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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 이전의 중국에서는 복숭아아가씨. 즉 도낭이라 불리는 자들을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그들의 자리는 빛이 들지 않는 대도시의 어두운 곳.
복숭아 아가씨란, 태어나 젖을 떼자마자 오직 " 복숭아 " 만을 먹여서 길러온 여자아이를 뜻하며 중국에서는 복숭아가 불로장생의 상징이었고, 회춘의 상징이었기에
이 복숭아 아가씨들은 불로장생, 혹은 회춘을 위한 수단으로 부자들에게 팔려나갔고, 비싼 값에 딸을 팔기 위해 길러졌다. 복숭아 아가씨들은 회춘을 위한 성도구로서 일생을
살아갔고, 오직 복숭아만을 먹었기에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복숭아와는 반대로 성년이 되기 전 세상을 뜨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오직 하나의 이유만을 위하여 양육된 그들의 곁에서는 언제나 희미한 복숭아 향기가 났다고 전해진다.
나는 도낭인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를 사랑한 아버지사이에서 태어났다.
내가 태어나는 순간 어머니는 꾸역꾸역 붙잡고 있던 삶의 끈을 놓아버렸고, 방안에는 갓난아이의 울음소리와 그녀의, 그녀의 아이로부터 풍겨져나오는 복숭아향기만이 가득했다. 아버지는 그런 나를 혐오하셨다. 젖은 겨우겨우 동냥을 받아 뗐고, 이가 나지 않았을 적에는 복숭아 즙을 내 먹었고, 더 컸을 땐 오로지 복숭아 만을 먹었다.
6살이 됐을 무렵 종종 아버지는 나를 빛바랜 눈으로 쳐다보곤했다. 그 빈도는 점점 잦아졌고, 어렸던 나에게 아버지는 도낭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토기가 오르고, 눈에 눈물이 차올라도 그는 멈추지 않았고, 그런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해 8살이 됐을 때 나는 비싼 값에 부잣집으로 팔려갔다.
생전 처음 입어보는 값비싼 비단옷과, 화려한 치장구. 나를 부지런히 꾸며주던 시녀들의 손길이 끝나자마자 아버지는 내 손목을 잡아 가마에 집어던졌고
힘없던 8살의 나는 그대로 가마에 주저앉아 화장이 번진다며 눈물조차 흘리지 못한 채 그에게 팔려갔다. 덜컹거리던 가마속에서 희미하게 들어오는 빛을 바라보다
가마가 멈춰선 느낌에 창문의 발을 살짝 걷어 밖을 내다보았다. 빨간 기와가 햇빛을 받아 빛이 났다. 반짝반짝, 어린 눈에는 그 반짝임이 그토록 예뻤다.
나를 가마에서 잡아끄는 아버지의 그것과는 또 다른 시종의 거친 손길에 이끌려 선 기왓집앞에서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집에서 살아남으리라 다짐했다.
아버지에게서 배운 대로 예를 차려 들어선 기왓집은 겉에서 본 것보다 2배는 넓어보였고, 그 화려함에 넋을 잃어 나는 발을 헛디딜뻔했다.
휘청거리는 내가 위험해보였는지 나를 지탱해준 아까의 그 시종은 나에게 충고라도 하듯 한차례 일러주었다.
" 그의 집에서 살아남고 싶거든 아름답지 않은 짓은 그만두렴. 그는 아름답지 않은 것들은 집안에 들이지않거든. "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두어 번 주억거렸고 이내 그는 끝이 어딘지 모를 복도의 끝으로 나를 안내했다.
복도의 끝에는 화려한 무늬를 띈 방이 하나 있었고, 그는 이 방이 도련님의 방이라 일러주었다.
" 도련님, 들여보내도 되겠습니까 "
- 응.
그는 그의 두배는 되보이는 문을 서서히 열었고, 멍하니 서있던 나의 등을 밀어 안으로 들여보냈다.
발이 쳐진 높은 단상 위에 앉아 있던 그의 모습은 어렸던 내가 보기에도 아름다웠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뭐랄까, 그에게선 묘한 벽이 느껴졌다.
아름다운 장미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시를 돋친 것처럼 그 또한 그의 가시를 잔뜩 세우고 있는 듯했다.
날을 세운 그의 눈동자에서는 나에 대한 측은함이나 연민따위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그에겐 그저 살고싶은 욕망만이 가득한 듯 했다.
그의 집에 들어 선 후부턴 하루도 빠지지않고 그의 방에 드나들었다.
그는 나에게 사적으론 한 마디도 말을 걸지 않았다.
그의 방에 들어서면 그는 항상 나에게 옷을 벗기라 명했고, 나는 그를 가린 발을 걷고 그에게로 다가가 그의 겉옷을 서서히 젖혔다.
그의 마음은 아직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가 그리 싫진 않았다.
