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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9년 전 (2017/4/01) 게시물이에요

게시된 카테고리 방탄소년단


ㄱ "어우, 드디어 납셨네." | 인스티즈

"이제야 날 봐줄 마음이 생겼어?"

"역시 방법은 이것뿐인가."

.

.

.


헤어지고, 결합하고, 재결합 가족끼리 가족을 맺고, 아이를 낳고. 옛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덕에 재혼이란건, 손가락질을 받을께 못 돼.

너랑 나랑은 피 하나 섞이지 않은 남매, 혹은 형제 사이.

.

.

.


널 보는 순간 한눈에 뿅갔고, 난생 처음으로 눈에서 하트가 나온다는 느낌이 뭔지 알게됬고. 난생 처음으로 네 덕에 꾸미고. 난생 처음으로 네 덕에 양아치짓도 시작했고.

양아치긴 한데, 착한 양아치. 너한테 미움을 받기는 싫고, 그렇다고 무시를 받기는 싫고. 

근데 십장생, 어떻게 눈길 한번 안 주냐.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아니 가족이면 아침인사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오늘도 곱게 내 말이 씹히고는 학교에 와서는 종일 기분이 더러운채로 앉아있었어. 그러다 자꾸만 너랑 나랑 깍아내리는 소문이 돌지 않나, 온갖 더러운 소리가 입에 오르내리는 애들에 살짝 인상을 쓰고는, 그 말의 최초 유포자인 놈을 잡아다 죽을때까지 두드려팼어.

아, 물론 내가 그렇게 싸움을 잘하는게 아니라. 그냥 깡만 믿고 나대는 놈. 그래서 내 몸도 만만치 않게 쥐어터졌지.


교무실에 앉아있는데, 학교에서는 모습이 일절 보이지 않던 네가 보였고. 그제서야.


"병'신."


그 한마디 들었는데, 그렇게 기쁠수가 없더라. 우와, 너 놈 목소리는 저렇게 생겼구나. 그때 처음알았다, 말 좀 하지. 말 안하면, 입에서 단 내 안나나?


씩 웃음지으며 뻐근한 목을 천천히 돌렸어.


"앞으로도 싸우고 다닐테니까, 그렇게라도 한마디씩 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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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
정국

-
아버지라는 사람에게서 수상한 낌새를 먼저 맡은 건, 어머니가 아니고 나였다.
멀쩡한 아내를 두고 외박을 밥 먹듯이 하는 아버지를 경멸했으며,
방에 틀어박혀 잠을 이루지 못 하는 어머니를 볼 때면 가슴 한구석이 아렸다.

그렇게 우리가 알면서도 모른 척 넘어가기를 수차례, 결국 그 둘은 갈라섰다.

나는 고민할 가치도 없이, 어머니를 따라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네 어미에겐 네가 짐뿐이라는 아버지 말이 가슴에 박혔다.

저 입에선 무슨 말이 뱉어져 나와도 흔들리지 않겠다던 나는 한심하게도,
그 말에 결국 아버지를 따랐다.

화를 억누르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겨우 짐을 싸, 아버지와 함께 그 여자의 집에 도착했다.

도착하고 가장 먼저 눈길이 갔던 건, 그 여자의 아들이라는 너였다.

조끼는 어디다 팔아먹은 건지, 셔츠에 넥타이만 대충 두르고 날 빤히 쳐다보는 너에 헛웃음이 났다.
네 엄마는 물론, 너랑도 말을 섞지 않겠다며 수십 번 다짐했다.

그렇게 한 집에 살면서 네가 수도 없이 말을 걸어올 때마다 정말 아무 감정 없는, 아니 조금 더 증오에 가까운 눈빛으로 널 쏘아보고는
그대로 지나쳤다.

그리고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널 그냥 지나쳐 학교에 도착했다.

익숙하게 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쑤시듯 귀에 꽂고, 아무 책이나 펴 들여다보고 있었다.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는 글자만 한참을 쳐다봤을까, 교실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큰 소리로 떠들어대는 놈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그거 들었냐? 김태형 존'나 눈알 뒤집어져서 사람 팼다며."
"뭐? 김태형이? 누구를?"
"몰라. 다짜고짜 찾아와서 애 멱살 잡고 끌고 나갔다는데, 그냥 애 죽기 직전까지 갔다는데?"
"미'친 새끼네, 그거. 김태형은 멀쩡하냐?"
"그럴 리가. 걔도 말이 아니라던데."

이어폰을 꽂은 게 무의미해질 정도로 그 말들은 선명하게, 내 귀에 들어왔다.

진짜 한심한 새끼.

잡아 뜯듯 이어폰을 빼 내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교무실로 향했다.

그냥 기분이 더러웠다. 왜?
네가 다른 사람을 팼다는 말 때문에? 네가 맞았다는 말 때문에?

알 길이 없었다. 그냥, 그냥 기분이 더러웠다.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긴 테이블에 혼자 앉아있는 네가 보였다.
나는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기고는, 네 앞으로 걸어갔다.

한 눈에 봐도 네가 사람을 팬 건지, 얻어맞은 건지 모를 정도로 넌 여기저기 피가 터져있었다.

"병'신."

내가 너한테 처음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넌 진짜 병'신같게도, 뭐가 좋은지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더니 내 쪽으로 몸을 돌려앉았다.

"앞으로도 싸우고 다닐 테니까, 그렇게라도 한마디씩 해."

그 말을 듣고, 아무 말 없이 널 빤히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진짜 병'신이네, 이거. 역겨우니까 웃지 마. 네가 사람 패고 다니든, 얻어터지고 다니든 내 알 바 아니야.
아, 그 여자는 좀 속상해하겠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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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꽤나 화나 보이는 얼굴이었다. 왜, 우리 동생분은 뭐가 이렇게 화나실까. 내가 싸운 거? 그게 아니라면, 너도 그 더러운 소문을 들은 건가. 어미가 속상해할 거라는 말에 웃음을 짓고는 괜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사춘기 때는 다 그런 거라고 넘어가는 게 어미인데, 속상은 무슨. 신경도 안 쓰는데, 내 인생 내가 살라 이런 마인드인데. 한 달을 같이 살았는데 그걸 모르냐.

"야, 그거 이제 알았어?"
"나, 엄마 닮아서 존'나 또'라이인데."
"고 너네 아버지 꼬신 게 우리 엄마일걸?"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음을 터뜨리다 다시 입술을 터지자 아, 하며 탄식을 내뱉고는 상처 부위를 매만졌다. 아, 그래도 여자들한테 인기 많았는데 아쉽게 됐네.

곧 새 아비가 들어오고는 그 뒤를 따라 어미가 들어왔다. 처음 보는 내 모습에 놀란 건지 제 앞으로 달려와서는 누가 이런 거냐며 윽박을 지르는 어미를 쳐다보다 픽 웃음을 흘리고는 어미의 팔을 두어 번 두드렸다.

"이거 내가 했어."
"내가 자퇴해야 될걸."

새 아비는 그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세모꼴을 하고는 나를 쳐다봤다. 아, 아들이 아비를 닮아서 저렇게 줏대가 없는 건가. 고작 이런 걸로, 화를 내지 않나, 그럼 나 찍힌 건가. 나, 아동학대 당하지나 않을라 몰라.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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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0
"야, 그거 이제 알았어?"
"나, 엄마 닮아서 존'나 또'라이인데."
"그리고 너네 아버지 꼬신 게 우리 엄마일걸?"

네 마지막 말에 핀트가 나간 듯 내 두 손은 보기 좋게 덜덜 떨렸고, 주먹을 꽉 쥐었다.

진짜 역겨운 새끼.
내가 이래서 네 어미나, 너나 개'같다는 거야.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더니, 입술 부위의 상처가 터진 건지 인상을 찌푸리며 손가락으로 매만지는 너를 빤히 쳐다봤다.

말없이 너를 쳐다만 봤을까, 이내 아버지와 그 여자가 빠른 걸음으로 들어와 네 앞에 섰다.
유일하게 피가 섞인 어미라고, 아들이 걱정이 되는지 윽박을 질러대는 그 여자의 꼴이 가소로웠다.

누가 널 이렇게 만든 거냐며 교무실을 두리번거리는 그 여자의 팔을 두어 번 두드리고는

"이거 내가 했어."
"내가 자퇴해야 될걸."

하며 픽 웃음을 터뜨리는 너에, 다시 뒷목이 뻐근해졌다.

"진짜 또'라이새'끼."

혼자 중얼거리듯 말을 내뱉고는 고개를 돌리자.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널 노려보는 아버지가 보였다.

여기저기 피가 터진 네 꼴이 보기 싫은 건지, 걱정이 되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너네 담임으로 보이는 선생이 난처한 표정으로 우리 앞으로 걸어왔다.

"그... 어머님, 아버님 죄송해서 어쩌죠. 피해 학생 부상이 조금 심해서, 피해 학생도, 그 부모님께서도 지금
학교에 오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하셔서요."

그 말에 네 어미는 눈을 크게 뜨고는 네 등을 살짝 내리쳤다. 아버지는 큼, 하며 헛기침을 하더니 이내 밖으로 나가버리셨고,
죄송하다며 여러 번 머리를 조아린 네 어미도 아버지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네 담임 선생님은, 그 둘을 따라 교무실을 빠져나가지 않고 자리에 우뚝 서 있는 나를 의아하게 쳐다보고는 말을 걸었다.

"정국이라고 했나? 곧 수업 시작인데, 안 들어가 봐도 돼?"

시계를 한번 흘끔 쳐다보고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자습이라서요."
"그래도, 담당 선생님께 말씀이라도 드리고... 아, 그래."

내 단호한 표정에 이내 할 말이 없어졌는지 담임이 자리를 비웠고, 너와 나만 남겨졌다.

"왜 안 가?"

눈을 깜빡이며 묻는 너에 잠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게, 내가 왜 안 가고 있을까.

그냥,
네가 무슨 이유로 사람을 그렇게 팼는지 들어나보자 싶은 심정이었다.

"왜 그렇게 사람을 팼는지, 그 대단한 이유나 들어보게."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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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갑자기 그 이유가 왜 궁금해졌을까. 나한테 관심이라도 있어? 왜 답지 않게, 갑자기 궁금증이 도져서는. 네 말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한참을 쳐다봤다. 온통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가득했다. 그토록 원했던 네 관심이지만, 예상치 못한 것으로 질문이 넘어가자 사고 회로 가 정지했다.

"그야..."
"너 관심받으려고?"

답을 던지고는 다시 해사하게 웃어 보였다. 사실이니까, 내가 네 관심을 받으려고 별 같잖은 짓을 하는 게. 교무실을 나서려다 몸을 돌려서 서는 삐뚤어진 네 넥타이를 정돈해줬다.

"좀 단정하게 해 다녀라."
"아버지 엄하시던데."

눈썹을 들썩이고는 네 어깨를 두어 번 쳤다. 네 입술에 시선을 짧게 두었다 시선을 돌리고는 교무실을 나왔다. 아, 고놈 입술 참 먹음직스럽던데.

/이어 나서 이어줄게요. 잘 자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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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3
"그야..."
"너 관심받으려고?"

네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쳤다.
머리를 얻어 터진건지, 막 나가자는 건지.

아무 말없이 너를 쳐다보자 교무실을 나가려던 네가 몸을 돌려 내 넥타이를 바로잡아줬다.

"좀 단정하게 해 다녀라."
"아버지 엄하시던데."

내 어깨를 툭툭 건드리는 손길에 인상을 찌푸리자 네 시선은 잠시 내게 닿았다 떨어졌다.
기분 나쁜 시선이었다.
내가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네가 나가버린 문만 노려보다, 나도 교무실을 나왔다.

하루 종일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다 집에 돌아오니, 널 소파에 앉혀두고 연고를 발라주는 그 여자가 보였다.

"어, 정국이 이제 온 거야? 오늘은 일찍 왔네. 아빠 다 씻고 나오시면, 오늘은 같이 밥 먹자."

밥상에서까지 그쪽이나, 그쪽 아들이나 보기 싫어서 피하는 건데.
나에 대해 거부감이 전혀 없는 건지, 퍽이나 다정한 물음에 신경질적으로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왔다.

방 안을 둘러보다 대충 걸려져있는 네 교복과 가방을 보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친해지는 데에는 살 부대끼고 자는 게 최고라며, 떡 하니 침대 두 개를 옮겨둔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일부러 너를 피하려 네가 자고 있을 때 들어오거나, 아예 일찍 들어와 먼저 잠에 들곤 했는데 이렇게 마주쳐버리니
불쾌했다.

교복을 벗어 행거에 걸쳐두고는 후드로 갈아입고 방에서 나왔다.
밴드를 여기저기 붙이고는 소파에 드러누워 핸드폰을 만지는 널 슬쩍 보고는 식탁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여자에게 말했다.

"밥 생각 없어요. 먼저 잘게요."
"어? 반찬 맛있게 됐는데, 좀 먹지..."

그 말에 고개를 살짝 숙이고 뒤로 돌자, 나를 빤히 쳐다보는 네가 보였다.

-

응, 자고 나서 이어줘요. 잘 자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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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속상하다며 온갖 잔소리를 들어놓고는 제 얼굴을 치료해주는 손길에 눈을 감고는 치료를 받고 있었더랬다. 아, 지금 이 시간쯤이면, 우리 동생님은 뭘 하고 계시려나. 선생만 아니면, 내가 그 동생분이랑 같이 오는 건데. 사건의 시'반점으로 돌아가자면, 아니 내가 지금 왜 이 시간에 있는 이유를 알려면 불과 3시간 전으로 돌아가야 했다. 상담실에서 나가려는 선생을 붙잡은 건 다름 아님 제 어미였다.

"지금 이 꼴로 수업을 듣게 할 수 없습니다. 오늘만 집에 가게 해주세요."

돈 봉투를 내미는 꼴이 영 웃기지 않을 수 없었다. 아, 그럼 아비라는 사람도 돈으로 꼬셨나.라는 생각이 머리끝까지 차올랐지만 그 말을 차마 내뱉을 순 없었다. 돈이 좋은 건 사실 위였으니, 뒤에 0이 늘어날수록 내가 무슨 활개를 치고 다니든 간에 다들 머리를 조아리고 양옆으로 비켜섰다. 꽃가루를 뿌려놓은 마냥, 난 그 꽃들을 사뿐히 지르밟고 지나갔다. 근데, 새로 온 내 동생이란 놈은 그 편한 길을 두곤 왜 온통 가시밭길인 길을 가는지 모르겠단 이 말이야.

문이 열리고는 네가 들어오는 꼴이 보였다. 아, 항상 야자시간에 없더니 이렇게 혼자 이 시간에 오는 거였어? 작게 웃음을 짓고는 널 쳐다보다 방으로 들어가는 너에 어깨를 으쓱이다, 어느새 공용방이 되어버린 내 방으로 향했다. 침대에 누워서는 하릴없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밥 생각 없어요. 먼저 잘게요."

대체 왜? 그냥 나랑 얼굴을 대면하는 것조차 싫다는 건가.

"좀 먹지. 그러니까, 네가 삐쩍 마른 거야."
"걸어 다니는 시체도 아니고."
"이왕이면 좀 받아들이지그래."
"아버지가 얼마나 속상하시겠냐."

아, 물론 나도 새아버지를 받아들일 생각은 없다. 단지, 그냥... 가족이라는 명분 아래 얼굴 마주 보고 밥 한번 먹자는 게 내 신념일 뿐.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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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6
오지도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하려 방 안으로 들어오자, 침대에 드러누워 날 쳐다보고 있는 네가 보였다.

"좀 먹지. 그러니까, 네가 삐쩍 마른 거야."
"걸어 다니는 시체도 아니고."
"이왕이면 좀 받아들이지그래."
"아버지가 얼마나 속상하시겠냐."

네 말에 어이가 없어,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널 내려다봤다.
받아들이는 거, 그게 넌 쉽나 보구나.
난 너랑, 그리고 그 여자랑 얼굴을 마주하는 것도 치가 떨리는데.

차마 밖으로 내뱉지 못 한 말들을 속으로 삭혔다. 그냥 너랑 말을 섞고 싶지도 않았다.
친 형이라도 되는 듯, 제법 걱정스러운 투로 물어보는 네 말투에 고개를 돌려 네게서 시선을 떼고는 침대 위로 핸드폰을 툭 던지며 대답했다.

"속상해? 사람 패고 온 새'끼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밥을 먹든, 굶어 죽든 신경 끄라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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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굶어죽든 말든 신경 쓰지 말라 했다. 네 말에 잠시 고민하는듯하다 고개를 내젓고는 네 몸을 일으켜 세워 네 몸을 이끌고는 널 식탁에 앉혔다. 웬일이냐는 듯 나와 너를 번갈아 쳐다보는 어미에 눈썹을 들썩이고는 네 맞은편에 앉았다.

"밥 먹는데."
"여기도 밥 하나 줘요."

여유롭게 웃으며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꽤나 먹음직스러운 갈비가 나오자, 입맛을 다시며 한참을 쳐다봤다. 수저를 들려다 멈칫, 아직 네 아비가 오지 않은 것. 그로 인해 수저를 들지 못하고는 가만히 앉아 네 아비라는 작자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이게 무슨, 그림의 떡도 아니고. 한참 뒤에야 들어와서는 왜 밥을 안 먹었냐,며 물어오는 네 아버지였다. 그러게, 누구 때문에 갈비가 다 식어버려서.

"올 때까지 기다려야 줘."

다시 가식.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어미가 갈비를 데워 올 때까지 기다렸다. 또다시 짧지만, 긴 기다림이 시작됐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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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7
너는 혼자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내저으며 내 손을 잡아끌어 날 식탁에 앉혔다.
식탁에 앉은 나를 의외라는 듯 바라보던 네 어미는 이내 네 말을 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에 밥그릇을 가져다주었다.

멍하니 앞에 놓인 밥그릇을 바라보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실실거리며 식탁을 둘러보는 네가 보였다. 아직 아버지께서 나오시지 않아 기다리는 건지, 너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들었던 수저를 내려놓았다.

이내 수건을 목에 두른 아버지가 자리에 앉으며 왜 밥을 먹지 않았냐 물었고, 너는 다시 사람 좋게 웃어 보이고는

"올 때까지 기다려야죠."

하고 답했다.

그런 아들이 사랑스럽기라도 한 건지 너를 따라 씩 웃어 보이던 네 어미는 갈비를 따뜻하게 데워왔고, 내 손에 숟가락을 쥐여주며 말했다.

"넷이 같이 밥 먹는 건, 거의 처음 아닌가? 앞으로 자주 먹자. 얼른 먹어, 정국아. 태형이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웃으며 내 쪽을 바라보는 너에 속이 뒤틀리는 느낌이 들었다.
모두가 어우러져 있는 이곳에, 나만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의미 없는 대화들이 오고 가는 걸 흘려들으며 몇 숟가락 뜨다가, 밥이 반 이상 남아있는 그릇을 들고 일어섰다.

"잘 먹었습니다."

순간 나를 쫓는 여섯 개의 눈동자에, 꾸역꾸역 밀어넣은 것이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얼마나 먹었다고 일어나냐. 그래도 네 엄마가 너 생각해서 차린 건데, 그게 무슨 버릇이야."
"여보, 무슨. 아니야, 정국아. 피곤할 텐데 얼른 들어가서 쉬어."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표정이 잔뜩 일그러져 나를 쳐다보는 아버지에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방으로 들어왔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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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밥을 다 비우지도 않음에 수저를 내리고 자리를 일어서는 널 쳐다봤다. 아버지는 네게 얼굴을 붉히며 화를 냈고, 그로 인해 입안에서 밥풀이 튀기 시작했다. 아, 더러워.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갈비를 제 쪽으로 끌어당겼고, 입안 넣고는 오물거렸다. 네가 방으로 들어서자 아비와 어미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그 사이에 앉아 묵묵히 갈비를 뜯었다.

그릇을 다 비우고는 방으로 들어서자 침대에 누워있는 널 쳐다보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갈비 냄새가 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사내 둘만 쓰다 보니 사내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추우면 이불 덮어라."
"적어도 30분은 열어둘 거니까."

침대에 누워서는 이불을 끌어다 목까지 덮었다. 더럽게도 춥다, 분명 절기상으론 봄이 분명했으나, 아직 4월 초라 그런지 날이 쌀쌀했다. 그렇게 또다시 긴 침묵이 시작됐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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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8
침대에 누워 눈만 깜빡이고 있었을까, 뒤이어 네가 들어왔다.
너는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끌어 덮었다.

"추우면 이불 덮어라."
"적어도 30분은 열어둘 거니까."


훅 끼쳐오는 찬 공기에 인상을 찌푸리고는 곱게 접혀있던 이불을 펴, 그대로 덮었다.

창문을 열어젖힌 너도, 차갑게 닿아오는 공기도 기분이 더러웠지만, 이상하게 답답한 속이 좀 뚫리는,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 기분을 느끼며 눈을 살짝 감았다.

한참을 둘 다 말없이 누워만 있다,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학교에서 아는 체하지 마라. 물론 지금도 안 하지만. 내일부터 네 얘기 존'나 해댈 텐데, 엮이는 거 짜증 나니까."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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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긴 침묵을 깬 건 다름 아닌 너였다. 조금씩 달라지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건가.라고 생각한 순간, 네가 그 희망을 깨버렸다. 아아, 이게 무슨 희망고문도 아니고. 네 말에 휴대폰을 내려두고는 몸을 네 쪽으로 틀어 네 눈을 응시했다.

"왜, 내가 쪽팔려?"
"형제인데."

장난스럽게 킬킬대며 웃었다. 굳어지는 네 표정과는 상반되는 온도 차이에 더 즐겁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다 눈가를 닦아내고는 숨을 고르게 내쉬었다.

"아, 배꼽 빠지는 줄 알았네."

창문을 닫고는 네 침대에 걸터앉아 네 허벅지를 매만졌다. 명백한 도발이었다, 손톱을 드러내고는 할퀴지도 못하는 고양이 새'끼의 도발을 받아들일 준비되었으니.

"싫어, 아는척할 건데."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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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0
내 쪽으로 돌아눕는 인기척이 느껴져 네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한참을 말없이 쳐다보기에 왜, 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네가 먼저 치고 들어왔다.

"왜, 내가 쪽팔려?"
"형제인데."

미'친 새끼.

생각도 못 한 네 말에 보기 좋게 내 표정은 일그러졌고, 넌 뭐가 그리 즐거운지 눈물까지 보이며 웃어댔다.

"아, 배꼽 빠지는 줄 알았네."

넌 몸을 일으켜 창문을 닫고는 내 침대에 걸터앉아 내 허벅지를 쓸었다. 아래로 느껴지는 기분 더러운 감촉에 네 손목을 세게 쥐었다.

"싫어, 아는 척할 건데."

꼬리를 내리기는커녕 잔뜩 치켜들어 도발하는 듯한 네 모습에 헛웃음을 짓고는, 여전히 내 허벅지에 머물러 있는 네 손목을 더 힘주어 잡았다.

"웃기는 새'끼네, 진짜. 남들 다 보는 데서도 이러지 그러냐."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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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제 손목을 힘주어 잡는 너에 작게 인상을 쓰며 아, 하고는 앓는 소리를 냈다. 신경질적으로 네 손을 쳐내고는 손목을 두어 번 돌렸다.

"아파."

네 옆 침대로 넘어가서는 다시 드러누워 하릴없이 휴대폰만 매만졌다. 다시 긴 침묵이 시작되었다. 언제쯤 친해지려나.

언제 잠이 든지도 모르겠다, 눈을 떴을 땐 이미 어두운 밤이었고,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는 네가 보였다. 아, 공부는 딱 질색인데. 네 옆으로 다가가 수열이라 적힌 수학인지, 영어인지 알 수 없는 기호들로 돼있는 책을 덮고는 널 쳐다봤다. 그리곤, 옆에 놓여있던 tv를 가리켰다.

"오락하자."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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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2
긴 침묵에 잠도 오지 않아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다 네 쪽을 보니, 언제 잠이 든 건지 색색거리며 자는 네가 보였다.
여기저기 생채기를 가득 달고 있는 얼굴과는 상반되게 곤히 잠든 표정이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쳐다보다 정신이 들어 고개를 세차게 젓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을 펼쳤다.
이상하게 잡생각이 많이 날 때는, 뭔가에 집중하는 게 제일 나았으니까.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에 인상을 쓰다가도 제법 술술 풀리기 시작하니 어느새 문제풀이에 집중하고 있었다.

눈에 피로감이 몰려와 고개를 뒤로 젖히고는 눈을 살짝 감고 있다 느껴지는 인기척에 눈을 뜨자, 네가 내 책을 덮고는 날 내려다봤다.

"오락하자."

네 말에 바람 빠지게 웃고는 네가 가리킨 tv를 슬쩍 보았다.

"한 번 말 텄다고, 그새 편해졌나 보네. 애도 아니고, 언제 잘 건데."




/쓰니는 정국이 태도가 어떤 식인 게 좋아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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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네 말에 어깨를 으쓱이고는 널 쳐다보다 고개를 내젓고는 게임기를 네 손에 쥐여줬다. 갖가지 장르의 게임 시디를 네 앞에 내밀고는 고르라는듯한 시늉을 했다. gta와 같은 액션 게임을 고르자,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하고 널 쳐다봤다.

"와, 진짜 안 어울린다."

네 손에 들린 시디를 빼들고는 플레이어에 집어넣었다. 게임 화면이 뜨자 널 흘끗 보고는 게임기를 고쳐잡았다.

"난 아까 자다 일어나서."
"넌 하다가 졸리면 자."

game start.라는 글자가 떠오르자마자 화면에 집중하며 게임기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글쎄, 그냥 흘러가는 데로.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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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3
네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방금 전까지는 책을 이렇게 쳐다보더니, 내 모습에 스스로 어이가 없어 작게 웃었다.

원체 지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입술까지 깨물어가며 집중한 게 무색해질 정도로, 첫판은 허무하게 네가 이기고 끝났다.

게임기를 잠시 내려놓고 목을 돌리다 네 쪽을 쳐다보니 몸까지 들썩이며 기분이 좋아 보이는 너에 작게 인상을 썼다.

"공부는 안 하고 게임만 했냐. 지금 피곤해서 그래."

내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어 보이는 너에 고개를 젓고는 턱짓으로 책상을 가리켰다.


"공부나 좀 해라. 집에서 책 읽는 걸 본 적이 없어. 아, 그냥 본 적이 없는 건가."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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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결국 승리는 내게로 돌아왔고, 승리의 쾌감에 빠져있을 때쯤, 넌 피곤하다며 대충 둘러댔다. 그리곤 눈짓을 하며 공부를 하라고 했다.

"그냥 안 하는 건데."

다시 게임을 시작시키고는 네게 하자는 듯 턱짓을 했다. 한참 뒤, 승리는 또다시 나에게로 돌아왔고, 넌 꽤나 분해 보이는듯했다.

"왜 자리라도 바꿔줄까?"

입꼬리를 올리며 널 쳐다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할 수 있는 거라곤, 공부뿐인 병;산 새끼.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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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4
입꼬리를 잔뜩 끌어올려 웃는 너를 쳐다보고는 표정을 잔뜩 일그러뜨렸다. 허구한 날 게임기만 두드려대는 새끼랑 게임이 될 리가 있나.

게임기를 저 앞으로 던져두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로 행했다.

"잘 거니까 헤드셋을 끼든지, 소리 밖으로 안 나오게 해라."

앉았다 일어서니, 접혀 올라간 반바지 아랫단을 내리고는 책상 위에 있던 책을 가방에 쑤셔 넣었다.
옷을 걸치고 자는 걸 불편해해, 습관적으로 윗옷을 벗으려다 뒤를 돌아 널 내려다보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방을 옮겨달라 하든지 해야지. 존'나 불편한 게 한 둘이 아니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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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게임기를 집어던져 잠시 둔탁한 소리가 공중에 울려 퍼졌다. 인상을 찌푸리곤, 널 잠시 쳐다보다 다시 게임에 집중했다. 잠시 뒤, 다시 네 불만이 제 귀에 때려 박혀오자 저도 신경질적으로 게임을 꺼버리며 널 쳐다봤다.

"그럼, 이년아."
"네가 여길 처 기어들어오질 말았어야지."
"사내 새끼가 집 하나 없어서, 재혼한 여자 집에 얻혀사는꼴이. 영..."

비웃음을 흘리고는 네 어깨를 세게 밀치고는 내 침대로 가서 누웠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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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6
"씨'발. 야, 김태형."

순간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치 못해, 누워있는 네 위에 올라탔다.
네 얼굴 양옆으로 팔을 짚어 제 분을 이기지 못 해 덜덜 떨었다.

"다시 지껄여 봐. 뭐?"
"멀쩡히 잘 살고 있는 가정, 무너뜨린 게 네 애미야."
"너는 씨'발, 네 애미가 처음 보는 사내새끼 둘 달고 집 들어온 게 아무렇지도 않냐?"
"내가 꺼져줄 테니까, 원하면 언제든지 얘기해."

주먹을 꽉 쥐며 네 옆으로 내려치고는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아 고개를 뒤로 젖혔다.

"씨'발, 진짜."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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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
지민

‘착한 아이구나’

기대치라는 것은 사람을 끔찍할 정도로 압박에 시달리게 만든다.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착한 아이라는 단어에 속하게 된건지 아니면 그 단어 자체가 나에게 구현되어버린지 구분할 수도 없을만큼 혼란에 빠진 시작이 말이다.

‘이러면 안돼. 우리 지민인 착한 아이잖아. 지민아 그건 나쁜 행동이야. 그러지마.’

내 기억 속에 친엄마라는 키워드가 던져졌을 때 기억나는 단어의 조합은 항상 안된다는 부정어를 포함하고 있다. 나빠선 안돼. 어긋나선 안돼. 이래선 안돼. 너를 만난 순간부터 아니 너를 만나기 전부터 나는 이미 지쳐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이상하다고 여겨지는 모든 곳 속에서 가장 큰 모순점을 안고 사는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말이다.

“완전 샌님. 안 지겨워? 그러고 사는거?”

그렇기에 당연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니가 너무 싫었다. 하지만 티를 낼 수가 없었다. 그건 나쁜 짓이니까. 그것은 나한테 주어진 역할이 아니다. 언제나 착한 아이였던 나한테 엄마가 부여한 역할은 그 아이가 아니라 내가 새로운 아버지께 사랑받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그 아이에게 어떠한 것도 주어서는 안되었다. 미움도 짜증도 그리고 너를 향해 피어나는 정체모를 호기심까지도 말이다.

“병.신”

그렇지만 단 한번은 욕심을 부려도 괜찮지 않을까? 너를 향한 첫 반응은 나의 정체성의 부정에서 시작되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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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저를 쳐다보는 차갑고도 그 안에 숨겨져있는 동정의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 크게 소리를 내며 웃다 결국 터진 입술이 더 크게 터지고는 입술을 부여잡고는 웃음을 멈추었다. 내 앞에 앉는 너와 곧이어 들어오는 새엄마라는 작자, 그 뒤를 따라들어오시는 아버지. 작게 웃음을 짓고는 턱을 괴고는 선생을 쳐다봤다.

"선생님,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
"내가 잘못한 거 인정."

기가 찬다는 듯 혀를 끌며 고개를 내젓는 선생에도 웃음기를 머금은 채로 어깨를 으쓱였다. 아, 재밌다. 진작에 나쁜 양아치 짓이나 할걸 그랬나. 같은 핏줄이라고 저를 감싸고 도려는 건지 상담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 머리칼을 쓰담으며 '그럴 수도 있다. 이맘때쯤은 다 주먹다짐하며 우정을 쌓는 거다.'라는 아버지에 눈을 지긋이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더랬지. 암, 난 저놈처럼 미련한 놈은 아니거든.

집으로 향하는 길의 침묵은 꽤나 지루했다. 재결합 후에 이리 말수가 없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양아치 짓을 하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인지 자꾸만 한숨을 쉬는 새엄마라는 작자와, 그녀의 손을 묵묵히 잡으며 운전을 하시는 아버지. 그 뒤에 앉은 너와 나 사이에 흐르는 침묵이 그리 어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내끼리 살도 부대끼고 하는 거라 했는데.

"공부했냐?"
"문학 책 좀 빌려줘,"

결국 그 침묵을 먼저 깼다. 아, 언제 답할 거냐. 나 죽으면 답할래?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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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9
웃는 얼굴이 꽤나 예쁘다고 생각했다. 너를 처음 본 순간에도 그리고 지금처럼 볼이 부어오르고 입술이 찢어진 상황에서 조차도 말이다. 아무렇게나 말하는 것 같아보이지만 나를 향한 도발을 품고 있는 너의 말투는 내가 아닌 다른 상대였다면 꽤나 효과적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무슨 말을 해도 딱히 밉살스럽지도 얄밉지도 않아보이는 그런 너라는 정체성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

“...”
“아 뭐야 나 무시하는거야? 너무하네. 미워 너,”

한없이 어린애처럼 굴고 있지만 사실은 어린애가 아닌 너의 모습까지 눈 안에 담지 않으려고 했는데도 눈 안에 어느 순간부터 게속 담기게 된다. 그리고 버릇처럼 향하는 시선.

‘태형아 괜찮아? 얼굴이 이게 뭐야.’

다정한 엄마인척 하고 있는 내 앞자리에 앉은 여자의 시선은 따뜻해보이는 척에 가장 능숙해보이지만 그 속에는 냉기가 잔뜩 서려있다. 선생님께 붙들려있는 너와 칭찬을 받고 있었던 나 사이에 기류를 재빨리 눈치챈 다음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던 여자. 너의 아버지가 들으라는 듯이 나에게 너에 대한 무관심을 책망하던 여자. 그 여자의 머릿속은 내가 알고싶지 않아하는 것으로 가득차있고 나는 그것을 수행하기만 한다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 모든 완벽한 계획 속 단 하나의 문제는 당신의 꼭두각시기 당신의 실이 미치지 않는 영향력 아래에서 이미 그 줄을 잔뜩 꼬아버리게 만들고 싶어하는 것. 하지만 꼭두각시는 그 줄이 없다면 지금 당장은 무너져내릴 것임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착한 아이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1번. 일단은 그 체제에 순응하며 새로운 돌파구가 나올때까지 가만히 있는다.
2번. 나는 여전히 착하지만 나 대신 나빠야할 상대를 찾는다.

그리고 추가된 한가지의 전제조건. 나는 착한 아이면서 영리한 아이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지민 진짜 못됐어. 계속 말 안할 거야?”

나는 그 여자와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밝은 분위기가 아니라기에 어둡게 가려다... 응...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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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그렇게 내가 말한 것이 무안해지도록 너는 집에 갈 때까지 말이 오가지 않았다. 아, 또 싸우라는 거야. 뭐야. 진짜. 그렇게 집에 도착해서는 교복도 갈아입지 않고는 침대에 누웠다. 내 옆의 침대를 확인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 내가 게 이 새'끼만 아니었어도 이 새'끼한테 이렇게 쩔쩔 매지는 않았을까.

어미가 들어와서는 내 얼굴을 상처해준다고 했다. 아, 왜 답지 않게 친절한 척. 아까 다 봤는데, 저 새'끼 칭찬하자마자 입꼬리 올라가는 거. 나랑 네가 항상 용의선상에 올라 네가 칭찬을 들을 때면, 쟃빛 얼굴에서 금방 화사하게 생기를 되찾았다. 아, 저 사람 마음에 안 드는데. 저 새'끼 어미니까 참아야지.

"아, 따가운데."
"그냥 쟤가 해주게 하면 안 돼?"
"친해지게."

방문에 기대서있는 널 가리켰다. 방도같이 쓰는데 친해지지 않는 우리가 이상하다고 느낀 건지, 아님 저런 양아치랑은 어울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인지,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아마도 일그러진 표정으로 보아하니 후자임에 틀림없었다. 결국은 네게 구급상자를 넘겨주곤 나가는 어미를 쳐다보다 널 보고는 내 앞의 침대를 턱짓을 가리켰다.

"잠은 자냐?"

/어두운 거 맞는데, 뭔가 계속 밝게 가는듯한 느낌적 느낌.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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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1
“글쎄다. 그게 중요한가?”

꽤나 고왔을 피부가 멍자국과 핏자국으로 엉망이 되어있는 것이 안타까워 혀를 한번 찼더니 기가 막히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상대방의 가치를 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먼저 내가 우위에 서는 것이 우선되어야한다. 나는 김태형을 필요로 하고 김태형은 왠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흥미가 있다. 나는 영악한 아이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김태형은 어린아이처럼 자유분방해보이지만 보는 것 이상으로 속을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나는 지금 김태형에게 내가 가진 기반 중 일부를 걸고 도박을 걸었다.

“뭐야? 아까는 아는 척도 안하더니”
“확실히 그런 눈이면 세상살기 편하긴 하겠다. 부러워. 아 진심이야.”

우스운 상황이지만 나는 너에게 호감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부질없는 감정. 가벼운 노크 소리 하나에도 흝어져버릴 감정이라면 존재하지않는 것만도 못한 감정이었다.

“지민아, 치료는 다 끝났니? 아버지께서 찾으시는데.”
“네, 알겠습니다.”
“... 너 진짜 뭐냐?”

언제까지 김태형의 호기심이 지속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내가 하고자하는 것은 너를 망가뜨릴 수도 아니면 내 어머니란 여자를 파멸시켜버릴 수도 아니면 여전히 방관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새아버지를 폭풍의 눈으로 불리는 이곳까지 끌어내릴지도 모른다.

“...”

단 1시간만의 계획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짜증스러우면서도 역겨운 상상 속에 너의 모습은 나를 향한 원망에 섞인채 울고 있다. 그리고 지금 내 눈앞의 너는 의문이 아닌 공감이라는 감정을 담고 있는 눈을 한 채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말 안할꺼면 하지마. 근데 뭐.. 아니다.”

이미 너를 향한 파동은 내 맘대로 일으켜버렸고 이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내 몫이 될 것이다. 내 정체성이란 낙인을 긁어내는 시간 속에서 망가지는 것은 너가 될까? 아니면 제 3자가 될까? 단 하나 확실한 것은 내가 아니라는 것. 그것뿐이다.

/솔직히 어두운 것보다는 기싸움?쪽으로 자꾸 쓰고 있는 것 같아서...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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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뭐냐고 묻는 네 말에 어깨를 들썩였다. 대체 뭐가? 어떤 걸 묻는 건데, 내가 싸움질한 거? 아님, 내가 네 말 하나 듣자고 이 지;랄인 거. 그것도 아니면, 뭘까. 치료가 끝난 상처를 절대 매만지지 않을 거라 다짐하고는 침대에 누웠다.

"아버지가 찾는 대잖아."
"안 나가?"

내 말에 아, 하며 나가는 너였다. 그렇게 눈을 감으려던 순간.

"태형아, 엄마랑 이야기 좀 해."

누구 마음대로 엄마래, 난 엄마라고 받아들인다고 한 적 없는데. 내 장모 될 사람 아닌가. 속으로 비웃음을 흘리며 몸을 일으켜 앉았다. 내 얼굴을 보더니 한숨을 쉬는 것 같기도 하고.

-"언제까지 싸움질하고 돌아다닐 거니."
"오늘만 싸움질했는데요."
-"태형아, 너 착한 아이잖아."

착한 아이는 개'뿔, 언제 적 말하기냐. 내가 무슨 유치원 생도 아니고. 넌 착한 아이잖아, 그렇지. 그렇게 말하면, 나쁜 어른이 네, 알겠어요. 하면서 5살배기의 유치원생처럼 돌아올까. 헛웃음만 나오려는 걸 입술을 꾹꾹 깨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몰라, 난 너 좋으니까, 좋아. 응, 좋아. 근데 나 일어나서 이을게/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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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2
“아 선생님께 들었다. 우리 아들 고생많았다. 앞으로도 부탁하마.”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감정회로에 과부화가 걸려버린 사람이 내 어머니란 사람이라면 다정하려고 애쓰지만 기본적으로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 바로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그 사람의 말은 주어가 불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더욱더 그 대상이 누구인지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너를 닮은 얼굴이지만 너와는 애초에 다른 그릇이다.

“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그리고 내밀어지는 돈봉투. 그리고 내 표정을 살피느라 가늘어진 눈. 조용히 눈을 내리깔고 손을 내밀며 고개를 숙인다. 조금 통통한 볼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럴때면 너의 눈빛만큼이나 가장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무기 중 하나가 된다. 약간의 의심마저 남자에게 떨쳐내고나니 이번엔 여자가 내 팔을 붙잡고 사나워진 눈을 한 채 아무도 보지 않는 곳으로 끌고간다.

“김태형은? 뭘했는데? 아니 됐어. 어차피 그 애 정돈 아무것도 아니니까 괜찮아.”

고상한 척보단 역시 천박하게 구는 꼴이 어울린다. 담배라도 하나 물고 싶은건지 손가락을 벌벌 떠는 주제에 표정만큼은 안아주고 싶을정도로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저런 얼굴은 오히려 김태형과 닮아있어 헛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나와 닮아있지만 나와는 달리 큰 눈이 예쁘게 휘어지며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오히려 여자와 너를 모자 사이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아무일도 없었고 그럴 일도 없어요.”

남자에게 받은 돈봉투를 쥐어주며 겨우 등을 돌려 여자의 품 속을 빠져나오니 이젠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웃음을 짓고 너가 다가온다. 이젠 지끈거리던 머리까지 엉망진창이 될 것같아 평소처럼 모른 체하고 지나가려하니 서운하다면서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니가 남아있다.

“너는 왜 내가 싸움질을 하든 사고를 치든 그럴때만 얼굴이 바뀌냐? 존‘나 나빠.”
“......”
“봐봐 또 말 안하지. 치사해"
"내가 말을 하면 뭐가 바껴?"
"글쎄...? 바뀌곤 있잖아"

모든 것은 변하면서도 또 변하지않는체로 존재하지만 그것에는 인간의 의지가 항상 개입될 수 밖에 없다.

"꽤나... 재미있어졌어. 전부 말이야"

너와 나 , 여자와 너 그리고 남자와 나. 과연 같은 편인 쪽은 어디일까? 아니 애당초 상대방이라는 단어가 존재하긴 했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 웃음이 입술 끝으로 삐져나오기 시작했다. 이제야 겨우 모든 것이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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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재밌어졌다며 웃음을 피식이는 널 보며 저도 개구지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아, 진작에 이렇게 무식한 주먹다짐이나 해볼걸. 이렇게 쉬운 걸 이제야 이루었다니. 나한테 주먹다짐이라도 해보라는 남준이 형을 얼싸안고는 둥실둥실 춤을 추고 싶었다. 드디어 내가 해냈다고, 이 콧대 높은 놈 내가 드디어 잡아세웠다고.

"재미만 있으면 뭐 해."
"관심은 없고?"

네 뒷주머니에 꽃인 돈 봉투를 확인하고는 네 뒷주머니에서 돈을 빼냈다. 아, 뭐야. 액수 별로 안되는데. 우리 아버지, 성격 많이 죽으셨네. 아니, 요새 경기가 안 좋으신 건가. 신사임당이 그려진 황토색의 지폐 4장을 꺼내 내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네 주머니에 다시 꽂았다. 그리곤 나오는 어머니에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방으로 들어섰다.

휴대폰을 집어 들고는 남준에게 문자를 넣었다. 오작교 역할을 해준 게 다름 아닌, 이 형인데. 밥 한 끼는 사줄 수 있지 않을까.

형, 나 공돈 생겼는데.
밥 먹으러 갈래?
[오후 5시 39분]

잠시 후, 띠링 문자가 하나 날라왔다.

무슨 바람이 들어서,
나간다.
뷔페 쏴라.
[오후 5시 40분]

문자를 확인하고는 코트를 집어 들었다. 그 순간 너와 눈이 마주치자 다시 눈이 접히게 웃어 보였다.

"우리, 밥 먹으러 가자."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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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4
꽤나 자신만만한 표정이 역시 얄밉다는 생각이 든다. 너와 나의 관계에서 확실히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쪽은 너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여유인건지 천성인건지. 속을 다 보여주지만 그것만으로는 너라는 사람을 오롯히 판단할 수는 없다.

“아 박지민, 내가 산다니까 너 지갑 안뜯어!”

약간의 미소와 대꾸 하나만으로 자연스럽게 내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내 팔을 흔들면서 떼를 쓰고 있는 것을 보면 바보인지 아니면 천재인지 그 갈림길에서 요묘하게 빗겨나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안하지만 거부할게.”
“어 대답했다. 그러면 가는거야. 가자.”

항상 느끼지만 수많은 계산들은 김태형 하나 때문에 변수가 아니라 파괴가 일어나고 모든 것은 산산조각나버린다. 상대방의 경계선을 원한다면 언제든지 무너뜨릴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너의 눈은 너가 나의 장기말 중 하나가 된 순간에는 유용한 무기가 될테지만 실패해버린다면 나를 무너뜨리는 가장 큰 키워드가 될 것이다.

“어.. 야!! 잠깐만!!”

순식간에 나를 끌고 밖으로 나가버린 것처럼 말이다.

“김태형, 너 진짜 지금 뭐하는건데?”
“화나? 그러면 나 실컷 뜯어라. 지금 친구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혼은 나중에 내고 지금도 좀 늦었어. 빨리”

너와 발걸음을 맞춰가고 굳어있던 표정이 조금씩 풀려가고 앞서가는 너의 마른 등을 보며 안정감을 얻는다. 그리고 묘하게 손끝이 따뜻한 편인 나와 손끝이 차가운 편인 너의 손에 얽히는 순간에 거리감은 다시 현실이 된다.

너와 나의 세계. 그리고 나의 세계. 그리고 뒤에서 느껴지는 누군가의 세계.

“멍청이”

주어가 불분명하지만 상대방을 확실히 알 수 있는 단어는 결국 내 입 안에서 맴도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을 드러내버린다.

/생각보다 내가 너를 더 좋아하나봐ㅋㅋ 나빠지려다가도 자꾸 멈칫거린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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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멀리서 저를 향해 손을 흔드는 남준에 저도 손을 흔들고는 뒤에서 어물적 어물적 거리며 걸어오는 네 손을 잡아끌어 뛰기 시작했다. 저 형이 성격이 만만치 않아요. 숨을 헐떡이며 남준의 앞에 서서는 숨을 고르게 내뱉으려 노력했다. 식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여전히 걸음이 느린 너를 뒤로하고는 남준의 옆에 꼭 붙어서는 너에게 들리지 않게 작게 말했다.

"형, 저놈이야."
"내가 관심 있다던 놈, 동시에 내 가족인 놈."

그 말에 널 흘끗 돌아보는 남준이었다. 아, 그러면 티 난다니까. 등짝을 한번 때리고는 남준의 얼굴을 다시 돌려 앞을 보게 고정했다. 저 또한 말하지 않는다는 양, 이빨을 앙 다물고는 어눌한 말투로 말했다.

"앞에 보라고."

한참을 투다 거리다 남준이 가고 싶다던 뷔페 안으로 들어섰다. 고등학생, 8만 원. 진짜 난 식당이 이해가 안 가는 게, 왜 중학생까지만 어린이로 치냐 이 말이다. 아직 민증 나오지 않은 어린 학생일 뿐인데. 네게서 빼낸 20만 원이 무용지물이 되었다. 카드를 꺼내 긁고는 자리에 앉았다.

"실컷 먹어."
"비싸다."

앉지도 않고 가려는 형의 뒤를 따라 코너다 앞에 서 접시를 집어 들었다. 뭐가 맛있으려나.

/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나쁘게 가도 되고. 아, 근데 나 진짜 위에 애랑 헷갈려. 위에는 내가 엄마 아들이고, 여기는 아빠 아들이니. 둘이 바뀐 건 아니지? 암튼 너무 헷걸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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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5
역시나 걱정했던대로 카톡창은 불이 나기 시작했다. 가장 최악인 경우인 남자가 보는 일은 면했지만 남자의 수족이 봐버린 것이다. 드디어 태형도련님과 친해질 생각이 들었냐며 들뜬 마음으로 카톡을 하는 남자를 말리느라 자신을 남준이라고 소개한 남자와 태형이 산더미만큼 접시에 쌓아올 때까지 미간이 찡그려지고 속이 끓어올랐지만 당연하게도 그게 내 위치였다.

도련님이라고 불리지만 나는 김태형과 결코 동급의 존재는 아니다. 엄마라는 여자의 재력과 권력 자체가 김태형의 아버지의 권력에 비해 밀리지않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남자의 고용인에게조차 자연스럽게 을의 입장이 된다.

“지미나? 짐나~ 박지민!!!”
“... 뭐야!!”
“밥 안먹어? 이거 엄청 맛있는데?”
“읍,읍 야 잠만 김태형!!”

김태형은 정말 거침이란 걸 모르는 것 같다. 잠시 생각에 빠지는 시간조차 주지앉으려고 하다니. 바로 음식을 집어 있는대로 입에 밀어넣어버리는데 옆의 남자는 신경도 쓰지 않은체 음식의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정말 조합적으로 불균형적이고 신경도 안쓰고 그런데 뭔가 맞는 것 같다.

“시끄럽고 이거나 먹어.”

그리고 그 남자는 사진을 찍다 질렸는지 너와 내 입에 음식을 하나 물려주고는 또 혼자 놀고 있고 너는 멍때리다가 나를 냅두고 다시 그 남자에게 달려들어 장난을 치고 있다. 그리고 남은 나는...

“아.. 존‘나 아 매워!! 아!!!!”

그렇게 화룡점정을 찍었다. 너와 나를 감시하는 눈이 하나도 없는 아주 작은 공간에서 내가 보여준 빈틈 혹은 반응은 나에게 너와의 관계에서 아주 가느다란 연결고리를 하나 더 추가시켰다. 지금의 내 모습은 정말 그 여자처럼 기만적이고 역겹다.

/위에 것도 한번 읽어봤는데 우리 집이 좀더 멍멍이판인거빼고 진짜 완전 달라 ㅋㅋㅋ 같은 글 같은 소재인데 세세한 것까지 이렇게 다른거 되게... 너 엄청 힘들겠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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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모두가 접시에 한가득 쌓아올려 들고 와 먹기 시작함에도 불구하고 넌 자리에 앉아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마치 이 공간엔 너 혼자만 있다는 듯. 인상을 옅게 찌푸리고는 질퍽한 고기만 질겅질겅 씹다 네 입에 꽤 매운 치킨 살코기를 네 입에 밀어 넣었다. 그러곤 네 머리를 쓰다듬었더랬지.

"많이 먹어, 멍멍이."

그런 제 모습에 혀를 내두르며 헛구역질을 해대는 시늉을 하는 남준에 인상을 쓰고는 하나 남은 치킨을 내 입에 집어넣었다. 그걸 왜 먹냐며 얼굴이 빨개져서는 제게 따지는 남준에 어깨를 으쓱이고는 제 머리칼을 매만졌다.

"시끄러."

접시를 다 비우고는 새로운 접시에 음식을 한가득 담아왔다. 고기는 질겨 맛이 없었으며, 고기의 비린내를 잡아내지 아니한 건지 비린내가 나 역겨울 지경이었다. 생선의 가시는 수없이 많아 보여, 뼈를 골라내는 것을 포기하고는 감자튀김을 집어 들었다. 감자튀김은 눅눅해져 맛이 없었으며, 그나마 건질 거라곤 감자튀김을 들고 오며 받아온 콜라뿐이었다. 콜라를 따며 네 앞에 내가 먹던 접시를 내밀었다.

"맛있게 먹어."

옆에선 남준이 쓰레기 놈이네,라며 큭큭 거리며 웃어대기 바빴고, 저 또한 남준의 장단에 맞추며 큭큭 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엥? 난 별반 다를 거 없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달라?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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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19
얼핏 봐도 상태가 안좋은 음식들. 그리고 쓰레기란 단어를 직접적으로 내뱉은 남자와 동조하고 있는 너. 그리고 별다른 표정 없이 그런 음식들을 입에 밀어넣으면서 웨이터에게 물 한잔만 가져달라는 나. 입 안에서 남아있는 음식물들은 이미 음식이라고 불리기 힘든 상태로 잘게 씹혀지고 있었고 조금 일그러지고 있는 표정의 남자와는 달리 너는 여전히 예쁘게 웃고만 있었다.

“맛없네.”

목구멍에 생선 가시가 들어간 듯 답답하기 그지 없지만 음식을 향해 뻗은 손은 여전히 정갈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너는 또 다시 한껏 음식을 들고와 나와 눈을 마주치면서 음식을 밀어넣고 있다 .경쟁이라도 하는 건지 아니면 서로 머리에 뇌가 없다는 것을 증명이나 하고 싶은 건지 눈은 둘 다 쳐져있는 주제에 오기로나마 밀어넣고 둘이서 동시에 일어났다가 나는 일단 주저앉고 너는 화장실로 뛰어간다.

“그러고 살면 안피곤해? 마셔.”

남자가 나에게 물을 건내주더니만 배를 잡고 갑자기 크게 웃어버려 나도 모르게 같이 웃어버렸다. 이렇게 멍청하고 이렇게 잘 어울리는 형제가 둘 있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우스운 일일 거다. 속에서는 역겨움이 밀려오고 있는데 정말 나도 모르게 탁자를 있는대로 치며 웃어버렸다.

“뭐야 왜 너희 둘만 웃어? 야 뭔데? 김남준 이럴 거야?”

억울해죽겠다는 표정으로 남준의 팔을 잡아당기는 태형을 보고 지민은 눈에 눈물까지 맺힐 정도로 웃어됐다. 가장 질이 안좋은 음식을 골라온 태형에 대한 복수심이 아니라 정말 그 순간이 너무 우스워서 웃었다. 남준이 어떤 감정으로 자신에게 동조해서 웃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게 다였다. 박지민이라는 정체성을 부정하는게 너무 쉽고도 간단해서 그리고 김태형이 어떤 행동을 하든 이미 동요해버리기 시작한 마음이 너무 즐거워서 그리고 이미 레스토랑 밖에서 너와 나 그리고 남준까지 찍고 있는 남자의 시선이 너무 자유롭게 느껴져셔 즐겁고 끔찍했다.

“웃기잖아. 태형아 재밌지않아? 나는 지금 진심으로 즐거워.”

당황하는 니 모습을 보니 더욱더 기분이 좋아졌다. 돌이킬 수 없는 아니 되돌릴 수는 있지만 그럴 의지가 없는 내 운명의 수레바퀴는 완벽하게 내 손으로 금을 내버렸다. 이제 여자의 시선은 너에게로 향할 것이다. 쓸모없는 친자식이 아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싶은 너에게로 말이다.


/나는 독자입장도 같이 하다보니까 내눈으론 되게 달라보여 ㅋㅋㅋ 윗분의 캐해석을 내맘대로 해버려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기본성격이 삐뚤어지고 까칠한 것같기는데 그게 표출되는 과정이 다르다해야하나? 그래서 전체적으로 좀 많이 달라진 느낌? 내눈한정으로는 그렇게 보여.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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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제가 내민 음식을 그대로 받아먹을 줄은 생각지 않았다. 아니, 상식적으로 그걸 받아다 먹는 사람은 없을 테니.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음식을 계속해서 밀어 넣는 너에 헛구역질이 나오려는 걸 애써 참았다. 상황을 회피하고자,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잔뜩 담아 널 응시하며 음식을 밀어 넣었다. 네가 역겨운 음식을 먹는 것이 문제였건 건지, 결국 속에서 밀려 올라오려는 걸 참지 못하고는 의자를 박차고 달려 화장실로 향했다.

조용한 화장실에서 한 사내의 더럽고 질척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다 제 등을 쓸어내리는 손길에 고개를 들어 그 사내를 응시했다. 또 내 안전을 핑계 삼아 경호를 붙인 탓이겠지. 친한 경호원이긴 했으나, 이런 식으로 나 내 앞에 찾아왔다는 게 내 뒤를 밟았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속을 다 게워내고는 몇 번이고 따라오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자기가 해야 되는 일이라며 몇 번이고 손사래를 치다, 꽤나 무섭게 호통을 치니 그제야 꼬리를 내리는 사내였다.

자리에 돌왔을 땐, 남준과 둘이 크게 웃고 있었고 왠지 모를 소외감이 들었다. 재밌다며 책상을 쾅쾅, 내리치며 웃는 너에 인상을 잔뜩 구기고는 널 쳐다보다 포기하고는 자리에 앉아 콜라만 홀짝였다. 드디어 진정한 것인지 웃음을 멈추는 둘에 입술을 삐죽이다 네 앞에 놓인 음식을 미모의 아르바이트생에게 치워 달라고 했다.

"근데, 너 속 안 아프냐."

분명 보기만 해도 역겨운 음식을 아무렇지 않은 듯 먹은 네가 걱정돼서 물었다. 내 시선은 계속해서 널 응시했고, 넌 내 시선을 느낀 건지 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캐릭터가 다른 거구나. 근데, 나 브금 계속 들어서, 꿈에도 나올 것 같아.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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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1
“속아파, 역겨워, 솔직히 지금 니 얼굴을 주먹이라도 갈기고 싶어. 입이라도 손으로 찢고 싶어.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지는 입도 뚱실한 주제에 나도 니 입 손으로 잡아서 뜯어내고 싶거든?”
“그래 너 눈 너무 커 그래서 가끔 보면 엄청 짜증나. 무슨 개눈‘깔도 아니고 징그러”
“와 지는 찐빵같이 생긴게 안에 넣은 팥주머니 다 터지도록 밀어넣더니만 맛이라도 갔나 왜 이래?”

당장이라도 멱살이라도 잡히고 싶은건지 폭주하다가도 멈짓하고 딴 소리를 하다가도 비난이 오가고 내 말 하나하나는 지금 너의 아버지께 전달되고 있을 것이다. 얌전한 척 몇 년을 이미지메이킹 한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기존의 이미지를 내맘대로 붕괘시키고 있다. 지금 여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소름돋는 데자부에 나를 죽이고 싶어할까 아니면 나를 칭찬해주고 싶어할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내가 보고 배운 것은 그 여자가 하는 행동 그것뿐이니까.

