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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모음
암묵적 동의
태형은 정국과 지민의 뒷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어제끼는지. 이상하게 배알이 꼴려 뒤 따라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반으로 향했다. 그들은 불과 며칠 전까지는 잘 모르던 사이였다. 아니 잘 모르는 이라고 하기엔 서로 접점이 많았지. 지민과 정국은 내 친한 친구라 서로 얼굴 마주치는 일도 많았고 무리에 섞여 알게 모르게 이야기도 나눠 봤었다. 그러던 게 불과 며칠 전. 정신 차리니 둘은 이미 친한 친구가 되어 있었다. 닭 꼬치 하나를 둘이서 나눠 먹는다든지, 지민이 입을 대고 마셨던 물병을 아무렇지 않게 정국이 입을 대고 마신다든지. 둘이 친해지게 된 계기 같은 것이 없어 보이게 스르륵 물 흐르듯 그들은 친해졌다. 하지만 나는 둘의 친목 전말을 알고 있다. 둘의 친목에는 정국의 노력이 참 가상했다. 몇 주 전부터 정국은 나에게 지민의 취향을 물어봤다. 꼭 짝사랑하는 청춘처럼. 박지민은 뭐 좋아해? 박지민 낯가림 많아? 박지민 지금 뭐해? 하나부터 열까지 박지민 박지민 박지민 박지민 박지민. 말의 첫 시작이 박지민이 아니면 말의 끝이 박지민. 그 노력의 결실이 내가 보고 있었던 방금 그 광경이다. 너희 뒤에서 내가 사라진 거는 알기나 하냐? 필통 지퍼를 신경질적으로 잠그고 자리에 앉았다.
" 김태형! "
날 부르는 박지민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서 뒷문을 바라봤다. 정국은 어디로 치워버렸는지 없고 지민뿐이었다. 사라진 나를 쫓아 온 것인지 약간 땀에 절은 앞머리가 이마에 달라붙어있었다. 지민이 교복 셔츠를 펄럭이며 내 옆에 자리해 앉았다.
" 왜 혼자 가? "
" 아니. 너네끼리 잘 놀 길래. "
" 뭐? 우리 태태 삐졌어? "
이마에 붙은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내 등을 찰싹 친 지민이 눈이 접히도록 깔깔 웃었다. 입이 오리주둥이처럼 쭉 빼고 장난스럽게 흥! 이라고 하자 지민의 눈은 더욱 접힌다. 나까지 기분이 덩달아 좋아져 깔깔 웃고 있었을까 뒷문이 열리며 정국이 들어온다. 우리가 웃는 모습을 보고 잠시 표정이 굳었다가 펴질 때 쯤 지민도 정국을 발견하고 반갑게 맞이했다. 정국이 ‘우리’의 반에 들어 온 게 기분이 나빴다.
" 무슨 일인데. "
비가 와서 눅눅한 놀이터의 모랫바닥을 밟고 있자니 기분이 더러웠다. 낮의 무더위는 어디로 홀라당 사라져버렸는지 꽤나 쌀쌀한 바람에 지민이 집에 놔두고 간 카디건을 입고 나온 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민의 남색 카디건을 좀 더 여며 입고 오밤중에 날 불러낸 정국에게 퉁명스럽게 한 번 더 물었다.
" 무슨 일이냐고 "
내 퉁명스러운 말투에도 너는 짐짓 심각한 표정을 없애지 못했다. 덩달아 나까지 심각한 표정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무언가 불안한 느낌이 나를 감돌았다. 평생 그렇게 굳게 잠겨있을 거 같았던 정국의 입이 드디어 열릴 낌새를 보였다.
" 김태형 "
" 왜 "
" 넌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면 어떨 거 같냐? "
쌀쌀한 바람이 우리를 휘감아 불었다. 분명 조용하고 설렁설렁한 바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느끼기엔 이 바람은 태풍이었다. 지금 우리는 태풍의 눈에 위치해있다. 곧 휘몰아칠 거다. 그리고 우리를 삼켜버릴 거다. 이 태풍은. 나는 불안해서 웃어버렸다.
네가 남자를 좋아하든 말든 상관없는데.
" 그것도 박지민을 좋아한다면 어떡할 거냐 "
박지민만 안 좋아하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불안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걸 증명하듯 정국의 입에서는 박지민이 나왔다. 사실 정국이 지민을 좋아한다고 해도 나랑은 상관없을 일 이었다. 분명 그랬는데. 속으로 연신 외쳤다. 박지민은 안 돼. 라고. 아무 말 없이 땅을 내려다보는 나에게 정국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 아무 생각 없어 보이네. 다행이야. "
왜 아무 생각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난 지금 당장이라도 정국의 목을 잡아 이 눅눅한 모랫바닥으로 내리 꽂고 싶었다. 단지 친구 소유욕일거다. 박지민은 나랑 더 친해야 해. 같은 거 말이다. 정국은 신발로 모래를 툭툭 건들이더니 내게 부탁했다.
" 그러니까 네가 도와줘라. "
" 뭐라고? "
" 나랑 박지민 좀 도와주라고. "
" ... "
" 왜. "
" 내가 왜? "
" 다행이 아니었구나. "
내 툭 쏘는 말에 정국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다행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태풍의 눈을 살짝 비켜갔다. 태풍이 몰아치는 곳으로 우린 향하고 있었다. 우리의 바람은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정국이 물 끼가 어린 미끄럼들에 기대었다. 가로등 불빛에 정국의 눈이 번쩍이는 듯했다.
" 나는 지금 너한테 물어보는 거야. "
" 뭔 소리야 "
" 너 박지민 좋아하냐고. "
" 뭐? "
" 김태형 다시 한 번 더 물을게. "
" 야, "
" 나랑 박지민 도와줘. "
기가차서 헛웃음을 내보였다. 난 박지민 안 좋아해. 친구끼리 무슨. 입을 달싹였다. 박지민 안 좋아한다니까. 또 입을 달싹였다. 벙어리가 된 듯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난 박지민을 좋아하지 않아. 입을 달싹였다. 정신이 멍해졌다. 혀로 말라가는 입술을 축였다. 정국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어 고갤 땅으로 푹 숙였다. 나를 보고 있던 정국은 기대었던 몸을 일으켜 가로등 불빛 저 멀리로 사라져갔다. 정국이 가고 나 혼자 남은 이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이게 바로 너와 나의 암묵적 동의였다.
묵시록 언제쓰지...
추천 글 봤다 고마워 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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