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여튼 세용이도 의진이도 서로 아닌척 하면서 의식하면서 지내는데 그러는 와중에 일 하나 터졌으면 좋겠다. 세용이네 동아리 2학년들이랑 의진이네 동아리랑 싸움 나서 다같이 징계 위원회 열리는걸로. 전교에 소문 쫙 퍼지면서 세용이도 알게 되는데 그때 세용이가 의진이 동아리 나가게 된거 의진이 잘못 아닌거 알게 됐으면. 세용이 친구가 너 그 동아리라 이때까지 말 안했는데 그 형들 질 안좋다고, 의진이 형이 착한거라고. 세용이는 그 말 듣고 충격 받아서 눈만 깜빡거리다가 의진이한테 미안해져서 급 비 맞은 댕댕이 모드... 그리고 그날 야자 시간에 징계 위원회 열리는데 학원 안가고 학교 남아서 징계 위원회 끝날때까지 기다림. 가방 메고 학생회실 문 앞에서 서성거리다 문 열리자마자 화들짝 놀라서 쳐다보는데 동아리 선배 있는거. 평소에 의진이 욕 엄청 했던 선배인지라 세용이 눈에는 별로 곱게 보이지 않구요.. 그 선배는 세용이가 자기들 기다린줄 알고 기특하다 하려고 했는데 (평소에 세용이가 선배들한테 잘해서 선배들도 세용이 좋아함) 세용이 인사도 안하고 뒤에서 뭐 씹은 표정으로 나오는 의진이한테 감. 그리고는 미안한데 할말 있는데 잠깐만 시간 내달라고 말하고 뒤에서 자기 부르는 목소리 쌩깜ㅋㅋㅋㅋ의진이는 얘가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한데 뒤에 애들 쌩까는거 보고 기분 좋아져서 고개 끄덕이고 걔네 비웃어준 다음에 세용이 따라서 걸음. 다행히 방금 징계 위원회 끝내놓고 또 열고 싶진 않았는지 따라오진 않아서 둘이 거의 불 다 꺼지고 조용한 복도 걷는데 앞서서 걷는 세용이 기분 좀 많이 이상해라. 뒤에서 일정한 소리로 들리는 발걸음 소리에 왠지 막 떨리고 그런거임. 원래 만나면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바로 집에 가려고 했는데 왠지 그것만 얘기하기엔 아쉽고 그냥 그런거. 그래서 말 없이 걷다가 결국 걸음 멈추고 한참 망설이다가 의진이랑 눈도 못마주치고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 고개 푹 숙임. 의진이는 그런 세용이 보면서 귀여워서 픽 웃고는 세용이한테 가까이 가서 머리 쓰담쓰담 해줌. 그리고 세용이 얼굴에 손 올려서 감싸서 고개 들게 하고는 앞으로 자기들 연습실에 연습하러 와도 되니까 자주 보자고 말하고 인사하고 먼저 돌아서 감. 세용이는 의진이 손길 닿았던 볼에 열올라서 한참을 서서 멍때리고 의진이는 자기가 왜 그랬지, 낯간지럽게, 드디어 미친건가, 생각하다가 결국 너무 기분이 이상해서 복도 귀퉁이 돌자마자 벽에 기대서 한숨 푹 쉬어라. 그리고 뭐....썸 타고 그러겠지...