“박지민, 너 이상해. 다른 사람같아. 뭐야 그 태도는”
“뭐가?”
“거짓말쟁이”

사람의 환심을 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여자가 택하는 방식은 항상 한가지였다. 자기 자신을 있는대로 저평가하도록 군 뒤 그 뒤에 한 순간의 틈을 잡아 약점을 찌르는 것. 위험부담성도 크고 하는 동안 멸시와 비난을 피할 수가 없지만 그 여자는 그 방법을 주로 즐겨썼다.

‘지민아, 사람들은 말이지 되게 간단한 부분에서 많은 것을 놓쳐. 자기 옆에 두는 사람들은 무조건적으로 경계하는 주제에 자신과 몸을 섞은 여자들 혹은 자신과 비교할 수도 없이 낮은 지위를 가진 상대에게는 지멋대로 정보를 흘리는거 우습지?’

물론 그 말을 꺼낸 당사자가 5살짜리 어린애앞에서 담배에 불이나 붙이면서 꺼낸 소리라는게 어이없는 부분이지만 말 자체는 틀린 것이 없었다. 물론 그런 인간이였기 때문에 나에게 처음부터 프레임을 강요하고 위에서 처음부터 인정받기를 원한건진 모르겠지만 그에게서 얼마 안되는 돈봉투를 건내받는 순간부터 더 이상 말을 잘 듣는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칭찬 고마워”

내 어미란 여자도 너의 아버지도 나에게 한계를 규정지은 이상 나에게 남은건 너라는 존재뿐이다.


/난 폰으로 해서 한번 듣고 그 뒤로 안들었는데 ㅋㅋㅋ 브금이 글 분위기 잡기는 좋은데 계속 들으면 뭔가 서커스하는 꿈 꿀 분위기야 ㅋㅋㅋ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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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분명 너에 대한 멸시와 온갖 욕을 갖다 붙였음에도 불구하고 고맙다며 인사해오는 너에 헛웃음이 났다. 첫 번째론 고마움이 뭔지 모르는 아이인 줄 알았고, 두 번째엔 그냥 네 어미를 닮아 미'친'놈이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뷔페에서 나와서는 집으로 걷기 시작했다, 제 집과는 정반대 편인 남준은 나오자마자 날 이용했다는 마냥 인사도 없이 가버렸고, 그에 익숙한 듯 그와 반대편으로 걷기 시작했다.

우중충했던 날씨가 심술이라도 부리는 건지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순간 제 몸을 감싼 빗줄기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그리곤 뒤를 돌아 널 쳐다보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널 보며 한참을 큭큭 거리며 웃었다. 그런 제가 웃겼는지, 너 또한 날 따라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길거리에서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배를 부여잡고는 땅을 내려칠 듯 웃다, 웃음을 멈추고는 하늘을 쳐다봤다.

"아, 이거 맞으면 아버지한테 뒤'지는데."

아까부터 계속 옆에 있던 검은 차를 응시했다. 따라다니지 말라니까, 검게 선팅이 된 차 안에서의 남자와 눈이 마주치는듯했다. 곧 우산을 들고 나올 기세라 네 손을 잡고는 뛰었다. 날 옥죄는 구속은 너무 싫다. 용수철을 누르면 누를수록 튀어 오르듯이, 아버지가 날 구속할수록 더 튀고 싶기 마련이었다.

"아, 그만 뛰라고."

네 말에 네 손을 놓고는 숨을 고르게 내쉬었다. 아, 더 혼나겠네. 아픈 심장을 부여잡고는 숨을 고르게 내쉬려 노력했다. 금기 상황이 하나 있다면, 뛰는 게 금지돼있다는 것이다. 물론 필요에 의해 가볍게 뛰는 건 상관없었으나, 방금처럼 이렇게 뛰다간 심정지로 사망이 가능했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 미친 듯이 뛰어대는 심장에 쭈그려앉아 작게 인상을 썼다.

"존'나 힘들다. 그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커스. 겁나 웃겼다. 브금 들어야, 적당한 어두움을 찾을 수 있어.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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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5
“조금? 아프냐?”

처음 만났을 때처럼 너는 나에게 웃어보인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양 방금 전 놓았던 내 손을 꽉 잡고 고개만 흔들면서 괜찮다고 하는 니 모습이 답답하면서도 나와 닮아있다.

‘니가 박지민이지? 귀엽다. 앞으로 잘부탁해“
‘....’

꽤 많이 자라 지저분한 머리를 하고 있던 지금보다는 조금 작고 지금보다 좀 더 마르고 지금보다 좀 더 까맸던 그 어린아이는 자신의 집을 침입한 칩입자에게 제일 먼저 미소를 건냈다. 전처의 자식에게 한껏 독기를 품고 온 어머니가 민망해질 정도로 당연하다는 듯이 나에게 손을 건냈고 나는 그 손을 단 한번도 쳐다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너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을 유지했다.

‘아 지민아 같이 가야지, 어머니가 아시면 걱정하시잖아. 아버지가 차 대기시켜놨어.’
‘...’

꽤나 독살스럽다고 들은 너의 친어머니와는 다르게 너가 지닌 지나친 상냥함은 오히려 어머니의 의심을 불러일으켰고 기어코 너에 대해 뒷조사까지 해버리도록 만들었다. 그러고나서야 어머니는 비로서 안심할 수 있었다. 김태형과 박지민 두 저울 사이에서 박지민은 김태형보다 우위에 있을 수 있다. 이 문장이 주는 쾌감이 어떠했는가? 단 한줄의 글로 인해 진심어린 미소를 지은 어머니는 그날 이후로 계속해서 새아버지의 방을 침범했고 명확하지 않았던 그것을 좀더 구체화시키고자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이 단순히 새아버지의 재산이였다면 나는 김태형과의 관계가 이렇게까지 엉망진창으로 파탄나지는 않았을 거라고 지레짐작만 하고 있다.

“근데 지민아, 너 정말 오늘 왜 이러는거야?”
“알면 도와줄 거야? 아니면 여기서 끝내버릴 거야?”

지금도 그녀는 남자의 방안에 무릎을 꿇고 앉아 뱀같은 혀로 남자의 온 몸을 동여매고 있을 것이다. 너는 나의 폰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나의 비숍으로서 내 옆에 존재할 것인가? 아니면 그녀의 퀸이되어 내 목을 베어낼 것인가? 이미 전진해버린 나이트는 절대 되돌아갈 수 없다.

“태형아, 도와줘. 제발”

/나는 브금들으면 경쾌하다고 해야하나? 발랄해져서 ㅋㅋㅋㅋ 와... 근데 꽤 많이 쓴 것같은데 이제 겨우 시작이야 진짜 미쳐...ㅋㅋㅋ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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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에 살짝 인상을 썼다. 결국 목적은, 네가 얻으려는 그 무언가를 갈망하기 위해 나에게 손을 뻗었다는 것인가. 심장을 부여잡고는 일어섰다. 비에 젖어 절 딱 달라붙은 머리칼을 쓸어넘기고는 네 눈을 응시했다.

"내가 도와줄 건 없는데. 돈이 필요한 건가,"

언제부터 비가 그친 것인지 비는 오지 않았고, 언제 비가 왔냐는 양 다시 밝아지는 주변이었다. 비를 맞은 탓일까. 아니면 운명에도 없던 고생을 한 탓일까. 어느 쪽이든 단지 내 몸이 조금씩 떨려온다는 것이었다. 여전히 내 뒤를 걷는 너를 한번 쳐다보고는 네 손을 잡아 이끌어 내 옆에 서게 했다. 네 온기가 조금씩 전해지자, 몸의 떨림이 어느덧 진정되는듯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너는 나에게 의미가 불분명한 도움에 대해 일절 이야기하지 않았다. 물론, 집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도련님, 하며 호들갑을 떨며 달려오는 가정부와 집사가 있었고. 내 뒤에 똑같이 비를 맞은 넌 신경 쓰지 않는듯한 행동을 취했다. 네 팔을 잡아끌어서는 네 옆에 세웠다.

"얘도 같이 젖었는데."

마른 기침을 하고는 널 쳐다봤다. 사시나무 떨리듯 흔들리는 몸에 네 팔을 잡은 손에 더욱더 힘을 줬다. 고작 비 하나 맞았다고, 이렇게 골골거릴 줄이야. 참 약골 중의 약골이다. 제 몸엔 수건이 둘러졌고, 화장실로 향하려던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 자리에 고꾸라져서는 눈을 감았다. 기절, 이건 명백한 기절이었다.

/브금 들으면, 그냥 뭔가 글에 집중돼서... 나는 브금 듣고 한다. 아... 뭐, 괜찮아. 우리 오래 봐요. 난 너 좋아.ㅎㅎㅎㅎ.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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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7
너는 처음으로 용기를 냈고 나는 처음으로 반항을 해보았다. 그리고 너는 무너져내렸다. 몸이 버티지 못한 까닭이다. 너는 강한 사람이지만 너의 몸은 강하지 않다. 그리고 나는... 어느 것 하나도 강하지 않다. 무너져내리는 너를 보고 눈물이라도 울컥 차오르기 전 끔찍한 얼굴을 한 여자의 눈빛 하나만으로 나는 감정을 내보낼 수 없게 되어버리니까.

“미‘친 새끼, 니가 그딴식으로 굴어봤자 너는 아무것도 아닌거 알잖아. 사랑하는 내 아들, 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모를 것같아 아니면 알 것 같아?”
“모르시는 것 같은데요? 그런 병‘신 하나에 목매달고 있는 어머니야말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겁니까?”
“지민아, 나는 너를 위해서 하는 일이야. 이건 전부”
“압니다. 어머니, 저는 착한 아이잖아요. 엄마가 무슨 말 하고 싶은건지 다 알아요.”
“근데 왜!!!”
“김태형은 생각보다 멍청하진 않지만 몸뚱아리는 지금 고장나기 일보직전인 아슬아슬한 상태예요. 갖고 싶지 않아요? 저런 쓰잘떼기 없는 몸뚱아리에 붙어있는 뇌가?”

그렇기에 너를 옹호하지 않는다. 그녀 앞에서 나는 너가 들으란 듯이 칼날을 세운 단어들을 내뱉으며 그녀를 안심시킨다. 이미 나와 너의 다툼은 집안 전체에 퍼진 일이고 너와 나의 동질감은 어느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부류이기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믿지않는 그녀의 눈은 어느새 차분해져있다.

“들어가 쉬어. 아들 엄마는 아들을 믿어.”
“네”

방 안에 가득 달려있는 CCTV와 도청기는 그들의 믿음을 지속시켜준다. 그들은 감정이 있는 것들보다 그들이 조종할 수 있는 것들을 믿으니까. 너는 누워서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고 있고 나는 그 옆에 앉아 조용히 내일 배울 부분을 예습한다. 너의 앓는 소리를 들으며 메이드들은 너를 간호하느라 정신이 없고 나는 평소처럼 인상을 몇 번 찡그리다 이어폰을 들으며 그렇게 너와 나의 단절을 견고히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너는 여전히 고통에 차있고 나는 공부를 한다. 그리고 방 안에 불을 끄고 너의 침대로 넘어간다.

“으,,,,하아... 하...”
“....”

너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어주며 어떠한 소리도 내지않고 내 몸으로 너를 있는 힘껏 끌어안는다. 조금 차가웠던 니 체온은 고통으로 인해 뜨거워져있고 조금 뜨거운 편인 내 체온은 긴장김으로 인해 평소보다 조금 낮은 온도로 변해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행동으로 인해 시작된 평소와는 다른 체온이 얽히는 순간은 사실... 정말로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던 것 같다.

/나도 너 좋아ㅎㅎ 낼부터 혐생만 아니면..ㅠㅠㅠ 아마 평일에는 저녁하고 밤에만 올 것 같은데 텀 길다고 뭐라말구 오래가요 ㅠㅠㅠㅡ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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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눈을 떴을 땐, 눈앞이 흐려졌다, 밝아졌다를 반복했다. 뜨거운 숨을 내뱉고는 주변을 느리게 돌아보다, 책상에 앉아 있는 둥그런 머리를 네 뒤통수를 멍하니 쳐다봤다. 지민아, 목소리가 나오질 않고 목구멍 앞에서 먹혀들어갔다. 지민아, 지민아...

일탈을 꿈꿔오며, 동경해왔었다. 금기 상황들을 깨본 것도, 다 네 덕이였으며 네 덕에 실로 오랜만에 진실된 웃음을 지었다. 훅 끼쳐들어오는 차가운 느낌에 으으, 하며 느리게 눈을 떴다. 처음 눈을 떴을 때 첫 번째로 시선에 들어왔던 것은 비어있는 네 침대였으며, 두 번째는 너를 닮은 네 어깨였다. 시시티브이가 작동하고 있음을 알리는 빨간불이 깜박였고, 네 손을 짧게 잡았다 네 몸을 밀쳐냈다.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눈과 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았으며, 그 모든 눈과 귀들이 나를, 우리를 옮아죄여왔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땐, 생각보다 전보다 가벼운 몸이었고. 밤사이 계속 괴롭혔던 열은 어느 정도 내려가듯 했다. 죽을 들고 들어온 집사와 눈이 마주쳤고, 그 뒤에 서 있던 너와 눈이 마주쳤다. 너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다시금 기침을 뱉어내고는 시선을 돌려버렸다. 어젯밤의 일이 상기되는듯한 느낌에 다시금 몸이 달아올랐다. 나를 앉히고는 죽을 무릎에 올려주는 집사를 쳐다보고는 숟가락을 쥐어들었다. 옆 침대에 걸터앉은 널 쳐다보곤 죽을 한 숟가락 떠 입에 밀어 넣었다.

"학교 안가?"
"네가 안 가서, 나도 못 갔어."
"안간 게 아니라, 못 간 거야,"
"벌벌 거리는 약골 새'끼."

네 말에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숟가락질을 멈추고는 마른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그래서, 나랑 나간 거 후회돼?"

/엉, 나도 현생 때문에 밤에만 이을 수 있어요... 빠르면 9시 늦으면 10시쯤부터.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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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8
“대부분의 경우에는 후회란걸 하지않나? 도련님,”
“나가 . 나가라고”
“여기가 니방이야? 아 니방은 맞는데 상황에 따라서 불쾌할 수도 있는데 버릇없네.”

일부러 어느 것 하나도 분명하게 대답하지 않았다. 부정적인 어투를 사용하지만 한 두군데쯤 남겨진 여지. 집사의 얼굴은 이미 한심함으로 가득차있고 힘이 없던 니 눈은 어느새 독기로 가득차있다.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벌써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일을 행해야한다.

“니가 뭔데 지‘랄이야? 나가!!나가라고!!!”
“시끄러워!!!”

얼굴이 시뻘개진 너는 온몸을 구르다싶이 쿵쾅거리면서 침대에 있는 도청기를 아무것도 모르는 냥 부수고는 가련한 척 숨만 몰아쉬고 있다. 너의 연기에 맞춰 나는 정중하게 나가려하다가 당황하는 집사님과의 가벼운 몸싸움을 벌이다 아주 작은 CCTV하나를 부섰다. 그 수많은 장치들 중 딱 한 순간의 사각지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걸 파악하는 시간은 앞으로 넉넉잡아 10분.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장치들이 도처에 깔려있기에 단 하나의 타이밍도 놓쳐서는 안된다.

“좋네, 이젠 도련님스럽게 이불까지 쓰시고 드러누울려고”
“니가 뭔데 난린데!!!”

나는 등으로 카메라를 가리고 너는 악을 써서 일어나는 소음을 막는다. 비춰지고 있는 것은 씩씩대며 난리를 치고 있는 너와 나 둘 뿐일꺼다. 생각보다 너와 나의 호흡이 잘 맞는 것이 놀라울 지경이면서도 놀랍지 않다.

너와 나를 강제로 끌어내기 겨우 4분전 너에게 미리 써놨던 종이가 굴러들어가고 너는 그렁그렁해진 눈을 하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악을 지른다. 그리고 나는 한숨을 쉬며 의자에 걸터앉으면서 너를 보지 않고 시선을 나에게 집중시키게 만든다. 이것으로 그녀와 남자는 너와 나를 조여올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아들들의 행동은 당연스럽게도 의심을 부를테니까.

“죽어, 미'친' 새 '끼야!”

내편이 되어달라는 부탁이 담긴 그리고 니가 원한다면 나를 이용하라는 내용이 가득 담긴 종이. 너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너와 나의 운명이 갈리게 될 것이다. 그것을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원하신다면 죽어줄게.”

이미 니 눈에 가득 담겨진 눈물이 너와 나의 연대를 증명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 이걸 좋아해야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도 그쯤부터.. 가능해요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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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어, 죽어. ."
"죽어드린다니까."
"병'신새'끼 "
"...."

눈가에 가득 고인 눈물을 닦아내고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로 종이에 휘갈겨 쓴 네 글씨를 하나, 둘씩 읽어내려갔다. 자기편이 되어달라, 필요할 때면 이용해먹으라는 뜻이 담긴 글을 참으로도 어렵게 풀어놨다.

종이를 고이 접어서는 주머니에 대충 구겨 넣고는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여전히 카메라를 등지고 앉아있는 널 보다, 책상 앞에 앉아서는 종이를 깊숙한 곳에 숨겼다. 이게 지금 다 쇼 하자는 거란 말이지. 어느 상황에서도 침착성을 유지할 수 있는 네가 부러웠다. 아직 훈련이 덜 된 것이 하나 있다면, 흥분을 하면 침착성이 모래성 부서지듯 한 번에 우르르 무너진다는 것이었다. 몸을 돌려서는 네 눈을 매섭게 노리고 있던 도중,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방문이 열였다.

"김태형!"

어렸을 적 이후론 들어보지 못했던, 꽤나 화가 나보이는 아버지가 보였고, 그 뒤엔 걱정하는듯한 가식적인 표정을 짓는 여인이 보였다. 여인과 눈이 마주치자 방금까지 호선을 그리던 입은, 나와의 마주친 시선 때문인지 급격히 일그러졌다. 그때야 직감했다, 이 여인은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는다. 단지, 우리 집의 재력이 탐났던 것일 뿐. 불안감이 엄습해오자 입술을 잘게 깨물었다. 어린아이가 아양을 부리듯, 아직은 어린 나에겐 아버지의 품이 그늘이 필요했다. 마른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듯, 아직은 아버지만을 갈구했다. 아버지의 옷깃을 살짝 잡았다.

"미안, 내가 다 잘못했어..."

내가 쌈박질을 하고 돌아왔을 땐, 이 나이 땐 그런 것이라며 괜찮다던 아버지가 무슨 연유로 이리 화가 난 건지. 지금 저 뒤에서 순진한 척 꼬리를 숨기고 있는 구미호에 의해, 어떤 구슬을 아버지에게 쥐여줬을지 감히 예상이 가지 않았다. 남자의 서재로 들어서는 순간 긴 침묵이 이어졌다.

"태형아."
"예."
"심장 약한 거 들키면 누구한테 피해가 간다고 했지? 아버지 말 흘려듣지 마. 다 너한테..."
"알아, 득이되는 말이라는 거.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만하라고!"
"태형아."
"...."

다시금 눈물이 제 앞을 가렸다. 두 살배기 어린아이도 아님에도 자꾸만 북받치는 서러움에 목 놓아 울었다. 벗어나고 싶었다, 이 지옥의 굴레에서. 네가 쥐여준 칼자루를 아버지가 아닌, 네 어머니를 향해 꽃을 순 없을까.

/아, 이 정도면 테스트니.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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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29
“생각보다 영리하네, 우리 아들.”
“뭐가요?”
“아니야 뭐.. 미안해 오해해서, 우리 아들이 나를 배신할 리가 없지.. 그럴 리가 없지..”
“아버지는 왜 그렇게 화가 나신거예요? 그래도 김태형이라면 껌뻑 죽는 시늉이라도 할 것같더니만”
“글쎄다. 너에 대한 평가는 최소한 올라간 것 같으니 기대하마, 사랑하는 내 아들.”

오랜만에 안긴 어미란 여자의 품은 꽤나 포근했다. 몸은 기억하고 있었나보다. 내가 잠시라도 사랑받았던 그 순간을 말이다. 나를 믿는다는 말을 하며 꽤나 간절한 어투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나를 놔줄 생각은 없다. 나를 끌어안으면서 내 옷에 위치추적기를 몰래 다는 행위만 봐도 말이다.

“김태형과 둘이 애기할 시간이 필요해요.”
“뭐?”
“엄마가 원하는 건 김태형이지 않나요? 나를 한번만 더 믿어봐요. 결과물로 보답할께요.”
“... 음... 그래”

너의 무너짐과 눈물을 대가로 얻은 시간. 너의 아버지에게 끌려가고 있던 너의 눈동자는 한껏 상처로 뒤덮여져있었다. 사랑받는 것을 포기해버린 나와 달리 사랑받는데 익숙한 너는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감도 오지 않는다. 내가 본 너의 아버지란 남자는 오히려 나와 닮아있다. 나의 어머니란 여자가 사랑을 받고 상대방의 감정을 얻어내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부분에서 너와 닮아있다면 너의 아버지는 어느 순간부터 아예 허상 속에 안정감을 찾는다는 점이 나와 닮았다.

“너같은거 진짜 끔찍할 정도로 싫어 개‘”
“너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나는 너를 그리고 너의 아버지는 나의 어머니를 계기로 삼았다는 점이 닮았다.

“너랑 같은 공간에 있는 것도 싫어. 전부 다”
“뭐 어쩌란건데? 아 그러셔. 내가 나가주면 된다이거지?”

어른들은 생각보다 나와 김태형의 머리가 영악하다는 것을 모른다. 어찌됐든 너와 나를 방 밖으로 쫒아내야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다급함은 판단력을 흐릿하게 만든다. 고지식한 모범생이였던 나와 성질 급한 양아치 이미지를 못벗은 너의 싸움은 평범한 고등학생들의 치기어린 싸움이 되고 나는 그 사이에 모든 증거를 챙겨 발을 쾅쾅 구르다싶이해서 밖을 나가자 온 얼굴이 시뻘개져있는 너가 보인다.

“어디가는데? 너 뭐야”
“그럼 너도 나오던가?”

원래 싸움이란건 개연성이 없을 때가 더 이해가 잘 가는 법이다.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이상하고 모순점투성이인 싸움이 어떠한 연결고리도 없이 그냥 싸움이 되어버리니 굳이 분석할 필요를 못 느끼게 되어버리고 어른들이 휘둘리는 것이다.

“나가면 될꺼아냐!”

어린아이들의 연대는 원래 어른들보다 맹목적인 것에 있기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오직 내 옷에 달린 위치추적기 밖에 없는 상황에서 너와 나는 이제 서로가 되어야만 한다.

/내일 나 1교시여서 오늘은 일찍 잘게 ㅠㅠㅠ 내일 봐여 ㅠㅠㅠㅠ 아 이때 끊으면 안되는데 서럽 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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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벌게진 눈을 벅벅 비비고는 네 뒤를 따라나섰다. 뒤에선 도련님, 도련님 하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빠른 제 걸음을 멈춰세워서는 강제적으로 두께감이 있는 외투를 입히고는 그제야 나를 놓아주는 가정부들이었다. 다시 뒤를 돌았을 땐 이미 넌 모습이 사라진 뒤였다.

"씨, 박지민..."

네가 사라진 방향으로 또 하염없이 뛰었다. 또 뛰고, 미친 듯이 뛰었다. 아, 심장을 부여잡고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언제부터인가 내 뒤를 따라다니는 비서를 찾으려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쓰러졌다 일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무슨 일을 벌이려는 건지 나조차도 몰랐다. 단지, 네 일탈행동에 따라 나도 네게 맞춰진다는 점. 한편의 퍼즐을 맞추듯.

고통에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지르고 있을 때, 뒤에선 레볼라이저가 건네졌고 그것을 받아들여서는 호흡이 부족한 사람처럼 미친 듯이 흔들어 숨을 들이마셨다 내뱉었다. 어느 정도 진정된 심박수와 호흡량에 고개를 돌렸다. 언제부터인지 내 앞에 서있던 너였다. 레보 라이저는 어떻게 알고 챙긴 거지? 여기는 어떻게 안 거지? 자기가 먼저 출발했는데.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대체 왜?

"네가 이걸 왜 들고 있어."
"...."
"왜, 나 죽이려고?"
"...."
"죽여, 그럼."

또다시 넌 첫날의 그때처럼, 아니 불과 이틀 전의 그때처럼 내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고, 그저 흥미롭다는 눈으로 날 쳐다볼 뿐이었다. 언제 봐도 저 소름 끼치는 눈빛은, 네 어미를 참 닮아있었다.

아침 댓바람부터 싸움의 원인은 정확하지 않았다. 단지, 너의 알 수 없는 도발로 인해 집안이 뒤집히고 아버지에게 꾸중을 듣고는 집을 뛰쳐나왔더랬지. 욱, 구역질이 올려오려는 것을 애써 참아내고는 가슴팍을 두어 번 두드려 진정시켰다.

"재수 없어, 너."
"...."
"어젯밤에 왜 나 안아..."
"조용히 해라."

내 물음은 채 끝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네 손에 의해 막혀버렸고, 네 손을 떼내고는 다시 매서운 눈빛으로 널 노렸다. 아직 우리를 도청하고 있는 사람과 녹음기는 존재했다.

/잘 자요---. 좋은 꿈.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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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0
사실은 너를 한번 꽉 안아주고 싶었다. 가슴을 쥐고 있는 니 모습이 어미란 여자를 찾으면서 매달리던 옛날의 내 모습과 너무 겹쳐져서. 다행히 너의 아버지 쪽 사람은 급작스러운 움직임 때문에 아직까지 따라붙지 못했고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쪽은 어머니쪽 사람이였다. 만약 상황이 반대였다면 너는 남자에게 어떤 소리를 들었을까?

도청기도 따라오는 사람도 한꺼번에 제거는 가능했다. 아주 간단한 속임수만으로 말이다. 너와 내 목소리가 잔뜩 담긴 녹음기와 미리 섭외해둔 사람 두 명. 다행히 너는 두꺼운 코트를 입고 있고 나는 후드집업을 뒤집어쓰고 있기에 얼굴을 가릴 수가 있었다. 물론 이게 어느 정도까지 먹힐지도 모르고 그들이 얼마나 열성적으로 감시를 하냐에 따라 들통날 위험부담도 너무 컸지만 지금의 너와 나를 위해서는 도박이 필요하다.

“야 박지민 너 진짜 뭐야”
“...”

마치 처음 만났던 날처럼 아무말도 하지않고 너를 끌고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간다. 어차피 달려있는 위치추적기와 여자에게 미리 말해논 덕분에 상대방은 확실히 의욕적이지가 않다. 만약 너의 아버지 쪽 사람이 먼저 따라붙었다면 또 모를 일이지만 어차피 시작부터 제멋대로였다. 믿는 건 너와 나의 어린 나이, 어른들의 교만함 그리고 너와 나의 운.

“너는 어제부터 왜 그래 진짜 내가 그렇게 싫고 짜증나?”
“...”

너는 나에게 두 번 다시 없을 최고의 파트너임은 분명했다. 눈짓 하나만으로도 화를 죽이고 평소처럼 재잘거린다. 그리고 나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걸음걸이는 조금씩 더 빨라지고 있다. 너의 불안한 눈빛을 볼때마다 해주고 싶은 말이 많지만 지금은

‘박지민~ 야 박지민 한마디라도 좀 해’
‘할 말이 있어.’

조심스럽게 너의 입을 틀어막고 너와 내 옷을 입은 남자 둘이 너와 내 목소리가 틀려진 녹음기를 들고 손님이 거의 없는 개인카페로 향하는 것을 지켜보게 했다. 너와 내 목소리가 잔뜩 짜깁기해서 들리는 음성들이 매끄러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1시간 정도지만 30분 이상 지속된다면 방해꾼들이 직접적으로 들이닥칠 것이다.

“지..민아?”

그 전에 나는 내가 제일 먼저 너에게 해주고 싶었던 것을 해주고 싶다. 맞닿은 부분들이 처음에는 엇박자로 뛰다가 어느 순간 같은 속도로 뛰기 시작한다. 내 품안에서 존재하는 체온에 나는 얼굴을 묻고 그 순간이 지나가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

/굿 이브닝...? 조금 일찍 왔다 ㅎㅎ 확실히 나는 상황묘사보다는 감정묘사 쪽이 더 쉽나봐 ㅋㅋㅋㅋ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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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골목으로 날 끌고가더니 안아버리는 너에 당황하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이였다. 순간 몸이 딱딱하게 굳었고, 당황한듯 말을 횡설수설 내뱉었다. 그저 날 이용해먹으려는 너였고, 날 끌어들이는 악마임을 알았음에도 그 달콤한 유혹에 넘어갈듯 악마의 뒤를 따르고있었다. 널 때네고는 잔뜩 인상을 찌푸린채로 널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말이 없었으며, 나른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다. 최상의 포식자의 눈빛이였다.

"미'친'놈,"

손에 들린 레볼라이저를 꾹 쥐고있다 널 뒤로하고는 골목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관심을 주길 원했던 너였지만, 막상 네가 제게 관심을 쏟고나니 왠지모를 두려움에 찼다. 단물을 쭉쭉 빨아먹고는 아무짝에 쓸모없는 날 버려버릴것같았기에. 네 어머니의 소식은 익히 들어서 잘 알았다. 따라서, 네 어머니에겐 선을 긋고는 내 구역에 침입하지 못하게 했으며, 아버지에게 또한 흘러가듯, 그 여인을 신뢰하지 말라고 당부를 했던 나였다. 물론, 지금까지의 네 행실을 잘 돌이켜본다면 네가 그럴인물이 아니라는것을 잘 알았다. 하지만, 예외라는것이 있지 않는가. 네가 언제든지 내 뒷통수를 칠까 두려웠다. 아슬아슬하게 금방이라도 끊어질듯 낡아빠진 동아줄을 잡으며 네게 손을 뻗고있었다. 버리지말아달라고, 날 좀 도와달라고.

"도련님."

언제부터 따라붙은건지 수많은 경호원들이 네 주위를 에워쌌다. 지끈거리를 머리를 부여잡으며, 그 중의 우두머리인듯 보이는 남자에게 말했다. 너와 내가 집을 뛰쳐나온탓이였겠지. 언제인지 사라져버려 놈들은 더 난리가 났을것이며, 인력을 더 투입했을것이다. 아직도 반대쪽 경호원들은 날 눈에 불을키고는 찾아다닐것이였다. 문득 그 놈들이 불쌍하다는 생각도했다. 차에 올라타서는 창밖만 내다봤다. 얼마나 달린것이였는지, 한참을 지나도 집은 나오지 않았다.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는 하나둘 스쳐지나가는 풍경을 감상했다. 다들 행복해보이는듯 웃어보이는 연인들, 행복해보이는 가족들이였다. 한숨을 작게 내쉬고는 그대로 눈을 붙혔다.

다시 몸에 열이 올랐던것이였는지, 제 몸은 차가 아닌 푹신한 침대로 옮겨져있었으며 제 팔에 가느다란 호수관을 따라 링거가 걸려있었고, 그 옆엔 네 빈 침대와 그 옆엔 네가 공부를 하고있는 모습이보였다. 머리 위에 올려져있던 얼음주머니는 다 녹아 물로 변해있었다. 이로써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에 잠에 들어있었는지를 직감했다. 창가쪽으로 몸을 돌리고는 아까의 일을 다시 상기시켰다. 말없이 날 안아주던 너와 좋으면서도 내심 네 속을 알수없어 불안해하던 어린 강아지 새"끼 마냥 벌벌대던 내 모습을.

한숨을 작게 내쉬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이제 선택을 해야할때였다, 몇개의 탈을쓰고있을지 모를 악마의 손을 잡을지, 아니면 아버지의 그늘에 평생을 어린아이처럼 사랑을 갈구할지. 지금을 피하고 싶었다, 단지 내게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난 둘다 못하는듯...싶은데...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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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1
나를 뿌리치고 내곁에서 멀어지는 너를 허망하게 바라보는 나를 찾아온 것은 의외로 남자 쪽이였다. 꽤나 지겹다는 얼굴을 한 채 두툼한 성인 남자의 손을 한 그는 순식간에 나의 옆으로 다가오더니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기 시작한다.

“지민아, 생각보다 성급하고 재미없었어.”
“알아요, 빨리 걸렸네요. 조금쯤 기대하고 있었는데”

박지민의 관점에서 김태형을 파악하려했다는 점이 가장 큰 패착의 요인이다. 욕심을 내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도 하지 못한 주제에 나의 패를 하나도 꺼내지 않고 김태형을 옭아매려했다는 것부터가 기만이고 욕심이었다. 나의 어미마저도 이런 멍청한 술수를 쓰지는 않는다. 그녀가 남자들 혹은 여자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 그녀가 가진 매력때문이지만 가장 까다로운 상대에게 먹혔던 결정적인 요인은 솔직함에 있었다.

“근데 미자 앞에서 담배는 너무 하다. 윤기형.”
“멍청하면 원래 대접도 못 받는다고 했어.”
“수습해줄 거야?”
“봐서.”

원래 운이란 것은 70%정도는 의지에 달려있다. 최소한 내가 여자와 피라도 이어져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그녀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상대방을 어느정도 내편으로 이끌어올 수 있다. 아마 이번 일은 너의 아버지의 귀에까지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물론 나의 어머니는 녹음본과 연기로 인해 서로 대화가 잘 되고 끝난줄 알테고. 물론 윤기가 아니라 어머니 쪽이여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그 쪽 패턴이 더 익숙한 편이였으니까.

“근데 형, 형은 뭔데 나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해주는거야?”
“너를 위해서란 건 무슨 자신감이냐, 됐고 이제 타임끝나간다. 대충 처리하고 집에 와.”

멀어지는 윤기형의 등을 보다가 급히 섭외해두었던 사람들과 가볍게 배턴터치를 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의미심장한 표정을 하고 있는 너의 아버지와 별다른 표정이 없는 나의 어머니 사이에 너는 보이지 않았다. 역시 많이 아팠던 것일까? 한번 계획되었던 것이 엎어지고나자 겨우 정신이 확 들었다. 내가 계획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이였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방금전까지는 윤기의 손에서 그리고 나의 선에서 해결될 수 있었지만 더 나아갔다간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니가 일을 그르칠 수도 있었다.

“지민아, 오늘 일은 니가 잘못했다.”
“네 어린애같이 군 쪽도 저고 잘못된 부분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럼 들어가봐라.”

너의 아버지가 겁내고 있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더 이상 책망을 하지않고 나는 방에 들어올 수 있었다. 물론 나의 어머니는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모양이지만 일단은 한 발 물러서고 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었고 내 주위를 지나쳐가는 가정부들은 아침의 소동때문인지 싸늘한 눈을 하고 있었다.

“...”

그리고 침대에 앓아누워있는 너까지 완벽했다. 나의 성급함을 비난하는 족쇄로 말이다. 조금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 제일 중요한 건 너의 의지지만 정말로 안된다면 그것마저도 제거해야할만큼의 무언가가. 그렇기에 감정보다 이성이 더 필요하다. 불편함 혹은 괴로움이란 시야를 흐리는 감정보다 정확함과 객관성을 가지고 이득을 판단해줄 이성이 말이다.

/잘하고 있써 ㅋㅋ 나는 쓰면서도 삼천포로 신나게 빠지고 있는데 뭐...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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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제 손에 잡히는 무언가에 이불 속에서 손을 꺼내 그 물체를 확인했다. 자면서도 놓지 않은 듯 보이는 레보 라이저는 내가 아직 이 세상에 미련이 많이 남을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 난 더 강해져야 했고, 내 지병에 대해서 그 누구도 몰라야 했다. 처음엔 둘, 친 아비와 친 어미. 그다음으론, 셋. 친 아비, 친어미, 그리고 최근 들어 내게 급격한 관심을 보이는 너. 아니 어쩌면 넷일지도 몰랐다. 나를 위하는척하는 네 어머니는 내게 가장 큰 압박이었으며, 지옥이었다.

네가 손에 쥐여준 칼을 네 어머니의 가슴에 밀어 넣을 준비는 끝 맞췄다. 타이밍을 노리며, 그 칼을 박아 넣을 때만 기다리면 되는 것이었고, 그를 위해서는 힘이 필요했다. 물론, 아버지 밑에서 어깨너머로 배운 갖가지 실력들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견고했으며, 다부졌다. 단 한가지 큰 오점이라면, 인맥과 차분함이였다. 전에도 그랬듯 나에겐 침착성이란 주어지지 않았으며, 훈련이 덜 되었고. 귀인들 또한, 내가 몸이 약한 탓에 어느 연회장을 참석하지 못하였다.

"박지민."

네 옷깃이 쓸리는 소리와 함께 의자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으며, 네 특유의 저음도 고음도 아닌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얼굴을 보고 있진 않았지만, 넌 표정을 잘 숨기는 가면에 숨은 마냥, 아무 표정 없이 날 쳐다보고 있었을 것이고 난 이불을 끌어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조금은 떨리는 손을 꼭 부여잡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필요해."
"...."
"필요하다고."
"응."
"도와줄 거지."
"응"
"무서워."
"괜찮아."
"무서워."
"김태형."
"...."
"괜찮아."

네 말에 어쩌면 울컥 올라올뻔한 눈물을 꾹 참아냈을지도 모른다. 결국 선악과를 삼켜버렸고, 에덴동산에서 추방되길 기다릴 뿐이었다. 몸을 웅크리고 앉아서는 얼굴을 파묻고 있는 네 마음속의 작은 인영이 보였다.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눈과 귀를 막아버렸다. 그렇게 지옥을 부르는 나팔을 불렀고, 그 음악에 따라 악마들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오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 근데 우리 포지션이 점점 내가 수이고, 지민이가 공인 걸로 가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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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2
끝이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사각거리던 연필소리까지 사라져버린 방안에는 무서울 정도로 덤덤한 내 목소리와 눈물기를 겨우 숨기고 있는 니 목소리의 끝음만이 남아있었다. 사실은 엄청 당황했다. 숨을 쉬는 것까지 잠시 잊어버릴 정도로 순간적인 충격은 심장까지 멎어버리게 만들었다. 지금 뛰고 있는 내 심장소리는 너에게 들리고 있을까? 아니면 벽에 가로막혀있을까?

“아파.. 너무 아파..”
“...”

괜찮다는 말은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긴 했지만 내가 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 너는 나를 선택했고 그전에 너는 나에게 선택받았다. 이제 너와 나는 상처밖에 남지 않은 길을 건너야한다. 그것 또한 선택이었지만 나는 너와 지금도 그전에도 평행선보다 더 먼 곳에 서있다는 느낌밖에는 받지 못한다. 고통에 시달리는 너와 압박에 시달리는 나. 이미 내 손에 잔뜩 묻어버린 샤프 자국처럼 너덜너덜해진 계획의 본래 목적이 다시금 고개를 쳐든다.

“모든 사람은 널 원해. 니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말이야.”

내 어미도 너의 아버지도 나도 그리고 내가 아는 제 3자도 모두 결과적으로 너를 얻고자하고 나는 그 모든 사람들 사이에서 겨우 선두권을 잡은 것뿐이다. 사실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왜 너는 나를 선택한 것일까?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너는 표정으로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아이란 것쯤은 애초에 파악이 끝났고 나는 솔직함이 부족한 배려 없는 아이라는 판단을 애초부터 들어왔으니까.

이쯤되면 누가 모범생이고 누가 양아치인지도 알 수가 없다. 나만 느끼고 있는 너와의 동질감을 설명해줄 생각도 없는 주제에 자꾸 니 속만 캐내려고 하고 나의 믿음을 자꾸 단단하게 만들려고 한다.

내가 필요한 것은 너만이 알고있는 너의 아버지의 약점. 먼저 너의 아버지가 무너져야만 한다. 그래야만 나의 어머니가 진심으로 기쁨에 취해있을테니까. 너의 존재만큼이나 중요한 너의 아버지의 키워드. 하지만 이것을 무슨 수로 너에게서 알아낼 수 있을까? 너의 아버지의 무너짐은 너한테 고통으로 남을텐데.

말하기 전 거울을 한번 보니 얼음같이 차가운 얼굴이 보인다. 그래서 나는 너의 영리함에 한번더 기대보기로 했다.

“그때같네. 지금 상태말이야. 나는 딱 2년동안 납치를 당한 적이 있는데 그 기억은 없어. 왤까? 필요하단 말을 그렇게 했는데 말이야.”

그리고 너의 영리함을 내 영역으로 끌어들일 준비를 한다. 내 어머니를 무너뜨릴 키워드를 너에게 전달하면서 말이다.

/음... 원래 포지션 정해놨었어? 안적혀있길래 나는 구분없는줄 알아써...ㅎㅎ 하긴.. 지금 역할적으로는 그렇게 포지션된 것처럼 보이긴해.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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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기억하기 싫은거야."
"아니야."
"맞아, 넌 그 무언가를 기억하기 싫어서 네 기억에서 삭제 시키려던것뿐이였고."
"...."
"네 기억에서 삭제되려다 한 일부만 남은거야."
"...."
"네 부모가 널 납치했나?"

몸을 돌려 네 눈을 마주쳤다. 한기가 서려있는 네 표정에서 진실된것이 하나있다면, 네 눈동자였다. 본래 인간은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에 급급하여 어느하나의 오점을 내기마련이였다. 그게 네겐 눈동자였다. 짙은 고동색의 눈동자는 포커페이스에 가린 네 진실됨을 이야기하고있었다. 네 눈동자가 흔들리자 그제서야 웃음을 작게 터뜨렸다. 눈가가 조금 시큰해진것 이외엔, 괜시리 괜찮은척 웃음을 흘렸다. 네가 생각하는것보단, 강한아이였으므로.

"필요한 무언가를 계속 갈망하게 되면, 네 옆의 모든 연은 다 끊어지기 마련이지."
"...."
"인간들은 본래 그런 심성을 지녔거든."
"...."
"다들 이기적이고, 교만하기 짝이없어."
"...."
"지민아, 날 이용해 먹으려는 생각은 접어."
"글쎄, 그건 두고봐야 아는일 아닌가."

네 말에 다시 표정이 일그러졌다. 주먹을 꼭 쥐고는 힘껏 힘을 주었다. 팽팽히 오가는 신경전에 먼저 시비를 건 놈이나, 그 시비를 받아준 놈이나 같이 기가 휘말리기 시작했다. 냉전만 남은 우리 둘의 기류사이에 집사가 들어왔다. 심박수를 체크하고는, 팔에꽃힌 영양제에 알수없는 무언가를 주입시켰다. 이것또한 그 여자가 시킨것이겠지. 힘이 없는 나로썬 그것을 가만히 바라볼수밖에 없었다. 네 눈을 마주치며 힘없이 침대에 누워있었고, 알수없는 약물로 인해 내 심장이 다시금 미친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숨을 거칠게 내쉬며, 심장을 부여잡았다.

"헉..흐아..."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그대로 바닥으로 나 뒹굴었고, 우리를 감시하던 씨씨티비 또한 약속을 한마냥 꺼져있었다. 깜짝 놀라 나에게 오려던 네 걸음은 나에게 알수없는 약물을 투입한 남자에 의해 막혔고, 나는 침대에서 떨어진채로 계속해서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심한 갈증과함께 심장을 후벼파는 고통이였다.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고통을 참으려 이를 앙 다물었다. 주먹을 세게 말아쥐고는 몸을 일으켜 협탁위에 올려뒀던 호출기를 찾아 더듬거렸다. 협탁위에 있던 꽃병이 와장창깨지며 떨어졌고, 그렇게 또 정신을 잃었다. 이로써, 나의 지병을 아는 사람은 확실하게 4이였다. 그것을 이용해먹으려는 네 어머니로 부터 내 몸을 지키기 위해 가시를 뻗을 준비를 해야했다.

/아니, 딱히 정한건 아니였고. 근데 흘러가는게, 네가 리드하는상황으로 흘러가서. 포지션 굳이 정하자면, 네가 공으로 가는것 같아서.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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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3
나를 노려보는 시선이 존재했다. 역린을 건드린 걸까?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끔찍한 눈으로 집사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도대체 뭐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건지 내가 말하고자하는 진실은 무엇인지 나마저도 헷갈릴 것 같았다. 예상을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또 달랐다. 내 손목을 아프게 움켜지고는 너에게 다가가지 말라고 말하는 걸 보며 헛웃음이라도 나올 것 같아 입술을 깨물고 풀리는 다리에 힘을 억지로 주고 버텼다.

“괜찮으세요. 도련님?”

달려온 메이드들이 당혹스러운 얼굴로 나와 집사를 보자 나에게 한번 경례를 하더니 여자들을 데리고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방문 밖을 나가버린다. 내가 너랑 접촉한 이후 너는 항상 이렇게 망가지고 무너져내린다. 모든 일을 시작하고 있는 것은 나지만 상처받는 것은 너. 숨조차 고르게 쉬지않는 너의 입에 레보라이저를 마저 대주었다. 겨우 고르게 쉬고 있는 가슴팍을 한번 쳐다보다 유리조각을 밟아 상처난 내 발이 처음으로 인식되었다.

“아파...”

세상은 원래 더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을 끌어내리려하는 법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너에게는 도대체 무엇이 남아있을까 생각해봤다. 그리고 내 손을 잡은 지금에 너는 더더욱 아무것도 없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더 너의 희생을 담보로 해야만 생길 것인가?

“앞이 보이지 않고 부자유스럽고 귀조차 막혀있었어. 어린아이가 기억해봤자 얼마나 안다고, 난 그래서 지금도 눈하고 귀 이 두감각이 그렇게 예민한지는 모르겠어. 아 시끄러울까봐 입도 막혔네. 어지간한건 다 막혀있었어,”

파편을 하나하나씩 꺼내기 시작한다. 니가 기절해있든 아니면 듣고 있든 아무 상관없다. 너에게 이 말을 한 후 나는 이 말을 했던 것마저 다 잊어버릴테니까.

“그렇지만 한 부위만큼은 누구보다 예민하다고 생각해.”

손발마저 묶인채 그저 한 마리의 어린 짐승처럼 다루어졌던 그 때의 나에게 남아있던 마지막 감각.

“그건 내 기억보다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어,”

/여기선 내 목적이 더 빨리 밝혀져서 그런가? 일단 내가 너를 이용하려는 쪽이니까. 그리고 니가 아파서 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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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기억이 흐릴해질때쯤 네 목소리를 들었다. 아니, 어쩌면 네 목소리가 아닌 악마의 속삭임일수도 있었고, 나만의 환청일수도 있었다. 입과 귀 손, 발이 묶여있었다고 말하는 소리와 함께 희미한 정신까지 놓았다. 이렇게 죽는것일까, 이렇게 죽기엔 너무 아까운 인생이고, 허무맹랑했다. 꿈이였을까. 조금의 어린 아이와 그 옆엔 내 친 어미가 있었다. 누구보다 열정적이였으며, 천적으로부터 날 노리는 짐승들을 보호했다. 그랬던 어미가 아비와 싸운후, 내 곁을 사라졌다. 유년시절모습을 하고있던 나의 자아는 울고있었으며, 조금 머리통이 자란후에는 새 어미가 들어왔다. 새 어미는 내 목을 졸랐으며, 어느 소리하나 내지못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며 새 어미를 바라봤다.

"그만해."

익숙하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지일까, 그 생각도 잠시 계속해서 억누르는 고통에 발버둥치듯 꿈속에서 깨어났다. 하얀천장과 익숙한 기계음이 가득한곳은 병실이였고, 넓디 넓은 1인실에는 나 혼자뿐이였다. 호흡기를 빼내고는 병실의 차갑고 텁텁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내뱉었다. 원체 답답한걸 싫어했던지라, 지금이라도 당장 뛰쳐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상황이 많이 달랐다. 내가 여인에게 겨눌칼을 닦고있을때쯤, 이미 그들은 나에게 칼을 겨눌준비를 다 끝맞췄다.

병실문이 열리고 여인이 들어왔다.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사람마냥 연기하는꼴이 꽤 역겹다고 생각했다. 온몸을 휘감은 명품과 명품 향수임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단지 여인을 더 초라하게 만드는 사치품에 불과한듯했다. 네 머리칼을 쓸어넘기는 손길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조금뒤, 여인의 뒤에 선 널 쳐다보곤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이 일들의 모든 근원은, 너였다. 아니 이 상황을 자초한것은 나였다. 네가 뻗은 손을 잡아버린탓에.

"몸은 괜찮니?"
"예."
"몸이 그렇게 약해서야, 원."
"...."
"그래서 아버지 뒤를 이을수는 있겠어?"
"...."

이로써 여자의 야망찬 포부가 들어났고, 그녀는 날 더 옥죄여 올것이였다. 어쩌면, 너와 한통속일지 모르는 여인의 아들인 너였다. 그럼에도 너와 손을 잡은 이유는... 모르겠다. 단지, 네 손을 잡으면 모든것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것같았다. 어쩌면, 집나간 나의 친 어머니도 돌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헛된 망상속에 사로잡혀있을때쯤, 한참을 싸늘하게 쳐다보더니 나가버리는 여인이였다. 다시 너와 단둘만 남았다. 어떠한 대화는 오가지않았다. 일정한 기계음이 우리 둘의 적막감을 없어주는 매개체였다.

"난, 네가 미워."
"...."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
"사라져버렸으면 좋겠어."
"...."
"너무 아파, 아파서 죽어버릴것같아."

결국 또다시 입을 연쪽은 나였고, 넌 역시나 말없이 내 말을 듣고있었다.

/몰라, 난 네 목적을 파악하지 못하겠어. 목적이 대체 뭐인거지,날 이용하려는것만 알겠어... 아픈건, 뭐... 이게 둘의 더 끈끈하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지 않을까?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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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4
“너와 처음 만났던 때가 언제일꺼라고 생각해?”
“뭐..?”
“왜 하필 너일까 궁금하지 않아?”

꽤나 어렸을 적의 너와 나는 가해자의 아들과 포로로서 단 한번의 마주침을 한 적이 있다. 무슨 일이든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는 법이고 결과적으로 너에게는 이와 같은 무너짐을 그리고 나에게는 끝없는 악몽만이 남아있던 그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어야하는 그 만남.

나를 납치한 이유는 정말 별 것 없었다. 흔한 오해로 인해 잘못된 납치. 너와 나는 혈액형부터 모든 것이 맞지않았고 쓸모없다는 것이 파악되자마자 나는 구원만을 바라며 바닥을 뒹구는 신세가 됐다. 혹시 무엇을 알아차리기라도 할까봐 눈과 입은 억센 천으로 귀는 밀랍으로 마지막으로 손과 발은 마치 네발달린 짐승처럼 묶여져 굴려졌다. 그래도 죽기라도 할까봐 식사시간에는 입에 무언가를 밀어넣어줬고 생리현상같은 경우 그들이 직접 나를 들어 대충 해결해줬다. 다행스럽게도 한주에 한번 정도는 씻겨줬으며 손발이 아파 눈물을 흘릴때쯤 그 줄을 헐겁게도 해주었다. 그것이 어떤 친절인지 알았더라면 결단코 받질 않았을테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같아? 예비용 주제에 질기네.’
‘그것보다 얘 찾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어.’
‘그럼 이대로 내보내? 아직 미완성이잖아,’
‘더 나아갔다간 우리도 위험해. 내보내자.’

그들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정확히 알지못한다. 한가지 확실한 건 내가 기억하는 건 그들의 체취뿐이란거다. 후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이 2년이란 시간동안 봉인되다싶이했었기에 나는 그들의 체취 그들이 사용하는 물건 등의 냄새들을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에 똑같은 체취들로만 가득 쌓인 공간에 새로운 체취가 들어왔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가 있겠는가? 급하게 움직이던 그들. 나는 그대로 들려 어느 한 구석에 박혀졌고 색다른 냄새들이 그 공간에 들어왔다. 시간은 약 30분가량.

그리고 약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난후 내가 처음으로 본 모습은 처참하게 망가진 꼴이 된 어머니란 여자였다. 그녀가 나를 위해 포기한 것이 어떤 것인지 그때는 몰랐다. 아니 그 여자는 내가 눈을 뜬 것조차 몰랐던 것 같다. 생채기가 잔뜩 난 볼을 한 채 미친 듯이 실소를 터트리다 어떤 자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원망을 하다 나를 원망했다. 내가 아니였다면 달랐을텐데란 목적어와 서술어가 생략된 원망. 그 소리를 듣다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여자는 내가 기억하던 천사같던 여자로 돌아가 괜찮다며 나를 끌어앉고 다 잊으라고 잊으란 말만 반복해서 했고 나는 그 말에 어떠한 반항도 없이 수긍했다. 정말 신기할 정도로 말이다.

“니가 죽으라고 하기도 전에 나는 이미 죽었었어. 그것도 꽤나 오래전에.”
“뭐..?”
“솔직해져볼까? 내가 너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있는지에 대해 말이야.”

/음 목적이 나올려면 일단 과거애기가 필요해서.. ㅋㅋㅋ 지민이가 반항하기로 한 시작은 즉흥적이긴해. 근데 그게 즉흥적인게 아닌게 과거의 이야기가 오버랩됐다고 해야하나. 필요이상으로 순종적이던 애가 순식간에 변한다? 이거에 대한 당위성이 과거의 이야기랑 그리고 상황의 연속성에 있거든. 이게 진행되고 나서야 왜 하필 너여야만 하는지에 대한게 좀 더 명확해질 거야.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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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당최 알수없는 말을 내뱉는 너에 인상을 쓰고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심박수를 재는 기계음이 불안함으로 인해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일정했던 소리도 불안한 내 심정에따라 요동치기 시작했다. 입술을 꾹 깨물고는 산소호흡기를 찾아 다시 얼굴에 썼다.

"네가 어디까지 알고있는데."
"아마, 네 유년시절부터 모든것,"
"거짓말하지마."
"거짓말아니야,"
"맞잖아, 난 몸이 약한단 이유로 한번을 밖에서 논적이 없어."
"...."
"근데 니가 나에대해 안다고? 거짓말. 넌 나에대해 하나도 몰라."
"...."
"또 네 기억의 일부가 조작됐네. 실험체였어? 뭐, 마루타같은."

실소를 터뜨리며 눈을 감았다. 이불이라는 얇은 장벽에 가로막혀 네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 네 표정은 한없이 차가울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본다면, 분명 태어났을땐 어느하나 남부럽지 않은 집안이였다. 다들 나에게 축복받은 아이라며 부러움과 동경을 표했고, 그런 환경에서 부러울것없이 자라왔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8살때쯤이였을까. 운동회날이였을것이다, 생에 첫 운동회날. 달리기를 하다 난 그 자리에서 호흡곤란증세를 일으키며 쓰러졌었고. 눈을 떴을떈, 난생 처음보는 낯선 천장이였다. 의사의 진단은 심장판막질환이였으며, 그 날로 친구들과 만나는 횟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한아이를 만났다. 얼굴도 이름도 기억이 안나는 한 아이를 만났고, 난 그 아이에게 인사를 건냈던것같다. 단지, 같은 또래의 아이를 만났다는것이 즐거웠던것같다. 아이와 함께 잠도잤고, 근 한달간은 친하게 지냈던것같다. 그 아이가 사라진것은 겨우 말을 텄을떄였다. 아이는 흔적도없이 사라졌고, 그 아이를 돌려달라며 떼를 쓰던 때를 잊지못했다. 친어미는 그런 나를 달래기에 급급했고, 아이의 기억이 점차사라지면서 내 기억에서도 사라졌다.

"우리가 오래전에 만났다고 했지."
"응."
"그럼, 우린 그때 친했었어?"
"..."

정확히 정의를 내리기 힘들었던건지, 아님 네 기억이 날라간것인지 넌 대답을 이어가지않았고. 그에따라 나도 천천히 눈을 떠 뿌옇게 뱉어지는 호흡기안의 입김을 쳐다봤다. 언제까지 더 아파야하며, 어디까지의 바닥을 보여줘야 멈출지 짐작이 가지않았다. 단지, 네 아비까지 같이 바닥을 보여야 끝이 날것같다고 지레짐작할뿐이였다.

/아... 난 그냥 네 스토리에 맞춰가면 되는거네. 나보다 네가 상황을 더 잘짜는건가? 킁...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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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5
“내가 기억하는 건 약 30분정도야, 왜냐면 생각보다 기억은 정확하지 않거든.”
“그럼 도대체 니가 아는건 뭔데?”
“그 당시가 아닌 그 이후, 그래고 확실히 아는건 니 체취. 사람의 기본적인 체취란건 바꿀수가 없는거니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너가 기억하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사실은 정말로 모르는 척 하는건 나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행복했었을지도 모르는 어린 아이였다. 겉모양이나마 멀쩡했던 가정을 가진 아이말이다. 부모는 나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었지만 납치가 되고 그 이후에는 확실히 나에게 자식대접을 해주긴 하였다. 그 2년이란 시간 동안 내 부모의 삶의 질은 확실히 달라져있었으니까.

‘도대체 쟤는 언제쯤이면 바뀌는 거예요. 아직까지...’
‘죄송합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경과를 지켜보는게..’

익숙한 체취가 다시 나에게로 파고들었다. 어머니와 낯선 남자여야하는데 전혀 낯설지가 않았던 그 기억 속의 냄새. 바뀐다와 경과. 그들은 도대체 나에게 어떤 짓을 한 것일까? 11살의 어린아이는 순수함을 간직한 쪽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시각, 청각, 촉각, 미각 모든 감각이 소실된 그 2년. 나는 사실은 박지민이 아니였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본인의 존재조차 부정당했다. 그것은 그대로 트라우마가 되었고 나는 나의 삶이 주제척인 것인지 아니면 이끌려가는 것인지 알 수도 없을만큼 조각난 기억들에게 매달렸다.

