 아랫입술을 껌마냥 잘근잘근 씹고 있는 모습에 손을 들어 이에 물린 입술을 풀어주고 입을 열었지. 넌 별로 듣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았기에 다른 말을 하기로 했어.) 왜 안 들어와요. 아까부터 뭐 마음에 안 드는 거 있는 표정이고...내가 잘못한 거 있어요? 난 그냥...알바도, 친구도 생기면 형이 좋아해줄 줄 알고. 근데 그 말 한 이후로 형 표정이 별로인 것 같아요. 나는, (뭐라 더 말을 하기 전에 제가 손에 들고 왔던 핸드폰이 반짝 불을 밝혔어. 내일 학교 몇 시에 오냐는 질문. 그걸 2시에 보내냐. 핸드폰 액정에 떠있는 서준의 이름을 보며 저도 모르게 어이가 없어서 푸스스 웃어버렸어. 그런 저를 올려다보며 더욱 표정이 안 좋아진 너에 대답은 미루기로 하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지. 조금 무릎을 굽혀서 너와 눈을 맞췄어. 네가 제 입으로 말해주기 전까지는 계속 모른 척을 할 예정이었어.) 내가 불편하게 한 거면 내가 소파에서 잘게요. 그러니까 이렇게 밖에 나와있지 마요. 형 방인데 내가 뺏어버린 것 같네.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옅게 웃곤 네 손을 잡아 방으로 데려왔어. 널 침대에 걸터앉게 하곤 어서 누우라는 듯 손짓했지.) 벌써 2시예요. 얼른 자고 내일 학교 가야지. 늦잠자면 안되잖아요. 얘기는 나중에 해요. 오늘 너무 늦었다. (저번에 내가 자고 간 이후로 구석에 놓고 옷장에 넣어놓지 않은 건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이불과 베개를 들고 소파로 가려는 채비를 마쳐, 방 문 앞에 서서 네가 누우면 불을 끌 생각으로 스위치에 손을 올려놓고 웃었지.) 잘 자요,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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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아무래도 망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그래서 그런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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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47
글쓴이에게
(가만히 혼자 앉아있으면 생각이 좀 정리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어. 거실 벽에 달린 채 째깍거리며 움직이는 시계는 이미 2시를 가리키고 있었어. 곧 방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어. 자는 척을 할까. 아님 잠시 깨서 화장실에 다녀온 척을 할까. 하지만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지. 네 손가락이 닿았다 떨어지고 난 후에야 물었던 입술을 놓고 어둠 속에서 흐릿하게 보이는 네 발 끝을 바라보며 가만히 네 말을 들었어. 그러다 네가 말을 멈추고 핸드폰을 바라보며 웃자 또 그 녀석이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어. 네게 이끌려 방에 들어오긴 했지만 잘 생각은 없었어. 나가려는 듯 이불을 챙기는 네게 머뭇거리다 말을 걸어.) ...그냥 여기서 자. 밖에서 자다 감기 걸려. 같이 자는 거 불편하면 바닥에서 자던지. 이불 깔아줄게. (네 손에 들린 이불을 뺏어들고 침대 옆 빈 공간에 곱게 깔아두었어. 그리고 별로 중요한 얘기가 아니라는 듯 무심하게 말을 꺼냈지.) 네가 잘못한 거 없어. 그냥 내가... 학교에서 일이 좀 있어서. 그거 때문이야. 그러니까 신경 안 써도 돼. (스위치 앞에 서서 누우라는 듯 고개를 까딱하고는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어. 하지만 네 생각은 머릿속에서 떠날 줄을 모르고 아무리 해도 잠이 오지 않았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고 뒤척거리다가. 혹시 너도 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할까 잠시 생각해봤지만 너는 이제 잠 못 들 이유가 없어 보였지. 이제 좋은 친구도 생겼고 알바 자리도 구했으니 걱정할 것이 없을 거야. 네가 듣지 못할 것 같았지만 이 때가 아니면, 환한 불빛 아래서 네 얼굴을 보면서 말하지는 못할 것 같아 천천히 입을 떼.) ...그냥 좀 화가 났어. 너한테 나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 생긴다는 게. 네가 나 말고 다른 곳에 기대게 된다는 게 너무 낯설어서. 네 친구... 너 많이 좋아하는 것 같더라. 네 말대로 좋은 아이인 것 같아. 적어도 나처럼 너한테 상처 줄 일은 없을 것 같으니까. ...내일은 그렇게 말 없이 가지 마. 아침이라도 먹고 가. 너 주려고 핫팩도 챙겼었는데... (주인을 찾지 못해 포장도 뜯지 않은 채로 쓰레기통에 버려진 핫팩을 떠올리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써. 자고 있는 애한테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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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응, 그런가 봐요. 전 그냥 둘 다 좋던데... 둘 다 다르게 표현 되는 부분이 있어서... 오늘은 잘 지냈어요? :)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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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47에게
(이불을 깔아주는 네 행동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스위치를 끄려는 듯 누우라고 눈짓하는 너에 조심스레 자리에 누웠지.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어.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듣기 위해 널 괴롭혔지만 이게 옳은 걸까 하고 회의감이 들기도 했고. 그리고 넌 자꾸 거짓말만 해댔으니까. 팔을 베고 모로 누워선 이 상황 자체가 속상해서 널 등지고 누워.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얼마 후 들리는 네 목소리에 눈을 번쩍 떴지. 제가 듣고 싶던 말을 몽땅 해주는 너에 눈만 끔뻑이며 그 말들을 듣고 있다가 이불을 뒤집어쓰는 네 소리에 옅게 미소가 번졌어. 이불을 걷어내며 상체를 일으키니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지. 거기에 맞춰 네가 눈만 빼꼼 내밀고 내 쪽을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는 모습에 결국 소리내서 웃고 말았어.)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제 말에 살짝 인상을 쓰며 이불을 더 걷어내는 네게 살짜쿵 다가가 누워있는 터라 조금 낮은 위치에 있는 너를 내려다봤지.) 나 다 알고 있었어요. 형이 나 귀찮아하는 거. 그래서 많이많이 속상했고 내가 미웠어요.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착한 태형이형이 귀찮음을 느낄 정도로 굴었나 싶어서. 형이랑 멀어지기 싫었어요. 형은 처음으로 내게 다정하게 대해준 사람이니까. 그 이후로 내 세상이 된 사람이니까. 사실 형과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죽으려는 생각도 했었어요. 완전 진지하게. 근데 내 세상이라느니 형이 없으면 죽을 거라느니 하면 더 부담스러워서 도망칠까봐 꾹꾹 숨겨두고 있던 찰나에, 서준이가 온 거죠. 그 애는 착하고 다정하고 마치 태형이형 같았어요. 그런 그 애가 좋으면서도 기대됐죠. 이런 나를 보면서 형이 그래도, 조금은 질투해주지 않을까 하고. 그 애를 이용한 건 나쁘지만 난 지금 너무 행복해요. (주저리주저리 말을 하며 반대쪽으로 돌렸던 고개를 다시 네 쪽으로 돌려선 활짝 웃어보여.) 난 형이 너무 좋아요. 그래서 말인데... 형한테도 그런 확신이 필요해요, 난. 형은 어때요? 이대로 내가 다른 사람이랑 다른 세상을 꿈꾸며 살아가도, 아무렇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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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데이라 배가 아픈 거 빼고는ㅠㅠ동생이 빵도 사주고 아빠가 육회도 사주고 너무 좋아요 헿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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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54
글쓴이에게
(자는 줄 알았던 네 쪽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자 놀라 이불을 슬쩍 내려 네 쪽을 살펴. 곧장 눈이 마주치자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할지 몰라 다시 이불을 뒤집어 쓰려는데 네 웃음 소리가 들려와.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싶어 인상을 쓰며 몸을 일으켜 앉아. 제가 걱정했던 일들이 네 말에 의해 모두 괜한 걱정이었다는 결론이 내려지자 제가 네게 무슨 소리를 한 건가 아랫입술을 깨물어. 제가 못났다는 것만 다시 한 번 증명한 꼴이 된 것 같아 한숨이 나와. 이런 제가 뭐가 좋다는 건지 이해하기가 힘들지만 아직 다른 사람이 아닌 제가 좋다는 말에 불안했던 마음이 제자리를 찾는 기분이야. 널 가만히 올려다보다 네 손목을 제 쪽으로 잡아끌어 제 옆에 앉게 해. 잡은 손목을 놓지 않고 가만히 무릎께만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떼.) ...아니. 아닐 것 같아.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내가 이러는 걸 보면 아무래도... 네가 나한테서 떠나서 다른 사람을 찾아간다고 해도 말리지는 않을게. 그게 맞는 일이니까. 지금까지 내가 그렇게 못되게 굴었는데도 나만 따라준 애가 이제야 좀 행복해지려고 하는데 그걸 막을 수는 없잖아. 대신... 지금처럼 나한테 축하해 달라고는 하지 마. 그건 못 해. 그러니까... (쓸데없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함에 머리를 헤집어. 네 손목을 잡고 있는 손에 송글송글 식은 땀이 맺히는 것 같아 얼른 손을 떼어내. 머뭇거리다 무작정 네 허리께를 꽉 끌어안고 어깨에 얼굴을 묻어.) 정국아. 미안해. 네가 나한테 지금까지 해 준 일이 너무 많아서... 그게 너무 익숙해져버려서 네가 없으니까 엄청 허전하고... 아침에도 너 못 보니까 꼭 해야할 일을 안 한 것 같고 그랬어. 그래서 내가 버스 정류장에서 너 기다리다가 지각까지 했는데 너는 연락도 안 하고. 내가 전화했더니 친구 때문에 먼저 끊기나 하고. 할 말도 안 끝났는데. (어린 아이가 칭얼거리듯 말을 내뱉고는 그제야 아차 싶어 너를 안은 팔을 풀고 시선을 피해.) 그냥... 그렇다고. 아무튼. 그... 이제 됐어. 가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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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ㅠㅠ 얼른 지나가야 할텐데ㅠㅠ 푹 쉬어요ㅠㅠ 저녁은 먹었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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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54에게
(내 손목을 잡아 옆으로 끌어당기는 너에 얌전히 옆에 가서 앉아. 제가 다른 사람을 찾아가도 되지만 측하는 못해준다는 말. 그게 무슨 의미인 줄은 알고 그러는 걸까. 내가 분명 네가 좋다고 했는데도 다른 사람을 찾아가도 좋되 축하는 바라지 말라는 네 말이 앞뒤가 안 맞다고 생각해. 난 형이 좋은 건데. 답답한 걸 알긴 아는 건지 머리를 헤집는 너에 제 생각을 말하려 입을 떼려는 찰나 갑자기 허리를 끌어안아오는 너에 움직임이 굳어. 이런 건 저도 예상을 못했던 터라 가만히 네게 안겨있기만 하다가 네 등과 머리를 꽉 끌어안았지.) 그랬구나. 우리 형 속상했구나. (어린 아이처럼 칭얼거리며 서운했던 것을 몽땅 말하는 너에 푸스스 웃으며 널 달래주다가 또 저 혼자 화들짝 놀라서 저를 품에서 떼어내고 이제 가서 자라는 말을 하는 너에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내저어.) 형은 진짜 답답하네요. 난 형이 좋다고, 서준이보다 좋다고 말했는데 다른 사람한테 가도 된다는 말만 하고. 서운했다고 칭얼대도 되는데 또 혼자 놀라서 저만치 가버리고. 형이 나 기다렸는데 연락도 안 하고 전화 먼저 끊고 서운하게 해서 미안해요. 나 근데 진짜 대답 제대로 듣고 싶은데. 나 서준이한테 가요? 형 말고 서준이네 집에서 자고 손도 잡고. 막 그래도 돼요? 형보다 더 가까워진 사이가 돼도 좋아? 형이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아서 재촉 안 하려고 했는데 난 오늘, 아니. 내일이라도 꼭 이 대답을 들어야겠어요. 형도 어느정도 느낀 것 같으니까. 다시 말했지만 난 형이 더 좋아요. 형이 가지 말라고 하면 안 가. 그니까 형은 괜히 미안하고 한순간에 느껴지는 허전함 때문에 나 잡지 말고...잘 생각해줘요. 형이 그랬다가 다시 내가 귀찮은 애가 돼 버리는 건 싫으니까. (귀찮은 애라는 말에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물다가 네게 팔을 벌려.) 저 한 번만 더 안아주세요. 내일 형이 가도 된다고 하면...이게 마지막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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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에 가족들이랑 돈까스 뷔페가서 많이 먹어가지고...안 먹을라다가 어제 남긴 빵 먹으려고 했는데 동생한테 털렸어요 허허 망할놈

