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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년 7 월 28 일
끼덕거리는 철조망 소리는 내가 영접하지도 못할 거라 생각함과 달리 너무나도 쉽게 내게 수용됐다. 나는 억울했다. 그러나 아무도 내 말을 믿어 주지 않았다.
밤을 새워 눈물을 쏟았다. 같은 수감자였던 백옥같이 흰 피부의 소유자인 그는 그런 내게 눈길 하나 주지 않은 채 깊어지는 밤 속 책에 갇혀 있기에 바빴다.
"떠들 거면 혼자 떠들어."
처음 들은 그의 목소리는 생각과는 달리 중량감에 꽉 찬 목소리였다.
감정 하나 없는 무분별한 눈동자와 산 자의 목소리라기엔 혈기 하나 없는 목소리는 나를 보지도 않았으나 내 울음을 묵살시켰다.
그게, 그와 나의 처음이었다.
2014 년 8 월 1 일
눈을 뜨니 공허함 속 혼자 있던 내 삶과는 다른 공기의 흐름이 역행돼 내 코를 비롯한 나의 사지육체를 잠식했다.
그 이후로 말을 트지 않았던 그는 오늘 처음으로 툭 치는 행동을 함으로써 나를 깨웠다. 늘 어둠에 살던 나를 누군가 챙겨 준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언제 마지막으로 얘기를 했을까 막연하게 생각하기에도 벅찰 정도로 오랜만에 탁한 공기 속 퍼진 내 목소리는 그의 귀에 들어갔을까, 라는 생각이 무색하게도 그는 대꾸가 없었다. 무안해진 나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 그에게 시선을 접으며 뒷머리를 긁적이는 것으로 나의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던 순간에,
"뭔데."
그렇게도 기다리던 그의 목소리가 귀에 찔러박혔다. 벅찬 감정 때문이었을까, 뇌가 웅웅 울리는 기분이었다. 사실 그때 내 기분을 글 따위로 형언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요?"
"……."
"실례라면 정말 죄송해요. 처음부터 물어보고 싶,"
"엄마를 죽였어."
"……."
"성에 찼으면 자라."
대단한 사실을 알게 된 기분이었다. 그의 죄명을 알고 싶었다면 이곳에서 친해진 수감자에게 물어봤어도 충족됐겠지만, 나는 알고 싶었다. 그가 내게 얼마나 마음을 열었는지를. 그로 인해 보고 싶었던 그의 모습을 봤다.
그의 일말적인 시선이 내게 닿았다 떨어지는 모습을.
2014 년 8 월 24 일
여름이 곧 지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마냥 외관적으로 변한 날씨 따위가 원인이 아니었다. 나와 정을 쌓았던 수감자가 출소를 한 일, 그리고 그 수감자가 해 준 말이 찬 바람이 나를 잠식하게 해 주는 원인이 됐다. 부정하고 싶었다.
그를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2014 년 8 월 28 일
어느새 우리의 공기를 역행시키고 있던 어색함, 불편함, 일관적이었던 그의 생활이 바뀌자 나는 그와 정말 가깝게 지냈다. 그러나 내 머리를 잠식한 그의 운명이 도통 떠나지를 못했다.
"형."
"왜."
"나, 아직도 형의 이름이 뭔지 몰라요."
"……."
"저는 박지민이에요. 형은, 형은요?"
"민윤기."
"윤기, 민윤기…. 제가 먼저 나가더라도 절대 안 잊을게요, 윤기 형."
옆에서 책을 읽고 있던 그의 시선과 손이 내 마지막 말에 일시적으로 멈추었다. 일말의 희망을 건 내 말이 그의 운명을 찔렀던 거였을까, 막심한 후회가 밀려왔다. 내 이름이 이렇게도 다정했던가. 난생 보지 못했던 그의 짧은 웃음과 함께 퍼진 말은 내 심장을 미치게도 뛰게 만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푹 숙여 손장난만 치던 내게 침착성을 회복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그의 행동이 드러났다.
"지민아."
심장이 쿵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입술만 오물거리고 있으니 그런 행동이 답답했던지 막연하게 기다리던 그가 먼저 말문을 텄다.
"덕분에 지금 알았다."
"……무엇을요?"
"내 인생은……, 꽤나 아름답구나."
아름답고도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그의 미소가 은은하게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방안에 은은하게 퍼졌고, 남몰래 그에게 연민의 정을 품던 내 심장도 한순간 멈추는 듯했다.
그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말도 안 되는 얘기를 상상해 보곤 했다.
2014 년 9 월 17 일
그의 운명에 종지점을 찍을 날의 전날이 왔다. 둘 다 그의 운명을 얘기할 한 단어를 알고 있었지만 혼란과 역효과를 야기할 일이었으니 절대 입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이름을 공유하고 서로의 웃음을 공유했던 날 이후로 그는 내게 따뜻한 미소를 매번 보여 줬었다. 한순간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을 거란 착각하게 되는 능력을 가진 게 분명할 정도로 그는 사람을 현혹시킬 줄 알았다.