그리고 터닝포인트란게 찾아왔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다툼이 급격히 심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대화는 언제나 알 수 없는 아이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내 2년의 시간의 흐름도 어느정도는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잘못된 납치는 맞았으나 그 납치를 우연이 아닌 필요가 되게 만든 것은 그들의 의지였다. 그들은 성급했던 자신들을 원망했고 그 단어들은 여과없이 나에게로 꼳혀들었다.

‘그 시기에 쟤를 냅뒀다면 그랬다면 저정도까지 쓸모없는 얘는 아니였을텐데’
‘어차피 원하던건 그 애였지 쟤가 아니잖아요. 상황이 이런 식으로 흘러갈줄 누가 알았다고’
‘그래서 걔는 잘자라고 있어? 나이는 동갑이랬으니까 지금 12살정도인가?“
“애가 몇 살이였더라.. 아마 그정도는 됐을꺼예요. 걔만큼은 절대.. 절대 놔줄 수 없어요.”

얘와 걔. 너와 나를 지칭하는 단어들은 항상 저런 식이였다. 쓸모있는 아이와 쓸모없는 아이 이렇게도 분류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나는 걔가 더욱더 되고 싶었다. 내 삶의 이유가 너였다면 나는 너로 인해 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너에 대해 알지 못할 수는 있어 하지만 너에 대해서 모를 수는 없어. 너는 나한테 한때의 삶이였거든.“

이불 속의 너의 들썩거림이 느껴진다. 그리고 내 얼굴은 이미 언제 흘러나온지도 모르겠는 눈물로 덮여있다. 복수심에 우는 눈물일까 아니면 기대로 인해 우는 눈물일까? 동정같은 알량궂은 감정이 아니다. 너의 이야기 속에 부속조건이였을지도 모르는 나의 이야기는 내 선택으로 인해 하나의 스토리가 되어버렸고 지금의 너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ㄴㄴ 너랑 내 스토리는 원래 분리시킬 예정이였거든, 내가 아까 적은 것에서는 30분정도만 만난걸로 ㅋㅋㅋ 근데 확실히 둘이서 하다보니까 자꾸 바뀌고 이런게 더 좋아. 너 이야기는 너대로 가면돼. 그럼 나도 거기에 맞추면 되니까 ㅎㅎ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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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드라마에서나 들을법한 말을 내뱉는 네 말보다 네 말에 묻어나오는 울음기묻은 말에 하던행동을 멈추었다. 손장난을 치던 행동을 멈추고는 큰 눈으로 열심히 눈동자를 굴려가며 눈치를 봤다. 사람을 대하는 법이 아직은 미숙했다. 어떻게 관심을 받는지도 몰랐고, 어떻게 달래줘야하는지도 몰랐다. 내 주변은 항상 나보다 나이많은 어른이거나, 집사였으며, 아버지였다. 따라서 사랑을 주는것보단, 사랑을 받는게 더 익숙했다. 이불을 살짝 내리곤 널 쳐다봤다. 울음을 터뜨린 너에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호흡기를 떼내고는 네 눈물을 닦아냈다. 서툰 방법으로, 제 어미가 내게 해주던 방법을 더듬어 실행에 옮겼다. 조금만 다쳐도 질질 울거나, 초등학교에서의 대인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웠던 유년시절을 나는 집에 돌아갈때면, 어미 품에 안겨 펑펑 울었다. 그럴때마다 어미가 해준것이라곤, 네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없이 눈물 닦아주었고,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그로인해, 들썩거림이 멈추었고. 그로인해, 평안심을 되찾았던것 같았다. 네 어깨를 두드리며 쓸어내렸다.

'속상해 하지마렴. 태형아.'
"...울지마."
'예쁜다리에 상처가 나서 아팠겠구나.'

너를 달래주다 나도 울음을 터뜨렸다. 어미의 모습을 더듬어버린다는것을 너무나도 깊은 향수를 꺼낸탓이였다. 오래되어 쾌쾌한 냄새가 날법도했으나, 오랜만에 꺼낸 향수란 어머니란 그리움을 꺼내는 일이였다. 어린시절부터 떨어져살았던, 어미의 품이 그리웠던 탓이였겠지. 먼저 울음을 터뜨린 너보다 더 서럽게 울었다. 도로누워서는 이불을 끌어다 얼굴을 가렸다. 어쩔수없는 버릇이였다. 유년시절부터 누군가에게 피할곳이라곤 이불속 밖에없었으니. 타인에게 보여주지 말아야할 행동들은 항상 내 방, 내 침대, 내 이불속에서 이루어졌다. 예를 들면, 꾸중을 듣고난 후의 서글픔이랄까.

이젠 얼굴조차 기억나지않는 제 어미의 얼굴은 보고싶지 않을법한데, 항상 이렇게 서글플때면, 아플때면 보고싶어졌다. 그로 인해, 우울함은 극을 향해 치달았고, 그로인해 약물치료도 수없이 받았다. 아마, 지우기싫은 기억을 억지로 지워버려 생긴 오류같은것이겠거니. 실은 어미의 품이 그리운 어린 강아지 새'끼 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뭐, 서로 맞춰가는거네.ㅋㅋㅋㅋㅋ. 서로 해석하는법이 달라서 계속계속 조금씩 바뀌는것같다. 신기해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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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6
생각보다 더 다정했고 생각보다 더 투박했다. 내 등을 살살 쓰다듬어주는 너를 보고 느낀점이랄 것도 없지만 그렇게 느꼈다. 내 기억 속의 너를 만난 순간도 아마 그랬던 것 같다. 복수를 꿈꾸었던 것도 아니였다. 단지 궁금했다. 도대체 너의 무엇이 그 사람들을 그렇게까지 만들었는가? 그리고 나는 도대체 너에게 어떤 존재로 사용되는가?

거의 몇 달을 돌아다녔다. 내가 납치를 당한 장소조차 알 수 없었기에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하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집 안에 널려있는 모든 약들을 하나씩 훔쳤다. 다들 비슷한 화학약품 냄새를 하고 있었기에 나는 내가 납치를 당한 것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 굴렀다. 확실하진 않았지만 겨우 3가지를 골라낼 수 있었다 하나는 기억력 하나는 심장 나머지 하나는 우울증. 그리고 스스로 나 자신을 진단했다. 그들이 나에게 약이든 뭐든 투여했다면 무엇이든 하나는 바뀌지않았을까? 다시 말하지만 나는 고작 11살짜리 어린애였다. 도대체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도 제대로 파악못한채 허상에만 매달려 스스로를 혐오하기에 바빴던 어린애.

‘어..?’

아마도 너를 우연히 지나치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대로 주어진 내 삶 속에 잠식되어있었을 것이다.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어린아이는 처음으로 감춰진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미소를 짓고 있지 않은 어린아이가 성인 남자의 품에 안겨 지나가던 모습을 보고 애정없는 손길로 들어올려져 구석에 처박혔던 기억을 말이다. 그 때 처음으로 윤기형을 만났다. 그때 그 형은 표정을 숨길줄을 몰랐고 그로 인해 나는 그들이 아는 진실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는 키워드를 얻을 수 있었다.

‘김태형, 나랑 동갑, 심각한 심장병을 앓고 있음 그리고 대체제’

몇 번이고 중얼거렸는지 모른다. 절대 밖에 나오지 않는 너였기에 그 집을 몇 번이고 돌아다녔고 때로는 윤기형을 통해 그 집에 몰래 침범하는 등 여러 방안으로 고뇌했다. 너와 나의 차이에 대해 알기 위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더더욱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머니는 너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처음에 나는 너의 심장의 대체제라고 생각했다. 심장이 좋지않은 아들을 위해 미리 대기시켜논 대기번호 n번. 그 정도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부모의 싸움의 내용은 너네집의 재산과 관련된 내용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뿐 심장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지민아 학교가야지, 오늘도 힘내렴.’
‘네, 그런데.. 저 이번 시험...’
‘안다. 잘하고 있어. 우리 아들은 절대 실망안시키는거 알아.’

이상했다. 애당초 지워버릴 아이라면 더더욱 존재감을 감췄어야하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어느 순간 아버지는 집 안에 존재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머리채를 잡고 몇 번 거실을 돌아다니다 온갖 가구를 부수다 정말 한 순간에 나한테 아버지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아예 보이지도 않는 것도 아니였다. 밖의 유흥업소에 아버지가 여자를 끼고 논다는 소문이 너무 적나라하게 들렸으니까. 지금도 아버지의 소식을 알려면 얼마든지 알 수 있다. 어머니와의 위자료를 온갖 술집여자에게 쏟아붇고 있는 것은 어머니가 가끔 직접 꺼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놓고 비정상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상하게 굴러가는 것이 우리 집이였다. 내 손을 잡고 너네 집을 들어오기 전까지 항상 그랬다. 그리고 이제는 정상적으로 굴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애당초 움직이지가 않았던게 이전까지의 우리 집만의 상황이였다. 그리고 지금 비정상적인 것처럼 보이는데 모든 것이 움직이고 있다. 김태형은 쓰러졌지만 의문을 품고 있고 나는 아무것도 잃은 것이 없지만 너의 품 안에서 울고 있다. 지금 이것을 너는 만족하고 있을까?

/솔직히 처음 설정이랑 엄청 많이 바뀌어서 나도 신기해 ㅋㅋㅋ 원래 이렇게 울보찡찡이아녔는데 ㅋㅋㅋㅋ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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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때론 몸뚱아리를 원망했을 때가 더 많았다. 보기보다 약했고, 정신은 더 곪아 터졌으며 그로 인해, 삶의 질 또한 바닥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그 누군가로 인해. 혹은, 약물로 인해 내 모든 기억의 파편들은 눈 녹듯 사라져버렸고. 지금의 철부지 김태형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최근 들어선 자'해라던가, 자살시도를 한 적은 없었다. 우울함을 극에 달아던 기분은 언젠가부터 시라 졌고, 언젠가부턴 누군가의 사랑이 절실히 필요하다 생각했으니.

돌이켜본다면, 그 일의 모든 것은 네 덕일 수도. 아니면, 네가 원망의 대상이 될 수도 있었다. 아니, 더 세부적으로 들어간다면 날 버리고 떠난 어미의 탓도 있겠거니.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다시 눈을 떴고, 그 옆에서 날 쳐다보고 있던 너와 눈이 마주쳤다. 울음을 터뜨리던 어린아이의 모습은 또 싹 지워버린 채, 늘 똑같은 표정으로 쳐다보는 네가 이젠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표정을 철저하게 숨기는 법을 배운 로봇처럼 날 쳐다보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 혼자 있고 싶어."
"왜."
"혼자 있고 싶다고."
"어."
"나가라니까."
"싫어."
"왜!"
"알고 싶지 않아? 왜 너와 내가 만나게 됐는지."
"알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좀 가. 도와달란 말도, 네 손을 잡겠다는 것도 다 후회되니까, 그냥 가."

그 엿 같은 표정 좀 어떻게 하란 말이야. 제발. 어른들의 기분은 표정에 드러나기 마련이었다. 아무리 진실됨이 묻어나지 않는 표정이라 한들, 눈동자엔 그들이 전하려는 진짜 목적이 읽힌다. 하지만, 난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철저했으며, 감정을 절제하는 인간이었다. 사람을 다루는 것을 대면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나로서는 그런 네가 큰 장애물이었다.

/ㅋㅋㅋㅋㅋ, 나도 원래 이런 캐릭터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되게 양아치 기질이 있어야 했는데. 나무렴 어때, 난 지금도 좋은데.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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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7
어느 순간 내 어깨에 고개를 파묻는 너는 다시금 정신을 차리지못하고 쓰려져버렸다. 이런 상태의 너는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조용히 윤기형한테 연락을 취하고 자고 있는 너를 바라보았다. 평온해보이지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수가 없는 얼굴. 내 어깨를 잡아오는 손에 고개를 들었더니 서둘러달려온게 티가나는 윤기형은 서투르게나마 내 눈가를 한번 쓸어준다.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니지만 그 상황을 방관했다는 이유만으로 저 사내는 얼마나 고통을 받았을지 그리고 얼마나 속죄를 받고싶은건지를 알기에 나는 그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아들? 왜 고귀하신 니엄마는 냅두고 이런 곳까지 행차하신거냐? 너도 그 여자랑 똑같구나.’

술병이 날라오고 음흉한 시선들이 나에게 꽂혔다. 윤기형의 손을 잡고 내 친아버지가 있는 곳을 간 그 날 몇 번이고 헛구역질을 한 것 외에는 사실 특별한 소득은 없었었다. 이미 무슨 약이라도 한 건지 눈이 잔뜩 풀려 나에게 알아듣지 못할 욕설이나 한 사내는 나에게 잠시 관심을 주다 다시 옆의 여자의 몸을 탐하기에 바빴고 나는 그것을 한없이 지켜보다 윤기형에게 끌려나갔다.

‘저 사람한테 얻을 수 있는건 더 없을텐데? 이미 맛간지 오래야. 손탔어.’
‘알아요. 하지만 저사람만큼 내가 다룰수 있는 사람은 현재로선 없어요. 그리고... 최소한 저 사람은 알고는 있잖아요. 나를 데려간 이유에 대해서.’
‘하지만..’
‘사실 부질없는건 맞아요. 지금의 나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까 근데 왜 그게 내 맘대로 안될까요?’
‘넌 무슨 애새끼가 세상 다 산 것도 아니고 애답게 굴어 멍청아’

그렇게 몇 번씩이나 허탕을 치고 나도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너의 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말이다.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너와 제대로 시선을 마주친 그 날 여자의 표정과 남자의 표정은 한없이 자비로워보였지만 여자는 나에게 벽을 세웠고 남자는 내 시선이 너에게 닿지 못하도록 가림막을 만들었다. 그들은 공범이란 칭호를 붙이기에는 생각보다 더 가까웠고 사랑이란 단어로 정의내리기에는 뭐랄까 너무 그저 느낌상 일뿐이지만 미심쩍었다. 그래서 완전히 포기를 못했다. 겨우 후각 하나 말고는 아무것도 아는 것도 없는 주제에 미친 듯이 돌아다니며 그때의 체취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하나씩 갈피를 잡고 찾아다니던 중

‘미친 ’놈 안 꺼져 이 술 맛 다 떨어지게‘
‘...’
‘뇌야, 뇌. 심장이 아니라 뇌. 고작 사람 대’갈통 하나에 미쳐서 씨‘발 진짜 그게 뭐라고’

차라리 심장이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차라리 너의 아버지의 미친 사랑이라고 믿었다면 혹은 나의 어머니의 돈에 대한 지독한 욕심이 낳은 결과라고 믿었다면 더 좋았을 것을.

기록지까지 뒤져볼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이젠 누가 진품인지도 중요하지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냥 착한 아이로 사는게 더 나았다. 엄마가 나에게 말했던 것처럼 나는 착한 아이였다면 이렇게 시작을 꼬이게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가끔 호기심이 들끓는 날이면 놓았던 것을 한번씩 들쳐보고 더 세밀한 것을 알아갔다.

‘박지민 왜 자꾸 내 말 무시해?’
‘...’

니가 이렇게 한번씩 말을 거는 날이면 더더욱 그랬다. 책임을 어떻게든 너에게로만 떠넘기고 싶어서 이기적으로 굴었고 점점 더 인형처럼 나는 엄마에게 이끌려다니기만 했다.

‘완전 샌님, 안 지겨워? 그러고 사는거?’

그렇게 억누르며 살아온 주제에 고작 너의 한 마디가 기폭제가 되어 상황을 이렇게까지 악화시켰다. 사실은 처음부터 몰랐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면서 억지로 알아냈던 쪽은 나였던거면서 정말로 아무것도 몰랐던 너와 고통을 나누려고만 했다.

“갈게, 쉬어.”

그렇기에 너와 나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너와 내 기억이 이미 충돌을 일으킨 이상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기 때문에.

/뭔 목적하나 나오는데 과거사가 왜이리 기냐... 눈귀입막설정을 한 내 죄다 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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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어느 순간부터 혼자있음을 익숙해 하는듯하면서도, 외롭다 느껴질때면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제 어미처럼 다른 이들도 날 버렸을까, 두려웠던탓이다. 네가 나가자 다시 넓은공간에 혼자가 되자 이 넓은 공간이 나를 삼켜버릴것같다는 생각을 했다. 눈을 꾹 감고는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다.

"좀 와주면 안될까."

입술을 연신 잘근잘근 씹어대며 전화를 받은 상대방이 수락하기만을 기다렸다. 알겠다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난 그제서야 안심을 했던것같다. 몇분뒤 들어오는 남준을 보고는 몸을 일으켜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언제일까, 기억도 안나는 시절부터 우리 둘은 함께였다. 내 옆의 사람이 다 기피하며, 무시했을때 내 옆에 있었던 단 한 사람. 그게 김남준이였으며, 그 시작이 어디였는지도 모른다. 단지, 내 기억이 닿는곳은 남준과 늘상 함께였다는것. 그러고보니, 어렸을적기억은 아주 희미하게나마 남은 기억이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것은, 단지 몇몇의 조각들뿐. 나 또한, 기억 조작을 당한것일까.

"내일 교육 받는다며."
"응."
"근데, 그 몸으로 받을수 있어?"
"그거 잠깐 듣는다고 죽는것도 아니고."
"조심해, 지금도 너 위태로워 보여."
"안 죽는다니까."

한숨을 내쉬는 남준을 뒤로하고는 눈을 감았다. 누군가 옆에있으면, 그날은 잠이 들기 수월했다. 전처럼 기절하듯 잠드는것 외엔, 사람이라도 옆에 작은 온정이라도 있으면 편안하게 잠에 들었다. 이또한, 어렸을적부터 받지못한 사랑탓일까? 모르겠다, 단지 난 사람의 온정을 갈구하고, 사랑을 받길 원했다. 언제인지조차 기억나지 않을만큼, 난 사랑을 갈구했다.

집사가 챙겨온 양복으로 갈아입고는 병원 밑 미리 준비된 차에 올라탔다. 기본 교육과 경영수업, 미팅까지 스케줄이 빽빽히 적힌 종이를 대충 훓고는 제 옆에다 내려놓았다. 창밖엔 제 학교 아이들, 혹은 또래아이들이 학교를 가는 꼴이보였고. 그 속에 자연스레 너도 섞여있었다. 내가 학교를 가지못할때면 너도 자연스레 빠졌던 학교였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등교를 하는 네 모습에 의구심이 들다가도 이내 복잡한 마음을 비우려 고개를 내젓었다.

적응되지 않는 으리으리하고 큰 회사 앞에 멈춰서서는 비서를 따라갔다. 첫번째로 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리는 일이였다. 그 옆엔 껌딱지라도 되는 양 네 어머니가 있었고, 그 여인은 날 탐탁치 않은 눈빛으로 쳐다봤다.

"몸은 괜찮냐."
"네."
"그래."

부자연스럽다 할만큼 부자사이간에 형식적인 말투가 오갔다. 한 3일쯤됐을꺼다, 너와 크게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후부터는 내 방에 찾아오는 횟수를 줄였으며, 집안에서도 마주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첫번째날은 내가 무얼 잘못했나 싶었고, 두번째날은 아버지가 미웠으며, 세번째날은 아버지가 날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4일째되는 날인 오늘. 아마, 내 예상은 맞아떨어진듯 했고, 아버지는 더이상 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보지 않았다. 도대체 왜? 저 여인이 또 무슨 소리를 짓'걸인것일까. 의구심을 품은채, 여인과 남자에게 간단한 목례를 하고는 교육실로 향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목적이 너무 심오하다. 아니, 근데 진짜 난 갈피를 못잡겠네. 뭔가 복잡미묘한 느낌.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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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8
병원에서 너와의 만남 이후 나는 지하실에 갇혀있었다. 내가 어디까지 아는지 그리고 도대체 무슨 의도로 너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인지 윤기형이 그나마 막아준 덕분에 완전히 탄로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지만 병원에 존재하던 수많은 입을 막는 것은 확실히 불가능했다. 너의 입에서 나온 너와 나의 협력, 이 단어가 문제였다. 너와 내가 어떤 것을 협력하는지 아직 입을 맞추지않은 상황이었기에 섣불리 입을 열수도 없었고 그들 또한 내가 어디까지 아는지 알 수가 없었기에 어떤 것도 물을 수 없는 복잡미묘한 대치상태가 유지되었다.

“지민아, 착한 내 아들. 왜 그러는거야?”
“태형이가 무슨 말을 했니? 그 아이는 아직 몸도 성하지 않는 아이다. 너희 둘이서 어떤 말을 했는지 아버지의 입장에서 알 필요가 있어.”

그들의 눈에 나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으로 눈물까지 그렁그렁하게 매달아서 애원했다. 도대체 왜 이러는거냐고, 부모도 자식도 어느 누구도 믿지않는다. 그렇게 너가 집 안으로 오기전까지 갇히고 빠져나오고 갇히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그래도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저런 얘가 아니였는데’
‘투자한 것에 비해서는 확실히 더디긴 하지만 그래도 성과는 보여’

과거의 기억이 또 다시 오버랩된다. 이번 기억은 확실히 여자와 남자 둘이다. 너와 내가 같은 방을 쓴지 한달쯤 되었나? 그때까지는 확실히 감시가 덜했던 시기였다. 그렇지않았다면 친아버지를 찾아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테니. 친아버지를 찾기 전 그들의 대화는 확실히 힌트가 되었다. 바뀐다, 갇혔다 그리고 감시했다. 근데 뭘?그리고 의외로 남자의 방에서 기록지를 찾았다. 일주일 정도의 아주 짧은 기록이었지만 그들을 증오하기에는 충분한 자료였다.

그 기록지 속에 너는 의도였지만 나는 우연이라는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애당초 아무것도 없었던 그냥 평범한 오히려 보통보다 부족한, 즉 너와 비교군이 될 수 없는 아이였기에 그렇게 방치해놓았다는 글이 적혀있었다. 그렇게 나를 내보내려던 와중 나의 친아버지가 나를 발견했고 그는 내가 그 실험의 한명이 되기를 바랬다. 그런 주제에 지금 미쳐가는 꼴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때는 그랬다. 그렇게 연구소의 약점을 틀어쥐고 음식 대신 약물을 투여한채 버티고 난 이후에 나는 그 장소에 머무른 것이 아니라 어딘가로 옮겨졌다. 이것으로 기록은 끝나있엇지만 아버지의 말과 유추시켜볼 때 그 당시의 내 뇌는 이미 내 것이 아닌 상태나 마찬가지였다는 거다.

후각을 제외한 나머지를 전부 가려논 것도 그런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뇌를 발달시키는데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전부 차단시킴으로써 그들은 내 뇌가 그들이 의도하는대로의 발전과정을 거의 정확하게 볼 수 있었다. 그들에게 나는 정말로 조종당하는 인형이었다. 지금도 그들은 나를 두달에 한번정도는 너의 병을 핑계로 가두고 내 뇌를 진찰하려든다. 그리고 아직까지 어긋남이 없음에기뻐하기까지 하는 걸보면 가끔씩 까꿍정도는 말해주고 싶지만 그 뒤에 일어날 상황의 심각성을 알기 때문에 참을 수 밖에 없다.

“지민아”
“네 어머니”
“아직까지 고집을 피우는건 너답지 않아.”
“무슨 말씀을 하시는건지 모르겠어요.”
“..알겠다. 조금 있다가 교육실로 오렴.”

여자도 이제 나와의 기싸움이 지친 까닭일까? 이대로 포기할 리가 없는데 여자는 나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더니 일단 한 발 물러서준다...라고 생각했다. 교육실 안에 있는 너를 보기전까지는 말이다. 여자도 남자도 이상한 낌새는 이미 눈치챈지 오래였다. 그들 또한 이제는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것이다. 너일지 나일지 아니면 둘 다일지 먼저 모습을 드러내는 쪽을 물어뜯기 위한 게임을 시작하기 위해서 말이다.

/아니야 아직도 과거사 아직 덜풀렸써 ㅠㅠㅠ 미쳐 ㅠㅠㅠ 참고로 말하지만 진짜 별거없는데 쓸데없이 꼬였어 ㅋㅋㅋ우리 진짜 오래가자.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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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수업이 시작됨에도 불구하고 교수는 수업을 시작하지 않았다. 누굴 기다리고 있음이 확실했다. 칼 같은 성격을 지녔거니와, 시간 약속은 무조건 지켰다. 따라서, 알 수 있었다. 누군가가 온다는 것을. 문이 열리고 교복 차림을 한 네가 들어왔고, 작게 인상을 쓰곤 널 쳐다봤다. 교수는 네게 자료집을 건넸고, 넌 내 앞에 앉았다. 알 수 없는 묘한 기류에 한참을 속으로 왜?라는 생각만 내뱉으며 배경음이라 생각될 만큼 들어오지도 않는 수업을 억지로 들었다.

"네가 여기 왜 있어."
"뭐가."
"네가 여기 왜 있냐고."
"여기 있으면 안 돼?"
"아니, 넌 학교에 있어야 될 시간이잖아."

분명히 등교를 하는 네 모습을 봤다. 아, 어쩌면 일부러 학교 앞을 지나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길이 하나밖에 없는 것이 아니었거니와, 그 길로 간다면 한참을 돌아가야 했다. 왜 이제야 눈치챈 것일까. 비서는 아버지 쪽 사람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으므로 아버지가 고용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럼 네 어머니 쪽 사람이란 말인데. 단순 눈 착시를 일으켜 내게 안정감이라도 줄 심산이었을까. 자리를 뻈길까 두려워하는 허수아비 세자처럼 보이는 것인지, 네 어머니는 생각보다 날 너무 얕잡아봤고, 난 그에 맞춰 대충 연극을 해주었다.

"한심해."

자료를 끌어모아 정리를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영 수업을 듣는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적어도 20분. 지금 이곳은 너와 내 이야기가 다시금 도청 당하기 심상이었다. 그로 인해, 자리를 뜨는 듯 눈속임을 하고는 아무도 모르는 사각지대에서 은밀한 만남을 해야 했다. 네 어머니, 내 아버지가 하는 걸 많이 봐왔던 터라, 사각지대를 찾는 것은, 눈 속임을 하는 것은 쉬웠다. 이로써, 우리의 계획이라는 것이 점점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음을 자각했다.

"나랑 처음 만났을 때가 언제였다고 했었지?"
"...."
"왜, 또 말하기 싫어졌어? 마음이 바뀐 거야?"
"...."
"도와주겠다며."

/응응, 난 오래 보고 싶다. 끝내더라도 난 이거 결말내고 끝낼래.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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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39
“너와 내가 처음 만났던 순간은 니 기억에 없어. 대부분 내가 널 지켜봤으니까.”
“..뭐? 그렇지만.. 그게.. 무슨”
“너는 밖에 나간 적이 없다고 했지. 니 기억 속에선 맞아. 하지만 나는 밖에서 너를 봤고 그 뒤로 너를 지켜봤어, 그것도 꽤나 많이.”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마!”
“너도 나랑 똑같았으니까 내가 짐승처럼 길들여졌다고 했지? 넌 인간처럼 길들어졌어. 그것빼곤 똑같아.”
“니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하나도 모르겠어, 뭐야 도대체”
“너랑 나랑은 똑같다는 걸 말하고 싶은거야, 충추신경이 망가진 나나 심장 하나가 고장나서 팔딱거리는 너나 드러나는 것 차이일뿐 똑같아. 전부”

처음으로 너와 나의 동질감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나 혼자만 오롯이 느끼는 동질감이 너에게 전파되기를 하지만 너는 그것을 이해하려면 얼마나 더한 충격을 겪어야할까? 우연인 요소들 가운데서 필연이 있기마련이다. 내가 선택된 것도 니가 병에 걸린 것도 모두 우연일뿐이지만 인위적인 조건들은 그것을 필연으로 만들어버렸다.

“너는 기억 못해, 그리고 나도 기억못해. 근데 왜 나만 이렇게 발작할까라는 생각해본적 있어?”
“몰라.. 너는 도대체 뭘 아는건데? 왜”
“너랑 내 차이는 말이야, 진품과 가품의 차이같은게 아니야, 난 처음에 내가 너의 대체재라고 생각했어, 너를 만난 이후부터 쭉. 근데 그게 아냐”

이미 너는 혼란에 빠져있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내가 아는 것이 정말 진실이라면 너의 기억의 일부가 반응할지도 모른다. 만약 이대로 주저앉는다면 내가 세운 가설은 전부 틀린 것이 되고 너만 혼란에 빠진걸로 끝난다. 정말로 나한테는 잃을게 하나도 없는 도박이었다. 새삼 나의 친아버지가 왜 미쳐갔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왜 키워드를 남발했는지도, 그 여자의 얼굴과 닮은 나로 인해 자제력을 잃은 탓이겠지. 어느 것 하나 양보하려하지 않았던 주제에 결국 다 가져버린 그 여자. 나도 다를바 없다. 끌어모은 자료들로 너에게 확인을 받으면 나한텐 얻는 것 밖에 없으니까. 어차피 진품이 존재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대놓고 가품이였던 내 존재의의에 대한 확답 그리고 쓸모없음과 쓸모있음이라는 극단적인 이분법의 세계에서 쓸모있음으로 확답받았다는 것의 확인. 결론은 또 다시 착한 아이 딜레마이다. 그것을 깨려고 했던 주제에 그것에 안주하려는 모순덩어리.

“너도 똑같은 실험체였어. 단 나보다는 유능하고 집안도 좋고 머리도 좋고 일단 기대치 자체가 달랐거든. 나야 뭐 어디서 굴러먹다온 어린애고. 그렇기 때문에 아예 범위자체가 달랐어. 우리 엄마란 여자는 너희 집 재산에 관심없어. 관심있는건 니 목을 언제쯤 따서 니 머릿통을 갈라보냐 이거야. 진짜 별거 없지?”
“...”
“근데 왜 사람머리에 그렇게 집착하는걸까? 그나마 니가 성공작이라서 그건 아니야. 나도 안거든. 그럼 내 머릿통을 쪼개보는게 더 간단하지 않을까? 근데 왜 하필 너일까 궁금하지.”
“...”
“상황이 바뀌었네. 이젠 니가 대화를 안하고 있잖아.”
“너 뭐야? 지금... 너 뭔데..?”
“뭐겠어. 박지민이지. 너한테 부족한 부분을 대신 실험당한 꼬맹이니까.”

벌써부터 너는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얘기해야할까? 2년동안의 감금? 내 친부모님과의 관계 파탄? 내 아버지가 미쳐간 이유? 너의 어머니가 쫒겨나게 된 원인? 둘이 어떤 식으로 결합을 하게 되었는지 알게된 방법?해야될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너의 눈 안은 지금 완벽히 무너져가고 있다.

“김태형, 무너지지마 니가 알아야될게 엄청 많아. 너의 필요성이 나한테 자유를 준다면 나는 너한테 전부를 줄게. 시간이 없으니 한 가지만 선택해. 나, 너, 내 부모, 니 부모 마지막으로 제 3자. 내 지식은 불완전하고 기억마저도 모든게 다 막혀져있어. 나는 얼마든지 거짓을 말할수있고 믿는건 너의 자유야. 어쩔래? 하지만 여기서만큼은 약속할께. 니가 선택한 키워드로 어긋남없이 시작할꺼라는걸. ”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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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0
가장 잔혹한 쪽은 내가 맞았다. 결국 그들과 다를 바없이 너를 이용하려하고 진실만을 말한다고 단정짓지도 못하는 주제에 결국 이렇게 너를 기만한다. 그렇지만 딱 하나만큼은 진실을 말해줄 수 있다.

“니가 어떤 것을 선택하든 딱 하나는 말해줄게. 직접 들은거니까.. 너희 어머니가 쫒겨난 이유...”

이것이 내 마지막 양심이라면 양심일 것이고 기만이라면 절대 너에게 용서받지 못할 기만이 될 것이다. 하필 유일하게 아는 진실이 그것뿐인 것에 통탄해야할까 아니면 너의 환심을 살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할까?

/길이보소... 나 이거 완전한 해피로 마무리되면 울지도..? 일단 목적은 니 뇌야. 이렇게 말하면 이상한데.. 일단 판타지 ㄴㄴ 현실물 맞어 ㅠㅠㅠ 무리수가 좀 있어서 그렇지..ㅋ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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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네 마지막말에 불안한듯 눈동자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사라진 날, 아버지는 내게 어머니는 도망을 갔다고 했었고, 어머니가 그럴사람이 아닐것임을 알면서도, 아버지의 말을 믿었다. 날 버렸다는 생각이 날 지배했기때문일까, 아버지의 말이 곧 법이였고, 난 그에 따랐다. 아버지도 그런 날, 더 좋아하는듯, 날 더 아끼는듯 보였고. 날 풀어두는듯 했지만, 보이지 않는 포박을 했던것이였다.

조용했던 회사가 다시 벌컥 뒤집혔다. 또 내가 사려졌다는 이유로 도련님, 도련님. 태형 도련님, 하며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아무말 없이 넌 대답을 하라는듯 답을 부축였고, 난 그에 확실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네 말대로, 넌 기억이 온전하지 않으며, 난 네 말을 신뢰하지 못했다. 단지 넌 날 이용해먹으려는 목적을 내게 밝혔고, 내게 네 목적에 따라 움직여주길 원했다.

"난..."
"도련님, 시간이 없어요."
"난 말이야..."

채 말을 끝내기전에 문이 벌컥 열리고는 한 경호원 사내가 들어왔다. 한 경호원 사내라고 생각했으나, 하얀 얼굴에 늘씬한 체형을 가진 윤기였다. 넌 한번에 저 자가 누구인줄 알았을터이지만, 난 알아채지 못했다. 제 어미의 아비의 수족을 들었던 사내였던것임을, 어렸을적 한달에 한번꼴로 병원 검사를 핑계로 연구실로 데려갔던 자가 저 자였음을. 저 사내는 내 기억에서 지워진지 오래였고, 봉합된 기억이 풀려난다면 내 아비이든, 내가 모르는 그 누구이든 내게서 억지로라도 지우려던 기억은
내게 가장 큰 고름덩어리였다.

"어...?"

윤기를 따라 들어온 경호원들은 내 옆에서서는 날 억지적으로 끌고나갔고, 난 그에 끌려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버티다 결국 교육실로 향했다. 다시 들어오지 않는 수업을 듣고있으려니, 교수는 내게 무슨 걱정이 있냐 물었고, 난 고개를 내저었다.

어두운 밤이 되서야 탈출하듯 싶이한 회사였고, 사람의 온기하나 느껴지지않는 집에 들어섰다. 방으로 향했으나, 네 교복하나 보이지 않았으며 난 넥타이만 느슨히 풀어 침대에 들어누웠다. 도대체 어디에서의 기억이 맞고, 옳은지를 구분하지 못했다. 네 기억과 내 기억속은 확연히 달랐으며, 네 말을 조합시켜본다면 네 기억과 내 기억은 어느정도의 연개성이 있다는 말이였다. 하지만, 내 기억과 내기억은 마치 다른 삶은 살아온 사람들처럼 달랐고, 난 누가 옳은 기억인지 알수없었다. 어쩌면, 네 기억의 일부와 내 기억의 일부가 서로 혼동되어 바뀌어들어갈수도있다는 것. 좀 더 쉽고 정확하게 결론을 내리자면, 내가 기억하고 있는 기억의 한부분은 네것일것이고, 네가 기억하고 있는 기억의 한부분은 내것일수도 있다는것이였다.

옷을 갈아입곤 책상 앞에 앉았다. 실로 오랜만에 잡아보는 연필의 촉감은 꽤나 이질적이였다. 우선은 내가 기억하고있는 부분을 하나씩 써내려갔다. 첫번째, 한 아이와의 만남. 그리고 채 한달이 되지 않은 후 헤어짐. 얼굴 기억 안남. 두번째, 8살 무렵의 운동회로 인해 지병을 알았고, 그 날로 약물 복용 시작. 세번째, 우울증을 앓았다는 사실. 네번째, 어머니의 도망. 여러번 썼다지워도, 이 넷의 키워드는 아무런 연관과 조합이 되지 않았다. 머리를 헝클이고는 종이를 책상 서랍에 집어넣고는 도로 침대에 누웠다.

협탁 위에 올려진 약을 한번 쳐다보다 다시 고개를 돌렸다. 방의 불을 다 꺼버리고는 눈을 감았다. 어쩌면, 저 약이 내 기억을 억누르고 있을꺼란 생각을 했다.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그런 상류층들의 이야기를 오늘은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이러면 기억한 파편이 돌아오지 않을까. 네가 없는 방의 분위기는 차가웠고, 병실과 같은 넓은 크기에 베게에 얼굴을 파묻었다.

"...무서워."

/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판타지 섞인듯한것같은데. 이거 해피로 끝나면, 진짜... 내 자신에게 박수쳐줄래.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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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1
거의 끌려나다싶이하여 윤기에게 거세게 뺨을 맞았다. 뺨을 쥐고 멍한 눈으로 쳐다보니 왜 그렇게 멍청하냐며 자신의 머리를 헝크러뜨리는 윤기가 거의 처음으로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자기 가슴을 퍽퍽내치며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윤기 또한 죄책감에삶의 한부분이 일그러져 고통받는 남자일뿐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윤기형, 태형이한테 말해줘.”
“뭐? 김태형? 니들 언제부터 그런”
“형아야, 아 오글거려. 근데 그냥 말해줘. 그건 약속한거라서 어쩔 수가 없잖아.”
“걔가 버틸 확률은?”
“죽겠지. 못버텨.”
“그럼.. 너는 도대체 뭘..”
“그래도 모르면 너무 억울하지 않아? 나는 몰라서 너무 힘들었는데 쟤도 알 건 알아야지.‘
“내 입으로?”
“그냥 전달만 해줘. 어차피 난 이제 위험인물로 자리잡아서 거짓말밖에 못할텐데 뭐.”

태형의 어머니가 쫒겨난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치정사건때문이었다. 사랑하는 남자를 쫒아 도망간 여자이기에 차마 부끄러워서 너에게 비밀로 하자는걸로 입맞추어졌고 그 상대는 내 어머니의 오빠. 차라리 내 친아버지였다면 좀 더 싸구려드라마 겸 좀 더 그럴듯한 삼류소설이 완성될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게도 그정도로 둘 다 급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나의 아버지는 뇌신경쪽에서 일하는 평범한 남자간호사였고 어머니는 그저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믿기지가 않지만 그랬다. 아버지가 일하시는 병원에서 너와 일치할만한 유전자를 가진 아이들을 찾았고 그 사이에 하필 내 서류가 끼어들어가게 된 것도 어머니가 절대 낯선 사람을 따라가선 안된다, 옆길로 새면 안된다라는 말을 내가 무시하고 나에게 손을 내밀던 남자를 따라가게 된 것도 우연이라면 우연이겠지만 그랬다.

나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은 모두 집안과의 합의가 끝난 상황이였기에 조금 미심쩍인 서류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의심없이 순순히 따라오는 나를 보고 그들은 나를 데려갔다. 비밀스러운 일이였기에 차마 확인할 생각은 못하고.

잡혀오고 난 뒤에야 그들은 무언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들은 너의 어머니께 연락을 취했고 내 아버지가 그들의 능력 하에 다룰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에 안도를 표했다. 일이 어그러지기 시작한 것은 나의 아버지와 너의 어머니가 나의 거처에 대해 합의를 볼 때부터였다. 그 둘은 진심으로 자기 자식을 사랑했다. 배우자의 동의도 구하지않고 막무가내로 자기 자식을 그 지옥 속으로 밀어넣을정도로.

너의 어머니는 변수를 대비하여 표본이 하나라도 늘면 더 좋은 일이였고 아버지는 어설프게 알았기 때문에 이 일이 나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었다. 뜻이 변질될 지언정 그 시작만큼은 순수했다. 문제는 그들의 배우자가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에 있었다. 나의 어머니와 너의 아버지는 그 둘을 미쳤다고 생각했다. 자식을 위한다는 핑계를 내밀면서 자기 자식들의 뇌를 자기 멋대로 발달시키려고 하다니. 속뜻과는 관계없이 그들의 행위는 애정이란 단어를 방패로 삼은 학대였다. 그렇게 너와 나는 그렇게 길러졌을 것이다. 그 사이에 일어났던 일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그때의 일로 인해 뇌신경 중 감정부분을 담당하는 충추신경이 거의 망가져 회복될 수 없는 수준까지 갔다는 것을 기록지를 통해 훔쳐봤을뿐.

“지민아, 나는 너를 이해를 못하겠어.”
“형 이해를 하려고 들면 안돼.”
“그냥 너희 둘 지금 이대로 살면 안돼? 그래 내가 못할 말이긴 한데 지금 이대로도...”
“이대로면 둘 다 죽어, 시작도 하기전에 죽어없어졌었어. 발버둥쳤기 때문에 지금 숨통이 막히는거야. 이미 늦었어.”
“지민아..”
“태형이한테 전부 전해주지 않아도 좋아, 대신 이것만 전해줘. 니가 원하든 원하지않든 나는 이제 시작할꺼라고”


/인간 수준에서의 뇌개조니까 판타지까진 아니야... 응... 이제 슬슬 진행을 시켜볼까나 ㅎㅎ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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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아침에 눈을 떴을 땐, 그 어느 누구의 온기는 느껴지지 않았고, 나는 그에 익숙한 듯, 어색한 듯 가정부가 차려주는 밥과 반듯하게 다려놓은 교복을 꺼내 입었다. 협탁 위에 올려둔 약봉지를 흘끗 보고는 어제 분의 약까지 함께 챙겨 가방에 쑤셔 넣었다.

학교에서도 넌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오랜만에 찾아간 학교는 참으로 어색했다. 긴 오후를 마치고는 차를 기다리다 어제의 모습을 한, 아니 어제 꽤나 차가운 표정으로 우릴 봤던 사내가 내 앞에 차를 세웠다. 클랙슨을 울리자, 그제야 이어폰을 빼곤 그 사내를 쳐다봤다.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저기 차 왔는데요."

이미 뒤에 도착한 차를 가리키고는 발걸음을 돌리려다 급하게 내리더니 네 팔목을 붙잡는 사내에 작게 인상을 썼다.

"할 말이 있어서 그래요."
"난 듣고 싶지 않은데."
"박지민, 그리고 그쪽. 이 정도면 됐죠? "
"...."
"들어볼 만한 가치가 생기지 않았어요? "

사내의 차에 올라타서는 부드럽게 운전을 하는 사내를 쳐다봤다. 한참을 달리다 어느 한 강가에 차를 세우고는 담배를 보무는 사내에 작게 인상을 썼다.

"미성년자 앞에서 담배는 너무 하신 거 아닌가?"
"그 말, 박지민도 똑같이 했는데."
"...."
"어제 그쪽이 나가고 저보고 대신 전해 달라고 하더군요. 자신은 이미 위험 리스트에 올라가있다고. 그쪽을 보지 못할 거라고. 어머니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지민이한테 직접 듣는 게 낫겠죠. 전해 달라는 게 두 가지였어요. 한 가지는 어머니 이야기, 한 가지는 내가 선택을 안 해도, 자기는 시작할 거라고."
"네?"
"그 쪽 아버지는 무너지실 겁니다. 또한 그쪽도 곪아 터진 기억을 다시 꺼집어내셔야 해요. 약, 먹지 마세요. 그게, 그쪽의 기억을 지워버리니까."

알 수 없는 말만 해대는 사내에 인상을 썼다. 이름은 민윤기라 했고, 직업은 말해주지 않았다. 단지, 지민을 돕는 자라고 했다. 아직은 혼란스러운 말만 해대는 윤기와 지민에 인상을 확 구기곤 복잡해진 머리에 관자놀이를 짓눌렀다.

"너희들이 뭘 하겠다고. 지'랄 마."

벌써부터 불안해졌다. 어딘가 애서 살아가고 있을 제 어머니와 제게 한없이 잘해주다 갑자기 냉대를 부린 아버지가 내 앞에서? 아니 아버지 또한 내 그늘에서 사라질 것 같아서.

"너희들 신고할 거야."

/ㅋㅋㅋㅋㅋㅋ, 꽤 많이 했는데 이제 복선만 깔리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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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2
이미 나를 뒤따르는 인물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 당당하게 기억을 더듬어 내가 갇혀있던 장소로 걸음걸이를 옮겼다. 선전포고인건지 아니면 철없는 어린애의 도발인건지 어차피 그들은 감시자에 불가할뿐 내가 뭘하는지 당장은 막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더 미친 척하며 걸음을 옮겼다.

먼지가 뽀얗게 쌓여버린 평범한 가정집의 문을 거의 부수다싶이해서 열었다. 이미 증거가 될만한 것들은 전부 사라진지 오래지만 이 공간만큼은 두손으로 귀를 막고 눈을 감으니 더나할 것없이 익숙한 공간이었다.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밀랍으로 귀를 막고 천으로 눈을 막아놨지만 그것이 언제나 완전하지는 않았다. 잠시간은 그것이 풀어지는 순간들이 있음을 기억한다.

일부러 이곳저곳을 허우적거리면서 다녔다. 사실 바닥이라도 굴러야되나 고민했지만 그건 정말로 정신병원행일 수 있기에 참기로 했다. 아마도 이때쯤 걸어다니다 몸이 훽 하나 들려서 갔던 것같은데 역시나 바로 굴러버렸다. 바닥에 잔뜩 남아있는 지독한 먼지 냄새 때문에 켁켁거리기만 했는데 그때 누군가가..

‘왜 저 애죠? 멍청해보이는데...’
‘이번 신약테스트에서 가장 우수한 발전을 보인 아이입니다. 지민아 이쪽으로...’

누군가가 들어서 아마 보였던 얼굴은.. 너네 어머니가 아니였던 것 같다. 좀 더 젊고 너와 조금 더 닮아보이는 얼굴... 근데 너의 어머니가 연상되는 그런.. 아마도 그 여자가 나를 안아서... 어디론가.. 어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일단은 여기서 멈추고 눈을 떴더니 역시나 어느새 들어온 감시원들이 나를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집사님 여기는 무슨 일로?”
“지민 도련님, 이 곳에 함부로 들어오는 일은 무단침입인거 모르셨습니까? 빨리 나가주세요.”
“여기 명의가 제 부모님으로 되어있는데도 무단침입인가요? 몰랐네요.”
“명의소유주분들께서 원하지않는 것은 전부 안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나갈께요.”

일부러 허우적거리듯이 걸었다. 더 모자르고 바보같아보이게 그 집에 들어온 이유는 사실 별거 없었다만 생각보다 더 큰 소득을 얻었다. 어린 시절 내가 먹었던 약의 일부 그리고 어렴풋이 기억나는 여자의 형상. 어린아이는 별 거 없어보여도 영악한 법이다. 입에 뭘 먹이려고 하면 한 두 번쯤은 의심을 하게 되있다. 어릴때보다 몸이 더 커 위치를 바로 찾아내는 것은 사실 기대하고 있지 않았는데 탄수화물에 둘러쌓인 약은 다행스럽게도 무사했다.

‘이제 미션 1단계는 클리어. 2단계는 음... 역시 아버지 금고털러가는걸까나?“

초기에는 오롯이 피해자의 입장에 서있었던 친어머니와 너의 아버지에게는 얻을 것이 없다. 어린 나이기 때문에 내 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또한 헌저히 적은 상황에서 믿을 것은 몸뚱아리뿐이지 않을까? 내가 원하는 것은 그래서 무엇이 바뀌었냐이다. 너와 나 외 대부분의 사람들의 실험결과는 실패했고 너와 나는 반쪽짜리 성공에 불가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부모들의 연합을 부른 것은 무엇이었을까? 확실한 건 너와 내가 먹은 약이 다르다는 것이고 너와 나를 합쳐도 1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기형 왜?”
“야 박지민, 너 어딘데?”
“김태형..? 무슨?”
“미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거냐고!”
“너한테 말한게 다야. 끊는다.”
“야!!!...”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미 잔뜩 화가 난듯한 니 표정이 그려져 웃음이 나올 것 같은 것을 억지로 참고 다음 행선지로 걸음을 옮겼다.

“하여간... 민윤기 또 고걸 그대로 전달했다니까 못살아”

항상 가정법은 아쉬움밖에 남는 것이 없기에 아무것도 가정하지 않기로 한다. 그냥 있는게 전부다. 치기빼고는 없는 어린애랑 지금 잔뜩 열받아있는 어린애 둘은 협력해야한다. 지금은 그것만 믿을뿐.

/이제 막나가기 시작 ㅋㅋㅋ 과거이야기는 계속 하나씩 나올테지만 이제 진짜 조지러 가자 ㅋㅋㅋㅋ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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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악에 받힌 소리를 내뱉으며 머리를 헝클었다. 그로 인해, 집안의 가정부들은 내 주변으로 몰려들었고, 그런 나를 말리려 드는 가정부에 악을 쓰며 버텼다. 언제일까, 제 기억 속에 어렴풋이 떠오르는 한 사내가 있었다. 그 사내아이는 반쯤 정신이 나간듯해, 손목을 칼로 긁고 있었고, 손목을 적시다 못해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팔을 보고도 계속해서 손목을 그었다. 그러다 한 여인에게 발각되고는 억지로 약을 먹여 쓰러졌다. 그 사내아이의 얼굴은 다름 아닌 나였으며, 그 사내의 얼굴을 마주친 순간 난 최면에 걸리듯 쓰러졌다.

눈을 뜨자마자 들어온 것이라곤 익숙한 천장뿐이었다. 여전히 비어있는 네 침대였고, 방문이 열리며 아버지가 들어왔다. 안쓰러운 듯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아버지를 쳐다보다 고개를 돌렸다. 눈을 느리게 깜박이다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이 눈물이라는 것을 자각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 눈물의 근원은 무엇인지 몰랐다. 단지, 앞뒤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 그때의 나의 상황이었고, 어린 시절의 나를 본 것이 이유 없이 슬펐던 거일지도 모르겠다.

"태형아.'
"...."
"김태형."
"예."
"약을 안 먹은 거냐."
"네."
"그러니까 네가 발작을 일으킨 거잖냐. 왜 약을 먹지 않은 거지?"
"...."
"고집부리지 말고, 약 먹어라. 다른 건 다 봐준다고 쳐도, 약 안 먹는 건 용납 못하는 걸 알잖냐."
"네."

결국 억지로 입에 들어가는 약을 보고서야 아버지는 방을 나섰고,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문이 열리고 닫혔다. 이미 약기운에 몽롱해진 기분과 나른 해지 몸이었고, 창밖만 보며 살짝 짜증 난 목소리로 말했다.

"나가."
"...."
"내 말 안 들려? 나가라고."
"아까 들어왔는데, 너무한 거 아닌가."

차갑던 방이 네 목소리로 인해 조금은 따뜻해지는듯했다. 몸을 느릿하게 돌려 널 쳐다보다 다시 몸을 홱 돌려 창밖을 봤다. 마당 외각을 따라 나무들이 즐비하게 서있었으며, 한쪽에는 꽃들로 가득 채워져있었다. 그 옆엔 사냥개 한 마리와, 흩어져 집을 지키는 경호원들까지 쭉 훑고는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조금 걸거치는 링거를 잡아뜯으려다, 팔을 내리곤 이불을 뒤집어썼다.

"아버지한테 말해."
"뭘."
"너랑 나랑 방같이 안 쓰겠다고."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내가 싫다니까? 너 같은 패'룬 아랑은 같은 방 쓰기도 싫어."
"...."
"우리 둘이 왜 형제야? 너 같은 거 형제로 둔 적 없어."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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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3
한번 고삐가 풀리고 나니 거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문 앞을 머뭇거리다 아니 그냥 사람을 시켜서 한 두 번 찔러보게하다가 말았을 그곳을 낮부터 문을 열고 당당히 들어간다.

“어서.. 뭐야 고딩. 여기는 미성년자 올 곳이 아닌데? 신고먹으면 영업잘려. 나가”
“신고하시던가요. 어차피 저도 남자 하나 끌고나가고 나면 올 일 없습니다.”
“이게 ? 어디서...”
“여기서 일하는 사람 아니고 손님인데 진상치워주는거니까 감사히나 여기세요.”

대형룸에서 보도방까지 아버지의 재산수준도 꽤나 많이 내려온 모양이다. 어차피 제대로 살 것이라고 기대도 안 했으..니까라고 생각했는데 다리에 힘이 풀렸다. 망가져도 너무 망가져있어서. 그나마 정이란 것도 못 끊어내는 건가보다. 아버지의 품 안에서 아양을 떨고있는 여자의 머리채를 잡아끌어내치고는 아버지 앞에 앉았다. 이미 눈은 아무것도 담고있지않고 내 몸을 더듬어오는 손길에 기조차 막히지않는다. 본인도 아마 몰랐을 것이다. 일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하지만 몰랐다는 것이 모든 일의 면죄부가 되지 않듯이 나 또한 어설프게 알 수만은 없다.

탁자위에 올려진 물을 꺼내 아버지의 얼굴에 퍼부었지만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저 들처업고 보도방을 나갔다. 어차피 집이란 곳은 어머니가 다 해결해놨을테니 그곳에 던져놓으면 될 것이다. 이 상태에서는 전의도 의욕도 생기지 않는다. 나를 감시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를 갔는지 보이지 않고 지갑이란 것도 제대로 없어 결국 다시 들어가 마담을 협박하듯이 해서 아버지의 집주소를 알아내었다.

나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 쪽은 누구일까? 5년에 걸쳐 천천히 준비해온 것보다 지금 딱 1주일도 안된 시간 내에 얻어낸 정보가 더 많다는게 우습기도 당연하기도 하다. 내가 어설프게 안다는 이유만으로 놓치고 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내 어깨에 기대어 어느새 잠든 남자의 어깨가 초라하다.

“아빠 듣든 안듣든 상관은 없는데 아빠 되게 밉다. 그냥 전부다”

택시에서 내려 다시 남자를 들쳐매고나니 비밀번호가 또 다시 문제가 됐다. 아빠생일, 단순조합 하다못해 내생일까지 해봤는데도 풀리지 않았던 번호가 엄마의 생일을 하니 풀리는 것을 보고 또 다시 기분이 엉망이 된다. 어차피 이런 인간들이 모이고 조합되서 나라는 존재가 나온거겠지만 내 부모님 문제도 해결못했던 주제에 남의 부모님의 가정사에 침범하려고 했던게 너무 오만처럼 느껴진다.

“아 좀 누워봐요, 여자 그만 찾고..”

어차피 여자의 손을 탄 집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을텐데도 굳이 찾아온 까닭은 그냥 아빠가 보고 싶었던거다. 인정할 부분은 확실히 인정하고 넘어가니 속이 편해진다. 한껏 초라해진 몸을 웅크려 잠을 자는 아버지의 등을 몇 번 쓸어주었다. 처음부터 이랬더라면 좀 더 편했을까? 너의 기분을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공감하지는 못했었다. 나한테 아버지는 모든 일의 시초였으므로.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만난 아버지는 증오는 하되 완전히 미워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나의 엄마와 너의 아버지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도 무리가 있었다. 나에게 엄마는 지금 당장 나를 위협하는 발톱을 숨긴 상냥한 맹수같았으니까.

“아빠 나 이제 갈게. 하여간 아빠는 되게 미워 전부 다 미워.”

감정자체를 겨우 억누르고는 방을 나갔다. 아마 이 방을 다시 찾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내가 알고 싶었던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알고싶지 안았던 정보들은 충분히 얻었으니까.

“왔니, 지민아”

그렇기에 이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반겨주는 것은 기대도 안했는데 거실에는 너의 아버지와 나의 어머니가 앉아 자연스러울 정도로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미 그들의 귀에 내 행선지가 들어왔을텐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나를 방에 들어가라고 하는 것이 지레짐작이 가다못해 속이 너무 뻔하게 보여 긴장조차 되지도 안았다.

그리고 역시나..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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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4
그리고 역시나..

“내가 싫다니까? 너 같은 패‘룬아랑은 같은 방 쓰기도 싫어.”
“우리 둘이 왜 형제야? 너 같은 거 형제로 둔 적 없어.”

잔뜩 분노한 니 모습이 눈에 선히 들어온다. 그러나 그 모습에 머리가 지끈거리기보다는 미소가 실실 나오는 것을 보면 이미 미쳐도 한참 전에 미쳐버렸나보다.

“응 너랑 나랑 형제 아니야, 내가 박지민이고 너가 김태형인데 그게 무슨 형제야. 맞지?”

내 입에서 내뱉고도 우스워 그냥 소리를 내서 웃어보였다. 아.. 데자부... 김남준이랑 둘이서만 웃었던 그때처럼 미친 듯이.

/길이조절따위 못하는 병 걸렸나봐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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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어, 피 하나 섞이지 않았잖아."
"그래, 우리는 형제 아니라니까."
"돈에 미'친 새'끼."

날카롭게 날을 세운 말을 내뱉었다. 역시 넌 내 어떠한 말에도 신경 쓰지 않는듯했고, 미친 듯이 웃어대는 너에 귀를 막고는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 마, 하지 말라니까!"

꽤나 큰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고, 그제야 웃음을 멈추는 너였다. 뒤늦게 들어온 아버지와 어머니는 너와 날 한참을 쳐다보다 널 데리고 나갔고, 그제야 다시 조용해진 방에 한숨을 내쉬었다. 혼자인 것을 극도로 무서워하면서도, 반나절을 혼자 지내던 나에게 어쩌면 암묵적인 적응이 몸애 베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꿈 속일까, 다시 어렴풋이 보였던 소년의 인영이 보였다. 그 소년은 꽤 즐거운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앞엔 꽤나 아름다웠던 미모의 모습을 한 여인이 있었고, 그 옆에서 꽤 즐거운 표정을 하며 여느 사내아이들과는 다르게 책을 읽으며 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분위기도 얼마 가지 않아 깨지고 말았다. 여인이 사리지 그의 시점이었을 것이다.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여인을 찾아 나섰고, 미친 듯이 엄마를 외치며 온 집안을 휘젓고 다녔다. 그러다 소년의 눈에는 칼이 들어왔었나 보다, 그때부터 소년은 미친 듯이 손목을 긋기 시작했다. 아까의 상황과 똑같은 장면, 그때야 자각했다. 미모의 여인은 내 어미였다는 것을, 또 미친 듯 손목을 긁고 있는 사내는 나라는 것을.