10년 전
대표 사진
탄소356
글쓴이에게
(그 친구 이름이 서준이였구나. 벌써부터 꽤나 익숙해진 듯 서준이, 서준이. 친근하게도 부르는 네 모습에 절로 아랫입술을 또 한 번 깨물었어. 이런 감정을 질투라고 칭해도 되는 걸까. 그렇다면 나도 정말 널 좋아하는 걸까. 제가 너를 좋아한다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게 그 말을 입에 담는 것 자체가 너무 낯설었어. 네 말대로 네가 다시 그 애정과 관심을 온전히 저에게로 돌린다면 또 거기에 익숙해져 아무렇지도 않아지는 건 아닐까. 그래서 또 네게 상처만 주는 꼴이 되면 어쩌지. 머리가 복잡했어. 안아달라며 제게 팔을 벌리는 너를 가만히 바라보다 천천히 다가가 너를 꼭 끌어안아. 그리고 꾹꾹 마음 속에 묻어두기만 했던 감정들을 풀어 한 마디씩 내뱉어.) 그게... 그게 정국아. 사실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 일단은... 안 가면 안 돼? 이러다 내가 또 갑자기 마음 변하면... 그러면 너한테 너무 미안하잖아. 근데 아직은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 가지 말라고 하고 싶은데. 그냥 계속 이렇게 나 좋아해달라고 하고 싶은데... 내가 그래도 되는 거야? 내가 뭐라고... 나 예전처럼 너한테 잘 해 줄 자신 없어. 사실 언제부터 내가 왜 변한 건지도 잘 모르겠어. 대신 앞으로는 너한테 거짓말 안 할게. 일부러 너 밀어내려고 차갑게 대하고 그러지는 않을게. 그러니까 정국아. ...가지마. 네가 그 친구 집에 가서 자고 손 잡고 이렇게 끌어안고. 그러는 거 싫어. 못 볼 것 같아. 적어도 지금은 그래. 응? (너를 천천히 품에서 떼어내고 고개를 들어 널 바라보다 다시 한 번 너를 꽉 끌어안고 말해.) 미안해, 정국아. 그동안 내가 너한테 너무 못되게 굴어서... 그래서 나 정말 밉고 싫었을 텐데 이렇게 기다려줘서 고마워. 나 좋아해줘서 고마워. 네 친구만큼 너한테 잘 해 줄 수 있을지 지금도 조금 걱정인데... (손을 들어 네 볼을 조심스레 감싸고 쓰다듬으며 천천히 말해.) 적어도 이런 상처는 안 생기게 할게. 안 갈 거지? 계속 옆에 있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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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구나. 나는 오늘 저녁 일찍 먹었는데 아직까지 왜 이렇게 배가 부르죠... 아이스크림 먹으려고 했는데 못 먹겠어요ㅋㅋ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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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56에게
(내 품에 안겨오는 널 꽉 안으며 네가 하는 말들을 다 새겨듣고 고개를 끄덕였어. 너는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제가 서준과 손잡고 안고 같이 자는 것이 싫다고 하는 걸로 보아 조만간 저와 같은 마음이라고 제게 고백할 거라 생각했지. 물론 아닐 가능성도 있지만. 최대한 후자의 방향을 배제하지 않으려 하곤 제 볼을 쓰다듬으며 이런 상처가 생기지 않게 해주겠다는 말에 네 손을 겹쳐잡고 살짝 웃어.) 형이 이걸 어떻게 안 생기게 해요. 이건 형이 때린 것도, 친구들이 때린 것도 아닌데. (저는 괜찮다는 듯이 웃고 있다가 강아지처럼 네 손에 얼굴을 부볐어.) 형이 못되게 굴어서 속상한 적은 있어도 형이 싫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형이 너무 좋아서 주체가 안 됐는 걸. 말했잖아요. 형은 내 세상이고 사는 이유였다고. 그런 형이 어떻게 싫어질 수 있겠어요. 형 덕분에 죽지 않고 이렇게 16살이나 됐는데. 이제 곧 17살이나 된다구요. (진작에 네가 없었으면 그 어린 나이에 저는 이미 하늘로 가있을 지도 몰랐어. 지금이야 정신이 피폐할 때도 있지만 어느 정도 익숙하기도 하도 네가 버팀목이 되어준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얻었지만 어릴 때의 나는 아무리 네가 있어도 정신적으로 미성숙해서 금방 작은 충격이라도 가해지면 엉엉 울기 일쑤인데다가 네가 히어로 마냥 짠 나와주길 바랐으니까. 제가 이렇게 아픈데도 나오지 않는 네가 조금은 밉고 내 편이 없다는 생각에 슬펐으니까. 그러니 자살을 한다고 해서 크게 놀라울 것도 없었겠지. 가만히 널 끌어안은 채로 과거를 회상하다가 다시 입을 열어.) 아무튼 나 안 갈게요. 형 옆에 있을게. 형 계속 좋아할 거예요. 대신 서준이랑 친하게 지내게 해주세요. 형이 만약에 나 싫다고 하면, 도망칠 수 있는 사람이라도 만들어뒀으면 좋겠어요. 형도 없는데 걔도 없으면 나 진짜 너무 힘드니까. 죽고 싶을테니까. 비상탈출구라고 생각하고...서준이랑은 같이 지내게 해주세요. 그치만 형이 부르면 제일 먼저 올테니까...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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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맛있겠다 갑자기 31에서 민트초코칩 생각나요ㅠㅠ그거 짱맛인데...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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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68
글쓴이에게
그게 왜 나 때문이야. 내가 해 준 게 뭐가 있다고... (이렇게 저 하나만 바라보는 너한테 지금까지 무슨 짓을 한 걸까. 너무 미안해졌어. 너처럼 터놓고 말하지도 못하고, 바보처럼 숨기기만 하고. 조금이라도 상처 받는 게 두려워 일부러 더 모질게 가시를 세웠던 제가 너무 바보 같았어. 한편으로는 네가 더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어. 더 나은 가정에서 태어나 다른 아이들만큼 듬뿍 사랑 받고 자랐으면 좋았겠지. 적어도 저보다는 더 나은 사람을 만나 위안을 얻었으면 어땠을까. 네가 말한 서준이라는 아이가 제 역할을 대신해 줄 더 좋은 사람일지도 몰랐어. 어쩌면 그건 너 역시 알고 있는 사실일 거야. 그런데도 내 옆에 계속 있겠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안심이 되었지. 너를 잃을까 꽤나 겁이 났었거든.)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바보야. 안 된다고 하면 내가 너무 나쁜 사람이잖아. 정말 좋은 친구인 것 같으니까 잘 지내. 이건 진심이야. 그리고... 혹시라도... 나보다 그 친구가 더 좋아지면... 꼭 말 해야 해. 나는... 너무 부족한 게 많잖아. 너도 지금까지 느꼈겠지만. 그 친구와 함께 있는 게 어쩌면 너한테 더 좋은 일일지도 몰라. 그러니까 꼭 말해. 내가 너 너무 힘들게 해서 더 이상 못 버티겠다 싶을 때. 그 친구한테 가도 뭐라고 안 할게. 그 동안 너 때문에 내가 훨씬 편하게 지냈으니까 이제 너도 행복해야지. 충분히 이해하니까 너무 오래 참지는 마. 응? 근데... (네가 정말 제 곁을 떠나 서준에게로 간다면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을 거야. 하지만 이 말을 네게 한다면 네가 억지로라도 제 곁에 남겠다고 할 것 같아서 목구멍 뒤로 꾹꾹 눌러 담아. 네가 왜 말을 하다 말아, 하고 물어도 별 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내젓고는 침대 위의 이불을 걷고 빈자리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말해.) 얼른 누워. 같이 자자. 어제 별로 안 좁았지? 너 아니었으면 목 부러질 뻔 했네. 고마워. (또 한 번 네가 없으면 이제 정말 안 될 것 같다고 느껴. 네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워 이불을 꼼꼼히 덮었어. 네 쪽으로 몸을 틀어 누워있는 네 앞머리를 손으로 조심스레 빗어내려.) 계속 기다려줘서 고마워. 오늘 아침에 너 기다리다가 느꼈어. 네가 하나도 안 춥다는 말 다 거짓말인 거. 앞으로는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마. 그 전에 내가 갈게. (쑥스러운 듯 점점 목소리가 작아져. 다시 똑바로 누웠지만 계속 뛰어오는 심장에 슬쩍 네 쪽으로 손을 뻗어.) 손... 잡고 자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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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ㅠㅠ 그거 맛있죠. 대신 오늘 먹었어요. 주말 벌써 끝이다. 잘 보냈어요? :)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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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68에게
형이 왜 해준 게 없어요. 날 처음 만났을 때부터 형이 얼마나 많은 걸 해줬는데. 그런 소리 마요. 형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한 적 한 번도 없어요. (제가 잡을 순 없지 않냐며 또 답답한 소리를 하는 너에 체념하고 말을 듣다가도 어느정도 네 마음도 이해가 돼서 고개를 끄덕거렸어. 그리고 어쨌든 제게 향하는 너의 애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으니까. 다시 한 번 서준에게 고마워진 순간이었지. 근데, 하고 말을 끊은 너에 왜 그러냐 믈었지만 아니라며 고개를 내젓고 같이 자자며 자리를 내어주는 너에 잠시 고민하다 다시 고개를 끄덕여.) 안 좁았어요. (내 몸에 꼼꼼히 덮어주는 이불의 감촉에 네가 전에 날 귀찮아하기 전으로 돌아왔다고 느꼈어. 그 생각을 하자마자 밀려드는 안도감과 행복감, 그리고 너에 대한 충만한 나의 애정. 저번과 달리 천장을 보지 않고 날 바라보는 자세로 누운 네가 앞머리를 쓸어주자 천천히 눈을 끔뻑이며 그 손길을 만끽해. 앞으론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 말라는 말과 함께 뻗어진 너의 손. 수줍어 보이는 너에 빙그레 웃으며 손을 꽉 깍지껴 잡았지.) 당연히 잡아도 되죠. 그리고 나 진짜 별로 안 추웠어요. 형 기다리는 건데, 뭐.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서 기다린 거기도 하고. 그리고 형이 그렇게 기다리는 거 싫어요. 차라리 내가 기다리는 게 낫지. 너무 신경쓰지 마요. 나 진짜 괜찮으니까. (맞잡은 네 손의 손등을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쓸어주며 스르륵 눈을 감아.) 내일 학교 가야죠. 얼른 자요, 우리. (사실 가슴이 쿵쾅거려서 잠이 안 올 것 같았지만 꿋꿋이 눈을 감고 잠을 청해. 따뜻한 손바닥의 온기가 심장까지 전해오는 것 같았지. 내일은 정말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를 것 같았어. 그치만 내일 아침을 안 먹는다고 하면 너와 너의 부모님이 걱정을 하실까 싶어 그 생각은 접기로 해. 연신 네 손을 주물거리며 잠을 청하다가 잠에 든 척 새근거리며 네 쪽으로 더 붙었지. 아직 자고 있지 않던 네가 흠칫 굳는 것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가만히 숨만 내쉬었어. 좋은 냄새. 옅게 미소를 띄며 이번엔 정말로 잠이 들어. 꿈에 태형이형이 나오게 해주세요- 하고 바라며 까무룩 잠에 빠져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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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응 이제 한 주 다시 시작이고 다음주는 개강 주네요...후...시간을 돌리는 초능력이 필요해...ㅠㅠ탄소는 잘 보냈어요 주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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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74
글쓴이에게
(여전히 괜찮다고만 말하는 너에 또 걱정이 되기 시작했지만 그만큼 여전히 저를 좋아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 이제 정말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아야지. 넌 지금까지 충분히 오랜 시간을 날 기다리면서 보냈으니까. 추운 곳에 혼자 두는 일도 절대 없을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꼭 갈 테니까. 손등을 쓰다듬는 부드러운 손길에 그제야 긴장이 풀리고 조금씩 나른함이 밀려와. 오늘이 이렇게 행복하게 잠들 수 있는 날이 될 줄이야.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어. 천천히 눈을 감아보지만 설렘에 잠이 잘 오지 않아. 어느새 잠이 든 것 같은 네가 혹시 깰까 크게 뒤척이지도 못해. 문득 제 몸에 맞닿아오는 온기에 눈을 떠 네 모습을 바라봐. 두 눈을 꼭 감은 채 새근새근 고른 숨을 내쉬는 네 모습이 너무나도,) ...예쁘다. (생각만 하려던 말이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왔어. 혹시나 네가 들은 건 아닐까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숨을 죽여. 다행히 정말 잠이 든 것 같아 안심하며 조심스레 너를 감싸안듯 네 등 뒤로 손을 뻗어 천천히 토닥이며 잠이 들어. 겨우 몇 시간 눈을 붙이는데 저를 깨우는 작은 목소리가 들려. 천천히 눈을 뜨자 정국이도 씻으려면 시간이 더 걸릴테니 먼저 일어나 씻고 있으라고 말하는 엄마의 모습이 보여. 졸리긴 했지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간을 확인해. 알람보다 15분 정도 빠른 시간이야. 평소 아침에 밍기적거리던 것까지 고려하면 20분은 족히 남겠다는 생각에 네 쪽으로 고개를 돌려. 여전히 손을 꼭 맞잡은 채로 잠들어있는 모습. 절로 웃음이 새어나와 반대쪽 손으로 네 눈가와 볼을 매만지다 아주 조심스럽게 손을 놓고 일어서. 그 움직임을 느낀 것인지 인상을 찌푸리며 웅얼대는 것에 이불을 다시 꼼꼼히 덮어주고 머리칼을 두어 번 쓰다듬자 다시 잠에 빠져드는 모습에 일어서 씻고 나서 갈아입을 옷과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핸드폰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와. 혹시나 네가 자는 사이 알람이 울리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아침을 준비하고 계신 엄마를 잠시 바라보다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해. 잠은 평소보다 훨씬 적게 잤지만 기분은 훨씬 좋았어. 씻고 나와서도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이제 정말 깨워야 할 것 같은 시간이라 혹시 물이 떨어질까 수건으로 머리를 꾹꾹 누른 뒤 네 옆으로 가 앉아 하얀 볼을 톡톡 두드려.) 정국아, 이제 일어나야 할 것 같은데. 가서 씻고 아침 먹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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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8ㅅ8 뭐 했는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지나가버렸어요.ㅋㅋ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 그래도 이번 주 잘 시작해봐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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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74에게
(좀 더 늦게 잘 걸. 네가 예쁘다고 하는 것도 듣지 못하고 잠에 들어버렸어. 내 등에 손을 뻗어 천천히 토닥이는 너에 잠결에도 그 온기가 좋아서 더욱 파고들긴 했지만 의식이 없었다는게 아쉬웠지. 그러다 정말로 눈을 떴을 적에는 네 목소리가 들릴 때였어. 너의 어머니가 널 깨우고 네가 씻는 동안에도 따뜻한 집 안에서 이불속에 누워 꼼지락대며 잠이 들어있었지. 내 볼을 톡톡 두드리며 들리는 듣기 좋은 네 목소리에 끄응- 잠투정을 부리며 인상을 찌푸리고 눈을 손으로 부볐어.) 벌써 아침이에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하품을 하다가 네가 저를 흔들며 빨리 씻고 와서 아침 먹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침대에서 일어나앉아. 멍청하게 아직도 잠이 묻은 눈만 깜빡거리다가 물에 젖은 네 머리를 보곤 허리를 숙여 네 머리에 코를 묻었지. 킁킁 냄새를 맡으니 폴폴 풍기는 샴푸향.) 나도 머리 감을래요. (너와 같은 향기가 나고 싶어서 방긋 웃고는 팔랑거리며 욕실로 달려가. 옷을 훌렁훌렁 벗어놓고 갈아입을 옷은 선반에 넣어두었지. 저 때문에 아침을 먹는 시간이 늦어질까봐 빠르게 씻고 나와선 뿌듯하게 웃어. 형이랑 같은 냄새난다. 그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너무너무 좋아서 연신 웃음을 지은 채 머리를 말리고 부엌으로 와. 잘 잤냐며 엉덩이를 토닥이는 너의 어머니를 품에 안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빨리 밥 먹자고 인자하게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말에 냉큼 자리에 앉았지. 행복하고 또 행복했어. 내 옆에 앉아있는 널 빤히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고 네 어깨에 얼굴을 부비다가 밥을 먹기 시작해. 우리 집과는 너무 판이하게 달라서 아침부터 밥이 술술 넘어갔지.) 오늘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다녀오겠다 인사하는 네 옆에서 예의바르게 꾸벅 인사를 한 뒤 밖으로 나와선 엘리베이터를 탔어.) 형, 나 여기 많이 아물었어요? (가만히 거울을 들여다보다가 제 엄마의 손자국이 남은 볼을 가리키며 물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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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도 이번주 잘 지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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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87
글쓴이에게
(아직 잠이 덜 깨 느릿하게 눈만 깜빡이는 네 모습이 귀여웠어. 금방이라도 꼭 끌어안고 부스스한 머리를 손으로 잔뜩 헝클어트리고 싶은 걸 꾹 참았어.) 수건 선반에 있으니까 새 거 꺼내서 쓰고. 천천히 씻고 나와. (작게 덧붙이고는 네가 욕실로 들어가자 드라이기로 젖은 머리를 천천히 말리기 시작했어. 너와 함께 아침을 맞는 일이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이었나.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가 실실 웃음이 새어나왔어. 거실로 나오자 아침식사 준비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어. 수저를 놓고 새 컵을 꺼내 물을 따르며 네가 나오기를 기다렸어. 곧 네가 제 옆에 와 앉자 너와 눈을 맞춘 채 싱긋 웃어보이다 수저를 들고 밥을 먹기 시작해. 이렇게 있으니까 꼭 한 가족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교복을 갖춰입고 가방을 챙기고 패딩 양쪽 주머니에 핫팩을 하나씩 찔러넣은 채 밖으로 나와. 몇 걸음 앞서있는 네 가방에 달려 좌우로 흔들거리는 인형에 작게 웃음을 터트려. 조만간 다른 인형으로 바꿔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네 말에 너를 돌아보다 아차 싶어. 아침에도 약을 한 번 더 바르고 나오는 건데. 조심스레 손을 들어 아직 조금 남은 상처를 매만지며 말해.) 깜빡했다. 아침에도 약 바를 걸. 그래도 많이 나은 것 같아. 학교 가면 보건실에서 약 한 번 더 바르거나 해. 알겠지? 그래야 빨리 나아. (천천히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층수를 가만히 올려다보다 너를 와락 끌어안아. 조금 놀란 기색을 보이는 너에 멋쩍게 웃다 1층에 도착하고 나서야 널 놓아줘.) 잘 잤어? 안 불편했어? 내일 주말이니까 놀러 갈까? 영화 보거나... 어디 가고싶은 데는 없어? (버스정류장으로 걸으며 네게 이것저것 물어. 우리 집에서 함께 씻고, 자고, 밥 먹는 일이 불편하면 안 되는데. 마음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는데. 곧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어. 평소보다 조금 일찍 나온 것인지 아직 제가 타는 버스가 도착하려면 10분 정도 더 기다려야 해. 나란히 벤치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다 주머니에서 핫팩을 하나 꺼내 네게 건네.) 이거 가지고 가. 날씨 춥다. 그냥 집에 더 있다 나오지. 밖에서 오래 기다리면 감기 걸린다니까. 아, 그리고... 이것도. 네 친구 줘. ...친구도 추울 거 아냐. 나 하나 더 있어. 괜찮아. (반대쪽 주머니에 하나 남은 핫팩을 만지작거리다 꺼내 또 한 번 네게 건네. 제가 가져가려고 챙겨온 것이긴 하지만 이렇게나마 그 친구에게 너를 잘 부탁한다는 뜻을 전하고 싶었어. 하나 더 있다고 거짓말을 하며 너를 안심시키고는 저 멀리 보이는 버스에 자리에서 일어섰어.) 학교 잘 갔다와. 어제 늦게 자서 졸리겠다. 그래도 수업 잘 듣고. 심심하면 연락 하고. 오늘도 끝나고 전화 할게. 추우니까 미리 나오지 말고.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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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알림이 왜 안 울렸지. 혹시나 해서 들어와봤는데ㅠㅠ 점심 먹었어요? 오늘 바람이 꽤 많이 불더라구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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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87에게
네. (보건실에서 약을 바르라는 네 말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곤 천천히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의 층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저를 와락 안아오는 너에 깜짝 놀라선 몸을 굳혀.) 혀, 형. (제가 불러도 상관없다는 듯 날 그대로 안은 채 1층에 도착해서야 네가 안았던 팔을 풀자 심장이 거세게 방망이질 쳤지. 정말 심장마비로 죽는 기분을 체험한 것 같았어. 말도 잘 안 나올 지경이었지만 일단 네가 내게 질문을 했으므로 답하는 게 맞다 생각되어 겨우 입을 열었지.) 잘 잤어요. 하나도 안 불편해요. 형 집은 내 방보다 따뜻하고 부모님도 좋으시고 형 냄새도 좋으니까. (그러다 내일 주말이니 영화를 보거나 어디 놀러가자는 네 말에 아까 네가 날 안았을 때처럼 놀라 눈을 빠르게 깜빡거려.) 아뇨...영화 봐도 좋은데. 딱히 가고 싶은 곳은... (더듬거리며 제 의견을 말하다가 너를 따라 정류장 벤치에 앉아. 핫팩을 두 개나 쥐여주며 친구에게 주라고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가 오는 것에 엉덩이를 털고 일어난 널 올려다보다 고개를 내저었지. 이까는 영화보자더니 이번엔 제 친구를 챙기고. 아수라백작 같았지만 그만큼 네가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귀엽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어.) 걔한테 줄 필요 없어요. 알아서 챙겨오겠지. 난 형이 추워하는 게 더 싫어요. 신경쓰지 말고 형이 써요. (다시 따뜻한 핫팩을 네 손에 쥐여주곤 그대로 네 손을 꽉 잡고 있다가 버스가 오고 나서야 조심스레 놓아줘.) 응. 연락하면 나와있을게요. 형도 수업 잘 들어요. (방긋 네게 웃어주곤 네게 손을 흔들었지.) 잘 다녀와요. (네가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을 때까지, 사람이 많아 다시 얼굴을 보지도 못하고 버스가 그대로 출발해서 사라질 때까지 너를 눈에 담고 담으려 애쓰다가 버스가 그대로 가버리자 허탈하게 한숨을 내쉬며 발을 굴러.) 정말 해도 될까. (아무리 네가 신심할 때 연락을 해도 된다고 했고 서로 어느정도 마음을 알았지난 그래도 눈치가 보여서 핸드폰만 쥐었다가 놨다를 반복해. 그러다 버스가 도착하고 저도 학교로 향하지. 오늘도 제게 관심이 지대하신 서준을 달고 교실과 복도, 하다못해 화장실까지 같이 다니다가 점심시간이 되고 나서야 혼자 있을 수 있게 됐어. 점심을 먹을까 말까. 딱히 입맛도 없고 어차피 혼자 먹으니까 급식실에 가고 싶지도 않았지. 안 먹을까. 속으로 고민을 거듭하다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구실이 생겨 네게 연락을 보내.)

