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뽐녕과
약간의 겸녕?!
둘 사이의 엉키는 시선이 이상했다. 유겸이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끼며 진영에서 재범에게로, 재범에게서 다시 진영에게로 시선을 이리저리 옮겼다. 평소에는 둘이 그저 자연스럽고 편한 분위기라고 하면, 지금은 살짝 어색한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싸운 건가 싶어서 살피면 서로 챙기거나 옆에 붙어서 다니는 건 또 똑같았다. 유겸이 고개를 한 번 갸웃거리며 옆에 앉은 잭슨에게 둘이 뭔가 이상하지 않냐고 물었지만, 잭슨은 둘을 번갈아 보더니 모르겠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다른 멤버들은 모르는 묘한 기류였다. 그 기류를 유겸 혼자서 알아차린 거고.
원래 재범과 진영은 멤버들과는 다른 그런 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그게 오디션 때부터 같이 지내서 그런 건지, 이미 한 번 둘이서 데뷔를 했던 경험 때문인 건지는 모른다. 유겸은 아마도 그게 유대감일 거라 생각했다. 둘 사이에 흐르는 묘한 분위기는 둘만의 유대감 때문이라고. 유겸은 뭔가 묘하다 싶으면 자연스럽게 넘겼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유대감과는 다른 느낌이었는데, 서로의 시선이나 행동도 살짝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불편함? 아니, 신경을 더 쓰는 것도 같고... 어색? 유겸이 대기실 안 소파에 앉아 진영과 재범을 한 번 쓱 훑고는 고개를 돌렸다. 뭔지 모르겠지만 유겸의 탐정 본능이 머리를 빼꼼 들었다.
"잭슨, 그거 못 봤어?"
진영이 무언가를 찾으며 대기실 안을 헤집었다. 명확한 주어도 없이 대뜸 못 봤냐고 하니 잭슨은 당연히 '그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어떤 거? 하고 물으며 괜히 쿠션을 들추는데 시선 하나 안 주고 핸드폰을 하던 재범이 잭슨의 옆에서 검정색 이어폰을 챙겨 진영에게 들이밀었다. 어, 이거. 잠깐의 머뭇거림이 지나치고, 진영은 재범이 건네는 이어폰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유겸은 그 장면을 캐치했다. 그 짧은 순간의 머뭇거림이 유겸에게는 다 하나의 단서였다. 유겸은 자신이 하던 게임의 캐릭터가 죽은 것도 모르고 한참이나 둘의 표정을 살피다가, 왜 눈치를 보냐며 말을 거는 뱀뱀에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일주일이었다. 유겸이 재범과 진영 사이에서 흐르는 묘한 기류를 의심하기 시작한 날짜가 말이다. 벌써 일주일이 지났고, 유겸은 자신이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유대감이 살짝 깨진 것 같았는데, 묘하게 어색하다는 것이었다. 쌍방으로 그렇게 구는 걸 보고 싸운 줄 알았는데, 유겸은 다른 한 가지를 알아냈다.
진영과 재범은 더이상 서로를 건드리지 않았다. 앞에서 촐랑이며 신경을 자극한다는 말이 아니라, 정말 서로에게 터치 하나 없었다. 어깨동무부터 시작해서 귓속말, 평소에는 자연스럽게 잡던 손이나 말을 할 때 허벅지 위에 손을 올리는 일도 없었다. 유겸은 왜 몰랐나 싶었다. 그렇게 서로 붙잡고 껴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스킨십이 사라졌는데. 아니, 자세히 보면 서로가 의식을 했다. 손을 뻗다가도 어색하게 거두는 일이 많았다. 티가 나거나, 나지 않거나. 또한, 멤버들이 있을 땐 몰라도 없으면 굳이 말을 하지 않는 것 같다.
"형 재범이 형이랑 싸웠어?"
유겸이 지나가는 말로 물었지만, 진영은 드라마 좀 찍은 배우라는 티를 내듯이 태연한 얼굴로 아니? 하고 대답했다. 그 표정이 너무 당당해서 유겸은 아, 그래? 하고 바보처럼 얘기했고 말이다.