앓는 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 이미 어둠을 삼킨 방은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는 방. 역시나, 넌 내 옆에서 잠이 들어있었고, 넓은 네 침대를 두고는 내 침대에 누워있었다. 널 가만히 내려다보다 조용히 누워 네 허리를 끌어앉았다.

"무서워."

이로써 다시 나는 연기를 가장한 척, 어린아이의 가면을 썼다. 어둠을 무서워하는 전형적 어린아이의 모습을. 여전히 작동되고 있는 시시티브이를 흘끗 보고는 떨리는 목소리를 지어냈다.

"무서워."

진심 반, 거짓 반이 담긴 말이었다. 억지로 가둬 넣은 기억을 끄집어 내는 것이 무서웠고, 두려웠다. 네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은은히 묻어나는 네 체향이 돌이켜보면 차 좋았던 것 같다.

/난, 상황을 짜지 못해서... 짧아질 수밖에 없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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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5
니 목소리와 함께 깨진 평화는 강압적인 끌려나감으로 끝났다. 이제야 겨우 두 사람이 나를 아이가 아닌 경쟁상대?쯤으로 여기는 듯 했다. 오히려 평온하게 굳어있는 어머니와는 달리 가식적인 얼굴을 어느새 감춘 너의 아버지는 내 목을 잡고 흔들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미쳐가야 그만할꺼냐고 그 와중에 니가 들을까봐 목소리를 급하게 낮추는 꼴이 헛웃음났다. 얼굴이 시뻘개지고 숨까지 막혀와 켁켁거리지만 반항하지 않았더니 여자가 남자의 손을 내 목에서 억지로 떼낸다.

“지민아, 내 아들?”
“네 엄마.”
“아빠 앞에서 말해도 되는 내용이에요?”
“글쎄다. 근데 아들, 그냥 이대로도 살만하지 않아?”
“솔직히 인정이요. 이대로도 살만하죠.”
“뭐가 문제인데? 최소한 너한테 나쁘게 돌아간 적은 아무것도 없잖아.”

나의 엄마이기 때문에 여자는 내가 하고자하는 일에 가장 큰 모순점을 아무렇지도 않게 찔러된다. 계기란게 부족해서, 이유란게 부족해서 항상 이렇게 스스로 납득을 못하고 무너졌었다. 2년간 가축처럼 굴려진 것치고는 그 취급을 받게 한 사람들은 모두 망가져버려있고 돈 많은 새아버지도 생겼으며 일단 어머니란 사람도 나라는 존재가 쓸모있다고 여겨지는 한에 있어서는 지금도 오냐오냐해주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항상 결과가 나아갔다가 멈칫했던 것이다.

“나쁘게 돌아간다의 기준이 뭔지는 모르겠지만요.. 엄마 지금 상황은 나한테 되게 나빠요. 엄청. 보여지는 것이 좋다고해서 그게 정말로 좋은건 아니잖아요.”
“끝까지 가볼 생각이니?”
“아뇨, 이미 멈추기는 좀... 많이 늦었어요.”
“저 새끼가 어디서”
“당신은 가만히 있어줄래요? 뭐가 문젠데? 그게 그렇게 중요한거니?”
“엄마가 그랬잖아요. 고집에 신념이 붙은 순간 가장 멍청해지는거라고 저도 그냥 그렇게 멍청할래요.”
“들어가쉬렴. 하지만 아들 오늘이 지나가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아마도 나는 내 어머니란 여자를 평생 못 이길 것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이겨도 이긴 것같지 않은 그런 싸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까지 내밀은 평화협정은 내가 거부했고 너의 아버지는 이미 나를 경계대상으로 삼은지 오래였다. 그러나 단 하나 의문인 점은 어째서 내 어미가 너의 아버지보다 우위에 있냐는 것이다. 눈짓하나로 남자를 제압하는 여자의 모습은 꽤나 익숙해보였고 그것을 당하는 남자의 모습도 순종적이여보였다. 단순히 여자의 매력의 문제가 아니라 무언가가 있다.

아직까지도 내 어머니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내 친아버지와 어머니의 수족인냥 밑자리에서 발발거리는 너의 아버지. 그리고 어린 시절 짧게 만난 너의 어머니를 닮은 여자. 그리고 내가 먹었던 약의 성분까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은 하나도 없지만 윤곽적으로는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먹이사슬 관계도부터 실험의 정체까지. 5살부터 7살까지의 소실된 기억 외에 더 소실된 기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하나씩 들기시작한다. 아마도 그 키포인트는 니가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언제 만난적 있어?’

나를 기억할 수가 없을 과거의 니가 나를 언급한 적이 있다는 것 그리고 가끔씩 너를 볼때마다 드는 기시감까지. 내일이 되면 본격적으로 나는 배척을 당할 것이다. 그전까지는 조금 더 평화롭고 싶다. 그래서 말없이 너의 옆으로 가 누웠다. 사실 제일 모르겠는건 너에 대한 감정이다. 형제애도 동지애도 아닌데 왜 나는 너를 건드리고 싶어하고 너에게서 반응을 끌어내고나면 즐거워지는걸까? 조용히 눈을 감았다. 정리해야할 것도 해야할 것도 늘어났는데 지금 이순간만큼은 그냥 이대로 있고 싶다.

/나는 내용 빨리 진행시켜야되는데 감정정리가 안되서 문제야... ㅋㅋ 그래도 너랑 내가 당했던 실험결과는 이제 슬슬 나올 듯(기쁨)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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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또다시 꿈. 이젠 확실히 안다, 저기 있는 아이가 내 어린 시절의 모습이라는 것을. 그 아이는 한 사내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 사내는 날 안아들고는 어디론가 들어갔다. 온통 새하얀 방, 벽지부터 침대까지 온통 새하얀 방이였다. 그때의 소년은 웃음기를 잃은 표정이었다. 인생의 짐을 다 짊어진 표정을 하고서, 왼쪽 손목엔 피로 묽은 붉은 붕대를 감고 있었다. 의사로 추정되는 하얀 가운을 입은 사내는 정체 모를 약을 투여하고는 한구석에 앉아 날 관찰하는듯했다. 얼마 가지 않아, 우울하던 소녀는 사라지고, 연신 실실대며 웃기 시작했다. 그러다, 폭주라도 하듯 쓰러져 버렸고, 그 하얀 사내는 날 안아들고는 다시 집으로 향했다. 그 사내의 얼굴을 보았을 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사내는 다름 아닌, 윤기였으니.

아침은 꽤 평화로운듯했다. 온 가족이 모여 한 식탁에서 식사를 했으며, 우리 둘은 교복을 입고는 학교로 향했다. 익숙하듯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일상인 듯 보였다. 속부터 점차 썩어 문드러지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 탓이었겠지.

"넌 내 기억 속에 없어."
"네가 기억을 못하는 게 아니고?"
"없어, 지금까지 떠오른 기억으론 넌 존재하지 않아."

약의 부작용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단지, 약으로 인해 억제됐던 내 우울증과, 약으로 인해 내 기억의 일부가 사라지거나 조작됐다는 것이다.

"민윤기, 그 사람을 봤어."
"어디서."
"아주 오래전, 병원에 날 데려기던 놈이 그놈이야."

유일하게 우리를 도청하는 모든 곳에서 풀려날 수 있는 곳이 학교, 지금 이 시간이었다. 따라서, 지금 내 기억의 일부를 네게 전해줘야 했다. 너와 나는 손을 잡은 사이이므로.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간 나였으므로.

/재밌어지겠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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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6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미묘한 신경전이 식사자리에서 감돌았다. 원래 배척이란 건 아주 간단한 일에서부터 시작하는 법이다. 교복을 입고있던 중 미리 심어둔 심복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 약의 성분의 일부가 밝혀졌다고. 전체적인 성분은 문제가 없었다. 단 배합에 문제가 있었다. 약 속에서는 사람의 신경을 마비시키는 성분이 필요이상으로 많이 배합되어있었다. 그 약 하나만으로 전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너의 심장과 내 신경 둘 다에게 영향을 미친 부분임은 분명해보였다. 원래 인간의 몸이란 뭐 하나만 어그러져도 전부 망가질정도로 예민하고 신기한 것이었으므로. 그리고 내 아버지는 다시 보도방으로 나가서 술로 몸을 축내고 있다고 들었다. 새삼 놀랍지도 않았다. 하루가 똑같으면서도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너의 옆에 앉아 차를 타고 있다. 어떠한 대화도 없이 각자 다른 반에 들어가면서도 이미 내 머리는 터질 듯이 아팠다.

“여자의 행방은?”
“이미 제정신을 놓은지가 오래입니다. 기록이나 이런 걸 살펴보아도 어느 것 하나 제정신인 부분이”
“그정도로 미쳤다면 오히려 만나야지. 어설픈 정상인들이랑 기싸움하는건 지긋지긋해”
“빠져나올 수 있습니까?”
“막아봤자야, 이미 내가 가진 정보들만으로도 대략적인건 알 수 있어. 중요한건 정확함이지. 이따가 장소를 찍어보내. 바로 갈 거야.”

대놓고 아픈척을 하며 수업에 빠졌고 내 기억 속에 스쳐지나간 여자의 행방을 찾았다. 사실상 여자를 만난다고 해서 알 수 있는거라고는 신빙성을 높이는 것일뿐 별거는 없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오롯이 나를 위한 것일뿐 너를 위한 것은 아니였다. 아버지를 들쳐업었을 때 기억하고 싶지 않은 냄새가 코 끝을 찔렀다. 술냄새와 진한 향수냄새 그리고 역겨운 오물냄새 속에서도 절대 잊을 수 없었던 그 냄새. 그리고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집 속에서도 닿아있는 어머니의 손길까지 만약 제지당하지 않았더라면 너와 나 또한 저렇게 미쳐버렸을까? 잡힐리 없는 것을 갈망하고 살아있는 신경의 일부가 모조리 절단당한채 주입식된 압력에 미쳐 그렇게 흘러가게 되었을까?

나한테는 착한 아이라는 단어가 있다. 온 몸을 굳게 만들어버리는 마법같은 단어. 나한테 감정을 차단시키는 그 단어는 나를 어머니 앞에서 죄책감을 갖게 만드는 유일한 단어였다. 구속감 그리고 허탈감 외에도 많은 부분이 말이다. 그녀가 나를 위해 포기했던 것들을 기억한다. 하지만 그것이 그녀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기대받지않았던 아이였기에 방치되었고 어쩌다보니 상성에 잘맞아 죽어가기전 구원받았다. 조금만 더 알았더라면 아니면 조금만 더 몰랐더라면 나도 너와 같이 이 현실자체에 만족했을지도 모르나 어쩌겠는가? 원래 삶이란게 다 이런 것을.

‘T정신병원 203호’

내가 갇혀있었던 방과 아버지의 집은 내가 암묵적으로나마 짐작하던 것을 확신시켜주었다. 너가 아니여도 되었음을 말이다. 그리고 왜 하필 너의 뇌한테 반응한건지 왜 나는 미치지 않고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같은 것들도 부수적으로.

“김태형?”

잠시 상념에 잡혀있던 사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너는 나의 손목을 잡아끌고는 옥상으로 달려간다. 그러고나더니 심장을 움켜지고 고통을 표출하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잔뜩 힘이 실려있다. 그리고 니 입에서 나온 민윤기 세글자에 이번엔 내 심장이 덜컹거린다.

“병원? 너는 병원이 아니라.. 아닐텐데...”

너는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지만 윤기만은 기억해냈다. 그가 엮인 범위는 도대체 어디까지기에. 그가 가진 죄책감의 크기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그는 나뿐만 아니라 너에게도.. 그렇기에 그는 온전한 내편일 수가 있었던 것이다. 이번만큼은 나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너의 이야기와 함께 내 이야기도 이제 시작되어야한다는 것을. 너에게 꼭 전달하여야할 너의 어머니 이야기의 진상을 하나씩 이야기할 때가 왔다는 것을 말이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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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내 말에 넌 혼란스러운 듯 아닐 거라는 말만 내뱉었다. 네 말에 손목을 걷어올리고는 네게 손목 인근을 보여줬다. 희미하게 남은 흉터를 매만지며 네 얼굴을 응시했다.

"난 어렸을 때, 자살 시도를 했었어. 뭐 때문인지도 나도 몰라. 그냥 어떤 여인이 한 명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여인이 내 옆에서 사라졌어."
"그래서 고작 그 여인 때문이라고?"
"몰라, 너한텐 고 작일 수 있는 여인이 나한테는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던 여인일지도 모르지. 그 여인이 사라지고 나서 난 미친 듯이 손목을 긁었어."
"네 기억은 그게 끝이야?"
"아니, 자해할 때 그때쯤... 민윤기, 그 남자한테 안겨서 어디론가 향했어. 그냥 온통 새하얀 병원이었어. 정신병원. 아마 내가 간 곳은 거기일 거야."
"아니, 넌 병원이 아닐 거라니까."
"아니, 난 병원이었고 어떤 사내가 나한테 약물을 투여했어. 그래서 내 기분은 미친 듯이 오르락 내리 락을 반복했고."

넌 꽤나 혼란스러운 듯 보였다. 네 기억과 내 기억이 충돌했기 때문일까. 단지 정확한 것은 뭉쳐있는 실타래가 풀려야 할 때라는 것이었다. 우리 둘이 해결하긴 문제점이 많았다. 더군다나 권력을 쥐고 있는 사내와 여인을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러려면 우리 둘은 더 뭉쳐야 하고 끈끈해야 했다. 심장 부근을 약하게 때리며 마른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내가 먹고 있는 약이 하나 있는데."
"알아."
"그 약을 먹으면 내가 기억이 돌아오지 않아."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
"아니, 그것 때문이야."
"무슨 근거로."
"... 어찌 됐든 그 약 때문이야. 내가 기억을 더 떠올리려면, 네가 도와줘야 해."
"뭘."
"내가 그 약을 안 먹게. 안 먹고도 안 미쳐버리게."

사실상은 불가능한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원체 통제가 안됐던 몸이었기에, 약으로나마 억지로 억눌러놓았을 것이고, 그 부작용으로 심장질환이 왔을 수도 있었기에. 엄밀히 말하자면 그 불쌍하던 아이들은 다들 날 위해 실험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폐쇄된 병동에 갇혀, 눈, 입, 귀를 막아버리고는 극도의 불안함을 느끼게 만들어 흥분상태를 만들고는 약을 주입하여 그 반응을 살피는 것. 또한, 기억의 일부를 조작하거나 지우는 것. 가여운 어린 영혼들은 그렇게 죽어가고, 썩어갔을 것이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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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7
“확실히 니가 알고 있는 것과 내가 알고있는 것은 너무 달라... 근데 알 것같긴해.”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다. 내가 아는 부분과 니가 아는 부분은 조금 달랐다. 내 기억 속의 너는 집 안에서 항상 웃고있던 아이였고 너 또한 나와 같은 약을 투입했으리라고 믿었는데 그것이 바로 오만이었다. 너의 이야기는 감정을 다루는 부분에서 시작했다. 실험의 결과로 감정이 거의 말소되다싶이한 나와는 달리 너는 지나친 감정으로 인해 고통받았다. 또한 정신병원이라니, 시기에서도 확실히 차이가 났다. 너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는 확실히 다르다. 내가 시작했을지언정 너의 이야기는 너의 이야기대로 별개로 흘러가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렴풋이 같을 것이라고 추측한 내가 어리석었다.

“태형아, 뇌이식이라고 알아?”

그렇기 때문에 숨기지 않기로 했다. 어디서부터 꼬였는지는 모르지만 그걸 풀어버리기보다는 잘라버리는게 더 낫다. 너와 나는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해야하는 것이 더 편한 서로 다른 객체이므로.

“과학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싶이하지. 뇌이식이란게 간단하게 머리통을 쪼개서 뇌를 갇다붙인다는 개념이 아니니까 일단 뇌가 다루고 있는 신경만 해도 3000천개가 넘고 그것이 어떻게 다 연결된다고 해도 다른 장기들과 호흡이 안맞으면 싹 다 끝나버리고 뭐.. 일단 로봇이든 뭐든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싶이한게 뇌이식이란건데”

사실 좀 횡설수설하고 있다. 너의 표정은 이미 물음표가 잔뜩 떠있으며 내 표정은 무표정일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 속은 잔뜩 울상일 것이다. 너에게 배려란 걸 해보지를 못했던게 후회가 된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좀 더 다정하게 포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근데 유전학적으로 유전자가 일치하면 성공가능성이 더... 높고.. 그게 잘되는 구조란게 있.. 그렇다고 그래. 아마도 추측일뿐이야. 전부. 나도 정확한 기록을 보지는 못해서 확답할 수는... 울..어?”

내가 한 말의 뜻은 아예 자기 부모를 부정하란 뜻이나 다름없었다. 뇌이식, 유전자구조, 조작 그 외에도 꽤나 많은 것이. 뇌에 대한 언급을 너에게 꽤나 해놨던게 독이 됐던걸까? 아니면 약이 됐던걸까? 아니면 조금 더 미뤄두는게 좋았던걸까? 너의 어머니에 대해 그리고 너의 아버지에 대해 자세히는 알지못하기에 더 이상의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최소한 오늘 그 여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너의 경우는.. 몰라. 확신할 수 있는건 내 것뿐이야. 우리 아빠는 말이야... 뇌실험을 하는게 정확히 뭐인지를 몰랐어. 그저 뇌를 좀 뭐라해야하나 발달시켜주는 그런건줄 알고 시작했어. 나 어렸을때는 꽤나 멍청하단 소릴 듣고 커서... 시작은 그렇게 간단했어. 근데 그게 아니였다는 걸 알았을 때 내 친아빠는 그래도 좋다고 생각했어. 내가 어떻게되든 성공한다면 얻을 수 있는 패가 늘어난거니까 욕심이 지나쳤지.”

너의 이야기가 시작된만큼 공평하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한다. 너는 너에게 소중한 사람의 이야기를 했고 나는 내가 갇혀있던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감추고 싶었던 내가 실험에 참여하게 된 계기까지 아주 짧게.

“오늘 나 내가... 기억나는 한 여자를 찾아갈 거야. 따라와도 좋고 아니여도 좋아. 대신 따라온다면 내가 알고 있는 너의 어머니 이야기를 해줄게.”

이건 거래가 아니라 강요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와 같은 패를 내밀었다. 실험의도는 밝혀졌고 그 실험의 주도자들의 행방이 이제 너에게 밝혀질 차례이다. 어디까지 너가 견딜 수 있을지 감도 오지 않지만 내 손을 니가 잡았기 때문에 나는... 그 손에 힘을 주기로 한다.

/자 이제 일단 목적이란게 나왔는데... 판타지 아니...지?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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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네가 하는 모든 말의 근원은 내 가족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니, 아버지를 가리키며 저자가 기억을 조작하는데 관여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믿기지 않았다, 혼란스러웠다. 내가 알던 아버지의 모습은 가면이었을까, 가식에 불과했던 것일까. 단 한가지 확실한 것은 아버지는 날 한 번이라도 위한 적이 있단 말이다. 그렇게 원치 않는 자식이라면 이미 모르는 척 등 돌리는 게 가능했다. 아버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내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는 확답했다.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넌 그걸 핑계 삼아 날 잡아두려고 하잖아."
"아니야, 무슨..."
"맞잖아, 넌 내가 도망치려고 할 때면 항상 어머니 이야기로 잡아뒀어."
"..."
"비겁해, 비겁하고 치졸한 짓을 네가 하고 있는 거라고."
"알아."
"그래서, 내가 너랑 손을 잡을 거라고 생각해?"

이미 답은 정해졌었다. 난 이미 네 손을 잡았고, 너와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이 일의 시'발점은 어디인지, 이 일의 최초 동조자는 누구인지. 알아내기를 원했다. 알아내기를 원했다.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나는 네게 머리를 빌려주기로 했으며, 넌 나와 상반되게 힘이 있었기에 넌 내게 힘을 주기로 했다. 아주 완벽한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그로써, 난 네 손을 놓칠 수 없다.

네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사람들의 눈을 피한다고 하긴 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 걸릴 것이 뻔했다. 단지 혼선을 주어 시간을 좀 더 끌어보자는 게 네 신념이었다. 촉박한 시간 상으로는 뛰었어야 했지만, 넌 여유로운 듯 걸어가자고 했다. 단지 날 위한 배려이겠거니. 생각했다. 넌 어느 방 안으로 들어섰고, 나도 뒤따라 방 안으로 들어섰다. 어지럽게 즐비한 방안엔 머리를 산발의 꼴을 해서는 한없이 웃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정신을 놓은 것일까, 문 앞에 미동도 없이 서서는 네가 하는 행동을 관찰했다. 아니, 실은 저 여인이 무서웠던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가능한 선에서 하는 뇌 개조라며, 그럼 판타지는 아니지.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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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8
다시금 맞잡은 손, 이번에 너는 확실히 화가 난듯해 보였다. 하지만 저 여자의 입에서 나올 소리가 어떤 소리인지 나조차 감을 잡을 수 없기에 이렇게나마 붙잡고 싶었다.

방안으로 들어서니 예전 기억나는 얼굴은 모두 사라진 여인의 웃음소리가 우리를 반겨맞았다. 더 이상 손 쓸 수 없을만큼 망가진 모습. 그들은 차라리 입을 열게하고 후각을 막았어야했다. 숨을 쉬게하기 위해서였지만 쓸데없이 2년에 갇혀버린 후각은 그녀의 체취를 찾아냈고 뻣뻣하게 굳은 다리를 움직여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으니까“

“아파요? 그런데 왜 그랬어요?”
“... 으? 몰라? 뭐가?”
“실험번호 1013번은 기억못해도 당신은 기억하잖아요. 2월 29일 4년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특별한 날.”

여자의 뺨을 손가락으로 살살 쓸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은 내가 너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여자에게 하는 식으로 하는 건지도 모른다.

“나도 그날을 온전히 기억하지는 못해요. 겨우 떠올랐으니까. 당신도 당신의 언니도 둘 다 당황했었겠죠. 혹여나 하고 던져본 돌에 개구리가 맞았으니까 당신이 나를 데리러 오던 날이 바로 2월 29일. 내가 네발로 기는 짐승에서 그저 울부짓는 짐승으로 바뀌던 그날이여서 어떻게 잊을 수가 있었을까요? 당신들은 잔인해요. 당신의 조카를 위한 일로 시작한 건 알아요. 그렇기에 당신은 당신조카에게도 약을 투여했겠죠. 이미 잔뜩 실험이 끝난 이후에. 이왕이면 좀 더 좋은 유전자였으면 좋았을 것을 어디 한구석이 고장나버린 내 유전자로 실험된 결과물을 가지고”

너한테 소중한 여인이 누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여인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나도 한 부분정도는 마음놓고 미워하고 싶은 상대가 필요하니까.

“욕심이 생겼을걸 이해해요. 나라도 바꿀 수 있다면 바꿔버렸을 거야. 그런데 그게 기술적으로 안되니까 아예 뇌구조를 일일이 건드려서 하나하나 바꾸는 식으로 열몇명씩이나. 여기가 한국이 아니였다면 더 많은 인원을 데리고 했겠죠? 하지만 여기선 그정도가 최대한 선이니까 겨우겨우 그 선에서 학대하고 투여하고. 내가 살아남은건 별 이유없어요. 일단 내 유전자 한 구석이 고장나있었거든요. 아 그것도 일종의 장..애라 해야하나 좀 퇴화현상이 일어나있던거니까 그건 고마워할께요. 그래서 당신들은 나를 냅뒀어요. 그리고 결과론적이지만 나는 성공했구요. 우리 아버지 이름 기억나요? 박지석. 독한 사람이였죠. 당신들과 같이 미쳐가 그 있을 수도 없는 실험에 동참한건. 그래서 셋 다 미쳐버린거잖아요. 자식을 위한다고 자식의 삶에 개입하다못해 자식 스스로가 되고 싶어서!!”

이미 내 눈에는 눈물이 잔뜩 맺혔다. 하지만 표정 자체는 여전히 변하지않는다. 그리고 웃고있던 여인의 얼굴이 천천히 굳어가는 것이 보인다. 지긋지긋하다. 저정도로 미쳐있었기에 오히려 더 솔직한 것이다. 아버지도 저 여자도 다 똑같다. 왜 욕심낼 수 없는 것에 욕심을 내서 상황을 이렇게까지 밀어붙었는가? 결과적으로 남은 것은 뇌 이곳저곳까지 다 찍히고 검사기록이 남아있는 너와 나 둘뿐. 너의 얼굴을 볼 용기가 나지않기에 더 입술을 꽉 깨물고 하고 싶은 말을 해버린다.

“나는요.. 부모의 사랑이란거 몰라요. 그래요 그놈의 좋은 의도. 근데 나도 미칠정도로 괴로웠어요, 알아요? 꿈에서도 내가 짐승이 되어 굴러다니던 기억이 나요. 차라리 나도 다 지워주지. 왜 나는 안됐어요? 왜 나는 이대로 냅두게 했어요? 내 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녹아내린 뇌가 나오는 꿈을 꿔요! 네? 당신들이 하도 쥐고 보고 흔들어서 내 것이 아닌게 기억나요.”
“.. 너는... 반쪽이나마 성공체였으니까...”
“... 뭐예요? 사실 미친 것도 아녔어요? 말해봐요!! 뭐가 뭔데요? 내가 틀린거라고.. 제발”

이제는 부서질 것같은 여인의 몸을 잡고 흔들었다. 우연히 기억난건지 아니면 정말 잠시 정신이 돌아온건지 눈이 똑바로 맺혀있다 다시 풀리는 것을 보고 무너지듯이 침대에 쓰러졌다. 지독했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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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9
우연히 기억난건지 아니면 정말 잠시 정신이 돌아온건지 눈이 똑바로 맺혀있다 다시 풀리는 것을 보고 무너지듯이 침대에 쓰러졌다. 지독했다. 내가 모르는 진실이 더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변화과정만은 저게 맞았다는 거다. 허탈해졌다. 깔깔거리며 웃었더니 여인도 같이 웃다가 발작을 하기 시작하고 간호사들이 들어와 우리를 몰아내버린다.

병실 밖에 멍하니 서있는 너와 나 딱 둘.

“저게 다야. 별거 있는 것처럼 열심히 포장했는데 저게 다라고 실험이 변질된 이유. 내가 죽어버렸으면 최소한 너는 무사했겠지 아니 몇 사람은 더 무사했겠지. 니가 내 삶에 변화를 줬듯이 니 삶이 틀어쥐게 된 계기도 나야. 더 듣고 싶어?”

/헐? 올린줄알았는데 안올린거 이제 알았다 ... ㅜ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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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눈물자국이 남은 네가 있었고, 그 옆엔 넉이 나간듯한 내가 존재했다. 그러니까, 네 말을 곱씹어보자면 저 여인과 네 아버지, 그리고 또 다른 한 사람. 그 사람들의 극악무도한 짓으로 인해, 많은 아이들이 죽어나갔고, 너도 죽을뻔했다는것이였다. 곪아터진 기억이라는것이 이것일까, 아니면 이보다 더한 곪아터진 기억일까. 뭐가됐든 난 지금 굉장히 혼란스럽다는것이였다. 슬픔에 극에 달하면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 이말일까, 심장만 연신 두드려대며 네 몸을 약하게 밀쳐냈다.

"나 죽이려고, 너 일부러 그러는거지."
"뭐?"
"나 때문에 네가 죽을뻔했으니까, 네가 실험을 당했으니까 일부러 그러는거지."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착한척, 위하는척 하지마. 역겨워, 그게 니가 그렇게 알아내고 싶어했던 결말이야? 왜, 그냥 그때 죽어버리지 그랬어. 아니, 네 그 뭣같은 기억을 다시 떠올리지 말지 그랬어. 넌 도대체..."

여인이 울부짖으며 발작하는 모습이 꼭 저와 닮아있었다. 내가 꿨던 꿈속에서도 미친듯이 웃다가 발작을 일으켰으니, 저 여인도 나와 같은 실험체였던것일까. 아니면 나와같은 심장질환을 앓고있는 여인이였을까. 아니면, 정말 극단적이고 비극적 결말이라면 저 여인이 내 어미라는 점이다. 아니, 저 여인이 내 어미라면 그 여인을 혐오하는 지경에 이르러 네 편에 설수도 있는 어떠한 열쇠가 될지도 몰랐다.

병원을 빠져나온 시각은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이였다. 반쯤 넉 나간채로 걷고, 또 걸었다. 이 발걸음의 종착지가 어디인지는 몰랐다. 단지,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걷고 싶었다. 아니, 마음같아선 미친듯이 달려 심장이 멎어버릴때까지 뛰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정말 게도 난 죽음을 두려워하는 한낱 어린 아이일뿐이였다.

한참을 걷고 걸어 도착한곳은 작은 강이 보이는 공원이였다. 벤치에 앉아서는 강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저무는 해에 반짝거리는 강물이 꽤나 아름다웠었던것같다. 병원에서부터 넌 날 계속 따라왔던모양인지 내 옆에 앉았다. 그런 너에도 아랑곳 않고는 계속 하염없이 정면을 응시했다.

"있잖아, 난 아무래도 잘못 태어난것 같지?"
"...."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 아이들은 죽지 않았을까, 넌 지금 이 모습이 아니지 않았을까."

처음이였다, 처음으로 내 존재를 부정하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처음이 아닐지도 몰랐다. 삭제된 내 기억 어느곳에서 자신의 존재를 미친듯이 부정하는 어린아이가 존재할지도 모르는 일이였기때문에.

/난 일 있는줄 알고... 기다렸지.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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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50
잘못된 추측이라고 믿고싶었기에 그저 서럽고 괴롭기만 했다. 옆에 있는 니 감정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보다 지금 순간의 내가 더 중요했기에, 반쪽짜리 성공체. 차라리 대체제인 것이 나을정도로 최악의 어감이다. 잠시간 보였던 여자의 눈빛은 후회도 아난 자조하는 눈빛이었다. 어쩌다 저런 어설픔이 튀어나왔는지에 대해 후회하는 그런 것.

시작은 정말로 순수했던 것 같다. 그녀의 연구에 너라는 목표물이 생기고 나라는 부수적인 조미료가 첨가되고 그러다 엉망진창으로 전부 망가지기. 자식을 가질 수 없는 여자가 자기의 조카에게 집착을 했다. 그 조카 아이는 몸이 약하다는 단점을 제외하고는 그 여자를 진심으로 대했겠지. 내 기억 속의 너처럼. 그러다보니 욕심이 생겼을 것이다. 형부의 재력과 그녀의 머리 그리고 그녀의 언니의 원조. 삼박자가 고루 맞았고 그러다 그녀처럼 쓸데없는데 맹목적이고 고집불통인 하지만 어설픈 지식을 가진 남자가 나타난 것이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애정이 도대체 뭐길래. 고집에 신념을 가지는 순간 그게 제일 멍청한 것이라고 말하던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그녀는 얼마나 저 세 사람이 증오스러웠을까? 그렇기에 더욱 더 너의 뇌에 집착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반쪽짜리가 아니라 최소한 뇌만큼은 성공한 너를 말이다.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 아이들은 죽지 않았을까, 넌 지금 이 모습이 아니지 않았을까?”
“... 뭐?”

지끈거리는 머리 탓에 목표의식을 잃은 사이 나도 모르게 너를 쫒아왔고 너의 옆에 앉았더니 들려오는 황당한 소리에 또 입이 떡하니 벌어진다. 이번엔 정말로 멍청한 표정을 지었을 것 같다.

“맞지않아? 니가 한 말은 모두 내 부모님...”
“그런 소리나 하는 니가 그나마 완성품이라니 진짜 인간의 신체는 뭐 어찌 되먹은거야. 존‘나 어렵네. 니가 그런 소리를 하면 내가 뭐가 되냐? 미안한데 그렇게치면 우리 아빠가 기여한게 얼마나 되는지부터 하나하나 따져볼까?”

열이 받을 일은 아니였는데 조금 많이 열이 받았다. 너에게 악역을 준 적도 하다못해 조연을 준 적도 없는데 왜 자기 멋대로 비극적인 엑스트라같은 소리를 하고 있느냔 말이다.

“니 탓을 하려고 했으면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했어. 니가 말했듯이 나 무지 나쁘잖아. 확대해석은 하지마. 어차피 제대로 따지고 들면 사연 없는 사람 아무도 없고 울 엄마가 이제까지 나온 것만 따지면 젤.. 아니다. 니네 아빠가 젤 불쌍해. 울 엄마는 돈은 안썼거든.”

일부러 장난스러운 말투를 했지만 저게 부정은 못하는 사실은 맞다. 어쩌다 저렇게 변질되어버렸는지 모르겠지만 그랬다.

“그리고 나도 다 몰라. 말했잖아. 나도 어린애 일때라고 지금까지는 대충은 맞았어. 근데 그게 맞은 이유가 막 찍은 건 아니고 그래도 나름의 조사란 걸 해왔거든. 저 사람들이 용인하는 내에서. 아마 이 이상은 틀릴지도 몰라. 나도 자신 없어. 니가 아니라 내가 진짜 죽일 새끼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내가 지금까지 안게 다 틀릴지도 몰라. 확실한 건 하나도 없는데..”

너의 앞에서만큼은 그래도 거짓말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말을 좀 멋없게 하는 감이 있지만 그래도 너의 옆에만 서면 왠지 모르게 편해져서 이상한 기분이 들 때가 많다. 형제애도 동지애도 아니면... 뭐 모성애같은건가? 우습지만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도 아직까지 최악은 가지 않았으니까 괜찮지 않아?”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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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지금 어설픈 위로라도 하자는거야?"

네 말에 바람빠진 웃음을 내뱉었다. 내게 고작 위로를 하려고, 이게 진실이라며 우물속 나를 꺼내줬을까하는 우스운착각도 들었다. 이미 내 눈을 트게 만들었으면 네가 끝까지 결말을 보여야지, 어째서 네가 지레 겁을 먹었냔 말이다.

"최악은 면했지, 지금으로썬."
"최악으로 안 갈수도있잖아."
"그 여자, 나랑 닮았어. 어쩌면 그 여자, 내 엄마일수도 있다고. 핏줄이란게 참으로 묘하게... 땡기는게 있다잖아, 지금 내가 딱 그 기분이거든. 뭔가, 대단하게 끈끈한것같은 느낌."
"글쎄 난 모르..."
"미친듯이 웃다가 발작하는거, 그거 내 꿈에서도 봤어. 꽤 어릴적의 내가 미친듯이 웃다가 발작했고... 기억은 여기까지, 사실 더 기억해내기 싫은데."
"이제와서 무서워지기라도한거야?"
"어, 나 무지 무서워. 어머니한테도 모자라, 아버지한테도 버림받을까봐."

살짝 손이 떨렸던것 같다. 아직은 멋모르는 어린아이였기에, 나보다 훨씬 성숙한 너보단 생각도 미숙하고, 상황을 판단하는것도 조금은 미숙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의 모든 일을 이해하기까지에 시간이 좀 걸렸다. 아니 어쩌면 부정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내 아버지는 그럴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내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이들이 나 하나로 고통을 받았다는것을.

"우리 오늘 집 들어가지말까?"
"그게 가능할거라 생각해?"
"왜, 지금 아무도 우리 감시 안하잖아. 머저리같이 대놓고 따라다니는데, 그걸 누가 몰라. 근데 오늘은 없어."
"그래도 불가능이라니까."
"우린 애초에 불가능한걸깨려고 손잡은거 아니야? 조작된 뇌, 아니 어쩌면 지금 너와 내가 기억하는것 조차도 조작일수도있는데. 어짜피 우리는 어떤것이든 부딪히려 손잡은거 아닌가? 불가능이든, 가능이든 한번은 해봐야하지않겠냐."

고개를 돌려 네 눈을 응시했다. 아무리 냉혈한 인간이라해도, 너와 같이 마인드컨트롤을 잘 할수있는 인간이라한들 사람들은 눈에서 모든 감정이 들어나기 쉽상이였다. 특히나 네 눈은 때묻지 않은 어린아이의 눈을 하고있었기에, 더 믿음이 갔다고나할까. 어찌됐든 넌 내 눈을 속이지 못한다는것이였다. 어떠한 거짓말을 한다해도, 네 눈 속에선 거짓인지 진실인지 뻔히 보여졌기때문에.

"어짜피 우린 손 잡았어. 우린 형제도, 뭐도 아니잖아? 비지니스, 서로 얻을꺼만 얻고 가는거야."

그래, 비지니스 우리는 비지니스다. 어떠한 감정을 품지않은 단지 비지니스. 우정도, 동정도 그 어떤것도 아닌, 어떠한 감정을 품지않은 비지니스 관계.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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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51
위로하지말라면서 웃는 너의 모습에 나도 같이 웃었다. 의도가 그게 아니였더라도 그렇게 받아들였다면야 뭐 정정할 필요는 없으니까. 너에게 여자의 정체에 대해 말하려다가 말하지 않기로 했다. 니가 생각하는게 최악이 너의 어머니라면 차라리 그대로 냅두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윤기형도 그랬지만 나도 너가 버틸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니가 감정적으로 나보다 더 학대받는 환경에서 자랐을지라도 너는 아직까지 신체적으로 제대로 된 바닥을 구른 적이 없기에 정신적으로 버틴다하더라도 너의 육체는 무너져내릴께 뻔했다.

“우리 집에 들어가지말까?”

그래서 니 말이 더 의아하게 들렸던 것 같다. 아니, 내 멋대로 흘러가고 있는 세계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제동이 걸린 기분이었다. 더 많이 안다는 이유만으로 상황을 항상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갔기에 너의 제대로 된 요구? 요청은 순간 나를 겁먹은 어린애로 만들어버렸다. 너와 나의 포지션이 너의 말로 인해 바뀌었다. 나는 너에게 말할 때 저런 표정을 하고 있었던가? 아니다. 나는 단 한번도 그 공간 자체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한 적은 없다. 매번 너에게 쏘아대고 부모 앞에서 반항적인 모습을 연기하고 있을 때 조차도 나는 프레임 속에 안착했다.

“너 말이야,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어. 나한테 쏘아붙이던거랑 지금이랑 완전 다른데 그것도 재밌어.”
“거야, 그래서 어쩔껀데 니가 들어가겠다면 말리진 않고”
“너랑 있을께. 이 사단을 내놓은 당사자니까 그리고 내가 손내민거니까 책임은 져야하지 않겠어?”
“너 말이야, 니 태도 되게 맘에 안들어. 니가 봐준다는 식의 그딴 태도 버려 니가 그랬잖아. 파트너면 파트너 대접이란걸해. 니 멋대로 우위에 있는거 솔직히 처음부터 맘에 안들었거든?”
“그래서 니가 내 파트너인게 맘에 들어. 참 거침도 없고 단어선택도 막 해버려서. 처음부터 신기했었거든. 도대체 나처럼 반응도 없는 애한테 왜 그렇게까지 반응을 보이나”

궁금증 한 스푼을 담아 질문 아닌 질문을 던지며 너의 팔을 잡아끈다. 나에게 건방지게 굴지말라는 니 태도는 합격점 그 이상. 내가 오만하게 굴고 있다는 것은 애초부터 느끼던 것 중 하나였고 그걸 직접적으로 따진다는 자체가 나와 너를 동급의 선에 놓고싶다는 의지를 반영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 맞다. 김태형 너 현금은 있어? 나 현금은 별로 없는데.. 카드 쓰면 바로 걸릴거아냐,”
“뭐..? 나도 그런건 잘..”
“오늘 잠자리 편한건 포기해. 나도 몇 년 도련님 생활했다고 내일 아침 몸걱정된다. 니 몸말고 내몸.”

친한 친구에게 하는 것처럼 대화가 이어진다. 물론 내용이 아주 가벼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무난하다고 생각한다. 복잡한 하루가 아주 간단하게 흘러가고 있다. 방금 전까지 다루었던 상황과는 별개로 그냥 그 나이 때의 고등학생같이.

/그래도 연애감정 한 스푼은 추가시켜보는 중 ㅋㅋㅋ 나 오늘은 이만 자러갈께요ㅠㅠㅠ 낼 저녁에 봐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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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내가 길바닥에서 자려고 너한테 말 던졌는 줄 아냐?"
"카드는 쓰면 걸린다니까."
"누가 카드 쓴 대?"

눈썹을 들썩이며 작게 웃고는 몸을 일으켰다. 어렸을 적부터 함께였던, 비밀을 잘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딱 한 명 제 옆에 있는데 그게 남준이었다. 여기서부터 남준의 집까지는 어림잡아 한 시간가량. 차만 타고 다니던 내가, 아니 몇 년 동안 도련님 행색을 했다던 네가 한 시간가량을 걸을 수 있을까.

"너 되게 비겁하고, 얍삽한 새끼인 건 알지?"
"알아, 내가 말했잖냐."
"알면 좀 고치지그래? 너 혼자 잘난 척은 다 하잖냐, 나한테 어떤 실마리라도 주던가. 혼자 담아놓고는 나한테 통보하듯 이렇다 저렇다. 되게 재수 없어."

시답잖은 장난을 치며 걸어 남준의 집에 도착해서는 무작정 두드리기 시작했다. 시끄러운 소리에 문이 열렸고, 꽤 놀란 듯한 얼굴을 해 보이는 남준을 뒤로하고는 익숙한 듯 집에 들어섰다. 소파에 드러눕고는 으어, 하며 앓는 소리를 냈다.

"너무 힘들어."
"너 뭐냐, 쟨 또 뭐냐? 저 답답한 놈 데리고 여기는 왜."
"나 여기서 재워줘."
"뭐?"
"오늘만 재워줘."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내는 남준을 쳐다보다 눈을 감았다. 오랫동안 걸었던 탓인지 피로가 몰려오는듯했다. 겉옷을 대충 벗어서는 몸에 덮고는 몸을 바르작거리며 자리를 잡았다.

"힘들어."

/나 내일부터 수학여행이라, 텀 굉장히 느릴 수도 있어요... 목요일 밤에 돌아와서...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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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52
무작정 너의 걸음을 따라 들어왔더니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와 너를 보는 남준의 표정에 잠시 멍, 자기 집인냥 편하게 자리를 잡아 누워있는 너를 보고 잠시 웃음 그러다 나도 겉옷을 벗고 편하게 앉았다. 위치추적이 될까봐 휴대폰을 전부 꺼놓은 상태였기에 남준의 집에 있는 시계를 보고서야 우리가 얼마나 무모하게 덤볐는지가 대략 가늠이 왔다.

“니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거냐?”
“글쎄? 그치만 난 이번엔 억울한데? 이번 일의 주도자는 김태형이니까 난 몰라”
“쟤가 또...? 아니다. 어쨌든 침대는 하나뿐이고 쇼파는 쟤가 차지했으니 넌 바닥행. 이불은 빌려줄께.”
“와.. 치사해.”
“넌 나 언제 봤다고”
“몰라, 그래도 김태형 친구라매. 봐줘.”

시덥잖은 농담이나 해대면서 다리를 주물렀더니 나를 한번 쳐다보다 찜질수건을 데워 던져주는 남준의 모습이 너와 닮았다는 생각을 들었다. 태도나 외모 이런게 아니라 뭔가 분위기가. 서스럼없이 너의 집에 재워달라고 땡깡을 부리는 니 모습이나 짜증을 내면서도 그걸 받아주는 남준의 모습이나 나도 모르게 표정이 풀어져서 씩 웃었더니 기겁을 하기까지. 배개랑 이불을 가져다주기에 일부러 능글맞게 감사하다고 했더니 이건 별로 질색을 하지 않는 모습이 확실히 너랑 많이 닮아있다. 너랑 나는 별로 닮은 것같지 않은데 너와 남준은 왜 이렇게 닮아보이는 건지 질투까지 나려다 유치하단 생각에 말았다.

“내일은 어쩔 생각인데? 쟤랑 너 둘 다”
“아마도? 한 판 붙을려나... 근데 머리채 잡히면 많이 아플까? 울 엄마 옛날에는 무조건 머리채잡고 흔들었는데”
“... 진심이냐?”
“엉? 아 너 머리가 짧아서 안 잡혀봤구나? 그거 엄청 아픈거같던데 여자들이 왜 싸울 때 머리채를 잡는지 이해를 못했는데 와.. 비명지르는거보고 무섭더라”
“그냥 자라.. 으이구 진짜 하나도 아니고 둘 다 아주 똑같아서는 자라”
“뭐..?”
“잘자라”

너와 내가 닮은 부분이 있었던가? 아니면 내가 헛 것을 들은건가? 어느새 불을 끄고 자기 방으로 들어간 남준의 뒷모습을 보다가 편하게 누웠다. 꽤나 많은 대화가 오갔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너는 잠이 든건지 긴가민가했지만 굳이 따지지는 않기로 한다. 이제야 겨우 아무런 장치가 되어 있지않은 다른 사람의 명의로 되어있는 벽돌보다 더 무지막지한 2G폰을 꺼내서 로딩을 시키니 내 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몇 가지 문자를 보내온 것이 눈에 띈다. 어차피 누가 해킹한다고 해봤자 전부 암호로 막혀있을 것이기에 상관없지만 그래도 나를 걱정하느라 최소한의 답만을 보낸게 새삼스레 고마웠다.

미성숙하다는 것, 내 맘대로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는 것은 전부 제약에 가까웠지만 가끔씩 이렇게 챙김이란 걸 받을 때 어린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미성년자가 아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진행해나가는 것마저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 밤만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잠들고 싶다. 그냥 평범한 남자아이처럼.

/잘 놀다와요~ ㅎㅎ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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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에 가만히 누워있으려니 잠이 물밀듯 몰려왔다. 둘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지기 시작했고, 아마 그렇게 난 잠이 들었나 보다.

또다시 꿈이었다. 최근 들어 급작스럽게 들려오는 기억은 날 혼란에 빠지게 하기 십상이었다. 한 여인이 병원에 누워있었다. 그 여인은 뭐가 그리 기쁜지 혼자 웃고 있었고, 그 웃음의 정도는 미쳤다 싶을 정도였다. 그 여인은 오늘 너와 같이 보러 간 여인 있고, 앞이 흐려지듯 장면이 바뀌었다.

다시 어린 시절의 나였다. 이번엔 한 여인이 서 있었다. 전 여인과는 같은 여인인 듯 키였지만, 미묘하게 분위기가 바뀌어있었다. 여인은 미묘하게 나와 닮아있었다고나 할까, 웃음이 닮았고, 앞뒤 가리지 않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성격이 닮았다. 그 여인은 네 옆에서 내 머리칼을 쓰다듬고 있었고, 나 또한 그 손길을 즐기고 있었다. 아니 익숙하듯 손길을 받아내고 있었다.

'엄마.'

그 아이의 말에 놀라지 안았다는 것은 거짓이었다. 그 아이는 어린 시절의 나였으며, 그 시절의 나는 그 여인에게 엄마라고 불렀다. 저 여인이 내 어미인 것일까. 그렇게 찾아헤매던 어미가 그 여인이라니. 허탈감만 밀려왔다. 나는 여인을 원망하는 것일까, 내게 그 여인에게 데려간 널 원망이는 것일까. 어찌 됐든, 난 혼란스럽다는 것이었다.

눈을 떴을 땐, 이미 내가 눈물을 흘렸나 보다. 언제 덮여있었을지도 모르는 이불이 느껴졌고, 바닥에 자고 있는 네가 들어왔다. 너를 보니 더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냥 네가 미웠다. 호기심으로 날 이끈 네가, 에덴의 동산에서 쫓아낸 네가 미웠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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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53
몇 년간 분수에 넘치는 도련님 취급을 받아왔다고 몸이 또다시 말썽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몸을 이리뒤척 저리뒤척거리다 결국 눈을 떴더니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힌 주제에 나를 노려보는 너와 눈이 마주치고 꿈인 줄 알고 다시 깰 뻔 했다. 잠을 설쳐서 그런지 눈이 하도 부어서 아직도 꿈에서 덜 깼구나하고 손만 위로 뻗어 너의 볼을 톡톡 두드리다가 뭔가 느껴지는 축축함에 놀라 몸을 일으키다가 쇼파에 무릎을 찍기까지 잘못하다간 소리를 질러 남준까지 깨울 뻔 했다.

소리없이 무릎을 잡고 끙끙거렸더니 들려오는 소리를 죽인 쿡쿡소리까지 남준이 깨지 않았음에 감사할 정도로 나를 환장하게 만드는 콜라보가 하나둘씩 만들어지고 있었다. 차마 너한테 짜증은 못내고 눈만 부라렸더니 얼굴에는 눈물자국이 흥건한 주제에 내 눈이 부었다면서 손으로 따라하고 있는 너가 보였다. 그래서... 쇼파 위로 올라가서 간지럼을 태웠다. 간지럼울 태우면서도 이건 아닌데 싶었는데 어느새 반격해오는 너 때문에 그러고 한참을 놀았다.

“근데.. 내가 시작한거라 미안은 한데 우리 이런 사이 아니지 않았냐?”
“지‘랄, 비즈니스 사이긴 하지. 받은대로 되돌려주는. 근데 니도 잘 알면서 왜 그랬냐?”
“그럼 너는 왜 울었냐?”
“야..? 질문은 내가 먼저 했잖아.”
“야 그런 식으로 따지면 첫 질문은 내가”
“나는 답했잖아, 그러니까 니가 답할 차례지!”
“...? 그게 답이야? 그럼 나도 답한거네. 우리 이런 사이 아니지않냐고.”
“아니 그게 무슨”

아... 바보들의 행진이다. 내가 김태형보다 약간 더 모자란 것같다.. 인정하긴 싫지만. 그리고 새삼 인정해야될 것이 우리 어머니의 혜안이다. 아 풀어주면 저런 모습을 보일까봐 혹시 그렇게 기를 쓰고 착한 아이임을 주입시킨 것은 아닐라는 새로운 가설을 하나 세울려다가 새벽 3시 밖에 안된 시간에 접기로 한다. 언제부터 이렇게 풀어지게 되었을까? 너와 함께 있는 집안에서 1분 1초도 헛되게 쓸 수가 없었다. 엄마에게 완벽한 아들은 되어줄 수 없었지만 엄마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해내고 싶었다. 그런데 어제부터 자꾸 그것이 안되기 시작한다. 중요한 내용이 잔뜩 담긴 문자메세지를 확인하는 것을 미뤘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편하게 너에게 장난을 걸고 있다. 반면에 너는 알지 않았어도 될 일을 나로 인해 잔뜩 알아간 탓에 낮빛이 점차 변하고 있었다.

새삼스레 내 처음 계획이 생각났다. 너를 방패막이로 내세워 그 속에 필요한 것을 모두 갈취해나갈려했던 계획, 너를 방패막이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부딪히는 것 빼고 돌아가는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차라리 끝까지 모르다 나중에서야 아는 것이 너에게는 더 나을지도 모른다.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마저도 너로 인해 얻은 것일 뿐이다.

복잡해지는 기분에 너의 얼굴을 한번 보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휴대폰을 켰다. 비즈니스의 관계에서 너한테 뭘 얻었다면 나도 다시 너에게 주는 것이 맞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일지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다. 판단하는 주체가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늘어난 지금 정확성은 좀 더 높을테니까.

/미아냉 ㅠㅠㅠ 쓸데없는 노파심으로 그만... ㅎ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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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안아줘."
"뭐?"
"안아달라고."
"... 싫... 야!"

90년대에 썼을법한 폰을 들고 있는 널 쳐다보다, 두 눈가를 꾹꾹 눌렀다. 내 말에 질색하는 네 손을 잡아당겨 네 품에 안겼다. 네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는 눈을 감았다.

"혹시 우리 엄마가 쌍둥이였을까. 아니, 도플갱어 수준일까?"
"그건 갑자기 왜 묻는 건데?"
"그냥..."
"왜 안 좋은 기억이라도 돌아온 거냐?"
"... 그냥... 그냥 난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야, 네가 그런 말을 하면..."

네 허리를 꼭 껴안고는 뒤로 몸을 젖혀 눈을 감았다. 둘의 사이가 더 가까워짐에도 불구하고 네 목덜미에 얼굴을 더 깊이 파묻었다. 왠지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아니, 잠에 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잠이 자는 게 두려워졌다고나 할까, 그다지 마주하고 싶은 기억은 아니었던지라.

몸이 달아오르는 네 몸에 작게 인상을 쓰고는 네 이마의 열을 쟀다. 열은 이미 달아오를 때로 달아올라있었고, 네 몸은 식은땀에 젖어있었다. 남준을 깨워 수건을 찾았다.

"왜."
"... 그냥 좀 주면 안되냐? 뭔 그렇게 말이... "
"야, 너 우냐?"
"수건."

네 이마에 젖은 수건을 올리고는 창문을 활짝 열고는 네 옷을 벗기고는 네 옆에 앉아서는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다. 내 옆에서 같이 있어주는 남준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널 계속해서 쳐다봤다.

"안 잘 거냐?"
"응."
"열은 내려갔잖아."
"다시 오를지도 모르잖아."
"너도 몸 약하잖냐."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야 될지 알잖아."

워낙 잔병치레도 많고, 많이 앓았던 터라 응급처치법이라던가, 약품에 대해서는 누굽다 뛰어났다. 그걸 아는 남준은 더 이상 나를 터치하지 않는듯했다. 이불을 덮어주고는 새로 수건을 적셔 네 이마에 올려주고는 바닥에 앉아, 소파에 몸을 기댔다.

"난 이만 들어간다."
"응."

다시 혼자가 되었다. 아니, 혼자는 아니고 둘. 강인하던 네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아파서 골골거리는 네 모습뿐이었다. 마른 세수를 한번 하고는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긴긴밤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이미 부은 눈에는 다시 눈물이 맺혔고, 또다시 소리 없는 눈물을 삼켜야 했다.

/난 씽 둥이라서 잠시 혼동 온 걸로 하려고 했는데... 아직 온전치 못한 기억이니까.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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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54
눈을 떠보니 어느새 학교에 갈 시간은 한참 넘어있었고 너는 불편한 자세로 쪼그리고 자고 있었다. 당황해서 급하게 몸을 일으키니 어느새 마른 물수건과 내 몸 위에 올려져있던 쪽지 한 장이 같이 떨어졌다. 내가 아파서 너가 간호했으니 너에게 좀 잘하라는 쪽지의 내용에 헛웃음이 나기도 잠깐 이러다 니가 먼저 골병이 들겠다는 생각에 끙끙거리면서 너를 쇼파 위로 마저 올려 이불을 덮어주었다.

좀 멋지게 들어서 올려주고 싶었는데... 머리가 아직 띵한 탓이라고 해두자. 벌써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옆에 놓여진 구급상자에 열을 재봤더니 37도. 아직 미열이 조금 남아있었지만 견디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아마 학교는 부모님들이 알아서 진단서까지 떼놓고 해결해줬을 것이다. 이게 누구로 인한 일탈인지 그쪽에서도 감을 잡지 못했기 때문에 그 쪽도 확실히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새벽에 잠시 확인하던 문자를 마저 해독했다.

여자가 목을 매었다. 하지만 이것은 자살로 보인다. 특별한 외상의 흔적은 없고 여자의 목을 맨 사진은 나를 배려한 것인지 보내지않았지만 그저 고고하게 몸의 흔들림 없이 죽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녀가 품고 있었던 그녀의 일기장에 수도 없이 적힌 이름들이 있다고 한다. 너의 어머니 이름, 나의 아버지 이름 그 외에도 몇 개의 이름들을 보내왔는데 그 중에서 이미 내가 조사를 끝낸 이름들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다른 것들도 연구소 직원의 이름일 확률이 높았다. 그런데 딱 하나 이상한 점이 있었다. 내 이름까지 적혀있는 그 일기장에 너의 이름이 없었다. 소실된 것인지 아니면 찢겨진 것인지 모르지만 ‘김태형’ 이 세글자를 그들은 단 한번도 찾지 못했다고 한다. 물론 예외의 상황이 있기에 그들이 찾지 못했을 확률도 있지만 그녀가 가장 사랑했던 이름이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두 가지 가설이 있을 수 있다. 그녀는 아이를 낳을 수 없었던 몸이었기에 조카를 미친 듯이 사랑했다라고 생각했던 내 가설 자체가 거짓이거나 아니면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태형을 사랑했던 것. 전자의 경우라면 너는 차라리 여기서 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사람의 심리상 미움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사랑을 주는 것에 한해서는 한계가 없다.
‘난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새벽에 들었던 니 말이 기억난다. 나에게 안아달라면서 체온을 맞대어왔던 것도. 도대체가 이 집안은.. 입을 벌리고 자고 있는 니 모습을 한번 보다 너의 가슴팍에 귀를 대고 누웠다. 일정한 간격으로 들려오는 너의 심장소리. 변태라도 된 기분이지만 내 숨소리보다 니 심장소리가 더 안정감을 주었다.

“니가 아니라 내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 남의 집안을 둘이나 풍비박산내놓고 내가 진짜...”

급격히 불안해져 손을 너의 눈 앞에 한번 휘휘저었지만 속눈썹하나 미동이 없는 너를 보고 안심하고는 마저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다 니 인생도 같이 말아먹을려고 작정했잖아, 내가. 왜 내가 너네 엄마 일을 자꾸 꺼내는지 모르지. 그거 다 죄책감이야. 거기에 내가 포함되어 있거든. 의도가 아니라고해서 회피할 생각도 없는데 나없었으면 그럴 일도 없었어. 너가 어디까지 기억나는건지 모르겠는데 윤기형은 믿어줘라. 어쩌겠냐, 그 형도 팔자가 기구한걸. 내가 너네 집에 정식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너네 집을 몇 번이나 기어들어갔었거든. 그래서 알아. 내가 입만 안 열었어도 최소한 너랑 나는 모른체하고 살았을 것을 니네 아부지가 나 믿는다 헛 소리 하는 것도 전부 그것때문이잖아. 자고 있는 애한테 뭔 소리를 이렇게 하냐.. 한심하지. 근데 없는 일을 만들어낸 건 아니라서 어쩔 수가 없어... 그게 다야.”