밥 맛있게 먹어요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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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엄청 추웠어요...짜증...날 풀린다더니...탄소도 밥이랑 잘 먹었어요? 감기 조심해요 내 주위에 벌써 둘이나 감기기운 있었더라구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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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90
글쓴이에게
(다시 제 손에 쥐어지는 핫팩에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웃어보였어. 제게 손을 흔드는 네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다가 버스에 올라탔어. 빈자리가 없어 손잡이를 잡고 서서 가야했지만 기분이 좋았어. 주머니 속에서 따뜻한 온기를 뿜어내는 핫팩에 얼었던 몸이 조금이나마 녹는 것 같았어. 곧 버스는 학교 앞에 도착했고 어제처럼 서두를 필요 없이 천천히 걸어 교실에 도착했지. 네게 연락을 하라고 하긴 했지만 이제 친구가 생겼기에 별로 심심할 틈은 없을 것 같았어. 보건실에 가서 약은 발랐을까, 수업은 잘 듣고 있는 걸까 궁금해서 연락을 하고 싶은 걸 꾹 참았어. 괜히 네 친구와 너를 방해하는 꼴이 될 것 같아서였어. 오전 수업을 마치고 핫팩을 흔들어 양 쪽 볼에 번갈아 가져다대며 급식실로 향했어. 점심을 먹고 교실로 돌아와 나른함에 책상 위에 엎드려있는데 네게서 문자가 도착했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네 연락에 입꼬리가 잔뜩 올라가.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가나 보다, 생각해. 전화를 해서 목소리도 듣고 너도 맛있게 먹으라고 하고 싶었지만 복도도, 급식실도 소란스러워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것이 분명했어. 결국 짧게 답장을 보내고는 핸드폰 액정을 꺼.)

너도 맛있게 먹어 정국아

(그러다 문득 네 가방에 달린 인형이 다시 생각났어. 오늘 야자를 하지 않고 그걸 사러 나갔다 올까. 혹시 사왔는데 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쩌나, 그것도 걱정이었어. 나중에 같이 나가서 사 오는 게 나을까? 이제 고등학생이 된다고 그런 인형 따위는 관심도 없을 것 같기도 했어. 무언가 네게 해주고 싶은 것은 많은데 제 생각보다 너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는 것 같아 답답했어. 아랫입술을 물고 잘근거리며 고민하는 사이 오후 수업이 시작되었어. 그렇다고 혼자 시내를 나가기는 그렇고... 딴 생각을 하느라 수업에 집중이 되질 않았어. 어차피 야자시간에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 결국 야자를 빼기로 마음 먹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네게 문자를 보내.)

정국아
형이 살 게 있어서 그런데
학교 끝나고 같이 시내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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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막 나가려고 했는데 알림 울려서 달려왔어요. 맞아요, 바람 엄청 불더라. 쓰니도 감기 조심해요. 아프면 안 돼요. 다음주가 3월인데 날씨 왜 이럴까요 8ㅅ8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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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90에게
아, 맞다. (네게 문자를 보내고 나서야 제가 보건실에 들러 약을 바르지 않았다는 게 생각나. 상처가 조금 남아있는 볼을 매만지다 도착한 네 문자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지. 밥 맛있게 먹으라는 네 문자를 보고 차마 밥을 안 먹은 채 대답할 순 없었기 때문이야. 어차피 돈이 아까워 조금이라도 먹자는 쪽으로 기울어있긴 했었으니까. 약은 나중에 발라도 되겠지 싶어서 북적이는 급식실로 들어가 식판에 음식을 받아들고 혼자 자리에 앉아. 다들 시끄럽게 떠들고 웃는 모양새였기에 그런 곳에 혼자 외딴 섬처럼 앉아있는 게 싫어 무표정으로 깨작거리며 대충 배를 채우기 바빴지. 역시 별로야, 이런 기분. 익숙해지려해도 익숙해지지가 않아서 빠르게 식사를 마치고 교실로 돌아와. 양치를 하고 앉으니 아이들도 거의 들어와 있었고 곧 오후 수업을 시작할 때였지. 곧 있음 집에 가야겠네. 그것조차도 내키지 않아서 멍하게 창 밖을 보며 한숨을 쉬다가 주머니의 핸드폰이 작게 진동하는 것을 느껴서 얼른 꺼내봐. 점심시간 때부터 처음으로 웃는 것 같았어.)


나 갈래요
뭐 살 건데요?
오늘 야자 안 해도 돼요?

(수업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선생님 몰래 핸드폰을 꺼내선 빠른 손놀림으로 네게 답장을 보내. 뭘 사려는 걸까, 야자까지 빼고. 궁금증이 피어올라선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너와 데이트 비슷한 것을 하게 된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웃음이 끊이질 않아. 미친'놈처럼 실실 웃다가 결국 책상에 머리를 박고 누워버렸지. 너와의 데이트라니. 생각만 해도 기쁘다. 하지만 웬걸.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서준이 온 거야. 학교 끝나고 같이 놀러가자고. 그와 노는 것도 충분히 좋고 기대됐지만 저에겐 네가 먼저였던지라 난처함을 담은 얼굴로 미안하다고 선약이 있다고 거절해. 우울한 표정으로 알았다고 하며 돌아서는 그를 붙잡아선 어떻게 해야될 지 몰라 우물대다가 품에 폭 끌어안았어.) 미안. 나중에 같이 놀러가자. (고개를 끄덕인 서준이 묘하게 즐거워보이는 표정으로 사라지자 고개를 갸웃거리다 다시 자리에 앉아. 너 냄새 좋더라, 하는 서준의 문자는 대충 씹어버리고 네게 문자를 한 번 더 했어.)

형 그럼 어디서 몇 시에 만날까요?

-
흐엉ㅠㅠ벌써 꽃샘추위인지ㅠㅠ빨리 날 풀렸으면 좋겠어요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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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91
글쓴이에게
(사실 시내에 나가서 피시방이나 노래방, 영화관 같은 곳은 자주 갔지만 딱히 누구 선물을 사 본 적은 없었어. 그런 인형이 어디에 팔까, 생각하다가 다른 걸 사줄까도 고민해. 핸드폰 케이스는 네가 불편해서 잘 하고 다니지 않으려나. 옷이나 신발은 더 좋은 걸 사주고 싶은데. 네가 좋아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지 정말 하나도 모르겠어. 그냥 같이 가서 네가 마음에 든다고 하는 것을 친구 선물인 양 사서 줄까. 답답함에 한숨을 내쉬다 액정이 환하게 켜지는 핸드폰에 네 문자를 확인해.)