내가 항상 배워오던 것, 아버지에게서 배운 남자를 기쁘게 하는 법. 그 모든 것들을 그의 앞에서 행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런 나를 묵묵히 받아주었고, 회춘의 상징이라던 나의 노력에도 그의 오랜 지병은 그를 끝내 하늘의 별로 인도했다.
더 이상, 그의 집에 머무를 이유가 사라진 나는 며칠 지나지 않아 팔리게 되었고 또 다시 가마에 올라탔다.
2년만에 다시끔 올라탄 가마는 천장이 조금 낮아진 듯 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복숭아향기는 짙어졌고,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또한 짙어졌다.
두번째로 팔려간 집은 어느 지방의 귀족이라 했던 것 같다.
어린 나이에 높은 자리에 앉게 된 그는 언제나 목숨을 위협받았다. 그리고 그런 그에겐 언제나 그를 지켜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하나 있었다.
10살이 된 나는 점차 여자의 형상을 띄게 되었고, 통통했던 복숭아빛 볼과 그를 닮은 입술또한 날이 갈 수록 짙어져갔다.
그래도 사람 취급은 받던 전과는 달리 나는 그에게 그저 도구일뿐이었다.
붉은빛의 그와 달리 그와 그의 집은 온통 회색빛이었다.
그의 집에도 빛은 여전히 내리쬐었으나, 흡수 될 뿐 튕겨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이 전과 그리 다를 바 있겠거니 싶어 전과 같이 그에게 아양을 떨어댔으나 그는 나를 그저 노리개. 그 이상, 그 이하로 보지않았다.
처음으로 밤이오는 것이 두려워졌다. 반복되는 그와의 생활속에선 온전한 정신으로 견디는 것은 과분한 일이었다.
나는 이내 정신을 놓았고, 날이 다르게 망가져 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집에서도 한 줄기 빛이 있었다. 그의 든든한 지원군. 전정국.
그의 눈은 별이라도 박아넣은 듯 항상 빛이흘렀다. 그런 그의 눈을 바라보고있으면 나에게도 빛이 내리는 것만 같아 기뻤다.
힘없이 흔들리는 허리를 더이상 잡는 것 조차 힘들떄도 그런 그를 생각하면 잠시 버틸 수 있었다.
정신을 놓는 것은 어차피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그런 나를 안쓰러이 바라보곤했다.
남준에게 불려간 다음이면 그는 나를 불러 힘들지않냐며 따스히 물어오곤 했다.
그런 그의 따스함에 흘린 눈물이 뒤뜰의 연못을 가득 메우고도 남았다.
반복되는 일상에 서서히 잠겨갈때쯤. 그가 나를 뒤뜰로 불러냈다.
달빛이 은은히 밝히는 연못가에서 그는 나에게 도망치자 권했고, 나는 그런 그에게 섯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
김남준, 그에게서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땅에서 벗어나는 길은 오직 죽음뿐. 다른 방법은 없었다.
죽음마저도 쉬이 허락되지 않는 나를 그에게 떠넘기기엔 그의 삶이 너무도 안타까워 나는 그런 그의 청을 거절했다.
나의 거절이 믿기지않는지 그는 나에게 벌써 김남준의 종이 된 것이냐며 발악했고, 소리가 컷던 탓인지 남준또한 한밤중의 연못가에 발을 디뎠다.
해가 밝자 정국은 반역이라며 처형되었고, 나는 죽지 않을 만큼 맞았고, 죽지 않을만큼 그에게 범해진뒤 또 다시 팔렸다.
세 번째로 팔려온 곳은 홍등가였다.
빛 바랜 아름다움이 그들의 향취를 맘껏 뽐내는 한 밤중의 붉은 등.
붉은 등 속에서도 도낭인 나는 독보적이었고, 그녀들의 질투와 시기를 온몸으로 받아냈다.
홍등가의 일은 의외로 힘들지않았다. 남근을 받아내는 일이야 일상이 된 나였기에.
나를 괴롭히는 건 그녀들의 괴롭힘도, 손님들의 추파도 아닌
한 밤 중의 그의 방문이었다.
이름도, 나이도 가르쳐주지 않는 무명의 그는 한밤중이면 나를 찾아와
기나긴 밤을 함께 보내곤했다. 예쁜 몸이 더러워졌다며 한참을 어루만지던 그는 더러움을 씻어내자며
입술을, 목을, 쇄골을 뭉근거리며 물어댔고, 온몸에 그의 자욱이 짙어져가자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떠나곤했다.
그가 궁금해졌던 나는 물음끝에 그의 이름을 알아냈다.
박지민. 이름에서조차 그의 향기가 풍겨오는듯 했다.
오늘도 붉은 등밑에 앉아 그를 기다리며 하루를 보낸다.
그를 생각하면 할 수록 코를 찌르는 복숭아향기는 짙어져간다.
낙인처럼 온몸에 새겨져 떨어져나가지 않는 이 향기는 신의 선물일까, 신의 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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