너의 심장소리를 들으면서 몇 마디를 더 중얼거리다 목이 말라와 부엌으로 갔다. 무의식적이든 뭐든 내가 한 말은 너의 대한 죄책감이 씻겨나가는 걸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외면은 하지 않겠다는 마지막 다짐일지도 몰랐다.
/아 그래서 오해가 났었구나. 나는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자매로 설정했었거든. 암만 친자매라지만 뭘 믿고 자기 자식을 그런 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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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55
험을 시키게해. 그래서 나이차이가 많이 나면 동생을 자매로 보다 같은 자식으로 보는 모성애의 입장에서 음.. 이모보다는 나이차 많이 나는 남매를 태태의 엄마가 키운다는 느낌으로 둘다 내 자식이니까 허용해준다 뭐 이런식으로 전개시킬려고했었거든. 근데 안쓸꺼얌ㅋㅋㅋㅋㅋ 원래 긏톡은 생각한걸 엎는 맛으로 하는거징ㅋㅋㅋ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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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꿈일까, 다시 그 여자가 보였다. 좀 전의 꿈의 여인은 단발머리에 갈 발을 가졌다면, 지금의 여인은 긴 머리에 조금 검은 갈 발을 지녔다. 난 다시 그 여인에게도 엄마,라고 불렀으며 그 여인에게 안겼다.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누가 내 친 어미인가, 아니 같은 인물일까. 얼굴을 확인하지만, 분명 미묘하게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아까의 여인과는 분위기와 병세가 같았다면, 이 야인과는 이목구비가 닮았다.

느릿하게 정신이 돌아왔을 즘엔, 네가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자기가 내 앞길을 망치려 했다는 둥의 이야기를 하는 너에 차마 눈을 뜰 수도 없었다. 어쩌면 이 또한 꿈이었음을 간절히 바랬을지도 모른다.

집 주인은 나간 지 오래였고, 잠을 자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누워있기란 나에겐 침으로 큰 곤욕이었다. 아니, 어쩌면 네가 갑자기 불편해졌다고 느껴서 그런 거일지도 모르겠다.

막 잠에서 일어난 척 연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고로, 그냥 눈만 뜨고 있기로 했다. 내가 한참을 분주하게 움직일 때쯤, 눈을 느리게 떴다. 점점 현실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만두고 싶었다, 이래서 나의 기억을 모구 지워버린 것일까. 어쩌면 봉인해둔 기억을 다시 꺼내는 것이 잘못된 선택일 가능성이 높았다. 어쩌면, 악마와의 계약을 후회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너 열나."
"이 정도는 버틸만해."
"그러면서 골골 거리기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네 목소리를 듣지 않은 척을 하기로 했다. 아직은 악마와의 계약을 후회하기는 이르다고, 악마를 믿고 싶었기 때문에.

/난 그 사람이 날 너무 좋아해서 친엄마도 아닌데, 친엄마 행세한 걸로 하려고도 생각했지. 그래서, 진짜 엄마랑은 얼굴만 비슷하고, 가짜 엄마는 얼굴 외에 가 비슷한 걸로. 근데, 나도 뭔가 바뀔 것 같은 느낌?ㅋㅋㅋㅋ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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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56
겨우 하루였는데 너랑 나 둘 다 얼굴이 쾡해있는 것이 웃겼다. 둘 다 어디서 반항은 함부로 못할 팔자인가보다라고 생각하며 마시던 컵에 다시 물을 따라 너에게 건내주었다. 그리고 너에게 말을 할까 고민하다가 일부만 말하기로 했다. 너에게 숨긴다고 해봤자 의사소통의 부재로 인해 최선이 아닌 차선의 결과들이 얻어지는 것을 몇 번이고 목격했기 때문이다.

“오늘 본 그 여자 죽었단다.”
“...뭐?”
“자살했데. 나를 보고 잠시 제정신이 돌아온건지 그대로 목을 매서, 내 탓이라고 생각해도 좋고 아니라고 생각해도 좋아.”
“너는 매번 말을 그딴 식으로 하는거 존‘나 짜증나”
“말가 이렇게 태어난걸 어쩌라고”
“아니다.. 그래서 뭐 알아낸거라도 있어?”
“조금? 확실치는 않지만 가볼 때가 있는데 같이 갈래? 아니면 좀 쉴래”
“내가 널 뭘 믿고, 언제 갈껀데?”
“곧..?”

딱히 파트너쉽이 있다든가 유대감이 있는 것은 아닌데 뭔가 하나 시작하려고 하면 참 거침이 없었다. 어찌보면 괜찮은 파트너인 것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답도 안나오는 막무가내인 것 같기도 하고 그 사건의 당자사들 그리고 미성년자라는 무기 밖에 없는 우리 둘한테는 꽤나 잘맞는 방식같아보이기도 했다. 사실 니가 울기라도 할까봐 말을 하면서도 겁을 냈다. 처음 너를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계획은 지금 생각하면 헛웃음만 나올정도로 개‘판이 된지도 오래였다. 너의 표정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는 주제에 잘도 그런 엉큼한 생각을 했구나. 남준의 방 안을 잠깐 들어가 노트북을 빌..려 나왔다. 가진거라고는 고물폰 정도에다 필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굳이 연필로 적는 것은 귀찮았기에 니가 보는 앞에서 당당히 들고나와서 빌렸다.

‘한정혁 56세, 박지민 담당 보조 약사. 15년전쯤 일어난 화재사고로 약사일을 관두고 깊은 화상을 입은 뒤 시골에서 요양 중이나 최근 이 도시로 다시 넘어온 것으로 추정.’

등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 때문에 일부러 몸을 틀어 화면을 가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그 째깐한 글씨가 보이겠냐만은 형식상으로 나마 너에게 숨기는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언뜻 보기에는 내 주도 하에 너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천천히 살펴보면 일 자체의 흐름은 너한테로 넘어가있었다. 너의 친구의 공간에서 너의 시선 아래에 움직인다. 너는 정보만을 갖지 못한 것일뿐 니가 가진 기억의 질은 나와 비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내가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고 하여 본질인 너를 절대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위치랑 정보는 대충 파악 끝났어. 따라올래? 아니면 따라갈래?”
“도대체 그 단어에서 뭐가 차이가 있는건데?”
“주체적이나 아니냐 그정도 차이밖에는 없어.”
“그러니까 나한테 선택권이 없다는 소리잖아.”
“그건 아니지, 안갈래도 있긴해”
“재수없어 아주”

전혀 가벼울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내가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는게 느껴진다. 좀 더 복잡해야할 이야기들이 너와 부딪히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풀어버리고 어린 애처럼 샐쭉거리고 웃는다. 담고 있는 내용은 점차 무거워지지만 너와 나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만큼은 더 이상 너무 무거워지지 않기를. 너가 볼 수 없는 각도에서 너를 관찰하며 자꾸 풀어지는 얼굴근육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확실히 초반 분위기보다는 문체나 내용이 많이 가벼워지긴 했다 ㅋㅋㅋ 내용은 더 심각해졌긴하다만.. 에피소드 한 3개쯤 생각해논건 있는데 그거 다풀어도 바로 결말이 나올... 음... 뭐 어떻게든 되겠지(무책임)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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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왜 안와?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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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안 갈래."
"왜?"
"네가 그랬잖아, 따라올래, 따라갈래, 안 갈래. 나보고 고르라며."
"그야 그렇지만... 이유라도 들어보자, 왜 안 가는데?"
"그 여자 죽었다며, 그럼 너 또 가면 그 사람도 자살하는 거 아니야?"
"그거랑 이거랑은 별 게지."
"나한텐 중요해."

실은 그 남자를 본다면 더 복잡해질 수도 있을 머리였고, 어쩌면 내 머리가 그걸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아니, 지금으로서도 충분히 괴로웠다. 삭제된 기억이 돌아옴으로 인해, 수많은 기억들이 충돌을 일으켰고 무엇이 정확한 기억인지, 옳은 기억인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

주인도 없는 집에서 계속 있기란 여간 눈치 보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고로, 우리 둘은 쫓겨나듯 제 발로 걸어 나 외야 했다. 또 어디서 자야하나, 란 생각을 하며 벤치에 앉았다. 밤새 널 간호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네 말마따나 도련님이라 그런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몸은 굉장히 피곤하다는 것이다.

"내가 집에 들어가서 시간끌께."
"갑자기 집엔 왜?"
"힘들어, 내가 네 열 뺐어왔나 봐. 머리도 좀 아프고."
"웃겨, 무슨..."

우리 둘이 사라짐으로 인해, 경호는 더 강해질 것이다. 어젯밤은 아무런 대책이 없어 우물쭈물했다면, 오늘은 모든 경호인력을 풀어 우리 둘을 찾아낼 것이다. 그러므로 네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었다. 따라서, 난 네 계획에 순응해주는척하며 다시 불쌍하고도 고귀한 심장병을 앓는 도련님 역을 다시 자처하기로 했다.

아니, 어쩌면 난 또 다시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한낱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뭐 간질간질한 감정을 실어야해서 그런건가? 어찌됬든 결말은 해피였으면.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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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57
내가 만난 사람들은 전부 불행해진다는 뜻을 담고있는건지 너의 말은 미묘할 듯 하면서도 노골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굳이 잡지않았다. 집근처까지 데려다줄까라고 넌지시 물어봤더니 그것마저 거절하고 꺼두었던 휴대폰을 꺼내는 모습에서 한껏 지침마저 묻어나왔기에 가벼운 손인사만을 마치고 뒤를 돌아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너를 데려가지 않는 것이 더 낫다. 세상에 찌들대로 찌든 어른을 상대하는 일에서 어떤 말이 오갈지 나조차 짐작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어제 만났던 여자정도로 가볍게 끝날 리가 없다. 이제부터 만난 어른들은 너와 나 둘 다를 기억해야하나하는 존재정도로 여기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네 도련님과 헤어졌어요, 데리러 와줄 수 있어요? 위치는 대충 보내줄테니.. 수단은 상관없어요.”

문자를 보낸지 약 10분만에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헬멧을 쓴 남자 뒤로 앉아 허리를 꽉 붙잡았다. 겨우 하루정도에 체온때문일까? 상대방의 등에 매달려 어지러운 머리를 식히려고 노력했다. 꽤나 거친 운전솜씨 때문에 팔에 아까부터 힘이 들어가고 있었지만 그것도 상관없었다. 그냥 빨리 가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

예상시간보다 조금 빨리 그 집에 도착했다. 헬멧을 벗은 사내는 조금 망설이다가 그 곳에 꼭 들어가야만 하겠냐는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그 남자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으로 대신했다.

“다시 생각하지만 후각만 냅둔 것은 좀 많이 나쁜 선택이었어요. 나도 내가 그렇게 기억력부분이 발달하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그냥 다 잊었으면 좋겠다. 최소한 내가 아닌 사람들은 말이에요”

초인종을 누르는 대신 창문에 돌을 던졌다. 전원주택이여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뭔 짓을 했을라나. 그런데 욕마저 들리지 않았다. 무작위로 고른 것이라 벌써 정보가 새어나갔을 일은 없을텐데 반응이 없는 것이 신기해 짱돌을 주워 다른 창문들마저 같이 깨트렸는데도 반응이 없었다.

“뭐...뭐야”

전혀 예상치못한 상황이라 뒷걸음질을 치다가 내 목덜미를 잡아오는 커다란 손 때문에 순간 온 몸이 굳었다.

“이 미‘친 새끼는 뭔데 남의 집 창문에 돌을 던지고 있어?”

상대를 어떤 식으로든 집 밖으로 꺼내겠다는 계획이 이런 식으로 이루어질지는 몰랐지만 할 수 있는 한 예쁘게 웃으면서 뒤를 돌아봤다.

“잘못했어요... 심심해서 그만..”

저 집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라면 내가 가진 것 정도는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저 상대는 내가 누군지조차 관심이 없다. 부모님이나 부르라면서 얼굴을 붉히고 소리나 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어차피 핵심인물일거라고 기대한 적은 없지만 헛다리를 짚은 것은 아닐까? 남자에게 목덜미를 잡고 끌려가면서도 이런 생각이나 든 것을 보면 점점 끝간데 없이 무모해지고 있는 것 같다. 너랑 같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 모습을 보면서 너는 비웃었을까? 아니면 문짝을 뜯어버리자고 같이 덤비진 않았을까? 어쨌든 문은 열리고 있고 저 안에서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다. 온전히 나의 영역인 셈이다.

/나 쓰차였어 ㅠㅠㅠㅠ 풀리자마자 바로 왔다. 가벼워진게 얘네가 미성년자인 탓이 나는 가장 크다고 생각해서. 일단 제약이 너무 많아.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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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켠지 채 몇분도 지나지 않은 휴대폰은 불이 나기 시작했다. 수십통의 부재중과 수십통의 문자를 확인하며 길을 걷던 도중, 뒤로 드리워진 그림자에 고개를 들었다. 제 주위를 애워싼 경호원들을 한번 쳐다보고는 미소를 걸쳤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정중하게 사과를 하고는 경호원들은 내 양 어꺠를 잡고는 내 입을 막았다. 어떠한 반항도 하지 못하고 질질 끌려갔다. 미소를 걸치던 내 얼굴은 어느새 웃음기를 잃은채 딱딱하게 굳어있었고, 선팅이 짙게 된 검은 세단의 차에 구겨넣어졌다. 도착한곳은 다름 아닌, 집이였다. 아버지 회사라도가나, 아님 이상한데라도 끌려가면 어떻게하나 수많은 걱정을 했었으나, 전부 쓸데없는 걱정이 되어버린듯 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온것은 꽤 화가 나보이는 아버지였으며, 그 옆에 초조한듯 휴대폰만 붙잡고 계시는 네 어머니였다.

"김태형!"

생전 처음 듣지 못한 아버지의 고함소리가 집 안에 메아리치듯 들렸고, 난 그에 눈만 꿈벅거리며 하얀 대리석 바닥을 쳐다볼수밖에 없었다. 우리들의 일탈은 생각보다 꽤 많은 변화를 낳았다. 짝, 내 고개가 돌아가고는 한 쪽 뺨이 얼얼했다. 입술을 꾹 깨물고는 아버지를 노려보자, 다시한번 뺨이 돌아갔다.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손찌검을 받았으며,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감금을 당했다.

어두운 방 안은 생각보다 무서웠고, 추웠다. 한 두시간정도는 하염없이 엉엉 울기만 하다, 이젠 그 마저도 지쳐버려 벽에 기대 한참을 미친듯이 웃었다. 그러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어깨에 둘러진 담요를 여미며 눈을 감았다. 잠자리의 변화로 인해서 인지, 밤새 널 간호하여서 그런지는 모르겠다만 이미 몸은 고장난지 오래였고, 차가운 방에 내쳐짐으로 인해 몸의 열은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다.

눈 앞이 점점 흐려졌고, 숨도 일정하게 쉬어지지 못했다. 점점 숨이 쉬어지지 않아 가슴을 세게 내려치다, 기다 싶이하여 방 문을 글어댔다.

"...아파. 너무 아파, 죽어버릴것 같아."

제 발악을 들은건지, 문이 열렸다. 당연히 아버지가 들어올지 알았건만 모습을 들어낸것은 다름 아닌 윤기였다. 옷자락을 쥐며 손이 새하얗게 질리도록 꽉 쥐었다.

"...호흡기..."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호흡기..."
"예?"
"박지민은..."
"지민 도련님은 지금 방에..."

말을 채 듣지도 못하고 쓰려졌다. 나도 널 왜 찾았는지는 몰랐다, 단지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두려움에 덜덜 떨며 너를 찾았던것 같다. 정신을 잃는 와중에도 작게 중얼거렸던것 같다. 박지민, 박지민, 박지민...

/아? 그런것도 그렇고 애정도 조큼 섞여서 그런것 아닐까?? 난 네가 안오는줄알고, 나 질린줄알아ㅣㅆ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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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58
거의 반강제로 끌려간 방안에서 위치는 뒤바꼈다. 아직 소년에 가까운 몸뚱아리지만 소년스러운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라서 그런가 성인 남자를 제압하는 것은 쉬웠다. 명치를 발로 차고 얼굴에는 손톱자국까지 남기고는 남자를 구석으로 몰아붙였다. 여전히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눈빛은 화가 나지않았지만 생각보다 별거 없는 집안꼴은 화가 났다. 최소한 애새끼들 인생을 그 지경으로 밀어붙였으면 잘먹고 잘 살던가.

“아저씨 아니 연구원씨 어차피 별거 없겠지만 묻는 질문에는 yes or no로만 대답해요.”
“.... 그냥 끼는 아니네? 내가 거절한다면?”
“거절하세요. 근데 연구원씨라해서 머리가 좋을줄 알았는데 멍청하네요. 내가 한 말의 요지도 못 알아듣고”
“꼬맹아, 너 혼자밖에 없잖아. 사태파악은 니가 더 못하는.. 아 씨‘발 새’끼가 진짜!”
“그러니까 그냥 답이나 하시라구요. 어차피 잡혀갈꺼 뻔히아는데 무슨”

그냥 발로 걷어차버렸다. 이미 손을 쓴 모양인지 신고는 가있을테지만 이 집안을 둘러싸고 있는 남자들이 몇 분 정도는 더 벌어줄테고 나는 뭐가 흑이고 뭐가 백인지만 알아내면 되니까

“일단 김태형의 뇌는 어차피 공동 소유물일테고.. 박지민은 모르겠다만 실험번호 1013은 알죠?”
“몰라 씹‘쌔까!”
“눈알 떨리는거 다 보여요. 그럼 질문 계속하죠. 실험번호 1013에게 한 실험의 주된 목적은 예비용 뇌였다. 에스 아님 노”
“..”
“뭐야 암만 그렇다지만 예비도 못됐어요? 그럼 제 3의 용도가 있었다는건데 김태형은 뇌 이식 1013은 뇌 분해 맞죠?”
“...”
“내 뇌를 분해해서 김태형의 뇌의 성장속도를 돕는다? 그렇지만 김태형은 심장부근이 박살났잖아요. 뇌가 암만 뛰어나도 곧 죽을 몸으로 뭘해요.”
“....”
“성장속도도 아니고 그럼 나랑 김태형은 아예 별개? 별개는 맞고 김태형의 뇌에 한은숙씨가 직접 개입할 예정인 것도 맞을테고 그러면 1013의 뇌의 쓰임새만 예매해질텐데”
“...뭐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꼬맹이였잖아.”

예측 하나는 빗나갔다. 너의 어머니는 최소한 최악까지는 아니였던걸까? 아니면

“그럼 말이라도 해주시던가요, 아니 김태형은 어차피 물주 아들이라 불지도 않을테고 박지민은 뭔데요?”
“니가 한말이 yes or no라는거나 기억하지? 빌‘어먹을 꼬맹아?”
“제한을 쓸데없이 뒀네요. 그럼... 잠시만.. 심장...? 씨‘발 이거 진짜 맞으면 아저씨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한 번 갈기고 갈껍니다. 김태형은 한은숙이 되고 싶은 제 2의 자아같은거였나... 아... 그러니까 이거 씨’발 사랑이고 나발이고 그냥 욕망이였다는거잖아. 그럼 내 엄마는 뭐야? 내 엄마도 김태형 몸뚱아리가 탐나요? 심장 갖다받치고 싶을정도로?”
“실험번호 1013은 감정회로가 소멸된 대신 다른 사람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길러졌지 아마? 난 니네 엄마가 누군지 몰라. 근데 아가 헛‘다리를 짚기도 하는데 핵심도 잘 짚었네. 제 2의 자아보다는 예비용 몸뚱아리정도지. 그렇게 길러졌는데 망가졌잖아. 걔도 불쌍하지 어머니란 사람은 그저 젊음만 갖고 싶어하고 아버지란 인간은 그저 지 추억팔이에 미쳐...”
‘... 네? 아버... 뭐요?“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선택이 맞지 않기를 바랬는데 그러면 사랑이 아니었던걸까? 유전자적으로 엮인 관계에서는 장기 이식이든 뭐든 상대적으로 쉽다는 의료학적 실험결과들이 많다. 그렇지만 그렇다하더라도... 내 어머니가 왜 나를 내버려두었는지를 알 것 같다. 어머니는 어차피 다 알고 있으니까 내가 구심점으로 다가가봤자 너에게 결국 아무말 못할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럼 나는 뭔... 악!”
“꼬맹아 잘가, 듣고 싶은게 있었으면 니 이야기부터 했어야지. 데려가세요.”

무언가 둔탁한 것에 뒷머리를 맞았다. 그리고 남자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손을 흔드는 것을 끝으로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방 침대에 홀로 누워있었다. 지긋지긋하다. 전부 말이다.

/그럴 리가 ㅠㅠ 내가 알콩달콩은 못써도 이거 결말 해피로 내고 갈끄야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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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또 다시 꿈이였다. 이번은 좀 달랐다, 아니 다른게 아니라 같은 얼굴을 가진 여인이 둘. 한 명은 긴 머리와 한명은 단발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단발머리를 가진 여인은 나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면, 긴 머리를 가진 여인은 나와 이목구비가 같았다. 둘 중 누가 어미인걸까, 아마 내 예상은 저 단발 머리가 어미인것 같았다. 지금은 죽고 없는 단발머리의 여인은 며칠전에 혼자 스스로 목을 메었다고 했다. 그럼 저 긴머리 여인은 살아있긴 한 걸까?

'엄마.'
'태형아-.'

아쉽게도 내 예상은 빗나갔다. 어린시절의 난, 긴 머리의 여인을 어미라고 부르며 안겼고. 그 옆에서 단발머리의 여인은 날 아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렇다면, 왜 난 저번에 단발머리의 여인에게 어미라고 불렀을까. 이 또한, 조카를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기억을 조작시켜 아들로라도 두고싶었던것일까. 그때의 난 참 부러울것 하나없는 어린아이였던것같다. 한참을 뛰어다녀도 심장을 잡고 쓰러지는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내 심장병은 어떤 일의 부작용으로 인해 생겼다는것이였다. 그렇다면, 그 실험, 아니 그 부작용은 어디서 온것일까.

온통 땀 범벅인 채로 눈을 떴을땐 옆 침대에서 잠든 너였다. 사건의 발단은 보지도 못하고 눈을 떠버린 내가 한스러웠고, 아플때면 내 옆에서 같이 잠을 자주던 네가 어쩐일인지 같이 잠을 자지 않아 한스러웠다. 호흡기를 빼내고는 네 옆으로 가 침대에 누웠다. 수액이 떨어지는 걸 쳐다보다 널 흘끗 쳐다봤다. 여전히 새근새근 잠만 자는 네가 미웠다.

"나쁜놈."

아직은 숨을 쉬기엔 조금 무리가 있었던 탓일까, 다시 숨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손을 더듬어 호흡기를 찾고는 다시 착용을했다. 좁았던 침대가 호흡기로 인해 더 좁아진듯했다. 호흡기덕에 네 허리를 앉지도 못하고 네 손만 꽉 잡았다.

"나 못하겠어, 무서워. 박지민."

/나도 제발 해피로 끝났으면...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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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59
거의 반정도 발작을 하다싶이 했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온몸을 뒤틀면서 울었다. 단 한순간에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뀌었다. 피해자라고 믿고 싶었던 여인의 목적의 일부가 드러났고 가해자라고 믿고 싶었던 여인은 목을 매어 죽어버렸다. 몇 가지 단서들을 남기고. 그 단서들조차 너의 기억에 의존하지 않는 이상 함부로 건드리기도 무서웠다. 내 멋대로 아는 척하고 또 내 멋대로 상처를 받고 그 와중에 나를 보러조차 오지않는 어미에게는 원망스러운 기분도 들지않았다. 그녀는 정말 내가 제풀에 포기해버리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너의 어머니의 목적과 내 친아버지의 목적은 다르지 않을테니까. 너와 지긋지긋할 정도로 닮아있는 부분이 하필 그런 것이고 결국 나를 긁어내는 부분이니까.

“진짜 당신이란 사람은 끝까지 독해. 근데... 어쩜 좋아요. 엄마 피는 못 속인다는데 나는 엄마를 쏙 빼닮았네. 어쩌다 이런 걸 낳아노셔가지고 말년까지 머리를 쓰게 만드나 몰라 그쵸?”

듣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되는대로 지껄였다. 결국 가족에게 받는 안정감있는 애정. 너와 내가 결핍되어있는 부분이 그것이였다. 선의와 호기심이 동시에 작용하더라도 엉망진창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아예 겪고 있어서 더 무섭다. 여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부분 중 최선을 자신의 조카에게 해주려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 아버지도 처음엔 여자와 같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여자가 아닌 너의 어머니와 닮아갔고 그게 다다. 그 결과 나의 아버지는 주독에 빠져 미쳐있고 너의 어머니는 행방조차 찾지를 못하고 있다. 도대체 여기서 한 팀이 누구일까? 처음에는 나의 아버지와 너의 어머니 그리고 남은 둘이 한팀일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 남자의 의미심장한 한 마디. 너의 아버지에 관한 첫 번째 의문.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저 둘의 유대는 다른 방향으로 묶여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지금은

“힘들어요... 전부”

그냥 쉬고 싶었다. 너조차도 거부감이 들정도로 전부다. 그래서 그냥 눈을 감았다. 내 스스로 무책임하다고 생각 중이고 비겁하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나도 지금은 너를 찾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은 나에게 너를 돌려줄테니까 돌려주지 않는다면 집안을 엎어서라도 찾아내면 되니까 정 안된다면 윤기라도 너의 옆에 있지않을까하는 비겁한 마음가짐으로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나 못하겠어, 무서워, 박지민.”
“.... 응.. 뭐?”

단 한번이라도 니 생각을 먼저 했더라면 할 수 없는 행동을 말이다.

/완전한 해피로 가야되는데 애네 연애도 막막하다 ㅋㅋㅋㅋ 짐니딴에는 태태를 챙긴다고 하는데 티 하나도 안남 ㅋㅋㅋ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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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 응... 뭐?"

네 말에 잠시 망설였다는 건 사실이었다. 어째서 일까, 너 또한 날 버릴 것 같다는 생각 일가. 아니면, 지금 보다의 아버지의 미움을 사지 않기 위함일까. 후자보단 전자의 마음이 더 맞는 것 같다. 아니, 아버지의 미움이 이미 한가득 받은 몸이라 적어도 너라도 날 버리지 않았으면, 미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일까.

"그냥, 다 무서워... 아버지도... 내 기억이 돌아오는 것도."
"... 그래서 그만 둘 거야?"
"넌 안 무서워? 왜 기억을 삭제했을까, 왜 기억을 떠올릴 때면 발작을 일으킬까."
"발작을 일으킨다고?"
"... 왜 기억이 돌아올 때마다, 네가 ...미울까."

네 눈을 마주쳤다. 어둠 속에서 마주친 네 눈은 그리 소름이 돋지 않을 수 없었다. 차라리 이대로라면 다시 기억을 삭제해달라 말하고 싶었다. 아버지를 붙잡고는 내가 다 잘못했다고, 쓸데없는 짓을 했다며 미안하다고 제발 자기를 버리지 말라고. 하지만, 악마와 손을 잡은 이상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다. 그랬기에, 더 두려웠을지도 내 선택을 더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널 더 믿고 싶었을지도, 네가 손을 놓지 않길 바랐을지도 몰랐다.

"지민아, 나 너무 무섭다니까."
"그래서 그만 둘 거냐고 물었잖아."
"아니, 그만 두진 않을 건데."
"그렇게 징징거릴 거면서..."
"너 왜 그래? 왜 이젠 내가 미워졌어?"
"아니."
"근데 왜 말본새가 냐고."
"내가 뭘."
"싹수 없다, 너. 재수 없어."

/ㅋㅋㅋㅋ연애가 너무 답답하다, 진짜 고등학생들의 연애를 보는 것 같달까.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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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60
어쩜 내뱉는 말마다 이렇게 밉살스럽기만 한지. 내 입이라도 때려버리고 싶은데 너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져가는걸 보면서도 한번 폭주한 입은 참 잘도 입 밖에 내면 다 말이 아니란 것을 실천하고 있다. 자다일어나서 짜증이 난 건 아닌데 왜 그런건지 못하겠다는 니 말에 왜 그렇게도 짜증이 난건지. 달래야하는데 미운 세 살도 아니고 미운 18살 짓은 혼자다하고 있다.

“나 원래 이런거 몰라? 옆에 붙어다녔으면 좀 알아라. 비즈니스 관계라며”
“.. 좀 달래줘라고 떼쓰는거야 멍‘청아. 파트너라며 그럼 파트너 대접 좀 해주면 누가 죽이러 오냐?”
“하여간 귀찮기는”

내가 배운 위로법이라고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뿐이라 그렇게 해주었다. 손이 작다는 것에 딱히 스트레스를 받아본 적은 없는데 내 손 바깥으로 삐져나가는 머리카락이 어찌나 거슬리던지 확 낚아채기라도 해야하나하다가 겨우 충동을 누르고 살살 만지작거렸다. 어두워서 그런가 너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 내 귀 끝은 붉어져있을 것이다. 사람이 안하던 짓을 하면 죽는다고 언제까지 해야하나 망설이고 있는게 티가 났는지 내 손을 확 빼내고는 그만하라고 그러기에 그만했다. 뭔가 바보가 된 것 같다.

“그냥 나 미워하고 때리고 괴롭혀. 원망하고 싶으면 해도 되고 열받으면 걷어차기라도 하고”
“야 그딴 말본새하지말라고 했지!”
“그러라고 있는거니까. 화풀이 대상 같은게 아니라 나말고 미워할 상대도 없잖아. 실컷 미워하고 풀어. 그러다보면 다 괜찮아져야되. 그럴 거야”

마지막 말은 너에게 하는 말인지 내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는 말인지 헷갈렸지만 나오는대로 말했다. 내가 끌여들인 일에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했고 너의 옆에 있을 사람을 모을 시간을 주지도 않은체 일을 진행했기 때문에 니 옆에는 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사정은 다르지않다. 내사람들이라 당당하게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은 나를 볼 때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나를 배신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들을 믿기는 하지만 그들에게 받을 수 있는 것도 그만큼 한정적이다. 그래서 또 그냥 너를 안았다. 전부 충동이다. 전에도 지금도 이유도 모르면서 안정감을 그렇게 얻는다.

“야 박지민 너 뭐냐.. 계속 왜 나 자꾸 안아.”
“몰라. 그냥... 쌤쌤이라 쳐.”

내 등에서 토닥거리고 있는 너의 손길이 느껴지고 나는 너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어버린다. 너와의 감정적인 교류는 왜 항상 이렇게 끝나버리는 건지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렵지만 두렵지도 않다. 그렇게 모순적으로 말이다.

/이런걸 망한 썸이라고 ㅋㅋㅋㅋ 지민이 감정회로 망가진건 언제 고쳐질란지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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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달래는건 이렇게 하는거야, 바보 멍청아."
"누가 누구보고 바보래."
"이봐,난 너보다 머리는 좋다?"
"웃겨."
"너도 인정했잖아, 나 머리는 좋다고."

제 어꺠에 얼굴을 파묻는 널 쳐다보다 몸을 뒤척여 네 투명한 호스관을 빼냈다. 걸리적거리는 호흡기를 떼낼까도 생각했지만, 또다시 숨을 쉬지못해 나를 옥죄어오는 지옥을 맛보기 싫어 바르작 거리며 자세를 고쳐 누웠다.

"나 이거 차고 있을때는 안는건 좀 힘들겠다."
"왜, 힘들어?"
"어. 무지."
"넌 뇌만 좋은거네."
"뭐?"
"심장부터 넌 하나도 말을 듣는게 없잖아."
"아, 됐어. 관둬."

네 몸을 밀쳐내고는 도로 내 침대로 돌아와 누웠다. 괜히 네게 어리광을 부렸다 생각하며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눈을 감았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네게 보이지않게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올렸다.

"미워, 너."

/지민이는 언젠간 회복되길 바라면서...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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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61
아까 전까지는 지끈거리던 머리였는데 너와 잠시 투닥거리고 나니 별로 어지럽지 않은게 신기했다. 나와는 반대로 너의 기분은 점점 다운되는게 보이긴 했지만. 굳이 안해도 될말을 하면서 너를 토라지게 만들고 그러다가 결국 밀쳐지고 미안한 마음에 니 옆으로 갔다가 발에 채었다.

“야 김태형 너 진짜”
“아! 뭐!뭐!뭐! 니 침대 가서 자”
“아니! 그게.. 미안하다고...”

기세좋게 덤벼봤자 어차피 상대적 갑은 너라서 이길 수가 없다. 다시 생각하지만 나중에 계약을 정식으로 한다면 꼭 조항 중에 공평한 위치에서 시작하기를 넣어야겠다고 다짐하고는 채인 옆구리를 붙잡고 너의 옆자리에 다시 누웠다. 있는대로 밀쳐내는 너 때문에 이마에 핏줄이 날 뻔 한건 비밀이 아니라서 나도 똑같이 있는 힘껏 안았다가 호흡 곤란을 일으킨 너 때문에 또 쭈그러들었다.

“괜..찮냐? 아.. 미안 일부러 그런건 아니고.. 자자...”

폭풍의 눈이란 것이 있다. 폭풍이 몰아치는 한 가운데만은 평화로운 곳. 너와 내가 누리고 있는 평화도 다 그 가운데에 존재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일으킨 폭풍 때문에 이미 주위는 한껏 초토화가 되어가고 있는데 정작 나만은 아직까지 잃은 것이 없다. 굳이 따지자면 내 존재의의의 격하된 지위? 미쳐버린 친아버지의 몰골? 하지만 이 부분들은 애초에 기대조차 하지 않은 부분이라 충격 또한 경미했다. 그런데

“.. 야... 너 맞았어? 얼굴이? 잠깐만 나 좀 봐봐”

손끝이 실수로 너의 볼을 흝어간 순간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촉각으로는 숨길 수 없는 부어오른 볼. 지금까지 몰랐던 것이 이해가 안갈만큼 한번 의식을 하니 유독 부어오른 얼굴이 잘 보였다. 너를 때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 중 너가 감싸주려고 하는 사람은...

“아버지야? 하긴.. 가만히 냅둘 리가 없지”
“... 그냥 모르는 척 좀 해주지. 하여간 혼자 잘났어.”
“확실히 너가 말하는 건 일관성은 있다. 나 잘나긴 했잖아, 그러니까 잘난 파트너가 있을 때 써먹어”
“재수없음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수치로 보인다면 니가 원탑일꺼다. 완벽해”

사실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는데 말하지 않기도 했다. 어느새 돌아누운 너의 등에 가슴을 맞닿아 안은채 숨소리가 너무 크게 느껴지지 않기를 바라며 너를 안은 팔에 천천히 힘을 빼고 체온을 나눴다. 어차피 어설프게 건드릴 것이라면 입보다는 몸이 더 솔직하게 표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이만 자러갈게 굿나잇~ 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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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제 허리를 끌어안는 너에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제 뺨을 어루만지며 걱정하던 네 모습을 떠올리며 피식피식 웃음을 떠뜨리다 몸을 돌려 네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잘자."

네 품에 안겨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오늘은 웬일인지 아무런 꿈을 꾸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고 해야 더 맞는 표현일까.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깊게 잠에 들었던것 같다. 꽤 많은 일들이 겹쳐서 그런것일까, 아니면 나도 모르는 새 수액 안에다 다시 기억을 조작하는 약물을 투여했을지도 몰랐다. 어찌되었든, 오늘은 되게 상쾌한 기분으로 눈을 떴다는 점이였다.

"학교가?"
"왜, 학교가는것도 꼽냐?"
"와, 진짜 말 재수없게 한다."
"나 원래 재수없어."
"어, 그러니까 너 재수없다고."
"응."

어제 저녁부터 왜 자꾸 제 말에 시종일관 시비를 거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왜, 내가 같이 가주지 않았다는 이유때문에 화가 난것일까. 속으로 고개를 내젓으며 네 욕을 수백번 외치고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몸이 아픈 날에는 어떻게는 학교를 나가는것을 막을것이고, 게다가 이번은 한달동안 외출금지를 당했다. 너와 내가 각방을 쓰지않는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손만 내뺴 네게 손을 흔들었다.

"학교 잘가, 멍청이."

네가 나가고 얼마 있지않자, 아버지가 내 방에 들어와 내 머리의 열을 쟀다. 아버지의 얼굴을 보고 싶지않아 자는척을 했다. 그렇기때문에 내 앞에서 내가 들으면 안되는 말을 한것일까. 아버지가 나가자마자 난 울음을 터뜨릴수밖에없었다. 그제서야 제 아버지의 실체를 알았다. 아니, 정확히 아버지의 의중을 파악하지는 못했다. 나를 이용하는것일까, 아니면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는것일까.

"여보, 그래서 약 성능을 바꿔야해요."
"알아, 그래서 다시 실험체 잡아들이고 있다고."
"이번엔 지민이 같은 애들 생겨나지 않게 해야해요."
"안다고, 걔가 지금 모든일을 망치고있어. 미꾸라지 같은 놈."
"그래도 내 아들인데, 그렇게 말하면 좀 섭하죠."

방 앞에서 둘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또 다시 충격을 받았다, 박지민? 넌 왜 이 일에 연관되어있냐, 아니 연관되어있다는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았다. 하지만 너 같은 애들이 생겨나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네가 기억을 떠올리는것이 잘못된것이였을까. 혹, 네가 위험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손톱을 잘게 꺠물다 네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길어질수록 초조함만 더해갔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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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62
학교라는 것은 핑계에 불가할 뿐 그들은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한의 최선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방 안에 누워있는 너를 두고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양 그들은 나에게 다정한 가족을 연기했다. 여전히 상냥한 엄마와 너를 끔찍이도 생각하는 너의 아버지 그리고 어긋난 자식? 때로는 무관다 익숙함이 더 상대를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는 법이다. 사랑받고 싶다고 요구한 적도 없는데 제멋대로 사랑을 줘버리고 뺏어가지도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그게 왜 문제냐며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른다. 그런 건 원래 받아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이기에.

“어쩔껍니까? 오늘도 탈선? 아니면 정상적으로 학교?”
“오늘은... 일단 학교에 가야지. 학생이잖아.”
“이미 잔뜩 밉보이고 있으면서도 그러고 싶으세요?”
“이게 더 밉보이는 짓이야. 어차피 어딜가든 신경 안 쓸 것같은데 신경 좀 쓰게 해주고 싶어서”
“이런 집안에서 어떻게 살아요?”
“몸뚱아리에 대한 저작권이 나한테 없는 이상 다 알아서 살게 되있어. 되게 시끄럽네. 운전이나 해”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윤기를 태형에게 붙여놓고 새로운 상대가 운전기사를 맡았더니 영 시끄럽고 짜증스럽다라고 생각하며 지민은 한 손으로 눈을 가리고 차 안에 등을 기댔다. 운전기사와 투닥되는 모습이 밤에 태형과 말대꾸를 실컷하며 싸움 아닌 싸움을 한 모습과 닮아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듯 하다. 겉으로 보기에 지민의 표정은 별다를 변화가 없었기에 상대도 몇 번 더 입싸움을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교복, 길지도 짧지도 않는 염색도 되어있지않은 머리 그리고 평범한 백팩까지 지민의 모습은 성적을 제외하고는 사실 튀는 쪽은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화려하다는 느낌을 주는 태형과 함께 있으면 시너지를 보이기보다는 불협화음을 자주 낼 정도로 학교 내에서 지민의 모습은 그저 정석적인 학생 그자체였다. 그렇기에 태형과 함께 한 일탈이 소소하게 화제가 되었다. 기록 상에서야 병가로 취급받고 있지만 그 속사정을 모를 정도로 아둔한 학생들이 아니기에 소문은 수위를 거치지 않고 흘러나갔고 평소와 별다를 것 없는 지민의 모습을 보고나서야 잠잠해졌다.

그러나 그것은 겉모습에 불가했다. 생각보다 태형에 관한 정보들은 많이 얻었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정보는 지민은 단 하나도 얻지 못했다. 오히려 핵심의 키는 지민이 쥐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지민이 얻고자 했던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정보였지만 그녀의 의도대로라고 가정하더라도 모든 가정은 태형 쪽으로만 풀렸다. 이런 경우 사람을 더 만나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태형에 관한 정보도 물론 중요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초기의 실험 정도기에 그 이후의 과정을 알면 지민의 이야기도 나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민의 머릿 속을 가득 채우는 태형의 모습에 지민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거의 처음으로 미간이 찡그려지는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노출했다. 수업시간이었기에 선생님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거의 보지 못했지만 어찌되었든 본인도 모르는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었다.

지이잉-

그 변화는 물론 박지민의 개인의 삶에 있어서 긍정적인 변화만은 아닐 것이다. 수업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휴대폰에 너의 이름이 떴다는 이유로 바로 일어나 교실 밖을 나간걸 보면 말이다.

“... 수업시간이야. 멍‘청아. 뭔데?”

하지만 망설임없는 얼굴로 뛰어나간 주제에 틱틱거리는 말투는 여전히 못버린 지민만의 기준으로 내린 평가로 보면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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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박지민, 그냥 집 오면 안 돼?"
"또'라이 아냐, 이거. 도련님, 수업 중이라니까?"
"알아, 그래도 좀 와주면 안 돼?"
"어, 안된다니까. 멍'청아."
"진짜 재수 없게."

실질적으론 네게 가장 큰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를 내던지지는 못했다. 이 휴대폰 또한 도청을 당했었기 때문에. 그냥 네가 빨리 집으로 돌이 오길 간절히 바랬다. 아무 탈 없이, 중간에 납치되거나 뭐... 그런 일을 당하지 않길 바랐다.

여전히 투닥거리다 제가 먼저 끊어버렸다. 시종일관 가시 돋친 말만 내뱉는 네 덕에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곤 휴대폰을 집어던졌다. 큰 소리가 한번 나자, 밖에서는 또 유난이었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제 머릿속에 백열등이 있었다면, 띵 소리와 함께 아주 밝은 빛을 냈을 것이다. 침대에서 딸 어진 척 굴러 넘어지고는 눈을 감았다. 숨을 참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연기가 그리 뛰어날 줄은 나조차도 자각하지 못했다. 단지, 널 지금 당장 내 앞에 세워두고 싶었다. 이로써, 아버지는 회사에서 병원으로, 너 또한 학교에서 병원으로 집합하게 될 것이다. 아버지가 온 다는 것이 한가지 흠이지만, 네가 무사히 돌아온다는 것만으로도 살짝 웃음이 나려던 걸 애써 눌러 담고는 표정을 굳혔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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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63
투닥거림처럼 보이지만 별다른 소음없이 전화가 끊기고나서야 지민은 이곳이 과학실임을 알았다. 정말 아무생각없이 들어온 공간이였다. 저번에 태형이 친구랑 싸움이 붙은 장소가 교무실이였던가? 실험기구를 가지고 싸운 것 때문에 일이 생각보다 크게 나서 교무실에 불려가고 부모님께 호출당하고... 그러고보니 지민은 태형에게 왜 싸웠는지조차도 묻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민에게도 태형에게도 엄청 인상깊은 하루일텐데 그 원인도 하다못해 태형과 누가 싸웠는지도 알지 못했다. 차가운 과학실의 책상에 볼을 누르다싶이해서 엎드렸다. 관심을 가지지 말라고는 지시받았지만 최소한 같은 집을 사는 사람으로서 알아야될 부분까지도 무시한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

“이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겠어.”

제일 먼저 보이는 교복셔츠와 고개를 조금만 들면 보이는 칠판. 되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되돌아간다면 그래도 최악은 면할 수 있지 않을까? 보이는 것들을 그저 순응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한번쯤은 반응을 했었어야만 했다. 다정하지는 못하더라도 투박하게 섬세하지는 못하더라도 서툴게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했더라면 지금쯤 너랑 같은 위치에서 웃고 있을.. 어?

‘저 진짜 귀신같아. 봐봐 얼굴은 새하얀게 봐봐...’
‘아으..파.. 놔..봐.. 으으 야!! 아프다고!’
‘...너 이상해. 화내는데 아무것.. 엄마 얘 이상해... 표정이 아예 없어.’

‘너 나랑 어릴 때 만난적 없어?’라고 너는 질문했고 나는 절대 그럴 수가 없다고 단언했다. 나는 윤기의 품에 안겨서 너의 집에 기어들어갔고 침대에 누워 치료받고 있는 너를 봤던 기억에서 왜... 내 눈 앞에 그때의 어린아이가 나와 함께 있는 장면들이 기억나는 걸까? 급하게 온몸을 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칠판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화이트 보드 위에 매직이 없었다. 그래서 수업시간이고 뭐고 신경도 쓰지 않고 문을 쾅소리가 날정도로 열어서 빈교실을 찾았다. 옆 반 선생님이 욕을 하든 주위에서 소란이 일어나든 상관없었다. 지금 무엇이라도 하나 적을 것이 필요했다. 전부 잊어버리기전에 바로.

무표정한 얼굴로 지민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빈교실에 들어갔다. 사람들은 그 광기어린 모습에 지민을 보고도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이상하기 그지 없는 단어들을 아무렇게나 적으면서 소리조차 내지않고 몇분간 저러다가 스마트폰을 꺼내서 사진을 한번 찍는 것을 끝으로 지민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수습해나기기 시작했다. 먼저 칠판의 글을 전부 지우고 수업을 방해해서 죄송하다고 자진신고를 하며 교무실에 들어가 훈계조치를 받기 직전에 지민을 부르는 전화가 와서 혼도 안나고 학교에서 쫒겨나기까지 정해진 매뉴얼도 아닌데 일은 정말 빠르게 진행되었다. 고작 30분. 학교를 뒤집어놓은 장본인은 남일인냥 평온하게 비서의 손에 이끌려 병원으로 끌려가다싶이했고 학교에 있던 사람들은 지민이 정신병으로 끌려가는 것은 아닌가 궁금해했다.

“도련님이 아프시답니다. 바로 병원으로 모실께요.”
“... 전부.. 다 있나요?”
“네..? 가봐야알겠지만 회장님과 사모님은 아주 바쁘셔서 저도 장담은 드리지 못하겠습니다.”
“그런 대답은 안하느니만 못하네요. 빨리 가주세요.”

학교를 갈때와 똑같은 표정 그리고 똑같은 몸짓으로 지민은 차에 기대어있었다.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아보일 정도로.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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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병원으로 이송당하자마자 제 얼굴에는 다시 호흡기가 씌워졌다. 아니, 이 사람들은 내가 뭐만하면 호흡곤란인줄아는가. 의사도 돌팔이같다며 생각을 하고는 호흡기를 손으로 잡아끌어 벗겨냈다. 그제서야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였다. 늘 같은 병실이였고, 늘 같은 시간에 아버지가 내 병실에 들어왔다. 오늘도 역시나,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걸 증명이라도 하듯, 같은 시간, 같은 표정, 같은 말투, 같은 손짓으로 내게 괜찮냐 물었다. 소름끼치도록 똑같은 표정과 말투, 몸짓이였기에 이 사람이 혹여 로봇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널 만나기전엔 그저 사랑을 많이 주는 아버지로만 알았건만, 너와 같이 의문을 품고 난 후로는 아버지의 행동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에도 내가 한번 언급하지 않았었던가? 모든 사람은 눈동자는 속이지 못한다고. 아무리 교활한 인간이라고 한들, 제 속에 선과 악은 숨기지 못한다. 지금의 아버지가 그랬다. 나에겐 별 애정이 보이지 않는듯했다. 그리 따뜻한 눈길이 아닌, 무채색의 눈동자를 띈 아버지가 내 머리를 계속해서 쓰다듬었다.

아마 내가 잠이 들었던 모양이였다. 몸을 뒤척이다 침대 옆에 앉아있는 물체를 보고는 나를 데리로 온 저승사자인가, 라고도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것이 어두운 병실 안에 네가 아무말없이 앉아있었으니. 눈을 비비며 너인걸 확인하고서야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언제 온것인지는 짐작가지 않는다만, 어찌되었든 네가 내 옆에 무사히 돌아와 앉아있다는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라 생각을 했다.

"언제 왔어?"
"너 아버지랑 이야기할때."
"내가 오라고, 오라고 그렇게 부탁을 했는데도 오질 않더니."
"어짜피 너 다 쇼잖아."
"오, 천잰데?"
"됐어, 나도 수업 빠지고 좋지."

네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 네 작은 훌쩍거림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운것일까? 첫만남때부터 감정이 없는 인간처럼 울지도, 웃지도 않던 녀석이 무슨 연유에서 울음을 터뜨린것일까. 내가 아파서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사실? 아니면... 내가 알수없는 그 무언가? 네 행동을 쭉 나열해 따져보자면 넌 절대 내가 아픈 이유로 울진 않는다. 전부터 내가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졌을땐 침착함을 유지했었다. 그럼, 무슨 이유일까.

"울었냐?"
"아니."
"뭐, 맨날 아니아니, 넌 부정적인 감정을 탑재한 로봇트냐?"
"그런가보지."
"이것봐, 재수없게. 넌 그냥, 재수없는 로봇해라."
"고맙다."

지금에서야 든 생각이지만, 넌 아버지와 많은 부분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감정이 매마른 사람처럼 그저 짜여진 틀에서만 움직이는 것 같았다. 조종당하는 로봇같달까. 물론 아버지는 내게 진심을 담은 애정을 쏟아부었을수도 있다. 내가 일탈을 핑계로 아버지와의 결투를 신청하지만 않았다면, 아니 결투를 신청하기 그 전까지는 말이다.

"안아줘."
"곰인형이라도 사다줄까?"
"내가 애도 아니고."
"애도 아니면서 왜 자꾸 안아달래."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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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64
교양있는 사람들은 확실히 다르다. 너희 아버지는 내 얼굴에 손을 대지도 모욕적인 언사로 나를 불쾌하게 만들지도 않았지만 기분을 바닥치게 만드는데는 탁월한 재주를 가지고 계셨다. 사랑스러운 아들을 보는 양 다정하게 내 어깨를 감싸면서 너를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나도 이제는 대채제의 물망에 제대로 오른 것이다. 관리를 받아서 40대라고 우겨도 믿길 얼굴이 부드럽게 풀어지며 웃는 얼굴이 부럽기는 했다. 좀 더 나이를 먹으면 나도 저렇게 웃게 될까? 간호사의 손에 이끌려 병실 안에 들어왔고 그러고 싸웠다. 징글징글한데 얼굴을 안봐도 싸우고 얼굴을 봐도 싸울꺼면 후자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리고 또 너의 침대에 기어들어가 너를 안아주었다. 이번에는 심장이 맞닿는 자세로 너가 안겼고 나는 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처음에는 속도가 다르게 뛰다가도 천천히 속도가 맞춰지는 건 신기하긴 하다. 그러면서 또 투닥거리고 그러면서 또 화해하고 그러면서 또 심각한 얘기를 하다가 둘 중 하나가 울던지 열받던지 그러다 진짜 싸우고 인간은 반복되는 학습을 통해서 배운다고는 하는데 이런 것만 보면 확실히 인간 이하같긴 하다.

“근데 태형아 있지.. 나 기억난거 하나 있어. 일단 사과는 할게. 그럴 리가 없다고 단정지은거”
“..뭔데? 야 불안하니까 빨리 말해라”
“아 그러면 안기지나 말던가 성질 더럽기는”
“사족이 길다. 지가 맨날 먼저 안아놓고는”
“아우 이걸... 됐고, 너랑 나 어린 시절에 만난 적 있는 거 맞아. 단 그 루트가 정확히 어떤 건지는 기억못해. 윤기형도 기억못하는게 맞고. 난 그 형 품에 안겨서 너희 집을 오는 것과 동시에 정상적인 방법으로도 니 앞에 왔던거야. 근데 그걸 잊은 이유가... 약물은 아닌 것같아”
“.. 그걸 어떻게 확신하는데? 그리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말이 안되니까 말만 하는거지. 증거가 없으니까 믿고싶지않으면 믿지말던가 안말려.”
“말 좀 이쁘게 해봐라 생긴건 떡판같이 생긴게 말하는건 뭔 고추냉이를 입에 물고 나 아에이오우 똑바루 야 침튀겨!!!”
“니 으에 야!! 니가 더 말 못하거든”

볼따구를 잡아늘리면서 말 예쁘게 하라다 싸우고 투닥거리고 그러다가 겨우 본론으로 들어갔다. 너와 논 것은 맞지만 그것이 실험목적인 것도 맞는 것 같다고. 방 안의 풍경이 기억나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아주 새하얀 방이었을 것같고 장난감같은 것을 갖고 논게 아니라 뭔가 둘이 앉아서 싫든 좋든 계속 있었어야했으며 너가 어떤 여자를 향해 엄마라고 하며 팔을 벌렸고 나는 항상 시야가 깜깜해졌다가 다시 너를 봤던 것으로 봐서 내가 잠이 들때까지 너랑 최소 몇 번은 만났다고 말이다. 그것도 최소 8살 이후에.

“정확한 나이는 생각안나지?”
“음... 대충 9살정도라고 추측은 할 수 있어. 그거면 도움은 되?”
“시기는 대충 맞네. 그럼 너와 나를 만나게 만든 이유가 있을텐데 너는 뇌이식 나는 뇌분해.. 아..”

생각해보니 너에게 말해주지 않았던 부분이였다. 눈을 세모꼴로 뜨고 무슨 얘기냐며 물어보는 너 때문에 식은땀이 날뻔했다. 일부러 모른체를 해주는건지 아니면 저러다 때릴련지 고민하는게 보였지만 일단 한 발 물러서준 니가 고마웠다. 쓸데없는 일로 괜히 고민거리를 더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억지로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어차피 너와 내가 알아야할 부분들은 아주 많으니까.

“그것보다 계속 여기에 있게? 병원 냄새는 몇 번이고 적응이 안되서 영...”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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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너 여기서 나가면 아마 잡힐걸."
"그건 또 무슨 소린데."
"나도 말 안 해줄 건데?"
"치사하게."
"내 기억이 돌아오고 있다는 걸 아버지가 알게 됐어, 그래서 다시 실험을 한 대. 근데 네 이야기가 나왔어. 너도 다시 실험 대상으로 쓰일 수 있다고."

또다시 실험이 시작되었다. 실험을 그만두게 할 방법도, 실험을 엎을 수도 없었다. 아버지를 막을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나를 그렇게 아낀다고 생각했던 아버지는 생각 외로 날 자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고, 내가 어떠한 술수를 쓴다고 해도 아버지는 실험을 그만둘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버지의 약점을 한가지 꼽자면, 자식이었다는 것인데... 그마저도 거짓이었으니.

"나 때문에 애들이 죽는 거 싫은데."
"네가 방법을 생각해보라고."
"생각하고 있잖아, 지금 충분히 생각하고 있거든."
"아버지 약점을 잡아야지."
"자식 사랑인데, 그것도 다 소용없어. 아버지는 날 진심으로 생각하는 것 같지도 않고..."
"너 되게 비겁한 애구나."
"어쩌라고."

넌 아버지가 날 여전히 아낀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네 말의 의중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이미 내게서 마음을 돌린지 오래였고, 날 보던 눈빛에서는 사랑스러움이란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나보고 비겁하다고? 시도해보지도 않고 지레 겁을 먹었다고 욕이라도 하는 것일까. 네 어깨를 세게 밀치고는 퉤, 소리를 내며 몸을 돌려 누웠다.

"그래, 나 비겁한 놈이다. 시도해보지도 못하고 포기하는 놈이다, 어쩔래. 왜, 나랑 비즈니스 관계 포기할래?"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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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65
불안해보이는 니 등을 감싸주고 싶었지만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방법을 제시한다면 더 나은 결과가 있을 거란 것도 안다. 너와 나 사이에는 정보의 양과 부릴 수 있는 인간의 차이 외에도 부딪혔던 상황들의 차이가 극명하기 때문이다. 너는 다른 사람들이 희생되기 싫다는 말을 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이 희생되는 것보다 너와 나 둘 중 하나가 제거되는게 더 빠를꺼라는 사실을 모른다. 그렇기에 너를 더 몰아붙일 수 밖에 없다. 사실을 말해준다면 좀 더 나을까 아니면 한번 더 숨기고 강제로 끌고 나갈까? 전자가 더 효율적일게 분명한데도 입은 주인이 하는 명령을 오래전부터 배신해왔기에 너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태형아, 미안하지만 시간이 없어. 그렇기 때문에 두 번 말하진 않을 거야. 니가 흘려들어도 좋고 그대로 웅크리고 있어도 상관없어. 대신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나는 여기서 나갈 거야”
“...”
“그런 부분까지 날 닮을 필요는 없는데.. 어쨌든 듣기나 해.”

나의 어머니였던 여인이 나를 돌려받기위해서 한 짓은 눈물겨울 지경이었다. 자식의 몸에 기생해서 살아가고 싶어하는 남편과의 끊임없는 싸움. 남자는 처음에 나를 위한 것이라며 매번 실험의 결과를 그녀에게 보여주었고 내가 이 실험을 통해 어떻게 변화해갈지 등을 제대로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여자는 거부했다.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아이는 내 자식이 아니라고. 그러다가 내가 어떤 식으로 길러지고 있는지를 우연히 사진을 통해 보게 됐고 그녀는 반 미친 것처럼 날뛰었다고 한다. 내 자식을 돌려달라고. 아무것도 아니여도 되니까.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연구원 중 한명은 웃으면서 그녀를 연구실로 데려와 그녀가 직접 연구를 멈추게 했고 어린 날의 나는 발작했다. 그녀가 물리적으로 행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실험을 지속하는 것도 멈추게 하는 것도. 그녀는 그녀의 아들의 뇌가 어떤 식으로 기록되고 있는지 어떤 식으로 이용가능한지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다 너의 뇌 자료를 어떤 방식으로든 입수하게 되었고 그렇게 그녀 또한 그 연구소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녀가 연구원이 된 것은 아니였다. 그녀에게는 어떠한 연구자료도 주지않았고 온몸으로 굴러다니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아들을 보는 것마저도 거의 허용되지 않았다. 그 사이에 그녀가 어떤 짓을 당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게 내가 풀려나기까지 2년. 너의 어머니가 쫒겨나기까지 약 3년의 시간 동안 내 기억 속에 그녀는 항상 웃는 얼굴이었다. 너의 어머니를 쫒아낼 때도 너의 아버지의 품에 자발적으로 안길때도 전부.

