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형이 의자에 올라섰다. 여인과 아이들이 그 주변으로 모였고 그 속에는 그들을 따라온 남자들이 뒤섞여 있었다. 주막은 금세 사람들로 가득 찼다. 그 사이에, 재찬이 갓을 푹 눌러쓴 채 섞여 있었다. 남준이 전해 준 서신은 태형의 품속에 들어갔고, 산책을 나온 혜진이 태형을 발견했다. 태형이 종이를 높이 쳐들었다. 햇빛이 얇은 종이를 통과했다. 불던 바람마저 멈춰, 글자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은 글자요.” 태형아, 달마저 잠든 시간에 적는다. 힘들 것이다. 분명한 사실이다. 누군가 글자를 없애려 할 것이고, 불태우려 할 것이고, 끝내는 우리의 목숨마저 없애려할지 모른다. “우리의 소리와 같은 모양을 지닌 것들이오.” 네가 그 글자를 들고 세상에 나가는 순간부터 너는 몇 천 번의 위기에 빠질 것이다. 내가 보고 겪은 모든 잔인한 것들이 너에게 시선을 돌릴 것이다. 그리고 내가 없는 곳에서, 내 손이 닿지 않고 내가 볼 수 없을 때 누군가가 너를 시해弑害하려고 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이다. 해서 나는 아프다. 슬프고 서럽다. “모두 읽고 쓰는 자에게.” 허나 이것만은 내가 확실히 약조하마. 누군가가 너를 시해하려할 수 있고, 너를 위험에 빠트리려할 수도 있지만, 끝내 나는 너를 지킬 것이다. “쌀 한 가마가 뿐만 아니라…….” 그러니 너는 “세상에 낼 수 있는 소리를 드리겠습니다.” 마지막까지 내 옆에 있어주렴. 마른 토지에도 꽃이 핀다. 꽃잎에 벌과 새가 모여들고, 새를 쫓아 짐승이 오간다. 동물의 숨결이 닿은 곳에 싹이 트고 나무가 자란다. 그것이 숲이 되고, 세계가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꽃 하나. 태형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태형의 말을 도통 알아듣지 못해도 모두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남준은 그제야 지민이 했던 말이 이해가기 시작했다. 그 아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지 않습니까. 누구의 목소리보다 더 잘 닿을 것이라 믿습니다. 모두가 태형에게 집중해 눈을 떼지 않았다. “더는 읽지 못해 빼앗기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이제는 알지 못해 죽어가는 이가 없을 것입니다. 소리가 우리의 목구멍 모양과 같은, 세상에 첫울음을 터트리는 소리입니다. 이것이 나의 소리이고…….” 어디선가 아직 지지 않은 꽃잎 하나가 날아들었다. 어느새 주막을 벗어나 시장을 꽉 메울 정도의 인파가 모여들었다. 태형이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뱉었다. 전하, 저 잘하고 있습니까. “우리의 글입니다.” 지민과 뷔가 한글을 창제하고 반포하는 과정을 나머지 멤버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주는 이야기다. 드라마 안 부러운 필력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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