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된 카테고리 방탄소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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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나, 비가 와. "
친구 묵시록
C
C - A
창 밖을 보자 비가 추적추적내리기 시작한다. 보슬보슬오다가 차츰차츰 거세지는 걸 보니 소나기는 아닌 거 같다. 금방 그치진 않을텐데. 내 말에 너는 창밖을 보더니 당황하는 얼굴로 어버버거린다. 나는 턱을 괴고 널 삐딱하게 바라봤다. 조금 웃음끼마저 돌게.
" 우산 없지? "
고갤 푹 숙인 너는 조금 빨간 귀를 하고 애꿎은 수학책만 뒤적뒤적거렸다. 그럼 그렇지. 김태형 아주 귀신이라니까 흫 뒤적거리는 수학책을 끌어당겨 너의 시선을 끌었다. 째려보는 널 보니 이제서야 지금까지의 행동이 눈에 보인다. 못 알아채줘서 미안해라고 사과해야 할 만큼이나 투정이 귀여워 죽겠다. 김태형 지구 뚫어부럿! 저 둥그런 뒷통수를 쓰다듬고 싶은 걸 참고 이상하게 두근거리는 마음에 헛기침을 하며 잔망스러운 포즈를 지으며 반을 나섰다.
" 이따 봐 짐나 "
C- B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 하면 말이다. 어제 보건실에서 말이야.
짧게 입을 맞대었다가 떼자 보건실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지도, 차갑게 붕 뜨지도 않고 정적을 유지했다. 그만큼 고요했고 허탈할만큼 차분했다. 눈을 뜬 너와 눈을 마주했다. 뺨이라도 한 대 맞으면 어떡하나, 했는데 예상과 다르게 너는 내 볼을 잡고 한 번 더 입을 맞댔다. 열이 오른 넌 데일 정도로 뜨거웠다. 볼을 감싸 쥔 너의 작은 손을 붙잡고 충동적으로 내 마음을 깨달아버렸다. 그리고 내키는대로 뱉어버린다.
" 나 아무래도 "
" 너 좋아하나봐 박지민. "
몽롱하게 뜨여진 너의 눈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그리고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 같던 입이 조심스레 열린다. 아픈 몸덩어리 때문에 갈라진 너의 목소리가 그렇게 황홀할 수 없었다.
" 나도. "
마음은 요동치고 흔들거리는데 몸은 이상하게도 차분했다. 느릿하게 움직여 실행해 옮겼다. 멀겋게 웃는 너의 목을 약하게 감싸쥐고 한 번 더 입을 맞대었다. 이번엔 입을 맞췄다. 서로를 섞었다.
" 진작에 이렇게 좀 웃어주지. "
웃는 너의 얼굴을 보자 지금까지의 모든 니 행동이 정리되는 느낌이다. 게다가 내 행동까지. 충동적인 시작이었지만, 끝은 충동적이지 않았으면.
" 아직 사귀자고는 안 할거야. "
" 안 사겨줄거야. "
" 근데 난 너 좋아해. "
" 나도 너 좋아해. "
" 내일부터는 웃어줘 "
" 못 해. "
" 왜 못 해 "
" 몰라 너만 보면 이상해 진단 말이야. "
부드럽게 눈이 감겨진다. 너의 주머니에서 슬쩍 삐져나온 폰을 잡아들었다. 잠금도 안 걸려있고 기본배경이었다. 뭔가 너 다워서 웃음이 슬금슬금 삐져나왔다. 내 번호를 쳐서 무어라 저장할까 고민하고 있었을까 그냥 김태형이라는 세글자를 박아넣었다. 이거면 충분하지. 나는 천천히 너를 알아갈거고 천천히 너에게 더 빠져들거다. 그러니까 너도 그러면 좋겠다. 김태형 나중엔 태형이 더더 나중엔 ... 나도 너의 번호를 박지민이라 저장했다. 이거면 충분하다. 그렇지 지민아?
" 지민아 잘 자. "
C - C
수업이고 나발이고 창 밖의 비가 그치지 않기만 바라다가 수업이 끝나버렸다. 미리 싸뒀던 가방을 들고 옆 반으로 여유롭게 향했다. 옆 반에 가자 뭘 그리 고민 중인 지 입술을 꾹 깨물고 가방을 챙기는 니가 보였다. 아마 그 깊은 고민의 대상은 나일 거라고 생각 돼 문에 기대어 널 불렀다.