너의 어머니에 대해 그토록 그녀가 증오를 피운 까닭은 나때문이라기보다는 그녀 자신의 자존심때문이 더 가까울 것이다. 짐승이 되었던 날 이후에 기억하는 여자의 손길은 차라리 기억 속의 너의 이모의 손끝이 더 따뜻할 정도로 차가운 여자였으니까. 너의 어머니가 쫒겨난 결정적인 이유는 내 어머니가 만들어낸 자료에 의해서였고 너의 아버지가 왜 나의 어머니의 편을 들어줬는지는 정확하게는 알지 못하지만 너의 어머니의 지분의 대대수가 넘어간 것으로 봐서는 물질적인 부분이 아닐까하고 처음에는 그렇게 확신했다. 하지만 어제 만난 연구원의 말 때문에 그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빠는 말이야. 아직도 내 친엄마를 사랑..이라고 부른다면 부를 수 있는 감정을 가지고 있더라. 같이 지옥에 빠져버렸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근데... 너희 아버지도 여전히 너희 어머니를 사랑..하고 계시는건 아닐까? 나는... 그래”

길고 긴 말이었지만 하고 싶은 말은 전달했다. 너희 아버지가 그렇게 맹목적일 수 있는 이유가 내 어머니가 아닌 너의 어머니를 사랑해서가 아닐까하고.

“시도하지 않아도 좋아. 난 하고 싶은 말은 대충 끝냈어. 니가 나보고 비겁한 놈이라고 했던거 기억나? 그런 기준이라면 너도 똑같아. 붙잡아주길 바라는거잖아. 그러니까 너한테 계속 명분을 만들어줄께. 어때? "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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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넌 계속 그런식으로 사람을 괴롭게 만들지."
"어머니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잖아."
"지금 듣고 싶다고 한 적은 없어."

네 말을 정확히는 파악 할수는없었다. 항상 의문점을 남긴 네 말은 이제 내게 알아서 상황을 판단하라는듯, 결정하라는듯했다. 결론적으로는 내가 포기하길 원치 않았다는것이다. 괜히 널 불러냈나 싶기도했고, 조금 밝아지려고 할때면 다시 나락으로 끌어내리는 네가 참으로 미워보이지 않을수없었다.

"그래서, 나보고 뭘 어쩌라고."
"비겁하게 도망가지 말라고."
"됐어, 됐다. 그냥 나가. 오지마."

절대 네 손을 놓지 않으리라 다짐했것만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시 돌아가면 아버지는 다시 날 봐주지않을까, 물론 네 관심은 다시 내게서 돌려질것이고 다시 난 네 관심을 받고 싶어 싸움질이나 하고 다니는 철없는 고딩으로 돌아갈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무렇지않았던 그냥 단지 심장병을 앓는 돈 많은 도련님으로 끝내버리면 상황은 지금보다 조금은 더 괜찮아 지지않을까?

다시 약을 먹기 시작했다. 물론 돌아온 기억이 사라지거나, 없어지는건 아니였다. 하지만, 기억이 돌아오지도 않았다. 꿈을꿀때면 돌아오던 기억은 돌아오지 않았고, 다시 옛 생활로 돌아간듯했다. 그렇게 아버지도 나를 위한 실험이라는것을 멈춘줄알았다. 다시 약을 먹었기에 실험또한 필요없음을 느끼고는 잡혀온 아이들을 내보낼줄 알았건만, 그건 단순한 내 착각이였나보다.

"지민이는 이제 실험대상에서 제외인건가?"
"어짜피 망한 실험체인걸요."
"그래도 저 놈 망가진 심장 돌릴 방법이 그 놈한테 있을수도 있지."
"그럼 그때 해결했었어야죠."

우연찮게 들어버렸다. 다시 네 이름이 오르락 내리락했었고, 단순히 이 몸 하나때문에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희생되어야했고, 너 또한 다시 실험대 위로 올라갈 준비를 끝마치고있었다. 내 방으로 가려던 발걸음을 돌려 네 방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퇴원후, 아버지께 울며 너와 각방을 쓰게 해달라고 애원을 했다. 그런 내가 당황스러웠던건지 그러겠다고 했고, 얼마가지않아 우리는 각방을 쓰게 되었다. 어쩌면 아버지는 너와 내가 둘 중 누구의 입에서든 방을 떨어뜨려달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다렸을수도있었다. 어찌되었든, 우리는 지금 각방을 쓰게 되었고, 상대적으로 내방보단 네방이 더 안전했다.

딸각-.

내 방과는 사뭇다른 분위기였다. 온통 검은색으로 채워진 네 방의 가구들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흘렀다. 침대에 누워있는 널 쳐다보다 살짝 겁이나 네 옆에 다가가 네 몸을 약하게 흔들었다. 죽은건 아닐까, 혹시 이미 실험이라는것이 진행된것은 아닐까.

"일어나, 나랑 이야기 좀 해."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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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66
매번 너에게 애원을 하고 매번 너에게 거절당한다. 표현방식의 문제인걸까 아니면 신뢰도의 문제인걸까 너의 거절에 상처받았지만 상처받지 않은 척을 하며 바보같이 밖으로 나왔고 평온한 얼굴의 여자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엄마 말을 들었으면 좀 더 좋았을뻔했구나”
“직접 오셨네요. 그래도 자식이랍시고 배려를 해준건가요?”
“지민아, 내 배로 낳았지만 이해할 수가 없어 너를.”
“주위에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나보네요. 솔직해보여요.”
“그래 없어. 그래도 혹시나라는게 있으니까 그 여자가 쫒겨난건 자승자박이야. 가만히만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될 일은 없었지”
“알아요. 어차피 김태형과 관련된 정보라면 엄마는 잔뜩 흘려버리고 나는 그걸 전부 주워먹잖아요. 그 남자는 알아요?”
“글쎄다. 그래도 대기업의 회장씩이나 해먹고 있는 사람인데 설마 모를까?”
“회장님이 진짜 사랑하는 건 뭐예요? 엄마? 아니면 그 여자?”
“뻔한 대답이 나올만한 건 묻는게 아니야. 난 아직도 그 첫사랑에 미치는 심리는 이해를 못하겠다만 그런 면에서는 다 비슷한가? 너네 아빠도 회장도. 당분간은 몸 사리고 있어.”
“내가 거절하면요?”
“니가 거절한다고 해서 니가 할 수 있는게 있기는 하니?”

손톱이 전부 잘려나간 손으로 내 손을 잡고 이끄는 여자에게 반항없이 끌려갔다. 그녀가 나한테 전달해주고 싶은 내용은 간단했다. 백 마디의 눈빛보다 한 마디의 말이 확실히 전달하고자 하는 건 더 많다. 그녀가 나를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절대 그녀의 몰락으로 향하는 길은 나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없게 설계를 끝낸 것 같았다. 내가 그녀의 자식인 이상 내가 그녀의 손바닥 아래에서 노는 이상 절대 그녀는 나에게만은 빈틈을 내보이지 않을 것이다.
“내가 만약 찾으면 태형이가 미칠까요? 아니면 아버지란 작자가 미칠까요?”
“경찰이나 부르지마. 일 크게 만들어서 좋을거 하나도 없으니까”
“엄마..! 내가 엄마 자식으로 보인다면 제발... 여기서 그만하면 안돼요?”
“지민아, 니가 나를 괴물로 만들었고 니네 아버지가 나를 이렇게까지 밀어붙였고 니가 말하는 그 두사람으로 인해 일이 이지경까지 된거야. 그런데도 나를 원망하고 싶니?”
“... 나 진짜 내가 나이먹으면 엄마랑 똑같아 질 것같네요. 진짜 질린다. 질려...”

새삼 니가 나랑 왜 싸우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참 무책임하고 내 알바냐식의 대화법은 사람을 열받게 하는데 특수화되어있구나. 그렇게 특별한 상황 없이 들어와보니 내 방이랍시고 따로 준비된 방이 있었다. 너가 나랑 각방을 쓰기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참고 있던 혈압이 또 오를 것 같아 씩씩거리고 있었더니 약올리는건지 찬물 한잔을 건내주는 엄마란 여자가 있다.

“지민아, 새벽 2시부터 4시까지는 뭐... 박쥐들이 행동하기에 가장 알맞은 시기라는 말이 있더라. 잘 지내렴”

말투가 유전이라면 정말 닮고 싶지 않은 부분을 쏙 빼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나를 이용해서 너의 아버지를 무너뜨릴 생각이라면 응해주기로 했다. 왜냐하면

“일어나, 나랑 이야기 좀 해.”

여자가 믿고 있는 것보다 더 이상할정도로 계속 엮이기를 원하는 너와 내 관계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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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일어나라니까?"
"싫어."
"좋아, 그럼 누워서 듣던가."

제 말이면 못 이기는 척 일어나는 척,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할 것 같던 네가 이젠 내 말에 꿈적도 않고는 이젠 내가 하는 이불 뒤집어쓰기 등을 시전하며 나와의 대화를 하지 않으려 했다. 네 행동에 입이 점점 튀어나오려는 걸 집어넣고는 네 옆에 누워 네 허리를 조심스레 껴안았다. 오랜만에 안은 네 어깨는 평소보다 더 넓어 보이는듯했다.

"미안."
"뭘."
"그냥, 너 절대 힘 빼고 다니지 마. 누가 너 잡아갈지도 모르잖아."
"왜 또 실험이니 뭐니, 그런 이야기 주워듣고 왔냐?"
"... 어?... 엉... 그러니까 조심하라고."

순식간에 어색해진 공기에 콧잔등을 걸 적이다 네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네 몸에서 은은히 나는 네 체향이 내 불안감을 진정시켜 주는 듯했다. 확실히 난 생각보다 네게 의지하고 있었고, 널 필요로 하고 있었다. 아버지보단... 지금은 네가 더 든든해 보였고, 아슬하게나마 네 손을 잡고 있던 것을 더 꽉 쥐기로 했다.

"왜 계속 모른척하다가 이제야 아는 척이냐?"
"그러는 너야말로 내가 말 안 걸었다고 말 안 하냐?"
"그래요, 도련님은 다 잘났죠."
"그 말이 아니잖아."
"난 상대가 먼저 말 안 걸면 말 잘 안 해."
"치사하네, 박지민. 입에서 단내는 안 나디?"

또다시 투닥거림이 시작됐다. 이 얼마나 오랜만의 투닥거림이란 말인가, 지금 이 상황이 나에겐 참 눈물 나도록 좋았던 것 같다. 누구에겐 평범한 일상이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 왜 항상 너와 나에겐 허용되지 않는 것일까.

"안아달라는 것보다 더 한거 해달라고 하면 때릴 거냐?"
"왜, 또 뭐 해드릴까 도련님."
"뽀뽀."
"뭐?"

내 뺨을 네게 가져다 대며 제 볼을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어두워 보이진 않았을 테지만, 낯간지러운 말을 내뱉는 내 얼굴은 이미 홍시처럼 붉게 달아올라있었을 테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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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67
“..무어어어어?”
“야 싫음 말어 나도 안받아!”
“아니.. 그게 저기.. 잠.. 아.. 아니 뭐래니 그게 하.... 잠시만”

상대를 두고 실례되는 행동은 맞는데 너와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너의 얼굴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당황스러워서 움찔움찔거리다 너와 손이 닿고 급하게 피하기까지. 니 표정은 안봐도 뻔했다. 당황하고 상처받았겠지. 그런데 그 남사스러운 단어라니 그게, 아 말하는 것은 그만하도록 하자.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서도 입술을 삐쭉거리는게 보이고 몸을 움찔하는 것도 너무 잘 보인다. 그래서 그냥 내가 정말 미쳤다 미쳤다하다가 미쳐버렸나보다. 그냥 눈을 질끈 감고 아무데나 입을 갖다댔다. 온 얼굴에 열이 오르는데 왜 너는 아까보다 몸을 더 빨리 움직이는지.. 그래서 무식하게 너의 손목을 낚아챘다.

“아파 . 무식한거 자랑하지말고 놔봐!”
“..어 미안..이 아니고 야 니가 하란거 했는데 왜 니가 도망을 가”
“일단 손.. 손.. 아프다고!”
“무슨 남자애가 공주님도 아니고.. 어.. 미안 아프냐..”

아까 전에는 나름 요상한 분위기였는데 판을 깨는데는 너나 나나 소질이 탁월하게 있는 것이 확실했다. 그렇지만 이번만큼은 이유를 물어야만 했다. 처음부터 물었어야했는데 내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데 급급해 너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물었어야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외면하고 넘어갈 부분들이 아니였는데 나는 그저 회피하기만 급급했고 상대가 이런 태도나 보이니 너도 굳이 말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손을 뻗어 내 얼굴을 이곳저곳 만져보았다. 눈썹 하나까지 미동도 없는 이 얼굴이 평소에는 그리 밉지않았는데 점점 윤곽이 보이는 니 얼굴을 보면 볼수록 굉장히 미워보인다. 니 눈에도 내 얼굴이 보일 것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너.. 어디 아프냐? 내가 잘못했다.. 야..”

그래서 다른 손을 올려 일부러 얼굴을 뭉개었더니 더 별론가보다. 웃는 표정을 보여주고 싶었던건데. 니 표정이 점점 안좋아져가는게 괜한 짓을 한 것같기도 하고. 근데 왜.. 나는 이렇게까지 하는거지? 가장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왜?너를 안아주고 싶었을 때부터 들었어야하는 질문이 이제야 생각났다. 수위는 니가 높였지만 너보다 내가 더 이상한 짓이라면 많이 했다. 내 맘대로 너를 끌어안고 니 침대에 기어들어가 너를 안고 머리를 쓰다듬고 그러다가 그... 짓까지.

“도련님. 아니 태형아 나 왜 이러는거냐?”
“... 뭘?”
“아니 남자끼리 이러면 안되는건데... 왜 내가 이러고 있지?”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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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됐어, 싫었으면 싫다고 말하지 왜 그렇게 정색을 하고 그러냐."
"내가 언제!"
"넌 네가 되게 표정연기 잘 하는 것 같지. 그냥 넌 감정이 없는 거야. 여자친구는 사귀어봤어? 하물며 아기들한테 느끼는 감정, 아니 강아지 보면서 느끼는 감정 없어?"
"... 어?"
"됐어, 나빠. 너."

흥, 소리를 내며 너와 등지게 몸을 돌려 누웠다. 별 동요 없던 네 얼굴이 그리 밉진 않았는데, 오늘따라 미워 보이는 건 왜일까. 그냥 어둠 속에 파묻혀 네 얼굴을 못 봤다고 치자. 그렇게 위로하며 눈물이 나오려는 걸 꾹 삼켜냈다.

"도련님."
"뭐, 뭐. 뭐 박지민 도련님."
"미안해."
"맨날 미안하다고만 하고, 네 머릿속엔 이 상황이 사과해야 끝난다고 하냐?"

심장이 뛰고, 얼굴이 붉어졌다면 그것은 여고생이 좋아하는 남고생 앞에서 드러나는 일일 것이다. 물론 단지 이 정황만으론 네가 좋다고 생각하기는 좀 이른 면이 없지 않아 있는 듯했지만... 이론적으로 난 아무래도 널 좋아하고 있는듯했다.

"괜히 왔어."
"왜, 우리 엄청 오랫동안 못 봤는데."
"그럼 네가 찾아오던가. 왜 한 번도 안 왔냐?"
"그야..."
"그럼 이것만 물어보자, 나 보고 싶었어? "
"....."
"그래, 나 혼자만 삽질하는 거네."

연인들이 할 대사를 던져두고는 네게 대답을 바랐다. 감정 표현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네게 물어보면 답이 나올까 하긴 했다만, 이렇게 대차게 까이 줄을 몰랐다. 그럼 왜 안아주고, 입맞춤도 했냐 이 말이다. 사람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는 억눌린 울음을 내뱉었다.

"미워, 너."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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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68
손만 움찔움찔거리다 결국 너를 건드리지 못하고 너의 옆에 앉는 것에만 그쳤다. 얘가 도대체 왜 이러는건지, 그리고 무슨 의도로 이렇게 말하는건지 하나하나씩 이해해보려고 하는데 우는 소리가 들려 그것도 실패했다. 머릿속에 새하얗게 변하고 입 안에는 침이 바짝바짝 마르는데 이렇게 하는게 맞는건지 찾아보려다 그만두었다. 더한 욕도 많이 했고 주먹다짐까지 갈정도로 더 소리내서 싸운 적도 많았는데 이번에 니가 뱉은 밉다는 너무 진심어린 말이여서, 뭘 어떻게 해줘야하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태형아, 그게 아니라”
“.. 너는 매번 아니다! 아니다! 야 이 부정벌레야, 뭐가 맨날 그렇게 아닌데”

이번만큼은 변명을 해서는 안됐었는데도 불구하고 버릇처럼 아니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고 그 말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든 니 얼굴은 눈물은 흘리지 않았지만 잔뜩 그렁그렁해져있었다. 미안하다는 감정보다는 다른 생각이 더 먼저 들었다. 그러다보니 내 손이 자연스럽게 니 볼에 닿은 것도 몰랐고 너의 손에 의해서 내쳐질 때야 겨우 당황이란 걸 티를 냈다.

“됐어, 내가 너한테 뭘 바래. 야 답도 안해줄꺼면 나가”
“..저기? 여기 내 방인데..??”
“아오! 내가 나가면 될꺼아니야”
“아니 그게 아니라니까”
“아니란 말 좀 그만 못해!”
“보고 싶었어, 엄청 많이. 근데 니가 나랑 같이 있는거 싫다며 그런데 어떻게 찾아가? 너는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는데 나는 못하겠어. 어! 너 지금 과정의 전개순서를 좀 모르고 있는거 같은데 니가 싫다했어, 내가 언제 너랑 같이 있는거 싫다고.. 한 적은 없..잖아...”

내가 말하면서도 내가 하는 말에 놀라고 있는 중이다. 너한테 반응도 안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너에게 싫다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구나. 너가 하지 않겠다고 하면 나는 그것을 굳이 설득시키려하기보다 그럴듯한 변명거리를 만들어내느라 더 바빴다. 도대체 싫다는 소리가 뭐라고 너한테는 그런 소리를 하고 싶지가 않았는지 바보같았다. 되게 엄청 많이 근데 그게 또 왜 싫지가 않은건지 그리고 왜 너는 얼굴까지 시뻘개져서는 나와 시선을 피하는건지

“김태형 내가 뭐 말.. 잘못했냐? 니가 싫다매.. 아니야?”
“나 그런 말 한적 없어.. 병‘신아”

그러니까 그 놈‘의 시선이 안맞는게 뭐가 그리 큰일이라고 자꾸 짜증이 나는건지 내 손으로 너의 얼굴을 감싸쥐고 억지로 들게했는데도 눈을 피하길래 나도 아예 고개를 틀어 너와 눈을 마주쳤는데.. 시선을 못 마주치겠다... 얘 원래 저렇게 생겼었나..

“어쨌든 일부러 안..찾아간거 아니라고. 너 보..고싶어..”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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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노력이 정말 무색하게도 넌 억지로 시선을 마주쳤다. 네 눈을 마주치자 자기가 들어놓고는 먼저 피한다. 뭐 하자는 건지, 이 새'끼는 전생에 카사노바였음이 틀림없다.

"거짓말, 나 맨날 방에 처박혀서 나오지도 않았잖아."
"네가 나 보기 싫다고 했잖아."
"아니, 그렇다고 진짜 안 나오는 건 또 뭐냐? 그리고 넌 왜 항상 내 탓으로 돌리냐?"
"아니, 그건 너한테 맞춰주느라 그럼 거지. 네 탓으로 돌린 건 아닌데."
"그래, 너 잘났다."

투닥거리면서도 자식이 어미 품을 찾아가듯 네 가슴팍에 얼굴을 비볐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네 심장소리래도 들릴까 하고 숨죽이고 귀를 기울였으나... 이놈의 심장은 강철인 건지 일정한 뜀박질이었다.

"나쁜 놈."
"또, 왜."
"넌 그냥 나쁜 놈이야."

오랜만에 느끼게 된 네 체향과 온도는 참 이질적인 느낌이 들게 했다. 포근하다고 할까, 차갑다고 할까. 남들과는 조금 차가운 네 체온이, 남들보다는 조금 뜨거운 내 체온이 섞여 뜨뜻미지근한 온도를 만글어냈다.

네 가슴팍에 얼굴을 더 깊게 파묻고는 눈을 감았다. 왠지 오늘은 수면제를 먹지 않아도, 수면제 역활을 대신해줄 대제제 역활인 네가 옆에 있어 더 깊게 잠 들수있다는 생각을 했다.

"멍청이, 잘자."
"내가 왜 멍청인데!"
"토 달지말고, 자라."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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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69
너의 얼굴이 잘 보이지않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귀끝까지 체온이 올라간게 바로 느껴졌다. 아마 니가 내 얼굴을 봤더라면 표정이 변해있었을까 아니면 여전히 무표정인 얼굴이여서 상처받았을까? 겨우 원점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밉다는 니 말에 니가 날 정말로 미워할까 겁을 먹다가 조금 다가서니 풀리고 그러다 서로 기대고 그런데 뭔가 더 나아가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사건과 관련해서 항상 내가 주도한다면 너와 내 관계에서는 너가 주도한다. 너가 무슨 말을 하든 거절도 못하고 너한테 싫은 소리도 하기 싫어하고 그런데 그게 조금도 불쾌하지 않고 더 해주고 싶고 너의 표정 하나하나에 자꾸 신경이 쓰이고 그런데 또 이렇게 지나가버리고.

“자냐?”
“.. 왜.. 또.. 나 졸리다. 내일 해...”
“이때 안 물으면 너 대답 안해 줄 것 같아서 너 그날 걔랑 왜 싸웠냐?”
“뭔 그날... 아.. 그때 별거 아니야. 걔가 시비를 걸었어.”
“그런다고 다 싸우냐.. 나 너한테 거짓말한건 없잖아. 그러니까 비즈니스 관계적으로 말해줘”
“별 것도 아닌 일에 비즈니스타령이야. 자, 자”

이불을 확 뒤집어쓰며 나에게서 등을 돌려자려고 하길래 허리를 감싸쥐고 이리저리 움직였다. 너가 질색을 하면서 손으로 이곳저곳 때리는게 느껴졌지만 방법이 없지 않는가? 내가 너한테 무조건 숨기려하고 나 혼자 알아서하려고 할 때 확실히 일이 제대로 진전되지 않았다. 내멋대로 구는게 더 나은 방법일꺼라고 믿고 움직였지만 결과적으로 너와 함께 한 순간들이 나에게 결정적인 단서들을 가져다줬듯이 너도 강제적이나마 말을하게 만드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필요한 것은 그 상황에 맞는 명분인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강압적으로 만든 명분들은 전부 실패했다. 그것이 너에게 더 낳지않을까라는 오만한 마음으로 만들어낸 명분을 니가 받아들일거라고 믿었던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나였어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기에. 그렇기에

“내가 궁금해. 니가 때린 상대가 누군지는 알아. 그 싹퉁바가지가 아니고 어쨌든 그 멍멍이 소문 더럽고 그런거 다 안다구. 그래서 궁금해. 무슨 소리를 한건데?”
“이미 끝난 일이야. 그리고 니가 알아서 뭐 바뀌기는 해?”
“바뀔걸? 정 안되면 내가 때리러라도 가지 뭐. 나도 옛날만큼 평판이 좋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모범생 타이틀은 아직 붙어있으니까. 그러니까 말해줘”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으로 나를 위한 것으로 너에게 부탁을 했다. 언제까지고 이 관계에 안주할 수만은 없다. 만약 이번에도 니가 말해주지 않는다면 나는 또 너의 말을 따를 것이다. 물론 따른다고 했지 그대로 주저앉는다는 말은 안했다. 내가 이러한 평온함을 더 이상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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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니 관심 받으려고 한 쇼야."
"뭐?"
"니 관심 받으려고 했던 쇼라고."

물론 이 말에는 거짓이 없었다. 그때 당시엔 네 관심을 받기 위해서라면 이 몸하나 불사질러도 될만큼 난 네 관심을 갈구했다. 허나, 그 이유때문만은 아니였다. 포괄적으로 말하자면... 너와 나, 그리고 아버지가 연관되어있었다는거다. 아버지와 너 그리고 나 사이에서 갈등하던 소년은 그때 당시 모든것을 다 잡고 싶었기때문에. 멋도모르고 그냥 무작정 니가 죽나, 내가 죽나. 이 생각으로 싸움판에 뛰어들었던것 같다.

'저 새끼 어미 없다며? 아버지가 바람 피웠다나, 그래서 생긴 자식이 박지민이라며?'
'진짜? 내 재벌은 진짜 더럽긴 더럽나봐?'
'상류층 이야기들이 괜히 있겠냐. 보나마나 저 새끼도 어디서 굴러들어온지 모르는 쓰레'기 새'끼에 불과하다는거지.'
'야, 재는 그냥 재수가 좋은거야. 그렇게 떵떵거리면서 살면서 양아치짓은 다하고 다녀요. 아주 왕자병 나셨네.'

솔직히 그들이 말하것에는 거짓이 없었다. 아니, 어머니와 네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부러울것 하나, 아쉬울것 하나 없는 새'끼가 양아치짓이라니.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아버지와 네 이야기는 아니 어머니 이야기가 남들 입에 오르락 내리락 하는것이 싫었다. 그래서 그 아이의 앞에 상냥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섰는데...

'이 새'끼는 심장도 병'신이라며?'
'어우, 그냥 버림 받은 몸이네. 어미한테, 아비한테.'
'다시 짓걸여봐, 뭐라고?'
'야, 이 새'끼 빡 돌았는데?'

그 말에 바로 싸움이 붙었다. 버림받은 몸이라... 그땐 몰랐다만, 지금 와서 생각해본다면 맞는말인것 같기도 하다. 어미도 버렸고, 아비마저 날 버리려하니.

".....말이잖아."
"...."
"야, 내 말 듣고 있어?"
"어? ...어..."
"안 듣고 있었네."
"그래, 너 천재다. 천재야, 혼자 잘난거 다 해먹어."
"왜, 또. 근데 진짜 그 이유가 끝이야?"
"어, 끝이야."

네게 이야기를 해주지 않기로 했다. 다른 사람 입에 네 이야기와 내 험담이 올랐다는것은 그닥 좋은 소리도 좋은 기억도 아니였기에.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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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70
“믿어줄까? 아니면 넘어가줄까?”
“뭐가, 나 거짓말한거 없어”
“누가 너 거짓말했다했냐? 이대로 내가 끝이라고 믿어줬으면 좋겠어?”
“... 몰라. 이 밤중에 뭐하는 짓이야, 지나간 일 가지고”
“일단은 그럼 끝이란 건 믿어줄게. 니가 원하니까”

너의 표정 그리고 말투 보기만 해도 너가 한 말이 전부 사실이란 것쯤은 알 수 있다. 우리는 몇 주전까지만 해도 싸우는 것도 아닌 나혼자만의 데면데면한 사이였고 상대적으로 발랄한 편이던 너는 꽤나 많은 사고를 쳤었다. 그리고 매번 나한테 툴툴거렸었다. 로봇같이 속 안이 얼어붙어서는 그 안에 뭐가 있는지 조금도 보여주려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지금의 나를 보고 예전의 너라면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아마 처음에는 무척이나 당황해서 어버버거리다 웃어줄까? 아니면 뭐 잘못먹은거 아니냐며 핀잔을 줄까?지금의 너는 확실히 나를 닮은 면이 하나둘씩 보인다. 말투는 못되게, 그렇지만 속은 복잡하게 하지만 나와는 다르게 표정은 서툴게 드러내고는 알아달라는 듯이 몸을 웅크린다.

“근데 태형아, 있지 나 학교가서 물어보면 금방 나온다?”
“야!! 치사하게”
“언제는 착했냐, 어쩌겠냐 나는 너랑 다른걸. 원래 성격이 못되먹어서 나는 너한테 말 안하고도 알아낼 수는 있었어. 근데 니가 그거 알면 싫어할꺼라서 안해”

그렇기에 일부러 찔러버린다. 너라면 어떻게 대했을까를 상상하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상상은 상상일뿐 나다운 방식으로 밀어붙는게 더 낫다. 너한테라면 잔뜩 도려내져서 망가진 부분들을 보여주는 것도 딱히 부끄럽지 않다. 이것저것 여러 가지 방식으로 많이 망가져버렸지만 그 흠을 드러냄으로써 나는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기에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여전히 나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너의 몸에 좀더 바짝 붙어서 안았다. 해주고 싶은 말은 많지만 서툴게 위로하는 것보다는 나한테는 이런게 더 안정감을 불러일으켜주었기에 한 행동이었다.

“어...”

지민은 정말 하나도 모르면서도 또 몰랐다.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어떤 것인지도 상대에게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지도 그리고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말이다. 끌어안기, 뽀뽀 이게 일반적인 상대 사이에서 가능하지 않다라는 전제부터를 인식하고 있지 못했기에 행동은 더 거침이 없어졌지만 머리는 더더욱 바보가 되었다. 사람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부딪힘도 지민에게는 태형이 전부 처음이었기에, 그 몇십년 동안 끊임없이 너무 일방적이여서 처음부터 태형을 향한 감정이 다른 사람과 달랐다는 것을 지민은 몰랐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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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이번엔 안아달라는 의사표현 없이 네가 내 허리를 안아왔다. 지금 이 상황에서 아무런 감정의 변화가 없다면 그것은 감정이 고장 난 사람이 아니고서야 아무렇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내가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모를 사람이 내 허리를 안아온다니, 처음엔 단지 호기심이었다면, 지금은 인민, 혹은 연모의 감정이었다. 그 와중에도 넌 아무렇지 않다는 듯 네 허리를 더 꼭 끌어안았다. 참 여러모로 사람 헷갈리게, 분명 이자는 전생에 카사노바였을 것이라며 굳게 다짐하고는 네 손을 조금 풀어냈다.

"숨 막혀, 병'신아."
"야, 너도 말 이쁘게 해."
"속담 몰라? 속담. 가는 말이 고아야, 오는 말이 곱다고. 네가 말을 안 이쁘게 해서, 나도 말 안 이쁘게 할 건데."
"와, 너 은근히 얍삽한 기질이 있구나."

몸을 돌려 네 얼굴을 마주쳤다. 다시 얼굴이 홧홧하게 열이 오르는듯했다. 조금 더운 것 같기도 해 이불을 걷어내려다 그마저도 네 손에 저지당했다.

"아, 왜 덥다고."
"솔직히 말하면 걷어낼 수 있게 해줄게."
"야, 치사한 놈아. 그거랑 이거랑 무슨 연관이 있는데."
"네가 걷어내면 나도 추워, 인마."
"싫어, 됐어. 내가 땀 흘리면서 자면 되지."
"그래서, 내가 직접 발로 뛰면서 네가 왜 쌈박질했는지 알아내라고?"
"아, 진짜! 네가 알아서 해. 왜 자꾸!"

네가 알아내든, 알아내지 않든 상관은 없다만... 그냥 내 심정은 그랬다. 네가 끝까지 몰랐으면 하는 거. 물론 이미 부모한테나 네 주변 사람들한테 데여, 이 정도 욕이야 아무렇지 않다고 하지만, 아무리 네가 감정이 메마른 인간이라지만, 어찌 됐든 네 욕이고, 부모 욕이고, 네 감정엔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모르겠다만 내 욕이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가족의 이름이 상대방의 입에 오르락 내리락한다면, 참으로 분하지 않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잘 거야, 건드리지 마."
"너 아까부터 그 말 한건 아냐?"
"네가 계속 건드렸잖아."

네 팔을 내 허리에 두르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이젠 진짜 잠을 자기 위해서였는데... 자꾸 날 쳐다보는 눈빛 때문에 자세를 바꾼 게 후회되기도 하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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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71
평온하게 둘이 잠든건 고작 한 두시간 뿐 지민은 자신을 부르는 호출에 찌푸림도 짜증도 없이 눈을 떴다. 태형이 실험에 대해 어디까지 눈치채고 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다짐했던대로 태형을 끌어들이지 않기로 했다. 엄마라는 여자의 암묵적인 묵인 아리에 지민은 오후수업까지만 듣고 그 이후부터는 발로 뛰어다녔다. 딱 야간자율학습시간까지의 자유였다. 태형의 아버지가 어느정도 선까지 봐주고 있는지도 지민에게는 아오안이었다. 어차피 여자가 원하는 것은 지민이 태형을 어디까지 끌어내리냐는 것이었으니까.

지민이 알아낸 사실은 실험 자체의 목적이 생각보다 단순하다는 것이였다. 시작은 태형의 이모로부터 시작됐다. 그녀는 불임이였기에 조카인 태형을 너무나 사랑했고 태형을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행복하게 해주길 원했다. 어릴 때의 태형은 다른 어린 아이들 보다 지적인 부분에서 조금 떨어졌다는 기록이 있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무언가를 구분하고 이런 일에 굉장히 서툰 그런 아이였다고 한다. 그렇기에 태형은 이모를 엄마로 부르기도 하고 엄마를 이모로 부르기도 하는 등 인지능력부분에서 문제를 조금 일으켰다. 그게 다였다. 그러나 태형의 엄마와 이모의 성향이 너무 달랐다는 것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먼저 그녀가 불임을 하게 된 이유는 태형의 엄마로 인해서였다. 강박증까지 걸려있었던 완벽주의자인 태형의 엄마는 어린 시절의 실수로 그녀에게 해를 가했지만 자매였기에 그리고 그 당시의 분위기 때문에 그런 사실은 묻혔고 태형의 엄마는 태형의 아버지와 결혼을 했다. 재벌가끼리의 만남에서 아이를 낳지못하는 여자는 쓸모가 없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쓸모가 있었는 태형의 엄마의 가치를 잃을 수가 없었기에 그녀는 그런 식으로 희생당한 것이다.

태형이 기억하는 태형의 엄마라는 사람과 함께 한 기억들의 대다수는 태형의 이모일 확률이 컸다. 기억을 완전히 분리시킬 수 없기에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지민의 기억 속에서 아주 어린 시절 짐승처럼 사육되다싶이 한 지민에게 손을 뻗어주었던 여자와 더러운 것인 마냥 태형의 곁에서 지민을 떼어내려고 했던 여자의 이미지의 간극이 꽤나 컸던 것으로 봐서는 아예 말도 안되는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차가운 여자였기에 아마 자기 자식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서 실험실에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 또한 자신의 배로는 낳지않았지만 자신을 닮아있는 태형을 계속 볼 수 있다는 이유로 동의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녀에 관한 것은 모두 지민의 추측일뿐이지만 그녀의 사랑만큼은 의심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 지민의 옆에서 고른 숨을 내쉬고 자고 있는 태형이 아주 어렸을 때 다정하게 쓰다듬어주는 여자의 기억이 하필이면 지민에게 남아있었기 때문에.

지나친 애정은 광기를 부르고 그것은 피해를 만들어낸다. 태형의 심장병은 조사에 따르면 유전병이라고 한다. 그 집안에 꼭 한 두명씩은 가지고 있는 병, 그것은 태형과 태형의 어머니를 이어주는 거의 유일하다싶이 한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지민은 다행스럽게도 꽤 이른 시기에 태형의 두뇌와 관련해서 잡혀왔기에 후자의 실험을 피할 수 있었다. 아니 지민만이 그 모든 뇌와 관련한 실험약에서 유일하게 양성반응을 보이다싶이했기에 후자의 실험을 시도할 염두도 못 내었다는 말이 더 맞았다. 후자의 실험이 더 끔찍했던 이유는 최소한 뇌가 망가져도 아이는 살아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몇 안되는 어린아이들은 실험에 실패하더라도 다른 쪽의 뇌가 개발되어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뀐 케이스도 있었다. 그만큼 뇌라는 부분이 담당하고 있는 지적부분이 달랐기에 가능했던 일이나 심장은 어느 한 부분만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죽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조심을 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약간의 실험만으로도 죽어버릴 아이라면 강도를 높여서 이것저것 한꺼번에 실험해본 후 죽어버리는게 더 나았다. 그들의 병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태형의 심장 혹은 태형의 모친의 심장을 꺼내는 것이 가장 그럴 듯한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태형의 모친도 보통의 사람처럼 자신의 목숨은 아까워할지경 남의 목숨은 아까워하지 않았다. 그렇게 끝간데 모를 두 가지 실험의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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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72
동시 진행이 그런 식으로 시작되었다. 지민을 제외한 아이들 중 뇌실험이 실패한 아이들은 모두 그 쪽으로 건너갔고 그래서 살아남은 아이가 없는 것이다. 그 실험의 우두머리인 그녀가 미쳐버리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로 태형의 엄마는 실험의 결과에만 매달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를 어린 아이들을 무자비하게 다루었고 그것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나의 친아버지도 같이 미쳐갔다. 내 친자식이 언제 저 수술대 위로 올라갈지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멈춘다면 아무것도 아닌게 된다. 그것이 아버지의 정신을 옮아매는 요인이었을 것이고 지민을 그의 자식으로 여기지 않게 만드는 원인이었을 것이다. 그렇지않으면 그가 버틸 수 없게 되니까. 미쳐가는 남자를 옆에 두고 산 지민의 친어머니의 미침까지 3명의 여인과 1명의 남자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이 미쳐갔다.

태형의 이모는 자신이 사랑하던 조카를 위해 잔혹한 짓을 서슴없이 하는 자신에게 태형의 엄마는 완벽하지 않은 자식과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딜레마로 인해 지민의 아버지는 친자식을 위한다는 방패의 무너져내림과 선택의 후회로 인해 지민의 어머니는 무기력한 자신에 의해. 그들은 각자 자신 때문에 미쳤다. 지민과 태형은 2순위였을 뿐이다. 그 상황을 완벽히 뒤집어 엎은 것이 바로 태형의 아버지였다. 유일하게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미쳤던 그 남자. 안타깝게도 그 남자가 사랑한 사람은 태형의 어머니뿐 그 또한 태형이 아니었다. 태형의 아버지는 태형의 어머니의 모든 면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사랑했다. 제대로 알지 못했을 때는 왜 그런 식으로 이혼을 했나 의문을 품었지만 그 남자는 단 한번이여도 그가 사랑하고 있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라는 가정을 받아들 일 수가 없어서였다. 그런 그의 머릿속에서 뇌이식이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 나왔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서 그는 그 실험에 참여한 세 사람을 전부 지옥으로 밀어버렸다. 참여하는 것마저 허용될 수 없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많은 것을 알 수 밖에 없었던 제 3자인 지민의 어머니만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지민은 자신의 어머니가 무슨 행동을 했는지는 아마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도 인지하고 있다. 어차피 지민의 행동은 모두 그녀의 행동반경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태형의 아버지가 얼마나 잔혹한지는 굳이 조사를 하지 않았어도 대충 알 수 있었다. 목을 매어 죽어버린 태형의 이모, 술과 약에 미쳐 돌아다니는 지민의 친아버지, 몇십년이란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태형의 아버지의 손 아래에서 움직이는 연구원들. 하지만 지민의 어머니만큼은 그 어떤 것에도 속해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유는 지민의 노력 하에 따라서는 절대 알아낼 수 없을 것이다.

“잘자, 태형아.”

그렇기에 지민은 눈을 뜨고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그 남자가 유일하게 사랑하던 여자가 감추어져 있는 공간을 찾기 위해서. 그리고 몸을 움찔거리면서 절대 자고 있지 않다는 티를 있는대로 내고 있는 태형에게도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

/아따 길다.. ㅋㅋㅋ 이제 하나하나씩 풀어야지 ㅋㅋㅋ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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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참 모순적이게도 약이 없으면 잠이 들지 못하는 내게 네 존재란 수면제와 같은 존재였다. 잠이 들지않는 상황임에도,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네 체온을, 네 체향을 맡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아마 그렇게 잠들었을것이다. 약에 취해 잠이든것이 아닌, 내 자의로 인해 잠이 든것은 너와 각방을 쓰고나서 아마, 처음일것이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쾌적하고도 찝찝하지 않은 잠자리였다.

또 둘의 여인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때와 같이 긴 장발과 짧은 머리를 지닌 여인이 각각 존재했고, 난 그 앞에서 멀뚱히 쳐다보다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아마, 그때 당시의 소년은 묘하게 아니, 어쩌면 판박이라고 해도 모를만큼 닮은 둘 중 누가 내 친 어미인지 구분을 하지못해서였을수도있다. 그 둘은 내가 울음을 터뜨리자마자, 용수철 마냥 튀어왔다. 아니, 정확하게는 긴 장발을 가진 여인이 조금 더 빨랐던것같다. 당연히 날 먼저 안아든 긴 장발의 여인을 나는 엄마, 하고 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나는 네 엄마가 아니라, 이모란다.' 였다. 이로써, 긴 장발을 가진 여인은 이모, 짧은 머리칼을 지닌 여인은 내 친 어미가 되는것이였다.

궁금중이 풀렸다고 생각하였으나, 그게 아니였다는듯, 아니 어쩌면 아직 풀어낼 이야기가 많다는듯 다시 장면이 바뀌었다. 이번엔 어미, 이모, 아비. 모든 인물이 등장했다. 그들은 어린모습을 하고있는 나를 두고는 꽤 큰소리가 오갔다. 어떻게 이 어린아이를 차가운 실험대 위에 올릴수있냐, 혹은 심장병을 고치려면 그 방법이 필요하지 않겠냐, 혹은 머리가 좋으면서도 한쪽의 나사가 풀려버린것 같다,는 둥의 이야기를 해댔다. 그 당시 어린 나로써는 이해할수없는 말들이였지만. 어찌되었든, 그들은 무엇을 목적으로 친 자식까지 실험대 위로 올렸나. 그것은 여전히 의문점이였다. 단순히 친 자식을 위한것? 그건 인간으로 해야할 도리를 지나쳤다. 아무리 친자식을 위한것이라지만, 다른 수많은 어린아이들의 영혼을 짓밟고 하다못해 죽음의 문턱까지 밀어넣지 않았는가.

악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돌아온 기억은 끔직하리만치 기억하고 싶지않았다. 그랬기에 내가 기억을 삭제한것일까, 혹은 인위적으로 기억을 지워버린것일까. 어느쪽이든 내가 기억을 하고 싶지 않았다는것이 가장 큰 관건이였다. 이미 잠에서 깬지 오래였지만, 내 머리칼을 쓰다듬는 너에 눈을 차마 뜰수도 없었다. 모든 사건을 해결하고, 내 기억을 떠올릴수록 네게 죄책감이 가장 먼저 든다. 물론 나 때문이 아닌, 어른들의 이기심에 비롯되어 시작된 실험이라한들 내 부모가 한짓이였고, 덕분에 넌 2년동안을 지옥속에 살았다고 했다. 네 말마따마 실험으로 인해 네 감정을 담당하던 중추신경은 아예 손쓸수도 없이 고장나버렸고, 따라서 내게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날 진심으로 생각하지않고, 단지 비지니스라는것으로 치부해버렸을수도 있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넌 어떠한 감정을 드러내지않았다. 그래서 네게 더 죄책감이 드는것이였고.

"잘자, 태형아."

넌 이말을 끝으로 내 머리칼을 쓰다듬는것을 멈추고는 일어나 방을 나섰다. 네가 방을 나서는것을 잡으려다, 그 마저도 하지못했다. 이제 그만두자고, 너도 나도 여기서 그만두자고. 더이상 상처받지말자고. 그말을 차마 네게 건낼수도 꺼낼수도없었다. 너는 누구보다도 진실을 알고 싶어했고, 그 진실이 밝혀지는것을 간절히 원하는것 같았기에. 따라서 난 널 말리지 못했다. 네가 나간 자리에 조금 남은 온기에 네가 누워있던 자리를 손바닥으로 한번 쓸었다. 다시 혼자가 된 느낌이였다.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외로움을 많이 탔던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는 숨을 들이마셨다 내뱉었다를 반복했다. 변태같이 들릴수도 있겠지만은 네 이불 속에 남은 네 체향으로 다시 잠이 들었다.

네 방에서 나왔을땐, 아버지는 놀란듯 보였지만 그것을 티내는것 같아보이진 않았다. 단지 날 한번, 네 방을 한번 훓어보고는 다시 1층으로 내려가 버렸다. 내 방으로 가 옷을 갈아입고는 식탁에 앉았을땐 네 어머닌 내게 상냥하게 물어보듯,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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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가시 돋친 말을 내뱉었다.

"지민이랑 다시 친하게 지내기로 했니?"
"... 네."
"좋구나, 네 둘이 다시 친하게 지내는 게. 앞으로도 싸우지 말렴, 그럼 이 어미가 참으로 좋을 것 같구나."

어른들의 전형적인 반어법이었다. 네 어미든, 내 아비든 너와 내가 같이 붙어있는 걸 별로 탐탁지 않아 하는 것 같았다. 그냥 너와 네가 평생 냉전 사이로 지냈으면, 어쩌면 평생 모르는 듯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듯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우리 둘은 손을 잡은 사이거니와 난 네게 연민인지 연모일지 모를 감정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난 네가 날 버리지만 않는다면 끝까지 갈 생각이었다. 또다시 상처받을지 몰라, 네게 온전한 마음을 뻗지도 못한 채로 네가 봐주기만을 해바라기처럼 그 자리에서 서 널 바라만 보고 있었다.

/와, 나도 이번에 좀 길게 썼다. 근데 난 뭔가 주저리 주저리 느낌이랄까...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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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73
그에게서 문득 드러나는 성향을 살펴보면 태형의 친어머니란 여자는 이 집 안 어딘가에 갇혀져있을 것이 분명하다. 넓다면 넓고 한정되어있다면 한정되어있을 집안에서 수많은 고용주들에게도 들키지 않고 사람을 가둬놓는 것은 지민의 생각에도 위험부담이 너무 높았지만 이 모든 일이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에 의해 이렇게까지 질질 끌려온 것을 보면 아예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었다. 완벽에 집착하느라 결국 강박증에 걸려 미쳐버린 여자를 지금까지도 사랑하고 있는 남자. 언뜻 보면 감동적인 로맨스 소설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자기 자식을 직접 수술대에 올려서 심장을 꺼내라고 악을 쓰던 여자의 얼굴을 직접 본 사내가 아직도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안 놔! 빨리 나 죽기 싫어! 나 안 죽어 쟤를 올리던가 아니면 놓으라고!!’
‘그만... 제발.. 언니 제발...’

너는 모르겠지만 나를 그때 수술실로 데려갔던 남자가 바로 민윤기였다. 제 2의 실험실에서 이상징후를 발견한 태형의 이모가 급하게 콜을 해서 나를 불렀고 그때 내가 들어갔어야할 수술실에서 그녀는 난동을 부리면서 수술도구를 들고 너의 가슴 부분을 도려내려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자는 미친 듯이 수술실로 들어가 너의 어머니를 제지했고 그와중에 나를 가리고 있던 안대와 귀를 막고 있던 밀랍이 윤기의 체온에 의해 녹아 풍경과 색깔을 그렇게 짧게 들어왔다. 악귀. 표현하자면 그런 모습이었다. 잔뜩 헝크러진 머리칼을 한 채 죽기싫다고 발악을 하는 여자의 모습에 바둥거렸고 그때 윤기형이 나를 꽉 끌어안았다. 그래서 민윤기의 체취만큼은 잊지못했던 걸 수도 있다. 기억할 수 있는 첫 세계의 모습에서 유일하게 안정을 주던 무언가였기에. 그렇게 난리가 난 사이 너의 아버지가 들어왔고 보자마자 너의 이모의 뺨을 내리쳤다. 정말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문이 쾅 열렸고 한 여자가 건장한 남자에 의해 얻어맞았으며 칼을 들고 있던 여자가 남자를 찔렀고 그렇게 아수라장이 된 사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내 눈이 가려졌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그게 내가 기억하던 실험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지민은 굳이 따지면 선악설도 성선설도 믿지 않았다. 인간은 환경에 의해 변하는 것이고 자신의 행동에는 어떤 식으로든 명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편에 더 가까웠다. 아주 어린 시절에 본 최악의 칼부림. 엄마가 자식을 찌르려하고 동생이 언니를 억누르고 남편은 아내를 믿지 않았고 아빠는 자식을 외면했으며 아내가 남편을 찔렀다. 그 짧은 순간 자신이 생각한대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5분도 안되는 광경은 그대로 지민에게 트라우마가 되었다. 아무것도 보지못하고 듣지 못하는 아이라고 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건 아니었다.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공기가 그랬다. 아무것도 몰랐어도 전부 닮아있는 공기를 가진 사람들이 순식간에 돌변해 가장 밑바닥까지 들어내고는 그러고 대치했다.

그때 착한 아이라는 단어는 마법같았다. 지민에게 저 상황은 지민과 전혀 상관이 없는 세계의 일이라고 선을 그어주는 그런 안정제같은 단어였다. 넘쳐흐르는 호기심 때문에 태형을 보고 온 날도 다 자라지도 못한 몸으로 위험한 곳을 이곳저곳 기어들어가 있어도 지민이 너는 착한 아이니까라는 전혀 상관도 없는 명분 하나로 모든 것을 정당화했다. 그것에 대한 모순점을 발견하면 아직 어리니까같은 더 말도 안되는 변명거리를 끌고오면 그만이었다. 저 어린아이가 뭘 어디까지 할 수 있겠어? 그 시선이 가지는 부당함을 지민은 최대한으로 이용할 줄 아는 아이였다. 멍청하면서도 영악하고 똑똑하면서도 뭘 제대로 할 수 없는 어린아이. 지민에게 걸린 제약들은 지민을 프레임 속에 가둬놓기도 했지만 그것이 주는 한계들을 이용할 수도 있는 그런 것들이었다.

단 태형을 제대로 인식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자신이 이기적인 것을 잘 아는 꼬맹이가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지를 못했기에 일어나는 갈등을 제대로 풀 수가 없다. 지민은 애초부터 선택을 했었어야했다. 자신의 트라우마냐, 어머니의 목적이냐 아니면 태형을 위한 것이었냐에 관해서.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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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74
하지만 시작부터 지금까지 지민의 마음은 전부 어쩡정한 상태이기만 했고 새벽 2시간 동안 차가운 벽에 얼굴을 기댄채 그렇게 헛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자 지민은 두 손가락을 들어올려 억지로 웃는 얼굴을 만들어보다 실소를 터트렸다.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꽤 괜찮아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 또한 그랬을까? 더, 더 하다가 그런 식으로 끝장내버린걸까? 거기서 끝냈다면 그것은 그래도 완벽한 최악은 아니였을까? If라는 가정법만큼이나 의미없는 생각은 없지만 지민에게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결론을 낼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해를 할 수 없는 종류의 것들이니까. 그래서 늘 이랬다. 어떻게 해버릴 수가 없어서. 한걸음 다가섰다가도 움찔거리고 그러다가 다시 뒷걸음질치고.

생각에 빠져있다 시계를 보니 4시가 되어 급하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문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나 태형을 서둘러 살펴보니 내 이불을 쥐고 세상 모르게 잠이 든 모습에 안도감이 들었다. 고집도 쎄고 말도 잘 안듣고 가끔은 밉기까지한 상대인데 태형과 함께 있을 때 지민은 그 무엇보다 편했다. 다른 어떤 것도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뭐야... 뭘 보는거야”
“그냥...”

제대로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나를 확인하더니 손을 뻗어주는게 좋아서 계속 너에게 기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이번엔 너에게 안겨서 위로를 받는다. 너는 금방 잠이 들었지만 너의 체취를 잊어버릴까봐 바보처럼 너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는 나는 시간이 지나가지 않기를 바란다.

“좋구나, 네 둘이 다시 친하게 지내는게. 앞으로도 싸우지 말렴, 그럼 이 어미가 참으로 좋을 거 같구나.”
“네 어머니, 앞으로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침이 오면 너를 내가 완전히 보호할 수가 없으니까. 덜 자란 남자아이가 어른이 되기까지의 시간은 아직 너무 많이 남아서 식탁 아래로 한 손을 뻗어 너의 손을 몰래 잡는 것으로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표현해간다.

/당분간은 길이 폭주예정...ㅋ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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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급격히 달라진 네 행동은 잔잔하던 내 마음에 돌을 던지 행위와 같았다. 어젯밤, 네가 나를 안았을땐 나의 투정을 받아주는척 어영부영하는 그런 표현일주알았지만, 지금 이 순간 네가 먼저 손을 잡자 숟가락질을 하던 손을 멈추고는 널 쳐다봤다. 그와 동시에 6개의 눈동자는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 네가 맞잡은 손을 내려다보고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려다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는 네 손을 더 꽉 쥐었다.

조용하고도 무거운 식사가 끝이나자, 하나 둘 약속이라도 했다는듯 그릇들을 치우는 가정부들과 먼저 나가버린 아버지, 그리곤 커피를 마시며 온갖 여유를 부리는 네 어머니. 그리고 여전히 손을 잡고는 모르는척, 간식을 먹고 있는 너와 내가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냥, 이 상황이 웃겨서 일까. 아님, 네가 점점 감정표현에 익숙해져서 그것이 좋아서일까. 아님, 그냥 너와 같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쁜것일까. 뭐, 어느쪽이든 주어는 네가 존재한다는것이였고. 결국엔 이미 형용할수없을만큼 난 네게 의지를 하고 있음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지민아."
"네, 어머니."
"요즘 야간자율학습을 빠진다더구나."
"...네."
"친구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니, 돈만 믿고 놀러다니는 아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니. 요즘 선생님들 인식도 바뀌었다더구나, 학교에서 종종 말썽을 피운다지?"

여자의 말에 살짝 인상을 구겼다. 서슴없이 내뱉는 말에 한번, 네가 틀어지지 않기를 바라는척하는 어머니를 가장한 단어들에 네 손을 더 꽉 쥐었다. 네 시선이 느껴진듯 했지만, 아랑곳 않았다. 여자의 커피잔을 실수인척 넘어뜨려 여자를 이 장소에서 쫓아내버릴까, 아니면 내가 또 다시 연기를 해 이 상황에서 널 벗어나게 만들어줄까. 여러방면으로 머리를 굴리려던 순간...

"그럴리가요, 저는 착한 아이인걸요."

여자의 의도를 완벽히 집어낸것인지, 아니면 내가 모르던 사이, 네가 내 집에 들어오기 전부터 꾸준히 들어왔던 말이였던건지, 넌 '착한아이'라는 말을 서스럼없이 내뱉었고 그 말에 난 다시한번 미간을 구기곤 널 쳐다봤다. 나와 시선을 마주친 넌 아무렇지 않다는듯, 괜찮다는듯 내 시선을 응시해왔고 네 눈동자를 읽은 나는 아무말 없이 머그잔만 매만졌다.

"왜 그렇게 살아?"

답답한 외침이였다.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난 네게 물었지만, 넌 아무대답없이 가방을 들어 매고는 옷 매무새를 확인했다. 네 행동에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대다, 네 몸을 돌려세우고는 네 눈을 다시 응시했다. 잠깐 흔들리는 네 눈동자에 전보다는 감정표현을 들어내기 시작했다는것을 다시 느꼈다. 어찌됐든 넌 여전히 내 눈만 응시했고, 네 행동에 알수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왜 그렇게사냐고, 니가 꼭두각시야? 왜..."

그렇게 바보 같이 살아, 이 뒷말이 채 나오기도 전에 내 입은 네 손으로 막혔다. 저번에도 한번 이랬던적이 있지 않은가? 단순히 내 착각이였던것일까, 그래도 어느정도의 인간미가 돌아온다고 생각하였으나, 네가 내 입을 막아버린 순간 내 사고회로는 또 다시 정지. 결국 넌 역시 변하지 않은것이였을까? 결국 나를 위한다는 실험이라는 명목하 네가 감정 하나 느끼지 못하는 로봇이 된것일까. 또다시 죄책감이 밀려왔다. 네 눈을 노리다, 네 손을 쳐내고는 쿵, 소리가 나게 방 문을 닫았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느낌이였다. 어젯밤 우리둘은 서로를 믿는다는둥, 서로가 보고 싶었다던 둥의 어설픈 감정표현, 아니 고백이라고 해도 되려나... 어찌되었든, 어설픈 고백놀이나 해놓고는 이제와서 다시 2일전의 우리처럼, 처음 네가 우리 집으로 들어오던 날의 약 한달간처럼 어색한 공기가 차안에 맴돌았다. 기사도 우리 둘의 눈치를 보느라 한참을 진땀을 뺐을것이다. 되도 안되는 음악이나 틀어놓고는 둘의 사이를 붙여 놓으려하니 그냥 실없는 웃음만 실실, 흘러나왔다.

"김태형."
"놔."

역시나 내 예상과 맞게, 넌 학교를 들어서자마자 다시 입을 열었고, 내 팔을 잡았다. 이러지 말아야지, 우리를 보는 눈이 많음이 알기에 네 딴에는 날 배려한것이라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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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위로를 해봐도, 답답함과 서운함은 숨길 수 없었다. 네 손을 쳐내고는 다시 몇 걸음, 다시 네게 붙잡히자 인상을 확 구기고는 네 몸을 세게 밀쳐냈다. 약간 휘청이며 밀려나는 널 쳐다보고는 눈을 부릅뜨고는 네 눈을 노렸다.

"하지 말라고, 싫어."
"지금 이야기해줄게."
"싫어, 내가 듣기 싫다고."
"태형아!."

결국 넌 내게 언성을 높였고, 난 네 언성에 헛웃음을 지었다.