어, 같이 가 줄 거야?
그냥
친구 선물
오늘만 빼려고

(몇 시에 만날 거냐고 묻는 네 말에 또 한 번 머리가 복잡해져. 혼자 간다면 석식을 먹고 천천히 나가면 될 일이었지만 너는 아직 중학생이라 더 일찍 끝날 테니까 말이야. 집에서 저녁도 잘 먹지 않을 테고. 저 때문에 집에 갔다가 또 제 시간에 맞춰 다시 나와야 하는 건가 싶어. 그냥 혼자 갔다올까. 억지로 꼬시면 제 친구 중 한 명을 데리고 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하지만 이미 네게 같이 가자고 말을 해버렸기에 취소하기도 좀 그랬어. 석식 시간이 꽤 이르니까 네가 마치는 시간과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다시 한 번 네게 물어.)

그러면 이따가
아니다
너희 몇 시에 마쳐?
나 석식 안 먹고 나가면
5시 30분 정도 되는데
집에 들러서 옷 갈아입고 올래?
아니면 여기 앞에서 조금만 기다릴래?

(분명 어제, 아니 12시가 훨씬 넘었던 시각이니 오늘이라고 해야겠지. 오늘 밤까지만 해도 너를 오래 기다리지 않게 하겠다고 말해놓고 또 기다리게 해야 한다는 게 속상했어. 학교 앞에 기다릴 만한 곳이 있나 곰곰이 생각해 봐. 괜히 밖에서 기다리다 감기 걸리면 안 되는데. 또 손과 볼이 발갛게 언 너를 만나고 싶지는 않았어. 그러다 정말 감기라도 한 번 심하게 앓을 것 같았어. 학교 주변엔 편의점 밖에 없고 조금 떨어진 곳에 카페가 있긴 한데. 중학생 혼자 카페에 앉아 있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려나. 무엇보다도 네가 불편한 꼴은 보고싶지 않아 네 답장이 오기까지 한참을 고민해. 핸드폰이 깜빡이는 게 보였지만 제 쪽으로 다가오는 선생님 때문에 바로 확인하지 못하고 끙끙대다가 겨우 핸드폰을 켜.)

-
그러게요 정말 8ㅅ8 집에 있으면 햇빛 때문에 따뜻한 줄 알았는데 나가면 엄청 추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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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91에게
(시내를 나가본 적은 손에 꼽았어. 그마저도 살 게 있어서 개인적으로 몇 번 나가본 게 다였지. 다시 수업이 시됐지만 가슴이 콩닥거려서 수업에 집증이 안 됐어. 나가면 네게 따뜻한 붕어빵을 사줘야겠다 생각해. 맘 같아선 더 좋은 걸 사주고 싶었지만 돈이 웂는 가난한 제 지갑은 더 좋은 걸 뱉어내지 못헸지. 그래도 어렸을 적 네가 붕어빵을 좋아하던 기억을 되살려서 슈크림 맛까지 더해 사주리라 마음먹어. 선생님이 칠판에 글을 적는 틈을 타 핸드폰을 확인했어. 친구의 선물을 산다는 내용. 답장을 하려 키패드를 눌렀지만 마침 뒤를 돌아보시는 선생님에 의해 핸드폰을 집어넣어야했지. 하지만 그 후에도 길게 답을 해주진 못했어. 제 주변에서 한 녀석이 핸드폰을 하다 들켰거든.)

형 미안해요
내가 좀이따 전화로 할게

(지금 톡으로 답장을 하기도 어려운 상태고 계속 찔끔찔끔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전화로 한 방에 끝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하곤 수업을 마저 들어. 곧 수업이 끝나자 바로 핸드폰을 챙겨들고 저번처럼 옥상으로 향하는, 아무도 없는 계단으로 올라갔지. 전화를 걸고 얼마 가지 않아 네가 전화를 받자 목소리는 금방 붕붕 떠서 날아올랐어.) 형. 수업 잘 듣고 있어요? 나도 밥이랑 먹고 그랬어요. 나 수업 끝나면 4시 30분 정도인데. 어차피 시내가 형 학교 쪽이랑 가까우니까...거기까지 가면 넉넉하게 5시쯤 될 것 같아요. 나 괜찮으니까 석식도 먹고 나올래요? 근처에 편의점 있잖아. 나 거기서 때우면 되는데. 석식 돈도 냈는데 안 먹으면 아깝잖아요. 나 편의점에서 기다릴게요. 그럼 되잖아. (네가 석식을 먹을 수 있도록 유도하여 달래는 것에 집중하는데 갑자기 저를 뒤에서 끌어안는 체구에 깜짝 놀라. 형, 잠깐만요 하고 뒤를 돌아보니 역시 상대는 서준이었지. 나 추워, 정국아. 너는 몸이 왜 이렇게 따뜻해? 그리고 너 섬유유연제 뭐 써? 나도 너랑 같은 거 쓸래. 냄새 완전 좋다. 킁킁 냄새를 맡으며 쫑알대는 서준의 목소리에 놀라 핸드폰을 손으로 가렸어. 네가 이런 말을 듣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거든. 들었을까. 끊기지 않은 전화를 보며 입술을 잘근대다가 애써 모른 척 웃으며 서준을 무시하고 네게 다시 말을 걸어.) 아무튼 형. 그렇게 해요. 오늘 날 별로 안 춥던데, 나 기다려도 괜찮아. 정말이에요. 집에 들려봤자 엄마 있으면 안 되니까...그냥 형 학교 앞에서 기다릴래요. 천천히 나와도 돼요. 얌전히 기다릴게. (전에 내가 먼저 전화를 끊었던 것에 서운해했던 너를 기억하고 이번엔 절대 그러지 않겠다 다짐하며 서준이 있든 말든 계속 전화를 붙들고 있어. 그저 숨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배시시 웃음이 새어나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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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에 속으면 안 돼요...아니 근데 햇빛은 따뜻한데 바람이 차갑더라구 그래도 살스 신고 다니시는 여자분들 보면 대단함...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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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92
글쓴이에게
(네 답장을 기다렸지만 날아온 문자는 조금 이따 전화를 하겠다는 것 뿐이었어. 저도 차라리 그게 낫겠다고 생각하고는 핸드폰을 다시 책상 속에 집어넣었지. 혹시라도 쉬는 시간이 엇갈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마침 수업 끝나는 종이 치자마자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어. 창가 쪽 교실 구석에 자리를 잡고 서서 전화를 받았어. 들려오는 목소리에서 잔뜩 신이 난 게 느껴져 저도 따라 입꼬리가 올라갔어. 덕분에 다른 친구를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은 고이 접어버렸지.) 응, 잘 들었어. 밥 맛있게 먹었어? 5시면... 안 돼. 너 오래 기다려야 하잖아. 편의점에 먹을 게 뭐가 있다고. 그 안에 별로 따뜻하지도 않아. (단호하게 안 된다고 다시 한 번 말하려는데 네 쪽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입을 꾹 다물 수 밖에 없었어. 다정하게 정국아, 하고 부르는 목소리만으로도 모자라 춥다는 핑계로 너를 끌어안고 있는 것 같았어. 그러지 않고서는 몸이 따뜻하다느니, 좋은 냄새가 난다느니 하는 말은 할 수 없을 터였지. 친구 사이에 끌어안고 있는 게 흔한 일인가 잠시 생각을 해 보았지만 저는 딱히 그런 적이 없는 것 같았어. 꼭 제 전화를 받으면서 그래야하나 싶었어. 어차피 학교에 있는 동안에는 보고 싶지 않아도 계속 보아야 할 얼굴인데. 저는 학교 끝나고 만나도 겨우 두세시간 후면 잠자리에 들어야 하잖아. 통화하는 것도 겨우 몇 분인데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저한테 집중해줬으면 좋겠는데. 지난 밤 제가 좋다고 한 말도 다 거짓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 역시 아직은 제가 불편한 걸까. 하긴, 하루 아침에 너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어버렸으니 그럴만도 한 것 같아. 그 친구와 친해진 것도 요 며칠 사이 일이 아니라 그 전부터 알고 지냈던 걸까. 저도 모르게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네 말을 듣고만 있었어. 결국 편의점에서 기다리겠다는 말에 딱히 말리지도 못하고 대답을 했지.) ...어, 알겠어, 그럼. 이따 또 문자 할게. 학교 끝나면 다시 전화해. 이제 곧 수업 시작해서. 끊을게. (아직 쉬는 시간이 반쯤 남아있었지만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어. 또 네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 같아서. 사실 석식을 먹지 않고 나와서 너와 함께 뭐라도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차마 말이 나오질 않았어. 네 친구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선명하게 들리는데 제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리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괜히 마음이 복잡했어. 네 친구를 밀어내라고 하자니 또 하루종일 학교에서 혼자 있어야 할 너를 생각하기가 너무 마음 아팠어. 그렇다고 그걸 다 받아주고 있자니 제 속이 말이 아니었지. 답답함에 머리를 헤집다 자리에 앉아. 분명 너와 함께 처음으로 시내를 나갈 생각에 기분이 좋았는데 한 순간 바닥으로 치닫고 있었어. 네가 학교에 있는 동안의 일은 알 수가 없으니까.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다음 시간 교과서를 펴는 일 밖에는 할 수가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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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저 며칠 전에 사진 찍을 일이 있어서 살스 신고 나갔다가 진짜... 다리가 부서지는 줄 알았어요.ㅋㅋ 얼어서 가루가 될 것 같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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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92에게
(갑자기 말이 현저히 줄어들었던 네가 알았다며 전화를 끊는다고 하자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어.) 혀, 형. 벌써 쉬는 시간 끝났어요? 아, 알았어요. 좀이따 봐요. (아쉬움이 잔뜩 묻어나는 말투에다가 한참동안이나 끊긴 전화를 보고 있으니 서준이 누구냐며 물어왔지만 대답해줄 기분이 아니었어. 오해했구나. 아닌데. 들렸던 걸까? 안 들리게 한다고 했는데.) 넌 왜 이렇게 목소리가 커서...! 이것도 좀 놔. 추우면 교실을 들어가야할 거 아니야. 이거나 쓰든가. (괜히 서준에게 화풀이를 하다가 그마저도 미안해서 마지막엔 네가 줬던 핫팩을 그에게 줘버렸지. 왜 성질이냐며 귀엽게 투덜거리는 서준을 지나쳐 반으로 들어와버렸어. 정말 아무 사이 아닌데. 네가 오해했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머리가 혼란스러웠어. 어느새 시간은 벌써 7교시를 할 시간이었지. 선생님이 뭐라고 하는 지도 모르고 제 볼에 있는 상처만 매만지다가 저도 모르게 손톱으로 딱지를 떼버렸어. 약하게 피가 배어나왔지.) 형이 보면 걱정할텐데. (또 피가 난 제 볼을 보면 네가 걱정할 것이라는 게 제일 신경쓰여서 괜히 손등으로 볼을 문질러 피를 닦아냈어. 어찌저찌 시간이 흐르고 청소도 마치고 저는 이미 가방을 싸든 채 네 학교로 가는 버스에 올랐지. 석식까지 먹으려면 6시 조금 넘으려나. 버스 손잡이를 잡고 시간을 가늠해보다가 네게 다시 문자를 보냈어.)