" 지민아! "
내 목소리에 경기를 일으키 듯 움찔한 니가 날 천천히 돌아본다. 또 또 저런다. 고갤 푹 숙이고 엄청난 속도로 가방을 챙기더니 나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내 앞의 작은 존재가 우물쭈물 거리며 말한다.
" 기다리게해서 미안해... "
그대로 문을 쾅 내리쳤다. 너무 귀여워서 주먹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큰 소리 때문인 지 너랑 나에게 모든 시선이 쏠리자 너는 내 등을 떠밀어 얼른 걸음을 옮긴다. 계단을 내려가는 중에도 귀여움에 심장이 정지될 것만 같아서 계속 심호흡을 해야만했다. 젠장 진짜 너무 귀엽잖아 지민아ㅠㅠㅠㅠㅠㅠㅠ 미친 사람 보듯 날 보는 너를 꽉 끌어안아서 지구를 탈출하고 싶었다. 1층으로 내려오자 내 바램대로 빗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자랑스럽게 가방에서 검은 우산을 꺼내어 너에게 보이니 안 좋은 기억이 나는 지 뒷목을 긁적이는 널 어깨동무해 몸을 붙혔다. 망설임없이 우산을 펼쳐 빗 속으로 이끌었다. 아직도 붙어있는 내가 적응이 안 되는지 가끔 몸을 바르작거렸지만 밀쳐내거나 도망가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 얼마나 장족의 발전이야... 너랑 나는 찰방거릴 정도의 웅덩이를 피해가거나, 이미 진흙이 되어버린 흙길을 피해갔다. 같이 말이다 같이!
" 저... "
날 부르는 듯 학교를 나선 지 한참 후에야 열린 입에 집중했다.
" 태형아 "
" 헉 "
한 순간이었다. 진짜 한 순간. 숨을 헉하고 들이쉬었다. 니가 나에게 말 거는 것도 모자라 내 이름을 부르다니 그것도 김태형이 아니라 태형이! 할렐루야! 주체못할 입꼬리가 승천했다. 안 웃으려고 해도 웃음이 나는 내 얼굴이 웃긴 지 너도 금세 웃어버린다. 내 허릿춤의 교복을 약하게 쥔 손이 툭툭 날 끌어당긴다.
" 어 짐나 왜? "
" 너 우리 집 알아? "
" ... "
시바. 뭐됐다. 그러고보니 난 얘 집도 모르잖아? 콜록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길 가로 날 끌어당긴다. 아 뭐야 설마 차 올까봐 배려해준거야? 는 무슨 여기가 지 집이란다. 학교에서 얼마나 걸었다고. 조금 더 걷고싶었는데, 속에서 부글부글거리는 걸 꾹 억누르고 웃어보였다. 여기가 짐니 집이구나.. 참 가깝네. 들어가라고 어깨에 묻은 빗물을 툭툭 털어주었다. 또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건지 부리같은 입술이 우물쭈물거린다. 와 뽀뽀하고싶어.
" 저기 태형아 "
" ... "
" 내일 뭐 해? "
이거 데이트 신청이니? 라고 묻고싶은 마음을 꾹 억누르고. 는 무슨
" 내일 데이트하자!!!! "
" ㅇ,야 야 쉿! "
내 목소리가 컸던 것인 지 입을 탁 막은 너는 자신의 집을 뒤 돌아본다. 카톡하라고하고 빨개져버린 귀를 감추듯 너는 집으로 뛰어가버린다. 현관에 불이 탁 켜지고 그다음엔 2층의 방에 불이 탁 켜지는 걸 보고나서야 발걸음을 옮겼다. 커튼 틈새로 몰래 날 훔쳐보는 너를 모르는 척 해주기로했다. 이상하게 너랑 내가 아니라 우리가 될 것만 같은 좋은 느낌이 들어서 신발에 물이 들어가는 것도 모르는 채 빗 길을 웃으며 내 달렸다.
C - D
지민아 나 집 왔어!
내일 만날거야?
내일은 비 안 왔으면 좋겠다!
오후 8:20 그치?
오후 8:21 왜 읽고 답이 없어...
내일 점심먹자. 오후 8:22
오후 8:22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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