"우리는 그냥... 그냥... 만났으면 안 됐나 보다."
"김태형."
"그지, 그러면 너도 나도 이렇게 최악은 아니었을 거 아냐. 아니, 우리 아버지든 네 어머니든 최악은 면했을 거 아니야."
"너야말로 그만둬."
"아, 아니네. 내가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지. 그래야 그 ㅈ같은 실험이든 뭐든 시작도 안 했을 것 아냐."

또다시 자책, 모든 원인의 책임을 다시 나에게 돌렸고, 다시 날 옥죄는 우울감에 내 머리칼을 헝클었다. 반듯하게 맨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헤치고는 날 멍하니 바라보는 널 뒤로한 채 걸어갔다. 그 누구든 오늘 내게 걸리면 다 뒤'진다. 그게 네 어머니든, 내 아버지든, 너든. 그 주체가 누구든 걸리기만 해봐, 어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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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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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내일봐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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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75
다리 힘이 순간 풀릴 것 같은 것을 꼿꼿이 버티고 섰다. 너에게 어떤 식으로 해야 지금 보이는 걸 전할 수 있을까? 너에게 서운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니가 원하지 않았기에 나는 너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었다는 원죄에서 벗어날 수가 없기에 더 나아갈 수가 없어서 너에게는 결국 멈칫하게 된다. 창문 속에 비치는 덜 자란 느낌을 주는 이목구비, 아직 단단하지 못한 몸뚱아리, 앳된 느낌을 주는 분위기까지 미성숙한 아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잔뜩 어른스러운 체를 하며 밉살스러운 말투나 틱틱 내뱉었지만 지민 역시 어린 아이였다. 어디 한 구석이 고장났다고 해서 어른과 동등한 시선에서 모든 일을 판단한다해서 지민 자체가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성은 여기서 지민에게 태형을 건드려서는 안된다고 말을 했다. 보통사람 같으면 감정이 이성을 억누르고 태형에게 가도록 유도했을 것이다. 차라리 그렇게라도 해서 죽도록 싸우기라도 했어야했다. 하지만 또 지민은 주저했다. 머릿속에 잔뜩 담겨있는 태형이 자신이 감으로써 더 상처받을까봐 겁을 내서.

‘어쩌겠냐, 마음 가는대로 해봐란 말만큼 무책임한 건 없는데 너한테는 그게 아주 도전인 셈이겠네.’
‘이게 나쁜 건 아니지않나요? 그래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잖아요. 최소한 최악이 아니라 차선을 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요.’
‘그렇게 세상살기가 쉽냐, 뭐 일과 관련해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 넌 배려심 있다는 소리도 많이 들을꺼고. 그런데 지민아 사람이란게 원래 이기적인거잖냐... 아 말 존’나 어렵긴한데 원래 사람은 이기적이면서 이중적이기도 해. 그게 최선이었다는 걸 알면서도 가끔은 최악으로 가버리는 걸 원할때가 있으니까.‘
‘형도 그래요? 미안...’
‘어 그래. 사실 나도 이런 일에 엮이기 존’나 싫고 그냥 싫고 가끔 짜증나고 열받고 니 얼굴 보기 싫을 때도 있어.‘
‘이해해요.’
‘말 끊지 말랬다. 근데 어쩔 수 없잖아. 그리고 내가 그러고 싶잖아. 근데 내가 어디까지 해야하나 지쳐서 힘들고 그러다가도 의무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고 가끔은 기억나서 우엑거리고 진심으로 너랑 엮이기 싫고 이대로 도망가도 상관없지 않나라는 생각까지 하는데 그래도 몸은 움직이고 있어.’
‘알아요. 형이 싫어하는거 다 보이니까. 형 그러면 그렇게까지 안해도 괜찮아요. 어차피 이까지 간 것도 다 내 호기심..’
‘말 끊지 말랬지, 그러니까 상관없다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이란게 뭐냐면 니 머리가 시키는걸 반대로 해봐라는 거야. 특히나 사람 사이의 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머리로 하는 거 좋지. 근데 그렇게 이성적으로 흘러가지가 않는다고, 알긋냐’

갑자기 왜 윤기와의 대화가 떠올랐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 대화를 나는 거의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윤기에게 그렇다면 일을 하지 않다도 된다고 했더니 그게 아니라면서 버럭버럭 화까지 냈으니까. 싫고 좋고의 이분법으로 따지는게 아니라 왜 그렇게 싫으면서도 나를 도와주려고 하는가? 그거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졌더니 그걸 본인이 모른다고 말하면서 두 손가락으로 머리통을 밀어버렸다. 어쩔 수 없다. 나도 모르겠다. 참 무책임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럴 수도 있지않을까라는 생각이 하나씩 들기 시작한다. 내 머리로 한 생각들로 인해 김태형이 저렇게까지 화를 낸 것이라면 한 번쯤 다른 시도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손끝이 떨려온다. 그리고 차마 입이 열리지 않는다. 그렇게 망설이던 와중 다행스럽게도 교실 예비종이 쳤다. 선생님들이 빨리 교실에 들어오라고 부르고 나는 당연스럽게도 다음 시간에 태형에게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수업 준비를 하며 미리 예습해놨던 교과서 부분을 핀다. 그런데 다행스럽게? 도대체 뭐가 다행스러운거지?

지민의 짝은 원래도 지민이 조금 무서웠다. 볼살이 통통해서 귀엽다는 느낌을 주는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냉한 표정으로 형식적인 말 이상은 절대 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딱히 어울리려고 하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학교에 흔히 있는 범생이 1이라기엔 보기보다 다양한 상대와 트러블이 잦았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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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76
최근 과학실의 사건부터 야자를 듣지않고 선생님들과의 직접 합의를 해 야자를 듣지 않는 등 별거 아니라고 넘기기엔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았다. 그렇기에 오늘도 가급적 심기를 건드리지않고 조용히 있으려고 했는데 평소와 달리 풍기는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 멍-때린다? 표현하자면 그렇게밖에 표현이 안됐다. 수업에 딱히 집중을 하지도 않고 선생님이 눈치를 줘도 잘 못알아챘으며 결정적으로 책의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짝이 더 눈치를 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선생님이 지민을 세 번이 넘도록 부르는데도 그걸 모르고 그저 입만 살짝 버린체 이상한 표정. 그러다가

“어...어?어?”
“야 박지민! 너 지금 뭐하는거니 자리 당장 앉지 못해!”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나중에 교칙을 어긴 것에 대해서 호출당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급작스러운 사과만을 남기고 갑자기 벌떡 일어난 지민은 급하게 교실 밖으로 달려갔다. 문제아라기에는 굉장히 예의바른 태도로. 선생은 기가 막혀 허허만 거리고 있었고 반 아이들은 급작스러운 사태를 보고 웃거나 놀래거나 수군거리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놀라고 있었다.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뭐지? 뭐지하고 고개를갸웃거리면서 선생의 눈치를 보다가 그는 지민의 교과서를 자신도 모르게 훔쳐보게 되었다. 아까 지민의 손에 들었던 샤프로 뭔가 잔뜩 적혀있는게 보여 처음에 그는 혀를 내둘렀다. 그런 상황에서도 필기란 걸 하는구나 아주 독하다고 그런데... 그는 선생의 눈치를 보며 몰래 지민의 교과서를 닫았다. 뭔가 자신이 봐서는 안될 것 같은 그런 거 같았다. 잔뜩 적힌 ‘김태형’이란 이름. 그는 그렇게 모르는 체 해주기로 했다. 그래도 몇 개월 간의 짝이라는 최소한의 의리같은 것이 있기는 하나보다라고 그는 생각했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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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그냥 지나갈 일이였다. 늘상 나를 부러워하던 친구들은 내가 지나갈때마다 헐뜯기 일쑤였고, 그것에 그리 연연하지 않았었다. 부러우면 지는거라고, 이미 재들은 패배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으니. 하지만, 오늘은 아까도 말했지 않았는가? 누구든 걸리면 고. 입이 네모지게 웃으며 멍청한척, 순수한척을 하던 소년은 온데간데없이 그저 검은 아우라가 풍기는 소년이였다. 그들도 눈치 챈것일까, 내가 복도를 거닐때마다 또한편의 모세의 기적을 보는듯했다.

"쟤 지 혼자 멋있는척 하는거야?"
"그러게 어우야, 재'수없다."
"야, 쟤 빡'쳤는데."
"쟤한테 잘못걸리면, ㅈ된다며. 왜 저번에 그 새끼들도 그랬잖냐."
"온다, 온다... 튀어."

아이들은 우리들을 재밌다는듯, 구경이라도 하듯 우리들을 애워쌌고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며, 마른세수를 한번했다. 내 욕을 실컷해대던 두 사내는 겁이라도 먹은것인지 내 앞에선 꿀먹은 병아리가 되었다.

"몇대 맞을래."
"..."
"왜 내가 존'나게 패도 할말 없냐?"
"왜, 넌 빽이 존'나 든든하니까 패도 되냐?"
"어, 어쩌냐 넌 부모복이 없어서 죽어도 패지못하겠네. 오오, 안쓰럽군. 이를 어쩐담."
"미'친 새'끼가?"

싸움이 시작됐다. 우열을 가릴틈도 없이 꽤 무서운 싸움이였다. 서로를 뜯어먹지 못해 안달이였고, 그 옆을 둘러싼 아이들은 나보단 다른 사내를 더 응원하는듯 했다. 재수가없었던 탓이겠지, 물론 재수가 없다는걸 부인하지는 않는다. 내가 봐도 재수없다, 라고 생각할만도 했으니. 선생들이 달려와서는 우리 둘을 갈라놓았다. 아니 정확히는 셋. 가쁜숨을 내쉬며 씩씩거리며 둘을 노려보다 주체하지 못하는 고장난 심장에 인상을 쓰며 심장을 부여잡고는 벽을 타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미친듯이 뛰는 심장에도, 내 머리속은 오직 너만 찾고 있었다.

"..박지민.. 박지민.. 박지민..."

백마 탄 왕자님이라도 온 것일까.

작게 웅얼거리며 되뇌이던 네 이름을 들었던것일까, 한창 수업중임에도 불구하고 넌 내 앞에 서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 손목을 잡고는 냅다 뛰기 시작했다. 네 뜀박질에 맞춰 같이 뛰다, 이내 네 손을 뿌리치고는 바닥에 드러누웠다. 다행히 아직 정신은 붙잡고있었다. 이번만은 확실히 정신을 잡고있었다, 네 말을 들어야했기때문일까, 아님 들어줘야했기 때문일까. 한끝차이의 말이지만, 그 둘의 문장은 누가 듣는 주체이냐, 들어주는 주체이냐, 가 달랐다. 뭐, 어찌되었든 내가 정신을
잃지 않았다는것, 그것만은 확실했다.

"김태형."
"...."
"대답해, 김태형."
"...."
"미안."

대답을 하기 싫었던것은 아니다. 단지 숨이 찼고, 심장이 너무 아픈탓이였다. 네 말에 내 머리속은, 응. 응, 지민아. 라고 대답하였으나 이미 힘도 기도 다써버린 내 몸은 시체처럼 축 늘어져 내 몸의 모든 기관들은 일을 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네게 답을 하지 못했는데... 넌 그게 섭섭했던 탓일까, 네가 다시 물었을때도 대답을 듣지 못한 넌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내게 사과를 하고 있었다. 네 표정이 보기싫어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바짝 바짝 말라가는 입술을 한번 혀로 축였다. 피의 비릿한 맛이 목울대를 타고 넘어갔다. 내 인생 가장 최악인 날을 뽑으라한다면, 너와 만난날, 그리고 오늘일것이다. 아니, 널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도 있었으니... 그냥, 너와 만난 처음이 가장 최악이였다.

"쓰'레기."
"응."
"넌 쓰'레기야."
"쓰'레기는 너무 순한 표현아닌가."
"뭐?"
"그보다 더하잖아, 나."

/미안, 오늘 공부한다고 늦었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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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77
지민은 넘어지지 않는게 신기할 정도로 구르듯이 달렸다. 너의 교실 쪽으로 그러다가 망연자실해졌다. 제대로 울지도 못하는 얼굴을 한 채 입술을 깨물며 상대방의 얼굴을 갈‘기는 태형의 모습. 아마도 그 상대가 나였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둘러싸고 있는 아이들을 있는 힘껏 밀어냈다. 학생이든 선생님이든 누구도 가릴 것 없이 그런 다음 지민은 태형의 손목을 잡아끌고는 무작정 달리기만 했다. 자신도 몰랐다. 통의 지민이라면 태형의 손을 붙잡았더라도 거기서 억지로 무릎을 꿇게 하든 머리를 숙이게 하든 어떻게든 빌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게 상식적으로 맞는 일이고 가장 괜찮게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렇지만 지민은 태형과 공범이 되기를 선택했다. 태형의 일에 더 이상 방관자로서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태형만을 앞세워 밑바닥으로 밀어놓고 고고한 척 웃고 있고 싶지도 않았다. 윤기의 말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란 건 전부 모순투성이니까. 이번만큼은 태형이 싫다해도 놓고 싶지가 않았다. 그렇기에 형식적인 얼굴이여도 억지로 일그러트렸다. 로봇이 억지로 근육을 움직이는 것처럼 괴랄해보이겠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진심이 전달되지 않는다면 노력이라도 전달된다면 그래도 너라면 알아주지 않을까하고.

“대답해 김태형”
“...‘
“미안”

너무 늦어버린걸까? 아니면 너무 지쳐버린걸까? 태형의 표정은 지민과 닮아있었다. 지민이 태형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처럼 태형 역시 지민에게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다. 지민이 착한 아이라는 단어에 지쳤지만 그것을 어떻게 티내는지도 몰라 혼자 동동거리고 있다가 포기해버렸을 때의 그 얼굴. 12살의 태형과 12살의 지민이 마치 바뀐 것 같았다. 부모님의 재혼 이후 지민과 태형이 제대로 인사를 처음 했을 때 태형은 지민보고 당황했고 지민은 의아해했다. 왜 자꾸 나에게 요구하지? 그것이 요구가 아니라 관심과 애정이었다는 것을 그러한 감정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그 당시의 지민이 더더욱 알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쉬도때도 없이 건드리고 무시하고 그러다 있는 듯 없는 듯 데면데면하게 굴고 그러다 다시 태형이 지민에게 다가가고 어머니는 지민에게 태형과 가까이 지내지말라고 하고. 어리고 어렸는데 그때도 참 그랬다.

“쓰레기”

그래서 툭 던져진 니 말이 더 반가웠다. 내가 아는 너는 원래 그런 구석이 있었다. 대놓고 관심달라, 사랑해달라는 말은 제일 잘하면서 정작 미움받고 싶지않을 때 더 말을 밉살스럽게 하는 것. 6년가까이 같이 있다보면 사소한 것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게 된다. 가슴팍에 손을 올리면서도 심장이 아픈 것을 억지로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니 모습이나 내 속이 알고 싶을 때는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대답을 듣기 싫거나 무서울 때는 절대 눈맞춤을 하지않는거라든지 되게 여러 가지가 말이다. 그래서 너한테 무언가를 숨기고자 노력하는게 아니라 아예 무시를 했다. 내가 너를 아는만큼 너도 나를 알 것이기에 차라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면 너가 아예 모르겠지라는 나름의 배려였다. 배려라기엔 기만에 가깝다는게 지금와서야 안 사실이지만. 그러면서 너는 점점 지쳐갔을 것이다. 나는 아예 감정의 교류란 걸 할 수가 없는 꼬맹이였으니까.

“이번엔 또 왜 싸웠는데?”
“니 알바야? 그 새‘끼들이 시비를”
‘그런 대답을 듣고 싶은건 아니고 너는 나한테 질문없어?“
“... 선생질 할꺼면 꺼져”
“니가 쓰‘레기라매, 뭔 쓰’레기가 선생짓을 한다냐”
“너 진짜 짜증나, 존‘나 싫어.”
“나 왜 나왔게? 그런건 하나도 안궁금해? 아님 그렇게 자신이 있어? 당연히 너때문일꺼라고 생각해서?”
“뭐?”
“너때문도 맞고 변명할 것도 맞고 미안하다고 빌러온 것도 맞고 하긴 너때문이라고 생각못하는게 더 신기하겠다. 당연히 이유가 너밖에 없는데. 한 대는 맞아줄게. 근데 두 대부터는 나도 때릴 거야. 화풀이는 나한테만 해. 딴 사람들 앞에서 그러는거 좀 싫어. 부럽다고 해야하나?”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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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78
“너 머리가 어떻게 된거 아니냐? 어디 아파? 아님 드디어 돌아...어... 아니다 얼굴 표정은 여전히 돌덩어린거 같으니까 완전히 미‘친건 아닌데 딴 사람이 영혼체인지라도 하재?”
“지‘랄을 염’병으로 하지 말랬지. 씨‘발’ 좀 티 좀 내달라고 해서 해봤다. 어쩌란거야.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으면”
“그게 낫다.... 너 그러지마라”

확실히 오버하는 건 좀 많이 안어울리기는 한데 반응보소... 나보고 얼굴이 돌덩어리라고 비난한 주제에 지가 더 돌부처 표정이 되어서 비난도 비판도 아닌 말을 하는데 다시는 안하기로 하려다 너의 표정을 보고 풀렸다. 나에 대한 원망이 조금은 풀린건지 영 딱딱한 표정인데도 뭔가 어슴프레 보이는게 귀여워 입근육을 있는대로 움직여 웃어주었다.

“이젠 나랑 얘기 할 기분이 나냐?”
“뭐래, 안해”
“그런걸로 알고 주어불분명하게 물을께, 왜 싸웠냐? 아 주어가 아니라 목적어가 불분명한건가? 대답안하면 나도 입다물고 있을 거야. 어때? 무지 쓰‘레기 같지?”

조금씩 그래도 우리는 변화하고 있는게 아닐까? 되게 큰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부분에서. 너에게 진심이라는 말을 붙이기는 미안할정도로 미약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래도 조금씩 손을 뻗었다. 잡아주지 않는다면 다음엔 더 크게 뻗으면 되니까.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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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닭살스러운 말을 내뱉질 않나, 갑자기 손을 잡질 않나. 평소의 네 모습이라면 나오지 못할 행동들이 서슴없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보니 묘하게 얼굴에서도 짜증이 서려있었다. 갑자기 사람이 변한다면 죽는다는데, 혹시 이 놈이 죽을때가 다 됐나. 혹시 나한테 심각한 병을 숨기고 있나, 생각했다. 예를 들면 간암, 위암, 폐암 말기쯤 되는 환자이려나, 라고. 혼자 머리속을 빠르게 굴리다 그것마저 포기했다. 조금은 올라간 입꼬리, 내 눈을 처연하게 쳐다보는 네 눈빛을 마주치다 몸을 일으켜 네 옷깃을 세게 움켜쥐었다.

"니가 때리라고 했다."
"화풀린거 아니였냐? 때려, 대신 두대부턴 나도 떄린다."
"어디 해봐, 한번."

주먹을 말아쥐고는 네 뺨을 세게 내리쳤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네 뺨이 돌아갔고, 다시 네 얼굴을 내리쳤다. 네 말이 거짓이 아니였는지, 너 또한 내게 막무가내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실수인지, 고의인지 모르겠다만 가슴부근을 세게 맞고는 인상을 쓰며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에 숨을 고르게 내쉬려 노력했다.

"...씨'발, 미'친'놈."
"야. 괜찮냐?"
"으...괜찮아 보이냐."

얼굴은 다 터진 주제에 내가 땅을 한번 구르자마자 바로 내게 달려든다. 공격의 의미가 아닌 진심 어린 걱정이였다. 이것으로 네 감정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것을, 점점 표현하는 법을 알아가고 있다는것을 느꼈다. 아픈 와중에도 입가에 미소는 가시지않았다. 나하나로 인해 만들어진 감정표현불구에서 점점 하나씩 이럴땐 웃는거야, 이럴땐 우는거야. 라고 알려주고있었다. 인간의 이기심에 만들어진 로봇을 내가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린아이여도, 태어날떄부터 느끼는 감정을 왜 이제서야 표현할까, 조금은 씁쓸한 생각도 들었다.

네가 내민 손을 잡아야했다. 아니, 이미 수천번도 놓았다 잡았다를 반복했지만. 난 네 손을 포기한적은 없었다. 내가 포기하려고 할때쯤 넌 내게 다시 손을 건냈고, 같이 가자고 했으니, 좀 오글거리는 말이지만... 넌 삶에있어 등불과 같은 존재였다. 뭐, 어찌됐든 다시는 네손을 놓지 않을테요. 이번에도 네 손을 놓친다면... 모르겠다, 그냥 이번만은 다시는 놓치않을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민아."
"왜, 괜찮냐? 많이 아파?"
"좀 괜찮아졌으니까, 그만 동동거려."
"그렇게 굴러다녔는데, 걱정이 안되는게 이상한거 아냐?"
"넌... 상황이 극에 치달아야 감정표현이 제대로 나오는가보네."
"뭐?"
"아니, 그냥..."

내 말에 약간 날이선 말투로 내뱉는 너에 깨갱거리며 다시 몸을 움츠렸다. 서로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여기저기 터진 입술과 멍자국에 여전히 웃음이 조금씩 세워나왔다. 널 보며 피식피식거리다, 크게 소리내 한번 웃고는 얼굴을 한번 쓸어내렸다.

"아우, 속 시원해."
"화 풀렸냐?"
"아니, 아직."
"미'친'놈."

내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면, 나도 내 이야기를 네게 조금은 풀어도 되지않을까. 인과응보라고, 너도 내게 네 과거를 들려줬으니, 별것없는 내 과거 이야기도 네게 해줘도 되지 않을까. 물론, 드문드문의 기억이지만... 일단은 네가 가장 궁금해하던 최근의 사건. 한 아이와 온갖 과학실 기구들을 깨뜨리며 싸운일... 뭐, 그정도는 네게 해줘도 되지않을까?

"네 욕, 내 욕, 우리 엄마, 아빠. 다 싸그리 잡아서 욕하더라."
"뭐? 갑자기 무슨..."
"걔들이 그랬어, 저 새'끼는 다 부러운거 다 가졌으면서 혼자 잘난척은 다한다. 근데 심장은 고장나서 뛰어놀지도 못한다고. 병'신 고. 우리 아버지가 바람 피워서 네가 우리 집에 들어온거라고. 더러운 집안이라고. 걔들이 우리 아버지가 한 실험에 대해 들었을수도 있고... 뭐... 그런건데, 어찌됐든 난 우리 어머니 욕이 젤 듣기 싫었어. 얼굴은 기억 안나지만... 그래도, 난 엄마가 좋았으니까. 내 기억속의 엄마는 되게 좋은 분이였거든. 내 머리를 많이 쓰다듬어준것 같기도 하고... 솔직히 기억은 진짜 나는게 하나도 없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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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내 기억 속엔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우리 엄만 좋은 기억이니까. 그래서 어머니 욕하는 게 싫었어. 아버지도... 내가 약 안 먹기 시작하기 전에는 나 되게 이뻐해 주셨으니까, 그것도 듣기 싫었고. 그때는 아버지 되게 존경했거든."
"아..."

넌 내 말에 머리라도 한대 맞은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날 불쌍하단 눈빛으로 쳐다봤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싫어했었을 동정의 눈빛이었으나, 왠지 네 눈빛은 싫지 않았다. 네 눈빛은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다른 따뜻한 눈길이었고, 같은 동질감에서 온 것 같다는 느낌을 들게 했다. 뭐 어찌 되었든, 난 네가 보내는 동정의 눈길마저 싫지 않다는 거다.

"이제 네 차례야, 난 이야기 다 했어. 왜 싸웠는지."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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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79
둘 다 얼굴에 멍자국을 하나씩 달고 입술까지 터뜨려가면서 실실 웃다가 다시금 분위기가 잡힌다. 태형의 이야기를 들은 지민의 소감은 별거 없었다. 왜 이런 식으로 닮아가냐, 아마 지민이 조금만 더 아이같았다면 자신도 태형 같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들었다. 표출하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대립점에 있을 때가 더 많았지만 그것은 단지 성향 차이일뿐 자신이 태형이였다면? 이란 생각을 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예측들이 결과물과 비슷했다. 정확히 누가 안타까운건지는 모르겠다. 지민 자신일 수도 태형일 수도 이 상황을 만든 사람일 수도 혹은 전혀 관계없지만 이 사건에 휩쓸리게 될 제 3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민은 자신의 일에는 자신스럽게 넘어가기로 했다. 다른 객관적인 제 3자의 시선보다 자기 자신을 그래도 더 판단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고 생각하니까.

“이제 네 차례야”

그래서 태형에게 더 묻지 않기로 했다. 더 하고 싶은 말은 잔뜩 있겠지만 태형이 여기서 선을 그었다면 태형도 지민처럼 판단한 결과물일테니까 존중해야만 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야할까? 아주 간단한 것부터 태형을 상처줄 수 있는 것까지 지민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거기에다 오늘 저녁이 되면 또 다시 알아보러 나가야할 일이 있다. 그렇기에 지민은 평소보다 좀 더 태형을 배려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언제까지고 태형을 보호할 수만은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라는 방패가 태형을 지켜줄 순 있지만 그것은 임시적이고 언제 뚫릴지 모르는 반투명한 상태의 방패에 불가했다. 지민이 본 태형은 무너져내릴 것같았지만 그것은 오로지 지민의 판단일뿐 그게 다가 아니다. 자신이 어린애이고 부족함을 인정했듯이 태형도 똑같은 어린애이기에 버텨주길 바란다.

“얘기해야할게 되게 많네. 일단 아침에부터 이야기하자. 니가 실험에 대해서 시작됐다는 건 알지. 근데 니가 정확히 무슨 실험인지는 모를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니가 나한테 불안감을 가지는거고. 물론 실험의 위험도만 따지면 내가 먼저 잡혀가지. 반쪽짜리 성공체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시기의 약물이나 이런게 전부 적용이 끝난 상태니까.”
“맞아, 나는 너한테 뇌이식이니... 니가 말안해줄려고 했지만 사실 뇌분해니 이런 소리 듣고 졷도 모르겠어. 널 못 믿는 것도 아니고 다 아니고 씨‘발 뭘 어떻게 말해야되는지 모르겠는데 너는 나한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잖아...”
“캄 다운 다운”
“꼴도 어울리지도 않는 영어 쓸래. 입 꼬매버리기전에 작‘작 하시지”
“말해줄게. 뭐가 뭔지 길게 설명은 안해. 그리고.. 티 내지마. 그게 유일한 요구사항이고 안 지키면 너가 먼저 끌려갈 거야. 너네 아버지는 확실히 지독한 순애보셔. 사십 몇 년간 한 여자만 바라본 순정을 절대 무시할 수는 없는거지. 니네 아빤 우리 엄마 절대 사랑할 리가 없어. 단 한구석도 우리 엄마한테 내주기에는 너네 엄마가 다 가져갔거든. 근데 문제는 그 순정이 특정시기에 너희 엄마한테만 해당된게 졷이지, 남자의 첫사랑 씨‘발 그딴 단어 어느 개’새끼가 만드셨는지 모르겠는데 너네 아빠가 딱 그 꼴이야. 너 한정해서는 난 실험체가 아니지. 너 대안도 아니야. 근데 니네 엄마를 예시로 들면 너도 나도 그냥 실험체야. 난 내 심장을 한번도 실험받은 적 없거든. 말이 두서없는건 용서해라. 꽤 스토리가 긴데 그거 축약 제대로 못하는 탓이니까. 그냥 간단히 설명할게. 너의 몸에 너네 엄마의 뇌를 이식하고자 했어. 원래 가족끼라가 좀 더 성공확률이 높으니까. 근데 왜 뇌실험과 심장실험이 동시에 진행되고 그러냐? 너네 어머니도 같은 심장병이 재발하신걸로 추측중. 내가 아는 바로는 뇌 쪽도 같이 진행중이라고 알아. 근데 뇌라는게 개발은 또 어떻게 시켜도 그 많은 신경을 어떻게 일일이 찾아보겠어. 근데 나는 못 써먹겠으시지. 완벽해야하니까. 참고로 말하지만 뇌 실험이 시작된 이유는 너네 어머니의 완벽주의자적 성격때문이고. 어쨌든 이건 중요하지 않으니까 넘어가고 너는 심장 나는 뇌. 둘 다 한구석씩 모자라는데 그걸 빼놓고보면 너랑 나만큼 괜찮은 실험체가 없어.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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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80
왜냐 아주 애기때부터 관찰스캔 이런게 전부 끝났거든. 골때리지?”
“나 지금... 니 말..”
“궁금하진 않겠지. 듣기도 싫겠지. 그거 다 아는데... 하...”

이미 지친 얼굴에 눈물이 묻어나고 있다. 아마 이번에는 나도 똑같이 울고 있는 것 같다. 눈가가 뜨끈미지근한게 바로 느껴지니까.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숨기는게 더 나았을까라는 후회가 먼저 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한번 꺼낸 이상 뒤로 물러서고 싶지는 않다. 이기적이고 못되고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나쁜데 그래도 최악보다는 차악이 되기위해 발버둥을 친다.

“이번엔 나도 죽을지도 모르지. 내가 살아난건 다 너네 아버지 덕분이거든. 마지막 심장의 실험체가 나였으니까. 거기서 최악의 인간군상들을 봤어. 그 쪽에서 원하는건 내 뇌와 실험할 수 있는 심장? 이정도일 거야. 더 추가된 부분은 없는지 어떻게될지 분해가 끝나고 나면 바로 심장에 약을 투여하겠지. 기회란건 한번 뿐이니까. 근데 너랑 나 둘다 완벽하지 않은 수준을 떠나서 한 부분씩 완전히... 고장이 나버렸잖아. 그래서 이까지 질질 끌렸어. 혹시나 죽어버리기라도 할까봐 둘 다 우리를 조금씩 풀어주는거야. 나는 너네 아빠가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 짐작만 해. 근데... 내가 아는게 이게 다라서 미안.”
“....”
“내가 조금만 더 어린애가 아니였으면 또 몰랐겠지. 근데...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봐도 엎을 수도 없고 미룰 수 있는게 이런 방법 밖에 없더라... 미안해... 제대로 해줄 수가 없어서”

이미 얼이 잔뜩 빠진 얼굴을 하고 있는 너를 마음가는대로 꽉 끌어앉았다. 부모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너에게 비수를 꽂은 주제에 너에게 용서를 바래서. 이렇게까지 너를 몰아붙인 것에 대한 사과의 목적으로. 그리고 나에게 안정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끝까지 나는 최악이었다.

/생각해논 최종보스역인 지민이 엄마 쪽 스토리는 암만 봐도 새드각이라 머리 아프다..ㅋㅋㅋ 이 글 속에서 짐니랑 태태 멘탈은 미자인탓인가 또 은근 유리라서 어찌될지를 모르겠어 ㅋㅋㅋㅋ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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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잔뜩 이상한 말을 해놓고는 미안하다며, 근데 이게 진실이라는듯한 어투로 날 쳐다보는 널, 나를 안아버리는 너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참 내 부모란 사람은 극악무도하기 짝이없구나. 네가 알고있는게 거짓이길 속으로 빌면서, 네 허리를 꼭 끌어안고는 네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언제 맡아도 네 체향은 참 더러웠던 기분도 좋게했다.

"솔직히 현실적으로 말이 안되는거 아닌가."
"실험 기록지가 있어, 거기에 상세하게 다 명시되어있고, 네 뇌기록부터 내 뇌기록까지. 어떤 실험을 했고, 정확히 며칠 오전이였는지 오후였는지 몇시까지 정확히 기재되어있어. 근데 그게 말이 안된다고?"
"그만하자, 오늘은."

네 어깨에 얼굴을 묻은채 웅얼거렸다. 도망치기엔 이미 너무 많은 길을 걸어왔고, 되돌아가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네 손을 다시는 놓지 않겠다 약속도 했을뿐아니라,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숨기고 싶어하던 진실을 알고 싶어졌다, 아니 그닥 궁금하지 않은 결말이고, 엔딩이지만 이미 시작된걸 다시 되돌릴수도 없는일 아닌가? 뭐 어찌되었든 난 네 손을 놓지 않을것이고... 그냥 이대로 몇분이라도 있고 싶었다. 그냥... 이러면 모든게 다 괜찮아질것 같아서. 괜찮다 말해줄것 같아서.

"우냐?"
"아니..."
"거짓말."

투박한 손길이 내 등허리를 쓸어내렸다. 그래서인지 억누른울음이 더 터졌을지도 모른다. 첫만남때보단 나아졌다만, 아직 감정표현이 서툰 너와 울음기가 다분한 내가 서로 원하는, 아니 원치않더라도 결말을 볼수있을까. 솔직히 난 겁이 난다, 내가 지레 겁을 먹고 도망갈수도, 끔찍한 진실에 죽어버릴지도 모르니까.

"바-보."
"...어?"

아직 눈물자국을 채 닦아내지 못한채 서로 멍하니 앉아 정면만 응시하다 먼저 흘러가듯 툭 내던졌다. 진짜 감정표현이 너무 서툴러도, 너무 서툴렀다. 원래 이럴땐 다들 어깨를 두드리거나, 뭐 머리를 쓰다듬는다던가... 뭐 그러지 않나? 왜 이 놈은 아까 안아주기만 하고 끝이냔 이말이다. 약간은 심통이 난채로 입을 내밀었다. 밉다, 혼자만 삽질하는것 같아서 너무 미워, 미워죽겠는데 내가 이렇게 하면 네가 한번은 봐주니까 근데 또 그게 좋아서.

"너 이제 그렇게 부를꺼야, 박지민은 바보다."
"또 왜, 내가 뭘 잘못했는데."

네 심장부근을 가르치고는 베시시 웃었다. 내 웃음을 따라 억지로 웃어보려는듯 입꼬리를 올리는 너였지만, 오히려 그게 더 무서워보였다.

"고장난 네 심장."
"...미안."
"아니... 난 그걸 들으려고 한게 아니고."
"그럼..."
"내가 고쳐줄수있나 하고, 그랬음 좋겠다고. 내 바람인데."

/사실 내용 좀 까먹을뻔. 안온지 오래되서.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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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81
갑작스럽게 손을 올리더니 볼을 뭉개버릴 것같은 기세로 손가락 사이사이에 얼마없는 볼살을 쥐고 뒤흔드는 태형에 지민은 처음에는 말리려다 울듯말듯 이상한 표정으로 웃고있는 태형 때문에 손을 감싸쥐는 것에 그치기로 했다. 지민이 생각한 것보다 태형은 너무 잘 버티고 있어서 자꾸 드는 이상한 마음가짐을 억누르려고 애쓰느라 다른 것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는 말이 더 정확했다만 말이다. 지민이 알 수 있는 것, 알고 있는 것 그리고 알아갈 것, 그 모든 것은 지민과 실질적인 부분에서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영향을 미쳤던 것이었지만 태형의 아버지의 사랑도 태형의 어머니의 집착도 태형의 이모의 소원도 전부 다 명분적인 부분에서는 어떠한 관련도 없는 것이었다. 지민이 지금 쥐고 있는 실험결과지마저 지민의 것이 아니라 태형의 것이라는 사실은 앞으로의 지민의 어머니와 정면대결을 붙었을 때 지민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태형이 지금과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이 사실은 더 좋으면서도 불안불안했다. 아직 지민도 미성숙하기 때문에 또한 불안전하기 때문에 어딘가 매달릴만한 구석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민이 가진 모든 것들이 전부 다 내려놓는 것을 막고 있었다. 어리광을 부리는 것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 상대에게 어디까지를 허용하는 것이 오히려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을 잘 몰랐다. 거기에다 지민이 이 실험 외에도 알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태형의 아버지를 완벽하게 몰락시킬 수 있는 비밀장부라는 것이 더 태형에게 표현하는 가능성을 틀어막고 있었다.

‘지민아, 심부름 좀 하나 해줄래? 중요한 서류니까 곧 있으면 기사님이 데리러올 거야. 가져가서 아버지 책상 위에 올려다주고 오렴.’
‘그런 일의 경우 저보다 비서실장님이나 아니면 다른 분이..’
‘가는 김에 병원도 들리고 곧 있으면 태형이 생일이니까 뭐라도 하나 사오렴. 착하지 우리 아들?
‘알겠습니다.’

그녀가 어디까지 계획한 것인지는 사실 지민도 몰랐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 우연일 가능성보다 그녀가 전부 계획한 일이었다가 더 확률이 높기에 추측만 할뿐이다. 어떻게 13살밖에 안된 어린 아이가 우연찮게 그 많은 시선들을 피해 그 그룹 회장의 비밀창고에 들어가고 그 창고 문이 어떻게 우연찮게 열려있었으며 또 어떻게 cctv의 사각지대만을 골라서 그것도 하필 그 서류를 발견했을 때 그 어린 꼬맹이가 바로 들고 도망갈 수 있었겠는가? 마지막은 지민이 영악했기때문이라 넘어가보아도 이상한 점이 한 두 개가 아니였다. 거기다 하필 그 서류는 그 실험과 연관되어 있었다. 아무리 재벌가의 집안이라해도 몇 십억이 넘어가는 그 실험의 비용을 순순히 되는 것은 상식적으로 무리다. 그 비밀장부는 아직까지도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나오는데 그것은 전부 지민이 늘 하고다니는 분리형 목걸이 속 usb에 넣어져있기 때문이다. 그날 지민이 태형의 선물이라고 산 것은 최고급 노트북이었다. 집에 들어가기전 지민은 감기약을 복용 중이던 기사 몰래 약간의 마취제를 넣어 한적한 골목에서 전봇대를 들이박는 약간의 교통사고를 냈고 그 감시가 없는 시간 동안 모조리 옮긴채 그 장부를 모조리 찢고 묻어버렸다. 지금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것을 단지 우연으로 끝내버린 것이다. 시간대상 지민이 의심받기 딱 좋았으나 하필 그때 회사내부의 문제가 터져 몇날 며칠을 매달리느라 장부자체에 대해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고, 실제로 지민도 의심대상으로 물망에 올라 몇 번이고 문책을 받았으나 그 장부를 대놓고 언급할 수 없는 특수성과 지민의 아예 모르쇠로 몰아붙이는 뻔뻔함으로 결국 흐지부지되어버렸다. 하지만 지민이 가진 정보를 턴다고 해서 당장 태형의 아버지를 몰락시킬 수는 없었다. 일단 여기에 엮인 인간들이 너무 고위급이었고 태형의 아버지가 죽잔식으로 전부 털어버린다면 타격을 입을 인간이 한 둘이 아니기에 태형의 아버지가 버림을 받을 확률도 극단적으로 낮았다. 거기다 그녀가 움직이지 않았다. 이만큼 지민은 그녀의 손바닥 내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태형이라면 그녀가 절대 예측할 수 없는 범주의 사람이기에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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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82
지민의 예측과는 다른 결과를 낼 확률도 용이했다. 지민이 얻은 태형의 정보처럼 태형도 지민과 관련된 정보를 얻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태형이 버텨주길 기대하는 것이 무리였다. 그렇기에 계속 지지부진하게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다. 지민이 차라리 좀 더 단호하거나 태형이 차라리 좀 더 약했더라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표현하는 것도 나아가는 것도 아니면 이대로 주저앉는 것도 지민에게는 뭐하나 쉬운 것이 없는데 그걸 표출도 못해내서 자꾸만 본인을 주저앉힌다.

“거기말고 나는 여기가 고장난거지, 심장말고 다른데가... 나 왜 이렇게 멍청하고 모자라고 다 이러냐”
“헤까닥 돌았냐? 갑자기 왜 이래”
“일단은 교실에 가서 수업들어. 내가 대충 수습은 해볼게. 그리고... 일단 양호실 먼저 가자, 너나 나나 꼴이 흉하다.”
“니가 어떻게 수습하려고 너도 이미지 별로된지 오래면서”
“너보단 말 잘해. 그리고 어차피 교무실 불려가야되니까 가는김에 쌤쌤인거지, 아 그리고 나 오늘도 야자안할 거야. 가볼 때가 있어서”

일단은 한발자국은 나아가기로 한다. 주저앉혀진 다리라도 기어갈 수는 있으니까 말이다. 안되면 굴러가기라도 할 수 있으니까. 발이 안되면 손을 손도 안되면 입을 뭐든 일단은 할 수 있을 때 지민은 해보기로 한다.한계가 뚜렷하기에 더 무모해질 수 있는 것이다.

/나도 내용 생각안나서 다시 읽어봤다 ㅋㅋㅋㅋ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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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지금 난 딱 죽고 싶은 심정인데..."
"어?"
"빨리 가자고."

혼자 말로 웅얼거리다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더러워진 교복을 한번 털고는 네게 손을 뻗었다. 멍하니 내 손을 쳐다보는 너에 에휴, 큰 소리를 내며 네 팔을 잡아 이끌어 일으켜 세웠다. 너보다 먼저 걸어가다 내 옆으로 발을 맞춰걷는 너에 작게 웃음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너 야자 안한거 또 들키면 어쩌려고."
"뭐, 또 착한 아이라고 둘러대면 되지."
"그걸로 끝나지 않을것 같은데, 외출금지 당할것같은데."

양호실로 들어서자 우리 둘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양호사에 멋쩍게 웃음 지었다. 볼을 글적이다 상처를 잘못 건드리고는 눈물이 날뻔 한걸 참았다. 오가는 말 하나없이 치료를 끝내고는 양호실 침대에 누웠다. 수업가야지, 라는 양호사의 말에도 잠시 아픈척 해달라며 손을 내젓고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썻다. 또 네가 본다면 도련님짓을 한다며 코웃음칠 일이였지만, 그래도 지금은 좀 정리가 필요했다. 아직 혼란스러운게 맞았다. 내 어미의 충격적인 베일과 내 아비, 그리고 내 어미를 닮은 이모까지도.

또 꿈인가, 참 두렵다. 이젠 눈을 감을때마다 하나씩 떠오르는 기억에 잠이 들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이모인가... 아직은 좀 혼란스러웠다. 어느게 내 어미이고, 내 이모인지. 뭐, 어찌되었든간에 단발머리 여인이였다는것이다. 그 여인은 내 이모이라 되내였으니. 그 여인은 늘 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여전히 좋은듯 어린시절의 나는 눈을 감고는 고양이 마냥 가르릉거렸다.

'이만 가야지, 태형아.'
'그래, 엄마 따라 가야지.'
'실어, 안 갈래. 난 이모랑 있을래.'
'태형아? 그냥 가자. 응?'

언제 어디서 나타났을지 모른 어미는 날 데리고 갈 생각인듯했다. 뭐가 그리 겁났던건지 눈동자에는 불안함만 가득차 가지 않으려고 이모의 옷깃을 꾹 잡고는 눈을 감았다. 이모는 내 편이 아니였던건지, 아니면 내 어미라는 사람과 입이라도 맞춘것인지 몸을 동그랗게 말고는 매달린 나를 어미에게 넘겼다. 어미의 품에 안겨서도 미친듯이 발버둥쳤다.

'안가, 안가.'
'가만히 좀 있어.'
'안갈꺼야.'

신경질적으로 날 바닥으로 내평겨치고는 주머니에서 정체불명의 약을 꺼냈다. 내 입에 억지로 욱여넣고는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것 같았다. 예상대로 얼마가지않아 죽어버린 사람마냥 몸이 축 늘어져서는 잠이 들었다. 그러고는 어미의 품에 다시 안겨서는 차에 실어졌다. 아니, 어미의 품에 안겨 탔다고 해야 그게 더 옳은 표현인가.

"얼굴은 왜 또 이런거냐."
"사소한 싸움이 있었..."
"왜, 지민이랑 싸운거냐?"
"그냥 사내들의 시덥잖은 주먹다짐 입니다."
"애들도 아니고..."
"선생이 전화했어요?"
"태형아, 너 요즘 왜 그러는거냐."
"뭐가."
"아비한테 왜 그렇게 대들어!"

언성을 높히는 아비에 허, 하고 헛웃음을 내뱉었다. 기껏 학교 양호실까지 걱정스러운 아버지의 탈을 쓰고 한다는 말이 왜 싸웠냐, 싸우지 말거라, 라니. 적어도 괜찮냐, 다른 아이들과 싸움도 붙었다던데 몸은 어떠냐. 하물며 나를 다그치는 일도 어떤 잔소리도 하지 않았다. 아니, 왜 너랑 싸웠냐, 싸우지 말거라, 이게 잔소리인건가. 주어에 네가 포함이 된다면 이상하리만치 치를 떨며 부정을 하는 아버지였다. 그 덕에 내 의문점은 더욱더 커져갔다. 왜 아버지는 네 이름만 들어가면 치를 떠는것인가. 네가 말했던 대로, 내 아비가 너와 내 실험에 동조한 인물이기에? 아니 그러면 어딘가 살아있을지 모를 내 어미와, 네 어미 모든일들이 너와 내 이름이 오갈때면 치를 떨어야했다. 근데 왜 내 아버지만 유독 네 이름이 오르면 불안해 하는것일까? 너와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일이 있는것일까.

"그건 내 마음이지, 난 착한 태형이가 아니야."
"김태형!"
"난 저 여자 아들처럼 착한 지민이가 아니라고. 저 아들처럼 착한 지민이 하기 싫어. 난 김태형이라고, 그 틀에 욱여넣으려 하지마."
"집에서 보자꾸나."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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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말이 안 통한다는 듯 고개를 내젓고는 나가버리는 아비였다. 그 뒤에 서있던 새 어미는 그런 아비를 쳐다보다 잔뜩 입꼬리에는 웃음기가 다분한 채 날 쳐다봤다. 내게 다가와 침대에 걸터앉고는 머리칼을 쓰다듬는 손길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새 어미의 손을 쳐내고는 잔뜩 살기가 가득한 눈으로 여인을 노렸다.

"꺼'져."
"이런, 태형아. 엄마한테 그렇게 나쁜 말을 쓰면 못써."
"난, 착한 아이가 아니라니까!"
"그렇게 악을 써도 어쩔 수 없단다, 넌 착한 아이야."
"아니야."
"지민이는 안 그랬을 것 같니."

이상하게 내 아비와 마찬가지로 나도 네 이름이 오르자마자 거짓말처럼 모든 행동을 멈추지 아니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사고 회로 가 정지한 듯 멍하니 여인의 얼굴만 쳐다봤다. 그 애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이미 속으로는 몇 번이고 소리쳤을 말이 나오지 않았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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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83
너를 혼자 내버려두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나는 교실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리고 쉬는 시간이 되어 선생님들께 심하진 않지만 문책을 들은 뒤 조용히 무릎을 꿇고 너와 나의 행동에 대한 두 가지 반성문을 썻다. 그러던 중 부모님이 양호실로 너를 데리러왔다는 소식을 전해들었고 나는 지금 수업을 듣고 있다. 이성도 감성도 전부 너에게 달려가는 일을 억누르고 있다. 내가 가봤자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을뿐더러 너에게 굴레만 씌우게 된다. 너희 아버지는 사건의 전말은 정확히 몰라도 확실히 나를 견제하고 있다. 일단 들쑤셔놓은 범위가 한두개가 아닌데다가 현장에서 직접 잡혀 끌려오기까지 했으니 얌전한 줄만 알았던 여자의 아들에게 얼마나 배신감을 느꼈을까? 그렇기에 너와 나의 연대를 최소한 집 안에서는 티를 낼 수가 없다. 아니 오히려 너가 잡혀간 지금이 더 기회일 수도 있다. 최소한 너의 아버지의 관심이 너에게 집중되었을 때 나는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오늘도 야간자율학습은 안할꺼니?”
“네, 개인적으로 해야할 일이 있어서 죄송합니다.”

오늘은 아마 최초로 나 혼자만의 외박을 할지도 모르겠다. 기차표를 끊고 좌석에 앉아 멍한 표정으로 창가를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해야할 질문도 하지말아야할 말도 모두 정리해야했으나 니 생각에 매번 머리만 지끈거렸다. 미쳐버린 나의 아버지, 죽어버린 너의 이모, 아직까지 세뇌당해 너의 아버지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줬던 제약회사 직원. 이번에 만나기로 한 남자는 도대체 어떻게 살고 있을까? 10몇년의 세월에서 너와 나 단 두 아이만을 냅두고 많은 아이들에게 인간 이하의 짓거리를 행한 사람들은 전부 각자의 방식으로 불행해져있었다. 직접적으로 행한 적도 없는 민윤기와 내 심복들 또한 그 죄책감에 억눌려 지민에게 복종하는 것으로 풀려고 했고 그 외의 사람들은 모두 남자와 여자의 수족이 되어 그들의 죄책감을 정당화했다. 이번에 만나볼 남자는 어느 쪽일까? 일단 지민에게 직접 연락을 했다는 점에서 그것도 윤기를 통해 영리하게 접근을 했다는 점에서 후자는 아니다. 그렇다고 전자라고 하기엔 지민에게 요구한 사항이 너무 많다는 점에서 전자도 아니다. 어찌됐든 저 남자만이 지민에게 지민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것은 맞다.

“너무 오래걸렸지? 근데 니 쫄다구들은 다 떼고 오랬는데 왜 저렇게 우글우글하냐?”
“저도 최선을 다했어요. 그리고 저게 최선이예요. 가져다달란건 다 복사해서 왔고 4시간이나 걸려서 이 시골짝까지 온다고 이리저리 돌아오고 했어서 10분의 1로 줄인거거든요. 핸드폰도 안썼고 도련님도 안데려왔고 반항이란 반항은 다했고 현금만 썼고 또”
“아,아 알았어. 말이 너무 많네. 어쨌든 빨리 타 오늘 한 번 달려보자잉”
“네...? 이걸 어떻게 타요??”
“마 꽉 붙잡아라. 저것들을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께 그냥 따돌리는 수 밖에 없지”

처음 본 남자의 인상은 시원시원하게 잘생긴 호남형의 남자라서 조금 놀랬지만 그 바닥에서 살아남은 사람이여서 그런가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어디서 불법개조를 잔뜩 해온건지 요상한 노란색 바이크를 끌고와서는 그 뒤에 억지로 태우더니 시속이고 뭐고 아예 묘기를 부리면서 골목구석구석으로 쇼를 했다.

“아따, 이렇게 오랜만에 달려본께 을마만인지 속 시원하다잉, 신나재 아가야. 좀 더 피치올릴끄니까 꽉 붙잡어”
“아!! 아니 지금 뭐...!! 아!!!”

그 짧은 순간이 아닌 약 1시간이 넘는 시간 그것도 새벽 2시가 다되어가는 시간에 지민은 딱 지옥을 맛보았다. 잘못걸렸다 수준이 아니라 지금 당장 여기서 내려만 준다면 친어머니 머리채라도 잡고 뒤흔들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호석이 자기가 사는 집 앞에 내려주자마자 헛구역질을 하며 바닥을 굴렀다. 물론 그게 5분은 못갔다. 한 1~2분까지는 웃으면서 봐주다가 그러고 안들어오면 또 이상한 새끼들이 처들어온다고 겁을 준 탓이었다.

“아니 근데 아가야를 따라다는 놈들도 징해, 그렇게 뿌리쳤는데도 어찌 따라오고 있어”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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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84
“저기... 바이크 색을 바꿔볼 생각은 없어요?”
“왜 안예뻐?”
“예쁘고 뭐고의 문제가 아니라... 아니에요.”

할말이야 많았지만 일단은 참기로 했다. 태형이 자신도 없는 집안에서 어떤 일을 당하고 있을지 감도 오지 않았기때문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궁금증이 더 컸다. 거의 처음으로 지민의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남자였다. 태형과 관련되어 있지만 지민의 이야기를 더 해줄 수 있는 남자이자 그러면서도 부모들의 직접적인 압박 아래에서도 무사할 수 있었던 남자. 호석은 바로 지민이 실험체가 된 5살때부터 지민이 그 집안으로 들어온 지 몇 년후에 그 집에서 일하는 것을 관두었던 집사였다.

“아가는 확실히 아주 어릴때부터 많이 안변했네. 표정 하나도 없이 입만 꾹꾹거린다고 안보이는게 아닌데, 사실 우리 도련님 얼굴이 더 보고 싶긴하지만 우리 도련님이 못 버틸 것같아서 부를 수가 있어야지”
“왜 저를 부른건지 물어봐도 될까요? 저는 죄송하지만 당신을 다 믿지는 못해요. 당신이 한 말을 저는 100%믿지는 않을꺼예요. 그렇기에 혹시 당신이 저에게 질문을 한다면 오로지 진실만을 대답하지는”
“아아 됐어, 됐어. 어차피 그 집안에서 자라왔으면 그 정도야 당연하지. 아주 순수한 호의는 아니야. 말했잖아 니가 가진 자료들을 다 내놓으라고 이건 이것대로 나를 지키는 방패가 되어줄테니 말이야. 되게 재밌는 정보를 입수했거든. 니가 생각보다 영악하고 또 성질을 있는대로 부린다는걸. 미안 포장하는건 바라지도 않을테니 말이 예쁘게 안나가는 건”
“그럼 반을 드릴께요. 결정적인 자료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자료도 딱 절반만을요. 무력을 쓰실꺼면 이 집안에서 저를 끌고나가시면 되는데요. 저는 아무것도 지금 없으니까요. 아니다 자료 다 가져가셔도 되요. 어차피 그거 해독 저밖에 못하거든요. 한명 더 있다면 김태형정도? 당신이라면 풀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풀기까지 시간이 걸리잖아요. 그 시간 아깝지 않아요?”
“쓸데없이 협상을 부리려드네. 일단 내가 너를 부른 이유는 간단해. 진수현, 김태형네 어머니알지? 그 분을 풀어드려. 니가 그 분한테 복수심을 가지고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그 분을 니가 찾고 다닌다며. 헛짓하지말고 풀어드려. 너한테는 증오의 대상일지 몰라도 나한테는 내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는 사람이야. 그리고 우리 도련님 니가 할 수 있는 한 살려봐. 그게 목적이야.”
“힘든 소리를 하시네요. 그렇지만... 알겠어요.”
“말이 잘 통하네. 주먹 쥐고 부들부들해서 더 믿겨. 애니까 차나 한잔 줄게. 그리고나서 얘기해줄게. 그렇게 길지는 않을 거야.”

호석이 차를 타러 부엌으로 간 사이 지민은 가지고 있는 자료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이마에 솟은 힘줄을 가라앉히느라 애썻다. 태형의 어머니기에 원래도 어찌할 수 없었지만 이렇게 모든 수단이 막혀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지민은 그래서 더 호석을 믿을 수 있었다. 이미 흘러갈때로 흘러가버린거 아주 제멋대로로 나가버리게 좀 더 충격적인 이야기가 호석의 입에서 나오기를 지민은 바랬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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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수업시간이 채 끝나지도 않은채 억지로 끌려갈수밖에없었다. 양호실에서 나와서는 신경질적으로 반 문을 열고는 들어섰다. 교과서를 가방에 욱여넣다 신경질적으로 교과서를 바닥에 집어던지고는 가방 문을 잠궜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자 선생은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려는듯 교탁을 두드렸다. 마른 머리칼을 한번 쓸어넘기고는 다시 쿵, 소리가 나게 세게 문을 닫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두드려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항한번 했다고, 아들을 이렇게 죽을때까지 패는것도 이해가 안가긴 하다만, 치료를 해놓았던것이 무색하게 다시 상처가 터지고 온 몸이 퉁퉁 부어올랐다. 딱히 울음은 나지 않았다, 그냥 빨리 이 시간이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네가 빨리 들어왔으면 했다.

제대로 걸음도 떼지못한채 그 자리에 축 늘어져 있었다. 그러자 집사들이 날 부축해 방으로 데려갔고, 욕실로 데려갔다. 욕조에 가만히 앉아서는 멍하니 샤워기만 응시했다. 상처가 물에 닿아 따갑다는걸 인지하지도 못한채 한참을 응시했다. 밖에서 쿵쿵거리는 노크소리를 듣고는 그제서야 정신이 들어왔다. 뜨거웠던 욕조의 물은 어느새 식어버려 차가웠고, 이로써 내가 얼마나 오랜시간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는지를 체감했다.

"죽은줄 알았습니다."
"저기서 어떻게 죽어."
"왜... 밥먹듯이 하시는말 있지 않습니까. 혀깨물어죽어버릴꺼라고."
"아, 그 방법이 왜 아까는 기억이 안났냐."

젖은 머리칼을 말려주는 집사의 손길을 가만히 받고 있다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집을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네 뒤에 붙여둔 사내중 일부는 널 놓쳐다고 했고, 일부는 아예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했다. 무슨 생각인거야, 머리칼을 다 말리곤 구급상자를 들고 들어와 내 얼굴을 치료해주려는것에 얼굴을 뒤로 내뻈다.

"나 졸려."
"얼굴에 흉지십니다."
"못생겨서 괜찮아."
"아닙니다, 도련님. 잘생기셨습니다."

그 말에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잘생겼네, 우리 태형이. 누가 던졌을지 모를 하이톤의 목소리가 머리속에 맴돌았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어미일까, 이모일까. 침대에 누우려다 협탁 옆에 위치한 약을 쳐다봤다. 저걸 먹고 잔다면 잠을 푹 잘 수있을뿐만 아니라, 그닥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보지 않고도 잠을 잘 수있었다. 다만... 네게 어떠한 정보도 전해주지 못한다는게 문제였다. 나가려는 집사를 잡아세우고는 물을 부탁했다. 미안, 오늘은 충분히 괴로워.

"지민이 방에 데려다 줘."
"그치만 오늘은 지민 도련님이 없는걸요."
"아는데, 그래야 잠이 잘 올 것 같아."
"알겠습니다, 모셔다 드리기만 하면 되는겁니까?"
"응."