유겸은 타겟을 돌려 혼자 앉아서 핸드폰을 만지는 재범에게로 갔다. 형, 혹시 진영이 형이랑...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재범이 고개를 들었다. 마주한 시선이 묘하게 날카로워 유겸이 입술을 꾹 다물면, 재범이 입만 벙긋거리다 깊은 한숨과 함께 뒷머리를 긁적였다. 안 싸웠어. 반 박자 늦게 돌아온 대답이, 재범은 충분하다고 생각했겠지만 절대로 아니었다.
유겸은 재범의 반응을 보고 확신했다.
둘 사이에 뭐가 있다.
"형, 진짜 솔직하게 얘기해 봐."
유겸은 역시 배우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물론 같이 연기를 했던 재범도 따지고 보면 연기 경력이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진영과 비교를 한다면 갭은 높고 낮았다. 박진영이 내 미간이면, 임재범은 내 무릎 정도. 발연기는 아니란 거지. 유겸이 속으로 생각하며 진영의 팔을 툭 쳤다. 비교적 마른 팔뚝을 친 유겸의 손이 더 아플 것 같다고, 때린 당사자는 생각했다. 하물며 저 아무런 변화도 없는 표정을 좀 봐라. 유겸이 씨익, 괜히 분한 숨을 뱉으며 인상을 구겼다. 솔직히 형, 나는 형이랑 재범이 형이랑 싸운 거 알거든? 유겸의 입에서 나온 '재범'이라는 이름이 일순간 진영의 미간 사이에 살짝 골이 생겼다 도로 판판하게 펴졌다. 그리고 유겸은,
나이스 캐치.
속으로 생각하며 자꾸만 방긋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애써 진정 시켰다. 일단 싸우긴 한 것 같은데... 유겸이 꼬리를 물고 늘어지려는 수 많은 질문들에 진영을 응시했다. 애매한 표정의 진영은, 이제 막 회식에서 도망 아닌 도망을 친 상태였다. 술도 적당히 들어간 듯한 얼굴이었다. 평소에는 하얀 모찌마냥 보들보들 뽀송뽀송한 티를 내던 얼굴의 광대 부분이 복숭아마냥 붉게 물들었다. 복숭아? 유겸은 문뜩 머리를 싸악 식히며 지나가는 본인 앨범에 자리를 잡은 노래 가사를 떠올렸다. 복숭아... 유겸은 일단 1차로 무시했다. 설마, 아니겠지. 가벼운 생각과 함께.
유겸은 틱, 틱. 최근 잭슨과의 게임에서 실수로 부러트린 손톱을 다듬느라 엄청나게 짧아진 진영의 손톱을 응시했다. 이 형은 아까 회식이었으면서 뭔 또 술이야. 그리고 마실 거면 병으로 하든가, 뭐... 오프너가 없는 건 똑같지만. 유겸이 진영의 손에 들린 맥주를 따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잡히는 건 없었다.
어느새 재범이 품이 큰 후드를 입은 상태로 진영의 손에 들렸던 맥주를 빼앗은 탓이었다.
"어어, 형. 생각보다 빨리 왔네."
"일찍 왔어."
"왜?"
...그냥. 재범의 말이 반 박자 늦게 나와 유겸을 맞았다. 유겸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하면서도, 애매하게 공기의 흐름이 바뀐 것을 알아차렸다. 유겸이 마른 세수를 하는 척하며 슬쩍 진영을 응시했다. 재범의 손에는 방금 전 진영이 마시려고 한참을 가지고 있던, 조금은 미지근해진 맥주캔이 들려있었고, 재범의 시선을 자로 그은 것처럼 올곧게 진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겸은 어쩐지 자신이 방해꾼이 된 느낌을 격렬하게, 엄청 과하게 느끼고 있었다. 슬그머니 일어나 갈까 싶어서 눈치를 보다 진영과 눈이 마주친 유겸이 코를 쓰윽 문지르며 시선을 돌렸다. 아무나 살려 줘라...
지금까지 술 마시고 온 거 아니야?
그냥, 딱 그것만 마시려고 했어.
그냥 자, 내일 스케쥴도 있는데.
어차피 이미 마신 거 맥주 한 캔 먹는다고 안 취해, 형.
한 캔이 두 캔이 될 수도 있어서 하는 말이잖아.
그것만, 형. 그것만 마실게.
그만.
