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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너가 연애 할 사람은 그 중에 누군데."
가장 친하다고 자부 할 수 있는 친구A 는 건성으로 고개만 까딱거리다 똥 씹은 표정을 하며 되물었다. 지민은 한동안 대답 대신 유리잔에 꽂혀있는 붉은색 빨대만 쪽쪽 빨아댔고, 결국 잔에 든 블루 레몬에이드를 다 마시고 난 후에야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어댔다. 누가봐도 '그런걸 내가 어떻게 알아.' 라고 말하는듯한 얼굴로.
"몰라. 알면 이렇게 고민이나 하겠어? 세상에 박지민 팔자에 남자가 이렇게 꼬일 줄 누가 알기나 했냐고."
지민은 오동통한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지난 기억을 되새겼다. 그러니까 그 일은 두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릇파릇하다기엔 너무나 추운 날씨였던 1월의 어느날, 지민은 친구B 의 손에 이끌려 점집에 끌려가게 된다. 유명한 무속인이라고 소문이 자자하고, 마침 새해도 밝았으니 장난삼아 친구의 장단에 맞춰준것 뿐이였으나 그 점집에서 지민이 들은 말은 실로 충격적이였다. 그보다 너무 허무맹랑해서 그당시엔 코웃음밖에 안나올 지경이였지.
'올해 남자가 벌떼처럼 꼬여, 한 다여섯명 되려나.'
'...예?'
'그 중에 너랑 평생 갈 놈도 있어. 그런데 잘못 찾으면 너 인생도 망하고 걔 인생도 망한다 이거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민은 무속인의 얘기를 그당시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렸다. 애초에 지민은 점이나 사주같은것에 둔감한편이였고 잘 믿지도 않았기에 그래 재미삼아 보는거니까, 하는 생각으로 웃어 넘긴것이다. 같이 갔던 친구B 는 호들갑을 떨며 걱정스럽게 그를 쳐다봤지만, 지민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냥 점이잖아.' 라며 어깨를 으쓱였을뿐.
하지만 두달이 지난 현재. 상황이 어떻냐고 묻는다면, 그 무속인은 정말 신과 접선하고 있음에 틀림 없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평소 다정하고 귀여운 성격이지만 낯가림이 심한 지민은 가장 가깝다고 느낄만한 친구는 세네명의 불과했고 그마저도 대부분 어렸을적부터 친해오던 소꿉친구였다. 그렇게 사교성이 취약하다고 할 수 있는 지민의 인생에 단 두달만에 여섯명의 남정네가 개입하게 된 것이다. 강조하지만 단 두달만이였다, 두 달.
"진짜 미쳐버리겠네, 신경 안 쓸래도 안 쓸 수가 없잖아!"
지민은 테이블에 소리나게 얼굴을 박으며 칭얼거렸다. 아무리 점은 심심풀이용이라고 생각하는 지민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상황이 딱딱 맞아 들어가면 신뢰할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여섯명이나 되는 사람이 원하든 원치 않았든 지민과 관계를 쌓아가는 중이였고, 여기서 이 관계라는 것은 아마 길게 연장된다면 '연애' 라는 종착역에 도착할만한 것들이였다. 한명만 유독 그렇게 이어지는것이였다면 조금이라도 덜 개의치 않을 수 있었을텐데, 문제는 여섯 명 전부. 전부 다 분위기가 이상스럽다는 점이였다.
"나 어떡하지?"
"뭘 어떡해, 어장남이라고 소문 나기 전에 한 명이랑 끝장을 봐야지."
"그래서 그 한 명이 누군데?"
"...낸들 아냐."
아악! 지민이 제 머리카락을 마구 헤집으며 괴성을 지르는 바람에 카페 안에 있던 몇 명 손님들과 점원들까지 모두 지민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허나 남의 시선에 예민한 지민도, 지금은 그런것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왜냐면 그는 상황이 더 복잡해지기 전에 누군가를 선택해야했고, 그 누군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였으며, 애달프게도 여섯명의 남자 중 어느 누구도 지민의 인생을 망칠거라고 생각되는 사람은 없었으므로.
