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 이야기 좀 해."
"..할말 없어요, 그쪽이랑."
"뭐?"
"...더이상 하고 싶은 말 없다구요."
"후. 일단 앉아. 이게 뭔지나 해명해봐."
제 앞으로 던져진 몇몇 남자의 사진에 네 표정이 무너지기도 잠깐.
"딱 보면 알잖아요, 왜 굳이 물어봐요, 똑똑한 사람이."
정국의 표정 역시 삽시간에 일그러졌지.
"그러니까, 지금 날 두고 뭐 결혼이라도 다시 하겠다는건가."
"어차피, 남이잖아요."
..사랑 없는 결혼이었는데,
어차피 그쪽은 온종일 나를 당신 인생에서 치워버리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었잖아.
당신 말대로 해주겠다는데, 왜 그렇게 못마땅하다는 듯 나를 볼까.
"...이런식으로 나오면, 쉽게 끝내주기 싫은데."
"...마음대로 해요, 어차피 당신이랑 나랑 끝낼 사이잖아."
네가 제 앞에 놓인 사진들을 추스리며 일어서자 정국이 그런 너를 노려보다 어디 한번 해보라는 듯 비소를 지었지.
"왜, 박지민이 그렇게 말하고 자기한테 오라던가."
"....!"
"네 말대로 난 똑똑한 새'끼라서,"
"박지민 뜻대로는 해주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아쉽겠네."
네가 망설임 없이 뒤돌아가는 모습에 정국은 어쩐지 기분이 확 나빠져서 제 머리를 거칠게 쓸고는 혼잣말하는거야.
"누구한테도 보내주기 싫어졌는데."
"어떡하냐, 너."
너는 제 손에 들린 사진들을 미련없이 제 가방속에 넣어버리곤
길을 나섰어. 제 뱃속에 있는 아가가 제가 한 못된 말들을 못 들었길 바라면서.
..아가야, 엄마가 아빠 몫까지.
많이 사랑해주면, 그걸론 안될까.
"어, 지민아."
"김탄소, 너 어디야."
"...나, 그냥 밖."
"혹시나 해서 말해두는건데, 너 나쁜 생각하는거면.."
"...나 안그래, 지민아. 알잖아."
"...나 믿어, 알지."
"...응."
"좀 이따 약속 안 잊었지."
"..응."
"다시 한번 말하자면, 너한테 고백할거야. 거절하지마."
"...지민아."
"토달지말고, 와."
많이 기다렸잖아, 나.
전화를 끊자마자 지민은 제 넥타이를 끌어내리곤 단추를 두어개 풀어버리며 말하겠지.
"전정국한테 흔들리지말고. 나한테 와, 오기만 해."
본격 삼각관계.....지민이랑은 소꿉친구, 정국이랑은 정략결혼한 사이.
지민이도 정국이도 너를 좋아하고.
...롸...
티비나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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