억지아닌 억지를 부려 네 방에 들어섰다. 그거 잠깐 자리를 비웠다고 네 방에서 사람사는 느낌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약하게나마 남아있는 네 체향만이 날 반기는듯했다. 네 침대에 누워서는 눈을 감았다. 약을 먹었음에도 왠지 잠이 잘 오지 않을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강담하기 힘든일이 한번에 일어나서 일까, 오지않는 잠을 억지로 청하려 눈을 더욱데 세게 꼭 감았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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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85
“자 마셔, 근데 너도 참 대단하다. 날 뭘 믿었어? 태형이도련님도 아니고 너를 딱 지목해서 이 산골짜기까지 끌고 왔는데, 니말대로 내가 지금 힘을 쓰든 너를 매장시켜버리든 내가 너를 없앴다는 증거도 없는데다가 내가 도련님 아버님쪽 사람일 가능성까지 넌 날 뭘 보고 믿은거야?”
“이거 냄새는 좋네요. 막 꽃향기나는데 나중에 품명이나 알려줘요. 그리고 나는 집사님 안믿는다고 했잖아요. 근데 이까지 온건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기때문이에요. 당장 죽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무서워요.”
“그럼 죽지 왜 살아있어? 사실 죽는게 무서운거잖아. 비겁하게 변명하는거야?”
“네, 그 실험실 속에 다시 갇히는게 무서워요. 거기에서 삶은 기억도 하기싫을정도로 짐승보다 못한 취급당했으니까 근데 1초라도 더 살고싶어요. 그래서 당신의 연락에 응한거고 있는거 없는거 전부 챙겨온거예요. 애초에 내가 당신과 협상대상은 되긴 했을 것같아요? 차라리 태형이면 좀 더 쉬웠을까요? 사모님을 찾고 난 이후에면 좀 더 쉬웠을까요?”

지민과 호석의 눈싸움이 몇분 이상 지속된 것은 아니었으나 지민에게는 간절했다. 웃고 있는 낮빛을 하고 있었지만 속은 누구보다 싸늘해보이는 사내가 태형과 태형의 어머니 이야기에는 약해지는 것을 보았기에 조금 더 욕구에 솔직해져간다. 지민은 그만큼 자신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호석은 태형 쪽의 사람이기에 악의적이라면 모를까 절대 선의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포장해주지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민은 쇼파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었다. 태형 앞에서 이미 내던진지 오래인 자존심이었기 때문에 좀더 그게 쉬웠다.

“아가야 그런 식으로 굴면 역효과 생겨. 애데리고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말해줄게.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줄까? 궁금한거 있니?”
“제가 태형이랑 아주 어릴 때.. 음 한 8-9살때쯤 만난 적이 있나요? 그리고 집사님 태형이 어머님의,,, 심..장병이 언제부터 재발했죠?”“... 영리하다곤 들었는데 왜 전주인님이 요즘 사람을 풀어대는지는 알 것같네. 일단 전자는 맞고 후자는 니가 6살때쯤일 거야? 너랑 도련님의 나이는 같으니까. 도련님은 어릴때부터 아주 순하고 착하고 그랬지. 근데 재발이라 어떻게 그까지 생각한건지 궁금하네.”
“처음은 아닌 것 같았어요. 저는 뇌실험으로 들어온 아이지만 태형이가 심장병이 일어나고 실험체로 꽤 많은 아이들이 굉장히 신속하게 끌려갔죠. 아마 어머님은 그 병을 고칠 방법을 이미 알았던 것 같아요. 자신이 이미 걸려봤으니까 회장님의 묵인이나 이런게 태형이나 태형이 어머님이 처음 일어난거라면 그 몇 달만에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실험기록서를 보면 시행단계 이런게 거의 기록이 없고 되게 빨리 아이들을 갈아치웠죠. 그래서 찔러본 것 뿐이예요.”“무슨 18살짜리 애가... 사모님의 심장병을 고친건 회장님이셨어. 거의 기적에 가까웠었지. 엄청 초기에 발견했는데도 확률이 엄청 낮았으니까”
“자신이 살린 여자가 두 번 죽는꼴은 보기 싫어서 그런건가요? 아니면 그냥 자존심? 사랑?”
“다른 사람의 감정은 내 맘대로 판단못해. 하지만 내가 확신하는 건 태형이가 사모님을 닮지않았더라면 그 사람은 태형일 자기 자식으로 여기지 않았을 거야. 그정도로 사모님에 관한 집착은 굉장했지. 일단 이 얘기는 그만 두도록 하고 너랑 태형이를 만나게 만든 건 회장님이야. 니 친어머니가 아는지 모르는지는 모르겠지만 니 아버지께 명령을 해서 매일 두시간씩 너를 데리고 그 집에 오게 했어. 그리고 너랑 도련님 둘을 한 방에 가두고 관찰을 했지. 그걸 감시한 사람이 나라서 잘알아. 그래서 너가 다시 그 집에 왔을 때 좀 많이 놀랬어. 그 어두침침한 얼굴 꿈에 나올까 무서웠는데 그 얼굴 그대로 자라서는 쯧....”
“제가 유일한 성공체...여서인건가요? 왜 저를 태형이와 함께”
“니가 성공체? 아니 너랑 도련님은 둘 다 굉장한 실패작이었지. 그래서 회장님은 선택을 하기로 한거야. 어느 쪽이 더 최악인가? 김태형이냐, 너냐. 그래서 너가 좀 더 최악이란 결론을 내렸고 너는 이 집에 들어오게 된거야.”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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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86
“이해가 잘 안가요... 도대체 뭐가...”
“사모님은 완벽주의에 가까운 정신병만 아니었더라면... 꽤나 사랑스러우신 분이였거든. 그래서 사모님의 몸체로 너가 더 최악이란거야. 도련님은 사모님의 몸의 이식체로 너는 꼭두각시로 키워지다가 만약 성공을 한다면 본인이 직접 너의 몸에 들어갈려고 한거지. 근데 1년이란 시간동안 관찰결과 그게 안됐어. 회장님이 너를 거부한거지. 그래서 그냥 너를 후계자로 키우신거야”
“내가 고..장난 실패작이라서요?”
“아까는 성공체랬다. 실패작이랬다. 하나만 하자. 어쨌든 둘 다 맘에 안들었고 이 지경까지 됐어. 끝? 회장님 눈에는 도련님이나 너나 솔직히 둘 다 가치없어, 언제든지 죽어도 상관없을만큼”
“그걸 알기는 아는데 참 기분 별로네요. 질문 하나 더 해도 되요? 당신이 본 나는 어떤 어린애였나요?”
“내가 본 너? 아까 말했잖아, 음침하고 이상한 표정이나 짓는데 그래도 나쁘진 않은 꼬맹이였어. 지나치게 주늑들어있지만 도련님 앞에서는 어른스러운 체하고 도련님이 울면 우물쭈물하다가 끙끙거리고 그건 좀 귀엽긴 했다. 그냥 애새끼였지 뭐긴 뭐야. 그냥 도련님하고 동갑내기 어린애처럼 보였어.... 야... 너 왜 우냐?”

바보같다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호석의 말을 듣는 순간 울어버렸다. 태형과 같은 어린애. 그 말이 너무 좋아서 소리를 내거나 몸을 들썩이진 않았지만 그렁그렁한 얼굴이 되어버려서는 바보처럼 끙끙거리다 뚝뚝 울어버렸다. 태형과 같다는 말이 결코 좋은 말은 아니었다. 태형이 고통받는 만큼 자신은 그 이상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과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으로도 좋았다.
“근..데 우리 엄마는요... 어떻게 그럼 여기를 들어온거예요? 그렇게 태형이네 엄마 사랑했다면서요.”
“어... 너는 잘나가다가 그렇게 곤란한 질문을...”
“말해줘요... 나도 최악이라지, 울 엄마 회장님이 사랑은 안하는데 전략적 메이트로 여기는건 알거든요. 근데 울 엄마 몇 년을 가정주부로 살았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해여,, 집사님은 알아요? 나는 울엄마가 내가 안보이는 고작 2년만에 어떻게 그렇게 똑똑해진건지 모르겠써요. 내가 울 엄마 뱃속에서 테어나서 그런가 속도 조금도 모르겠고”
“아가.. 코나 풀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구나. 나도 확실히는 몰라. 근데 너네 엄마가 회장님의 천적비스무리한 건 되는 것 같아. 그래고 니네 엄마가 얼마나 영리한 사람인데... 야 학벌이 부족해서 그렇지 너네 엄마 너 때문에 포기한거 많아. 나도 듣고 놀랬어. 그렇게 영리한 여자가.. 애 때문에 그렇게까지 돌변하는게 가능할줄이야.. 그게 전부 한이 됐겠지. 지금 그렇게 너를 몰아붙이는 건 원망이나 한때문일 거야. 그 여자야말로 착한 딸이라서 착한 아내라서 30몇년을 그렇게 당하고 살았으니까. 인간은 원래 자기랑 제일 닮은 존재한테 똑같이 굴게 되는게 왜 그러나 몰라. 아가야. 사정없는 사람은 없어. 그것만은 알아둬.”

/다음 글 쓸 때 마저 가져오는걸로... 분량조절 계속 실패하넹...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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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결국 원치 않은 꿈을 꿨다. 아니 이번은 좀 경우가 다르다고 해야하나, 이번엔 내 어미나 이모가 아닌 네가 나왔다. 지금보다는 조금 어린 시절의 네가 지금보다는 조금 앳된 얼굴을 한 네가 있었다. 둘 만 남은 방에서 서로 아무말 없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책을 읽으며 놀았다. 아니, 나는 조금씩 네 눈치를 봤던것 같다. 아마 그때부터 네게 관심이 생겼었던거겠지. 아니, 그 때 당시는 어린시절의 내가, 친구 하나 없던 내가 너와 친해지고 싶어져있지도 몰랐다. 뭐 어찌되었든 간에 난 네게 말을 걸었으나, 넌 내 말을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고는 장난감을 매만졌다.

'멍'청이구나, 너.'
'저리가.'
'말 할 줄 아네?'
'내가 그렇게 물어볼땐, 대답 안하더니.'
'내가 네 말에 대답을 해야할 가치를 못 느껴서 인데.'
'아, 씨...'

당시의 넌 지금과 다를것 없이 까칠하고 무뚝뚝했다. 아니 조금은 달랐던것 같기도 했다. 내 짜증섞인 말에 내 눈치를 살피는 널 보고는 더 확실해졌다. 추측컨대, 그때 당시의 어린아이였던 너는 지금보다는 감정이 덜 매말랐나보다. 아직 실험이 진행되지 않았던것일지도 모르겠다. 네게 장난감을 던지고는 네 몸을 세게 밀쳤다.

'아악- 아프잖아.'
'멍'청이, 나랑 놀자고.'
'싫어, 놀자고 말할땐 이렇게 말하는게 아니야.'
'놀아줘, 멍'청이.'
'그렇게 말하는게 아니라니까.'
'놀아줘.'

내 성화에 이기지 못한건지, 아니면 내 딴지에 재미라도 들인것인지 장난감을 가져와서는 내 옆 앉아서는 레고 같은 장난감 조립을 도왔다. 한참을 서로 말없이 블록을 쌓아올리다가 어느덧 완성된 작품에 작게 웃음짓고는 널 쳐다봤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별 반응없었던건 너였고, 난 온 방안을 방방 뛰어다녔다.

'내가 한거다.'
'니가한게 아니라, 나도 같이 했어.'
'일어나.'

네 몸을 억지로 일으키고는 네 몸을 껴안고는 방방거리며 웃었다. 내 행동에 따라서 웃는 너에 어, 하며 네 얼굴을 쳐다봤다. 웃을줄 아네, 그때 당시의 내 생각이였다. 웃는게 좋았고, 더 이뻐보였고, 잘생겨보였다. 한참을 널 쳐다보다 나도 따라서 실없이 웃음을 흘렸다.

'웃어라, 좀.'
'뭐가.'
'넌 안 웃잖아.'

물론 그때의 어린아이들이 할 멘트는 아니였다. 뭐랄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아이들이 할말은 아니였고... 사회 생활에 찌든 어른들이 나누는 대화같았다. 뭐 어찌되었든 그때의 어린 우리 둘은, 너는 감정을 더 잘 드러냈다. 울거나, 웃거나 뭐 그런식의 감정표현이라던가, 짜증을 낸다던가 말이다.

"지민이 안 들어왔어?"
"네, 지민 도련님은 아직..."
"아버지한테 맞는거 아닌가 몰라."
"회장님께서 오늘은 학교에 나가시지 마라고 하셨습니다."
"왜, 아들 팬거 창피하다고?"
"몸이 안좋다고..."
"멀쩡한데, 갈꺼야. 학교."

너보단 비겁한 나라서 외박따위의 스케일이 큰일은 혼자서 진행하지는 못했다. 둘이 같이 있을땐, 내가 상황을 리드하는 편이라면 혼자서 일을 진행하는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사소한것을 바꿔보려했다. 아버지말을 거스르는게 지금의 나로썬 아주 스케일이 큰 일탈이였으니.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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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87
“엄마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후한 편이네요. 제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전부가 그랬어요. 우리 아버지에게 아까울 정도의 여자였다고, 내가 봐온 모습도 그런 엄마였으니까요. 하지만 나는 그만큼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원초적인 질문으로 들어가서 나를 사랑하긴 했을까요? 도대체 우리 엄마는 무슨 수를 썼던 걸까요?”
“너네 아버지가 인생을 망친 여자가 너네 엄마야, 그 두 사람의 속사정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 부부강‘간이란게 있었던 것같아. 그 시절에는 워낙.. 너네 엄마의 커리어라해야하나 그게 엉망이 되어버린거지. 근데도 별 문제없이 너네 엄마만 쫒겨났으니까 일단... 병원에서 일하는 아들보다 더 잘난 며느리... 어느 시부모가 그때 반겼겠니. 다 추측일뿐이지만 내가 본 너네 엄마는 너를 사랑했었어... 너 하나 때문에 이 집 안을 가장 많이 들락나락거렸으니까.. 되도않은 남자들한테 머리채잡혀서 끌려나간 적도 많고.. 사모님이 한건 아니야.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사모님은 너네 엄마의 존재를 몰랐어... 그때.. 내 아들을 돌려달라고 울고 있는 여자한테 손수건을 건낸 적이 있었어.. 그게 너네 엄마였고 그러다 빰 한 대 맞았지. 돌려줄 수도 없으면서 약간의 친절을 내뱉는 것으로 우월감을 느끼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다가도 나에게 사과를 하고 그러다가도 납작 엎드려서 그 집에 들어갈 수 있겠냐고 빌고... 니가 어느 부분에서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처음은 그랬어..”
“처음보다 지금이 더 중요해요. 친엄마한테 이런 표현을 쓰는 건 퍠륜일테지만... 당신보다 지위가 훨씬 낮은 하다못해 그 여자한테 견제도 되지않을 정도로 바닥을 기었던 여자가 무슨 수로 그 윗바닥에서 지금 사람들을 호령하고 있죠? 그게 듣고 싶은거예요. 나는 도대체 뭐예요. 네? 처음에는 실험대상 그 다음은 대체제 그러다가 실패작 화정 우리 엄마한테 회장님을 협박할 무기란게 있기는 해요?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데..”
“그래, 미인계나 계략같은 건 쓰지 않았지. 너네 엄마는 그냥 맨몸으로 덤볐어. 그게 어떻게 통했냐고? 니네 엄마의 협박대상은 니가 아니라 그곳에 실험대상으로 갇혀져있던 애들이었거든. 궁금하지 않아?그렇게 실험이 끝나고 실패작인 애들이 과연 어떻게 됐을지? 너네엄마는 그걸 공략했어. 시체더미에 갇혀서 그러고 2년가까이를 보낸 여자가 너네 엄마야. 미치지않고 어떻게 버텼을까? 사모님을 미친 여자... 아니 제정신이 아니였던 점은 인정하지만.. 그래, 회장님을 설득한건 그 독기였지. 영안실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2년가까이 다 망가져서 뇌수까지도 흘러나오는 뇌나 다 죽어서 끔찍한 냄새까지 풍기는 심장이나 만져대면서 그렇게 죽은 듯이 새벽이나 사람들의 감시가 뜸한 시간대를 찾아서 이것저것 자료를 찾고 그러고... 내가 도련님을 병원에 데리러갔을 때 온 몸의 생기가 다 빨려나가서는.. 그런 여자가 어떻게 아무것도 증오하지 않을 수 있을까?”
“.... 우리 엄마가... 나 때문에 그런 곳에 갇혀있었던 말이예요? 그게... 무슨,,,? 말이나 되요? 그게.. 우리 엄마는 의사도 연구원도... 우리 엄마는 대학 안나왔단...그런거 없는..”
“다시 말하지만 너네 아버지의 이기심때문이지. 니가 왜 잘못된 것을 알아도 안 내쳐졌는지를 정확히 모르나본데 니네 엄마의 유전자를 믿었기때문이야. 그 여자가 그 곳에 간 이유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협상이 있었겠지. 능력이 아깝고 의지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니가 실패하지 않았으니까, 니가 왜 다른 애들보다 더 버틸 수 있었을까에 나는 너네 엄마의 노력도 있었을꺼라봐. 실제로 너네 엄마는 너 때문에 그 실험약을 직접 투여한 적도 있었던 걸로 알거든. 그런 여자였는데 너는... 너네 엄마한테 칼을 겨눌 수 있어? 너 때문에 인생의 몇 년을 망친 여자야. 지금 정확히 어떻게 변해버렸는지 나는 잘 몰라. 하지만 내가 아는 부분은 최소한 너한테만큼은 헌신적이였던 부분이야. 니 지금 섣부른 감정만으로 너는 만약 니가 아닌 도련님이 끌려가도 그것을 저지하고 그 여자를 끌어내릴 수 있어? 그게 아니면 그만 둬”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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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88
지민은 이제야 호석이 태형을 냅두고 자신만 이곳까지 끌고 온 이유를 알 것같았다. 어설픈 마음으로 시도할꺼면 그 시도조차 막아버리겠다는, 호석이 지켜야할 대상들을 위한 호석의 경고였던 것이다. 지민의 어머니의 삶의 전반을 엉망으로 만들어놓은 것들이 이후 지민에게 무기로 사용될 것을 미연에 방지하면서도 지민을 적으로 둘지 아니면 우군으로 둘지를 결정하는 호석의 배려에 지민은 약간 식은 차를 마시면서 마주 웃어주었다.

“태형이를 진짜 아끼나봐요, 집사님은. 근데 나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건 아니에요. 나는 회장님도 우리 엄마도 끌어내리길 원하지 않아요. 복수하고 싶은 것도 아니구요. 그럼 도대체 왜 일을 이지경까지 몰아붙이느냐?라고 생각이 들죠. 나는 태형이랑 같이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재산을 포기못해서가 아니고? 부잣집 도련님 흉내만 내온 니가 뭔 자유? 지금이라도 둘이 손 잡고 외국으로 도망가면 되잖아?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
“온전한 자유요. 뭐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을 포기못한다? 이렇게 보일 수도 있겠죠. 저 거렁뱅이 출신인거 집사님이 제일 잘 알고 있으면서. 근데 나랑 김태형 하나씩 멀쩡한게 없잖아요. 이대로 도망가봤자 몇 년 안에 둘 다 되돌아오려고만 할껄요? 포기로 인한 자유. 그 과정이 어찌됐든 결과물만 저거면 되요.”
“질문에 대한 답이 너무 모호하다고... 내가 물은게 그게 아니잖아.”
“말했는데 김태형 편 들꺼라구요. 비수? 겨눌 수 있어요. 근데 그정도 상황까지 가버린다면 와 최악이겠다”
“무슨 어린애가 피도 눈물도 없냐, 혈육을 버리겠다고?”
“그렇게까지 몰아붙인건 집사님이면서요.”
“넌 어린애가 너무 능청스럽게 군단말이야”

두 다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눈빛만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그렇지만 그 둘을 둘러싸고 있는 분위기만큼은 이전과 달랐다. 약간 지쳐보이는 호석의 안색과 거의 잠을 자지못해 하품만 입을 벌려가며 하는 지민의 입가 사이로 은근슬쩍 보이는 친밀감이 그랬다. 공통의 적을 둔 것도 아니고 목표도 각자 달랐지만 그 둘을 이어주는 김태형이란 존재때문에 그들은 그렇게 서로를 이해해갔다.

“더 궁금한건 있어? 내가 답해줄 수 있는건 더 있긴한데 벌써 새벽 네시다. 조금만 눈붙이고 있어. 첫차타는 곳까지는 태워다줄테니.”
“나를 믿어요?”
“아니. 그치만 도련님이 너를 믿고 있으면 너 믿어야지 어쩌겠니, 대안이 너밖에 없는걸”
“너무해요. 근데 김태형은 나 안믿을텐데요?”
“내가 우리도련님 애기때부터 키워서 아는데 보는 것만 믿어서는 안될걸? 근데 이제 어떤 생각이 들어. 너네 엄마한테말이야”
“대단하죠. 근데 집사님 나는요 집사님이 알지못하는 순간부터 지금을 알잖아요. 우리 엄마가 2년동안 영안실을 헤매면서 기회를 잡았고 태형이랑 제가 실험대에 오르기 전에 그걸 회장님께 알린거죠? 아니면 그렇게 절묘할 수 없을테니까 그쵸?”
“...응... 그래서 내가 쫒겨나기까지가 1년이 좀 넘는 시간이 걸렸었지. 너네 엄마가 너무 빨리 삼폐인을 터트린 탓인건지 집안을 완전히 장악하지를 못했거든. 그 약점이 정확히 뭔지는 몰라. 하지만 회장님이 너네 엄마 말에 그 이후로 기었던 건 사실이고 그 동안 사모님을 몰아내고 그 집안 차지하고.. 난 이제 공대생 무시못하겠더라. 너네 엄마도 원래 연구원출신이여야했거든. 근데 공대생이 그렇게까지 경영을 잘 할줄이야. 회장님 회사가 현상유지 이상을 한 것은 너네 엄마 덕이 커. 그런데 그걸 왜 안 밝히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니네엄마가 세운 기획안 중 하나가 그때 사모님 실험비용 때문에 휘청거리던 회사 재정을 막는데 도움을 줬거든.”
“... 나중에 다 차지하기 위해서? 그것보다는 기반이 불안정했으니까 그 기반을 단단히 자리잡게 만드는 요소로 하기 위해서일 확률이 더 높겠죠? 우리 엄마는... 가끔 나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글쎄다. 니가 한 말이 맞을지도? 제일 잘 알 사람은 너밖에 없잖아. 너만큼 너네 엄마가 제약없이 다 보여주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시간 다 됐다. 빨리 가자.”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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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89
호석의 등 뒤에 매달리다싶이해서 그 끔찍한 속도를 내고 있는 바이크 뒤에 올라탔다. 거의 잠을 자지 못해서 속이 울렁거릴 것 같았지만 그걸 억지로 억누르다가 10분정도의 거리를 남겨놓고 호석과 헤어졌다. 지민은 호석에게 왜 그렇게 엉망으로 남겨놓은 자료의 해독법을 묻지않았냐고 물었고 호석은 그것에 대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10분정도를 따로 가고 나서야 지민은 처음으로 시선을 느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올 시간이었다. 기차표를 끊고 자리에 앉았을 때 보이는 익숙한 얼굴들이 그것을 가르쳐주었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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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아침은 고요하게 시작되었다. 늘 먼저랄꺼없이 수저를 들었고, 말 없는 아침 식사가 오갔다. 어제의 일 때문인지 집사들도 가정부도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는 아버지의 눈치를 보는듯했다. 심지어 네 어미까지 아버지의 눈치를 보는듯했다. 꽤 재밌었다, 사람의 눈치따위는 보지 않을것 같던 여인이 아버지의 눈치를 보고는 밥을 깨작거리며 작게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아니면 정말 내 아비를 좋아하기라도 하는것일까? 그렇다 치기엔 네 어미가 아비한테 저지른 죄라던가, 만행 많았다. 은근히 자기 아들을 추켜세운다던가... 뭐 그런등의 일 말이다.

"학교 가지 말라고 했을텐데."
"멀쩡합니다, 걷는게 조금 불편할뿐이지. 엘레베이터도 있고, 그거 하나 때문에 학교 못 나갈 정도로 약하지도 않아요."
"온 세상 사람들에게 다 알리고 싶은거냐, 넌 불행한 인간이라고. 아비한테 맞고나 다니는 자식이라고."
"그럴리가요, 아버지. 전 학생으로써의 의무를 다하고 싶은것 뿐입니다. 학교에서 애들이 수군거려요, 저 새'끼는 아비 잘 만나서 생기부가 깨끗하다니 부터, 온갖 더러운 이야기가 떠돈다고요. 그런 이야기가 돌면 돌수록 분리한 쪽은 아버지 아니겠어요? 그렇게 경영을 잘 아신다던 분이 왜 그렇게 둔하신거에요. 아, 아버지가 경영을 하신게 아니라, 새 엄마가 경영을 도와서 그런건가요? 뭐 비선실세 그런겁니까?"
"이 자식이!"
"여보, 참아요. 아직 애가 어려서 뭘 몰라서 그런거잖아요.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요, 착한아이로 키워야 한다니까요. 너무 헤이해지게 풀어둬서 애가 저러는거 아니에요."

여인의 말에 인상을 확 구기고는 숟가락을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계속해서 착한아이라며 거듭 강조하는 여인에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할수 없었다. 억지 웃음을 지어보이며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시고는 헛기침을 몇번 내뱉었다.

"지민이는 착한아이가 아닙니다. 꼭두각시도 뭐도 아니라고요. 그렇게 정해진 틀에 억지로 끼워맞추고, 그 틀에 순응하지 않으면 사랑을 안줘서 애가 미친거에요. 알아? 당신이 지민이를 인간이 아닌 로봇으로 만들었다고. 부모의 감정이 뭔지도 모르는 애야, 불쌍하지도 않아? 어렸을때부터 미쳐버린 어미때문에 애가 저 지경이 됐어. 끔찍해, 너도 아버지도.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렇게 극악무도한 짓을 해. 나를 위한거라고? 조ㅈ까라그래, 다 널 위한거란다. 이 포장된 말에 아직까지 속아 넘어갈 줄 알았어?"
"역시 영리한 아이구나, 그래서 난 네가 마음에 든다는거야. 뭐 심장이 고장나서, 제대로 뛰지는 못한다만 아무렴 어때. 그 뇌만 가진다면 더 한 이익을 창출해 낼수도 있는데."

여자의 말에 눈을 크게 치켜뜨고는 여인을 노렸다. 아버지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고, 여인은 그 상황이 마냥 즐겁다는듯 웃음기를 띈 채 싱글벙글 웃음을 띄울뿐이였다. 의자를 세게 박차고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의자가 뒤로 넘어가 넘어지면서 큰 소리를 냈고, 반동으로 인해 식탁이 약간 앞으로 움직였다. 잔에 담겨있던 커피가 쏟아지며 여인의 무릎위를 적셨고, 그와 동시에 여인은 뜨겁다며 낮게 욕을 짓걸이며 일어섰다.

"네 의견이 그렇다면 어쩔수없구나, 다녀오거라."
"허락 안 해도 갈 생각이였어. 아직도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난 착한 태형이가 아니야."
"저런... 태형아, 그건 지민이 한테만 맞춰놓은 틀이고. 넌 착한 태형이가 아니라, 넌 양아치 태형이잖니. 아직도 모르겠어? 그것 또한 네게 맞춰놓은 틀이라는것을. 여보, 그러니까 내가 지민이랑 같은 틀에 끼워넣자니까."
"...다녀오려무나."

여인의 말에 벙찐듯 서있을수밖에없었다. 이 또한 다 계획된 일이였다니, 이젠 이 모든일이 날 위해 아니 자기들을 위해 계획된 시나리오 같았다. 아니, 어쩌면 배우들을 투입시켜두곤 나만을 속이기 위해 짜여진 일 같았다. 모든일이 철저한 계획에 의해서 움직여졌다. 실없는 웃음만 새어나오다, 이젠 킬킬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이런 여ㅅ같은"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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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기사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는 계속해서 미친 사람처럼 웃기를 반복했다. 학교 앞에 도착한 차임에도 불구하고 내리지 않고, 계속해서 창밖만 보고 웃으니 도착했는데요...라는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의 말에 수동적으로 가방을 메고는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림과 동시에 여럿 아이들의 시선이 한 번에 내게 비쳤다. 멍하니 정면만 응시하다 유리창에 붙지 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얼굴이 왜 그래...?"
"넘어졌어."
"넘어지고 생길 상처가 아닌데."
"계단에서 굴렀어."
"약은."
"괜찮아."
"얼굴 흉저."
"못생겨서 괜찮아."
"너네 아버지가 뭐라 안 하셔?"
"어."

오늘도 집에도 학교에서도 얼굴을 비추지 않을 생각인지, 온 학교를 샅샅이 지만 네 머리카락 한 올도 찾을 수 없었다. 거의 망연자실하다 싶이 해 벤츠에 앉아있노라니, 내 옆에 다가와 앉는 남준이었다. 내 말이 거짓임을 알지만 더 이상 물어보지 않는 남준에 고마울 따름이었다. 심란한 마음과 다르게 날씬 참 더럽게도 좋았다. 향긋한 풀 내음이 코끝을 타고 들어왔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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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90
서울로 돌아온 후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반항 없이 끌려갔다. 별다른 소득은 없었지만 믿을 수 있는 아군이 하나 생겼다는 것 그리고 이번만큼은 엄마의 손이 미치지 않았다는 것 이 두 가지면 충분했다. 그리고 호석의 앞에서는 당당하게도 말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과연 내 어미에게 비수를 꽂을 수 있을까? 이것도 망설임이 추가됐다. 내가 약 3년가까이 본 그녀의 모습은 필사적이었다. 뭐하나 빈틈이 없었기에 잠조차 거의 자지못하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젊고 예쁜 얼굴로 모든 사람들을 맞았다. 그러고나서 약 7년간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억누르느라 믿을 수 있는 자기편을 거의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녀를 몰아낼 수가 없었다. 나에게만 그나마 사람같아보이는 모습을 보여줄 정도로 로봇보다 더 매뉴얼 이상을 만들어내는 그녀였으므로. 최소한 어머니가 나에게 다정했음은 부정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모든 반항도 내가 그녀의 말을 따라와준 대가로 어느 정도 정상참작시키고 있을 것이기에 아니 이미 그 이상의 짓거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태형의 아버지를 찍어누르다싶이해서 그런 소리가 나오게 하는 것을 막았을 것이다.

그녀의 과거는 할머니에게 들었기에 대충은 알고 있었다. 너무 어린 애라 할 말 못할 말을 가리지도 않고 내뱉던 못된 . 그녀가 나에게 강박처럼 내뱉던 착한 아이는 그녀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그런 단어였다. 대학교도 가지 못하고 자기보다 여러모로 뒤떨어졌던 어린 남동생을 대학까지 억지로 보내고 그러다가 의사남편을 만났는데 친정에는 뭐하나 해주는 것도 없고 자기도 봉양하지 않는다며 집 안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늙은 여자. 부모로서 그녀에게 어떠한 혼수도 해주지 않고 오히려 그녀가 모은 돈을 빼앗아가 나의 아버지의 집에서 그녀가 학대를 당하는 것을 방관했던 늙은 여자. 그녀의 성장과정은 버림받음과 배신 그리고 빼앗김 등으로 점칠되어있었다. 오롯이 그녀만을 바라봤던 건 아직 어린 나밖에는 없었던 그런 외로운 상황에서 나의 아버지가 나를 빼앗아갔다. 나 또한 그녀의 것이 아니란 것처럼. 자기 것이라곤 가져본 적도 없는 여자가 자기 속으로 낳은 아이마저 자기의 것이 아니라고 뺏겼을 때 어떻게 멀쩡할 수 있었을까? 호석에게 들은 그녀의 2년처럼 그녀는 제정신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렇게 필사적이고 애처롭고 또 강박적으로 그 위쪽을 무너뜨리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만 모성애라기엔 묘한 순간들이 많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그녀의 곁에 있었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을까. 나는 그녀에게 처음 산 물건?아주 비싸고 가치 있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처음이란 그 단어 때문에 특별해진 물건에 지니지않는다. 그래서 그녀는 애정을 쏟고 가꾸지만 더 비싼 물건이 들어오면 나를 먼저 장식장에서 빼내 옆에 두었다가 그 비싼 물건이 싫증난다싶으면 또 다시 나를 장식장 안에 넣어놓고 자기 자신을 세뇌시키는 것이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이라고.

그런 그녀에게 10여 년 동안 가장 비싼 물건은 김태형이었다. 태형만 자신의 가치를 모를 뿐 그녀의 안목 내에서 태형은 거의 최상급의 명품가방은 가치를 가졌다. 단순히 뇌뿐만 아니라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실험의 포커스는 태형에 맞춰져있었다. 그녀는 태형을 가지고 협상을 했으며 태형을 통해 그 실험의 투자를 받았다. 자주 아프고 자주 쓰러지고 그러면서 말 안 듣는 그런 애였기에 그 틈을 타서 태형의 몸을 검사하고 그 기록을 통해 계속 갱신시키고 그러다 가끔씩 나를 데려가 검사를 하고 그게 내 반항으로 인해 겨우 멈춰진 상황이다. 왜 갑자기 태형에게 동정심이 들었을까? 아니면 왜 내가 살고 싶단 생각을 했을까? 그 시작은 태형의 아주간단한 질문에서 시작했지만 어차피 전부 나비효과이다. 내가 그렇게 사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되어버릴 것이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이렇게 되어버리는 게 훨씬 나았다. 여자 앞에서 조용히 눈을 내리깔고 손을 무릎 위에 올린 채 네네만 했을 때는 편하긴 했다. 고민도 고통도 없이 그냥 멍한 얼굴로 상황만 바라보면 됐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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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91
유리관에 들어가 이상한 기계들을 잔뜩 머리에 달고 입에는 산소호흡기를 잔뜩 매달아놓은채로 그러고 몇 시간 검사를 하고 방치를 해놓은 김태형을 보고도 아무 생각을 하면 안됐었다. 어차피 그 다음 차례인 내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그녀의 실수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나에게 태형의 모습을 몇 번이고 노출시키고서 나도 똑같이 보여줬던 것이다. 그녀는 내가 짐승처럼 2년간 굴러진 것에 대해 트라우마 아닌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내 눈을 가리거나 내 귀를 막는 일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그녀가 실험의 경과를 확인하러 올 경우에 나는 기절도 하지않은채 몇 분정도롤 멍하니 지켜봐야했던 것이다. 물론 몇 번의 태형의 모습 외에 보여준 것도 없고 사람들은 혹시를 대비해 전부 거의 말을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내가 어디까지 알고 있냐 그리고 시각과 청각을 대충 통제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은 확실히 그들의 패착이었다. 그 잠깐의 순간만으로 이까지 알아냈으니까.

집으로 이송되는 와중 창문 밖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너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하루 그것도 24시간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이었는데 불안하기는 했나보다. 손끝이 살짝씩 떨려오고 있었다. 내가 창문 밖을 계속 쳐다보자 뭔 일이라도 꾸미는 줄 알았는지 바로 커튼을 치고 가리는 게 역시나 말로만 도련님 취급이였을뿐 내 실질권력은 그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도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녀도 이런 취급을 당해왔을까? 그래서 그렇게까지 사람들을 몰아붙이는 것일까? 그녀가 나를 완전히 파악 못했듯 나도 그녀를 제대로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처지가 닮아있었기에 그래도 공감은 할 수 있었다라고 생각은 했는데

보자마자 아무 말 없이 그녀가 내 뺨을 갈기고는 내 방에 나를 감금시켜놓았다. 이번만큼은 확실히 용서가 안된다이건가? 아니면 태형이 없어서? 무슨 일이 일어난 지는 몰라도 잔뜩 짜증난 얼굴을 숨기지도 않고 드러낸 그녀가 목소리만은 여전히 차분하게 지시했다. 나를 방안에 가둬놓고 감시하라고. 남자가 더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그와도 전혀 합의가 안 된 그녀만의 독단적인 행동일 것이다. 뭐가 그렇게 거슬렸던 것일까? 그래도 나름 우아하다고 생각되는 생김새였는데 표정 하나로 바뀌어버린 걸 보면. 궁금하긴 하지만 지금은 조금 많이 귀찮다. 호석의 집에서는 이야기를 하느라 기차에서도 감시하는 눈 때문에 거의 자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감시카메라야 몇 개 있겠지만 퍼질러자는 모습을 보여주면 열만 더 받을테니 상관없다. 딱 하나 걱정되는 건 너. 이곳은 너와 내가 함께 쓰는 방인데 너는 이번에 어디로 가려나 걱정되었다. 너가 이방에 감금되었을 때 나는 끝방으로 쫓겨나 잠들었다. 그런데 너는 그런 곳으로 쫓아보낼 수도 없으니... 너에 대한 생각을 하나둘씩 하다보니 졸음이 몰려왔다. 그래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일단 지금은 가장 급한 불부터 끄기로 하고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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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음에도 불구하고 벤치에 앉아 멍하니 정면만 응시했다. 그런 나를 걱정하는듯 남준은 계속해서 내 몸을 살짝살짝 건드렸지만, 미동 한번 않고는 멍하니 정면을 응시했다. 뭐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내가 어미와 이모를 헷갈린것? 아니면 너와 내가 같이 이 사건의 점을 찾아 나선것?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것? 아직도 머리속은 정리가 되지 않은채 혼란스러웠다. 모든것을 갑자기 받아들이기 힘든탓도 있거니와 내가 그렇게 믿었던 사람의 배신이였다. 아버지를 믿었고, 내 어미를 믿었다. 하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옥하지 않는가. 자식을 실험대 위에 올리고는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니, 역겨워 헛구역질까지 난다.

어둑해질때까지 그 자리 그대로 그상태 그대로 앉아있었다. 기사가 날 건드리기 전까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자각도 못했다. 기사는 퉁퉁부은 내 얼굴이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듯 해보였고, 다른이들에게 얼굴이 절대 보이지 말라고 지시라도 한것인지 내게 마스크와 챙 넓은 모자를 씌웠다. 신경질적으로 모자를 벗으려하니, 그 마저도 다른 경호원들에 제압되어 죄인마냥 손이 묶이고는 차에 구겨져 이동됐다.

현관엔 네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있었고, 신발을 멍하니 내려다보다 집 안으로 들어섰다. 아비는 아직 회사에서 돌아오지 않는듯 해보였고, 네 어미는 내가 들어왔음에도 가식적으로도 날 반겨주지 않았다. 2층으로 올라서자 아비는 회사가 아닌 네 방 앞에 서있었고, 그 옆엔 네 어미 또한 서 있었다. 네 얼굴이라도 볼 심산으로 네 방앞으로 다가섰지만, 그 앞을 가로막는 경호원들에 더 나아가지도 못하고 시야가 차단됐다.

"여기 내방이잖아, 들어가게 내버려두라고. 좀!"
"엄연히 말하면 우리 지민이 방이기도 하단다."
"그래, 우리 둘. 같이 쓰는 방이지, 그러니까 들어가게 내버려두라고."
"넌 네 방이 있잖니, 네가 방을 같이 쓰기 싫다고 하지 않았니?"
"지금은 아니야, 하루종일 얼굴을 못봤잖아. 오늘은 보게 해줘."

네 어미는 여유로운듯 웃음을 지으며 내 머리칼을 쓸어내렸고, 내 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경호원들에게 질질 끌려가선 내 방에 밀어넣어졌고, 문을 열려노력을 했지만 밖에서 잠궈버린것인지 열리지 않았다. 문을 발로 세게 차버리고는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씻지도 않은채 침대에 누우니 찝찝함이 몰려오는듯 했지만, 지금은 나가지도 못해 샤워도 하지 못했다.

"죽어버리는게 더 낫겠다, 제기랄."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헝클고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썼다. 언제부턴가 이불을 뒤집어 쓸때면 네 목소리가 들리는듯했다.

'왜, 또 잘나신 도련님 놀이나 하려고?'

네 목소리가 계속 반복되서 들리는듯했고, 어느샌가 내 볼을 타고내린 눈물을 소매로 세게 닦아냈다.

"에이, 씨'발."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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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92
잠이 들기 전부터 잠에서 깰 때까지 아주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면 나는 과연 멈추려할 것인가? 잠에서 깨기 전에는 절대 그럴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잠에서 깨고 난 이후에는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만약 되돌려준다면 나는 절대 그 집안에 발걸음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내 엄마란 여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주 어릴 때의 기억 속 내 엄마란 여자가 얼마나 연약하고 가녀렸는지가 기억났기 때문에, 아무런 빽도 없는 여자가 이 자리까지 치고올라오기까지의 시간을 기억한다. 권모술수를 썼고 능력이 있다면 자신을 비방하고 다니든 깔보고 다니든 등용한 다음 완벽하게 내처버렸다. 아무것도 없는 여자는 아주 작은 자리에서부터 시작했다.

‘재벌가의 신데렐라, 그녀의 도전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그녀는 절대 신데렐라가 아니었다. 태형의 아버지와 결혼을 하고난 뒤 기사들이 쏟아져나왔지만 차라리 뮬란에 더 가까울 정도로 그녀는 그 무리 안에서 천대받고 무시당하고 그녀의 능력을 보이고 난 이후에도 핍박당하고. 재능도 있었지만 그녀는 거의 자지를 못했다. 낙하산이 아닌 정당한 스펙으로 들어간 회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뭘 하든 평가절하당하고 그렇게 찍어눌러지고 그녀는 중요한 자리에 항상 나를 데려가 그녀가 당하는 취급을 전부 보여주었다. 그녀는 나에게서 그녀를 발견했던 것 같다. 자신같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나를 가장 증오하면서도 가장 연민에 미치는. 그녀는 나를 보상해줘야할 자신의 과거라고 생각하는걸까? 아니면 더 나아갈 수 있는 자신의 미래라고 생각하는걸까? 아니면 박지민 그 자체를 봐주고 있는걸까? 차라리 사랑해달라고 아주 어렸을 때부터 떼를 쓰든 악을 지르든 체념을 해서는 안됐었다. 하나씩 죄책감이 밀려들어온다. 사실은 아주 조금만 내가 바뀌었다면 결과가 전부 달라질 수 있지않았을까하는 그런 종류의 피할 수 없는 죄책감들.

밖에서 들려오는 태형의 목소리가 고통스럽다. 태형의 인생에 하필 자신이 관여해서 이렇게까지 끝장나버린건 아닐까? 왜 하필 나만.. 왜 하필이면 내가 성공해서 모든 사람들을 더 많이 고통받게 만들었을까? 차라리 내가 실패작으로 빨리 끝장나버렸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미쳐버렸을까 아니면 거기서 끝낼 수 있었을까? 하필이면 심장이라 그들은 나를 어떻게 해버리지도 못하고 항상 안절부절못하다 다른 사람들을 대신 끌고온다. 차라리 내가 뇌이고 너가 심장이였다면 달랐을까? 아마도 나는 어느 투명관 속에 들어가 죽지도 살지도 못한 삶을 살았을 것이고 너는 나처럼 이렇게 고민했을까? 인간의 신체를 이루는 것 중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너와 나 둘 다에게 골고루 나누어져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가 되어버렸다.

“죽어버릴까? 아니면... 같이 죽을까?”

차라리 너를 끌어안고 같이 죽어버릴까?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비겁하게도 회피였지만 그정도로 한계에 어느새 도달해있었다. 무의식적으로 물건을 집어던지고 소리도 없이 울어버리고 그러다 침대를 두 손으로 내려치다가 꺽꺽거렸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미친‘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눈에는 초점이 제대로 잡혀있지않고 진하게 내려온 다크서클에 어디 부딪히기라도 한건지 손에서는 피가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눈물이랑 웃음이 같이 난다. 울다가 웃다가 그러다 무너지다가 다시 다리에 힘을 주고 몸을 일으키다, 다시 헛웃음치기까지. 이 모든 걸 전부 보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호석과의 만남은 확실히 독약이었다. 내가 부정하고 싶은 것들 사실은 다 알고 있는 것들을 그대로 내 민낯 앞에 들이대서는 비겁하다는 말 대신 해볼꺼니라는 권유로 마무리지어졌다. 호석이 윤기였어도 안될 일이지만 자꾸만 어리광부리고 싶어하는 꼬맹이를 그럴 수 없는 어른으로 만들고 있었다. 하나하나씩 나오기 시작하고 내 심복들은 그것을 지금 수행하고 있다. 내가 어떤 짓을 하든 하다못해 하지말라고 발악을 하더라도 절대 멈추면 안된다고 악을 지르다싶이 해버렸으니까 그들은 절대 멈춰주지않을 것이다. 나는 나로 인해 불행해진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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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93
여자의 인생을 다시 한번 망치고 있다. 영리하단 표현 대신 영악하단 표현을 쓴 호석의 말은 절대로 틀릴 리가 없다. 악어의 눈물보다 더 가증스러운 것이 내 얼굴에서 흐르는 것이니까.

‘no.144 임무완료’

짤막하게 날라온 문자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건이 알려지고 나면 그녀의 명예는 얼마나 추락할 것인가 그리고 이 회사의 주식의 주가폭동으로 인해 회사직원들은 또 얼마나 고통을 받게 될 것인가. 나는 그녀의 과거 중 하나를 언론에 풀어버렸다. 영안실을 전전긍긍했던 그녀의 모습을. 호석에게 전달받은 자료를 사용해서 나는 내 친어미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그러나 내 친어미가 더 이상 망가지지않기를 바란다. 가증스럽고 더럽고 역겹다. 누가 감히 친아들이 친어미의 추악한 면을 온갖 곳에 알렸다고 생각하겠는가? 그녀가 나를 가두고 태형도 지금쯤 가둬져있을 것이기에 이만큼 완벽한 알리바이도 없다. 특히나 지금처럼 완전히 정신이 나간 정신병자의 몰골을 하고 있는 나를 누가 감히 의심할까?

내가 지금 너를 보고 싶은만큼 이 모든 것을 멈춰버리고 싶다. 아니면 차라리 전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최소한의 죄책감도 없게 나만의 잘못이 되지않도록 끝간데없이 이기적이여도 되게끔.

/미안 ㅠㅠㅠ 나 저번주에 너무 바빴었어 ㅠㅠㅠ 이제 짬나서 쓴다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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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아침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굳게 닫힌 방문은 열릴 생각이 없어보였다. 시계하나 없는 방안에 갇힌 느낌은 창살없는 감옥에 갇힌기분, 딱 이 말이 내 기분을 형용화 할수있는 유일한 말이였다. 침대에 가만히 몸을 누워있노라면, 계속해서 떠오르는 네 생각에 인상을 잔뜩 쓰고는 머리를 쥐여뜯으며 괴로워했다. 오늘따라 시간은 더럽게 늦게갔으며, 오늘따라 네가 유독 미웠다. 늘상 널 미워하며 널 따랐다. 날 끔찍한 과거의 기억을 들추게 하려는 네가 미웠고, 감정하나 나누지못해 네가 하는 모든 행동이 나한테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생각 않는 네가 미웠다. 이렇게 늘상 네게 미움을 달고 살아가지만, 오늘따라 유독 미운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외박을 하고, 얼굴을 하나 보여주지 않은 까닭이겠지. 네가 퉁퉁부어 다 터진 내 얼굴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버지에게 찾아가 따질까, 아니면 내 상처를 보며 같이 아파해줄까. 어쩌면 만나지 못하는 지금이 더 나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도련님, 뭐하시는겁니까?"

쟁반에 잔뜩 먹을껄 들고 들어온 경호원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옷장에 모든 옷들이 너저분하게 바닥에 펼쳐져있으니. 엄밀히 말하자면 모든 옷장이 아닌, 네 옷장만이지만.

모든 옷을 깔별로 정리하다, 모든 옷을 개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방 안이 네 냄새로 가득찰때까지 쉬지않고 네 옷을 꺼내기를 반복했다. 내 아비가 봤으면 경악할만한, 네 어미가 봤으면 좋은 기삿감이라며 흡족해할만한 일이였다. 쟁반을 옆에다 내려두고는 날 꽉 끌어안는 남자에 어깨를 마구때렸다. 그럼에도 놓아줄 생각이 없어보이기에 남자의 목덜미를 물었다. 그제서야 아, 하고 떨어지는 남자에 다시 옷을 집어들었다.

"나가."
"도련님..."
"나가라고, 재수없어. 너. "

동정의 눈빛인지 연민의 눈빛인지 아니면, 동생을 바라보는 측은함인지 날 여러감정이 섞인 눈으로 쳐다보는 남자에 한숨을 내쉬었다. 내 앞에 쟁반을 내려놓고는 억지로 밥을 입에 밀어넣는 남자에 발버둥을 쳤다. 그로 인해, 온통 더러워진 바닥을 보며, 마치 내 상황을 표현하는것 같아 또 그걸 한참을 바라봤다.

"얼굴 흉지십니다."
"나가라고."

억지로 밥을 먹은것도 억울한데, 모든 속을 게워내고 싶은데 이젠 얼굴까지 신경쓰려드는 남자에 매섭게 노렸다. 지나친 과잉보호였다. 단순한 재벌가의 아들을 넘어선 과잉보호였다. 그들은 뭐가 그렇게 불안한것일까? 내가 도망가는것? 죽어버리는것? 어느쪽이든 지나친 관심은 때로는 큰 오점을 낳는다는 점이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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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94
글쓴이에게
잠시 기절하듯이 잠들었다 다시 깨어나서 손톱을 물어뜯고 그러다가 시간을 보낸다. 새벽이 지날때까지 나를보내려는 그런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아 그냥 포기하면서 머릿속을 하나하나 정리했다. 한 그룹 회사의 비서이자 실질적 리더의 역할을 하던 여자가 영안실을 기웃거리며 그들이 깔보았던 일명 시다바리 짓이나 했던 여자라는게 대대적으로 알려지면 회사의 이미지는 어떻게 될까? 남자를 무너뜨려봤자 여자는 눈 하나 깜빡 하지않고 남자를 그대로 몰아내버릴테니 그들은 계속해서 연합을 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는 여자를 가장 비열한 방식으로 무너뜨렸다. 언론플레이라고 해야하나 여자는 아마 이 일을 자신이 물러나는 것으로 마무리지을 것이고 집에 자연스럽게 머무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나든 태형이든 둘 중 하나는 분명 옆에 두려고 할테고 그때를 틈타 한명은 최소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태형을 옆에 두려고 한다면 최소한 일의 진행은 더 빨라질 것이고 나를 옆에 두려고 한다면 태형의 실험만은 늦춰질 수 있을 것이다. 내 어미기에 그녀가 어떤 것을 더 중요시여길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내가 그녀의 약점을 아는만큼 그녀도 나를 너무 잘안다. 불안해하는 것도 겁내하는 것도 그녀에게 가끔은 사랑받고 싶어 간절하게 쳐다보는 것도 태형에게 자꾸만 마음을 주는 것도 그녀는 다 알기에 처음에는 막았을 것이다.

태형에게 절대로 마음을 주어서는 안된다. 어떠한 시선도 주면 안된다. 태형에게 시선이 가기 시작한 아주 옛날부터 그녀가 당부해왔던 말. 태형은 양‘아치같은 모습을 보이며 이것저것 사고를 일으켰지만 사람의 시선을 끄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잊혀져야할 남자아이가 그렇게 시선을 끄는 것도 그녀 입장에서는 나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태형 혼자만 그랬을때의 일이다. 두명이 동시에 사고를 일으킨다면 파급력은 제곱이 된다. 박지민과 김태형은 어쨌든 이미 손쓸 시간 없이 묶여버렸고 시간도 같이 흐르고 있다. 민윤기와 정호석 저 둘이 하필이면 옆에 있게 된 것도 완전한 우연은 아닐 것이다. 박지민의 손발이 되어 움직여주는 민윤기, 김태형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봐주는 정호석. 뭐 완전한 내편이 없기는 하지만 그것은 김태형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순발을 움직여된 탓이니 그걸로 넘어가도록 하자. 정호석은 이미 내가 건낸 자료를 받고 일을 시작했을 것이다. 민윤기가 이미 아랫사람을 선동할 준비가 되었다면 정호석은 능구렁이처럼 모든 걸 만들어내는데 능숙한 사람이니까.

실험은 처음부터 시작되어서는 안됐어야했다. 생명의 소중함이 아니라 처음부터 넘보지 말았어야하는 것을 넘본 것이다. 사실 지금도 고장난 부분들이 하나씩 더 늘어나고 있는 걸 느끼고 있다. 가끔씩 울컥하는 것들이라던가 어질어질한 머리. 반쪽짜리 실패품의 후유증은 원래 천천히 찾아오는 법이다. 태형은 과연 무사할까? 그래도 기초적인 실험 외에는 특별한 것을 하지않았지만 뇌검사니 뭐니하면서 잔뜩 좋지않은 약품과 방사선에 노출되어있었으니 태형의 몸 또한 어디까지가 버터내고만 있는 것일까?

“...아파...요. 이게 놔요. 아..저씨. 저기... 왜?”
“도련님이 아프셔. 빨리 저 쪽방으로 가라”

갑작스레 문이 열리더니 개처럼 끌고나가 태형의 방 앞에다가 던져놓는다. 일개 경호원한테까지 취급을 받는 도련님이 세상에 어디있겠냐만은 그전에 너를 향한 걱정이 더 먼저였다.

“태..태형아? 잠시... 잠깐...”

다른 경호원의 손을 뿌리치며 헛구역질을 하고 있는 너를 보자마자 계산이고 뭐고가 아니라 그냥 달려들어 너를 끌어안았다. 처음에 손톱으로 나를 찔러대며 밀쳐대다가 천천히 등을 쓸어주니 짜증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밀어대길래 더 힘을 주어끌어안고 경호원들을 억지로 몰아내었다. 물론 내가 아니라 김태형이. 잔뜩 원망어린 시선을 하고 나를 무릎으로 찍어대고 있는대로 발버둥치길래 손을 풀어주니 상처받은 얼굴을 했다.

“너... 너...너... 너 뭐야? 어디 갔었는데? 혼자 뭔 짓이나 하셨길래 쥐새끼같이 그랬는데? 어?”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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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95
94에게
“.... 이번엔 뭐가 문제인데, 어차피 집에서 내다놓은 자식 밖에서 좀 자면 안돼?”

도청당할까 말도 제대로 하지못하고 눈만 애처롭게 뜨며 너를 쳐다본 것은 확실히 역효과였다. 오히려 가증스러워 보였는지 눈에 힘이 더 들어갔으니... 그렇지만 그래도 그냥 너를 안아주고 싶어 팔만 뻗었다 또 손이 내처졌다. 제대로 된 소통이 되지가 않으니 대화는 점점 절실해지고 그래서 그냥... 뭐... 원래 무식살벌했지만 더 답도 없이 무식하게 나가기로 했다.

“야... 박지민 너 진짜 돌았냐? 외박하고 나왔더니 머리까지 뚜껑이 열렸어?”
“어쩌겠어, 이거 아니면 너 또 나 오해하고 죽일 듯이 쳐다볼꺼잖아. 우리도 대화란걸 좀 제대로 해보자. 눈치보고 이런거 나도 힘들어. 어디서부터 얘기해줄까? 근데 이번엔 좀 봐줘라. 나 니편드는 사람한테 있는대로 쿠사리먹고 왔으니까”

그냥 무식살벌하게 녹음기고 카메라고 다 부셨다. 와 진짜... 답없긴 한데 속이 너무 후련해서 웃음만 실실나오고 표정관리고 뭐고 다 아무것도 되지않는다. 그냥 행복해서 뭐가 다 좋아서. 그래서 두 손으로 너의 얼굴을 감싸고 나도 모르게 웃었던 것같다. 입근육이 약간 당겨오는게 순간적인 자유가 너무 좋아서.

“김태형, 두 번은 말 안한다. 나 사고쳤다? 내일 되면 우리 엄마가 내 머리채잡고 거실 한바퀴 돌 수도 있는데 울 엄마 성격상은 절대 불가능할 것같고 나 얻어터져도 눈 하나 깜빡하지마. 괜히 공범으로 의심받으면 의심받으면 그땐 니네 아버지가 너 팰 수도 있어.”

원래 무식하면 속이 편한 법이라고 단어 선택도 저렴하고 그런데 그냥 니 앞에서 솔직한 것만으로도 좋은 것같다. 그냥 전부 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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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95에게
야, 나 이거 내가 끊은건지 몰랐는데. 미련 남아서 들어왔더니 내가 끊은거였구나. 지금 이라도 이으면 다시 나랑 놀아주나?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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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96
글쓴이에게
? 나 요즘 안들어와서 이제봤어;ㅋㅋㅋㅋ 어디갔냐했더니만 알람이 안갔구나ㅋㅋ 웅 이어도 돼ㅋㅋㅋ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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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96에게
지금 있냐.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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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소설체 환장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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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6
예를 들자면..?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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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소설체 말하는거니?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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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7
어어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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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이거 보구와봐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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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8
글쓴이에게
보구왔어!!!대충 이해되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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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4
뷔홉
-
솔직히 말해서 나를 바라보는 너의 시선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바라보는데 그 시선을 어떻게 모를 수 있겠나.

처음엔 뭐지, 싶었지만 나의 관심을 받고 싶어 어색하게 양아치 짓을 하고 다니는 네 모습이 퍽이나 웃겨 몇 번 지켜봐 왔다. 그러다,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교무실에 와 보니 생채기가 가득한 너의 얼굴이 보이자 나도 모르게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

남들이었다면 기분이 나빠 인상 찌푸렸을 말에도 너는 바보 같은 말만 줄줄 내뱉는다.

"한심해."

내 말을 듣고 미묘하게 바뀌는 너의 표정을 관찰하다 이내, 흥미가 떨어져 너에게 등을 보이며 밖으로 걸어 나와 반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
소설체 톡은 처음이라 좀 어색할 거야 미안해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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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탄소
어우 헷갈려, 헷갈린다고. 정국이 거는 내가 엄마 따라온 거고. 지민이는 내가 아빠 따라간 거다. 기억해줄래, 이 똥 멍청아. 이렇게 써놯는데도 기억 못 하면 넌 바보다.
9년 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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