유겸은 어쩐지 재범이 화가 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배드민턴 공을 슉슉 주고받는 것처럼 둘은 아주 잠깐 실랑이를 벌였다. 유겸 눈에도 맥주 한 캔 정도는 마셔도 될 것처럼 보였는데, 리더인 재범은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본 것 같았다. 확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만, 하고 짧은 말을 툭 던진 재범은 은근슬쩍 포스를 풍겨 조금 무섭기도 할 정도였다. 파지직. 유겸은 진영과 재범 사이에 피카츄가 있을 거라 다짐했다. 그럼 뭐가 필요하지. 꼬북이? 잭슨 형? 아, 전기한테 지는구나. 유겸은 속 없이 이상한 생각들로 겨우 마음을 진정 시켰다.
"형 지짜 와 이라는데..."
후잉. 평소 팬들이 지어준 별명처럼 말 그대로 후잉, 주둥이를 쭉 내밀고 무언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진영이 말을 꺼낸 건, 재범의 손에 들린 진영의(사실 저 맥주도 예전에 잭슨이 산 거였다) 맥주가 차가웠던 온도를 잃고 재범의 손에 녹아들던 때였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사투리라던가, 살짝 뭉개진 발음이라던가. 우나? 유겸은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슬쩍 돌려 진영을 훔쳐봤다. 도둑 같은 모양새였지만, 딱히 재범과 진영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끌고 싶다. 유겸은 그냥 속으로 생각하며 참아냈다.
형 짐 내 가꼬 뭐 하는 거냐고오.
박진영.
유겨, 유겸이 있어가 내 더 말은 몬 하게따.
진영아.
"형이 그만하자 했음 하나만 골라도, 쫌."
작게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귓가에 턱 박히고, 유겸은 애써 시선을 돌려 핸드폰에 집중했다. 못 들은 척하려 애를 쓰는 티가, 유겸 자신에게는 너무 크게 나타났다. 일부러 네이버에 무언가를 검색하던 유겸은 따끔한 화살표가 되어 콕콕 볼에 박히는 재범의 시선에 고개를 돌려 엉? 하고 되물었다. 왜? 유겸은 나이스, 속으로 생각했다. 마치 무언가에 집중하느라 대화를 못 들었다는 것처럼, 제법 연기가 되어 나온 말투에 유겸은 그래도 재범보다 나은 연기라 생각했다. 진영이 작게 칭얼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주 예전, 유겸이 딱 처음 와서 진영과 친해졌을 때가 떠올라 괜스레 웃음이 나올 뻔했다. 유겸은 다시 핸드폰을 뒤적여 괜히 제 이름을 검색했고, 옆에서는 재범이 한숨을 푹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재범이 테이블 위로 다 녹아들어 식은 맥주캔을 탁, 소리를 내며 올려두었다. 진영의 앞에. 평소에도 촉촉한 눈가인데, 어째 오늘은 더 그랬다. 유겸은 그게 눈물이 고인 거라는 생각이 들어 괜히 재범의 눈치를 살폈다. 어딘가 착잡한 표정의 재범이 무언가를 재촉하듯 진영의 앞으로 캔을 밀었다가 뒤늦게 한참을 틱틱, 캔 따기에 실패했던 진영을 떠올리고는 자신이 직접 캔을 따 진영의 앞에 내려두었다. 재범의 손에 냉기를 잃은 맥주는 차칵, 소리와 함께 거품이 위로 살짝 올랐다. 미안. 재범의 짧은 사과가 툭 던져지고, 재범은 그대로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 작은 소리와 함께 닫힌 문에 유겸은 고개를 돌려 진영을 확인했다.
훌쩍. 유겸은 진영이 모르게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어째 상황의 앞뒤가 맞아가고 있었다. 눈가가 벌개져서는 똑, 또옥. 서러운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이는 진영을 보고, 유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대신 고개를 잔뜩 숙여 목이 아플 지경일 진영을 끌어안아 등을 토닥였다.
예전에 썼던 짧은 거에 짧은 거 하나 더 이어서 들고 왔어!! 아마 타이밍은 어제쯤...? ㅎㅎ 어제 새벽... ㅠㅠㅠㅠㅠ 문제 될 거 있으면 얘기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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