형 저 지금 학교로 가고 있어요
밥 먹고 천천히 나와요
맛있게 먹고

(벨을 누르고 내려선 근처의 편의점을 찾았지. 지금은 별로 배고프지 않더라도 너랑 돌아다니다가 배고파져서 이것저것 눈독들이고 하면 당연히 눈치를 챈 네가 사줄 것 같았으니까. 그런 폐까지 끼치고 싶진 않아서 억지로라도 뭘 먹을 생각이었어. 김밥은 다 팔렸나. 아쉬운대로 빵이나 먹어야지 싶어서 요즘 인기 많다던 메론크림빵 하나와 작은 딸기우유를 하나 계산해.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 곧 있으면 기말고사를 보고 그 다음엔 방학을 하겠지. 빵을 우물거리며 옷을 꼭 여미고 걷는 사람들을 보다가 그것들을 금세 다 먹어치우고 시간을 확인해. 일부러 느릿하게 먹은 탓에 시간은 벌써 5시 30분을 지나가고 있었지. 네가 언제 나올지 모르니까 나가서 기다리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하곤 편의점을 나서, 네 학교 교문 앞에 서. 혼자 중학교 교복을 입은 터라 지나가던 형들이 저를 몇 번 바라봤지만 개의치않고 꿋꿋이 서서 목까지 자켓 지퍼를 채우고 거기에 폭 얼굴을 묻었어. 춥다. 엄마한테 목도리 사달라고 하면 안 사주겠지. 그래도 이렇게 따뜻한 패딩을 사준 게 어디야. 폭신한 제 패딩을 매만지다가 눈을 깜빡이며 교문 밖으로 나오는 몇몇 학생들 중에 네가 있을까 하며 열심히 시선을 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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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뤀ㅋㅋㅋㅋ조심해요 아직 살스는 아닌 것 같더라고...따숩게 입고 다녀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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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93
글쓴이에게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수업을 애써 집중해서 들었어. 다음 쉬는 시간엔 반장 녀석에게 몸이 안 좋으니 야자를 빼겠다고 말을 해 뒀지. 학교가 마칠 시간이 점점 다가오자 너를 어떻게 마주해야하나 걱정이었어. 이제 기분 좋게 웃으며 볼 일만 있을 줄 알았는데. 제가 못 들은 척 하면 괜찮으려나. 네게 친구가 생기는 것은 분명 나한테도 좋은 일인데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모르겠어. 네가 저를 소심하고 바보 같다고 생각할까 봐 조금 걱정도 되었어. 오후 수업이 모두 끝나고 급식을 먹으러 가자는 친구들의 말에도 고개를 내저었어. 네가 저를 걱정하며 꼭 석식을 먹고 나오라고 했지만 딱히 밥 생각이 없었어. 기다리고 있을 네 걱정이 되기도 했고. 텅 빈 교실에 잠시 앉아 시간을 확인하다 울리는 핸드폰에 네 문자를 확인했지. 이제 출발하는 거면 조금 이따 나가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잠시 책상 위에 엎드려. 밥을 맛있게 먹으라느 네 말을 지키지는 않지만 그저 옅게 웃었어. 잠시 후 외투를 챙겨 입고 학교 밖으로 나와. 정말 편의점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으려나. 주위들 두리번거리다 저를 찾는 듯 이리저리 주변을 살피고 있는 네 모습이 보였어. 두꺼운 패딩을 입긴 했지만 교복도 다르고 고등학생처럼 보이지는 않아 금방 눈에 들어왔지. 표정 관리를 해야한다고 마음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이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네 앞에 다가가 섰어.) 왔어? 언제부터 와 있었어. 왔다고 전화 하지 그랬어. 저녁은? 배 안 고파? 시내 나가서 같이 맛있는 거 먹자. (네가 뭐라도 먹고 온 건가 싶어 석식을 안 먹었다는 말은 일단 하지 않았어. 저 때문에 저녁을 두 번 먹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으니까. 애써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네 옆에 서서 그리 멀지 않은 시내 쪽으로 걷는데 문득 고개를 돌려 보인 네 얼굴에 남은 상처가 보였어. 그런데 아침과는 어딘가 달라 보였지. 자세히 살펴보니 상처가 아물었던 딱지는 온데간데 없고 다시 생채기가 보이고 있었어. 조금 전 통화 때문에 네가 미웠지만 그보다는 네가 걱정되는 것이 먼저였기에 조심스레 손을 뻗어 네 볼을 만지작거려.) 보건실 안 갔어? 약 바르라니까. 근데 왜 더 심해진 것 같지. 아침엔 거의 다 나은 것 같았는데. 아침에 약을 바르고 갔어야 하는데... 깜빡했다. 집에 가서 바로 약 다시 바르자. 응? (얼마 걷지 않았는데 벌써 네 볼이 차가웠어. 곧 발갛게 얼어버릴 것 같았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아침에 가져온 핫팩을 네게 건네려다 네게도 하나 주었던 걸 기억해내고는 네게 말해.) 손 시리지? 이거... 아, 너도 있지. 아침에 내가 준 핫팩 잘 가지고 있어? 아직도 좀 따뜻한 것 같은데. 손 시리잖아. 그거 쥐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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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럴게요. 탄소도 조심해요. 그래도 오늘은 날씨 약간 풀린 것 같던데... 점심 먹었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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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93에게
(제게 다가오는 너를 알아보고 활짝 웃어. 킁- 코를 들이마시곤 어깨를 으쓱였지.) 방금 왔어요. 저기 편의점에서 밥 먹구 왔어. 형도 밥 먹었어요? 난 대충 때우긴 했는데, 뭐 먹는 것도 좋아요. 많이 먹어서 키 커야하니까. (네가 밥을 안 먹어서 묻는 거라곤 생각 못하고 그저 너와 같이 밥까지 먹으면 정말 데이트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겠다 싶어서 실실 웃어. 너의 학교에서 얼마 멀지 않은 시내를 향해 걸어가며 속으로 콧노래를 부르는데 순간 제 볼을 만지는 네 손길에 깜짝 놀라서 너를 돌아봐.) 아, 그, 약 바르는 걸 깜빡했어요. 괜찮은 것 같아서 안 발랐는데 나도 모르게 몇 번 만지다보니까 건조해서 그런가 툭 떨어지더라구요. (뭐라 변명을 하다가 집에 가서 바로 약 다시 바르자는 네 말에 의문이 생겨. 오늘도 네 집에 가자는 말인가? 그렇지만 말도 없이 이틀이나 외박을 한다면 엄마가 당장에 너희 집 문을 거세게 두드릴 것 같았어. 어제는 그냥 아무 말 안 했다지만 너의 집에서 잔 걸 알았을 테니까. 너의 집 말고는 갈 데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핫팩을 잘 가지고 있냐며 그걸 쥐고 있으라는 네 말에 동공이 빠르게 진동해. 저를 빤히 바라보는 네게 뭐라 대답할까 고민하다 겨우 어색하게 웃어보여.) 아까 체육시간에 축구했거든요. 나는 하기 싫다고 했는데 내가 안 하면 홀수라서 어쩔 수 없이...하느라. 그동안 핫팩을 안 만져줬더니 금세 차가워져서 버렸어요. (그냥 친구한테 줬다고 해도 되는 건데 그런 사실을 말하기 싫었어. 서준한테 줬다고 하면 네가 또 서운해할 걸 아니까. 그리고 네가 준 걸 아무 생각 없이 서준에게 줘버린 저 자신도 이 상황에선 밉게 보이기까지 했으니까. 내 말을 믿는 눈치인 네 어깨에 괜찮다고 얼굴을 애교스레 부볐어.) 걱정 마요. 나 별로 안 추워. 이것도 금방 약 바르면 괜찮을 거예요. 오늘 까먹긴 했지만. 빨리 가요. 친구 뭐 사줄 거예요? 난 형이 길가다 돌만 주워와도 좋을 것 같은데. (속도 없이 헤실헤실 웃는 낯으로 널 바라봐.) 친구 생일인가 봐요. 근데 나는 형이 나가자고 하니까 좋아서 온 거지, 딱히 도움은 못 될 거예요. 친구 선물을 사본 적이 없어서. (사봤자 유치원생때 뽑기 기계에서 돌려 뽑았던 인형들을 선물이랍시고 줬던 게 다였으니까. 즐비하게 늘어선 상점들을 눈으로 열심히 훑어보며 시간이 시간인데도 '시내' 라서 그런지 북적거리는 인파에서 너를 잃어버리지 않으려 네 옆에 딱 붙어서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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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풀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ㅠㅠ점심은 안 먹고 대신 저녁을 풍족하게 먹었어요 허헣허허 탄소도 저녁 먹었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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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97
글쓴이에게
아, 먹었구나. 그러면... 날씨 추우니까 따뜻한 거라도 마시자. 대충 때웠으면 뭐 먹은 거야? 허전하면 밥 사줄게. (너를 향해 웃어 보이다 걱정스럽게 네 상처를 다시 한 번 살펴봐. 네 선물을 사고 이따 집에 가서 약을 다시 한 번 꼼꼼히 발라 주어야겠다고 생각해. 그리고 너만 괜찮다면 오늘도 우리 집에서 자고 갔으면 했지. 너 역시 우리 집이 조금 더 편할 거라고 생각했어. 혹시 너희 어머니께서 걱정을 하시려나 하는 생각도 잠깐 했어. 아니, 꼭 걱정이 아니더라도 아들이 이틀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으면 신경이 쓰일 것 같긴 했지. 저 때문에 네가 어머니께 혼나거나 밉보이는 것은 싫었으니까. 핫팩을 버렸다는 말에 별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 주머니에 있던 핫팩을 꺼내 네 손에 쥐어주고 계속해서 시내로 걸어.) 그럼 이거라도 쥐고 있어. 형은 이거 계속 쥐고 있었더니 별로 손 안 시리다. 아... 그... 어, 어. 친구 생일이야. 다음주인데 그냥 미리 사두려고. 뭐 사주면 좋아하려나. 선물 사고 나서 뭐 먹으러 가자. 먹고 싶은 거 있어? (제가 주는 것이면 길에 떨어져있는 돌이라도 좋을 것 같다는 네 말에 낮에 있었던 일은 잠시 잊고 그저 입꼬리를 올려. 그렇다고 돌을 주워다 줄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주위에 있는 가게들을 하나씩 훑어보았지. 사실 아직 무얼 사줘야하나 결정을 하지 못 했어. 그냥 처음 생각했던대로 가방에 달고 다닐 인형 고리 같은 것을 사주는 게 가장 나으려나. 무작정 네 손목을 이끌고 가게로 들어갔어. 이것저것 둘러보다 요즘 유행하는 캐릭터 인형을 하나 빼들고 네 눈 앞에 보여줘.) 이거 어때? 귀여운 것 같은데. 별로야? (어차피 네게 줄 것이었기네 네게 물어보고 결정하는 것이 제일 좋겠다는 생각이었지. 제 친구에게 이런 인형을 선물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볼 것이라는 생각은 하나도 하지 못하고 그저 환하게 웃으며 물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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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먹었는데 오늘은 안 먹었어요. 점심 늦게 먹고 간식 먹고 그랬더니 생각이 없네요. 오늘은 날씨 많이 풀렸더라고요. :)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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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97에게
그냥 빵이랑 우유요. 김밥은 다 팔렸더라구...오늘 급식은 뭐 나왔어요? 맛있게 먹었어? (얼버무리며 대답을 한 네가 의심스러웠지만 본인 몫의 핫팩을 쥐여주며 저를 걱정하는 눈초리의 너 때문에 더이상 뭐라고 하지 못하고 넘어갔어.) 다음주인데 벌써 사줘요? (신기하다는 듯 말하다가도 네가 손목을 잡아끌더니 라바 인형을 보여주자 고개를 끄덕여.) 귀여워요. 인형으로 사주려구요? (나처럼 가방에 매다는 용도인가.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금방 시무룩해져버렸어. 나한테만 이런 거 사주는 게 아니었구나. 물론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확인사살을 당하니 더 슬프다고 해야하나. 착잡함에 괜히 눈을 굴리다가 네가 이상하게 보면 다음에 이렇게 데리고 나와줄 것 같지도 않아서 애써 밝게 웃음짓곤 귀엽게 생긴 사자를 집어들었지.) 근데 난 이게 더 좋아요. 이거 옆에 호랑이도 좋고. 뭔가 형 닮았어요. 잘생겼는데 귀여워. (늠름해보이기도 하지만 귀여운 사자를 조물거리며 방긋 웃었어. 그러다가 아, 하고 인형을 다시 제자리에 뒀지.) 근데 그게 더 좋을 것 같아요. 나 그거 티비에서 몇 번 봤거든요. 아무래도 인기많은 게 더 좋을테니까, 그걸로 해요. 그것도 귀여우니까. 근데 이 개구리도 여기서 샀던 거예요? (제 가방에 매달린 커밋 인형을 흘끔 돌아보다 저도 네게 하나 선물할까 싶어 다른 인형들을 찾아봐.) 형도 이런거 좋아해요? 내가 하나 사줄까요? 형이 나 개구리 주기도 했고. 달고 다니는 거 쪽팔리지만 않으면 사줄게요. 뭐로 할래요?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인형들을 바라보다 제 또래의 여자아이들이 저를 보며 쑥덕대는 모습에 몸을 움츠려. 긍정적인 말을 하는 지, 부정적인 말을 하는 지 알지 못했지만 어쨌든 제가 그녀들에 입에 올라있다는 걸 알곤 그녀들이 제 쪽으로 주춤주춤 다가오는 것에 겁을 먹어서 네 쪽으로 다시 도도도 달려왔지. 네 옷깃을 꽉 붙잡고 조금 울상을 지었어. 아직 너 이외에 다른 사람들이 다가오는 건 불편하고 무서웠지. 서준은 어느정도 경계가 풀렸지만 그래도 불편한 건 변함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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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비오고 막 그러네요ㅠㅠ그쪽이라도 풀렸다면 다행이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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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99
글쓴이에게