"최악이야."
*

지민과 처음으로 만나게 된 남자는 김남준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지민이 다니는 영어 학원의 강사이다. 그와는 점집에서 수상한 점을 듣게된 후 바로 일주일 후에 만나게 되었으며 특징을 꼽으라고 한다면, 일단 엄청 똑똑하다. 그리고 피지컬이 완벽에 가까운 수준이라 그런건지 몰라도 장난아니게 섹시하다. 피지컬만 섹시한건 아니고 평범히 한국말을 할때뿐만 아니라 영어를 하고있을때마저 섹시했다. 물론 단순하다 못해 둔감한 지민의 생각은 '와, 저 사람 진짜 쩐다.' 수준에서 멈췄지만.
"필요한거 있어?"
접점이 생긴건, 어느 날 지민이 난생 처음 다뤄보는 거대한 프린터기 앞에서 쩔쩔매고있을때쯤이였다. 감탄스러운 피지컬 덕분에 청바지와 검은색 맨투맨 한 장으로도 모델마냥 시선을 끌고 다니던 남준은 물을 마시러 가는 길에 프린터기와 싸우며 쩔쩔매고 있는 불쌍한 어린양을 발견했고, 이 학원의 한 강사로써 무시할 수 없었기에 다정하게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네? 아, 아... 이거 복사하려고 하는데요. 어떤걸 눌러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서..."
여기서 한가지 말해보자면 남준의 이상형은 자기만큼이나 섹시한 여성이였다. 자신의 큰 키와 걸맞게 168정도의 핫바디를 가진 여성, 이왕이면 빨간 컨버스를 좋아하는 그런 여성이 이상형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다 자신의 이상형과 사랑에 빠진다면 그것 참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겠는가. 하필 자신의 영어 학원에 다니는 대학생, 하필 프린터기 앞에서 어쩔줄 몰라하면서 진땀 질질 빼고 있는 남자 애한테 반하는것은 천하의 김남준도 예상 못한 일이였다. 자세한건 모르겠지만 굳이 이유를 뽑아보자면 누르면 푹신하게 들어갈거같은 그 볼때문일 것이다. 하필 또 그 볼이 그날따라 히터바람에 데워진것마냥 분홍빛을 띠고 있어서.
"자, 됐다."
"감사합니다.. 아, 그.. 저기."
"응?"
"수업, 잘 듣고 있어요. 덕분에 토익 점수 많이 올랐어요."
내 수업에 이런 애가 있었나, 아 항상 맨 뒷자리에 후드티 꽁꽁 싸매고 있던 걔인가? 남준은 팔짱을 끼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뭔가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조그만 머리통이 이리저리 움직이는걸 습관적으로 짝다리를 짚은채 가만히 지켜보던 남준은, 조금 허리를 숙여 멍하니 있던 지민과 억지로 시선을 마주치곤 그대로 지민의 후드 모자 위로 손을 올렸다. 왜 매번 후드 모자를 뒤집어 쓰고 끈까지 꽉 묶은채 다니는지는 모를 일이였지만, 남준은 그 붉은색 후드 모자 위를 두어번정도 톡톡 가볍게 치고는 씩 입꼬리를 올렸다.
"잘했어, 착하네."
지민은 그 목소리가 꼭 어젯밤에 식욕을 참지 못하고 먹어버린 브라우니같다고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칼로리를 줄여보겠다고 적게 넣은 설탕 덕에 조금은 씁쓸하고, 그럼에도 달달한 맛을 냈던 그 브라우니. 지민이 어젯 밤 먹은 브라우니를 생각하며 입맛을 다시고 있을때쯤 남준 또한 다른 의미로 입맛을 다시며 강의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이 김남준과 박지민의 첫 만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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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 마무리하는 이유는 내일 일찍 일어나야해서 ㅎ... 오늘은 랩민 첫만남 썼으니까 이런식으로 슈짐 진지 홉민 뷔민 국민 까지 다 쓰면 성공인데
과연 내가 그럴 수 이쓸지는 미지수입니다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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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지니 가슴관련해서 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