가지 않을 것 같던 긴 낮이 지나고 그와 마지막으로 보내게 될 밤이 찾아왔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찢어질 것 같고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했지만 차마 차오르는 눈물을 여실히 드러낼 수는 없었다.
잠을 자기 전 그가 다른 날과 다름없이 책을 읽고 있는 침대에 걸터 앉았다. 온 신경을 쏟고 있던 그가 내게 시선을 돌렸다. 견주어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그의 눈은 늘 영롱했고 내 심장까지 녹여 버릴 정도로 달콤했다. 한동안 아무런 말도 없이 그를 쳐다보고 있는 내 모습에 의구심을 느낀 그가 먼저 내게 물어왔다.
"아니요. 그냥…, 꼭 할 말이 있어요."
"뭔데."
"그게, 그게 뭐냐면……."
오늘이 아니면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으나 입이 열리지 않았다.
내 연정을 그에게 분출한다면 마지막으로 그의 웃음을 보지 못할까 봐, 나를 경멸하는 시선으로 묵살해 버릴까 봐, 그게 너무 무서웠다.
"아니에요. 형, 잘 자요."
"응."
나를 싱겁게 보지도 않은 그를 뒤로 하고 내 침대로 돌아와 잠을 청하려고 했다. 그는 혹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일을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지금 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진 않을까. 혹시 몰라 돌아본 고개로 들어오는 그는 편안하게 눈을 감고 잠에 빠진 모습이었다. 끝까지 헛된 기대를 갖지 말라는 계시인 듯, 내 희망에 생채기가 생겼다.
2014 년 9 월 18 일
아침부터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에서 깼다. 평소보다 일찍 깬 그가 동이 채 트기도 전에 한 가방에 자신이 쓰던 모든 것을 넣었다. 마치 어딘가를 가는 사람처럼, 모든 것을 정리했다. 실감이 나지 않았던 모든 기정들이 사실로 돌아와 심장에 비수가 돼 꽂히자 울컥, 터져 나와 버렸다. 몇 시간, 동이 틀 때까지 누워 있던 자리에서 곧장 일어나 그를 뒤에서 안았다.
"뭐 하는,"
"형, 형. 윤기 형."
"……너, 우냐."
"가지 마요. 가지 마. 죽지 마요. 지금이라도 형이 안 그랬다고 우겨요, 네?"
" 그만해."
"좋아해요, 형. 아니, 진짜, 너무, 너무 사랑해요. 더럽다고 욕을 해도 좋고, 때려도 좋아요. 출소하더라도 나 안 봐도 되니까 제발 아니라고 해요. 내가 아니라고 당장 저 더러운 바깥에 가서, 나 살려 달라고 빌어요. 형, 제발……."
아무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튀어나온 내 고백에 그는 망치를 한 대 얻어맞은 듯 가만히 있었다. 눈물이 쉴새없이 나오는 와중에도, 그를 잡고 놓지 못하는 내 모습에도 그는 미동도 없었다. 지금,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신의 육신이 갈취돼 수렁으로 밀어 넣어질 그의 운명이 너무나도 비통했다. 내 팔을 풀은 그가 내 침대 위에 자신의 가방을 올려 놓고 밖에서 부르는 집행인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울음이 나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채로 망연자실하게 그를 보고 있는 내게 그가 다가와 한순간적으로 입을 맞추었다. 닿자마자 갈등이 났던 사람처럼 그에게 달려들어 본능적으로 그의 달콤함을 받아들였다. 길고도 긴 입맞춤 후에 떼여진 입술, 나를 바라보는 그의 울망한 눈빛을 한동안 마주보고 있었다.
"너는, 왜 이리도 아름다워서…, 내 이성을 끊기게 하는지."
"윤기 형, 형, 가지 말아요."
"더러운 내 운명에 너는 왜 이리 지독하게도 아름다워."
"제발, 윤기 형…."
"일말의 싹도 없던 내게 왜 싹을 피워서……."
"……."
"나를 살고 싶게 만들어……."
기다리다 지친 집행원들이 문을 따고 들어와 그의 팔에 손을 넣어 연행하려 했다. 본능적으로 그의 허리춤을 잡고 가지 말라며 울부짖는 나를 다른 집행원이 눈을 꾹 감은 채 자신의 순리에 따라 나를 막았다.
"사랑해, 지민아."
끝끝내 자신의 이성을 지키던 그가 한마디를 내뱉으며 수감방을 나갔다. 밧줄끼리 얽매여 내 심장을 세게 억누르는 기분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집행원의 팔을 뿌리치고 그의 뒤를 밟아 따라나섰다. 자신을 부르는 내 외침에 그가 더 이상 따라오지 말라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가다 마지막 문앞에서 내게로 돌아봤다. 늘 내 연민의 감정을 확인시키던 미소를 마지막으로 짓는 그가 보였다.
그리고, 집행원에게 팔이 잡혀 걸음을 떼는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이내 울음을 터트렸다. 늘 자신의 이성을 지키던 그가, 마지막의 순간에서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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