급식? 어, 뭐... 매번 똑같지. 응, 그냥 미리 사놓으려고. 월요일인가 화요일일 거야, 아마. (대충 둘러대며 다른 인형들도 살펴보는데 네 표정이 아까보다 조금 어두워진 것 같았어. 무슨 일인지 한동안 별 말도 없었지. 그러다 네가 이게 더 마음에 든다며 다른 인형을 고르자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잔뜩 올라갔어. 역시 같이 사러 가자고 한 보람이 있었지. 혼자 왔다가 마음에 들지도 않는 것을 마음대로 골라 사가야만 했을 테니까. 최대한 관심 없는 척 고개만 끄덕였지만 네가 고른 인형을 눈으로 꼼꼼히 살피며 기억하려고 애썼어. 그러다 제 것도 여기서 샀냐는 네 물음에 그제야 네 쪽으로 시선을 돌렸지.) 어? 아, 그거... 그건 여기서 안 샀어. 여기 처음 와 보는 것 같은데... 아, 안 사줘도 돼. 창피한 건 아닌데, 정말 괜찮아, 정국아. (괜찮다는 듯 손을 내저어 보였지만 너는 이미 내 것을 고르려는지 다른 진열대로 가버리고 난 후였지. 슬쩍 네 눈치를 살피다 네가 말한 사자와 호랑이 인형을 하나씩 빼들고 계산대로 갔어. 네가 보기 전에 얼른 계산을 마칠 생각이었지. 미리 봐 둔 가격을 계산대 위에 올려놓고는 인형을 황급히 패딩 양 쪽 주머니에 넣었어. 그러고는 다시 네가 있는 인형 코너로 걸었지. 도착하기도 전에 네가 제 쪽으로 빠르게 걸어오자 무슨 일인가 싶었어. 제가 혼자 나가버릴까 걱정된 걸까. 제가 그럴 리 없다는 것은 네가 제일 잘 알 텐데. 네 주위를 힐긋 둘러보자 소곤대고 있는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보였어. 저 아이들 때문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울상을 짓고 있는 네게 괜찮다는 듯 네 어깨를 두어번 두드렸어. 그러고는 네 손목을 잡아끌었지.) 이제 가자. 형 방금 계산하고 왔어. 난 안 사줘도 돼. 괜찮으니까 이제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배는 안 고파? 빵 하나 먹어서는 배 많이 안 부를 것 같은데. 뭐 먹으러 갈까? (가게 밖으로 나와 주위를 두리번거렸어. 초밥집도 보이고, 스파게티 가게도 보이고, 돈까스를 파는 곳도 있었어. 너는 그래도 뭐라도 먹고 왔으니 밥을 또 먹기는 좀 그러려나.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네게 물어보는 게 제일 나을 것 같았어.) 정국아, 뭐 먹을래? 너 학교 마치고 빵 먹었으면 이제 소화 거의 다 됐을 것 같은데. 추워서 빙수는 좀 그렇지? 그러면... 또 빵 먹기도 그렇고. 떡볶이? 허전하면 그냥 밥 먹자. 빵은 간식이었다고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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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그냥 엄청 조금씩 왔다 그치고 그래요. 곧 점심 시간인데 밥 맛있게 먹어요. :)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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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399에게
(네가 어깨를 두드려주며 손목을 잡아끌었지만 조금쯤은 불안감이 남아있어서 손을 꼬물거려 내리고는 네 손을 꽉 잡아. 잠시 시선을 던졌던 네가 아무렇지 않게 뭘 먹을 거냐고 물어오자 배싯 웃으며 네 쪽으로 붙었지.) 떡볶이도 좋고 돈까스나 스파게티도 좋아요. 다 잘 먹을 수 있는데. 빙수도 좋아요. 형이 먹고 싶은 걸로 먹을래요. 진짜 나 다 잘 먹는데. (아무래도 너와 오랫동안 함께하지 못했으니 지금의 네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 지 당연하게도 모르고 있었어. 저는 정말 아무거나 다 잘 먹지만 너는 아닐 수도 있으니까. 이 기회에 네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 지 기억해둘 참이었지. 바로 머리에 기억을 하기 위해 반짝거리는 눈으로 널 바라봤어.) 그리고 밥은 내가 살래요. 형이 재워주고 약도 발라줬고. 나 이제 두 달 정도만 지나면 바로 알바 할 거니까. 그러니까 내가 살래요. 맨날 형한테 받은 것 밖에 없는데 이거라도 해야지. (이걸 위해 서랍장 구석에 몰래 켜켜이 쌓아뒀던 지폐들을 몽땅 가져온 참이었어. 방긋 웃고는 네 손을 조물거렸지.) 얼른요. (괜찮다고 몇 번이고 손사래를 치던 너를 끌고 억지로 돈까스 집에 들어왔어. 요새 맛있다고 소문이 나있어서 그런지 자리를 잡기 쉽지 않은 곳이었지만 시간대도 조금 애매하고 다행히 저희들이 들어가자마자 나온 사람들이 있었기에 운좋게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있었지. 비싸지 않겠냐며 불안해하는 네게 손을 내젓고는 제일 유명한 치즈돈까스와 기본 돈까스를 시켰어.) 우동도 먹을래요? 아, 저녁 먹었댔는데 너무 오버했나. 우선 이것만 먹고 배 안 부르면 더 시켜요. (알바생을 불러 조곤조곤 주문을 마치곤 네 앞에 물을 따라 놔줬어.) 룸이라 더 좋네요. 사람들 소리 시끄럽지도 않고. (주변을 들러보다 저도 모르게 또 볼에 상처가 난 곳을 긁어 딱지를 떼는데 네게 그 모습을 들켜, 아프지 않게 손등을 맞고 나서야 간질거리는 손을 허벅지 밑에 깔아 볼을 만지지 못하게 했어. 부모님께 맞는 게 드문 일은 아니었기에 서랍장에 약들이 많았지만 아까 돈을 챙겨오면서 확인했던 약통을 텅텅 비어있었기에 약국을 들리기로 마음먹어.) 나 그리고 집 가기 전에 약국 좀 들릴게요. 살 게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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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햇빛은 따뜻하네요! 아점먹어서 지금 배불러요 히히 탄소도 점심 맛있게 먹어요^C^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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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00
글쓴이에게
(오랜만에 같이 외식을 하는 거라 네게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었어. 괜히 제가 만나자고 해서 저녁을 빵으로 대충 때운 것도 마음에 걸렸지. 하지만 오히려 제가 좋아하는 것을 먹으러 가자는 말에 뭘 먹으러 가야 네가 좋아할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 그러고보니 네가 좋아하는 음식도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 어릴 적에도 딱히 가리는 게 없었던 것 같긴 하지만 혹시나 싫어하는 게 생겼을 수도 있잖아. 그러다 갑자기 제가 밥을 사겠다고 하더니 말릴 틈도 없이 무작정 근처에 있던 돈까스 집에 데리고 들어오자 놀란 눈으로 널 바라보기만 했어.) 아니, 그래도... 어, 어. 괜찮아. 이것만 먹어도 배불러. (제가 사는 것이라면 하나라도 더 사주고 싶어 우동도 시켰겠지만 네가 계산을 한다고 억지를 부릴 것 같아 그러지 못 했어. 눈치를 봐서 제가 계산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괜히 사주고 싶어하는 네 성의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일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어. 그래도 아직 중학생인 네게 밥을 얻어 먹기에는 너무 미안했지.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는 직원을 불러 우동까지 주문한 뒤 너를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말 해.) 음, 그럼 맛있게 먹을게, 정국아. 네가 사주니까 더 맛있겠다. 돈까스만 먹으면 텁텁할 것 같아서. 사실은 형 석식 안 먹고 와서 엄청 배고파. (왜 급식을 안 먹었냐고 네가 잔소리를 해왔지만 그저 웃으며 넘겼어. 아직 다 아물지 않은 상처를 자꾸만 만지작거리는 네 모습에 인상을 찌푸려.) 씁. 하지 마. 그러다 덧나서 흉터라도 생기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제 말에 손을 아예 허벅지 밑에 놓는 네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네 손을 테이블 위로 올리고 놓치지 않게 꼭 잡아.) 이러고 있어. 너 그거 또 만지면 혼나. 약국은 왜? 어디 아파? 감기 걸렸어? 그럼 병원을 가야지. 아님 뭐... 연고 사려고? 우리 집에 있는 거 바르면 되는데. (직원이 물을 가져다주며 계산서를 내려놓자 힐긋 네 눈치를 살피고는 자리에서 일어서. 화장실을 가는 척 하며 미리 계산을 할 생각이었지. 테이블 번호를 기억하고는 주머니에 지갑을 찔러넣고 룸에서 나와.) 형 손 좀 씻고 올게. 그동안에도 만지면 안 돼. 혹시 나오면 먼저 먹고 있어. 식기 전에. (화장실이라고 써 있는 표지판을 살피는 척 하다 곧장 카운터로 가 계산을 하고는 화장실로 가 손도 꼼꼼히 씻은 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아.) 아직 안 나왔어? 사람 많아서 그런지 꽤 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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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세먼지 심하다고 하던데 거긴 어땠어요? 여긴 엄청 뿌옇더라고요. 8ㅅ8 안개인 줄 알았더니 미세먼지라니... 저녁 먹었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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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00에게
(우동을 시키는 너에 역시 먹어보고 싶었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석식을 안 먹고 왔다는 네 말에 바로 표정이 바뀌어.) 왜 그랬어요. 내가 먹고 오라고 했잖아. 돈까스 먹자고 안 했으면 어쩔 뻔 했어요. (한껏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너에게 잔소리를 했지만 상처를 건드리는 바람에 역으로 다시 네게 잔소리를 듣고 손이 잡혔지. 허벅지 밑에 둬도 되는데 굳이 손을 잡은 너에 의아함이 피어올랐지만 말로 꺼내진 않았어. 너랑 손을 잡고 있는 게 나도 좋았으니까. 꼬물거리며 네 손에 깍지를 끼다가 약국은 왜 들리냐며 감기 걸렸냐 묻는 네 말에 고개를 내저어.) 집에 연고가 다 떨어져서요. 언제까지고 형 거 빌려쓸 순 없잖아요. 나 때문에 형네 연고 다 쓰겠다. (키득키득 장난스레 웃곤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는 너에 별 의심 없이 알았다며 널 보내. 빌지를 꺼내 가격을 확인하곤 그렇게 부담되는 액수는 아닌지라 네게 밥을 사줄 생각에 들떠선 콧노래를 불렀어. 그러다 자연스레 볼로 향하는 손을 억지로 붙잡곤 다시 허벅지 밑에 끼워넣었지. 형이 건들지 말랬어. 꾹 입을 다물고 괜히 물컵만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아직 안 나왔냐며 다시 룸으로 들어오는 네게 환히 웃어줘.) 응. 사람이 밀리나봐요. 그래도 곧 있으면 나오겠죠, 뭐. 많이 배고파요? (배고플 네가 걱정인데다가 그러게 왜 석식을 먹지 않았을까 하고 타박어린 말도 떠올랐지만 네가 석식을 먹었다면 지금 이 상황은 결코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아쉽고 싫어서 차마 타박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그런 제게 네가 왜 그러냐며 물어오자 아니라고 고개를 내젓는 와중에 다시 문이 열렸지. 우동과 돈까스가 곧 식탁에 놓이고 먹음직스러운 자태에 우와- 하고 감탄하다가 네 앞으로 돈까스와 우동을 밀어줬어.) 배고플텐데 얼른 먹어요. 내가 사는 거니까 걱정 말고. 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요. 나 돈 다 가져와서 지금 되게 부자야. (뿌듯하게 웃고는 저도 우동 면발을 집어 입에 넣어. 어째 오묘한 표정인 네게 의아한 눈빛만 보내고는 쭉쭉 늘어지는 치즈돈까스와 바삭하고 고소한 기본돈까스가 너무 맛있어서 더 캐묻진 않고 먹는 것에 집중했어. 한창 클 나이라 그런 건지 아까 빵과 우유로 어느 정도 배를 채웠음에도 불구하고 배에 블랙홀이라도 있는 것 마냥 음식을 맛있게 먹어치웠지. 와구와구 먹으면서도 이게 다 키로 가서 너보다 더 크고 싶다는 생각을 흐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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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요? 우리쪽은 나름 괜찮았던 것 같아요 그냥 저녁되니 쌀쌀한 거 그것만?ㅋㅋ미세먼지면 마스크 껴야겠네요ㅠㅠ아프면 안 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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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03
글쓴이에게
아니야. 별로 배 안 고파. 너도 빵밖에 안 먹었다며. 너는 배 안 고파? (손에 남은 물기를 두어 번 털어내고는 다시 자리에 앉아. 네 말에 고개를 내저으며 웃고는 상처난 네 볼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려.) 왜 그래? 무슨 생각해, 혼자. 나 없는 동안 또 여기 막 만지고 그런 거 아니지? 그러다 진짜 흉터 남으면 평생 보기 안 좋잖아. 조심해. (곧 문이 열리고 주문한 음식이 도착했어. 딱히 배가 고프다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 맛있는 음식 냄새를 맡으니 절로 침이 고였어. 제가 먼저 계산을 하고 온 것도 모르고 맛있게 먹으라는 네 말에 괜히 미안해졌어. 지금이라도 사실대로 털어놓아야 하나 싶었지만 그랬다간 네가 돈을 제게 쥐어줄 것도 같고 마음 편하게 먹지 못할 것 같아 입을 꾹 다물었어. 제가 샀다고 하면 금세 시무룩해질 네 모습이 눈에 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돈까스를 집어 입에 넣었어. 처음 와보는 곳이라 맛이 없으면 어쩌나 조금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맛이 좋았어. 너 역시 잘 먹고 있는 모습에 괜히 기분이 좋았어. 그러다 네 볼에 튀김 가루가 묻자 푸스스 웃었어. 네가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들어 저를 바라보자 조심스레 손을 뻗어 네 입가를 손으로 톡톡 털어냈어.) 귀여워. (이제 어느 정도 다 큰 네가 민망해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너무 귀여워서 어쩔 수가 없었어.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구나. 네 모습이 꼭 햄스터 같기도 하고 토끼 같기도 해서 자꾸만 웃음이 나왔어. 한참을 입꼬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포크질을 멈춘 네 모습에 네 컵에 물을 따라주며 말해.) 얼른 더 먹어. 체하니까 천천히 먹고. 물도 마셔가면서 먹어. 목 마르잖아. (네 손에 들린 포크를 뺏어 치즈돈까스를 하나 찍고는 다시 네 손에 쥐어주었어. 저는 젓가락으로 우동을 조금 집어 입에 넣었지. 얼마 안 가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어.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음식들로 가득했던 접시도 서서히 비워졌지. 거의 동시에 포크를 내려놓고는 널 바라보며 웃었어. 물을 한 모금 마시고 휴지로 입을 닦고는 나갈 채비를 했어. 벗어두었던 외투를 입다 고민에 빠졌어. 이미 계산을 했다고 말해야하는데 언제 말하지. 나가기 전에는 말을 해야했어. 네가 빌지를 들고 먼저 나가려고 하자 네 손목을 잡고는 이미 일어선 널 올려다보며 느릿하게 말해.) 저기... 정국아. 사실은... 아까 형이 먼저 계산했는데. ...화낼 거야? 형이 맛있는 거 사주고 싶어서 그랬지. 응? 정국이는 나중에 더 커서 사주면 되잖아. 아, 알바. 맞아, 알바 하고 나서 처음으로 돈 벌면 그 때 더 맛있는 거 사줘. 형 엄청 많이 먹을 거야. (부러 더 장난스레 말하고는 다시 네 눈치를 살폈어. 기분이 많이 상했으려나. 손목을 잡은 손을 조금 내려 네 손을 맞잡고는 손등을 살살 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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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눈 많이 오더니 이제 좀 맑아진 것 같아요. 다행이에요.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점심 먹었으려나? 맛있게 먹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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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03에게
(한참 맛있게 먹고 있는 와중에 네게서 웃음소리가 들리자 의아한 눈빛으로 너를 바라봐. 그러다 제 볼에 닿는 손길에 또 칠칠맞게 묻히고 먹었구나 생각했지. 민망한 얼굴로 네게 붙들린 얼굴을 빼내려는데 '귀여워' 하는 네 말에 그냥 헤헤 웃어버렸어. 네가 내게 해준 칭찬의 말이었으니 기분이 나쁘다기보단 좋아서 헤죽헤죽 웃음이 나왔지. 네가 또 언제 이런 칭찬을 해주겠나 싶기도 하고. 제가 음식을 먹는 동안 기뻐하는 듯한 네 모습에 원래도 잘 먹지만 평소보다 더욱 열심히 먹었어. 하도 와구와구 먹었기에 좀 쉴까 싶어 포크를 내려놨지만 물을 따라주며 배부르냐고 묻지 않고 얼른 더 먹어- 하는 너에 결국 다시 네게서 돈까스가 꽂힌 포크를 받아들고 입에 넣을 수밖에 없었지. 약간 사육하는 거 좋아하나. 제가 우물대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널 보며 생각했어. 말은 별로 없었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가 끝나고, 이제 네게 밥을 사주는 결정적인 계산 시간이 왔구나 싶어 빠르게 옷을 입고 빌지를 들었어. 왠지 가슴이 설레는 것도 같았지. 하지만 네가 내 손목을 붙잡고 더듬거리며 해버린 말은 꽤나 충격이었어. 멍한 제 얼굴에 네가 손을 맞잡고 손등을 부드럽게 쓸어줬지만 별로 마음이 가라앉진 않았지. 그냥 팔에 힘을 줘 널 일으킨 뒤 가게 밖으로 나와선 잡힌 손을 빼냈어. 얼굴에 잔뜩 짜증스러움이 묻어있어서 네가 어쩔 줄 몰라 낑낑거리는 게 보였지만 그냥 헤헤 웃어넘기긴 싫었어. 주머니에 손을 푹 꽂고 처음으로 널 무표정으로 바라봤지. 다른 사람들에게 그러듯이. 네게 화난 얼굴을 하기 싫다는 의미였어.) ...내가 산다고 했잖아요. 아까 내가 산다고 많이 먹으라고 했을 때 웃기진 않았어요? 난 진짜 형한테 밥 한 번 사주고 싶었는데. 알바비 받으면이 아니라 오늘 꼭 사주고 싶었다구요. 그래서 계속 모아놨던 돈 다 들고 온 건데. 내년엔 나도 고등학생이예요. 야자한다고 늦게 끝날 거고 형도 대학간다고 공부하느라 나한테 신경 별로 못 쓸 거잖아요. 그리고 뺑뺑이니까, 같은 학교일 거라는 보장도 없구요.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다가 고개를 푹 수그리며 칭얼대.) 인형도 못 사게 하고...형은 내가 뭐 해주는 게 별로 탐탁치않아요? ...화났다기보단 그냥 조금 속상해요. 미안해요. 잘 먹고 나와서 괜히 짜증냈다. 형이 안 좋은 의도로 그러지 않았다는 거 알아요. (숙였던 고개를 들고 다시 표정없이 눈만 몇 번 깜빡이다가 버스 정류장으로 향해. 집으로 가는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 지 전광판을 보다가 무심결에 볼을 만졌는데 묻어나오는 피에 조금 놀랐다가 대충 손등으로 닦아내버려. 로션이 다 떨어져서 스킨만 바르고 나온 게 생각났지. 추워서 피부가 팽팽해지니 그걸 못 견디고 상처가 터진 것 같았어. 날은 점점 어두워지며 추워지고 너도 이제 시내에 볼 일도 없는데 저 때문에 붙잡아두는 것 같아서 슬쩍 널 돌아보며 말해.) 나 살 게 생겨서...잠깐 다시 시내 갔다와야 될 것 같아요. 날도 춥고 어두운데 형은 먼저 집에 가요. 나 때문에 따라다니면 힘들잖아. 조심해서 가요. (옅게 미소를 띄워보이곤 네 어깨를 토닥인 뒤 뒤돌아 다시 걸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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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오늘 갑자기 눈 왔어요 날이 또 추워지네 겨울같아ㅠㅠㅋㅋ아점으로 먹고 이제 기숙사 가야해서 물건 사러 나가려구요 탄도 맛점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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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04
글쓴이에게
(아무 말 없이 저를 이끌고 밖으로 나오는 네 뒷모습은 기분이 꽤나 많이 상한 것처럼 보였어. 잘해주고 싶었는데 자꾸만 실수를 하는 것 같았지. 하지만 별로 후회는 되지 않았어. 네가 지금은 조금 기분이 나쁘더라도 그 돈으로 차라리 다른 일을 하기를 바랐지. 고등학교에 가서 다른 친구를 많이 사귀면 그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도 되고, 아르바이트를 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남았으니까 그동안 필요한 것이 있으면 사도 되고. 네가 저한테 돈을 쓰는 것은 왠지 모르게 아깝게 느껴졌어. 가게 밖으로 나와서도 별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저를 쳐다보기만 하는 모습에 입술을 꾹 깨물고 고개를 푹 숙였어. 한참을 가만히 네 말을 듣고만 있다 버스 정류장 쪽으로 향하는 너를 따라 걸어. 미안한 마음도 들었고 저 역시 속이 상하기도 했어. 말 없이 버스 정류장 벤치에 나란히 앉아 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리다 저를 두고 혼자 일어서는 네 모습에 조금 놀란 눈으로 널 올려다 봐. 머뭇거리는 사이 벌써 몇 걸음 앞으로 걸어가버린 너에 급히 일어서 네 앞을 가로막고 섰어.) ...미안해. 그런 게 아니라... 그래도 나는 너한테 뭐라도 더 해주고 싶어서... 같은 학교 안 가도 만나면 되잖아. 그리고 앞으로 많이 해주면 되잖아. 너랑 이렇게 같이 나온 것도 오랜만이고 괜히 나 때문에 저녁도 제대로 못 먹은 것 같아서... 그래서 내가 사주고 싶었어. 기분 나빴으면 미안해. 너 무시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 아무튼 미안해.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을 내뱉다 조심스레 고개를 드는데 어느덧 불이 들어온 가로등 빛 덕에 환하게 보이는 네 얼굴에서 볼에 피가 조금 새어나온 흔적이 보여. 말을 하고 있던 것도 잊고 놀란 눈으로 네 볼을 가만히 바라보는데 네가 제 시선을 느꼈는지 별 거 아니라는 듯 볼을 다시 손등으로 쓸어내자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네 손을 떼어내고 볼을 다시 한 번 살펴.) ...왜 그랬어. 날씨 많이 건조해서 그런가보다. 시내에는 왜? 약국 가려고 하는 거야? 아니면... 다른 거 살 거 있어? 형이 따라가는 거 싫으면 먼저 집에 가 있을게. 근데... 나는 같이 갔으면 좋겠다. (조심스레 널 바라보며 눈을 맞추는데 네가 별로 달갑지 않아 하는 것 같아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애써 입꼬리를 올려 웃어.) 이제 해 져서 어두우니까 조심해. 추우니까 옷 잘 잠그고 다니고. 너무 늦게까지 있지는 마. ...혼자 다니는 거 좀 마음에 걸리긴 하는데 그래도... 집에 들어오면 전화하고. 우리집 오려면 와도 돼. 약이라도 바르러 와. 오늘까지는 내가 해줄게. 그것도 싫어? (조심스레 네게 묻고는 네 어깨를 두어 번 톡톡 두드려. 문득 낮에 있었던 일이 떠올라 네게 묻고 싶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았어. 제가 괜한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제가 조금 이해하고 넘어가면 되는 일인데 별 것도 아닌 일로 너를 더 괴롭히고 싶지는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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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 종일 눈 오더니 여기도 추워요. 아침에 온통 눈... :( 그렇구나. 조심해서 가요. 눈 왔는데 안 미끄러지게 조심하고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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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04에게
(그런 게 아니었다며 제 속내를 털어놓는 모습에 가만히 말을 들어주다가 미안하다는 말이 덧붙여지자 화난 게 아니라도 대답하려는데 제 볼을 쓸어오는 시선에 입이 막혀. 별 거 아닌데. 대충 손등으로 다시 피를 닦아내니 제 손목을 잡아내리고 왜 그랬냐는 말에 고개를 내저어. 내가 한 거 아닌데. 하지만 너는 이미 말을 바꿔 같이 가고 싶다고 종알거렸고, 거기에 대답을 하려는데도 다시 말을 바꿔선 늦게까지 다니지 말라고 했지. 그것도 싫어? 하고 겨우 말이 끝난 것 같아서 한숨을 푹 내쉬었어. 그것에 움찔한 네가 또 오해를 하는 것 같아서 머리에 턱 손을 얹고 살짝 부빗거렸다가 내렸지.) 대답할 시간 좀 줘요, 형. 나 화난 거 아니예요. 형 말 들으니까 더 화낼수도 없구만. 그리고 이거 내가 다시 뜯은 거 아니예요. 로션이 다 떨어져서 스킨만 바르고 나왔거든요. 형 거는 쓰기 좀 그래서...집에서 챙겨왔었는데 없더라구요. 집에 약도 없어서 약이랑 로션이랑 사가려고 그랬던 거예요. 그리고 같이 가는 거 좋아요. 난 내가 끌고 가면 아까 말했다시피 지금 날도 어둡고 추운데 형 고생할까봐 그런 거였어요. 같이 가주면...나도 좋아요. 더 같이 있는 거잖아. (같이 있는 거라는 말에 수줍은 듯 고개를 푹 떨구다가 네 새끼손가락을 꼭 잡고 다시 입을 열어.) 그리고 오늘은 집에 가봐야겠어요. 형네 부모님도 신경쓰이실 거고, 엄마가 찾아오면 민폐잖아요. 안 들어가면 또 맞을 것 같고... (들어가도 맞을 것 같지만. 뒷말은 꾹 삼키고 다시 시선을 내리깔다가 뭔가 더 궁금한 것이 있는 듯한 네 표정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잡고 있던 네 새끼손가락을 살살 흔들어.) 뭔데요. 또 궁금한 얼굴이야. 괜찮으니까 말해요. 우리 로션 사러가기 전에 다 말하자. (방긋 웃고는 손을 꼬물거려 네 손가락 사이사이에 내 손가락을 얽어 잡곤 네 손이 시릴 새라 내 주머니 안에 넣으며 널 빤히 바라봤어.) 얼른. 또 오해말구요. (네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버스가 한 대 멈춰섰어. 우리가 타려는 버스는 아니었지. 무심코 그쪽을 봤는데 안에 서준이 있는 거야.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니 그도 놀랐다가 반갑다는 듯 창문을 열고 전정국! 하고 이름을 불러냈어. 그 소리에 너도 고개를 돌렸고 그가 제게 최근에 다가온 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같았지. 눈치를 보며 잡고 있던 손을 빼내려는 너에 손에 더 힘을 줘 꽉 잡고 서준에게 별 말은 않은 채 다시 손을 흔들어줬어. 그가 탄 버스가 가고 핸드폰이 울리며 문자가 왔음을 알렸지만 굳이 확인하진 않았지. 입술이 앙 다물어진 네 표정에 저도 모르게 다시 배싯 미소가 비집고 나왔어.) 쟤구나. 형 오해하게 만든 게. 설마...낮에 통화했을 때 쟤 목소리 들었어요? 못 들은 줄 알았는데...그게 딴 게 아니고 그냥 서준이가 스킨십이 좀 많아서. 최근에 나랑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다보니까 더 오버해서 그런 것 같아요. 진짜 그게 단데. 내가 먼저 안아준 거 아니예요. 걔가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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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거리가 택시타기 애매해서 걸어갈 건데 짐 들고 올 때 조심해야겠네요ㅋㅋ아님 걍 타버릴까...돈 때문에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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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05
글쓴이에게
아... 로션 없으면 내 거 바르지. 이렇게 피 나는 것보다는 낫잖아. 앞으로는 더 조심해. 다 나을 때까지는. 밴드라도 붙이고 다니던지. 걱정되서 그러는 거 알지? ...같이 가도 돼? (네 말에 그제야 굳은 표정을 조금 풀고 널 따라 웃어보이다 서준의 얘기를 꺼낼까 말까 망설이는데 아이처럼 제 새끼손가락을 잡고 살살 흔드는 모습에 귀엽다는 듯 또 웃어버려. 손가락을 깍지 껴 잡더니 제 주머니 속으로 넣어버리자 주변 시선이 조금은 신경 쓰여 빼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에 손가락으로 네 손등을 토닥거려. 또 분위기를 안 좋게 만들고 싶지는 않아 별 거 아니라고 말을 돌리려는데 큰 소리로 네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 어딘지 모르게 조금 낯이 익은 듯한 목소리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는데 버스 정류장에 잠시 멈춰 선 버스에 앉아있는 남자 아이가 보였어. 누구지. 제가 아는 얼굴인가 싶어 기억해보려 미간을 찌푸리는데 어느 순간 아, 하고 다시 시선을 돌렸어. 제가 그렇든 그 아이 역시 저를 별로 달가워하지는 않을 것 같았어. 제 친구가 처음 보는 남자와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그럴 것 같았지. 잡고 있던 손을 꼼지락거려 빼내려는데 제 손을 놓지 않는 네가 조금 밉기도 했어. 결국 손가락을 어정쩡하게 멈추고는 버스가 떠나가기를 기다렸지. 이제 다 끝난 건가 싶어 시내 쪽으로 걸음을 돌리려는데 어딘가 탐탁치 않아 보이는 저를 눈치챈 것인지 말을 걸어오는 너에 멋쩍게 웃었어.) 어? 아... 그냥... 들으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조금 들렸어. 아니,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친구 사이에... 추워서 그랬겠지. 뭐... 괜찮아. (네 말을 듣고 있자니 괜히 기분이 더 이상해졌어. 너와 저 역시도 어떻게 보면 그저 친한 형 동생 사이일 뿐인데 제가 기분이 상한 것도 이상하고 네가 저에게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는 것도 이상했어. 더듬거리며 괜찮다고 말을 하긴 했지만 왠지 모르게 못마땅했지. 네 친구가 너를 좋아하는 마음이 그저 친구로서가 아니라 다른 감정이면 어쩌지. 그렇다고 해도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많이 신경이 쓰일 것 같긴 했어. 하지만 아직 제 손을 꼭 맞잡고 있는 네 손에 마음을 추스르고는 다시 웃었어.) 이제 얼른 가자. 로션 사고 연고도 사고 집에 가야지. 밖에 오래 있으면 춥잖아. (집에 안 가면 맞을 것 같다는 네 말에 오늘은 정말 보내줘야겠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 집에 너 혼자 들여보내는 것도 꽤나 걱정이 되는 일이었지. 항상 그래왔지만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어. 괜히 네 손을 더 꼭 맞잡으며 걸어.) 어디서 살 거야? 사려고 봐 둔 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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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래도 눈 많이 오면 택시 타고 가요. 짐도 많아요? 걸어가려면 꼭 조심해요. 다치면 안 돼요. 옷도 따뜻하게 입고요. :)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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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05에게
(역시 그랬구나. 괜찮다고 하는 네가 억지로 대답하는 것 같아 계속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어. 왜 내가 네게 이런 상황을 설명해야하고 달래줘야하는 지 의문이 든다기보단 널 풀어주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지.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건지 눈만 깜빡거리는 네 손을 다시 고쳐잡곤 네가 생각을 정리하길 기다렸어. 겨우 웃어보이고 같이 발을 맞춰 걸으며 봐둔 거 있냐는 네 말에 여전히 손을 제 주머니에 넣은 채 고개를 내저었지.) 그냥 아무데나 가서 사면 돼요. 피부가 그렇게 예민한 타입이 아니라서. 남자 스킨 같은 거 있냐고 물어보면 그냥 다 갖다주던데. (어깨를 으쓱이곤 눈에 보이는 화장품 가게로 들어가선 남자 로션을 달라고 해, 뭐라 설명하는 점원의 말을 대충 듣다가 그걸로 달라고 하곤 계산을 마친 후 약국으로 향해. 계산을 하느라 놓쳤던 네 손을 다시 잡고 싶어서 네 쪽으로 손을 뻗는데 주머니를 잘못 만져. 인형이 담긴 네 주머니에 손이 스치자 푹신한 감촉이 들어서 그곳을 콕콕 찔렀어.) 이거 아까 산 인형 아니예요? 가방에 넣지, 왜 불편하게 여기다 넣었어요. 뭘로 샀어요? 아까 잠깐 정신이 없어서 뭐 샀는 지도 못 봤다. 그 애벌레 인형 샀어요? (네게 꼬치꼬치 캐묻다가 약국에 도착해. 밖에서 기다리겠다는 널 억지로 끌고 들어와선 앉혀두고 상처에 필요한 약들을 쓸어가다시피 해서 봉지에 담고 계산한 후 네게 빨간 마이쮸 같은 것을 내밀었지.) 텐텐이요. 이거 우리 어릴 때 많이 먹었잖아요. 비타민 보충. (방긋 웃고는 네가 텐텐 포장을 까는 것을 바라보다 아까 못 본 문자나 보자 싶어 핸드폰을 들어. 웬일로 시내에 있냐며 아까 손 잡고 있던 고딩 형은 누구냐는 질문. 뭐라고 해야할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이상하게 볼까? 잠시 인상까지 찌푸리고 고민하다가 뭐 아무렴 어떻겠냐 싶어서 답장을 보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
(서준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보단 너에 대한 제 마음을 거짓말로 포장하는 게 더 싫었기에 사실대로 말해놓고 네가 포장을 까 제 입에 하나 넣어주려는 듯 손을 들어올리자 아- 하고 입을 벌려 텐텐을 받아먹어.) 이제 가요. 나 다 샀어. 쓰레기 줘요. 내가 버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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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안 왔는데 바람에 얼굴이 떨어질 것 같고 짐이 무거워서 택시타고 왔어요ㅋㅋㅋ기숙사 가면 컴퓨터 잘 못하니까 상황이랑 빨랑 써두고 또 톡 가지고 와야되는데 아직도 못 해놔서 걱정이네요ㅠㅠ학교 가서도 톡 또 오고 싶은데...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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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08
글쓴이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널 따라 가게 안으로 들어가 신기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려. 제가 쓸 화장품은 항상 엄마가 떨어지기 전에 미리 사두셨기에 이런 곳에 와 보는 게 거의 처음이었어. 네 말대로 꽤 금방 로션을 사고는 밖으로 다시 나와. 별 생각 없이 제 쪽으로 내밀어지는 손을 잡으려는데 인형이 든 주머니를 콕콕 찌르는 모습에 당황해 눈동자를 도르륵 굴리며 둘러댈 말을 찾아.) 어? 아... 그냥. 가방 다시 열기 귀찮아서. 어, 어... 그거 샀어. 제일 무난할 것 같아서. (더듬거리며 둘러댔지만 다행히 네가 별로 의심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 혹시나 인형이 새어나올까 주머니에 딸린 지퍼를 꼼꼼히 잠그고는 널 따라 약국 안으로 들어와. 네가 계산을 하는 동안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네가 꽤 오랜만에 보는 '텐텐'을 내밀자 웃으며 받아들고 하나 입에 넣어. 네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자 무슨 일인가 싶어 힐긋 보고 싶었지만 꾹 참았어. 그저 포장을 까 네 입에도 하나 넣어주었지. 네 말에 고개를 내젓고는 제가 일어서 쓰레기통에 껍데기를 버리고는 함께 밖으로 나와.) 이제 다 산 거야? 집에 가면 돼? 아, 정국아. 너 집에 가면 밤에 또 배 안 고프겠어? 집에 가서 먹게 빵이라도 사갈까? (네 어깨에 친근하게 팔을 두르고 토닥거리며 말해. 이제 볼 일도 다 끝났고 집에 갈 일만 남았는데 집에 갈 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좋지 않았어. 차라리 형제라고 있으면 조금 나았을 텐데. 오늘도 우리 집에서 재우겠다고 하면 많이 화내시려나. 아직 며칠 전 볼에 생긴 상처가 다 낫지도 않았는데 너를 혼자 집에 들여보냈다가 또 상처가 생기는 건 아닌가 걱정이었어.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에 우뚝 걸음을 멈추고는 너를 꼭 끌어안아. 그리고 아까 서준의 말이 생각난 듯 작게 중얼거려.) 형 추워, 정국아. 너한테서 좋은 냄새 난다. (장난스럽게 네 머리칼에 얼굴을 묻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다 다시 한 번 너를 꽉 끌어안아. 어차피 별로 관심도 없을 텐데 그냥 우리 집에서 같이 자면 안 되나, 하는 마음이었지만 그랬다간 네 말대로 너희 어머니께서 찾아올 것만 같았어. 엄마한테 말씀을 드려볼까. 달라질 것은 없었지만 너를 혼자 두기가 싫어 계속 꼭 끌어안고만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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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가 다 지워져버렸다 . 8ㅅ8 조심해서 잘 갔어요? 잘했어요. 아... 난 예전에 왔던 상황으로 다시 와도 좋을 것 같아요. 항상 올 때 상황 2개, 3개 씩 가지고 왔었잖아요. 그거 다 좋은데 하나 고르기가 어렵더라고요. 다음에 오면 꼭 갈게요 .:)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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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08에게
네. 이제 살 것도 없고...빵은 괜찮아요. 아까 돈까스가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별로 배 안 고플 것 같아요. (제 걱정을 해주는 너에게 괜찮다고 답하곤 버스정류장으로 걸었어. 그러다 가로등도 고장나고 사람도 다니지 않는 길 쪽에서 네가 별안간 저를 안아오자 깜짝 놀라버렸지.) 형이랑 같은 거 썼는데 좋은 냄새가 나요? (당황스럽긴 했지만 널 밀어내지 않았어. 어디서 들어본 말 같은데? 하고 잠시 생각하다가 네 등에 팔을 둘러 널 꽉 안아줬지. 아직 중학생인지라 너보다 키가 조금 작았던 탓에 네가 고개를 살짝 슥여 제 머리칼의 냄새를 맡자 괜히 간지러워서 목을 움츠렸어. 그 이후로 별 말을 않고 저를 끌어안고만 있는 네 모습에 왜 이럴까 싶었지만 어쨌든 너와 이러고 있는 것이 좋아서 가만히 눈을 감아. 그 와중에도 나중에 고등학생이 되면 너보다 키가 더 커지게 해달라고 빌었지. 사실 키가 크든지 말든지는 별로 상관없었지만 계속 너보다 작으면 너에게 영원히 어린 아이로 보일까봐 그런 거였지만.) 형. (집에 갈 생각이 없는 건지 미동도 않는 널 콕콕 찌르며 품에서 밀어냈어. 네가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굴어서 조금 애를 먹긴 했지만.) 벌써 9시 돼 가요. 집에 가야죠. (어차피 너는 야자를 하던 사람이라 더 늦게 들어가도 됐고 저도 12시가 넘지 않으면 늦게 들어가도 부모님이 별 말을 안 했기에 상관은 없었지만 부쩍 제게 어리광 비슷하게 구는 네가 어딘가 컨디션이 안 좋아보여서 얼른 집에 보내서 쉬게 해줘야할 것 같았어. 게다가 어제는 나까지 네게 신세를 졌으니까 더욱 피곤할 것이 뻔했고. 널 마지막으로 온 힘을 다해 안아주곤 버스정류장으로 다시 걸었어. 전광판을 보니 5분 후면 버스가 도착한다고 쓰여있었지. 널 벤치에 앉혀두고 그 앞에 서서는 괜히 제 신발 앞 코로 네 신발 앞을 톡톡 쳤어.) 혹시 걱정할까봐 말하는 건데요, 하루쯤은 괜찮아요. 게다가 형네 집에서 잔 거 알테니까. 그러니까 혼난다고 해도 많이 안 혼날 거예요. 어...혹시 신경쓰고 있으면, 괜찮으니까 그러지 말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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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재탕해야될 것 같아요ㅋㅋ몇 개 쓰긴 했는데 뭐...그때도 와서 같이 놀아요 헣 근데 이 상황이 어떻게 끝날 지 모르겠네요ㅇㅁㅇ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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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11
글쓴이에게
(네가 한참을 가만히 있다 나지막하게 형, 하고 불러오자 이제 널 놓아달라는 말 같아서 더 꽉 끌어안으며 품에 파고들었어. 그러자 제 몸을 조심스레 손가락으로 콕콕 찔러오기에 픽 웃으며 널 놓아줬지.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겨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어. 다행히 아직은 사람이 많이 없어서 버스에서도 서서 갈 일은 없어 보였지. 벤치에 앉아 다리를 앞뒤로 작게 흔들거리며 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리는데 발 끝에 간지러운 느낌이 닿아왔어. 신발 끝이 귀엽게 맞닿고 있는 모습에서 시선을 올려 널 바라보자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하는 네 모습이 보였어. 여기서 제가 더 걱정스러운 기색을 보이면 네 마음이 안 좋을 것 같아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 알겠어. 그럼 집에 가서 씻고 방에서 쉴 때나 자기 전에 전화해. 신경 쓰이면 문자라도 하나 남기고 자. 나중에라도 답장 할 테니까. (손을 들어 네 볼을 만지작거리다 버스가 오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교통 카드를 꺼내. 이 곳에서 버스를 탈 일은 딱히 없어서인지 얼마나 걸리는지 잘 몰랐어. 삑, 하는 소리와 함께 교통 카드를 찍자 버스 문이 닫히면서 천천히 출발했지. 빈 자리에 나란히 앉아 버스 앞에 달린 다음 정류장 표시만 가만히 바라봤어. 그러다 문득 생각난 듯 널 바라보며 말했지.) 그래도 약은 우리 집에서 바르고 가. 내가 해줄래. 해 줄 거야. 싫다고 해도 내 마음대로 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 (엄하게 말하면서도 장난스럽게 웃고는 버스 안을 한 번 둘러보다 네 손을 맞잡았어. 다들 핸드폰을 보거나 꾸벅꾸벅 조느라 저희에게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지. 저도 네 어깨에 기대 눈을 감았어.) 형 조금만 잘게. 다 와가면 깨워줘. (사실 별로 잠이 오지는 않았지만 이런 것도 한 번 해보고 싶었어. 하지만 얼마 못 가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다시 몸을 세워 똑바로 앉았지.) 정국아. 내일 주말인데 보통 몇 시에 일어나? 피곤하니까 푹 늦잠 자고 일어나서 혹시 부모님 안 계시면 우리 집에 와. 아무때나 상관 없으니까. ...아, 오기 싫으면 안 와도 돼. 그냥...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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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미안해요. 8ㅅ8 그래요, 난 뭐든 좋아요. 예전에 했던 상황 중에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끌어 갈게요. 그러게요, 어떻게 끝맺어야 할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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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411에게
응. (제 볼을 매만지며 집에 도착하면 꼭 연락을 하라는 네 말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겠노라 대답했어. 곧 버스가 도착하고, 버스카드를 찍은 뒤 빈 자리에 나란히 앉았지. 30분쯤 걸리려나. 다음 정류장의 이름을 띄우는 전광판을 바라보며 시간을 가늠해보다가 약은 저희 집에서 바르고 가라며 반복적으로 고집을 부리는 네 말에 얼떨떨한 표정을 짓다가 또 고개를 끄덕였어.) 안 싫어요. (제 대답이 만족스러운 건지 장난스레 웃은 네가 꼬물거리며 손을 붙잡아왔지.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다 와가면 깨워달라더니 또 몸을 일으켜앉아선 주말인데 몇 시에 일어나냐는 네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렸어. 하지만 결국 제 집에 오라는 말을 하는 너에 살풋 웃음지었지. 오라고 해놓고 쭈뼛거리면서 오기 싫으면 안 와도 된다고 덧붙이는 네가 귀여웠어.) 그것도 안 싫어요. 갈 수 있으면 꼭 갈게요. 주말엔 12시쯤 일어나요. 일찍 일어나봤자 배만 고프니까. (그리고 주말엔 열에 아홉이면 엄마와 아빠가 부부동반으로 모임에서 산이나 여기저기를 놀러가기에 아침에 일어나면 달갑지 않은 아침식사를 같이 하게 될 뿐이었으니까. 덧붙이자면 저만 빼놓고 행복해보이는 둘의 모습도, 알고 있는 것이면서 괜히 속이 상해서 보고 싶지 않았기도 했고. 내일도 가시려나. 어쩌면 집이 지금 조금쯤 분주할 거라 생각하니 그 즐거운 분주함을 깨고 제가 들어가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들어가지 말까. 끄응- 고민하며 인상을 찌푸리다가 네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한숨지으며 말해.) 빨리 혼자 살고 싶어요. 그럼 형한테 피해주지도 않을텐데. 더 마음 편히 볼 수도 있고. 우리 앞 집으로 이사와서 고생이 많아요. (피식 웃으며 말을 잇곤 눈을 슬쩍 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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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늦었어요 흑흑 그나저나 이거 정말 어떻게 끝내야하죠...흐음 생각해둔 결말 같은 건 없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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